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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감사해야 한다 조경 분야에 종사한 지 49년이다. 속된 말로 조경 밥을 반백 년 먹었다. 1973년 3월 1일 조경학과에 입학했으니 조경 밥, 참 많이도 먹었다. 운이 좋았다. 건축가이신 아버님과 형님의 권유 덕분에 당시 조경학이라는, 최신의, 따끈따끈한 신학문을 접할 수 있었고 늘 조경계에서 앞서가는 사람으로서 혜택을 누려왔다. 나뿐만이 아니다. 당시 조경 전공자들은 빠르면 20대 후반, 30대의 젊은 나이에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2년 과정의 석사학위를 마치면 대학 교수가 될 수 있었다. 조경학과의 만남 덕분에 해외 유학도 떠났다. 기성 학문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사회적 특혜였다. 졸업하면 거의 100% 취업도 되고, 조경기술사 자격증만 따면 쉽게 기업 임원이 될 수 있었다. 젊은 나이에 수억 원대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으로 채용되기도 했다. 뜻 있는 조경가들은 시공이든 엔지니어링이든 창업해서 쉬이 기업의 사장, 대표이사가 됐다. 한국종합조경공사까지 설립되어 조경 분야를 이끌어 갔다. 서울시를 비롯해 한국도로공사, 산업기지개발공사, 한국관광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지방정부, 공기업에 요원의 불길처럼 조경조직이 창설됐다. 후일 대부분 고위직에 올랐다. 대학들은 앞다투어 조경학과를 개설했다. 조경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격 전공 분야로 유명세를 탔고, 인접 타 분야의 시샘 속에 맹위를 떨쳤다. 지금은 좀 그렇지만… 어쨌든 그렇게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까지 시공·설계·엔지니어링·감리 등 다양한 섹터에서 조경 밥을 먹는 사람들의 수는 수십만 명에 이른다. 되돌아보면 우리 조경가들은 감사해야 한다. 조경에 감사해야 한다. 정확하게는 조경의 탄생에 감사해야 한다. 올해가 한국조경 50년이 되는 해라는데, 우린 무엇보다 한국조경의 탄생에 먼저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경이 태어나도록 애쓴 한국조경 창설의 주역들, 아버지·어머니 역할을 수행한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오늘날의 한국조경은 그분들 덕분에 태어났다. 그게 한국조경 역사의 뿌리다. B-Day는 Birthday의 이니셜 50년 전인 1972년 4월 18일은 한국에 ‘조경’이란 전공 분야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등장하고 논의된 날, 조경 탄생의 날, 바로 한국조경의 생일이 되는 날이다. 한 국가의 대통령(박정희)이 청와대에서 ‘조경에 대한 세미나’ 개최를 주최한 것이다. 대박이다. 대통령 비서실 서열 1위인 ‘경제제1수석비서관실’에서 주관하고, 건설부, 산림청, 문화재관리국 등 정부기관 고위 공무원과 도로공사 등 공기업 고위직이 참여했다. 서울대, 영남대, 홍익대 등 대학에서 도시계획, 원예학, 임학, 건축학, 토목학, 미학 등 내로라하는 전문 분야 교수들이 참여해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이 조경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경제제1수석비서관(정소영)이 좌장을 맡아 발표와 토론을 주도했다.(한국환경조경발전재단 발행, ‘한국조경의 도입과 발전 그리고 비전’ 부록 참조) 이 세미나 개최는 곧이어 대통령 비서실에 ‘조경담당비서관’을 임명(1972년 5월 10일)하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또한 향후 국토개발 시대 한국에 조경학을 육성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전략적 실천의 출발이었다.(기문당 발행, ‘한국 현대조경 태동의 역사’ 참조) 대통령 박정희는 왜, 어떻게 조경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또 조경학을 창설하게 되었을까? 우선 그는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열렬한 자연애호가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는 대통령 재직 중 공원법, 환경보전기본법 등 제정, 개발제한구역 지정, 국립공원 지정, 산림녹화운동 전개 및 산림청 창설, 자연보호헌장 제정 및 자연보호운동 전개, 새마을운동을 통한 마을녹화사업, 자연보호백서 발간 등 자연보전과 관련된 일련의 정책·제도들을 굵직굵직하게 추진하였다. 그의 사후, 산림녹화와 관련하여 임학계에서는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한 조각상을 광릉수목원 내에 건립하였다. 대통령기록실에 보관된 대통령 지시 및 이행보고 공문 자료를 보면 조경학 세미나 개최 이전인 1961~1972년 3월까지 그는 수목 식재, 꽃·잔디 식재, 경관·수목 보존, 보식 등 자연보호 및 환경보전 관련 지시를 수시로 했고, 직접 스케치를 통해 관련 개념을 지시한 것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정책과 제도에서 또 구체적 사업 지도에서 보여주듯 그의 몸속에는 자연애호 관련 DNA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자연애호 DNA가 조경학을 창설하는 방향으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사회·환경에 노출되어야 한다. 그 당시 제1~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의해 추진된 국가 산업화와 국토개발사업의 추진, 1971년 여름 재미 조경가 오휘영 씨와의 우연한 만남이 조경학 창설의 배경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한국조경의 창설은 그가 태생적으로 품고 있던 자연애호 DNA가 이 두 가지 외부적 우연의 사회·환경을 만나면서 ‘한국조경 창설’이라는 표현형(Phenotype)으로 발현되어 한국조경 시작의 역사를 만들어 내게 된다. 오휘영 씨는 1972년 5월 10일 조경담당비서관으로 임명돼, 이후 조경학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여기에 대해서는 후일 구체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우린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고 기념하고, 그날에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의 은공을 기리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동시에 상식이다. 그렇듯이 우리 조경인 또한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한국조경의 B-Day, 그날을 있게 한 한국조경 창설자들의 은공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필자의 졸저에 따르면 조경 창설자들이 그렸던 조경 분야의 비전은 실로 담대했다. 단순한 공원의 범주에 머물지 않고 국토와 도시의 공간과 도로 등 각종 인프라를 대상으로 한 국토경관과 환경을 포괄적으로 계획·설계·시공하는 막강한 분야였다. 이런 비전과 의지가 담긴 대통령의 지시 글이 1973년 10월 한국조경학회지 창간호 속표지에 잘 실려 있다. “국토를 잘 보전하자! 이 땅은 조상들의 뼈가 묻혀있고 묻혀야 할 땅이며, 우리의 자손만대가 지켜나가야 할 삶의 보금자리기 때문에… (중략).” 1974년 조경 분야의 법적 효시가 건설업법에 특수건설업으로 규정해 둔 배경과 이유가 바로 이런 비전에서 비롯된 것임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초심이 무엇이었던가를 되돌아보는 것은 미래로 향하기 위한 기준점을 잡는 것이 된다. 그렇듯이 오늘 한국조경 창설의 B-Day는 그날의 담대한 조경 비전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또 기념을 통해 앞날의 비전을 살펴야 하는 날이다. 더구나 반백 년이 되는 한국조경 50년의 큰 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은 우리 모두 다 같이 크게 자축하고, 한국조경 창설자들의 앞선 발자취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는 특별한 날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은 한국조경 창설이 시작된 날, 한국조경의 역사적 기념일(Memorial Day)이다. 조세환 / 환경조경발전재단 고문, 한국조경학회 고문, 한국조경협회 고문,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명예교수
    • 조세환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 2022-04-18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대표하는 시대정신이 있다. 원래는 문화적인 의미에서 쓰여왔으나 특정 시대를 아우르는 정신자세나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생존과 조화” 아닐까 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와 다른 종들의 생존까지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지구에 조화로운 평화가 찾아와 모든 생명체들이 잘 어우러져 살 수 있을 것이다. 불과 수십 년 전에는 모르던 생소한 단어들이 우리에게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후위기, 탄소중립, 생물다양성, 리질리언스, 지속가능성, 보전생물학, 복원생태학, 생태발자국, 자연기반해법, 지속가능, 비오톱, 윤리적소비 등이고 그것들의 해법이나 실천 등이 우리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됐다. 이런 위기 시대에 조경은 마땅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조경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그 중요성이 증가돼 왔다. 즉 도시열섬현상, 미세먼지, 생물다양성 문제들이 우리들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왔고 조경의 역할은 그 문제들에 대한 필수적 해결을 담당하는 것으로 그 중요성이 더해졌다. 하지만 아직 우리 조경인의 인식조차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조경이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로 보인다. 법안, 아직도 조경관련법은 독립법이 아닌 건축법의 한 조항에 속해 있고 조경기준, 관련 조례 등도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조경의 생태환경적 중요성은 우리의 건강한 삶과 더불어 사는 문제와 밀접한데 조경 의무면적은 이해관계에 따라 오히려 줄어왔다. 공장, 주차건물 등이 온실가스의 주된 배출원인데도 불구하고 조경의무면적이 없거나 터무니없이 낮게 제도화돼 있다. 거꾸로 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눈앞에 전쟁이 발발했는데 낡은 옷을 입고 소총을 들고 방탄복과 신무기로 무장한 적들과 싸워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경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해서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조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아직도 조경은 건축법에 의해 억지로 해야만 하는 귀찮은 법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일반 건축주의 인식이나 시공사의 인식이 존재한다. 조경의 중요성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원인의 하나라고 판단된다. 조경은 이제 미관을 향상시키는 단순한 역할을 넘어서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도시의 환경적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조경으로 인해 건물의 가치가 상승하고 분양이나 임대가 용이하다는 장점들이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있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 또한 기존의 잘못된 법·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 건축법안에 있는 조항들은 건축주의 요구상황에 따라 기준이 완화돼 왔다. 그런 이유로 몇 번에 걸쳐 의무면적이 줄어드는 결과가 생겼다. 도시열섬현상과 탄소발생의 주된 원인은 건물이다. 건물이 도시온실가스의 68%가량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원인자부담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강화된 조경면적을 확보해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모두의 이익이라는 사실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 필요한 법·제도 개선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조경기준’도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 법이 너무 촘촘한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법을 유리하게만 적용시켜 준공만 끝나면 방치되도록 하는 조경관련법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준공한 후 방치돼 제 역할을 못하는 지금의 현실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진수 / 랜드아키생태조경태표,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부회장
  • 녹색의 지구 평화, 식물이 답이다 식목일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했던 추억이 있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 손을 잡고 남산이나 어린이대공원에 가서 나무를 보는 하루였고, 성인이 돼서는 서울그린트러스트 회원으로 서울숲을 지켜가는 시민활동에 참여해 딸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올해 식목일은 가상의 숲에 가상의 나무 1그루를 심으면 산불피해 지역에 실제 나무 2그루를 심는 산림복구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한 그루 나무를 심어서 지구를 살리자는 운동에서 친환경 가치 소비를 실천하는 운동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들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친환경 원단을 사용해 방수, 방풍, 투습 기능이 뛰어난 의류펀딩에 참여해 지구를 살리고자 한다. 이는 코로나로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15% 급증하고 하루 평균 848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다. 또한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먹고 괴로워 하는 돌고래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사려한다. 4월에는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리려는 지구인들에게, 자신을 치유하고 세상을 치유하는 녹색 처방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근에 당근마켓을 이용해 입지 않은 옷은 나누고 필요한 의자는 나눔을 받아, 그 의자에 앉아 ‘부암동’의 힐링 숲과 ‘백사실계곡’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게 됐다. 이것은 지구에 봉사하는 느낌으로 되팔기 문화를 실천하는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의 한 방법이다.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란 제로 웨이스트보다 가벼운 개념으로 지구를 살리는 완벽한 방법은 아니더라도 새 제품 대신 중고를 사용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며, 환경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지구를 살리는 운동을 뜻한다. 실제로 실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작은 실천을 할 수 있음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식물은 사람 없이 살아도 사람은 식물 없이 살 수 없다 식물은 사람 없이 살 수 있어도 사람은 식물 없이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간단한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 촛불과 동물을 함께 넣으면 촛불은 꺼지고 동물도 곧 죽는다. 산소는 사라지고 이산화탄소가 가득 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간에 식물을 넣어 놓으면 동물은 죽지 않는다. 왜일까? 그 이유는 식물에서 나온 산소가 동물을 호흡하게 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호흡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활용돼 식물과 동물은 서로 생명을 유지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식물은 동물이나 실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제거해 실내공기를 정화함으로써 밀폐된 공간에서 생명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흥미롭게도 미우주항공국(NASA)은 1989년 우주 공간에서 생명을 유지해주는 생명유지시스템(life support system)의 근본적 원리와 실내에서 생존 가능한 동시에 공기를 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공기정화 식물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데이비스대학 연구진이 뼈 생성 물질이 함유된 유전자 이식 상추를 개발하고 우주에서 길러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미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상추 재배에 성공했다. 2030년 이후 미래 세계는 외부의 오염으로 식물을 길러 먹을 수 없게 되고 실내에서 재배기를 이용하거나 수직정원시스템을 설치해 채소를 먹게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연구에 따르면 효과적인 공기정화를 위한 화분 개수는 평균적으로는 3.3㎡(1평)당 1개 정도다. 구체적으로 20㎡(6평) 크기의 거실을 기준으로 식물 크기가 작은 식물로는 초장 30㎝이하의 식물이 10개, 초장 100㎝ 이상으로 큰 식물은 3개, 초장 30~100㎝의 중간크기의 식물은 7개가 있어야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학교 교실에서의 공기정화를 위한 식물의 개수는 교실(반당 실면적의 기준은 66㎡ 이상) 교실당 36개 정도의 화분이 필요하다. 가정이나 학교 사무실에서 미세먼지와 공기오염을 막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늘리고 있으나, 미세먼지를 없애려면 창문을 닫고 외부공기를 차단해 밀폐된 상태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데 이때 나타나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막을 방법이 없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실내에 식물을 늘리는 것이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 실내공기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식물은 공기 중의 각종 오염물질인 미세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흡수하여 양분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뿌리로 이동시켜 토양 내 미생물의 영양원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환경 생태적 순환을 하게 한다. 새집증후군의 주요인자 포름알데히드는 식물의 잎에 흡수돼 에스-포미글루타치온에 의해 포름산으로 전환되고 다시 이산화탄소가 돼 광합성 과정을 통해 당, 유기산 등으로 무독화 된다.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은 고비와 같은 양치류가 가장 우수하다. 그린스마트스쿨, 방과 후 센터까지 식물치유의 시대 강북구 인수동 단독주택 1층에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삼삼오오 들어오고 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키움센터의 안락한 놀이 공간으로 들어오는 모습이다. 이곳은 우리동네키움센터 강북2호점이다. 오늘은 ‘자연과 만나는 추억 만들기’ 수업이 있는 날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모여들고 있다. ‘야자’, ‘스킨답서스’ 귓속말로 식물의 이름을 전달하며 집중하는 아이들의 입이 종달새의 입처럼 작고 예쁘기가 그지없다. 소중한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 본다. 7명이 하기로 한 수업에 20명이 모였다. 신나게 노는 공간의 공기를 맑게 하는 식물 심기와 36개의 식물을 벽면에 설치하는 산소정원만들기에 힘을 모았다. 살아있는 식물을 보고 만지며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고 지구를 살리는 작지만 실천 가능한 일을 배워갈 것이다. 사단법인 ‘꿈의아이들’과 함께 미래 사회의 주인공 환경생태 지킴이를 양성하기 위해, 환경과 건강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식물생태프로그램을 놀이 중심의 활동 콘텐츠(PBL, Project Based Learning) 매뉴얼로 안착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8주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주니어환경생태지킴이 백서를 만들고 유튜브 활동을 이어 갈 것이다. 2020년부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공간혁신 사업과 환경에 관한 문제를 바르게 인식하고 환경보전을 위한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과 환경생태교육을 고려한 그린학교 실현을 기대해본다. 참살이(authenticity)를 실현할 수 있는 작지만 모이면 큰 힘이 되는 그것은? 미세먼지 해결사 ‘스파티필름’을 길러보자.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는 ‘코로나19’ 우울감 해소와 실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기정화식물로 스파티필름을 소개했다. 스파티필름은 공기정화능력이 최고인 실내식물로 꼽고 있다. 열대지방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윤기 있고 싱싱한 녹색 잎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꽃을 피우는 몇 안 되는 관엽식물이다. 스파티필름은 실내의 오염된 공기인 산화탄소, 이산화황이나 암모니아와 미세먼지는 식물의 잎 앞면 끈끈한 왁스 층에 달라붙거나 잎의 뒷면 기공 속으로 흡수된다. 이렇게 흡수된 오염물질은 식물 내부에서 뿌리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물이 기공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증산작용으로 대기압보다 압력이 낮아지는 부압이 발생한다. 이 부압에 의해 공기 중의 오염물질이 토양에 달라붙게 되고, 이후 미생물에 의해 제거돼 무독하게 된다. 자연에서 미생물은 여러 가지 형태로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준다. 뿌리로 물을 빨아들인 뒤 잎을 통해 물을 증발시키는 순환과정을 통해 주변의 열을 낮춘다. 스파티필름 잎에 빛을 더 늘리면 광합성 속도가 증가해 제거능력이 높아지고, 호흡과정을 통해 공기 중 산소를 공급한다. 화분에 실내 오염물질을 자주 처리할수록 근권부에 관련 미생물이 증가해 제거능력이 우수해진다. 스파티필름의 관리법을 알기 위해 은밀하고 위대한 식물의 감각법, 식물은 어떻게 세상을 느끼고 기억할까에 대해 대니얼 샤모비츠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식물은 빛을 보고 냄새를 맡는다. 식물은 맛을 보고 소리를 듣는다. 식물은 자기 위치를 알고 과거를 기억한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식물을 바라보고 소리를 듣고 사랑을 주는 것, 작은 실천의 첫걸음이다.” 臣聞 積羽沈舟 群輕折軸 衆口鑠金(적우침주 군경절축 중구삭금)! 가벼운 깃털도 쌓이고 쌓이면 배를 가라앉히고, 민중이 입을 모아 외치면 쇠도 녹인다는 말처럼, 녹색식물 하나를 기르며 작지만 큰 힘이 되는 실천을 해가길 권한다. 김미영 /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 세종 길가의 백목련이 개화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방문했던 순천만국가정원의 백목련은 이미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 중에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꽃, 그래서 눈에도 잘 띈다. 그런 목련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 속 엘제아르 부피에를 닮은 사람, 천리포수목원 설립자 고 민병갈 원장이다.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은 프랑스의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한다. 작품 주인공은 알프스 여행을 하다가 부피에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부피에는 양을 치며, 황량한 베르뇽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나무를 심고 있었다. 주인공은 부피에와 작별한 뒤 집으로 돌아오고, 이후 제1차 세계대전에 군인으로 참전하게 된다. 전쟁이 끝난 뒤 다시 부피에를 찾는다. 다시 만난 부피에는 여전히 나무를 심고 있었고, 양들이 묘목을 해칠까 봐 양치기일은 그만둔 상태였다. 그 대신에 양봉 일을 하고 있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후 황량한 지역은 아름다운 숲으로 변화하게 됐다. 숲이 만들어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정부에서도 특이한 자연현상이라며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같은 변화가 부피에의 헌신 때문이란 것을 몰랐던 정부는 단순한 자연현상으로만 해석했고, 사람들도 부피에 덕에 지금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주인공은 산림전문가로 일하는 친구에게 부피에의 헌신적인 노력을 알렸고, 이후 이 친구도 숲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한다. 세월이 흘러 주인공은 주기적으로 베르뇽 마을과 부피에를 찾는다. 이후 1947년 부피에가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짧은 소설이지만 식물을 가까이 하는 직업이다 보니, 어떤 글보다 감동적으로 읽었다. 다만 부피에가 소설 속의 인물이라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삶을 살아온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이방인, 끝내 한국인이 되고 한국에 남은 사람, 민병갈 원장처럼 실존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그는 어떻게 수목원을 시작하게 됐을까. 왜 천리포였을까. 그리고 다른 식물들보다 목련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민병갈 원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태생으로 한국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일본군 포로 통역장교로 오게 된다. 이후 한국에 머무르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한국 사람의 순수함에 반해 전역 후 다시 한국을 찾았다. 본격적인 한국 정착의 계기는 한국은행 고문 일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천리포와의 인연은 송인상 한국은행 이사의 만리포 별장에 친구들과 가족이 놀러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천리포에 기거하는 이웃 노인이 민병갈 원장에게 땅을 사달라고 요청해, 땅보다 돈이 필요한 노인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땅을 매입하게 됐다. 이러한 지속된 요청에 1975년 땅이 15만 평으로 불어났다. 이 땅은 민병갈 원장의 또 다른 고민거리였다. 민병갈 원장이 수목원을 조성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산행을 하며 보았던 사찰림에 반해 나무를 잘 보호하면 민둥산도 아름다운 산으로 조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 두 번째는 영국에서 발행한 세계 수목원과 관련된 잡지를 보다 북한의 평양에 교육용 수목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남한에도 괜찮은 수목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나무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한 친구의 전화와 그가 보낸 트럭 한 대에서부터 시작됐다. 친구는 매입한 땅에 나무를 심으라고 권유하며 직접 나무를 보내 줬다. 트럭에는 홍릉의 임업시험장에서 보낸 물푸레나무, 둥근잎다정큼나무, 마가목, 피라칸사, 쥐똥나무, 개살구나무 등 여섯 종류의 나무가 500여 그루 실려 있었다. 그 나무를 심으며 막연하게 수목원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날이 천리포수목원의 공식적인 첫 번째 식목행사다. 천리포수목원하면 많은 사람들이 목련을 떠올린다. 실제로 천리포수목원은 전 세계에서 목련을 가장 많이 보유한 수목원으로 800종류 이상의 목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목련을 가질 수 있었을까? 민병갈 원장이 처음부터 계획하고 목련을 수집한 것은 아니었다. 수목원을 시작하면서 많은 식물을 도입해 심었는데, 다른 식물들에 비해 목련이 탈 없이 잘 자랐다고 한다. 천리포수목원의 식물도입 기록을 보면 다른 식물보다 목련이 많이 수집됐고, 지금은 천리포수목원을 대표하는 나무가 됐다. 천리포수목원 조성 초기에는 식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도입해 많은 식물을 고사시키기도 했다. 민병갈 원장은 식물도 종류에 따라 자랄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충족돼야 자란다는 사실을 깨닫고 50살이 넘어서 나무와 식물에 대한 공부를 하며 수목원을 정성으로 가꾸게 된다. 그가 식물 공부에 얼마나 열성적이었는지는 지난해 설립된 도서관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는 생전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왜 결혼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나무와 결혼했다고 답했다. 그가 천리포수목원에 심은 나무가 고사하는 모습을 볼 때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지, 나무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지금 거리의 가로수들이 초록잎을 내밀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고사한 가지들이 많다. 나무를 심는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닐진대 왜 죽어갈까. 지난해 어느 지자체에서 가로수 정비를 한다며 중장비를 동원해 나무를 부러뜨렸다는 기사를 접했다. 톱으로 자른 것도 아닌 무자비하게 부러뜨린 광경을 보며 잔인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물론 어떤 문제가 있어서라고는 생각되지만 나무를 대하는 마음이 아쉬웠다. 지금 현실에 있어 나무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너무도 소중한 생명이며, 미세먼지·온실가스 등 환경적 피해로부터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 큰 산불이 나 수많은 나무들이 사라졌다. 그 나무들이 흡수하던 해로운 물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의 나무들이 소중한 이유다. 식목일이라 많은 나무를 심고 가꾸겠지만 잘 자라도록 보살피는 것 또한 나무를 심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이다. 부피에와 민병갈 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나무를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나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생태를 이해하고 끊임없이 돌보는 것이리라. 이번 식목일은 그동안 심었던 나무를 돌아보는 식목일이 되길 바란다. 남수환/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4-07
