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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를 벗어나 우리가 되는 법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 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11월 21일까지
    자연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마련됐다.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는 동식물을 대하는 인간의 상반된 태도에 질문을 던지고 진정한 공존을 모색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전시 제목의 ‘미술원’은 미술관과 동물원, 식물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대상을 수집하고 보호와 보존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갖는 데서 착안한 말이다. 미술원의 ‘원’은 둥근 형태를 뜻하며 지구와 자연, 동식물과 인간이 공존의 관계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전시는 87점의 작품을 ‘우리와 우리 사이’, ‘어색한 공존’,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 ‘함께 살기 위해’라는 네 개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전시 공간은 경계와 배타성을 의미하는 벽을 최소화해 구성했다. 여러 공간으로 구획되지 않은 전시장에 다양한 작품을 배치해 각 작품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을, 나아가 관계와 경계의 의미를 공간을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다. 우리와 우리 사이 첫 번째 섹션 ‘우리와 우리 사이’는 우리라는 단어에 담긴 상반된 의미에 주목한다. ‘우리we’는 나를 포함한 타인 혹은 집단을 친근하게 이를 때 사용한다. 한편 동음이의어인 또 다른 ‘우리cage’는 동물, 가축을 가두어 키우는 곳을 가리킨다. 이처럼 ‘우리’라는 단어에는 정서적 동질감과 물리적 테두리로서의 경계, 집단과 집단 사이의 배타성이 동시에 담겨 있다. 전시는 ‘우리’라는 틀 안에 갇히는 대신 동물과 식물의 입장에서 ‘우리’의 의미와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공존을 위한 시작이라고 말한다. 박지혜는 전시장 기둥에 비둘기 모형을 설치하고, 그 아래 작품의 제목인 ‘As You Know아시다시피’라는 문구를 새의 배설물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한때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이제 기피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인식의 변화를 비둘기의 입장에서 자조적으로 표현했다. 이창진이 제작한 대형 철조망은 그 자체로 전시 공간을 구획하는 울타리이자 경계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관람객은 푸른빛의 철조망에 뚫린 구멍을 통해 전시실 깊숙한 곳까지 드나드는데, 이는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 삼산이수 순천, 순천을 담다 순천만국가정원 식물원 건립 공모’ 당선작
    순천만국가정원에 순천의 자연을 담은 식물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순천만국가정원의 실내정원은 2013년 가설 건축물로 조성되었다. 철골 구조와 외피가 낡아 위험할 뿐 아니라 2023년에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다양한 콘텐츠를 담기에 협소하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온실 형태의 새로운 식물원을 건립함으로써, 박람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가정원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순천만국가정원 식물원 건립 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전라남도 순천시 풍덕동 70번지 일대로 연면적은 4,900m2, 건축 면적은 4,300m2다. 식물원은 화훼, 조경, 농업 플랫폼으로서 국가정원의 비전을 제시하고, 전체적인 형태는 순천의 상징물을 형상화해야 한다. 구성 요소는 주제전시정원과 복합문화공간이다. 주제전시정원은 제1전시정원(원시정원)과 제2전시정원(열대정원, 로컬푸르츠정원)으로 나뉘는데, 다양한 식물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색적인 전망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두 개 층으로 이루어진 복합문화공간에는 특별 전시실, 플라워쇼 공간, 카페테리아, 씨앗도서관 등 체험 및 휴게 시설이 마련된다. 2층의 경우 국가정원과 호수정원, 실내 온실로의 조망을 고려해야 한다. 세 개 팀이 공모에 참여했고, 지난 7월 13일 종합건축사사무소 창, 고려적산건축사사무소, 본시구도 컨소시엄의 ‘삼산이수三山二水 순천, 순천을 담다’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우수작은 마인엔지니어링건축사 컨소시엄이, 가작은 건축사사무소 청음 컨소시엄이 차지했다. 당선팀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올해 11월까지 마무리한후 12월에 착공해,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전까지 식물원을 준공할 계획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될 식물원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도록 당선작의 설계안을 소개한다. 