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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웃어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보기 어렵네’. 원작자가 분명치 않지만 고려시대 시인 이규보가 여섯 살 때 쓴 시로 추정된다. 어린 나이에 함축된 의미를 느낀 것인지 단순히 현상을 바라본 것인지 알 길은 없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 어떤 공간에서 자연과 교감한 경험을 표현한 것은 분명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심미적이고 철학적인 관념을 준다. 살아있는 동물과 식물을 통해 각자의 삶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 환경과 조경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생명에 대한 어떤 공통된 심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경분야는 1972년 한국조경학회 창립과 함께 50년 동안 여러 공간을 조성하면서 환경적 의미를 고취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2015년에는 「조경진흥법」이 제정돼 ‘조경’을 폭넓게 정의하고, 국민의 생활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적극 기여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건설업의 측면에서는 1970년대 국토개발의 시대에 발맞춰 「건설업법」에 ‘조경공사’가 포함되면서 태동했다. 이후 「국토계획법」에 나오는 ‘조경’은 개발행위의 허가에 대응하는 환경보완의 개념으로 정의되어 있고, 「건축법」에 나오는 ‘조경’도 건축물에 부속하는 행위로써 대지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언급되고 있다. 조경 그 자체를 규정하기보다 개발의 반대급부적 성격으로써 최소한의 제어장치의 지위로 법률에 포함된 것이다. 도시와 공원, 개발과 보전이라는 이분법으로 통용되었던 시대에 조경은 일종의 ‘환경적’ 편에 서서 분명히 그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런데 왜 최근의 기후환경 문제와 함께 조경분야는 거듭날 것을 요구받는 것일까. 그 어디에 있든 공원녹지는 바람직하고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공간을 ‘생명’으로 느끼기보다 개발의 보완재인 ‘시설’로 인식하는 듯하다. 요즘 공원을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 손에는 반려견의 목줄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산책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마시다 남은 뜨거운 커피를 어린나무에 쏟아부었다. 둘 다 같은 생명체인데 하나는 웃는 듯하고 다른 하나의 울음은 보이지 않는 풍경이었다. 아직까지도 녹지를 살아있는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시설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조경은 법적으로 여러 시설을 만드는 일이지만 살아있는 대상을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시설과 생명의 어중간한 지점에 위치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추진한 ‘세종대로 사람숲길’ 사업에서도 이런 모호함이 드러났다. 세종대로 보행로를 넓혀 걷기 좋은 숲길을 만드는 사업추진 중 덕수궁 돌담을 따라 자라고 있던 가로수 플라타너스를 베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단적으로 정리하면 가로수는 단순 시설인가, 생명인가의 논란이었다. 크게 자란 나무의 뿌리가 덕수궁 돌담 균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제거하려던 것이 시민 수백 명의 반대 청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면서 수목(식물)을 정리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가로수의 경우 개발사업을 비롯해 주차장 진입로 도로점용이나 하수도관 파열 등 각종 시설공사로 인해 숱하게 잘려 나간다. 게다가 단순 시설이라면 새로운 사업 추진 중에 더 좋은 시설로 바꾸려는 관행이 만연한데, 가로수는 죽일 수 없는 생명이라는 문제 제기였다. 이번에 공개된 송현동은 어떨까.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현재까지 토지소유자와 이용자가 바뀌었고, 최근에는 사유지로 20년간 방치된 땅이었다. 의도와 달리 ‘환경적’ 편에 속해있던 공간이다. 그리고 100년 만에 열렸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간을 차지했던 나무들은 그 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넓은 잔디밭(유휴부지)으로 공개됐다. 사유지였고 방치된 땅에 존재했던 우거진 녹음들은 시설인가, 생명인가, 아니면 사유재산인가. 법적으로 걸리는 바가 없으니 20년 이상 된 장소가 완전히 갈아엎어진 것인가, 아니면 철저한 건축·조경·환경계획에 의해 의도된 단계적 조성인가. 방치된 경관을 보존할 필요는 없겠지만 공원화의 긴 호흡을 시작하면서 땅의 생명을 존중하는 기획과 전략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조경공간은 기후변화와 환경위기 속에서 일상적이고 친밀한 공간으로써 더 많은 삶의 효용을 요구받고 있다. 개발의 이면에서 나름의 보완재 역할을 해온 조경이 이제는 단순한 시설이 아닌, ‘생명을 다루는 일’로부터 ‘인간 생명에 필요한 요소’로써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작게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장소들이 모이고 쌓여서, 크게는 도시와 전 지구적 가치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생명을 창출하는 독립된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105만평 공원으로 탄생한 지 올해로 20년 되었다. 다양한 기후환경 문제를 환경설계로 해결해왔던 조경분야다. 최근에는 광역자원회수시설이 이슈다. 지하에 소각장을 건설하고 상부는 공원화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지역민의 반발에 부딪혔다. 다양한 환경문제 앞에서 사람과 환경 모두를 되살리는 해법을 모색해나가면 좋겠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몇 년간 정원사업이 많아지면서 도시와 조경공간의 더 내밀한 곳에서 환경·생태와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밀도 깊게 공간을 느끼고, 장소감을 통해 공간과 교감하고 그곳을 차지한 동식물의 생태적 성질에도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으로 보았다. 서울시에서는 2015년부터 노후된 공원과 쇠퇴 지역에서 환경정비·재생의 개념으로 정원박람회가 개최되었고,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전국단위에서 개최하는 수많은 정원박람회의 사례로 볼 때 정원사업이 긍정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뚝딱 하나의 작은 시설물을 만드는 것에 머물러있는 모습이다. 공간에 대한 개념과 식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땅과 토질 등 환경적 조건을 고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원관리 방법에 대한 해설은 전무하다. 이렇게 전시성 공간이 만들어지고 또 철거되기도 한다. 좋은 작가는 많지만, 좋은 발주처가 없기 때문일까. 지난 3~4년간 전국에 몰아닥친 핑크뮬리 일변도의 풍경이 올가을에도 반복되고 있다. 정원은 조성하는 사람의 철학과 그 사람의 행위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땅의 주체인 정원가를 통해 가꾸는 행위인 정원일(가드닝)이 가미될 때 공간은 지속해서 살아 숨쉰다. 보통의 (민간)정원은 직간접적으로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철학으로 공간이 만들어지고, 공간은 사람과 교감하며 생동감을 준다. 반면 공공에서 발주한 박람회를 비롯한 여러 (공공)정원에서는 이 부분이 생략될 수밖에 없다. 정원의 필요성과 생겨난 계기, 공간과 정원가 사이의 심미적 교감이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파급력 있는 어떤 철학이 존재하지 않고, 공간이 지속해서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일시적 뽐내기에 머물러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좋은 기회조차도 살아있는 공간의 증거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이는 그동안 개발중심으로 식물을 도구로 이용해온 우리의 양태로 이해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체질을 바꿀 때이다.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에서 고정희는 “한국 조경에서 부실한 갑옷에 해당하는 것을 찾는다면 바로 식물과의 소원한 관계일 것이다.”라고 말했고, 김아연은 “왜 우리에게는 위대한 생태공원이 없을까”라고 지적한다. 식물과의 관계 형성에 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과 진정한 생태공원으로 첫발을 떼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자연과 생명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개발의 시대를 지나 환경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살아있음’을 공간에 기록하는 조경은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꽃과 수목의 생명을 다루는 일뿐만 아니라, 생태 시스템에서, 자연 에너지에서, 또는 녹이 슬어가는 구조물에서 그리고 아이가 노인이 되기까지 함께한 공원의 모든 풍경 속에서 생명의 변화를 담아내길 원한다. 조경공간은 조성된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제야 새롭게 시작하는 창조적 장소이다. 공간의 변화를 지켜보고, 식물의 성장을 기록하고, 사람들과의 교감을 관찰하면서 공간의 진화를 기록해나가야 한다.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완성된 조경공간을 주려만 하지 않고, 같이 완성해 가야 할 생명의 공간을 여지로 남겨 주길 바란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환경적’, ‘심미적’ 교감을 계속해서 일으키는 것이 ‘살아있음’을 다루는 조경이 해야 할 특수성이라 생각한다. 유시범 /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유시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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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올해는 한국조경 50주년을 맞아하는 해이다. 조경이라는 전문분야가 제도적으로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대학에 학과가 설립된 지 반세기가 되는 뜻깊은 해이다. 이런 해를 맞이하여 여러 행사들이 기획되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말에는 광주에서 세계조경가대회가 열려 한국조경의 현재를 알리고 미래의 조경을 세계 조경가들과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가지게 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오는 12월에는 환경조경발전재단을 중심으로 50주년 기념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조경은 그 안팎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내적으로는 학과 업의 폭과 깊이를 더하여 왔고 외적으로는 영역을 확대하고, 이웃 분야와 교류하였으며 주요 사회이슈들에 대해 의미 있는 대안을 꾸준히 제시하였다. 특히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요즈음 일반인들의 조경분야에 대한 기대가 우리 스스로의 평가보다도 훨씬 더 높은 점이 50주년을 맞이하여 실시된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한층 노력을 경주하면 다가올 50년 역시 조경은 더욱 발전하고 사회적 기대에 충실히 부응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조경분야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중에 하나가 지방조경의 발전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조경학과 업의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발전은 그동안 적지 않게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오늘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지방조경의 발전은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절대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역에서의 몇몇 활동들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부산과 울산에서의 활동은 주목할 만한데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함으로써 관련자들을 격려하고 그 성과를 전국의 조경인들과 나누고자 한다. 부산의 조경분야는 한국조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일 년 전부터 산, 학, 관이 모여 준비를 해왔다. 지역의 대학들과 부산조경협회, 시민단체, 그리고 부산시 조경분야 공무원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한국조경 5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부산조경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모색할 방안들에 대해서 준비하였다. 그 결과 매년 주관해온 부산조경정원박람회를 한국조경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기획하여 보다 뜻깊게 운영하기로 하였다.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부산시민공원을 중심으로 개최된 이 행사를 통하여 부산 조경의 대표적인 기업들과 시민들이 함께하였다. 개막식에는 부산조경의 발전에 기여해 온 학계와 업계, 시민단체와 시민들에게 공로상을 시상하는 등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하고 부산조경의 발전을 자축하였다. 또한 부산조경의 미래를 모색하는 전문가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관련 내용들이 지역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하였다. 특히 부산조경협회는 부산조경 50주년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선정하고 이를 출간할 예정이다. 협회는 그동안 지역조경의 발전을 위한 활동들을 꾸준하게 시행하여 왔다. 앞서 말한 부산조경정원박람회를 개최하여 8회에 이르도록 주관해 왔을 뿐만 아니라 ‘부산조경설계지침’을 제정하여 매년 책자로 발간하고 있다. 나아가 고아원이나 공공기관에 어린이놀이터를 기증하는 활동들도 꾸준하게 진행해 오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울산조경의 활동도 자랑스럽다. 울산조경협회는 2017년 자체적으로 정원박람회 형식의 정원스토리페어를 개최하였는데,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시에서 대표정책으로 채택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다. 협회의 활동은 2019년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의 기틀을 제공하였으며 2021년에는 산림청 코리아가든쇼를 태화강국가정원에서 개최하는데 있어서도 큰 기여를 하였다. 공업도시 울산이 생태도시를 지나 정원도시로 발전해 나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울산시는 녹지정원국 내에 녹지공원과, 태화강국가정원과, 생태정원과가 설치되어 있으며 각 구청별로 정원계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울산시는 산림청과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과 함께 태화강국가정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하였는데, 협회의 활동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울산조경협회는 시민정원사양성 과정을 주관하여 6기까지 배출하였으며 SK의 후원으로 조성된 울산대공원에서 개최되는 장미축제 등에도 봉사지원을 이어 오고 있다. 전환기를 맞이한 한국조경, 오늘에 이르기까지 분명 지역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지역조경가, 동네조경가들의 수고와 노력이 그 바탕을 이루었다. 한국조경 50주년을 맞이하여 이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내며 다가올 50년, 보다 성숙하고 활발한 지방조경의 르네상스를 기대한다. 이유직 /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이유직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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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공간들은 저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도시장소에 성격이 구축되는 것은 사람들의 경험과 행위에 따라 후행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행정주도의 선행 개발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도시공간은 계속해 살아서 변화하기 때문에 무엇이 더 먼저이고, 더 중요한지 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장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전략화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공공영역에서 이러한 전략은 주로 행정기관의 기획을 통해서 실행된다. 그 과정에 다양한 민간의 목소리가 반영돼 있다 하더라도 정책과 개발을 통해 추진되는 일은 자연스럽게 ‘관 주도’의 성질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정책은 선출된 리더의 ‘공약’에 기반하므로 이를 온전히 성취해내기 위한 조직원의 노력이 더해져 ‘관 주도’의 성격은 더욱 강화된다. 관청은 ‘기획’과 ‘개발’을 통해 장소를 특성화하기 위해서 추진 조직을 만들고, 사업계획을 세워 예산을 편성한다. 서울에서는 서울시청이 이러한 일을 주도한다. 서울특별시의회는 시민을 대신해 집행기관인 서울시청을 감시, 감독하는 조직체로 각 사업에 편성된 예산을 검토하고 사업의 적절성을 판단한다. 시의회 상임위원회(상임위)는 성격과 목적에 따라 분류된 서울시 전체 각 부처를 관장한다. 각종 의안을 비롯해 사업의 추진 근거에서부터 시행 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분석하고 검토하는 업무를 한다. 예산안의 경우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서울시 전체 예산에 대해 최종 심사를 한다. 그런데 그 이전에 각 상임위에서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물은 예결위로 제출하고 있다. 이는 각 상임위의 전문성을 고려한 것으로 해당 분야에 역량 있는 시의원이 상임위에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이 상임위 전문위원실에 배치돼 주요 현안에 대한 실무적 판단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임위 구성은 각 실국별 효율적인 사업의 추진과 의회의 전문적 운영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감염병 예방’은 시민건강국에서 담당하고, 의회에서는 시민건강국을 소관하는 보건복지위원회가 관할한다. ‘공원 조성’은 푸른도시국에서 추진하고, 의회는 환경수자원위원회가 관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사업의 구분이 분명히 드러난 게 있는 반면에 도시공간 개발사업처럼 그 복합성으로 인해 추진부서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상임위도 제각각인데 특히 ‘조경’의 영역이 더욱 그런 습성이 있다. 이를테면 지난달 ‘공원 같은 광장’으로 개장한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추진한 서울시 실국은 다음 중(경제정책실, 안전총괄실, 도시교통실, 주택정책실, 도시계획국, 균형발전본부, 물순환안전국, 푸른도시국) 어디일까? 정답은 균형발전본부다. 지난해 7월 도시재생실과 지역발전본부가 합쳐져 만들어진 조직이다. 본부 내 ‘광화문광장추진단’을 조직하여 추진하였고 지금은 부서가 개편돼 ‘광화문광장사업과’로 남아있다. 균형발전본부는 당시 서울시 권역별 개발사업과 주거재생, 도시정비 등을 주로 담당했다. 공원과 도시숲, 서울시청 광장 등을 담당하는 푸른도시국은 광화문광장 사업에 적극 관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보다 광역차원에서 사업에 접근한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지만 공원 관련 실국이 간접 참여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소관 상임위는 주택정책실을 함께 소관하고 있던 ‘도시계획관리위원회’였다. ‘세종대로 사람숲길’ 사업의 경우도 비슷하다. 보행환경개선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도시교통실에서 추진하였고 해당 상임위는 ‘교통위원회’였다. 현재는 시설관리를 위해 푸른도시국으로 이관돼 의회에서는 ‘환경수자원위원회’ 소관에 있지만, 사업추진 단계에서 푸른도시국의 역할은 협조 수준에 머물렀다. 그리고 지난 2017년 ‘공중정원’으로 개장한 ‘서울로7017’을 추진했던 최초 부서는 도시안전본부였다. 이곳이 도로였다는 이유로 도로교통과에서 처음 추진했고 도로관리과에서 사업을 총괄하고 국제설계공모를 추진했다. 사업대상이 교량이었고 당시 교통개선 대책이 시급해 종합적 대응을 위한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그렇지만 하이라인(High Line)을 표방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서도 공원 전담부서의 역할은 최초 기획단계부터 거버넌스 구축 및 홍보 등으로 한정됐다. 사업예산을 편성하고 균형있게 바라볼 의회에서도 공원분야에 가깝지 않은 ‘도시안전건설위원회’의 소관이 되었다. 의회에는 당시 도시재생실을 담당하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있었고, 푸른도시국을 관할하는 ‘환경수자원위원회’도 있었으나, 시민안전 및 도시인프라 건설을 담당하는 상임위의 소관이 된 것이다. 이후에 ‘서울역일대종합발전기획단’이 총괄 담당하면서 조직은 정비됐지만 안전총괄본부(도시안전본부) 내에 그대로 조직을 구성했고, 공원 개장 시기에 이르러서야 시설관리를 위해 푸른도시국으로 이관되었다. 어떤 실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게 성과가 더 낫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업의 규모가 대단위라면 여러 실국에서 협업하는 형태는 필요하다. 그런데 처음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공원을 조성하고, 운영관리까지 이어가는 총괄 기획부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도시공간 개발사업은 도시장소에 특정한 성격을 구축하는 ‘사회문화적’ 작업이다. 그런데 ‘관 주도’로 행해지는 행정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소에 보다 더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실국을 적극 참여시키지 않았다. ‘공원 같은 광장’, ‘사람숲길’, ‘공중정원’을 조성하면서 공원 전문 조직이 사업기획의 추진체로 적극 동참하지 않았고 사후 관리만 떠안는 경우도 있다. 그로 인해 공원분야에 관심이 많은 상임위 시의원도 해당 사업을 처음부터 직접적으로 소관할 권한과 책임에서 배제된다. 그것은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요구와 참여도 일정부분 한계점을 지닌다는 의미가 된다.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로 숲을 지나 서울로까지 걸으면서 도시를 바라보자. 수많은 각기 다른 조직이 협업해 이루어낸 도시 경관의 조화인가, 아니면 각기 다른 조악한 결과물의 조합인가. 아직까지 서울시는 ‘조경’을 장소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인식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이루어지는 포장술 또는 관리술 정도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소를 만드는 기획은 단순한 결과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도시공간의 문화행태를 만드는 작업이다. 