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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박광윤 국장] 미래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기술,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전상을 강조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전 세계에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AI 기술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니 SF영화 속 미래가 그리 멀지 않았나 보다. 그런 마음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11월에 오픈한 chatGPT가 인공지능의 신세계를 열고 있다며 전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사람과 대화를 하고 논문을 써주고 코딩을 해준단다. 이미 그런 AI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수준이 좀 다르다는데, 미국 의사시험도 합격했다고 하니 얼마나 똑똑한가. “일자리 빼앗기겠다”는 한탄의 댓글도 한가득 보이고,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사용금지 조치가 있었다니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듯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대중적인 관심사가 아니거나 사회적인 빅 이슈가 아닌 질문에 대해서도 해박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미국이나 세계적인 이슈가 아니어도 그 미국산 AI가 과연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의 AI가 한국의 조경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을 줄 수 있을까’ 궁금해진 것이다. 그래서 두 가지 질문을 해봤다. “한국의 조경에 대해서 아느냐?” “한국의 조경잡지 환경과조경에 대해 아느냐?” 먼저 “한국의 조경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미국산 AI가 내놓은 답은 이렇다. “한국의 조경은 한국의 야외 공간을 디자인하고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식물, 물, 구조물, 그리고 기능적·미적으로 흥미로운 풍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한다. 한국의 조경은 전통적인 한국 정원에서 영감을 얻고, 또한 현대적인 디자인 요소를 포함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풍경 건축물로는 서울숲공원, 남산공원, 제주식물원 등이 있다. 이 분야는 철학, 예술, 자연 환경을 포함한 한국 문화의 다양한 측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냐”고 요청해 봤다. 아래는 요약문이다. 물론이다. 한국의 조경은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와 현대적인 디자인 요소가 융합된 것으로, 그 나라의 풍부한 문화 유산과 현대 디자인 미학을 반영한다. ‘후원’으로도 알려진 한국 정원은 한국의 조경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 정원들은 자연과 바위, 수경, 정자 등 인공적인 요소들이 조화롭게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현대에 와서, 한국의 조경은 현대의 공원 디자인, 공공 광장, 옥상녹화와 같은 다양한 디자인 요소와 스타일을 포함하며 진화했다. 또한 기술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합하여 기능적이면서 저관리 환경친화적인 공간을 조성한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조경은 한국의 문화적, 환경적 유산의 독특하고 중요한 측면이다. “한국의 조경잡지 환경과조경에 대해 아느냐?”도 물었다. 좀 더 난이도 있는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LAK(Landscape Architecture Korea)는 한국의 조경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잡지이다. 조경설계사, 디자이너, 실무자들이 작품을 선보이고 조경에 대한 아이디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LAK는 한국 조경의 최신 동향, 기술 및 우수 사례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현대 설계 프로젝트에 대한 심층 분석을 제공한다. 이 잡지는 이 분야의 선도적인 조경 설계자, 디자이너, 그리고 전문가들에 의한 기사, 인터뷰, 사례 연구를 다루고 있다. 또한 한국 조경의 미래를 형성하고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설계 접근법, 재료 및 기술을 강조한다. LAK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물론 한국 조경의 발전과 진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자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그 주제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넓히려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다. 혹 대답을 보고 놀랐다면 비슷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홈페이지 첫 장에는 아직 완벽한 기술이 아니므로 잘못된 대답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머지않아 구글링 대신 AI와의 대화를 더 즐기고 있을 것이 너무 확실해 보인다. 아직 틀린 부분도 있지만 구글에서 찾지 못하는 대답을 하거나 분야에 따라서는 이미 놀라울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유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미국의 openAI는 다음에 공개할 유료 버전이 훨씬 정교해졌다며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사람들은 이 기술에 대해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위험하다는 주장이 있고, 반면에 “칼이나 총,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 그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많이 했지만 결국 좋은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사람들의 몫”이라는 주장도 있다. AI가 해커들에게 해킹의 기술을 전수하는 나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 기술이 인류의 미래에 관여하는 것을 거스를 수는 없을 듯하다. 물론 우리가 방관한다고 해도 미래 기술은 어느샌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겠지만, 좀 더 선도적으로 수용한다면 경쟁력있는 변화를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요즘 AI 빼면 일이 안된다”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다. AI가 조경 분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예측하고 이를 좋은 도구로 활용해 가는 것은 조경인들의 관심과 노력에 달렸다. 박광윤 / 환경과조경 국장 ◆chatGPT 전문 1.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refers to the design and creation of outdoor spaces in Korea. It includes a range of elements such as plants, water features, structures, and other elements to create functional and aesthetically pleasing landscapes.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draws inspiration from traditional Korean gardens and also incorporates contemporary design elements. Some notable examples of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include the Seoul Forest Park, Namsan Park, and the Jeju Botanic Garden. The field is influenced by various aspects of Korean culture, including philosophy, art, and natural environments. 2. Sure, here s a more in-depth explanation: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is a branch of landscape architecture that deals with the design and creation of outdoor spaces in Korea. It is a fusion of traditional and modern design elements, reflecting the country s rich cultural heritage and contemporary design aesthetics. Korean gardens, also known as "huwon", are a significant influence on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These gardens are characterized by a harmonious balance between nature and man-made elements, such as rocks, water features, and pavilions. The use of these elements is meant to evoke a sense of peace and tranquility, while also showcasing the beauty of nature. In modern times,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has evolved to include a wider range of design elements and styles, such as contemporary park designs, public squares, and green roofs. The field also incorporates the latest advancements in technology and sustainability, to create functional, low-maintenance and eco-friendly landscapes.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is a significant aspect of the country s cultural heritage and plays an important role in shaping the urban environment. It enhances the quality of life for citizens by providing green spaces for recreation, relaxation, and connection with nature. Overall,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is a unique and important aspect of the country s cultural and environmental heritage. 3. LAK (Landscape Architecture Korea) is a magazine dedicated to the field of landscape architecture in Korea. It is a platform for landscape architects, designers, and practitioners to showcase their work and share their ideas and knowledge about landscape architecture. LAK provides a comprehensive coverage of the latest trends, technologies, and best practices in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as well as in-depth analysis of contemporary design projects. The magazine features articles, interviews, and case studies by leading landscape architects, designers, and experts in the field. It also highlights new and innovative design approaches, materials, and technologies that are shaping the future of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LAK serves as a valuable resource for professionals in the field, as well as for those interested in the development and evolution of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It is an excellent source of inspiration for those seeking to expand their knowledge and understanding of the subject.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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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겪은 조금 희한하고 황당한 에피소드를 이어 모았다. 사실관계를 되도록 있는 그대로 적기 위해 지명, 기관명, 프로젝트명, 직함은 각색했다. 기묘한 이야기 #1: 공원, 도로공원 공원은 조경가가 설계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그런데 엔지니어링 협회를 통해 경력관리를 하는 조경기술자라면, 경력을 추가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사업종류’를 고를 때 ‘공원’이란 항목이 없는 황당한 일을 겪어봤을 것이다. 엔지니어링 사업종류는 기술분야별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엔지니어링 업계 전체의 선택항목이 하나로 목록화되어 있어 뭐 하나 찾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어딘가 다른 이름으로라도 있을 것 같아 리스트를 두서너 번 위아래로 스크롤 해보게 되지만 확신은 서지 않는다. 가나다순으로 되어있으니 맛보기로 ‘ㄱ’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스공업, 가스사업, 가스설비, 가스안전, 가축 육종, 가축생산, 각종 전원장치, 간척, 간척 외곽시설, 감리, 감시제어 설비, 감전 방지, 개간, 개폐기, 객·화차, 건널목 보안장치, 건설안전, 건설화약산업, 건설작업환경, 건설재해방지사업, 건조 공법, 건축 부대시설, 건축구조물, 건축기계장치, 견방적, 경작도, 경정화용 나노소재, 경지정비, 계약관리 계획, 고분자 공업, 고속도자동차도로, 고속전철, 고압기술, 고압설비, 고정무선통신설비, 고치삶기, 고탄성재료, 고효율 열전소재, 공기조화설비, 공기조화장치설비, 공기청정장치설비, 공업계획제어, 공업단지, 공업용 계측계기, 공업화학 안전, 공장 자동화 기기, 공장관리, 공항, 공항 및 항만, 공항부대시설, 관개배수, 관광단지, 관정 개발, 광물, 광물 채취시설, 광산, 광산 환경, 광업 피해, 광업화약, 교량, 교류기, 교차로시설, 교통 부대시설, 교통구조물, 교통안전시설물, 교통체계시스템, 교환설비, 구근, 구근삽수, 구내통신설비, 구조 및 표면디자인, 구조물안전진단, 국가지리정보체계(NGIS), 굴뚝설비, 궤도회로, 귀금속 제련, 극미세 오염물질, 금속재료 분류, 금속재료 열처리, 금속재료 용도, 금속재료 재료시험, 금속재료 제조장비, 금속재료 파괴 및 비파괴시험, 금속재료 표면처리방법, 금형 생산기술, 금형 제작기계, 급수배수설비, 기계 및 기계장치, 기계공정시스템, 기계안전사업, 기상예보, 기술지원, 기술프로그램, 기억장치, 기초구조물, 기타 계측기기 및 제어기기 제어, 기타 금속가공, 기타 발송배전, 기타 수자원개발시설물, 기타 열차, 기타 장치 및 시스템, 기타 전자계산기, 기타 차량, 기타 측정 시스템, 기타 토목구조물, 기타 항공기 기체, 기타 항공기 추진장치 이상 115가지. 때론 ‘고치삶기’나 ‘극미세 오염물질’처럼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 중 ‘조경’ 기술 분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사업종류는 밑줄로 표시했다. ‘공원’은 없다. 어쩔 수 없이 ‘도로공원’을 고르지만 찝찝하다. 위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 두 단어 이상을 합성한 경우 띄어쓰기를 하거나 중점을 쓰기도 하는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도로공원’은 한 개 단어로 붙어있다. ‘정원’도 없다. 개인적으로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사업종류를 가장 명쾌하게 고른 경우는 ‘댐자원을 활용한 스마트레벨업 기본구상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의 ‘댐’이다. 기묘한 이야기 #2: 오늘도 무사히, 내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댐은 참 특별한 공간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사는 3년째, 수자원공사와 함께 전국의 28개 댐 공간에 우리 시대에 적합한 공간 역할을 부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런 비전 수립 프로젝트는 당연히 현장이 매 순간 겪고 있는 눈앞의 문제만을 다루지 않기에, 이를 발주한 수자원공사 중앙본부의 의지와 이를 지켜보고 있는 지사의 생각 역시 심히 다르다. 어느 것이 더 옳고 우선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때론 그 간극이 너무 심할 때가 있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이끄는 문화적 공간으로의 탈바꿈을 고심하고 있는데, ○○댐 지사장이 조압수조 구조물에 트릭아트 그려달라는 식이다. 있는 트릭아트를 지워도 시원찮은데 하나 더 만들 수는 없어, 자문비 정도 받고 시작한 일임에도 회사 내 공모전도 열어가며 열정적으로 대안을 만들고, 없는 예산과 공사기간을 고려해 실현성 있게 계획안을 정리했다. 스위스나 스페인 댐에서나 보던 환상적인 장면(moment)이 만들어질 것 같아 잠시 설레었다. 두 시간 가까이 쏟아낸 제안을 듣고 우리처럼 매우 상기되어 보였던 지사장은, 어느새 침착함을 되찾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 좋은데, 제 임기 끝나고 하면 안 될까요? 우리는 지금 내년에 있을 ○○댐 30주년 행사 준비하기도 바쁘잖아.” 나를 배웅하는 길에 그는 관리동 앞 녹지에 있던 나무 철거 현장을 보여주면서 직원들이 휴식할 수 있는 퍼걸러를 하나 설치하려는데, 그 옆에 향나무 심는 건 어떠냐고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물어왔다. 기묘한 이야기 #3: 조경의 탈 한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하천 복원 기본계획 용역을 땄는데, 자기네는 조경 부서가 없어서 함께할 업체를 찾고 있다며 설계 견적을 요청받았다. 조경이 없는데도 일을 수주할 수 있게 발주가 된 것이 이상해서 나라장터를 뒤져보니 입찰 조건은 아래와 같다. 참여 자격요건에는 잘못된 게 없다.