삼산이수 순천, 순천을 담다 순천에는 수호신과 같은 세 개의 산이 우뚝 서 있고, 그 가운데 오목한 그릇을 닮은 분지에 물이 흐른다. 굽이굽이 물길이 감도는 길목마다 싹이 움트고 식물이 자란다. 세 개의 산과 두 개의 물길이 펼쳐진 대지 위에 태초의 식물로부터 비롯된 원시 경관이 시작된다. 이를 거대하고 울창한 산림으로 자라나게 해 순천 땅 위에 녹색을 덧입히고자 한다. 전략: 첫째, 대상지 환경에 부합하는 온실 기후 환경을 구성한다. 식물 생육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서향 빛을 차단하기 위해 서측을 진입 연계 시설로 둘러싼다. 온실에 아열대 식물이 자라는 점을 고려해 겨울철 난방 부하가 가장 심한 북측의 열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남동향으로 열린 원형의 온실을 설계했다. 둘째, 채광과 환기가 최적화된 온실을 만든다. 표면적을 최소화하는 돔 구조를 적용하고, 태양의 입사각과 지붕이 직각을 이뤄 채광이 극대화되도록 남측으로 기울어진 지붕을 설치한다. 이는 모든 온실의 채광 환경을 균등하게 하고, 자연 대류를 유도해 설비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환기가 이루어지게 한다. 셋째, 모든 시설에서 관람이 가능하도록 온실 중심의 구조를 만든다. 복합문화공간을 온실을 감싸 안는 호 형태로 조성해 모든 시설이 온실을 바라보게 한다. 이를 통해 모든 프로그램이 온실의 경관을 배경으로 두게 되며, 온실의 영역이 확장된 듯한 효과도 꾀할 수 있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산책은 하찮지만 도움이 된다
    엄마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이유로 산책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지난번 검사 받았을 땐 초록색이었는데, 이번엔 노란색이래.” 골밀도 검사 결과를 말하는 엄마의 표정은 약간 의기소침했다. 그래프에서 초록색 등급에 해당되면 정상인데, 수치가 떨어져 노란색 등급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때마침 여름도 다가오고 있었다. 옷차림이 가벼워져 더는 지난 계절에 얻은 군살을 가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엄마는 부지런히 아침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 아침이라기보다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짧으면 한 시간, 길면 두 시간을 걷다 들어왔다. 조금 일찍 일어나는 날은 산책 준비를 하는 엄마를 볼 수 있었다. 빨래하기 귀찮으니 어제 신던 양말을 ‘줍줍’해 신는 모습은 퍽 귀여웠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의 발간 광대와 거기에 묻어난 뿌듯함을 보는 것도 좋았다. 비슷한 시점에 나 또한 바깥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하루 대부분을 안에서 보내는 실내 인간에겐 바깥 공기가 필요했다. 출퇴근길 도합 두 시간을 꼬박 지하철에서 보내는데, 서 있으면 서 있는 대로 사람들 틈에서 답답하고 앉으면 앉는 대로 좀이 쑤셨다. 스마트폰 보는 것도 지겨워질 때면 쓸데없이 슬픈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갑자기 서울에 대형 지진이라도 일어나면 나는 꼼짝 없이 여기 갇히겠구나, 죽어서까지 지하철에 있는 건 정말 싫다…….’ 그런 날은 집에 도착해 낡고 편한 운동화를 찾았다. 퇴근해 생산적으로 시간을 쓰기는커녕 곧장 인스타그램이나 넷플릭스행이었으니 뭐라도 집에 있는 것보단 낫겠지 싶었다. 낮엔 폭염이다 뭐다 난리였지만 열기가 팍 식은 저녁은 걷기 딱 좋았다. 모녀가 사이좋게 같이 산책을 나가는 일은 없었지만(활동 시간대가 다를뿐더러 그렇게 붙어 다니는 사이가 아니다), 공통의 관심사가 생겼다. 우리를 들뜨게 한 이슈는 동네 산책 명소였다. 집 주변에 그치던 각자의 산책 코스는 점차 그 반경을 넓혀갔다. 우람한 나무들이 있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로, 얼마 전 하천 정비 공사를 마쳐 멀끔해진 옆 동네 ‘신상’ 산책로로. 발품 팔아 발견한 저만의 산책 스팟spot을 서로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소는 영축산 순환산책로. 옆 동네 뒤켠 야트막한 산에 생긴 데크 길로, 뒷짐 지고 천천히 걸으면 금세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어쩜 나무도 거의 안 베고 땅도 많이 안 파헤치면서 그런 길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동네가 참 살기 좋아졌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내가 자주 찾는 곳은 공릉동의 경춘선 숲길이었다. 한적한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선형 공원을 따라 이따금씩 카페가 나타나 눈요기는 물론 가볍게 목을 축이기 좋았다.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만큼 ‘힙’하진 않지만 관광객보다 동네 사람들이 많아 편했다. 산책 나온 귀여운 강아지들과 길 따라 심긴 풀꽃을 곁눈질하다 보면 금방 공원 끝에 닿아 있었다. 며칠 못 갈 거라고 예상했던 우리의 산책은 생각보다 꾸준히 이어졌고, 산책 중 각자 보고 들은 것들을 시시콜콜한 이야깃거리로 삼았다. 이 더운 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많더라, 너무 멀리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리가 빠지는 줄 알았다, 길 위의 지렁이가 사람들한테 밟힐 것 같아서 나뭇가지로 구해줬는데 징그러워서 혼났다……. 