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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디자인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틈틈이 내가 살 집을 그려보던 것이 나의 조경인생 시작이다. 무언가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이 흥미롭고 기쁨이 가득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 건축디자인을 공부해서 미래에 멋진 건축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그런 마음으로 공부하며 대학교 진학 준비를 하던 중 조경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조경에 대한 인식이 없을 정도로 태동된 지 얼마 안 된 시절이었지만, 땅을 만지고 공간을 창조한다는 매력에 푹 빠지면서 조경학과에 입학하게 된 것이 1977년이다. 현재는 2021년이니 대학교 시절까지 합하면 44년의 시간 동안 조경을 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게 알아야 하며 배워야 했던 그 시절, 조경 설계와 시공을 하는 회사에 들어가 학교에서 배운 정도의 지식으로 도면을 그렸다. 그 도면을 기초로 현장에서 실제로 시공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시간을 조경과 싸우며 살았다. 지금은 낯설어진 이름, T자·삼각자·곡선자·뱀자·빵빵이·샤프펜슬·로터링·마카 등. 그것들을 친구삼아 함께했던 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개인주택정원에서부터 호텔조경, 학교조경 그리고 공장조경까지 다양한 규모의 공간들을 디자인했다. 잠도 못 잘 정도로 많은 일들을 진행하면서도 디자인한 것들이 도면화 되고, 그 도면대로 실제로 만들어 보고 또 눈앞에 조성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조경가로서의 꿈을 키웠던 것 같다. 그 일이 가치가 있고 즐거워서 항상 기쁘게 조경 설계와 시공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면서 더 좋은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회사에서 밤새 고민하던 시간이다. 공간을 생각하며 또 이용행태를 고려해 스케치 해보고 그것을 기초로 디자인을 한다. 디자인한 도면을 들고 현장으로 가서 도면에 근거해, 식재와 시설물공사를 직접 감독하며 신입이 아닌 조경 경력자처럼 일 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새롭다. 디자인된 도면을 청사진으로 출력해서 도면집을 만들고 그걸 들고 깜깜한 새벽에 현장에 나갔다. 식재수량만큼 수종과 규격, 특성, 식재 시 참고사항을 빼곡히 적은 작은 종이들을 줄자로 재어 도면상 위치에 정확하게 놓고 돌로 눌러 놓는다. 그러고 작업반장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용들을 전달해 드리고 시설물이나 기타 관련 자재들을 구매하기 위해 을지로 공구상가를 돌아다녔다. 시설물 시공 준비를 하러 다녀와서는 지시한 식재공사가 진행된 것을 확인해 남은 식재 공사를 위해 인부들과 함께 이목도나 사목도로 남은 수목들을 식재지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그 당시에는 크레인이나 굴삭기 같은 장비가 보편화 되지 않아서 모든 작업을 인력으로 했다. 수목이나 자연석도 장비가 아닌 사람이 직접 목도로 운반했다. 그렇게 식재지에 옮겨진 수목은 심기 전에 죽은 가지나 아름답지 못한 수형을 가벼운 전정을 통해 모양을 냈다. 잎과 뿌리의 밸런스를 위해 강전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식재 시기의 일조량 등의 환경에 따라 적정하게 잎을 따 증산작용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작업을 했다. 식재할 수목을 식혈에 정치하고 수목의 방향을 적정하게 맞춰 식재를 하는데, 모든 사람이 한 마음으로 나의 생명처럼 사랑으로 심었던 기억이 난다. 굴삭기가 없어 사람이 직접 삽으로 식혈을 팠지만, 분 크기의 거의 두 배 되는 충분한 크기로 식혈을 팠다. 나무를 밧줄로 당겨서 수피나 나뭇가지 하나라도 상하지 않게 심고 물을 충분히 주며 뿌리가 잘 자라도록 흙을 저어주고 죽을 쒀줬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큰 대형 수목도 수형을 그대로 유지하며 식재를 했다. 그래서 새롭게 조성된 조경 공간이지만 낯설지 않은 경관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줬던 것 같다. 관목을 한 주 식재할 때도 동일한 마음으로 식재하며, 빗물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스며들고 흐르게 땅을 만져 땅속을 건강하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목이 잘 자라도록 했던 조경식재시공 현장이다. 식재수종도 다양했다. ‘교목’으로는 주목, 전나무, 소나무, 독일가문비나무, 잣나무, 목련, 단풍나무, 벽오동나무, 안개꽃나무, 자귀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살구나무, 꽃사과, 모과나무, 배롱나무, 느티나무, 산벗나무, 산사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등을 심었다. ‘관목’으로는 박태기나무, 개나리, 산철쭉, 눈주목, 찔레꽃, 다래, 조팝, 명자나무, 매자나무, 모란, 작약, 미선나무, 쥐똥나무, 진달래, 협죽도, 생강나무, 옥향, 분꽃나무, 화살나무, 목서, 치자나무, 남천, 히말라야시다 등 나름 재배되던 수종들을 식재했다. 당시 의자나 식탁, 휴지통, 퍼걸러, 그네·시소·미끄럼틀·조합놀이대 등의 놀이시설 그리고 벽천이나 연못·분수 같은 수경시설을 직접 구상하고 디자인했다. 시설물에 필요한 목재와 석재·철재·나사못까지 다양한 재료들을 직접 조사하고 구매해 이해하고 도면 작성 시에도 디테일 등을 직접 공장이나 전문 제작자를 찾아 묻고 만들어 보면서 시공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다양한 제품의 조합놀이시설 제품이 있지만 그 시절에 직접 디자인했던 조합놀이대는 지금보다 크기나 길이가 꽤 길고 다양했다. 그 시설물을 설치했을 때 아이들이 올라가면 최소한 30분은 놀 수 있던 조합놀이시설이다. 그런 다양한 고민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시설물을 보면 얼마나 감동과 감격이 있었는지 모른다. 샤프심으로 그리고 지우개로 지우고 또 다시 그리고 했던 그때의 조경 설계의 짜릿한 기쁨을 지금도 나는 손으로 디자인 하며 누리고 있다. 40년이 더 지난 지금의 조경 설계와 시공에는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었는지를 돌아보면 조금은 마음이 무겁다. 설계 분야와 시공 분야가 분리돼 졸업하면서 원하는 분야로 가게 돼 더 전문화되고, T자나 각도자는 사라지고 컴퓨터로 디자인하는 시대가 됐다. 자료나 재료는 더 풍부하고 기능을 위한 장비나 시설은 훨씬 좋아져서 설계 시 선은 더 정확해지고 어떤 유기체적 형태의 디자인도 다 실행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 기능성 장비의 발전에 걸맞게 조경 분야 즉 설계나 시공 영역에서 조경의 디테일이나 조경 디자인의 다양함과 참신함이 더해졌는지 한 번 돌아보면 좋겠다. 건축이나 다른 분야에서 넘보지 못할 식재설계나 시설물의 설계 수준으로 우리 조경의 전문성이 더 확고해 졌는가 생각해 본다. 그때는 설계도면을 손으로 그렸지만 시공에 필요한 모든 디테일과 참고해야 할 내용들이 다 적혔다. 도면만 들고 가면 시공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꼭 필요한 내용이 들어간 도면을 그렸던 것 같다. 그렇다면 조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식재 시공 분야는 어떤가? 굴삭기·크레인·지게차 등의 다양한 장비의 보편화로 과거보다 더 큰 수목들도 이식이 가능하고 식재 시공 기능도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수형이 아름다운 대교목을 이식하는 것을 보면 오랫동안 생명을 가지고 아름답게 자란 수목을 오직 하자 방지를 위해 팔다리를 잘라내어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모든 가지들이 다 잘려 나간 모습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지 모르겠다. 더 원형의 모습대로 식재돼야 마땅한 장비나 기술을 가지고도 이렇게 시공되는 것을 지금도 많이 볼 수 있다. 대형 수목의 분을 굴취하는 것부터 장비를 사용하는 만큼 더 크게 충분한 분을 만들거나 컨테이너 재배를 통한 수목의 반입, 적정한 크기와 수형의 수목을 온전한 지반을 조성해 미래지향적 식재를 한다든지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과거와는 다른 전문화되고 세분화 된 공정으로 하자를 줄이는 것도 아니다. 식혈도 장비가 보편화 된 만큼 기준대로 더 넓고 여유로운 크기가 아니라 분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시공을 하고 있다면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참 아이러니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현장 시공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수 년 동안 자문이나 기타 상황으로 현장을 보면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을 정도로 아직은 조경 시공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 같다. 그나마 젊은 조경가들이 시공의 전문성을 위해 곳곳에서 조경의 깊이를 더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우리나라 대학에 조경이라는 전공이 생긴지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자연을 소재로 가장 다양한 공간을 다루고, 공간을 창조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인가? 그 가치 있는 조경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깊이와 넓이를 더해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조경 분야가 선도적 역할을 했으면 한다. 조경 디자인은 사람과 동식물을 존중하고 살아 있는 생명을 고려하는 디자인이다. 죽어가는 도시를 살리고 나눠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살아 있는 조경의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 자연을 토대로 아름다운 환경을 창조하는 귀한 일을 통해 매일 기쁨으로 살아가는 모든 조경인들에게 작은 마음을 전해본다. 코로나19가 상관없는 아름다운 날들로 매일을 기쁨의 일상으로 살아가시길 소망하며 최신현 / 씨토포스 대표
  • 지난 2014년 나는 홀연히 미국으로 답사를 떠났다. 당시 서울에는 서울식물원과 서울역고가 프로젝트라는 두 가지 큰 프로젝트가 있었다. 두 개 프로젝트에 참고가 될 만한 곳을 찾아간 것이었지만, 그보다 키우고 있는 식물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다. 9월에 찾아간 뉴욕 하이라인은 정원을 감상하기에 정말 좋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피트 아우돌프가 식재디자인을 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던 터라 그저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는데, 실제로 방문했을 때 도시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정말로 이 정원을 즐겁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중 내 눈길을 사로잡은 한 경관이 있었는데, 바로 실새풀 브라치트리차의 개화된 모습이다. 당시에 실새풀을 수입해서 재배하고 테스트하던 중이라 그런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 것 같다. 며칠 뒤 시카고로 이동해 밀레니엄파크 안에 있는 루리가든(Lurie garden)을 방문했다. 사실 별다른 사전지식 없이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여러해살이풀들의 향연에 또 한 번 기가 차고 말았다. 분명 내가 알고 있고 키우던 꽃과 풀들인데, 어떻게 이런 경관이 나올 수 있을까? 새삼 피트의 식재디자인에 감탄했다. 미국 답사를 마치고 돌아온 후로 솔직히 허무함과 무력감에 시달렸다. 다시 가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2년이란 세월이 흘러 나는 유럽과의 교류를 통해 또다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신품종 관련 회사의 국내 에이전트를 하다 보니 피트 아우돌프에 대한 열망이 점점 더 커지게 됐다. 네덜란드에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해외사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뜻밖에도 그들은 나에게 피트 아우돌프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네덜란드에 도착했고 꿈에 그리던 휴멜로(Hummelo)에 방문할 수 있었다. 함께 간 지인들은 그의 명성을 잘 알지 못했지만 그의 정원을 거닐어보고서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막상 사진에서만 보던 곳을 직접 보니 시간이 멈춘 듯 긴장과 기대감이 극에 달했을 무렵, 거구의 하얀 머리에 청남방을 입은 남자가 등장했다. 바로 피트 아우돌프다. 2시간여 동안 이어진 대화 가운데 그는 평소 잘 공개하지 않는 그의 사무실로 우리를 안내했고, 컴퓨터를 열어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들과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설명해 줬다. 그 순간이 너무 감격스러워 그랬을까 그날 함께 나눈 대화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휴멜로에서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은 아직도 내 핸드폰 배경화면에 잘 남아있다. 시간이 또 흘러 지난 2019년 5월 중국에서 피트 아우돌프를 비롯한 식재디자인 분야 유명 인사들의 콘퍼런스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베이징과 청두에서 두 번 열리는 이 행사의 참가비는 1박 2일에 우리나라 돈으로 50만 원 정도였는데, 베이징 행사장에 가보니 600여 명의 자리가 젊은 층으로 꽉 차 그 인기를 실감했다. 마침 울산에 있는 지인 2명과 함께 그 행사에 참석하게 됐고, 휴식시간에 피트 아우돌프를 다시 만나게 됐다. 그는 우리가 하루 전 엑스포 현장에서 잠시 인사를 나눈 걸 기억했고, 나와 휴멜로에서의 만남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울산에 관한 자료와 기념품을 선물했다. 피트 아우돌프의 강의는 감동적이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이틀 간의 행사를 통해 중국 역시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순히 조림에만 집중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여러해살이풀을 활용한 하부식생에도 눈을 떠야 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같은 해 6월, 네덜란드 출장 중 우연히 들른 전시회에서 운명의 한 사람을 만났다. 가끔 피트 아우돌프가 방문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그곳에서 피트의 40년 지기 친구를 만났다. 반가운 만남도 잠시, 아쉽게도 우리의 일정상 시간이 많지 않아 8월에 다시 만나기로 기약했다. 다시 만난 우리는 피트 아우돌프와 교감을 통해 그를 정식으로 한국으로 초청하게 됐다. 이후 10월 피트의 친구이자 파트너인 그가 우리나라 울산에 공식 방문해 지형을 살피고 태화강국가정원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스토리를 마음에 담아갔다. 마침내 11월에 피트 아우돌프로부터 정원을 만들겠다는 수락을 받았다. 코로나로 인해 국내는 물론 해외의 여건이 악화되어 울산에서도 기금을 후원으로 전환한 끝에 드디어 2020년 12월 계약을 맺게 됐다. 이로써 울산에는 아시아 최초로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이 조성된다. 피트 아우돌프가 우리나라에 정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다. 매주 전 세계 200여 곳에서 조성 문의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선택을 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을 조금씩 줄이고 있으며, 앞으로는 공공적인 정원에 더 비중을 두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5곳을 동시에 설계 중이라고 한다. 피트가 울산 태화강정원에 자신의 정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울산시민의 관심과 열정으로 5급수의 죽은 강을 1급수의 생태계가 살아있는 생명의 강으로 변화시킨 태화강의 스토리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곧 조성될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과 함께 한국의 정원문화도 한 단계 더 도약해 세계적인 정원도시를 꿈꾸게 된 이 순간이 꿈만 같다. 피트의 다른 해외 정원처럼 시민들이 주체가 돼 많은 시민정원봉사자들과 함께하는 정원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피트 아우돌프 한국대리인)[email protected]
    • 2021-01-26
  • ‘이길 승(勝)’. 이기다, 뛰어나다, 승리 등의 뜻을 나타내는 한자 ‘이을 승(承)’. ‘잇다’, ‘계승하다’, ‘받다’, ‘받들다’ 등의 뜻을 나타내는 한자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승정원에서 왕명 출납, 행정 사무 등을 매일 기록한 위대한 유산입니다만, ‘승’정원(庭園)일기는 소박하고, 소심하고, 게으른 정원사의 미루고 미루던 정원 이야기를 겨우 기록하는 일기입니다. 어떤 한자를 쓸지 고민하다 정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기고, 뛰어나고 싶은 욕심도 많고 정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게으른 정원사의 묵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텅 빈 공간이 풍성한 정원으로 채워지듯 너그러운 마음으로 쉬이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늘 정원에서 뵙겠습니다. “겨울에 할 일이 있냐? 겨울에 너희들은 쉬어도 되지 않냐?” 믿기지 않겠지만 한때 수목원의 리더가 정원사들에게 한 말이다. 다행히 그는 수목원에 잠깐 머물다 갔다. 쉽게 뱉은 말이었겠지만 15년이 흐른 지금도 겨울이 오면 감기처럼 그 순간이 아리다. 수목원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정원사들과 처음 수목원 운영을 맡은 사람의 틈에서 나온 오해지만 차가웠다. 비수기 원가 절감을 고민하며 나름 인건비를 줄여 보겠다는 생각일 수는 있으나 늘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정원사에게 서운함을 넘어선 서글픈 오해였다. 강원도에서 늦가을은 이미 겨울이었고 찬 공기 가득한 정원에서 뜨거운 땀을 흘리며 일하던 정원사들은 허무했다. “볼거리가 너무 없다”, “도대체 뭘 보라고 입장료를 왜 받고 입장시켰냐?”, “헛걸음했다. 입장료를 환불해 달라”. 겨울 고객이 실제로 하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일부 겨울 손님들은 꾸준히 같은 불만을 토로한다. 귀한 시간을 내어 찾은 수목원에서 맞이한 휑한 겨울정원은 가성비가 낮았다. 눈이라도 내려 겨울 감성을 자극한다면 모를까 겨울 방문객 반응은 눈보다 차다. 정원사의 겨울은 다른 계절의 분주함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 수시로 내리는 눈을 치우는 작업은 많이 간과하는 정원사의 임무다. 군대에서 전투 같은 제설작업에 투입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섬세함이 필요하다. 혈관처럼 자리 잡은 동선에 쌓인 눈을 치울 때는 다양한 장비가 동원된다. 도로를 쓸 때 사용하는 비, 눈삽, 넉가래뿐만 아니라 엔진 송풍기(Blower)도 아주 유용하다. 수목원 진입로처럼 넓고 큰길에서는 트랙터로 제설작업을 한다.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서 눈을 치우기도 하지만 사실 식물의 안전을 위해서도 제설작업은 중요하다. 하얗게 덮여 공간의 구분이 힘들어지면 식물이 밟히기도 쉽고, 무턱대고 눈을 치우다 도구로 식물을 상하게 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치운 눈을 함부로 쌓으면 녹으면서 주변이 과습으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겨울이 길고 유난히 추운 지역의 수목원에서는 동파 방지를 위해 외부 물 빠짐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겨울에도 건조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식물들이 있다. 특히 겨울에 유리온실에는 간간이 물이 필요한 식물이 있는데 제설작업을 하며 일부 눈을 온실 속 식물에 덮어준다. 그렇게 하면 눈이 조금씩 녹으면서 자연스레 겨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잎이 지고 줄기와 가지가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겨울은 가지치기하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다. 짙은 녹음에 가려져 쉽게 볼 수 없었던 나무의 속을 들여다보며 정원사는 다음 계절에 더 멋진 모습을 위해 땀을 흘린다. 그들이 겨울에 흘린 땀 덕분에 정원의 식물들은 더욱 잘생기고 훤칠한 모습으로 거듭난다.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워 밤마다 정원을 찾는 야생동물로부터 식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할 수 없다. 땅이 얼어 있는 한겨울은 피해가 크지 않지만, 땅이 녹을 무렵 멧돼지라도 내려와 가을에 심을 구근을 뒤지기라도 하면 마치 중장비를 몰고 와 정원에 해코지를 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피해가 크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원사의 겨울은 다른 계절의 분주함에 뒤지지 않고 흘리는 땀 역시 적지 않다. 내년을 위한 여러 계획과 전략을 구상하는 일 등은 굳이 한 번 더 강조하지 않겠다. 가을에 심은 구근처럼 정원사들은 치열하게 겨울을 견디고 있다. 겨울정원은 입장료를 환불해야 할 만큼 볼품없는 곳이 아니다. 정원을 감상하기에 겨울은 아주 불리하지만 겨울에 먹는 냉면에 버금가는 매력으로 가득한 곳이 겨울정원이다. 다른 계절에는 정원의 화려함에 주목했다면 겨울에는 숨어 있던 매력을 찾는 재미에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곳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 내린 눈과 대비되는 강렬한 색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열매와 줄기, 굶주린 까치를 위해 남겨 둔 몇 알의 홍시처럼 정원에 남아 있는 열매는 겨울정원에서 찾을 수 있는 메마른 감성을 위한 양식이다. 겨울에 더욱 도드라지는 다양한 식물들의 줄기와 가지는 꽃이 주는 아름다움만 편식하던 이들에게 회초리처럼 선명한 교훈을 남긴다. 나름의 방법으로 혹한을 지혜롭게 나고 있는 식물들의 모습도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식물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는 정원사의 모습도 모두 감동이다. “추우면 힘들긴 하지만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어… 추위도 소중한 조미료 중 하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에서 주인공이 겨울 음식을 만들며 읊조리는 말이다. 정원에서도 겨울과 추위는 소중한 ‘눈 맛’을 위한 소중한 조미료다. 겨울에 정원과 정원사들이 받은 오해에 대해서 구구절절 얘기한 이유는 억울함만을 토로하기 위함이 아니다. 사실 2020년은 1년 내내 겨울이었다. 코로나19는 찬바람보다 매섭고 두려웠다. 모두가 힘들었지만 많은 사람이 찾아야 유지될 수 있는 정원과 수목원은 더욱 힘든 시절이다. 겨울정원에서 할 일이 없지 않듯 위축된 사회적 분위기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할 일이 없지는 않다. 이제는 정원 최전선에서 방역작업까지 병행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꽃처럼 화려하고 자극적인 공간을 선호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넓고 개방된 공간에 주로 만들어진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다. 이제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시대가 되었다. 찬바람이 불지만 여전히 많은 정원사들이 긴 겨울보다 더 치열하게 때론 목숨을 걸고 정원을 묵묵히 가꾸며 치키고 있다. 정원은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정원사와 함께. 노회은은 참외밭을 일구며 자식의 인생까지 아름답게 가꿔 준 농사꾼이자 정원사인 부모님을 존경한다. 학창 시절 영국의 정원을 슬라이드 필름으로 보여 주시던 은사님께 늘 감사한 마음이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일하지만 삶은 아직 척박하고 엉성하다. 노회은 / 한국수목원관리원 정원문화사업지원실 팀장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어 세계인의 일상생활이 제한되고 많은 사람이 경제적 타격을 입었으며, 사망자가 2020년 일 년 동안 거의 200만 명에 이르는 예상치 못한 팬데믹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홍수, 대형 산불, 저지대 침수 같은 전 지구적 재난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처하기 위한 시급한 노력이 사회 각 분야에서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 조경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패러다임이 변해왔음을 알 수 있다. 조경분야 도입 초기 70·80년대에는 고속도로, 공단건설 등 국토개발로 초래된 절개지 사면을 포함한 훼손지의 미관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이를 녹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 이 시대를 소위 코스메틱(cosmetic) 조경시대라 할 수 있다. 1990년대에는 공장, 축산농장 등의 폐수로 인한 하천 수질 및 토양 오염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생태적 관점에서 환경을 보전할 필요성이 높아져 자연환경보전이 조경의 중심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난개발로 인한 경관훼손이 문제로 등장하면서 국토경관보전에도 관심이 높아져, 21세기 전후 시기는 자연환경 및 경관보전을 중요시하는 자연보전조경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택지공급을 위한 1기신도시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생태적 디자인을 지향하는 아파트조경이 조경 분야를 이끄는 새로운 수요처로 등장했다.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자연환경의 보전에 그치지 않고 각종 개발과 도시화로 인해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 및 재생시켜야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단절된 백두대간의 복원, 야생동물 이동을 위한 생태다리 조성, 자연형하천 조성사업 등이 최근까지 이어졌다. 이와 더불어 도시에서는 기존 건물을 모두 허물고 새롭게 짓는 재개발 혹은 뉴타운보다는 낙후된 기존 도시조직을 복원하여 재생시킴으로서 원주민들이 보다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서민복지를 고려한 도시재생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복원 및 재생에서 조경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며, 이를 복원 및 재생조경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작년부터 서울정원박람회가 단순히 작가의 아름다운 정원을 보여주는 박람회를 넘어 골목길 재생과 접목해 열악한 환경의 골목길에 정원을 만들고 녹화해 골목길 환경 재생 및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은 재생조경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즉 홍수·태풍·산불·이상고온 등에 따른 재난이 지구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재난대비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 예기치 못한 팬데믹 사태가 발생해 세계를 강타하고 있어 물리적 재난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재난에도 대비해야 되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백신개발로 현재의 팬데믹 상황이 지나간다 해도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이와 같은 지구적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가 힘을 모아 준비해야 하지만, 자연보전과 함께 환경친화적 생활환경 건설을 주된 목표로 하는 조경분야는 재난극복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잠재력이 매우 크다. 조경 분야는 재난시대에 부합되는 새로운 역할, 즉 재난극복 조경을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될 것이다. 지구적 재난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작금 발생하는 재난이 초래된 원인부터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 지구온난화, COVID-19재난들은 지구상에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발생한 무분별한 자연의 파괴 및 오염이 주요 원인임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즉 이들 재난은 야생동물 서식지파괴, 비위생적 대량 가축생산 등 자연과 동물을 배려하지 않는 인간의 이기적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즉 인간의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과다한 화석연로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대량 발생이 온실효과를 초래하여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경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 흡수를 위한 숲 조성 및 도시녹화를 적극 추진해야하고, 탄소발자국 줄이기 일환으로 식재료 운반거리 최소화를 위한 텃밭조성 등 다양한 대처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주거지와 인접하여 공원녹지를 많이 만들어 홍수, 산불, 지진 등의 재난 시에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분산시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팬데믹 대비를 위해서는 공원 등 오픈스페이스를 더욱 많이 만들고, 공원의 구성에서도 새로운 개념의 공원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의 공원에서는 사람들 간의 접촉기회가 가능한 많아지도록 개방적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당연했으나, 앞으로는 팬데믹 상황이 올 경우 쉽게 분할하여 사회적 거리유지가 가능한 작은 포켓공간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연한 공간 구성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과 같은 물리적 측면의 대응과 더불어 우리의 사고방식에도 근본적 변화가 요구된다. 최근의 지구적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인류의 자연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요구된다. 즉 ‘사람이 먼저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다’와 같은 인간 우선주의 혹은 인간 우월주의가 환경재앙을 초래하는 원흉임을 깨닫고 인간과 지구상의 동식물 등 생명체는 모두 평등하며, 지구상에서 동등한 거주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더 나아가 흙·물·공기 등 무생물도 생명체와 평등하고 동등한 거주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한다. 왜냐하면 지구상의 모든 구성요소는 상호의존적이므로 어떤 한 요소가 고통을 겪을 경우 이는 지구 전체의 고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즉 무생물인 토양·물·공기가 오염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생명주의로, 더 나아가 무생물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의미의 신(新)자연주의로 나아가야 지구 재난의 근본적 해결방안이 비로소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태초에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연에서 살아왔으나, 지금은 극도로 인공화된 콘크리트 정글의 도시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재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재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는 극도로 인공화된 도시를 자연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그러나 도시의 인공물들을 일시에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차선책은 기존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개조하고 녹화하여 도시 속에 자연을 최대한 도입하는 녹색이상도시, 즉 그린유토피아(GREEN UTOPIA)를 만드는 것이다. 그린유토피아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신재생에너지 사용, 저영향개발(LID)로 일컬어지는 빗물재활용, 그리고 녹시율 100%를 지향한다. 녹시율 100%는 도시내 모든 구조물을 녹화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특히 건물의 지붕, 벽면, 실내, 지하공간까지 모든 곳을 녹화하여야 한다. 최근의 녹화기술 발달로 옥상과 벽면은 물론 빛이 차단된 지하공간까지 녹화가 가능하게 되어 실내외에서 녹시율 100% 달성이 가능해졌으며, 이러한 노력들이 지구적 재난시대에 조경분야가 담당해야할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안전한 도시, 건강한 도시, 쾌적한 도시, 행복한 도시로 가는 지름길을 열어줄 것이다. 지구적 재난 극복을 위해서는 산업화 이전 본래의 생태적 자연으로 회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즉 사람과 동식물, 그리고 공기, 물, 흙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그린유토피아(GREEN UTOPIA)가 답이다. 