  • 화마가 휩쓸고 간 울진의 산림은 처참했다. 그곳에 터를 잡고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에 어떠한 위로도 해 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울진 대형산불 이후 정부와 언론, 환경과 산림관련 전문가들이 이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와 같이 대형산불의 위험에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더 심해질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후위기’에서 우리 국토를 지켜줄 안전장치로 숲가꾸기를 더 열심히, 임도를 더 많이, 대형 헬기를 더 많이, 첨단 진화시스템을 더 획기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엄청난 세금을 쏟아붓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들에게 묻지 않는다. 과연 그런 장비를 확보하면, 그 사업을 진행하면 우리나라는 산불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지는가를 말이다. 역으로 물어보자. 산불이 점점 잦아지고 대형화되는 동안 숲가꾸기를 안 했는지, 임도를 줄였는지, 아니면 소방헬기를 포함한 진화시스템을 추가로 배치하거나 개발하지 않았는지를 말이다.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큰 산불이 날 때마다 계속적으로 산에서 숲가꾸기를 진행했고, 임도를 늘려왔으며, 산불진화용 헬기를 더 많이 도입해 운용했다. 그런데도 왜 산불은 점점 더 커질까?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최소한 조금이라도 줄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나라에 산불이 잦아지고 대형화되는 것은 과연 기후변화 때문인가? 정부가, 언론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 것인가? 기후변화로 겨울 가뭄이 길어지니 숲이 건조해져 예전보다 더 큰불이 난 것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사례를 들어 우리도 가까운 미래에 더 큰 산불이 날 것이라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재앙을 맞을 것이라 경고한다. 쉽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들의 산불 발생 추이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급속히 악화되는 기후위기에 의해 산불이 많아지고 그 피해도 커지니, 일본과 중국도 정도는 다르겠지만 산불피해 증가는 당연해 보인다. 일본 산림청에서 발표한 1947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도별 산불발생건수가 아래 그래프다. 산불이 연간 가장 많이 발생한 시기는 1970년대 중반으로 연간 8000건을 넘었다. 이 시기까지는 산불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기후위기’와는 거리가 먼 시절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던 산불이 19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1000건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까지 줄었다. 무려 80%가 넘게 줄어든 것이다. 중국 산불피해면적을 인공위성영상을 활용해 분석한 논문을 살펴보았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의 산불피해면적은 급격히 줄었다. 일본과 같은 패턴이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기후변화의 흐름도 가장 유사한 나라가 이들 일본과 중국일 것이다. 그런데 왜 두 나라와는 정반대의 산불발생 추이를 보이고 있을까? 과연 기후변화는 동북아시아에서 우리나라에만 온 것일까? 아니면 일본과 중국은 산불예방을 정말 잘하고 우리만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학술지 ‘Nature’에 산불위험도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지구의 기후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작성한 이 연구에 의하면, 분명 지구는 앞으로 다가올 기후위기에 의해 산불위험이 더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불위험도는 현재에도,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60년 후의 먼 미래에도 세계에서 산불에 가장 안전한 지역 중 한 곳으로 분류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기후위기에 의한 산불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안전한 나라이다. 여기에 더해 이웃나라 산불발생 추이를 살펴볼 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증가하는 산불 원인은 기후위기보다는 다른 요인이라는 것이 훨씬 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일본과 중국은 하면서 우리는 하지 않는 것, 혹은 반대로 일본과 중국은 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하는 어떤 것이 있지 않겠나? 우리나라는 1990년 가까이 돼서야 빠르게 시골로 석유보일러가 도입됐다. 아주 짧은 기간에 보일러가 들어가게 되는데, 그 이전까지는 대부분 나무로 난방을 했다. 주변의 산에서 땔감을 구해와 겨울을 춥지 않게 보낸 것이다. 불과 30여 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소나무는 바짝 마르지 않는 이상 때지 않는다. 송진이 많아 구들이나 굴뚝이 막힐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집안의 벽난로도, 야외에서 사용하는 캠핑장의 작은 화목난로도 마르지 않은 소나무는 사용하지 않는다. 당연히 산에서 소나무만 남기고 활엽수를 땔감으로 수확했다. 우리 산에 소나무가 많이 남은 이유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일본의 에너지전환은 우리보다 10년 정도 앞선, 1980년 즈음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1990년에 들어서야, 우리나라 산에는 산불에 강한 활엽수가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맞이한 IMF가 산불에 강한 숲으로의 전환을 막았다. 공공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숲가꾸기’로 소나무림 아래에서 힘차게 자라던 어린 활엽수들이 베어졌다. 숲가꾸기는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돼 현재까지 국토 모든 산림 면적을 훌쩍 넘는 규모로 진행됐다. 자연공원과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고지대 산림은 대부분 숲가꾸기사업을 안 했으니, 마을이나 도시 주변 산림은 이 기간동안 최소한 2~3회 정도 숲가꾸기가 진행된 것으로 보면 적정하겠다. 척박한 숲에서 자란 소나무가 토양에 양분을 만들고, 다소 습한 참나무 중심의 활엽수림으로 변화하려던 과정을 막은 것이다. 산불발생 추이의 차이는 여기서 찾아야만 할 것이다. 홍석환 /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증가하는 여성의 부 “사람들은 그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법이지.” 작가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특별한 상황에 두 눈을 감아버린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인해 변화하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인다. 익숙했던 일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마우로 기옌의 ‘2030 축의 전환’은 중장년 여성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미숙한 기술 앞에서 당황스러워 하는 여성들에게 끝이 아닌 시작이며 수많은 기회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2030년 미래 세계에 중장년 여성들의 아름다운 삶은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변화하고 있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얻고 있고 사회적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여성 백만장자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코로나블루로 인한 여성의 자살률이 2020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의 자살률이 늘고 있다. 코로나 위기가 잠잠해진 뒤 경제·사회적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의 극단적 선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나 또한 변화하지 않으면 살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변화의 물결을 보며 당황하고 있을 중장년 여성들에게 식물과 함께 내적인 힘을 스스로 길러 내는 치유의 과정, 녹색 처방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수직정원이 미래도시를 살린다 도시의 면적은 전 세계 토지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 산다. 세계 도시들은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30년 이후 미래시대에도 도시로 인구가 밀집되는 도시지향적인 생활패턴이 꾸준히 지속될 것이다. 대도시의 탄생은 탄소가스 배출과 기후변화, 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킨다. 전체 탄소가스 중 8%는 도시에서 배출되고 있다. 2019년 유엔의 보고서를 담당한 데브라 로버츠의 예측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으면 100만 가지 이상의 식물과 동물이 멸종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평적 사고로 세상을 치유하는 16세 소녀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당신들은 빈말로 내 어린 시절과 내 꿈을 앗아 갔어요”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MZ 세대에는 툰베리와 같은 환경생태 여성 활동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MZ 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탄소가스 배출량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완전한 0%’로 만드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16세 소녀도 환경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중장년 여성들도 수평적 사고를 통해 식물을 도시로 이끌어 환경친화적 도시로 만들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미세먼지와 온난화로 인한 혼란들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수직으로 식물을 2층 이상의 건물 벽에 설치하고 정원을 만들어 녹색공간으로 만드는 세상, 공기정화식물로 가득한 실내정원, 공기정화 식물로 가득한 그린스쿨, 녹색의 식물이 가득한 그린오피스로 치유의 도시를 만들면 어떨까? 건물 내부에 정원을 만들고, 외벽에 식물이 자라고 식물이 수직의 벽면에 설치해 디자인된 정원을 ‘수직정원(Vertical Garden)’, ‘그린월(Green Wall)’, ‘리빙월(Living Wall)’이라고 한다. 수직정원은 100개의 화분을, 1000개의 화분을, 1만 개의 화분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 순환방식으로 물주기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고 간접등으로 빛을 공급하고 여러 질감과 색으로 시각적, 미적 창의로움을 연출한다. 수직정원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은 “수직정원은 도시에서 우연히 만나는 회화”라고 했다. 그의 수직정원은 규모도 크고 디자인적으로도 훌륭한 조성사례를 세계 각국에 선보이고 있다.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수직정원 또한 이와 관련한 도시 일자리들을 중장년 여성들이 선도해 간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식물이 주는 기회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저감 장치,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분야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그중 실내와 실외의 수직정원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IoT 기술을 활용해 습도, 온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수직정원 관리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식물을 이용해 도시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식물을 이용한 경제활동을 위한 여성들의 준비로 다음과 같은 수평적 사고로부터 시작해 보자. 1) 창조적 변화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J. 데밍은 2030년 이후 복잡한 도시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많은 일자리는 창의성과 사회적 기술이 중요하다고 했다. 창조적 변화를 이끄는 여성이 미래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수직적 사고에서 수평적 사고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수평적 사고란 주어진 상황에 집착하지 않고 상황 자체를 바꾸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2) 변화의 본질은 일상의 평범함이다 사회학자 대니얼 챔블리스는 ‘평범함의 위력’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스웨덴 출신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손 교수는 탁월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체계적이고 정밀한 연습 시간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10000-Hour Rule)을 제시했다. 이는 특별한 재능보다 꾸준히 노력하는 능력이 필요함을 말한다. 환경의 변화, 식물에 대한 꾸준한 학습이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평범함의 위력이 될 것이다. 여성들이 미래를 준비하고 예측하는 데 꾸준한 공부와 교육만큼 좋은 것은 없다. 3) 부드러운 개입으로 식물을 만나자 식물을 만날 때도 노크가 필요하다. 노크란 누군가의 방에 들어갈 때에 상대의 상황을 살피는 배려다. 식물과 만날 때도 강압적인 요구를 하면 식물과 친해질 수가 없다. ‘내가 식물을 기르면 다 죽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식물은 실내에서 살기 힘든 온도, 습도, 통기의 문제가 생기면 시들고 병들고 꽃을 피우기 힘들어 한다. 죽을 힘을 다해 견디지만 물이 더 이상 없으면 살아날 수 없는 지점까지 견디다 시들어 죽게 된다. 이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박적 생각이나 외사랑의 형태로 왜곡하게 되는 것이다. 실내에서 식물이 시들지 않게 하는 부드러운 개입은 물순환 방식의 모터를 설치하거나 IoT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식물에 대한 꾸준한 공부로 상대를 알아가는 것이다. “너는 어떤 걸 좋아해? 너는 어떨 때 기분이 좋아?”라는 질문은 부드러운 다가감의 시작이 된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됐다.” 봄에 맞는 색깔과 빛으로 옷을 입고 아름다운 야생화가 있는 곳을 찾아 나서보자. 참살이(authenticity)를 실현할 수 있는 여성들 2030년이 되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가 400개가 될 것이다.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고 도시를 중심으로 경제는 성장해 갈 것이다. 이 도시에서 사회적 고립 현상이라 할 수 있는 비만, 가난,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들이 발생할 것이다. 최초의 여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승리를 위한 텃밭’을 일구고 공동으로 소유하는 공유에 대해 연구하며, 사람들이 협력하면 공유지에서의 갈등과 생태계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 적절한 규율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수직정원은 공공기관, 사무실, 학교, 지하철 등 공공기관에 설치되고 있다. 도시환경생태계를 살리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업의 일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인들이 함께 공유하고 함께 관리해 나가야 할 공간이다. 수직정원을 관리하기 위해 협력하며 적절한 규율과 신뢰가 만들어져야 한다. 수직정원과 공기정화 식물을 관리하기 위해 새롭게 육성되고 있는 ‘그린힐링가드너’ 실내식물 전문가들이 중장년 여성을 중심으로 양성되고 있다. 공유·협력·소통하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거대한 변화에 고정관념이나 고집이 아닌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과 점진적인 적응을 위한 변화를 하고 있다. 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작게 시작하고 있지만 도시 생태계를 살리고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치로 보면 점진적인 수정과 적응을 실천하고 있는 여성들이다. 여성들이 노년층으로 이동하며 많은 여유시간이 생기지만 여행과 여가시간을 즐기기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시간제 임시직 또는 자원봉사자로라도 활동하기를 원한다.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분야로 ‘수직정원을 돌보는 가드닝’과 같은 식물과 함께 하는 활동을 처방해 본다. 중장년 여성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삶의 질에 관한 것이기에 도시 실내환경을 맑게 해서 의미 있고 생명력 있는 수직정원 식물을 돌보며 자신에게 힐링의 시간을 주는 그린힐링가드너 활동을 추천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도서관, 종로노인복지관, 국학도서관, 송파시설관리공단 등에서 활동한 그린힐링가드너 1기 활동가들의 말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수직정원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자연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힘과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주며 행복감을 이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조경학과에 입학한지 5년, 벌써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나는 졸업 후에도 조경설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히고 초보 조경가로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의 대학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경험해왔던 일들을 정리해보게 됐다. 조경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대학생활 5년 중 절반을 차지한 대학생 녹색나눔봉사단 활동은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 됐다. 먼저 조경가를 꿈꿔왔던 때를 생각해봤다. 고등학생 때부터 도시에서 여유를 제공할 녹지공간을 설계하는 조경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건축’과는 다르게 살아있는 식물을 활용해 도시민들에게 이로운 점을 제공하고 각종 사회·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어렸을 때도 꽃과 자연환경을 좋아해 ‘조경’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입 수시원서를 넣었을 때도 모두 조경학과로 지원해,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입학 후 고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조경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직접 식재를 하거나 흙을 만져보는 일은 없었기에, 몸소 활동을 하고 싶었다. 물론 이론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배우는 것이 더 직접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내활동과 병행할 대외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타 전공보다 조경과 관련된 대외활동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관련 사이트를 다 찾아봤다. 그러다 대학생 녹색나눔 봉사단 모집 포스터를 발견했고, 얼마 안남은 마감일에 맞춰 신청서를 작성했다. 2019년 나는 나눔연구원 녹색나눔 봉사단에 처음 입단했으며 그토록 바래왔던 새로운 경험이 시작됐다. 이어 부대표, 대표까지 총 3년에 걸쳐 활동을 이어 나갔다. 원래 하고 싶었던 식재관리나 정원 유지보수 작업부터 어린이 조경학교 보조교사 활동 및 비대면 프로그램 기획, 봉사단 내 공모전, 조경관련 행사 도우미, 기업의 사회공헌사업 mom편한 놀이터 워크샵 교재 디자인 등 많은 활동에 참여했다. 단순하게 꽃을 심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봉사단 활동은 개인이나 어린이를 비롯해 공공기관, 기업 등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도 조경을 널리 알리고 녹색 나눔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 녹색나눔 봉사단의 큰 장점은 다양한 지역의 조경학과 학생들과의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활동할 때마다 구성원이 약간씩 변동돼 이전 활동에서 보지 못했던 학생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본인의 학교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각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의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은 어디서든(특히 교내에서는) 해볼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각 학교별로 설계, 계획, 식재실습 등 특화 과목이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봉사를 할 때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성장해갈 수 있었다. 이렇게 또 나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었고, 조경에 대한 생각을 더욱 깊게 가지게 될 수 있었다. 그런데 2020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이어진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등이 시행되고 대면활동이 어려워졌으며, 이는 단체로 움직이는 봉사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인원수 상관없이 대면 활동이 가능했기에, 녹색 나눔이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가 정원관리 봉사를 할 수 있었지만 이 활동을 비롯한 대면으로 진행한 봉사단의 주된 활동들이 모두 중단됐다. 직접 땅에 흙을 파서 꽃을 심는 활동은 무조건 대면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호전되지 못하자, 곧바로 봉사단 단원들과 우리의 도움을 받던 곳까지 영향을 끼쳤다. 특히 봉사단의 가장 큰 이점인 다양한 학생들과의 교류가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단원들을 위한 온라인 활동을 기획하게 됐다. 온라인 활동을 기획할 때 가장 고려했던 점은 ‘참여도’였다. 모이지 못하는 50여명 단원들의 참여도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할 접근하기 쉬운 주제로 선정해야 했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기획해보는 비대면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대면 활동이었기 때문에 개인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도록 구상했다. 2021년 활동 대안으로 나왔던 것은 봉사단 내 공모전 형태의 ‘녹화신문고를 울리세요’ 하계미션과 ‘기후변화시대의 탄소중립사회 필요성 대국민홍보 아이디어 UCC공모전’이었다. 온라인 미션이어서 거리 제약이 없어져, 전국에 흩어져있는 봉사단원들의 참여율은 대면 봉사때 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코로나 19상황을 겪고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면서, 앞으로의 활동들은 온·오프라인활동들 중 꼭 한 가지 형태가 아니더라도 두 가지 모두 병행돼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다채로운 활동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이렇게 졸업을 앞두고 지난 3년 동안의 녹색나눔활동을 돌이켜보면, 단순한 식재봉사 경험을 넘어 정원관리, 어린이 조경교육, 온라인교재 편집, 그리고 세미나 등 각종녹색행사 도우미, 타 학교 조경 전공자와 교류 등의 녹색관련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많은 학생들이 봉사단에 입단한 후, 각자 생각하고 기대했던 활동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 능력에 맞춰 얻어지는 것 역시 다양할 것이다. 나처럼 생각지 못했던 분야에서 더 많은 점을 배워가고 시각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은 활동하는 본인 스스로가 잘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이 사회의 주인공이 됐을 때 건강한 사회 환경을 만들고, 모두가 선한 마음으로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힘을 기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녹색봉사활동 기회가 주어져 사회에 진입하기 전부터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보다 포용적·친환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갔으면 한다. 이윤주 / 환경조경나눔연구원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대표
    • 이윤주 환경조경나눔연구원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대표[email protected]
    • 2022-03-14
