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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화려함은 덜할지 몰라도 시간의 층위마다 성숙한 아름다움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풀색 ‘숙근초’의 매력에 푹 빠진 두 작가의 협업이 새로운 정원의 결을 만들어 냈다. “해가 묵을수록 더 깊어지고, 더 많은 생명력을 보여주는 식물, 숙근초는 사계절을 연주하는 풀입니다.” 이양희·오세훈 작가는 ‘꽃이 아닌 풀’이 주인공이 되는 정원을 만들고자 했다. 숙근초는 빠르지는 않지만 매해 조금씩 풍성해지는 모습에, 한 철의 화려함이 아닌 지속성과 변화의 미학을 함께 품고 있어서 “사계절을 연주하는 존재감” 그 자체로 두 작가를 항상 설레게 한단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정원이라 하면 흔히 꽃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두 작가의 ‘숙근초 예찬’에 홀려서 초록으로 가득한 정원 벤치에 앉아 한참을 식물들만 바라보았다. “아직 성글게 심겨졌다”는 설명과는 다르게 이미 공간을 단단하게 채우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각각의 식물의 개성들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 잎 하나하나 하찮은 모양이 없어 보였다. ‘아! 이런 매력인가!’ ‘닮았지만’ 또한 ‘다른’ 접근 두 작가는 이번 정원에서 닮은 결을 품되,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원에 접근했다. 한 사람은 풍경을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식물을 지었다. “숙근초가 풍경이 돼야 한다고 믿어요.” 이양희 작가는 공간 전체의 흐름과 사람의 동선을 끝까지 고민하는 디자이너다. 정원 속에서 사람이 어디에 머물고,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며, 어떤 순간에 감각이 멈추는지를 고려해, 숙근초를 그 모든 흐름을 이어주는 풍경으로 삼았다. 결코 화려한 배경은 아니지만,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감각적인 배경으로서의 숙근초야말로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지는 정원의 본질이라 믿는다. “숙근초는 꽃이 아닌 질감으로 계절의 깊이를 표현할 수 있는 식물이에요. 그 점에서 가장 정원다운 식물이라고 생각해요.” 오세훈 작가는 ‘초본의 태피스트리’를 중심으로 한 식재 전략의 섬세한 구현에 주력했다. 그에게 숙근초는 살아 있는 생명이자, 계절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재료였다. 식물 하나하나의 구조와 빛, 그림자, 질감에 몰입하면서 사초류의 흐름, 반복과 대비, 수피의 리듬까지, 정원의 가장 낮은 층부터 이야기를 엮어가며, 시간의 결이 스며든 생명의 직물을 직조해 나갔다. 공존의 풍경 ‘플라타너스의 숲’ 두 작가가 선보인 정원 ‘플라타너스의 숲’은 이번 박람회의 주제인 ‘제3의 자연’을 제1의 자연(원생림)과 제2의 자연(인공녹지)이 공존하는 가운데 사람의 문화가 깃든 공간으로 구현한 것이다. 정원 한가운데에는 플라타너스가 자리하고 있고, 주근부 주변을 과감히 비워 그 여백 사이로 초본 식물을 들이는 것이 이번 정원의 핵심 전략이었다. 실제 나무 아래에는 초본 식물들이 마치 원생림 하층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스러운 식생 구조로 조성됐다. 수평으로 퍼지는 식물의 흐름이 공간 사이 사이로 스며들 듯 배치돼, 자연과 인공, 비움과 채움, 시간과 생명을 조화롭게 엮으며, 다양한 의미의 유기적인 풍경을 형성하고 있다. 사초류 5종을 매트릭스로 심어 안정적이고 조밀한 초록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는 계절별 8~9종의 식물을 유기적으로 더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과 질감이 끊임없이 변주되도록 식재를 계획했다. 특히 북미산 플라타너스를 중심으로, 국내 자생 식물들을 함께 배치하여 자생과 비자생 식물의 병치를 통한 새로운 식생의 균형을 시도한 점이 인상적이다. 두 식물군은 생태적 충돌 없이 서로를 보완하며, 이용자에게는 낯섦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경관을 선사한다. “사람이 빠지면 정원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식생 사이에는 앉거나 머무를 수 있는 쉼터 구조물을 길게 시공했으며, 조명, 새집, 새모이통, 수반 등을 도입해 모든 생명의 공존을 고려했다. 익숙한 풍경 속 낯선 정원 정원은 만들어지는 그 순간부터 아름다워진다. 우리는 이 정원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가꿔갈 것이며, 정원이 ‘자연’이 되어가는 긴 여정을 많은 시민들이 함께 느끼고 공감해주길 소망한다. - 이양희 풍부한 초본 식재를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숙근초를 사랑해 주시는 분과 그 식재 철학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 그리고 우리 정원을 아껴주시는 시민분들을 위해 더 나은 정원, 더 깊이 있는 식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 - 오세훈 두 작가는 조경가로서의 시선과 안목으로 정원의 장소성과 구조를 읽어내고, 사람과 자연, 그리고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단기적 연출이 아닌 시간을 품고 성장해 가는 공간을 그리며, 정원의 철학적 의미와 생태적 감수성, 이용자 경험을 유기적으로 엮어냈다.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정원 같아요” 이미 그 자리에 있던 정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원을 가득 채우고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익숙하다. 이번 작업은 실험적이었지만 결과는 낯설지 않았다. 작가들은 이번 작업을 통해 ‘정원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가고자 소망했기 때문이다.
  • Waterrooots! 알레산드로 트리벨리(Alessandro Trivelli) [환경과조경 김하현 기자]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알레산드로 트리벨리(Alessandro Trivelli) 작가의 ‘Waterrooots!’는 바로 이 문장에서 시작됐다. 그의 작품 ‘Waterroots!’는 우리의 뿌리가 있는 곳, ‘물’에서부터 시간과 생명, 그리고 인간의 근원을 되짚는다. 알레산드로 트리벨리는 이탈리아의 건축·조경설계사 ‘SDARCH’ 소속으로, 과거에도 여러 국제정원박람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참여는 또 한 번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자 하는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정원이 보라매공원에 장기 존치된다는 점에서 매우 생태적이고 공정한 시도라고 느꼈다”며 ‘세 번째 자연’이라는 공모의 주제를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Waterroots!’는 커다란 강철 고리 형태의 구조물이 빈 울타리처럼 공간의 외곽을 감싸고 있는 독특한 형태를 지닌다. 그 내부에는 물방울 모양의 땅 위로 다양한 식물들이 자유롭게 어우러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정원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주기적인 리듬을 갖는다는 것이다. 낮 동안에는 매시간 5분씩 고리에서 물이 떨어진다. 트리벨리 작가는 “이 물의 흐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정원의 새로운 시간을 설정하는 장치다. 생태적 변화의 흐름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시계’이자,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순간의 리듬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밤이 되면 ‘물의 고리’는 ‘빛의 고리’로 변신하며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물의 커튼’을 통과하고 정원으로 진입하면서, 인간이 자연의 경계를 넘고 시간에 개입하는 은유적인 여정을 경험하도록 했다. 그는 “정원은 도시 속 기억의 일부다. 감정의 교감을 통해 각자의 마음에 남을 공간”이라며, 정원에 방문한 사람들이 영감과 사색의 시간을 갖기를 바랐다. 곳곳에 놓인 커다란 얼음 덩어리들은 시간의 경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정원은 복잡하지 않은 재료들로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끌어내며 생태적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정원의 중심에 배치한 ‘채진목(Amelanchier asiatica)’이 그 상징이다. 그는 “이 식물은 저희에게 매우 중요한데, 찾기 어려운 품종이었지만 결국 좋은 수종을 발견했고, 지금은 정원의 중심에서 봄꽃을 피우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리벨리 작가는 “조경학과 생태학이 공동의 기억 혹은 개인의 기억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세계와 진정으로 연결된다고 믿는다”며 ‘나무는 그저 초록색 무언가가 아니다(A tree is not a green stuff)’라는 디자인 철학을 이야기했다. 이어 “이 정원은 공원 속 하나의 뚜렷한 흔적이 될 것”이라며, “밤에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지표이자 감각의 장치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정원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장면을 통해 인간이 지구라는 더 큰 이야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성찰의 문턱’이다. 작가는 현재 밀라노뿐만 아니라 프랑스, 터키 등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번 참여를 계기로 한국에서의 작업에 큰 관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방문객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볼 수는 없지만,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사람들과 이 정원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어 감사하다. 디자인이 사람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지켜보는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물과 빛, 시간으로 호흡하는 정원. 그 모든 흐름 위에 트리벨리는 조용히 묻는다. 우리의 뿌리는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 Nesting Till Rehwaldt(독일), Garth Woolison(체코)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정원은 단지 공간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을 실천하는 장소입니다.” 독일 조경설계사무소 Rehwaldt Landscape Architects의 틸 레발트와 가스 울리슨은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Nesting’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출품했다. 약 250㎡ 규모의 이 정원은 생명과 순환,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한다. “Nesting은 명사가 아닌 동사로, 정적인 둥지가 아닌 살아 있는 ‘행위’로서의 정원을 말합니다. 이는 탄생, 성장, 소멸이라는 생명의 흐름을 반영하고자 한 의도입니다.” 두 작가는 공원이 위치한 보라매라는 이름에서 영감을 받아, 신화 속 새의 기원 이야기를 상상하며 디자인을 구상했다. 그들은 실제 새들처럼 공원 주변에서 재료를 모아 정원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제3의 자연(Third Nature)’이라는 박람회 주제에 응답했다. 정원의 주요 골격은 독일의 전통 원예기법인 ‘후글컬처(Hügelkultur)’ 방식에서 착안했다. 고사목, 가지, 낙엽, 퇴비 등을 층층이 쌓아 만든 둥지 벽체와 솟아오른 화단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풍부한 생태적 토양으로 변화한다. 이는 정원이 스스로 순환하며 살아 숨 쉬는 유기체임을 강조하는 장치다. “우리는 도시 공간에서 정원이 수행할 수 있는 생태적 역할에 주목합니다. 특히 지역 내에서 버려진 자재를 재활용하는 방식은 지속가능성과 자원의 순환, 유지관리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식물 선택에도 한국적인 감성을 담았다. 색상, 방향, 계절과 관련된 ‘오방색’ 개념을 적용해, 정원을 걷는 이들이 동서남북을 따라 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관람객은 봄부터 겨울까지 각 계절의 생태적 반응을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원이 어떻게 변화하고 살아가는지 직접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철학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둥지’를 엮어내는 작업이었다. 현장 시공을 맡은 로컬 시공사 ‘공간이오’와 함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여 정성스럽게 구조를 완성했다. 애초에는 더 개방된 부지를 염두에 뒀지만, 심사위원단의 제안으로 숲이 우거진 현재의 장소로 옮기면서 설계 전반을 수정한 일도 인상 깊은 에피소드 중 하나다. 정원박람회 참여 계기를 묻자 두 작가는 “독일에서는 정원박람회 문화가 매우 활발합니다. 서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 이 기회를 통해 전혀 다른 맥락 속에서 실험해 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프로젝트마다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를 담고자 하며, 팀워크를 중시한다. 조경가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어야 하기에,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Nesting’은 계속해서 변할 것입니다. 오늘 본 모습은 내년엔 또 다를 것입니다. 시민들이 이 정원을 찾으며, 삶의 흐름처럼 변화하는 자연의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영원한 생명의 정원(Garden of Eternal Life) 김윤빈(Kim Yoon-been) [환경과조경 김하현 기자] 피어나고 만개하는 정원들 사이로, 죽은 나무가 놓였다. 푸르게 빛나는 생명의 축제 속에 던져진 이 고요한 오브제는 오히려 가장 생생한 질문을 던진다. 죽은 것들은 정말 끝났을까? 혹은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을까? 김윤빈 작가가 선보인 ‘영원한 생명의 정원’은 이러한 질문을 마주하게 한다. 작가는 척박한 잔디 언덕 위에 ‘죽은 나무’라는 상징을 놓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과정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했다. 겉으론 비어 있고 해체되어 가는 나무의 몸체가 실은 수많은 생명을 품고 키워내는 존재라는 사실을 정원이라는 형식을 빌려 말하고 있다. 김 작가는 조경을 전공한 후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며 ‘자신의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사용되는 것’에서 기쁨을 느껴왔다. ‘보기’의 행위를 넘어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작업은 생태적 순환과 감각의 언어를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다. 그에게 ‘정원’은 완성된 조형물이 아니라 이야기를 담는 매체이자 살아 숨 쉬는 메시지 자체다. 원형의 경계를 이루는 ‘링’ 안에 조성된 이 정원은 주위 환경으로부터 보호되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한다. 목재 단면의 흉터를 닮은 ‘링’ 안쪽에는 ‘숲’, ‘습지’, ‘초지’ 세 가지 경관이 유기적으로 얽혀 복합적인 연결망을 구성한다. 각각의 영역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다양성을 지닌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물의 흐름도 치밀하게 고려했다. 냇가 시작점에 위치한 작은샘에서 흘러내린 물은 지형에 의해 마른냇가로 이어지고, 냇물은 바위와 뉜나무를 만나 느려지거나 스며들면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최종적으로 모인 물은 웅덩이를 이뤄 작은 습지가 된다. 돌더미, 나무더미, 뉜나무, 자생종초지, 둥지나무, 열매식물 등 미소생물을 환대하는 서식처도 마련했다. 그의 바람대로 이곳에는 작은 생명들이 찾아오고 있다. 김 작가는 “까치가 둥지를 틀고, 호박벌이 날고, 새들이 날아와 목욕하는 모습을 봤다. 상상에서 출발한 공간이 실제 생태계와 연결되는 장면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죽은 나무를 정원의 중심에 뉘어놓고 새로운 자연으로 다시 환원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듯, ‘영원한 생명의 정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계를 허물고 공원 생태계를 기르는 존재로 확장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작가는 “죽음을 생명과 분리된 부정적 사건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한 순환과 회복의 과정을 정원 속에 담고 싶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관람객이 너무 추상적이지 않게 이 공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뷰포인트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의 보충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원 아카이브’ 웹사이트를 직접 개설 및 운영하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조성 과정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으며, 현장에 설치된 QR코드를 통해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앞으로 ‘배리어 프리 정원’ 등 모두에게 쉬운 언어로 가닿고 싶다.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공공정원을 고민했다. 정원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그의 시선은 ‘기획자’의 태도에 가까워 보였다. 정원의 언어는 조용하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윤빈 작가는 그 언어를 포착하기 위해 더 쉬운 말과 더 느린 관찰을 고민하고 있다. 조금 더 진실에 가까운 소통을 향한 정원. 그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어쩌면 이제 막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서울숲이 올해 개원 20주년을 맞았다. 시민의 손으로 탄생한 서울숲은 지난 20년간 생태, 문화, 참여가 어우러진 도시공원의 모델이자, 서울 도심의 생태적 복원을 실현해 온 대표적인 공간이다. 공장이 있던 부지를 숲으로 되살린 이 공원은 도시재생의 상징이자, 서울의 대표적인 정원도시 프로젝트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서울숲은 조성 당시부터 ‘도시 속 자연 생태계 복원’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과거 왕실 사냥터였던 이 일대는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뚝섬 정수장, 서울숲 골프연습장, 정미소 등으로 활용됐고, 한때는 서울의 대표적인 개발지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시민과 전문가, 서울시가 힘을 모아 개발 대신 생태복원을 선택했고, 이로써 2005년 서울숲이 개장했다. 서울숲은 단순한 공원이 아닌, ‘도시의 미래는 자연과 함께 가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선택을 반영한 공공공간이었다. 서울시는 이를 기념해 6월 13일부터 10일간 ‘스물, 서울숲’이라는 이름으로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 전시, 공연,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6월 18일에는 ‘서울숲 20주년 토크포럼’이 열린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서울숲이 지난 20년간 축적해 온 도시 생태문화의 기억과 시민 참여의 역사 그리고 ‘공원다운 공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김인숙 서울특별시 동부공원여가센터 소장은 이번 행사의 중심 키워드를 ‘장소성의 회복’이라 설명한다. “서울숲은 공원이자 기억의 장소이고, 도시의 숲이었습니다. 20주년을 맞은 지금, 서울숲이 어떤 공간이었고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다시 묻는 시간입니다. 공원다운 공원이란 무엇인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숲은 2005년 서울시의 대규모 도시공원 정책으로 조성됐다. 이후 2016년부터는 민간 위탁을 통한 운영 실험을 거쳤고, 2022년부터는 서울시 직영 체제로 전환됐다. 김 소장은 이 시기를 서울숲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민간 운영 시절엔 섬세한 정원 감각과 시민 중심의 운영이 돋보였어요. 예컨대 쓰레기통 주변을 활용한 식재나 에지 처리, 전시적 공간 구성 등에서 시민의 감성이 살아 있었죠. 반면 직영 체제에서는 안정성과 효율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제는 이 두 체제를 통합하고 보완하면서, 시민의 감성을 다시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서울숲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다. 설렘정원, 기부정원, 스타정원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서울숲의 공간성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김 소장은 “서울숲은 시민과 함께 성장해 온 공원이자, 공공정원의 미래를 위한 실험장이었다”며, “이제는 그 경험을 시민의 기억으로 아카이빙하고, 미래의 공공문화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숲이 가진 장소성은 도시적 차원의 의미도 크다. 서울숲은 개발 일변도의 도시계획 속에서 ‘숲을 되찾은 땅’으로, 공공공간의 의미와 가능성을 시민 스스로 증명한 장소였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게 넓은 녹지를 지켜낸 것, 그 자체가 시민의 힘이었고, 이것이 서울숲의 정체성이자 자산입니다.” 특히 이 공원은 ‘공공성과 생태성의 공존’을 실험한 대표 사례로, 이후 서울시의 공원 정책과 정원도시 담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번 행사에서는 서울숲의 기록물을 정리한 아카이브 전시가 열리며, 토크 포럼에서는 ‘공원다운 공원: 장소성, 시민, 동행’을 주제로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서울숲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한다. 특히 포럼은 서울숲만을 위한 행사가 아닌, 정원도시 서울 전체를 향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서울숲이 서울의 대표 공공정원이자 도심 생태거점이라면, 이곳이 던지는 질문은 서울시의 모든 공원이 품어야 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서울숲은 공원을 넘어, 서울의 숲이 되어야 합니다.” 김 소장은 공원 행정의 변화뿐 아니라 운영 인력과 시스템 측면에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숲은 24시간 개방형 공원이자, 연간 850만 명 이상이 찾는 대규모 이용 공원입니다. 반면 관리 인력은 제한적이에요. 육아시간제, 주말 근무 등 변화된 행정 환경을 감안할 때, 공원의 품격을 유지하려면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인력 운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또한 시민 참여 기반 역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숲이 지금까지 시민의 정원으로 성장해 왔다면, 앞으로는 시민의 기억과 기록이 축적되는 공공 아카이브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번 전시도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라, 앞으로의 시민 참여 기반을 확장하는 시작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소장에게 서울숲은 ‘서울의 공원’이자 ‘서울의 숲’이다. 이번 20주년을 기점으로 서울시는 2025년 서울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한 장기 비전을 준비 중이다. 서울숲은 이 과정에서 정원도시 서울의 실천적 거점으로 자리 잡게 될 예정이다. “서울숲의 20년은 곧 도시의 공공성을 되묻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도시 속 숲을 어떻게 만들어왔고, 어떻게 지켜가야 하는지를 시민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 식사(The Last Meal) 김기한(SUNSUHA, 프랑스)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 생활해 온 김기한 작가는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채식 문화의 흐름을 체감하며 한 가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왜 한국은 반대로 갈까?”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쌀 소비를 넘어섰다. 오랜 시간 한국인의 식탁을 지탱해 온 쌀보다 고기가 더 많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했고, 그 상상이 ‘마지막 식사(The Last Meal)’라는 정원으로 구현됐다. 220㎡ 규모의 정원 ‘마지막 식사’는 단순한 경관 조성이 아닌, 하나의 생태적 질문이자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공간이다. 중심에는 연회장을 연상케 하는 수면 테이블이 놓여 있다. 마치 모두가 둘러앉을 수 있는 공동의 식탁처럼 보이지만, 이는 곧 우리가 마지막으로 마주할 수 있는 식사의 은유이기도 하다. 이 테이블을 채우고 있는 것은 개구리밥이라 불리는 작은 수생식물이다. 흔히 생태계의 골칫거리로 여겨지지만, 김 작가는 이 미소한 식물 속에서 미래의 생존 가능성을 발견한다. 