공원을 만들고, 광장을 만들고, 시민의 여가를 위한 공간을 조성한다면 관련 전문 조직이 빠짐없이 구성되고 다양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민간영역의 목소리도 반영하기 쉽다. 공원을 다루는 많은 사업에서 추진단계부터 공원 담당 조직이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파견된 실무자는 한 명 또는 두 명이 전부고 관리자는 배치되지 않아 조경분야에 전문 결정권자는 없는 셈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위원회 등을 개최하여 전문가 소수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시민 다수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자문이 간혹 ‘관 주도’를 매끄럽게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렇게는 도시공간에 제대로 된 장소를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장소 정체성을 형성하기에도, 장소를 만들어갈 주체를 찾기에도 어렵다. 장소성을 만들어가는 직접 주체는 애초에 담당 공무원이 아니었지만, 행정을 맡고 있어 ‘관’이 자연스럽게 장소의 주인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도시공간에 장소성을 구축하는 기획의 주체는 시민이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공간을 요구해야 한다. 정책의 방향은 시민을 위한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 장소도 시민에게 돌아가는 게 자연스럽다. 민간의 참여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는 장소에 애착을 가지고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로부터 사업이 태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정의 한계점에서 민간주도 시민참여의 가능성을 의회에서 찾을 수 있다. 의회는 시민이 선출한 의원들이 활동하는 곳이고 시민의 의견을 듣는 곳이다. 그리고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그 참여에는 한계가 없다. 집행기관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입장으로 더 나은 정책과 방법을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이 도시공간에 장소성을 구축하는 힘으로 작동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뉴노멀 시대를 맞아 도시공간은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는다. 특히 공원은 여가활동 공간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공원은 이제 철저하게 기획되어야 한다. 도시 곳곳에서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업추진 전부터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준공 후 운영관리까지 이르는 총괄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책임이 필요하다. 그동안 장소를 기획하려는 힘이 부족했고, 부서간 협업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나간 일에 대한 성찰도 부족했다. 도시공간 개발사업 추진 전 과정을 거쳐 그것을 견제, 감시하는 것은 시의회의 역할이므로 의회에 대한 시민의 참여를 촉구해본다. 의회에서는 토론회와 세미나를 자주 개최한다.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있다. 도시와 경관에 대해, 공원과 광장 그리고 수많은 오픈스페이스에 대해 더욱 비평해야 한다. 민선 8기 새롭게 추진하는 ‘수변감성도시’는 ‘물순환안전국’에서 추진한다. 수변공간을 문화와 휴식의 장소로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하천 경관개선과 수변공간 안전확보를 위해 수자원 활용계획을 세우는 차원에서 조직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소관 상임위는 ‘도시안전건설위원회’이다. 궁극적으로는 시민을 위한 공원 등의 휴게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기반시설 정비 뒤에 포장술에 그치는 시설녹화에 멈추지 않길 바란다. ‘한강 르네상스’에서 보여준 획기적인 성과처럼 ‘지천 르네상스’가 공원 기획의 전문성이 민과 관에서 함께 발현되는 기회가 되고, 서울시민의 여가를 만족시킬 사업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 유시범 /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유시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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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2022년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라는 주제로 광주에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World Congress)가 열렸다. 2020년에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제57차 IFLA는 2021년으로 연기되어 전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조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준비에 가장 큰 난제는 아무것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거리두기로 사적, 공적 모임이 제한되는 시점에서 준비를 시작하여 이후에도 변이가 발생하고 재확산이 반복되었다. 자유롭지 않은 여행정책으로 중국과 일본의 참가가 어려워지면서 등록자 수를 예측할 수 없게 되자 프로그램 기획과 예산 책정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그럼에도 홍수와 태풍을 아슬하게 피해 개최된 이번 대회에는 40여 개국에서 약 1000여 명의 조경가가 참여하였다. 세계조경가대회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성패를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진행 과정에서 느낀 성과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본다. 첫째로는 글로벌 어젠다를 공유하고 조경가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IFLA world council 회의에서 제임스 헤이터 (James Hayter) IFLA 회장은 기후변화, 식량안보, 건강과 웰빙, 토착문화보존을 강조하며 조경이 실질적인 처방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자들은 팬대믹 이후 도시공원의 역할, 평등한 접근을 통한 사회적 책임, 탄소량을 줄일 수 있는 전략,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설계 방법 등을 제시했다. 지오프리 젤리코 어워드(Geoffrey Jellicoe Award)를 수상한 아드리안 휘저(Adriaan Geuze)는 특별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조경 설계를 통해 기후변화, 토양, 수질, 적용, 생태계 자생능력과 같은 엔지니어로서의 소양을 바탕으로, 자연과 문화가 융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한국조경을 소개하고 남도의 문화를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다양한 전시를 통해 한국조경 50년의 발자취와 현재를 시민과 공유했으며,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과 시네토크로 한국 정원의 미학을 국내외 전문가와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다. ‘IFLA 조경·정원박람회’는 브랜드 전시와 함께 ‘취업박람회’, ‘토크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으로 조경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했다. 참여자들은 길거나 짧은 여러 답사프로그램을 통해 광주시 탐방에서 담양, 순천, 화순, 목포, 해남 등 남도의 역사문화까지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는 네트워크와 소통의 장이었다는 점이다. 대회 준비와 행사의 진행은 학계와 업계, 교육자와 학생, 국내와 해외, 그리고 지역 간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은 업체와 현장에서 땀 흘린 봉사자들이 없었다면 행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학술논문 발표 외에도 국내외의 교육자, 학생, 연구자의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서로의 관심사를 논의하며 네트워킹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학생대표단과 연구자는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미래 세대의 열정은 대회 전에 이틀간 진행된 학생 샤렛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튜터진과 독일, 태국, 그리스 등 8개국에서 모인 학생들은 광주의 폴리를 대상으로 한 스튜디오 작업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일부는 수상의 기쁨을 맛보았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의 시대, 지구환경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조경가의 역할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광주에서 열린 세계조경가대회는 2019년 오슬로 IFLA 이후 3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개최되었다. 비대면이 일상화된 코로나 시대에 개최한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의미라면 얼굴을 마주하고 모였다는 점, 그리고 미래 세대와 함께 현재를 공유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전 세대가 1992년 경주에서 열렸던 세계조경가대회를 기억하는 것처럼, 2022년 광주의 경험을 떠올리는 세대에 의해 조경의 가치와 역할은 지속되고 확장해 나갈 것이다. 2023년 대회는 “창발적 상호작용(Emergent Interaction)”이라는 주제로 나이로비와 스톡홀름 두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조경가의 창의적인 도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영애 /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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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이 무엇일까.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봄이란 계절로 물어보면 목련과 개나리, 벚꽃, 진달래 등을 말하겠지만 여름은 쉽게 답변을 하지 못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봄처럼 꽃을 목적으로 외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수목원이나 식물원을 자주 방문하거나 식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배롱나무나 연꽃 정도를 얘기하지 않을까 하면서 답변에 대해 정원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 일을 직업으로 갖기 전에는 필자도 주변사람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중에서 가장 흔한 식물은 무엇일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식물은 없을까.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테지만 여름식물이라 인식하는 않는 아주 흔하지만 귀한 대접을 받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천대를 받는 식물, 국화로 지정되어 학교, 관공서마다 있는 식물, 무궁화가 있다. 무궁화는 언제 꽃을 피우고 언제 질까. 문헌에 따르면 일찍 피는 무궁화는 6월 말부터 개화가 시작해 늦게는 10월까지 계속된다. 이처럼 개화기가 길다 보니 여름에 개화한다고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정원을 가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색생과 개화기가 긴 식물을 선호한다. 무궁화를 자세히 보면 이런 조건으로는 충분하다. 크고 많은 꽃을 피우면서 흰색부터 보라색까지 그리고 겹꽃까지 다양한 화색과 형태를 가진다. 이처럼 정원 식물로의 장점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원 식물로의 많은 이용은 되지 않는다. 무궁화를 정원에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은 기억으로 진딧물이 끼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원에 이용하는 식물 중에 진딧물 같은 해충이 끼는 식물은 흔하다. 대표적으로 무궁화와 비슷한 시기에 개화하는 원추리가 그렇고 여름철 연못을 가득 채우는 연꽃과 수련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추리와 연꽃 등에 진딧물이 많다는 이유로 싫어하거나 정원에서 제거하지 않는다. 왜 무궁화를 정원식물로 선호하지 이유가 궁금해진다. 무궁화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식재가 가능한 식물로 내한성은 물론이고 내염성과 내공해성 또한 강해 활용범위가 매우 넓다. 자세히 보면 길가나 공원 등 여러 곳에 무궁화가 많이 식재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식재된 무궁화들이 대부분 형태가 제멋대로 이고 꽃도 많이 피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원하게 답변을 듣지 못하던 정원 식물로 매력을 못 느끼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관리되지 않는 식물은 어떤 식물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궁화에는 여러 가지 잣대를 들이대며 쓰지 않으려 한다. 사실 무궁화는 다른 식물보다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한 식물이다.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보기 위해서는 식재지의 선정부터 전정, 시비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대부분은 심기만 하고 관리는 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무궁화는 햇볕이 잘 들고 물 빠짐이 양호하며 비옥한 토양이 식재 적지로 새로 나온 줄기에서만 꽃이 피므로 꽃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전정을 하는 것이 좋다. 전정 시기는 가지에 물이 오르기 전인 이른 봄에 하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궁화는 100여 일 동안 개화한다. 또 대부분의 꽃은 하루밖에 피지 않는다. 100일 동안 수십 송이의 꽃을 매일 피우는 건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경이로움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거름을 주는 수고와 비용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거름을 주는 시기도 정해져 있는데 생장 전인 가을이나 봄에 유기질 비료를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무궁화를 보고 떠올리는 진딧물 등 병충해의 방제는 약제를 살포하면 되지만 굳이 살포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진딧물이 낀 무궁화를 볼 기회가 있다면 자세히 살펴보길 바란다. 진딧물이 낀 무궁화를 보다 보면 등 부분에 주홍색을 띤 작은 벌레들이 진딧물을 갉아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무당벌레의 애벌레들이다. 약으로 방제하지 않아도 천적을 불러 진딧물을 방제하니 참으로 영특한 식물이다. 예전 수목원에서 근무할 때 이맘때쯤이면 무궁화 취재를 위해 방문하는 기자들이 있었다. 무궁화를 오랫동안 연구하셨던 박사님은 때론 오지 말라고 역정을 내시는 때가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대부분 오후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향해서였다. 이왕이면 생기있고 만개한 무궁화를 봐야 좋은데 오후에 오면 지기 시작하는 무궁화를 취재하고 사진으로 남기게 되니 아쉬울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취재 전 조금만 문헌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이를 간과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은 당연하지 않았을까. 주변의 무궁화를 찾아보고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꽃은 잘 피우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부족한지도 고민하고 이후에는 시기를 맞춰서 전정이나 시비를 하는 일도 결심하길 기대한다. 그 이후에 어떻게 꽃이 피는지도 보는 시간까지도 가지길 바란다. 그렇게만 시간을 보낸다면 무궁화에 대한 인식은 바뀔거라고 장담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궁화에 대해 가진 생각은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까.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버드나무와 무궁화를 논가에 심었다고 한다. 이유는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유충일때는 버드나무에 서식하며 잎을 먹다가 성충이 될 즈음 육식을 해야 하는데 이때 무궁화로 옮겨와서 진딧물을 먹었다. 벼에 낄 진딧물을 무궁화가 유인하니 벼는 피해를 보지 않는 셈이다. 지금처럼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던 시기에 생존에 가장 중요한 쌀의 생산량을 늘리는 즉, 식량을 지키는 역할을 하니 국화로서의 지위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로움을 알고 무궁화를 보는 시간을 가져 봤으면 좋겠다. 우리 국화가 정말 자랑스럽지 않을까. 남수환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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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개인에게 있어서 자아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한층 더 확장된 자아로 나아가는 것은 개인이 성숙해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와 같은 ‘경계 허물기’는 도시과학 분야인 조경·건축·도시환경의 진화에 있어 필수적 과정이다. 도시가 성숙해가는 과정은 인간이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과 닮아있다. 도시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경계 만들기와 허물기가 반복되는 역사임을 알 수 있다. 인간정주환경의 경계는 ‘개인 주거’-‘마을·도시’-‘국가’-‘세계·지구’로 확장되어왔다. 앞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달, 화성 등 우주탐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인간정주환경이 우주로 확장되어 ‘지구촌’이라는 말 대신 ‘우주촌’이라는 말이 등장할 날이 올 것이다. 세계의 도시들은 20세기까지는 경계를 넓히는 일에 몰두해 해왔으나, 21세기에는 그동안 만들어진 도시의 불합리한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차원의 경계를 세우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연과 도시의 이분법으로부터, 자연과 도시가 하나로 되고 도시가 자연생태계의 일부분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차량 우선의 경직된 도로 중심적 도시구조를 넘어서, 보다 유연한 보행자 중심의 친인간 도시를 지향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도농통합을 통해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과 성장과정에서 낙오된 소외계층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극복을 위해 복지에 대한 인식 증대와 함께 양극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포용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도시공원과 녹지의 배치에서도 경계 허물기의 연속된 과정을 볼 수 있다. 80년대의 1기 신도시 공원은 도로를 경계로 고립된 공간이 대부분이었으나, 2기 신도시에서는 공원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서 전체 공원을 녹지로 연결하는 녹지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고립된 녹지가 주거와의 경계를 허물고 주거지와 직접 연결되는 녹지체계로 진화하고, 더 나아가 커뮤니티 시설과 통합되는 등 녹지와 주민 편의 시설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런던시는 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2017년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도시(National Park City)’를 표방하면서 도시 자체가 공원이 될 수 있도록 도시와 공원의 경계를 허물고 도시와 공원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서울도 개발과 빠른 성장의 과정에서 수많은 공간적·사회적 경계를 만들어왔지만, 이들 경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무상(無常)’함을 말해주고 있다. 한강을 예로 들면 1980년대에는 한강개발의 일환으로 양안에 제방을 쌓아 수로를 정비하고 고수부지를 만들어 홍수에 대비함과 동시에 고수부지에는 시민 휴식 공원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직선적 제방 축조로 한강 경관이 정비되고 고수부지에서는 여가활동이 활성화되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00년 들어오면서 경직된 콘크리트 제방으로 인해 물로의 접근성이 제한되고, 생태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점이 지적되어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기 위한 제방 경계 허물기 시 시도되었다. 소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하여 일부 콘크리트 제방을 제거하고 생태적 수변으로 만들거나, 수변 물놀이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한강물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하였다. 2010년 이후에는 서울시장이 바뀌고 행정 주도 개발을 지양하면서, 행정과 시민의 경계를 없애고 사회적 합의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 오페라하우스 등 고급문화보다는 서민적인 텃밭 가꾸기 등 대중문화 지향적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서울시장이 다시 바뀌면서 한강의 세계화, 관광 거점화 등을 지향하면서, 한국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세계화를 지향하는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청계천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청계천에는 6, 70년대에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한 복개공사로 인해 시민들이 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경계가 만들어졌고, 복개천 상부에는 고가도로가 세워져 청계천 경관을 좌우로 나누는 콘크리트 장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복개구조물과 고가도로의 안전 문제가 대두되어 2003~2005년에는 콘크리트 덮개와 장벽을 모두 제거하고 청계천을 복원하여 친수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청계천은 거대한 인공수로라는 점이 다시 지적되고 있어서, 현재의 수로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시 생태적 하천으로 언제 새롭게 태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공간적·사회적 경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방향을 시도하려는 모든 노력들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아직도 만연하고 있는 전시성 생색내기 행정, 경제논리에 치우친 개발 행태, 그리고 일부 시민들의 집단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시민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과제다. 경계 세우기나 경계 허물기 모두 도시의 진화를 위한 나름의 긍정적 시도라고 할 수 있으나 주민, 전문가, 행정가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뜻을 모아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힘을 모아 흔들림 없이 실천할 수 있어야 비로소 도시 성숙을 위한 경계 허물기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아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더욱 확장된 자아 즉 인류, 생명체, 지구, 우주로 나아감으로써 모두가 행복한 포용적 삶을 즐길 수 있듯이, 우리의 도시들도 허물기를 두려워하거나 저항할 것이 아니라, ‘무상’을 받아들임으로써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허물 것인가를 항상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간적·사회적 경계 허물기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산불 등 당면한 글로벌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함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 도시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임승빈 /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 임승빈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email protected]