소소하다 못해 하찮았지만 그런 걸 나누는 순간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고도 생각되었다. “고양이들이 밤에 몸을 누이는 장소, 열매를 기대해볼 수 있는 나무, 울다가 잠든 사람들의 집…… 산책할 때 내가 기웃거리고 궁금해하는 것들도 모두 그렇게 하찮다. 그러나 내 마음에 거대한 것과 함께 그토록 소소한 것이 있어, 나는 덜 다치고 오래 아프지 않을 수 있다. 일상의 폭력과 구태의연에 함부로 물들지 않을 수 있다.”1 옷장에서 두터운 옷을 다시 꺼내기까지 산책을 이어가볼 생각이다. 몸을 지탱하는 두 다리만큼 일상을 받치는 별 볼 일 없는 순간들도 필요하니까. 바란다면 동네에 더 많은 산책 명소가 생기기를. 덧붙여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엄마처럼만, 즐겁고 바지런하게 동네를 누비는 산책인으로 자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1. 한정원, 『시와 산책』, 시간의흐름, 2020, p.25.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우리의 취미는 기대하는 것
    방에는 자주 쓰지는 않지만 버릴 수는 없는 애물 단지들이 가득하다. 방문 뒤 통기타, 책꽂이 위 디지털 건반, 서랍 속 잉크와 딥펜 등등. 얼마 전 동생이 선물해준 오일 파스텔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넷에 사용법을 검색했다가 그 결과에 놀랐다. 가이드북부터 그리는 과정을 담은 영상, 서툴지만 처음 완성한 그림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가득했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취미의 대상이 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감탄하며 한참이나 여러 웹페이지를 들락날락했다. 내가 조경 잡지의 에디터라는 말에 반가워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은 건축을 좋아한다면서 언젠간 유럽을 여행하며 사진으로만 봤던 건물들을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독특한 건물이 인스타그램의 피드에 등장하면 그곳을 찾아가 커피라도 한 잔 사서 머물며 사진을 찍는 게 취미라고 덧붙였다. 그런 일도 취미로 삼을 수 있구나 깨달았고, 조경도 취미의 영역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화분에 물을 주고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사이 대화의 주제가 바뀌었고, 머릿속을 잠깐 채웠던 질문은 금세 휘발됐다. 조경과 취미라는 말에 떠올린 장면이 저게 전부라니. 아직도 시야가 좁디좁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도 누가 조경과 관련된 취미 활동이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저 정도밖에 답하지 못할 것 같다. 조경 역시 어떤 공간 또 공간을 이루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인데, 쉽사리 그 공간을 즐기는 일을 취미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경이 잘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경하면 흔히 풍성한 나무와 그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 바람에 살랑거리는 초화 등을 연상한다. 이 낭만적인 풍경은 18세기 영국 풍경화식 정원과 픽처레스크 미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액자 속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드는 이 조경 원리는 현대 조경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피터 워커는 이로 인해 조경이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조경’을 양산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보이지 않는 정원들(Invisible Gardens)』, 1996). 보이지 않는 조경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공원이 있다. 보통 공간이 커지면 그 존재감도 커지기 마련인데, 자연과 똑 닮게 만들어진 공원은 예외다. 정확히 말하면 규모가 커질수록 조경가의 손길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넉넉한 숲을 이룬 나무들은 본래 그 자리에서 자라던 것 같고, 나뭇가지 위를 오가는 동물들은 자연의 보살핌으로 태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풍경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사람들은 그 ‘자연’에 감탄한다. 적절한 자리에 주변과 어우러지도록 난 보행로나 벤치 정도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인식한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대지가 어떻게 조작되었는지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서운하다고 토로할 수 없다. 공간에 녹아 있는 설계 의도를 읽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 묻지 않아도 나서서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공원에 홀로 외로이 서서 떠들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인플루언서 같은 단어는 조경과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새는 SNS 게시물의 하단을 채운 해시태그들을 들여다보곤 한다. 