정원의 핵심은 이 개구리밥의 움직임이다. 매 시간 10분간 작동하는 수순환 장치를 통해 개구리밥은 물결에 따라 퍼지고 다시 모인다. 이는 표면장력으로 인해 작은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치리오스 효과(Cheerios effect)’를 활용한 것이다. 김 작가는 “바람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개구리밥의 이동을 통해 그 존재를 느끼게 된다”며 “그 작은 상호작용이 공간과 사람 사이의 대화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정원의 전체 식재는 한국 논 생태계를 모티프로 구성됐다. 햇빛과 더위에 강한 머위(Petasites)와 토란(Colocasia)을 주로 사용하고, 그 아래에는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양치류와 터리풀(Filipendula)을 심어 다층 구조를 완성했다. 현장에서는 식물의 내건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양지에서의 식재 실험과 식물 종류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아울러 정원의 생태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수위 조절 장치를 설치, 폭우와 가뭄에도 연못 수면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설계했다. 이 정원은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봄에는 맑은 수면이 주변 풍경을 비추고, 여름에는 개구리밥이 수면을 뒤덮는다. 가을에는 다시 수면이 드러나고, 겨울에는 낙엽이 연못 바닥을 덮으며 정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김 작가는 이를 “계절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정원”이라 표현했다. 정원을 조성하며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처음 개구리밥을 도입했을 때, 마시는 물처럼 깨끗한 수질 때문에 식물이 오히려 생장을 멈춘 것이다. 이는 개구리밥이 부영양화된 수역, 즉 영양분이 많은 물에서 자라는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었다. 이후 질소와 인을 추가하면서 식물은 서서히 회복했다. 김 작가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깨끗함’이 항상 자연에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작가로서 김기한은 “정원은 자연이자 예술”이라고 말한다. 자연의 생태 메커니즘과 창의적 의도를 결합한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마지막 식사’는 바로 그 철학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그는 정원을 바라보는 관람객, 특히 어린이들이 작은 컵에 개구리밥을 담아 집으로 가져가고, 창가에 두고 관찰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잘 자라든 안 자라든, 그 경험 자체가 의미 있는 일입니다. 살아 있는 자연을 손에 쥐고 집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옮겨가는 순간, 사람과 자연의 관계는 더 깊어집니다.” 서울이라는 이름이 붙은 국제정원박람회의 의미에 대해서도 김 작가는 책임감을 언급했다. “서울은 이제 글로벌 도시로서 환경 문제에 있어 발언권이 있는 도시입니다. 이제는 결단력 있고 확장 가능한 생태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는 이번 정원이 그 상상력에 작게나마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가 남기는 것입니다. 이 작은 정원이, 그런 질문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목재와 철의 성질 차이, ‘유연한 연결’로 해결하다… 탄성체 클립 데크로드 시스템 방부목이 주를 이루던 조경용 데크 시장은 환경 문제와 내구성 문제로 인해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침엽수 기반의 방부목은 수명이 짧고 부식이 빠르며, 제대로 된 가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2~3년 내 교체가 필요할 정도로 하자가 많다. 이에 따라 천연목재와 합성목재로 시장이 점차 재편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공 방식에 따라 유지관리상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푸르다산림조경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성체 클립을 이용한 데크로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 피스 방식과 달리, 목재 상판에 직접 피스를 시공하지 않는 구조로, 피스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 미관상 뛰어나며 맨발로 걷기에도 안전하다. 대신, 스프링 강(고탄소강)으로 제작된 전용 클립과 하부구조에 피스를 사용해 데크 판재를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2건의 등록특허 기술에 기반한다. 첫째, ‘데크 고정용 클립’(특허 제10-1810954호)은 데크 좌우 양측을 걸림돌기와 탄성 누름부로 결합해 피스 없이 견고하게 고정할 수 있는 구조다. 합성수지 또는 금속 재질로 된 이 클립은 탄성 변형이 가능해, 외부 충격이나 목재 팽창에도 유연하게 대응한다. 둘째, ‘데크의 설치구조’(특허 제10-1815510호)는 위 클립을 베이스 프레임의 요홈에 삽입 고정하고, 데크 판재에 형성된 걸림홈과 밀착홈을 통해 모듈형으로 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이 구조는 조립 간격을 통한 탄성흡수와 반복 탈부착이 가능한 구조로 유지관리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실제 시공 시에는 개별 판재를 쉽게 탈착할 수 있어 부분 보수나 교체가 용이하며, 클립 자 체의 탄성력이 반복 탈부착 후에도 안정적인 체결력을 유지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여기에 탄성 고무 패드까지 결합해 데크 흔들림을 방지하고, 하자 발생 시 수리·교체의 간편함을 강화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서울시를 비롯한 주요 관급시장에 적용되고 있으며, 조달 등록 제품군 70여 종으로 확장되고 있다. 주요 수종은 낙엽송, 멀바우, 말라스, 이페, 꾸마루 등이며, 국산 목재 50% 사용 의무 규정에 대응해 낙엽송 데크도 함께 구성된다. 기존 피스 고정 방식의 한계를 넘어, 구조적 일체감과 시공 효율을 동시에 실현한 ‘유연한 연결’의 기술적 진보가 현장 시공자와 발주처 모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현장 맞춤형 난간의 새로운 해법, 유동형 난간 시스템… 시공성과 내구성 동시 해결 다양한 경사지 조건을 갖는 공공 공간에서 난간 시공은 여전히 까다로운 문제다. 특히 수평이 아닌 경사면에 난간을 시공할 경우, 설치 각도에 따라 현장에서 직접 가공하거나 부속을 조정해야 하는 비효율과 하자 위험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푸르다산림조경의 ‘유동형 난간 시스템’은 이러한 현장 문제를 공장에서 선조립된 모듈로 해결한 제품이다. 기둥 간격만 맞추면 설치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난간 구성 요소 간 핀 연결 방식을 적용해 다양한 경사면에서도 가공 없이 유연하게 설치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특허 제10-2201160호 ‘조경시설물 및 데크용 난간’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해당 특허는 목재 외장에 금속 보강대를 삽입하는 이중 구조 난간 시스템으로, 구조적 강성과 자연친화적 감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난간의 가로대와 세로대 내부에는 각각 알루미늄 및 철제 보강대가 삽입되어 있으며, 외부는 천연 목재로 마감되어 목재 특유의 촉감과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뒤틀림, 휨, 부식 등의 환경적 변화에 견고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구조체에는 걸림홈과 체결홈, 접착제 홀이 있는 모듈형 조립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어, 파손 시 부분 교체가 가능하고 현장 보수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철의 강성과 목재의 감성 을 유기적으로 조화시키는 설계는 단순한 소재 결합을 넘어선 기술적 진보라 할 수 있다. 내구성 또한 시스템의 핵심 요소다. 기둥과 횡대에는 알루미늄, 종대에는 철심을 적용해 충 격에 강하고 형상 안정성이 우수하다. 하자가 발생해도 전체 해체 없이 개별 부품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유지관리 효율도 높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안전성과 감성을 동시에 고려했다. 손이 닿는 외피는 천연 목재로 마감해 따뜻한 촉감과 자연친화적 감성을 제공하고, 시각적으로도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룬다. 현재 ‘유동형 난간 시스템’은 특허 등록 1건과 신기술 인증을 확보했으며, 4종의 제품군으로 조달 등록되어 관급 시장과 민간 조경 프로젝트에서 모두 주목받고 있다. 푸르다산림조경 대표는 “각자의 성질대로 가려던 철과 목재가 서로 유연하게 타협할 수 있도록, 그 중간 지점을 설계했다”고 설명하며, 기술과 감성의 융합을 강조했다.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구현한 푸르다산림조경의 난간 시스템은, 단순한 시설물 그 이상으로, 조경 현장의 문제 해결형 솔루션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서울식물원이 다시 봄을 연다.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2025 서울식물원 해봄축제’는 도시 한가운데서 자연과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올해의 주제는 ‘Connected to the Garden, 정원으로 연결되다’. 서울식물원이 제안하는 이 연결은 단순한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 도시와 자연, 사람과 식물, 삶과 취미 사이에 스며드는 정원 속의 삶, 그 새로운 일상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박수미 서울식물원장은 이번 축제를 “도시 속 정원문화가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실천적으로 제안하는 자리”라고 소개한다. “정원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이나 공간만의 것이 아니다. 좁은 베란다, 벽 한 켠, 실내 공기정화 공간까지, 식물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해졌고, 이제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생활양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간 서울식물원은 ‘식물원을 빌려 드립니다’, ‘누군가의 식물원’, ‘향기로운 식물원’, ‘로맨틱 지중해’, ‘윈터가든 페스티벌’, ‘가든파티 in SEOUL’, ‘지구 끝의 온실’, ‘식재설계 공모전’ 등 식물과 정원이 지닌 매력을 전파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축제의 형식을 빌려 다소 낯설 수 있는 식물과 정원, 생태와 환경 분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일상과 연결하는 방법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소개하려는 노력으로도 볼 수도 있다. 올해 해봄축제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정원문화의 실천적 확산’을 겨냥한 콘텐츠 강화다. 단순한 전시에서 그치지 않고, 시민이 직접 식물을 가꾸고 경험하며 정원문화를 삶에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예가 ‘베란다 속 작은 숲’이라는 이름의 홈가드닝 토크쇼다. 이 토크쇼에는 따뜻한 음색과 시적인 노랫말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싱어송라이터 최유리가 참여해, 식물과 음악이 만나는 감성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의 대표곡 ‘숲’, ‘바다’처럼 자연을 노래하는 감성이 이번 정원 축제의 분위기와도 어우러진다. 식물, 음악,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강연을 넘어, 시민이 일상 속에서 정원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감성형 콘텐츠다. 정원문화는 베란다를 넘어 실내 공간으로 확장된다. 농촌진흥청과 함께 이번 축제에서 처음 선보이는 ‘바이오월 페어(Bio wall Pair)’는 식물 인테리어와 벽면녹화 기술의 최신 흐름을 기업 쇼룸 형식으로 소개하는 기획 전시로, 식물과 기술이 만나 도시 생활을 어떻게 녹색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기후위기와 실내 공기질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 전시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입체녹화 정책의 생활밀착형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설치 가능한 바이오월 디자인과 유지관리 솔루션, 공간별 연출 아이디어까지 제공하며, 시민들이 실내정원의 실현 가능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처럼 실천적이고 생활밀착형인 콘텐츠의 중심에는 ‘베란다 정원 모델’ 전시가 있다. 실제 아파트 구조를 기반으로 구성한 이 전시는 총 다섯 가지 정원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민의 다양한 생활방식과 취향을 고려해 설계됐다. 미니멀가든은 1인 가구나 신혼부부처럼 간결한 공간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가구와 낮은 관리 난이도의 식물로 구성해 일상에서 부담 없이 식물을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을 제안한다. 컬렉션가든은 다양한 관엽식물과 희귀식물을 수집하고 전시하기 좋은 공간으로, 테라리움과 식물별 라벨링 시스템을 통해 식물 마니아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가꾸는 재미와 지식의 확장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패밀리가든은 아이가 있는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키 높이에 맞춘 식물 배치와 안전한 식재, 소규모 텃밭과 놀이 요소를 결합하여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가족형 정원의 모델을 보여준다. 힐링케어 가든은 중장년층을 주요 타깃으로, 향기식물과 공기정화식물, 허브류 등을 활용한 감각 자극 중심의 정원으로 구성되며, 의자와 휴식 공간을 함께 배치해 심신의 안정을 도모한다. 마지막으로 포토제닉 가든은 감각적인 컬러 식재, 조명, 소품 등이 어우러져 인플루언서와 MZ세대의 관심을 끌 만한 SNS 친화적 공간으로, 정원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각 모델은 관람객이 자신의 주거 환경에 적용 가능한 정원 스타일을 직접 발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정원에 대한 경험은 이제 단순한 관람을 넘어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번 해봄축제에서 선보이는 스토리맵 기반 몰입형 전시 ‘입체정원의 비밀’은 축제장 전체를 동화 같은 여정으로 변모시킨다. 관람객은 초록빛 편지와 작은 씨앗을 손에 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서울식물원 곳곳을 여행하게 되며, QR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공간의 이야기와 비주얼 콘텐츠가 펼쳐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푸른꿈의정원을 시작으로 맞이정원, 베란다 정원, 식물원 수집종 전시, 바이오월 페어, 구름정원과 산책정원까지 이어지는 이 여정은, 공간의 연출과 내러티브를 결합해 정원 속 몰입을 완성해 준다. 정원과 일상을 연결하는 이 축제는 다양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확장된다. 홈가드닝 클래스, 반려식물 클리닉, 플라워마켓, 손수건 천연염색, 꽃볼펜 만들기, 플라워 타투 같은 DIY 콘텐츠가 주말 내내 운영되며, 식재설계 공모전 작가정원, 바이오월 전시 등은 서울시의 정책과도 연결되는 실천형 정원문화 생태계를 보여준다. 박수미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화분 하나, 씨앗 하나에서 시작된 정원이 결국 도심의 풍경을 바꾸고, 삶의 질을 바꾸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서울식물원은 그 변화의 출발점이자, 시민과 함께 걷는 정원도시 서울의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
  •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건설업이 전반적으로 깊은 불황의 터널에 접어들었다. 조경도 예외는 아니다. 분양 물량 급감과 특화 공사 축소, 저가 입찰 경쟁 심화 등으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조경협의회의 최형욱 회장(대우건설 매니저)을 만나 현재 민간 조경 시장이 직면한 현실을 알아보고, 아울러 희망의 메시지도 들어봤다. 최형욱 회장에 따르면, 현재 아파트 조경이 건설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과거 불황기에도 분양 물량을 줄이지 않고 연간 3만 세대를 넘었던 건설사도 올해는 1만 세대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 건설사들의 물량이 반토막 났다는 진단이다. 건설 호황기에는 아파트 브랜드 경쟁 속에서 조경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며 ‘특화’가 곧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시절이 무색하게, 지금은 기본 도면 그대로 시공하면서 원가 절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1군 건설사에 속하는 한 건설사는 약 2주간 모든 현장을 셧다운하며 매출 발생 자체를 막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공사비 지출이라도 막아보자는 것이다. 입주민들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진 데다, 한때 아파트의 상품 경쟁력 요소로 조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경기 불황 속에서도 조경 물량만큼은 줄이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기류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조경설계와 시공 인력의 계약은 줄줄이 종료되고 있으며, 놀이시설 등 조경 시설물 수요도 체감상 절반 이하로 감소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황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뚜렷한 돌파구가 없다면, 최소 3~4년은 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일감이 줄어든 시장에서는 저가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는 곧 품질 저하와 업체 도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아파트 조경 새 트렌드 ‘기후변화 대응’ 그래서 최형욱 회장은 아파트 조경이 더욱 ‘기능’과 ‘실용’ 중심으로 옮겨 갈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는 입주자 민원이 발생할 경우, 추가 시설이나 보완 공사를 통해 무마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예 민원 발생 여지를 없애기 위해, 설계 초기 단계부터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조가 전환되고 있다. 입주자 불만이 자주 제기되던 요소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원칙이 강화되고 있고, 조경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대형 수목이나 고가 수목 식재가 축소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가 수목은 식재 이후 관리와 유지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현재는 아예 배제하는 분위기가 확고해지고 있다. 포장재 또한 고급 자재 대신 배수 기능이 우수하고 하자 발생이 적은 실용적인 자재로 대체되고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변화는 ‘기후 변화 대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철 극한 호우로 인해 침수나 지하 공간 사고가 이어지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배수 설계, 하자 관리가 쉬운 식재계획 등을 고민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최형욱 회장은 이를 통해 아파트 조경이 점점 ‘보여주기’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기후와 생태에 맞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어서, 건설사 조경인들의 이러한 고민을 같이 나눌 자리를 많이 만들어 갈 예정이다. 조경인, “지구에 보탬이 되는 일, 즐거움을 찾아보자” 건조회는 애초 건설사 조경인들의 친목을 위해 설립된 만큼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친목이나 단발성 행사 중심의 활동이 많았다. 하지만 건조회가 친목을 넘어 서야 한다는 대내외적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있어 왔고,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건조회도 조경계 현안에 대응하는 대내외적 협력을 강화하는 행보가 강화되고 있다. 최 회장도 조경계 현안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조경단체와 발맞춰 정책과 입법 영역까지 활동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며, 이를 위해 회원사들과 함께 조경 관련 법·제도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공공적 논의를 확대해 갈 방침이다. 다양한 소통 구조를 확대하는 것도 임기 중 목표이다. 그동안 일부 대형 건설사 위주로 이뤄진 소통 구조를 바꾸기 위해 소규모 건설사 조경 담당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오픈 채팅방을 신설했다. 또한 2030세대 조경인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회장 때부터 운영돼 온 ‘2030위원회’의 별도 네트워크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건조회 안에 업계 전반의 기준과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건설사 조경인들이 동시에 여러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 속에서 많은 어려움들이 있겠지만, ‘공익’ 속에서 즐거움을 찾자며 격려했다. “조경은 단순히 개인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위한 공익적인 일이다. 기후 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의 일이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찾는다면 좀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재밌어서 일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 조경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지만, 그 안에서 더 큰 의미와 즐거움을 찾고 협력해 간다면 희망은 어느새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전통조경과 명승은 단순한 문화재 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소중한 유산이다. 그러나 과거의 문화유산 정책은 주로 유형적이고 물질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었으며, 그로 인해 전통조경이 관리 대상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통조경과 같은 자연유산은 문화유산(구 문화재) 관리 체계에서 제외되거나, 궁궐 정원 등 일부 특정 공간만 제한적으로 보존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더불어 외형적인 복원에 치중한 나머지 전통조경의 생태적·환경적 가치를 간과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자연유산법 제정과 국가유산청 출범을 계기로 전통조경에 대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연유산법은 전통조경을 포함한 자연문화유산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생태적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관리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존을 넘어 전통조경을 자연유산으로 존중하고 계승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가유산청이 출범하면서 자연유산을 포함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고, 전통조경 전담 부서도 신설되었다. 이를 통해 전통조경의 보존과 활용은 물론, 전통 기법을 계승하기 위한 체계적인 기반이 마련되었다. 초대 과장으로 부임한 최영호 명승전통조경과장은 전통조경과 명승을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동시에 국민들이 보다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에는 전통조경 수리 시방서 개정, 대한민국 전통조경 국제 학술대회 개최, 한국 전통정원의 디지털 전시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며 전통조경의 가치를 확산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전통조경 보존 정책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조경설계업 신설 추진이다. 