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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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퍼니처] 토인디자인
-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쉼 흔히 현대 도시의 삶을 표현할 때 생존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지만 생존의 반의어를 생각하면 선뜻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현대 도시에서 생겨나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에너지의 응축을 해소하려는 조치로서 생겨났으며, 치유의 개념을 가진 대표적 도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현대 도시엔 생존보다 치유가 필요하다. 도시는 특유의 기능과 화려한 겉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만 한다면 존재가 지속될 수 없다는 걸 도시의 구성원은 이제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멈춰야 할지, 어떻게 쉬어야 할지 막막함을 느낄 때도 있다. 답답한 일상이나 생업에서 벗어나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를 ‘쉼’이라 부르지만 쉼의 형태는 사람들의 개성만큼 다양하고 계속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쉼’의 형태와 랜드스케이프를 결합하는 퍼니처를 연구하며, 자연과 가까워지려는 인간의 행위가 불편하지 않게 현대인의 생활상을 적절히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이는 조경이란 분야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모두를 수용하는 유니버설 누구에게나 평등한 사회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사회의 최종적인 진화 형태이며 모두가 힘을 합쳐 마땅히 도착해야 할 종착지다. 하지만 현실은 추구하는 이상과는 거리가 멀고 21세기로 넘어온 지 20년이 지난 현재도 쉽지 않은 문제다. 예를 들어 조경 시설에 흔히 적용되는 계단은 휠체어로 진입할 수 없고, 테이블, 벤치 등 시설의 높이가 모든 사람이 사용하기에 적당한 높이인지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일률적인 간격의 자전거 거치대는 다양한 크기의 자전거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접근법이 중요하며, 이러한 것이 모든 종류의 의사 결정에 당연히 포함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환경과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사용자들을 최대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환경과조경443호(2025년 3월호)수록본 일부 토인디자인은 토털 스트리트 퍼니처 디자인 브랜드로 트렌드를 고려한 현대적 감성의 디자인을 추구하며,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자연을 보존하는 동시에 이용자에게 기능성과 편안함을 제공하며 빠르게 변해가는 삶의 방식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수용할 수 있게 돕는 스트리트 퍼니처를 만든다. 궁극적으로 주변 환경과 사회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용자들의 이용 패턴을 연구해 지속가능한 인간의 쉼과 삶을 위한 디자인을 구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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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다
- “자연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내게는 들려온다. 그런 감각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각주 1) 자연의 소리를 화폭에 어떻게 옮길지 고민한다는 구순의 노 작가의 말이다. 이는 작가의 예술 세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서울시립미술관은 2024년 12월 12일부터 2025년 2월 9일까지 한국 구상 회화사의 발전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한 박광진 개인전 ‘자연의 속삭임’을 개최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과 작가의 대표작 중 117점을 선별해 네 개의 섹션으로 나눠 선보였다. 첫 번째 섹션 ‘탐색: 인물, 정물, 풍경’에서는 한국 구상 미술의 대표 화가 이봉상, 손응성, 박수근 등의 영향을 받으며 여러 소재를 대상으로 예술적 방향성을 모색하는 과정을 다룬다. 두 번째 섹션 ‘풍경의 발견’에서는 작가가 점차 풍경화에 관심을 기울이며 포착한 여러 경관을 살펴본다. 세 번째 섹션 ‘사계의 빛’에서는 작가가 196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그린 한국의 순수 자연을 섬세한 빛의 묘사를 통해 사실적으로 담아낸 풍경화를 선보인다. 