  •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고 초목이 싹을 틔우는 경칩이 됐다. 식물을 가까이 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가장 바쁘면서도 기대되는 시기다. 곧 남쪽에서는 매화 소식이 들려오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섣불리 나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시간만 있으면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었던 사소한 일들이 소중하게 돼버려 삶의 가치가 변하고 있음을 절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정원과 식물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얼마 전 올해의 트렌드에 대한 분석과 예측을 담은 책을 우연히 접했다. 책에서는 올해 라이프 트렌드를 주도할 12가지에 대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가드닝과 반려식물이었다. 사회생활에 단절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접하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원과 식물에는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지난해 국립수목원에서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20회 이상의 가드닝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신체적·정신적 치유의 효과가 있었고 참여자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줄어들고 활력이 증진되는 효과와 코로나 블루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식물이란 개념까지 만들면서 식물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위의 결과가 그렇듯 정작 가드닝 활동과 반려식물이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사람들은 매화를 보러, 산수유를 보러 떠날 것이다. 하지만 신체와 정신적인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도, 멀리 이동하는 것도,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사회배려계층을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이들 가까이에서 자주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정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을 찾아보면 그런 공간을 조성해 주는 사업들이 있다. 주로 요양원, 복지관 등의 노인복지시설이나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에 조성되는데, 막상 현장을 가면 생각보다 이용률이 높지 않다는 게 확인된다. 왜일까? 이유를 생각해 보면 만드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이 달라서, 즉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십수년 전 수목원에 근무하던 사람들과 미국 동부지방의 식물원을 견학했다. 뉴욕식물원부터 워싱턴국립수목원까지 다양한 식물원을 보며 우리나라와의 격차, 시민의 문화 등에 대해 고민했다. 당시 방문한 식물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시카고식물원이다. 식물원 내 강이 흐르는 경관과 깔끔하고 아름답게 정리된 정원 중 가장 감동을 줬던 ‘인에이블링 가든(Enabling garden)’에서는 휠체어를 탄 직원과 한쪽 팔에 장애가 있는 직원이 정원을 관리했다. 그 옆 창고에는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다양한 도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구함이 설치돼 있었다. 현장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 정원은 일반인부터 신체장애가 있는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했다. 화단의 높이는 장애인이 관리가 용이하게 휠체어의 높이를 고려해 계획됐으며, 식물 또한 위험하지 않은 식물들로 식재돼 있다고 했다. 관리하는 사람들이 장애가 있다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정원이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잘 운영하고 있는데 비슷한 공간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의 숲과 정원은 왜 이용이 많지 않을까. 어떤 차이가 이런 결과를 불러왔을까. 미국의 경우 치유정원에 대한 연구결과를 반영해 의료시설 등의 기관에서 치료 목적으로 정원을 조성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시설에 조성하는 정원의 체계적 설계를 위해 보건의료 정원설계 자격 인증(Healthcare Garden Design Certificat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의료기관 경영자나 조경가, 정원 설계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간호사, 치료사 등 관련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강사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교육은 정원에 대한 이론부터 조별 설계프로젝트, 사례연구, 현장실습 등으로 진행된다. 보건의료시설 정원의 형태, 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는 정원에 대한 연구결과 및 경험, 식물의 선정, 정원설계와 시설물, 유지보수 관련 규정 등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정원 설계에 있어 기존의 정원과 다를 게 없을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한 정원인지, 이들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 설계에 반영돼 이용까지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원은 어떨까. 물론 이용자도 고려하고 주위 환경도 반영해 일부 정원은 잘 정리돼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이용은 많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적용을 위한 노력, 보이지 않는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가져온 듯하다. 우리 또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제도와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정원은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도심 유휴부지에도 크고 작은 정원들이 계속 생겨나고 사회복지시설에도 정원과 숲은 더 확대되고 있다. 다른 정원은 몰라도 대상자가 분명한 정원은 달라야 한다. 화단의 높이 하나만으로도 이용은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원은 문화라고 말한다. 문화는 모든 사람이 누림에 있어 차별이 없어야 한다. 모두를 위한 정원, 약자도 누릴 수 있는 정원, 그것이 정원이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닐까.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3-13
  • 온실가스,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이상기후, 탄소중립, RE100, 탄소세, NDC, 그린뉴딜, 탈성장…….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생겨나는 지구환경문제 관련 용어는 그 개념조차 따라가기도 버거운 세상이 됐다. 정작 우리 사회는 이렇게 쏟아지는 위기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로 외면하며 살고 있다. 인류가 처한 가장 뜨거운 문제가 환경임을 부정하지 못하는 지금,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선거에서조차 환경문제의 체계적 대응에 관한 논의가 없는 것이, 국제적 질서와 협력을 이끌어야 하는 소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이다. 환경문제를 총괄하는 환경부장관은 어느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기후위기 타개를 위한 방법으로 소위 ‘줍깅’을 맨 처음으로 얘기하고, 어느 줍깅 행사에 참여한 후 개인의 변화와 실천을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에 주어진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망각하고, 마치 이 거대한 기후위기가 개인의 부주의로 기인한 것으로 각자 반성해야 한다는 훈계로 들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평가일까? 기후위기가 우리 미래에, 아니 당장 지구가 맞닥뜨린 최대 위기임을 강조하면서 변화를 외치는 이들도 정작 정부의 외면 속에서 딱히 ‘줍깅’ 외에 실현 가능한 개선의 방법을 만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천적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모든 환경문제의 ‘만병통치약’으로 등장하는 나무심기, 특히 도심에 수목을 식재하는 정책이 이번에는 ‘탄소중립’의 해결방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나무를 심어 녹지를 만든다는 행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시대의 유행에 따라 ‘녹색성장’, ‘미기후 개선’, ‘온난화 방지’, ‘그린뉴딜’, ‘미세먼지 제거’ 등의 수식어를 붙여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쓰였고, ‘탄소중립’에도 당당히 그 이름을 걸고 있다. 나무는 화석에너지에 의해 과도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를 제거할 거의 유일한 수단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도시의 녹지가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나무가 자란다는 것은 공중에 떠도는 이산화탄소를 흡수, 이를 산소와 탄소로 분리한 후 산소를 내보내고 남은 탄소를 체내에 저장함을 의미한다. 결국 나무가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무의 부피가 커지고, 전체 무게가 무거워진다는 의미다. 간단하게, 나무의 무게와 탄소흡수량은 비례한다. 그럼 이제 도시의 녹지를 바라보자. 과연 우리 도시에서 나무의 총량(체적)은 늘어나고 있을까? 도시에 남아있는, 자연이 길러준 잔존 숲은 우리의 노력으로 온전히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수목 식재도 가능하지 않으니 논외로 하자. 결국 탄소흡수 명목으로 포장할 수 있는 녹지는 공원이나, 가로수를 포함하는 가로녹지, 건물 주변에 조성되는 녹지에 한정된다. 우리는 이곳에 탄소중립을 실천한다는 기쁜 마음으로, 탄소배출에 대한 죄의식의 사함과 함께 나무를 심는다. 그런데,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하면 이러한 생각이 스스로를 속이는 ‘그린워싱’임을 인식하게 된다. 정부에서는 심은 나무가 탄소흡수를 많이 한다는 포장을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두 가지 수치를 제시한다. 하나는 나무 한 그루당 연간 탄소흡수량이고, 다음이 새롭게 심는 나무의 수량이다. 이렇게 두 수치를 제시하면서 단순 곱하기를 통해 흡수되는 총량을 제시하는 것이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이 간단하고 명료해 보이는 숫자에는 너무나 커다란, ‘그린워싱’을 위한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몇 가지 확인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첫째, 한 그루당 탄소흡수량을 제시하는 나무는 어떤 나무인가? 둘째, 도심에 심는 나무와 앞의 나무는 동일한 탄소흡수 역량을 가지는가? 셋째, 흡수한 탄소는 얼마나 오랫동안 저장되는가? 베어지는 나무는 없는가? 이다. 위의 답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탄소흡수량을 제시하는 나무는 탄소흡수량이 최대치인,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거대한 나무를 기준으로 하며 둘째, 우리가 도심에 심는 나무의 대부분은 최적의 생장 상태에서도 크게 자라지 않는 키작은나무(관목)가 차지한다. 셋째, 도심에서 나무가 흡수한 탄소는 저장되지 못하고 고스란히 다시 방출된다. 마지막 넷째, 도심에 나무를 심을 장소 확보가 더 이상 어렵기에 큰 나무를 베어낸 후 그 자리에 작은 나무를 심는다. 결국, 현재 제시되는 도시녹지의 탄소흡수량은 터무니없는 계산으로 부풀려지고, 더하기만 하고 빼기를 하지 않은 오류덩어리일 뿐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는 +값을 (터무니없이)과다 산정하긴 했지만 나무의 식재가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셋째와 넷째 문제는 조금 다르다. 앞서 나무의 체적 증가가 탄소흡수량과 비례한다 했으니 도시에 식재된 나무의 체적이 증가하고 있는가를 살펴봐야만 한다. 이 부분에서 현재의 과도한 가지치기와, 수종 갱신이라는 이름의 수목제거 등 관행적 관리방식을 떠올려보자. 키작은나무는 매년 동일한 크기로 모두 절단되니 체적의 증가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키큰나무도 몇 년에 한 번씩 거의 모든 가지를 몽땅 잘라낸다. 과도하게 잘라내다 보니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제 수명의 1/10정도밖에 되지 않는, 한창 어린 나이에 불과한 30~40년이 되면 내부가 썩어간다. 이렇게 되면 도복위험을 이유로 모두 잘리고 새롭게 작은 나무를 식재하는 패턴의 반복이 현실이다. 매년 시달림을 당한 나무들은 내부가 썩어 들어가기 때문에 목재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결국 그간 저장한 탄소를 고스란히 배출하기 때문에 결국, 수십 년 동안 도시의 열악한 환경에서 모진 삶을 견딘 나무가 저장한 탄소는 0으로 수렴하게 된다. 이러한 도심 수목의 관리를 위해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결국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도시 수목의 식재와 관리는 탄소를 흡수하는 사업이 아니라, 배출하는 사업이 된다. 믿기지 않는다면 당장 집 주변에, 출퇴근하는 길가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살펴보길 바란다. 그리고 예전에 그 자리에 있던 나무들이 어떻게 됐는지, 현재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무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 탄소중립을 위해 도심에 나무를 많이 심자는 주장에 앞서, 현재 자행되고 있는 무자비한 도시녹지 관리방식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만 한다. 지금의 방식이라면 도심에 나무를 심는 것은 또 다른 탄소배출사업이 될 뿐이다. 홍석환 /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대선,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 업·단체들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경계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조용하다. 원자력에너지 관련 기업인들은 현 정부의 원전정책을 비판하며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고, 정보통신인들은 이재명 후보의 디지털 대전환 공약에 지지선언을 보냈다. 화물운송인들이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을 했고, 여가·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한쪽 후보를 지지하기도 하고, 양쪽으로 나뉘어 지지하기도 하고. 이렇게 다양한 지지선언이 봇물을 이루는 이면에는 정책적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조경은 그 중요성에 비해 사회적 위상이 너무 낮다고 한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경정책이 바뀌려면 조경가 출신의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는 말도 자주 회자된다. 하지만 조경계는 유난히 정치 참여에는 보수적인 면을 보여왔고, 중요한 선거에서 조경계의 목소리를 듣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조경단체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박영선 후보의 ‘수직정원도시’ 공약에 대한 범조경계 지지선언식이 진행됐다. 조경단체가 정치 선거의 장에 과감하게 나선 것 자체가 신선했지만, ‘양다리’ 전략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참여였다. 물론 지지선언 전후로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다. ‘수직정원도시’ 공약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선거 결과에 따라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자기 소리를 내지 않는 분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섭섭하다는 말 한마디에 정치적 불이익을 계산해야 할 만큼 대범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지, 실제 선거 후 불이익은 실체도 불분명하다. 정치가 오히려 유권자를 무서워해야 하는데, 대놓고 조경가를 무시하는 정치인이 엄연한 것은 우리의 분명한 실수다. 조경계가 눈치만 보고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이익을 볼 것은 더더욱 없으며, 대책 없는 중립으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일이다. 잠시 국회 출입 기자를 하면서 정치인들의 속마음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들이 기자들에게 마냥 좋은 기사를 바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참 아이러니하지만, 밋밋한 홍보 기사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 줄 수 있는 비판적인 기사를 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들은 이슈의 중심에 서길 원하며, 사람이 많이 모인 곳, 정치적 요구가 높은 곳을 찾아다닌다. “정치인들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 모으기에도 바쁜 정치인들이 반대 편에 지지선언 한번 했다는 이유로 특정 업계를 대상으로 보복을 준비한다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지난 1월 26일 한국조경학회 주최로 여야 국회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탄소중립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국민 토론회’가 열렸다. “국가도시공원을 실현하기 위해서 국가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실은 차기정부에 대한 조경계의 바람을 전달한 것이다. 이 행사가 이번 선거기간 정치권에 전달한 조경계의 유일한 목소리였다. 이후 각 선거 캠프에 들어가 조경 정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조경계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는 좀더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지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다. 선거는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목소리에 가장 귀를 기울이는 때이다. 또한 유권자들에게는 잠시나마 정치인들을 향해 갑질을 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아닌가. 이제 축제는 끝나가고 있다. 다음 축제에서는 조경계의 염원을 담은 정책이 누군가의 공약이 되고, 그 흔한 지지선언의 한 면을 조경계가 장식하길 기대해 본다. “당신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가 당신을 자유롭게 두는 것은 아니다.” - 페리클레스 박광윤 / 환경과조경 국장
  •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e-환경과조경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사회 정책 이슈에 대응하고 환경·조경계의 폭넓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어 나가고자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논설위원 6인을 새롭게 위촉했다. 이번에 구성된 제3기 논설위원은 2022년 3월부터앞으로 2년간 ‘조경논단’ 칼럼을 집필하게 된다. 이번에 위촉한 객원 논설위원은 ▲김진오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 ▲박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유시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이해인 HLD 소장 ▲허수경 엔쓰컴퍼니 대표이사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등이다. 김진오 교수는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월간 환경과조경 잡지사에 재직하며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미국 Arizona State University에서 환경계획 석사,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도시계획학 박사를 취득하고, 미국 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박찬 교수는 2016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서울시립대학교의 도시과학빅데이터‧AI연구소 연구원으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융합환경계획연구실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및 기후적응 전략을 자연기반해법 논의와 연계하여 공간계획으로 구체화해나가고 있으며, 데이터기반 의사결정 지원을 위해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의 연계, 공간빅데이터의 활용 및 다양한 공간분석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 환경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시범 조사관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을 공부했다. 2016년부터 서울시청 푸른도시국과 공원녹지사업소에서 실무를 경험했고, 현재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에서 입법조사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환경·조경의 담론과 사람들의 경험 사이에서 더 나은 입법 정책이 실현되도록 고민하며, 서울시의원 의정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해인 소장은 HLD를 이끌고 있는 조경가로, 사회적·공간적 문제를 해결하는 설득과 수행의 수단으로서 설계가 갖는 영향력을 탐구하고 주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서울대학교와 UC 버클리에서는 도시계획을 공부했다. 2018년 환경과조경이 주최하는 ‘제1회 젊은조경가’에 선정됐고, 2022년에는 조경단체가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조경인상’을 수상했다. 허수경 대표는 2015년에 스마트시티 솔루션 기업인 엔쓰컴퍼니를 설립하여,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일상의 다양한 문제와 요구를 생활밀착형 제품과 서비스로 풀어나가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옥외용 공기정화기술 ‘에어돔’ 개발, 5·18공원 5G MEC기반 스마트폴 구축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부터는 10년 동안 조경시설물 업체인 스페이스톡에 근무하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홍석환 교수는 현재 부산대학교 조경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환경계획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최대한 자연의 질서를 따를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방법을 모색하는 다양한 연구와 실천적인 집필을 진행하고 있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어릴 적 용산 외갓집에 머문 적이 있다. 지금은 철거된 삼각지 원형 로터리 주변으로 기억한다. 동네 아이들과 동네 곳곳을 탐험하는 놀이는 흥미롭고 설레는 일이었다. 아이 시선으로 더 높게 보였던 담장으로 둘러싸인 금단의 땅은 50년여 년 지난 지금도 온전히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한 상태다. 미군기지는 우리나라 질곡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구한말 임오군란을 계기로 청나라 군대가 이곳에 주둔한 이후 청일전쟁을 계기로 일본군이 주둔하게 됐고, 해방 후 미 군정이 들어오면서 미군이 이 터를 차지하게 된다. 국가의 중심인 수도 한복판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것이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여론이 형성돼 가면서 1990년 한미 양국은 ‘용산기지 이전 한미 간 기본합의서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2005년 대한민국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를 공원화하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곳 용산은 아픈 역사를 가진 땅”이라고 장소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용산공원은 지금 세대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소중한 자산이며, 긴 시야를 가지고 푸르고 넓게 활용하면서 차근차근 완성해가야 한다”고 약속했다. 2007년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공원화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용산공원 공원화에 관한 다양한 정책연구들이 축척 돼 왔다. 중앙정부, 지자체, 시민사회 등 여러 주체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면서 계획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진행했다. 2016년 정부는 각 부처에서 제안받은 구상안을 모아서 성급하게 용산공원 콘텐츠를 발표했다. 경찰박물관, 과학문화관 등의 신축을 발표하면서 부처 간 나눠 먹기와 난개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필자는 뜻을 함께하신 사람들과 ‘용산공원 시민 포럼’을 출범해 정부 주도의 용산공원 계획을 견제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을 모으고자 했다. 포럼을 지속하지는 못했지만, 용산공원 시민 포럼의 선언은 현재 시점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원을 만드는 일은 백년지대계이다. 하나, 용산공원은 온전한 모습으로 회복해야 하고, 둘, 시민과 함께 계획하고, 만들고, 운영해야 하며, 셋, 긴 호흡으로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 이후에 서울시는 정부 주도 계획 방식의 개선과 온전한 공원 조성을 위한 면적 확대 등을 주장하면서 중앙정부를 압박한 결과 공원 부지는 확대됐다. 전쟁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부지에 포함됐고, 옛 방위사업청과 군인아파트 부지도 대상지에 편입되면서 300만㎡가 됐다. 당시 서울시는 임대주택에 대한 논의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대주택 공급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은 오늘의 문제고 반면 용산공원을 온전히 하는 것은 내일의 문제고 민족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용산구에서는 드래곤 호텔 부지의 민간 대토 방법으로 이전하는 일까지도 추진했다. 아직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제대로 된 모습의 공원을 만들기 위한 여러 주체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원을 만드는 일은 집합적인 창조 과정이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사회의 리더들은 책임 있는 결정을 위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경우 공원화 논의 시작에서 조성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밑거름됐다. 1844년 언론인 브라이언트가 ‘숨 쉴 수 있는 장소’로서 공원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이후 사업가인 로버트 민튼 주도로 사회 리더들의 여론을 형성해 갔다. 1851년 킹스랜드 시장이 공원 조성을 선언하면서 160에이커 부지를 마련했다. 이후 한 청년의 제안에 따라 500에이커 시민공원을 지정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고, 1853년 시의회가 중앙 분야 조성 추진을 공식 결정했다. 1855년 페르난드 우드 시장은 의회의 공원면적을 줄이자는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고, 공공선이라는 명분으로 의회와 협상을 하면서 공원화 면적을 줄이지 않을 수 있었다. 1857년에는 더 확대된 700에이커 부지에 공원 현상공모를 진행해 설계안을 확정했고, 이후 추진과정에서 843에이커로 공원 부지 면적을 확대했다. 더 좋은 공원을 만들기 위한 기나긴 과정 중에 많은 사람의 힘이 수렴됐다. 그 결과로 센트럴파크는 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가치를 발하고 있다. 공원은 백 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민주당 일부 국회의원은 청년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용산공원 부지 300만㎡의 20%인 60만㎡를 활용해 8만 가구를 짓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별법도 개정하겠다는 퇴행적 구상도 가지고 있다. 이는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일관되게 이어온 정책 기조를 뒤바꾸겠다는 것이고, 도시의 미래와 미래 세대에 관한 관심이 추호도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다. 오직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임시변통의 태도다. 지금까지 정부와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합의해 온 원칙과 방향을 뒤엎겠다는 일은 결코 옳지 않다. 