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오피니언

뉴스 상세검색
뉴스 상세검색 닫기
카테고리
기간
~
검색어
  •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경제는 빠르게 안정됐고, 1970년대의 한국 경제는 연평균 9%라는 고속 성장을 이뤘다.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으로 인류의 삶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급속한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자연생태계의 훼손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72년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경제성장 방법과 추세가 변하지 않는 한 100년 후 인류의 성장은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국제기구 등에서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논의됐고, 환경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게 됐다. 물질적인 풍요를 위해 우리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그로 인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미세먼지, 한파, 폭우와 강력한 태풍, 코로나19등 이상기후 때문에 우리의 삶은 위협받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결국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학교에 가는 것보다 기후변화를 멈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매주 금요일 등교 대신 거리로 나왔고, 이는 영국·벨기에·프랑스·독일·호주·한국 등 40여개 국가로 퍼져나갔다. 2020년 환경의 날 전국 226개 기초지방정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 비상선언선포식’을 했다. 지난 7월 9일에는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이 ‘기후위기・환경재난시대 학교 환경교육 비상선언’을 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기후위기·환경재난 시대에 대응하고 미래를 위해 변화를 이끄는 지속가능한 학교환경교육을 실천할 것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7년 5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환경학습도시선언을 시민사회와 함께 서울시장이 직접 발표했다. “서울시는 천만시민과 함께 서울을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 갈 것입니다. 그 바탕에는 환경에 대한 배움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천만 서울시민과 함께 서울을 ‘환경학습도시’로 변화시킬 것을 선언합니다.” _ 서울환경학습도시선언문(2017년 5월 27일 발표) 이러한 선언문 속은 지금 처해있는 기후위기상황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에서 시작됐다. 에너지 자급율이 2%밖에 되지 않지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도시로서 반성적 성찰이 필요했다. 지금 처해있는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선언만 있고 끝내 아무런 담대한 실천과 구체적인 정책이 없었다. 환경문제의 해법은 기술개발 및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근본이 되는 방법은 교육을 통한 것이다.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환경을 위한 기술과 제도를 선택할 수 있고, 실제 행동을 통해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해법은 환경교육이라 할 수 있다. 「환경교육진흥법」 제16조(환경교육센터의 지정), 「서울특별시 환경교육진흥지원조례」 제9조(환경교육센터 설치운영)에 의하면 법적근거에 의해 시민환경교육실시와 환경정책수립 등을 위해 서울시환경교육센터를 지정·설치해 가장 근본적인 교육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거점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서울시는 현재까지 지역환경교육센터(광역)를 설치·운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3월 서울시 지역환경교육센터(기초) 지정공고를 하고 6월 10일 마포구를 비롯한 5개의 지역환경교육센터를 지정했다. 지정하고 나서도 별다른 계획과 협의가 없이 지금에 이르렀다. 환경교육진흥법과 서울시환경교육지원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환경교육센터에게 환경교육의 실시를 위탁할 수 있고 운영 및 사업에 필요한 예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서울시는 2020년 지역환경교육센터에 운영을 위해 지정서를 발송한 것 외에는 아무런 계획과 예산을 전혀 수립하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향후 환경교육센터 운영과 관련된 명확한 답변과 성의 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논의했던 민관협력 환경교육사업들이 모두 캐비닛 속에 잠들어 있지 않은지 궁금하다. 서울시 환경교육정책이 기후위기와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인 재앙을 가져오고 있는데 시의회와 시의 집행부에서는 소독약과 마스크만을 지급하거나 지원하기보다는, 예방적 차원에서 기후위기와 환경재난에 대한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을 보장받기 위해 환경학습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본인이 센터장으로 있는 마포구환경교육센터는 서울시와 마포구의 지원 없이 현재 시민모금과 기업의 후원으로 작지만 소중한 학습장을 마련하고 학습기반을 조성해 8월 19일 개소했다. 아직은 작고 보잘것없는 공간이지만 마을마다 이런 공간들이 생기면 좋겠다는 것이 센터를 방문한 분들의 한결같은 의견들이었다. 지금이라도 환경도시를 향한 여러 정책과 선언들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나 선언보다는 행동할 때이다. 법 제정 이후 타 시도에 비해 환경교육센터를 12년간 지정과 설치를 하지 않고 지정 이후에도 무관심 속에서 시민의 환경학습권을 박탈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코로나19보다 더 심한 팬데믹을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서울시, 이제는 환경교육이다. 오창길 / 자연의벗연구소 대표