네 번째 섹션 ‘자연의 소리’에서는 1990년대 이후 작가가 제주에서 자생하는 억새와 유채를 대상으로 집약되고 응축된 화면을 보여주고자 새로운 구상 미술의 가능성을 여러 측면에서 모색했던 시기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탐색: 인물, 정물, 풍경 박광진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사이 한국 아카데미즘의 영향 아래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예술적 방향성을 모색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수채화에 매료된 그는 서울 사범학교에서 이봉상에게 수업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미술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각주 2) 그의 첫 유화 작품인 ‘창경원 입구’(1952)는 이봉상이 사용한 캔버스에 덧그린 것으로, 스승의 색채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1954년 홍익대학교 미술학부에 진학한 박광진은 비원파 창시자인 화가 손응성에게 사사하며 예술적 정체성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손응성의 영향을 받아 불상, 자기, 꽃 등과 고궁을 소재로 작품을 그렸다. 그는 손응성의 그림 보조로 박물관에서 사생하던 중 고미술품 전시실을 배경으로 반가사유상과 기마인물형 토기, 청동 정병 등을 묘사한 ‘국보(國寶)’(1952)를 완성했다. 이 작품으로 제6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차지하며 미술계에 등단했다. 박광진은 옛 문화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궁궐을 택했고, 이곳에서 사생을 시작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전당포, 담배 가게, 일제강점기부터 수제화 거리로 알려진 염천교 다리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풍경을 찾았다. 특히 그는 이웃이었던 서양화가 박수근과 교류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 인터뷰(각주 3)에서 박수근이 초가집이나 농부를 많이 그릴 때, 자신은 홍익대학교 근방을 사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그렸던 ‘담배가게’(1956)는 유화를 활용해 홍익대 학생들의 담배를 사기 위해 들렸던 초가집 노점을 담은 졸업 작품이다. 더불어 이 시기에 그는 보문동과 혜화동 등 여러 장소를 다니며 인물과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보문동 전당포’(1956)는 당시 많은 작가가 물감을 살 돈을 구하기 위해 자주 찾았던 곳으로, 그들의 일상과 생활 감정을 반영했다. 작가의 시선과 재료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닭장, 토끼장 같은 향토적 소재를 활용하고, 자화상(1964),(각주 4) 여성 좌상 등을 그리며 고전주의, 인상주의, 사실주의 화풍을 시도했다. 고색(古色)을 사용하거나, 건필로 색을 덧바르거나, 붓질의 속도에 변화를 주는 등 여러 기법을 실험했다. 특히 그는 ‘파고다 탑’(1957), ‘해바라기’(1961) 등에서 주변을 생략하고 가까운 대상이나 그 일부에 집중했고, ‘토끼장’(1962)에서는 가축우리의 사각 격자무늬 구도를 사용해 전통적 원근법에서 벗어난 독특한 시선을 선보였다. 이는 이후 작품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환경과조경443호(2025년 3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전시 제목 ‘자연의 속삭임’은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비롯됐다. 2. 박광진은 서울 사범학교 재학 당시 이봉상 외에도 서양화가 권옥연, 류경채 등의 미술 수업을 수학한 바 있다. 3. 서울시립미술관, 박광진 화백과의 인터뷰, 2024년 10월 31일. 4. 유일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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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재현, 권력의 탐구
- 전시장 하나를 상상해보자. 관객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눈길을 외면하는 작품들, 무심하게 툭 펼쳐져 있어 의도를 알 수 없는 공간들, 안내판 하나 없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놓여 발견조차 어려운 설치물들. 이런 전시장을 활보하다 보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간 방문했던 전시장들이 어땠는지 회상하며, 관객과 작품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이어 깨닫는다. 관객이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듯, 작품 또한 관객에게 반드시 친절히 제 의도를 보여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처럼 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사실을 뒤집는, 체계와 조건의 전복은 엘름그린(Elmgreen)과 드라그셋(Dragset)이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다. 