얼마 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자는 용산공원에 관한 상이한 두 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용산공원을 뉴욕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자연 속 휴식과 문화의 공간으로 조성하겠습니다”라는 공약을 발표한 다음 날 용산공원 부지 일부와 주변 부지에 10만 호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어렵게 확보한 부지의 20%에 주택을 지으며 어떻게 센트럴파크 버금가는 좋은 공원을 만들 수 있을까? 서로 배치되는 모순된 약속이다. 아픈 역사를 가진 터전에 공공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우리 자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땅을 온전히 지켜야 한다. 이 땅의 공간 주권을 회복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용산공원은 천천히 만들며 미래를 위해 남기고 아껴야 할 땅이다. 용산공원 특별법 개정을 절대 반대한다. 용산공원 지키기 범국민운동 시작을 제안한다. 마치며 2005년 용산공원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의 말을 되새겨본다.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은 착공은 있으나 준공은 없는 장기사업이다. 후손들이 원하는 대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가급적 많이 남겨 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원 조성 사업과는 다르다. 광복 100주년인 2045년 공원이 완성될 예정이다.” 조경진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나는 자연인이다 최근 고령화와 함께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100세 시대) 도래함에 따라 중장년층을 50+세대라고 부르고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에 중장년 남성 애청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사랑과 존중의 결핍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을 어머니의 품으로 상징하듯 자연은 그들을 따스하게 안아 주는 어릴 적 엄마와 할머니의 가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억압된 훈육을 받아온 남성들은 정년 후에 더욱 크게 느껴지는 상실감과 자존감 하락을 경험한다. 상실된 남성성과 양육적 본성을 느끼게 하는 자연 속 활동에서 만족감을 찾게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100세 이상을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에서 남성의 자존감을 높이고 쓸모 있는 존재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2021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 백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한민국 자살률은 세계 1위로 OECD 평균보다 2배가량 높다. 성별 자살률을 살펴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2.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을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은 사랑과 측은지심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자연인들은 생존을 위한 활동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스스로 존재감을 확인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은 자신을 치유하는 모습과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즐겁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상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다 산지기처럼 자연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형편이 되거나 혼자라도 좋다는 용기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자연인의 삶 속에서 일상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치유적 활동을 살펴보고 그 효과에 대해 알아보는 건 어떨까? 중년 남성의 자존감과 자신의 품위를 찾아가는 길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을 남성들에게 식물과 함께 내적인 힘을 스스로 길러 내는 치유의 과정, 녹색 처방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낌 없이 주는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기 자연인이 된 남성은 자연과 상호의존적 관계를 맺는다. 매일 아침 하늘을 바라보고 날씨를 살피며, 채소도 심고 먹거리를 찾기 위해 산자락도 걸을 것이다. 과거 원시 시대의 남성들이 채집활동으로 가족의 먹거리를 해결했듯, 자연인들은 원시적 채집활동을 하며 자연의 모든 것들과 상호작용해 자연을 사랑하고 돌보는 관계가 된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돼서도 듣지 못했던 ‘잘했어, 수고했어, 사랑해,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등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애착의 관계가 잘못 형성되면 일방적 외사랑이나 스토커로 변질되듯 자연과 맺는 관계도 그렇다. 나무의 이름을 줄줄 외워야 한다는 강박적인 걷기를 하고 있지 않은지, 자연에서의 삶이 노동과 힘든 일상의 반복이 되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나무는 소년에게 그늘도 되고 열매도 주고 그네도 되고 돈이 필요할 때는 땔감도 제공해 준다. 노인이 돼 다시 나무를 찾은 그 남자에게 밑둥만 남은 나무는 말한다. “이리 와 내게 와서 쉬렴” 정신과 전문병원에는 중독병동이란 곳이 있다. 이곳엔 알코올, 니코틴 등 각종 마약류 등에 중독되는 장애와 도박중독, 게임중독 등 특정한 행위에 중독돼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 남성들이 있다. 중독으로 인한 기능장애가 자신과 타인의 삶을 망치게 돼 폐쇄된 공간에서 입원해 치료받는 남성들에게 원예작업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폐쇄된 병동의 문을 열었다. “이 나무들은 무엇일까요? 오동나무, 은행나무, 때죽나무, 잣나무, 벚나무, 아까시나무입니다. 잘 다듬어서 솟대도 만들고 받침도 만들어 보겠습니다 나무를 잘 다듬어 보세요. 나이테가 보이는 나무토막의 안과 겉을 만져보세요.” 남성들은 나무를 곱게 갈고 나이테를 만지며 “마치 속살을 만지는 느낌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무토막을 사포로 다듬으며 무표정한 남성환자의 얼굴에 엶은 미소가 번졌다. 각자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가족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완성된 나무작품에 단주 각오나 소망을 담고 사랑한다는 말을 새기고 있었다. 국화 화분를 들고 들어갔을 때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시를 읊고 국화향기를 맡고 있었다. 문신이 가득한 팔뚝과 손으로 나무와 국화를 기르며, 자신을 괴롭히던 잡념들은 사라지고 집중·몰입이라는 건강한 체험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식물과 건강한 상호작용의 첫걸음이 시작돼 식물을 가꾸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해 일 년간 국화를 분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환우들의 국화 전시회를 열었다. 많은 것을 실패한 남성들이 작은 전시회를 하며 느꼈을 뿌듯함은 아직도 내게 국화 향기처럼 은은하게 남아있다. 혈관건강나이를 젊게 하는 비법 ‘통증불통(通則不痛)’ 온몸의 혈액순환이 조화롭게 소통된다면 아프지 않다. 혈액이 순환돼야 건강한 100세를 살 수 있다.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혈관나이를 젋게 하는 비법을 자연에서 찾아보자. 혈관길이는 약 12만㎞다. 지구를 세 바퀴 돌 수 있는 엄청난 길이의 혈관이 오늘도 우리를 살리고 있다. 자신의 혈관나이는 몇 살일까? 혈관나이란 혈액순환 정도와 혈관의 노화 정도를 동일 연령 평균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값이다. 중년남성의 만성스트레스와 혈관건강 및 건강요인에 대한 연구에서 일반 직장인보다 자연과 더불어 운동하는 그룹의 혈관나이가 점차 젊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숲이나 정원에서 하는 운동은 헬스장에서 하는 근력 중심의 운동보다 자율신경 균형을 조화롭게 한다. 식물을 보며 시야 가득히 녹색을 보면 편안해진다. 청각, 촉각, 피부에 스치는 바람까지 인간의 모든 감각이 통합돼 뇌로 전달된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나 바람소리는 자율신경계의 부교감을 활성화시켜 마음의 안정감을 주고 분노와 억울함을 가라앉히는 상태를 만든다. 항 스트레스 지수를 의미하는 자연치유력(SDNN)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체가 조화를 이루고, 혈액순환도 활발해진다. 이전의 일상은 급성 스트레스 상태로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상태였다. 이 상태가 만성화되면 병이 생긴다. 중장년 남성들은 전에 비해 몸이 굳고 생각도 굳어진다. 위로가 돼주는 자연, 식물을 만나고 소통하는 정원에서의 운동과 일상이 혈관 나이를 젊게 하고 부드럽게 해준다. 치매를 예방하는 비법 1) 명상 먼 산을 바라보거나 차 한 잔을 마시며 명상의 시간이 주어지는 쉼의 여유로움은 고독을 승화해가는 수련의 단계다. 명상은 뇌의 전두엽을 자극하니 치매예방, 우울과 불안 감소 등 인지와 정서, 자율신경의 균형이 조절된다. 2) 자연광과 함께하는 풍욕 피부에도 호흡이 필요하다. 숲에서 공기가 잘 통하는 옷을 입고 자연의 바람을 느껴고, 자연광을 쬐며 체내시계를 자연의 질서에 따라 맞춰볼 필요가 있다. 3) 심인법 우리는 호흡을 바르게 하고 있을까? 뇌를 위한 휴식법으로 팔과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고 산책하며 고르게 깊은 호흡을 반복하는 심인법은 호흡이 깊어지고 에너지가 채워져 컨디션을 좋게 한다. 4) 삼토법 결가부좌나 반가부좌 자세를 하고 코를 통해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후 입을 가볍게 벌려 윗치아 뒤편에 혀를 가볍게 스치게 해 ‘츠’ 소리를 내면서 숨을 내보낸다. 이때 체내의 이산화탄소 등의 탁기가 배출된다. 5) 영정좌관 정, 기, 신의 조화로운 삼매를 구하며 수행하던 17동작으로 선인들이 바위나 폭포 등에서 명상수련을 하던 방법이다. 6) 걷기 건강을 위한 보법은 그냥 걷는 것이 아니다. 상체와 하체의 조화와 고관절을 충분히 플어주면서 근력을 증진하는 걷는 기술을 말한다. 생애주기별 운동법은 노년기는 노르딕 워킹, 중장년은 급보(急步), 20·30대는 파워 워킹, 청소년은 속보로 걷는 것이 효과적이다. 7) 나무와 꽃과 함께 걷기 같은 장소를 산책하기 보다 다른 장소로 변화시키면서 걷은 것이 뇌에 효과적이다. 자연과 친해지는 첫 번째는 경쟁하듯 많이 외우고 기억하는 것이 아닌, 걷는 속도에 맞춰 소나무·잣나무·때죽나무 등의 이름을 부르고 나무의 속 사정을 알아가며 함께 걸어보는 것이다. 참살이(authenticity)를 실현할 수 있는 비법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아버지께서 할아버지 제사에 쓰시던 지방 글이다. 어릴 때는 그 뜻을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우는 학생으로 인생을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신령이시여 나타나서 자리에 임하소서’라는 의미였다. 인간의 마지막 과제는 성숙과 가치 있는 삶의 마무리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100세 인생을 위해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산속 은둔지를 찾아간 자연인에게는 사회에서 충족되지 않은 외로움이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열혈 시청하는 이들도 그렇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자신만의 만족, 고집과 굳어가는 생각이 나타나고 호더 증후군, 기억장애, 우울, 불안과 같은 병이 생기게 된다. 사회를 위한 원예적 나눔이 있을 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젊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다. 자연과 잘 만나는 법, 원예치유적 배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서울시립대학교 시민대학은 서울시민 누구나 학력에 상관없이 학습할 수 있는 곳이다. 시민대학 ‘힐링원예 과정’에서는 원예작업의 기초와 치유적 나눔을 교육하고 있다. 자연을 통해 나눔과 참 삶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자연활동을 통해 나눔과 참 삶을 보여주는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정년 후 에너지 절약 활동을 교육하며, ‘피노키오 프로그램’을 창안한 정 선생. 일명 피노키오 선생이다. 나무의 다양한 활용을 알려주고 나무를 만지는 작업을 즐겨 했다. “김 선생, 자연활동은 너무 좋아요. 환자들이 나무를 많이 만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동화 속 피노키오를 팔, 다리, 머리로 조립해서 만들 수 있도록 세트로 만들었어요. 피노키오를 완성하면서 피노키오와 같은 실수를 후회하기도 하고 다양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요” 그는 정신장애인들의 원예작업과 정원활동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내게 사랑으로 치유하는 치유센터, 치유정원을 만들어가라면서 나무 현판과 로고를 만들어줬다. 녹내장으로 점점 시력이 불편해지고 있음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갈 곳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 즐거이 아픈 사람을 돕는 자연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김미영 /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 수년 전, 필자가 근무했던 수목원에서 영화를 상영한 기억이 있다. 메리 레이놀즈가 세계 최대의 정원박람회인 첼시 플라워쇼에 도전해 금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을 담은 ‘플라워 쇼’라는 영화다. 영화를 상영했던 당시에도 산림청 등의 정부기관이나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 곳곳에서 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있어 사람들의 정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었다. ‘플라워 쇼’의 주인공인 메리 레이놀즈는 어려서부터 식물과 자연을 좋아해 그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유년기가 지나면서 자신이 보고 느꼈던 자연을 정원으로 디자인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꿈을 키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유명한 가든 디자이너 밑에서 인턴 생활을 한다. 하지만 이용만 당하고 해고가 되는 등 많은 고초를 겪는다. 그럼에도 결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최연소로 금메달을 수상한다.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아일랜드의 가든 디자이너인 메리 레이놀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첼시 플라워 쇼는 국내에서도 정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정원박람회다. 필자 또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주변 사람 중에는 신혼여행지를 영국으로 계획해 첼시 플라워 쇼를 관람하는 정도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건 2011년과 2012년 연속으로 금메달을 수상한 황지해 작가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황 작가의 수상이 더 감동스러웠던 건 출품작의 소재가 ‘해우소’와 DMZ로 가장 한국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는 마음속의 멘토가 된 것 같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나라 또한 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원박람회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학생 또한 마찬가지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일반인은 취미 등을 위해, 학생들은 경험을 위해 참여하지만,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작가 부문에 비해 예산이나 규모가 작은 것이 현실이다. 2019년 산림청에서는 정원 분야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34세 미만의 관련 분야 청년(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원 분야 전문가, 소위 정원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정원을 조성하는 전 과정을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계획했다. 사업의 정식명칭은 ‘정원분야 실습·보육공간 조성사업’이었지만, 홍보 등을 위해 사업 시행기관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서 ‘정원드림 프로젝트’라는 보조사업명을 설정해 2020년 참가팀 공모를 시작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20년에는 울산, 천안·아산, 춘천, 김천, 순천 등 5개 권역 25개 대상지에 120명이, 2021년에는 울산, 천안, 순천, 오산, 구미 등 5개 권역 25개 대상지에 125명이 참여했다. 제안서 심사를 거쳐 확정된 25개 팀은 1팀당 1명의 정원전문가(정원작가)가 정원 설계부터, 식재디자인, 식물 선정 및 식재, 시설물 설치, 관리 등 정원 조성의 전 분야를 멘토링 했다. 정원 조성 대상지는 지자체에서 도심 내 유휴부지를 선정해 제공하며, 조성이 완료되면 시민정원사에 의해 관리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현재까지 조성된 정원은 도시재생에 크게 기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21년에는 정원 조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사전교육과 전년도 참여자가 멘토 역할을 경험하는 ‘새싹멘토’ 제도를 운영하며 프로젝트의 질을 높여 나가고 있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참여 작가와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발대식부터 설계와 디자인안을 발표하는 디자인 워크숍, 마지막 행사인 최종보고회와 시상식 모두 지역별로 하거나, 온라인으로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20년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직접 운영했던 천안·아산의 발대식에는 황지해 작가를 강연자로 초청해 정원에 대한 철학과 경험 등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원드림 프로젝트는 올해 3년 차를 맞이한다. 매년 새로운 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올해의 주제는 ‘지구를 위한 정원’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19와 탄소중립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사회·환경적인 이슈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으며, 정원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두되고 있다. 정원은 코로나19가 가져온 개인과 사회의 단절을 해소하고, 외로움과 우울증 등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한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탄소중립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추진하는 생활정원 조성사업은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대응기금으로 편성돼 운영되고 있다. 이런 큰 문제부터 우리 인식하지 못하는 여러 문제들을 청년들은 정원을 통해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하다. 올해는 여러모로 정원드림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제시된 주제에 대한 학생들과 청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이를 기반으로 조성한 정원의 모습도 기대되고 있다. 첼시 플라워 쇼의 정원은 기본적으로 철거되지만 ‘정원드림 프로젝트’의 정원은 최소 5년을 유지한다. 유지되는 기간 동안 정원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지역 시민과 시민정원사의 손길, 머무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정원 속 식물은 성장하고, 무엇보다 참여하는 청년들이 성장하리라 믿는다.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미 2022년 정원드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사전 SNS 활동을 시작한 청년들이 있다. 팀명과 풀이가 상식을 뛰어넘는다. 이들의 정원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들이 조성하는 ‘지구를 위한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참여하는 청년들에게는 꿈(Dream)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원이지만, 지역주민들을 비롯한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드림(獻)의 정원이다. 더 많은 청년들이 참여해서 꿈을 현실화하고 더 많은 드림이 있기를 기대한다. 남수환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2-08
  • 이 세상에서 살아온 역사를 돌아보면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이나 일들이 많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전기가 발명돼 새로운 사회로 변화된 것, 아니 혁명을 가져온 것이 가장 큰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전기가 없던 그 이전의 사회와 전기가 도입되면서 급격하게 세상이 변화됐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류가 처음 불을 사용한 이후로 많은 연구를 하며 더 밝고 지속가능한 불을 찾다가 전기라는 엄청난 자원을 얻게 돼 모든 분야에서 과히 혁명이라 할 만큼의 놀라운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것이 지금부터 200년도 안되는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전에는 대부분 1차 산업인 농업중심의 수공업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는 모든 것이 관계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소통되고 협력해 일을 행하던 사회였다고 볼 수 있다. 농사를 지어도 사람들이 함께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모든 일들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먹고살 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기로 인해 세상은 더욱 편리함과 안락함을 추구하게 됐고 고도화된 산업을 통해 사람이 하던 모든 일은 이제 기계화와 산업화로 기계와 컴퓨터로 하는 일로 바뀌고 있다. 컴퓨터의 기능이 좋아질수록 일의 양은 많이 소화되지만 더 늘어나고 바빠져 사람들과의 관계는 맺기 어려워지는 세상이 돼버렸다. 조경분야만 해도 40년 전에는 제도판에 티자와 삼각자, 샤프펜슬로 그리며 서로 아이디어를 내며 많은 관계와 시간을 들여서 작업하던 생각이 난다. 특히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부스 안에서 반갑게 맞아 주던 분들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됐고, 이제는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로만 통과하는 고속도로가 됐다. 이동하면서도 전화를 할 수 있다고 그 큰 전화기를 들고 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 휴대폰은 모든 기능이 들어가 있어 사람들에게 신체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휴대폰이 친구고 나의 전부가 돼가고 있다. 23개월 된 손자가 나보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휴대폰을 더 잘 만지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는데, 휴대폰이 얼마나 직관적으로 잘 만들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그 휴대폰으로 다양한 정보 등을 통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으니 더욱 사람과의 관계, 즉 가족과의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가 이뤄질 시간은 점점 줄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모포비아(nomophobia)라는 신조어가 있는데 no, mobile, phobia(공포)를 합성한 단어다. 즉 휴대폰이 가까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그런데 그런 증상을 휴대폰 사용자 3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고 하니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 이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노모포비아 증상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2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화했다. 사람들의 모임과 만남이 제한되면서 동호회 같은 모임이 사라지고 결혼식·장례식 문화 등이 변화하며,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시대가 돼버렸다. 이제 혼자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사회는 더욱 관계가 아닌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으로 변화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서로 소통하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나마 우리 조경 분야가 다루는 정원이나 공원 등의 녹지 조성 사업은 1차 산업이라고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관계 맺으며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살아 있는 생명을 가진 식물은 생명이 없는 무생물이 다루기가 불가능하므로 사람이 직접 상태를 보고 햇빛이 필요한지, 수분을 공급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해서 사랑으로 관계를 맺어야 그 식물의 본래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꽃피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지만 살아 있는 식물을 볼 때 마음이 동하도록 지어졌기 때문에 식물이 주는 힘은 무엇보다도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정원의 열풍이 얼마나 강한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정원으로 모든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도시를 그려 본다. 그 예로 꽃심, 정원도시 전주시를 사례로 살펴볼까 한다. 2019년 1월부터 현재까지 3년간 사람들의 관계로 만들어 가는 도시를 생각하며 전주시 총괄조경건축가를 이끌어 왔다. 전주시장, 공무원, 시민 등과 관계를 맺는 일부터 시작해 정원도시 전주를 꿈꿔 왔다. 관이 주도해 물리적인 정원의 공간을 만들어낸 정원도시가 아닌, 시민이 꽃과 식물을 알고 사랑하게 돼 식물을 존중하며, 식물을 심는 사람끼리 또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 관계가 새로운 관계를 낳을 때 전주 시민이 정원을 사랑하는 정원도시 전주가 된다고 생각한다. 전주시에 살고 있는 시민 중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또 새로운 관계를 맺고, 이 관계를 통해 또 다른 사람과 정원을 알게 되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도시를 꿈꾸게 됐다. 그중에 두 명의 시민을 소개하며 관계 맺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한다. 먼저 첫 번째 시민은 시내 도심에서 요리학원을 운영하면서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작은 집을 마련해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식물을 알아가며 식물을 사랑하고 식물과 관계를 맺으며, 심신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요리학원을 운영하면서 정원에서 나는 재료로 요리도 하는 등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됐다. 이러한 삶을 살게 되면서 주변의 이웃과 관계를 맺고 싶어, 본인 소유 땅인 골목에 먹거리 식물을 심어 소통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등 식물과의 관계를 맺으며 시작한 삶이 이웃과 소통하는 동네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두 번째로 음악 하는 시민은 시내 중심도로변에 작은 건물을 짓고 1층에 음악 강의실을 준비하면서 도로변 작은 땅에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정원을 가꾸면서 내면이 건강해지는 등 정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원에 사랑이 담기면서 지나가던 시민도 카페인 줄 알고 찾아 들어오면서 차를 대접하고 그분과 관계를 맺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시작됐다. 지금은 그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소가 됐다. 이외에도 금암광장이라는 공공 공간이 정원으로 바뀌면서 시민들이 머무르고 관계 맺는 소통의 장소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을 보면 정원은 가장 아날로그적 요소지만, 오히려 그 정원이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도시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이렇듯 우리의 도시는 정원이라는 매개를 통해 따뜻한 이야기와 사랑이 있는 도시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는 공동체로 이뤄지고 있다. 공동체는 누구든 상관없이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다루는 조경을 통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의 일이 모두를 행복하고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손으로 또 다른 도시 내에서의 정원을 디자인한다. 만들어진 이후에 아름다운 관계 맺는 도시를 상상해 보며, 오늘도 관계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모든 분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맺는다. 최신현 / 씨토포스 대표