구구절절하다고 생각했던 단어의 나열에서 조경을 발견할 때면 웃음이 샌다. 공원을, 정원을, 보이지 않는 생태적 시스템이 구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 모든 사진의 태그에 조경이 등장하고, 취미는 조경이라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꾸 그려본다. 덧없는 상상이라고 잠깐 멈칫했을 때, 언젠가 나를 위로했던 글 한 편이 기억났다. “기대하세요. 내일의 날씨, 이따가의 점심 메뉴, 오랜만의 시내 외출, 개봉할 영화와 새로운 드라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지치지 않는 기대에서 나옵니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달걀 샌드위치가 형편없었대도, 저녁으로 먹을 소고기 덮밥은 괜찮을 수 있습니다. …… 우리의 취미는 ‘기대하는 것’. 백번을 실망한대도.”1 어느덧 여름이 저물고 세 번째 계절이 다가온다. 코로나19는 사그라질 기미가 없고, 어쩐지 올해도 세워 놓은 목표를 다 이루지 못할 것만 같다. 그래도 또 기대하고 싶다. “기대는 한 번도 죄였던 적이 없”으니까.2 준비물 없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이 취미 생활을 추천한다. 새로운 취미가 앞으로 당신이 겪을 실패와 실망들을 사소하게 느끼게 해주기를. 1. 허지원, “실패에 우아할 것”, 「정신의학신문」 2018년 8월 25일. 2. 같은 글
  • [PRODUCT] 데크 경사로로 놀이 경험을 극대화한 ‘원형놀이터’ 목재 데크에 다양한 놀이 시설을 접목한 조합 놀이대
    기브앤Giveand은 외부 환경과 삶의 변화에 대응하며 모든 세대가 쉼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조경 시설물 사무소다. 외부 여가 활동을 지원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다채로운 운동 시설물과 휴게 시설물,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합 놀이대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다. 새로 출시한 ‘원형놀이터’는 아이들이 장애물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놀이 경험을 할 수 있는 순환형 놀이 시설이다. 계단을 이용해야만 하는 일반적인 조합 놀이대와 달리 경사로가 있어 영유아와 장애 어린이도 즐겁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길게 뻗은 데크 경사로를 신나게 내달리기도 하고, 데크 측면에 연결된 로프, 암벽, 미끄럼틀 등을 통해 마음껏 오르내리는 활동을 즐긴다.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공간을 감싸는 구조와 따뜻한 색감의 목재가 안락함을 선사하며, 커다란 나무 위에서 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드우드와 철재로 곡선 형태를 살린 오두막 원형놀이터, 로비니아 목재를 사용한 숲속 원형놀이터 등 공간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설계 변경이 가능하다. TEL. 031-879-9964 WEB. www.giveand.co.kr
  • [CODA] 그 편지
    나는 눈이 아프도록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풍경의 안쪽에서 말들이 돋아나기를 바랐는데, 풍경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풍경은 태어나지 않은 말들을 끌어안은 채 적막강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을 거느리고 풍경과 사물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가망 없는 일이었으나 단념할 수도 없었다. 거기서 미수에 그친 한 줄씩의 문장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걸 버리지 못했다. ―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중에서 올해 초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어였던 고정희 대표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3.SPACE MAGAZINE: 꼭 하고 싶은데 질문을 안 해서 못한 말이 있으면 지금 해 달라. / 남기준: 대중적인 종이 잡지들도 휴간과 폐간의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경 전문 잡지인 『환경과조경』이 올해 8월에 통권 400호를 맞이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한 호 한 호 어렵게 펴내고 있다. 2013년에 환경과조경에 다시 복귀하면서 “한국 조경 분야에 월간 『환경과조경』 같은 전문 잡지가 하나쯤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신다면 후원하시는 마음으로 정기구독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몇 번이고 썼다가 지운 적이 있다. 내게는 호소력 있는 글을 쓰는 재능이 없구나, 라고 한탄했던 것도 같다. 그러다가 독자가 구독하고 싶은 잡지를 만드는 게 우선이지 따위의 원론적인 다짐을 하기도 했다. / 3.SPACE MAGAZINE: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위의 그 편지를 썼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쓰면 안 될까? / 남기준: 그 편지는 올해 400호를 맞아서 한번 써보려 한다(https://plants-ingarden- history.com). 