이들은 전복을 통해 그 안에 내제된 권력의 구조를 탐구하는데, 그 매개로 ‘장소’를 애용한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지하는 공간과 구조물, 그리고 이에 주어진 기능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다양한 의미와 위계질서가 파생되는 현장이라는 인식과 의심에서 비롯”(각주 1)된 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이번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 ‘스페이스(Spaces)’(2024. 9. 3. ~ 2025. 2. 23)의 전시명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올해는 1995년부터 아티스트 듀오로 작업해온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이 협업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스페이스 전은 둘의 공간 작업을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 제목에 어울리도록 실제 크기에 버금가는 대형 수영장, 집, 레스토랑 자체를 전시장에 들였다. 누군가는 실제와 같은 공간을 전시장에 옮기는 게 과연 예술이냐 물을 수도 있다. 이에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답한다. “우리는 균질화된 전시 공간을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전환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본래 정체성을 위장시킨 새로운 조건과 상황에서 작품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각주 2) *환경과조경443호(2025년 3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엘름그린 & 드라그셋 개인전 ‘어댑테이션(Adaptation) 소개글 중 2. 탁영준, “엘름그린 & 드라그셋 작품 속 신체와 공간”, 『신세계 매거진』 44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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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조경
- 지난 2월 19일, 그룹한빌딩 2층 환경과조경 세미나실에서 제7회 젊은 조경가 원종호 소장(JWL)의 온라인 토크쇼 ‘보이지 않는 조경’이 개최됐다. 유튜브 생중계 형식으로 열린 토크쇼는 1부 강연, 2부 질의문답 순으로 진행됐다. 강연은 간단한 자기 소개로 시작됐다. 원종호는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조경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대학원 졸업 후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 현대건설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에 합류한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서 토크쇼 제목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특집 ‘조경가 원종호’(『환경과조경』 2025년 1월호)의 다섯 가지 키워드는 설계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와 제 동료들이 추구하는 비가시적인 작업을 가장 잘 드러내는 키워드”라며 직관적이고 단순한 개념과 배치, 사소한 생각과 조형의 가능성, 크래프트, 관성에의 저항, 팀워크, 협업의 힘에 대해 말했다. 원 소장은 상암동 JTBC 신사옥, 성수동 코너 50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그가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누군가 우리의 프로젝트를 보고 ‘설계한 게 뭐가 있어?’라고 묻기도 하지만, 많은 고민과 생각의 결과물이다. 개념과 배치를 풀어가는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주로 단순하고 직관적인 개념과 배치를 활용하며, 직선이나 돌과 수목 캐노피를 통해 공간의 구조미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환경과조경443호(2025년 3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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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웃거리는 편집자] 빛나는 북극성을 향해