  •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두 번째 겨울을 맞았다. 처음은 상상할 수 없는 공포로 시작됐다가 지금은 일상이 된 듯한 느낌이다. 코로나19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패스 등은 생활의 변화를 야기했고 사람들은 시나브로 적응해 가고 있다. 식당에서 홀로, 또는 칸막이가 있는 자리에서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해졌다. 동료가 있어도 감히 얘기를 나누는 것이 어렵고 부담스럽다. 어쩌면 혼자 있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급기야 이런 변화는 감염병보다 더 심각할 수 있는 또 다른 병을 초래했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불안, 초조, 답답함, 무기력, 분노 등으로 인한 우울감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사회란 틀 안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과 어울림이 차단됐고, 관계의 유지도 어려워졌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게 됐다. 언제부터인가 홀로 있는 어르신들에게 개나 고양이가 가족으로 여겨져 반려동물이 됐던 것처럼 새로운 반려가족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지금의 반려동물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무관심하거나 덜 보살펴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언제부터인가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꽃집을 비롯해 수목원과 식물원에서, 심지어는 백화점에서도 반려식물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서적 측면에서 식물의 효과가 부각되면서 반려식물과 정원이 새로운 트랜드가 됐고, 이는 식물테라피와 플랜테리어라는 새로운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식물은 동물만큼 교감할 수는 없지만 동물과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리 없이 성장하는 것이 그렇고, 꽃이라는 절정을 맛볼 수 있는 것이 그렇다. 비록 식물이 꽃을 피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로 인한 기쁨은 그 시간을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는다. 물론 꽃이 아니더라도 식물을 키우는 것 자체가 즐거운 시간이다. 최근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서는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과 산업공단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내정원(스마트가든)에 대한 효과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식물이 있는 공간이 피로나 우울감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기관, 산업공단 종사자 외에도 코로나19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두 기관은 스트레스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실 그동안은 사회활동 즉, 친구나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통해서 이러한 스트레스가 관리됐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소하게 여긴 시간이 정신건강에 있어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의 측면에서 반려식물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듯하다. 식물을 가까이 두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회적 현상은 매우 반갑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과연 반려라는 용어를 쓸 만큼 우리가 식물을 소중히 여길까 하는 마음에서다. 반려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병원을 찾는다. 정기검진을 통해 주기적으로 각종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건강은 물론이고 털을 깎고 염색을 하는 미용도 한다. 물론 주인의 의지에 따라 다르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에 반해 식물은 어떨까. 키우는 식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름조차도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일 듯하다. 하물며 이들 식물에 대한 생육정보를 알고 키우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바람이 아닐까. 반려식물이 진짜 반려식물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먼저 이 식물을 판매하는 분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지, 물은 얼마나 자주 줘야 하는지. 하지만 아직 이러한 정보는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식물이 고사하는 위기에 처하더라도 살리려 애쓰지 않는다. 식물병원이 있지만, 반려식물을 살리려는 생각으로 식물병원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식물병원이 그런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만, 수요가 있다면 진작에 수요를 반영한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 아쉽고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수목원이나 식물원, 국가정원 등 식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셜네트워크만 살펴봐도 이들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내용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식물이란 단어는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일부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것이다. 정원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정원을 일반적으로 아름다움을 누리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정원의 진정한 의미는 스스로 가꾸는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반려식물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꾸는 것. 반려라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되새기며 식물을 키우고 교감하기를 바라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반려식물의 의미가 싹트지 않을까 싶다.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1-11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자연은 임자가 없다. 강 위에 부는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은 내가 아무리 취해도 금할 사람이 없다. 아무리 써도 바닥날 일도 없다. 나는 그걸 즐긴다. 그렇게 무진 보배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에게는 그런 삶의 선택권이 있다.” -성파- 최근의 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지구 생태계 먹이그물에서 최상위에 위치하는 인류의 생활방식과 삶의 가치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으며, 새로운 생활 방식과 가치관 정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구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 혁신 노력과 협력이 요구되고 있으나, 지구인 입장에서의 친환경 생활방식과 가치관 정립이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의 인간은 더 많은 재화를 소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국가적으로도 매년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생산량을 늘려 국가총생산과 경제성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국가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목표다. 동시대 지구적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이와 같은 물질 성장 중심의 경제활동이다. 지구생태계의 건강보다는 물질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제활동이 현재 지구적 재난의 주범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성장 중심의 국가운영은 결과적으로 지구환경을 오염시키고 기후변화를 초래해, 지구가 더 이상 인류의 보금자리가 될 수 없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이제 우리 인류는 경제성장 지향적 생산 활동이 아니라 건강한 지구생태계 유지를 위한 적정 생산과 소비를 해야 한다. 즉 지구생태계의 회복 및 유지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생산과 소비수준을 정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제개발 관행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후속세대는 지구상에서 살기 어려워져 지구 밖 다른 위성으로 이주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생태계에서 종(種)의 개체수는 먹이사슬 관점에서 천적의 존재로 인해 개체수가 적절한 범위 내로 조절된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사람에게는 강력한 천적이 보이지 않아 인구가 무한정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의 코로나 사태를 본다면 바이러스가 천적이 돼 지구상 과다 인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최근의 지구적 재난을 대비함에 있어서는 자연생태계 회복과 보전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는 환경조경분야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으며, 더불어서 환경조경분야 비영리법인의 미래를 내다보는 공익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 월간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뉴스레터 100호 기념 설문’ 조사(2021) 결과는 환경조경 공익 활동의 중요성을 확인해 주고 있으며 앞으로의 공익 활동 방향설정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지향해야 할 가치로서 ‘환경조경분야 나눔문화 확산(29%)’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고, 다음으로 ‘환경조경복지(25%)’가 중요하다고 했다. 즉 ‘나눔과 복지’가 환경조경 공익법인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함은 혼자만 잘 살기보다는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응답자 의식 바탕에 자리 잡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이러한 의식은 ‘공생’이라는 더 보편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조사 결과가 우리나라 환경조경분야 사람들의 의식 가운데 나눔과 복지, 그리고 공생에 대한 의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나눔과 복지, 즉 공생은 지구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 개념이며, 지구 재난 극복을 위해 인류가 지녀야 할 기초적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즉 경제성장을 좀 늦추더라도 건강한 지구환경을 위해서는 나 개인 혹은 일정 집단만의 욕심을 차리려 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소유를 넘는 재화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인류를 위해 나누고 공생하자는 것이다.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여기서 생기는 재화를 자신의 창고에 쌓아놓는 ‘소유의 삶’보다는 이를 나누는 ‘공존의 삶’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선한 노력을 통해 건강한 지구를 누릴 수 있으며, 지구재난을 극복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나눔과 복지가 지구인의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가 된다면 탐욕스러운 경제개발 일변도의 관행에 변화가 올 수 있으며, 건강한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적정 개발 강도에 대한 세계인의 공감대 형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적정개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자연스럽게 지구상 적정 인구수, 도시의 적정 건물 및 녹지 밀도, 등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도시녹화가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개발과 보존의 해묵은 논쟁은 건강한 지구의 관점에서 새로운 담론으로 귀결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개인의 소비관행에서도 소비절약, 폐품 업사이클링, 채식 식단 등 녹색소비가 정착될 것이다. 이와 같이 나눔과 복지가 범지구적 윤리로 확립되고 실천이 이루어진다면 기후변화와 팬데믹으로 가시화된 지구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다. 여기서 나눔의 범위는 한 국가를 넘어, 국가 간 나눔으로 확장돼야 지구적 재난의 범세계적 공동해결이 가능해진다. 탄소 감축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이미 일정 수준의 경제개발을 이룬 선진국과 경제개발을 위해 탄소배출이 불가피한 개도국 간 이견으로 국가 간 탄소감축 계획에 대한 합의에 어려움이 있음을 볼 때, 선진국이 공생의 차원에서 개발도상국에 어느 정도는 양보를 하는 것이 지구적 윤리와 공생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이 지닌 무진보배를 영구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에서 뜻있는 기업 소유주들이 자기 재산의 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선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음은 인류가 지구적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기부계의 홍길동으로 불리는 익명의 김달봉씨가 매년 억대의 이웃돕기 기부를 하자, 전국에서 김달봉이라는 이름으로 기부하는 나비효과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 지구인은 소유의 삶이 아닌 공존의 삶을 살아야 하고, 공생을 실천해야만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한 지구를 후손에게 넘겨줄 수 있다. 암벽 등반 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손에 잡은 줄을 반복해서 놓아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듯이 손에 잡은 것을 지구를 위해, 후손을 위해 나눈다면 지구상 만물이 모두 행복한 유토피아에 이를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 그리고 지구상 모든 존재가 공존해야 나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지구적 위기 극복의 필수 요건이다. 지구촌 위기 극복은 나눔과 복지, 그리고 공생의 실천에서 시작돼야 한다! 임승빈 /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이야기 식물로 치유가 필요한 오늘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어렵고 힘든 고비는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며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 삶은 마치 겨울을 지나 단단해진 튤립이 봄에 꽃을 피우는 것과 닮아있다. 아픔을 겪고 이겨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우려는 측은지심이 생겨 다시 누군가를 돕곤 한다. 이들을 ‘운디드 힐러’라고 부른다. 한국은 1990년 이전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였는데 2021년 현재 OECD 1위를 17년간 유지하고 있다. 2050년 한국은 가장 장수하면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1년 낮은 출산율의 주요 원인은 자살이 차지하고 있다.(신경과학회, 2021) 이는 빨리빨리의 문화로 성장한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와 같다. 이제는 잠시 쉬어가며 물어보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상처를 안고 치유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편백나무숲과 같은 자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톨스토이는 답하고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은 사랑이었다고,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기훈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도 그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식물을 가꾸는 원예작업은 이 같은 사랑을 나누고 사랑으로 자신을 성숙시켜 인간 최고의 성장 상태로 자존감을 높이는 치유 작업이다. 자존심이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라면, 자존감은 타인의 평가와는 관계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며 자신의 품위를 찾아가는 길을 말한다. 정원을 가꾸면 어떤 치유가 가능할까? 과거 인류의 최초 작업 중의 하나는 손으로 자연에서 먹을 것을 채취하고 생존을 위해 자연을 다스리는 원예작업이다. 이같이 자연과 더불어 인간은 변화하고 발전해 진화와 생존을 했기 때문에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생태적 진화능력이 있다고 보는 진화심리학적 측면이 있다. 최초의 채집과 농사 활동 모두 생존을 위한 본능적 원예작업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녹색환경에 최적화된 생명체이다. 그 말은 녹색이 가득한 시선처리, 즉 녹시율이 높을 때 가장 안정적이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다. 농업은 노동 중심의 생산작업이 주가 되고 원예는 관상과 여가중심의 사회작업을 포함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원예(園藝)의 어원은 라틴어 hortus(園)와 cultra(藝, 재배·가꾸기)에서 나왔으며, 둘레를 치고 그 안에 채소, 과일, 화초 등을 심어서 가꾸는 일이나 기술을 말한다. 영어의 horticulture는 ‘정원(庭園)을 관리한다’, gardening(造園術, 조원술)은 ‘경작하는 기술’, paradise는 정원(garden)을 의미하는 원시 이란어 paridayjah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거쳐 영어에 유입된 단어로 알려져 있다. 원예의 어원에 낙원의 의미와 문화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게 신기했다. 원예-가드닝-문화-낙원 꽃과 나무를 곁에 두고 가꾸면 행복감을 갖게 되고 충만한 교감을 통해 엔도르핀이 나오게 된다. 식물을 기르면 양육본능이 충족되니 고독감도 해소될 수 있다. 신체 움직임 특히 손을 많이 쓰게 되니 뇌의 전두엽 기능이 활성화되고, 신체 근력도 늘어난다. 휴식도 취하게 되니 흥분만 되던 자율신경이 안정화되는 부교감의 활성화가 강화돼 조화로움의 정서를 느끼게 된다. 작은 씨앗과 작은 들풀의 생명력을 보며 감동을 받게 되고 다이돌핀 호르몬이 나와 마음과 머리를 건강하게 한다. 작은 과제를 완성하며 나는 가치 있는 일을 했고 존재의 의미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심미적 본능과 욕구가 충족된다. 이렇듯 아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Dr. Kim이 식물과 함께 내적인 힘을 스스로 길러 내는 치유의 과정, 녹색 처방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연에서 나만의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해 보자 인간작업모델이론(MOHO)은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으로 인간의 의지, 습관, 수행능력에 영향을 주며 내재적인 치유 능력을 발휘하게 유도할 수 있다고 보는 치유이론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은 나를 치유하고 세상을 치유하는 수단이 된다. 나는 누구인가? 질문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나의 건강한 의지를 기르고 습관을 만들고 자연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강한 나를 만들어 보자. 생태중심주의적 자연관은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서 인간의 본래적 가치는 자연의 모든 존재(인간+동물+식물+무생물)이며, 그 자체로 가치 있음을 알게 하는 이론을 말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자 상호의존적 관계로,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자연도 인간도 건강할 수 있다. 인간은 마음과 인지와 몸의 요소가 있다. 부정적인 말은 부정적인 생각과 몸을 만들게 된다. 반면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은 건강한 몸을 만든다. 자연을 바라보면 긍정적인 정서가 자연스럽게 유발되곤 한다. 긍정정서가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는지,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에 몰입을 느껴 보았는지, 삶의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행복을 목표로 의미 있는 삶, 참됨을 실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연과 함께하는 활동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누는 활동과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한다. 위와 같은 이론 중심으로 자연 활동을 할 때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긍정정서와 만족, 다이돌핀과 같은 감동의 호르몬을 흐르게 할 수 있다.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동료들을 밟고 올라가며 미끄러지던 호랑애벌레가 나비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 목표를 찾아가듯, 우리도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물으며, 치유의 길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 나만의 정원활동을 시작해 보자 식물을 가꾸며 치유가 가능할까? 식물을 가꾸며 힐링하던 사람들을 찾아보자. 헤르만 헤세는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정원을 가꾸고 정원을 그렸다. 정원일의 즐거움 중 한 그루의 나무 이야기다. 한 그루의 나무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안에는 핵심이, 하나의 불꽃이, 하나의 생각이 숨겨져 있다. 나는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다. 영원한 자연의 어머니는 나와 더불어 전례가 없던 일을 시도한다. 내 모습과 내 피부밑에 흐르는 혈관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것이다. 내 우듬지에 달린 가장 작은 잎사귀가 벌이는 유희, 내 가지에 난 아주 작은 잎사귀가 벌이는 유희, 내 가지에 난 아주 작은 상처조차 유일한 것이다. 내 사명은 바로 그런 일회적인 것 속에서 영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그림 중 유일하게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자신이 정원을 돌보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그의 글을 통해 정원을 가꾸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내면의 위로와 성찰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의 타샤 튜터 할머니의 정원은 개인과 가족의 힐링을 보여주었다. 천리포수목원의 설립자인 민병갈 박사는 한국인으로 귀화해 한국 최초의 민간정원이자 목련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자연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앞장서 만들어가는 녹색나눔을 실천해 주었다. 놀라운 일이다. 나는 매해 4월이면 천리포수목원의 목련을 보러 간다. 그곳에 설립자의 배려가 담긴 의자에 앉으면 민병갈 박사가 “이곳에 앉아 목련을 바라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곳에 앉아보면 너무 멋진 꽃멍의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스한 봄 햇살과 바닷바람, 파란 하늘, 눈부신 목련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것이 녹색이 주는 자연치유임을 알 수 있다. 식물은 분명 인간의 내면을 치유하고 성장시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힘이있다. 중세 시대 정원이 있는 수도원은 안정감과 자연이 주는 오감자극을 통해 병의 회복을 돕는 장소로 활용됐다. 정신과 환자들을 묶거나 강박하는 대신 화초, 채소, 과일 등을 재배하거나 가꾸는 원예활동을 하도록 했을 때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아동들을 위한 정원이 있는 병원, 암 환자를 위한 정원, 재활환자들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정원, 정신과 환우들을 위한 정원 등 치료적 공간으로서의 정원들이 늘어가고 있다. 노인들에게 요양원 대신 치유농장에서 돌봄을 받으며 활동을 할 곳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네델란드에서 치유농장은 국가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노인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치유농장에서 활동을 하며 신체적, 심리적 재활을 하고 있다. 1800년대 후반 독일에서도 요양원, 병원, 교회 등의 부속 정원을 중심으로 ‘케어팜’이 운영됐다. 치유농장 육성사업이 시작된 후 여주 농업기술센터 치유농장 육성사업으로 여주 야생화 자연 농장 컨설팅을 맡은 적이 있다. 야생화를 보존하고 재배해 판매하고 농촌체험을 하던 농원이 힐링과 치유가 가능한 공간으로 리모델링 돼 경증인지장애 노인들의 인지재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요양원 대신 치유농장을 선택해 사는 노후가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원에서 치유를 경험한 이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원은 나에게 무한히 많은 것을 준다.” “야생화를 돌보는 나는 행복한 부자예요.” “정원을 해보니까 행복감이 이 속에 담겨있다는 걸 느껴요.” “꽃은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메시지나 영감을 얻게 해주는 것 같아요.” “우리가 꽃을 돌보는 게 아니라 꽃이 우리를 가꾸고 있어요.” 김미영 /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 2022년 새해에는 한국조경학회가 탄생 50주년을 맞는다. 1972년 봄꽃이 기지개를 필 무렵, 대대적인 국토 개발을 이끌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에서 조경에 관한 첫 세미나가 개최됐고 7월에는 건설부에 공원녹지과가 신설됐다. 