  • 마스크의 시대다. 결국 한때가 될 것을 기대하지만 돌풍의 한 가운데인 요즘 심란한 소식에 연일 어지럽다. 어느 공원 한 가운데에는 하릴없이 뛰노는 마스크 속 아이들과 걱정스런 눈으로 쫒기 바쁜 부모들의 실랑이가 멀리서도 마냥 정겨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서로 간의 거리가 필요한 요즘, 서로의 간극은 필요한 만큼의 여백이 아닌 생을 위한 공백이 되었다. 누군가 사진구도에 대해서 물으면 공백이 아닌 여백을 강조하곤 한다. 스스로 지어낸 방법이다. 맥락을 벗어난 빈 공간은 공백으로, 잘 그린 수묵화의 빈 곳처럼 여운이나 내용의 맥락을 이어나가는 비어있지만 내용을 이어주는 곳은 여백이 된다. 여백은 구도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여백은 비어있지만 어떤 대상을 서로 잇는다. 대상(피사체)과 사진가, 사진과 사진가, 사진과 관객, 사진가와 관객 안에서 서로가 공명하는 한 여백은 비워져 있다. 한편으로는 채워져 있다. 어쩌면 채우는 것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니 서로를 이어줌으로써 무엇으로 될 수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그러니 무엇이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두 가지 이상의 주체가 서로를 잇는 가운데의 빈 공간이 있으면 된다. 사진촬영의 과정에 빗대 보자면 거대한 미술관에서 관람하던 작은 사진집으로 혹은 모니터나 휴대폰 화면으로 관람하던 작자와 관객의 관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전파를 타고 관객과 사진가는 여백을 두어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수단이 혹은 도구가 정작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도 있다. 좋은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만들지는 않지만(물론 좋은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찍기에 유리한 점이 있으므로 너무 깊게 이야기 하지 않겠다. 가벼운 비유라고 생각해 주시길)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카메라의 기종을 살피기 이전에 사진가가 무엇을 찍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경험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혹자는 나이로 판단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것이 구도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것, 이것을 나는 이것을 공백이라고 부른다. 물론 배후의 이야기는 중요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관계없음은 작가가 내용이라고 부르는 것과 도구의 관계로 한정한다. 창조적인 작업에서 작가와 관객의 사이를 잇던 많은 것들이 허물어져가고 있다. 붓을 쓰지 않는 화가, 펜으로 쓰지 않는 작가, 종이에 드로잉을 하지 않는 설계가가 많아지고 있다. 붓으로 그리지 않았더라도 화가의 그림은 그대로다. 마찬가지로 글이, 도면이 무의미해지지 않듯 작가와 관객 사이 방식이 달라졌을 뿐 그들은 서로 공명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있다. 반드시 붓이나 펜과 같은 것에 짐을 지워낼 필요는 없다. 물론 아날로그의 도구들이 떠난 자리는 공허함을 남기겠지만 그래도 작가와 관객의 공명은 이루어지고 있다. 빈자리, 공명을 위한 곳을 여백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진은 카메라로 찍는다. 작든 크든지 카메라라고 부르고 렌즈라고 부른다. 실상을 담아내어 가공하고 비추어 주는 각각의 단계는 디지털이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역시 카메라로 담아내야 한다. 방식을 보면 구식이다. 사진가 역시 카메라로 담아내어 보여주려 애쓴다. 사진가 역시 구식이다. 현장을 가야하고 찍어야 하고 (디지털)암실 작업을 해야 하고 인화 또는 (인터넷)게시 혹은 전시를 해야 한다. 절반의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은 사진가 자신이 아닐까. 무엇으로 공명하고 있을까. 무엇이 관객을 감동하게 하는 것일까. 여러 질문이 앞선다. 정해진 공간을 3일 동안 공사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서울에서 매년 진행된다. 소외된 시유지에 변화가 일었다. 학생들이 주로 참가하는데 마무리 되었을 때 참가했던 학생에게 무엇이 기억에 남는지 궁금해 물었다. 그는 “누군가 문득 저 자리에 앉게 되었을 때의 짜릿함”에 관해 상기된 얼굴로 답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작은 시설물 하나가 특별해지는 순간에 굳이 ‘좋다’고 말하지 않아도 됐던 걸까. 새롭게 시작하는 조경가의 시작은 단순히 누군가 그곳에 앉는 것에서 이루어졌던 것은 아닐까. 길이를 알 수 없는 작가와 관객과의 거리는 말하지 않은 일종의 유대관계 속에서 ‘앉아 쉬는’ 행위 위에 이루어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곳에는 누군가 다시 앉아 쉴 것이다. 카메라 속 그 빈자리는 공명하는 여백처럼 다가왔다. 연결하는 방식은 최초에 어땠는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최초인지도 모르거니와 설사 최초의 부분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속한 큰 줄기의 최후, 끝단이 어디인지 모른다면 아직도 최초의 변화의 와중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변화하는 방식들은 한낱 잔물결일지 모른다. 다만 무엇이 그것을 있게 했는가에 대한 물음은 계속될 것이기에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남기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은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알 수 없는 함수가 있다는 단서다. 마스크의 시대다. 약간씩 떨어져 대면하는 우리는 마스크라는 막으로 한 겹 속에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간극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는 바람을 조심스레 가져본다. 부디 마무리되어 긴 시간 뒤 잠시 여백의 한 순간으로 반추되기를 끊임없이 되뇐다. 유청오 / 조경사진가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우리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고령화, 인구·경제 저성장, 기후변화, 신종 바이러스 등으로 생존이 위협을 받고 지식기반산업의 발달로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기회가 공존하기도 한다. 기술이 변화하고 시장이 변화하고 소비자의 기호가 변화하고 있다. 전문가의 사회적 역할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면서 바람직한 미래의 정책을 개발해 제안하고 실현되도록 시민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이다. 