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제21조에 의하여 건설부문(수자원개발, 도시계획, 상하수도, 조경, 교통)과 환경부문(수질관리 분야)의 엔지니어링사업자로 신고한 업체 또는 「기술사법」 제6조에 의하여 같은 분야 기술사 사무소로 등록한 업체로서, 「건설기술진흥법」제26조에 따라 건설엔지니어링(종합 또는 설계·사업관리-일반 또는 설계·사업관리-설계등용역-일반)을 등록한 업체 이상하게도 이런 일은 공공연하게 묵인되고 있다. 조경전문가와 전문업체에 대한 자격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조경의 입지는 계속 좁아질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 #4: 꿀이나 발암물질이냐, 사기 혹은 미필적 사기 나라장터에 입찰공고가 뜨면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것이 금액, 자격(자격 구성), 그리고 기간이다. 프로젝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해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느냐에 용역비만큼 중요한 게 기간이다. 단기간에 마치려면 그만큼 과정이 강도 높고 힘들 수 있지만 대신 줄어드는 리스크도 많다. 같은 일을 3년 하면 노예계약이 될 수 있고, 9개월이면 소위 ‘꿀’일 수 있다. 3년으로 시작한 일이 갖가지 중지, 연장을 겪어 10년이 되면 발암물질이다. 원래 과업기간 6개월로 시작된 한 프로젝트가 결국 14개월로 연장되었다. 프로젝트 기간이 연장되면 그에 따라 과업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고, 과업 내용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기간 연장에 따른 기회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에 용역비 변경의 사유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조항은 지난 해 ‘조경설계협의회’에서 발표한 조경설계표준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발주처인 ○○시에 증액을 요청했더니, 예산이 없기도 하고 원래부터 이 프로젝트는 6개월만에 끝날 것이라 판단해서 낸 건 아니라고 한다. 6개월짜리가 아니지만 그 해 예산으로 편성했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6개월로 발주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 이렇게 된 제반의 상황(이를테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한 예산 편성 절차상의 문제 등)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6개월 아닌 일을 6개월로 발주할 때는, 용역사 뿐 아니라 발주처 역시 이를 6개월 내 진행할 의무가 있고, 발주처의 사유로 기간이 연장될 경우 이 연장에 따른 기회비용을 보상할 리스크를 발주처가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비용을 전부 을에게 전가하는 것은 갑질이다. 갑의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면책되지는 않는다. 기묘한 이야기 #5: 시뮬레이션 안 해보냐? 얼마 전, ○○시 입찰 시 정량적 평가에 적용되는 가산점의 기준이 업데이트되었다. 가산점은 가. 중소기업, 나. 지역업체, 다. 고용창출 (신규/청년/여성/장애인), 라. 약자기업 지원 및 정책적 지원 (사회적기업, 모범납세자 등), 마. 안전보건 확보 정도, 바. 근로 및 하도급법 등 준수 정도 (바의 항목은 가산점이 아니라 감점 적용) 등 크게 여섯 항목이 인정된다. 새로 업데이트된 기준에는 모순이 있다. 다. 고용창출 2. 청년고용 우수기업 기준을 따르면 “청년고용률이 20% 이상이면서 청년고용인원이 10인 이상인 기업” 또는 “청년고용률이 5% 이상이면서 청년고용인원이 5인 이상인 기업”이어야 가산점을 얻는다. 전자를 만족하려면 총 청년/비청년을 합한 총 고용인원이 최소 50인 이상이어야 하고, 후자를 만족하려면 총 고용인원이 100명이어야 한다. 즉, 애초에 고용인원이 50인 이하인 대부분의 중소 설계사는 청년고용을 아무리 많이 해도 가산점을 받을 수 없다. 이 기준은 중소기업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과 정확히 상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 고용창출 3. 여성고용 우수기업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50인 미만의 기업은 여성고용률이 아무리 높아도, 극단적으로 모두가 여성이어도 가산점을 받을 수 없다. 라. 약자기업 지원 및 정책적 지원의 2. 여성기업(중소벤처기업부 발급)은 대표이자 최대주주가 여성이면 인정받을 수 있다. 실질적 오너나 리더인지는 검증하기 어렵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많은 기업들이 실제 기업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실질적 오너나 대표’의 배우자를 대표 및 최대주주로 두고 활동하고 있다. 운영실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지정이 남용되는 ‘여성기업’은 ‘공공이 약자로서 지원해 줘야 하는 대상’일까? 허술한 제도가 낳는 부작용은 오히려 여성의 평등한 권익 찾기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대표로 있는 회사는 굳이 여성기업 인정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수의계약 범위는 2000만원 이하이다. 급히 처리해야하는 일을 맡기려던 여러 발주처가 우리 회사가 여성기업이 아닌 것에 놀라면서, 제발 여성기업 좀 지정받으라고 권유했다. 여성기업이 아니라 좋은 점도 있다. 발주처가 ‘수의계약 범위’라는 것을 용역비 축소의 핑계로 삼을 때도 있는데 여성기업이 아니니 이를 쉽게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 입찰의 세 부분 (정성적 평가, 정량적 평가, 가격 평가)은 모두 당해 사업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업체를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한 장치다. 이들에 학점을 준다면 C+ 정도 주고 싶다. D가 사실상 마음 약해서 F 대신 주는 거라 하면, C+는 재수강하라는 분명한 의사전달이라고 볼 수 있다. 놀랍게도 발주처도 업체도, 이러한 기준을 받아들이는데 아무 저항이 없는 듯하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본 많은 발주처는 가장 좋은 업체 선정 방식이 수의계약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들의 평가 기준에 대한 스스로의 신뢰도를 반영한다. 기묘한 이야기 #6: 자주 말아먹으면 한번 잘한 것보다 낫다. 정량평가는 회사의 기술력 (유사용역 점수), 참여자의 기술력 (사업책임자/참여자의 경력과 자격 점수), 회사의 신인도 등을 평가한다. 공사라면 모를까 인건비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설계 용역에서 기업의 신인도를 왜 이렇게까지 크게 점수화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돈을 주겠다고 약조하면서 결과물을 먼저 받아 가는 것은 발주처이니, 용역사 입장에서는 발주처의 신인도가 참으로 궁금하다. 발주처, 특히 공공 발주처는 입찰 업체가 도산 위기에 있어서 용역 수행이 중단될 우려가 있거나, 임금 또는 세금을 체불한 상황이 아니라면 용역사의 재무상태에 따라 점수를 줄 이유가 없다. 최소한의 참가자격을 정해 걸러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유사용역 수행 여부는 신인도보다는 합당한 기준처럼 보인다. 맹점은, 유사용역 수행 여부를 너무 까다롭게 본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유사용역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이 수행해야 만점인가 하는 기준이 더 불합리하다. 오래된 회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사 프로젝트를 한두 번 해봤으면 나머지 역량은 제안서 내용으로 평가하면 될 것을, 비슷한 일 10번 해봤으면 제안서 잘 쓴 것보다 더 쉽고 확실하게 점수를 준다. 유사용역을 얼마나 잘 했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말아먹었어도 했으면 쳐준다. 자주 말아먹으면서 꾸역꾸역 실적을 채워 나가는 것이 한 번 정말 잘한 것보다 낫다. 기묘한 이야기 #7: 70%로 후려쳐 0.175점 차로 이기다. 이 가운데 C+가 아니라 F를 줘서 사라지게 하고 싶은 ‘가격점수’가 있다. 얼마 전 총 4개 업체가 참가한 ○○시 기본구상 입찰의 점수표다. 낙찰자는 업체 A다. 종합평점 0.175 차이로 아깝게 떨어진 업체 B는 기술평가점수에서 1.8점을 앞섰지만 가격점수에서 1.975를 잃었다. 업체 B가 낸 제안가격을 토대로 환산해 보면 업체 A는 약 70% 정도의 가격을 냈다. 업체 A가 조금만 더 높게 썼으면 떨어졌을 판이다. 가격을 정한 사람이 참으로 용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원래 책정된 기준금액도 과업 내용에 비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이의 70% 금액을 가지고 과업을 수행할 수 있나 의아해하는 나에게 다른 시 공무원이 말했다. “일단 저렇게 따고, 추후에 설계변경할 거라 생각하는 거겠죠. 낙찰 차액이 있으니까.” 이럴 거면 입찰 가격은 애초에 점수화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가장 이상한 것은 이런 에피소드를 조경계에서 그렇게 희한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미 이런 일을 한 번쯤 또는 여러 번 겪어본 사람들이 인생 선배 뉘앙스로 ‘원래 그렇다’고 한다. 이런 부조리와 불합리에 놀라지 않는 그들이 가장 기묘하다. 새해를 시작하는 글이 기묘함에서 끝나기보다는 그 뒤의 이야기가 더 중요할 것 같아, 다음 달 ‘탈조경 시대에 을질하기’라는 제목으로 이어가려고 한다. 이해인 / HLD 대표
- 이해인 HLD 대표[email protected]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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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사람들은 좋은 곳에 살기를 원한다. 땅을 만지는 사람은 계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를 하여 그러한 곳(吉地)을 조성하려 노력한다. 좋은 환경에서 살면 사람이 건강해지고 모든 일에서 잘 풀린다. 그래서 옛 선조들은 길지를 찾고자했으며, 땅의 기운(地運)을 받아 좋은 운을 얻고자 했다. 세상은 천지인(天地人)의 기운이 있고 그 기운을 받아야 잘된다고 믿었다. 천운(天運)은 무엇인가? 때의 기운이다. 시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시기를 못 맞추면 아무리 좋은 약도 사후(死後) 약방문이 되고 만다. 죽은 사람에게 명약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만큼 시기를 맞추는 것은 중요한데 조상들은 천운을 제일 중요하게 꼽았다. 전쟁 나는 해에 태어난 사람은 대부분 죽게 마련이다. 천운이 좋지 않은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나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0년 전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노예였을 것이다. 또 조선에서 중인이나 서얼로 태어난 무수한 천재들도 삶을 한탄만 하다가 빛을 보지 못하고 한평생을 보냈다. 때를 만나지 못한 삶이란 대체로 이러하다. 이런 삶을 탈피하고 개운(改運)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에는 굿을 하거나 부적을 써서 몸에 지니고 다녔다. 또 종교에 귀의하거나 영험하다는 곳에 가서 열심히 기도했다. 과연 그것이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모르나 지난 역사를 볼 때 천시(天時)를 거역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지운(地運)은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의 운을 이야기한다. 공간적인 개념이다. 예전에는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한곳에서 살았다. 교통이 불편하였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현대에도 국적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미국에서 태어나면 연평균 6만 달러의 국민소득을, 아프리카의 빈국에서 태어나면 연 500달러의 국민소득을 가진 국민으로 시작한다. 이 굴레를 벗어나기란 쉽지가 않다. 여간 노력하여도 그 지역에 사는 한 그렇게 살아야 한다. 좁게는 사는 곳에 종합병원이 없거나 대형쇼핑센터가 없으면 불편을 감수하여야 한다. 이런 지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해 오던 방식이 이사를 가는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도 맹자를 잘 키우기 위해 3번이나 이사(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가지 않았는가? 해방 후 어려운 대한민국에서도 조금만 여유(?)가 있는 사람은 무수히 이민을 가지 않았는가? 그들이 한국에 있었던 것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 다른 지역보다 비싼지를 생각하면 지운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조경을 하는 사람들은 지운을 좋게 조성하는데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또 예전의 우리 조상은 명당을 찾으려 노력했고, 명당을 찾는 여러 술법들이 조선 말기까지 성행했다. 명당을 찾아 조상을 잘 모시면 삼대 안에 정승이 난다든지, 만석꾼이 된다고 생각했다. 현대에도 이런 것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의 묘터를 옮기고 대통령이 되었다든지…. 하지만 부모가 돌아가시면 대부분 화장을 하는 세태가 되어버린 지금 명당에 조상을 모시면 잘된다고 믿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 양택(陽宅)의 명당론은 아직도 남아있고 서울의 부촌으로 성북, 평창 등이 산재해 있으나, 아파트가 대세인 고밀도의 현대 도시에서는 교통, 통학권, 녹지 접근성 등이 고려된 새로운 차원의 양택론도 살펴볼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인운(人運)은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느냐이다. 인과의 관계이니 바꿀 수 없다. 유명한 가문의 집안에서 태어나느냐, 굴다리 밑의 걸인으로 태어나느냐는 엄청난 차이다. 즉 재벌가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사람과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집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사람을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나면 큰 노력이 없어도 굶지는 않을 것이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면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가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중등교육까지 무상으로 시켜준다고 하지만 가족사를 극복하기란 지난(至難)한 것이다. 그럼 인운을 극복하기 위하여 어찌해야 할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노력하였다. 학교에서 훌륭한 선생을 만나 잘 배우는 것은 인운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졸업하여 고급공무원 시험이 되는 길(과거 급제)이야말로 개운(改運)을 하는 첩경으로 생각했다. 이 방법은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누구나 시도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성공해서 개운을 하였다. 부모님들은 일자무식하였으나 자식이 잘 되어 집안을 일으킨 경우를 종종 봐 왔다. 또 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친구를 사귀는 일도 개운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훌륭한 친구, 선후배들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부모들은 항상 자식이 좋은 친구를 사귀길 염원했다. 이렇듯 인운을 좋게 만드는 것은 그래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여지가 가장 많은 운 중에 하나이다. 이렇게 천지인의 기운을 다 받고 태어난 자는 왕후장상(王侯將相)이 될 것이며 그중의 하나라도 받은 자는 부(富)하거나 귀(貴)하게 되는 운명이라고 한다. 이토록 천지인의 기운이 중요한데 이 기운을 다 놓쳐버린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태어난 세월도 유리하지 않은 것 같고, 태어난 곳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이고, 집안도 변변찮은데 좋은 친구도 사귀지 못하여 그럭저럭 인생을 허비한 사람은 어떡하란 말인가? 이렇게 살다 죽으란 말인가? 몸부림쳐 개운을 하고 싶은데…. 방법은 있다. 개운을 위한 동서고금의 다양한 길들을 접할 수 있는 독서(讀書)만이 천지인의 운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2023년 새해에는 개운하여 희망찬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신경준 / 장원조경 대표
- 신경준 장원조경 대표