- 하마터면 금 기자가 아니라 금 주사나 금 선생이 될 뻔했다. 취업 준비 시절 지인은 섬마을 시골 분교 국어 선생님 관상이라며 내게 선생님을 권유했다. 고향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아버지는 내게 백수의 삶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는 면사무소 주사가 되기를 원하셨다. 모두 훌륭한 직업들이지만, 이상하게도 끌리지 않았다. 시골의 감성을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각종 놀거리와 볼거리가 넘쳐나는 서울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말은 제주로 가고,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속담을 핑계 삼아 서울의 삶을 계속 영위하고 싶었다. 이러한 내가 기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인터뷰’ 때문이었다. 아는 선배의 권유로 웹진의 대학생 에디터로 잠깐 일하며 인터뷰 기사를 써볼 수 있었다. 당시 지금처럼 힙하지 않았던 한 동네의 카페들을 팝업 스토어로 활용한 전시에 참가한 예술가를 인터뷰하는 꼭지를 맡았다. 내밀 명함조차도 없는 초보였지만 열심히 그들을 인터뷰했다. 밥값이나 벌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참 즐거웠다. 버려진 철사로 만든 설치물로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달하는 설치미술가, 명상과 숨소리에서 영감을 얻는 화가, 문 닫은 동네 공장의 문을 추상화처럼 담아낸 사진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서사도 흥미로웠지만,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열정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 울림이 기자란 일을 선택한 계기 중 하나가 됐다. 마치 숲에서 오랫동안 헤매다 마침내 길을 안내하는 북극성을 발견한 기분이라고 할까. 기자가 된 이후에도 그 시절을 떠올리며 새로운 북극성을 찾는 마음으로 인터뷰집을 꾸준히 모아왔다. 그중 좋아하는 책을 한 권 꼽자면 바로 『일하는 예술가들』(2018)이다. 소설가 강석경이 장욱진, 김중업 등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추구했던 근현대 예술가의 철학과 작업을 섬세한 언어로 풀어 낸 인터뷰집이다. 잠언집이라 해도 좋을 만큼 밑줄 치고 싶은 예술가들의 답변이 많지만, 그보다 인터뷰를 소설처럼 풀어낸 방식이 더 흥미로웠다. 정확히는 소설처럼 인물의 삶과 서사를 해체했다고 할까.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서 말하지만, 오롯이 그 사람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삶에 작든 크든 영향을 주었던 주변인들을 소설의 등장인물처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복선을 활용해 서사를 구성했다. 또한 인터뷰란 장르의 특성을 놓치지 않고 자기만의 해석을 더해 한층 더 입체적으로 인물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가령 단순한 도상에 오롯이 집중하며 그림을 그렸던 장욱진의 미학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생략의 예술가로 자주 얘기 된다. …… 춤은 언어의 생략이고, 시는 산문의 생략이며, 소설은 인생의 생략이다. 그림은 마음의 생략이라고나 할까.” 문득 세심한 언어로 탁월한 해석을 내놓았던 작가에게 열다섯 명의 예술가를 만난 후의 소회를 묻고 싶었다. 이제는 하나의 역사가 된 거장들의 작업과 철학을 육성으로 들으며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했다고 할까. 그 답변을 서문에서 어렴풋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물은 깊은 밤에도 저 혼자, 혼자 흘러내리며 자신을 정화시킨다. 끊임없이 흐르면서 맑음, 자기본질을 지키는 물의 속성을 닮고 싶다. 예술가란 바로 세상의 가치에 안주하지 않고 물처럼 쉼 없이 자신을 씻으며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이번 호 특집(16쪽)은 이처럼 건축과 조경 분야에서 ‘일하는 예술가’들을 모아 공모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공모의 본질에 대해서 살펴봤다. 이를 통해 잠시나마 공모의 본질과 공모의 미래 방향에 대해서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탈도 많고, 문제도 많고,숙제도 많다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을 야기하는 문제를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도외시하거나, 남들도 다 한다는 이유로 도의를 저버린 수단을 강구하고, 세상의 불의에 적당히 타협하면서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더 어두워진다. 그래서 이번 특집이 어긋나버린 공모의 문제를 직시하고, 좋은 공모, 나아가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목적지로 가는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라본다. 어두울 때 가장 빛나는 북극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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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대단찮은 기록이 만든 무수한 접점과 다양한 변경이 조경의 외연을 넓히고 사물과 인식 사이에서 끝없이 우리를 흔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편집위원 회의를 마친 뒤 뒤풀이로 곱창집에 간 적이 있다. 완벽한 내향인인 나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임무가 주어졌으면 해서, 곱창 굽기에 일가견이 있다는 남기준 편집장의 손에서 집게라도 뺏고 싶었다. 