조경가들이 주도적으로 바이러스,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난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신(新)자연주의 조경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 2020년 12월 자연환경보전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안 발의 당시 적잖은 반대가 있었지만, 기후변화 위기와 전염병이 유행하고, 생물다양성이 매우 중요한 국가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현재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자연환경보전법 개정 및 자연환경복원사업 추진 근거 마련 자연환경복원사업 관련 개정안에는 자연환경복원사업 정의, 체계적 자연환경복원을 위하여 환경 변화 적응의 고려, 생태계의 연계성 및 균형의 고려 등 기본원칙, 자연환경복원사업 시행 및 추진 근거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도 개발사업 시 생태적 가치가 낮은 지역으로 개발을 유도하고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과하는 생태계보전협력금이 부과 취지에 부합하도록 명칭을 ‘생태계보전부담금’으로 변경하고, 생태계보전부담금 및 교부금이 실질적인 자연환경복원사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용도 명확화, 부담금 산정기준에 생태가치 반영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현행법에는 국가에 훼손지에 대한 복구·복원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할 책무를 부여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자연환경복원사업이 다수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각종 개발사업의 시행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하여 다양한 자연환경이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어 적극적인 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환경복원의 개념, 추진 절차 등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자연환경복원의 체계적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번 법안 개정으로 원인자부담원칙 취지에 부합하게 부담금 제도가 개선되었고, 체계적인 자연환경복원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간 자연환경복원사업은 생태계보전협력금, 도시생태휴식공간(구 자연마당), 어린이생태체험공간(구 생태놀이터), 도시소생태계 조성사업, 보호지역 훼손지 복원사업 등의 형태로 추진되었으나 자연환경보전법, 습지보전법, 자연공원법 등 여러 법령에 흩어져 있고 관련 근거가 미약하여 수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2017년에 제43조의2, 도시생태 복원사업 조항이 신설되었으나, 복원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였다. 금번 개정안에서 자연환경복원사업은 훼손된 자연환경의 구조와 기능을 회복시키는 사업으로서―다른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소관 법률에 따라 시행하는 사업은 제외― 생태·경관보전지역, 도시지역 생태계의 연속성 유지 또는 생태계 기능 향상사업, 생태통로 설치, 습지보호지역등(내륙습지 한정) 훼손된 습지 복원, 기타 훼손된 자연환경 및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대통령령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환경부장관은 자연환경복원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자연환경조사, 생태계정밀·보완조사, 기후변화 관련 생태계조사, 습지조사 등 관련 근거에 따른 조사 결과를 토대로 훼손된 지역의 생태적 가치, 복원 필요성 등의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를 평가하여 자연환경복원이 필요한 대상지역의 후보목록을 작성하여야 한다. 후보목록에 포함된 지역을 대상으로 자연환경복원사업을 시행하며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권한을 위임받은 행정기관 장, 공공단체나 기관 또는 사인(私人)에게 자연환경복원사업의 시행에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권고할 수 있고, 그 권고의 이행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자연환경복원사업 시행자는 자연환경복원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실적 정기적 보고, 사업 완료 후 모니터링 및 유지·관리의 책무를 갖는다. 자연환경복원업종 신설 추진경과 한국생태복원협회는 2007년부터 자연환경복원업 신설을 추진하였고, 17, 18, 19대 국회 때 3차례 발의가 되었으나 부처 이견 또는 임기만료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2020년 7월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 및 구조적 대전환 대응을 위해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였고, 심각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는 국·내외 자연보전 정책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린뉴딜 전략 중 ‘국토‧해양‧도시의 녹색 생태계 회복’에서는 ‘식생·토양의 자연성 보전 및 야생 동식물 서식지 보존’을 위해 자연환경보전사업-정책 강화와 더불어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도록 민간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로 자연환경복원업 신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시의성을 반영하여 자연환경복원업종 신설이 포함된 자연환경보전법 개정법률안이 지난해 11월 30일 4번째 발의되었다. 자연환경복원이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사-계획-설계-시공-모니터링-관리의 시스템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3차례동안 일련의 과정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요건으로 제안하였다. 현행법상 엔지니어링과 시공이 분리되어 있어 이번에는 자연환경보전업 내에 조사업, 복원설계업, 복원시공업 세부 업종으로 구분해 발의되었다. 생태계조사평가협회도 10여 년 전부터 자연환경조사업을 추진해왔고, 법률개정안에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업은 자연환경복원사업 조사뿐 아니라 전국자연환경조사, 자연공원 자연자원조사, 야생동물 등 서식실태조사, 수계 호소환경 및 생태조사,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동식물상조사 등 관련법에 근거한 조사 부분을 수행하게 된다. 환경영향평가 사업 시 저가 재대행에 따른 부실한 자연환경조사가 문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책임성 소재 문제, 전문업종이 부재하여 발주자에 따라 전문성이 부족한 업종에서 조사를 수행하거나 개인 조사원 위촉으로 책임 부과 어려움 등에 따라 조사 신뢰도가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업종 부재 및 개인 위탁 위주 수행으로 업계 영세화 및 전공자 감소 등으로 전 지구적으로 생물다양성 감소로 생물주권이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점에서 기초과학 근간인 생물분류 및 생태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자연환경복원업종 신설 필요성 _ 생활환경 중심 정책 문제 해결 환경 분야는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으로 분류된다. 생활환경으로 분류되는 대기, 수환경, 토양 등은 생태계를 이루는 구성요소로서, 자연환경과의 구분은 생태학적으로는 사실 의미가 없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규제 중심의 생활환경 관련 산업에 치중되어 급격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등에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자연환경 분야는 수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행력이 부족하였다. 대기, 수질, 소음·진동분야는 「환경산업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근거하여 각각의 전문공사업이 있으며, 토양분야는 「토양환경보전법」상 토양정화업이 있으나, 「환경산업 및 환경산업 지원법」 환경기술에 ‘자연환경의 보전·복원 및 개선 기술’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업종이 없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자연환경복원업종 신설 필요성 _ 산업 육성을 통한 전문가 활용 자연환경 자격 제도는 자연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생태계 위해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할 목적으로 2004년에 도입되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5500여명이 배출되었고, 전국자연환경조사 등 조사 전문가들이 약 1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자연환경복원은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사-계획-설계-시공-모니터링-관리의 시스템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전문가가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업의 부재로 제대로 된 자연환경복원사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자연환경 기술자 활용이 미흡한 실정이다. 2020년 12월에 통과된 「자연환경보전법」상 자연환경보전의 기본원칙에서는 자연환경 복원시 축적된 과학적 지식과 정보의 활용, 관계기관·전문가 등의 참여와 협력이 명시되어 있다. 환경부에서는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서식지 복원기술을 개발,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주관의 녹색기술에서 생태복원기술은 ‘환경보호 및 보전’ 항목으로 분류되고 모니터링, 생태계, 재료, 생물다양성 등으로 구분되어 기술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컨설팅이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국내 자연환경 업계 현황을 고려하고, 관련 기술 개발과 전문가 활용을 위해서는 전문업종 신설을 통해 관련 산업의 육성 및 기술·연구개발 추진, 인력을 양성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업종 신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연환경복원업종 신설을 통해 민간산업 육성과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을 활성화하여 그린뉴딜의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정책 추진에 동력을 제공하고, 내실 있는 자연환경복원사업 시행, 관련 분야 발전 및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환경복원업종 신설 필요성 _ 생물주권 시대, 자연환경조사·복원 전문성 확립 시급 한국생태학회(회장 이훈복)는 “훼손된 자연환경의 복원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고, 쾌적한 생활공간을 조성하여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연환경복원을 위한 조사, 설계 및 시공을 위한 법체계를 확립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특히 “자연환경복원은 생태학적 지식과 자연형성 과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의 참여를 명문화함으로써 국토자원의 지속가능성과 생태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한국식물분류학회(회장 정규영)는 “국제정세는 생물주권 시대에 돌입하여 유전자원의 전쟁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자연환경조사와 복원의 전문성을 확립하는 업종의 신설은 기초생물 분야의 활성화를 위하여 시급하고도 당연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하였다. 환경기술사회는(회장 정지현)은 “국토교통부의 개발을 전제로 하는 정책은 개발사업에 따른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훼손된 자연을 보전·복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환경부 내 여러 법령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연환경복원사업을 통합,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전문업종 등록과 전문기술자가 수행하게 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었다. 한국토양지하수보전협회(회장 조명현)는 “자연환경 분야는 관련 기술과 전문인력이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업종이 없고, 자연자원총량제 도입으로 개발사업지 내 자연환경복원사업의 수요가 대폭 확대될 예정으로 이를 수행할 전문업종 신설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사람 중심에서 벗어나 생물종과 공존하는 환경으로 나아가야 자연환경복원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이해관계자의 의견에 따라 당초 목적을 벗어나 조성되는 사례들이 발생하곤 한다. 특히 도시지역 내인 경우, 담당자나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당초에는 없던 체육시설이나 휴게시설이 도입되기도 하고, 핵심지역 내 모니터링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은 관람을 위해 확장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은 번식기 및 산란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대상지역 내 중요 생물종의 생활사를 파악하여 공정을 채택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피난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행정적인 준공시기만을 고려하거나 전문가 의견 없이 임의적으로 판단하여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급격한 도시화로 많은 생물종의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축소되었으며 이는 생물다양성 감소 이상의 파급력으로 인간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이유로 그 중요성을 간과하게 된다.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위해서는 기존의 사람 편익, 이용 중심에서 벗어나 생물종과 공존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자연환경복원사업 기준 마련 필요 환경부는 자연환경복원사업을 체계적이고 기술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관련 기준 및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오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구축한 자료들은 ▲자연환경보전사업 설계 가이드라인 ▲생태휴식공간조성사업 가이드라인 ▲어린이생태체험공간조성 가이드라인 ▲생태계보전협력금반환사업 가이드라인 ▲대체서식지조성 가이드라인 ▲생태통로 가이드라인 ▲금개구리 대체서식지 가이드북 ▲생태보전실무지침서 ▲생태복원사업 모니터링 및 유지관리 가이드라인 ▲자연환경 엔지니어링 표준품셈 ▲생태하천 복원 기술지침서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사업별 지침이 대부분이어서 기획-조사-설계-시공-모니터링-관리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인 자연환경복원사업 기준이 부재하다. 또한 품셈기준이 없어 습지 육화로 고유 생물서식환경이 악화되어 기반환경 개선 시 실정에 맞지 않는 토목이나 조경품셈을 활용해야 하고, 보호종 이주 또는 이식 시 기준 부재로 초저가 또는 그 반대의 사례들도 많아 관련 품셈이 필요하다. 업 신설 후 사업사례, 모니터링 결과, 생태계복원 및 보전기술 연구·개발 성과를 토대로 관련 기준을 개정하고 정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전문업 부재로 선진국과 기술격차 심화 환경부는 기술인력 배출과 함께 자연생태계보전 및 복원기술 등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최고기술을 보유한 유럽연합·미국 대비 인력은 70.5% 수준, 기술격차는 6년 정도 뒤쳐져 있다(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수준평가. 2018). 이는 생태계보전 및 복원기술 활용하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관련 산업 육성 부진과 전문업 부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자연환경보전업이 신설되면 원천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산업이 증가하게 되므로 민간업계 전문성이 강화되고 민간시장의 협력·경쟁 등을 통해 최고기술 보유국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업종 신설로 자연환경조사 및 복원기술자들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므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전문가 양성으로 생물주권 국가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홍태식 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정흥락 생태계조사평가협회 회장
  •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긴장 속에 한 해를 보내게 됐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조경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나름대로 치열하게 각자의 길을 달려온 이들이 있다. 다사다난했던 조경인들의 희로애락을 돌아보고,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이하는 조경인들의 꿈과 소망을 들어 봤다. 독자들이 각계 조경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올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세 번째 단계의 삶을 시작하면서 권영휴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조경학과 교수 2020년은 뜻 깊은 한 해였다. 조경 분야에 몸담은 42년을 정리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리라기보다는 삶의 세 번째 단계를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삶의 첫 번째 단계는 건설회사, 두 번째 단계는 학교로 정확하게 반으로 나뉜다. 대우건설 부장으로 퇴직한 후 학교에서의 생활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젊음과 꿈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좋았다. 조경인으로 지나온 날들을 반추해보니 몇 가지 의미 있는 일들이 있었다. 대우건설에서 Hanoi신도시사업팀장으로 6년간 일하면서 개발전문가로서의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1990년대만 해도 조경직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았다. 2500만 평 규모의 대단위 도시개발사업이었기 때문에 조경직의 신도시사업팀장 발령 자체가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대학에서는 조경 생산 분야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주로 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조경수 생산과 관련된 조경학과를 만든 것도 뜻있는 일이었다. 전통적인 농업을 중시하는 대학에서 조경은 농업 분야로 인식되지 않았다. 보수적인 특성을 가진 구성원들의 틀을 깨고 조경학과를 새롭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나라 조경학과의 교육방향과 연구들은 많은 부분이 계획과 설계에 치중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7년간 농촌진흥청의 연구비를 지원 받아 조경수 생산과 유지관리, 조경수 컨테이너재배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조경수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기초연구를 위해 지원해 준 농촌진흥청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조경학과가 만들어진 지 48년이 되었지만 조경의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인 생산과 유지관리 분야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걸음마 단계에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경배식학은 1977년, 조경식물번식학은 1981년에 만들어진 책이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대학 교재로 쓸 수 있는 새로운 번식학 책이 없다. 그동안 조경수 번식기술과 수목배식기술 등의 연구가 없다는 반증이다. 조경산업에서 조경수가 가장 중요한 조경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생산기술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농업에도 4차산업의 바람이 불고 있다. 4차산업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조경수 생산기술은 농업분야에서도 가장 기술이 뒤떨어져 있다. 4차산업혁명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조경수 생산용 농기계 및 로봇기술, 컨테이너재배기술, 조경수 유지관리 등에 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융합하는 기술개발에 투자하여 조경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2021년은 세 번째 단계의 삶이 새롭게 시작되는 해이다. 지금까지의 작은 경험들을 모아 조경분야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하고자 한다. 우리 조경인 모두 행복한 새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언택트 시대 규제혁신 제1호, 1인용 벤치 MAS 허용 ‘성과’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 2020년 코로나19 국가재난을 겪으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적으로도 큰 충격이 있는 상황이며, 전통산업이 생계위협을 많이 받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IMF 금융위기보다 더 많은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지난 경제위기를 돌이켜보면 위기가 촉매제가 되어 혁신성장으로 성공 도약의 기회가 되었다. 조경산업 분야 또한 변화의 중심에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2021년 언택트 시대에 ▲우리의 경쟁력, 준비가 되어 있는가? ▲스마트 기술과 협업이 가능한가? ▲신성장 산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가? 란 화두를 던져본다. 이는 2021년 우리 조합이 전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목표다. 지난 12월 22일, 김정우 조달청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현재 2인 이상의 벤치만 다수공급자 계약(MAS)을 체결하고 있다. 이에 조합은 간담회에서 언택트 시대의 규제혁신 제1호로 1인용까지 구매 확대를 요청하였고 조달청은 이를 수용했다. 이는 우리 조합이 주도적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4차산업 스마트 지원사업이 혁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신사업 분야를 확대하겠다. 지나친 가격경쟁, 과다경쟁을 탈피하고 특화된 기술과 브랜드로 시장변화에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2021년 ‘또 다른 기회’로 인사드리겠다. 조경디자인의 ‘보랏빛 소’를 찾는 끊임없는 노력 류홍선 플레이가든스 대표 좋아하는 세스 고딘의 여러 히트작 중 『보랏빛 소가 온다』(도서출판재인, 2004)에서 언급되는 ‘보랏빛 소’(purple cow)라는 의미는 벌판에서 보이는 일반적인 누런 소가 아니다. 노란 소들 사이 ‘보랏빛 소’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특정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들이 만드는 상품은 리마커블(remarkable)해야 하며 주목할 만 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것이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른바 조경 공간 속에서 늘 ‘보랏빛 소’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잠깐, 아니 오랜 시간 동안 착각했었다. 돌아보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누런 소를 가져다가 디자인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게 내 자신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찰나, 때마침 처음 도전한 2020년 제8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한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도전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 뜻 깊은 한 해였다. 이번 대상 수상을 통해 나의 디자인이 ‘보랏빛 소’를 넘어 더 멋진 다양한 빛깔의 소를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겠다 마음먹었다. 다른 디자인을 하는 모든 이들도 2021년에는 리마커블한 과정과 결과물이 함께 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LH 아파트 외부공간, 가치를 높이다 신명옥 LH 주택조경부 부장 학부를 졸업한 이후 지난 30여 년간을 돌아보면 2020년만큼 아파트 외부공간에 대한 관심을 쏟은 적이 있었나 싶다. 연초 주택조경부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했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어떻게 하면 LH 아파트 조경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였다. 자연스레 민간건설사에서 개발한 우수 단지들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시간이 나는 대로 답사도 해보고 건설에 직접 참여했던 분들을 초청해 강연도 들었다. 그러나 공공부문은 공사발주 제도, 조달구매 시스템 등으로 인해 트렌드를 선도하는 민간의 뛰어난 기획력과 유연한 대처에 미치지 못하는 한계가 내재되어 있다. 결국 LH 임대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LH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그 영향으로 LH 분양아파트의 이미지마저 연계되어 평가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임대아파트의 체질 개선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주요 업무 방향을 설정했고 노력한 결과가 최근의 노령화, 1인 가구 증대 등 인구구조변화를 고려한 공간과 공간의 기능을 통합하여 분양대비 적은 녹지면적을 활용하여 효율적인 토지이용을 도모하고자 한 것과 외부공간의 풍성하고 다채로운 경관 조성을 위해 수목의 식재밀도와 규격을 상향한 것이다. 또한 새롭게 론칭하는 LH 분양아파트 브랜드인 안단테와 궤를 같이하여 지난 10년간 조성해온 LH 아파트 외부공간의 여러 풍경들과 전문가, 주민 인터뷰 등을 담은 사진과 글을 책으로 엮어 배포할 계획으로 일반 수요층을 대상으로 LH 아파트에 대한 이해와 호감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LH 아파트 외부공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타당한 가치와 디자인 전략수립을 위해 고심 중에 있는데, 이 과제가 끝나는 2021년이 되면 LH 아파트 조경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바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2021 조경 with COVID-19 이지영 롯데건설 주택공사부문 수석 2020년 초 코로나19의 발발은 평이하게 흐르던 일상의 삶의 방식을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전환의 일침을 안겨준 엄청난 사건이었다. 아파트 건설현장에도 미친 영향이 적지 않아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중국발 감염에 의한 사태는 건설현장의 인력과 자재 조달을 꽁꽁 얼게 했다. 우리 아파트 내 보통인부 및 가공 자재의 경우 중국인과 중국생산품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양국 간 통행과 각 국내 이동을 제한하는 시점의 국내 현장들은 공사마비 상태까지 겪어야만 했다. 준공이 임박한 현장들은 그야말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향후 재발에 대비하는 극복 방안으로 예컨대 4차 산업혁명의 기술력을 조경현장에서도 십분 활용하고, 수입 의존 자재의 적용에 대해서도 숙고하여 적용해야 한다. 조경 전공자들의 시공에 대한 관심 및 내국인 조경공의 증가도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재택근무와 홈스테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하여 생활공간 내 조경에 대한 중요성과 인식 변화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조경이야말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책임지는 삶의 바탕이고 필수요소로 다시 한 번 부각되었고, 작은 규모의 정원에서부터 단지 내 공원으로까지 기대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좀 더 환경적 가치가 높고 자연회복력(Resilience)이 우수한 공간 조성과 소재를 설계에 반영하고 시공해야 한다. 2020년은 코로나19 전염과 유래 없는 긴 장마, 계절 상실 등과 같은 기상이변 등 빅 리스크가 많았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21년 조경은 최근 발표한 탄소중립 선언과 같은 녹색전환에 궤를 같이하여 지속가능하고 환경 적응 실천에 더욱 깊은 고민을 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코로나19 속 도전의 연속, 올해는 선물만 가득하길 최영준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 소장 지구인들에게 2020년은 코로나19의 해로 기억될 한 해였다. 하지만 나와 우리 팀에게는 흥부네의 해와 석남녹지의 해로 기억될 한 해였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랩디에이치 사무실을 운영한 지 이번 달로 이제 만 3년차가 된다. 아직은 젊은 우리 팀에게 5.6㎞의 한강변 보행네트워크와 2만 평의 공원과 같은 녹지를 동시에 기본, 실시설계 및 각종 심의와 인가단계까지 밟아가는 일은 한 해 내내 도전의 연속이었다. 한강변 보행네트워크는 다양한 발주처, 심의주체, 엔지니어링 협력사 그리고 7개사와의 협업이 있었기에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협의와 발표를 진행하고 많은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인천 석남녹지는 녹지내부에 커뮤니티센터를 묻고, 스마트에코의 아이디어를 녹여내야 하는 임무가 추가되면서 두 차례 포럼이 열리기도 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생활의 일부가 된 올해동안 어쩌면, 거리두기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가장 폭넓은 사회적 소통을 경험한 아이러니의 2020년이기도 했다. 경험이 적은 탓에 팀 내부에서나 외부적으로도 많은 부족함이 있었지만, 그 많은 도전적인 상황과 어려움을 어떻게든 통과하고 나니, 결국에는 갑/을, 관리자/용역사, 소장/직원의 모든 관계에서 과업의 추진을 위해 협력해나가는 조력자이자 때로는 난관을 함께 극복하는 전우와 같은 관계로 승화되고 격식을 넘어 많은 감정의 교류도 느꼈던 뿌듯한 한 해였다. 2021년에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과 그에 뒤따르는 실패와 성취, 그리고 역설적 반전과 전이가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그렇게 우리를 기다릴 새해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전해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물론 전염병의 종식까지도. 함께 해요 ‘오마이가든’ 현재성 KBS제주 PD 심신이 다소 지쳐 있던 나는 우연히, 어느 정원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작은 꽃, 풀, 가지의 흔들거림, 시간이 흐르면서 움직이는 빛과 그림자, 그늘과 이끼, 물기와 소리를 보고 들었다. 누가 날 ‘조경인’이라고 부르면 마치 ‘우주인’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매우 낯설 터.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모든 것이 그날 오후(2019년 6월) 눈부시게 빛나던 제주 서귀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2020년 1월 UHD다큐멘터리 <오마이가든>이 KBS를 통해 전국에 방송되었다. 많은 분들이 뜨겁게 호응해 주셨고, KBS제주방송총국은 같은 해 4월 10일 위클리 정원프로그램 <정원의 발견>을 론칭했다. 정원과 사람, 가드닝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다루며 2020년 12월 말 현재 33편을 방송했다. 상황은 점점 더 뜨거워(?)졌고, 그 와중에 한걸음 더 나아갔다. 2020년 10월10일 지상파 채널로는 처음 시도되는 정원전문유튜브채널 <오마이가든>이 문을 열었다. 아직 구독자수나 여러 가지로 모자라지만 약 150만 이상의 누적조회수에 많은 분들이 “예상외다”라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더 중요한 건 수많은 분들이 제작진의 정신을 번쩍 뜨이게 하는 고품질 댓글을 남겨주신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를 넘어 구독자끼리 서로 묻고 답하는 등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할까?/말까?’를 보통 ‘될까?/안될까?’로 판단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얼마 전, 취재 중에 만난 어떤 분이 보낸 문자를 가끔 꺼내보며 난 ‘해야 한다. 쭉!’으로 생각을 굳히고 있다. “피디님이 행복을 전파하시니 하시는 일 모두 잘되실 듯합니다^^” 유튜브채널 <오마이가든>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드린다.