-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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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정원, 원예작업, 자연으로 치유하는 닥터 김의 힐링 미담 ‘아름다운 삶, 향기로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바로 ‘사랑’과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며 아침에 간절하게 기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도를 할 수 있는 삶, 이런 삶을 이어가는 오늘 건강한 일상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연재했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도시의 삶은 성과가 중심이 되는 사회여서 직장이나 학교나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늘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느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돌아볼 여유를 잃어가고 있다. 즉 측은지심의 마음이 메말라 간다고 볼 수 있지만, 자연과 정원, 식물과 꽃 속에는 늘 생명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충만하다. 우리가 도시를 벗어날 수 없다면 도시에 정원을 만들어 나의 가족이 사는 공간에도 식물을 가꾸고 꽃을 피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일종의 원예작업을 통해 치유와 성장의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메말랐던 내 마음이 식물을 돌보면서 나와 더불어 생명이 있는 다른 식물, 나와 같이 존귀하게 생각하고 존중해 주는 마음을 싹트게 하는 것이 바로 원예작업 치유의 근본이다. 기억은 잃어도 사랑받은 감정은 기억된다 매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노인이나 중장년들은 깜빡깜빡하는 건망증이 나타나면 혹시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닌지 불안해한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말년이란 시간을 자신이 치매 환자가 되든 아니면 치매 걸린 가족을 돌보는 책임을 떠맡게 되든 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불안을 극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원예작업적 해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치매 환자라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존중 받는 일상을 살고 싶어 한다. 노인이 된 부모를 돌보는 자식들은 부모님이 기억을 잃으면 감정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한다. 그러나 치매가 와서 기억은 잃어도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자식이 부모님을 향해 사랑한다고 하는 말과 따스한 태도는 전달되고 기억된다고 할 수 있다. 기억은 사라져가도 오히려 감정은 더 예민해진다.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사랑, 기쁨, 슬픔, 분노, 평온함을 온전히 느끼며, 그래서 고통 속에도 삶은 계속된다. 이것이 인간이 죽는 순간까지 존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긴 병마를 가진 가족을 간병하며 눈물로 세월을 보낸 보호자들에게 당신들이 흘린 눈물 한 방울은 영원히 기억되는 가치 있는 것이었음을, 절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과 인간이 감정을 소통하며 만들어 가는 연대감은 기억이 지워져 가는 순간에도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지켜준다. 그것이 아름다운 삶, 향기로운 이야기가 된다. 인간의 마지막 순간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면 마지막 보는 것들이 꽃이 되고, 새가 되고, 단풍으로 물드는 향기로운 기억이 될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풍부하게 하고 마지막까지 긍정적 정서로 채워주는 공간이 식물과 꽃이 있는 정원이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그 속에서 빛과 소리, 촉각, 평온함,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 원예작업은 자존감을 높이는 치유적 작업이다.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라면 자존감은 타인의 평가와는 관계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마음으로 자신의 품위를 찾아가는 길을 말한다. 원예작업을 통해 일상을 즐기며, 상처받은 자존심이 저절로 치유되고, 아름다움 삶, 자존감이 높은 오늘이 되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는 일상이 치유다 첫사랑은 왜 잊히지 않을까? 저마다 잊히지 않는 사랑이 있다. 첫 키스와 같은 달콤한 추억 조각이 나이가 들어도 그날의 기분과 설렘의 하모니로 존재한다. 사랑, 출산, 외국여행과 같은 첫 번째 기억은 왜 잊히지 않는 걸까.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과학’에 따르면 ‘인지적 비축분’이 높을수록 치매가 와도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뇌의 전두피질과 편도체의 손상으로 원초적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일부 시냅스가 손상된 다해도 추가분의 백업 신경의 연결이 많으면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인지적 비축분을 높이는 일상을 살아간다면 치매가 와도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예작업은 뇌 속에 성상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더 많은 곳에서 필요하다. 실제 퇴행성 신경 질환인 치매, 신경 발달 장애, 다운증후군, 조현병 모두 해마의 성체 신경 발생의 이상을 보이고 있다. ‘성체놔신경생성’은 학습과 기억, 기분 조절, 우울, 부상에 대한 반응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인기에도 이 세포는 사라지지 않고 생성되어 뇌의 고장 난 부분을 스스로 고치는 기능을 한다. 이 세포가 인간의 후각과 해마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현대인들의 만병의 원인은 만성 스트레스다. 만성 스트레스는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를 쪼그라지게 한다. 자연의 향기와 식물에 몰입하는 다양한 원예작업이 해마의 기능을 촉진하여 기억과 기분을 좋게 하고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는다. 정원이나 숲에서 하는 명상, 멍 때리기, 꽃멍, 풀멍 등 정원과 숲에서의 식물을 가능한 많이 만나는 일상을 만들어서 지금 이 순간의 계절과 날씨를 오감으로 느끼면 뇌가 건강해진다 긍정적 정서, 몰입, 삶의 가치 등을 알려주는 책을 읽거나,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주는 활동을 찾는 원예적 일상이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정원에서의 글쓰기 ‘한 뼘 자전소설’ 프로그램, 시 낭송회, 정신을 자극하는 기도 등 규칙적 정신 자극 활동도 인지적 비축분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이순간에 몰두하는 원예활동을 해야 한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 이 순간에 몰입하는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낯설고 모험적인 환경을 찾아 나서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자극도 받고, 치열하게 공부에 푹 빠져 보자. 정원을 주제로 여행을 떠나보자, 치유의 여행이 될 것이다. 정원이 주는 정서적인 치유와 이 순간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껴보길 바란다. 여름에는 수국이 아름다운 제주 해변 둘레길도 밟아 보고, 내설악과 외설악의 산세를 바라보며 12선녀탕의 맑은 소리를 들어보도록 하자.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 둘러보기, 경포대와 대천해수욕장 고운 모래 위 걸어보기, 울릉도 문자정원 둘러보기 등 새롭고 다양한 풍광은 우리의 뇌에 새로운 자극을 가득 준다. 자연은 다양한 감동을 준다. 이런 감동을 받으면 온몸에 엔도르핀이 가득해진다. 삶을 아름답게 하는 공간, 도시숲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의 정원’ 영화에서도 정원이 나온다. 마담 프루스트의 집안에 채소 정원이 있고 집 밖에 큰 나무가 있는 공원이 있다. 실내정원은 인간 내면의 정원에 비유했고, 실외정원인 공원은 연령, 인종 차별 없이 사랑을 나누며 사는 인간들의 연대감이 만들어지는 곳임을 보여주고 있다. 공공의 정원 ‘도시숲’은 한 사람의 일상과 추억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를 경제적 격차에 상관없이 밝고 건강한 삶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도시 속에 숲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 영화는 식물을 사랑하고 정원에서 삶을 살고 자연의 향기와 함께하는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도 자존감을 스스로 지켜내고 자신의 삶에 몰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도 최근 마담 푸르스트가 사용한 향기와 자연의 치유 요소를 이용하여 보호관찰소의 교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보호관찰소 인지재활 프로그램에서 성폭력 가해자 청소년들에게 먼저 자신의 상처를 보게 했다. 그리고 식물을 만지는 작업으로 생명의 소중함,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을 존중해야 할 이유를 인지하게 했다. 그들은 ‘딴 생각이 안 나요’, ‘잘 극복해 볼게요’라며 순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산만한 태도가 사라지는 변화를 보였다. 성인발달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위해 수직정원을 활용한 식물전문관리 과정도 준비 중이다.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환경생태적 실내외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린 스쿨, 그린 오피스, 실내외 도시숲이 늘어가고 있다 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리이다 꽃밭이나 정원도 관리가 없으면 망가지듯이 크고 작은 실내외 도시숲 정원도 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는 원예작업의 치유사례들도 늘어가고 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은 자신의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것이다. 향기로운 이야기는 마음의 정원에서 일어나는 ‘기쁨’, ‘즐거움’, ‘사랑해’, ‘소중해’, ‘행복해’, ‘희망적이야’라는 말로 표현하는 순간이 향기롭게 전달된다. 이제 모두의 정원인 ‘도시숲’을 가꾸며 함께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 김미영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email protected]
- 202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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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난 여름은 폭염을 동반하고 찾아왔다. 그리고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되었다. 직장에서의 더위와 폭염은 훼방꾼이자 극복의 대상이지만 휴가 시즌의 더위는 보상의 대상이다. 특히 올해는 펜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휴가라 그런지 더 기대되는 느낌이다. 그런 휴가를 위해 정부에서는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 안전한 여름휴가 정보 등을 제공하며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고 여유 있는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오랜만에 휴가를 맞이한 사람들은 수년간 가지 못했던 곳을 휴가지로 정하며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휴가 이후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질병 등 후유증은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들이 변하였다고 사람들이 얘기한다. 크게는 안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작게는 개인의 취미생활이나 회사 생활의 근무와 회식문화 등이 바뀌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사소하게 여기거나 간과했던 것들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다만 휴가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즐기는 장소여야 휴가를 다녀왔다고 인정되는 걸까. 그 인정이란 건 남들처럼, 남들만큼이라는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한다. 어떻게 하면 휴가다운 휴가를 보낼 수 있을까. 혹시 사색과 여유, 마음을 치유하며 휴가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정원을 적극 추천한다. 특히 정원 중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움은 어느 정원에도 뒤지지 않는 민간정원을 추천한다. 현재 민간정원은 강원권역에 3개소, 충청권 26개소, 전라권 40개소, 경상권 48개소, 제주 1개소 등 78개소가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다. 수도권과 경기권역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방문할 수 있다. 민간정원은 개인이 운영하다 보니 시설과 정원의 형태, 식물, 체험 프로그램 등이 각각 다르고, 일부 민간정원은 숙박시설도 있어 휴식을 위한 휴가로는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전원주택과 정원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정원주를 만나 얘기를 듣는 것도 좋다. 처음에 정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지금 민간정원을 가꾸면서 겪는 어려움까지 들을 수 있다.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그런 이야기를 전문가에게 들으려면 아주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직접 경험담을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값진 기회는 없으리라. 하지만 정원을 방문하는 사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다. 십여 년 전쯤에 미국 동부로 수목원 직원들과 답사를 갔었다. 뉴욕식물원이나 롱우드가든처럼 오랜 역사와 화려함을 가진 정원부터 하이라인이나 센트럴파크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공원까지 견학했다. 많은 기억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다른 정원에 비해 규모가 아주 작았던 챈티클리어 가든이 기억에 남는다. 이 가든의 가장 큰 특징은 작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주제정원과 모든 정원에 있는 식물 표찰이 없는 것이었다. 수목원이 일터인 우리는 아름답거나 특별한 식물을 보면 이름이 궁금해 버릇처럼 표찰을 찾곤 하지만, 챈티클리어 가든은 표찰이 없다 보니 이름보다는 그 아름다움 자체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름이 궁금하면 알 수 있도록 각각의 주제정원 식물의 식재 정보와 목록이 정리된 자료가 작은 함 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가든의 미션은 즐거움으로 충만한 정원이라고 한다. 식물 이름을 굳이 몰라도 정원 그 자체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기회였다. 그래서인지 여느 정원보다 방문객들이 더 즐거워 보였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그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정원은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다는 산림청의 연구결과가 있다. 몸과 마음의 치유가 필요하거나 여느 때와는 다른 휴가를 원한다면, 꼭 정원 방문을 권한다. 정원 자체가 목적이 아니어도 좋다. 하루쯤의 여유 있는 시간을 원하는 사람 또한 정원을 찾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혹시 거주지 주변이나, 휴가지 근처에 있는 정원이 궁금하다면 고생할 것 없이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서비스하고 있는 정원누리를 이용하면 된다. 정원누리에서는 지역별 정원 위치와 정원의 시설, 프로그램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올여름에는 정원을 통해 휴식에서 즐거움까지 찾는 충만한 휴가가 되길 바란다.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email protected]
-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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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 홍수, 폭염, 지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 지구인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중립의 실현이라는 큰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발생했다. 2년 이상 지속된 팬데믹은 우리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 놓았다. 사람들은 함께 하기 보다는 거리두기에 익숙해졌다. 대한민국에서는 보다 심각한 사회적 현상이 대두되었다. 혼인 건수 감소, 합계출산율 감소, 고령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연쇄적 인구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2020년 처음으로 출생 인구보다 사망 인구가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했으며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국에 들어섰다. 이는 소멸도시 증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의 근본을 흔드는 문제가 되었다. 인구가 줄어드니 경쟁 또한 감소해 삶이 나아질 것 가지만 실상은 다르다. 발전된 기술은 사람이 해오던 일을 빠른 속도로 기계로 대체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기계에 의해 제어되는 ‘스마트’한 도시를 꿈꾼다. ‘스마트’는 이제 모든 곳에 침투하고 있다. 스마트 도시를 넘어서 공원에서도 스마트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리질리언시’, ‘증강·가상현실(AR·VR)’, ‘모빌리티’ 등 이전에는 잘 들어볼 수 없었던 용어들 또한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스며 들었다. 최근 필자가 연구진으로 소속되어 진행했던 한 과제에서 도시와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태의 변화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전 지구적 환경 변화, 급변해온 대한민국 사회를 고려했을 때, 도시와 공원에서 선호하는 활동, 도시와 공원에 담겨야 할 가치, 도시와 공원의 미래 방향 등에 대해서 사람들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어떤 것을 지향할 것이라 가정했다. 특히 현대 사회의 개인은 세대를 막론하고 확고한 개성과 취향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연구는 전국의 20대 이상 2,000명의 남녀를 상대로 진행되었으며 설문은 주관식과 이미지 문항으로 설계되었다. 연구의 질문은 도시와 공원으로 나누어 기술되었다. 도시에 거주하면서, 공원을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경우와 행복감을 느꼈던 환경, 미래의 도시와 공원의 주요 키워드, 거주와 이용을 희망하는 도시와 공원의 유형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여 새로운 가치를 선호하고 지향할 것이라 생각했던 연구의 가설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환경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삶의 여유는 공원, 강변, 숲 등 도시의 녹지공간에서 산책을 하고 휴식을 취할 때에 가장 크게 느낀다고 답했다. 미래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 또한 녹지 공간이 많은 ‘환경친화 도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향후 거주를 희망하는 도시의 유형으로도 ‘일상 속 휴식을 가능케 하는 공원이 많은 도시’를 1순위로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25%가 넘었다. 그 다음으로 응답률이 높은 ‘친환경적 대중교통수단이 활성화된 도시’, ‘저영향 개발을 통해 도시의 유지관리에 드는 에너지를 저감할 수 있는 도시’까지 합치면 약 40%가 넘는 사람들이 친환경적, 자연친화적 도시를 바람직한 미래 도시로 보았다. 공원에 대한 설문에서는 보다 깊이 있게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녹음이 우거지고 맑고 깨끗한 공기가 충만한 공원, 시끄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푸르른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원에서 삶의 행복을 느낀다고 대답해 주었다. 이들이 원하는 공원은 화려하고 멋진 공원이 아니었다. 그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와 의자가 있으면 족했다. 번잡한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도록 자연 속에서 조용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면 충분했다. 이들이 지향하는 미래의 공원은 자연친화적 공원이었으며(약 37%) 이는 스마트 공원이라고 응답한 수의 두 배가 넘었다. 향후 이용을 희망하는 공원 또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원’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설문조사 한 건의 결과만으로 정답을 외칠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도시와 공원에 대해 기대하는 본질적 가치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작금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의 다원화는 지속될 것이다. 보다 더 ‘스마트’하게 도시와 공원을 조성·관리·운영하는 것도 필요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시와 녹지공간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매개체로 삼는 리질리언시 설계 기법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가치에 부응한다는 미명 하에 본질적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 공간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며, 따라서 이들의 눈높이에서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 본질적 사실을 말이다. 결국 조경가로서 할 일은 지금도, 미래에도 - 다소 로맨틱하고 과거지향적으로 들리더라도 -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롭게 심신의 정화를 할 수 있는 공원(도시)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기본을 생각하며 중심을 잡을 때, 조경 분야의 미래 또한 밝을 것이다.