-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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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늦게 내린 눈은 한여름의 폭우처럼 내렸다. 마음 같아서야 조금씩 나눠서 내리면 좋겠지만 날씨라는 게 사람의 마음 같지 않다. 눈이 내리지 않을 때는 겨울가뭄 때문에 걱정이지만 막상 많은 눈이 내리고 나면 출근길과 하우스 같은 시설물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또 한낮에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기라도 한다면 나무에 얹혀 녹는 눈의 무게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부러지거나 찢어지는 나무가 있을까 바라보다 장대를 들 수밖에 없다. 정원과 식물을 접하는 순간 사계절 모두가 걱정을 동반한 삶이 될 수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이 걱정 때문에 정원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더 크게 다가온다. 정원과 식물을 접하는 순간 걱정을 달고 살 거란 걸 충분히 듣고 또 알면서도 왜 정원을 가까이하는 걸까. 어쩌면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모두 정원을 가까이하지는 못하지만 내면에는 모두 본능처럼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꽃을 사고, 산을 찾고 있지는 않은지…. 예전부터 수목원에 근무하면서 절대 집에서는 식물을 키우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 결심은 마찬가지이지만 지난해 시골로의 이사를 결심 하면서 그 마음은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이사하는 집이 전원주택이고, 정원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보니 정원은 고스란히 나의 숙제가 되어 버렸다. 겨울이 다 될 즈음 입주를 한 덕에 정원일은 핑계로 남겨두고 있지만, 마음은 늘 편치 않다. 집에 가면 앞마당과 뒷마당을 어떤 식물로 채워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정원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고민이라면 식물을 심기 시작하면 더 큰 고민과 걱정을 하지 않을까. 혹시 어떤 걱정을 하고 있을까가 궁금하다면 카렐 차페크의「정원가의 열두달」이란 책을 참고하면 된다. 내용 모두를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읽다 보면 매 계절, 달마다 일거리와 걱정거리를 절로 이해하게 된다. 가끔은 고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도 생각난다. 주산지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 주인공 보다 물에 잠긴 채 살고 있는 왕버드나무가 더 인상 깊었던 영화가 아닐까 한다. 정원과 관련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속의 주제인 욕망과 윤회의 삶이 정원 속에도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행여 내가 만드는 작은 정원도 그런 욕심과 욕망의 정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정원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이자 성장의 공간이다. 지난해 올라왔던 식물이 그 형태 그대로 날리 만무하다. 꽃이 지고 나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듬해의 형태는 달라진다. 행여 꽃이 진 자리에서 또 다른 꽃을 보기 위한 욕심으로 식물을 식재한다면 이는 원래의 식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욕심의 반복은 기쁨을 얻기 위해 시작한 정원 생활을 노예로 만드는 지름길임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정원만큼은 화려한 정원이길 기대한다. 화려함이 아름다움은 아닌데 가끔 우린 화려함을 아름다움으로 착각하곤 한다. 정원에도 그런 착각은 반복되는 듯하다. 봄정원이 꽃으로 아름다웠다면, 여름정원은 꽃이 아닌 푸르름으로 아름답고 가을정원은 단풍과 열매로 아름다운 정원이길 기대하는 건 어떨까. 그리고 겨울정원에는 잎조차 없어도 눈옷을 입은 가지에 눈꽃으로 만족하는 건 어떨지. 혹시 눈꽃만으로 서운하다면 털로 가득한 눈 비늘을 가진 목련 한 그루의 욕심으로 만족하는 정원을 가꾸는 게 어떨까. 그리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들의 생태를 알아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최고의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정원의 근본적인 목적은 아니다. 내가 즐거울 수 있다면 되지 않을까. 지난해에는 자연도, 인간도 아픔과 상처가 많은 한 해였다. 그런 마음을 위로받고 치유받을 수 있다면 그런 정원이라면 세상의 어떤 정원보다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헤르만 헤세가 글을 쓰다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나무가 있는 안식처인 정원으로 갔듯, 올해 계묘년은 더 많은 사람들이 안식처인 정원을 찾길 기대한다. 정원 속에서 노동을 가장한 휴식과 상상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리는 명상을 경험하고, 영혼과 즐거움이 자라기를 기원한다.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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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우리는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할까? 공간혁명이 필요한 4곳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공간과 디자인을 탐색해보는 책이 발간됐다. “천편일률적인 건물이 가득한 도시공간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 꿈과 창의력 이 부재한 공간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과연 어떤 어른이 될까? 네모난 아파트에서, 네모난 교실에 갇혀 압박받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어떤 공간을 만들어줘야 할까?” 신간 ‘공간은 교육이다’는 10여 년 동안 대한민국 학교 공간 바꾸기 프로젝트를 맡아온 저자의 다양한 경험담을 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좋은 공간은 그 자체가 교과서이자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공간이 아이들의 사고, 행동, 인성, 감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아이를 위한 행복한 공간’을 살펴보고, ‘아이의 잠재력과 감성을 키우는 공간’을 탐색한다. 또한 부모로서, 경관·공간 디자이너로서의 소회와 철학을 담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공간을 주거공간, 학교공간, 문화공간, 도시공간 등 총 4곳으로 분류해 앞으로 어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하고 깊게 풀어냈다. 초등학교부터 학습에 시달리며 집에서조차 쉴 수 없는 아이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며, 교육의 해답을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공간과 디자인’에서 찾고 있다. 신경건축학에 근거해 아이들의 행복과 성장에 공간혁명이 필요한 4곳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 김경인은 경희대학교 조경학과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거쳐 일본 교토대학교 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브이아이랜드를 설립해 경관·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2008년부터 십수 년 동안 삭막한 학교 공간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1000건이 넘는 경관과 색채에 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수상, 국토부장관상, 국무총리 표창, 교육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등이 있다.
- 신유정[email protected]
- 20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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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경분야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노력한 조경인들의 신년 인사 “2023년에 바란다”를 들어봤다. - 편집자주 작심삼일 백번 최윤석 그람디자인 소장 올해 초 반드시 매일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을 세우고 연초부터 헬스장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물론 현장 업무로 그 루틴은 깨지고 말았지만, 그 결심은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리셋돼 다시 평범한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고자 노력한 한 해다. 사실 운동을 싫어하지만, 운동 후 가장 기쁜 순간은 “오늘 운동했다!”는 뿌듯함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때다. 운동을 하는 이유는 근육이 빠지기 시작한 40대의 시간을 늦추기 위함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술배를 떼어내기 위함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의외의 효과를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밝고 좋은 기운은 주변에도 전염된다고 생각된다. 그간 조경인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늘 받기만 해오다가 나도 ‘주는 사람’이 돼야지 하는 생각을 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22년을 되돌아보면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IFLA 세계조경가대회의 산업전을 준비한 것이다. 준비부터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매순간 조경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마음과 기운을 나누는 기분이었다. 2023년에도 작심삼일을 반복할 예정이다. ‘그럼 그렇지’하고 내려놓는 날도 있겠지만, 삼일만에 다시 작심하게 되는 일을 백번을 반복하면 일 년이 간다. 2023년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조경인들이 자주 만나 서로에게 에너지를 나눠주는 해가 되길 소망한다. 반(反)-정원 김단비 정원작가(숲을위한주식회사 디자이너) 올해 제3회 LH가든쇼에 출품한 ‘그럼에도 대지에는’ 작품에 대해 어느 기자가 - “피터 싱어(1946~)의 동물평등권을 넘어서는 생물평등권이 과연 어떻게 공간적으로 연출될까? 인간 무리의 보편적 이용을 위한 정원에서 인간이 우월하지 않다는 것은 인간에게 편하거나 선호되지 않는 경관일 수도 있다는 의미인데, 그러한 디자인 의도가 과연 대중들을 위한 공공성과 어떻게 어우러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 고 말했다. 도시에서 정원과 공공을 위한 정원은 한 인간을 위한 개인정원의 성격과는 완벽하게 등을 진다. ‘그럼에도 대지에는’ 작품의 시작은 ‘왜 인간은 대지에서 주인인 것처럼 행동할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됐다. 인간이 자연 안에서 삶을 누리고 영위하는 과정에서 다른 생명체와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지 혹은 있을지를 고민했다. 만약 나의 집에 새라도 한 마리가 들어왔다고 상상해보면 너무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서 먼저 한없이 약하고, 소유에 대한 욕구가 넘쳐나고, 또 쉽게 공존하지 못하는 이기심을 가진 인간의 성격을 설정했다. 인간만을 위한 정원을 구현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스토리에서 본래의 대지 속 우연히 태어난 수많은 생명체들을 위한 정원을 구현해보자는 것이 이 작품의 취지였다. 이는 앞으로 감히 공공정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식물과 자연을 가까이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는 박준 시인의 ‘광장’에서 답을 찾았다.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를 새장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가꾸는 것이다.…”라는 구절이다. 앞으로 많은 공공정원은 대지의 주인이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들임을 알 수 있도록 식물 한 포기, 풀벌레 한 마리에게 양보할 수 있는 그런 정원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유충헌 스케이프360 대표 올 한해는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조금 늦은 나이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졸업을 앞두게 됐고, 올해 개최됐던 경기정원문화박람회 공모전에 출품해서 대상도 받게 됐다. 오랫동안의 실무에 지쳐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나에게 이 두 사건은 조경에 대한 열정과 초심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돌이켜보면 과거 회사에 근무할 당시 건축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의 조경 현실에 좌절하기도 했고 매일 이어지는 야근과 철야에 ‘과연 이것이 맞는 길일까’하는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던졌다. 하지만 최근 조경의 발전된 위상을 보면 그래도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활동했던 많은 조경인들과 시대적 흐름 덕분에 우리나라의 조경에 대한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고 이제 조경은 외부 공간을 포함해 환경과 관련된 이슈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그래도 여전히 갈 길은 멀고 해야 할 일은 많다. 조경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우리가 수행해야 할 과제 또한 그만큼 많아져서 꽃과 나무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는 환경문제, 탄소중립, 지역 활성화, 주민참여, 지속가능성 방안 모색 등 조경에서 다루어야 할 이슈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실력과 안목이 있는 유능한 전문가가 꼭 필요한 시기이다. 2023년에는 더 많은 실력 있는 조경가들이 발굴돼 각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조경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발전했으면 한다. I Went To Be Useful(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김종수 한양건설 조경과장 대학을 졸업한 후 조경인으로 삶을 산 지 벌써 25년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 동안 나의 삶에 조경은 항상 곁에 같이 있었다. 매년 “다사다난한 해”였다고 말하지만 2022년은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몇 년간 준비해온 회사의 브랜드 리뉴얼에 맞춰 조성된 조경 공간이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결과물로 나타났고 앞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 우리만의 조경 공간을 가진다는 것에 고무적이다. 고생한 팀원 및 협력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오는 2023년은 어느 해보다도 바쁘고 힘든 해가 될 것 같다. 준비한 조경 특화를 각 현장에 맞게 뼈와 살을 붙여 경쟁력 있는 조경 공간을 조성하는 조경팀의 목표와 SOC 예산 감소, 기준금리 상승, 건설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의 요인으로 건설 경기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원가절감을 요구할 것이다. 이에 조경분야는 원가절감의 칼날에서 먼저 정리되지만, 투입 대비 효과가 가장 큰 것도 조경분야다. 조경은 건축에 있어 ‘양날의 검’인 셈이다. 올해 작은 아이의 진학을 조경과로 결정했다. 살아온 삶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게 미뤄왔던 개인적인 목표도 다시 도전을 해보려 하며 입버릇처럼 하는 말로 새해 인사를 전한다. “계획한 모든 일에 건승하시길 바란다.” 스마트가든 사업, 미래산업으로 정착되는 한 해 되길 전태평 초록에서 대표 조경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마트가든(수직정원)’은 탄소중립과 실내 공기질 개선 사업으로서 미래의 신사업의 하나로 급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생소했던 스마트가든이 관공서, 학교 등에 많이 설치되면서 개인소비자들도 설치를 원하고 있을 정도로 홍보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스마트가든이란 검색어 자체가 늘어나면서 업체들도 활발하게 SNS 통해서 많은 홍보자료를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관공서, 기업, 개인 등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이해도를 높여 현재 우리에게 왜 새로운 스마트가든 산업이 필요한지를 어필하고 있다. 환경 개선, 공기질 개선, 탄소중립은 물론 정서적 치유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그 누구도 스마트가든의 효과를 부정하지 못한다. 이제는 이 산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고 새로운 산업으로 정착시킬 것인지가 숙제로 남아있다. 살아있는 식물로 사업을 한다는 자체가 축복이라 생각하며 식물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 어떻게 쉽게 관리하고 유지시킬 것 인가가 또 다른 목표다. 2023년은 보다 진보한 스마트가든의 영역을 선보여 새로운 조경산업으로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끝없는 연구 개발을 추진할 것이다. 이것이 ‘초록에서’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확신한다. 2023년 조경인들의 새로운 도약과 꿈을 응원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조경 전문 인력 양성하자 최재혁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배재대학교 조경학과는 2022년 NCS 기반 우수직업교육훈련 경진대회 대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9년부터 이어오던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조경 기사 과정 운영의 성과로 대상을 수상하며, 대학에서도 현장 전문가 중심의 교육을 수행해 모두에게 인정받을만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한 해라 할 수 있다. 지방대학의 소멸이 현실이 된 현재 조경분야 교육 특성화라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며 노력했고, 이제 그 결실을 통해 조경 기사를 취득하고 현장으로 취업해 나가는 제자들의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래, 우리도 할 수 있어”라는 행복함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 조경학과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고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고자 무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모두 잘 될 수만은 없다. 특히 저출산의 시대를 직접 체감하고 있는 대학 교육 앞에서 우리 조경계도 신진 조경 전문 인력의 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일본경제연구센터에서 대한민국의 오는 2035년 1인당 GDP가 현재의 두 배에 달하는 6만509달러로 예측했다. 하지만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경분야의 일거리가 폭증하게 될 2035년도에도 우리가 양성할 수 있는 조경 전문 인력의 수는 현재보다 더 늘어나지 못할 것이다. 조경계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우리 배재대학교에서 노력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조경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첫걸음을 오는 2023년부터 디딜 수 있도록 모두가 협력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2023년에는 또 다른 의미에서 조경계의 협력과 발전을 기대해 본다.