  •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긴장 속에 한 해를 보내게 됐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조경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나름대로 치열하게 각자의 길을 달려온 이들이 있다. 다사다난했던 조경인들의 희로애락을 돌아보고,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이하는 조경인들의 꿈과 소망을 들어 봤다. 독자들이 각계 조경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올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동시대 조경인 공감력 키워야 노환기 한국조경협회장 / 조경설계 비욘드 대표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혼란스러웠던 한해가 가고 있다. 나름대로 치열했던 조경산업을 둘러싼 논쟁들이 끊임없이 대두됐다. 올해로 20대 한국조경협회장 임기를 마치고 내년부터는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려 한다. 협회 40주년을 맞이한 2년 동안 조경산업 및 관련 정보를 심도 있고 명확하게 산업계에 제공해 제도적으로 조경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미진한 부분도 많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전통적인 사회구조가 변화하는 상황에 인접 분야에서는 조경계가 그동안 주도하던 영역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도전으로 영역 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맞춰 선제적인 대응만이 조경계가 공룡과 같은 산업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면서 동 시대 동고동락하는 조경인들의 공감력을 키우는 것이 절실하다 느꼈다. 상대에 대한 단순 이해가 아닌 마음으로 같이 지지하고 아파하는 강한 유대의식만이 장기적으로 다가올 세계에서 조경계를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조경인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건강하게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정원으로 가는 길 이주은 팀펄리가든 대표 정원이라는 이름 하에 여러 프로젝트를 해오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정원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힘들지만, 새로운 도전이 있고 재미있는 일임엔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졸업 후 조경설계를 하고 싶다는 야심을 갖고 설계사무실에 입사한 지 1~2년 만에 고된 근무 여건에 좌절하고 뛰쳐나와 정원 일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 또 시공현장이 힘들고 몸을 움직이는 직업에 대한 사회의 부적절한 시선과 대우에 못 견디고 그만두는 분들도 많다. 정원은 시설과 식물에 대한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고, 좀 더 디테일한 설계가 요구된다. 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시공을 위해서는 많은 현장경험이 있는 인력을 필요로 한다. 관리 또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전문 가드너를 원하고 있다. 설계·시공·식물관리 등의 각 분야에서 최소 5년 이상의 경험과 경력을 가진 분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매번 다른 현장, 다른 여건, 다른 문제점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원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시공현장에서 시작해서 가는 길, 설계사무소에서 실시설계를 통해 배우며 가는 길, 식물원에서 식물을 배우며 가는 길 등 정원으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그 길은 모두 궁극적으로는 정원과 통한 다. 조급해 하지 말고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할 줄 알게 되었을 때 다음으로 넘어가도 늦지 않다. 조급한 마음에 갖춰진 실력도 없이 섣불리 정원에 뛰어들었다가는 설계도 제대로 못하고, 매번 비슷한 정원만 찍어내듯이 만들다가 점점 잊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정원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유명한 분들의 경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원의 화려함에 가려진 그분들의 한 분야에서 보낸 고된 땀과 노력 그리고 견뎌온 고통의 시간들. 나 또한 그러지 못했기에 많은 한계에 부딪치고 있기에 정원으로 달려드는 부나방 같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본다. 국가 사업의 희망 메시지 변재상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교수 코로나19로 시작한 2020년 경자년 한해가 지나간다. 올 한해 우울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대한민국은 세계인들에게 희망의 발신자가 되기도 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한해였다. e-환경과조경에서 선정한 2020년 10대 뉴스를 살펴보니, 도시숲법 통과, 자연환경복원업 신설, 건설업 대업종화, 국가직 조경공무원 선발 등의 법과 제도적인 뉴스들이 눈에 띈다. 조경계의 내실을 다지고 재정비해야 할 때가 됐음을 전하는 소식들로, 조경인으로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조경설계공모에서 배제된 조경이나 조경기능인의 위상 추락 등과 같은 조경인으로서는 가슴 아픈 소식들도 함께 있었다. 여러 제도를 정비하고 조경의 위상을 재정립하면서 인접 분야와의 대립과 반목보다는, 국가적 이익을 위한 공동의 협업이 필요한 시기다. 이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공동의 지혜가 필요하다. 불행 속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도시공원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개최 소식과 함께 국립세종수목원의 개장 등 다양한 조경 관련 국가적인 사업들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2021년은 신축년으로 ‘하얀 소의 해’라고 한다. 도가에서는 소의 느림을 빗대어 유유자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2020년이 코로나19로 급속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면, 2021년은 느릿한 소의 모습처럼 모든 것을 되짚어보면서 다시한번 사회적 경험의 축적과 내실을 다지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내년에는 시원하게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평범했지만 소중했던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한해가 되기를 바라며 2021년 10대 뉴스는 한결같이 모두 웃을 수 있는 기분 좋은 소식으로 가득하길 기대한다. 나무는 살아있다! Trees Are Alive 최진우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 대표 / 환경생태 연구활동가 2020년 가로수 가지치기 피해 시민제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해 가로수의 기능과 모습, 존엄성이 훼손된 사례를 맵핑하고, 이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시민들의 마음까지 조직하는 가로수 아카이브북을 제작했다. 많은 시민의 제보와 참여를 통해 만성적이고 관행적으로 진행되어 온 과도한 가로수 가지치기 문제가 공론화됐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시민운동적 과제가 됐다. 가로수뿐만 아니라 학교, 상가, 공동주택, 단독주택, 공공기관, 공원, 산림, 하천 등 도시 나무 전체에 대한 존엄성과 보호 요구로 확대됐다. 이에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숙의토론회가 개최돼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서울시와 수원시의 시민참여형 가로수 관리 프로그램의 성과와 과제를 다루었고, 창원에서 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 학교나무 관리실태와 개선방안을 토론했다. 공동주택 수목관리 공공지원 요구가 제2회 경기도민정책축제의 토론의제로 채택돼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러 정책을 제안했다. 제2차 생물다양성 서울포럼에서도 가로수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법규와 정책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인식과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최근 덕수궁 시청앞 플라타너스 가로수 제거 반대 시민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여태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가로수를 잘라달라는 민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우리 사회에서, 가로수를 애틋하게 아끼고 지키고 싶어 하는 시민의 관심과 마음이 처음으로 광범위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런 상징적인 덕수궁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시민의 관심과 힘으로 온전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키도록 노력한 만큼 또는 베어지는 안타까운 만큼 도시 가로수 및 큰나무 보호를 위한 제도적·정책 개선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2021년이 됐으면 한다. 다시 조경설계로, 새로운 도약 이순지 대림산업 조경파트 리더 최근 대학교 조경학과 1학년생을 대상으로 건설사의 조경업무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 하고 있는 업무를 정리하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설계에 대한 열망으로 설계사무소를 다녔으나 내가 생각하는 설계 구현과 디테일에 대한 갈증, 열악한 조경설계 분야 현실 등의 이유로 건설사로 이직하게 됐다. 건설사에서는 공동주택의 상품설계, 기획부터 현장 시공까지 일련의 과정을 경험했다. 건축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 등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며 조경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특히 뛰어난 설계 및 시공전문가들과의 협업은 생동감 넘치는 배움의 장이다. 그러나 건설사에서 조경은 전체 공사비중의 3~5% 밖에 되지 않아 중요한 분야로 인지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인원 확보나 업무시스템 구축 등에 늘 어려움을 겪었고 감동적인 조경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경은 전문성이 필요한 특수한 분야이고 공동주택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중요한 상품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건설사에서는 절대경쟁력을 갖춘 조경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목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 돌파구는 바로 조경설계라고 생각한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좋은 설계이고 시공도 설계적인 안목 없이는 좋은 성과물을 만들 수 없으며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설계사무소가 너무 힘들어서 건설사로 옮겼지만 설계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 무척 많았고 새로운 상품기획, 시공을 함에 있어 설계경험과 지식들이 밑거름이 됐다. 작년까지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의 에너지를 쏟았다면 앞으로는 좋은 조경설계가 나올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 조경을 하시는 분들, 특히 설계사무소에서 고생하는 조경인들을 존경하고 응원한다. 신조경 시대로 나아가자 박공영 우리씨드 대표 2020년은 우리 회사의 20주년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지만 인류에 있어 농업혁명과도 같은 변혁기를 맞이한 해다. 펜데믹은 우리 인류, 모두가 장애를 가진 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는 마스크라는 도구를 사용해야만 하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바로 무분별하게 자행된 인간들의 욕심과 환경 파괴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조경이, 우리의 정원이 단순 삶의 주거지만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인류의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활동의 정원 혹은 조경문화로 발전해야 한다. 단순히 누군가 토목작업을 하고 누군가 설계를 하고 또 누군가 나무를 심고 또 누군가는 관리를 하는 어떤 특정의 인류가 행하는 단순작업의 개념이 아니었으면 한다. 조경이 경치가 아니고 ‘조연’, 자연이었으면 한다. 굳이 말하라면 신조경, 새로운 조경으로 발전해야 한다고나 할까?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사실 신화훼라는 단어와 개념이 있다. 신화훼란 메시지는 우리가 사용하는 야생화라는 항목을 정원, 조경에 포함하면서 일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초 몇몇 조경가 혹은 가드너로부터 시작된 이 개념은 유럽에선 일반화된 상태다. 1983년 미국원예학회에서 처음 제안해 1986년 국제원예학회에서부터 사용하기 시작, 이후 두 세 차례 검토를 거쳐 1994년의 국제원예학회에서 ▲Genuine new ornamental plants(전혀 새로운 관상용 식물) ▲New ornamental plant products(새로운 관상용 식물 제품) ▲Old/new ornamental plants(이전 /새로운 관상용 식물) 등 세 가지 종류를 신화훼(작물)로 정의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대부분이 화훼라 하면 절화, 관엽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아직도 야생성을 가진 식물, 혹은 다년생 정도가 이용되고 있을 뿐인데 사실 한국도 1980년대 초반부터 야생화가 산업화 됐으니 우리 인류 혹은 선진국과 시작점이 같다는 점에서 자부할 만하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조경계, 원예계, 산림계, 환경계까지 모여 새로운 신조경이라는 세로운 개념 정립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우리 모두가 펜데믹 이전과 이후 우리 인류 모두가 비정상의 장애를 치유하기 위한 환경의 문제, 자연성의 문제, 심미성의 문제까지도. 또한 인류의 미래 삶까지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신조경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나는 오늘도 신화훼 활동을 위한 새로운 신년을 맞이하고 있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길이 정원이다” 프로젝트는 LH 본사의 진주 이전으로 지역주민과의 소통, 친밀감 강화를 위해 부서가 가진 업무 특성을 살린 생활밀착형 사회공헌 활동으로 환경조경나눔연구원과 함께 시행됐다. 그 첫 번째는 진주 옥봉동 골목길 개선사업으로 마을중심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삼국시대 옥봉고분군을 중심으로 산기슭에 형성된 오래된 마을의 골목길이었다. 고불고불한 골목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은 이제 폐가와 공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그곳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서울, 수도권과는 다른 느낌을 줬다. 분명한 것은 이 마을에 오랫동안 생활해온 주민들, 즉 원주민들은 새롭고 넓은 집과 도로 건설 등이 주는 경제적 가치에 집중하기 보다 자기 생활의 많은 공간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고 최소한의 편의 시설과 집 가까이 한 켠에 가꾸는 반려식물들의 공간이 자리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이런 중소 지방도시의 특성에 맞추어 약 4개월여 기간을 거쳐 프로젝트는 완료됐고, 시공과정에서 주민들과의 작은 마찰도 있었지만, 완료 시점엔 모두가 그 공간의 작은 새로움에 축하와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진주 가좌천 문화의 거리 활성화 사업이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의 호응에 힘입어 진주 경상대 인근 주민과 지자체가 협업해 줄 것을 LH에 요청, 참여한 사례다. 진주시의 인구구성은 대체로 노령층과 대학가 중심의 청년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옥봉동 골목길 개선사업이 노령층을 위한 사업이었다면 가좌천 문화의 거리 사업은 젊은이들이 주 이용자가 되고, 노래하고 시를 읊고 잔잔한 흥을 즐기는 진주라는 도시의 문화를 이 공간에 담기를 원하는 사업이다. 학교를 따라 길게 형성된 녹지와 보행로에 음악과 전시, 커뮤니티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들을 제공하기 위해 거리의 명칭공모(가좌천 문화의 거리→볼래로)에서부터 설계, 공사 준공에 이르기까지 시민, 지자체와 함께 공감, 소통하며 완료하여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두 차례의 ‘길이 정원이다’ 사업의 짧은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그 지역 주민들이 가장 원하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껏 우리나라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속도전이 모든 사업에 적용되는 점이 적지 않았다. 주거환경개선사업, 도시재생뉴딜사업 등은 분명 다르게 진행되어야 하며, 그 또한 각 지역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요구 사항들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조금은 느리게 가는 사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지방도시 소멸화에 대한 우려의 대책을 수도권의 틀에 박힌 도시처럼 만들거나 잠깐 시선을 끄는 행사(꽃축제, 특산물축제)로 비슷한 도시를 재생산하는 제안은 맞지 않는 옷을 입히거나 일회성 흥행의 인기몰이에 영합한 근시안적인 사업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역사성, 장소성이라는 식상한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가장 편하게 생활하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장소성을 자연스럽게 묻어나도록 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도시가 가능해지는 방안일 것이다. “주민 밀착형 슬로우 재생이 지속가능 도시와 사회를 만드는 빠른 길이다. 그런 도시, 마을 속의 한 켠에 자연이 있고, 또 그들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주민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도시와 마을이 만들어질 것이다.” 최희숙 / 한국토지주택공사 처장
    • 최희숙 한국토지주택공사 처장
    • 2020-12-21
  • 강우에 따른 하천 지형 변화 하천 본래의 모습이었던 모래밭과 자갈밭이 사라진 도시하천은 녹색하천으로 변해 버렸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녹색하천을 생태하천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도시화, 농지개량 등 인간중심의 사고가 불러온 하천의 직강화와 건천화라는 돌이킬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량의 변화는 도시하천의 녹색하천화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충훈고 앞 사주를 사례로 강우량이 어떻게 하천의 모습을 바꾸고 하천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019년 5월만 해도 충훈고 앞 사주의 절반정도는 모래밭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확히 1년이 지난 2020년 5월에는 모두 식생으로 덮여 버렸다. 어떻게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을까? 강우량은 하천의 생태적인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로도 부정적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는데 2020년 5월 18일과 2020년 7월에서 8월에 걸친 장마로 침수된 사주가 물이 빠지면서 어떠한 모습으로 변했는지 살펴보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다. 2020년 5월 18일의 일이다. 오후 3시 30분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4시에서 5시 사이에 많은 양은 아니지만 집중적으로 비가 내려 사주의 절반정도가 침수되었고 일부 남아있던 모래밭도 모두 침수되고 말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침수되었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날의 강우로 펄이 모래밭을 모두 채워버려 식생이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리쟁이, 소래풀, 갓 순으로 식생이 자라났던 사주에는 5월 18일 강우로 갈퀴덩굴, 단풍잎돼지풀, 환삼덩굴이 모든 곳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안타깝게도 안양천에서 가장 역동적인 공간이 녹색하천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2020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54일에 걸쳐 기록적인 장마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 진행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럼 2020년 장마기간 동안 사주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살펴보자. 본격적인 강우는 7월 23일 내렸다. 이날 강우는 91㎜였다. 7월 25일 물이 빠지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광경이 관찰되었다. 사주를 뒤덮었던 갈퀴덩굴이 쓸려나갔고 놀랍게도 일부구간에서는 펄이 아닌 모래가 퇴적되었다. 8월 1일부터 4일까지 이어진 강우에서는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갈대(달뿌리풀), 부들, 버드나무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모래밭과 자갈밭으로 바뀌었다. 8월 8일 사주가 전면적으로 모래밭으로 바뀐 이후로도 8월 15일까지 강우가 계속되었으며 사주면적 확대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그럼 이러한 기대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물론 강우량이다. 하천은 숲생태계와는 완전히 다른 생태계이다. 숲생태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정적인 생태계로 나아가는 반면 하천생태계는 일 년에도 몇 번씩 발생하는 홍수로 인해 매우 역동적이면서 불안전한 생태계이다. 이러한 것을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숲생태계와 하천생태계를 동일 시 하는 아주 잘못된 시각으로 하천생태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5월 18일 25.5㎜가 내렸을 때는 사주가 펄로 채워졌지만 91㎜ 강우량에는 녹지였던 지역이 일부 모래밭으로 바뀌었으며 이 후 지속적인 강우로 60㎜, 74㎜가 내린 이 후에는 전면적으로 모래밭으로 바뀌었다. 이 사례를 지형변화의 정량적인 수치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강우량이 적을 경우 펄이 쌓여 하천의 녹지화를 부추기는 반면, 강우량이 많고 반복적일 경우 녹지는 모래밭 또는 자갈밭으로 바뀐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원래 그랬듯이 이곳에는 다시 꼬마물떼새가 날아들 것이다. 그럼 서두에서 언급했던 사주의 지형 변화를 아래 사진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자. 이와 같은 변화는 충훈고 앞 사주뿐만 아니라 삼봉초 주변 등 다양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아래 사진을 보면서 확인해 보자. 위의 사례에서처럼 모래밭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반대로 기존의 모래밭이 없어지는 상황도 관찰할 수 있었다. 충훈2교 하류구간은 모래밭이 넓게 형성되어 있어 안양천 본류에서는 유일한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였다. 그런데 2020년 최장기간의 장마로 모래밭의 상당부분이 없어져 버렸다. 이 구간은 2년에 한 번 정도는 유수흐름 개선 준설공사를 시행하는 구간으로 그 만큼 모래가 많이 퇴적되는 구간이다. 이번 장마 전까지는 사주부는 당연히 모래가 퇴적되는 곳이지 강우에 의해 모래가 쓸려나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장마로 일정량의 강우는 모래밭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는 강우는 아무리 사주부라 해도 모래를 쓸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시 되는 점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가 너무 당연시 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유수흐름 개선 준설이란 문구가 정말 타당한 문구일까? 사실 유수흐름이 좋아 아니 정상적이어서 사주부에 모래가 퇴적되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유수흐름을 방해한다고 반복적으로 준설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준설공사가 안양천 국가하천 구간에서 얼마나 통수량에 영향을 미치는 지 정말로 궁금하다. 그리고 자연에 의해 조절되는 부분을 자연을 훼손시켜가면서 준설공사를 해야 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강우량은 지형뿐만 아니라 식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충훈2교 하류 저수호안 및 고수부지를 사례로 살펴보자. 이곳의 경우 갈대와 명아주가 우점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단풍잎돼지풀, 환삼덩굴, 명아자여뀌가 분포하고 있었으나 이번 장마로 우점이었던 명아주군락과 단풍잎돼지풀군락은 머리카락을 솎아 내듯이 솎아졌으며 사주에는 명아자여뀌가 고수부지에는 갈대가 우점을 하고 있으며 강아지풀, 돌피, 닭의장풀 등도 자라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번 장마로 침수되었던 모든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충훈고 앞 사주 및 하중도, 연현마을 하중도, 삼봉초 세월교 상류 구간에서는 갈대, 부들, 버드나무, 명아자여뀌를 제외한 모든 종이 사라졌으며 안양천생태이야기관 앞 안양천변에서는 저수호안을 덮고 있었던 가시박도 모두 쓸려 나가 나대지로 변했으며 강우 시 깝작도요의 피난처 및 먹이활동 장소가 되었다. 10월에 확인한 결과 나대지에는 명자자여뀌와 사초류가 자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와 같은 결과는 하천에서는 인간에 의한 인위적인 관리보다는 자연에 의한 자기복원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며 인간이 자연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만심과 하천관리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증에 대한 반성 또는 하천생태계에 대한 의식전환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하천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 저서무척추동물 아래 사진을 보고 무엇인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럼 범위를 좁혀서 하천설계를 하시는 분 중에는 얼마나 될까? 감히 말하건 데 아무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종명이 아니라 목이라도 알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천생태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아래 사진을 보고 목이라도 구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저서무척추동물은 종수와 개체수가 풍부하기 때문에 하천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며 다양한 서식처에 적응하고 있어 생물다양성 자원으로 기여하고 있다. 또한 서식 특성상 이동이 적고 채집이 용이하여 생태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수질에 민감한 종이 많아 수질오염에 대한 지표종으로 환경변화 모니터링에도 이용되고 있으나 우리는 이 친구들의 중요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체 하천생태계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천에서 돌멩이를 집어 들었을 때 돌 위에 붙어 있거나 기어 다니는 작은 생명체들을 우리는 징그러운 벌레로 취급하고 있다. 처음 본다면 정말 징그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친구들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면 단순히 징그럽게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본론으로 들어가 본다. 하루살이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하루살이는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우리를 괴롭히는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완전히 틀린 답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하루살이를 한 번도 본적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서무척추동물은 먹이사슬 내에서 어류의 먹이로서 또한 1, 2차 소비자로서 하천생태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중요한 생명체이다. 매년 5월이 되면 하루살이들이 우화를 한다. 모든 종이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종들이 우화를 해서 하루살이의 영명은 mayfly이다. 이 때 즈음이 되면 하루살이들은 물속에서 물위에서 또는 돌에 붙어서 아성충으로 우화를 한다. 이때는 제대로 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로 하늘에서는 제비 무리가 저공비행을 하며 이들을 사냥하기에 정신이 없다. 살아남은 녀석들은 성충으로 다시 한 번 우화를 해서 짝짓기를 하고 산란과 부화의 과정을 거쳐 물속에서 유충으로 생활하다 그 다음해 다시 성충으로 우화를 한다. 우리가 하루만 산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하루살이는 사실 하루만 사는 것이 아니라 수개월에서 일 년 정도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성충이 되었을 때 짝짓기를 하면 바로 죽어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하루살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뿐이다. 하천의 건강성을 평가하는데 수질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질적으로 도시하천의 경우 재이용수 등 하천 유지용수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수질은 대부분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중요한 하천 바닥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수질이 좋아도 하천 바닥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하천 바닥을 서식처로 살아가는 저서무척추동물들은 살아갈 수 없다. 그리고 이들이 살아갈 수 없다면 어류 등 다른 생명체들도 살아가기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서무척추동물은 하천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수질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들에게는 단순히 징그러운 벌레 수준으로 취급받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수질측정 기준인 BOD의 경우 수질측정 결과가 나오는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 그러나 하천에 서식하고 있는 저서무척추동물을 보면 오랜 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하천의 건강성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편의상 1급수, 2급수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다. 안양시의 대표적인 도시하천인 학의천의 경우 2급수 정도의 수질을 보이고 있으며 안양천은 2급수 후반에서 3급수 초반의 수질을 보이고 있다, 안양시에서는 매달에 안양천과 학의천 등 각 지천에서 하천수를 채수해 수질을 측정하고 있는데 하천수를 채수해 BOD, 용존산소 등 수질기준의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학의천에서는 부채하루살이를 안양천에서는 네점하루살이를 지표종으로 하천의 건강성을 판단하고 있다. 모니터링 시 이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수질결과가 아무리 잘 나와도 그 하천은 죽어가고 있는 하천 아니 이미 죽은 하천일 수도 있다. 그 만큼 저서무척추동물은 중요한 생명체이다. 그런데 왜 하루살이만 지표종으로 언급할까? 사실 강도래는 모든 종이 산간계곡 1급수에서만 서식하고 있고, 날도래도 꼬마줄날도래 등 줄날도래과 몇 종을 제외하고는 강도래와 마찬가지로 아주 깨끗한 1급수에서만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안양천과 같은 도시하천에서는 서식하는 종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하루살이는 상대적으로 도시하천에서도 살아가는 종이 많기 때문에 지표종으로 하루살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하루살이가 더러운 물에 산다고 오해해서는 안 되며 하루살이도 1급수의 깨끗한 물에 서식하는 종도 많다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안양천의 지천인 수암천 상류지역에 가면 맵시하루살이, 민하루살이, 햇살하루살이, 흰부채하루살이와 같이 다양한 하루살이들을 관찰할 수 있다. • 매우좋음~좋음 : 강도래, 물날도래, 민하루살이, 흰부채하루살이 • 좋음~보통 : 줄날도래, 부채하루살이, 넓적거머리, 물삿갓벌레 • 보통~약간나쁨 : 물달팽이, 턱거머리, 물벌레, 밀잠자리 • 약간나쁨~매우나쁨 : 실지렁이, 붉은깔따구, 나방파리, 꽃등에 수질오염과 지표생물 2020년 장마는 앞장에서도 언급했지만 하천생태계에 다양한 영향한 미쳤으며 저서무척추동물의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천이 안정화된 9월 29일 충훈고~충훈대교를 대상으로 저서무척추동물 모니터링을 시행한 결과 안양천에서는 이전까지 관찰되지 않았던 동양줄날도래, 범꼬리하루살이, 부채하루살이, 애호랑하루살이가 관찰되었다. 이들은 모두 환경질점수가 4점(4점 만점)의 종으로 수질에도 매우 약하여 주로 안양천 유역에서는 수암천, 청계사천, 삼성천과 같은 상류 지천에서 관찰되던 종으로 이번 장마가 하천의 건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하천생태계에서 중요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여울, 사주, 하중도에 대하여 우리는 유수흐름 개선공사라는 미명하에 매년 의무적으로 준설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 문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도시화로 직강화된 도시하천에서는 자연적으로 생기기 어려운 곳임에도 유수흐름이 좋아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곳인데 유수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준설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문장인데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학의천에서는 동안교~관양교 구간이 안양천에서는 삼봉초~새물공원 구간은 저서무척추동물과 어류의 종이 다양한 지역으로 준설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으며, 불가피하게 시행해야 할 경우에는 하천 바닥보다는 저수로의 폭과 고수부지의 높이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한다. 하천관리기준 앞장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을 정리해 보자.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전문가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안양천의 하루하루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상시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여 안양천의 생태적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관리지역을 설정하고 그 지역에 맞는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하천의 관리지역 설정은 무 자르듯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같은 관리지역이라도 다양한 현장 여건에 맞추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연현습지의 경우 생태지역에 포함되지만 습지의 특성은 생태적이라기보다는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경관적으로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경관지역과 같이 관리를 하되, 하천과의 경계부는 완충공간(갈대군락)을 조성하여 하천의 생태적 공간과 연현습지의 경관적 공간이 서로 간섭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분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모니터링과 하천관리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안양천의 생태적 특징을 반영한 하천관리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안양천의 생태적 특성에 따른 관리지역 구분 - 친수지역 : 안양천 커뮤니티 활동 등 인간의 이용이 중심이 되는 지역(쌍개울, 충훈부) - 경관지역 : 하폭이 좁고 인간의 간섭으로 인한 물새들의 서식은 어려우나 자연스러운 경관을 연출하는 지역(구군포교~덕천교, 비산대교~박석교, 학의천 전구간) - 생태지역 : 조류와 어류의 주요 서식지로 자연생태계가 중심이 되는 지역(박석교~기아대교) 2) 관리작업 시 고려사항 - 제초작업으로 생태계 교란식물의 확산이 용이한 6, 7, 8월은 제초작업 금지 - 5월~8월은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작업 실시 (5월 중점적 실시) 하고, 가능하다면 보완 식재를 병행하여 생태계 교란식물의 재침입을 방지한다. -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작업은 인력으로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향후 식재공사가 계획된 경우 11월에 굴삭기로 전면제초를 시행하여 중복된 작업은 피한다. -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작업 시 낫을 사용할 경우 단풍잎돼지풀은 반드시 지반보다 약간 아랫부분을 절단해야 하고, 가시박은 지반보다 윗부분을 절단해도 된다. - 8월 또는 9월 열매가 맺힌 상태에서 단풍잎돼지풀 등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작업을 한 후에는 제거한 부산물을 현장에 방치하여서는 안 되며 반드시 폐기처리한다. 부산물의 현장방치는 오히려 씨앗확산을 초래하고 경관만 더 불량하게 만들 수 있다. - 갈대군락도 반복적인 하절기 제초작업 및 인위적인 훼손에 의해 생태계 교란식물이 침입할 수 있으므로 반복적 제초작업은 하지 않는다. - 민원 등의 이유로 9월 중순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변으로 제초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9월은 식물이 성장을 하는 시기가 아니라 열매를 맺는 시기로 이 시기의 제초는 의미가 없으며 경관만 훼손할 수 있다. - 기존식생 훼손지역은 갈대, 달뿌리풀, 물억새 등을 보완 식재하여 생태계 교란식물의 침입을 방지한다. - 친수지역, 경관지역의 전면적인 제초는 11월에 실시한다. - 생태지역(충훈대교~연현마을) 중 가시박, 칡 등 덩굴식물로 인한 수목의 피해가 심하고 경관훼손이 심한 지역은 본격적으로 철새들이 도래하기 전인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덩굴식물 제거작업을 실시하여 철새들이 월동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 - 생태지역은 전면적인 제초를 실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하게 제초를 시행해야 할 경우 겨울철새들이 번식지로 이동하는 3월 초에 실시한다.(일부 겨울철새는 4월까지 서식) - 준설작업은 3월 이전 또는 9월 이후에 실시하여 훼손지 복구가 가능한 기간을 확보한다. - 생태지역(충훈부, 충훈고, 새물공원 징검다리, 연현마을 세월교 주변)은 준설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경관지역 중 비산대교~안양대교의 여울구간은 준설을 하지 않는다. - 학의천의 경우 사주, 하중도의 준설은 가능하나 주요 어류 서식지인 동안교~관양교 구간은 제외한다. 최현수 / 안양시 생태하천과 주무관 김영남 / 안양시 생태하천과장