인터뷰를 했던 때가 1월인데 7개월 동안 ‘그 편지’를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400호 마감일이 다가왔다. 그 사이에 400호를 돌아보는 여러 특집과 연속 기획이 진행되었고, 1월에는 처음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던 『가든 플랜트 콤비네이션』(이병철 지음)이 출간되었다. 2월에는 『기억의 장소,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상석 지음), 『한국 조경의 새로운 지평』(성종상 엮음), 『그리는, 조경』(이명준 지음), 『꽃보다 꽃나무, 조경수에 반하다』(강철기 지음) 등 한 달에 네 권의 단행본을 펴냈다. 뜻하지 않게 마감이 겹친 탓이지만, 동시에 네 권을 펴낸 적은 처음이었다. 이번 달에는 비매품 책자 두 권도 마무리된다. 그 와중에 작년 봄부터 진행했던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5월로 연기되어 개최되었고, 제3회 LH가든쇼 운영관리 용역 제안서를 제출해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2월부터는 내년 8월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되는 제58차세계조경가대회 사무국을 맡게 되어, 로고 디자인부터 메인 포스터 디자인, 개소식 행사, 홈페이지 구축, 홍보 영상 제작, 학생 서포터즈 운영, 공공기관 협의 등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부터 주최·주관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은 3월에 ‘건강 도시와 조경’을 주제로 공고되었고 다음 달에 작품 접수가 진행된다. e-환경과조경은 어제도 오늘도 매일 9건의 뉴스를 내보내고 있고, 400호를 기념하여 진행한 ‘다시 읽고 싶은 연재는’이란 설문조사와 한국 조경 50년을 기념하는 ‘한국 현대 조경 대표작’ 설문조사도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 편지’는 마무리하지 못했다. 400호를 맞아 축하광고를 여러 단체, 기관, 업체, 학교 등에 부탁했다. 감사하게도 200여 곳에서 축하 인사와 함께 광고를 해주셨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임에도 염치없는 부탁을 드린 까닭은 예전에 비해 일은 대폭 늘었지만 잡지사의 경영 상태는 여전히 빨간불이기 때문이다. 일을 많이 할수록 빨간불이 더 크고 선명해지는 경우도 있고, 거의 수익이 나지 않는 일들도 적지 않다.리뉴얼을 단행한 2014년 이후의 누적 적자는 차마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민망한 수치다. 물론 광고와 구독이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 우리의 책임이다. 잡지사나 출판사도 하나의 기업일 뿐이니까. 그래서 ‘그 편지’를 쓰지 못했다. 물론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문사든 잡지사든 출판사든 종이 매체의 어려움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새로 창간하는 독립 잡지가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잡지의 폐간 소식이 더 크고 아프게 다가온다. 모색하고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지 못한 채, 결국 ‘그 편지’ 대신 400호 축하광고를 부탁드리며, 이런 인사말을 준비했다. “1982년 창간 이후,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단 한 권의 결호도 없이 무사히 통권 400호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한국 조경’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번쯤 일간지면의 뉴스를 통해 접하셨겠지만, 종이 매체의 어려움은 비단 『환경과조경』만 겪고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핀터레스트만 검색해도 잡지가 제공하는 정보보다 더 유용한 이미지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습니다.이처럼 종이 매체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잡지가 먼저 한국 조경 분야에 꼭 필요한 담론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다만 정보의 홍수 시대에, 약간은 긴 호흡으로 “한국 조경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고, 새로운 조경 문화를 설계하는” 종이 잡지가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권 400호’라는 의미 있는 결실을 앞둔 지금,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습니다. 무엇보다 『환경과조경』에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성원과 격려를 잊지 않고, 앞으로도 한국 조경 발전을 위해 전문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늘 항상 언제나 잊지 않겠습니다.” ‘그 편지’라는 파일명을 붙여 놓은 한글문서를 열어놓고 딜리트와 백스페이스 키를 부지런히 누르다가, 더 이상 삭제할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면 책을 읽었다. 그러다 ‘가망 없는 일이었으나 단념할 수도 없었다’는 대목을 만났다. 이제 401호를 준비한다. ‘그 편지’는 잠시 외장하드에 넣어두고, 우선 400호를 축하해주신 분들의 고마움을 떠올리며, 단념하지 않고!