긴장한 날 가여워한 것인지 누군가 물었다. “김 기자는 왜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숱하게 고쳐 쓴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 항목을 읊으면 될 일었지만, 질문자가 내가 늘 ‘글은 이런 사람이 쓰는 거구나’ 생각했던 이수학 소장(아뜰리에나무)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그는 관심사가 넓으며 박학다식하고 수많은 책과 영화를 볼 뿐 아니라 깊이 소화해 자신의 언어로 내놓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함부로 입을 뗐다간 속이 텅 빈 사람이라는 걸 들킬까봐 우물쭈물하는 사이 다 구워진 곱창을 입에 욱여넣는 걸로 상황을 무마했다. 그런 이수학 소장에게서 격주에 한 번씩 편지를 받는다. 아뜰리에나무(이하 나무)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나뭇잎’이다. 첫 뉴스레터는 예고도 없이 날아들었는데, “여행지 한켠에서 급하게 휘갈겨 쓴 엽서처럼 또는 하고픈 말 다 묻어두고 주소만 덩그러니 있는 그림엽서처럼 난데없고 하릴없지만 이 작은 소식지로 조경이 맞닿은 일상과 일에 때로 가볍고 어쩌면 느리게 낙하해 볼까 합니다”라는 인사말을 마주하고서는 몽롱해졌다. 편지는 아날로그로 써야 낭만적이라는 생각은 다 편견이었다. 바람에 나뭇잎 부딪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뭇잎’은 조경과 경관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길을 걷다 만난 풍경은 물론 책과 영화 속 경관도 다룬다. 나무의 설계 프로젝트도 소개하는데 좀 독특하다. 설계 철학과 해법을 설명하기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설계와 경관에 어떻게 투영했는지 이야기한다. 나무에게 설계는 “세상과 관계 맺고”, “세상과 얘기하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이따금 전하는 꽃나무 이야기는 내가 발신자와 같은 계절을 보내고 있다는 걸 실감케 한다. 다이어리의 아무 페이지에 그린 손그림에는 디지털 도면에서는 볼 수 없는 손을 떨며 그린 듯한 선이 있는데, 그 떨림에 고민이 묻어 있는 듯해서 들여다보게 된다. 이러한 것들이 나뭇잎이 ‘뉴스’가 아닌 ‘레터(편지)’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편지는 ‘디자인 4제’ 시리즈의 데크 편. 데크라는 단어의 의미가 갑판(16세기)에서 부두나 승강장의 나무로 된 평평한 바닥(19세기)으로 확장되어 “집에 딸린 ‘목재 테라스’가 떨어져 나와 공원이나 정원의 시설물로서 지금과 같은 뜻을 갖게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일 것”이라 추측하며 데크의 역사와 그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어릴 적 툇마루에서 평상으로 이어지는 기억 덕분에 데크를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하는데, 생생하게 묘사한 풍경이 참 인상 깊었다. “한옥의 구조를 흉내 낸 그 집에서 마루는 내부도 외부도 아닌 중간 영역으로 앞뒤가 늘 열려 있어 바람 불면 좋고 비 오면 더 좋았다. 툇마루는 햇빛의 자리다. 종일 내리쬐는 빛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농도를 달리하여 끝없이 하릴없게 만들었다.” 이수학은 데크를 바닥 데크와 뜬 데크로 분류한다. “바닥으로서 데크는 땅의 표면으로 재료의 물성을 통해 영역을 나눈다. …… 지면에서 최소한의 높이 이상으로 떠 있는 데크는 지면에 붙은 데크와 달리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전이한다. …… 눕고 뒹굴다 엎드리고 자다 깨는 데크는 풀밭의 연장이고 무심한 하늘 밑이다.” 이어지는 나무의 데크 목록. 바닥 데크: 평평한 데크(사각데크, 둥근데크), 기울어진 데크(긴데크), 뻗어나간 데크(먼데크, 얹혀펼친데크, 바람자리), 스탠드로 연장된 데크(접힌데크), 뜬 데크: 평평한 데크(둥근데크, 모꼴데크), 기울어진 데크(너른긴데크), 놀이를 위한 데크(놀이데크), 계단이 연장된 데크(물가데크). 하나의 주제를 다양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웬만한 무크지 편집자보다 낫다. 이걸 공짜로 봐도 되나 이상한 죄책감이 든다. 조경을 잘 모르는 사람이 관심을 갖게 하는 데는 이런 소식지가 제격이지 않을까 싶다. 이수학은 기록을 다루는 특집에서 말했다. “개개인이 엮어 묶은 작업의 기록이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사적인 사건이고 시간일 뿐이지만, 그 대단찮은 기록이 만든 무수한 접점과 다양한 변경(邊境)이 조경의 외연을 넓히고 사물과 인식 사이에서 끝없이 우리를 흔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각주 1) 좀 더 많은 사람이 ‘나뭇잎’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각주 정리 1. 이수학, “기록하다”, 『환경과조경』 2024년 7월호,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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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PANY] 도시민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창사원’