- 최혜영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email protected]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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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박광윤 국장] “수해가 난 지역에 왜 또 꽃을 심었어요?”수해가 지나간 지역에 심심찮은 민원이란다. 한 지방 민원인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담당공무원은 “무너진 재해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꽃을 심었다”고 답했다. ‘위로가 되었을까?’ “세금 아깝게 꽃을 심어요?”서울시가 지난해까지 도심 속 정원박람회를 열면서 시민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이란다. 시민들과 부대끼며 정원을 만들었던 작가들은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던 시민들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나중엔 너무 좋아했다며 “조경의 위상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잘 관리가 안되어서 철거한 정원들도 있는데 ‘행사는 의미가 있었을까?’ 지긋한 가뭄이 한참을 이어지더니 ‘하늘의 장난’처럼 지난 달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 큰 피해를 남겼다. 산사태가 났고 집들이 잠겼고 도로가 유실됐다. 하천이 범람했고 농경지가 침수됐고 다리가 끊어졌다. 공원도 정원도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린 것이 가장 슬픈 일이었다. 이번 재해를 보는 국민들은 빨리 다시 집도 짓고 도로도 내고 다리도 놓길 바라는 ‘이심전심’이었다. 그 와중에도 누군가는 “다시 꽃을 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시민들을 위로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나무를 심고 꽃을 심는 것이 과연 위안이 될까’ 무너진 도로는 다시 세워야 한다면서도, 무너진 정원을 다시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사치’로 여기는 정서가 안타깝지만, 그래도 지구 멸망 하루 전에 ‘나무를 심겠다’는 마음을 이해해 줄 누군가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 조경인들은 어떤 생각인가! 몇 해 동안 전국 지자체에서 천 만 그루 백 만 그루 나무를 심는 도시숲사업이 유행처럼 번졌다. 여기에 참여했던 나무업자로부터 “나무를 심다 심다 심을 곳이 없어서 버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술자리의 뒷이야기였지만, 사실이든 아니든 참 씁쓸한 말로 다가왔다. 나무업자의 상혼(商魂)이 조경인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재해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수해지역에 다시 꽃을 심었던 한 공무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도로가 유실되고 무너졌는데 정원인들 온전했을 리 없다. 다들 이번 재해가 ‘하늘 탓’이라고 공감하는데, 유독 공원과 정원에만 엄격한 기준을 두는 것은 합당한가! 누군가에겐 조경이 항상 ‘사치’로 보일지라도 조경인들에겐 새로운 도전의 현장이라는 것을, 함께 공감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이심전심’이길 기대해 본다. 거대한 물길이 지난간 자리에 쓰러졌던 꽃들을 일으켜 세우니, 악몽을 이겨내듯 다시 아름다운 꽃을 피어내고 있다. 그 연약해 보이던 꽃의 생명력이 우리의 인내보다 더 강했다는 생각에 자연의 힘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새삼 느낀다. “모름지기 값싼 상혼(商魂)에만 사는 사람들, 내일 세계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겠다”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주변에 소외된 이들에게 꽃과 나무가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는지 공감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며, “내일 지구가 망한다해도 꽃을 심겠다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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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현재 1900년도 대비 지구온도가 평균 1.1도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가뭄, 홍수, 폭염, 한파 등의 다양한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인류가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040년을 전후로 하여 1.5도가 상승한다고 예측되고 있는데, 1.5도는 여러 지역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적응이 어려운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준점이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로 국제사회는 지구온도 1.5도 이상 상승 억제 논의를 시작하였으며 2020년부터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2021년 6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정 후 탄소중립위원회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하위법체계를 완비해 탄소중립 이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탄소중립은 우리사회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이 되었고, 여러 분야에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의 활용, 저탄소 마을 만들기, 자원순환, 무공해차의 전환 등 기후위기 대응책의 논의와 각 부처별로 실천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1.5도를 위해서는 2021년부터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460 GtCO2 이하로 배출해야 하고, 2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1,046 GtCO2이하로 배출해야 한다. 460 GtCO2은 202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1배 수준이다.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과 기후위기 최소화를 위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인간의 화석연료 활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0로 만들고(Net-Zero), 육상토양, 육상식생, 하천 및 해양에 저장되어 있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자연생태계의 효율적 관리 및 복원을 통해서 탄소흡수 및 저장을 늘려야 한다. 2030~2050년까지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의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도, 1.5도 이상의 기후 상승은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생각된다. 기후위기 대응은 국제 사회경제적 상황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후현상과 기후영향의 이해와 예측을 기반으로 한 기후변화 적응계획과 이행이 필요하다. 이에 조경분야 기후 적응 계획 및 사업 이행을 위한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 적응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적응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적응 대상별로 적응 목표를 정량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응 대상 및 적응 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지 못하면, 문제가 제대로 설정되지 못하고, 관련 해결방안을 선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기후적응 대상은 사람, 동식물, 인프라, 적응 대상이 혼재된 공간이 될 수 있다. 기후영향은 폭염, 한파, 홍수, 가뭄, 산불, 산사태 등으로 인한 인명손실 최소화, 생물다양성 손실 최소화, 인프라 복구·생태계 복원 비용 최소화 등이 기후적응 목표가 되어야 한다. 기후적응은 자연재해 대응과 유사하게 인프라 설치를 통해서 예방하거나, 자연기반해법을 통해서 달성해 갈 수 있다. 기후적응을 위한 시설물 설치를 포함한 도시지역의 공원녹지의 조성, 산지 및 연안 등 자연지역의 환경복원, 태풍 등의 자연재해 복원 등이 기후적응 방법이 될 수 있다. 공간계획 및 조성과 연계되어 있는 기후 적응은 조경분야에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라 생각한다. 국제사회에서는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등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수반되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방식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기업은 자연관련재무정보공시, 기후관련재무정보공시 등의 표준화를 통해서 ESG공시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탄소저감과 기후적응에 선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법·제도 등을 정비하였고, 투자 대비 사업효과가 검증된 사업에 대해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다 부처차원의 탄소중립 및 기후적응 관련 많은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고, 민간의 투자도 유도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조경분야도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투자에 있어서는 사업의 실체와 효과가 중요하게 논의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의 개발 및 효과 분석 체계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의 해결방안으로 부상중인 자연기반해법의 논의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명확화’, ‘공간규모에 따른 적정 디자인’, ‘생물다양성 증진’, ‘경제성 확인’, ‘포용적 거버넌스 구축’ ‘시너지·트레이드오프 고려한 균형 있는 목표설정’, ‘적응적 관리 및 주류화’ 등이 표준화된 틀로 제안되었는데, 산·관·학이 이러한 틀을 활용하여 우리 분야의 탄소중립과 기후적응과 관련된 기술개발하고, 사업효과 등을 파악하기 위한 이론 개발 및 데이터 수집,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술개발 및 적용은 많은 산업 분야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미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관련 적용을 시급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인접 분야에서 개발되어 있는 기술 등을 활용 또는 연계하여 우리 분야에 맞는 기술개발 및 실증 이루어져야 한다. 미세먼지, 스마트, AI, 탄소중립 등 새로운 사회이슈가 제시될 때 마다 우리는 공간의 편의성을 증진시키거나, 환경적 지속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술개발 및 적용 등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적용할 공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문제 상황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 이를 기반으로 한 균형 있는 목표 선정, 종합적인 해법에 대한 정량화가 필수적이다. 공간차원에서 주목해야할 사항은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 기후변화대응, 생물다양성 증진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차원에서는 IPCC에서 기후탄력적개발 경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고, 도시계획차원에서는 SDG(탄소중립, 기후적응, 생물다양성 등 항목)를 달성할 수 있는 계획과 지역의 고유지식 및 생태계의 책임관리를 통해서 기후탄력적개발 행위가 촉진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2030년까지 적정 수준으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 기후탄력적 개발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분야도 이러한 개념 및 접근방식을 잘 이해하고, 관련 기술개발 및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공간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 할 필요는 없고, 공간 활용 측면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공간의 개발 및 관리 측면에서 대상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을 위한 것인지, 지구를 위한 것인지, 국가번영을 위한 것인지를 명료하게 제안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방향성인 탄소흡수 증진, 생물다양성 증진은 지구를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공간 기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공간계획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과 기후적응의 문제는 생물다양성, 물 계획 등과 공간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관련 사업 시행으로 인한 공동효과 및 상쇄효과를 분석해서 우리 사회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여가, 복지 등 활동 증진을 위한 제안이 이루어지면 어떨까 한다. 기후영향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 자연생태계와 인간복지 측면의 조화로운 지점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탐색해 나가고, 실천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조성된 새로운 공간의 효과를 사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하는 조경분야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기후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CRD)이란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온실가스 완화 및 적응 조치를 함께 시행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그림은 AR5 WGII 그림 SPM.9를 기초로(기후 회복력 경로 설명),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가 다양한 영역의 사회적 선택 및 행동의 누적을 통해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패널 (a): 기후탄력적 개발 증진(녹색 톱니바퀴) 또는 저해(적색 톱니바퀴)로 이어지는 사회적 선택은 기후 리스크, 적응한계, 발전격차 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정부, 민간 부문 및 시민사회 주체의 행위 및 결정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각 행위자는 지방에서 국제사회에 이르는 여러 차원에 걸친 정치, 경제, 금융, 생태, 사회문화, 지식 및 기술, 공동체 등 여러 영역에서 적응, 완화, 발전 행위를 수행한다. 기후탄력적 개발을 위한 기회는 세계에 걸쳐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 패널 (b):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사회적 선택은, 누적적으로, 전세계적 발전 경로를 기후탄력적 개발 증진(녹색) 또는 저해(적색)의 방향으로 이끈다. (과거 배출, 기후변화 및 발전 등) 과거 상태로 인해 기후탄력적 개발 촉진을 향한 발전 경로(녹색선) 중 일부 기회는 이미 사라진 상황이다. 패널 (c): 기후탄력적 개발 증진은 만인을 위해 지속가능 발전을 촉진하는 결과를 특징으로 한다. 박찬 /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 박찬 서울시립대학교 교수[email protected]
-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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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고령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고령화사회를 거쳐,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노인가구가 증가하며, 치매발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라고 할 만큼 치매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치매는 노년층에서 암보다 무섭고, 환자, 가족, 사회까지도 고통과 부담을 주는 질병으로, 여러 분야와 지자체에서 치매예방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과연 경관, 도시, 조경, 건축 등의 분야에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우리가 노인이나 치매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데에는 노인이나 치매의 경험이 없거나 적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노인, 치매 등을 데이터나 사회현상의 하나로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의 인지기능은 신체기능과 밀접하여, 외부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하면 인지능력도 감퇴되고, 치매의 진행이 빨라지게 된다. 얼마 전 서울에 있는 한 영구임대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노인들의 외출과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치매 어르신이 급격히 증가했고, 치매 진행도 빨라졌다는 것. 그것도 불과 1년 만에 경로당이 폐쇄되면서 발생되었다고 한다. 이런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노인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자극을 유도하여 일상생활수행능력(ADL, Activities of daily living)을 향상하고, 어르신들이 거주하던 곳에서 잔존능력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AIC(Aging in Community)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공공환경은 어르신들의 외부활동과 행동반경이 점점 줄어들게 만들어 외부와 단절시키고 있다. 치매 어르신과의 인터뷰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을 몰라서 외출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내가 사는 107동 주변만 다녀요”, “토마토와 꽃 피는 화분을 키워요”, “거동이 불편해서 운동을 못해요”, “시간을 잘 몰라요”라는 응답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노인을 위한 환경 조성의 기본은 노인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특성을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노인이 되면 신체적으로 운동능력, 인지능력, 감각 능력 등이 둔화된다. 보행이 힘들고 자주 쉬어주어야 한다. 정서적으로 우울감이 증가하고 타인과 만나는 것을 기피하며 내향적이 되어간다. 사회적으로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끼며 사회적 관계망이 약해지면서 고독감을 느낀다. 하버드 메디컬스쿨 연구자료에 따르면 산책을 통해 걷기운동을 하면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를 도는 산책로(약 1,000m)를 만들고 안전을 위해 건널목에 안전구역(횡단보도 등)을 설치하고 집에 나와서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산책로 주변에 노인의 신체특성에 맞는 저활동성 운동기구를 운동강도와 운동부위를 고려하여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야외운동기구는 활동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다. 벤치가 없어서 외출을 두려워하는 어르신들도 있기에 산책로나 보도를 따라 벤치를 설치하고 노인의 이동가능거리를 고려하여 최대 100m 이내에 배치해야 한다. 어르신들의 신체 특성상 등받이와 팔걸이도 필요하다. 벤치는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거나 대화를 유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방향을 보는 형태보다는 마주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형태로 배치하고, ㅁ자 보다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ㄷ자 형태로 해야 한다. 오감을 자극하는데 꽃이나 나무만 한 것이 없다. 추억을 회상하는 수종(감나무, 능소화 등), 새를 부르는 수종(남천, 주목 등), 향기가 나는 수종(명자나무, 칠자화, 수수꽃다리 등), 식용열매가 있는 수종(꽃사과, 앵두나무 등), 수피의 촉감이 다른 수종(배롱나무, 화살나무 등)은 노인 뇌의 비활성화된 영역을 자극하여 치매예방에 효과 있다고 한다. 서울시가 어르신의 신체, 정서, 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인지건강 디자인을 아파트 단지에 적용해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주민의 인지장애가 30.8% 감소하고, 안전사고도 24.4% 줄어들고, 외출빈도가 39.9%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우리 주변의 환경이 과연 노인에게 적합한 환경인가, 노인을 고려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가를 돌아볼 때이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함에 즈음하여, 노인건강복지 증진과 의료비용 저감을 위한 노인맞춤 환경디자인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야 한다.