그해 겨울에 서울대와 영남대에서 조경학과가 설치 인가를 받았다. 같은 해 12월 29일, 한국조경학회 창립총회가 개최되면서 한국에 ‘조경’의 탄생을 알렸다. 그로부터 어언 50년 세월이 흘러 2022년에는 사람의 나이로 치면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명을 깨닫는다는 나이에 이르렀다. 반세기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과 함께 조경 산업 또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고, 그 중심에는 늘 조경학회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 학회는 본연의 임무인 학술 관련 사업으로 학회지 및 학술지를 발간하고, 한‧중‧일 국제 조경전문가 회의, 세계조경가대회(IFLA) 참여 등 국제 교류를 통한 학문적 정보 교환에도 앞장서 왔다. 학생들을 위한 조경디자인캠프와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을 매년 개최하고 조경 업계의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 조경문화대상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산림조합법 개정 반대 투쟁’(1988년)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 반대 투쟁’(1997년)처럼 조경 분야가 위기에 직면할 때면 업계와 함께 분야의 권익을 위해 선두에 나섰다. 기후 위기와 포스트 팬데믹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 앞에서 조경학회도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있다.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조경학회의 힘찬 발걸음에 응원을 보낸다. 이제 미래의 50년을 목표로 반세기에 접어든 한국 조경의 과거를 차분히 뒤돌아보고 새로운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전략을 세우고 발전을 위한 전기를 마련해야 할 때다. 먼저, 조경계에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단일의 대표 단체인 조경학회에서 파생되어 나간 여러 관련 학회와 협회 등 많은 단체 사이의 협력과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과거 권위적 형태의 중앙집권적 단일 조직은 지양해야 한다. 분야의 다양한 요구를 하나의 목소리로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중앙 조직의 결정을 모든 단체에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상명하달 방식의 운영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여러 단체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조경 분야 전체의 단결된 목소리가 필요할 때는 함께 연합해 힘을 모으는, 공감 능력을 극대화한 ‘느슨한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 지난 2017년 3월 3일, 조경의 날 기념식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가 총재 사퇴 후 결국 해체 수순을 밟은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의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조경 분야에도 이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해 미래 성장을 위한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젊은 조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조경 분야의 여러 단체와 조직은 대개 학연, 지연에 얽매여 나이나 학번 순으로 수장을 결정해왔다. 몇몇 단체는 여전히 원로나 고문의 입김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경 원로 1세대를 존경하고 그 공로에 감사하지만, 보수적인 한국의 정치판에서도 30대 정당 대표가 나오는 현실을 볼 때 조경계는 세대교체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연공서열보단 능력과 성과주의에 바탕을 둔 세대교체 바람이 변화에 대한 열망과 미래 세대의 역동성을 담아내는 용광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2022년 8월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조경가협회(IFLA) 한국총회를 계기로 모든 조경인이 힘을 모아 분야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는 IFLA가 주관하는 글로벌 조경인들의 대표 행사다. 2022년에는 개최국 한국으로 전 세계 조경가들이 모이게 된다. 세계조경가협회는 전 세계 77개국 2만5천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글로벌 조직으로, 1948년 영국에서 설립된 이후 현재는 유럽, 아시아‧태평양,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5개 지회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1981년 협회에 가입해 1992년 IFLA 총회를 서울, 경주, 무주에서 개최한 바 있다. 당시 국내 조경계가 일치단결하여 대회를 잘 준비한 결과 34개국 305명의 외국 정회원 참석자를 포함해 총 1천 3백여 명의 참가자에게 한국의 조경을 알리고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으며 한국 조경의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학회, 협회 등으로 구성된 IFLA 조직위원회가 얼마 남지 않은 대회 준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손길이 부족하고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범조경계 차원의 많은 관심과 아낌없는 협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경 분야도 여러 대선 캠프에 조경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테스크포스 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여러 난관에 봉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경 단체는 여전히 적절한 대응을 위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분야 전체 생태계가 침체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다. 유일한 희망인 ‘조경진흥법’조차 실효적 사업을 거의 담지 못한 상태다. 타성에 젖은 조경계가 현실에 안주하면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제라도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조경 분야의 목소리를 제도에 담아내려면 2022년 대선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산림청 등으로 분산된 조경 관련 사업을 아우르고, 나아가 통일 한국의 전 국토를 우리 손으로 푸르게 가꿀 수 있는 강력한 녹색 정부 부처를 만들어보자. 백년대계를 바라보고 함께 큰 그림을 그려보자. 이번이 기회다. 열 살 터울인 국내 유일의 조경 전문지 ‘환경과조경’은 2022년 새해에 창간 40돌을 맞는다. 그동안 한국 현대 조경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조경 분야 대표 언론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자부하는 본지는, 2014년 1월 대대적 리뉴얼과 함께 조경 언론으로서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꿔 왔다. 급변하는 인터넷 정보화 시대의 물결에 발맞추어 ‘e-환경과조경’을 오픈했고, 전국 조경학과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을 주관했다. 조경 분야 발전에 공헌한 분의 업적을 기리고 미래의 조경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올해의 조경인상’과 ‘젊은 조경가상’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정원박람회’와 ‘LH가든쇼’를 진행해 정원 문화 확산과 정원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제 창간 40년을 맞이하여 ‘환경과조경’은 한국 조경의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며 미래를 향한 좌표를 설정하고,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나갈 것이다. 박명권 환경과조경 발행인
  • 다사다난했던 2021년 조경인들의 희노애락을 돌아보고,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이하는 조경인들의 꿈과 소망을 들어봤다. 건설업계 ‘공유의 시대’ 오길 박현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책임매니저 어느덧 건설회사에서 19년 차를 맞게 되었다. 다행히도 본사와 현장을 적절히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속에서 근무를 해왔다. 건설회사 조경직은 계획, 설계, 시공, 하자 및 유지관리 등 조경업 전반에 대한 실질적 참여가 가능한 조경계의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한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산업의 흐름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조경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시장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고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하며 새로운 상품으로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도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 비해 건설사 조경조직은 통폐합되거나 조직의 규모가 축소되는 등 처우가 안 좋아지는 곳이 더 많아지고 있다. 현장으로 확장해 본다면 선행공사 지연 등 적정공기 미확보로 준공일을 맞추기 위해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고 있고, 짧아진 공기로 현장을 메뚜기처럼 금방 분주하게 옮겨 다녀야 한다. 준공쯤에는 불명확하고 주관적인 외부공간의 장애인 기준으로 뜯었다 고쳤다를 반복하고 녹색건축 및 생태면적률의 제도적 허점으로 비생산적인 일상들이 반복되고 있다. 수주산업 기반인 건설회사는 상대와 경쟁에서 이겨야 일감을 갖게 되므로 ‘2등의 가치’에 의미를 두지 않는 이분법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협업보다는 경쟁이 더 익숙하고 폐쇄적인 문화를 갖는다. 심지어 같은 회사 내에서도 현장별로 비슷한 일을 늘 새롭게 반복하고 있기도 하다. 2022년에는 이러한 과거의 인습을 벗어던지고 서로의 머리를 맞대어 공동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공유의 시대’를 기대해 본다. 작게는 회사 내에서 크게는 건설업 전반으로의 수직, 수평적인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면 좋겠다. 만약 직접적인 교류와 공유가 보안상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 학회나 협회를 구심으로 협력도 가능할 것이다. 빠르게 앞만 보고 성장한 건설업에 내실을 다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다가오길 바라본다. 건축·조경의 ESG 디자인에 대하여 정우식 JLP Project Architect 2020년도에 이어서 장기화된 팬데믹에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여러 어려움과 변화가 있던 2021년이다. 우선 사회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언택트’ 산업이 확장하면서 비대면에 최적화된 업무, 생활환경이 주된 관심을 받은 가운데 주목할 만한 한 가지가 있다. 답답한 상황 속에서 자연, ‘살아있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과 최근 산업 전반에 일던 ‘체험형’ 트렌드가 만나 단순한 구경과 감상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는 자연을 찾고 있다. 어쩌면 올해 다국적 건축가 그룹인 DRC XJTLU 소속으로 콘셉트 디자인과 디렉팅에 참여했던 SIGS 서울국제정원공모전 ‘The Pink Island’ 수상은 사회적 니즈와 DRC가 의도한 친환경 재료·순환에 대한 이용자들의 체험, 즉 ESG에 대한 DRC의 기획이 잘 맞아서일지도 모른다. 주변 해외 출신 동료들이 공통적으로 아쉬워하는 부분은 국내 인식이 여전히 환경과 사회적 경험을 별개로 접근하여 결과물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고민이 학생 때나 가능한 콘셉트 수준의 발상이라고 폄하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트렌드는 사회적인 니즈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이며 실제로 많은 디자이너들의 입체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이 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는 건축과 조경의 ESG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 맞물려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국내외 디자인 컨설팅 기업인 JLP International로 옮기게 된 가장 큰 동기가 되었다.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을 바탕으로 입체적 디자인과 환경적 요소들의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기획으로 사회에 공헌하고자 한다. 그저 담을 뿐 유청오 조경사진가 사진가로 보낸 21년 한해를 돌아본다. 대상은 공동주택, 정원, 건축·조경, 공원, 전통정원, 도시경관 기록, 호텔, 박람회 등 조경 관련 일에서 각종 행사, 광고, 제품, 모델 등 촬영과 사진교육까지 다른 분야의 일도 병행했다. 그 와중에 공모전 당선(PHOTOGRAPHY MASTERPRIZE AWSRD 2021)도 되고 사진 전시회(The Tulip)를 열 기회를 얻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바쁘지만 알찬 한 해를 보낸 셈이다. 부쩍 조경 관련 분야의 사진기록에 대한 요구가 늘었다는 것을 느낀다. 사진하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반가운 변화다. 조경의 대중성이 확대되고 작품성이 견고해지는 증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내년에도 그럴까? 일시적인 것일까? 지속적인 기록에 대한 욕구가 있기를 바란다. 반드시 사진이 아니더라도 영상 혹은 글을 통해 꾸준한 기록과 출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기록이 있음으로써 분야가 생존하거나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공간에 공감을 녹여낸 것이 조경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조경공간 안에서 공감하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진가의 몫이다. 마스크 속 헐떡이며 놀이터 휘젓는 아이들이나 나무 아래 눈 맟춤 할 연인을 바라보며 그저 사진가는 짐작하여 찍으며 행복해할 것이다. 2022년에도 사진가는 그저 열심히 담아낼 것이다. 새해에 바라는 프로젝트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한해가 끝나면서 마무리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해를 지나서 지속되는 프로젝트가 있다. 나의 경우 후자가 훨씬 더 많다. 그러다 보면 연말에도 바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해가 바뀌는 날이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프로젝트가 끝나고 시작되는 시점들이 후련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좀 더 특별한 기분이 든다. 3년의 길었던 광화문 프로젝트 설계준공(12월 31일)과 함께 2021년을 마무리하고 있다. 기간도 길었고, 이슈도 많았기에 지난 3년의 온갖 일들이 엇갈려 마음이 어지럽다. 당선으로 기뻤던 기억, 몇 번의 위기 속에서 마음 졸였던 기억, 말도 안 되는 의견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어 화가 치밀었던 기억, 수많은 반복 속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갔던 기억, 당선자로서 설계한 내용들이 사라지면서 느꼈던 좌절의 기억, 억지를 부려서라도 설계안을 관철하고 싶었던 미성숙한 나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웠던 기억 등. 여러 기억 속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이 사업이 어떻게 흘러왔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어떤 생각과 결정을 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아쉽다. 2022년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특별한 공간 브랜딩을 위한 설계, 공공을 위한 정원, 리노베이션을 통한 공간특화, 핫플레이스 연출, 조경가가 만드는 전시 공간, 고급스러운 호텔의 외부공간 등 새로운 프로젝트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싶다. 생활의 위로, 마을을 바꾸는 생활밀착형 조경 윤호준 조경하다 열음 소장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7000명(2021년 12월 기준). 2021년에는 종식될 것 같았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인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빠르면 2024년, 어쩌면 코로나19를 예방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위드코로나 시대를 계속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도시 구조에 대해서도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생활밀착형 조경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자연을 가까이하려는 욕구가 높아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드닝(Gardening)이 2022년 주목할 라이프 트렌드 일 순위로 꼽혔다. 하루 대부분 시간을 도시나 콘크리트 건물에서 영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숲과 자연의 필요성을 크게 체감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다수의 ‘공공’을 위한 공간일수록 좋은 품질의 조경 혹은 정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일상에서 마주하는 조경공간의 품질은 더 열약하다. 누구나 집 앞에서 고급 정원을 향유할 수는 없겠지만, 보다 나은 공간에서 쾌적함을 누리는 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는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다가올 2022년에는 생활의 위로, 마을을 바꾸는 생활밀착형 조경에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녹색 복지’로서 꼭 필요한 일이다. 식물의 사회적 가치 주목받는 해 되길 한철구 렛그린 대표 2022년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지난 2021년을 돌아보면 2020년에 비해서 상당히 안정적으로 직원들이 성장하고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2012년부터 중기청 과제를 세 번 연속으로 수행하면서 준비한 수직정원 사업이 정책적으로 보급이 되면서 회사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직원들이 못 따라올까 걱정했던 마음이 많이 덜어졌다. 2012년에 처음 작성했던 사업계획서에서부터 언급했던 수직정원의 보급을 통한 일자리 창출까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수직정원을 설치한 곳의 주체들도 유지관리를 하기 위해 비용이 발생한다는 데 공감하기 시작했다. 꿈꾸던 일들이 10년 만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22년부터는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식물을 활용한 치유교육과 환경교육 등의 시장도 활성화될듯하다. 수직정원 뿐만 아니라 정원 문화가 더욱 발전하여 식물의 사회적 가치 또한 더욱 주목받기를 기대하며 2022년에 희망을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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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일·한 조경인 축구대회 성료… “세대 잇는 교류·협력 공고히”
[환경과조경임정우기자]24년전심은우정의씨앗이다시한번용인에서발아했다. 제24회일·한조경인 축구대회가지난26일한국용인에서성황리에개최됐다. 조경인들의화합과기술교류의장을마련한이번대회는팬데믹이후5년만에한국에서열린첫대회로,한일양국의조경관계자들이다시만날수있는뜻깊은자리를제공했다. 이번제24회일·한조경인 축구대회는양국조경인들간의기술교류와협력의지를더욱공고히하며,조경인의역할과책임에대한 인식을고취시키고자마련됐다. 축구대회하루전인지난25일에는양국조경가들이에버랜드장미원과 하늘정원길을시작으로희원과호암미술관을둘러보며교류의시간을가졌다. 한국의다양한조경스타일을엿볼수있는이번탐방은현장도슨트가함께해장미원과하늘정원길의조경설계와 유지관리의배경을설명하고,희원과호암미술관에서는한국의전통조경과현대조경을한자리에서볼 수있는시간을마련했다. 양지근린공원에서진행된축구대회는기후변화와공동체회복등다양한사회적과제를함께해결하기위해양국의 조경인들이지속적으로협력하자는다짐속에서이뤄졌다. 노영일한국팀예건단장은개회식환영사에서“조경은생태계보호와재생에너지를 통한지속가능성을실현할수있는중요한분야”라며“이 대회를통해양국의조경인들이세대간지식과경험을공유하며조경의가치를함께널리알려가자”고 말했다. 이어콘도마사토일본팀교토시청단장은“조경은시대의변화에따라쾌적한 공간을창출하며이용자의요구와사회과제에대응해왔다”며“향후에도 양국간의지속적인협력과기술교류를이어나가길바란다”고말했다. 이날경기에서는한국팀이일본팀을3:1로리드하며승리를거뒀다. 경기가끝난후저녁에는용인라마다호텔에서시상식과환영의밤이진행됐다.시상식에서는 한국팀과일본팀의MVP를포함한주요선수들이시상받았고,이어진 공연에서는테너노경범,피아니스트김영아,그리고바리톤 김현등이멋진무대를선사하며환영의밤을더욱빛냈다. 특히노경범테너가부른‘물망초’는 한일조경인들의연례만남이앞으로도지속되기를바라는마음을담아큰감동을줬다. 올해대회는특별히한국과일본에서역대최대규모의신입회원들이참가해한일조경인축구대회가세대를잇는 교류의장으로거듭날수있음을확인시켰다. 신입회원들은행사주제곡인영국밴드퀸의‘WearetheChampion’을함께부르며화합을다졌고,한일 조경인의지속가능한목표와조경의의미를세대와함께나누는뜻깊은시간을보냈다. 한편제25회축구대회는내년일본도쿄에서열릴예정이며,일본팀은더욱발전된대회준비를약속했다.
“전통조경, 품셈 신설 등 합리적인 설계·시공 전문성 강화해야”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국가유산수리·설계시전통조경전문성강화를위해실측설계기술자·기능사및수리업에‘조경설계’분야를추가하고,합리적인설계와시공이가능하도록전통조경품셈신설이추진될전망이다. 국가유산조경기술자회,한국전통조경학회,국가유산청자연유산국명승전통조경과가주최하는‘2024년국가유산조경기술자회컨퍼런스’가지난18일국립고궁박물관강당에서개최됐다. 이번컨퍼런스는국가유산수리를담당하는국가유산조경기술자회,한국전통조경학회,국가유산청명승전통조경과로구성된3자협의체를발족하고,전통조경표준품셈신설을위해국가유산을수리하는기술자들의의견을수렴하기위해마련됐다. 특히국가유산조경기술자들이업무수행에도움이되는정보를제공함으로써전통조경업역을공고히해시장확대를모색하기위해기획했다. 세션1에서는‘전통조경정책과제도의현주소’를주제로▲김창규미래문화제도정책연구원장이‘전통조경의활성화를위한자연유산법과국가유산수리법의개선방안’▲주충효국가유산청자연유산국명승전통조경과사무관이‘국가유산청전통조경사업과정책동향’을발표했다. 세션2에서는‘전통조경수리현장과지향점’를주제로▲소현수서울시립대학교조경학과교수가‘전통조경유형별맞춤형관리방안’▲김충식전통문화대학교국가유산전문대학원교수가‘국가유산에서조경수리의지향점’을발표했다. 세션3에서는전통조경표준품셈신설공청회및종합토론이진행됐다.공청회는안승홍한경국립대학교식물자원조경학부교수와이승용전통조경설계지유대표가‘전통조경표준품셈의신설방안’을주제로발표했다. 발표가끝난후진행된토론은김순기국립순천대학교교수를좌장으로발표자및▲정해준계명대학교교수▲장재삼지드앤파트너스대표▲이종근산수조경대표▲정대영국가유산청사무관▲임성란국가유산청주무관이패널로참여해청중과질의응답을이어갔다. 국가유산청은조직개편으로자연유산국에명승전통조경과를신설함으로써외형적으로나업무적으로커다란변화를겪고있다.이에자연유산의보존및활용에관한법률제정하에합리적인전통조경설계와시공이가능하도록전통조경시방서를마련하고,전통조경표준품셈을작성하는연구를진행하고있다. 현재국가유산수리공종중중요한조경분야품셈이없는실정으로국토교통부나산림청의품셈을가져와사용하고있으며,현행의문제점과유사공종의비교분석을통해향후조경분야표준품셈제정기본방향과앞으로의계획등을올해수립하고있다. 주충효사무관은“전통조경은자연유산은물론문화유산등전반에걸쳐있으며,국가유산기본법과자연유산법에서그중요성이강조되고있다.국가유산기본법제7조제2항에서‘국가유산과주변의자연경관이나역사적·문화적가치가뛰어난공간을함께보호할것’이라고명시하고있다”고말했다. 이어“전통조경의중요성과발전성에주목하는이시점에서전통조경분야의수리정책,보존관리및활용제도·지원등결실은우리모두가얼마나적극적으로하느냐에달렸다고생각한다.현재추진중인정책과제도들이초기에좋은결실을맺을수있도록전문가및종사자분들의보다적극적인참여를바란다”고덧붙였다. 소현수교수는국가유산인사찰,전통마을의정비변화를식생경관,전통구조물,포장시설,배수시설,현대식시설등카테고리를나눠전통조경현장의문제를공유했다. 김충식교수는“현행조경공사국가유산수리표준시방서는2005년전면개정된이후19년동안개정없이수목관련재료및기법등매우일반적인사항만을포함하고있었다”며“2022년과2023년용역을통해마련된조경국가유산수리시방서개정안은올해수리기술과협의를지속진행해지난22일국가유산수리기술위원회상정을거쳐11월초의견조회후연내개정고시할계획이다”고말했다. 이어“자연유산법내전통조경의취지에부합하도록현행시방서의5개공종을‘일반사항,재료,조사,공사중의수목보호,시공’에서‘일반사항,조경기반공사,조경식물공사,조경시설물공사,조경유지관리’로변경할계획이며,17개세부공종을19개세부공종으로보다구체화할계획이다.특히쓰임말정리,타기관시방서참조,조경포장및배수등지속적인고도화방안을모색할예정이다”고강조했다. 안승홍교수는“건설공사조경공사,산림분야,건축분야등의표준품셈관련연구는특정공종별,실투입노무량과비교등을통한개선방안연구등고도화가이뤄지고있지만,전통조경분야관련연구는시방서공종분류의기초단계연구뿐이며,품셈관련연구는전무한실정”이라며“연구를통해국가유산수리표준품셈에부재한조경공사품셈작성대상항목이우선도출돼야한다”고말했다. 아울러국가유산청은올해연구를토대로향후2~3년간의대상공종별현장실사등을통해표준품셈을마련해고시할계획이다.또한현재‘국가유산수리등에관한법률’에따라국가유산분야실측설계업무를수리공종에관계없이국가유산실측설계업에서수행(보존처리,식물보호등일부공종예외)하고있다. 이에따라국가유산조경수리분야하도급폐해와수리품질저하우려,조경수리분야발전성저하등을이유로조경분야의설계를분리하는방안을지속협의하고있다. 현행법은국가유산수리및실측설계제한규정을두고문화재실측설계를할수있는자는국가유산실측설계업자로등록된자로명시하고있으며,국가유산수리는국가유산수리기술자중실측설계기술자로건축사법에따른건축사자격을가진자로제한하고있다. 이에기존의실측설계업-실측설계기술자-실측설계사보는존치하고,별도조경설계업-조경설계기술자-조경설계사보를신설해분리하는방향으로수리기술과와협의를진행하고있으며,이에따른수리법개정을추진하고있다. 한편지난13일박정하의원(국민의힘)은국가유산수리·설계시전통조경전문성강화를위한‘국가유산수리등에관한법률’개정안을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국가유산수리및실측설계제한에있어실측설계기술자·기능사및수리업에‘조경설계’분야를추가해국가유산수리업의전문성향상등의내용을담았다.
“도시숲 시민참여 활성화, 민·관 협력 중간지원조직 운영필요”
[환경과조경신유정,임정우기자]도시숲조성및관리를위한시민참여활성화를위해서는민·관이협력해중간지원조직운영이필요하다는의견이나왔다. 수원그린트러스트와수원특례시가주관하는‘2024도시숲조성및관리를위한시민참여활성화정책토론회’가17일수원일월수목원히어리홀에서개최했다. 이득현수원그린트러스트이사장은개회사를통해“도시에서의녹지환경이점점중요해지고있다.지속가능한도시숲,살기좋은수원시를위해마련된토론회에많은분들의열기를모아발표되는내용이정책적으로잘반영돼진행될수있도록노력하겠다”고말했다. 송성덕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장은환영사를통해“기후변화로인해도시숲의소중함을더느끼게됐다.시에서도도시숲에대한관리나품격을높일수있는부분들을많이고민을하고있는데,오늘토론내용을바탕으로정책에적극적으로반영하도록하겠다”고약속했다. 토론회는1부이양주경기연구원선임연구원의‘도시숲지원센터의지정및운영의근거와필요성’,최승희생명의숲사무처장의‘도시숲확대및관리를위한시민참여활성화방안및사례’주제발표와2부종합토론이진행됐다. 이양주선임연구원은“인구밀도가높은수원시내에서는대규모숲을확보하기어렵다.작은숲들을3차원적으로잘조성하는것이현실적전략”이라며“대부분땅이사유화된상황에서이모두를시가하기에는한계가있어,시와민간이같이해야한다.작은숲들을조성하고연결하면면적은적지만도시숲의기능을유지할수있다”고말했다. 더불어“밀도높은도시에서생태계서비스를위한숲의확보는매우어렵기때문에게릴라녹화운동도수용할수있는민·관이협력해중간지원조직을운영하면게릴라보다더효과적일수있다”는의견을밝혔다. 최승희사무처장은도시숲조성사례와주요사업및나아가야할방향에대해설명하며“지역사회와소통해현장에서이슈를찾아시민참여를확대하고,도시환경·사회문제해결을고려한새로운모델및대안만들기가중요하다.특히시민활동가조직,교육을통해지역사회내에서지속될수있는체계를마련해야한다”고강조했다. 이어“교육·건강·치유등다양한영역과네트워크를형성해연결고리역할을하고,다양한영역의이해관계와거버넌스를구축해운영해야한다”며“현장의상황이정책적으로반영될수있도록제안및개선이필요하다”고말했다. 발표가끝난후에는김부식한국조경신문회장을좌장으로▲이범석새빛수원손바닥정원단단장▲박영철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상임공동대표▲서형미수원광교카페거리마을정원단팀장▲김선주수원시녹지경관과과장이패널로참여해토론이이어졌다. 서형미팀장은카페거리의성공사례와과정을소개하며“틈틈이이뤄지는환경정화활동으로이웃주민들과유대가강화되고마을주민들의자발적참여가늘어났다.지속적인마을정원맞춤교육과모니터링,전문가의조언이함께한다면더욱유연한도시숲관리가이뤄질수있을것같다”는의견을밝혔다. 박영철상임공동대표는지난수년간수원시가탄소배출절감을이루기위해도시숲을조성하는과정에서시민사회와시의주도적으로협력한내용을설명하며“그과정에는시민단체의참여가중추적이었다”고말했다. 이범석단장은“도시숲조성에있어아파트조경이굉장히중요한것같다.지금까지사유지라는이유로공동주택조경에어려움을겪었다”며“아파트주민과조경전문가사이의중재역할을하고,마을공동체및지역적·이론적특성을고려한의사결정을할수있도록도와줄지원센터가필요하다”고강조했다. 김과장은수원시가추진중인시민활성화정책에대해이야기하며“시는시민들이참여할수있는600개소이상의마을정원에서900명이상의시민들이참여를하고있는성과를보여주고있다.앞으로도시민들과함께만들어가는공동체정원등을더확대할계획이다”고말했다. 토론회에참여한한시민은아파트조경에있어시민들이겪는현실적인어려움을토로했다.“주민들의편의와아파트조경의생태계가충돌하는경우에는지속가능한아파트조경을지키기어려운것이현실”이라며“아파트조경을공공영역으로가져올수있는방법이마련됐으면좋겠다”는의견을밝혔다. 이에이양주연구원은“이런부분이개선되기위해서는더욱도시숲지원센터가지정및운영돼야한다”고강조했다.