- 박광윤, 신유정, 박형석 기자[email protected]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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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2000년에 시작한 ‘100만평공원 운동’은 멋진 공원의 꿈과 미래를 아이들에게 남겨주기 위한 비전에서 시작되었고, 이 운동을 가시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2010년도에 제시한 국가도시공원이 가시화되고 있다. 100만평공원운동은 시작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2050년은 50년째 되는 해이다. 앞으로 약 30년 후의 국가도시공원 모습은 어떨지 그때로 가보자. 우선 2050년에 대한 몇몇 미래 예측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데이비드 웰러스 웰즈는 2017년 재난 시나리오 리포트 ‘2050 거주불능지구(The Uninhabitable Earth)’를 뉴욕 매거진에 기고하여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2050년 예측을 보면, 취약 빈민층 10억 명, 전 세계적으로 50억 명 이상이 물 부족 직면, 기후난민의 숫자가 2억 명, 라틴아메리카 커피 재배농장의 최대 90% 소멸,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사람 중 1억5000만 명이 단백질 결핍, 폭염으로 전 세계인구 25만 명 사망,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 산불, 태풍이나 수해 등으로 자산 피해규모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KDI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구조개혁을 안 하면, 인구감소 및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경제성장이 제로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와 있다. 고령화율은 2020년 15.7%에서 2050년 40.1%로 증가하고, 청년 인구비율은 22%에서 11%로 절반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특히 심각한 것은 지방인구가 소멸하여 행정 지역 50%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기후환경, 인구,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은 2050년 미래 모습을 암울하게 보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이상기상 피해와 생태계 위기에 직면해 기후재난, 지역갈등의 심화, 1인당 GDP 정체, 소득 격차 심화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시나리오는 앞으로도 아무런 대책 없이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지 않을 우에 국한할 것이다. 지금의 문명을 이루어낸 고도로 발달한 두뇌를 지닌 우리 인간이 현명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해나간다면 다른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국회미래연구원(2020)은 2050년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에 대해서 11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로 건강하고 인간다운 초고령사회 구축을 들고 있으며, 13대 분야에는 환경과 국토에 관한 분야로서 기후환경, 정주 여건 등을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하여, 탄소 중립 녹색성장 12대 과제 중, 국토의 저탄소화를 통한 탄소 중립사회로의 전환, 지방이 중심이 되는 탄소 중립, 적응 주체 모두가 함께 협력하는 기후위기 적응 기반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상의 미래에 대한 대응방침 중에서 탄소 중립 실현, 인간 중심의 가치 구현, 환경친화적 사고, 사회적 협력, 지방 중심, 정주여건 개선 등의 키워드가 국가도시공원이 지향하는 목표와 상당 부분 근접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가도시공원이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90만 평 이상의 대규모 공원으로 환경복지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대규모 생태문화환경 거점 공간, 탄소 중립 거점공간이다. 국가도시공원은 국가, 지자체, 시민, 기업이 힘을 모아 만들어나가며, 지역과 국가의 경제적 이익창출과 국가적인 품격향상, 녹색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전 대한민국을 창출해나가는 녹색 복지 향상 모델이다. 잠시 시간을 점프하여 2050년의 국가도시공원 모습을 본다. 국토부의 정책이 2020년대 후반에 이르러 회색 인프라에서 녹색 인프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프로젝트 발표를 계기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맞춤형 프로젝트 개발의 대상으로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이 정부의 국비 과제로 선정되었다. 낙동강하구 일대의 역사 생태 환경 문화를 연결하고 난개발로 훼손된 낙동강하구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시민들이 개발로부터 지켜낸 을숙도 맥도 지역 일대의 250만 평에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도시공원이 주변의 파크시티와 연계하여 조성되었다. 이 공원은 생태문화관광 시대를 열어가고, 지역경제 활성화 및 동남권 국가균형발전과 그린 뉴딜을 담아내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국가적 상징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인천 소래습지 지역도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서부권의 대표적인 생태환경거점 공간으로 정착해 국민휴양 및 다양한 해양문화 체험장소로서 전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전 국민 모든 사회계층에 접근할 수 있고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원칙으로, 전국 16개 광역시도마다 1개소의 국가도시공원 조성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며, 2050년 현재 10개 지역에 국가도시공원이 지정되어 있다. 국가도시공원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의제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국토부는 국가도시공원과 관련한 문제점 있는 조항들을 개정하는 등 법체계를 정비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하였다. 나아가 국토부 내에 공원 및 녹색 인프라 관련 정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지원해나가기 위하여 전담부서를 공원과로 승격하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하였다. 조성된 국가도시공원에서는 2년마다 국가도시공원박람회가 개최되고 있다. 2050년에 제10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개최도시마다 수백만 명이 몰려드는 등 지역 최대의 녹색 축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지역의 관광산업 및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공원 및 정원 관련 분야는 국민에게 주목받는 미래 직종으로 정착하고 있으며, 이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가도시공원이 전 국민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지방 도시가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자연환경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서 탄소 중립 거점도시로 정착하여 국토 균형발전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상들이 2050년에는 꼭 이루어져 있기를 기대한다. 김승환 / 국가도시공원 전국민관네트워크 상임대표,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 김승환 국가도시공원 전국민관네트워크 상임대표[email protected]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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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정원은 문명과 자연의 직접적인 친화력의 표현이자 명상이나 휴식에 적합한 즐거움의 장소로서, 이상화된 세상이라는 보편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정원의 어원은 ‘낙원’이며, 문화와 양식, 시대, 혹은 한 창조적인 예술가의 독창성의 증거가 된다.” (플로렌스헌장 제5조항) ICOMOS-IFLA 국제 역사 정원 위원회는 1981년 5월 21일 플로렌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역사정원에 관한 헌장을 제정할 것을 결정했고 1982년 12월 15일 이코모스는 역사정원에 대한 플로렌스헌장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였다. 플로렌스헌장은 역사정원도 베니스헌장의 정신에 따라 보존하여 미래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정원의 보존과 복원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정원의 본질 또한 간결하지만 탁월하게 서술하였다. 헌장을 작성한 ICOMOS-IFLA 국제 역사 정원위원회는 보존 가치가 있는 역사정원을 통하여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정원의 가치를 친화력, 즐거움, 이상향의 키워드로 정확하게 지적하였고 인류사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는 정원술의 가치를 언급했다. 정원은 인류의 문명사와 함께 할 만큼 오래되었지만, 우리는 살면서 그 속성을 체화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원은 현대인에게 명백한 타자다. 정원 조성의 오랜 모티프였던 이상향의 신비로움은 사라진 지 오래며, 도시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은 정원 가꾸는 일에 무지하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정원을 가꾸는 데 필요한 시간과 공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서 정원이 멀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정원의 본격적인 상실은 대다수 중산층이 살았던 단독주택이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개량되거나 아파트 숲에 잠식되면서부터다. 주택이 아파트로 대체됨에 따라, 미약하나마 존재하고 있었던 주택정원과 정원 가꾸기 문화는 빠른 속도로 쇠퇴했다. 사람들은 내가 만들고 가꾸는 정원 대신 전문가의 손길로 탄생한 세련된 외부공간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으며 정원은 아파트 베란다와 거실로 축소되거나 사라져버렸다. 정원 가꾸기 문화는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도 전에 주거환경의 급변하는 물살에 잠식당하였다. 최근 우리 사회는 여러 굵직한 변화의 기점을 마주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반강제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보았고 산불과 폭우 등 전에 없는 자연재해를 집중적으로 경험하면서 기후 위기가 목전에 왔음을 실감하였다. 지금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건강한 미래, 행복한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하여 귀 기울이고 있다. 좀처럼 부활할 기미가 없었던 정원이 최근에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일련의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정원은 치유와 위로의 수단이자,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지속가능한 실천적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정원에 대한 수요는 농업진흥청, 산림청, 환경부 등의 정부 기관과 기초자치단체의 관심과 맞물리면서 짧은 시간 사이에 사회 전반에 정원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사회적 수요에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적시에 호응하기란 쉽지 않은데, 정원사업은 그런 점에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전방위로 잘 갖춘 셈이다. 특히 산림청은 2001년에 신설한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2015년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고 정원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산림청은 법제 개편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 국가정원과 지방정원, 민간정원, 공동체정원 등 다양한 정원의 조성을 견인하였고 지속가능한 정원문화를 위한 가드닝 교육, 정원소재 발굴, 시민정원사 등의 인력 양성에 주력하였다. 향후에는 담양에 한국정원문화원(가칭)을 조성을 시작으로, 춘천의 정원소재실용화센터(가칭)와 거제의 한-아세안 국가정원까지, 정원교육과 소재 개발, 홍보를 담당하게 될 국가 전문기관이 전국 곳곳에 건립될 예정이다. 정원사업에 대한 산림청의 적극적인 행보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지역 파급력 또한 적지 않다. 국가가 주도하는 정원사업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땅에 새로운 개념의 정원을 자리매김하게 될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이때의 정원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태일 것이다. 조경계는 제도에서부터 조성과 관리와 활용의 측면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에 필요한 정원의 기능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국가 주도의 정원사업에 필요한 정원의 역할과 기능을 미래지향적으로 제안하고 정원도시의 거대 담론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둘째, 조경가는 국토환경 개선의 대체제로서 공공정원의 효용성을 몸소 보여줘야 하는데, 협업과 참여의 여지를 남겨 지역민과 함께하는 실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정원의 사회적 파급력은 거버넌스 주도의 사회운동으로 자리매김할 때 그 효과가 증명된다. 사회활동가로서 지역 조경가의 역할과 지역 공무원의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국가 주도의 정원사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조경계는 국토환경에 정원이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견지하고 정원의 양태와 방향을 적극적으로 리드해야 할 것이다. 박희성 /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
- 박희성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 [email protected]
- 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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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엄청난 변혁의 기로에 서 있다. 약 60~7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출현한 이후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기라 할 수 있는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이후 불과 200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인류는 실로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었다, 2016년 다보스 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혁명(제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물리적·디지털적·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라고 정의하며 전 세계의 산업구조 및 시장경제 모델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이러한 급격한 기술발전의 이면에는 환경문제와 기후변화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우고 있다. 2021년 UN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그린란드의 빙하 유실 속도는 과거 10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하였으며 북극의 얼음 또한 지난 10년간 32%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는 해수면 상승뿐만 아니라 폭염, 홍수 등 이상기후를 동반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코로나 바이러스 또한 지구 온난화에 따른 박쥐 서식처의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학계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위기 앞에 인류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첨단통신 및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전통적 업무와 생활패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소통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정보의 신속한 교류와 공유 및 융합을 통한 가치 창출은 새로운 기회로 부각되고 있다. 반면, 기후변화, 전쟁, 감염병의 글로벌 확산 등은 공동의 가치와 철학, 소통의 부재 속에서 인류사회의 새로운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종합과학예술’이라 자처하는 조경분야는 이러한 기회와 위기 앞에 과연 어떠한 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예술이냐 과학이냐는 해묵은 논쟁과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집착은 방대한 정보의 공유와 실시간 네트워크, 그리고 기술혁신으로 이미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카메라 관찰을 통해 이용자들의 행위패턴을 분석하던 시대는 가고 스마트폰의 위치정보와 빅데이터의 활용을 통해 광범위한 이용자들의 행위를 분석하고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통해 미래 행위 패턴까지 예측하여 디자인에 반영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의 접근성 또한 훨씬 용이해졌다. 4년을 배워 어렵게 기사자격을 취득한 대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지식과 캐드, 스케치업, 루미온 등 손쉽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만 익힌다면 그럴싸한 도면과 컴퓨터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 장벽은 더욱 낮아지고 그 수준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기술을 습득하고 아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식을 가공하고 누구를 위해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이렇듯 급변하는 시대 정작 우리가 지켜할 중요한 것은 조경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바로 ‘조경의 가치’일 것이다. 그 가치가 명확하고 중요하다면 그 영역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조경이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조경이 도시안전과 감염병 확산에 기여하며, 조경이 홍수와 재난을 예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국가와 사회는 조경을 더욱 지지하고 그 전문성에 더 큰 책임을 부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국가적 위기와 글로벌 환경문제 등과 관련한 정황들은 외부공간의 계획 및 설계에 집중하는 조경 분야에 더욱 큰 기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수공통 질병 확산에 따른 기존 녹지공간계획 및 설계의 재고와 팬데믹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공간디자인, 안전 및 재난 예방을 위한 탄력적 공간 디자인,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내외부 공간의 네트워크형 수체계 및 녹지공간 조성, 제로 에너지 공간디자인, VR/AR 및 게임연계를 통한 공원 및 공간체험의 다양화, 메타버스를 통한 가상현실에서의 조경 등 이미 많은 영역에서 우리 조경분야의 기여 가능성이 제기되고 또 실제로 일부 실험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보급될 UAM(Urban Air Mobility)의 상용화는 산업사회의 규칙과 관성에 따라 조성된 도시개발 및 교통체계의 근간을 흔들며 도시계획과 조경의 역할에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중요한 건 조경 전문가들이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의 문제이다. 아쉽게도 아직도 많은 영역에서 조경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주도적 역할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원의 영역을 넘어 교통, 환경, 재해, 안전, 엔터테인먼트 등 사회적 관심과 더욱 긴밀하게 연계된 중요한 영역에서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조경분야의 설득과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이젠 학문이건, 업역이건 고유의 독자적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것은 자기정체성의 부정이라기보다는 변화된 환경에서 스스로를 변혁하는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스스로 허물지 않으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없고 또한 새로운 미래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조경분야가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역할과 가치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도전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김진오 /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