- 김경인 브이아이랜드 소장[email protected]
-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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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의 스마트화 공원사업과 스마트 주거공간을 표방하는 민간 건설사의 요구로 조경시설물 업계에서도 스마트 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다. 벤치에 스마트폰 충전기를 다는 1세대 모델에서부터 온열기능을 추가하는 2세대 모델, 여름철 뜨거워진 벤치에 송풍까지 추가하라는 3세대 모델까지 벤치 하나에도 다양한 기능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 “굳이 저런 것까지 에너지를 쓰도록 만들어야 하나”싶을 때가 많으나, 좀 속되게 표현하자면 시골 마을에 어느 집에서 안마의자를 사면 온 동네가 너나 할 것 없이 안마의자 하나씩 들여놓아야 평화가 유지되듯 스마트시티 시설도 이제 그런 경쟁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경시설물 업체 사장님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회사는 스마트 기기 개발 인력도 없고 기술도 없는데 엔지니어를 어디서 모셔와야 하나 외주개발을 맡겨야 하나…. 이런 스마트 제품은 고장도 잘 날 텐데 AS하러 다니느라 뒤로 밑지는 건 아닌가. 그냥 그런 제품은 취급하지 말아야 하나’ 등등 왜 아니겠는가. 내가 경험해 보지도 못한 생소한 분야가 나와 연결된 미래의 먹거리라 하니 회사의 역량과 자금 여력을 견주어보며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말쯤 A 조경회사 대표님과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발주처에서 스마트 스마트 요청이 많아 IT 인력 한 명을 뽑으셨다고 했다. 내가 “대표님 IT 어떤 분야의 인력을 뽑으셨어요?”라고 물으니, “IT가 IT 아녜요?”라고 되물으셨던 기억이 있다. 스마트시설물을 온전히 자체 개발을 하려면 적어도 5가지 분야의 기술인력이 필요하다. 기계설비 엔지니어, 하드웨어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전기 엔지니어, 네트워크 엔지니어 등 단순화시켜 1명씩만 둔다고 해도 최소 5명이 필요하고 또 이 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관리자가 1인이 필요하다. 인력 확충이야 회사의 재무적 여력이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뤄질 수 있지만 그보다 IT 분야 기술인력 운용에 있어서는 기존 조직과 새로 들어온 엔지니어들 간의 일의 방식,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 요소가 더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조경시설물 회사 10년과 스마트시설 회사 7년을 운영해 보니 이 두 업종의 차이를 더 극명하게 실감한다. 1m를 다루는 일과 1㎜를 다루는 일의 차이라 할까. 되돌아보면 나 역시도 영업을 위해 뛰어다닌 시간보다 이 분야 엔지니어들의 사고방식을 알아가고 이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고 조직문화를 통합해나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직접 제품을 개발해 보겠다는 회사 대표님들을 극구 말린다. “대표님. 이런 수준의 기술은 밖에 널려있어요. 우리 원천기술 개발하는 것 아니잖아요. 지금 밖에는 소규모 기술 회사들이 시장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런데 조경시장에도 새로운 먹거리가 있다고 하면 그들에게는 얼마나 기회가 되겠어요. 협업(co-work)하세요. 그래야 서로 살 수 있어요.” 나는 한국조경협회 등의 상위단체에서 한국지능형사물인터넷협회 등과의 업무협약(MOU) 등을 통해 기술 수요기업과 공급 기업을 연계하는 사업 등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각 기관에서 쏟아지는 스마트시티, 스마트도시재생, 스마트공원 사업 등에 조경시설업체들이 마음이 급해 준비 없이 기술인력을 뽑았다가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돈과 시간만 낭비할 것이 자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조경시설물 업체는 기술자가 아닌 기획 역량을 키워야 한다. 대부분 기술개발 의뢰를 받아보면 이런저런 사회적 수요가 있을 것 같아 제품 개발을 해보려 한다고만 말하지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기능 정의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시민들이 어떻게 이 제품을 이용할 것인지 시뮬레이션하며 제품에 대한 세세한 시나리오를 만들지 않으면 제품개발은 할 수 없다. 만약 그런 과정 없이도 제품이 나왔다면 조만간 하나씩 뜯어고쳐야 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스마트 그늘막으로 하나 예를 들어보자. “지역별 월별 시간별 일사량과 일사각이 다를 텐데 이에 맞추어 가동조건을 디테일하게 설계할 것인가” “가동 중에 비가 오면 어떻게 동작할 것인가. 이 비는 레인센서로 할 것인가, 기상청 에어코리아 데이터로 할 것인가” “어느 정도 비가 내려야 비가 오는 것으로 모드로 전환되는 것인가” “흐린 날씨라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흐린 날씨는 습도로 판단할 것인가, 관리자 재량에 의해 수동 제어할 것인가” 이제 상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제품의 기능을 정의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업계 많은 분들이 이런 일은 기술업체가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기술업체는 의뢰자가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개발을 해주는 곳이지 본인이 운영의 정책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것까지 한다면 시장을 모르는 개발자가 자가 임의대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조경시설물이 스마트로 들어서는 순간 그 제품은 정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과 외부환경 요인에 따라 수시로 동작 모드가 바뀌어야 하는 움직이는 제품이다. 여기에 그 변화의 조건과 동작 시나리오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이 사용자 UI 영역이다. 생태탐방로에도 이제 스마트시설이 도입되고 있다. 우리 조경업계가 두고 보고 있는 사이에 스마트시설 분야 SI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생태탐방로에 현란한 LED 연출 조명시설이 제안되고 어처구니 없게도 이런 제안서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사업으로 선정되고 있다. 가만히 있다고 조경의 업역은 지켜지지 않는다. 기업은 현상유지를 위해서라도 먹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된다. 스마트시티·탄소중립도시의 여러 어젠다 중 기존 조경의 영역을 넘어서서 스마트 조경시설의 영역까지 과감히 도전해, 조경의 스마트화는 적어도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수경 / 엔쓰컴퍼니 대표
- 허수경 엔쓰컴퍼니 대표[email protected]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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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정원’, 누구나 정원이 필요하다 6월의 햇살을 받으며 짙어가는 녹음 속으로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맨발로 숲길을 걸어보자. 발바닥으로 느낄 수 있는 숲은 어떤 느낌일까?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류 잎들이 곱게 쌓인 곳은 푹신한가 하면, 그렇지 못한 땅은 딱딱하고 차가운 기운이 알알이 발바닥을 누른다. 따스한 햇살이 등을 어루만져주어 어머니의 품안으로 들어간 듯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수국이 가득 피어있는 제주 해안, 올레길과 곶자왈, 사려니숲길을 6월에 걸어보고 싶다. 힐링하고 싶은 이들에게 닥터 김이 식물과 함께 내적인 힘을 스스로 길러내는 치유의 과정, 녹색 처방전을 제시한다. 잃어버린 정원을 찾아드립니다 시립 정신병원에 첫 출근을 하던 날, 환자복을 입은 환자가 휘리릭 담을 넘어 택시를 타고 가던 사건이 있었다. 정신병원은 크고 작은 사건이 연속되는 곳이다. 어느 퇴근길에는 차를 타고 가는 퇴원 환자가 돈을 뿌리고 가기도, 옥상에서는 젊은 청년이 떨어져 자살하기도 했다. 정신병원의 가장 큰 사건은 환자의 도주와 강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벌어지는 다툼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고 너무도 나약하고 여린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이들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2개월의 입원 기간에 사람들과 분리되어 길고 긴 그 시간을 병실에서 보내는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들에게 정원은 잃어버린 장소였다. 장애가 있어도 암에 걸렸어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재활치료다. 잃어버린 정원을 찾아주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원예학과 작업치료, 자연치유학 등의 융합적 연구를 하게 되었다. 서울시 옥상공원화 사업이 한창일 때 만들어진 ‘희망정원’이 있다. 이곳은 정신장애인들과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거동이 어려워진 이들을 위해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원이다. 이곳을 디자인하는 데 함께 참여해 치료공간으로 15년간 사용했다. 노후화된 희망정원은 데크가 낡아지면서 안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원이 정신장애인들에게 미치는 환경적 가치에 동감하며 이유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와 함께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하게 되었다. 모든 병원의 환자들이 참여해 정신병원 종사자와 방문객, 보호자가 하나되는 정원 오픈식을 진행하였다. 정신병원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빨간 장미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이맘때, 그날은 환희의 순간으로 떠오른다. 문학치료를 담당해 주셨던 김정묘 시인의 멋드러진 낭송에 이어 정신장애 환우 대표와 그들을 돌보는 간호사가 시를 읽었다. 음악치료팀은 연주를 해 주었고 임상심리치료실에서는 직원들과 방문객들에게 정원을 소개하며 박수를 보내주었다. 5㎝로 열린 페쇄 병실에서는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며 모두가 하나되는 축제행사가 되었다. 정원은 치유의 장소가 되었고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었다. 정신장애인의 미소를 보며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장애인과 같이 약한 모습은 우리 누구나 될 수 있다. 장애가 있지만 장애가 없는 정원을 모두에게 찾아 주고 싶다. 정원은 발달장애 아동에게도 감각을 일깨워 주는 치료공간으로, 자연을 만나는 장소로 활용되었다. 헬렌켈러와 설리반 선생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손바닥에 모든 것을 느끼고 말하게 했고 자연을 통해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다. 희망을 정원과 자연에서 찾아 왔듯이 앞으로는 실내 정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근에 서울시 종로구 소재 공립 특수학교에 수직정원이 설치되었다. 국립서울맹학교에도 교실 복도와 학교 입구에 수직정원이 설치되었다. 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공기정화 식물이 가득한 정원이 필요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맹학교 졸업 사진을 보니 시각·청각 장애 학생들과 특수학급의 학생들이 밝은 미소를 보이며 수직정원 앞에서 졸업 사진을 찍고 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푸르고 싱그러운 공기정화 식물이 가득한 벽면의 수직정원은 손가락의 감각을 살리고 싱그러운 향기를 주고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남기는 장소가 되었다. 공기정화 식물이 가득한 수직정원은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그들의 정원이 되었다. 이렇듯 원예를 작업치료에 접목했고 자연치유에 접목했을 때 모두에게 잃어버린 정원을 찾아 줄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들을 정리 할 수 있었다. 마을정원, 누구나의 정원을 향유하는 시대 풍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 속 정원문화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푸르네정원문화센터가 있다. 나만의 정원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정원컨설팅을 하여 정원을 만들 수 있게 해주고, 환경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기부정원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나의 분신과 같은 김현정 박사가 이끌고 있는 그곳의 정원사들은 자신만의 마을정원을 만들고 장미로 담장을 만들어 5~6월에는 장미축제를 열며 새로운 마을정원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전라남도 해남군 솔라시도의 산이정원은 산이 곧 정원이 되는 곳이란 뜻이 담겨 있다. 전남 해남군 산이면 일대에 조성되고 있는 정원도시가 스마트그린시티로 이병철 ‘행복한 정원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희망찬 정원사’, 내가 불리는 또 다른 이름이다. 식물 하나 화분 하나의 손바닥만한 공간도 정원이 될 수 있다. 어디서나 정원을 만들어 희망을 심어주고 펼칠 수 있도록 치유하며 마음과 삶을 가꾸는 나는 희망찬 정원사다. 자연은 희망을 주고 나는 그것을 치료방법으로 활용한다. 단편소설 ‘고향’의 작가 루쉰 소설가는 이렇게 말한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살려면 자신의 정원에서 걸어야 한다 맨발로 청계산을 오르내리던 암 환자를 만난 적이 있다. 재발하는 고통도 이겨내며 매일 오르내리던 청계산은 정원이 되었다.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짐꾼으로 살아오신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분에게 설악산은 그가 가꾸는 정원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는 백사실계곡의 소나무길 3m가 맨발로 걷기에 좋은 곳이 되었다. 걸을 때는 하체 근육을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걷기로 하체 근육이 강해질수록 무릎과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이 줄어들고 면역력도 증가하게 된다. 체온이 올라가며 신체 대사활동이 증진되고, 하체 근력 활동이 늘어나면서 혈관을 짜주는 기능도 증가되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오르막을 걸으면 허리를 곧게 세우게 되어 척추기립근이 강화되고 골반을 중심으로 주변 근육이 풀어지고 전신 기혈순환이 증가된다. 쉬운 듯 하면서 걷기 명상이 쉽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으로 참여하기를 권한다. 느리게 사색하며 자연을 바라보는 일이 빠르고 신속하게 하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기 때문에 ‘걷기 명상, 맨발걷기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식물과 나무가 있는 곳, 자신만의 성찰과 사색을 할 수 있는, 자연을 즐 길 수 있는 정원은 필요하다. 인간은 걸을 수 있을 만큼 존재한다는 장 폴 사르트르의 말처럼, 걸을 수 있는 자신을 정원에서 만들어가자. 김미영 /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 김미영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email protected]
- 20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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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산림총회(WFC)가 폐막했다. 5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산림총회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14차 총회 때 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총회에서는 ‘숲과 함께 만드는 푸르고 건강한 미래’라는 주제 아래 산림복원,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한 발전, 숲과 인류의 건강 간 연계성, 산림보전을 위한 네트워크 등 인간의 생존과 직접 관련된 다양한 내용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폐막 직전에는 참가국들의 만장일치로 ‘서울 산림선언’을 채택했으며, 참가자들은 개발도상국의 열대우림 파괴 중단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산림보호 재원을 2030년까지 3배로 늘리고, 산림을 통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토지의 축소와 황폐화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약속하였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마친 세계산림총회는 우리나라에, 국민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우리와 같은 산림과 환경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산림 관련 정책과 관련 사업들을 듣고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다. 또한 정부기관을 비롯해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도 참여 국가와 현장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자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산림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총회가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산림과 환경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산림의 중요성을 인식해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길 희망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 건 총회 이후 나왔던 가로수에 대한 뉴스 때문이다. 가로수는 도시의 대표적인 공공공간인 도로를 대상으로 녹지를 확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도심 내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고 미세먼지 등 각종 환경오염 저감과 녹음제공 등 생활·교통환경 개선, 도시열섬 저감 등 미기후 조절 기능, 도심의 거점녹지를 연결하는 코리도(Corridor)로서 자연생태계의 연결성 유지 등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중장비를 동원하거나 가지를 거의 남기지 않는 가지치기를 하는 등 마구잡이로 관리를 하고 있다. 앞서 열거한 것처럼 정말 다양한 기능을 하는 가로수를 나무의 형태가 아닌 뼈대만 남기고 가지를 치는 것이 바람직할까? 물론 도시의 건물을 가리는 등의 민원과 높은 관리비용을 고려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열섬현상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탄소를 배출하게 한다. 가로수 가지치기를 사소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로수 하나가 전 세계의 공통 추진정책이자 과제인 탄소중립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왜 인식하지 못할까.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자라는 가로수를 그대로 두라고 할 수는 없다. 가로수를 심기 전에 도시와 도로를 계획할 때 가로수도 같이 고민하면 좋지 않을까. 나무의 생태와 형태를 고려하여 계획하면 사람도 나무도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지난달 우리는 역대 최대 규모와 최장시간의 산불을 겪었다. 산불로 인한 수목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를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그런 현실 속에서 탄소흡수원으로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무를, 특히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도심에서 자라는 나무를 잘 관리하기는커녕 훼손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이러니 한 상황이다. 