서주환 교수, ‘국토공간발전연구원 창립’ 초대 이사장 취임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서주환전경희대학교교수가국토공간발전연구원창립발기인대회에서초대이사장으로서“앞으로국토공간과조경분야발전”에헌신하겠다는포부를밝혔다. 지난17일롯데호텔월드3층제이드룸에서는국토공간발전연구원창립발기인총회가개최됐다. 국토공간발전연구원은국토공간과조경분야의학문적산업적발전방향을모색하는연구기관으로서,이날총회는개회선언을시작으로연구원설립현황보고,내년도사업계획발표및총회안건토론순으로진행됐다. 이날행사는개회선언과함께방세환경기도광주시장의축전으로문을열었다.방시장은“보전및정주환경의질적향상이라는새로운패러다임에대응하는중추적역할을국토공간발전연구원이해주기를기대한다”며연구원의설립을축하했다. 이어이경진전공주대학교조경학과교수가연구원설립현황과내년도주요사업계획에대해발표했다. 그는우선“국토공간발전연구원은국토공간의지속가능한발전을목표로하고있으며,이를달성하기위해다각적인노력을기울일것”이라며“조사·분석,계획설계,학술연구를통해국토공간에대한종합적인연구를수행할뿐만아니라,국토공간및조경분야의전문가양성에도주력할계획”이라고강조했다. 또한“기존학회보다조금더진보적이고새로운스타일로학술활동을해보려고한다”며“관련신사업을개발하여우리사회의공간환경을한층더발전시키는데기여할것”이라고연구원의설립취지를밝혔다. 2025년도사업계획에는▲총회및학술대회개최▲연구원미래비전계획수립▲국제학술지발간준비▲외부수탁용역수행등이발표됐다.특히국제학술지발간은5년내에SCI급학술지를발간하는것을목표로하고있으며,이를위한연구와준비작업을차질없이진행하겠다고밝혔다. 이어진총회는서주환임시의장을추대해진행했다.총회안건으로는정관심의,이사장및임원선임,2025년도사업계획및예산안상정,연구원조직구성등이다뤄졌다.특히연구원의사단법인화를위해국토부와협의과정을가져갈계획이며,이를원활히하기위해서정관및사업계획수정을이사회의결의를통해처리할수있도록위임하는안건이통과됐다. 서주환이사장은마지막인사말에서“가칭사단법인국토공간발전연구원을창립할수있도록적극적으로참여의사를밝혀주고도와주신회원여러분들게감사한다”며무엇보다“열심히하겠다는약속을먼저드리겠다”고말문을열었다. 그는“유사분야들이서로협업하고융합의과정을거치면서새로운영역을개척하는것이중요”하다며“융복합을추진해우리업역을보다확대하고,상상을초월하는고부가가치를창출할수있는방향성을제시하는것”을가장해보고싶은사업으로꼽았다.하지만“융복합이라고하면환경생태분야,ICT기술,AI기술과의접목을생각하겠지만,순수예술,디자인,인문학분야등AI가검증할수없는분야와의융복합을통해,인간의손으로만가치창출이가능한새로운분야를개척하고싶다”고포부를밝혔다. 또한서교수는“지난해36년간의교직생활을마무리하고새롭게제2의인생을준비를하면서두가지의일을해보고싶었다”며,하나는“물질만능주의에빠진현대사회에서정신적풍요로움을추구하는것이중요하다고생각으로,현재UNNGO단체인GCS인터내셔널한국본부총재직을수락”하여열심히발로뛰고있고,또다른하나가바로“국토공간발전연구원을통해아름답고쾌적한국토를조성하여국민모두가풍요로운환경에서행복하게지낼수있는사회를만드는것”이라며남은여생을헌신하겠다고말했다. 한편국토공간발전연구원은현재서주환연구원장을비롯해이기의아세아종합건설회장,양병이서울대환경대학원교수,임승빈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등이고문으로참여하고있다.
한국정원디자인학회 창립 10주년, “한국 정원문화 세계화 앞장”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정원디자인학회‘창립10주년기념식및포럼’이지난12일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성황리에개최됐다. 이번기념식은정원문화확산과정원산업육성을위해다양한사업을펼쳐온정원디자인학회의지나간10년,다가올10년의시간을기념하기위해개최됐다. 행사는▲1부개회사·기념사및축사,공로패수여,10년간의발자취영상시청▲2부스즈끼마코토일본동경농업대학교명예교수특별강연,다가올10년의이야기등으로진행됐다. 이혁재정원디자인학회장은개회사를통해“10주년이되는의미있는해에회장을맡게돼막중한책임감을느끼고있다.전임회장님을비롯한회원분들이함께쌓아올린성과를성실히이어받아새로운10년을준비하도록하겠다”며“조경·원예·관광등융합적인접근을통해연구및교육과관련된정보를활발하게교류하겠다.특히학회지활성화·국제화,다양한연구수행,회원관리·운영체계화,학회재정기반안정화등모든분야에서내실있는학회가될수있도록앞장서겠다”고약속했다. 김용기정원디자인학회고문은기념사를통해“지난10년간초창기의어려움을극복하고시대에발맞춰학회를이끌어온회장단및회원들의적극적인참여와활동덕분에눈부신발전을이룬것같다”며“한국은이제정원시대에들어섰다.그러나그변화에급급할게아닌,새로운변화와혁신을통해정원문화를이끌어가야한다.정원을들여다볼수있는공간이일상속에자리잡아마음을다독이고삶에에너지를주길바란다”고말했다. 조세환정원디자인학회고문은“학회의정착과발전을위해노력해주신모든분에게깊은감사를드린다.빅뱅에서부터우주가탄생했듯이,학회역시10년전창립의빅뱅이일어난후오늘에이르기까지다양한변화와발전의과정을거쳐왔다”며“제1대홍광표회장을이어제2대이혁재회장이초창기학회가걸어온모험의길을회장단및회원과함께더넓히고다듬어단단한번영의대로로이끌어새로운정원문화의길로진화해나가길바란다”고격려했다. 홍광표정원디자인학회고문은“학회는창립이후학회지발간,정원디자인아카데미,가든볼(스마트가든)개발등정원문화확산과정원산업육성을위한다양한사업에적극적으로참여했다.기념식과포럼을통해지난10년간우리학회의발자취를살펴미래를열기위한열쇠를찾고,앞으로10년간이뤄야할비전과4대목표및10대과제를발표하려고한다”며“학회가지금까지이룬성과는미약할지모르지만,그하나하나가한국정원의미래를설계할씨앗이됐다는것은확실하게말할수있다.발기인대회에서부터창립총회를거쳐오늘에이르기까지함께해주신모든분들께다시한번깊이감사하다”고말했다. 최병암전산림청장은축사를통해“한국의정원정책발전기폭제가된것은2013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였던것같다.그이후2014년에학회가창립돼이듬해설립등기됐고,2016년12월에수목원법에정원규정을넣은수목원·정원법이공표됐다는이두가지는한국정원발전의큰이정표라할수있다”며“이후지금까지정원정책발전으로한국은정원의시대에들어선것이분명하다.정원사회와정원국가,더나아가아름다운녹색지구를만들려는인류의노력에학회가큰힘을보태아름답게발전하길바란다”고응원했다. 2부에서열린특강에서스즈끼마코토명예교수는‘일본정원의과거,현재,미래’를주제로일본정원학회가추진하고있는방향에대해이야기했다. 학회는지난10년간새로운트렌드로자리잡은‘정원’의새로운10년을준비하기위한비전을‘한국의정원문화세계화로진흥한다’로결정했다. 이를위해▲연구를통한학문적기여▲새로운기술의개발과혁신▲미래지향적정원문화의창조▲정원전문인재의양성을4대목표로설정하고,10대과제를선정했다. 연구를통한학문적기여를위해서는학회지를국제저명학술지로육성하고,해외한국정원조성및외국학회와협력을통한학회국제화에나설예정이다.학제적융합을통해정원영역의재창조를이룰예정이다. 새로운기술의개발과혁신을위해서는R&D를통한새로운정원기술개발,산학협력을통한정원산업의신성장동력을제공할방침이다. 미래지향적정원문화의창조를위해서는다양한분야의참여를통한새로운정원문화를창조하고,탄력회복성이있는정원문화선도에앞장설예정이다. 정원전문인재양성을위해서는정원전문교육관의지정을받아정원디자인아카데미의전문화를통한실무형인재양성을추진하고,정원작가인증제를통한검증된전문인력을양성할계획이다. 한편이날기념식에서는김용기고문,조세환고문,홍광표고문,이혁재회장이공로패를받았다.
2024 대한민국 조경대상 ‘대통령상’에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조경 2BL’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현대건설의‘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조경2BL’이‘2024대한민국조경대상’최고상인대통령상을거머쥐었다. 환경조경발전재단은국토교통부(이하국토부)와공동으로지난11일서울식물원보타닉홀에서‘2024제14회대한민국조경대상시상식’을개최했다. 대한민국조경대상은2001년도입해매년개최하는국내조경분야최고권위의상으로국토의쾌적한생활환경을창출하고국민의삶의질향상에기여한우수조경공간을발굴해격려·시상하고국민인식을높이기위해마련됐다.공모는최근10년이내진행된조경공간및시설을대상으로공공과민간부문을나눠선정했다.대통령상과국무총리상은2019년에처음신설된상이다. 5월17일부터7월19일까지공모를진행한대한민국조경대상은서류심사와현장심사,국민참여평가등총3단계를거쳐최종21개작품이수상작명단에올랐다.특히,이번조경대상심사기준에기후변화와지속가능성을고려한탄소중립,스마트기술등이추가됐다. 이번2024대한민국조경대상대통령상에는‘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조경2BL’에돌아갔다.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조경2BL’은6만5000㎡규모의도심숲을조성해탄소배출제로를시도하고130여종수목과140여종초화를심어식물원수준의종다양성을확보했다.수목의특성을고려한식재,환경축을고려한지형과의조화,지역사회와소통가능한공공성확보까지혁신적인조경중심의아파트단지의좋은사례로높은점수를받았다. 이단지조경은현대건설이설계·시공하고식재는유일종합조경·정한조경이,시설물은동영조경·그린에이드,정원은오랑쥬리,숲놀이터는원앤티에스,물놀이터는청우펀스테이션이맡았다. 국무총리상은‘함박·너른·마루’를조성한한국토지주택공사·씨에이조경기술사사무소·유승건설·양우건설·가람엘앤씨·이에스아이·영도건설이수상의영예를안았다. ‘함박·너른·마루’는함박산기존숲의보존과복원등친환경성을바탕으로도시와자연을잇는녹색거점으로의조화를인정받았다.또맹꽁이서식지를보장해자연친화적인대형공원을조성해도시의허파를만든점에좋은평가를받았다. 국토부장관상공공부문에는▲경기도이천시·다음기술단·풍산건설·한국종합기술의‘설봉근린공원’이,민간부문에는▲포스코홀딩스·얼라이브어스·포스코이앤씨의‘포스코스퀘어가든’이선정됐다. ‘설봉근린공원’은도시의연결과주민의이용성,근린공원이인천시주민들이어떤수요를갖는지를풀어낸것이돋보였다.포스코스퀘어가든은공원녹지를도시안에서풀어내고,조경의영역확대라는부분에심사위원들의공감을이끌어냈다. 환경부장관상공공부문에는▲서귀포시청중문관광지관리소·아뜰리에나무·세운주식회사의‘제주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가,민간부문에는▲포스코이앤씨·CA조경기술사사무소의‘더샵갤러리’가선정됐다. ‘제주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는국가유산의절제된디자인으로자연의화려함을,‘더샵갤러리’는옥상정원과실내정원을주변산지와연결하고이용자들을위한프로그램등이부각됐다. 국가유산청장상공공부문에는▲국가유산청궁능유적본부·주식회사유엘피·이연소의‘창경궁물빛연화’,민간부문에▲엘지상록재단·디자인스튜디오이레의‘화담채’가받았다. ‘창경궁물빛연화’는야간조명과미디어아트가새로운조경분야를열어준점,‘화담채’는민간정원의약진이좋은평가를받았다. 산림청장상공공부문에는▲수원시청재산관리과·탑건축사사무소·매스팀버코리아의‘수원시청새빛민원실’,민간부문에는▲대치동제1지구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오픈니스스튜디오·대우건설의‘대치푸르지오써밋’이뽑혔다. ‘수원시청새빛민원실’은회색빛민원실을조경으로온기를불어넣은점,‘대치푸르지오써밋’은소규모공간에정원·공원의연결성이좋은평을얻었다. 이외에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상우수상은▲궁능유적본부·산수조경·일등종합문화재주식회사의‘덕수궁선원전’▲평택시푸른도시사업소·경호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무소·개성건설의‘평택부용산공원’▲한국수자원공사·수성엔지니어링·DL건설주식회사의‘부산에코델타시티방재공원’▲GS건설·윤디자인스케이프·장원조경의‘북수원자이렉스비아’▲개포1동주공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HDC현대산업개발의‘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1BL’▲한국수자원공사용담댐지사의‘용담댐수변정화림’▲중부지방산림청·라이브스케이프·세종시산림조합의‘2022세계조경가대회기념정원’▲현대자동차자산개발팀·간삼건축조경팀·현대엔지니어링자산서비스혁신팀의‘InsightJourney(옥외명상정원)’▲서울그린트러스트·KCA한국공항공사·그람디자인의‘거인의정원에서우리지금만나’가선정됐고,장려상은▲김포클린도시사업소·아리울씨앤디의‘별빛모래성’이받게됐다. 마지막으로특별공로상에는사유지내조경공간을조성·공유해민간부문조경산업발전에기여한포스코홀딩스가수상했다. 이날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환영사를통해“올해환경조경발전재단에서처음으로주관하게된이번행사는지난해와비교해출품작규모가50%이상증가했고,약2만명의국민이국민참여평가에참여해역대어느행사보다도뜨겁고치열한경쟁이었다”며“조경대상운영위원회를수립해행사의투명성을강화하고,심사의공정성,모바일투표를통한편리성의3가지주안점을두고추진했다”고말했다.또“앞으로일반시민들이함께즐길수있는모두의축제로발전할수있도록노력할것을약속드린다”고전했다. 이상주국토부국토도시실장은축사에서“그동안대한민국조경대상은대부분공공부문에서수상했지만,최근민간부문에서도기후위기와탄소중립등으로조경의중요성을인식해조경공간의수준이매우향상됐다”며“도시공원·녹지·아파트단지까지조경이가진무한한잠재력을개발하고발휘되도록국토부가노력하겠다”고말했다.또한“조경과관련된건설기술을개선하고국가기술자격,조경진흥법개정을제때준비해정책적제도적기반이마련될수있도록하겠다”고덧붙였다. 한편,이번행사에는이은수포스코이앤씨팀장이‘조경의공공성과방향성’을주제로특강을진행했다. 2024대한민국조경대상수상작은오는16일까지서울식물원1층에전시된다.
[미래포럼] 국토의 미래와 우리의 대응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미래를전망하는것은쉽지않다.그럼에도미래를전망하는많은연구와책들이있다.분명한것은미래는지금과다를것이고,변화의속도는점점더빨라질것이라는점이다.예측이대체로맞은경우도있었고,벗어난경우도있었다.과거를돌이켜보면우리의국토도많이변화했고,앞으로는더욱빠른속도로변할것이다. 인류의미래가밝지만은않다,유발하라리는인류를위협하는3가지요소로세계대전과핵전쟁,생태계파괴,파괴적기술을꼽고있다.기술발전을기반으로경제적으로는풍요로워졌지만기후위기와빈부격차등어두운면도상존한다. 우리나라의관점에서미래변화와관련중요한화두는기후위기,첨단기술,인구구조등이다.기후위기로빈번한기상이변과불확실성이증가하고,더불어펜데믹의증가와생태계의교란도일어날것이다. 첨단기술은편리하고빠른이동성을제공하고,세계의모든사람을실시간으로연결하는초연결사회를실현하였다,AI의출현으로전통적인많은일자리가사라지고새로운일자리가생겨날것이다. 통계청자료에의하면2023년합계출산율은0.72이고올해는더욱줄어들것으로예상된다.1980년21.8세이던중위연령은2072년에63.4세에다다를것으로전망된다.인구는줄어들고노인인구비중은더욱늘어날것이다. 우리의국토도이러한메가트렌드의영향을받을것이다.우리의국토가어떻게변할까?궁금한지점이다.할수만있다면예측하고미리대비하는것이맞을것이다.지금까지의연구결과들을종합할때다음과같은4가지를예측할수있고,조경분야도대비가필요할것이다. 첫째,수도권집중과도시의광역화가더욱심화될것이다.2019년기점으로수도권인구가비수도권인구를추월하였다.수도권의양질의일자리와다양한공공인프라가집중의원인이다.많은균형발전정책에도불구하고기회를찾아서,좋은서비스를제공받고자수도권으로이동하고있는현상을막지는못하고있다.또한수도권과비수도권도시모두생활권과경제권이확대되는광역화도일어날것이다.대표적으로수도권광역화로충남북부와강원동부도수도권영향을받는지역이되었다.도시는확대되고농촌은축소되는현상에대비하여도시-농촌인접부에대한친환경적인관리,축소되는농촌지역의재자연화,도시에서의공원녹지확대를통한삶의질을높이고자하는요구가증가할것이다. 둘째,지방소멸과고령화현상이다.위에서언급한것처럼수도권집중의반대급부로지방인구는급속히줄고고령인구비중이높아질것이다.부산,대구,광주등지방대도시도예외가아니다.많은정책과예산이투입되었음에도불구하고개선되지않고있다.이러한현상을인정하고다양한대응이필요한시점이다.균형발전정책이지금까지의인구관점에서삶의질관점으로전환하는것이필요하다.지방의도시와농촌에거주하는국민을위해기본적요구를국가가책임지는것이중요하다.의료,교육,문화,복지등기본수요를일정수준이상보장하는것이다.여기에다양한여가시설,공원,정원,도시숲,생활인프라가포함되어야한다.조경분야도기존의전통적영역인공원녹지와아파트단지조경에서보다다양한공간으로영역을확대할기회가오고있다고볼수있다. 셋째,초고속교통망의발달이다.이제전국반나절생활권이되었다.고속철도건설은국토공간의변화뿐만아니라우리의일상생활에도많은변화를가져왔다.국토의광역화와더불어이동성증가로국토구석구석이힐링의장소가되고있다.대규모관광지보다지금까지찾지않던장소가인기를얻는현상도나타나고있다.소득이증가하고이동수단이발달할수록다양한여가공간과관광명소를요구하는수요가증가할것이다.특히,가성비와다양성을추구하는최근젊은세대의특성을고려한관광과여가공간의창출이중요해질것이다. 넷째,기후위기와이에대응한탄소중립실현이다.온실가스를줄이는노력과더불어기후위기로인한부정적영향에적응하는것도중요하다.산림과공원녹지를확충하여온실가스흡수원을늘리는정책이필요하고,이상기후로인한재해에대비하는것도필요하다.기후변화로인한생태계변화를최소화하기위해자연환경을잘보전하는제도와노력도더욱중요해질것이다.기존보호지역을확대하기는인구밀도가높은우리의현실에서는어려운과제일수있다.동일한면적의보호지역에서더욱많은온실가스를흡수할수있는연구도필요하고,훼손된지역을보다빠르게복원시키는기술개발도시급하다.빅데이터와AI등첨단기술을활용하여조경분야의새로운시장확대를기대해본다. 지난반세기는효율성과경제성을중시하는성장사회였다.앞으로는사회·문화적으로기초가튼튼한성숙사회로나가야한다.성숙사회가추구하는바는한마디로사회적가치를지향하는것이다.환경,사회적연대,삶의질을중시하는것이다.성숙사회에서는조경분야의기여할바도더욱커질것이다.또한분야간의벽이지금보다는약해지고,융복합이강조될것이다.분야간협력이조경분야생존전략의필요조건이라생각한다. 김명수/국토연구원연구부원장
[공원에 간다 ④] 다산공원, 초록 점을 찍다
신당동에위치하는다산공원은그야말로동네의중심이다.직사각형4면은모두도로로둘러싸여있고각각의도로는여러개의골목길로이어진다.공원일대는동대문시장과가까워의류관련소규모공장이골목중간중간에있고오래된주거지의역할도하고있다.인접한중앙시장이젊은이들의핫플레이스로자리매김하면서그영향이다산공원까지이어져,공원을둘러싸는건물에는카페는물론베이글가게,햄버거가게등젊은이들이찾는가게들도하나둘씩들어서고있다.덕분에공원은항상다양한이용자들로하루종일북적거린다. 그많은이용자중에는매일매일이곳으로출근하는이들이있다.77세의영순씨와그녀의친구들이다.‘다산공원6인방’이라고부를수있겠다.그녀들은전용의자인빨갛고파란플라스틱의자에앉아낮대부분의시간을이곳에서보낸다.태양의위치에따라서,바람이부는방향에따라서의자의위치는정해진다.가을에는해가잘드는파고라옆에,여름에는그늘이잘드는야외무대옆에의자를놓는다.그녀들은반려견을산책시키고가을에는은행을줍기도하고,음악을듣고,전화통화를하고,모여서이야기나누고,과일,커피,오징어같은음식을나눠먹으면서자신들의공원생활을차곡차곡채운다.그녀들의대화소재는최고의콩나물요리법부터자식들에대한걱정까지무궁무진하다. 2018년부터다산공원에나오기시작했다는영순씨는아주성실한공원생활자이다.반려견인마리와함께거의매일,가장빨리공원으로나온다.준비도철저하다.오후친구들의공원생활이시작하기전먼저나와의자가놓일장소를청소하고의자를가지런히놓는다.오후에이루어지는공원관리청의청소로,그녀와친구들의공원생활이방해될까봐자신이미리청소를해두는것이다. 다산공원6인방중의또다른한명인춘희씨는근처다가구주택의반지하에산다.경기도안성에사는딸이같이살자고하지만20대에정착한이후쭈욱살아온이곳을벗어나는건그녀로서는상상하기어렵다.탄탄하게구성된생활영역과친구들,이곳에서그녀는자유로우면서도안정감을느낀다.물론자식한테부담을주기싫은마음도독립거주의중요이유이긴하다.친구들의전언에따르면춘희씨는아주아주바지런하다.혼자살고허리가휘어거동이쉽지않지만하루세끼를대충때우는일은거의없다.매일매일정성들여된장찌개를끓이고생선을굽는다.그래서그녀의집입구는저녁이면맛있는냄새로채워진다.그리고다가구주택에딸린작은화단도열심히가꾼다.잡초를뽑고,이쁜꽃을심는다.한쪽에는호박을심어호박잎과호박을반찬거리로삼기도한다.그녀의정원이고텃밭이다. 영화‘찬실이는복도많지’에서주인공찬실이는세들어살고있는집의주인할머니와함께콩나물을다듬다가할머니한테하고싶은거없냐고물어본다.할머니는하고싶은게아무것도없다고하면서늙으니까그거하나좋다고한다.그리고그둘의대화는다음과같이이어진다. 찬실:진짜하고싶은일이하나도없으세요?그런사람이세상에있어요? 할머니:나는오늘하고싶은일만하고살아.대신애써서해. 찬실:그러면오늘하고싶었던거는콩나물다듬는거였겠네요. 할머니:훗,알면됐어. 하고싶은게없는사람이있다는게신기한것처럼,하고싶은것투성이인다산공원의젊은이들에게영순씨와그녀친구들의공원생활은얼핏무료한시간보내기로보일수있다.그녀들의일상이쓸쓸해보일수도있다.하고싶은게많은그들에게오늘은하고싶은것을향하는시간의직선위에있기때문이다.오늘은내일을위한날이다.그러나영화속할머니나,영순씨와그리고그녀의친구들에게오늘은내일을위한날이아니라하나의온전한점이다.그리고그녀들은그점을‘애써서’찍는다.‘오늘’하고싶은일인‘공원생활’을위해서미리청소하고의자를내어놓고친구들과나눌음식을준비하며꾹꾹눌러일상의점을찍는다.다산공원에서의점은초록점이다.
