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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목원과 정원에 대한 탐색 제2회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아이디어경진대회
    지난 11월 9일, 한국종합기술 사옥에서 ‘제2회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아이디어경진대회’(이하 한국종합기술 경진대회) 시상식이 개최됐다. 한국종합기술 경진대회는 건설 관련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학생들의 인식을 제고하고자 마련됐다. 조경학과 대학생·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팀을 구성할 경우 5인 이하로 꾸려야 한다. 참가자는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에 입사 지원 시 인센티브 부여 및 대외 활동 인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주제는 천 가지 이야기를 담는 수목원과 정원이었다. 다양한 정원박람회가 개최되고, 국가정원과 정원 콘셉트의 여가 공간이 대두되고 있음에 따라 성숙한 정원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정원·수목원 조성 계획을 발굴하고자 했다. 수목원과 정원에 대한 개념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했다. 24개의 작품이 접수됐고, 사전 심사와 본 심사를 거쳐 네 작품이 대상(1점), 최우수상(1점), 우수상(2점)을 받았다. 대상 수상의 영예는 배가원(강릉원주대학교)·배지훈(서울대학교)·이다빈(서울시립대학교)·조다은(전남대학교)의 ‘언플래트닝(Unflattening)’이 차지했다. 최우수상에는 김서영·김은주·이서현·이지은·황지은(계명대학교)의 ‘°클리메이트 °체인지’, 우수상에는 박성은·이주영·이현승(경희대학교)의 ‘비스포크 알버리텀(Bespoke Arboretum)’과 송모빈(경희대학교)의 ‘식물상영관, 걸어서 이야기 속으로’가 선정됐다. 심사는 박상천(한국종합기술 국토개발본부 본부장), 김인관(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부서장), 이태선(경기도청 공원정책팀 팀장), 진혜영(국립수목원 전시교육연구과 연구과장), 최원만(신화컨설팅 대표), 이시영(배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윤영조(강원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맡았다. 대상작 언플래트닝은 지상은 물론 활동의 영역을 입체적으로 확장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며, 수평적 경관으로 주벽 맥락과 호흡하고 역사와 지역적 층위를 다층적으로 분석해 정체성 있는 설계 전략을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대부분의 출품작은 완성도가 높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도시와 함께 성장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수목원에 대한 고민, 수목원과 정원의 기능에 대한 이해, 수목과 식재 연출의 장기적 성장 방안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상작을 비롯해 사전 심사에서 선정된 10개 작품은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공식 블로그(blog.naver.com/keccland)에서 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416호(2022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2022 디에스디삼호 조경나눔공모전 용산 주상복합단지 조경 디자인 학생 아이디어 공모
    지난 11월 10일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주최 및 주관하고 디에스디삼호와 환경과조경이 후원한 ‘용산 주상 복합단지 조경 디자인 학생 아이디어 공모(2022 디에스디삼호 조경나눔공모전)’ 심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상지는 서울 용산구 문배동의 특별계획구역에 들어설 주상복합단지다. 주상복합단지는 공동주택, 업무 시설, 상업 시설이 혼합된 형태로 토지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지만, 협소한 외부 공간과 초고밀 환경이라는 한계도 있다. 공모 목표는 1층의 선형 보행 가로를 활성화하고 단지 내에서 녹지 공간 경험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주변 도시 조직과의 원활한 연결을 꾀하는 것이다. 총 39개 팀이 참가를 신청했으며, 28개 팀이 작품을 제출했다. 대상은 배유진·이동향·제갈갑성(경희대학교)의 ‘트라이 앵글(Try Angle)’이 차지했다. 대상작은 용산 삼각지의 지형적 특성을 모티프로 해 자연과 문화, 교통의 세 가지 축 중심에서 도시인의 삶을 담아내는 주상복합단지를 제안했다. 반경 600m 내에 위치한 녹지와 교통을 연결하는 삼각형의 축을 설정했다. 축을 중심으로 공공과 개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녹지를 계획하고, 주민 간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해 미래지향적 도시 공동주택을 보여주고자 했다. 단지 내부에는 선형 보행로를 중심으로한 숲길과 주변 연계의 광장을 제안했다. 위요감을 선사하는 선형의 산책로, 입주민과 방문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최우수상은 하지윤·김선태·김소은·이다영·정세영(전남대학교)의 ‘뉴 웨이브 어반 리버(The New Wave_Urban River)’와 박성은·김사무엘·이주영·주솔·지유신(경희대학교)의 ‘프리즘 메모리(Prism Memory)’가 수상했다. 