  • 무한 놀이터 ‘거점형 창의어린이놀이터 조성 지명설계공모’ 당선작
    서울시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어린이공원 131개소를 대상으로 노후한 놀이 시설을 개선하는 ‘창의어린이놀이터 재조성사업(이하 창의놀이터 사업)’을 추진해왔다. 2021년 새롭게 추진하는 ‘거점형 창의어린이놀이터 조성사업’은 지역별 소규모 시설 개선 위주로 진행되던 기존의 창의놀이터 사업을 개선 및 발전시킨 것이다. 다양한 연령의 어린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대상지의 특성을 반영한 콘셉트, 규모,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 구성 등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해 놀이터를 만들고자, 지난 4월 28일 ‘거점형 창의어린이놀이터 조성 지명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한강공원 광나루지구 놀이터와 주변 유휴 공간(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351-1 일대)으로 면적이 약 6천m2에 달한다. 2010년에 조성된 기존의 놀이터는 전체적으로 시설이 노후해, 사람들의 이용률이 높은 주차장, 한강드론공원, 광나루 수영장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명초청된 김연금(조경작업소 울), 황용득(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 이수학(아뜰리에나무)은 이곳을 숲, 모래, 물 등 주변 자연물을 활용해 지속가능하고 자유로운 창의·모험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했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 도시를 엮는 별자리 ‘미래서울 도시풍경’ 전
    지난 6월 8일부터 20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갤러리 아워에서 25년 후 서울의 공간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미래서울 도시풍경’은 기후변화, 초고속정보 기반 기술 환경, 재택근무, 새로운 교통 수단 등 다가올 사회적 변화에 대응해 근미래 서울의 도시 풍경을 구상한 전시다. 급격한 성장기를 거친 서울을 되돌아보며 기존의 녹지와 가로, 크고 작은 공공 공간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재편하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서울은 양적·질적으로 급속히 성장한 도시다. 도시가 발전하는 가운데 다양한 공공 시설과 오픈스페이스가 확충됐고, 사람들의 삶의 질과 도시 공간의 수준은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정교한 구상이 아닌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공간을 나누고 이어 붙이는 식이었기에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도시 안쪽까지 깊숙이 뻗어 있던 산맥과 강줄기는 밀집한 건물들의 등 뒤로 밀려났고, 공원, 주차장, 여가 시설, 복지 시설 등의 생활 기반 시설은 일부 지역에 편중됐다. 전시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제각기 흩어진 공간들을 연결함으로써 미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도시별자리’ 전략을 제안했다. 도심 내 활용 가치가 높은 공간을 찾고 그 가치를 밝혀 단절된 공간을 별자리처럼 잇는 개념으로, 공간 규모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동네 생활 시설이나 소규모 녹지와 공지 등을 포함하는 ‘마을별자리’, 서울 내 역세권이나 수도권 환승 거점과 같이 지역과 마을을 연결하는 ‘거점별자리’, 서울 전역에 걸친 보행 및 물길 네트워크에 해당하는 ‘서울별자리’다. 세 가지 개념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서울의 도시 풍경을 시민들에게 공유하고자 했다. (후략) * 환경과조경 399호(2021년 7월호) 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뉴락
    “이게 인천까지 갈 일이냐고.” 주말 아침 1호선에 올라타며 혼자 투덜거렸다. 내가 사는 서울 북쪽 끄트머리 동네에서 인천까지는 지하철로 1시간 반. 드넓은 서해를 보러 가는 것도, 차이나타운에 놀러가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쓰레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매달 나에게 할애되는 이 지면에 쓸 글감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기도 했지만(재주가 없다면 발품이라도 팔아야 한다), 이 기회에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조금은 특별한 쓰레기들을 말이다. 전시장1에 오브제처럼 고이 놓여 있는 쓰레기에 대한 첫인상은 뭐랄까, 어울리는 수식어는 아니지만 ‘아름답다’였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물체가 아니라 파도와 바닷바람에 깎여 오묘한 형태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작가 장한나는 이것들에게 ‘뉴락new rock’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돌처럼 보이지만 돌이 아니다. 