기존에는 건축사 자격을 가진 국가유산실측설계업자가 조경 분야까지 설계를 담당해야 했으나,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조경 전문가가 직접 설계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이를 통해 전통조경 분야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수리 품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국가유산청은 ‘자연유산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 전통조경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의 인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가유산청은 조경유산의 가치를 유형별로 나누고, 맞춤형 보존 관리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조경유산 기준’을 정립하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기존에 지정된 조경유산뿐만 아니라 미지정 유산까지도 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예정이다. 한편 기존에는 고문헌 분석이 주된 연구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도입해 시대별 경관 변화와 이용 빈도를 분석하는 등 보다 정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시대별 주요 경관 요소를 파악하고, 보존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등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해졌다. 전통정원의 진흥과 보급을 위해 국가유산청은 표준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지자체나 기관에서 조성한 전통정원이 원형과 동떨어진 양식을 따르거나 단순한 모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정원의 핵심 경관 요소를 모듈화하고, 다양한 조합 방식을 제시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보다 정교한 전통정원이 조성될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한국 전통정원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명승 지정 체계 또한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자연경관 중심으로 명승이 지정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문화경관 요소도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더 나아가, 근현대에 형성된 명승 자원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분류체계를 도입해 명승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국민들이 명승을 보다 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2026년까지 명승 관리 업무편람을 제작·배포해 보수·정비 현장에서 실무자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나아가 ‘국가유산 방문자여권’ 사업을 통해 명승지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하고, 방문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전통조경과 명승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해외 한국문화원 및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실감형 콘텐츠 전시를 통해 공간적 제약 없이 해외에서도 한국 전통정원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며, 해외에 조성된 한국 정원의 보수 및 신규 조성을 위해 다각적인 협력 을 추진하고 있다. 최영호 과장은 전통조경과 명승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조경설계의 제도적 한계를 꼽았다. 국가에서 설립한 대학 내 전문 학과(전통조경학과)를 비롯해 전문 교육을 실시하며 인력을 배출하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로 인해 실무에서 전문 인력이 이탈하고, 이로 인해 수리 품질과 전문성이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최 과장은 이러한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전통조경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콘텐츠 개발과 홍보에도 힘쓸 것임을 밝혔다. 그는 “자연유산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국제 기준을 반영해 명승과 전통조경의 지정 체계를 정비하고, 보존·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많은 분들이 전국의 명승을 방문해 그 속에 담긴 전통조경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전통조경과 명승의 가치는 오랜 세월을 지나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앞으로도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환경과조경 정승환 기자] 이규명 전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이 신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원장으로 지난달 31일 취임했다. 이규명 신임원장은 1993년 공직에 입문한 뒤, 부여국유림관리소장, 세종시산림공원과장, 산림생태복원과장,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등 주요보직을 역임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의 산림 행정 분야에서 산림품종 보호와 유전자원 보전 등 산림보전·복원 분야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규명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주요 사명인 산림생물자원의 보전·복원·활용 역할을 강화하고, 산림청의 주요 과제들과 발맞춰 체계적인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소실된 산림의 복원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한국조경가협회(이하 조경가협회)는 조경가들의 자질 향상, 권익 보호, 교류 및 친목 도모를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최근 국내외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조경설계 사무소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조경가협회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조경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박명권 조경가협회 제2대 회장(그룹한 어소시에이트 회장, 환경과조경 발행인)은 조경설계대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면서 기술 서비스의 질 하락, 고급 인력 유입 감소,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1월 4일에 엔지니어링 조경설계 표준품셈을 공표하고 몇 차례 개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LH를 제외한 대부분의 발주처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다. 이에 박 회장은 “조경설계비 대가를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이 표준품셈이 모든 발주청에 적용되어야 하며, 민간 부문에서도 저가 입찰 방지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며 설계대가 개선 노력을 필두로 조경 문화와 제도 발전 및 진흥을 위한 주요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박명권 회장의 주요 사업으로는 ▲현상공모 등 조경설계 발주 관련 제도의 보완을 위한 준비 ▲조경설계비 현실화 방안 연구 ▲조경 실무자 재교육 프로그램 ▲미래 조경가 육성을 위한 대학생 교육 ▲조경가 작품 전시회 ▲우수 조경설계 사례지 답사 ▲‘올해의 조경설계 작품상’ 제정 ▲사단법인 조경가협회 준비 ▲조경설계 감리 제도 도입 추진 ▲조경설계 시장의 확대를 위한 해외 교류 등 10개 과제가 추진될 예정이다. 조경산업 내 자긍심과 위상 강화를 위해서도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박 회장은 “조경가들은 그동안 쾌적한 환경 조성과 시민 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은 매우 미미하다”고 지적하며, “특히 건축사제도와 같이 전문 조경설계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경사 제도’가 없는 것이 큰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조경가협회를 사단법인화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법정 단체로 발전시키는 계획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조경 작품의 저작권 문제도 심각한 과제로 꼽힌다. 박 회장은 “해외에서는 설계 작품의 크레딧이 작가에게 부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발주처에 귀속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작품이 변질되거나 원형을 상실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조경계에서 ‘스타 조경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크레딧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올해의 작가상 또는 작품상’을 신설해 우수 작품을 선정, 시상 및 홍보하고 정기적인 작품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조경설계 사무소에 근무하는 많은 조경가들이 취업 후 재교육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미국조경가협회 등에서는 연례 재교육이 의무화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하다”며 건설산업 전 과정에 BIM 적용 의무화 등 시대 변화에 따른 설계 동향과 신기술 도입에 관한 교육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에 조경가협회는 상·하반기별 설계 세미나를 비롯해 최신 설계 동향과 신기술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며, 주요 현상공모 당선작에 대한 토크쇼 개최, 국내외 선진 사례 답사, 대학 재학생을 위한 인턴십 체험 지원 등 다양한 교육 및 홍보 활동을 통해 기성 조경가들의 역량 강화와 신진 인재 육성에 앞장설 계획이다. 곧바로 오는 3월 19일 1차 세미나를 개최해 그동안 조경설계 업계가 큰 관심을 가졌지만 공개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었던 설계 공모 제도에 대해 ‘조경설계 현상공모 제도의 현황과 전환’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미나에서는 최근 미국의 조경설계 경향과 전망에 대해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STOSS사의 김준연 소장 특강도 준비돼 있다. 새로운 조경가협회는 ▲운영분과(수석부회장 정욱주, 분과위원장 원종호, 총무 송시내, 부총무 오태호) ▲기획분과(부회장 박경의·이윤주, 분과위원장 박상현) ▲정책제도분과(부회장 이해인·이남진, 이형석, 분과위원장 이진선) ▲대외협력분과(부회장 조용준·송민원, 분과위원장 안형주) ▲국제분과(부회장 김영민·백종현, 분과위원장 신수란) ▲교육분과(부회장 이애란·최영준, 분과위원장 허윤선)로 조직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활동 준비에 나섰다. 운영분과에서는 정기총회, 임시총회, 조경설계가의 날 준비 등 주요 행사 개최와 회원 관리에 힘쓰며, 기획분과는 우수 사례지 답사, 설계 작품 전시회, 올해의 조경 작품상 등을 추진합니다. 정책제도분과는 조경사 제도 신설, 조경 감리 제도, 설계 발주 방식 개선, BF 인증 제도, 표준 품셈, 표준계약서, 현상공모 제도 등 각종 설계 관련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세미나 및 공청회 등을 통해 정부와 공기업, 지자체 등에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 대외협력분과는 사단법인화 추진과 대외 및 조경단체 간의 협력을 도모하며, 국제분과는 IFLA, ASLA 등 해외 조경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한다. 교육분과는 조경설계 실무 교육을 통해 최신의 설계 기법과 Tool에 대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설계 특강, 취업 특강 등 대학교 특강과 대학생 방학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명권 회장은 “최근 불안정한 시국 상황과 대외 대내적인 불황으로 우리 조경가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조경가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우리의 권익을 높이는 일에 조경가들이 한마음으로 뭉쳐야 할 때다”며 “조경설계 분야가 양적, 질적 성장을 해왔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조직이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희비가 달라져 왔고, 이제라도 조경설계의 위상을 다지기 위한 정책 제도적 기틀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임기 동안 회원들과 소통하면서 장기적으로 조경가협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정립해 나갈 계획이다”는 포부를 밝혔다.
  •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맨발걷기가 건강과 힐링을 위한 새로운 웰빙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발바닥이 직접 지면과 닿으며 지압 효과, 혈액순환 촉진, 면역력 강화 등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어싱(Grounding)’ 효과로 염증 감소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디지털 디톡스와 명상 효과로 정신적 안정감을 높여주며, 친환경 라이프스타일과 결합해 자연 속에서 즐기는 ‘에코 테라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맨발걷기 전용길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기존의 맨발길은 미끄러움, 낙상 위험, 기후의 영향을 쉽게 받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바컴퍼니가 안동 적운모 광산의 자연재료를 활용해 개발한 것이 바로 에코나이트다. 에코나이트는 경북 안동의 희귀 광물인 적운모를 활용한 보도체다. 기존 황토 보도체가 빗물에 취약하고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적운모는 다공성 구조를 지녀 우수한 배수 성능을 갖추고 있어 비가 와도 미끄럽지 않으며, 여름철 뜨거운 열기를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맨발걷기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안동 적운모는 단순한 광물이 아니다. 다량의 게르마늄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원적외선 방사 및 음이온 효과를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신체 에너지를 활성화한다. 맨발로 에코나이트를 밟으면 피부를 통해 미네랄이 흡수되면서 자연 치유력이 높아진다. 지난해 대한민국정원산업박람회에서 시민들은 “바닥을 밟는 순간 따뜻한 기운이 전해진다”며 놀라운 경험을 공유했다. 김혁 리바컴퍼니 대표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건축자재나 걷기 보도체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하며, 또한 건강에도 해롭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개선하고자 했다”고 에코나이트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환경 호르몬과 중금속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국민 건강 증진과 맨발걷기 운동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소재의 개발을 추진했다. 김 대표는 20년간의 인테리어 사업과 12년간의 종합건설업 경험을 통해 환경 호르몬과 중금속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리바컴퍼니를 설립했다. 그 결과 친환경 건축자재 및 생활환경 개선 소재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맨발걷기 보도체로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에코나이트를 개발하게 됐다. 에코나이트는 맨발걷기 도로의 사용을 연중무휴로 가능하게 하며, 모든 계절에 걸쳐 안전하고 편안한 걷기 환경을 제공한다. 비가 와도 빠르게 건조되고, 너무 덥거나 추운 날씨에도 사용할 수 있어 사용자에게 최적의 걷기 경험을 제공한다. 개발 소재 원산지로 안동 적운모 광산을 선택한 것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연구와 개발로 그 가치가 입증된 광산의 지리적, 지질학적 특성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 광산의 역사적, 지리적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활용한 연구와 개발을 시작했다. 안동 적운모는 원생대와 고생대의 지질학적 과정을 거쳐 형성된 희귀한 광물로, 다량의 게르마늄과 풍부한 천연 미네랄 성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광물은 음이온 발생과 원적외선 방사 작용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피부의 노폐물을 배출하며, 항균·탈취, 세포 활성화 및 항산화 효과를 나타낸다. 동의보감 등 고전 의학서적에서도 ‘신비의 광물’로 전해진 만큼, 오랜 역사적 근거를 가진 귀중한 자원이다. 청량산은 맑은 공기와 천연 약수로 유명한 명승지다. 리바컴퍼니는 이 지역의 자연 에너지를 제품 개발에 반영해, 맨발걷기를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치유와 힐링의 경험으로 바꾸는 데 주력했다. 퇴계 이황 선생이 ‘도산’이라 명명한 곳과 가까운 이 지역의 청정한 자연환경은 에코나이트가 더욱 특별한 이유다. 에코나이트는 실내에서도 어싱(Earthing) 효과를 극대화한다. 기존 플라스틱이나 인조재와 달리, 실내 공간에서도 원적외선을 방출해 공기 질을 개선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학교, 경로당, 공공시설 등에 적용하면 건강 증진과 심리적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에코나이트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보도체가 아니다. 미세공극이 일반 바이오차르보다 30배~200배 많아 오염물질과 중금속을 흡착하는 천연 필터 역할도 한다. 이로 인해 수질 정화와 토양 개선 효과를 제공하며, 지속가능한 환경 보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리바컴퍼니는 에코나이트를 시작으로 조경, 건축, 환경 정화 등 다양한 분야로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혁 대표는 “우리는 단순한 맨발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건강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비전을 밝혔다. 에코나이트는 맨발걷기를 한층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혁신적인 솔루션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길, 에코나이트가 그 답을 제공한다.
  •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공원은 단순히 나무와 풀을 심어놓은 휴식 공간이 아닙니다. 공원은 도시의 폐와 같으 며,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동시에 환경을 정화하고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공 간입니다… 공원이 잘 설계되면 단순한 녹지 공간을 넘어 도시민의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매개체가 됩니다.” _ JTBC ‘차이나는 클라스-위대한 질문’ 제1회(2023년 11월 18일) 배정한 한국조경학회 신임회장(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의 이 말은 공원이 단순한 휴식처의 역할을 넘어서는 깊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공원은 조경의 실질적인 결과물이자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플랫폼으로, 단순히 미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환경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원은 현대 도시에서 환경적 균형을 유지하고, 공동체의 연결을 강화하며, 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경학이 한국에서 학문적 분야로 자리 잡은 지도 어느덧 50년이 넘었다. 배정한 회장은 조경학을 단순히 환경을 꾸미는 기술적 영역으로 보는 것을 넘어, 환경 문제를 해결 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학문으로 정의했다. 조경학은 1970년대 본격적으로 학문적 틀을 갖추기 시작했으며, 도시화와 환경 문제 해결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빠르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학의 학문적 정체성과 전문직으로서의 위상은 여전히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지난 1월 1일 제27대 한국조경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배정한 교수는 한국 조경의 다음 50년을 설계하기 위해 학문의 내실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확립하는 것을 임기 내 주요 목표로 삼았다. 그는 도시, 경관, 환경,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조경학의 새로운 좌표를 마련하고, 학문적· 교육적 기반을 강화하며 체계적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배 회장은 학회의 핵심 사업으로 조경교육 혁신, 조경 지식과 이론의 소통 강화, 한국 조경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 50년간 한국 조경이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이제는 내실을 다지고 전문성을 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배 회장은 조경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전문직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전국 대학의 조경교육 현황을 조사하고 해외 사례를 분석하며 교육 체계를 재정비할 예정이다. 그는 “조경 교육의 방향성과 학문적 체계 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최소한의 공통 교육 기준 확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재 조경학과마다 교육 내용과 교과 구성이 상이한 현실을 지적하며, “인증받은 대학에서 교육받고 실무 경력을 쌓은 사람이 자격 시험을 통해 조경사로 등록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조경기사와 기술사 중심의 자격 체계가 설계 중심의 조경 실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조경교육 인증제와 조경사 자격제도를 학계와 업계의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기초 작업은 가칭 ‘조경교육 혁신위원회’와 ‘설계교육 네트워크’를 통해 진행된다. 그는 “조경 교육 인증제와 자격제도는 상호 연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조경 분야의 학문성과 실무 역량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회장은 학술 연구 활성화를 위해 매월 온·오프라인 학술 세미나, 북토크, 이론 워크숍 등을 개최하며, 주요 의제로는 기후변화, 회복탄력성, 인류세와 비인간, 공간정의, 공원혁신, 국토경관, 도시경관 재생, 공원도시, 정원도시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특히 4월 학술대회에서는 ‘다시 정원을 읽다’라는 주제로 대형 세미나를 기획해 정원 열풍과 도시 정원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토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조경의 현재 위치를 진단하고 연구자와 실무자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또한 “신진 연구자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젊은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학술 행사를 마련하겠다”며, 조경학의 동시대적 의제를 생산하고 탐구하는 데 학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조경 분야의 역사와 자료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한 조경 아카이브 프로젝트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이는 지난 50년간 한국 조경이 쌓아온 연구, 작품, 인물에 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목록화하고 활용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배 회장은 “1세대 조경가와 학자들의 구술 기록 시리즈를 포함해 작품, 연구, 교육 성과 등을 아카이빙해 한국 조경의 역사를 축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위해 외부 펀딩과 학회 내부 자원을 활용하여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배 회장은 지난 50년간 한국 조경이 개발 시대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외형적으로 확장했지만, 이제는 내실 강화와 전문성 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 학술, 실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조경 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배 회장은 “소박하고 다정한 학술 포럼부터 대형 심포지엄까지 다양한 학술 활동을 통해 한국 조경의 다음 5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며, “많은 응원과 격려, 때로는 생산적인 비판을 보내주길 바란다. 즐거운 참여와 열린 소통을 통해, 함께 한국 조경과 조경학의 내일을 디자인하자”고 당부했다.