  • 지난 9월 24일 국회는 기후변화의 긴급성과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의 주된 내용은 현 상황을 기후위기로 인식하고, 기후위기의 적극적 해결을 위해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Net-Zero Emissions)’를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을 수립하며, 나아가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즉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배출감축과 같은 완화전략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로부터 인명과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적응 전략 역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전예방적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저탄소녹생성장기본법」 제48조에 따라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과 광역 및 기초지자체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하며 여전히 기후변화대응 인력과 예산, 맞춤형 기후정보 및 적응대책의 효과 평가 부족으로 적응계획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필자는 2019년 본지에 기고한 ‘기후변화 적응 의사결정 지원시스템, 그린인프라를 통한 해결책 제안’에서 국가와 광역 및 기초지자체가 기후변화 적응계획을 원활하게 수립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지원시스템과 생태 가치를 보전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그린인프라의 가치 평가 방법을 소개하였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한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기후변화대응 R&D 사업인 ‘기후변화 적응정책 선정을 위한 통합평가 의사결정지원 도구개발 및 실증화·고도화’를 연구해오며 단기 및 중·장기 기후변화 적응계획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기후정보와 적응대책에 대한 정성적·정량적 평가방법론을 고도화하였다. 단기 적응계획을 위해 지자체 맞춤형 우선순위 도출 결과는 다기준 의사결정분석기법을 도입하여 건강, 농수산(농축산과 수산), 물관리, 재난재해, 산림/생태계(산림과 생태계), 국토/연안(국토와 연안) 부문과 부문별 실천과제에 대한 전문가의 주관적 평가를 종합하여 우선순위를 도출했다. 전문가 평가를 바탕으로 한 부문 및 실천과제 우선순위 결과를 기본으로 제공하지만, 지자체는 정책과 평가지표(효과성, 타당성, 비용)의 가중치를 조정하여 다른 우선순위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정책과 평가지표를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지자체 맞춤형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기초지자체 수준에서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실천과제의 발생 가능한 편익과 비용을 추정한 결과를 공간적으로 시각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자체는 정책의 경제적 타당성을 판단할뿐더러 인접 지역과 비교할 수 있다. 중장기 적응계획을 위한 의사결정지원도구는 국내에서 다소 낯선 개념인 적응경로 접근방식을 도입했다. 우리보다 앞서 적응계획의 중요성을 인식한 미국과 호주는 적응경로 접근방식을 활용해 기후변화를 시기별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적응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적응경로 접근방식을 서울과 부산 지역에 시범적으로 적용하여 지역의 목표에 따라 2020년부터 2100년까지 건강, 안전, 환경 부문 적응대책·기술의 도입 시기, 규모, 비용에 관한 정보를 단계적으로 제공한다. 또한 적응경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함으로써 정책입안자가 이해관계자 및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추구하며, 장기적 비전을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추어 행동하며 행해질 수 있다. 또한 지역이 실제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응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에서부터 수립된 계획과 이행이 함께 해야 가능하다. 국가와 지역, 지역 간의 교육홍보, 정보공유를 통해 원활한 적응이 이루어질 수 있고, 관련 연구와 함께 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추후 적응계획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행되었는지 그리고 실제 기후변화 영향 저감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와 방법론이 더욱 개발되고,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응계획이 수립·이행되길 기대한다. * 이동근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경대학교 녹지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통합적인 기후변화 영향평가, 도시 열섬 저감 기술을 비롯한 여러 R&D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론』, 『경관생태학』, 『환경계획학』 등 다수의 공저를 포함하여 국내외 논문 200여 편 이상을 발표하였다. 현재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 중앙환경정책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 국회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장, 『Landscape and Ecological Engineering』 편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동근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이동근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email protected]
    • 2020-12-08
  •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2020년 7월 10일 노루페인트 주변 고수부지에 서식하는 단풍잎돼지풀, 환삼덩굴 등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작업 후 일어나는 식생천이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작업에 대한 방향 및 효과적인 작업방업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대상지는 비교적 제거 작업이 용이하고 교란식물이 많이 번식하고 있는 노루페인트 주변을 선정하였으며 장마가 끝난 8월 21일 모니터링을 시행하여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작업 전과 생태계 교란식물 현황을 비교해 보았다. 제거 작업은 예초기로 전면 제거를 시행하였다. 식생천이과정을 살펴보자. 안양천의 다른 지역도 이곳과 유사한 식생천이과정을 보이고 있다. 3월말 쑥, 큰개불알풀, 붉은토끼풀, 개망초, 소리쟁이, 꽃다지, 냉이, 살갈퀴가 먼저 생존경쟁에 뛰어들었으며, 4월말에는 말냉이, 괭이밥, 선개불알풀, 참새귀리, 유럽전호와 더불어 단풍잎돼지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5월 중순에는 단풍잎돼지풀이 완전히 군락을 형성했으며 5월 하순에는 강우로 단풍잎돼지풀이 더욱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5월까지 관찰되지 않던 칡이 6월에 들어 관찰되었으며 이때는 단풍잎돼지풀의 높이가 1m 정도까지 자랐고, 6월 중순에는 사람의 키 높이까지 자랐다. 이후로 단풍잎돼지풀과 칡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번식면적을 넓혀갔으며 이들과 함께 개망초가 꽃을 피우고 지기를 반복하면서 전체적인 식생군락을 형성하였다. 7월 10일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작업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약 40여 일이 지난 8월 21일 모니터링을 시행하였다. 단풍잎돼지풀과 칡이 번식하고 있던 자리는 둥근잎나팔꽃이 대체를 하고 있었으며 돌콩, 소리쟁이, 쑥, 명아주, 개망초, 망초 등도 새롭게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작업에도 불구하고 단풍잎돼지풀, 칡, 환삼덩굴이 새롭게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효과도 없는 작업을 한 것이다. 적은 면적이라도 뽑아야 하는 작업을 근시안적인 효과만 생각하고 예초기로 전면제초를 함으로써 다시 올라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 다시 올라오고 있는 생태계 교란식물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시는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작업방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효과적인 하천관리를 위해 안양천 주요 지역의 생태계 교란식물 분포현황도 함께 기록하였다. 번식지로서 사주 우리가 생태하천복원사업을 하면서 많이 사용하는 문구가 있다. “직강화 된 콘크리트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했습니다.” 정말일까?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니다. 직강화 된 콘트리트 하천을 직강화 된 식생하천으로 조성한 것에 불과하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안양천환경대학 등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제가 항상 질문이 있다. 여러분 하천하면 떠오르는 색이 무엇입니까? 파란색과 녹색이 대부분이다. 어떤 경우에는 녹색이 대부분이딪 경우도 있다. 화창교에 올라가서 안양천을 바라보면 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녹색이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도시하천, 생태하천, 자연형하천 등으로 불리는 도시하천의 본 모습이다. 우리 눈을 감고 자연형하천이 아닌 자연 그대로 있는 자연하천을 한 번 생각해보자.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자갈, 모래… 이러한 것들이 하천 본래의 모습을 형성하는 주요 구성요소다. 그런데 하천의 자갈밭과 모래밭이 녹색의 식생군락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사행이어야 할 하천이 농지개량, 도시화 등의 이유로 직강화 되었고, 이미 도시화된 직강하천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행하천 본래의 모습으로는 바뀔 수 없는 처지에 이르고 만 것이다. 또한 하천으로는 더 이상 모래와 자갈의 유입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더 이상 사주와 하중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녹색의 식생이 이를 대체한 현재와 같은 녹색하천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건천화는 이를 더욱더 부채질 하고 있으며 그곳의 원래 주인이었던 물새들은 번식할 곳을 찾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우리가 현재 말하고 있는 도시하천, 생태하천의 실체인 것이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안양천도 예외는 아니다. 다행히 안양천에는 개발의 중심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서 본래의 모습이 남아있는 구간이 있다. 충훈부에서 충훈대교 구간이다. 모래와 자갈은 유입되지 않지만 하상에 남아있던 모래와 자갈이 자연적으로 사주와 하중도를 만드는 곳이다. 이곳은 4월이 되면 생명력이 넘쳐난다. 꼬마물떼새, 흰목물떼새, 삑삑도요 들이 서로의 짝을 찾기 위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짝을 찾은 친구들은 산란을 하고, 포란을 한다. 이를 본 황조롱이는 어미새를 노리고, 까치는 어미새가 포란 중인 알을 노리는 다이내믹한 생명력이 넘치는 먹고 먹히는 자연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인간의 척도에서 바라보면 불쌍한 생각도 들겠지만 인간의 척도로 자연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자연은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만다. 2019년 6월 27일 발생한 일이다. 어느 시민의 민원으로 시작되었다. 보기 지저분하다는 민원이었다. 경기도 감사관, 하천관리과장, 만안구 건설과장, 민원인이 모여 회의를 했다. 경기도 감사관과 하천관리과장은 공사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회의를 마쳤으나 다음날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만안구에 엄청난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사주의 중간에서 백호우가 모래를 퍼내고 있었다. 공사업체 사장은 “준설을 해야 되는데 일석이조 아니냐”고 말한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새들의 2차 번식기에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의 유일한 서식지가 생태계에 대한 무지로 파괴되고 있는 현장이다. 안 해도 되는 공사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흰목물떼새나 꼬마물떼새가 다시 찾아올지 모르겠다.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사주와 하중도는 도시하천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더군다나 꼬마물떼새 등 물새들이 산란을 한다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와 같이 생태적으로 중요한 사주와 하중도의 준설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생태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아무리 강조를 해도 엉뚱한 일이 자꾸만 벌어진다. 2020년 3월 17일에도 같은 사람의 민원으로 또 같은 실수가 범해졌다. 생태적으로 중요한 장소가 또 있다. 삼봉초 앞 세월교 주변과 새물공원 앞 징검다리 주변이다. 이곳은 물새들의 번식지는 아니지만 흰목물떼새, 깝작도요, 물총새가 1년 내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기존에 잘 발달한 여울에 대한 준설은 피해야 할 구간이다. 준설과 관련해서 안양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수에 취약한 학의천은 하폭이 좁아 인간의 간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중도는 식생군락으로 피복되어 있고 사주는 발달할 수가 없어 물새들의 산란지로 적합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생태하천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학의천은 사실 경관하천에 더 가까우며 안양천에 비해 생태적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준설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어류들의 주요서식지인 학의천의 동안교에서 관양교 구간, 안양천은 안양대교에서 박석교 구간, 삼봉초 앞, 충훈고 앞, 새물공원 징검다리 주변, 연현마을 세월교 주변은 안양천 유역에서는 수질에 가장 민감한 어종인 돌고기가 서식하고 있는 구간으로 준설에 신중하여야 한다. 삼봉초 앞 구간은 2017년 준설로 돌고기가 사라져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따라서 이러한 구간은 가급적 준설은 피하고 필요한 경우 저수호안을 훼손하더라도 고수부지 지반고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피난처, 휴식처로서 사주 앞 장에서는 주로 사주와 하중도의 역할 중 서식지의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이번 장에는 강우 시 피난처, 먹이활동 장소 및 휴식처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2020년 8월 3일의 일이다. 안양천 호안교에서 동양교 구간에서 물고기들이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집중호우로 올라갔던 수위가 낮아지자 유수 상층부에서 서식하는 피라미들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해 자전거도로에서 폐사한 것이다. 물론 안양천 국가하천 구간에서도 피라미 몇 마리가 자전거도로 위를 헤엄쳐 다니기는 했지만 안양천 상류처럼 이렇게 폐사한 경우는 없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안양천 상류의 경우 하폭이 좁고, 도시화로 인한 직강화로 하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려 사주나 하중도가 발달할 수 없게 되었고 유속이 빨라 집중호우 시 빠르게 물이 차오르고 빠진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집중호우 시 피난할 곳이 없는 물고기들이 반복적으로 자전거도로에서 폐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안양천 국가하천 구간의 경우 하폭도 넓고 사주와 하중도가 발달한 곳도 많다. 이와 같은 사주와 하중도는 강우 시 사진과 같이 웅덩이들을 형성해 어류들의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류들에게는 먹이활동 장소 및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어 안양천 상류와 같은 폐사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자연형하천 공사 시 수제를 조성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앞 장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주와 하중도는 하천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다이내믹한 생명력이 넘치는 곳이다. 그런데 하천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주나 하중도를 함부로 준설한다면 하천에서 생태적으로 건강한 장소를 훼손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회에서는 이와 같은 사주와 하중도가 강우량에 따라 어떻게 변해가고 이로 인해 하천생태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최현수 / 안양시 생태하천과 주무관 김영남 / 안양시 생태하천과장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딸이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네” 몆 년 전 인기를 끌었던 SF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새로운 대체 행성을 찾고 있던 브랜드 박사가 주인공 쿠퍼에게 한 대사이다. 2067년의 지구는 20세기에 범한 잘못으로 건조한 모래 먼지로 뒤 덮이고 곡식은 옥수수 외는 더 이상 재배가 되지 않고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상황으로 묘사되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호주 산불은 무려 10억 마리에 달하는 야생동물이 산불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28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꺼질 줄 모르던 산불은 해를 넘긴 올해 2월에야 숲 1만8600ha를 불태운 뒤 모습을 감췄다. 이는 한반도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긴 장마와 태풍이 연일 계속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최장기 52일 동안(6월 10일~9월 12일) 폭우와 장맛비로 올 여름철 강우량(6~8월)이 1207.9㎜로 1973년 기상관측 이래 제일 많았다. 미국의 경우는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 서부 연안을 따라 산불이 번져서 서울의 20배를 태웠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또한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에 일어나고 있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앞에 두고 우리 인간은 너무 무기력하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자식들이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물론 여러 방면에서 노력이 진행되고는 있다. 1992년 6월 기후변화협약 서명, 1997년 12월 교토의정서 그리고 2015년 12월 파리협약 승인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에 있어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라는 인식이 없으면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로 지키기 쉽지 않다는 것은 최근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1년 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겠다고 통보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번 미국의 2020대선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조 바이든 후보는 기후변화를 지구의 가장 긴급한 위기라고 지칭하고 대통령 당선되면 곧바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잡음은 있지만 인류의 생존 문제이기 때문에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고 구조적 대전환을 기하고자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을 확정 발표하였다.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그리고 안전망강화라는 3가지 섹터로 구분되는 데 이 중에서 그린뉴딜은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맥을 같이 한다. 정부의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기업들도 풍력과 태양광 발전사업, 수소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 지면서 금융기관이 ESG 지표(Environment_환경, Social_사회적책임, Governance_지배구조 등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기업의 가치평가 요소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범세계적 노력이 필요한 시대에 조경에서는 어떠한 대응 방법이 있을까. 기후변화의 주 원인이 인간의 자연에 대한 과도한 개발과 화석원료의 사용으로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역으로 개발 이전의 단계로 돌려놓거나 최소한 이와 유사하게 하는 것에서 조경의 역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노력이 최근 10년 동안 저영향개발이라는 용어로 환경부 등 여러 기관 및 민간에서 이루어졌다.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은 인간이 개발로 초래한 물순환 수지를 개발 이전의 자연상태로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동시에 개발 시에는 자연의 물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법이다. 이러한 저영향개발은 기존의 조경설계 철학 및 기법과 맥을 같이 하므로 다른 어떤 분야 보다 조경에서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조경분야에서 다양한 시도와 결과를 통해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내 몇몇 조경 업체에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조경인으로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특히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수지에 대한 공학적 이해와 더불어 아름다운 경관보다는 지속가능한 경관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변화가 요구되며, 사후 유지관리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46억 년 전 태양계 탄생과 더불어 지구가 태어나고 천우신조로 태양계 내에서 유일하게 에코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 지구, 복 받은 이 곳을 후손들에게 안정된 시스템으로 물려주는 게 현 지구인의 의무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저영향개발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지구를 지키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제상우 /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부사장, 연구소장
    • 제상우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부사장
    • 2020-11-17
  • 인류가 만든 거대한 문명은 생각보다 깊게 지구에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우리는 찬란한 듯하나 사실은 공허하고 무질서한 교란의 시간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오랜 서식처였던 자연을 파괴하고 스스로가 만든 결핍과 부재를 안타까워하면서 말이다. 자연주의 정원(Naturalistic Garden)은 자연에 대한 반성과 열망의 연장선에 있다. 낭만적인 공간의 분위기는 얼핏 회화적 이미지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연주의 정원가들의 근성 있는 열정과 세심한 기술력은 명확한 실체로 증명된다. 하이라인 파크와 소머셋 미술관 조성에 참여한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 ‘지구의 정원(Planetary Garden)’과 ‘움직이는 정원(Moving Garden)’을 쓴 질 끌레망(Gilles Clement) 등은 여러 작품을 통해 도시에서 생물다양성 증가와 지속가능성이 실현되는 자연주의 정원을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주의 정원을 구현하고 있다. 이들의 디자인 원리는 기존 식재방법과 달리 자연식생에서 볼 수 있는 군락 구조와 종간 경쟁, 공생 등의 생태적 질서에서 나온다. 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정원 안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사람이 관리하거나 개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움이 유지되는 자연의 초원이나 숲처럼, 정원 식물과 더불어 정원에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곤충과 조류 등이 모두 안전하게 번성하는 자립 공동체를 구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립 공동체는 생태적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며 그 안에서 인간도 하나의 생명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지기를 꿈꾼다. 자연주의 정원은 과거의 치장적인 정원에 비해 훨씬 다각적이며 입체적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개념이 담겨 있다. 첫째, 자연주의 정원은 생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함께 공생하는 삶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생태조경의 개념이 확장된 것으로 자연을 대하는 인류의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둘째,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최소한의 관리를 통해 건강한 환경, 안정된 비오톱을 구축하고자 한다. 셋째, 지구의 모든 식물은 그들의 기능과 가치가 확고하며 자연주의 정원의 소재로 이용 가능하며 잡초나 잡목으로 불리는 식물들도 생태계 내에서 각자 역할이 있고, 종 다양성에 기여하며 좋은 풍경을 만들어 내는 정원식물이 될 수 있다. 넷째, 자연주의 정원은 인류의 공통적인 문제 인식이지만 도시 안에서 자연의 생명과 함께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라 자연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류의 숙명이다. 사실 자연주의 정원은 생태정원이라는 든든한 토대가 있어 탄생할 수 있었는데 국제적으로 생태정원은 20세기 중반부터 지금까지 줄곧 생태와 예술을 근간으로 습지정원, 건조지정원, 초원정원 등의 다양한 조성 기술과 균형 잡힌 비오톱을 구축하기 위한 풍부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하지만 국내는 어떠한가. 지난 수십 년간 한국에서는 매년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의 돈이 생태조경을 위해 쓰여 왔다. 하지만 국내 대표작을 하나 꼽아 보라 했을 때 곧장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는 점 우리는 그저 그런 조경사업을 친환경으로 포장하거나 홍보하는 수단으로만 생태조경이란 말을 이용한 게 아니었을까? 물론 생태정원의 기반이 허약한 우리나라의 정원 문화에서 자연주의 정원을 발전시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기초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할 것이 많고, 이미지나 분위기에 취해 성급하게 앞서나가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상기온, 미세먼지, 코로나 사태 등이 사회적 화두인데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이러한 이슈들과 엮어 호객행위 하듯 미끼처럼 생태정원이란 말을 이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따라온다. 특히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미세먼지 저감숲이나 바람길숲 조성에 대한 우려가 깊은데 환경을 개선하려는 의도는 당연히 지지하지만, 그 조성 목적과 방법에 있어서는 일차원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원의 나무들은 우리가 저지른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용도로만 봐서는 안 된다. ‘도시숲의 조성 목적과 방법’ 또한 기본적으로 ‘생태정원이나 자연주의 정원의 원리’에서 찾아내야 한다. 자연주의 정원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국가적 지침이 돼야 할 것이다. 김봉찬 / 더가든 대표
  • 요즘도 ‘풀떼기’를 찍으러 다니냐는 친구의 말에 그렇다고 하고 말았다. 그때는 대응할 여유도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덕분에 한참동안 혼자서 들썩이는 입술을 참아낸 자신을 원망했다. 아아… 잠시라도 조경의 심오한 듯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한참을 지나 분했는지 나는 국어사전을 뒤져 ‘풀떼기’를 찾기 시작했다. 풀떼기는 풀과 떼기를 합친 말이다. 풀은 초본식물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고 떼기는 비하의 접미어라고 국립국어원에서는 설명한다. 풀어내고 보니 한편으로 친구 놈의 말이 맞는 말이긴 했다. 녀석이 말하는 ‘풀떼기’의 인식은 온 세상의 식물을 뜻하는 것일 테니까. 통하지도 않는 대화를 이끄느라 ‘설명꾼’으로 취급되기도 유쾌하지 않았을 테니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그래도 한마디 했어야 했다. 조경을 설명하지도 못하니 이른바 ‘조경사진’은 아직 멀었다. 사진을 접하고 조경에 크게 관심 없이 취미활동을 하는 분들과 자리하는 일이 있다. 대화 중 경관 혹은 조경을 찍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다가오는 공허한 눈빛을 기억한다. 어떤 설명으로도 부족한 것일까. 아니다. 아직 내가 부족한 탓일 테니 스스로를 탓할 뿐이다. 급기야는 잠자리에 들어서 좀 더 쉽게 알아듣도록 설명했어야 했다며 후회를 한다. 어쩌면 사진 속의 것들이 모두 풀떼기로 비쳤던 것은 아닐까. 소심증이 밀려온다. “취미하면서 돈 벌고 좋네.” 어느 현장에서 만난 인부의 말이 자존심을 은근히 발동시켰다. 마주친 그는 주렁주렁 카메라를 메고 다니는 내가 신기해 보였는지 멀리서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슬그머니 와서 한마디 보태고는 대응할 틈도 없이 사라졌다. 무슨 말이라도 받아 쳤어야 했다. 이쯤 되면 오기 반 자존심 반 머릿속이 복잡하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설픈 말들로 정의를 내리기보다 사진가는 사진으로 말해야 한다. 의도를 파악하고 마케팅 하듯 대상지를 만들어낸 이들의 안목을 사진으로 한층 더 끌어올려야 한다. 그것이 사진가의 자존심이라 생각한다. 이미지가 설명되는 것은 그 다음 과정이 되어야 한다. 풀떼기에서 한 개의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기 위한 생각을 감히 소명으로 여기며 한 장씩 찍어 나가는 것이다. 자존심은 스스로 세워지지 않아서 자존감을 스스로 유지해 나갈 뿐이다. 취미로 찍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담아내는 사진가가 되려는 노력은 사진에 남을 것이라는 담담한 믿음이다. 조경하는 모든 이여! 부끄러워 말고 기록으로 남기시길! 비록 작은 결과물 일지라도 남기고 공유되길! 작은 기록들이 작품이 될 것이니 감히 권해본다. 결국 조경은 땅에 남아 시간의 변화에 따라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리라. 흐르는 잔잔한 물결이 스스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면 큰 파도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번에도 조경사진을 각자라도 남겨 보시기를 권해본다. 유청오 / 조경사진가