- 김진오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email protected]
-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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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은 정원이 전부였던 한 달이었다. 북서울 꿈의 숲에서 개최된 서울정원박람회를 시작으로 세종에서 정원산업박람회가, 오산에서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되었다. 국가정원이 운영되고 있는 울산에서는 세계적인 정원작가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조성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박람회의 관심을 이어 나갔다. 특히 심포지엄의 주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공정원과 정원문화라는 주제로 개최되어 정원이 가진 사회, 환경적 기능과 문화로의 확산을 위한 발제와 토론이 있었다. 지난 10월의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되지 못하거나 축소된 아쉬움을 덜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아쉬움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팬데믹을 겪으며 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개인의 영역이었던 정원은 공공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환경과 인간성을 회복하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한다. 반려식물 또한 하나의 콘텐츠로 정서적인 교감과 위안을 얻는 존재로 인식될 만큼 생활공간에 정원 및 식물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는 구하기가 어려운 식물을 판매해서 소득을 올리는 식테크(식물+재태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며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하지만 막상 반려식물 시장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반려식물로 활용되는 식물을 비롯해 화분 등의 소재는 대부분 예전의 것들이 그대로 이용되고 있어 산업으로의 확장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원박람회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각기 다른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아 운영되고 있는 듯 하지만 국민들의 수요는 얼마만큼 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필요하다. 수년 전 산림청에서는 국내 정원박람회의 활성화를 위한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원박람회가 가진 한계를 도출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의 정원박람회는 정체성의 결여, 프로그램의 답습, 진부한 홍보전략 등의 문제점과 엷은 작가층과 한정적인 참여, 식물 등 동일한 소재의 활용으로 인한 연출의 한계 등을 지적하였다. 올해 개최된 정원박람회는 수년 전 제시되었던 문제점이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정원박람회장으로 많은 시민들을 끌어내고 참여시킨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한 정체성의 결여로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 또 다양한 정원을 볼 수 있는 작가정원도 마찬가지이다. 작가정원이란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정원에서의 작가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는 느낌이다. 제안서에 담겨있는 의도가 정원으로 표현되기까지 작가의 참여는 얼마만큼일지 되새김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박람회를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수년 전 서울정원박람회는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활성화를 목적으로 공원녹지 등이 부족한 해방촌에서 개최되었었다. 박람회 기간으로 따지면 방문하는 인원은 적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방문하는 지속가능한 정원이 되지 않았을까. 또 지난해 개최된 전라남도 정원페스티벌에서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보았다. 지역의 상가들이 참여하는 정원조성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원 결과물에 있어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정원문화의 확산과 기존의 정원박람회가 가진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 정원은 국민들의 수요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그런 속에서 식물 호텔과 반려식물 상담소, 렌탈서비스와 같은 산업부터, 플랜테리어, 리테일테라피 등과 같은 새로운 정원문화까지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정원문화가 우리 삶 속으로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어쩌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건 아닐까. 우리 삶 속의 문화가 되기 위한 정원과 반려식물, 정원 속의 생명들을 반려의 개체로 인정할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인식의 기반은 이해와 공감이 아닐까. 내 정원의, 내 책상의 반려식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남수환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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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웃어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보기 어렵네’. 원작자가 분명치 않지만 고려시대 시인 이규보가 여섯 살 때 쓴 시로 추정된다. 어린 나이에 함축된 의미를 느낀 것인지 단순히 현상을 바라본 것인지 알 길은 없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 어떤 공간에서 자연과 교감한 경험을 표현한 것은 분명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심미적이고 철학적인 관념을 준다. 살아있는 동물과 식물을 통해 각자의 삶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 환경과 조경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생명에 대한 어떤 공통된 심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경분야는 1972년 한국조경학회 창립과 함께 50년 동안 여러 공간을 조성하면서 환경적 의미를 고취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2015년에는 「조경진흥법」이 제정돼 ‘조경’을 폭넓게 정의하고, 국민의 생활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적극 기여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건설업의 측면에서는 1970년대 국토개발의 시대에 발맞춰 「건설업법」에 ‘조경공사’가 포함되면서 태동했다. 이후 「국토계획법」에 나오는 ‘조경’은 개발행위의 허가에 대응하는 환경보완의 개념으로 정의되어 있고, 「건축법」에 나오는 ‘조경’도 건축물에 부속하는 행위로써 대지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언급되고 있다. 조경 그 자체를 규정하기보다 개발의 반대급부적 성격으로써 최소한의 제어장치의 지위로 법률에 포함된 것이다. 도시와 공원, 개발과 보전이라는 이분법으로 통용되었던 시대에 조경은 일종의 ‘환경적’ 편에 서서 분명히 그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런데 왜 최근의 기후환경 문제와 함께 조경분야는 거듭날 것을 요구받는 것일까. 그 어디에 있든 공원녹지는 바람직하고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공간을 ‘생명’으로 느끼기보다 개발의 보완재인 ‘시설’로 인식하는 듯하다. 요즘 공원을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 손에는 반려견의 목줄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산책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마시다 남은 뜨거운 커피를 어린나무에 쏟아부었다. 둘 다 같은 생명체인데 하나는 웃는 듯하고 다른 하나의 울음은 보이지 않는 풍경이었다. 아직까지도 녹지를 살아있는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시설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조경은 법적으로 여러 시설을 만드는 일이지만 살아있는 대상을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시설과 생명의 어중간한 지점에 위치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추진한 ‘세종대로 사람숲길’ 사업에서도 이런 모호함이 드러났다. 세종대로 보행로를 넓혀 걷기 좋은 숲길을 만드는 사업추진 중 덕수궁 돌담을 따라 자라고 있던 가로수 플라타너스를 베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단적으로 정리하면 가로수는 단순 시설인가, 생명인가의 논란이었다. 크게 자란 나무의 뿌리가 덕수궁 돌담 균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제거하려던 것이 시민 수백 명의 반대 청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면서 수목(식물)을 정리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가로수의 경우 개발사업을 비롯해 주차장 진입로 도로점용이나 하수도관 파열 등 각종 시설공사로 인해 숱하게 잘려 나간다. 게다가 단순 시설이라면 새로운 사업 추진 중에 더 좋은 시설로 바꾸려는 관행이 만연한데, 가로수는 죽일 수 없는 생명이라는 문제 제기였다. 이번에 공개된 송현동은 어떨까.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현재까지 토지소유자와 이용자가 바뀌었고, 최근에는 사유지로 20년간 방치된 땅이었다. 의도와 달리 ‘환경적’ 편에 속해있던 공간이다. 그리고 100년 만에 열렸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간을 차지했던 나무들은 그 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넓은 잔디밭(유휴부지)으로 공개됐다. 사유지였고 방치된 땅에 존재했던 우거진 녹음들은 시설인가, 생명인가, 아니면 사유재산인가. 법적으로 걸리는 바가 없으니 20년 이상 된 장소가 완전히 갈아엎어진 것인가, 아니면 철저한 건축·조경·환경계획에 의해 의도된 단계적 조성인가. 방치된 경관을 보존할 필요는 없겠지만 공원화의 긴 호흡을 시작하면서 땅의 생명을 존중하는 기획과 전략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조경공간은 기후변화와 환경위기 속에서 일상적이고 친밀한 공간으로써 더 많은 삶의 효용을 요구받고 있다. 개발의 이면에서 나름의 보완재 역할을 해온 조경이 이제는 단순한 시설이 아닌, ‘생명을 다루는 일’로부터 ‘인간 생명에 필요한 요소’로써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작게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장소들이 모이고 쌓여서, 크게는 도시와 전 지구적 가치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생명을 창출하는 독립된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105만평 공원으로 탄생한 지 올해로 20년 되었다. 다양한 기후환경 문제를 환경설계로 해결해왔던 조경분야다. 최근에는 광역자원회수시설이 이슈다. 지하에 소각장을 건설하고 상부는 공원화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지역민의 반발에 부딪혔다. 다양한 환경문제 앞에서 사람과 환경 모두를 되살리는 해법을 모색해나가면 좋겠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몇 년간 정원사업이 많아지면서 도시와 조경공간의 더 내밀한 곳에서 환경·생태와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밀도 깊게 공간을 느끼고, 장소감을 통해 공간과 교감하고 그곳을 차지한 동식물의 생태적 성질에도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으로 보았다. 서울시에서는 2015년부터 노후된 공원과 쇠퇴 지역에서 환경정비·재생의 개념으로 정원박람회가 개최되었고,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전국단위에서 개최하는 수많은 정원박람회의 사례로 볼 때 정원사업이 긍정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뚝딱 하나의 작은 시설물을 만드는 것에 머물러있는 모습이다. 공간에 대한 개념과 식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땅과 토질 등 환경적 조건을 고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원관리 방법에 대한 해설은 전무하다. 이렇게 전시성 공간이 만들어지고 또 철거되기도 한다. 좋은 작가는 많지만, 좋은 발주처가 없기 때문일까. 지난 3~4년간 전국에 몰아닥친 핑크뮬리 일변도의 풍경이 올가을에도 반복되고 있다. 정원은 조성하는 사람의 철학과 그 사람의 행위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땅의 주체인 정원가를 통해 가꾸는 행위인 정원일(가드닝)이 가미될 때 공간은 지속해서 살아 숨쉰다. 보통의 (민간)정원은 직간접적으로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철학으로 공간이 만들어지고, 공간은 사람과 교감하며 생동감을 준다. 반면 공공에서 발주한 박람회를 비롯한 여러 (공공)정원에서는 이 부분이 생략될 수밖에 없다. 정원의 필요성과 생겨난 계기, 공간과 정원가 사이의 심미적 교감이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파급력 있는 어떤 철학이 존재하지 않고, 공간이 지속해서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일시적 뽐내기에 머물러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좋은 기회조차도 살아있는 공간의 증거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이는 그동안 개발중심으로 식물을 도구로 이용해온 우리의 양태로 이해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체질을 바꿀 때이다.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에서 고정희는 “한국 조경에서 부실한 갑옷에 해당하는 것을 찾는다면 바로 식물과의 소원한 관계일 것이다.”라고 말했고, 김아연은 “왜 우리에게는 위대한 생태공원이 없을까”라고 지적한다. 식물과의 관계 형성에 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과 진정한 생태공원으로 첫발을 떼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자연과 생명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개발의 시대를 지나 환경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살아있음’을 공간에 기록하는 조경은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꽃과 수목의 생명을 다루는 일뿐만 아니라, 생태 시스템에서, 자연 에너지에서, 또는 녹이 슬어가는 구조물에서 그리고 아이가 노인이 되기까지 함께한 공원의 모든 풍경 속에서 생명의 변화를 담아내길 원한다. 조경공간은 조성된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제야 새롭게 시작하는 창조적 장소이다. 공간의 변화를 지켜보고, 식물의 성장을 기록하고, 사람들과의 교감을 관찰하면서 공간의 진화를 기록해나가야 한다.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완성된 조경공간을 주려만 하지 않고, 같이 완성해 가야 할 생명의 공간을 여지로 남겨 주길 바란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환경적’, ‘심미적’ 교감을 계속해서 일으키는 것이 ‘살아있음’을 다루는 조경이 해야 할 특수성이라 생각한다. 유시범 /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유시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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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올해는 한국조경 50주년을 맞아하는 해이다. 조경이라는 전문분야가 제도적으로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대학에 학과가 설립된 지 반세기가 되는 뜻깊은 해이다. 이런 해를 맞이하여 여러 행사들이 기획되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말에는 광주에서 세계조경가대회가 열려 한국조경의 현재를 알리고 미래의 조경을 세계 조경가들과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가지게 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오는 12월에는 환경조경발전재단을 중심으로 50주년 기념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조경은 그 안팎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내적으로는 학과 업의 폭과 깊이를 더하여 왔고 외적으로는 영역을 확대하고, 이웃 분야와 교류하였으며 주요 사회이슈들에 대해 의미 있는 대안을 꾸준히 제시하였다. 특히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요즈음 일반인들의 조경분야에 대한 기대가 우리 스스로의 평가보다도 훨씬 더 높은 점이 50주년을 맞이하여 실시된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한층 노력을 경주하면 다가올 50년 역시 조경은 더욱 발전하고 사회적 기대에 충실히 부응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조경분야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중에 하나가 지방조경의 발전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조경학과 업의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발전은 그동안 적지 않게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오늘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지방조경의 발전은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절대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역에서의 몇몇 활동들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부산과 울산에서의 활동은 주목할 만한데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함으로써 관련자들을 격려하고 그 성과를 전국의 조경인들과 나누고자 한다. 부산의 조경분야는 한국조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일 년 전부터 산, 학, 관이 모여 준비를 해왔다. 지역의 대학들과 부산조경협회, 시민단체, 그리고 부산시 조경분야 공무원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한국조경 5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부산조경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모색할 방안들에 대해서 준비하였다. 그 결과 매년 주관해온 부산조경정원박람회를 한국조경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기획하여 보다 뜻깊게 운영하기로 하였다.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부산시민공원을 중심으로 개최된 이 행사를 통하여 부산 조경의 대표적인 기업들과 시민들이 함께하였다. 개막식에는 부산조경의 발전에 기여해 온 학계와 업계, 시민단체와 시민들에게 공로상을 시상하는 등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하고 부산조경의 발전을 자축하였다. 