암석은 물리적 혹은 화학적 작용으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뉴락은 끊임없이 부유하는 존재다. 그곳이 깊은 바다 속이든, 고래 배 속이든, 인간의 몸 속 어딘가든. 아무리 잘게 쪼개져도 사라지지는 않는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인천, 양양, 강릉, 제주, 울진 등 국내 곳곳의 해변에서 채집된 각양각색의 쓰레기들의 옛 쓰임을 추측하는 일은 놀이 같기도 했다. ‘이건 페트병이고, 이건 스펀지, 이건 스티로폼이었네, 마른 해초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초록색 그물이고, 동그랗게 생긴 이건… 부표다!’ 한 때 바다 한가운데 떠 있던 부표에는 홍합과 굴, 따개비 껍질 따위가 붙어 있었다. 스크린을 통해 나오는 영상에서는 새우 같은 작은 해양 생물체가 하얀 플라스틱 조각에 자꾸만 몸을 갖다 대고 있었다. 집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먹이? 난생 처음으로 그 누구도 아닌 ‘쓰레기의 생애’가 궁금해졌다. 그것들의 탄생, 도구로 사용되며 사람 손의 땀이 배어 있던 시절과 앞으로 쓰레기로서 보낼 시간, (있을지 모르겠다마는) 종래에 당도할 종착지까지. 이때만큼은 눈 앞의 쓰레기가 오래된 유물처럼 보였다. 어쩌면 폐허가 된 고대 로마의 유적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플라스티글로머리트plastiglomerate.2 결국 최후의 증인은 이런 쓰레기들이 되지 않을까? 화석을 통해 인간이 백악기 시대를 알아낸 것처럼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몇천 혹은 몇만 년 후에, 그러니까 문서나 영상 등 인류를 말하는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도 플라스틱은 지구의 새로운 지층으로 남아 이곳에 인류가 살았음을 말해줄 것이다.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예술이지만 가끔은 정말 흥미롭다. 잔뜩 일그러지고 변색된 스펀지 하나가 매주 아파트 단지에 산더미처럼 쌓이는 재활용쓰레기들보다 더 크게 다가올 줄이야. 작가가 바란 건 쓰레기 문제에 대한 반성보다 “신기하고 아름다운데 좀 이상하다는 느낌”3이었다. 작가가 내게 남긴 여운에서 이상함을 넘어서는 섬뜩함이 느껴진다. 이제 내게 쓰레기는 두려운 존재다. 1년에 20만 톤.4 그중 딱 손바닥 한 줌만큼의 쓰레기를 따라가 보기로 한다. 파도에 마모되어 독특한 형태를 갖춘 녀석은 운 좋게 전시장에 놓일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떨어져나간 파편들은? 언젠가 한 인터넷 뉴스에서 봤던 한 사진이 불현 듯 떠올랐다. 내장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로 가득 차 있는 앨버트로스의 사체가. 어느 맑은 날 미드웨이섬 위를 날다 돌연 바닥에 툭 떨어졌을 그 새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천적의 습격을 받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평소와 다른 날이 있었을 것이다. 배불리 뭔가를 먹었는데 도무지 기운은 나지 않고, 숨은 조금씩 가빠지는 날들이. 한 가지 바람을 안고 전시장을 나섰다. 이런 죽음도 있고 저런 죽음도 있겠지만 적어도 마지막 순간에 내가 왜 죽는지 알면서 죽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물론 아무도 장담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1.‘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7월 25일까지 열리는 전시다. ‘뉴락’을 비롯해 비인간 존재와의 공생을 말하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2.녹은 플라스틱과 암석, 모래 등이 섞여 만들어진 새로운유형의 지질학적 물질. 과학자들은 이 플라스틱 돌덩이가 인류세를 식별하는 지표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유지연, “돌인데 돌이 아닌…해변에 나타난 ‘뉴락’의 정체”, 「중앙일보」 2020년 12월 20일. 4.2020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간한 ‘해양 유입 하천쓰레기 관리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연간 약 99만 톤의 하천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그중 70%는 나무와 풀이고 플라스틱은 20% 안팎으로 추정한다. 매년 약 20만톤 정도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 셈이다.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독자 없는 글을 쓰는 이들이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읽으려 하지 않았고, 여자가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인정해주지 않으려 했기에 ‘로렐라이 언덕’ 문학회는 누구도 읽지 않는 잡지를 만들게 되었다. 뮤지컬 ‘레드북’ 이야기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 가장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 과학의 발전과 산업혁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번영을 누리던 시기지만, 주인공 ‘안나’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철창이 세워진 감옥 같은 곳이었다. 