문득 산림총회의 마지막에 문제로 대두되었던 개발도상국의 산림 훼손만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한다. 지난 2020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2050’을 선언하였으며,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목표 달성을 위한 법정 절차와 정책수단을 담은 탄소중립기본법을 지난해 9월 24일 제정·공포하였으며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법률만 제정한다고 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국민은 얼마나 되고 어떻게 실천하면 되는지 아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가로수 문제 하나만 보아도 탄소중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2020년부터 생활밀착형 정원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사업은 지난해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대응기금으로 편성되었다. 정원 또한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산림에 비하면 아주 작은 수치일지 모르지만 녹지공간이 아닌 곳에 녹지를 조성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생활정원조성사업은 설계에 지역주민과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시공에 시민들이 참여하여 조성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정원은 지속가능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또한 시민들이 탄소중립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도 쉽게 이해시키고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어 지속적인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시민이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5월 10일 출범한 신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86번째에는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는 준수하되 부문별로 현실적 감축수단을 마련하여 법정 국가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객관적인 검증과 이를 위한 보다 체계적인 이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사소하게 생각하는, 관련 없다고 생각하는 가로수 한 그루의 소중함도 담겨 있다고 믿고 싶다. 세계산림총회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총회의 여운이 끝나기 전에 국민들에게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탄소중립 그리고 산림과 녹지의 중요성을 더 깊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공감, 참여와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 세계산림총회의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 남수환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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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최근 기후위기라고 하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피해가 우리 생활 가까이 왔다는 의미이다.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산업혁명 이후 과다하게 사용한 화석연료로 인해 발생하였으며, 전 세계는 이와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다양한 저감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우선 2040년까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를 위해 탄소중립법을 제정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를 지향하는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현재까지 약 1℃ 이상의 평균기온 상승이 발생했다. 이 변화는 중위도 지역에서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현재 서울 평균기온은 1970년대 전주나 대구의 평균기온과 유사하며, 1970년대 대전의 평균기온보다 더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대략 평균기온 1℃ 상승과 더불어 기후대의 약 200㎞ 북상을 가져왔다. 평균기온의 상승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봄꽃은 일찍 피지만 상대적으로 봄철 곤충의 부화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서, 개화 시기와 곤충 부화시기의 불일치는 곤충 개체군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생태학적 불일치라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학적 불일치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예상했던 일인데, 이런 상황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그 결과 농촌에서는 과일의 꽃가루 수정을 위해 사람을 동원하거나 인공적으로 벌을 키워 곤충이 하던 일을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당장에는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문제가 되지만 종국에는 지구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상기후와 가뭄이 심해지고 있다. 폭우와 폭염, 이상 한파가 발생하고 있고 장마 기간 이 변동되었다. 우리나라는 온대 몬순 기후대로서 늦은 봄에 모내기를 마치면 초여름에 장마가 시작되어 벼농사 짓기에 적합한 기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장마가 한달 정도 늦어지거나 마른 장마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농작물에게 비가 필요한 시기에는 비가 부족하고 벼가 익어가는 시기에는 폭우가 내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벼 수확이 끝난 추석에 홍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여름철에는 폭염으로 열대야가 증가하여 취약계층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르신 더위 쉼터 등 다양한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이상 난동과 한파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우리나라 겨울 기온의 대표적 특징이었던 3한4온이 사라져버렸다. 가뭄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봄까지 이어지는 가뭄은 산림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아고산 지역에 사는 구상나무, 분비나무 같은 식생들의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또한 동절기 가뭄은 대형 산불로 이어진다. 눈이 내리지 않으면서 산림이 건조해지고 그 결과 봄철 산불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동해와 울진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대표적 현상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 기후변화 요인인 탄소배출을 억제하고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고 때로는 탄소저장 기술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자연에 의지하여 산림과 습지, 토양과 같은 탄소 흡수원을 잘 관리하고 보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첫 번째 기술은 기후변화의 속도에 비례하여 매우 천천히 발달하고 있고, 그 효과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자연을 바탕으로 하는 탄소 흡수원 증가방안이 가장 효율적인 대책이 되고 있다. 최근 국제 생물다양성 전략에서는 육상 보호지역의 면적을 국토의 30%, 해양보호지역 면적을 해양의 30%로 확보하도록 하는 정책을 권장하고 있다. 이미 유럽국가들은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이전 생물다양성 목표인 육상면적의 17%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이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제는 새롭게 추가적으로 13%를 더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보호지역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보호지역 범주로 포함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타 지역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 지역이 도시공원과 같은 도시숲, 하천과 습지, 연안 갯벌과 같은 지역이다. 조경은 1970년대 이래 우리 국토 경관을 개선하고 쾌적성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결과, 다양한 녹지공간 조성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조경은 이제 경관개선과 쾌적성 증진을 넘어 기후변화시대를 맞이하여 탄소흡수원 조성 및 관리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이라고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녹지공간의 조성관리는 물론 훼손지 복구, 보호지역 보전관리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필요하다. 오충현 /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email protected]
-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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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이기고 봄으로 혁명하고 있는 5월, 그 푸르른 싹으로 온통 연초록의 바다를 이룬다. 자연의 생명 혁명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맞는 오늘 하루는 인간에게도 ‘최고의 날’이다. 단 그 생명의 혁명과 역동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면 말이다. 이것이 식물과의 공감이요 상호작용하는 삶이다. 식물의 역동을 공감하지 못하며 오늘을 보내고 있다면 식물과는 불통하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통즉불통(通卽不痛)이요, 불통즉통(不通卽痛)이라 동의보감에 기가 통하면 아프지 않고 기가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말이다. 식물과도 공감하며 기가 통해야 건강하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 식물과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라일락 꽃향기, 아카시아 꽃향기, 숲에서는 다양한 식물의 향기가 우리의 후각을 유혹하고 있다. 5월의 아카시아 꽃향기와 밤꽃 향기가 퇴근길에 느껴질 때 마치 ‘수고했어 오늘도’의 노래를 들려주며 위안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서 식물의 혁명과 역동에 대해 알아보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서와 같이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세히 본다는 건 사랑의 시작이다. 4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의 제한이 풀리면서 사람들은 꽃을 보러 갈 수 있다는 해방감에 너도나도 할 거 없이 서둘러 나들이길을 나서고 있다.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일상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소소한 행복의 기쁨을 주었던 시간, 꽃을 보고 계절에 따라 팔도강산을 둘러보는 자연과 더불어 공감하며 사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하고 있다. 5월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닥터 김이 식물과 함께 내적인 힘을 스스로 길러내는 치유의 과정, 녹색 처방전을 제시한다. 식물혁명과 역동 스테파노 만쿠소(Stefano Mancuso)는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의 교수이며 대학부설 ‘국제식물신경생물학연구소(LINV)’를 이끌고 있다. 그가 쓴 ‘식물의 뇌, 식물의 지능과 감각의 비밀을 풀다’에서 식물도 움직이고 감각을 느낀다고 과학적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식물도 인간의 오감과 비슷한 다양한 감각기능이 있다. 빛과 냄새, 맛, 감촉, 소리 등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으며 이러한 기능은 다른 식물이나 곤충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빛을 감지하여 성장한다. 해바라기의 얼굴이 해를 따라 돌아가는 모습에서 쉽게 알 수 있다. 파리, 개미 등 곤충을 잡아먹으며 사는 식충식물인 파리지옥은 쌍떡잎식물로 끈끈이귀개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야생종은 주로 북아메리카에 분포한다. 만약 벌레가 잎 안의 감각모(感覺毛)에 닿으면 잎을 닫아 가둔 뒤 소화액을 분비해 벌레를 분해하거나 소화시킨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물질을 식물은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반응하는 수용체를 가지고 분해한다. 식물은 뿌리를 뻗을 때도 토양 속 무기염류와 화학적 기울기의 위치를 알아내 뿌리를 뻗는다. 식물의 역동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루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는 식물들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유럽으로 가져온 감자부터 초콜릿, 옥수수, 담배, 고무, 고추까지 여섯 가지 식물들의 씨앗이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 혁명적 요소라고 시카이 노부오의 ‘씨앗 혁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식물의 역동은 혁명적 단계를 보이고 있다. 식물의 씨앗이 적당한 수분, 공기(산소), 온도가 되면 씨앗의 껍질을 뚫고 새싹이 올라온다. 씨앗의 입장에서 보면 어두움을 뚫고 자신이 가진 양분을 이용해서 껍질을 뚫고 나오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혁명이다. 굳이 ‘헤르만 헤세’의 명문장에 비유하자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 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혁명적인 문장이 떠오른다. 즉, 씨앗이 살아있다면 또 다른 생을 이어가기 위한 생명을 창조하는 혁명이다. 잎은 가지, 가지는 열매로 혁명한다. 잎은 꽃으로 혁명하고 씨앗으로 혁명한다. 사계절이 순환하듯이 식물 또한 순환한다. 식물들은 생존을 위해 향기를 날리고 꽃가루를 날리는 역동을 만들고 있다. 식물의 이러한 역동이 인간에게는 꽃가루 알레르기로 전달되고 인간의 면역기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다양하게 많이 사용되는 농양과 항생제의 남용은 봄기운을 가득 담은 꽃들 사이로 꽃가루를 나르던 그 많던 꿀벌들이 사라지게 하는 원인중 하나이다. 인간과 식물과 동물은 서로 주고 받으며 역동을 만들어 순환하며 혁명적 오늘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벌의 일생에서 경고했던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경고를 상기하게 된다. 5월의 혁명과 역동 그리고 초록 민주주의 치유 보랏빛 라일락 향기를 맡다 보면 기억의 저편에 맵고 시린 눈물 자국이 느껴진다. 5월의 항쟁, 5.18 민주화 운동과 자유를 찿기 위해 자신을 헌신한 혁명가들이 떠오른다. 붉고 아름다운 동백이 ‘툭툭’ 떨어지는 모습을 혁명을 이루기 위해 고통을 참아낸 혁명가들과 동일시하여 만든 노래를 흥얼거려보기도 하는 5월 산책길이다. 5월의 식물들은 우리에게 혁명의 아픔을 위로하며 응원하고 있다. 아픔을 겪고 이겨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우려는 측은지심으로부터 다시 누군가를 도울 방법을 알게 되고 실천한다. 이들을 ‘운디드 힐러’라고 부른다. 3년간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견뎌온 우리는 분명 ‘운디드 힐러’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꽃다운 고등학생들의 영령과 가족들을 위로하고 같이 마음 아파하며 함께 눈물을 흘린 우리는 운디드 힐러다. 우리도 아프지만 위로의 노래를 부르는 우리는 ‘승화’라는 방어기제로 이겨낸 승리자들이다.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픈 마음을 갖는 이것을 공감이라 하며 남의 아픔도 함께하고 위로할 수 있는 것을 능력을 ‘공감능력’이라 한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반사회적 성격장애 중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있다. 사이코패스는 남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고통을 무시한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자신은 완벽한 사람인데 남들이 몰라준다는 식으로 방어기제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 자기가 완벽해지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상대방에게 투사하거나 자기합리화 시키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심한 경우 지속적인 기만으로 상대방을 현혹(가스라이팅: gaslighting)시킨다.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란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이나 불안과 같은 위기를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기제다. 병적이거나 미성숙한 방어기제로 나타나는 부정, 망상적 투사, 공격성, 해리, 왜곡, 억압 등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공감하지 못하게 된다. 3년 여간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우리가 싸운 것은 ‘불안’이었고 이 같은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공감하지 못하는 방어기제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식물과 사람과 공감하고 있나?” 5월의 아름다운 향기를 맡으며, 식물과의 공감을 시작해 보자. 식물과의 공감은 우리에게 승화라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도록 돕는다. 승화(Sublimation)란 무익한 감정이나 본능을 건강한 행동, 사고, 감정으로 변화시키는 성숙한 정서의 표현이다. 승화의 심리기제를 보이는 사람들은 혁명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혁명적 삶을 살아가는 사회는 역동적 활동을 만들어낸다. 식물은 가지들과 잎, 뿌리가 제각각 개별적으로 생존을 위한 완벽한 생명체 활동을 이룬다. 초록 민주주의를 배워보자! 원예작업을 주기적으로 하게 되면 초록식물이 개별생명체로 독립적 활동을 이뤄가듯 초록 민주주의를 따라 하게 된다. 식물은 인간에게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자신의 언어로 다리는 없지만 감각모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영광스러운 혁명 the glorious revolution’ 혁명(revolution)의 어원은 라틴어 레볼루티오(revolutio)다. ‘별이 주기적으로 궤도의 한 지점에 회귀하는 현상’을 뜻하는 레볼루티오는 우주의 질서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인간의 자기혁명’도 우주의 질서를 따르는 역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진화하는 세상에서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씨앗이 싹으로, 잎은 꽃으로 혁명하는 자연의 질서처럼 인간들도 성숙한 방어기제로 혁명을 한다면 불안한 마음은 유머, 승화, 억제, 이타심으로 변화한다. 초록 민주주의는 결국 자기혁명으로 만들어진다! 자기혁명은 몰입하는 습관으로 만들어진다. 황농문 서울대 교수는 몰입에는 3가지가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거나 어른들이 사랑을 할때의 잠깐의 즐거움과 쾌락을 위한 몰입이 있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몰입이 있고 마지막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달성하기 위한 몰입상태에 빠지는 몰입이 있다. 뇌에서 몰입할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뇌를 각성시켜 쾌감, 의욕, 집중, 창조성 회로를 시냅스로 연결한다. 심리학적으로 자아실현 단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하는 몰입을 경험한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역동을 이용한 자연과학 발전했듯 인간의 본질인 혁명과 역동을 이해할 때 자신이 치유되고 세상이 치유될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은 식물을 자세히 보고 식물의 언어를 이해하며 공감할 때 식물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식물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식물과의 치유는 자아실현을 넘어 자기 초월의 혁명을 만들어 준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의하면 인간은 원초적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안전의 욕구가 나타나고 다음으로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전이된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이고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는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다.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이며 몰입과 감동을 경험한다. 알고 이해하려는 인지 욕구나 심미 욕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후에 매슬로는 자아실현의 단계를 넘어선 자기초월의 욕구를 주장하였다. 자기초월의 욕구란 자기 자신의 완성을 넘어서 타인, 세계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뜻한다. 성장과 발전을 위한 역동이 가득한 초록 민주주의 혁명이 가득한 계절을 살아가자. 김미영 /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 김미영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email protected]