  • [환경과조경 정승환 기자] 울산시는 2028 국제정원박람회 준비를 본격화하기 위해 이동주 전 울산시 회계과장을 1월 23일자로 국제정원박람회추진단장에 임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시는 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 준비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국제정원박람회추진단을 신설했다. 이어 단장을 개방형 직위로 지정해 관련 법령에 따라 공개모집 절차를 진행했다. 신임 이동주 국제정원박람회추진단장은 울산시 회계과장과 용연수질개선사업소장, 울산시 남구 안전도시국장 등을 역임했다. 앞으로 다양한 직위에서 다년간의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정원박람회 종합 실행계획 추진, 조직위원회 및 자문위원회 구성·운영, 박람회장 기반조성 공사 및 진입로 개설·정비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신임 국제정원박람회추진단장은 울산시에서만 공무원으로 30년 넘게 근무한 행정 전문가이면서, 남구 안전건설국장으로 재직해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예정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부지 관련 주요 현안을 속도감 있게 잘 해결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제정원박람회추진단 업무를 능숙하게 총괄해 정원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환경과조경 정승환 기자] 수원시가 1월 2일자로 4급 전보 인사를 통해 최재군 공원녹지사업소 수목원과장을 공원녹지사업소장(4급 직무대리)으로 발령냈다. 최재군 공원녹지사업소장은 1967년생으로 1996년에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수원 영통구 녹지공원과장, 공원관리과장을 거쳐 2023년 3월부터 공원녹지사업소 수목원과장에 재임해 왔다.
  •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정원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식물이 성장하기 위한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 헨켈 정원에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시간’을 많이 주기로 했다.” 올해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기업정원 중에서 제일 마지막에 합류한 헨켈코리아, 너무 늦은 결정으로 완성도 있는 정원을 조성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김지환·이양희 작가가 식재와 시설물로 파트를 나누어 콜라보를 이루게 된 배경이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기업의 정체성과 친환경 메시지를 창의적으로 담아 내며, 기업은 물론 작가 스스로의 만족까지 이끌어 낸 정원 조성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그냥 바라보는 정원”을 만들게 된 까닭 헨켈코리아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탁 세제는 물론이고 헤어케어 제품과 접착제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화학기업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브랜드와 기술을 지향하는 회사로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정원’을 통해 이러한 기업의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니 대상지 규모가 너무 작아서 기업 정신이나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기 위한 구상이 잘 서지 않았다.” 다른 기업정원에 비해 절반 정도 규모인 작은 공간이어서 기업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내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두 작가는 따로 스케치한 것을 서로 겹쳐보면서 공통된 컨셉을 찾아갔는데, “쉬어 가는 정원이 아니라 바라보는 정원”을 만들자는 데에 의견을 함께 했다. 멀리서 보면 ‘저기 무언가가 있네’라며 궁금증을 자아내고, 가까이에서는 ‘이런 정원도 있구나’하고 기억에 남는 정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업도 작가도 만족한 컨셉, ‘성장하는 정원’ 헨켈코리아는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다 보니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것과 “로고에 있는 빨간색과 흰색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 시설물을 맡은 김지환 작가는 빨간색과 흰색을 적용한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해, 하얀 폴대 위에 놓인 빨간 화분을 구상했다. 화분을 돋보이게 하려고 지지대를 이용해 공중으로 띄우는 형태를 구상한 것이다. 식재를 맡은 이양희 작가는 한강 주변에 자생하는 버드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버드나무 숲’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공간이 작고 시간도 부족하므로 정원에는 묘목을 심어 키우고 내년 식목일에 다시 와서 정원 주변에 버드나무 숲을 조성하는 행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폴대 위 빨간 화분에 버드나무 묘목을 심은, 매우 상징적인 조형물이 탄생했고, 정원의 개념은 점차 완성되어 갔다. 헨켈은 무엇보다 “화분에 묘목을 심어서 키우고 내년에 식목 행사를 하자”는 컨셉에 만족했고, 작가들은 ‘완성된 정원’이 아니라 ‘성장하는 정원’으로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적인 개념을 시도하면서 흥미로움을 가지게 됐다. “상징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실제 묘목이 조형 화분 위에서 잘 자랄지는 우리도 알 수 없었다. 장마를 지나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는 자리를 잘 잡고 성장하고 있어서 내년에 이 묘목들을 정원 주변에 심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 나무 숲, 정원에 시간을 담다 이양희 작가는 헨켈코리아의 브랜드 이미지를 순수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과도하게 큰 나무와 식물을 사용하지 않고 장식적인 식재를 최대한 피했으며, 자연 완성해 나가는 정원으로서 차차 숲이 되어 가는 천이 시스템을 만들어 주기 위해 ‘어린 나무 숲’을 조성했다. 정원은 중앙의 동그란 선큰부와 그 바깥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정원 중심부에 지형을 낮춰 선큰부를 만든 것도 방문객들이 한 레벨 낮은 곳에서 어린 묘목을 보다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선큰부에는 한강 둔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을 주로 심었다. 경사면에 의해 물이 고이는 정도에 따라, 침수에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말채나무, 약간의 호습성을 가진 꼬리조팝나무, 건조해도 잘 자라는 개나리 등을 심어 서식처에 따른 층위를 형성했으며, 각 계절을 대표하는 수종으로 계절별 경관 변화도 고려했다. 초본류는 침사지와 건조지를 모두 견딜 수 있는 꼬랑사초와 빨간 포트와 어울릴 수 있는 식물종을 섞어서 사용했다. 다양하게 심기보다 심플하면서 지형적인 환경을 고려한 식재를 한 것이다. “어린 묘목에게는 엄마 나무가 필요하다보니 처음에는 큰 나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가 큰 세 그루의 싸리나무를 사용하게 됐다.” 내년에 어린 묘목을 심을 예정인 선큰부 바깥쪽에는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콩과 식물인 싸리를 심었다. 공간에 리듬감을 살린 ‘붉은 화분’ 김지환 작가는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붉은 조형화분들을 리듬감 있게 배치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1~2m 간격으로 그리드를 그어 100개의 화분을 배치했는데, 공간의 크기와 식물의 성장을 고려해 최종적으로는 80개의 화분만 적용했다. 단순한 그리드 형태로 배치하다 보니 지루할 수 있어서 사람의 눈높이에서 화분의 높낮이를 조정해 공간에 리듬감을 주었다. 평면은 마치 기업의 로고처럼 원형을 그리고, 춤을 추는 듯한 화분들의 입면은 선큰된 지형의 변화와 함께 더욱 역동적으로 살아났다. 김지환 작가는 “화분 배치가 마치 숲의 천이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높낮이의 변화는 숲의 다양한 층위를 상징하고, 평면상 원형의 배치는 생태계의 순환을 나타낸다”며 화분 배치는 단순한 경관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두 작가의 콜라보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최대의 상징적 효과를 이끌어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개념적으로 실행적으로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 나오게 된 것은 모두에게 행운과도 같은 일이었다. 시간을 두고 조금만 천천히 정원을 만들어 가요! 이번 기업 정원은 어떤 인연으로 조성하게 되었는가? 헨켈코리아가 기업정원 중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협약서를 맺고 시작이 늦다보니 시간적으로 너무 빠듯했다. 여러 작가들에게 제안이 함께 들어갔고, 제안서도 단 이틀 만에 해달라고 해서 처음에는 내가 맡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시공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공을 맡았던 안기수 소장이 콜라보로 진행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서 식재 파트는 이양희 작가가 맡고 시설물 파트는 내가 맡아서 시작하게 됐다. 설계 일주일 공사 일주일 정도로 급하게 진행됐지만, 개념적으로든 실행적으로든 너무 잘 맞아 떨어져서 그 기간 안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헨켈 정원은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 “내년에 다시 와서 묘목을 심자”라는 컨셉을 헨켈코리아 회장님이 진짜 좋아하셨다. 작가로서도 시간을 길게 두고 정원을 가꾸어 가겠다는 실천적인 개념으로 정원을 만들게 된 것이 기쁘다. “정원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원의 주인공은 시간이다”라는 말을 다들 하는데, 그 ‘시간’은 정원이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번 우리 작업에서는 또 다른 시간의 개념을 생각하게 됐다. 미완성의 정원을 만들었지만, 그 시간 안에서 점점 완성되는 것들을 정원주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실천적인 행동을 한 것 자체가 매우 뿌듯하다.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김지환 작가 _ 요즘 서울시가 정원과 관련된 사업들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 약간 불안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우후죽순 만들다가는 ‘혹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원들이 곳곳에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원 문화가 일반인들에게로 더욱 퍼져나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어서, 이런 정원박람회를 통해서 좀 더 탄력을 받아 잘 추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양희 작가 _ 기업정원은 처음이었는데, 그 기업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는 과정이 굉장히 재밌었다. 요즘에 정원이 굉장히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조금 천천히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헨켈 정원 같은 경우는 미래 세대를 위하는 기업 정신과 제가 추구하는 정원을 만드는 방식이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올해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정원은 어떤 정원이었을까?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서 조성한 ‘에버스케이프’ 정원을 가장 흥행에 성공한 정원으로 손꼽는 데에 이견이 많지 않을 듯하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이층 브릿지와 발 아래 바람으로 펄럭이는 키넥틱 아트, 아름다운 정원과 뚝섬의 주변 풍경을 보기 위해 줄 서서 입장하는 시민들의 표정을 보면, ‘정원이 시민들에게 이렇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삼성물산은 이번 정원 조성으로 국내 대표적인 테마공원 ‘에버랜드’를 운영해 온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기업의 자존심을 높였다. 에버스케이프, “기업 정체성을 정원에 담다” 이번 정원 조성을 총괄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의 김종보 디렉터는 뚝섬에 “에버(ever)한 풍경”을 만드는 것이 콘셉트였다고 말한다. “원래 에버스케이프 정원의 대상지는 그라스로 가득한 가을정원이 있던 자리였다. 그래서 우리는 봄과 여름에도 아름다운, 사계절 볼거리가 있는 ‘에버(ever)한 정원’을 만들겠다고 서울시에 제안했다.” 정원의 이름은 ‘에버스케이프; 영원한 풍경’라고 붙여졌다. 사실 ‘에버스케이프’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50년간의 조경 노하우을 담아 지난 2018년 론칭한 조경 전문 브랜드이다. 정원도 흥행시키고 브랜드 홍보도 톡톡히 한 셈이다. “에버스케이프를 직역하면 “영원한 풍경”으로 해석되지만, 사실 ‘영원한 풍경’이란 회복의 방향으로 지속 변화하는 풍경’을 말하며 지구와 함께 호흡하는, 기업의 정체성이 담긴 브랜드 명이기도 하다.” ‘유빙원’, ‘충적원’, 그 사이 ‘시간의 다리’ ‘에버스케이프’ 정원에는 ‘훼손된 자연의 회복’에 대한 두 개의 정원을 조성했다. 그 두 개의 정원 사이에는 환경조형물 ‘시간의 다리’가 들어서 있다. “‘시간의 다리’를 중심으로 남측은 겨울 풍경인 ‘유빙원’이고, 북측은 여름 풍경인 ‘충적원’이다. ‘시간의 다리’는 겨울과 여름 사이 시공간이 다른 두 개의 정원을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유빙원’은 “얼어붙은 정원”으로서 얼음이 얼고 녹으며 그 사이로 생명이 움트는 의미를 담았다. 최근 기후온난화로 인해 보기 힘든 한강 유빙을 백색 조형 조명으로 형상화하고, 그 사이로 봄날의 화사함을 담은 초화류를 식재했다. 전체적인 색상은 화이트 톤에 블루가 적용됐다. 충적원은 “휩쓸려 내려간 정원”으로서 한강의 흐름으로 생긴 충적층을 표현했다. 기존 식생중 상태가 좋은 화이트핑크 셀렉스와 그라스를 유지하고 로즈마리, 라벤더 등 허브식물을 식재했으며, 곧 다가올 여름을 위해 수레국화와 가우라 씨았을 파종했다. ‘시간의 다리’는 한강의 낙조와 기존 식생중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화이트 핑크 셀렉스에서 따온 핑크색으로 칠해졌다. 시간과 바람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구조물 하부에 백색천을 활용한 키네틱 아트를 적용했으며, 입구에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직접 개발해 국제장미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에버로즈를 심어 향기를 더했다. 기업동행정원, “친환경 실천 메시지” 서울국제정원박람회 ‘ESG기업동행정원’ 구역에 조성된 에버스케이프의 정원은 지속가능한 풍경에 관한 기업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이 적용됐다. 최초 디자인은 상당량의 마운딩이 적용돼 있었으나 활용가능한 식생을 최대한 보호하고 지형 변화를 최소화하는 디자인으로 변경했다. 더불어 환경조형물 ‘시간의 다리”를 애초 h-형강 구조에서 땅에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고 철거가 용이한 비계 구조로 변경하여 원시적 구조미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유빙을 형상화했던 조명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 3D 프린팅했으며, 내부 바닥 포장은 건축 폐자재로 마감했다. 무엇보다 전체 과정의 약 70%가 공장제작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리케이션 공법을 적용해 공사기간과 현장에서의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및 시공방식’을 실천했다. ‘와우’ 할 수 있는 신선한 감동 주고 싶었다! 김종보 작가는 에버랜드 테마파크의 아트디렉터로 시즌별 축제 기획 및 어트랙션 개발에 참여해 왔으며, ‘2015 코리아가든쇼’, ‘2018 중국 상해 꽃 박람회 대상’ 등 정원 작품을 연작으로 조성해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기업동행정원’ 조성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올해 2월 말쯤 서울시에서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며 연락이 왔다. 이번 행사가 국제적인 박람회로 개최되고 많은 기업들이 참여한다고 해서 현장 방문 후, 뚝섬에 ‘에버한 정원’을 만들어 보겠다고 서울시에 제안하게 됐다. 이번 정원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가? ‘에버스케이프’는 ‘영원한 풍경’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 기업의 브랜드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영원한 자연이란 ‘회복의 방향으로 가는 자연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했고, 이것이 이번 정원의 전체적인 기획 방향이었다. 뚝섬 한강공원은 오래된 시민 위락시설이긴 한데, 잔디 광장 정도의 기본적인 인프라만 갖추어진 곳이다. 시민들이 이곳에서 우리의 정원을 보고 무언가 ‘와우’ 할 수 있는 신선한 감동을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평한 지형의 뚝섬에 3미터 높이로 약간 올라와서 한강변을 조망할 수 있도록 브릿지를 설치했다. 사실 3미터 올라오는 것도 디자이너한테는 부담이지만, 조금 다른 높이에서 한강이나 주변 정원을 조망했을 때와 가까이 갔을 때의 느낌과 서로 어떻게 다른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가 늘상 한강에서 느끼는 바람이나 빛 등 자연환경의 변화들을 키네틱 아트를 통해 얼마나 많이 팔랑거리고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보며 느껴보도록 했다. 정원 조성 과정이 친환경적이었다는데? 현장 식생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마감을 위해 재활용 폐자재를 활용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공사 중에 많은 탄소가 발생하고, 공정 간 대기 시간 때문에 필요 없는 에너지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는 공장에서 최대한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함으로써 일정량의 공기와 탄소 배출을 절감했다.