우수상은 신재호·서지원·양수미·정해윤·황예인(경희대학교)의 ‘시프트 유어 라이프(Shift your Life)’, 정지윤·권수현·김소연·김은주(계명대학교)의 ‘블루밍 인 크랙(Blooming in the Crack)’, 조혜영·김가은·김유선·유다현·최수현(경희대학교)의 ‘링크:에이지(LINK:AGE)’가 수상했다. 가작은 왕자룡·왕천기·유흔이·장핵위(계명대학교)의 ‘도시·사막 오아시스’, 신민승·권봉기·김민성·박성현·이채빈(계명대학교)의 ‘데일리 룩(Daily look)’, 정영진·권용조·김태영·이민서·이희수(배재대학교)의 ‘팬테리엄(Phantarium)’, 한지원·김가영·김나경·원유나·임창규(경희대학교)의 ‘팔레트(8alette)’, 신서영·나소영(서울여자대학교)의 ‘믹스 집(Mix Zip) 세대’로 선정됐다. *환경과조경416호(2022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라떼는(나 때는),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다’라고 배웠다. 어렸을 때는 계절마다 특색이 확연히 다르다는 그 말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 줄 몰랐다. 스무 번 넘게 네 개의 계절을 흘려보내고 나서야, 기후위기로 계절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는 요즘에서야 사계절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똑같은 공간을 다른 공간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이 힘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한 몫을 하는 요소가 나무라고 생각한다. 나무 한 그루를 시간의 간격을 두고 보면 지금이 봄인지, 겨울인지 눈치 챌 수 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은행 열매 특유의 냄새에,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를 보고 나서야 가을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유독 경계를 넘는 순간이 아쉬운 계절이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다. 특히 형형색색의 모습을 띄었던 나무들이 가지만 남기고 조금은 황량한 풍경으로 바뀔 때면 꽤나 아쉽다. 그래서 가을이면 곧 사라질 그 모습을 담기 위해 단풍이 가득한 곳으로 종종 떠나곤 한다. 작년 이맘때, 경복궁에 있는 몇 백년 된 은행나무 앞에서 가을을 즐겼던 추억이 생각나 이번 가을도 종로에서 보내게 됐다. 올해 종로는 조금 달랐다. 3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복원한 향원정과 취향교를 볼 수 있었고, 새 단장을 위해 2020년 11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광화문광장이 재개장했다. 작년에는 공사 안내판을 사진에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면, 올해는 많은 관광객을 피해 사진을 찍는 게 최대 난관이었다. 그래도 원래의 모습을 갖춘 향원정과 취향교, 그리고 새 광화문광장 덕분에 작년과는 비슷한 듯 또다른 느낌의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똑같은 곳이었지만 그 날은 색다른 풍경을 보았다. 종로 일대를 거닐던 중 꽉 막힌 빌딩 풍경을 씻어준 공간을 지나쳤다. 처음 본 공간이여서 우리 가족 모두 여기가 어디냐며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곳에 들어갔다. 조형물에는 ‘열린송현 녹지광장’이 적혀있었다. 드넓은 잔디밭과 야생화 군락이 우리를 맞이했다. 초·중·고등학생일 때에는 현장 학습으로, 대학생일 때에는 조경사 수업의 일환으로 수없이 방문했던 경복궁과 그 일대였는데, 이곳은 처음 보는 곳이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있던 미지의 땅이었다. 경복궁 동 쪽 일대는 본래 송현(松峴)이라는 이름처럼 소나무가 많은 왕실 소유 언덕이었다. 임진왜란 무렵 부마와 외척들 거주 공간으로 변모했고, 조선 말기에 이르면 권문세가 집들이 들어선다. 1910년대에는 친일파 윤덕영 일가가 송현동 땅 대부분을 소유했다. 이후 조선식산은행 차지가 돼 직원 숙소로 쓰였다. 해방 뒤 미국 정부가 이 땅을 양도받아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가 들어섰고 폐쇄적인 돌담이 둘러쳐졌다.1 이후 여러 기업의 소유가 되었다가 서울시 땅으로 넘어오게 됐다. 서울시는 향후 ‘이건희 기증관(가칭)’ 건립이 본격적으로 착수되기 전인 2024년까지 이 공간을 열린 녹지 공간으로 임시 개방하기로 했다. 짦은 시간이지만 서울광장의 약 3배 면적인 열린송현 녹지광장은 서울 시민의 녹색 쉼터이자 열린 광장이 되어줄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풀꽃‧1’, 나태주) 공간도 그렇다. 오래 보아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듯, 수없이 지나가던 곳에서 어느 날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공간을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똑같은 출퇴근길에 우연히 새로운 카페를 발견하는 일은 어제와 다른 오늘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알게 된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된다. 추운 겨울, 이불을 박차고 일단 나가고 보자. 혹시 모른다. 새로운 공간을 발견할지도. [email protected] 각주1.배정한, “금단의 땅에서 도시의 여백으로”, 「한겨레」2022년 10월 31일.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무해한 텍스트가 필요한 만큼, 그 경계를 넘나드는 텍스트도 필요하다