  • 안양천은 우리나라 오염하천의 대명사였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하천생태계의 중요성이 부각됐는데, 이러한 흐름에 따라 1999년 안양천살리기 TF팀 구성을 시작으로 10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안양천살리기사업이 진행됐다. 2017년 안양천살리기사업을 끝낸 안양천은 27종의 어류, 65종의 조류 등 다양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태하천으로 복원되었으며,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자주 찾는 시민들만큼 요구가 다양해졌고 그로 인해 크고 작은 공사가 계속 진행되었다. 공사 과정에서 생태계의 인위적 교란은 불가피했고 의도치 않은 생태적 변화가 일어났다. 지속된 공사로 인해 생태계가 훼손됐다. 따라서 본 매뉴얼에서는 서울시 구간 유지관리 사례 분석과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기록된 안양천만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관리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생태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하천관리는 결국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시 구간 유지관리 사례 서울시와 광명시 구간의 하천관리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안양시 구간의 하천관리 방안에 적용하고자 사례 분석을 시행하였다. 이곳의 관리를 요약하면 하천생태계 보다는 인간 중심의 공원과 같은 관리방안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서울시 구간을 살펴보면 2017년부터 고수부지와 저수호안은 기존 갈대군락 등 인공적으로 식재된 식생군락을 제외하고 매년 11월 전면제초를 시행하고 있다. 제방은 앞으로 유지관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갈대와 수크령군락을 조성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효과적인 관리방안인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고려하지 않은 너무나 이기적인 관리방안이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겨울철 철새들의 보금자리였던 고수부지 식생군락이 사라져버려 겨울철새들이 찾아오지 않는 실정이다. 텃새 등 다양한 조류의 먹이가 있던 고수제방은 유지관리 편리를 위한 갈대와 수크령으로 제한된 단순한 식생으로 변모해 감에 따라 조류 서식지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광명시 구간도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고수부지와 저수호안은 서울시 구간과 마찬가지로 11월에 전면제초를 시행하고 있으며, 고수부지는 물놀이장, 장미원, 테마정원, 잔디밭 등으로 조성해 공원처럼 관리하고 있다. 제방은 서울시 구간과는 다르게 사면녹화 공법을 적용하고 있으나 이는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한 선택으로 서울시 구간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식생으로 조류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 결과 2017년 1월 모니터링에서 3162마리가 관찰되던 겨울철 조류는 2018년 1월 2011마리로 줄었다. 그 개체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하절기에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따라 3m 폭으로 최소한의 제초만 시행하고 있으며 단풍잎돼지풀 등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작업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제초한 지역 바로 옆으로 단풍잎돼지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으며, 인간 중심의 유지관리 효율성을 위해 생태계 교란식물을 포함한 고수부지 식생에 대한 전면제초를 11월에 시행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제방에는 향후 유지관리 최소화를 위해 갈대, 억새, 수크령, 줄사철과 같이 다른 식생의 침입이 어려운 식물을 전면적으로 식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식생의 침입이 어려운 식물이라도 인위적인 훼손이든 태풍이나 장마와 같은 자연에 의한 훼손이든 일단 식생군락이 훼손되면 생태계 교란식물 등 다른 식생이 침입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훼손된 식생군락의 경관 유지 및 장미원과 같은 공원시설을 위한 또 다른 유지관리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니터링과 하천관리 -미(美)에 대한 편견 우리는 어떤 사물을 보고 “아름답다” 또는 “아름답지 못하다”를 늘 판단하고 있으며, 음악 등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과연 미에 대한 기준은 객관적일 수 있을까? 우리는 늘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면서 그것이 객관적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어떻게 보면 “프랑스의 평면기하학식 정원이 좋은가?” 아니면 “영국의 자연풍경식 정원이 좋은가?”와 같은 우매한 질문 같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외부단체나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경우 두 개의 사진을 보여주고 어느 쪽을 더 선호하냐는 질문을 던지면 거의 100% 일방적인 답변이 나온다. 질문의 의도를 알아채서 일수도 있고, 너무나 자연을 사랑하시는 분들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다들 자연적으로 보이는 사진이 좋다고 답변한다. 그런데 하천관리과로 들어오는 민원을 보면 “제초해주세요, 너무 지저분해 보여요” 라는 이런 유형이 대부분이다. 앞에서 다른 나라의 정원 유형을 두고 어느 정원이 좋은가를 묻는 것을 우매하다 한 것은, 각 나라의 정원이 그러한 형태를 띠게 된 것은 미에 대한 기준이 아닌 지형과 기후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안양천의 경관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도의 문제도, 객관적인 척도의 문제도 아닌 안양천의 생태적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사진을 잠시 살펴보자. 근경으로 보이는 것이 광명시 구간으로 유채꽃이 식재되어 있는 모습이고, 원경으로 보이는 것이 서울시 구간으로 고수제방에 갈대와 수크령이 식재되어 있는 깔끔한 이미지의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안양시 구간은 뭔가 어수선하고 지전분해 보이는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짙은 갈색으로 보이는 것이 생태계 교란식물인 가시박이다. 가운데에 있는 사진을 보면 좌측이 광명시 구간으로 저수호안이 전면제초가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우측의 안양시 구간에서는 갯버들이 산발을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어떤 경관이 더 아름답습니까?” 답은 아래 사진을 보고 결정해보자! 화창교 하류의 경관으로 원경을 보면 녹색과 갈색의 식생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 더 가까이 가보자. 거뭇거뭇하고 흰색의 무언가가 보인다. 더 가까이 가보자. 천연기념물인 원앙들이 신나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시박이 있어도 단풍잎돼지풀이 있어도 그 밑에는 원앙들이 먹을 수 있는 씨앗들이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 구간의 유채밭, 갈대밭에는 원앙이 아니더라도 주요 겨울철새인 흰뺨검둥오리들이 먹을 수 있는 먹이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인간과 조류들의 경계가 없어져 이들의 안전은 더욱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철새들이 날아올 수 있을까? 인간만 있는 깔끔한 경관이 아름다울까?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다행히도 안양시 구간 중 충훈대교에서 연현마을 세월교까지는 화창교 하류 구간과 같이 좌안에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없어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조류들이 서식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겨울철에는 이들을 먹이로 하는 맹금류인 참매, 말똥가리, 새매, 매도 관찰되고 있으며, 포유류인 족제비와 너구리도 살아가고 있다. 이와 같은 장소는 우리 눈에는 지저분해 보일지 몰라도 우리가 지켜 나아가야 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건강한 장소로서 가치가 있다. 생태복원 지표종이자 안양천의 마스코트인 여름철새 물총새는 겨울철에도 관찰할 수 있다. 럭키아파트에서 연현마을까지 구간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얼마 전부터는 구애행동을 하는 모습도 관찰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생태계 교란식물로 천대를 받는 단풍잎돼지풀 군락도 물총새에게는 먹이를 관찰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서울시나 광명시 구간과 같이 저수호안을 전면적으로 제초하였다면 안양천에서는 누구도 물총새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겨울철새뿐만 아니라 봄과 여름철에는 나그네새와 여름철새들이 안양천을 찾아온다. 충훈대교 ~화창교 구간 덤불은 우리에게 이름도 낯선 붉은뺨멧새, 붉은가슴밭종다리가 날아들어 잠시 쉬어가고, 칡때까치는 족제비싸리 위에 앉아 사마귀를 사냥하고, 새호리기는 전깃줄에 앉아 매미를 사냥하는 곳이다. 평생 한 번도 보기 어려운 검은이마직박구리도 살고 있다. 그리고 참새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알고 있는 새다. 그렇다면 꼬까참새는 알고 있을까? 새호리기를 제외하고는 안양천 조류 모니터링 기록에는 없는 새들이다. 이 구간은 족제비싸리, 찔레, 칡,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뽕나무 등이 뒤죽박죽 덤불을 이루고 있어 어떤 이들의 눈에는 너무 지저분한 곳으로 보이기도 한다. 2020년에는 유독 안양천에 금계국이 이곳저곳에 많이 피었다. 산책하던 분들은 예뻐서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너무나 예쁜 금계국 군락에는 이런 새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나만 예쁘다고 하는 곳과 다양한 생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 중 어느 곳이 더 아름다운 곳일까? 황로 이야기를 빠트렸다. 중대백로, 왜가리 등 우리가 아는 백로류들은 보통 물가에서 물고기들을 잡아먹으며 생활을 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덤불속에서 곤충을 잡아먹으며 생활을 한다. 그래서 안양천에서는 황로를 보기가 정말 어려웠던 것이다. 몇 년에 한 번 볼 때도 있다. 그런데 2020년 올해는 5월 26일에 처음으로 관찰되었고 7월 17일 이후에는 3마리 이상이 이 곳 덤불에서 서식하고 있다. 지금은 무려 8마리가 함께 서식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 친구들이 살아가기에 안전한 곳은 이곳뿐이기 때문이다. 제초작업을 한 장소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용되는지 한번 살펴보자. 2020년 3월 17일 어떤 시민의 민원으로 제초를 하게 된 구간이다. 누가 보아도 흠잡을 데 없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고 시민들은 이곳에서 봄나물을 채취하고 있다. 하천에서 봄나물을 채취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정겨운 모습인가? 어린 시절 하천에서 동네친구들과 냉이를 캤던 즐거운 기억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캐려고 정신없이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녔다. 그곳은 우리의 놀이터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이 안양천의 마스코트인 물총새의 몇 안 되는 서식지라는 것이고, 지금이 물총새의 번식기라는 것이다. 하늘에서는 황조롱이가 날아다니고 둔치에서는 황조롱이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생물들의 은신처이자 생명력이 살아 숨 쉰다. 안양천에서 생태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작년 사주부 준설에 이어 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것도 같은 사람의 민원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제초지역은 아니지만 아래 사진과 같이 대형 반려견을 운동시키는 장소로 이용하는 시민도 있다. 흰뺨검둥오리, 붉은머리오목눈이와 같은 다양한 텃새와 검정딱새와 같은 여름철새들의 서식처가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이렇게 훼손되고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 중 얼마나 이곳이 새들의 서식처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위에서 언급한 행동들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경관 향상을 위해서,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제초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경관이 더 훼손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니 실제로 그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2013년 사진을 보면 억새군락이 잘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2020년 사진을 보면 억새군락 사이사이와 일부 구간에서 다른 식생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갈대와 억새군락은 2013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데 제대로 군락을 형성하기만 하면 다른 식생이 침입을 할 수 없다. 그런데 불필요한 제초로 생존경쟁에서 이긴 교란식물이 침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현재와 같이 억새군락은 훼손되고 있다. 노루페인트 앞 고수부지의 상황은 더 심각해서 갈대군락은 단풍잎돼지풀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초에 의한 피해 사례도 있지만 민원으로 인해 크고 작은 공사가 빈번히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한 훼손지가 발생되고 있는데 적절한 복구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와 같은 훼손지도 단풍잎돼지풀 군락으로 대체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생태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실수가 반복되고 있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다음 회차에서는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작업과 식생천이과정 그리고 생명력 넘치는 하천생태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주 및 하중도의 준설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최현수 / 안양시 생태하천과 주무관 김영남 / 안양시 생태하천과장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전 세계가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으며 많은 학자들은 이 또한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기후변화의 시대를 넘어 기후위기, 기후 비상사태에 앞으로 어떤 재난들이 또 닥쳐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제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손실과 팬데믹의 확산 등으로 무엇보다도 자연의 법칙과 멀어진 관계를 회복시킬 때이다. 글로벌 그린뉴딜의 작가 제러미 리프킨은 코로나19 위기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면서 탈 화석연료 문명과 그린뉴딜을 강하게 제안하였다. 우리나라도 올해 7월 일자리 창출과 경제·기후·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 전략으로 그린뉴딜을 발표하였다. 조경 분야의 일자리창출은 어떨까? 조경 분야는 기후변화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의 그린 리모델링, 스마트그린도시, 도시숲 조성과 도시 및 생태계복원 사업 등에 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그린빌딩 협회(WorldGBC)는 전 세계적으로 건물과 건설과 관련된 CO2 발생량이 전체 배출량의 39%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기후변화와 UN이 제시한 지속가능목표(SDGs)를 위해 건축물의 그린 빌딩으로의 전환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2030년까지는 신규 건축물, 2050년까지는 기존건물 포함 모든 건물의 탄소배출 중립을 통해 물과 폐기물의 순환을 포함한 ‘넷제로(Net Zero)’ 사회구현을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그린뉴딜은 일자리 창출에 있어 산업이나 기술적인 측면이 우선시 되고 있으나, 생태계복원과 생물다양성 그리고 우리나라 인구의 약 92%가 사는 도시의 그린 인프라 확대를 통한 자연성에 기반한 도시환경개선에 좀 더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유럽 생물다양성 전략 2030에 따르면 유럽의 Natura 2000네트워크는 미래에는 생물다양성을 위해 50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EU예산의 25%는 기후행동, 그 중 많은 부분이 생물다양성과 자연에 기반한 해법을 위해 할애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의 저자 타일러가 인공 환경 속에서 자연과 연이 끊어진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며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지목한 것처럼 우리는 자연을 대하는 접근방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최근 태풍으로 인해 급경사 산지에 무분별하게 개발된 태양광시설들이 무너진 것을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이처럼 한 가지 측면만을 강조하다가 탄소흡수원인 산림을 오히려 훼손하고 더 많은 손실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한다. 미래에는 다기능성을 강조하여야 할 것이다. 그 예로 농업과 태양광시설의 상생인 영농형태양광(Agrophotovoltaic)이 있지만 이 또한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입지선정과 경관, 생태계 등 평가 분석에 조경분야가 참여하여 윈윈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사회인 ‘넷제로 사회’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조경분야의 융복합적인 환경·생태디자인이 더욱 필요하다. 도시의 수순환 개선을 위해 LID기법이 활용되고 있듯이 녹지의 미세먼지 흡수 능력이나 탄소 흡수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량적 데이터 제시를 위한 공학적 기법 활용으로 폭을 넓혀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도시숲, 기후숲, 도시공원 조성과 더불어 벽면·옥상녹화 등 건축물녹화의 안정된 기술정착을 통해 도시 녹지의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중요한 자리매김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도시환경과 공동체,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건강과 복지를 위해 녹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도시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기능적 접근을 한다면 미래 탄소중립사회인 ‘넷제로 사회’에서 조경분야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은희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상임대표
    • 이은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 2020-10-20
  • 미국에 있다 보면 요즘의 한국이 그립다. 코로나 방역 선진국을 선전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심심찮게 ‘드라이브 스루 (Drive-thru)’ 문화가 들려온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뿐만 아니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회를 판매했다는 소식에 잠시 넋이 나가 한국행 비행기 표를 알아보기도 했다. 나에게 미국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생소한 경험 중 하나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매장 안에서 주문을 하지 않고 차에서 주문하는 걸 볼 때면 신기하면서 묘한 거부감이 있었다. 걸어서 매장 안에 들어가 주문하면 되는 걸 차에서 주문하는 미국인들을 보며 굳이 꼭 그렇게 음식을 사야하나 하는 생각이 컸다. 그러면서도 시도해보고 싶은 묘한 마음이 내 안에 있었다. 드라이브 스루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처음 경험할 때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매장 안에 직접 들어가면 손짓으로 그림을 가리켜 주문하거나 번호로 말할 수 있지만 드라이브 스루에서는 정확하게 원하는 품목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물론 번호로도 주문할 수 있지만 자칫 방심하면 5번 모닝세트를 5개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한, 상대방이 기계음 너머로 못 알아듣고 짜증난 목소리로 되물었을 때 주눅 들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렇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경험한 후 이제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건 어찌 보면 경험을 통해 숙달됨을 의미한다. 상대방이 무얼 물어볼지 그 패턴을 알고 내가 준비만 되면 드라이브 스루에 익숙해질 수 있다. 낯설던 영역을 경험과 학습 그리고 반복을 통해 익숙하게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그 영역이 수월해졌음을 말한다. 남들에게는 낯설지만 나에게는 익숙한 것 곧 그것이 나의 경쟁력이다. 어느 분야에 익숙해지는 감각을 키우는 것은 우리가 전문으로 하는 조경 분야에서도 중요하다. 내가 그리는 선에 익숙해지고 내가 사용하는 설계 도구에 익숙해지고 이론을 배우고 디자인 언어를 이해하고 내가 설계한 것을 디자인 언어와 그래픽으로 표현해내는 일련의 과정이 조경설계에 익숙해지는 일이며 탁월해져가는 과정이다. 학교교육을 통해 회사실무경험을 통해 결국 우리의 탁월함은 얼마만큼 정확히 그 분야와 업무에 익숙해지고 숙달되느냐에 달려있다. 조경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집에 있는 정원을 조성하고 관리해봤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들을 조경가로 부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건축자격증이 있다고 조경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공원과 가로디자인 하물며 정원디자인이 조경만의 전유물이라 할 순 없지만 반대로 충분한 조경교육 및 실무 훈련 없이도 조경설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원과 가로 그리고 정원을 디자인하기 위해 타 분야에는 없는 조경만의 익숙함, 경험, 탁월함을 더욱 지녀야 함을 동시에 느낀다. 익숙함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은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봄이다. 1921년 텍사스에서 처음 생긴 이 ‘드라이브 스루’라는 산물은 미국 패스트푸드의 성장속도와 함께 인간에게 게으름을 선사했다. 드라이브 스루에 익숙해질수록 사람들은 잠깐의 걷기조차 거부한다. 때론 드라이브스루 매장 줄이 훨씬 길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 익숙함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일상에서의 익숙함은 대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연인관계에서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는다거나 업무에서는 반복적인 일에 익숙해져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등 우리의 일상 속에서는 익숙함을 경계의 대상으로 때로는 낯설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 문학용어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란 관습에 무디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대상을 끊임없이 친숙하지 않게 만드는 표현적 기법을 말하는데 이는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정형에 반대한 해체주의 건축뿐만 아니라 파라메트릭 디자인처럼 알고리즘을 통해 비정형적 비예측적 디자인 결과도 일종의 낯설게 하는 기법의 일환이다. 기법을 넘어서 익숙해져버린 조경이란 영역에도 일종의 낯설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언제부터 예쁘고 자연스러운 곡선을 조경스러움으로 받아들였을까? 왜 조경이 꼭 착하기만 할 거라 생각할까? 또 우리는 조경에 비용이 덜 드는 걸 언제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였을까? 대중의 인식이든 타인의 편견이든 업계의 관행이든 그리고 타협된 생각이든 익숙해져버린 우리의 조경을 스스로 낯설게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몇 차례에 걸쳐 우리가 사용하는 조경이란 이름의 적절성과 적실성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현재 지니고 있는 조경이란 단어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익숙함이 실제 표방하고 내포하고자 하는 의미를 방해한다는 데서 비롯된 논의이다. 수십 년간 사용된 이름을 바꾼다는 행위가 쉽지는 않지만 이런 논의를 통해 적어도 지금의 조경을 조금은 더 낯설게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익숙함의 좋고 나쁨을 떠나 그리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익숙해져야 할 것들도 있다. 코로나 이후의 삶이 그러할 것이다. 전례 없는 이 낯선 상황은 우리의 익숙했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적 풍경이 되었다. 미국 내에서도 재택근무와 비대면 온라인 미팅이 또 다른 일상이 되어버렸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조경설계 과제 비평을 할 때도 직접 모형을 놓고 프린트된 포스터를 놓고 크리틱을 하던 때와 다르게 화상미팅매체를 통해 코멘트를 주고 디지털로 발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고 또한 그에 맞게끔 교육과 기술이 다양화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도 비 대면을 요구하는 코로나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패스트푸드 매장의 전유물이 아닌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넘어 다양한 아이디어가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대응해 등장하고 있다. 공연장에 갈 수 없자 집 앞 발코니에서 음악을 공연했던 삼중주단에서 착안해 코로나 상황과 함께 발코니의 가능성을 모색하여 “발코니와 바이올린, 코로나 이후의 삶”이란 주제로 열린 최근의 부산국제건축디자인 워크숍은 흥미롭다. 아직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World Landscape Architecture(WLA)에서 최근에 개최한 ‘사이의 공간을 재구상하기(reimagining the spaces in between)’라는 학생설계공모전도 코로나 이후의 오픈 스페이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공원 및 공공 공간에서의 이용패턴이 변한 지금 익숙했던 접근방식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실천적 관점에서 조경의 방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이후 실내 활동의 제한과 함께 늘어난 여가시간이 시민들로 하여금 야외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불러 공원에 대한 관심은 분명 증가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공원은 적절한 사회적 거리유지를 담보해주지 못한다. 지금의 광장과 공원은 감염병에 취약하다. 그렇기에 공원과 광장에 대한 안전성과 공공성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전통적인 조경의 영역뿐 아니라 기후변화, 사회적 정의, 불평등, 건강문제와 같이 사회적 문제에 민감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반응해서 여러 학제 간 연구 및 협업을 통해 조경에서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 또한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조경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이성민 / 텍사스 A&M 대학교 조경 및 도시계획학과 교수
    • 이성민 텍사스 A&M 대학교 조경 및 도시계획학과 교수[email protected]
    • 2020-10-06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3개월만 지나면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고 그 이전의 세상을 잊어버린다니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한다.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 시에서 발생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인 신종 코로나는 가공할 만한 전염력으로 세계로 전파되었고,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난 2020년 7월 우리의 생활은 무척이나 변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었으며, 대부분의 학교는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다. 기존의 대면 사회에서 코비드-19(COVID: coronavirus disease 19)가 변화시킨 비대면 사회는 아직도 어색하고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사회 모습은 쉽게 이전의 모습으로 다가갈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얼마 전 방송을 보다 코비드-19 이후에 나타날 사회의 모습을 흥미롭게 요약한 내용이 있었다. “일상생활속 안전이 최고, 개인주의 성향강화, 외식보다는 집밥, 대안시장 성장, 홈 교육의 부상, 비대면 문화 확산, 온라인 소비 확장, SNS 기능 확산, 재택 업무, 국내의 재발견” 비대면 문화, 온라인 활동, 위생 생활로 요약되는 코비드-19가 만들어낸 새로운 지구사회의 모습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리고 전염병 대유행 시대 이후 이러한 모습은 더욱 우리 생활에 파고들 것이 예상되므로 사회 변화로 인한 아노미를 겪지 않으려면 단단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스트리아 건축회사 ‘프레히트’는 수도 빈에 조성될 공원 디자인 공모전에 최근 ‘거리두기 공원’ 계획을 제안했다. 좁다란 1인용 산책로 여러개를 소용돌이 모양으로 나란히 배치했다. 600m 길이 각 산책로 사이에 산울타리를 두고 산책로 양끝에는 ‘사용 중’ 표지판을 달아서 이용자가 겹치지 않도록 했다. 이 회사 크리스 프레히트 대표는 “코비드 팬데믹이 지나간 뒤에도 복잡한 도시에서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조감도를 보니 마치 중세 시대 미로정원을 보는 것 같았다. 이러한 동선 구조는 순천만 국가정원의 봉화언덕에서 볼 수 있는데, 입구로 들어간 사람이 일방통행을 거쳐 다른 사람과 만남이 없이 출구로 나오는 형태와 유사하다. 모두 사람 간 접촉을 피하기 위한 동선구조이다. 아무튼 코비드-19 사태는 우리의 사회생활과 더불어 기존의 공원 모습을 바꾸고 있으며, 지금 불고 있는 인공지능기술 및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전개와 함께 사회 경제 전반에 더욱 많은 특이한 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 코비드-19는 공원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첫째, 코비드-19는 건강과 면역 그리고 위생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기존의 공원보다 더 많은 치유식물과 건강시설을 요구할 것이므로 약용 및 허브식물의 도입이 증대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다양한 체력단련 및 건강관련 시설 도입이 필수적일 것이다. 둘째, 코비드-19로 인한 개인과 개인 간 사회적 격리가 심화되어, 우울감이나 외로움을 줄일 수 있고 주변 이웃들과 친밀감이 올라가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려식물(pet plant)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또한 이를 가꿀 수 있는 방법과 지식을 알려주는 교육적 장소도 필요할 것이다. 셋째, 개인 텃밭을 통해 채소 및 음식물을 자급자족하는 개인 중심의 도시농업과 텃밭 활동이 활발해 질 것이다. 즉 위생적 유기농 식품에 대한 인식의 향상과 더불어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내 손으로 직접 자급자족하려는 노력이 보편화될 것이다. 넷째, 혼자만의 여유로운 공원이용에 적합한 공원조성과 운영이 이 요구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개장시간을 야간까지 운영한다든지, 편안하고 안전한 공원 이용을 위해 범죄예방 설계와 조명시설 그리고 CCTV 등 다양한 방범 시설을 필요로 할 것이다. 다섯째, 코비드-19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공원의 시설과 형태는 공동보다는 언택트 위주의 공간으로 구성될 것이다. 즉 소규모 혹은 가족단위 운동과 시설의 형태가 늘어날 것이며, 이를 위해 유기적이고 연결돼 있는 토지이용 및 동선 형태보다는 파편화되고 구분된 공간구성이 시도될 것이다. 우리는 코비드-19로 인해 정말로 기존 공원의 주요 기능인 계층 간 연결과 소통의 기능을 포기할 것일까? 심한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코비드-19는 이런 일련의 생각을 심각히 고려하라는 메시지가 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 공원의 변화와 공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재정립을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조경가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고민을 통해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진화될 새로운 공원의 모습과 새로운 서비스 향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김대현 /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김대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2020-09-25