  •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대한민국에서 공원을 가장 많이 만드는 기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 ‘도시경관처’가 부활했다. “도시에서 조경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도시를 지을 때는 항상 삭막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녹색 인프라를 우선해 왔다. 조직 내 낮은 위상이 문제였을까. 이번 LH 도시경관처 승격은 그러한 우리나라 도시기반 조성 프로세스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건축·토목과 동등한 테이블에 앉게 된 조경부서, 도시경관처의 수장 이용주 처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도시경관처 승격, ‘조경’ 중요성 인정 사실 LH에 도시경관처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에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녹색경관처’가 처음 신설되었으며, 이후 도시경관처로 이름을 바꿔 달았으나 2016년에 다른 부처와 통폐합이 되는 수모를 겪었다. 다음해 조경 독립 부서로 ‘도시경관단’이 신설됐지만 다시 처로 승격되기까지는 7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번 도시경관처 승격은 도시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이한준 LH 사장의 부임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전언이다. 이한준 사장은 지난 40여 년간 도시·교통 분야에서 활동해 전문가로서 경기도시공사에서 큼직한 조경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도시에서의 조경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해 온 베테랑 도시전문가이다. “사장님의 결단이 가장 컸다.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데 있어서 조경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인정해 주신다. 그러다보니 작년에 많은 역할을 주문하셨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이번에 ‘처’ 승격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좋은 도시 만들기, 조경에서 하라”는 시그널 … “목소리 낼 것” 어떤 계획을 하느냐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를 결정한다. 도시경관처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중요한 이유다. 이용주 처장은 올해 추진할 사업에 대해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3기 신도시의 변화된 패러다임에 맞는 공원 활성화’이고, 다른 하나는 ‘LH 공원의 브랜드화’이다. 3기 신도시는 대규모 공원을 조성한 1, 2기와 달리 선형의 공원들이 축을 이루고 있다. 기존 신도시는 공원과 공원을 보행자 도로 등으로 소극적으로 연결을 했다면, 3기 신도시에서는 30~50m 광폭의 선형공원들로 축을 강화해 놓았다. 아무래도 축제 같은 큰 이벤트적 역할은 줄어들겠지만, 도보 10분권 내 생활 공원이 늘어나면서 반려견과의 산책 등 일상 속 공원이 주는 편익들은 늘어난다. 이러한 “생활권 공원의 효율성을 어떻게 더욱 높일 것인가”가 앞으로 도시경관처가 풀어나가야 할 핵심 과제로 던져졌다. 도시에서 공원들을 모두 녹색축으로 이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공원을 단절시키며 가로지는 ‘도로’는 항상 논란거리이다. 그래서 처에서는 ‘단절’이 아닌 ‘공원 속의 도로’라는 조경적 접근으로 ‘파크존’을 제시하고 있다. ‘파크존’은 속도 제한을 두는 ‘스쿨존’과 같은 개념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차량 속도도 줄여야 하고, 공원 이용자가 횡단보도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줄이고, 도로의 패턴과 포장, 신호등 체계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토목에서는 ‘보행 브릿지’를 설치하라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보행 브리지는 또 하나의 장벽이다. 앞으로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는데 보행 약자가 올라다니기 쉽지 않다. 공원과 공원을 건너가는 도로는 모두 파크웨이로 만들어서 마치 공원 속에서 잠깐 쉬었다 가는 느낌을 받도록 하겠다.” 이러한 부서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있어서 도시경관처의 강화된 위상이 한몫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부서의 공동 목표는 “신도시를 잘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동안 조경은 조금 불합리한 부분이 있더라도 다른 파트에서 결정해 준 대로 따라야만 했다. 이용주 처장은 도시경관처 승격은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에 조경에서 역할을 하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목소리를 좀 더 내겠다. 궁극적으로 쾌적하고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체감도가 높아진 공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금 우리의 역할이다” 공원 브랜드화 적극 ‘추진’…“그동안 안일했다” 반성 “산림청은 도시숲이나 국가정원으로 홍보를 많이 해 왔다. 그런데 LH는 대한민국 최대 공원녹지 공급기관인임에도 공원을 홍보하지 못하고 마켓팅화하지 못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시 시설이 ‘병원’보다도 ‘교통’과 ‘공원’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우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너무 안일했다고 생각한다.” 이용주 처장은 공원만 조성하는 일방향의 방식에서 벗어나서 ‘공원을 브랜드화’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해 나갈 계획이다. 순천만 국가정원을 통해서 순천시가 정원도시로 재탄생하듯이 ‘공원’을 도시의 앵커시설로서 충분히 브랜드화도 할 수 있는데, 그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구체적으로는 2년마다 열리고 있는 기존 LH 가든쇼를 다양한 행사와 결합해 시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신도시의 정원과 공원을 브랜드화하여 시민들에게 돌려줄 생각이다. 올해 10월에 파주 운정 3지구에서 열릴 계획인 LH 가든쇼를 ‘LH 도시정원 프로젝트’로 바꾸고 마케팅이 있는 공원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LH는 공원을 조성하고 떠나지만, 시에서 ‘LH 도시정원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박람회나 비엔날레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공원을 더욱 활성화하고 가꿔 나가면 공원이 도시 전체의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지자체마다 국가정원이나 정원박람회를 계획하는데, 시와 협의가 된다면 그 밑바탕을 만드는 일을 해드리겠다.” 설계 품질 향상, 공모 다각화…신규 업체 진입장벽 낮아질까 이용주 처장은 ‘설계 품질 향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설계 발주 방식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LH에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는 설계 업체를 대상으로 제안 공모’를 진행하거나 ‘설계와 시설물을 콜라보하는 공모 방식’도 고민중이다. 공원 안의 모든 요소들의 수준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협업이 발생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작년에는 설계공모에서 공원 맞춤형으로 커스터마이징 시설물을 해야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까 실효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단순한 미션이 아니라 패키지 공모를 해서 둘 다 잘해야 당선이 되도록 하고자 한다. 그러면 좋은 협력 파트너를 고르려고 하지 않을까.” <인터뷰> “지금은 조경에게 중요한 순간…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느낌” - 2015년까지 도시경관처가 존재했다. 당시와 현재의 도시경관처는 어떤 점이 다른가? 규모는 비슷하다. 다만 최근 LH 본사가 20% 정도 슬림화됐고 부서 통합도 많이 이루어지면서 인원수를 축소해 가는 흐름이 있다. 조경은 인원이 늘지는 못해도 현상 유지가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역할은 강화될 것이다. 모든 조직이 줄어드는 가운데 조경부서를 처로 승격시킨다는 것은 유관 부서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크다. 기존에는 다른 부서와의 협업에 있어서 조금은 갑과 을의 관계가 있었는데, 이제는 가능하면 우리 부서의 목소리를 청취하려고 하고, 동등한 협업이 강화되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도로나 상하수도 등도 중요한 기반 시설이지만 공원 녹지도 하나의 도시를 만드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인프라 스트럭처다. 도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단계에서 조경 부서의 의견이 담겨져야 된다는 것이 사장님의 지시사항이다. 앞으로 도시경관처가 그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 다시 승격된 도시경관처의 첫 처장으로서 계획은 있는가? 아무리 많은 것을 해보고 싶어도 직원들하고 함께하지 않으면 안된다. 작년 최희숙 단장님 아래서 직원들이 똘똘 뭉쳐서 많은 일을 했고, 부서 승격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개인적인 승진도 기뻤지만 부서 승격은 ‘내가 역사의 현장에 있다’에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직원들이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계획보다는 우리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현재 본사 조경직이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데, 각 부서별로 업무 공유하는 테이블을 마련하고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조경인들의 기대감이 크다. 소감을 밝혀달라. 조경하시는 분들이 인정받는 시대가 정말로 오는 것 같다. 그전에는 조경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사회적인 변화가 좀 더뎠었다면 지금은 코로나19 이후로 공원에 대한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정원 대중화를 통해서 조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을 기회로 여겨 열심히 하면 저희가 하는 일이 조금이나마 조경계 발전에도 보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겠다.
  • [환경과조경 이수민 기자, 박형석 기자] “공사가 끝나고 3년 동안 현장을 방문해 달라지는 모습을 관찰하기도 한다. 50년 후 건물은 없어질 수 있지만 외부 공간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주느냐가 관건이다.”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은 현대건설이 추구하는 일상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다채로운 삶의 경험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적용한 단지다. 블루밍 아일랜드, 다이내믹 필드, 그랜드 포레스트로 단지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차별화된 단지 조경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현장을 총괄했던 김용대 현장소장(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이한희 매니저(현대건설 익스테리어팀), 이정열 차장(장원조경), 최승현 부장(조경사엔앤씨)의 의기투합이 빛을 발했던 현장으로, 이들을 만나 조성 과정의 뒷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쉼과 여유를 주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김용대 현대건설 현장소장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만의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과 주력했던 공간은?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인천의 자연을 담고 입주민들에게 서로 소통하며 여유로움과 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자 했다. 어린이 놀이터에 많은 공을 들었다. 삼각형의 대형 정글짐이 있는 놀이터인데, 처음에는 어린이들이 이 놀이터를 좋아할지 의문이 있었다. 특히 다른 놀이터와 달리 규모가 크고 높이가 높아 어린이들이 잘 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오픈하니 다른 동네 아이들까지 놀러와 즐겨주었다. 한 아이가 꼭대기까지 과감하게 올라가니 다른 아이들도 따라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시작은 두렵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석가산과 휴게 공간, 운동 공간, 어린이 놀이터를 가까운 거리에 두고 전체를 순환하는 트랙을 조성해 각 공간을 통합했다. 트랙을 따라 놀이, 운동, 휴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고 온 가족이 모여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었다. 입주민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설계안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요즘 아파트 조경 트렌드는 적재적소 배치다. 트렌드를 반영해 적절한 장소에 시설물과 수목 등을 설치하고 주민들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집행부에게 많은 부분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현장에서 시공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 자신만의 원칙이나 철학이 있다면? 학교, 회사 등에서 열심히 달리고 다시 돌아오는 곳이 집이다. 집은 편안하고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는 집뿐 아니라 단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쉼과 여유를 더 크게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아파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쳐낼 곳은 쳐내고 살릴 곳은 과감히 살리고…조경은 강약 조절이다” 이한희 현대건설 매니저 내가 생각하는 조경의 트렌드는? 조경 트렌드는 강약 조절이다. 공간을 조성할 때 과감하게 쳐내야 하는 부분들은 쳐내고, 살려야 하는 부분들은 살리고 있다. 이곳은 입주자들의 평균 나이대가 다른 현장에 비해 높은 점을 고려해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운동 시설을 마련했다. 석가산과 초화류, 대형목, 음지식물 등을 통해 산 깊숙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하고자 했다. 특히 대형목을 식재하면 좋은 점은 같은 예산으로 공간을 풍성하게 조성할 수 있고, 단지의 랜드마크로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다른 아파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현장에 비해 개방감이 떨어지는 단점이었는데, 이를 보완하고자 식재와 동선, 시설물 등의 강약 조절을 통해 개방감을 줬으며,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가장 큰 차별점은 대형 정글짐이 있는 어린이 놀이터다. 처음에는 안전상의 문제로 반대가 많았지만 여러 안전장치를 설치해 안전성을 높이며 색다른 놀이터를 만들었다. 이색적인 대형 정글짐이 아이들에게 만남의 이정표가 돼주고 새로운 놀이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랜드마크적 경관을 만들기 위해 포토존을 만들고 단풍이 매력적인 서어나무를 식재해 공간에 입체성을 부여했다.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가? 현장에서 조경 포지션을 갖고 있는 담당자라면 공감할테지만, 공정 문제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건축, 토목이 마무리 공정인 조경을 많이 배려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단지 조경 새 트렌드, 협력과 경쟁의 콜라보를 이루다” 이정열 장원조경 차장 내가 생각하는 조경의 트렌드는? 두 개의 건설사가 콜라보를 통해 하나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인 듯하다. 이 현장도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함께 단지를 조성했다. 그래서 전체적인 모습과 겹치는 공간은 서로 양보해가며 맞춰가는 것이 주요 쟁점이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획기적이고 고품질의 조경 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도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의 장점이자 최신 트렌드인 것 같다.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비용 문제다.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이 부족했는데, 현장 조경 팀과 많이 조율하고 두 기업이 서로 맞춰가며 진행했다. 시설물과 식재 등 많은 부문의 사람들이 서로 도와주고 정보를 공유하며 진행했고 무엇보다 결정권자의 빠른 판단과 검토가 현장 조경 기준을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현장에서 중요한 점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최승현 조경사엔앤씨 부장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의 조경 공사는 11월 말부터 시작됐으며, 건축과 토목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실질적으로 남은 공사 기간은 5~6개월 밖에 없었다. 특히 겨울에 공사를 진행하면 하자가 많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공기를 맞추면서도 하자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포장 및 경계석에 균열이나 들뜸 현상 등이 나타나 보수를 진행하며 하자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현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공사 기간 맞추는 것과 안전이다. 마감 기간을 맞추는 것은 어떤 직종에서든 다수와의 약속이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조경 공사는 다른 공종보다 마지막에 진행되므로 공사 기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건축, 토목, 조경은 서로에게 주어지는 공사 기간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사 기간이 짧아지면 빠르게 일을 하기 위해 안전을 무시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안전에 유의하며 공사를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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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신세계, 지의류와의 만남 ③] 사슴지의류
“2×2는4이며공식이외의아무것도아니다.2×2는4란것엔도저히참을수가없다.2×2는4가훌륭한것이라는점엔나도이의가없지만,그러나모든것에다그권리를인정하려면2×2는5도역시훌륭하다고해야할게아닌가." -도스토옙스키<지하로부터의수기>중에서 분류에심취하게되는이유는자연을더이해하기위해서다.조금씩이해하는범위가넓어질수록자연을직면했을때다가오는근원적인기쁨도더충만해진다.숲으로들어가서우연히보게되는풀과나무,새와벌레들의이름을자연스럽게부르게될때,우리는마치창조자의곁에다가간듯한알수없는뿌듯한만족스러움을느낀다. 그러나그러한만족은한순간의자아도취일지모른다.자연은멈추어있지않고늘변화를계속하므로인간이정의해놓은대로규정되지않는다.다시말해서,인간이정의한자연은엄밀한의미에서과거의자연일뿐이다.자연으로다가가면갈수록A같은B,B같은C가나타난다.그리고이러한생물을맞닥뜨릴때분류자들은매우난감해하기일쑤다.잡종을만나면당혹스러운것이다.자연은2×2=4가아닌것이다.도스토옙스키는2×2=4가인간에대한멸시라고했지만,자연에대한멸시이기도한것이다.식물에서는참나무류가잡종이되는경향이있다면,지의류에서는사슴지의류가대표적이다. 사슴지의류는변이가심하고분류학적으로어려운분류군으로악명이높다.그래서인지몰라도대형지의류중가장큰속의하나로서전세계약500종정도나된다.분류에혼란을주는가장주된요인중하나가바로잡종화하는경향이크다는점이다.여우사슴지의(Cladoniaochrochlora)와비늘사슴지의(Cladoniasquamosa)의잡종,분말창끝사슴지의(Cladoniaconiocraea)와여우사슴지의의잡종,또는꾀꼬리사슴지의(Cladoniagracilisssp.turbinata)와연꽃사슴지의(Cladoniaphyllophora)의잡종등기존에알려진종들의형태적특징이섞여있는개체들을어렵지않게보게된다. 그렇다면,왜사슴지의류는쉽게잡종이되는걸까?잡종이되는이유는,먼저환경에의한것이라고볼수있다.섬혹은-육지라할지라도-섬과같은제한된환경이주어지면변이가시작되는것과마찬가지로생존을위해종과종사이의높은문턱을뛰어넘어이종간교배에의해잡종이될수있다.둘째로,생물자체의유연함을들수있다.환경에의해크게구속되지않더라도서로다른종의F1염색체가쉽게섞이게되어중간형질을띠는새로운F2가나타나는것이다. 사슴지의류의경우는두번째에가까워보인다.여우사슴지의,비늘사슴지의,분말창끝사슴지의는우리나라전역에서흔히볼수있는지의류다.마치참나무들을어디서든볼수있는것처럼말이다.환경에크게구속되지않아보이는데도불구하고쉽게중간형질을띠는잡종개체가나타나는것은사슴지의류자체가가진유전적유연함(다윈은‘분류학적유연함’이라고함)이크다고볼수있다.또한사슴지의류와같이잡종화가잘나타난다는것은영양번식과같은무성생식보다유성생식,즉교배에의한번식이훨씬높은비중을차지한다는것을의미한다.이종간이든동종간이든말이다. 스칸디나비아,시베리아그리고북아메리카에살고있는루돌프사슴(순록,Rangifertarandus)이좋아해서이름지어진사슴지의(Cladoniarangiferina)는백두대간의고산지대나아고산지대에서주로볼수있다.그러나,우리나라에40종이상살고있는사슴지의류(Cladonia)에속하는많은다른지의류들은일반산림이나도심의숲에서도얼마든지볼수있다.그늘지고서늘한바위틈,혹은오래된나무둥치아래를유심히살펴보면,이끼같지만이끼보다는빛바랜연회색의여러모습들이옹기종기모여있을것이다.여우사슴지의,분말창끝사슴지의,혹은깔대기모양의열매자루를가진깔대기지의(Cladoniachlorophaea)일수도있다.그리고꽃집의스칸디아모스도바로천연염색된깊은산사슴지의(Cladoniastellaris)라는것을잊지말길바란다. 이병권/국립백두대간수목원백두대간보전실박사
“재난안전실로의 산림녹지 업무 이관, 녹색복지 후퇴 우려”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대구광역시가최근입법예고한행정기구개편안이조경·산림분야는물론,시민의환경권보장측면에서도중대한논란을불러일으키고있다. 대구광역시는환경수자원국소속산림녹지과를재난안전실로이관하는조례개정(입법예고제2025-22호)을추진중이다.이에대해조경계는기후위기대응과생태복지를위한녹지행정이방재중심으로축소될수있다며강하게우려하고있다. 반면대구시는이번개편이단순한조직이동이아니라,“도심형산불과같은복합재난에신속하고통합적으로대응하기위한조치”라고설명했다. 대구시에따르면이번조례개정의배경은지난대규모산불당시지휘체계이원화로인한현장대응한계였다.산림재난대응의전문성을강화하고신속한주민대피,이재민지원등대응체계일원화를위해산림녹지과전체를재난안전실로이관한다는것이다. 시는“산림녹지과의기능이나예산,인력축소없이기존정책사업들을차질없이수행할예정”이며,오히려“재난관리기금등활용을통해시민안전을위한녹지기능은더강화될것”이라밝혔다. 또한대구시는“현재산림녹지과장은그대로녹지·정원정책을추진하게되어전문성도유지된다”며,서울시사례와달리“과단위에서통합운영중이었던체계를실단위로이동한것일뿐”이라고설명했다. ‘재난대응’명분에가려진녹색행정축소 조경계는이를단순한소관이전이아니라정책철학의방향전환으로보고있다.황영도대구경북조경협회회장은“산림과녹지는도시생태계의핵심기반이자시민삶의질을지탱하는공공인프라”라며,“이를재난관리중심조직으로편입시키는것은미래환경정책과녹색산업의발전가능성을스스로제한하는결과를낳을수있다”고지적했다. 그는이어“지금은오히려산림,공원,정원,조경등녹지관련분야를통합관리할수있는독립조직이필요한시점”이라며,‘산림녹지정원국(가칭)’의신설을대안으로제시했다. 이에대해대구시는“국단위기구는소관업무의성격과업무량등을종합적으로고려해야할사안”이라며,“당장신설은어렵지만향후정책환경변화에따라검토할수있다”고밝혔다. 대구경북지역에는약2500여개의산림·조경·화훼관련업체가활동하고있다.조경설계,식재및시설시공,나무병원,화훼유통,도시숲관리까지폭넓은가치사슬이형성돼있다.그러나이번개편안이현실화될경우,관련산업전반의행정기반이약화될수있다는우려가제기되고있다. 대구경북지역조경업체A대표는“그간산림녹지과는공공발주,도시경관개선,정원문화확산의중심축역할을해왔다”며“재난안전실로의이관은녹지예산이방재중심으로전용되고,정원및공원분야의정책과투자는위축될가능성이크다”고말했다. 지역대학의조경학과교수B씨는“서울은‘정원도시국’,부산은‘푸른도시국’등전담조직을통해녹지행정을강화하는추세인데,대구만거꾸로가는행정개편을추진하는것은납득하기어렵다”고지적했다. 타지자체는‘정원국’신설…대구만후퇴? 국내주요도시들은정원·녹지관련행정조직을‘재난’이아닌‘환경·복지·문화’영역에서강화하며,재난대응역시녹색행정의틀안에서유기적으로통합하는방향을택하고있다. 서울시는‘정원도시국’을통해도시정원화정책을본격화했으며,그안에‘산지방재과’를두고산림재해에대한대응기능을함께운영하고있다.이는재난대응기능을녹색복지조직내부에서분리하지않고통합적으로관리하는선진사례로평가된다.부산시는‘푸른도시국’을통해도시숲,정원,녹지관리를통합수행하고있으며,울산시는‘녹지정원국’을운영하며기후위기대응형녹색정책을추진중이다. 산림청은‘제6차산림기본계획’과‘제2차정원진흥기본계획’을통해‘생활권녹색인프라확충’과‘정원문화기반조성’을주요전략으로삼고있다.환경부는‘도시생태축복원사업’을통해훼손된도시자연환경을회복하고생태적연결성을확보하려는정책을추진중이다.국토교통부는‘제2차조경진흥기본계획(2022~2026)’에서‘정원도시모델확산’을목표로도시녹색공간확대와생활밀착형정원서비스를강화하겠다는방향을제시했다. 이같은국가정책흐름에비춰볼때,대구시의산림녹지과재난안전실이관은녹색복지행정의후퇴로비춰질수밖에없다는것이조경계의공통된시각이다. 산림녹지,단절된행정체계가오히려‘안전’위협 조경·산림전문가들은산림녹지업무를재난안전실로이관하는것이단순히녹색복지축소에그치지않고,오히려재난대응자체의실효성에도부정적영향을미칠수있다고경고하고있다. 재난안전실은주로재해총괄및응급대응중심의부서로,산림·조경·녹지에대한생태적·기술적전문성을확보하고있지않다.산사태예방,도시숲내기후완충역할,미세먼지저감등복합적기능을가진산림녹지행정이단순재난프레임안에들어가면,예방중심의통합적관리보다단기대응위주의행정에머물가능성이높다는지적이다. 서울시의경우에도산림재해대응은정원도시국내부의‘산지방재과’가담당한다.이는방재기능을녹색조직내부에두어예방-관리-복구의유기적행정체계를유지하기위한전략적구조로평가된다. 대구시는이에대해“조직규모및지역특성에따라과단위체계로운영해온것이며,정책기능은동일하게수행되고있다”고반박했다. 지역조경학계한관계자는“기후위기로인한산불,폭염,도시홍수등은모두생태기반의예방전략이핵심인데,이를위기관리부서로분리하면‘관리의단절’이오히려안전을위협하는결과로이어질수있다”고강조했다. 도시녹지정책의본질은‘삶의질’…방향전환필요 대구시가지향해야할녹지행정의핵심은재난대응보다는삶의질향상,기후대응,생물다양성회복등지속가능성확보에있다는지적이다.단순한조직재배치를넘어도시의미래비전을담는행정구조개편이되어야한다는것이다. 대구경북조경협회는“산림녹지과의기능을확대해시민체감형녹지정책을펼칠수있는국단위전담조직이필요하다”며,“정원문화진흥,도시녹화확대,민간참여확산등을통해지속가능한도시정원행정을실현할수있도록조례안을철회하고공론의장을마련해야한다”고촉구했다. 전문가들은일방적행정조직개편보다는시민사회,전문가,산업계와의소통을거친단계적개편이필요하다고강조한다.특히탄소중립과녹색전환이도시정책의핵심과제로부상한지금,산림·녹지분야는위기대응이아닌회복과전환의정책플랫폼으로기능해야한다는것이다. 이에대해대구시는“이번조례안은내부조직진단에따른정책결정사항이며,행정절차법과자치법규에따라입법예고기간동안시민의견을수렴하고있다”고설명했다. 이번조례안은단순한부서재배치를넘어,대구시가기후위기시대에어떤도시철학과행정비전을가질것인가에대한근본적인물음을던지고있다.시민들의삶의질향상과녹색복지실현을위한보다장기적이고전략적인대안이요구된다.