    내 집이 생겼다. 침대와 책상만 들여도 빠듯한 단칸방에서 출발해 이제는 방이 무려 두 개다. 물론 자금이 부족해 돈을 빌렸고 갚고 있다. 치솟는 금리에도 큰 걱정을 하지 않은 건 너구리 사장이 나를 주민대표라는 그럴듯한 직함으로 부르며 노예처럼 부려 먹기는 해도 이자 없이 돈을 융통해준 덕분이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닌텐도 게임 ‘모여라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을 시작했다는 말이다. 시기를 놓친 결핍은 영원히 채울 수 없다던데, 내가 충족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욕망 중 하나가 나만의 방이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에서 룸 투어나 방 꾸미기 영상을 즐겨보는데, 이 알량한 알고리즘이 나에게 모동숲 확장 콘텐츠 중 하나인 해피홈 파라다이스 게임 영상을 추천 목록에 띄운 게 문제였다. 내 집과 섬을 꾸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귀엽게 생긴 동물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인테리어를 해줄 수 있다. 친구가 같이 해달라며 조를 때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는데(통신 연결을 통해 서로의 섬에 놀러 갈 수 있다), 난생처음으로 거금을 주고 게임기를 샀다. “나무 심어서 섬도 꾸밀 수 있어.” “조경학과라고다 나무 좋아하는 거 아니거든.” 동생의 말에 삐죽대며 답해놓고는 웃기게도 섬에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다. 우리 섬에서는 오렌지가 자라는데, 더 다채로운 풍경이 욕심나서 이 섬 저 섬으로 놀러 다니며 복숭아와 야자열매를 주워 와 곁에 심었다. 식물 씨앗과 묘목을 파는 늘봉이가 마을회관 앞에좌판을 펼치면 부리나케 뛰어가 주머니를 탈탈 턴다. 일주일에 한 번 물을 갈아주는 게 고작인 내 스킨답서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자연의 변화를 살아있는 식물보다 이 화면 속 가짜 섬에서 더 생생히 느끼고 있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내가 체감하는 계절의 변화는 찬바람의 세기 정도다. 물론 가로수의 잎이 돋아난 걸 보며 봄을 실감하고, 손톱만 했다가 손바닥만큼 자란 잎이 드리운 그늘에서 뙤약볕을 피하고, 바싹 마른 낙엽이 발밑에서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일 년이 또 지나가는구나 생각하지만 그 풍경이 내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마어마하진 않다. 그런데 퇴근 후 전원 버튼만 누르면 만날 수 있는 픽셀로 구성된 섬은 ‘너 시간이 가는 건 알고 살아?’ 하고 묻듯이 나날이 변하는 자연의 풍경을 보여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릇푸릇했던 나무가 군데군데 물든다 싶더니 바람에 나뭇잎을 떨구기 시작했고, 풀숲에서 튀어오는 곤충과 낚싯대에 낚이는 물고기의 종류가 바뀌었다. 겨울이 왔구나, 생각했다. 또 다른 매력은 안온함이다. 이웃인 동물 친구들은 항상 다정하다. 너구리 사장이 준 소소한 퀘스트를 해내면 보상이 주어진다. 이 세계에서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노동은 늘 정직한 대가로 돌아온다. 악당을 물리쳐 세계를 구하는 대단한 서사는 없지만, 작은 성공의 경험이 적층되며 현실에서 맛보기 힘든 기쁨을 안겨준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한다고, 집을 더 크게 늘리지 않느냐고 비난하는 이도 없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해한 장소처럼 느껴진다. 날이 추워졌으니 캐릭터에게 코트를 입혀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아직 내 옷장에서 도톰한 코트를 꺼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겨울이 아무리 따뜻해도 수능 한파는 피할 수 없다고 믿었는데, 올해는 그 말도 비껴갔다. 이를 깨닫고 난 뒤로 게임에 접속하면 종종 이 세계에는 기후변화 같은 건 찾아오지 않겠지 같은, 무익한 의문이 떠올랐다. 정제되어 아름다운, 무해한 세계의 유해함에 대해서도 자꾸 묻게 됐다. 그래서 역시 매끈하게 다듬어진 조경 공간의 사진도 좋지만, 수해로 인한 실패와 성찰의 과정을 담은 ‘한강변 보행네트워크’(18~53쪽) 같은 지면이 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무해한 텍스트가 필요한 만큼, 그 경계를 넘나드는 텍스트도 필요하다. 유해함을 제거해서 표백된 세계로 놔둘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나쁜지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비평이 하는 일”1이니 말이다. 되도록 현실을 잊지 말고 살아야지, 이왕이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진짜 세계를 욕망해야지 다짐하지만 자꾸 게임 속 세계가 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동물 친구들의 다정함이 너무 따스했던 탓일까. [email protected] 각주 1. 허윤, “유해한 것에 대해 더 시끄럽게 이야기하자”, 『릿터』 38호, 2022, p.24.