  • 요 며칠 사이에 조경을 하는 사람이나 건축을 하는 사람들에게 화제가 될 만한 뉴스가 있었다. 쓰촨성 청두(Chengdu)에 있는 30층짜리 8개동의 ‘숲아파트’가 그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2018년에 완공된 그 아파트의 정식 이름은 ‘Qiyi City Forest Garden’이다. 즉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완판된 아파트가 현재는 826가구 중에 불과 10여개의 아파트에만 주민이 산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모기 때문이었다. 몬순기후가 있는 청두에 우기철에 모기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모기뿐만 아니라 화단에 물을 주게 되면 하중으로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그 비싼 아파트를 모기나 하중 때문에 입주하지 못한다고 하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난센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기사의 댓글들을 보면 대부분 “그럴 줄 알았다, 쓸데없는 짓을 하였다, 중국이 그렇지 뭐” 등 부정적이고 편향적이었다. 문득 이런 뉴스가 옥상녹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당연하지만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다. 단순히 책으로 배운 것이나, 어깨 너머로 배운 것들은 쉽게 잊기 마련이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잊지 않는 법이다. 조경분야의 오래된 공무원이나 공사의 직원들을 만나보면 의외로 옥상녹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옥상녹화를 한 이후에 식재에 대한 하자나 유지관리문제, 방수에 대한 문제로 곤란한 일을 많이 겪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을 하고 대처를 하면 될 일이다. 과거에 비해 옥상녹화의 기술이 발달하였고, 적합한 식물의 소재가 늘어났다. 그리고 전문회사도 많이 생겨났다. 옥상녹화가 실패한데에는 여러 가지 다른 요소도 있을 수가 있는 것이다. 타산지석이라고 청두의 ‘숲아파트’의 부정적 기사를 계기로 수직숲건물 및 옥상녹화에 대해 성공사례를 알아보고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 분석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청두의 ‘숲아파트’는 201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가 건축한 Bosco Verticale에서 그 아이디어를 따온 것이다. 스테파노 보에리는 이 프로젝트로 하루아침에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건축가의 반열에 올랐다. 현재도 그는 전 세계에 Bosco Verticale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수없이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Bosco Verticale의 사진(2018년)과 홈페이지에 소개된 관련된 프로젝트들이다. 뉴욕의 하이라인도 유사한 프로젝트들에 많은 영향을 주었기에 ‘The High Line Effect’라는 단어가 생겼는데, 이 정도면 ‘The Bosco Verticale Effect’라는 단어가 생겨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관심 있는 사람들만 아는 것은 Bosco Verticale 프로젝트의 성공에는 로라 가티(Laura Gatti)라는 식물전문가의 공동설계가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런 프로젝트는 치밀하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해야 성공할 수가 있다. 2015년 4월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열렸던 ‘IGRA(International Green Roof Accociation) Congress2015’에 참석하였던 그녀를 본 적이 있다. 그 Congress에서 당연 최고의 화제는 Bosco Verticale였으며 그녀는 그 프로젝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그녀는 다음과 같은 단 문장으로 그 건축물의 가치를 설명하고자 하였고 그처럼 적절한 표현은 찾기 힘들 정도였다. “밀라노를 방문할 10가지 이유 중에 하나가 Bosco Verticale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 Bosco Verticale는 이렇게 밀라노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Bosco Verticale의 성공요인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태풍에 대비하기 위하여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수목에 대한 태풍모의실험을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안전에 대비할 수 있었다. 즉 뿌리분을 고정시켜 수목이 전도되지 않도록 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간을 별도로 고정하여 태풍에 부러지더라도 지상으로 낙하하지 않도록 고려하였다. 그리고 수목의 사계절 색상을 고려하였으며, 잎의 색이 독특한 수목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경관적요소를 고려하였다. 즉 수목식재의 패턴도 가드닝에 야생화를 식재하는 기법과 마찬가지로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색상을 고려하였다. 이렇듯 몇 가지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치밀하고 완벽하게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실행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Bosco Verticale는 성공한 아파트가 되어 고가에 거래가 되고 모델,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유명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명품건물이 되었는데, 청두의 ‘숲아파트’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단순하게 모기의 문제가 대부분일까? 우선 Bosco Verticale의 사례를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테파노 보에리는 홈페이지에서 이 건물을 만든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종들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키려 했다.(생물다양성을 고려한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생각이다) -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수직적 건물이 평면적 확장을 억제한다는 뜻일 것이다) - 습도 조절 및 이산화탄소 저감, 미세먼지 제거 등 도시열섬현상을 완화시키는 환경적 역할을 한다.(옥상녹화의 여러 가지 장점들이다.) - 인간, 나무, 새가 함께 사는 공간을 조성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기적이며 총체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것을 고려하였다. - 계절적으로 변하는 식물의 색이나 형태를 이용하여 그 아름다움으로 이 건물이 도시의 랜드마크적 역할을 하도록 고려하였다. - 에너지를 절감하는 역할도 고려하였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와 로라 가티는 조성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건축 후의 유지관리도 촘촘하게 고려하였다. - ‘Flying Gardeners’라는 전문가들이 건물을 타고 내려오면서 유지관리를 하도록 하였다. - 모든 관수 및 영양관리는 중앙에서 IoT시스템을 통하여 제어한다. - 옥상의 태양광시스템과 재처리된 건물 폐수를 이용하여 관리하도록 하였다. - 유지관리에 용이한 식물들을 선정하였으며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여 설계하였다. - 식물의 하자를 줄이기 위하여 각 플랜터에 들어갈 수목을 수 년 전에 미리 맞춤 재배하였다.(건축기간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우리의 경우는 그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청두의 ‘숲아파트’는 어떠할까? 당연히 위와 같은 치밀한 설계 및 시공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겉만 따라해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무래도 청두의 ‘숲아파트’는 스테파노 보에리와 협업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중국의 상하이와 류저우 등 여러 곳에서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청두의 이름은 찾을 수가 없었다. 또한 이 ‘숲아파트’의 실패이유에 대해서 뉴욕식물원의 대릴 베이어스(Daryl Beyers)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였다. - 유지보수를 고려하지 않았다. - 잘못된 설계 및 디자인의 문제다. - 조성 후 방치되었고 전문가의 관리가 없었다. - 발코니에 물이 고였고 이것이 모기발생의 원인이 되었다. - 발코니의 배수를 고려하지 않았다. - 당초 연간 4회의 관리계획이 있었으나 이 정도의 인공지반조경이면 거의 매주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 - 건축가, 조경설계가, 원예가, 구조전문가의 협업이 부족했다. 그렇다. 옥상녹화는 치밀한 설계와 시공을 통해 Bosco Verticale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도 또는 ‘숲아파트’와 같이 세계적 뉴스가 될 정도의 실패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지역적 기후의 문제는 아니다. 위에 언급된 여러가지 고려와 실패이유도 있지만 다음의 이유도 실패의 원인이며 결과일 것이다. - 조경기술의 문제(식물소재 선정, 유지관리시스템의 부족 등) - 구조의 문제나 방수의 문제에 대한 건축과 구조 등과 협력 부족 - 병충해의 문제는 토양 및 식물의 선정 등 다른 방안으로 미리 고려해야함 - 너무 높고 우거진 나무만이 좋은 것은 아닌데 수목의 성장과 함께 증가되는 하중 및 큰 수목으로 인한 광량 및 집안으로 들어오는 햇볕 등에 대한 연구가 미흡 - 옥상녹화에 특화된 식물재배 방식 등을 통해 새로운 기법의 설계를 해야 함 - 당초부터 디자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홍보를 위한 특색에 너무 중점을 둔 느낌이 있음 - 방수 및 기타 다른 요인들도 입주를 꺼리는 요인일 수 있음. 토양 및 냄새, 기타 등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성공한 옥상녹화가 많지 않고 대부분의 법적조경만을 위한 옥상녹화가 실패하는 원인도 이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옥상녹화의 대부분이 실패하는 나라이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 법적조경의 한계: 적은 비용으로 법적조경만 하려는 경우가 많다. 지상조경은 그래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하더라도 하자보수가 용이하다. 하지만 옥상녹화의 경우 문제발생의 우려가 많고 하자의 비용이 크다. - 유지관리의 한계: 법적조경만 겨우 충족시킨다면 당연히 유지관리가 어려워진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낮은 토심과 낮은 식재 밀도, 옥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공으로 하자발생이 높아지고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 설계기술의 문제: Bosco Verticale의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설계단계에서 옥상녹화를 위한 여러가지 협력이 필요하고 고려할 사항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런 설계를 보기가 어렵다. 또한 제대로 설계가 되지 않아 제대로 시공이 되지도 않는다. 상업건물의 옥상녹화 설계도는 대부분 전문성이 떨어지며 정확도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 제도의 미비: 법적조경은 단순하게 면적 및 토심, 수목의 크기나 수량만 고려하기 때문에 옥상녹화의 실패를 막지 못한다. 인공지반에 적합한 설계와 시공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며 조성 후의 유지관리문제를 고려하고,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제도마련도 필요하다. 인공지반의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을 위한 여러 가지 여건은 미약하다. 갈 길이 멀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다. 덧붙여, 우리나라에 가장 잘못된 번역으로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라는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그레샴의 경제이론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특히 한문을 모른다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에 가까운 이 말에서 가장 어려운 말은 ‘구축한다’이다. 이 말은 ‘몰아내고 쫓아낸다’라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구축함도 이 한자에서 유래된 것이다. 순도가 낮은 금화와 순도가 높은 금화가 시장에서 함께 유통될 때 결국에는 시장에 순도가 낮은 금화만 남는다는 말이다. 이 이론을 견강부회하자면 올바른 설계와 시공을 하는 회사가(순도가 높은 금화)가 점점 사라지고 저렴하고 조악한 설계와 시공을 하는 회사만(순도가 떨어지는 금화) 살아남는 지금의 이 조경 시장을 꼬집어 말하고 싶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 김진수 인공지반녹화협회 부회장 / 랜드아키생태조경 대표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⑧ 산들이 말하는 북서울꿈의숲 공원이, 녹지공간이, 저 너머 언덕이 힐링이자 치유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날 수식어처럼 들리던 힐링과 치유가 요즈음에는 생활이자 일상으로 들리곤 한다. 저 용산공원 설계안에 깔린 최신식 치유 개념이 채 실현되기도 전에 녹색공간의 치유 기능이 일상적이고 보편적으로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전염병으로 촉발된 상황이라지만 길게 보면 지속가능성 또는 회복탄력성으로 요약된 채 수십 년 동안 우리 도시에 가득했던 생각이다, 언어이기도 하다. 치유는 이미 오래도록 고민해온 주제이다. 자연이 도시의 치유였다는 점은 이미 근대 도시공원 전략으로 확인된다. 서구에서 도시공원은 그렇게 확산된 역사가 있었으나 수입된 개념인 공원(park, public park)이 우리의 일상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한 번 자리 잡고 관성이 생기자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어서 이제는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공원들까지 즐비하다. 잘 보면 문제가 무엇이든 결국 사람의 일로 귀결되기 때문인 듯, 치유를 조언하는 대부분의 경우 환경이나 주변 조건보다는 사람을 전제로, 대상으로 한다. 북서울꿈의숲은 충분히 주변부나 공원이 아니라 그런 보편성(universality)으로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치유이자 자연(산)으로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지위그(WYSIWYG;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무엇을 보았는가 『조경설계론』(한국조경학회 편, 기문당, 1999, p.3) 서론에서는 천명한다. “이 시대는 그 어떤 때보다도 우리 조경의 설계언어가 절실하다.” 언어는 생각을 교류하는 기본이기 때문에 조경뿐만 아니라 어떤 전문분야도 역할이 사회적으로 중요해지면 그만큼의 언어가 필요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 언어 없이 교류한 적이 있었던가? 조경이 정원사를 한 축으로 수 천 년을 이어왔다면 그 교류의 기본인 언어가 절실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을까? 여기서 말하는 설계언어는 그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 시대의 조경을 담아내고 교류할 수 있는 낡은 언어가 아닌 현시대의 언어가 있어야 한다는 성찰의 표현으로만 읽어야 함이 자명하다. 그렇더라도 어쩐지 그 발언이 그닥 와 닿지는 않는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도화 된 전문업(professional)은 대체로 그들만의 방법론(언어)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언어학의 그것과 생물학의 그것을 직접 비교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고 같은 글자의 단어라도 이해하는 바가 달라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문성(specialty)이란 사회적으로 요청되고 소통되는 전문성(profession)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할 수밖에 없다. 조경은 인간의 일상공간을 직접 다루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일정 부분 “언어의 목마름”은 용인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게 보아 그렇다는 것이고 실상 그것은 대표적인 성찰 부재의 증거가 될 뿐이다. 이는 조경뿐만이 아니다. 살펴보면 우리 지식의 전문분야 대부분이 이런 미성찰의 치기가 자주 목격된다. 시간이 된다면 서점의 전문분야별 개론서들을 한 번 보시길 권한다. 눈밝게 본다면 분야에 상관없이 일정한 경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때보다”, “설계언어가 절실하다”는 그 표현으로 돌아가 보자. 조경설계론의 개진에 있어 “이 시대”를 담아낼 “우리 조경”이 없다는 말로도 읽히는 이 표현은, 그렇다, 문제가 많다. 설계 방법론의 객관성을 말한다고 해도, 조경설계의 예술성 또는 창의성을 말한다고 해도, 또는 그것을 벗어난 자연과학적, 문화예술적 기법을 말한다고 해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이 보았고 그들이 필요하다 강변한 것이 과연 언어였을까? 그들이 보려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전에 그들은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아파트 공화국(Apartment Republic)”, 산(山)을 모르는 시대 한국의 조경에서 2000년대 초반은 1990년대와는 또 다른 양상에서 축복의 시기였다. 공원녹지로 대표되는 조경의 사회적 역할이 재화의 측면뿐만 아니라 일상과 문화의 측면에서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일반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살펴보면 우리 근현대조경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최신의 대형공원들이 이즈음에 집중적이다시피 등장하였다. 일반화 된 설계공모 형식이라든지 대상지별 특성에 집중한 설계안들의 개성이라든지 분명 우리는 새로운 국면의 공원사를 접하게 된다. 기존 공간의 재활용이라는 흐름을 패션화한 것은 따로 읽을 필요도 있다. 그 10년의 말미에 조경가 최신현의 작품 “북서울꿈의숲”과 “서서울호수공원”이 개장하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공원이, 조경이 하나의 예술 장르라고 할 때 여러 여건과 조건이 통합되어 두 곳의 탄생을 지원한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의 공원들과 차별되면서도 앞서의 성취를 안고 가는 두 공원의 독특함은 단순히 설계의 기법이라든가 설계의 언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서서울호수공원으로는 세계적인 조경상까지 수상하였으니 그 의미는 더하다. 이즈음의 우리 사회는 발레리 줄레조의 지적처럼 “아파트 공화국”의 면모를 온 도시에 가득 채우고 있었고 재화로 치환된 삶터는 이미 숫자로 회자되며 어려운 경제여건이라면서도 거품 같은 건물들이 최신식 기술로 대체되고 있었다. 쪼개진 녹지는 그 사이로 겨우 연명하는 셈이었으니 대형공원에 대한 열망은 어쩌면 풍선효과였는지도 모른다. 이때의 특징이라면 개발의 관성이 남아 공원이든 녹지든 화려하고 크게, 도시에 기능하도록 한다는 미명하에 그렇게 건설되었다는 점이다. 그런 관성은 소위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형성하며 또 하나의 담론이 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북서울꿈의숲은 온전히 산(자연)을 배경으로 한다. 이때의 산은 우리의 지난 역사가 남아 있는 터전이자 생태이다. 산을 모르는 시대에 산을 안고 펼치는 설계안은 산을 이기려 들었던 지난 세기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때의 산은 “이 시대” “우리 조경”을 대표하는 자연이다. 또 이 산은 해외의 산과는 달리 생활이자 풍경인 우리 전통의 도심 생태계를 말한다. 그것은 도시이면서 자연이자 전통이기도 한 것이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할까, 설계자가 보는 눈이 거기까지에 이르렀으니 설계안은 기존의 언어로는 다 담기에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면과 현장의 간극은 그것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촉박한 일정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전체적으로 생각(설계)과 현실(공원)이 표현된 설명서보다 훌륭함은 부인할 수 없다. 치유를 위한 공원과 치유가 된 공원 형태적으로만 보아도 이 공원은 산과 함께 춤춘다. 건물은 그 흥에 사위를 맞춘다. 광장은 낮게 누워 모두를 포용한다. 수면은 하늘까지 끌어들이며 사색을 부른다. 입구든 산책로든, 쉼터든 어디든 필요에 의한 조경공간들은 지형과 밀착해 있다. 또 여행가이드처럼 조경공간의 이름들은 공원의 사용법인양 이름만으로 모든 것을 보여준다. 북서울꿈의숲은 과정을 떠나 결과물만으로도 이미 도시공원의 새로운 경지(境界)에 이르렀고, 과정을 보더라도 욕망과 역사에 조경이 어떠한 처방으로 치유를 유도하는 지까지 보여주었다. 그렇게 공원은 “본능이 춤추는 산경(山景), 산과 함께 살아온 산야(山野)”를 시대보다 약간 앞서 되살려 놓았다. 지형(산야)의 활용은 설계 측면에서만 본다면 가히 예술적 성취의 그것과 견줄 만하다. 반복해서 찾을 때마다 온전히 재발견되는 공원은 세계 어디에서도 이 만큼을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계절과 산야가 본능으로 깔린 공원은 그 자체가 치유임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센트럴파크가 성취하지 못한 경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시대의 대형공원들에서는 “산의 도시 서울, 자연에 뒤섞인 인공, 생태에 담긴 행태로서의 한국성” 등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성찰해야 할 주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성찰은 다름 아니다. 지난 것을 진실 되게 되돌아봄이며, 잘잘못에 대한 진솔함이고 앞으로에 대한 긍정과 다짐일 뿐이다. 우리의 공원 미학은 치유가 재부각되며 대형공원을 꿈꾸고 브라운필드를 고민하며 도시재생을 모색하는 것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우리가 걸어온 길과 세계가 가보지 못한 길을 공원이라는 렌즈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시시각각 “생산”되는 세대별 어휘와 단어보다는 그 흐름이 이루는 우리의 걸음걸음을 쌓아가야 진정한 성찰이 되는 것이다. 공원은 그렇게 수입품만이 아니게 된 것이다. “떼르자 나뚜라(제3의 자연, Terza Natura)”, 적정 자연(Appropriate Technology)과 치유 공원 한때 우리에게도 회자되었던 제3의 자연을 곱씹어야 한다. 자연도 인공도 아닌 어정쩡한 타협의 제3의 그것을 우리는 자연으로 먼저 보았던 점, 그러니까 인공의 아류쯤을 먼저 보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의 객체화, 개념화(대상화)가 어쩌면 실패하였음도 인정하여야 한다. 성찰에 이르지 못한 개념은 그렇게 사장될 뿐 지속성을 가지지 못한다. 하나의 수사로 남은 그것이 현실에, 현장에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음은 더욱 슬픈 일일 것이다. 한 가지 배워야 할 점은 그것이 결국 지금여기에 적합한 적정 자연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결국 센트럴파크가 보여주었던 치유의 새로운 버전이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수사로만 보고 잊어버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너무 앞서가는 것인지 모르나, 북서울꿈의숲은 그런 지혜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 자체로 외관상의 새로운 뭔가로만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도하지 않고 모자라지 않으며 낡지도 오래되지도, 그렇다고 아주 멀리 있는 새로움도 아닌 적정함은 이 공원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또 있다. 자세히 보면 고집과 억지도 담겨 있고 하이테크와 스카이라인도 담겨 있는 아주 복합적인 경관들이 통합적 풍경을 형성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마이크로 랜드스케이프(micro-landscape), 매크로 랜드스케이프(macro-landscape) 할 것 없이 시점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또 각 위치마다 적정하게 펼쳐진다. 의미가 필요한 곳엔 의미의 경관이, 놀라움이 필요한 곳엔 시각적 충격이, 그리고 뛰고 놀며 시끄러워야 할 공간엔 딱 그만큼의 자유로움이 적당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모든 상황이 누구에게도 불편하지 않다는 점 지난 시대, 우리가 천연과 인공으로 나누어 보았던 우리 일상의 주변을 이분법을 뛰어 넘고 만들어진 공원 하나가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공원은 철학적이고 이미 새로운 설계언어이며 생각하는 이들에게 성찰을 부르는 장소가 된다. 그뿐인가, 조경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설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교과서적으로 보여준 사례로서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조경비평이 답해야 할 곳이다. 공원이 먼저 부르는 “조경비평(조경비평가)”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합니다. “파이드로스여, 누군가를 지혜 있다고 일컫는 것은, 내가 보기엔 너무 높이 올라간 것 같고 그런 말은 신에게나 적용하면 적절한 것 같네. 그러나 지혜를 사랑하는 자(philosophos) 또는 그 비슷한 말로 일컫는다면, 그 자신도 차라리 동의할 것이고, 보다 더 합당할 것 같네.” 그러니까 사람들이 흔히 (잘못) 짐작하는 것처럼 ‘철학’이라는 분과가 먼저가 아니라, 오히려 ‘지혜를 사랑하는 자’ 또는 ‘지혜의 친구’가 먼저 있었고 그 후에 그의 활동(필로소페인, philosophein, 철학함)을 가리키는 명사로서 필로소피아(philosophia)가 생겨난 것입니다. _ 김재인, 『생각의 싸움 – 인류의 진보를 이끈 15가지 철학의 멋진 장면들』(동아시아, 2019), p.204. 어디선가 살펴보았듯 조경도 조경가가 있고난 후에 있었지 조경이 인정되고 난 후 조경가가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조경철학도 그런 점에서 조경철학자(그렇게 불러도 된다면)가 있은 후에야 가능할지 모른다. 누군가 이런 것이다 하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예시할 수 없는 것이고 조경가 누군가가 그의 행동과 결과로서 그것의 개념화를 이끌어야 하는 셈이다. 개념은 사고의 속도를 현격하게 높여준다. 개념은 철학을 고도화 해준다. 조경의 철학은 그런 누군가의 진정성 있는 개별 성과로 인해 창발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과정의 결과들을 언어라 부른다. 조경가 최신현은 그런 면에서 조경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프로페셔널이다. 단순 기능인이 아니라 우리가 또 어디선가 살펴보았듯 테크네를 통합적으로 실천하는 조경실천의 한 축이다. 그를 우상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이 스스로 그를 그렇게 이끌고 있음을 강변하는 것이다. 여기에 조경비평의 역할이 있다. 비평은 예술을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하는 것만이 아니다. 비평은 필요한 성찰에 불을 댕기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Park 07. 산들이 말하는 공원들, “보존/보전의 토지, 공원(그린인프라)” 2020년의 우리에게 정원은 이미 쉽게 눈에 들어오는 일상 요소가 되었다. 취미와 취향의 여부를 떠나 정원은 별개의 자연으로 도심에 꼭 필요한 무엇이 되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정원은 도심에서가 아니라 근교에 그림 같은 집과 공존하는 꿈이 아닌 일상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정원이, 가드닝이 쉬워진 시대를 우리는 지나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 곁에 있던 공원과 산들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고 자주 봐야 알 수 있다고 하지만 공기처럼 흔하고 필수적인 것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그랬던 산과 강, 공원과 하늘이 이제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원은 우리에게 성찰을 요청하는 것이다. 단순히 복잡해지고 소외하는 도시에 대한 반성만이 아닌 그것은 당연하다 여기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처음이 아닌 이것이 지금은 다른 이유는 어떻게 돌아봐야 하는지를 되묻게 한다는 것 때문이다. 앞의 두 가지 측면에 더해 그 되묻게 하는 것 나머지는 다음의 두 가지가 더 있다. 생각의 힘은 “무엇을(what)”을 밝히는 데 있지 않고 “어떻게(how-what)”를 분명하게 하는데서 나온다. 산과 자연에 둘려 살아온 우리는 지구정원의 특별한 축복 속에 아웅다웅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보면 좋겠다. 3. 성찰의 성찰(재성찰) - 조경의 메타인지(meta-cognition) 설계언어란 성찰의 다름이 아니다. 조경에 그것이 절실하다는 것은 생각 없음과 같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나아가면 그 동안의 그것은 생각이 없었다는 자책이라 보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그러했는가 따져볼 일이다. 생각 없는 설계란 그대로 불가하고 모순일 수밖에 없다. 이런 언급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깊이 있게 따져봐야 하는 문제가 앞서 드러나게 된다. 이렇게 장황하게 따지고 서술하는 이유는 첫마디 언급 “성찰”의 의미를 되새겨보기 위함이다. 생각이 생각을 이끌며 깊이를 더해가는 생각이 일정 수준과 보편성을 가지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성찰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이 쌓이면 개념이 되고 철학이 된다.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되면서부터는 지구적, 인류사적 의미를 가지는 재성찰이 쌓이며 문명의 하나로까지 부를 수 있는 의미를 가진다. 작은 생각이 모인 큰 흐름과 삶을 가진 존재에 대한 가치라는 측면에서 성찰은 그렇게 수단이 되고 기술이 된다. 조경은 어떠한가?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지는 않았는가? 작은 생각들을 무시하지는 않았는가? 소위 “설계 언어”가 없다며 일원화 또는 획일화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조경의 메타인지가 시급한 시점이다.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조경이 되도록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경뿐만이 아니라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장하며 도시에도 다층 다양한 메타인지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도시가 사람이 모여 사는 삶의 가치 실현의 장이라고 할 때 우리는 이미 그 의미를 생활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도시는 만들고 채우고 체계를 갖추는 시대를 넘어 새로운 도시를 고민하는 시대인 것이다. 르꼬르뷔제가 생각하던 도시가 실험된 바 있고, 하워드가 생각하던 삶터가 만들어진 바도 있다. 그렇게 도시는 끊임없이 말하고 소통하려 하며 바이오스피어1에 기생하며 진화하는 것이다. 경관을 다시 보고 재설정하려는 것은 다행스런 현상이다. 조경에서의 메타인지, 나아가 성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진행과 교류, 담론화가 더디고 추진력 없다는 점은 문제다. 조경 내적이든 외적이든 인지와 메타인지가 필요함을 먼저 생각해 보자. 적당한 설계언어는 과연 지금 우리에게 없는가? 4. 도시의 주기율과 주기율표 – 도시의 적폐들, 장소의 주기들 도시에서 재생은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 성급한 사업화로 인한 문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필요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그것이 개념상의 한계를 노출하는 과정이자 깨달음임을 말하고자 함이다. 추억에 쌓인 되살림은 실제는 진화나 진보를 담는 변화라기보다는 옛것을 되끌어오는 미련이나 그리움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생보다는 신생(vitalization)을 개념의 중심으로 보아야 함을 필자는 주장하곤 한다. 새로운 여건과 모두가 처음 겪는 이 지구를 새롭다 보아야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도시와 도시에서의 주거 또한 그렇게 새로워져야 함은 명백하다고 하겠다. 혹자는 그렇지 않은 적 있었나 할지 모르겠다. 모든 역사가 그러하듯 돌고 돌면서도 성장하고 새로워진 것은 뉴노멀을 얘기하는 작금에도 불변하는 진리일 터. 되돌림에 시점을 두기보다 새살림에 먼저 가치 두자함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도시는 일정한 주기를 가지게 된다. 그 주기율을 이해하는 것이 지식이고 지혜이기도 하다. 특히 장소는 그것을 이해하게 도와주는 핵심의 채널이나 매체가 된다. 지난 시대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을 우월한 그래픽(용어, 컨셉)으로 가려두지는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경관으로 대표되어 소통되는 많은 담론들이 결국 그러한 주기율에 다름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재생이 보여준 한계는 이제 신생으로 보완하며 뭔지 아직 모를 또 다른 새로움을 후대에게 요청해야 한다. 삶터에 대한 메타인지는 그렇게 주변의 적폐를 걷어내고 새로운 주거를 형성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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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시공업체, ‘자연환경복원사업’ 수행할 수 없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환경부가‘자연환경복원사업대행자등록제’를시행하면서조경업체들이자연환경복원사업을수행할수없게될전망이다. 환경부는지난2월27일국회본회의에서‘자연환경보전법’을포함한14개환경법개정안이통과됐다고밝혔다. 이번개정안에는▲민간기업의자연환경복원사업직접참여허용▲우수자연환경복원사업인증▲자연환경복원지원센터지정등과함께▲자연환경보전사업대행자등록을의무화하는내용이담겼다. 이에따라자연환경복원사업을하려면환경부에자연환경보전사업대행자로등록해야한다.대행자등록을위해서는일정기준의기술인력과시설을갖추어야한다. 또한등록이후에도연2회이상사업자로적격한지점검할수있도록했으며,복원사업을부실하게운영할경우최대6개월의영업정지처분을내리거나반복적인문제가발생할경우등록이취소될수도있다. 새등록제도시행으로인해기존사업자들에게는1년의유예기간이주어진다.부칙에따르면,법시행당시이미생태계보전부담금을납부하고자연환경복원사업을수행하고있던기업이나단체는곧바로등록하지않더라도등록한것으로간주된다.그러나법시행일로부터1년이내에새로운등록절차를완료해야하며,등록없이시행하는경우에는과태료등의처벌조항도마련됐다. 이번개정안이통과됨에따라면허제도는아니지만기술인력과시설기준을강화한등록제를통해실질적인자연환경복원업종이생긴셈이다. 다만등록제이기때문에“기술력높은업체들이자유롭게참여할수있도록보장되는방식이어야한다”는점에서시행령및규칙을제정할때기존조경업체들이장벽없이참여할수있는등록기준을만든다면조경업체로서도나쁠게없다는주장도있다. 실제조경업계는“조경업체의참여가허용된다면자연환경복원신설을환영한다”는일관된입장을보여왔다. 이번법안은지난2024년8월에소관위에처음접수돼심사과정을거쳐서지난해2월에다른법안심사와통합됐다.이후지난2월20일소위에접수되고단7일만에국회를통과했다.환경부와조경계간오랫동안이어져온쟁점법안이조경업계의반발없이조용히통과된것이다. 김준호환경부자연생태정책과사무관은이번개정안에대해“기존에는대행자가기술인력을갖춰복원사업을수행할수있었지만,국회의입법권한으로대행자등록제를도입하게됐다”며“시행령·규칙개정시입법예고등의절차를거쳐하위법령이마련될것”이라고말했다. 또한대행자등록기준은“기존대행자지정기준에준하지않겠냐”면서기존조경업침해에대해서는“입법과정에서의견수렴절차가마련되어있는만큼검토될것”이라는원론적인답변을주었다. 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입법과정에서조경계의의견을묻지않았다면서"조경계와협의없이법안을통과시키지않겠다"는약속을환경부가져버렸다고반발했다.또한"앞으로가능한모든방법을모색해가겠다"고말했다. 이미정부에이송된법을막을방법으로는대통령거부권이나헌법소원이있을수있고,혹은법을개정하는방법이있을수있다.하지만국토부를통한부처간협의를통해하위법령제정에서조경업체의목소리를최대한반영하는것이가장현실적이라는의견도있다. 이번개정안으로조경업체가자연환경복원사업에직접참여할수있는길이좁아진것은분명하지만,지금이라도법안저지에서하위법령제정에이르기까지법적대응은물론가능한모든대응에나서야한다는지적이다.
“전문성 강화와 지속가능한 조경산업, 정부가 책임진다”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정부가조경기술자의전문성강화를위한자격제도개편,조경수목거래가격정상화등의정책적지원을약속하며,조경계와협력해지속가능한녹색도시조성을위해노력하겠다고밝혔다. 환경조경발전재단은4일건설회관중회의실에서‘제22회조경의날’기념식을개최했다.이번행사는조경업계종사자들의노고를치하하고조경산업발전에기여한인물과기관을표창하기위해마련됐다.정부기관과공공기관관계자,학계및업계인사등160여명이참석해자리를빛냈다. 이상주국토교통부국토도시실장은축사에서“지구온난화와기후위기의영향으로지속가능한발전이더욱중요한시대가됐다.우리는조경을통해도시속자연공간을확대하고,자연안에서시민들이쾌적하게활동할수있는환경을만들어야한다”며조경인들이기울인노력이푸른국토환경과쾌적한도시공간조성에큰기여를해왔다고강조했다. 이어이실장은조경산업기사,기사,기술사등조경분야기술자격시험을업계현황에맞게정비하여개선하겠다고밝혔다.이를통해현장맞춤형조경기술자양성을확대해나갈계획이다.또한현재진행중인조경수거래가격조사연구를통해조경공사에서가장큰비중을차지하는수목가격을정상화하고,합리적인재료비책정기반구축을약속하며“조경산업발전을위해정부차원의적극적인정책지원을아끼지않을것”이라고덧붙였다. 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인사말을통해“오늘이자리는조경산업의발전을기념하고,그동안헌신해온조경인들의노고를격려하는자리다.특히조경지원센터지정과조경수목가격공표등중요한정책적진전이있었으며,앞으로도조경산업의경쟁력강화를위해힘을모아야한다”며조경산업의지속적발전을위한협력을강조했다. 이날기념식에서는국토교통부,환경부,산림청,국가유산청,서울특별시에서조경산업발전에기여한인사들에게표창을수여했다.또한조경분야에서뛰어난공적을남긴인물들에게‘자랑스러운조경인상’과‘공로상’이수여됐다. 국토교통부장관표창은▲한갑수덕조종합조경대표▲오승재아르디온대표▲김철민남해종합건설이사▲이형철디자인파크대표▲이호재해선조경대표가받았다.환경부장관표창은▲박정식동우건설대표와▲최은경건화전무에게돌아갔다. 산림청장표창은▲김주돈테마조경대표▲김도연호반건설상무▲김승현도래솔이사▲신지훈단국대학교교수가수상했다.국가유산청장표창은▲최종희배재대학교교수▲이은수포스코이앤씨부장▲허갑래한림에코소장이받았다. 서울특별시장표창은▲정엽삼성물산건설부문그룹장▲안기수공간시공에이원대표▲최웅재디자인스튜디오도감소장▲정주영안팎대표▲최대림장원조경대표▲박윤수두산건설부장▲김성래현대장미원대표▲강경호서진조경대표▲김명홍디엘건설부장에게주어졌다. 조경산업발전에기여한‘자랑스러운조경인상’수상자는▲지명환부산조경협회수석부회장▲소현수서울시립대학교교수▲유연송보성조경대표▲한상우이노블록부사장▲김충일계림조경대표▲임상규송림원대표▲김순기국립순천대학교교수▲노재신화신조경대표▲박성욱현대건설책임▲박상원세양조경대표▲김지환엔에스프리대표▲정운익레인보우스케이프대표▲김상욱원광대학교교수▲하광철새숲조경대표가선정됐다. 이어환경조경발전재단의발전과조경산업의지속적인성장을위해헌신한공로로오순환환경조경발전재단본부장이공로상을받았다. 이날행사에서는조경교육의혁신과제도적발전을위한한국조경학회의비전발표도진행됐다.배정한한국조경학회회장은“조경교육의정체성확립과실무연계를강화하기위해교육인증제를도입할필요가있다”며향후추진방향을설명했다.이를통해조경산업의경쟁력을높이고,국제적기준에맞춘전문인력을양성하는것이목표다. 행사는표창수여후단체사진촬영과자유로운네트워킹시간으로마무리됐다.참석자들은조경산업의지속가능한발전을위해더욱협력할것을다짐하며행사의의미를되새겼다.
[락앤피플] 발끝에서 시작되는 자연 혁명, 에코나이트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맨발걷기가건강과힐링을위한새로운웰빙트렌드로확산되고있다.발바닥이직접지면과닿으며지압효과,혈액순환촉진,면역력강화등건강에긍정적인영향을주며,‘어싱(Grounding)’효과로염증감소와스트레스해소에도도움을준다.또한디지털디톡스와명상효과로정신적안정감을높여주며,친환경라이프스타일과결합해자연속에서즐기는‘에코테라피’로자리잡고있다. 이에따라맨발걷기전용길이전국적으로확산하고있지만,기존의맨발길은미끄러움,낙상위험,기후의영향을쉽게받는단점이있었다.이를해결하기위해리바컴퍼니가안동적운모광산의자연재료를활용해개발한것이바로에코나이트다. 에코나이트는경북안동의희귀광물인적운모를활용한보도체다.기존황토보도체가빗물에취약하고유지보수가어렵다는문제점을개선하고,보다안전하고지속가능한솔루션을제공한다.적운모는다공성구조를지녀우수한배수성능을갖추고있어비가와도미끄럽지않으며,여름철뜨거운열기를효과적으로분산시켜맨발걷기에최적화된환경을제공한다. 안동적운모는단순한광물이아니다.다량의게르마늄과미네랄을함유하고있어원적외선방사및음이온효과를통해혈액순환을촉진하고신체에너지를활성화한다.맨발로에코나이트를밟으면피부를통해미네랄이흡수되면서자연치유력이높아진다.지난해대한민국정원산업박람회에서시민들은“바닥을밟는순간따뜻한기운이전해진다”며놀라운경험을공유했다. 김혁리바컴퍼니대표는“우리가일상에서사용하는많은건축자재나걷기보도체가환경적으로지속가능하지못하며,또한건강에도해롭다는사실을알게되었고,이를개선하고자했다”고에코나이트개발동기를설명했다.환경호르몬과중금속문제에대한깊은이해를바탕으로국민건강증진과맨발걷기운동의활성화에기여하고자소재의개발을추진했다. 김대표는20년간의인테리어사업과12년간의종합건설업경험을통해환경호르몬과중금속문제에대한깊은이해를바탕으로리바컴퍼니를설립했다.그결과친환경건축자재및생활환경개선소재로사용될뿐만아니라맨발걷기보도체로도우수한성능을발휘하는에코나이트를개발하게됐다.에코나이트는맨발걷기도로의사용을연중무휴로가능하게하며,모든계절에걸쳐안전하고편안한걷기환경을제공한다.비가와도빠르게건조되고,너무덥거나추운날씨에도사용할수있어사용자에게최적의걷기경험을제공한다. 개발소재원산지로안동적운모광산을선택한것은일제강점기때부터연구와개발로그가치가입증된광산의지리적,지질학적특성때문이다.김대표는이광산의역사적,지리적가치를인식하고이를활용한연구와개발을시작했다.안동적운모는원생대와고생대의지질학적과정을거쳐형성된희귀한광물로,다량의게르마늄과풍부한천연미네랄성분을보유하고있다.이광물은음이온발생과원적외선방사작용을통해혈액순환을촉진하고,피부의노폐물을배출하며,항균·탈취,세포활성화및항산화효과를나타낸다.동의보감등고전의학서적에서도‘신비의광물’로전해진만큼,오랜역사적근거를가진귀중한자원이다. 청량산은맑은공기와천연약수로유명한명승지다.리바컴퍼니는이지역의자연에너지를제품개발에반영해,맨발걷기를단순한운동이아니라치유와힐링의경험으로바꾸는데주력했다.퇴계이황선생이‘도산’이라명명한곳과가까운이지역의청정한자연환경은에코나이트가더욱특별한이유다. 에코나이트는실내에서도어싱(Earthing)효과를극대화한다.기존플라스틱이나인조재와달리,실내공간에서도원적외선을방출해공기질을개선하고정서적안정감을제공한다.학교,경로당,공공시설등에적용하면건강증진과심리적안정효과를기대할수있다. 에코나이트는단순히건강을위한보도체가아니다.미세공극이일반바이오차르보다30배~200배많아오염물질과중금속을흡착하는천연필터역할도한다.이로인해수질정화와토양개선효과를제공하며,지속가능한환경보전에도기여할수있다. 리바컴퍼니는에코나이트를시작으로조경,건축,환경정화등다양한분야로기술을확장할계획이다.김혁대표는“우리는단순한맨발길을만드는것이아니라,도시와자연,그리고인간의건강을연결하는플랫폼을구축하고있다”며글로벌시장진출의비전을밝혔다. 에코나이트는맨발걷기를한층더안전하고편안하게만들어주는혁신적인솔루션이다.자연과함께하는지속가능한길,에코나이트가그답을제공한다.