또한 부산조경의 미래를 모색하는 전문가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관련 내용들이 지역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하였다. 특히 부산조경협회는 부산조경 50주년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선정하고 이를 출간할 예정이다. 협회는 그동안 지역조경의 발전을 위한 활동들을 꾸준하게 시행하여 왔다. 앞서 말한 부산조경정원박람회를 개최하여 8회에 이르도록 주관해 왔을 뿐만 아니라 ‘부산조경설계지침’을 제정하여 매년 책자로 발간하고 있다. 나아가 고아원이나 공공기관에 어린이놀이터를 기증하는 활동들도 꾸준하게 진행해 오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울산조경의 활동도 자랑스럽다. 울산조경협회는 2017년 자체적으로 정원박람회 형식의 정원스토리페어를 개최하였는데,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시에서 대표정책으로 채택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다. 협회의 활동은 2019년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의 기틀을 제공하였으며 2021년에는 산림청 코리아가든쇼를 태화강국가정원에서 개최하는데 있어서도 큰 기여를 하였다. 공업도시 울산이 생태도시를 지나 정원도시로 발전해 나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울산시는 녹지정원국 내에 녹지공원과, 태화강국가정원과, 생태정원과가 설치되어 있으며 각 구청별로 정원계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울산시는 산림청과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과 함께 태화강국가정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하였는데, 협회의 활동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울산조경협회는 시민정원사양성 과정을 주관하여 6기까지 배출하였으며 SK의 후원으로 조성된 울산대공원에서 개최되는 장미축제 등에도 봉사지원을 이어 오고 있다. 전환기를 맞이한 한국조경, 오늘에 이르기까지 분명 지역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지역조경가, 동네조경가들의 수고와 노력이 그 바탕을 이루었다. 한국조경 50주년을 맞이하여 이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내며 다가올 50년, 보다 성숙하고 활발한 지방조경의 르네상스를 기대한다. 이유직 /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이유직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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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공간들은 저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도시장소에 성격이 구축되는 것은 사람들의 경험과 행위에 따라 후행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행정주도의 선행 개발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도시공간은 계속해 살아서 변화하기 때문에 무엇이 더 먼저이고, 더 중요한지 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장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전략화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공공영역에서 이러한 전략은 주로 행정기관의 기획을 통해서 실행된다. 그 과정에 다양한 민간의 목소리가 반영돼 있다 하더라도 정책과 개발을 통해 추진되는 일은 자연스럽게 ‘관 주도’의 성질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정책은 선출된 리더의 ‘공약’에 기반하므로 이를 온전히 성취해내기 위한 조직원의 노력이 더해져 ‘관 주도’의 성격은 더욱 강화된다. 관청은 ‘기획’과 ‘개발’을 통해 장소를 특성화하기 위해서 추진 조직을 만들고, 사업계획을 세워 예산을 편성한다. 서울에서는 서울시청이 이러한 일을 주도한다. 서울특별시의회는 시민을 대신해 집행기관인 서울시청을 감시, 감독하는 조직체로 각 사업에 편성된 예산을 검토하고 사업의 적절성을 판단한다. 시의회 상임위원회(상임위)는 성격과 목적에 따라 분류된 서울시 전체 각 부처를 관장한다. 각종 의안을 비롯해 사업의 추진 근거에서부터 시행 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분석하고 검토하는 업무를 한다. 예산안의 경우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서울시 전체 예산에 대해 최종 심사를 한다. 그런데 그 이전에 각 상임위에서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물은 예결위로 제출하고 있다. 이는 각 상임위의 전문성을 고려한 것으로 해당 분야에 역량 있는 시의원이 상임위에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이 상임위 전문위원실에 배치돼 주요 현안에 대한 실무적 판단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임위 구성은 각 실국별 효율적인 사업의 추진과 의회의 전문적 운영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감염병 예방’은 시민건강국에서 담당하고, 의회에서는 시민건강국을 소관하는 보건복지위원회가 관할한다. ‘공원 조성’은 푸른도시국에서 추진하고, 의회는 환경수자원위원회가 관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사업의 구분이 분명히 드러난 게 있는 반면에 도시공간 개발사업처럼 그 복합성으로 인해 추진부서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상임위도 제각각인데 특히 ‘조경’의 영역이 더욱 그런 습성이 있다. 이를테면 지난달 ‘공원 같은 광장’으로 개장한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추진한 서울시 실국은 다음 중(경제정책실, 안전총괄실, 도시교통실, 주택정책실, 도시계획국, 균형발전본부, 물순환안전국, 푸른도시국) 어디일까? 정답은 균형발전본부다. 지난해 7월 도시재생실과 지역발전본부가 합쳐져 만들어진 조직이다. 본부 내 ‘광화문광장추진단’을 조직하여 추진하였고 지금은 부서가 개편돼 ‘광화문광장사업과’로 남아있다. 균형발전본부는 당시 서울시 권역별 개발사업과 주거재생, 도시정비 등을 주로 담당했다. 공원과 도시숲, 서울시청 광장 등을 담당하는 푸른도시국은 광화문광장 사업에 적극 관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보다 광역차원에서 사업에 접근한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지만 공원 관련 실국이 간접 참여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소관 상임위는 주택정책실을 함께 소관하고 있던 ‘도시계획관리위원회’였다. ‘세종대로 사람숲길’ 사업의 경우도 비슷하다. 보행환경개선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도시교통실에서 추진하였고 해당 상임위는 ‘교통위원회’였다. 현재는 시설관리를 위해 푸른도시국으로 이관돼 의회에서는 ‘환경수자원위원회’ 소관에 있지만, 사업추진 단계에서 푸른도시국의 역할은 협조 수준에 머물렀다. 그리고 지난 2017년 ‘공중정원’으로 개장한 ‘서울로7017’을 추진했던 최초 부서는 도시안전본부였다. 이곳이 도로였다는 이유로 도로교통과에서 처음 추진했고 도로관리과에서 사업을 총괄하고 국제설계공모를 추진했다. 사업대상이 교량이었고 당시 교통개선 대책이 시급해 종합적 대응을 위한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그렇지만 하이라인(High Line)을 표방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서도 공원 전담부서의 역할은 최초 기획단계부터 거버넌스 구축 및 홍보 등으로 한정됐다. 사업예산을 편성하고 균형있게 바라볼 의회에서도 공원분야에 가깝지 않은 ‘도시안전건설위원회’의 소관이 되었다. 의회에는 당시 도시재생실을 담당하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있었고, 푸른도시국을 관할하는 ‘환경수자원위원회’도 있었으나, 시민안전 및 도시인프라 건설을 담당하는 상임위의 소관이 된 것이다. 이후에 ‘서울역일대종합발전기획단’이 총괄 담당하면서 조직은 정비됐지만 안전총괄본부(도시안전본부) 내에 그대로 조직을 구성했고, 공원 개장 시기에 이르러서야 시설관리를 위해 푸른도시국으로 이관되었다. 어떤 실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게 성과가 더 낫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업의 규모가 대단위라면 여러 실국에서 협업하는 형태는 필요하다. 그런데 처음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공원을 조성하고, 운영관리까지 이어가는 총괄 기획부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도시공간 개발사업은 도시장소에 특정한 성격을 구축하는 ‘사회문화적’ 작업이다. 그런데 ‘관 주도’로 행해지는 행정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소에 보다 더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실국을 적극 참여시키지 않았다. ‘공원 같은 광장’, ‘사람숲길’, ‘공중정원’을 조성하면서 공원 전문 조직이 사업기획의 추진체로 적극 동참하지 않았고 사후 관리만 떠안는 경우도 있다. 그로 인해 공원분야에 관심이 많은 상임위 시의원도 해당 사업을 처음부터 직접적으로 소관할 권한과 책임에서 배제된다. 그것은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요구와 참여도 일정부분 한계점을 지닌다는 의미가 된다.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로 숲을 지나 서울로까지 걸으면서 도시를 바라보자. 수많은 각기 다른 조직이 협업해 이루어낸 도시 경관의 조화인가, 아니면 각기 다른 조악한 결과물의 조합인가. 아직까지 서울시는 ‘조경’을 장소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인식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이루어지는 포장술 또는 관리술 정도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소를 만드는 기획은 단순한 결과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도시공간의 문화행태를 만드는 작업이다. 공원을 만들고, 광장을 만들고, 시민의 여가를 위한 공간을 조성한다면 관련 전문 조직이 빠짐없이 구성되고 다양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민간영역의 목소리도 반영하기 쉽다. 공원을 다루는 많은 사업에서 추진단계부터 공원 담당 조직이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파견된 실무자는 한 명 또는 두 명이 전부고 관리자는 배치되지 않아 조경분야에 전문 결정권자는 없는 셈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위원회 등을 개최하여 전문가 소수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시민 다수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자문이 간혹 ‘관 주도’를 매끄럽게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렇게는 도시공간에 제대로 된 장소를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장소 정체성을 형성하기에도, 장소를 만들어갈 주체를 찾기에도 어렵다. 장소성을 만들어가는 직접 주체는 애초에 담당 공무원이 아니었지만, 행정을 맡고 있어 ‘관’이 자연스럽게 장소의 주인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도시공간에 장소성을 구축하는 기획의 주체는 시민이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공간을 요구해야 한다. 정책의 방향은 시민을 위한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 장소도 시민에게 돌아가는 게 자연스럽다. 민간의 참여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는 장소에 애착을 가지고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로부터 사업이 태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정의 한계점에서 민간주도 시민참여의 가능성을 의회에서 찾을 수 있다. 의회는 시민이 선출한 의원들이 활동하는 곳이고 시민의 의견을 듣는 곳이다. 그리고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그 참여에는 한계가 없다. 집행기관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입장으로 더 나은 정책과 방법을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이 도시공간에 장소성을 구축하는 힘으로 작동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뉴노멀 시대를 맞아 도시공간은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는다. 특히 공원은 여가활동 공간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공원은 이제 철저하게 기획되어야 한다. 도시 곳곳에서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업추진 전부터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준공 후 운영관리까지 이르는 총괄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책임이 필요하다. 그동안 장소를 기획하려는 힘이 부족했고, 부서간 협업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나간 일에 대한 성찰도 부족했다. 도시공간 개발사업 추진 전 과정을 거쳐 그것을 견제, 감시하는 것은 시의회의 역할이므로 의회에 대한 시민의 참여를 촉구해본다. 의회에서는 토론회와 세미나를 자주 개최한다.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있다. 도시와 경관에 대해, 공원과 광장 그리고 수많은 오픈스페이스에 대해 더욱 비평해야 한다. 민선 8기 새롭게 추진하는 ‘수변감성도시’는 ‘물순환안전국’에서 추진한다. 수변공간을 문화와 휴식의 장소로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하천 경관개선과 수변공간 안전확보를 위해 수자원 활용계획을 세우는 차원에서 조직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소관 상임위는 ‘도시안전건설위원회’이다. 궁극적으로는 시민을 위한 공원 등의 휴게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기반시설 정비 뒤에 포장술에 그치는 시설녹화에 멈추지 않길 바란다. ‘한강 르네상스’에서 보여준 획기적인 성과처럼 ‘지천 르네상스’가 공원 기획의 전문성이 민과 관에서 함께 발현되는 기회가 되고, 서울시민의 여가를 만족시킬 사업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 유시범 /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유시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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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2022년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라는 주제로 광주에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World Congress)가 열렸다. 2020년에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제57차 IFLA는 2021년으로 연기되어 전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조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준비에 가장 큰 난제는 아무것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거리두기로 사적, 공적 모임이 제한되는 시점에서 준비를 시작하여 이후에도 변이가 발생하고 재확산이 반복되었다. 자유롭지 않은 여행정책으로 중국과 일본의 참가가 어려워지면서 등록자 수를 예측할 수 없게 되자 프로그램 기획과 예산 책정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그럼에도 홍수와 태풍을 아슬하게 피해 개최된 이번 대회에는 40여 개국에서 약 1000여 명의 조경가가 참여하였다. 세계조경가대회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성패를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진행 과정에서 느낀 성과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본다. 첫째로는 글로벌 어젠다를 공유하고 조경가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IFLA world council 회의에서 제임스 헤이터 (James Hayter) IFLA 회장은 기후변화, 식량안보, 건강과 웰빙, 토착문화보존을 강조하며 조경이 실질적인 처방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자들은 팬대믹 이후 도시공원의 역할, 평등한 접근을 통한 사회적 책임, 탄소량을 줄일 수 있는 전략,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설계 방법 등을 제시했다. 지오프리 젤리코 어워드(Geoffrey Jellicoe Award)를 수상한 아드리안 휘저(Adriaan Geuze)는 특별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조경 설계를 통해 기후변화, 토양, 수질, 적용, 생태계 자생능력과 같은 엔지니어로서의 소양을 바탕으로, 자연과 문화가 융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한국조경을 소개하고 남도의 문화를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다양한 전시를 통해 한국조경 50년의 발자취와 현재를 시민과 공유했으며,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과 시네토크로 한국 정원의 미학을 국내외 전문가와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다. ‘IFLA 조경·정원박람회’는 브랜드 전시와 함께 ‘취업박람회’, ‘토크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으로 조경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했다. 참여자들은 길거나 짧은 여러 답사프로그램을 통해 광주시 탐방에서 담양, 순천, 화순, 목포, 해남 등 남도의 역사문화까지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는 네트워크와 소통의 장이었다는 점이다. 대회 준비와 행사의 진행은 학계와 업계, 교육자와 학생, 국내와 해외, 그리고 지역 간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은 업체와 현장에서 땀 흘린 봉사자들이 없었다면 행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학술논문 발표 외에도 국내외의 교육자, 학생, 연구자의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서로의 관심사를 논의하며 네트워킹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학생대표단과 연구자는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미래 세대의 열정은 대회 전에 이틀간 진행된 학생 샤렛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튜터진과 독일, 태국, 그리스 등 8개국에서 모인 학생들은 광주의 폴리를 대상으로 한 스튜디오 작업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일부는 수상의 기쁨을 맛보았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의 시대, 지구환경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조경가의 역할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광주에서 열린 세계조경가대회는 2019년 오슬로 IFLA 이후 3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개최되었다. 비대면이 일상화된 코로나 시대에 개최한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의미라면 얼굴을 마주하고 모였다는 점, 그리고 미래 세대와 함께 현재를 공유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전 세대가 1992년 경주에서 열렸던 세계조경가대회를 기억하는 것처럼, 2022년 광주의 경험을 떠올리는 세대에 의해 조경의 가치와 역할은 지속되고 확장해 나갈 것이다. 2023년 대회는 “창발적 상호작용(Emergent Interaction)”이라는 주제로 나이로비와 스톡홀름 두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조경가의 창의적인 도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영애 /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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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이 무엇일까.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봄이란 계절로 물어보면 목련과 개나리, 벚꽃, 진달래 등을 말하겠지만 여름은 쉽게 답변을 하지 못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봄처럼 꽃을 목적으로 외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수목원이나 식물원을 자주 방문하거나 식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배롱나무나 연꽃 정도를 얘기하지 않을까 하면서 답변에 대해 정원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 일을 직업으로 갖기 전에는 필자도 주변사람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중에서 가장 흔한 식물은 무엇일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식물은 없을까.