“서울, 하나의 정원으로”…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서울시가주최하는‘2025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5월22일보라매공원에서‘서울,그린소울(Seoul,GreenSoul)’을주제로개막했다. 올해로10회째를맞이한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서남권을대표하는보라매공원12만평(약39만7000㎡)전역을111개의정원으로구성해대규모생태문화공간으로조성했다.정원은작가정원,동행정원(학생·시민·다문화가족참여),기업·기관·지자체의작품정원,자치구와서울시정책을반영한매력정원등으로구성돼있다. 작년뚝섬한강공원에서열린박람회가780만명의관람객을유치한데이어,올해는규모확대와다채로운프로그램으로1000만명이상방문을목표로한다.올해는특히정원산업전참여기업이70여개로대폭확대됐고,푸드트럭과판매부스운영,공원내상행위제한완화등을통해지역상권과의연계성도강화됐다. 이날개막식에는오세훈서울시장,최호정서울시의회의장,임만균서울시의회환경수자원위원장,박일하동작구청장등주요인사와정원작가,시민정원사,국내외관람객들이참석해서울을‘하나의살아있는정원’으로만들기위한여정을함께선언했다. 오세훈시장은개막식환영사에서“서울을하나의정원으로바꾸는일은도시의생태적전환을이끄는여정이며,오늘의보라매시민대정원은그시작점”이라고말했다. 이어“정원박람회는광진구에서시작해올해는동작구,내년에는성동구로이어지며서울전역을하나씩정원으로연결해나갈계획”이라며,“생활곳곳자투리공간마다꽃을심고나무를심어서울전체가하나의정원처럼느껴질수있도록만들겠다”고강조했다. 오시장은“순천만국가정원을능가하는서울형정원박람회로성장시키겠다”며“프랑스쇼몽정원축제,독일분데스가르텐쇼,영국첼시플라워쇼처럼서울도아시아대표정원도시로도약하겠다”고덧붙였다. 최호정서울시의회의장은“이렇게행복해보이는시장님은처음본다”며“정원이우리에게왜필요한지를시민들얼굴을보면알수있다.서울시의회도함께미쳐서(몰입해서)정원정책을밀겠다”고말했다. 임만균서울시의회환경수자원위원장은“정원은도시내탄소저감,빗물관리,생물다양성회복을이끄는생태인프라”라며“정원도시서울은단순한미관을넘어도시생명력을되찾는중요한전략”이라고강조했다. 박일하동작구청장은“이번박람회는동작구민에게주어진행복한선물”이라며“이정원은우리동작구의행복이고,서울의미래이며,대한민국의희망이다.오늘의정원을내일로만들어가겠다”고밝혔다. 박람회개막식의하이라이트는‘작가정원’,‘학생동행정원’,‘시민동행정원’등공모전시상식이었다. 작가정원부문금상은김기한작가의‘TheLastMeal’이수상했다.‘세번째자연(TheThirdNature)’을주제로한국제공모에는독일‧체코,이탈리아등세계작가들이참가해도시와자연의경계를새롭게해석한다양한정원을선보였다. 학생동행정원금상은‘차분한달팽이’팀의‘숲,자리의질서’가차지했다.플라타너스숲아래데크쉼터사이공간을활용해식재와공간구성이조화를이룬작품으로,젊은정원디자이너들의실험정신이돋보였다. 시민동행정원부문금상은‘은평1동-1대학탄소중립녹번’의‘BeyondGarden’이수상했다.‘기후동행시민정원’을주제로기후위기에대응하는지역커뮤니티의실천의지를담은점에서높은평가를받았다. 이외에도70여개기업이참가한정원산업전‘정원마켓’,정원결혼식과가든캠핑,독서정원등다양한생활밀착형정원프로그램이함께운영된다.박람회기간중6월12일에는‘세계식물원교육총회(ICEBG)워크숍’이코엑스에서,10월17일에는‘정원도시서울국제심포지엄’이서울시청에서열려정원도시정책의비전과실천전략을공유할예정이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10월20일까지5개월간진행되며,서울시와25개자치구,민간기업,시민의참여로‘정원도시서울’의실현가능성을현장에서체험할수있는국내최대규모의정원축제다.내년2026년박람회는성동구서울숲에서개최될예정이다.
신뢰할 수 있는 ‘조경수가격’ 기준, 언제쯤 마련되나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조경수거래에있어공정성과예측가능성을확보하기위한가격기준마련이지연되고있는가운데,국토교통부의정책연구용역이진행중이지만업계에서는실효성있는조사체계와기준마련이필요하다는의견이제기되고있다. 국토교통부는2024년‘GB관리·활용등을위한조경수거래가격조사공표방안연구’를발주하고,환경조경발전재단(이하재단)을수행기관으로지정했다.해당연구는조경수가격의공표방안마련을목표로하며,연구용역비로는총8000만원이책정됐다. 2020년조달청이조경수가격고시를폐지한이후,조경설계·발주·계약전반에서기준가격이사라지면서업계는가격산정에혼선을겪고있다.일부조경수생산자와시공업체들은실거래가와괴리가있는가격으로거래되는사례가있다고보고하고있으며,공공발주및민간시장에서의가격기준부재에대한개선요구도지속되고있다. 이러한상황에서조경수가격기준의공신력확보와체계적인조사방식수립은조경분야관계자들이제기하는주요과제중하나로꼽힌다.그러나이번연구가실거래조사를통한기준고시가아닌‘조사·공표방안’에대한정책연구로추진되면서,가격기준마련까지는시간이더소요될것으로예상된다. ‘조경수산업정상화를위한시민모임(이하시민모임)’은지난5월19일보도자료를통해,해당용역의예산집행및추진과정에대한문제를제기하며조사체계개선을촉구했다.시민모임은▲용역전과정에대한전면감사실시▲용역비축소및외주추진과정책임자공개▲실거래기반조사체계정비▲한국조경협회등전문기관중심조사수행▲용역결과및예산집행내역공개등을요구했다. 이에대해심창훈환경조경발전재단사무국장은“현재연구는조경수가격조사및공표에대한정책적방법론을정립하기위한것으로,실거래가격고시나전국단위조사를수행하는목적은아니다”고설명했다. 심국장은“해외사례와기존조사방식분석을통해향후공표기준을마련하기위한선행연구로서,샘플조사는연구타당성검증의일환”이라며“고시여부는향후유관기관의검토와의견수렴을거쳐결정될사안”이라고말했다.또한“재단은국토교통부로부터조경지원센터로지정되어정책연구의단일창구역할을수행하고있으며,7개단체와의협의를통해연구방향을조율하고있다”고덧붙였다. 국토교통부는이번연구가실거래기반의조경수가격을직접고시하는것이아니라,향후공신력있는가격공표체계마련을위한정책적방안을수립하는데목적이있다고설명했다.실거래조사는연구의타당성검증을위한샘플수준에그치며,고시여부는향후유관기관의검토와의견수렴을통해결정될예정이라는입장이다. 용역비집행과관련해서는“초기발주금액은8000만원이었으나,낙찰차액과정산절차를거쳐최종7164만5000원으로준공처리됐다”고밝혔다.이와함께연구결과및예산집행내역은정책연구정보서비스‘프리즘(PRISM)’을통해일반에공개할계획이라고덧붙였다. 시민모임이제기한용역추진방식및투명성문제와관련해국토부관계자는“공정한절차에따라연구를수행했으며,일부요구사항은현실적으로수용하기어렵다”고밝혔다.이어“실거래기반자료와전문성을바탕으로한공정한조사체계를향후구축해나가고,이를토대로후속연구및제도개선로드맵도함께마련할예정”이라고말했다. 한국조경협회는이번과업추진과정에서실무협조가무산된점에대해입장을밝혔다.안세헌협회명예회장은“협회는그간재단과협력해다양한사업을추진해왔으며,조경수가격조사또한협회의주요협력과제중하나였다”며“협회내부에조경수가격조사위원회를구성하고실무조사준비를진행했으나,예산축소와계획변경으로참여가이뤄지지못했다”고밝혔다. 이어안회장은“조경수가격형성구조는생산,설계,발주등다양한주체가관계되어있는만큼,단일기관보다는전문기관간협력이필요하다”고강조했다. 일부업계관계자들은“조경수가격에대한기준부재로인해설계및시공등실무현장에서어려움이발생하고있다”며,“실제시장상황을반영한가격정보확보가시급하다”고지적한다. 한조경수생산업체관계자는“적정가격에대한기준이부재해예측가능한계약이어렵고,시장혼란이장기화되고있다”며“객관적인기준을마련하기위해실거래기반의조사체계를마련해야한다”고말했다. 조경수가격공표체계부재에대한문제는조경분야의생산·설계·시공전반에영향을미치고있으며,이는발주기관의객관적인가격설정과민간거래의공정성에도영향을준다는분석이제기되고있다.업계에서는신뢰성있는기준수립을위해실거래기반자료확보와전문기관중심의조사체계구축이필요하다는의견이지속적으로나오고있다. 한편업계일각에서는국토교통부가조경수가격의공신력있는기준마련을위한정책연구를공식적으로추진하고있다는점에서일정부분긍정적인평가도나오고있다.그동안민간차원에서만논의되던가격기준문제를정부가정책과제로인식하고선제적으로연구를시작한것은의미있는변화라는평가다. 조경분야의한관계자는“제도적기준이없던상황에서국토부가연구를통해방향을모색하려는시도는업계로서도환영할만한일”이라며“중요한것은연구결과가실효성있는제도개선으로이어질수있도록관계기관과업계가지속적으로협의하는것”이라고말했다.
[미래포럼] 조경, 도시의 수호자를 넘어 미래의 히어로로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조경의미래를바라보며오늘의조경을돌아보고,100년후의세상과도시를상상한다.아름답고풍요로운미래는과거에도,앞으로도조경의손끝에서계속그려질것이다. “Doutdes(도우트데스,너에게받았으니나도주리라)”는주고받음의원칙이다.조경가는인간과자연이맺은공존의약속을지켜왔으며,녹색공간을통해삶의질을높이고지속가능한환경을조성하였다.이러한활동들은도시와자연의조화를통해인류의삶을풍요롭게하려는상생의가치를실천해온일상의조율자이자미래를설계하는전문가였다. 우리조경인은나무를심어도시의온도를낮추고숲을가꾸어탄소를흡수하며,걷기좋은길을조성해사람들의건강한일상을지원하고있다.옥상과벽면을녹화하여도심의긴장을완화하고,공원과공간을창출하여이웃간의건강한소통을돕고사람들의정서적회복을돕는다. 그리고조경가는생태계의건강도책임진다.사람이사는도시에그린인프라를구축하고파편화된녹지를연결하고자연과생태를복원해생물다양성을회복시킬뿐아니라물이순환하고지하수자원이보호되는도시환경을구축한다. 우리가누리는자산은과거로부터받은유산이고,미래세대가누릴자산은지금우리가지켜내야한다.그리고조경인은회복력(resilience)있는도시를만들기위해자연기반해법과기후위기에대응하는전략을실천하여자연에서받는혜택과생태계서비스를확장해나가야한다. 그러면서도조경의역할은지속적으로확장된다.조경가는설계자에서나아가외교가,정책가,법률가,의료인,예술가의역할까지겸한다.지구환경을고민하고자연과생태계의권리를대변하고,인간성을회복하는데기여하여야한다.이를위해조경가는자연에서배우고,사람과소통하고문화적공감을위해예술을통해지금이순간에도미래를설계해나가야할것이다. 조경인이그리는미래는단순히멋진공간이나아름다운경관을넘어선다.그것은자연과인간이함께살아가는지속가능한삶의터전이며,인류의생존과번영을위한기초가된다.한땀한땀의노력이모여도시,자연,사람을더풍요롭게만들것이다. 다가오는미래속조경가는도시의수호자를넘어,더많은분야에서변화를이끄는리더가될것이다.우리는자연과사람을잇는조경의힘이더빛날것을믿으며,그가능성을현실로만들어나갈것이다.조경은결국,사람과자연이함께웃는세상을위한가장아름다운약속이자실천이될것이다. 남은희/한국조경협회회장
“조경을 말하다, 세대를 잇다”…조수다 토크쇼 성황리 개최
[환경과조경김하현기자]조경인들의대표커뮤니티‘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이하조수다)’이지난18일국립세종수목원에서토크콘서트를개최하고,설계·시공·언론·브랜딩등조경전반의현장을아우르는이야기를나눴다. 이날행사는크게수목원관람과토크콘서트1·2부로이루어졌다.행사에는총100여명의조경인이참석했으며,6개의조로나뉘어움직였다. 먼저각조는남정곤세종정원연구소대표와조수다운영진의안내에따라수목원내온실을관람했다.현재사계절전시온실의특별전시온실에서는‘디저트속식물이야기’를주제로한‘스위트가든:식물의달콤한유혹’이마련돼있다.참가자들은콘셉트에맞게연출된공간을구역별로구경하고질문을주고받으며유익한시간을가졌다. 이후토크콘서트는연구동강당에서열렸다.사회를맡은임지민간삼건축조경설계팀원은사전질문을묻고답하는형식으로행사를진행했다.1부에는▲임우성씨토포스총괄팀장▲박광윤환경과조경국장▲정홍가쌈지조경소장이,2부에는▲안기수공간시공에이원소장▲한성일바움랜드대표▲이주호더숲대표가무대에올라자신이걸어온길과조경을향한생각을풀어냈다.토크콘서트가끝난뒤에는자유로운질의응답을통해참여자들의활발한소통이이어졌다. 임우성씨토포스총괄팀장,“내가지나온길이나를만든다” 임우성팀장은다수의실무프로젝트를수행하며얻은경험을바탕으로사회초년생에게조언을건넸다.임팀장은커리어를고민하는젊은조경인을위해“앞으로의방향설정을위해역량을키우고싶다면,자기와의꾸준한대화가필요하다.그러면서어떤일이든계속해야한다.나무가자라며가지를뻗어내듯,관심사는자연스럽게늘어날것”이라며“스스로를발굴한다는목표로나아간다면자신만의길을찾게된다”고독려했다. 또한설계팀을이끌며가장중요하게여겨지는요소를묻는말에는‘커뮤니케이션능력’을꼽았다.그는“좋은팀을위해서는우선내가좋은사람이되어야한다”며,단순한의사소통을넘어팀의성격을이해하고공동의목표를위해서로를존중하는‘성숙한팀워크’를강조했다. 정홍가쌈지조경소장,“지역의조경은마음가짐의영역” 울산에서주로활동하며조경설계및정원작업을선보이고있는정홍가소장에게는“수도권중심주의흐름속에서,지역프로젝트에조경이중심역할을할수있도록만드는설득전략이있다면?”이라는질문이주어졌다.정소장은“저는제가지방에있다는생각을하지않는다.그냥지구상의한점에있는것뿐이다.기차타면2시간만에도착하는데,서울과지방을분리할필요가없다”며“자기속에있는열정을따라가면기회가온다.너무깊이생각하지말고,하고싶은일을하면된다”고말했다. 이어세계적인정원디자이너피트아우돌프를태화강국가정원에직접초청했던일화를들며“제게는무모함이있다.당시에도그를만나고싶다는생각만으로일단비행기표를끊었다.늘마음을다해가다보면열정적인사람들을만나시너지효과가생긴다.또나의단점을보완해주는이들이함께하고있어감사하다”고고백했다. 박광윤환경과조경국장,“조경의대중화,개인이아닌모두의역할” 박광윤국장은언론이가진사회적역할과가능성에대해이야기했다.그는‘소통’과‘협력’을키워드로,전문언론이조경계전체의성장과반성을위한플랫폼이되어야한다고강조했다. 박국장은“조경을대중적으로어필할수있는방안으로스타조경가를만드는것이어떻겠냐”는질문에대해“대중적으로어필이된조경가는조경역사를통틀어아직까지는정영선조경가한분정도가아닌가싶다”며“50년넘는조경의역사를볼때반성이필요한지점”이라고말했다.또한“스타조경가를논의하는데있어서너무진지한기준을제시할필요가있는지”의문이라며‘분야내존경받는조경가’와‘스타조경가’는다른영역으로바라보면보다많은스타조경가후보들을찾아볼수있을것이다”고의견을밝혔다. 조경전문언론이극복해야할과제에대해서는,현실적으로어려운여건이지만“최신트렌드를반영해이미지나동영상기반의매체플랫폼변화가필요하다”고말했다. 안기수공간시공에이원소장,“작가정원,혼을담은시공의기록” 2부는공간시공에이원의시공사례를담은감각적인영상으로시작됐다.정원에녹아있는디테일한과정에주목한영상은치열한시공현장을생생하게담아냈다.사회자는“영상으로보면멋지고재밌는일로만보이지만,현장은그리낭만적이지만은않을것같다”며작가정원을처음시도하는후배들에게조언을부탁했다. 이에안소장은“돈이나타이틀을먼저생각하면이일을지속하기힘들다.성취감,뿌듯함,만족감이가장큰동력이다.본인이즐거워야오래할수있다”며“뻔한말처럼들릴수도있지만,저는재미를좇다보니돈생각을하지않게됐다”고말했다.그는그동안참여해온프로젝트경험을덧붙이며진정성있는작업태도를강조하고현장에서느끼는즐거움의가치를전했다. 한성일바움랜드대표,“이제는조경이문화로나아갈때” 한성일대표는시공경험을바탕으로현재다양한수종을재배하는농업회사를운영중이다.그는조경을공부하는학생들에게“학문에서완벽을추구하는것도좋지만,눈앞의상황을받아들이고사유의그릇을키우는포용력도중요하다”며현장을꼭경험할것을당부했다. 또한“‘스타조경가’처럼주목받는인재들이나오기위해서는과감한시도들이활발해질수있도록선배가후배의개성을응원해주는문화가필요하다”며조경계내부의건강한환경과함께협업에대한적극적인자세를제안했다. 한대표는“사람들이정원을만들때자연은생각하지만,정작‘사람’은생각하지않는다”며,“이제는사람의생태계를함께고민해야한다.정원은사회적문제나현상을다가가어루만질수있는수단이될수있다.그러기위해서는타분야와의연계가반드시필요하다”고역설했다. 이주호더숲대표,“1초를위한브랜딩” 이주호대표가이끄는더숲은외부공간전반에걸쳐하이엔드디자인솔루션을제공하는회사다.그는더숲이‘디자인스튜디오’처럼느껴지도록브랜딩에공을들이고있으며,실제고객의80%가SNS를통해유입된다고밝혔다.이대표는“브랜딩이란회사의정체성을이미지로각인시키는일”이라며,“그이미지는1초만에평가된다.저희는늘고객을맞이하기전에고객의입장을공부하고환대할준비를마친다”고말했다. 이어“브랜딩은마케팅이나홍보에그치지않고조직내부의문화와맞물려‘좋은회사’를만들어가는과정”이라며“이를위해다른분야의사람들과교류하며새로운사고방식을배우려고노력하고있다”고이야기했다. 조수다,소통으로통하다 송동근조수다방장(대영수림원대표)은“조경이라는업을고민하는사람들의대화가더많아지길바라는마음에서이번토크콘서트를준비했다”며토크콘서트준비에힘써준남정곤대표에게감사패를전달했다. 끝으로“오늘좋은이야기를나눠주신각분야의선배님들께감사드리며,앞으로도전국각지에서좋은자리가마련되도록노력하겠다”고말하며행사를마무리했다. 조수다는2021년5월개설이후꾸준히성장해올해로5년차를맞이했다.현재오픈채팅방최대인원인1500명을모두채운상태로,참여대기방을통해신규회원이순차적으로합류하고있다. 조수다는앞으로도정모를비롯해세미나,봉사,교육등다방면에서프로그램을준비하며조경인들이함께성장하는장을마련할계획이다.