안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가 되는 일에는 흥미가 없다. 끊임없이 숙녀다움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성가시다. 관심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잘하는 일은 자신이 느끼는 바와 원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안나를 이상한 여자라고 부른다. 로렐라이 언덕만이 안나를 받아들인다. 문학회를 창립한 로렐라이는 안나에게서 반짝이는 재능을 본다. 솔직해서 흥미롭고 귀 기울이고 싶어지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 수 있는 능력. 인기 없는 잡지 『레드북』의 발행인으로서 반드시 붙잡아야 하는 인재였다. 에디터의 심정으로 무대를 보며 속으로 외쳤다. ‘절대 놓치지 마!’ 쓰는 안나는 자유롭다. 자아를 투영한 소설 속 주인공은 정글을 탐험하고 때로는 괴도가 되고 마음껏 사랑한다. 안나는 자신이 슬퍼질 때마다 했던 야한 상상까지 모조리 소설에 담는다. 무려,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대에(그냥 손, 발 따위도 말할 수 없었다)! 사회적 통념으로 정제되지 않은 진솔한 이야기는 금방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고 『레드북』은 완판된다. 하지만 ‘레드북’은 안나가 직업적 꿈을 성취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천박한 내용으로 사회 분위기를 흐렸다는 이유로 『레드북』은 폐간 위기에 처하고, 안나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이 미친 소설을 썼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추방당할 상황에 놓인다. 대체 안나가 뭘 잘못했지? 철창 안에 웅크린 안나를 바라보며 함께 슬퍼하고 있을 때, 노래가 시작된다. 그순간에도 안나는 자신에 대해 말한다. 긴 시간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가족에게 버림받으면서도 놓지 않았을 나의 존재에 대한 고민, 그 결론이 담긴 노랫말에 눈물이 찔끔 났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 내가 나라는 이유로 벌을 받는 문제투성이 세상에 하나의 오답으로 남아.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 없는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를 지키는 사람…….” 결국 안나는 스스로를 구한다. 바깥이 원하는 모습에 맞추어 자신을 재단하지 않고, 내가 누군지 스스로 묻고 그렇게 살고자 끊임없이 말하고 쓴 결과다. 시나리오를 집필한 한정석 작가가 쓰고 싶다던 ‘인간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어쩌면 나를 말하는 삶인지도 모르겠다.1 무언가에 대해 말하는 일은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동반한다. 탐구하고 가정하고 그 가정을 의심하며 다시 스스로 묻고 답하기를 끝없이 반복해야 한다. 쓰는 일은 그 과정에서 꼬여버린 타래를 풀어 정돈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다. 물론 말을 하고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야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그 때문에 부끄러울 수도 있다는 걸 안다(‘싸이월드’가 부활한다는 소식에 불안해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말하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세상에 아무런 의미 없는 기록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로렐라이 언덕 문학회의 다른 회원들은 어떤 소설을 썼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불쑥 치민 궁금증에 휴대폰 인터넷 창을 열었다. 머릿속에서 벌써 가물가물해진 그들의 대사를 검색어로 적어 넣다가, 이렇게 호기심을 유발하고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돕는 덫과 힌트가 잡지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호 특집을 매만지며 지나간 연재들을 그저 지나간 글로 두기에는 아깝다는 마음이 계속 생겼기에 더욱 그랬다. 종종 옛 연재를 읽고 좋은 문장을 이 지면에 소개해볼까. 이번 특집을 훑어보며 읽고 싶은 연재가 생겼을지도 모르는 독자를 위해 한 가지 팁을 남기자면 환경과조경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2014년 이전에 발간된 잡지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단, 가입은 필수다! 1.장지영, “뮤지컬 <레드북> 콤비의 온도”. 문화공간 175,2018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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