  • [PRODUCT] 자연과 교감하는 기쁨뜰 야외학습장 숲 속에서 자연과 함께 숨 쉬며 학습하는 공간
    최근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으로 형성된 학교 이미지에서 벗어나 담장 없는 학교, 운동장의 야외학습장 등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 내는 학습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안디자인의 기쁨뜰 야외학습장은 교실을 벗어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수업을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를 통해 자연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감성적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지붕이 있어 우천 시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야외 환경을 고려해 오염에 강한 징크 패널과 HPL을 외부 마감재로 사용했고, 브라운, 베이지 톤의 색깔을 사용하여 주변 숲 속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180인치 롤 스크린과 스피커가 기본으로 제공되고, 이용자가 직접 가져온 빔 프로젝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전원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다. 롤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상부로 올려 보관할 수 있으며 조명과 연계된 전원 스위치로 에너지 낭비를 방지하도록 했다. 야간에는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어 마치 캠핑장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탠드 하부의 유휴 공간에는 보관소를 만들어 기자재나 유지 관리에 필요한 물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도 고려했다. 5~6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계단형 좌석이 총 5열로 구성된다. 총 25~3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지면과 닿은 1열에 휠체어 주차 공간을 마련해 장애인, 노약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측면에는 난간을 설치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TEL. 02-2069-2422 WEB. www.aiandesign.com
  • 생명이란 무엇인가, 기계생명체가 던지는 질문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영화와 애니메이션 속 거대한 기계는 투박하고 귀가 떨어져나갈 굉음을 내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금방이라도 나를 향해 위협을 가할 것 같은 면모는 기계를 자연과 대척점에 놓인 무서운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 반면 1990년대 초부터 최우람이 만들어온 ‘기계생명체(anima-machine)’는 부드럽고 유연하며 조용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자아낸다. 지난 9월 9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최우람의 고유한 세계관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MMCA 현대차 시리즈1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가 열리고 있다. 최우람은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세밀한 움직임을 보이는 살아 숨 쉬는 듯한 기계를 만들고, 독특한 이야기를 더하는 작업을 해왔다. 자동차 엔지니어인 할아버지와 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최우람의 어린 시절 꿈은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였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아 공과대학에는 가지 못했지만, 전공으로 미술을 택한 그는 과제를 하다 우연히 접한 키네틱 아트에서 접어 두었던 꿈을 실현할 실마리를 발견했다. 최우람은 모든 생명체의 본질이 움직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가 구축한 치밀한 메커니즘은 기계 역시 생명체처럼 완결된 아름다움을 자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관객들은 기계생명체들을 보며 생명의 의미와 살아 있음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전시 첫 공간인 서울박스에 발을 내딛으면 기괴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소음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리면 18개의 지푸라기 인형이 기이한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는 ‘원탁’을 볼 수 있다. 인형들이 무릎을 접었다 펴기를 반복할 때마다 등에 진 검은 원탁의 기울기가 변하고, 그 위를 지푸라기 공이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굴러다닌다. 저 공이 무엇이기에 저렇게 절실히 지키는 것일까. 호기심을 품고 다가가면 지푸라기 인형 모두 머리가 없는 상태이며, 공인 줄 알았던 구체가 사실 머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머리가 없는 지푸라기 몸체가 등으로 원탁을 밀어 올리는 모습은 마치 원탁 위 머리를 차지하기 위한 행동 같아 보이지만, 그 결과는 머리를 더 멀리 밀어내 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을 가져올 뿐이다”라는 해설이 제공되고 있지만, 의미없는 노동을 반복하는 지푸라기 인형을 보고 있으면 과연 그들이 자의로 저 원탁 아래에 머물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들의 모양을 천장 가까이에서 느릿하게 날며 내려다보는 ‘검은 새’를 발견하면 어쩐지 안쓰러운 마음이 끓어오르고 인형들의 몸짓이 꼭 나의 발버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환경과조경415호(2022년 11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2014년부터 시작된 MMCA 현대차 시리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연례 프로젝트다. 매년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한국 중진작가 1인을 선정해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지원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와 역동성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자 기획되었다.
