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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경 디자이너 황혜정 작가(영국명 Hay Hwang)가 영국 런던의 디자인 쇼하우스 전시에서 유럽 전통 정원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입구 정원을 선보였다. 한국 정원의 형태를 직접 재현하기보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머무는 정원의 감각을 영국식 정원 안에 담은 작업이다. WOW!house 2026(이하 와우하우스)은 지난 6월 2일부터 오는 7월 2일까지 영국 런던 디자인센터 첼시하버(Design Centre, Chelsea Harbour)에서 열리고 있다. 황혜정 작가는 더 가드니스트(The Gardenists) 이름으로 ‘아토리우스 파버 입구 정원(Artorius Faber Entrance Garden)’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기술 디자인과 시공은 공동 창립자인 사이먼 키친(Simon Kitchin)이 맡았으며, 석재 전문 스튜디오 아토리우스 파버(Artorius Faber)가 협업 파트너로 참여했다. ‘와우하우스’는 디자이너들이 각기 다른 공간을 맡아 완성된 주거 공간처럼 꾸며 선보이는 쇼하우스 형식의 전시다. 실내 공간뿐 아니라 입구와 정원, 가구, 조명, 마감재, 색채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함께 제안되는 행사로, 여러 나라의 주목받는 디자이너들이 참여한다. 올해 전시에서 황혜정 작가는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입구 정원을 맡았다. 같은 전시에는 한국계 미국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영 허(Young Huh, 뉴욕)도 참여해 한국 민화를 바탕으로 한 ‘벤자민 무어 민화 살롱(Benjamin Moore Minhwa Salon)’을 선보이고 있다. ‘아토리우스 파버 입구 정원’은 고전적 유럽 입구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정원의 출발점은 20세기 초 에드워드 시대의 정형 정원 전통, 그중에서도 건축가 에드윈 루티언스(Edwin Lutyens)와 정원 디자이너 거트루드 지킬(Gertrude Jekyll)의 협업으로 완성된 영국 서머셋(Somerset)의 헤스터콤(Hestercombe) 정원이다. 루티언스가 건축적 골격을 짜고 지킬이 식재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 협업 방식이 이번 정원의 기본 구상이 됐다. 정원은 양쪽에 늘어선 아치형 열주(콜로네이드·colonnade)가 시선을 끌어들이는 구조다. 열주 사이로는 전정한 월계수가 대칭을 이루며 배치됐고, 바닥 중앙에는 원형 모자이크 메달리온이 놓였다. 정원 안쪽 벽면에는 아치형으로 오목하게 파인 공간(니치, niche) 안에 사자 마스크 벽천 분수가 자리하고, 분수 주변으로는 흰 등반 식물이 감싸고 있다. 분수 뒤로는 천공 청동 스크린이 세워졌고, 석재 클래딩 플랜터와 부드러운 회화적 식재가 주변을 완성하고 있다. 정원 전체에는 아토리우스 파버가 직접 손으로 다듬은 따뜻한 꿀빛 천연 석재가 사용됐다. 황혜정 작가는 “시선이 수로(rill)를 따라 내려가면, 식재가 그 주위를 감싸고, 건축과 정원이 같은 공기를 호흡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황 작가는 “문화는 모방이 아니라 대화다”며, 정원이 자신의 선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답하듯 유럽 전통 정원을 현대의 장소와 재료, 식재로 다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정원은 유럽 전통 정원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 안에는 황 작가가 30년간 작업해 온 한국적 디자인 감각이 담겼다. 작업의 핵심은 한국 정원의 외형보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반영됐다는 점이다. 자연을 과도하게 통제하지 않는 태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한 정원을 중시하는 감각이 유럽 전통 조경 안으로 녹아들었다. 황 작가는 “한국적인 사고에 반드시 ‘한국 정원’이라는 형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 사고는 어디로든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 첼시 작업인 엘지 스마트 가든(LG Smart Garden)과 엘지 에코시티 가든(LG Eco-City Garden)에서 한국적 도상과 철학이 표면에 직접 드러났다면, 이번 작품은 유럽 고전 정원의 형식 안에서 한국적 감각을 드러낸 다른 종류의 실험이다. 이번 정원은 멀리서 바라보는 장면보다 안으로 들어가 쉬고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지향한다. 정돈된 석재와 대칭 구조가 정원의 질서를 만들고, 식재는 그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낸다. 황 작가는 “잘 만든 정원은 디자인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한 정원, 그것이 가장 좋은 정원”이라고 말했다. 황혜정 작가는 2020년 사이먼 키친과 함께 런던 기반 조경 설계·시공·유지보수 스튜디오 더 가드니스트를 설립했다. 30년간 국제 무대에서 활동해 오면서, 첼시 플라워 쇼에서 엘지 스마트 가든과 엘지 에코시티 가든을 선보여 실버길트 메달을 2회 수상했으며, 프랑스 쇼몽 쉬르 루아르(Chaumont-sur-Loire) 국제 정원 페스티벌과 서울·순천 등 한국 국제 정원박람회에도 참여해 왔다. 공동 창립자 사이먼 키친은 런던 금융가 출신으로 그리니치 대학교(University of Greenwich)에서 조경 관리학 학사와 환경 보전학 석사를 마친 뒤 2002년부터 조경계에서 활동해 왔으며, 랜들 시들리(Randle Siddeley)에서 14년간 매니징 디렉터로 일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계 디자이너의 작업이 국제 디자인 무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황혜정 작가는 유럽 고전 정원의 언어 안에 한국적 사고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담아냈고, 영 허는 민화를 현대적인 실내 공간에 직접 활용했다. 한국적 문화 자산이 특정 형식에 갇히지 않고 정원과 실내 디자인 안에서 각각 다르게 펼쳐진 자리였다.
박광윤 · 2026-06-10 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