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테지만 여름식물이라 인식하는 않는 아주 흔하지만 귀한 대접을 받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천대를 받는 식물, 국화로 지정되어 학교, 관공서마다 있는 식물, 무궁화가 있다. 무궁화는 언제 꽃을 피우고 언제 질까. 문헌에 따르면 일찍 피는 무궁화는 6월 말부터 개화가 시작해 늦게는 10월까지 계속된다. 이처럼 개화기가 길다 보니 여름에 개화한다고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정원을 가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색생과 개화기가 긴 식물을 선호한다. 무궁화를 자세히 보면 이런 조건으로는 충분하다. 크고 많은 꽃을 피우면서 흰색부터 보라색까지 그리고 겹꽃까지 다양한 화색과 형태를 가진다. 이처럼 정원 식물로의 장점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원 식물로의 많은 이용은 되지 않는다. 무궁화를 정원에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은 기억으로 진딧물이 끼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원에 이용하는 식물 중에 진딧물 같은 해충이 끼는 식물은 흔하다. 대표적으로 무궁화와 비슷한 시기에 개화하는 원추리가 그렇고 여름철 연못을 가득 채우는 연꽃과 수련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추리와 연꽃 등에 진딧물이 많다는 이유로 싫어하거나 정원에서 제거하지 않는다. 왜 무궁화를 정원식물로 선호하지 이유가 궁금해진다. 무궁화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식재가 가능한 식물로 내한성은 물론이고 내염성과 내공해성 또한 강해 활용범위가 매우 넓다. 자세히 보면 길가나 공원 등 여러 곳에 무궁화가 많이 식재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식재된 무궁화들이 대부분 형태가 제멋대로 이고 꽃도 많이 피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원하게 답변을 듣지 못하던 정원 식물로 매력을 못 느끼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관리되지 않는 식물은 어떤 식물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궁화에는 여러 가지 잣대를 들이대며 쓰지 않으려 한다. 사실 무궁화는 다른 식물보다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한 식물이다.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보기 위해서는 식재지의 선정부터 전정, 시비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대부분은 심기만 하고 관리는 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무궁화는 햇볕이 잘 들고 물 빠짐이 양호하며 비옥한 토양이 식재 적지로 새로 나온 줄기에서만 꽃이 피므로 꽃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전정을 하는 것이 좋다. 전정 시기는 가지에 물이 오르기 전인 이른 봄에 하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궁화는 100여 일 동안 개화한다. 또 대부분의 꽃은 하루밖에 피지 않는다. 100일 동안 수십 송이의 꽃을 매일 피우는 건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경이로움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거름을 주는 수고와 비용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거름을 주는 시기도 정해져 있는데 생장 전인 가을이나 봄에 유기질 비료를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무궁화를 보고 떠올리는 진딧물 등 병충해의 방제는 약제를 살포하면 되지만 굳이 살포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진딧물이 낀 무궁화를 볼 기회가 있다면 자세히 살펴보길 바란다. 진딧물이 낀 무궁화를 보다 보면 등 부분에 주홍색을 띤 작은 벌레들이 진딧물을 갉아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무당벌레의 애벌레들이다. 약으로 방제하지 않아도 천적을 불러 진딧물을 방제하니 참으로 영특한 식물이다. 예전 수목원에서 근무할 때 이맘때쯤이면 무궁화 취재를 위해 방문하는 기자들이 있었다. 무궁화를 오랫동안 연구하셨던 박사님은 때론 오지 말라고 역정을 내시는 때가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대부분 오후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향해서였다. 이왕이면 생기있고 만개한 무궁화를 봐야 좋은데 오후에 오면 지기 시작하는 무궁화를 취재하고 사진으로 남기게 되니 아쉬울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취재 전 조금만 문헌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이를 간과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은 당연하지 않았을까. 주변의 무궁화를 찾아보고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꽃은 잘 피우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부족한지도 고민하고 이후에는 시기를 맞춰서 전정이나 시비를 하는 일도 결심하길 기대한다. 그 이후에 어떻게 꽃이 피는지도 보는 시간까지도 가지길 바란다. 그렇게만 시간을 보낸다면 무궁화에 대한 인식은 바뀔거라고 장담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궁화에 대해 가진 생각은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까.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버드나무와 무궁화를 논가에 심었다고 한다. 이유는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유충일때는 버드나무에 서식하며 잎을 먹다가 성충이 될 즈음 육식을 해야 하는데 이때 무궁화로 옮겨와서 진딧물을 먹었다. 벼에 낄 진딧물을 무궁화가 유인하니 벼는 피해를 보지 않는 셈이다. 지금처럼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던 시기에 생존에 가장 중요한 쌀의 생산량을 늘리는 즉, 식량을 지키는 역할을 하니 국화로서의 지위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로움을 알고 무궁화를 보는 시간을 가져 봤으면 좋겠다. 우리 국화가 정말 자랑스럽지 않을까. 남수환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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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개인에게 있어서 자아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한층 더 확장된 자아로 나아가는 것은 개인이 성숙해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와 같은 ‘경계 허물기’는 도시과학 분야인 조경·건축·도시환경의 진화에 있어 필수적 과정이다. 도시가 성숙해가는 과정은 인간이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과 닮아있다. 도시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경계 만들기와 허물기가 반복되는 역사임을 알 수 있다. 인간정주환경의 경계는 ‘개인 주거’-‘마을·도시’-‘국가’-‘세계·지구’로 확장되어왔다. 앞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달, 화성 등 우주탐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인간정주환경이 우주로 확장되어 ‘지구촌’이라는 말 대신 ‘우주촌’이라는 말이 등장할 날이 올 것이다. 세계의 도시들은 20세기까지는 경계를 넓히는 일에 몰두해 해왔으나, 21세기에는 그동안 만들어진 도시의 불합리한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차원의 경계를 세우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연과 도시의 이분법으로부터, 자연과 도시가 하나로 되고 도시가 자연생태계의 일부분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차량 우선의 경직된 도로 중심적 도시구조를 넘어서, 보다 유연한 보행자 중심의 친인간 도시를 지향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도농통합을 통해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과 성장과정에서 낙오된 소외계층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극복을 위해 복지에 대한 인식 증대와 함께 양극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포용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도시공원과 녹지의 배치에서도 경계 허물기의 연속된 과정을 볼 수 있다. 80년대의 1기 신도시 공원은 도로를 경계로 고립된 공간이 대부분이었으나, 2기 신도시에서는 공원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서 전체 공원을 녹지로 연결하는 녹지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고립된 녹지가 주거와의 경계를 허물고 주거지와 직접 연결되는 녹지체계로 진화하고, 더 나아가 커뮤니티 시설과 통합되는 등 녹지와 주민 편의 시설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런던시는 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2017년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도시(National Park City)’를 표방하면서 도시 자체가 공원이 될 수 있도록 도시와 공원의 경계를 허물고 도시와 공원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서울도 개발과 빠른 성장의 과정에서 수많은 공간적·사회적 경계를 만들어왔지만, 이들 경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무상(無常)’함을 말해주고 있다. 한강을 예로 들면 1980년대에는 한강개발의 일환으로 양안에 제방을 쌓아 수로를 정비하고 고수부지를 만들어 홍수에 대비함과 동시에 고수부지에는 시민 휴식 공원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직선적 제방 축조로 한강 경관이 정비되고 고수부지에서는 여가활동이 활성화되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00년 들어오면서 경직된 콘크리트 제방으로 인해 물로의 접근성이 제한되고, 생태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점이 지적되어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기 위한 제방 경계 허물기 시 시도되었다. 소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하여 일부 콘크리트 제방을 제거하고 생태적 수변으로 만들거나, 수변 물놀이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한강물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하였다. 2010년 이후에는 서울시장이 바뀌고 행정 주도 개발을 지양하면서, 행정과 시민의 경계를 없애고 사회적 합의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 오페라하우스 등 고급문화보다는 서민적인 텃밭 가꾸기 등 대중문화 지향적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서울시장이 다시 바뀌면서 한강의 세계화, 관광 거점화 등을 지향하면서, 한국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세계화를 지향하는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청계천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청계천에는 6, 70년대에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한 복개공사로 인해 시민들이 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경계가 만들어졌고, 복개천 상부에는 고가도로가 세워져 청계천 경관을 좌우로 나누는 콘크리트 장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복개구조물과 고가도로의 안전 문제가 대두되어 2003~2005년에는 콘크리트 덮개와 장벽을 모두 제거하고 청계천을 복원하여 친수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청계천은 거대한 인공수로라는 점이 다시 지적되고 있어서, 현재의 수로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시 생태적 하천으로 언제 새롭게 태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공간적·사회적 경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방향을 시도하려는 모든 노력들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아직도 만연하고 있는 전시성 생색내기 행정, 경제논리에 치우친 개발 행태, 그리고 일부 시민들의 집단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시민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과제다. 경계 세우기나 경계 허물기 모두 도시의 진화를 위한 나름의 긍정적 시도라고 할 수 있으나 주민, 전문가, 행정가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뜻을 모아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힘을 모아 흔들림 없이 실천할 수 있어야 비로소 도시 성숙을 위한 경계 허물기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아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더욱 확장된 자아 즉 인류, 생명체, 지구, 우주로 나아감으로써 모두가 행복한 포용적 삶을 즐길 수 있듯이, 우리의 도시들도 허물기를 두려워하거나 저항할 것이 아니라, ‘무상’을 받아들임으로써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허물 것인가를 항상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간적·사회적 경계 허물기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산불 등 당면한 글로벌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함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 도시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임승빈 /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 임승빈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email protected]
-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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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정원, 원예작업, 자연으로 치유하는 닥터 김의 힐링 미담 ‘아름다운 삶, 향기로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바로 ‘사랑’과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며 아침에 간절하게 기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도를 할 수 있는 삶, 이런 삶을 이어가는 오늘 건강한 일상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연재했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도시의 삶은 성과가 중심이 되는 사회여서 직장이나 학교나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늘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느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돌아볼 여유를 잃어가고 있다. 즉 측은지심의 마음이 메말라 간다고 볼 수 있지만, 자연과 정원, 식물과 꽃 속에는 늘 생명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충만하다. 우리가 도시를 벗어날 수 없다면 도시에 정원을 만들어 나의 가족이 사는 공간에도 식물을 가꾸고 꽃을 피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일종의 원예작업을 통해 치유와 성장의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메말랐던 내 마음이 식물을 돌보면서 나와 더불어 생명이 있는 다른 식물, 나와 같이 존귀하게 생각하고 존중해 주는 마음을 싹트게 하는 것이 바로 원예작업 치유의 근본이다. 기억은 잃어도 사랑받은 감정은 기억된다 매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노인이나 중장년들은 깜빡깜빡하는 건망증이 나타나면 혹시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닌지 불안해한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말년이란 시간을 자신이 치매 환자가 되든 아니면 치매 걸린 가족을 돌보는 책임을 떠맡게 되든 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불안을 극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원예작업적 해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치매 환자라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존중 받는 일상을 살고 싶어 한다. 노인이 된 부모를 돌보는 자식들은 부모님이 기억을 잃으면 감정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한다. 그러나 치매가 와서 기억은 잃어도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자식이 부모님을 향해 사랑한다고 하는 말과 따스한 태도는 전달되고 기억된다고 할 수 있다. 기억은 사라져가도 오히려 감정은 더 예민해진다.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사랑, 기쁨, 슬픔, 분노, 평온함을 온전히 느끼며, 그래서 고통 속에도 삶은 계속된다. 이것이 인간이 죽는 순간까지 존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긴 병마를 가진 가족을 간병하며 눈물로 세월을 보낸 보호자들에게 당신들이 흘린 눈물 한 방울은 영원히 기억되는 가치 있는 것이었음을, 절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과 인간이 감정을 소통하며 만들어 가는 연대감은 기억이 지워져 가는 순간에도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지켜준다. 그것이 아름다운 삶, 향기로운 이야기가 된다. 인간의 마지막 순간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면 마지막 보는 것들이 꽃이 되고, 새가 되고, 단풍으로 물드는 향기로운 기억이 될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풍부하게 하고 마지막까지 긍정적 정서로 채워주는 공간이 식물과 꽃이 있는 정원이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그 속에서 빛과 소리, 촉각, 평온함,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 원예작업은 자존감을 높이는 치유적 작업이다.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라면 자존감은 타인의 평가와는 관계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마음으로 자신의 품위를 찾아가는 길을 말한다. 원예작업을 통해 일상을 즐기며, 상처받은 자존심이 저절로 치유되고, 아름다움 삶, 자존감이 높은 오늘이 되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는 일상이 치유다 첫사랑은 왜 잊히지 않을까? 저마다 잊히지 않는 사랑이 있다. 첫 키스와 같은 달콤한 추억 조각이 나이가 들어도 그날의 기분과 설렘의 하모니로 존재한다. 사랑, 출산, 외국여행과 같은 첫 번째 기억은 왜 잊히지 않는 걸까.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과학’에 따르면 ‘인지적 비축분’이 높을수록 치매가 와도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뇌의 전두피질과 편도체의 손상으로 원초적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일부 시냅스가 손상된 다해도 추가분의 백업 신경의 연결이 많으면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인지적 비축분을 높이는 일상을 살아간다면 치매가 와도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예작업은 뇌 속에 성상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더 많은 곳에서 필요하다. 실제 퇴행성 신경 질환인 치매, 신경 발달 장애, 다운증후군, 조현병 모두 해마의 성체 신경 발생의 이상을 보이고 있다. ‘성체놔신경생성’은 학습과 기억, 기분 조절, 우울, 부상에 대한 반응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인기에도 이 세포는 사라지지 않고 생성되어 뇌의 고장 난 부분을 스스로 고치는 기능을 한다. 이 세포가 인간의 후각과 해마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현대인들의 만병의 원인은 만성 스트레스다. 만성 스트레스는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를 쪼그라지게 한다. 자연의 향기와 식물에 몰입하는 다양한 원예작업이 해마의 기능을 촉진하여 기억과 기분을 좋게 하고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는다. 