  • 2022 서울정원박람회 꿈의 숲 그리고 예술의 정원, 북서울꿈의숲에서, 9월 30일부터 10월 6일까지
    가을 정원과 예술적 정취를 함께 즐길 수 있는 2022 서울정원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가 9월 30일부터 7일간 북서울꿈의숲에서 개최됐다. 2015년부터 열린 서울정원박람회는 올해 7회를 맞았다. 이번 정원박람회는 특히 오랜 기간 지속된 팬데믹과 바쁜 일상 등으로 지쳐있던 시민들에게 정원 문화를 통해 건강한 위로와 휴식을 선사하고자 했다. 서울시와 2022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환경과조경이 주관한 올해 정원박람회의 주제는 ‘꿈의 숲 그리고 예술의 정원’이다. 과거 드림랜드가 있던 곳에 만들어진 북서울꿈의숲은 강북 지역을 대표하는 공원이다. 칠폭지, 월영지, 청운답원(잔디광장), 창포원, 문화광장 등 풍부한 녹지 공간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예술 공연과 전시를 즐길 수 있는 꿈의숲아트센터, 어린이 미술관인 상상톡톡미술관이 있어 다른 공원과 차별화된다. 대상지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공 정원 조성을 위해 북서울꿈의숲의 이러한 특징을 주제에 반영했다. 북서울꿈의숲과 어우러진 각양각색의 정원 9월 3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북서울꿈의숲에서 다양한 정원 전시가 펼쳐졌다. 상상톡톡미술관 전면에 작가정원(4개소), 창포원 좌우에 학생정원(6개소)과 시민정원(8개소), 청운답원 주변에 팝업가든(9개소)이 조성됐다. 작가정원의 주제는 정원박람회 주제와 동일한 ‘꿈의 숲 그리고 예술의 정원’이었다. 작가정원 공모에 47팀이 참여했으며, 1차 심사를 통해 4개 작품이 최종 선정됐다. 정원 조성 후 현장 심사를 통해 구영미·박지연의 ‘내 마음의 산책길’이 금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정원은 청운답원 한 곳에 모여 있는 다른 작가정원들과는 달리 홀로 방문객을 맞이하는데, 햇살, 바람, 나무와 풀이 어우러진 공간에 놓인 내 작은 방은 온전히 자신의 감정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은상에는 최윤정·김동민의 ‘꿈을 저울질하는 시소’, 동상에는 장찬희의 ‘직관적 발아’와 김지학·설윤환의 ‘하얀바람’이 선정됐다(88~105쪽 참고). 조경, 원예, 정원, 건축, 도시계획, 산업 디자인 등 조경 관련 학과 학생 누구나 참여 가능한 학생정원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올해 금상에는 할리갈리(상명대학교)의 ‘물감: 퍼지는 꿈의 조각’이 선정됐다. 순백의 도화지 위에 알록달록한 색으로 자신이 상상하는 꿈을 그리는 모습을 정원으로 형상화했다. 시련을 벽으로 나타내고, 붓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식물이 번지면서 벽(시련)이 무너지는 모습을 표현해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은상은 블루밍(서울시립대학교)의 ‘블루밍 드림(Blooming Dream)’과 드리머즈(강원대학교)의 ‘별담; 꿈을 담다’가, 동상은 5스틴5stin(가천대학교)의 ‘예지몽; 藝至夢’, 해님달님(가천대학교)의 ‘항해, 꿈을 향해’, SEO(건국대학교)의 ‘숨기다&찾다Hide&Seek: 정원에서 숨겨진 감각을 찾다’가 수상했다. 시민정원은 정원 조성에 관심이 있는 서울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정원 문화의 대중화와 정원을 통한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모하는 장으로 역할하고 있다. 금상은 에이블 가든(Able Garden)의 ‘정원, 잊어버린 꿈을 다시 채색하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무채색이 되어 버린 꿈의 본래 모습을 정원에 투영된 빛을 통해 마주하게 했다. 이를 위해 빛을 투영할 수 있는 아크릴판을 활용하고 다양한 색채를 정원에 더했다. 은상은 해방촌 마을정원사의 ‘정원 우체부; 꽃, 안부를 나누다’, 마미 가드너스의 ‘꿈에 그린(green) 정원’이, 동상은 꿈꾸는 무지개의 ‘땅위에 무지개’, 그린수프의 ‘팔레트; 꽃+팔레트(Falette;Flower+Palette)’, 오동근린공원봉사모임의 ‘벽오산(오패산)벌리사의 꿈’, 가든러버의 ‘내마음을 물들인 정원아 사랑해’가 수상했다. 팝업가든은 정원박람회 기간에만 선보이는 정원이다. 금상에는 릴리목공소의 ‘꿈꾸는 정원사의 작업실’이 선정됐다. 이들은 ‘릴리’란 이름을 가진 가상의 정원사라는 인물을 설정해, 릴리가 오랫동안 머무는 공간이자 꿈을 키워나가는 작업실의 흔적을 정원으로 조성했다. 반짝 정원하자의 ‘너도나도 정원하자’가 은상을, LA 걸스(서울시립대학교)의 ‘꿈빛잡화점’, ART2ST(건국대학교)의 ‘화원(畫園): 정원을 그리다’, 별빛(고려대학교)의 ‘별의 물감_에스터 페인트(ASTER paint)’가 동상을 수상했다. *환경과조경415호(2022년 11월호)수록본 일부
  • 함께가든 에버랜드 포시즌스 가든 가을 정원, 서울시립대학교 팀 설계