- 은퇴한 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교외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며 사는 삶. 전원 생활은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꿈꾸는 제2의 삶의 형태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과연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도 전원이 마냥 행복할 수 있는 이상향으로 여겨질까. 도시 밖에서 생활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 한적한 시골은 자연을 가까이에서 즐기며 자급자족할 정도의 가벼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인 동시에, 낯설어서 조금 두려운 장소다. 하지만 농사라는 생산적 여가 활동을 즐기려는 도시민의 갈망은 주말 농장 같은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과연 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자연에 대해 배우는 기쁨은 도시를 벗어나야만 가능한 일일까. 창사원, 세계 최초의 궁중 온실을 계승하다 창사원(蒼笥園)은 ‘푸른 정원’이라는 뜻으로 세계 최초의 온실인 ‘창사루(蒼笥樓)’에서 따왔다. 1450년경 문헌인 『산가요록(山家要錄)』에 따르면, 조선시대 조상들은 창덕궁 후원에 창사루를 지어 한겨울에도 꽃과 채소를 재배해 왕실에 공급했다. 이는 1619년 만들어진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온실보다 무려 170년이나 앞선 기록이다. 역사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정조가 덕임에게 애정을 담아 감귤을 건네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과일나무까지 키울 정도로 발전한 온실 전통이 조선 초기에서 후기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선의 요리책 『산가요록』의 ‘동절양채’ 부분에는 창사루의 조성 원리가 쓰여 있는데,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온돌 위에 흙을 30cm가량 깔아 겨울에도 흙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했다. 온돌을 데우는 아궁이 위에 가마솥을 걸어 물을 끓이고 그 수증기를 창사루 안으로 들여 적정 습도를 유지했다. 천장에는 기와 대신 들기름을 몇 겹 바른 한지를 덮어 햇빛을 들이되 비와 눈을 막았다. 온실의 3대 요소인 난방, 태양광, 온습도를 모두 갖춘 셈이다. 팜한농은 이러한 창사루의 전통과 기술을 계승하여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색다른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자 특별한 온실 공간을 연암대학교(충남 천안)에 구현했다. 창사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적 색채로 디자인된 온실에서 여러 가지 과채류를 동시에 분양받아 재배해볼 수 있고. 창사원 라운지에서는 직접 재배한 작물을 이용한 쿠킹 프로그램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원하는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 창사원은 환경을 생각하는 에너지 절감 시스템, 양액 순환 시스템, 최적의 재배 환경을 통해 도심에 적합한 친환경적 온실형 농장을 제공한다. 지열을 이용한 시스템은 가스보일러 대비 운영 비용을 82% 절감하고, 순환식 양액은 환경오염을 방지한다. 계단형 재배기와 LED를 탑재한 수직형 재배 모듈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보기에도 아름답다. 멀티3 시스템 윈도우는 작물 재배에 악영향을 미치는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주 원인인 결로를 외부로 자동 배출한다. 무엇보다 창사원의 가장 큰 장점은 온실과 창사원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취향을 같이하는 커뮤니티가 모바일로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앱을 이용하여 작물 분양을 신청하면 작물을 키우고 싶은 위치까지 선택할 수 있다. 온실 내부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창사원 로봇 ‘워니’는 매일매일 작물 사진을 찍어 모바일로 전송해 고객이 좀 더 농장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햇빛, 물, 온도,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고, 자주 방문하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창사원의 식집사들이 손수 작물을 관리한다. 작물 재배 일지를 쓸 수 있는 식집사 다이어리, 작물 재배 팁을 알려주는 온실 알리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일종의 작물 재배난이도 조절도 가능하다. 도심 어디에나 파고들 수 있는 도심형 팜, 새로운 유형의 공공 공간을 제시하다 창사원은 그 자체로 완성되는 공간 이상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바로 공간에 침투해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내는 콘텐츠가 되는 것. 창사원이 들어설 수 있는 장소는 무궁무진하다. 쓰이지 않는 건물 옥상을 직접 재배한 작물로 만든 샐러드를 즐기는 루프탑 카페로 바꿀 수 있다. 