-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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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 취임에 맞춰 조경인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들어봤다. 8인 8색의 다양한 희망을 만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녹색정책을 통해 국민 행복을 염원”하는 조경인들의 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녹색자원 다루는 정부조직 통합·개편 이뤄지길” 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윤석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님 취임을 축하합니다.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팬데믹 극복, 탄소중립 실현, 지속가능 발전이 이슈가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책 추진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조경은 산업으로서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2022년은 한국에 조경이 도입된 지 50주년이 됩니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합니다. 그러므로 더욱 뜻깊습니다.조경 도입 초기에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청와대 조경비서관을 신설하여 조경 정책과 제도가 잘 추진되었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훼손된 자연환경 보전, 공원녹지 확충,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그동안 조경이 많은 기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위상은 매우 낮습니다. 이는 취약한 제도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부처에 조경전문직 공무원이 없었고(2006년 조경직 신설, 2019년 국토교통부 처음 채용), 조경과 관련된 녹색자원은 환경부, 산림청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체계적이지도 못하고 효율성도 낮습니다.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설계·조성·관리하는 문화적 행위로 산업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선진국에 걸맞은 고품격 국토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을 개편하고(녹색자원 통합), 국민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헌법 제35조 환경권) ‘조경산업’으로 재편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가유산 가치 제고 위한 ‘전통조경’ 업역 보호를 요청드립니다” 최종희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먼저 윤석열 대통령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의 더욱 나은 내일을 위해 헌신하여 주실 것이리라 믿으며, 한국전통조경의 발전을 위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60여 년 동안 사용되던 ‘문화재’라는 명칭이 ‘국가유산’이라는 명칭으로 대체되고, 분류 체계도 큰 개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에 따라 문화재청도 ‘국가유산청’으로의 변경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문화재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전통조경의 중요성도 점점 더해가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2021년 천연기념물과 내에 전통조경계를 신설하고, 천연기념물 및 명승 등 전통조경 유산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자연유산법’이 발의되는 등 전통조경이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조경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에 ‘문화재조경설계’가 ‘문화재실측설계업’에 포함돼 문화재조경수리기술자는 ‘조경’에 대한 실측설계와 공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에 문화재 실측설계업체 72개사 중 조경기술자 보유업체는 미미하고, 조경 분야 문화재 수리 대상 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실정으로, 이는 부실 설계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보수·단청 부문과의 불필요한 영역 다툼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부디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을 조정하여 전통조경을 별도의 업역으로 인정하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자연유산국 내에 ‘전통조경과’ 및 ‘국립자연유산원’, ‘자연유산발전진흥재단 등을 신설하여 전통조경이 국가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제고할 수 환경을 조성해 주시길 바랍니다. “국가도시공원, 엔데믹 시대의 新 팬데믹 대비” 안승홍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기후변화, 탄소중립, 코로나19, 미세먼지,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불공정…. 오늘의 대한국민이면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이자 직면한 난제이다. 우리 사회는 2년여 코로나19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며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나?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시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집콕으로 인한 확찐자와 코로나 블루는 국가적 위기이자 국민 건강에 막대한 위협을 가했다. 백신 공급은 감염의 위험을 저감하고 도시공원은 단절과 고립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사이 지자체는 부산 낙동강 하구와 인천 소래습지에 국가도시공원을 추진하여 해법을 찾고자 하였고 경기도 남북을 종단하는 황구지천의 국가도시공원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새롭게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경험을 밑그림으로 새로운 충격에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연착륙 시키는 국가도시공원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 더불어 국가도시공원이 지자체가 매입한 300만㎡ 이상 규모에 설치‧관리하는 도시공원 중 지정하도록 한 도시공원법을 절반 수준인 150~200㎡로 낮추는 현실적 정비도 필요하다. 새로운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 세대의 녹색 행복을 안겨준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온전한 용산공원 발판 마련해주길” 최혜영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부교수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함에 따라 용산공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용산공원은 조성 과정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도, 다양한 욕망이 투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원은 평범한 시민들을 위한 민주적 장이어야 합니다.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육체적, 정신적 여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남녀노소,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오랫동안 시민사회는 용산미군기지의 온전한 공원화를 요청해 왔습니다. 그 결과 구 방위사업청, 군인아파트 부지가 공원 조성 대상지로 추가되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 또한 공원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드래곤힐 호텔 등 미군잔류시설 부지와 헬기장의 이전입니다. 이번 정부에서 이들을 공원으로 편입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방부 또한 이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용산공원은 우리 세대의 공원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세대에 주는 선물입니다. 아름답고 기능적인 공간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30여 년의 다층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공원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틀을 구축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목소리가 녹아든 공원을 미래세대에 남겨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2021년 300여 명의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이 제안한 것처럼 “국민 참여 과정이 역사가 되는 공원”으로 남을 수 있게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전국 이어지는 가로녹지 확보해 ‘사람이 걷기에 좋은 길’을 만들어주세요” 박주현 환경시설물 디자인그룹 자인 대표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국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 회원국이자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인 G20의 회원국으로, 경제력 10위권 안에 드는 강국입니다. IT 선진국으로도 이름이 나 있으며 BTS, 손홍민, 조수미 등 한류스타의 활약으로 세계적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이에 걸맞게 국가와 도시를 대표하는 수변공원, 테마파크, 가로녹지 등 풍요로운 공공의 녹지공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선진국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적인 커다란 공원과 상징물이 꼭 존재합니다. 물론 서울도 남산이나, 경북궁 등 역사적 건물이나 상징물이 있긴 합니다만,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수준으로 인식되는 국가공원이 아직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울의 녹지축을 문화도시 파리처럼 개선문에서 이어지는 상젤리제 거리를 걸으면서 도시의 품격과 문화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윤 대통령께서 개방 약속을 지킨 청와대를 기점으로 우리의 문화유산인 경북궁에서 용산공원(구 미8군)으로 이어지고, 한강에 이르기까지 녹지가 풍요로워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전국 곳곳에 더욱 좋은 거리공원, 녹지축을 만들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은 충분합니다. 차도나 건물보단 인간과 녹지가 먼저인 도시가 되어야 진정한 국민을 위한 미래의 IT 선도국가 대한민국이 아닐까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땐 자전거도로를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국망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국민의 레저와 건강한 삶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국민들은 그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많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만들어낸 훌륭한 역사적 성과라고 봅니다. 이에 윤석렬 대통령께서도 도심 내 녹지축을 확보해 ‘사람이 걷기에 좋은 길’을 전국적으로 만들어서 도보로 전국 여행을 갈 수 있는 건강하고 멋진 나라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걸어서 열린 청와대에서 청주, 세종, 대구, 포항, 부산 해운대까지, 또 다른 축은 열린 청와대에서 대전, 전주, 광주, 목포, 여수 땅끝마을까지”라는 슬로건으로 누구든 걸어서 나무와 꽃과 풀, 곤충을 만날 수 있는. 가로녹지축 개발은 미래를 위한 건강한 투자이며, 도시 발전에 이바지하는 4차산업혁명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시어 꼭 실천해 주시길 바랍니다. “300세대 이상 아파트 조경공사, 조경감리 의무배치 필요합니다” 유재호 한국조경협회 감리분과위원장 현재 1500세대 미만의 아파트 조경공사에는 조경감리가 배치되지 않습니다. 비전문가인 토목·건축감리자가 조경감리를 대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차례 주택건설공사 감리자 지정기준 개정을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묵살했습니다. 탄소중립 시대로 가야만 하는 국가적 목표는 조경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조경감리 대가는 반영되고 있으나 다른 분야 감리들이 수행하고 있어 전문적인 감리가 불가능하고 업무 가중으로 인해 해당 공종 안전업무에 간섭받고 있습니다. 최근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에서 드러난 감리들의 문제를 보셨을 것입니다. 국토부는 민간 공동주택 감리의 수준을 공공공사 레벨로 격상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300세대 이상 아파트 조경공사에 조경감리를 반드시 배치하도록 관련 기준을 정비해야 합니다. “K-컬처를 선도할 세계적 규모의 코리아 가든 쇼 개최를 제안합니다” 정인호 랜드뷰환경계획연구소 소장 ‘정원’은 가장 오래된 문명의 표현 방식으로 자연의 소재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나타난 결과물입니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2015년 제1호 순천만국가정원, 2019년 제2호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에 따라 정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들이 정원 관련 정책들을 앞다투어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는 정원이 기존의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정원·지방정원·민간정원 등 정원인프라가 확충됨에 따라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별 정원 관련 박람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원 관련 박람회는 획일적인 목적과 주제, 정체성 결여 등으로 국제 경쟁력은 매우 미약합니다. 따라서 K-컬처를 선도할 세계적 규모의 코리아 가든 쇼 개최를 제안합니다. 영국의 첼시 플라워 쇼는 단순한 가든 쇼가 아닌 문화와 관광, 산업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세계적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내외 유명 가든 디자이너들이 시대적, 사회적 이슈와 흐름을 반영하고 정원문화 및 산업을 선도할 세계적 규모의 가든 쇼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관광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국외 유명 가든 쇼에 출품을 희망하는 가든 디자이너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역량 있는 가든 디자이너들이 해외 유명 가든 쇼에 진출하여 본인들의 기량을 발휘하고 대한민국의 K-컬쳐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봅니다. “한국조경, 국가기술능력 핵심으로 인정하고 조경회관 건립에 힘써주십시오” 이창갑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제20대 대통령 당선을 축하드리며, 조경학과 학생으로서 윤석열 대통령님께 요청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글을 씁니다. 한국조경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 산업화 이후 국토 보존을 위한 취지로 서울대와 영남대에 조경학과를 신설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의 산업화와 함께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전국에 50여 개에 이르는 조경 관련 학과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조경은 국가와 함께 성장하였지만 토목과 건축 분야에 비해 그 보답을 제대로 못 받고 여기저기 치이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실정입니다. 1972년 국가 개발 아래 한국조경공사가 출범했으나, 현재는 그 형태도 없습니다. 1992년 서울과 경주에서 세계조경가협회 총회가 열린 이후 2022년 광주에서 30여 년 만에 세계조경가협회가 열립니다. 한국조경은 차근차근 올라가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는데, 국내에서 받는 대접은 몇 년간 퇴행의 기로를 걷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토를 보존하자는 마음으로 1세대들의 유지를 이어받은 2세대, 3세대들이 분야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문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조경 종사자들의 평균연령은 점차 높아져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실정입니다. 이제는 정부에서 한국조경을 국가기술능력 핵심으로 인정해 지켜주시고, 한국조경의 발전을 위해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한국조경이 다시 재도약하고 50년간 흩어진 역량을 재집결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조경회관 건립 추진을 부탁드립니다.