정원이나 숲에서 하는 명상, 멍 때리기, 꽃멍, 풀멍 등 정원과 숲에서의 식물을 가능한 많이 만나는 일상을 만들어서 지금 이 순간의 계절과 날씨를 오감으로 느끼면 뇌가 건강해진다 긍정적 정서, 몰입, 삶의 가치 등을 알려주는 책을 읽거나,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주는 활동을 찾는 원예적 일상이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정원에서의 글쓰기 ‘한 뼘 자전소설’ 프로그램, 시 낭송회, 정신을 자극하는 기도 등 규칙적 정신 자극 활동도 인지적 비축분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이순간에 몰두하는 원예활동을 해야 한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 이 순간에 몰입하는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낯설고 모험적인 환경을 찾아 나서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자극도 받고, 치열하게 공부에 푹 빠져 보자. 정원을 주제로 여행을 떠나보자, 치유의 여행이 될 것이다. 정원이 주는 정서적인 치유와 이 순간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껴보길 바란다. 여름에는 수국이 아름다운 제주 해변 둘레길도 밟아 보고, 내설악과 외설악의 산세를 바라보며 12선녀탕의 맑은 소리를 들어보도록 하자.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 둘러보기, 경포대와 대천해수욕장 고운 모래 위 걸어보기, 울릉도 문자정원 둘러보기 등 새롭고 다양한 풍광은 우리의 뇌에 새로운 자극을 가득 준다. 자연은 다양한 감동을 준다. 이런 감동을 받으면 온몸에 엔도르핀이 가득해진다. 삶을 아름답게 하는 공간, 도시숲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의 정원’ 영화에서도 정원이 나온다. 마담 프루스트의 집안에 채소 정원이 있고 집 밖에 큰 나무가 있는 공원이 있다. 실내정원은 인간 내면의 정원에 비유했고, 실외정원인 공원은 연령, 인종 차별 없이 사랑을 나누며 사는 인간들의 연대감이 만들어지는 곳임을 보여주고 있다. 공공의 정원 ‘도시숲’은 한 사람의 일상과 추억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를 경제적 격차에 상관없이 밝고 건강한 삶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도시 속에 숲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 영화는 식물을 사랑하고 정원에서 삶을 살고 자연의 향기와 함께하는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도 자존감을 스스로 지켜내고 자신의 삶에 몰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도 최근 마담 푸르스트가 사용한 향기와 자연의 치유 요소를 이용하여 보호관찰소의 교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보호관찰소 인지재활 프로그램에서 성폭력 가해자 청소년들에게 먼저 자신의 상처를 보게 했다. 그리고 식물을 만지는 작업으로 생명의 소중함,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을 존중해야 할 이유를 인지하게 했다. 그들은 ‘딴 생각이 안 나요’, ‘잘 극복해 볼게요’라며 순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산만한 태도가 사라지는 변화를 보였다. 성인발달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위해 수직정원을 활용한 식물전문관리 과정도 준비 중이다.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환경생태적 실내외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린 스쿨, 그린 오피스, 실내외 도시숲이 늘어가고 있다 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리이다 꽃밭이나 정원도 관리가 없으면 망가지듯이 크고 작은 실내외 도시숲 정원도 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는 원예작업의 치유사례들도 늘어가고 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은 자신의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것이다. 향기로운 이야기는 마음의 정원에서 일어나는 ‘기쁨’, ‘즐거움’, ‘사랑해’, ‘소중해’, ‘행복해’, ‘희망적이야’라는 말로 표현하는 순간이 향기롭게 전달된다. 이제 모두의 정원인 ‘도시숲’을 가꾸며 함께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 김미영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email protected]
- 202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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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난 여름은 폭염을 동반하고 찾아왔다. 그리고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되었다. 직장에서의 더위와 폭염은 훼방꾼이자 극복의 대상이지만 휴가 시즌의 더위는 보상의 대상이다. 특히 올해는 펜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휴가라 그런지 더 기대되는 느낌이다. 그런 휴가를 위해 정부에서는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 안전한 여름휴가 정보 등을 제공하며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고 여유 있는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오랜만에 휴가를 맞이한 사람들은 수년간 가지 못했던 곳을 휴가지로 정하며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휴가 이후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질병 등 후유증은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들이 변하였다고 사람들이 얘기한다. 크게는 안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작게는 개인의 취미생활이나 회사 생활의 근무와 회식문화 등이 바뀌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사소하게 여기거나 간과했던 것들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다만 휴가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즐기는 장소여야 휴가를 다녀왔다고 인정되는 걸까. 그 인정이란 건 남들처럼, 남들만큼이라는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한다. 어떻게 하면 휴가다운 휴가를 보낼 수 있을까. 혹시 사색과 여유, 마음을 치유하며 휴가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정원을 적극 추천한다. 특히 정원 중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움은 어느 정원에도 뒤지지 않는 민간정원을 추천한다. 현재 민간정원은 강원권역에 3개소, 충청권 26개소, 전라권 40개소, 경상권 48개소, 제주 1개소 등 78개소가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다. 수도권과 경기권역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방문할 수 있다. 민간정원은 개인이 운영하다 보니 시설과 정원의 형태, 식물, 체험 프로그램 등이 각각 다르고, 일부 민간정원은 숙박시설도 있어 휴식을 위한 휴가로는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전원주택과 정원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정원주를 만나 얘기를 듣는 것도 좋다. 처음에 정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지금 민간정원을 가꾸면서 겪는 어려움까지 들을 수 있다.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그런 이야기를 전문가에게 들으려면 아주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직접 경험담을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값진 기회는 없으리라. 하지만 정원을 방문하는 사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다. 십여 년 전쯤에 미국 동부로 수목원 직원들과 답사를 갔었다. 뉴욕식물원이나 롱우드가든처럼 오랜 역사와 화려함을 가진 정원부터 하이라인이나 센트럴파크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공원까지 견학했다. 많은 기억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다른 정원에 비해 규모가 아주 작았던 챈티클리어 가든이 기억에 남는다. 이 가든의 가장 큰 특징은 작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주제정원과 모든 정원에 있는 식물 표찰이 없는 것이었다. 수목원이 일터인 우리는 아름답거나 특별한 식물을 보면 이름이 궁금해 버릇처럼 표찰을 찾곤 하지만, 챈티클리어 가든은 표찰이 없다 보니 이름보다는 그 아름다움 자체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름이 궁금하면 알 수 있도록 각각의 주제정원 식물의 식재 정보와 목록이 정리된 자료가 작은 함 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가든의 미션은 즐거움으로 충만한 정원이라고 한다. 식물 이름을 굳이 몰라도 정원 그 자체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기회였다. 그래서인지 여느 정원보다 방문객들이 더 즐거워 보였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그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정원은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다는 산림청의 연구결과가 있다. 몸과 마음의 치유가 필요하거나 여느 때와는 다른 휴가를 원한다면, 꼭 정원 방문을 권한다. 정원 자체가 목적이 아니어도 좋다. 하루쯤의 여유 있는 시간을 원하는 사람 또한 정원을 찾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혹시 거주지 주변이나, 휴가지 근처에 있는 정원이 궁금하다면 고생할 것 없이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서비스하고 있는 정원누리를 이용하면 된다. 정원누리에서는 지역별 정원 위치와 정원의 시설, 프로그램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올여름에는 정원을 통해 휴식에서 즐거움까지 찾는 충만한 휴가가 되길 바란다.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email protected]
-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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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 홍수, 폭염, 지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 지구인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중립의 실현이라는 큰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발생했다. 2년 이상 지속된 팬데믹은 우리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 놓았다. 사람들은 함께 하기 보다는 거리두기에 익숙해졌다. 대한민국에서는 보다 심각한 사회적 현상이 대두되었다. 혼인 건수 감소, 합계출산율 감소, 고령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연쇄적 인구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2020년 처음으로 출생 인구보다 사망 인구가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했으며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국에 들어섰다. 이는 소멸도시 증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의 근본을 흔드는 문제가 되었다. 인구가 줄어드니 경쟁 또한 감소해 삶이 나아질 것 가지만 실상은 다르다. 발전된 기술은 사람이 해오던 일을 빠른 속도로 기계로 대체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기계에 의해 제어되는 ‘스마트’한 도시를 꿈꾼다. ‘스마트’는 이제 모든 곳에 침투하고 있다. 스마트 도시를 넘어서 공원에서도 스마트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리질리언시’, ‘증강·가상현실(AR·VR)’, ‘모빌리티’ 등 이전에는 잘 들어볼 수 없었던 용어들 또한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스며 들었다. 최근 필자가 연구진으로 소속되어 진행했던 한 과제에서 도시와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태의 변화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전 지구적 환경 변화, 급변해온 대한민국 사회를 고려했을 때, 도시와 공원에서 선호하는 활동, 도시와 공원에 담겨야 할 가치, 도시와 공원의 미래 방향 등에 대해서 사람들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어떤 것을 지향할 것이라 가정했다. 특히 현대 사회의 개인은 세대를 막론하고 확고한 개성과 취향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연구는 전국의 20대 이상 2,000명의 남녀를 상대로 진행되었으며 설문은 주관식과 이미지 문항으로 설계되었다. 연구의 질문은 도시와 공원으로 나누어 기술되었다. 도시에 거주하면서, 공원을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경우와 행복감을 느꼈던 환경, 미래의 도시와 공원의 주요 키워드, 거주와 이용을 희망하는 도시와 공원의 유형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여 새로운 가치를 선호하고 지향할 것이라 생각했던 연구의 가설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환경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삶의 여유는 공원, 강변, 숲 등 도시의 녹지공간에서 산책을 하고 휴식을 취할 때에 가장 크게 느낀다고 답했다. 미래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 또한 녹지 공간이 많은 ‘환경친화 도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향후 거주를 희망하는 도시의 유형으로도 ‘일상 속 휴식을 가능케 하는 공원이 많은 도시’를 1순위로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25%가 넘었다. 그 다음으로 응답률이 높은 ‘친환경적 대중교통수단이 활성화된 도시’, ‘저영향 개발을 통해 도시의 유지관리에 드는 에너지를 저감할 수 있는 도시’까지 합치면 약 40%가 넘는 사람들이 친환경적, 자연친화적 도시를 바람직한 미래 도시로 보았다. 공원에 대한 설문에서는 보다 깊이 있게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녹음이 우거지고 맑고 깨끗한 공기가 충만한 공원, 시끄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푸르른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원에서 삶의 행복을 느낀다고 대답해 주었다. 이들이 원하는 공원은 화려하고 멋진 공원이 아니었다. 그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와 의자가 있으면 족했다. 번잡한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도록 자연 속에서 조용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면 충분했다. 이들이 지향하는 미래의 공원은 자연친화적 공원이었으며(약 37%) 이는 스마트 공원이라고 응답한 수의 두 배가 넘었다. 향후 이용을 희망하는 공원 또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원’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설문조사 한 건의 결과만으로 정답을 외칠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도시와 공원에 대해 기대하는 본질적 가치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작금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의 다원화는 지속될 것이다. 보다 더 ‘스마트’하게 도시와 공원을 조성·관리·운영하는 것도 필요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시와 녹지공간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매개체로 삼는 리질리언시 설계 기법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가치에 부응한다는 미명 하에 본질적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 공간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며, 따라서 이들의 눈높이에서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 본질적 사실을 말이다. 결국 조경가로서 할 일은 지금도, 미래에도 - 다소 로맨틱하고 과거지향적으로 들리더라도 -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롭게 심신의 정화를 할 수 있는 공원(도시)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기본을 생각하며 중심을 잡을 때, 조경 분야의 미래 또한 밝을 것이다.
- 최혜영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email protected]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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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박광윤 국장] “수해가 난 지역에 왜 또 꽃을 심었어요?”수해가 지나간 지역에 심심찮은 민원이란다. 한 지방 민원인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담당공무원은 “무너진 재해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꽃을 심었다”고 답했다. ‘위로가 되었을까?’ “세금 아깝게 꽃을 심어요?”서울시가 지난해까지 도심 속 정원박람회를 열면서 시민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이란다. 시민들과 부대끼며 정원을 만들었던 작가들은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던 시민들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나중엔 너무 좋아했다며 “조경의 위상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잘 관리가 안되어서 철거한 정원들도 있는데 ‘행사는 의미가 있었을까?’ 지긋한 가뭄이 한참을 이어지더니 ‘하늘의 장난’처럼 지난 달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 큰 피해를 남겼다. 산사태가 났고 집들이 잠겼고 도로가 유실됐다. 하천이 범람했고 농경지가 침수됐고 다리가 끊어졌다. 공원도 정원도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린 것이 가장 슬픈 일이었다. 이번 재해를 보는 국민들은 빨리 다시 집도 짓고 도로도 내고 다리도 놓길 바라는 ‘이심전심’이었다. 그 와중에도 누군가는 “다시 꽃을 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시민들을 위로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나무를 심고 꽃을 심는 것이 과연 위안이 될까’ 무너진 도로는 다시 세워야 한다면서도, 무너진 정원을 다시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사치’로 여기는 정서가 안타깝지만, 그래도 지구 멸망 하루 전에 ‘나무를 심겠다’는 마음을 이해해 줄 누군가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 조경인들은 어떤 생각인가! 몇 해 동안 전국 지자체에서 천 만 그루 백 만 그루 나무를 심는 도시숲사업이 유행처럼 번졌다. 여기에 참여했던 나무업자로부터 “나무를 심다 심다 심을 곳이 없어서 버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술자리의 뒷이야기였지만, 사실이든 아니든 참 씁쓸한 말로 다가왔다. 나무업자의 상혼(商魂)이 조경인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재해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수해지역에 다시 꽃을 심었던 한 공무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도로가 유실되고 무너졌는데 정원인들 온전했을 리 없다. 다들 이번 재해가 ‘하늘 탓’이라고 공감하는데, 유독 공원과 정원에만 엄격한 기준을 두는 것은 합당한가! 누군가에겐 조경이 항상 ‘사치’로 보일지라도 조경인들에겐 새로운 도전의 현장이라는 것을, 함께 공감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이심전심’이길 기대해 본다. 거대한 물길이 지난간 자리에 쓰러졌던 꽃들을 일으켜 세우니, 악몽을 이겨내듯 다시 아름다운 꽃을 피어내고 있다. 그 연약해 보이던 꽃의 생명력이 우리의 인내보다 더 강했다는 생각에 자연의 힘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새삼 느낀다. “모름지기 값싼 상혼(商魂)에만 사는 사람들, 내일 세계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겠다”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주변에 소외된 이들에게 꽃과 나무가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는지 공감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며, “내일 지구가 망한다해도 꽃을 심겠다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22-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