    크라운;어스와 걸어서 시대 속으로 2022년 봄 학기, 서울시립대학교 2학년 전공 수업으로 ‘정원 및 외부공간 설계 스튜디오’가 진행됐다. 두 명이 한 팀을 꾸려 캠퍼스 내부 또는 그 주변에서 대상지를 찾고 공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설계안을 제출하는 것이 과제였다. 조금 독특한 점은 두 분반에서 각각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한 팀을 선발해, 총 두 팀에게 에버랜드 ‘포시즌스 가든’의 가을 정원을 설계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었다. 16주에 걸친 스튜디오 결과, 1분반에서는 권솔지·박효빈의 ‘크라운;어스(Clown;Us)’가, 2분반에서는 김다민·지서연의 ‘걸어서 시대 속으로’가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크라운;어스’는 가면을 쓴 어릿광대처럼 사회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정원이다. 점점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서울시립대 자작마루 주변에 펑키한 분위기의 다채로운 색상의 식물과 차분한 분위기의 색조가 단순한 식물을 심어 사람들의 다면성을 표현하고 온전히 휴식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했다. ‘걸어서 시대 속으로’는 이정표 정원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회기역에서 서울시립대학교 후문까지 도보로 이동하려면 최소 12번의 갈림길을 만나게 되어 길을 잃기 십상이다. 길 찾는 사람을 돕기 위해 서울시립대로고와 방향을 지시하는 화살표를 담은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21개의 기둥에 쪼개 담아 배치했다. 멀리서는 보이지 않지만, 갈림길에 들어서면 쪼개진 이미지가 하나로 이어지며 길을 안내한다. 기둥 사이로 이미지를 가리지 않도록 동선과 식물, 휴식 공간을 배치했다. 함께가든, 왕관을 쓴 어릿광대 김다민·권솔지·박효빈·지서연 팀(이하 서울시립대 팀)은 6월 22일, 에버랜드 내 조경팀 사무실에서 첫 미팅을 진행했다. 에버랜드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정원인 포시즌스 가든을 선보이는데, 이번 가을 정원의 콘셉트는 ‘해피 핼러윈’이었다. 정원은 네 개 구역으로 구분되며,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테마로 구성된다. A구역 ‘컬러풀 펌프킨 가든’은 다양한 색감의 호박 조형물이 주를 이루는 정원이고, B구역 ‘트릭 오어 트릿 가든’은 집 조형물과 키치한 패턴의 식재가 특징인 공간이다. C구역은 서울시립대 팀의 함께가든이 조성되는 곳으로, 정해진 콘셉트는 없었다. D구역 ‘핼러윈 인피니티 가든’에는 대형 스크린에서 이어지는 메리골드 길이 조성된다. 권소희 프로(에버랜드 조경팀)는 대상지 답사를 이끌며 식재되어 있는 식물, 정원에서 유지해야 할 것과 바꿔도 되는 것을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립대 팀은 에버랜드가 시설물보다 식재를 중심으로 한 정원을 추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에버랜드는 “정원을 잘 조성하면 한 계절 내내 칭찬을 듣지만, 잘 조성하지 못하면 한 계절 내내 질타를 받는다.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한껏 즐길 수 있는 정원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원 콘셉트를 고민하던 서울시립대 팀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되짚어봤다. 좋은 평을 들었던 반전 효과를 지닌 광대라는 콘셉트, 기둥을 통해 방향을 유도하는 개념, 조형물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고려해 ‘크라운;어스’와 ‘걸어서 시대 속으로’의 장점을 합친 새로운 정원을 만드는 데 돌입했다. 두 번째 미팅은 6월 29일, 설계 스튜디오를 지도한 이윤주 소장의 LP스케이프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정원의 콘셉트와 방향성, 레퍼런스 이미지를 발표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함께가든의 콘셉트는 ‘크라운 오어 크라운(crown or clown)’으로, 서울시립대 팀은 왕관을 쓴 어릿광대의 모습을 상상하며 정원을 설계했다. 대상지를 세로로 분할하고 각 구역에 전혀 다른 분위기의 식물을 심음으로써 광대의 양면성을 표현했다. 곳곳에 기둥을 세우고 기둥에는 핼러윈 느낌을 내면서도 사람들의 걸음을 유도하는 젠탱글(zentangle) 이미지를 삽입했다. 그림자놀이를 할 수 있는 조형물을 배치해 재미를 더했다. 발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세부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부분과 에버랜드의 요구 조건에 맞춘 설계안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후 서울시립대 팀은 에버랜드 정원에 사각 기둥 모양의 거울 기둥이 있다는 정보를 접했고, 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기둥 디자인을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수종은 에버랜드 식재 리스트를 고려해 선정했다. *환경과조경415호(2022년 11월호)수록본 일부 지서연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하는 학부생이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의 일원으로 도시 농업, 산불과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 [기웃거리는 편집자] 이름을 부르는 지혜