2024 코리아가든쇼, 최윤정·김동민 작가 ‘대상’ 수상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2024코리아가든쇼’에서최윤정·김동민작가의‘WETONWET,블렌딩가든’이영예의대상을차지했다. 산림청이주최하고국립수목원,서울시가공동주관한‘2024코리아가든쇼’시상식이8일서울뚝섬한강공원일대에서열렸다. 시상식에는최영태산림청산림보호국장,임영석국립수목원장,심상택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신창호국립세종수목원장,이수연서울시정원도시국장,신창호국립세종수목원장등을비롯한관계자및시민들이참석했다. 이날행사는▲환영사및축사▲코리아가든쇼·실내정원아디디어공모시상식▲조경가드닝민간기능경기대회금상시상식▲기념촬영▲정원작품투어▲공연순으로진행됐다. 이수연정원도시국장은환영사를통해“정원도시국에오기전복지정책실에서업무를담당했는데,한국이많이발전하고경제적수준이높아짐에도불구하고마음적으로풍족한사회는아닌것같다는생각을했다.이에해결책으로많은고민을했는데,정원·가드닝,자연과연결되는것이그해법인것같다”며“내년보라매공원에서진행될‘2025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도다같이참여해공간을아름답게만들고시민들에게힐링과치유의공간조성해주길바란다”고말했다. 최영태산림보호국장은축사를통해“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시작된이후로법·제도가많이생겼고,짧은기간에많은도시들이정원도시로나아가기위해노력하고있다.정원은작가,시민등모두적극적으로참여했을때꽃을피울수있는것같다”며“정원도시를조성하기위해서는시민들의참여하고지원이적극적으로필요하다.특히정원을조성하는것보다유지관리하는것이더욱중요하다”고말했다. 대상을수상한‘WETONWET,블렌딩가든’은젖은화지위에컬러를칠하고마르기전에컬러를올려색이자연스럽게섞이도록하는수채화기법을모티브로했다.천장과벽,문,창문으로구성된콘크리트구조물(콩코드하우스)과곡선의녹지를유기적으로배치해화지에색이섞이듯이경계의영역이섞여들어가는모습을표현했다.자연과인공이유기적으로결합된공간의구조를기반으로프레임을통해외부의풍경을경계속으로끌어오고미디어아트로가상과현실의경계가만나새로운풍경을만들어낸다.한강의풍경과정원그리고미디어아트로이어지는경관적시퀀스를통해감각의범위가확장되는것을보여준다. 최윤정작가는“2020코리아가든쇼첫작품‘리틀포레스트’로데뷔해서2024년코리아가든쇼‘WETONWET,블렌딩가든’으로대상을받았다는것에더욱의미있고,감회가새롭다.특히이번작품은손길이하나하나안닿은곳없이애정을가지고작업했다.후회없을만큼열정을다했기에좋은결과가더욱뜻깊게다가온다.이상을계기로저만의색이뚜렷한작가,더욱더발전하는작가가되도록노력하겠다”는수상소감을밝혔다. 이외에도▲최우수상에는조은희작가의‘빛과소리의정원’▲서울매력정원상에는김미진·박병길작가의‘ForRest,쉼표가있는숲속음악당’,이정연·이연주작가의‘ARtGarden(에이알티정원)’▲코리아가든쇼상에는김태원·박선영작가의‘자연이만드는예술,풍경’,나성진작가의‘정원읽기의즐거움이선정됐다. 실내정원아이디어공모에는▲대상에김예슬(전남대학교)의‘HandyGarden’▲최우수상에임승연(건국대학교)‘IAM’▲우수상에김용수(계명대학교)‘작고작은나의숲’,▲김영현(서울여자대학교)‘다정:마음을비우고나를되돌아보는공간’▲특별상에김윤태(상명대학교)‘palette’가뽑혔다. 2024조경가드닝민간기능경기대회▲금상에는이민섭·이소선신구대학교‘A+’팀이수상했다.금상수상팀은2026년베이징에서열리는국제기능올림픽대회최종결승전에참가할수있는자격을받게된다. 한편‘통섭(統攝),경계를허물어힐링시대의문을열다’라는주제로조성된이번코리아가든쇼정원작품은존치정원으로뚝섬한강공원일대에전시된다.
“지속가능한 정원도시,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돼야”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성공적인정원도시를조성하기위해서는단기적이아닌장기적관점에서설계돼야한다는의견이나왔다. 서울시,산림청,국립수목원이공동주최하는‘2024국제정원심포지엄’이지난4일서울시청8층다목적홀에서개최됐다. 이날심포지엄에는정원·조경·건축관련국내·외전문가6인과오세훈시장,임영석산림청국립수목원장,임만균환경수자원위원장,시민등이참석했다. 심포지엄은정원의회복성과지속가능성,도시에서정원이가지는역할등에대해논의하기위해▲오세훈서울시장특별대담▲‘정원이가진회복력’을주제로한‘세션1’▲‘정원과의동행’을주제로한‘세션2’로구성됐다. 대담에는오세훈시장,로버트해먼드뉴욕하이라인파크프로젝트기획자,마보우탄전싱가포르국토개발부장관이참여했다. 오세훈시장은특별대담에서런던을방문했을당시감명받았던순간에이야기하며,서울이궁극적으로나아가야할‘서울시전체의정원화’에대한비전을제시했다. 오시장은“런던은걸어서10분이내어디든정원을마주할수있는‘거대한정원’같았다.이처럼정원을마주하고걷고싶은도시를만들기위해서는‘걸음’을유도하는정책이중요하다”며“시에서건물의용적률을높이는이유도1층에더많은녹지공간을조성해걷고싶은정원을조성하기위한것이다.생활권내걸어서활용할수있는인프라를조성해야한다”고강조했다. 해먼드는“조경을기존의정원과공원에만적용하는것이아닌,고속도로나상가사이등예상치못한곳에넣는것도중요하다”며“도시정원화를위해서는사람들이녹지와더친근해져야한다”고말했다. 마보우탄전장관은“녹지만큼이나수자원도중요하다.스콜과계절풍의영향을많이받는싱가포르는정원을배수에활용하고있다.기후위기시대의정원이단순히미적인역할뿐만이아닌기능적인역할도할수있다”고설명했다. 대담이끝난후세션1에서는▲로버트해먼드의기조연설을시작으로,▲이선한국전통문화대학교전통조경학과명예교수▲마티어스콜레의주제발표가진행됐다. 로버트해먼드는뉴욕하이라인의성공스토리를공유하며,하이라인이경제적,환경적,문화적으로어떠한부흥을이끌었는지설명했다. 해먼드는“하이라인은펼쳐진자연뿐만아니라도시자체의회복력을보여줬다.시간이지남에따라공원은문화행사,예술,명상,요가등사람들과함께연결되는장소로변모했다”며“도시는인간의필요를충족하는웰니스인프라없이는살아남기어렵다.서울청계천처럼하나의플레이스를만들어도시에변화를줘야한다”고말했다. 이선명예교수는인문학적인관점에서정원과조경에대해이야기하며“과거의정원이인간이자연을지배하고힘을과시하는공간이었다면,21세기의조경은인간과자연이공존하는방법을모색해야한다.특히식물의‘자유의지’를존중하는조경이중요하다”는의견을밝혔다. 이어“현재한국은정원에대한국가적관심이급증하고있다.개인정원가꾸기의추세가지방정부뿐만아니라개인에게도영향을미치고있다.기후위기의심각성이높아짐에따라대규모국립및지역정원의경우정원의지속가능성과생태적영향이그규모나수보다더중요해질것”이라며“정원을설계할때는부지선정,지역특성화,생물다양성,물관리,심지어팬데믹에대처하기위한전략과같은환경요소를고려하는것이필수적이다”고강조했다. 콜레는2017년베를린의국제정원박람회(IGA)와2021년독일에르푸르트·만하임BUGA의사례를설명하며,성공적인정원박람회추진을위한내용을공유했다. 콜레는“독일의정원박람회는점점더도시계획을위한도구로발전하고있다.기후적응형심기,지역빗물관리,토양관리등잘알려진복원력기준에초점을맞추고있다.최근몇년동안은환경교육과주민및환경단체의강력한참여도가박람회의범위내에서지침원칙으로추가됐다”며“단기적인기대와장기적인목표를모두충족해야한다.단순히일회성행사가아닌지속가능한프로젝트로이어져야한다”고강조했다. 세션2에서는▲전영애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명예교수(여백서원원장)의기조연설을시작으로,▲카시안슈미트가이젠하임대학교교수▲마보우탄전싱가포르국토개발부장관의발표가진행됐다. 전영애교수는‘여백서원’과‘괴테마을’의취지와운영사례를소개하며,자연과인간이함께하는정원의가치에대해이야기했다. 카시안슈미트교수는독일의공원,정원,정원박람회사례를통해미래도시녹지와정원조성에대한식재아이디어를공유했다. 슈미트교수는“앞으로는폭염등기후변화로인한환경문제속에서생태학적가치가있는공공공간에대한시민들의요구가증가할것이다.미래의가장중요한과제는도시식생의올바른관리와장기적인관리라고생각한다”며“전문정원사외에도시민이함께유지관리에참여해야한다.공공녹지공간의동반성은미적·환경적효과외에도사회적상호작용과시민의생태적역량을강화할수있다”고말했다. 마보우탄전장관은싱가포르의장기적인도시계획이어떻게‘정원속의도시’로이어졌는지설명하며,가든바이더베이가수행하는중요한역할에대해이야기했다. 마전장관은“‘정원도시’의다음단계는공원,정원등을통해지역사회와장소·공간을연결하는‘정원속의도시’로만드는것이다.지속적인도시화와기후변화에직면한도시계획은자연을도시로엮어환경을보호하기위해단기적이아닌장기적관점에서설계돼야한다”고말했다. 각세션발표가끝난후에는권진욱영남대학교조경학과교수를좌장으로토론및질의응답이진행됐다.
정영선 전시 회고, “조경, 문화예술 한 분야로 마땅히 자리잡을 것”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조경가들과문화체육관광부관계자들이모여‘조경가정영선의국립현대미술관전시’의의미를되돌아보는자리를마련했다. 한국조경가협회는지난9월30일대학로마로니에공원‘예술가의집’회의실에서국립현대미술관전시‘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를되돌아보고,문화예술분야의한축로서의조경가및조경작업에대한위치를되집어보는대담을가졌다. 이번행사는안계동한국조경가협회회장의기획으로,최영준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가사회를맡아진행됐다. 이날대담회에는문화체육관광부에서정병국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김수현시각디자인과장이참석했고,전시의주인공이었던정영선조경가와전시기획을총괄한국립현대미술관의이지회학예사도참석했다.조경계에서는환경조경발전재단의심왕섭이사장과한국조경가협회박명권,박승진부회장,이진형상임이사가참석해의견을나눴다. 대담은이지회학예사로부터이번전시에대한국립현대미술관의성과와의의를듣는것으로시작됐다.그는“지난9월22일마무리된전시는현대미술거장의전시보다도30%이상많은관람객(최종집계27만7000명)이찾으며뜨거운호응을이끌어냈고,조경작업의과정과결과물이예술의한분야로서작품성및대중성을모두인정받는계기가됐음을확인할수있었다”며“여담으로미술관지하층중정에조성된정원의큰존재감으로미술관이용의무게중심이아래층으로확장되기도했다”는감회도전했다. 이에대해정영선조경가는새삼스럽게조경이냐예술이냐따져볼문제가아니라,모든분야가합심하고초심으로돌아가서,지극히아름다운정원인우리나라국토경관을잘보존하고가꿔가는일에여러부처가협력해줄것을간곡히당부했다. 이어안계동한국조경가협회회장의“우리나라조경의현황과과제”에대해간략한발제가있었다.우리나라조경을▲건설기술▲자연과학▲문화예술등세가지요체로나누어그현황과과제를짚어보고,말미에한국조경가협회에대한소개를덧붙였다. 이어진자유토론에서,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그동안개별적발전만이루어나간조경분야에통합의노력이중요”하다며“이번전시를계기로높아진위상을잘이어나가서분야의업역을확장하면서도내부적인통합의계기로삼아야한다”고강조했다. 박명권한국조경가협회부회장은조경설계사무소대표이기도하지만조경계의유일한잡지·신문인<환경과조경>과<한국조경신문>의발행인으로서,그간조경에대한사회적인식이폄하돼왔던상황에안타까움을표하면서“이번전시를계기로시민사회에조경의가치를드높인것은굉장히고무적인일”이라고말했다.그리고“이같은흐름이정영선조경가한분으로끝나지않고제2의제3의정영선조경가들이계속탄생해야한다”고역설하며,예술의한축으로서조경분야의위상을확립하는제도적뒷받침이필요하다고강조했다. 박승진한국조경가협회부회장은과거여행에서경험한조경전시들을회고하며당시관람한조경드로잉에서많은감흥을얻었고본인의진로결정에도큰영향을받았다며“이번정영선전시를본후배조경가나학생중에서도틀림없이조경분야에서좋은예술가로성장하는사람이나올것”이라는의견을전했다.또한그는현재도시에서예술적감흥을전달하고예술적행위의장을형성하는문화공간들은그어떤분야보다도조경에서만드는공간들이많다면서,특히나문화공원의큰힘에대해언급했다.최근대한민국공공디자인상의최고상인대통령상을이례적으로공공오픈스페이스인오목공원이수상한것에대해서도의미와자부심을전했다. 이진형이사는“건축분야에서미술사조와디자인분야를서로매치해서많이이야기하고있는데,실은조경및정원분야도미술사조의흐름과발맞추어쌓아온유산으로서역사와가치를가지고있다”고강조했다.또한“이번전시에서조명된정영선조경가의자연주의등의양식도한국의지난반세기를반영해온문화적산물”이라며개인적으로“타분야와차별되는자연을소재로한예술분야로서자부심이있다”고말했다.아울러이번전시를계기로문화체육관광부와가까운관계를가져가기를기대했다. 김수현문화체육관광부시각디자인과장은“오늘대담의주제가1~2년의문제가아니라조경업계에서오랜고민이있었음을알수있는자리였고,이런공감대를바탕으로조경의문화예술로서의가치를제도화하는등지원의폭을넓혀가는논의를이어가자”고밝혔다. 마지막으로정병권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은“보수적인국립현대미술관에서조경의전시를받아들이는것은굉장히발전적인방향으로우리문화예술계가진화하고있다”는의미라고말했다.그간분야를구분하다보니“예술분야적성격과환경분야적성격이복합된조경분야의소속이모호한상태”가되어있었음을동감하고,“문화예술의경계가무너지고확장되는시대에조경도문화예술분야의하나로마땅히자리를잡아갈것”이라고전망했다.
2024 경기정원문화박람회, 김다은·김세나·최가영 작가 ‘대상’ 수상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김다은·김세나·최가영작가의‘너덜겅-다산의웅기’가‘제12회경기정원문화박람회’전문정원대상에선정됐다. 경기도와남양주시가주최하고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주관하는‘제12회경기정원문화박람회’개막식이3일다산중앙공원일대에서‘정원산책:다산으로,공동체로,탄소제로’를주제로열렸다. 개막식에는김성중경기도행정1부지사,주광덕남양주시장,백현종경기도의회도시환경위원회위원장,조성대남양주시의회의장,임영석국립수목원원장등을비롯한관계자및시민들이참석했다. 김성중행정1부지사는개회사를통해“경기도가최초로정원박람회를시작했는데순천,대구등다른도시들까지정원문화가확산되고있다.많은도시들이정원도시를선호하면서시민들이일상에서정원을만날수있도록다양한사업을펼치고있다”고말했다. 더불어“이번정원박람회의주제처럼경기도에서도탄소흡수원으로식물의가치와중요성을인식해그역할이증대될수있도록다양한정책들을시행하고있다.정원은단순히아름다움만주는공간이아닌,기후위기시대탄소흡수원으로의역할을뛰어넘어주민건강을위한다양한긍정적인역할을하고있다”며“시민들이정원박람회를통해자연과사람그리고지역공동체의어우러짐을느꼈으면좋겠다”고덧붙였다. 주광덕남양주시장은환영사통해“정원은단순한녹지공간을넘어자연과사람,사람과문화를연결해공동체를회복시켜주는중요한플랫폼이라고생각한다.시에서는정원문화를통해시민의참여와공동체형성을더욱강화할예정”이라고말했다. 이어“다산으로,공동체로,탄소제로로의3가지‘정원산책’주제를통해시가지향하는지속가능한미래도시비전으로연결하겠다.이번박람회를통해다산정약용선생이추구했던생태적정원의가치를현실에실현하고도심내에서기후변화에대응할수있는지속가능한도시구조를만들어가겠다”고약속했다. 전문정원대상인‘너덜겅-다산의웅기’은다산이뛰어놀던너덜겅의모습을현대적으로재해석해유기적인파라메트릭(Parametric)디자인으로다산이넘나들었던땅의웅기를보여준다.정도를걸었던다산의길을함께걸으며훌륭한재능,너그러운도량,씩씩한기상의웅기를오롯이느낄수있도록했다. 대상을수상한김다은·김세나·최가영작가는“정원작가로처음데뷔한저희에게이렇게큰상을주셔서진심으로감사하다.이번작품은꿈꾸고상상했던자연과인간의조화를정원이라는공간안에담아내고자한첫걸음이었다”며“앞으로도자연의아름다움과그속에서의삶을담아낼수있는깊이있는정원을선보이겠다”는수상소감을밝혔다. 더불어“처음부터끝까지함께고민하고노력해준스튜디오가나다,현장에서최선을다해주신공간시공A1의안기수대표님과팀원들,믿음과응원을보내주신박은영·김복영중부대학교정원문화산업학과교수님,신재열숲새울여사님을비롯한모든분들과이기쁨을함께나누고싶다”고말했다. 전문정원최우수상에는▲최명철작가의‘도시둠벙:자연스러운인공’,우수상에는▲양유준작가의‘사암의미음완보’,장려상에는▲김성일,곽민호작가의‘ORIENTALFOREST’▲이병우,장하니,김윤작가의‘숲을거니는시간’▲조원희작가의‘운월지’등이선정됐다. 생활정원부문대상에는김선영·김현아의‘풀잎과왈츠의정원에서’가뽑혔다.최우수상에는▲김병도·조승주의‘자연을기르는마음가짐,목초심서’,우수상에는▲최계영·신수래·김명란의‘목민심원’,장려상에는▲빙유진·박지우·우현의‘설;임’▲이장우의‘탄소담는정원로딩중입니다’▲정승연·문하진·심민석의‘상상대로’가이름을올렸다. 시민정원부문금상에는▲김영훈·김선영·김진향·목정미의‘내고향마재너머’,은상에는▲최성우의‘TIME-LAPSE:시간의흐름’,동상에는▲이은영의‘남양주의자연갤러리정원’,장려상에는▲김민지의‘물을담은남양주,물을닮은정원’▲조숙경의‘남양주,Whatawonderfulworld!’▲박정란·고승호·김순옥·박주서의‘불어라.다산의바람이여!’▲김세원의‘자연속의발걸음’▲장수·이우민·송지민의‘나만의양심’▲이민숙·한설의‘다산화사’▲전진아의‘Onthestage’등이선정됐다. 한편오는6일까지펼쳐지는박람회에서는초청작가로참여한영국첼시플라워쇼골드메달리스트인황지해작가가‘혼자웃는까닭;’이라는정원작품을선보인다. 또한정원은작품정원6개·생활정원6개,바나나우유테마정원이있는‘빙그레정원’등기업,청년,마을등에서조성한28개공동체참여정원등총41개정원을조성해볼거리를제공한다. 특히정원산업관련업체들의전시및판매,친환경농부시장,정원사진관,정원콘서트,정원시네마등이펼쳐져가족과함께생활속정원문화예술을즐길수있다. 아울러사전전문해설교육을받은시민정원사50여명이도슨트(해설가)로참여해정원투어를진행한다.매일2회현장접수를통해신청할수있다. 이와관련한더자세한사항은경기정원문화박람회홈페이지에서확인할수있다.
  • 환경과조경 2024년 11월
  • 조경공사 적산기준
  • 공원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