K-Garden, 세계로 뻗어가다: 황지해 가든디자이너의 정원 철학
[환경과조경김하현기자]황지해가든디자이너가한국정원의정체성과세계적확장가능성을조망하며,자신이걸어온길과작품에담긴철학을공유하는자리가마련됐다. ‘2025사철정원아카데미’의일환으로황지해가든디자이너의‘K-Garden세계로뻗어가다’라는주제의특강이지난26일도곡동오유아트홀에서개최됐다. 이번강연은서울문예마당이주최하고시민정원문화협회,대한건축학회,대한토목학회,조경가드닝멘토협의회,강남경제인포럼이후원하는‘사철정원아카데미:세계의유명정원I’개강에앞서사전특강형식으로진행됐다.본강연에는정원관련전문가,조경및원예전공자,정원애호가등약90여명이참석했다. 강연에앞서조경가드닝멘토협의회에서국제기능올림픽조경가드닝부문관련동영상소개를시작으로본강좌를준비한한승호서울문예마당이사장의인사말과황지해가든디자이너의환영인사가있었다. 한승호이사장은“오늘의연사를무대로모시기전에작가님의이름으로삼행시를준비했다”며“‘황’홀한자연의숨결을담아,‘지’구곳곳에한국정원의아름다움을전하고,‘해’외에서도빛나는K-Garden의꿈을펼치는우리정원의홍보대사황지해작가”라는인사말로작가를환영했다. 해우소정원과DMZ정원:한국적정원의철학 황지해작가는영국첼시플라워쇼에서3회금메달을수상한과정과그속에담긴비하인드스토리를중심으로지나온삶을회고했다.대학시절회화과학생이었던그는생계를위한아르바이트로조경공사현장을처음경험했다.현장에서땀을흘리며손끝으로재료를만지고물성을느끼는경험은,아침해가떠서지는노을을보는시간속의모든과정을더욱생생하게만들었다.이때직접적인경험을통한지혜가가장큰지식이라는깨달음을얻으면서가급적현장에많이나가려고노력했다. 그런데회화전공이라는정체성이괜한오해를불러일으키기도했다.미술계에서는소위‘깽깽이미술’을하는사람,조경계에서는‘미술전공자’로규정당하며어느쪽에도속하지못하는듯한외로움을느꼈다고. 황작가는“파트리크쥐스킨트의책‘좀머씨이야기’에서좀머씨는이야기내내단한마디도하지않다가말미에‘제발나를좀그냥내버려두시오!’라고딱한번목소리를낸다.그한마디에가슴이울컥했다.숨쉬고싶고대화상대가필요했다”고고백했다. 그러던중2002년영화‘반지의제왕’을배경으로한첼시플라워쇼수상작을접하게되면서,이곳에가면‘대화’를할수있을것같다고직감하게된다.황지해작가는그로부터7년간유학비를마련해영국으로떠났다. 런던에도착해서는소통을위한영어공부를계속했다.그러나반복적인언어공부에쏟는시간이쌓여가면서문득‘이대로는안될것같다’는마음에도망치듯하이드파크를찾았다.공원에가만히앉아있는동안다람쥐와새가그에게다가왔다.옆에가까이와있는새를보며‘자기와의대면’에관해생각했다. 2011년첼시플라워쇼아티즌가든금상은그때탄생했다.황작가는자신이느끼던답답함에서출발해한국의‘해우소’를떠올렸다.‘마음을비우는곳’이라는뜻을가진한국전통화장실해우소를통해피상적인아름다움이아닌관념이면의본질에대해이야기할수있다고믿었다. ‘해우소:근심을털어버리는곳’은비움이곧환원이되는순환구조에서‘겸손’의태도를찾아내고,자연공간으로치환해낸작품이다.‘해우소정원’은실제로작가가어린시절한옥에살았던기억을바탕으로편집됐다. 황지해작가는주로자신의성장배경을바탕으로작품에대한영감을찾아냈다.해우소정원에심은더덕은과거에어머니가아침마다더덕껍질을벗기던모습과소리,향기에대한추억을담고있다.황작가는“제게더덕향기는곧어머니의손가락냄새다.이곳에더덕을심어어머니에대한애정을표현하고싶었다”고말했다.이어“집에있던작은텃밭을통해세상을배웠다.나의텃밭은어머니께서선물해주신거대한자연도감과같았다”고덧붙였다. 또한수상소식을알게되던당시상황도공유했다.BBC프리젠터가“KoreaWin!”이라고말한순간,작가개인이아닌‘한국의정서’가인정받았다는생각에소름이돋았다는것이황작가의말이다. 황작가는‘아,나이러려고왔구나.우리의정서,우리의히스토리,우리어머니의이야기.우리식물을통해서문화를전달하는것.소프트파워라는게다름아닌정원이구나.이렇게고상한리더십이있구나’라는생각이들었다고얘기했다.그렇게정원은그에게‘우리에게익숙한그것들이걸어나와서이야기를들려주는일’이됐다. 덕분에2012년첼시플라워쇼전체최고상수상및초대최고상수상기록을남긴‘고요한시간:DMZ금지된정원’을준비할때는오히려마음이편했다.정원을‘만든다’는개념자체가어색해졌다.정원의본질은‘자연의원시성’에있었으므로,그는그저전달자의역할을하면된다고믿었다. 황작가는한국을여전히폐허가된전쟁국가로인식하는타지의편견에충격을받아그이미지를탈피하고싶었다.한국에돌아온작가의눈에DMZ는한국의아픔과상처를녹색눈처럼뒤덮은우리생태의회복력과재생력을보여주고있었고,어쩌면원시적인이야기를가진이공간이지구에던지는평화의메시지가될수있겠다고느꼈다.그는그이야기를그대로옮기기로마음먹었다. 모든작업과정은마치장애물같았다.황작가는금전적문제,소통의문제,재료,날씨,체력등정말쉬운게하나없었다고토로했다.그럼에도그때마다등뒤의보이지않는태극기를그리며인내했다. 스스로‘나는플랜팅은모르지만,회화성은안다’고되뇌며디테일과서사성,시적인언어를추구했다.그는“낯선식물은곧낯선언어”라며“살아있음이가장아름답다.결국아름다움이승리한다.아름다움을아는나라가세계를리드한다”고강조했다. 또한식물의언어를듣기위해집중했다.황작가는새와식물사진을스크린에띄우며“제가어떤새를,식물을드로잉하거나디자인했나요?”라며미소지었다.그는생태를제압하거나지배하려고하지않아야한다고거듭역설했다. 이러한노력은끝내최고상최초수상이라는영광을불러왔다.자기작품을수많은관객이정독하듯감상하는모습을보며그들이보여주는문화적환경에감동하기도했다.이후해당작품철거시기에정원내나무에새가날아들면서법적인문제로철거작업이3일연기되는일이벌어졌는데,한편으로는영국이가진관점과지성을보며이것을배우기위해여기에왔다는느낌도받았다고말했다. 정원을통한인간의존엄성과자연과의관계성찰 황작가는2023년첼시플라워쇼에서지리산을모티브로한‘백만년전으로부터온편지’로다시한번금상을수상했다. 그는자신의일에대해“육체적으로정말많이힘들다.감정이입하는일도,디테일과거시적관점을함께생각하는일도어렵다”면서도,“가장진실에가까운,우주의원리에가까운일이다.그래서저는이일을계속한다.보이지않는공기에대해,태양에대해이렇게까지감사해본적이없다.지구에는버릴것이하나없다.그저자연으로부터멀어지려는인간의무지가모든문제를만든다.이제는우리가무언가갚아야할시기가아닌가”라고진심어린태도를보였다. 정원에있을때가장지성인이되는것같다는황지해작가는객석을향해“우리는만날수있는계절을만드는사람들이다.우리가이땅위에해야할일이분명히있는책임을가진사람이라는걸기억하셨으면좋겠다.부디이시간이여러분께‘나는존엄한사람이야’라는마음을드릴수있었기를바란다”는말로강연을마무리했다. 이날특강의제목‘모퉁이를비추이는태양’은우리나라대표원림인소쇄원에서가장먼저볕이든다는‘애양단’에서따왔다.지난해황작가가뉴욕맨해튼한국문화원에조성한미국내유일한한국전통정원의이름이기도하다.애양단(愛陽壇)은태양을사랑하는담장이라는의미이지만,그내면에는예외없이따뜻한햇살을내리는태양을생각하며인간은모두가존엄한존재라는메시지를담고있다.황지해작가는앞으로도한국의자생종과특산종등을활용해자신만의시선으로한국고유의정서를나타내는작품활동을펼칠예정이다. 한편이번특강을시작으로‘2025사철정원아카데미’정기강좌가3월부터11월까지매월둘째주금요일에진행될예정이다.개강강연은3월14일최종희배재대교수가‘정원이란무엇인가’의주제로진행되며,영국,이탈리아,한국의정원문화및현대정원의흐름을조망할예정이다.향후강의일정과프로그램에대한자세한내용은(사)서울문예마당을통해확인할수있다.
“수목원·식물원 교육, 보전·연구 연계 교육으로의 전환 필요”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국내수목원·식물원교육이단순히식물과자연을감상하는수준을넘어,보전및연구기능과연계된체계적교육시스템으로발전해야한다는공감대가형성됐다. 국립수목원과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가주최·주관한‘수목원·식물원교육의미래와방향토론회’가지난24일프레스센터19층기자회견장에서개최됐다.이번행사는산림청,국립수목원,지자체관계자,교육전문가등약100여명이참석한가운데,국내수목원·식물원교육의현황을진단하고향후발전방향에대해심도있는논의를펼쳤다. 토론회는등록과기념촬영,이은실부회장의환영사,임영석국립수목원장,이용석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사업이사의축사로시작됐다.이어유희영국립수목원전시교육연구과임업연구사,전정일신구대학교식물원교수,손연아한국환경교육학회장이각각‘국내수목원교육의현황과방향탐색’,‘수목원·식물원교육의정체성과향후과제’,‘환경교육과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바라보는수목원·식물원교육의방향’을주제로발제를진행,각자의전문분야에서교육현황및개선방안을제시했다. 유희영연구사는1970년대이전부터시작된수목원조성과그발전과정을소개하며,국민들에게친숙한수목원교육의역할과한계그리고향후보완해야할점을짚었다. 전정일교수는기존의해설중심교육에서벗어나식물보전,유전자원관리등수목원·식물원의고유기능에기반한전문교육프로그램의필요성을강조하며,기관별운영현황과교육프로그램의다양성부족문제를지적했다. 손연아회장은환경교육과지속가능발전교육관점에서수목원·식물원교육이미래세대의인식전환과사회적변혁에기여할수있는방안을모색해야한다고역설하며,학교및지역사회와의협력모델을제안했다. 토론시간에는배준규국립수목원전시교육연구과과장,강신구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본부장,김인호전국가환경교육센터장,김현정에코나우선임연구원,손승우EBSPD가참여해다양한시각에서의견을나눴다. 참석자들은기존의일방적교육방식에서벗어나,체험과해설을통해관람객의인식변화를유도하는‘참여형교육’의필요성과교육콘텐츠의차별화,공공및민간부문간협력체계마련의중요성을강조했다.특히학교교육과의연계,지역사회및공공기관과의협력그리고다양한연령층을아우르는평생교육모델마련이시급한과제로떠올랐다. 일부참석자들은‘수목원교육전문가’양성의필요성과교육의범위를재정의할필요성,더나아가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과연계한새로운교육모델구축에대한의견을제시하며,국내수목원·식물원교육의글로벌경쟁력을높일수있는방안을함께모색했다. 손승우PD는자연다큐멘터리제작경험을바탕으로,자연과식물에대한대중의인식을보다효과적으로전달할수있는미디어의역할을강조했다.그는스토리텔링과영상콘텐츠를활용해수목원·식물원의교육메시지를창의적이고감성적으로전달하는방안을제안하며,단순정보전달을넘어감동과공감을이끌어내는교육콘텐츠개발의중요성을역설했다. 김현정선임연구원은수목원·식물원현장에서교육운영에있어인력및예산부족등실질적어려움이존재함을언급하며,현재프로그램들이해설중심으로만운영되고있어전문인력양성과프로그램고도화가미흡하다는점을강조했다.그는전문교육인력을체계적으로양성하고현장의어려움을해소할수있는지원체계를마련할필요가있으며,다양한연령대와교육수요를반영한평생교육모델구축을통해교육효과를극대화할수있는방안을제시했다. 강신구본부장은현장관리및운영에서인력·예산부족문제와교육프로그램의단편화된운영현실을솔직하게언급했다.그는식물보전,유전자원관리등수목원·식물원의고유기능을기반으로한차별화된교육콘텐츠개발의필요성과공공-민간부문간협력체계를강화해지속가능한교육모델을구축해야한다고강조했다. 배준규과장은기존교육방식이일방적이고체험중심이부족하다는점을지적하며,관람객이단순히해설을듣는데그치지않고직접참여하고체험할수있는교육프로그램도입과현장실무와연계된‘참여형교육’모델의필요성을강조했다.또한공공및민간부문과의협력을통해교육콘텐츠의전문성과다양성을확보해야한다는의견을피력했다. 김인호전센터장은현재교육방식이과도하게일방적이며,변화하는사회와디지털환경에적응하지못하고있는문제를지적했다.이에스마트교육기술을적극활용하되인간적소통과참여를결합한새로운교육패러다임이필요하며,기후변화와생물다양성보존과같은글로벌이슈에대응하는교육프로그램개발을제안했다. 한편김주환협회장은“오늘논의된다양한의견들이앞으로수목원·식물원교육총회및향후정책수립에적극반영되어,우리나라의교육모델이세계적으로도모범이될수있도록노력해야한다”고말했다. 이번토론회는수목원·식물원교육의현황과한계를진단하고,미래교육의방향성을모색하는자리가됐다.참석자들은앞으로도지속적인논의와협력을통해국민들이자연과함께성장할수있는교육환경을조성해나가겠다는의지를피력했다.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한국수목원정원협회’로 명칭 변경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가정원분야를포함한포괄적인사업추진과대외협력을강화하기위해한국수목원정원협회로명칭을변경했다. 24일서울프레스센터19층기자회견장에서열린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정기총회및특강에서는산림청,국립수목원그리고협회관계자들이모여향후식물원·수목원·정원분야의발전방향과정책과제에대한심도있는논의를펼쳤다. 이날협회의정관및명칭변경안건은이번총회의핵심이슈중하나였다.기존‘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라는명칭이가지고있던한계를인식하고,공공성과전문성을강화하며민·관협력확대를도모하기위해‘한국수목원정원협회’로의변경이제안됐다. 참석자들은변화된명칭이협회의미래발전을위한전략적전환점이될것이라는공감대를형성했다.앞으로수목원·정원분야의전문성을확장하고공공기관및민간부문과의협력을강화하기위한전략적선택으로평가됐다. 이와관련K-정원분과위원회를신설해남도정원연구소,안스그린월드,세미원지방정원등정원관련신규기관회원유치와전시,박람회등을통한홍보활동에대해보고했다.민·관협력및교육콘텐츠개발,관련사업의지속적인확장을위해구체적인계획을마련중임을밝혔다. 김주환회장은“산림청행정조직과정합성을맞추고정원도시,국가정원등의수요증가에발맞춰가기위해명칭을변경하게됐다.국가정책과연계된수목원·정원발전은지역경제활성화및문화산업확산에기여하는중요한과제”라며,회원간협력과적극적인의견개진의필요성을강조했다. 임상섭산림청장은축사를통해“수목원은생물다양성보존과국민치유의핵심역할을담당하는시설로서,정부는지속적인지원과정책개선을통해이들시설의안정성과수익성을높여나갈것”이라는메시지를전달하며산림청의의지를명확히했다. 임영석원장은“수목원과식물원이자연기반교육의시작점으로서중요하며,모든생물의보전에핵심적인역할을한다”며수목원·식물원이지역경제와국가적이익을가져올수있는방안을모색하고협력할것을약속했다. 심상택이사장도“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협회란이름을통해같은방향성을갖게됐다”며수목원·정원문화·산업발전에대한공공성과대외협력을강화하겠다는의지를피력했다. 총회에서는분과별사업결과보고,재정감사,예산안심의등이이뤄졌다.사립수목원분과위원회는교육프로그램개발,자생식물관리,지역네트워크활성화에중점을두어앞으로의과제와개선방안을논의했다.국립수목원분과위원회는자생식물유전자원조사와생태복원사업의중요성을강조하며,정부정책과의연계강화필요성을제기했다. 세밀화분과위원회는식물일러스트,사진전및공공홍보자료제작활동에대한보고를진행했다.문화콘텐츠로서식물예술의역할과이를통해국민들에게생태보전의메시지를전달하는데중점을두고향후활동방향을제시했다. 총회이후이어진특강에서는▲이상필산림청서기관의‘2025수목원진흥계획’▲장계선국립수목원임업연구관의‘제11회세계식물원교육총회’▲양강산국립백두대간수목원주임의‘공·사립수목원정사영상제작지원’▲지용훈국립세종수목원팀장의‘수목원·식물원·정원스탬프투어지원사업설명’▲송명준협회이사(K정원분과위원장)의‘APGA를통해본우리나라공공정원의비전과방향’등국내외수목원·정원교육과사업지원,공공정원발전비전등이순차적으로발표됐다. 이상필서기관은향후5년간수목원진흥의기본방향과주요전략을소개하며,자생식물유전자원조사,ESG경영반영,스마트수목원조성등핵심과제를강조했다.정부와협회의긴밀한협력을통해현장의목소리가정책에반영될수있도록할계획임을밝혔다. 장계선연구관은오는6월코엑스에서개최될제11회세계식물원교육총회의준비상황과기대효과를설명했다.약40개국90개기관,총400여명이등록될예정이며,“변화를위한교육과글로벌도전과제해결”을주제로다양한동시세션과워크숍이진행되어국제적교류의장이마련될것이라고전했다. 양강산주임은드론과GIS장비를활용한고해상도정사영상촬영사업을소개했다.이사업은각수목원의현황및식재상태를정확하게파악하여관리효율성을높이고,향후리모델링및교육자료로활용할수있도록지원하는것이주요목표이다. 지용훈팀장은스탬프투어를통한국민체험프로그램활성화계획을발표했다.전국44개기관이참여한지난운영성과를바탕으로,올해는교육콘텐츠확충및현장방문활성화를위해스탬프투어물품지원,인증현판제공등다양한지원방안을마련할예정임을밝혔다. 송명준이사는APGA(미국공공정원협회)와의협력사례를통해,우리나라공공정원의발전방향과비전을제시했다.협회는국내수목원·정원분야의전문성강화와민간및공공부문의협력확대를통해,지속가능한공공정원모델을구축하는데앞장설계획이라고강조했다.
호남환경조경단체연합회 창립총회, 지속가능 조경 발전 위한 새 출발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호남지역의조경과환경발전을견인할연합회가공식출범했다. 호남환경조경단체연합회(이하호남조경연합)는지난21일광주JS웨딩컨벤션에서창립총회를개최했다.이행사는호남지역의환경과조경산업발전을위해여러관련단체가한데모여공식적으로연합회를출범시키는자리였다.이자리에는전진숙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북구을),이정선광주광역시교육감을비롯해다수의지역정치인,조경전문가,교육자등약200여명이참석했다. 호남조경연합은기후변화와빠른도시화가진행되는현시점에서,지역사회의환경을개선하고조경의공공적가치를높이기위해출범했다.초기회의에서는소통과협력의필요성에대한공감대를형성했으며,이를바탕으로조직구성과추진계획을확정했다. 주요목표는조경산업의발전을통한도시환경의개선,전문가간교류의확대,정책제안을포함한다.이를위해조경정책연구및개발,생태복원기술연구,정원·녹지·조경포럼개최,박람회유치,장학사업등다양한활동을계획중이다. 또한환경보존과조경발전을위한교육프로그램을개발해전문가뿐만아니라일반시민들도환경과조경의중요성을이해할수있도록할예정이다.이를통해지역사회발전에실질적으로기여하고,아름다운도시와자연을조성하는데앞장설계획이다. 호남조경연합은▲한국조경학회호남지회▲임우회(광주)▲임우회(전남)▲광주생명의숲▲한국조경수협회광주·전남서부지회▲호남조경협회▲전문건설협회광주광역시회조경식재·시설물업종분과▲한국나무의사협회호남지회▲전남ICT/SW기업협회등9개단체모임으로구성됐다. 김경섭호남조경협회회장이상임연합회장을맡고,김길수광주생명의숲대표가공동연합회장을맡았다.연합부회장에는김선채공간조경대표를,고문으로임희진전광주광역시건설본부장과김농오목포대학교조경학과명예교수를위촉했다. 감사는곽원실박용석법무사사무소대표와김경수화수조경대표가맡고,사무국은이근형옥담대표(사무국장),박종주삼강조경대표,한기정남해종합개발차장,노종민노엘이사,이보라이룸이엔씨실장이운영위원을맡아운영할예정이다. 이외김도균순천대학교조경학과교수등6인,김기중전남일보총괄본부장등3인,김성현광주생명의숲공동대표등2인이각각학술,정책,기술자문위원을맡았으며,소통,기술,재정,대외협력,정원분과등11개위원회와특별자문기관(전라남도산림연구원)으로조직이구성됐다. 김경섭회장은환영사를통해“조경이단순한공간조성을넘어지역사회의정체성과주민들의삶의질을향상시키는데실질적인기여를할것”이라며,환경과조경의역할이갈수록중요해지는현시점에서의단체의역할을강조했다. 전진숙국회의원은축사에서“녹지보호와조경산업이미래세대를위한환경파괴방지에핵심적인역할을할것”이라며,관련정책지원을약속했다. 이정선광주광역시교육감은교육기관내에서의녹지공간확장과관리강화의필요성을언급하며,“학교마다녹지조성을통해학생들의정서발달에긍정적인영향을미칠수있도록조경단체와협력할계획”이라고전했다. 강기정광주광역시장과민형배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광산구을)은영상메시지를통해호남조경연합과의협력을다짐했다. 강기정시장은“광주는도시공원조성과녹지확장계획을통해시민의삶의질을높이고있으며,이러한계획이성공적으로수행될수있도록지역조경단체와의협력을기대한다”고강조했다.기후행동의원모임일원인민형배의원은“기후위기가녹지관리에어려움을주고있는상황에서지속가능한녹지조성과조경산업발전에연합회가앞장서줄것으로기대한다”며“녹색도시와지속가능한환경을만들어가자”고당부했다. 한편총회에앞서진행된특강시간에는▲김도균순천대학교조경학과교수가‘유럽의조경식재동향’▲하재호전서울시부이사관이‘서울의공원녹지정책방향고찰’▲이재원안전일터관리원대표가‘중대재해예방통합관리의중요성’에대해소개했다. 김도균교수는유럽의정원및축제디자인사례를중심으로,자연친화적이면서도미적가치를높이는조경트렌드를소개했다.김교수는컨테이너재배와자생식물활용,생태계보전등환경변화와기후적응을고려한다양한식재및관리기법을설명하며,최소한의인간개입으로자연미를극대화하는미니멀리즘디자인과기능성및유지관리측면에서의혁신적접근방법을강조했다. 하재호전부이사관은서울시의녹지및공공복지관련조직발전과함께도시재생,하천및산등자연자원의보존과활용정책변화를짚어보았다.민선이후확충된조직구조와남산,한강종합개발,도시광장및도심캠핑장등의정책사례를통해,서울이시민복지와환경개선을동시에추구하고있음을보여줬다.강연은역사적배경과현재추진중인다양한정책사업들이서울의도시경쟁력강화에어떤영향을미치는지에대한심도있는논의로이어졌다. 이재원대표는중대재해처벌법을중심으로사업장에서의안전관리체계구축과법령이행의중요성을역설했다.그는재해발생시경영책임자뿐아니라관계종사자들까지형법상처벌대상이될수있음을경고하며,예방차원의체계적안전관리의필요성을강조했다.특히중소사업장도쉽게활용할수있는전문관리프로그램개발사례와산업안전보건법등관련법령준수를통한무혐의판결가능성을소개하며,기업들이보다적극적으로안전관리에나서야함을역설했다.