    삶에서 가장 소중한 장면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까? 영화 ‘원더풀 라이프’(1998)의 주인공은 천국에 가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 각자가 꼽은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기억을 영화로 만들어 천국으로 가는 이들에게 선물로 준다. 말하자면 천국의 프로덕션 회사에서 진행하는 텀블벅 프로젝트라고 할까? 문득 지옥이 아니라 천국에 가는 행운(?)이 주어진다면 어떤 기억을 선택할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여러 장면이 있겠지만, 클라이언트로서 한 가지 요청이 있다면 장면을 구성할 때 미장센으로 ‘비 온 다음 날 아침 집에서 본 안개 낀 앞산의 풍경’을 그린 그림을 써달라고 하고 싶다. 시골집 마당에 서면 산세가 훤히 보이는 맞은편 산에는 왜가리 군락지가 있었다. 그 자체로도 하나의 수묵화였지만 비 온 다음 날 젖은 아스팔트 도로가 채 마르지 않은 아침, 안개가 산을 자욱하게 두른 풍경은 특유의 운치를 자아냈다. 소설가 김승옥의 표현을 빌리자면, 밤사이 진주한 안개라는 적군이 가하는 기습에 무장해제가 될 수밖에 없는 진풍경이었다. 그러한 날에 맡을 수 있는 젖은 흙냄새와 깨끗해진 아침 공기의 맛은 날씨를 보관하는 서랍이 있다면 그 안에 넣고 싶을 만큼 좋았다. 만약 겸재 정선 선생님이 이곳의 경관을 그림으로 그렸다면 인왕제색도에 버금가는 그림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그때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았다. 풍경의 순간을 담지 못했던 나와 달리 영국에서는 귀여운 조직적 움직임을 2005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레딩대학교 기상학과 방문연구원 출신 개빈 프레터피니(이하 개빈)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추종자에 맞서 구름을 감상하는 모임인 ‘구름감상협회’를 창립했다. 이른바 구름 추적자라 불리는 회원들이 120개국에 5만여 명이나 있다. 사이비 종교 혹은 모종의 음모를 꾸리는 이상한 단체는 아니고, 순수하게 구름이 좋아서 모인 이들이 각자가 발견한 구름 사진, 그림, 시 등을 홈페이지에 공유하는 일종의 구름 커뮤니티다. 최근 창립자 개빈은 회원들이 보내온 사진과 명화를 엮어 책 『날마다 구름 한 점』(2021)을 출간했다. 이 책은 구름의 생성 원리나 광학 현상, 이름의 유래, 구름과 어울리는 문학 작품의 문장 등을 소개한다. 책을 통해서 텔레토비 동산의 햇님 주위로 퍼지는 빛의 이름이 부챗살빛(Crepuscular Rays)이란 것과 비행운처럼 선박의 배기가스가 선박 자국(Ship Tracks)이라는 구름을 만든다는 걸 새로 알게 됐다. 또한 SF영화에서 재앙을 예고하는 장면에 등장할 것 같은 ‘거친물결 구름(Asperitas)’은 협회 회원이 발견한 구름인데, 세계기상기구가 발행하는 『국제구름도감(International Cloud Atlas)』에 정식으로 수록됐다. 구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학계에서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인터뷰이로 만난 박승진 소장으로부터 구름감상협회와 결이 비슷한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됐다. 개빈이 구름감상협회를 통해서 생소한 구름의 세계를 알려주고자 했던 것처럼, 박 소장은 일반인에게 다소 낯선 식물의 세계를 알려주고자 했다. 우연히 공사장 근처를 지나다가 가림막을 배경 삼아 아름답게 나 있는 잡초를 발견하고, 잡초마다 갤러리 작품명처럼 스티커로 이름표를 붙여 주었다고 한다. 잡초를 하나의 작품처럼 감상할 수있도록 일종의 오픈 갤러리를 만든 것이라고 할까. 일회성에 그친 프로젝트였지만, 이러한 취지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이 모인다면 우리도 식물 사진을 찍고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는 초록감상협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그런 협회가 만들어진다면 맨 먼저 가입서를 쓰고 싶다. 구름의 평균 수명은 10분밖에 되지 않고, 잡초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 배우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구름, 잡초라는 단어로 그들의 존재를 뭉뚱그리는 대신 권운, 적운, 개망초 등 정확한 이름을 호명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즈번 윌슨은 “지혜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대상을 올바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름에 집착하느라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mail protected]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글씨는 사람의 마음인 것 같아