- 이형주, 신유정[email protected]
-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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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조경의 건설·시공이 토목이나 건축공사의 일부로 이루어져 전문화되지 못함으로써 자연파괴를 초래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자연과 조화된 조경의 장기적 연구개발과 외국의 전문적인 연구의 활용이 시급했기 때문에 개원하게 되었다.” _ 무역통신 1974년 6월 7일자 기사 이 기사는 1974년 당시 이낙선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종합조경공사’ 창립을 공포하며 했던 말이다. 오늘날 이 기사를 접할 수 있다면 우리 조경인들은 얼마나 기뻐할까? 2022년 올해로 한국조경 50년을 맞는 우리는 1974년의 이 오래된 기사를 대하면 참으로 가슴에 울림이 크다. 오늘날 우리는 중앙·지방정부의 장이나 관련 공무원, 국회의원, 건축, 도시, 임학 등 타 분야 사람들에게 조경 분야와 좀 협력하자고 읍소 아닌 읍소를 하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며, 또 볼멘 목소리를 내는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조경 50년의 출발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음을 생각하면 잠시라도 신이 난다. 한국조경이 출범하던 1972년을 되돌아보면 그 당시에 우리 조경 분야(당시엔 조원 기반의 관상수업 분야가 존재)를 육성해 달라고 애타게 조르거나 하소연하지도 않았다. 자연애호 DNA를 가진 대통령(박정희)이 나서서 최초의 조경세미나를 개최하고(환경과조경 2022년 4월 18일자 특별기고 ‘한국조경의 B-Day’ 참조) 약 보름 뒤인 5월 10일에는 대통령 비서실에 재미 시카고 녹지보호청의 조경담당이었던 조경가 오휘영(현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명예교수)을 조경건설비서관으로 임명하였다. 요약하면 중앙정부가 주체적으로 조경 학·산·관 등 전 분야에 걸쳐 관련 제도와 조직을 만드는 등 조경 분야를 정책적으로 도입하고 육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본 칼럼의 주제인 ‘더 세컨드 데이’(The second day)는 1972년 4월 18일 대통령이 주최한 우리나라 최초의 ‘조경에 대한 세미나 개최’에 이어 한국조경을 주도적으로 육성해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 경제제1수석비서실에 ‘조경건설비서관’이 임명된 두 번째 사건의 날을 의미한다. 재미 조경가로서 ‘조경건설비서관’에 임명된 그는 국토개발과 관련한 각종 업무에 대통령의 ‘수석비서관급’으로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보고서를 올리고, 조경 관련 지시를 받으며 대통령 비서실 및 중앙정부 내 ‘조경’의 영향력을 확산시켜 나가기 시작한다.(‘한국 현대조경 태동의 역사’, 2018, 기문당) 오늘날 조경 분야에 스탠스를 잡고 밥 먹고 사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현상을 설명하려면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이라는 표현? 어쩌면 그 이상의 더 극적인 표현이 필요할 것 같다. 아마도 ‘하느님이 보호하사 뜻하지 않은 우연이 발생하여 조경분야가 창설되어…’ 정도가 적합하지 않을까. 물론 이때쯤엔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이라는 용어가 농업학교 ‘조원’이라는 책에, 조원의 유사 개념으로서 현대적 용어로 소개되는 등 전혀 생소한 용어는 아니었지다. 하지만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조원에 머문 시절이었고, 현대적 개념의 조경이 자리 잡은 시절은 아니었다. 올해로 한국조경 50년이 되는 1972년 5월 10일의 그날(The Day)이다. 어느 한 재미 조경가가 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에 조경건설비서관으로 임명되어 한국조경의 교육, 산업, 관계 등 모든 관련 제도를 행정 실무적으로 기획·실천·감독하며 조경 분야를 육성하기 시작한 바로 그날이다. 조경 분야 창설과 관련하여 그가 기획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수행한 많은 흥미 있는 일 중에 우리 조경 분야 창설과 육성에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또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굵직굵직한 몇 가지를 들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972년 12월 I6일 최초의 ‘대학 조경학과’(서울대, 영남대) 및 ‘서울대 환경대학원’ 설립 인가, 같은 해 12월 29일 ‘한국조경학회 창립’, 1974년의 ‘한국 종합조경공사’ 설립, 동년에 건설업법 개정을 통한 조경공사업 면허제도 구축, 국가기술자격법과 기술용역육성법 개정을 통한 조경기술자 육성 및 전문용역업 분야 신설 등이다. 모두 교육과 산업 등 조경 인력 육성 및 조경 먹거리 만들기 관련 제도들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총무처를 통해 ‘조경’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전국 시·도·군에 배포하여 조경을 알리고 시행토록 하였다. 또 국무총리 훈령을 통해 토목·건축과 분리된 설계·시공이 가능토록 하였고, 조경사업비를 별도 예산 책정토록 계상하였으며, 정부 및 산하기관의 조경사업을 한국조경공사가 전담 발주토록 하였다. 공장조경, 학교조경 등 관련 경진대회를 여는 등 행정적 조치와 함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조경의 신학문, 신산업, 신행정의 시대를 열어갔다. 참고로 한국조경공사는 1981년 민영화를 통해 조경업이 민간분야에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의 역할은 하드웨어적인 데 머물지 않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및 조경학과 교수들은 물론 관상수업계의 사람들에게 조경을 이해시키기 위해 국비로 각각 단체별로 한 달간에 걸친 미주 및 유럽지역 조경 답사를 시키는 등 소프트웨어적인 국내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 정책도 추진했다. 이처럼 1972년 4월 18일 개최된 대통령 주최 조경세미나에 이어서 5월, 10일에 대통령 비서실에 한 사람의 조경가가 조경건설비서관으로 임용되는 사건은 한국조경이 거대하고도 먼 미래를 향한 현대 조경 창설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는 날이 된다. 지금까지 서술한 팩트에 근거해 추론해 보면 한국조경은 1970년 8월 어느 날 자연애호가 대통령 박정희와 재미 조경가 오휘영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되어 1972년 4월 18일 대통령 주최의 조경 세미나 개최, 대통령 비서실에 조경건설비서관 임명 등을 통한 필연적 만남에 의해 창설되고 전개돼 나갔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두 날들은 우리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한국조경 역사의 기념비적 날이라 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올해는 미국 조경의 아버지 옴스테드 출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ASLA가 주축이 되어 옴스테드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미국조경의 창설과 옴스테드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경우 원예가였던 옴스테드와 같은 전문가 한 사람이 기여한 것이 아니라 전술한 두 사람이 한국조경 창설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국조경 창설과 발전의 인과관계를 한 줄로 표현하면 ‘한 줄기 빛과 프리즘 그리고 레인보우’(A Light, Prism and rainbows)의 논리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연애호 DNA를 가진 한국의 한 대통령이 한 줄기 조경의 빛(A Light)으로서 오휘영이라는 조경가를 조경건설비서관으로 임명해 조경의 프리즘(Prism)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고, 한 줄기 빛이 조경의 프리즘을 통과하여 마침내 무수한 색상의 조경 무지개(Rainbows)-오늘날 우리 한국의 수많은 조경인들-를 피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비서실 조경건설담당비서관 오휘영이 귀국할 때 그와 함께 근무했던 미국 시카고 녹지보호청의 동료들이 그에게 의미심장한 글을 담은 책 ‘Landscape Artist in America: The Life of Jens Jensen’을 선물하였다. 그 책에는 “어느 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하여 귀하의 위업에 대한 기록이 옌스 옌센(Jens Jensen)의 책과 같은 저서로 남겨지길 기원합니다”라는 축원의 글과 서명이 남겨져 있다. 옌스 옌센은 옴스테드와는 달리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조경가이지만, 시카고를 포함한 미 일리노이 주 등 동북부지역에서 옴스테드급의 미국 조경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조경가로 그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다. 결국 조경가 오휘영이 옌스 옌센처럼 대통령 조경비서관으로서 한국조경 창설과 육성에 큰 역할을 하라는 기원과 격려의 의미를 갖는 글이었다. 조경건설비서관으로서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초창기에 구축한 그의 조경 정책들과 그 이후의 행보들이 과연 한국조경 창설과 육성에 옌스 옌센과 같은 수준의 역할을 수행하였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후일 우리 조경 후속 세대가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국조경 50년을 맞이하는 동시대 우리 조경인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적어도 한국조경이 창설과 관련된 이 첫 번째와 두 번째 날, 그리고 이와 관련된 두 인물과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필요와 의무가 있다.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이 인물과 사건에 관련된 날들이 한국조경을 낳은 뿌리이기 때문이고, 기념해야 한다는 이유는 조경을 통해 국토·도시·자연·환경·보전을 기한다는 이들의 초창기에 설정한 광대한 비전(Vision) 때문이다. 이 기억과 기념을 통해 지난 50년간을 되돌아보고 점검하여 기후위기·탄소중립·스마트·디지털사회 등 현재진행형 미래 사회 환경에 대한 미래 조경의 비전을 짚어 볼 수 있는 큰 자부심과 명분과 기회의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생물의 진화는 극단적 임계 환경(A Critical Environment)에 부딪혀 우연히 발생한다. 진화의 결과로 빚어진 새로운 유전형(Genotype)의 생물종으로 출현 후엔 그 종은 변화된 새로운 환경에서 충분하게 적응하며 다양하고 복잡한 표현형(Phenotype)으로 적응해 나간다.(Daniel S. Millo의 ‘Good Enough’ 이론) 한국조경은 대통령 박정희에 의해 전개되는 산업화·국토개발이라는 임계 환경적 사회변화와 재미 조경가 오휘영의 우연한 조우에 의해 일제강점기의 조원(造園)에서 오늘날 현대적 조경(造景)으로 진화했고, 오늘날 생태·경관·정원·도시숲·놀이·휴양시설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조경으로 적응해 왔다. 조경의 가지와 줄기를 좀 더 건실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뿌리부터 돌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것이 또 자연과 인간의 공통되고 보편적 법칙이고 기본이 아닐까. 조세환 /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명예교수, 한국조경학회 고문, 한국조경협회 고문, 환경조경발전재단 고문
- 조세환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명예교수
-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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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대기 순번표를 뽑고 기다렸다는 듯 나도 코로나19를 맞이하였다. 사무실과 집과의 경계가 모호하고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이 뒤섞여 있는 나 같은 이에겐 코로나19가 마치 덤으로 온 휴가라도 된 듯 기꺼운 마음으로 나는 이 유배생활을 즐기기로 하였다. “Hi, 빅스비! 너 지금 어딨니?”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이 친구부터 찾는다, - 허수경님이 필요로 하는 어느 곳에서든 제가 있죠. (그렇지. 넌 언제든 내 곁에 있어야 해. 네가 없으면 난 불안하거든) 나는 이 친구의 음성이 나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휙 돌리고는 스마트폰이 침대 바닥 한구석에 끼어있는 것을 확인한다. “Hi, 빅스비! 지금 몇 시니?” - 지금은 오전 7시예요. 화상 줌(zoom) 회의를 하려면 1시간은 남았다. “Hi, 빅스비! 오전 7시 50분에 알람 해줘.” - 네, 오전 7시 50분에 알람을 해드릴게요. 지금부터 50분 남았네요. 알람에 맞춰 반쯤 일어나 앉은 채로 머리맡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 두고 줌 회의를 시작한다. 세수도 안 한 상태라 화상회의는 ‘음성’으로만 참여한다. 멋진 캐릭터나 배경화면 설정은 아직 내겐 무리다. 회의를 마치고 나면 이제 다른 친구를 부른다. “지니야! TV 켜. 지니야! 넷플릭스 찾아줘.”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면 ‘배민’앱을 실행시켜 나주곰탕 한 그릇을 주문한다. 이때까지 나의 스마트폰 헬스 만보계는 ‘0’이다. 배민라이더가 불행히도(?) 현관문 앞까지밖에 배달하지 않는 관계로 나는 겨우 침대 밖으로 기어나가 놓고 간 배달음식을 수취한다. 유배 기간 1주일 내내 1000~2000보로 모든 생활을 아무런 제약 없이 마무리한 덕에 나는 마블링이 잘 된 두세 근의 살을 붙이고 사무실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Smart)’란 단어를 검색해 보면 미국식 영어에서는 ‘똑똑한, 영리한’의 의미로 영국식 영어에서는 ‘맵시 좋은’, ‘말쑥한’의 뜻으로 쓰인다는데 나의 코로나19 생활은 ‘똑똑한’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맵시가 실종된 스튜피트(stupid)한 격리 생활이라 하겠다. 조경시설물 회사에서 10여 년 몸을 담다 IoT 옥외시설물 회사를 창업한 지 7년 차에 들어섰다. 스마트폰 충전시설물 제품 개발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국토부 스마트시티 솔루션 사업에 참여하면서 10여 개의 지자체에 스마트 버스승강장 시설을 제작, 설치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국가 주도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내 머릿속을 항상 떠나지 않는 질문 하나가 있다. 과연 ‘스마트 시설은 스마트한가? 스마트 기술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인가?’다. 한마디로 ‘공부 잘하면 영리하고 현명한가? 공부 잘하면 인생을 더 잘 살게 되는 것인가?’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는 이 질문은 서로 다른 범주의 기술과 가치를 다수의 사람들이 앞의 명제가 뒤 명제의 필요충분조건인 것처럼 쉽게 확증하는 데에 따른 의문이다. 몇 달 전 일이었다. 스마트 버스승강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냉난방 공조 기능이다. 겨울철에는 승강장에 난방을 돌리고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켜 승강장 안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인데, 요즘 같은 기후변화 시기에 교통약자에게 특히 필요한 편의시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핵심적인 이 기능이 실상은 겨울 난방, 여름 냉방 이런 모드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올해 1월, 밖은 영하 2~3도. 오전 6시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되면서 추운 실내공간에 난방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여기까진 정해진 시나리오대로다. 그러나 정오가 되면서 버스 유리창으로 들어온 태양광 복사열이 철제 구조물에 축열되어 2평밖에 안 되는 버스 승강장의 밀폐된 실내 공간의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갔다. 그러면 자칭 이 똑똑한 기계들은 ‘아! 나와 연결된 온도센서가 40도라 덥다고 하니 에어컨을 가동해야지’하며 신나게 에어컨을 틀어대기 시작한다. 우리가 만들어준 시나리오대로 스마트 기기가 센서 값에 의해 추워서 난방 돌리고 더워서 냉방 돌리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혹자는 말할 수 있겠다. 우리 동료들 간에도 이 사안은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날 정오에 찌는 듯한 버스승강장에 들어오신 할아버지 한 분께서 이렇게 호통을 치셨다. “이것들아, 한겨울에 무슨 에어컨을 틀어 대냐. 전기가 남아도냐? 더우면 문을 열어놓으면 되지!” 죽비를 맞은 듯했다. 버스승강장 외부에 차고도 넘치는 영하의 낮은 공기가 있는데 이 기기는 아니, 이 기기의 시스템을 설계한 우리는 외부 온도센서와 냉난방기의 연결을 위한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면서도 더우면 냉방, 추우면 난방 모드밖에 생각할 줄 몰랐던 것이다. 영국 기상청이 지금보다 지구 온도가 0.9도 올라가면 세계인구 10억여 명이 극심한 온열질환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우리나라에도 10년 전에 비해 온열환자가 6.6% 증가하였고 매년 0.7%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스마트 버스정류장이 주요 시설로 설치되는 이유도 폭염과 한파, 미세먼지로부터 시민들, 특히 교통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도심의 도로 한가운데 온실 같은 구조물을 만들어 놓고 냉난방기를 가동하면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양산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더 강한 냉난방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되었다. 우리 달려가는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찬찬히 생각이라는 걸 해보자. ‘내리쬐는 태양에 벌겋게 달구어지는 철판 지붕과 투시성이 좋고 세련되어 보인다며 4면으로 유리벽을 둘러쳐 복사열을 모으는 버스승강장… 자동모드라는 이름 하에 센서 값에 의해 기계들이 알아서 하는 공조 알고리즘….’ 분명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영역임에도 지금 우리는 피리 부는 아저씨를 쫓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체 홀린 듯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가 가고 있는 곳은 어련히 유토피아인 듯이 말이다. 스마트 시설에 국산 목재를 과감히 도입해 보자. 옹이 많고 못생긴 국산목재가 탄소중립 시대에 탄소 흡수량으로 인증받는 그야말로 스마트한 원자재가 아니냐. 국산 목재의 가공 기술 개발로 강도와 심미성이 많이 개선되었다 들었다. 지붕재나 바닥 데크재 벽체 일부에라도 조금씩 적용해 보자. 냉난방 알고리즘에 자연의 기후를 섞어보자. 미세먼지가 없는 날엔 자동문을 활짝 열어 놓아보자. 네트워크 서버에 갔다 돌아오는 스마트 기기의 정보보다 우리의 육감과 직관이 더 빠를 때 이렇게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만들어보자. “현재 실외 온도는 영상 8도, 미세먼지는 좋음입니다.” “현재 실내 온도는 영상 30도입니다. 실내가 더우시면 잠시 자동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온도를 낮추어보세요.” “당신의 작은 행동이 500w의 전기와, 200g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입니다.” 쓰다 보니 반성문이 되었다. 금연을 시도할 때 주위에 널리 알려 다짐하는 것처럼 반성도 널리 알리면 다짐이 되려나. 허수경 / 엔쓰컴퍼니 대표
- 허수경 엔쓰컴퍼니 대표[email protected]
- 202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