[기고] 농촌체류형 쉼터, 나는 별서(別墅)다
1.지방소멸,농촌소멸위기의해법 산업화이후,일자리를찾아농촌에서도시로,지방에서수도권으로이동하는인구집중현상이발생했다.노무현정부는지방소멸위기해결을위한인구분산정책으로2003년6월,‘국가균형발전을위한공공기관지방이전’계획을발표하고,공공기관지방이전과혁신도시건설을시작했다.혁신도시의계획인구는약2만~5만명으로계획되었으며,1단계(2007~2014,이전공공기관정착단계),2단계(2015~2020,산·학·연정착단계),3단계(2021~2030,혁신확산단계)로진행되었다. 2005년6월이전대상공공기관확정,2005년8월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전담조직설치,2005년12월10개혁신도시입지선정완료,2007년4월10개혁신도시지구지정,2007년5월혁신도시개발계획수립,2007년9월혁신도시기반조성착공,2012년공공기관지방이전개시,2019년12월공공기관지방이전완료등을진행하여2025년현재,10개광역권에혁신도시가건립되었다(innocity.molit.go.kr). 한국은경제·일자리·인구등의‘수도권집중도’1위국가다.한국·일본·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등7개국이가입한‘30-50클럽’(1인당국민소득이3만달러·인구5000만명이상국가)에서한국의수도권집중화현상은유독두드러지는것으로나타났다.전국민의50.9%,일자리의58.5%역시수도권에몰려있다.이에반해미국은일자리4.9%,인구는4.7%로수도권집중도는한국의10%미만이다(김시덕,중앙일보,2024.10). 2030년혁신도시3단계가완료되면혁신도시당계획인구는최소5100명(제주서귀포)~최대5만명(광주,전남)으로혁신도시의총계획인구는최대27만3583명이다.이는2025년인구통계5168만4564명기준0.53%정도다(kosis.kr).지방및농촌소멸위기의해결과국가의균형발전을위해서는인구분산정책이모범답안이다.그러나혁신도시와같은단일사업만으로일자리의58.5%,전국민의50.7%가수도권에집중해있는인구집중문제를해결하기란불가능하다.정부주도의정주(定住)인구분산정책에서,시민의자발적참여를유도하는체류형생활인구분산정책으로인식대전환이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2025년1월24일부터농촌생활인구확산으로농촌소멸에적극대응하기위해농지(農地)에임시숙소로활용할수있는‘농촌체류형쉼터’를도입했다.이를위해내건슬로건이‘4도(都)3촌(村)’이다.주7일중4일은도시에서,3일은농촌에서생활한다는개념이다.계획대로추진된다면일상의57%는도시에서정주(定住)하고,43%는농촌에서체류하는생활인구분산효과를기대할수있다. 2.농촌체류형쉼터 ‘농촌체류형쉼터’란,농업인이아닌개인이주말등을이용하여취미생활이나여가활동으로농작물을경작하거나다년생식물을재배하는‘주말·체험영농’활동을위한임시숙소를말한다.농촌체류형쉼터의규모는33㎡까지가능하며,부속시설로데크,주차장,정화조설치가가능하다.그러나핵심은이러한가설건축물면적과부속시설을합한면적의두배이상농지를확보하여농작물을경작하거나다년생식물을재배하는영농활동을해야한다는것이다. 농촌체류형쉼터이전에는농막(農幕)이있었다.‘농막’이란,농작업에필요한농자재보관,수확농산물간이처리또는농작업중일시휴식을위하여설치하는임시창고로서원두막이진화한형태이다.초기에는비닐하우스에차광막(遮光幕)을덮는형태가주류였으나최근도시민의여가문화가발달하면서이동식컨테이너를개조하여농막으로이용하고있다.더나아가생활의편리성을추구하는도시민의수요와이동식주택시장의공급에따라방,화장실,거실등각종편의시설을갖춘이동식주택이소비자에게농막으로보급되었다.이로인해현행법상숙박이금지된농막에서사실상숙박행위가이루어지는문제점이드러났다.따라서불법농막을양성화하는제도개선의필요성과소비자요구에맞춘실행계획이수립되었다. 농막이전에는원두막(園頭幕)이있었다.‘원두막’이란,오이,참외,수박,호박따위를심은밭을지키기위하여밭머리에지은막(幕)이다.사각정자형태로자연스러운원목을기둥삼고,볏짚또는나무판자로지붕을덮어비와햇빛을차단해줌으로써농작물임시보관이나작업자의휴식공간기능을한다. 원두막을생각하면연상되는행위가있다.바로서리다.‘서리’는군것질을위한먹거리가많지않던시절에아이들이과수원에몰래들어가서주인몰래참외나수박등을장난스럽게훔쳐먹는행위를말한다.이때원두막에서졸고있던과수원주인이부스럭거리는소리에깨어나서‘이놈들잡아라’소리치며쫓아가는풍경,그리고품에몇개의과일을품에안고도망가는아이들모습이연상된다.이렇듯원두막,과수원,과일,주인,동네꼬마녀석들이어울려배경,소품,등장인물이되면서한편의연극,또는한컷의사진속장면으로연출되어유년시설의기억저편에자리한다.그리고일정한시간이흐른뒤,세대를달리하여추억으로자리잡는다.그리고성인이된동네꼬마녀석들은다시그장소를찾는다. 중요한문제의해결을위해서는다양한방법이모색되어야한다.지방소멸위기해결을위해진행한‘혁신도시사업’은정부주도의행정중심복합도시사업과연계되어정주(定住)인구유입을위한도시계획사업으로추진되었다.정부주도정책은티베트종교및민족지도자의환생을검증하듯단계적확인과정이필요하다.반면,‘농촌체류형쉼터’사업은농촌소멸위기해결을위해민간주도의생활·문화환경개선사업으로농촌으로생활인구유입을목적으로한다.민간이적극참여할수있는정책은불사조의빠른성장,운반,치유력같은세부적인실행계획및프로그램이필요하다. 새롭게추진되고있는‘농촌체류형쉼터사업’은건축물의규모,부속시설,농지면적등기본적인틀은갖추었으나,세부실행프로그램이필요하다.검증된정체성과추동력,시민의능동적참여를이끌수있는프로그램등을갖춘대안을모색하던중한국정원문화‘별서(別墅)’를주목하게되었다. 3.별서논담(別墅論談) 조선시대에는별서(別墅)가있었다.‘별서’의한자를직역(直譯)하면,따로떨어지다_별(別),농막_서(墅)로서‘따로떨어져있는농막’을의미하며,의역(意譯)하면‘선비들이세속을떠나자연에귀의하여은거생활을하기위한곳으로,본가(本家)에서떨어진산수가빼어난장소에서지어진별저(別邸)’를말한다.별서는단순히건축물을지칭하는것이아닌,정원(庭苑)그리고주변자연경관을포함한다.대표적인별서로는담양소쇄원,보길도부용동정원,강진백운동원림을들수있다. 별서의주요건축물로는정(亭),누(樓),각(閣),대(臺),사(榭),당(堂),헌(軒)등이있다.채소를심은곳을포(圃)라하고,과실수를심은곳을원(園)이라하고,새와짐승을기르는곳을유(囿)라고한다.또담장이있는것을원(園)이라하고,담장이없는것을유(囿)라고도했다.조선시대에는정원(庭園)이라는용어와더불어정원(庭苑),원유(園囿),원림(園林)등의용어도많이사용하였는데,이는담장안의정원뿐아니라,담장밖의자연경관까지확대하여정원으로생각한것을잘보여준다.정원을가꾸는사람은‘동산바치’라불렸다. 소쇄원(瀟灑園)의조영자인양산보(1503~1557)는당쟁으로스승조광조가사사(賜死)되자관직을그만두고고향인전라남도담양으로내려와소쇄원을짓고은거하며문인들과교류하였다.소쇄(瀟灑)의의미는‘깨끗하고시원함’을의미하며,양산보는이별서의주인이라는의미로자신을‘소쇄옹’(瀟灑翁)이라하였다.주요건축물로는광풍각,제월당,대봉대,고암정사등이있다.광풍(光風)과제월(霽月)은북송의시인이쓴글에서인용되었는데,주돈이(周敦頤)의인품이심히고명하며마음결이시원하고깨끗함이마치‘맑은날의바람(光風)과비갠뒤의달(霽月)과같다’라는글에서인용되었다.제월당은주인이거처하며조용히독서하던곳이었다.광풍각은사랑방역할을하는공간으로문인들과교류하며차를마시며,학문을논하고,계류를흐르는청량한물소리를들으며정원을감상하던장소다. ‘소쇄원48영’은1548년에김인후가지은오언절구시(詩)다.20자의한자로구성되어소쇄원의내원(內苑)을표현한다.그중제2영(詠)‘침계문방(枕溪文房)’은광풍각을소재로한것으로‘머리맡에서개울물소리를들을수있는선비의방’이라는뜻이다. 부용동정원(芙蓉洞庭苑)의조영자인윤선도(1587~1671)는조선시대문인이다.병자호란때삼전도에서인조가청나라에항복하자조상으로부터물려받은유산으로보길도에별서를짓고생활하며‘어부사시사’등문학작품을남겼다.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는1651년윤선도(尹善道)가자신을어부에비견하여보길도(甫吉島)를배경으로지은40수의단가(短歌)로,‘고산유고(孤山遺稿)’에실려전한다. 정원은크게세구역으로구성되어있는데,거처하는살림집이있는낙서재(樂書齋)주변,휴식과독서를위해건너편산허리의바위위에집을마련한동천석실(洞天石室)주변,그리고동리입구의세연정(洗然亭)주변이다.낙서재는서실(書室)을갖춘살림집으로북향하고있으며,옆으로낭음계(朗吟溪)라는작은시내가흐르고,낭음계의양편에곡수당(曲水堂)과무민당(無憫堂)의두건물을지었다.이두건물의곁에는넓고네모진연못이있다. 동천석실(洞天石室)은중국도교(道敎)에서‘신선이산다는곳’이란의미인‘동천복지(洞天福地)’를따라서이름지어진곳으로이지역에서가장높은곳이다.세연정부근은이정원에서가장공들여꾸민곳으로,해변에바로인접한동구(洞口)에인공으로물길을조성하면서연못들을만들고정자와대(臺)를지어경관을즐기도록하였다.연못은곡지(曲池)와방지(方池)로구성되는데동구를흐르는내를돌로된보로막아만든곡지에는큰바위들을점점이노출했으며,방지에는한쪽에네모난섬을만들고그섬에소나무한그루를심어놓았다.방지의동쪽물가에는돌로된네모진단두개를나란히꾸며놓았는데,이곳은무희가춤을추고악사가풍악을울리던자리다(encykorea.aks.ac.kr). 백운동원림(白雲洞園林)은처사이담로(1627~1701)가조성한별서이다.‘처사’란벼슬을하지않고초야(草野)에묻혀사는선비를말한다.백운동원림은후손들에의해계승되었고,특히백운첩에는다산정약용의‘백운동12경’시(詩)와초의선사가그린‘백운동도(白雲洞圖)’가있어당시의모습을짐작할수있다.또한월출산을배경으로원림을조영한문헌자료가다수확인되고,유상곡수(流觴曲水)시설도입과수목식재등경관처리기법이우수하며,백운동12경의구성요소가잘남아있다.예로부터많은선비와문인들이원림의경관을예찬한옛시문과그림들이현재까지잘남아있어조경사적가치가탁월하며,이담로의6대손인이시헌이정약용,초의선사와교류하며차를만들고즐긴기록등이남아있어국내차문화의산실로서가치를더하고있다.정약용은백운동원림에반해초의선사에게그림을그리게하고옥판봉·산다경(山茶徑)·백매오(百梅塢)등아름다운경치12개를칭송하는시를지었다.다산과초의선사가남긴작품은‘백운첩’에전하며,이시헌은선대문집·행록·필묵을엮은‘백운세수첩(白雲世手帖)’을만들었다. 우리나라3대별서의사례를살펴서이용자의행태를분석한결과,집짓고,정원가꾸고,농사짓고,밥짓고,글읽고,시쓰고,그림그리고,노래부르고,춤추고,술마시고,음악듣고,차마시는등의유유자적한생활을확인할수있었다. 4.농촌체류형쉼터,‘별서_1621’ ‘별서(別墅)’는16세기이후,선비,처사,문인들이자발적으로귀향(歸鄕)하여자연과더불어문학(文),역사(史),철학(哲)을논하면서시(詩),서(書),화(畵)를짓고음주(飮酒)·가무(歌舞)와다도(茶道)를즐겼던공간이다.이후,후손들에의해대를이어유지,보완되며수백년을지나21세기현재에이르고있다. 1970년대이후산업화과정중1차산업(농·산·어촌생산물)중심에서2차산업(제조업)중심으로변화되는과정에농촌인구가대거일자리를찾아도시및수도권으로이동했다.또한도시에집중된사람들을대상으로3차산업(서비스업)이발달하면서인구의수도권및도시의집중현상은더욱고착화되었다.이로인해주택,환경,교육,교통문제등이심화되어혁신적인인구분산정책도입이요구되었다.주된원인이된일자리의분산정책이선행되지않고는인구분산정책의효과를기대할수없다는결론에도달하자정부는‘공공기관지방이전’과‘혁신도시’조성이라는극단적인처방을내놓는다.그러나수십년간안정화된수도권기반시설의편리성으로인해,일시적으로지방에머물다가주중또는근무하는동안만머물러있고,주말또는이직기회가되면도시나수도권으로직장을옮기려는현상이반복되어실효를거두지못하는실정이다. 문제해결의핵심은‘제도’나‘정책’에있지않다.시민의‘자발성’에있다.4차산업(지식산업)발달,자동차보급,도로및대중교통의확충으로농촌,산촌,어촌을향해떠나는5차산업(레저·휴양문화)이발달하면서,원산지에서1차생산,2차제조,3차판매및서비스가융·복합되어이루어지는6차산업이발달하고있다.이로써자발적생활공간이동이라는인구분산정책의효과를기대할만한경제,사회,문화적환경이조성되었다.정교한제도,정책,프로그램이수반되어야한다.성별,연령대,직업군,구성원,주거형태,교통수단등을고려하여자발적참여가가능한정주(定住),생활(生活),문화(文化)환경을조성해야한다. ‘별서’는16세기당시이미6차산업거점이었다.농(農)·림(林)·수산물(水産物)을생산,수확,가공하여,전국에서찾아오는시인(詩人)묵객(墨客)들에게5차산업서비스를제공했던현대판6차산업의중심공간이었다.21세기‘농촌체류형쉼터’가추구해야할방향이다.주인이머무는공간,손님맞이공간,생산,가공,휴양시설등을갖춘커뮤니티공간을조성해야한다.이웃과함께생활하며문화를공유하는자연속의정원(庭苑)이자문화경관(文化景觀)으로자리잡아야한다. ‘별서_1621’은농촌체류형쉼터의본캐(本character)다.16세기한국정원문화의21세기‘환생(還生)’이자‘부활(復活)’이다.‘별서_1622’,‘별서_1623’,‘별서_1624’,‘별서_1625’…한국정원문화‘별서(別墅)’의미래다. 박경복/가든프로젝트대표
‘보이지 않는 조경’ 젊은 조경가 원종호의 ‘보이는 인사이트’
[환경과조경김하현기자]제7회젊은조경가원종호의조경에대한철학과이야기를들어보는토크쇼가열렸다. 지난19일월간환경과조경은서울서초구그룹한빌딩2층환경과조경에서‘제7회젊은조경가상’수상자원종호JWL소장을초청해‘보이지않는조경’을주제로강연및토크쇼를개최했다. 젊은조경가상은한국조경의내일을설계하는젊은조경가를발굴하고그들의작품과생각을널리알리고자월간환경과조경이2018년부터제정·운영하고있다.환경과조경은지난해12월시상식을진행한후월간환경과조경2025년1월호에‘조경가원종호특집’으로그의이야기를실었다.그뒷이야기를들어보는자리로이날토크쇼가마련됐다. 원종호JWL소장은서울대학교에서조경을공부하고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와현대건설에서다양한조경프로젝트를수행하며설계와실무를경험했다.2017년부터는JWL에서활동하며완성도높은여러공간을만들고있다.최근작으로는성수현대테라스타워공개공지와제부도근린공원설계공모당선작이있다. 원종호는‘보이지않는조경’,즉주변환경과자연스럽게어우러지는조경을지향하며다수의프로젝트를성공적으로수행해왔다.‘원래그자리에있었던것같은’섬세한디자인철학을추구하며조경계의새로운가능성을제시했다. 토크쇼는1부와2부로나뉘어진행됐으며누구나자유롭게시청할수있도록유튜브로온라인생중계됐다. 행사는사회를맡은남기준환경과조경편집장의인사말로막을열었다.남편집장은본격적인시작에앞서올해1월호특집속원종호의에세이한구절을읽었다.“내가추구하는조경은심심하다는평을많이듣는다.다른조경가의작업에비해명확하게드러나는조형이나개념이없다고도한다.역설적이지만이러한설계의비가시성은내가가고있는,가고자하는조경설계의방향이다.이를달리표현하면,‘보이지않는조경,하지않은듯한조경,원래있던듯한조경’등의어휘로말할수있다”는문장으로이번토크쇼제목에관해설명을보탰다. 다음으로박명권환경과조경발행인의인사말이이어졌다.박명권발행인은현장과온라인청중에감사를표하며“지금까지선정된아홉분의수상자모두조경계에새로운비전을제시하고계속해서활약하고있다,젊은조경가상을통해한국조경의위상을세계에알리는데기여할수있기를바란다”고말했다.또“오늘토크쇼를통해젊은조경가원종호의발자취와작품세계를들여다보고앞으로더욱큰활약을기대하겠다”며순서를마쳤다. 1부는원종호소장의강연으로채워졌다.약40분가량그가추구하는방향의작업을위해어떠한노력을해왔는지들을수있었다.원소장은JWL의작업내용을기반으로다섯가지지향점을풀이했다.주요키워드는▲직관적이고단순한개념과배치▲사소한생각과조형의가능성▲크래프트디테일▲관습과타성에저항하기▲팀워크와협업의힘이었다.그는닫는말로“‘우리가하는조경이결국무엇인가?’를생각했을때‘도시의공공성확대에기여’,‘생태적으로건강한도시에의기여’,‘부동산의가치상승’이라는세가지측면으로조경프로젝트가귀결된다,제가하는일은이러한목표를위한수단이라고할수있다”고밝혔다. 2부에는‘원종호에게물어봐’라는제목이붙었다.진행측은토크쇼를문답형식으로전개하기위해SNS를통한사전질문을받았다.시청자또한채팅창을통해실시간으로궁금한점을묻고,이중질문이선정된5명에게는‘월간환경과조경2025년1월호’와‘한국조경50년을읽는열다섯가지시선’을선물하는이벤트도준비했다. 꾸려진질문들을남기준편집장과김모아기자가묻고원종호소장이답했다.주로원종호조경가의작업방식과일을하는동력에대한물음이많았다.조경가로서‘가장도움이된것’,‘가장뿌듯했던경험’,‘가장먼저고려하는점’등에대한대답으로‘질투’,‘내가만든공간이세상에태어났을때’,‘사람’이라고말했다.“좋은공간을만들기위해이것까지해봤다면?”라는질문에는“감리가중요하다고생각해서디자인감리계약을위해노력한다.그리고나무를키운다.생각하는나무의모양을나중에공간에적용해보기위해30그루정도의나무를키우고있다”고고백했다. 원소장은조경을꿈꾸는학생들에게들려주고싶은얘기로“조경은천재가하는분야가아니다.뻔한말이지만기본적으로좋아하는마음과열정이있다면노력하면다할수있다.이일을해서즐겁다면재능여부를판단하며움츠러들지않았으면좋겠다”며위로를전하기도했다.기후변화에관한질문에는“정말피부로느끼는일이다.식물학에서배웠던개화시기등이하나도안맞는다.기존에우리가갖고있던지식이쓸모없어지는시기가올수도있다”며“교과서가바뀌어야하지않을까하는생각도든다.기후문제는상당히중요하다”고강조했다. 끝으로“제가이자리에서여러분께말씀드리는것이상당히부끄럽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렇게좋은상과기회를주신점너무나도감사하게생각한다.앞으로도더열심히하라는의미로해석하겠다”며“제가가진제캐릭터와성격에맞춰서앞으로설계를하는분들과설계를할학생들한테나아갈길을보여주는사람이되고싶다.여러캐릭터의사람이많을수록사회가건강해질테니저는저만의캐릭터로제갈길을잘가보겠다.감사하다”고인사했다.
유연송 조경수협회장 취임, “조경수 산업 현대화 추진”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한국조경수협회가조경수산업의현대화와디지털기술도입,지속가능한재배방안개발등을추진한다. 한국조경수협회는19일대전계룡스파텔에서제59차정기총회및회장이취임식을개최했다.이번총회는전국16개지회대의원및관계자200여명이참석한가운데진행됐으며,조경수산업발전과도시녹화를위한다양한논의가이뤄졌다. 이날행사에서는제33대윤수근회장이이임하고,제34대유연송회장이공식취임했다.윤수근전임회장은“조경수산업의지속적인성장과협회의발전을위해헌신했던지난2년간의시간이뜻깊었다”며,“새롭게출범하는34대집행부가협회를더욱발전시켜주길바란다”고이임사를전했다. 한국조경수협회의새로운장을여는이번이취임식에서유연송신임회장은조경수산업의지속가능한발전을위한실천과제를제시했다.유회장은우선산업의현대화를추진하며디지털기술을적극적으로도입하겠다고밝혔다.이는정보기술의활용을통해조경수관리및유통과정의효율성을높이고,더넓은시장에접근할수있는기회를마련하기위함이다. 또한유회장은환경변화에적응하는조경수의지속가능한재배방안개발에힘쓸것을강조했다.기후변화에따른영향을최소화하고,생태계보호를위해국내외전문가들과의협력을모색할계획이다.이와함께협회회원들의역량강화를위한교육프로그램을확대하고,신기술교육을정기적으로실시해산업전반의전문성을높이는데집중할예정이다. 유회장은“조경수산업이직면한도전을기회로전환하고,모든회원이혜택을받을수있는산업생태계를만들기위해노력할것”이라며,“협회의모든자원을동원해회원들의성장과함께산업발전을이끌어갈것”이라고포부를밝혔다. 이날행사에는이미라산림청차장을비롯해최무열한국임업진흥원장,박정희한국임업인총연합회회장,옥승엽대한전문건설협회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회장,이경구개군농협조합장등관계기관인사들이참석해축사를했다. 이미라산림청차장은“조경수산업이기후변화대응과도시녹화에서중요한역할을한다”며,“산림청에서도조경수산업발전을위한정책적지원을아끼지않겠다”고말했다. 이날행사에서는우수지회및모범농장에대한표창수여도진행됐다.모범농장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은강정수녹지원대표와안신아남농원대표가수상했으며,산림청장상은이진효맹춘농원대표와최윤주삼미조경의대표가수상했다.송인자협회전북동부지회장(호성조경대표)은협회장표창을받았고,우수지회표창에서는광주·전남서부지회가최우수상,경기지회가우수상,충남서부지회가장려상을수상했다. 또한협회는대학생및고등학생8명에게총1150만원의장학금을전달했다. 이취임식에서는협회기전달식이진행되며,새로운집행부의출범을공식화하고조경수가격고시제도정비,조경수컨테이너재배활성화,국비지원사업확대등의정책추진계획등이논의됐다. 마지막으로협회운영기금으로유연송회장이500만원을기탁했으며,김규열·이강백고문도각각100만원을기부하며협회발전을위한기여를이어갔다.
서울 초록길, 2000㎞ 달성 코앞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서울전역을연결하는‘서울초록길프로젝트’가총연장2000㎞달성을눈앞에두고있다. 서울시는숲길부터하천변,가로정원에이르기까지단절된녹지를연결하고새로운녹지를지속적으로확장하는‘서울초록길프로젝트’를통해올해초록길총연장이2,000㎞를넘어설것이라고13일밝혔다. 2022년에시작된이프로젝트는서울의녹지소외지역을해결하기위해서울전역의숲,공원,정원,녹지를선형길로연결하여5분거리내에초록을만날수있도록설계됐다.이는도심생태회복에기여함은물론,도시미관개선과보행자편의를증진시키는등다방면에서의효과를목표로하고있다. 지난해동작구국사봉과상도공원을연결하는단절된녹지축연결사업을비롯해총12개유형의사업을통해71.21㎞의녹지가추가로연결됐다.이중에는북한산체험형숲속쉼터조성사업같은여가공간확대프로젝트도포함되어,강북구수유동북한산자락에3㎞,5만㎡규모의체험형쉼터가조성됐다. 하천생태복원및녹화사업을통해강동구고덕천의제방사면을건강한생태계로복원하고,영등포구여의대방로에는정원형띠녹지를조성해가로수의생육환경을개선했다.또한왕십리역대합실유휴공간에는지하숲길인‘서울아래숲길’이조성되어지하철이용객들에게쾌적한환경을제공하고있다. 올해에는총165개사업을통해추가로75.58㎞의녹지를조성할계획이며,이미조성된1777㎞의초록길과함께도시전체를정원과생태로연결하는꿈을계속해서추진할예정이다. 이수연서울시정원도시국장은“서울초록길프로젝트는단순한정원조성을넘어도시전체를정원과생태네트워크로연결함으로써,기후위기와생물다양성증진은물론,미세먼지저감과도시열섬현상등기후변화대응에도기여할것으로기대하고있다”며,“2000㎞달성후에도초록길개념을모든민·관사업에반영되게하여정원이일상이되고,일상이정원이되는정원도시서울이될수있도록꾸준히정원을조성해나가겠다”고말했다.
[락앤피플] 배정한 한국조경학회장, “한국 조경의 새로운 50년을 설계합니다”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공원은단순히나무와풀을심어놓은휴식공간이아닙니다.공원은도시의폐와같으며,사람들에게쉼터를제공하는동시에환경을정화하고생태계를회복시키는중요한공간입니다…공원이잘설계되면단순한녹지공간을넘어도시민의정신적,사회적건강을증진시키는매개체가됩니다.”_JTBC‘차이나는클라스-위대한질문’제1회(2023년11월18일) 배정한한국조경학회신임회장(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의이말은공원이단순한휴식처의역할을넘어서는깊은가치를지니고있음을잘보여준다.공원은조경의실질적인결과물이자자연과인간이교감하는플랫폼으로,단순히미적즐거움을제공하는것을넘어사회적,환경적역할을담당하고있다.이를통해공원은현대도시에서환경적균형을유지하고,공동체의연결을강화하며,시민들의삶에큰영향을미치는중요한존재로자리잡고있음을알수있다. 조경학이한국에서학문적분야로자리잡은지도어느덧50년이넘었다.배정한회장은조경학을단순히환경을꾸미는기술적영역으로보는것을넘어,환경문제를해결하고사회적가치를창출하는중요한학문으로정의했다.조경학은1970년대본격적으로학문적틀을갖추기시작했으며,도시화와환경문제해결이라는시대적요구에따라빠르게성장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조경학의학문적정체성과전문직으로서의위상은여전히도전과제에직면해있다.이에지난1월1일제27대한국조경학회회장으로취임한배정한교수는한국조경의다음50년을설계하기위해학문의내실을강화하고전문성을확립하는것을임기내주요목표로삼았다.그는도시,경관,환경,문화등다양한분야를아우르는조경학의새로운좌표를마련하고,학문적·교육적기반을강화하며체계적인아카이브프로젝트를추진하겠다는계획이다. 배회장은학회의핵심사업으로조경교육혁신,조경지식과이론의소통강화,한국조경아카이브프로젝트를제시했다.그는“지난50년간한국조경이외형적으로는성장했지만,이제는내실을다지고전문성을확립해야할시점”이라고강조했다. 배회장은조경학의학문적정체성을강화하고전문직으로서의위상을확립하기위해전국대학의조경교육현황을조사하고해외사례를분석하며교육체계를재정비할예정이다.그는“조경교육의방향성과학문적체계정립을최우선과제로삼겠다”며,최소한의공통교육기준확립이시급하다고밝혔다. 현재조경학과마다교육내용과교과구성이상이한현실을지적하며,“인증받은대학에서교육받고실무경력을쌓은사람이자격시험을통해조경사로등록될수있는체계를마련해야한다”고강조했다.기존의조경기사와기술사중심의자격체계가설계중심의조경실무를충분히반영하지못하고있다는점도문제로지적했다. 이에따라학회는조경교육인증제와조경사자격제도를학계와업계의협력을바탕으로추진할계획이다.이를위한기초작업은가칭‘조경교육혁신위원회’와‘설계교육네트워크’를통해진행된다.그는“조경교육인증제와자격제도는상호연계되어야하며,이를통해조경분야의학문성과실무역량이조화를이룰수있을것”이라고말했다. 배회장은학술연구활성화를위해매월온·오프라인학술세미나,북토크,이론워크숍등을개최하며,주요의제로는기후변화,회복탄력성,인류세와비인간,공간정의,공원혁신,국토경관,도시경관재생,공원도시,정원도시등이포함된다고밝혔다. 특히4월학술대회에서는‘다시정원을읽다’라는주제로대형세미나를기획해정원열풍과도시정원정책을비판적으로검토하고토론할예정이다.이를통해조경의현재위치를진단하고연구자와실무자의소통을강화하겠다는계획이다. 그는또한“신진연구자네트워크를확장하고,젊은연구자들이적극적으로참여할수있는다양한학술행사를마련하겠다”며,조경학의동시대적의제를생산하고탐구하는데학회가중요한역할을할것임을강조했다. 조경분야의역사와자료를체계적으로기록하고보존하기위한조경아카이브프로젝트도본격적으로추진된다.이는지난50년간한국조경이쌓아온연구,작품,인물에대한기록을체계적으로목록화하고활용기반을마련하는작업이다. 배회장은“1세대조경가와학자들의구술기록시리즈를포함해작품,연구,교육성과등을아카이빙해한국조경의역사를축적할것”이라고설명했다.또한이를위해외부펀딩과학회내부자원을활용하여체계적이고장기적인사업을추진하겠다는의지를밝혔다. 배회장은지난50년간한국조경이개발시대의경제성장에힘입어외형적으로확장했지만,이제는내실강화와전문성확립이필요한시점이라고강조했다.그는“교육,학술,실무가톱니바퀴처럼맞물리는체계적인시스템을만들어야한다”며,이를통해조경이사회적가치를창출하는분야로자리잡아야한다고말했다. 끝으로배회장은“소박하고다정한학술포럼부터대형심포지엄까지다양한학술활동을통해한국조경의다음50년을위한초석을다지겠다”며,“많은응원과격려,때로는생산적인비판을보내주길바란다.즐거운참여와열린소통을통해,함께한국조경과조경학의내일을디자인하자”고당부했다.
  • 환경과조경 202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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