    눈물 나게 하는 것보다는 웃게 만드는 게 더 힘들더라. 그래서 영화도 드라마도 좋지만 시트콤 작가가 신기하고 위대해보였다. 첫 문장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게 글의 마무리였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제일 쉬운 건 당연한 말로 끝맺는 것이었다. 교훈적이고 감동적인 내용들 말이다. 답을 내리기 어려울 때는 의문문으로 끝내는 방법도 유용했다. 그런데 수십 차례 같은 전략으로 지면을 채우다보니 지겨웠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닌지, 친구가 “너 그만 반성해도 될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건네기도 했다. 그래서 늘 재치 있는 문장들이 탐났다. 쉽게 공감하고 피식피식 웃으며 볼 수 있지만, 이런 걸 왜 여기다 쓰지 일기장이 없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 문장들. 하지만 글은 쓰는 이를 닮기 마련이다. 그다지 유쾌한 편은 아닌 내가 쓰는 글은 늘 고만고만한 결을 유지했고, 가끔 벗어나보려고 바둥대봤지만 늘 제자리로 돌아왔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해야 할 일들. 무엇이 적혀있을지 뻔히 알면서도 비슷한 제목을 발견하면 매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우선 많이 읽기, 솔직하게 쓰기, 쓸데없는 수사를 빼기 등 익숙한 전략을 훑어보고 있으면 꼭 그 가운데에서 ‘필사하기’가 등장했다. 베껴 쓴다는 의미의 필사(筆寫)는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유명한 훈련 방법 중 하나다. 정호승 시인은 서정주와 김현승의 시를 필사했고, 신경숙은 “눈으로 읽을 때와 한 자 한 자 노트에 옮겨 적어볼 때와 그 소설들의 느낌은 달랐다. 소설 밑바닥으로 흐르고 있는 양감을 훨씬 세밀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 부조리들, 그 절망감들, 그 미학들. 필사를 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1고 말했다. 난 오래전 이들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 인생 첫 만년필을 마련하고 그에 어울리는 노트를 샀다. 필사는 책을 손으로 읽는 작업이다. 이 훈련법의 핵심은 글을 단어 단위가 아닌, 문장 단위로 옮기는 데 있다. 눈을 바삐 왼쪽 오른쪽으로 굴리며 글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잠깐이라도 외워 머릿속에 박아 넣는 것이다. 글자들이 휘발되기 전에 종이에 적는 일은 문장의 구조와 말맛, 문체를 만드는 법, 더 풍부한 어휘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만든다. 쉼표의 적절한 위치를 고민하게 되고, 접속사의 의미를 더욱 크게 느끼고, 문장을 매듭짓는 수많은 방법을 깨닫는다. 잘못 쓴 글자는 화이트로 지우는 대신 가운데 줄을 긋고 고쳐 쓰면 안 좋은 습관도 발견할 수 있다. 문장을 배우는 데만 깊이 몰입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깃털 같은 집중력은 그리 오랜 시간 발휘되지 못한다. 쓰다보면 삐죽빼죽 삐침이 못나게 빠져나오고 어딘가 못생긴 글자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글씨의 형태에 공을 들이다보면 문장은 휘발되고 손 마디마디에 아픔만 고인다. 어딘가 비효율적인 필사 작업이지만, 그래도 완성된 글씨체가 마음에 든다. 길쭉길쭉한 모음(성공한 사람의 필적을 분석한 결과 가로획이 길다는 말을 듣고 더욱 길게 쓰려 노력하고 있다)과 조금은 작은 ㅁ과 ㅇ, 세로로 가늘어 조금 해체된 듯 보이는 ㅅ과 ㅈ. 디지털 기기의 자판에 더 익숙한 시대에 펜으로 꾹꾹 눌러 적은 글씨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겠지만, 매년 이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는 대회가 있다. 올해 8회를 맞은 ‘교보문고 손글씨대회’는 심사위원 평가와 대중 투표를 통해 매년 아름다운 필체를 선정한다. 겉옷의 두께를 고민하게 되는 계절이면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수상작들을 볼 수 있다. 개성이 묻어나는 글씨체는 아는 글을 새롭게 읽히게 만들기도 한다. 올해는 으뜸상 수상자의 글씨를 오래 들여다봤다. 역대 최고령 수상자 82세 김혜남은 필체와 잘 어울린다며 며느리가 추천해준 나카가와 히데코의 『음식과 문장』의 한 구절을 적었다. “곡선에 싱싱한 탄력이 있고, 간결하게 새침”(유지원 심사위원)한 글자 모양 덕분일까, 글에서 새콤한 복숭아와 달큰한 밤의 맛이 나는 것 같았다. “글씨는 사람의 마음인 것 같아. 사람의 마음이 거기 담기는 것 같아요.”2 김혜남의 소감을 읽으며, 묘한 떨림을 가진 그의 글씨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까 가늠했다. 글도 사람을 닮고, 글씨체도 사람을 닮으니, 공간 역시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을 닮을까. 역으로 좋은 글을 쓰려 노력하다 보면 사람이 글을 닮아가기도 할까. 오늘도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인 의문문으로 글을 맺는다. [email protected] 각주 1. 신경숙, 『아름다운 그늘』, 문학동네, 2004, pp.155~156. 각주 2. 윤상진, “‘손글씨엔 마음이 담겨 있어요’… 82세 할머니의 글씨, 폰트로 제작된다”, 조선일보 2022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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