“숲가꾸기가 산불 대응 해답?”…산림청 보도자료 ‘과학적 비약’ 논란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산림청국립산림과학원이지난5월14일배포한보도자료에서“대형산불대응,연료를줄이는숲가꾸기가해답”이라고밝힌데대해,과도한일반화와과학적근거부족을지적하는목소리가나오고있다. 자료에는미국,캐나다,중국등주요산림국의사례를들어숲가꾸기의효과를강조했지만,한국의산림과기후조건을고려한정량적비교분석이결여되어있다는점에서,정책홍보에과학이동원됐다는비판이제기된다. “답을정해놓고자료는없다”…숲가꾸기예산·연료량비교는공백 보도자료는미국서부지역에서솎아베기와처방화입을병행한결과,산불피해율이최대76%감소했다는분석과,캐나다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연료관리가항공진화와진입로확보에효과적이었다는사례를소개한다.또한중국에서는시뮬레이션결과숲가꾸기를통해산불피해면적이21%줄어든다고설명했다. 그러나제시된모든수치는국외사례에국한되어있으며,한국의산불피해지역과의연료량,강수량,숲가꾸기예산규모등의비교분석은빠져있다. 이에본지는산림과학원에▲국가별숲가꾸기예산▲산불취약지역의연료량데이터▲연평균강수량비교자료등을요청했으나,“확보된자료가없다”는답변을받았다.정책의효과를뒷받침할수있는국내데이터가부재한채,해외사례만으로보도자료가구성됐다는지적이불가피한대목이다. “한국은미국서부가아니다”…기후대·수림대다른데‘정책수입’? 보도자료의가장큰문제점은,생태·기후조건이전혀다른해외사례를국내에그대로적용하려한점이다. 홍석환부산대학교조경학과교수는“보도자료에인용된연구는연간강수량이200㎜안팎에불과한미국아이다호처럼극건조침엽수림을대상으로한모의실험”이라며“우리나라에는이러한산림유형이존재하지않으며,기후대자체가다르다”고지적했다. 실제로산림청이참고한논문인Brodieetal.(2024)의“Fireregimesandforestmanagementinhumidandsub-humidregions:Aglobalsynthesis”는다음과같이기술하고있다. “Mechanicalthinningandprescribedburnsarecommontreatmentsindrypineanddrytomoistmixed-coniferforeststoreducethepotentialforhigh-severitywildfire.Theseforestshistoricallyexperiencedlowandmixedseveritywildfireregimes,butexclusionofIndigenousburningandintentionalwildfiresuppressionintheUSWestcausedafiredeficitthatcreatedhighfuelloadsduringthelastcentury(Hagmannetal.,2021;KimmererandLake,2001).Furthermore,inmanyareas,historicalloggingremovedlarge,fireresistanttreesresultinginhigherdensitiesofsmall-diameterandfiresensitivetrees(Allenetal.,2002;Collinsetal.,2017;Knappetal.,2013).”_Brodieetal.,2024,ForestEcologyandManagement “기계적간벌과처방된연소는고강도산불발생가능성을줄이기위해건조한소나무림과건조~습윤혼합침엽수림에서일반적으로사용되는처리방식이다.이러한숲은역사적으로저강도또는혼합강도의산불이반복되는산불체계를가지고있었으나,미국서부에서는원주민의방화관행이배제되고계획적인산불진압이이뤄지면서산불부족(firedeficit)이발생했고,지난세기동안연료가과도하게축적되었다.더나아가,많은지역에서과거의벌목으로인해크고내화성이강한나무들이제거되면서,직경이작고화재에민감한나무들의밀도가증가하였다.” 논문저자들은이어이러한결과가특정기후대와산림구조에한정된해석이라는점도명확히언급한다. “Ourresultsdonotnecessarilyapplydirectlyoutsidethecontextofthisgeographicscope.”_Brodieetal.,2024 “우리의연구결과는반드시이지리적범위밖의지역에직접적용될수있는것은아니다.” 즉이연구는미국서부의건조침엽수림이라는특수한생태적·역사적맥락을전제로하며,이를한국처럼활엽수위주에습윤기후를가진산림에일반화해적용하기어렵다는점을연구자들스스로명시하고있다. 홍교수는이어“우리가비교해야할대상은일본을중심으로,미국동부의뉴욕,뉴저지,버지니아등기후대가유사한지역”이라며,“그러나보도자료는이러한구분없이침엽수중심의미국서부산림과한국산림을무리하게동일선상에놓고비교하고있다”고지적했다. 또한그는“일본은우리나라보다산림의연료량이훨씬많고,산림가꾸기예산은오히려극단적으로적음에도불구하고대형산불발생사례가거의없다”며,“이러한차이를설명하지않은채왜곡된주장만을반복하고있다”고비판했다. UNEP기후지도도“한국은예외적습윤기후…산불양상달라” 실제로UNEP(유엔환경계획)과Loboetal.(2023)이제작한세계기후대지도에따르면,산불이자주발생하고대형화되는지역은대부분건조(Arid)또는반건조(Semi-Arid)기후대에속한다.미국서부,호주내륙,지중해연안,몽골,북아프리카사막등이대표적이다. 반면한국은연평균강수량이1200~1500㎜에달하는전형적인습윤(Humid)기후대로분류되며,미국동부와유사한기후특성을보인다.그런데도한국은이례적으로산불이빈번하고대형화되는사례로,단순히연료축적만으로산불원인을해석하기어려운복합요인을지닌다. 홍석환교수는이에대해“습윤기후에서산불이반복적으로발생하고대형화되는국가는한국이거의유일하다”며“산불의원인을연료에만한정하는것은매우위험한단순화”라고경고했다. 또한“기후,지형,바람,인위적행위등다양한요소들이복합적으로작용하기때문에,건조기후지역에서효과적인대응방식이한국에적합하다는보장은없다”고강조했다. 과학없는결론…“공공정책에는정밀한검증이선행돼야” 무엇보다도문제가되는지점은,정확한분석이나국내실증없이‘숲가꾸기가해답’이라는확정적결론을보도자료제목에명시했다는점이다. 이는마치과학적검증이완료된정책인것처럼보일수있으나,실제로는외국사례를단순인용한수준이며,국내기후와산림조건을반영한정밀분석은결여된상태였다. 산림과학원은본지와의통화에서“보도자료는해외연구동향을요약한것이며,국가별비교자료나국내연료량데이터등은보유하고있지않다”고밝혔다.이에따라보도자료자체의정책적정합성과과학적기반이미흡하다는점이확인된셈이다. 홍석환교수는“과학적확실성이결여된상황에서정책메시지를먼저설정하고,이후에그에맞는자료를끼워맞추는방식은매우위험하다”며,“숲가꾸기의긍정적효과를과도하게일반화하기보다,한국의산림생태와산불발생특성에맞춘정밀한연구와실험이먼저이뤄져야한다”고강조했다.
황룡강변에 피어난 다섯 개의 정원 이야기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전라남도와장성군이주최하고안스그린월드가주관하는‘2025전라남도정원페스티벌’이지난9일부터18일까지장성황룡강지방정원일원에서열리고있다. 황룡강이라는생태적·역사적공간위에꾸며진이번행사는정원이라는매개를통해자연과사람,기억과현재를연결하는시도로주목받는다. 행사에는황지해,김명윤,박정아,박종완,서자유·박병훈등국내를대표하는정원디자이너5팀이참여해각자의철학과감성을담은작가정원을선보였다.다섯개정원은서로다른주제와미감을품고있지만,모두가자연에대한존중과시대를관통하는메시지를담고있다. ‘2025전라남도정원페스티벌’은황룡강이라는장소성과다섯작가의시선이만나,자연·시간·기억·사람이공존하는정원의철학을공간으로구현해낸행사다.자연이말을걸고,사람은그안에머물며,이야기는다음계절로이어진다. ◆황룡강의숨결을담은공간‘적멸의꽃’ 황지해가든디자이너·환경미술가 황지해작가의‘적멸의꽃’은황룡강의생명성과질서를공간언어로시각화한작품이다.장성사초,어리연,노랑꽃창포등강변의자생식물들이흐르듯배치되며,강바닥아래생명체들의질서있는공존을은유적으로담아낸다. 중앙의긴수로는강의흐름을상징하며,그옆의돌들은흐름속에서도흔들림없이살아가는생명의상징이다.구불진식재라인과비움의공간,마른강바닥을형상화한부분은자연의순환과소멸그리고다시움트는생명의시간을담아낸다. 황작가는이정원을통해“말로다표현할수없는생명의숨결”과“그곁을묵묵히지켜주는자연의위로”를이야기하고자했다.관람객은이곳에서정적인평화속에서도끊임없이움직이는생명의흐름을조용히감지할수있다. ◆흐름과질서를품은남도의정원‘필암심원’ 김명윤마이조경대표 김명윤작가의‘필암심원’은황룡강의생태적감성과남도의정취를담아낸정원이다.붓꽃,감둥사초,미나리아재비등자생식물들이자연스럽게배치되어강가생태경관을조화롭게구현하며,인위적인구조물은최소화했다. 중심의돌무더기와정자는강가의징검다리와쉼터를연상시키며,자연과사람을잇는매개체로작용한다.물가의흐릿한경계를형상화한수변식재,사계절의변화를담는단풍나무와수크령등은정원이시간의풍경을따라살아움직이는공간임을보여준다. 김작가는이정원을“자연의흐름을이해하고그것을실천적으로표현한공간”이라말하며,화려함보다고요함,구조물보다생명에집중하는남도의생태적정원관을드러낸다. ◆자연과사람이머무는시간의정원‘시절인연(時節因緣)’ 박정아디알에이디자인그룹대표 박정아작가의‘시절인연’은자연과사람이맺는조용하고따뜻한인연을주제로한정원이다.강변을따라유연하게펼쳐지는동선과식생배치는사람의발걸음과꽃,바람이어우러지는감성적풍경을형성한다. 자연석과낮은돌담,흐드러진꽃,부드러운산책길은사계절의흐름속에서매순간다른감정을불러일으키는정서적쉼터가된다.특히이정원은도시와자연의경계에놓여있음에도불구하고,그경계를흐리게하여마치일상의틈새에서자연을마주하는느낌을준다. 박작가는“이정원이인연처럼다가와조용히곁에머무는공간이되길바란다”며,자연을사유하고사람을치유하는정원의본질을회복하고자했다. ◆따뜻한생명력을품은풍경‘물,바람그리고정원’ 박종완플레이스랩기술사사무소대표 ‘물,바람그리고정원’은남도의햇살과생명의기운을노란빛이라는키워드로풀어낸정원이다.박종완작가는연한노란색의수종과초화류를중심으로,자연석과식물,곡선형동선을통해따뜻하고긍정적인분위기를연출했다. 동선은햇살이퍼지듯펼쳐지고,징검다리포장은자연속을걸으며공간을경험하게만드는장치로작용한다.강과산,하늘이어우러진열린풍경은이정원이자연과조화로운감각을잃지않고‘함께숨쉬는공간’임을상기시킨다. 박작가는이정원을“햇살처럼마음에따뜻하게내려앉는공간”이라표현하며,위로와희망을주는정원의감정적역할을강조한다. ◆기억을걷는정원,황룡강의시간‘강의이야기’ 서자유전남대학교조경학과교수&박병훈경관연구소피에이치앤대표 ‘강의이야기’는황룡강변동학농민운동의기억을기념하고되새기는역사정원이다.서자유·박병훈작가는반복되는철제아치구조를중심으로,자유·평등·평화를상징하는‘원탁정원’을구성했다.이는동학의평등사상이꿈꿨던둥근세상을시각화한장치다. 정원의한켠에는검은바위로구성된바위정원과작은돌탑,그리고장태를재해석한‘장태쉘터’가배치되어있다.이는동학군의희생과생명,저항의흔적을담은기념공간이다.또한안개정원구간은황룡강전투당시의긴장감과불안한풍경을상징적으로표현한다. 두작가는“정원을꾸미는것을넘어,땅이기억하고강이간직한역사를사람들에게전하는공간”이라며,살아있는역사교육의장이자사유의공간으로서의정원역할을제시하고있다.
‘남도정원’의 정취 가득, 황룡강 따라 펼쳐지는 다채로운 K-가든
[환경과조경김하현기자]꽃물결이흐르는장성황룡강을따라남도인들의삶과역사가담긴정원이펼쳐졌다. 전라남도와장성군은지난9일황룡강일대에서‘2025전라남도·장성군정원페스티벌’의막을올렸다.올해처음으로열리는이번페스티벌은정원문화산업의세계화를목표로,정원이가장아름다운5~6월남도의자원을활용해정원관광기반을구축하고자개최됐다. 특히전남을대표하는꽃축제인‘장성황룡강길동무꽃길축제’와‘나들이객맞이’등을연계해더욱풍성하고다채로운‘남도K-가든페스티벌’로마련했다. 이날행사는테이프커팅식,정원오프닝행사,내빈소개,시상식,개막선언,환영사및축사,개막퍼포먼스,축하공연,불꽃놀이순으로이어졌다. 개막식에는김영록전남도지사,이개호국회의원,강기정광주광역시장,김한종장성군수등정계인사를비롯해도민과관광객등5000여명이참석해성황을이뤘다. 먼저정원페스티벌참여정원우수작에대한시상이이뤄졌으며,관광기념품공모작과고향사랑기부기탁식도함께진행됐다. 김영록전남도지사는“아름다운황룡강에서무려24년이란긴역사를자랑하는장성황룡강길동무꽃길축제와,장성뮤직페스티벌,남도정원의멋을세계에알릴남도K-가든페스티벌이함께열려뜻깊다”고축사를전했다. 또한“순천만국가정원이국내제일의관광지가되고,뉴욕한복판에미국에하나뿐인한국전통정원‘애양단’이문을여는등전남이시작한정원문화산업은말그대로대한민국정원문화를완전히바꿔놨다”며“오는2027년남도정원비엔날레를개최하고,전국최초로도립정원도새롭게만들계획”이라고강조했다. 김한종장성군수는환영사에서“이번‘전라남도정원페스티벌’이정원문화의확산과황룡강발전가능성을모색하는소중한계기가될것으로기대한다”면서“추후사계절감상이가능한정원을황룡강일원에확대조성할계획”이라고밝혔다. 이번페스티벌은‘남도정원,남도인의삶이담긴정원’을주제로,오는18일까지운영된다.황룡강힐링허브정원인근1.5㎞구간을따라대표정원,작가정원,시민참여정원이설치돼총25개의정원이관람객을맞이하고있다. 대표정원‘적멸의꽃’은세계적으로인정받고있는황지해작가가참여해장성사초,백양꽃등강변식물을활용해황룡강의생명력을시각적으로표현했다. 작가정원은초청작가전으로,김명윤작가는여뀌,붓꽃,미나리아재비등남도자생식물로자연그대로의모습을여과없이드러내는‘필암심원’을선보였다. 박정아작가의‘시절인연’은정원과산책길,벤치,돌담등을배치해자연과사람의인연을은유적으로나타냈다. 박종완작가의‘물,바람그리고정원’은노란색을지닌식물들과부드러운동선을활용해따스하면서도희망찬에너지를전한다. 서자유·박병훈작가의‘강의이야기’는안개정원,장태쉘터,바위정원등으로공간을구성해1894년동학군이관군을상대로첫승전을기록한황룡촌전투의역사성을담았다. 이밖에도수공예품,도자기등남도의감성을담은상품들이가득한‘가든플리마켓’에서는미니정원만들기,꽃갈피만들기등다양한체험프로그램도만나볼수있다. 한편정원작품들은오는6월30일까지전시돼페스티벌종료후에도관람가능하다.