고층 주거단지 하부에 창사원을 들이면 다양한 공동체가 함께 작물을 재배하며 서로 소통할 수 있고, 먼 곳으로 외출이 어려운 교통 약자도 식물을 기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시니어 타운에 들어선다면, 노인들의 자연스러운 신체 활동을 유도해 건강을 도모하고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정서적 안정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만약 창사원이 공원에 들어선다면 어떨까. 최근 여러 공원이 녹지와 쉼터로 구성된 공간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일상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2022년 새 단장을 한 파리공원에는 ‘살롱 드 파리’라는 건물이 있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문화원과 연계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전시가 진행된다. 양천공원의 책 쉼터는 비가 오는 날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공원을 향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도시공원에 들어선 온실형 농장은 공원과 한데 어우러져 수확의 기쁨뿐 아니라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와 이치를 배우는 장소가 될 것이다. 창사원이라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궁중 온실에 대해 학습할 수도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사람들이 자연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경험한 바 있다. 식물집사, 반려식물 등의 키워드가 연일 트렌드로 떠올랐다. 최근 교외의 북적이는 온실형 카페는 여전히 사람들의 식물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하지만 온실형 카페 대부분은 보기 좋은 관엽 식물과 꽃을 관람하는 데 그친다. 도심형 팜은 식물을 키우는 재미뿐 아니라 이를 수확해 먹는 색다른 경험까지 느낄 수 있는 콘텐츠다. 이와 연계된 쿠킹 클래스, 재배 교육, 나눔장터 등 계절별로 열리는 색다른 이벤트는 창사원을 재방문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글 김모아 사진 팜한농 **각주 정리 1. 그린 바이오 기업, 팜한농. 1953년 창립하여 2016년부터 LG그룹과 함께한 팜한농은 국내 1위의 그린 바이오 기업이다. 오랜 경험과 앞선 기술력으로 작물 보호제 시장 점유율 1위, 종자 및 비료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하며,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도심형 팜을 통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선사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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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반려견 놀이터, 바우
-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에 육박하면서 반려동물은 단순히 기르는 동물이 아닌 온전한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애견인의 증가로 인해 애견인을 위한 다양한 공간도 함께 늘어가는 추세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이용자 중심의 공간을 만드는 토인디자인은 견주와 반려견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 ‘바우(BAU)’를 선보이고 있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특징인 바우는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며 전문적인 훈련 시설을 갖추고 있다. 허들과 점프 시설은 소형견부터 대형견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게 제작했다. 도그워크, 에이프레임, 위브폴스 등 국제애견연맹의 장애물 통과 시설 표준에 맞춰 설계된 전문적인 애견 훈련 시설로 구성했다. 시설을 트랙형으로 배치하면 자연스럽게 훈련을 이어나갈 수 있다. 또한 반려견의 배설물을 위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배변 봉투 보관함과 목줄을 걸어 견주와 반려견이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애견 벤치 등 편의 시설도 제공한다. 반려견 훈련과 함께 동반 가족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은 일상 공간에서 생길 수 있는 비애견인과의 갈등을 줄이고, 성숙한 애견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긍정적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반려동물 놀이 공간은 행복한 반려동물 가족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TEL.02-533-3720WEB. www.toinp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