[조경논단]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커피를마시던후배가뜬금없는질문을던졌다. “그런데,우리잘하고있는것일까요?” “갑자기무슨소리야.요새제일잘나가는조경가께서.” “10년전에모여서조경판을다바꿀것처럼말했잖아요.그동안뭐가달라졌나해서요.” 10년전젊은조경가들20명정도가모였다.기성조경에대한저마다의불만을토로하고다같이모여무엇인가를같이하기로했었다.“조경이상”이라는이름을붙이고대학특강시리즈,공모전비평,프로젝트공유,오픈오피스등늘돌아가는일외에우리가하고싶은것을같이했었다.대부분30대였다.회사에서아직소장도아닌팀장급들,이제막독립해서회사를시작한사람들,유학을갔다한국에들어와앞길을모색하던이들도있었다.학번으로치면90년대중반부터2000년대중반학번들이었다.예전에국립현대미술관에서1987년부터1997년까지현대건축을조명한전시회가있었다.‘종이와콘크리트‘라는이전시에서는87년민주화운동에서97년IMF까지의상징적사건을기준으로한특정세대를구분했었다.한집단의세대구분은저마다의기준이다르기때문에엄정한정의가어렵기는하다.물론편의상의개념이기는하지만특정한경험과기억을공유하는공통적인특징을가진세대가없다고하기는어려울것같다.X,M,Z세대처럼최근한국사회의세대를15년단위로구분하는것이일반적이니,이를조경에적용해보자면다음과같을것이다. 일단한국조경의시작을공식적으로대학에조경학과가만들어지고정부에조경관련직책이만들어진1973년이라고하자면,한국조경학과성립이전에활동한조경인을1세대,조경학과원년인73학번부터90학번까지가2세대,90학번부터05학번까지가3세대,그이후가4세대라고해도될것같다.오휘영,유병림,이규목,임승빈,이경재와같은조경학과의초대은사님들과우리나라첫조경가이교원,정영선이이끌었던1세대는조경이라는개념도없던이땅에조경을개척했던세대였다.그이후조경학과를졸업하고학교에서학문적,교육적,정책적틀을정립한교수들과소위지금도조경설계를이끌고있는메이저회사들을구축한조경가들의2세대.그리고조경이양적,질적으로가파르게성장하던90년대후반부터2000년대후반까지학교를다녔고이제중견으로올라서고자하는3세대.굳이건축전시회처럼의미있는사건을기준으로삼자면,한국경제와사회구조를근본적으로바꾼IMF가찾아온1997년언저리부터,이후국제적상황과경제적패러다임의변곡점이되는리만사태와베이징올림픽의2008년전후에조경에입문한세대가3세대일것이다. 자평을하자면우리3세대는축복과동시에저주를받은세대였다.조경의정체성조차모호했던,아직건축,토목,건설에모호하게조경이종속되어있었던선배들과달리3세대가조경을공부할시기에는구색을갖춘조경의판이만들어져있다.국가경제와건설산업의가파른성장을하던마지막시기였고,그에맞추어조경분야의미래도밝아보였던시기에학교를다녔다.가슴한편에는불완전한꿈과희망이있었다.결정적으로조경가를꿈꾸는우리에게는명확한롤모델이있었다.롤모델에따라우리는두가지다른방향으로미래를준비하였다.국내의조경설계를주도하던선배들의회사에들어가언젠가그와같은회사를만들겠다고마음먹은이들.그리고2000년대초국내에혜성같이등장한정욱주,김아연이라는유학파설계교수와같은시기한국에금의환향한유학파조경가오피스박김의영향을받은이들.이때문에사람들은3세대를굳이국내파와유학파로나누어구분하기도한다.그러나한편으로롤모델이있다는것은저주이기도했다.틀을잡았다는것은새로운세대가끼어들기어렵다는것을의미한다.선배들에게펼쳐진모든것이기회였다면,우리에게선배들이먹지않을계륵같은기회밖에는남아있지않았다.선배의회사에서경력을쌓아독립하려해그일을빼앗아와야하는데막강한포트폴리오와조직력을갖추고시장을장악한선배들과경쟁은요원해보였다.과거에유학을갔다온사실만으로대접받았다면유학파의과잉공급속에서실력이상향평준화된국내시장에서해외경험이라는딱지는의미가없게되었다.심지어개발의시대가막을내리고일의총량도줄어드는상황이었다. 10년전우리를지배하고있던것은일종의위기의식이었다.그러나한편으로그위기의식의이면에는근거없는자신감도있었다.국내에서실력을쌓은이들은대부분의설계회사에서없어서는안될중추의역할을하고있었고,소위유학파들은단순히유명대학의졸업장만을딴것이아니라해외의저명한회사들에서에이스로인정받을만한경험을쌓고귀국했다.우스갯소리로조경설계를하고자하는사람의수나실력으로보면한국조경이시작된이래가장전성기가아냐고농담을하기도했다.그래서아직기회없을뿐,조건이갖추어지면금세선배들을뛰어넘어새로운조경의지평을열수있을것만같았다.상기된열병같은불안함과자신감이섞인욕구불만의욕망은긍정적인힘으로변환되어발산될때만기다리고있었다. 그래서지금우리는무엇이되었는가?지난우여곡절끝에10년간우리는자리를잡았다.누군가는교수가되었고,누군가는회사를열었다.기존회사에남아프로젝트를주도하는이들도있다.아직3세대조경가들이발을들여놓기어려운판들도존재하지만,공모전에서두각을드러내었으며,사회에서인정받기시작했으며,안정적으로프로젝트를수주하며회사를궤도에올려놓았다.이제10년전우리가부러워했고따라하려했으며극복하려했던선배들의나이에가까워졌다.기성이라고하기엔애매하지만그렇다고젊다고하기에는애매한나이에접어들었다.10년전우리가호기롭게선언했던모습과아주다르지는않지만기대했던것,그대로의모습은아니었다.미생(未生)은아니지만완생(完生)도아닌불완전한조경가였다.성공의기준은상대적인것이기는하지만선배들과비교했을때우리는아직도미완의조경가처럼보였다.시대적상황이다르다고하지만선배들은같은10년동안우리와비교할수없을정도로회사를성장시키고선유도공원,서울숲,경의선숲길,북서울꿈의숲과같은굵직한프로젝트들은만들어내었다.유학을함께했던동료들과비교해도우리는아직미완이었다.같이밤을새우던중국과태국의친구들은국제적으로주목받는차세대조경가가되어이제그들의프로젝트를사례로쓰고있다.호기롭게당장에라도넘어설수있을것만같던선배들의설계도넘어섰다고보기어렵다.과거의설계라고함부로재단했던선배들의설계는한층깊이가더해지고앞으로나아갔으며,예전에정도의차이라고생각했던것은사실다름의차이였음을깨닫게되었다.오목공원공모전에서박승진의설계는누가보아도모든설계안중가장최선의정답을보여주면서도새로웠으며,국회대로상부공원의최신현은개념과시스템이라는틀에현혹되지않고자신의작업의연장선상에서현실의이상적공간들을보여주었다.여전히오피스박김의감각은그어떤조경가보다새롭고,신선하며,가장국제적무대에서경쟁이가능한조경을만들어나가고있다. 우리는우리선배들의조경에서얼마나나아갔는가?시장은정직하다.여전히우리나라최고의프로젝트는1세대조경가정영선의서안을찾는다.우리는과거와는다른새로운설계를하고있는가?저마다의감각과색깔은존재한다.그러나대중들이,언론이,클라인트가인지할만큼의차이가존재하는가?할말은있다.회사를운영해보니과거불합리하다고생각했던선배들의행태가실상은생존을위한합리적인판단이었다는이해하게된다.해외에서일할때왜저것밖에하지못하냐고비판했던설계가주어진조건에서의최선이었다는것을알게된다.발주처의어처구니없는요구를단칼에거절하자니다음번수주가염려된다.매일매일회의에,협의에불려가다보니막상펜을잡고디자인을고민한시간이없다.그리많지도않은직원들인데모두를만족시키며이끌어나가는것이버겁기만하다.디테일에좀더신경을쓰고,다시한번수정해완성도를높이고싶지만이미남아있는시간과설계비는없다.공사비는다시한번삭감되고,아무리아이디어를내보아도제일저렴한재료와공법말고는대안이없다.도움도안되는자문과심의를거치면서처음의개념은사라지고누더기같아져버린설계안이내앞에놓여있다.한국조경의새로운방향과미래?10년전패기있게외치던말들은이제와철없는공허한외침처럼들린다.하루하루일을처리하기도버거운데그런이상이니,꿈이니하는말들은사치스러운말장난같이느껴진다. 그런데생각해보면,그누구도여유가있었던적은없다.어떤시기에도허덕이지않았던순간은없었다.정영선은늘여유가있어하고싶은설계를했는가?박승진은큰회사를만들어조직력을갖추고일을하는가?동심원과CA에는알아서클라이언트들이일을들고줄을서있는가?제임스코너는늘모두의박수를받으며성장했는가?Z+T의장동과탕지잉의성공은중국경제의성장때문에손쉽게얻어진것인가?사실힘겹다는것과꿈을꾼다는것은아무상관이없다.오히려결핍이없는자들은꿈을꾸지않는다.모든것이여유롭다면아무것도바꿀이유가없다.생각해보라.그대가가장큰꿈을꾸던때는사실그대가가장초라하고무력했을때였다.더이상꿈을꾸지않는다면,그것은어떤피치못할상황이나사정때문에꿈을꿀수없게된것이아니라그대가꿈을더이상꿈을꾸지않기로했기때문이다.이를반대로말하면,꿈을꾸기원한다면바로지금이순간꿈을다시꿀수있다.꾸어야할꿈은새로운한국조경의방향을제시하고,세계적으로유명해질그런작품을하는것이아니다.조경을해보니생각보다찬란하지도,쉽지도,영광스럽지도않다.어린시절꿈꾸었던조경보다꾸질꾸질하기도하고,늘아쉽기도하고,매일매일힘겹게꾸역꾸역해나가는느낌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내가조경을하는지를생각해보면,그것은내가하고싶은조경이있기때문이다.10년우리가모여서떠들었던것은사실엄청난대의가아니라각자내가하고싶은조경에대한이야기였다.그리고우리가혹시라도잃어버린꿈이있거나,되찾아야할꿈이있다면아마도우리가진정하고싶은조경이라는꿈일것이다.이제현실이마냥이상적이지않다는것을깨닫고,자신감에겸손함이더해지고,그래도예전보다좀더할수있는것이많아진지금,우리는다시한번지금우리가해야만할조경이아니라,저마다하고싶은조경을생각하고서로나누어야한다.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조경학과교수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용산공원 조성, 통섭적 사고로 진화해야”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용산공원은뉴욕센트럴파크의단순한모방이아닌,전혀다른‘유전형질’을가진한국적공원이어야한다.” 조세환한양대학교명예교수(한국조경학회고문,포럼명예의장)는지난2일서울강남구한국과학기술회관소회의실에서열린‘용산국가공원포럼발기·창립회의’특별발제를통해용산공원조성이나아가야할미래방향성과공공성,철학의필요성을설파했다. 조세환명예교수는센트럴파크의역사적배경을언급하며,“센트럴파크는산업화시대의유물이며도시속‘녹색섬’으로설계됐다.그러나용산공원은그와다른역사와환경,복잡한사회적맥락을품고있다”며“쌍둥이처럼보일수있지만전혀다른유전형질을가진공원으로봐야한다”고말했다. 이어서용산공원이지닌역사적깊이와공간적확장성을강조하며,단순한휴식과자연감상의공간을넘어,복합적인생태·사회·문화적요소가어우러지는‘과정의공원’으로진화해야한다고주장했다. 조교수는현재까지진행된용산공원관련연구와계획들이대부분분야별로나뉘어환원적으로접근된한계를지적했다.지금껏“우리가계획한것은단지공간을나눈것일뿐,생명을불어넣지못했다”고언급하며,공원전체를하나의‘생명체’처럼보고통섭적사고로접근할필요성을역설했다. 이를위해조세환명예교수는용산공원이“도시와분리된섬이아닌,도시와연결된유기체로서공존하고흐르는공간”으로설계돼야한다며,‘문화적에코톤(완충지대)’의개념을도입해도시와공원사이의물리적,정서적경계를허물어야한다고강조했다. 포럼창립특강에서는센트럴파크가직면한한계를극복하기위한세계주요공원들의사례도소개됐다.시카고의밀레니엄파크,파리의라빌레트공원,도쿄의아자부다이힐즈등은모두공원과도시의융합을통해새로운공공성과도시활력을실현한대표적사례로언급됐다. 조교수는“이제공원은고정된구조물이아니라시대변화에따라유연하게조정될수있는‘전략계획’의대상으로바뀌어야한다”며“물리적치유를넘어창조와극복의공간으로설계돼야한다”고강조했다. 조세환명예교수는포럼의역할에대해“국가주도의일방적계획을넘어서,민간과시민,전문가가유기적으로연결되는지식생산과공유의‘시냅시스’가되어야한다”고주장했다.포럼은시민의식과공공가치를담는플랫폼으로서,용산공원이시대에따라끊임없이변화할수있도록지식적토대를마련해야한다는것이다. 조세환명예교수의특강은단순한공원설계나조성의문제를넘어서,도시와공공성,생태와문화,미래세대의삶에대한깊은철학적질문을던졌다.그는마지막으로“용산공원은치유의공간을넘어,창조의공간으로나아가야한다”며,공원과도시가함께살아숨쉬는대한민국의새로운모델을제시했다.
“용산공원, 시민과 전문가 잇는 다리 놓는다” 용산국가공원포럼 창립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용산공원의조성및운영·관리과정에서공공성과전문성,사회적소통을강화하기위한‘용산국가공원포럼’이공식출범했다. ‘용산국가공원포럼’발기인들은2일서울강남구한국과학기술회관소회의실에서‘용산국가공원포럼발기·창립회의’를열고조직구성과향후활동방향을공유했다.이번포럼은공공과민간,국내와국외를연결하는플랫폼으로서,용산공원에대한지식생산,정보공유,담론형성,시민홍보등다양한분야에서기여하고자창립됐다. 창립총회에서는김홍렬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전무가초대의장으로선출됐으며,조세환한양대학교명예교수(한국조경학회고문)가명예의장,권도엽전국토교통부장관이명예고문을맡기로했다.한국조경학회장,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한국도시설계학회장,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한국조경협회명예회장,대한전문건설협회조경식재·시설물협의회회장은당연직고문으로참여하게됐다.이외에도김남만선진건축·엔지니어링부서장,김성하경기연구원AI센터장,이건원고려대학교교수등주요임원진이함께구성됐으며,자문위원단도위촉돼조직의중추적역할을담당하게된다. 김홍렬용산국가공원포럼의장은인사말을통해“용산공원조성과정에서민간차원에서협력하고,민·관이함께다양한프로그램을개발하며,공원조성과관련한최신지식과정보를나누고자하는꿈이있었다.이꿈이실무경험과학문적관심을통해구체화되며결국오늘의포럼창립이라는결실로이어졌다”고밝혔다. 그는자신을“용산김씨의시조”라자칭할만큼용산공원조성업무에깊이몰입해온경험을회고하며,“포럼이용산공원을글로벌공원,대한민국의상징적공원으로성장시키는데기여할수있도록최선을다하겠다”고포부를전했다. 이어진축사에서는조세환한양대학교명예교수(포럼명예의장)가“용산공원은뉴욕센트럴파크에필적하거나그이상으로평가받을수있는상징적공간”이라며,“그럼에도불구하고지난38년간제자리걸음을면치못하고있는실정속에서,이포럼이시민사회와용산공원을연결하는중요한계기가될것”이라고강조했다. 권도엽전국토교통부장관(포럼명예고문)은“이포럼이국내도시공원·조경은물론세계도시공원분야발전을선도하는플랫폼이되기를기원한다”고격려사를전했다. 배정한한국조경학회회장은용산공원조성의역사적맥락을짚으며,“기지반환부터국제공모,기본계획,국민참여단운영까지오랜시간이흘렀지만여전히공원화계획은불안정하다”며“포럼이조성정상화를위한사회적논의의중심축이되어주길기대한다”고밝혔다.특히“참여의과정이곧역사가되는공원”이라는과거국민참여단의제언을인용하며,미래세대에게줄수있는공원으로의방향성을강조했다. 최봉문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회장은“용산공원이상징성을제대로구현하기위해서는시민의관심과전문가의긴호흡이결합되어야한다”며,“용산뿐만아니라전국의녹지와공원이장기미집행등으로훼손되지않도록포럼이더넓은역할을해주길바란다”고당부했다. 박태원한국도시설계학회회장은“도시의공원은도시의수준을반영하는지표”라며,“용산공원은서울의로컬성과글로벌성을아우르는복합적상징공간으로,포럼이그그랜드디자인을논의할중심무대가되기를바란다”고말했다. 행사3부에서는조세환명예교수가‘뉴욕의센트럴파크를넘어:한국의용산공원다음을향한길고긴항해’를주제로특별강연을진행하며포럼의비전과역할을제시했다. 이번행사는용산국가공원포럼이주최하고,한국조경학회,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한국도시설계학회가후원했으며,희원조경이협찬했다.포럼은향후학술연구와정책제안,국내외전문가네트워크형성,시민참여확대등의활동을통해용산공원의미래비전을함께구상해나갈계획이다.
  • 환경과조경 202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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