최근 파리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의 공약을 좋은 사례로 들 수 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최근 ’불평등과 기후, 생태계‘를 연결하는 혁신적인 공약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녀의 혁신적인 대표 공약 8가지 중 ▲파리 전역 운행속도 30km/h 제한 ▲3대 건설 계획 백지화 및 제3의 숲 조성 ▲주차장 면적 절반 축소 후 정원화 ▲생태기후적 지역도시계획 ▲공공건물 옥상을 파리시민의 식량 농장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새로운 공동체 연대 등 6개의 공약이 조경의 영역이었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면서 바람직한 미래의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되도록 시민들과 함께 행동하는 파리시장과 시민들이 오히려 전문가 조경인들에게 많은 고민을 주는 사례이다. 이같이 전문가의 사회적 역할 측면에서 조경인들이 주목할 도시정책은 현 정부의 정책 이념이자 가치인 포용도시(The Inclusive City)이다. 포용도시란 우리가 살아갈 도시가 모두가 어떠한 차별도 없이 물리적·정치적·사회적 공간을 공유하고 적절한 도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모두를 위한 도시’를 의미한다. 그동안 성장사회에서 발생한 양극화·고령화·불평등을 포용도시의 가치와 이념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포용도시 측면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거나 추진할 도시정책들은 ▲그린뉴딜 ▲스마트시티 ▲생활SOC ▲디지털 뉴딜 ▲생물다양성 ▲청년·신혼·저소득층 주택 ▲건강하고 안전한 도시 ▲거버넌스 ▲공동체 주인의 공유자산 ▲도시재생뉴딜 정책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전문가로서 조경인은 ▲그린뉴딜 ▲스마트시티 ▲생활SOC ▲도시재생뉴딜 ▲거버넌스 등의 5개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그린뉴딜’로 한국사회의 당면과제인 기후변화와 경제적 불평등,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국형 뉴딜의 핵심축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오는 2025년까지 총 73조4000억 원을 투자해 65만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229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하는 정책이다. 두 번째는 ‘스마트시티’로 도시를 운영하고 서비스하는 데 있어서 효율성을 최대화하고자 사물인터넷이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공모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는 정책이다. 세 번째는 ’생활SOC‘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보육시설, 노인복지시설, 응급의료시설, 일반병원, 보건시설, 공공도서관, 체육시설, 공원, 문화시설, 교통시설 등을 복합화해 향후 3년간 30조 원을 투자하는 정책이다. 네 번째는 ‘도시재생뉴딜’로 쇠퇴한 도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5년간 500곳에 50조 원의 재정사업을 투자하는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거버넌스’로 다양한 이해를 갖는 시민들의 협력을 통해 합리적으로 도시를 경영하는 정책으로, 시대 변화에 대응해 반드시 준비할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이와 같은 포용도시 도시정책에 전문가로서 조경인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시민욕구 파악 및 아카데미 구축 ▲관련 전문가들과 컬레버레이션 및 파트너십 구축 ▲프로그램 개발과 커뮤니티 디자이너 역할 ▲특화공간 제안과 모형 개발 ▲협동조합·사회적경제 등 스타트업 창업 등의 다양한 역할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 뉴욕의 ‘하이라인’, 서울의 ‘서울로7017’ 사례와 같이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공 조경 사례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참여하는 전문가로서의 열정과 지혜가 필요하다. 이재준 / 스마트 포용도시포럼 상임대표
    • 이재준 스마트 포용도시포럼 상임대표
    • 2020-08-25
  •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원의 가치와 역할이 재발견되고 있다. 공원은 19세기 인구 과밀에 따른 위생, 여가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됐는데, 개발논리에 밀려 도시 인프라로서 우선순위가 밀려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되면서 국내외 여러 매체들을 통해 공원의 가치가 재조명됐다. 코로나 이후의 도시를 주제로 다양한 온라인 세미나가 진행되면서 도시 공간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도시 공간구조 개편과 관련해 다양한 전략이 제시되는 가운데, 생태백신으로서 공원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 공원은 신체와 정신 건강을 치유해주는 도시 내 유일한 공간이 된다. 집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어주던 공원마저 폐쇄되면 우울감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공원은 전염병 전파력을 저감하는 완충공간으로서 역할을 한다. 공원을 통해 도시 정화 기능이 올라가고 생태계서비스가 증가하면 전염병 발생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선형공원이 전염병 전파력을 저감하는 공간구조로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공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 공원을 만드는 조경가들은 공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떻게 이용하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감염된 도시에서 새로운 공원사용법이 하나씩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면서. “공간과 시간에 머물기” 김연금(50세) 조경작업소 울 소장 5월 긴 연휴가 있기 전, 약수동 동네 친구와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다 연휴의 하루 동네 공원인 매봉산에서 점심 먹자는 약속을 잡았다. 코로나19가 아니면 여행 약속을 잡았을 게다.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책 한권을 준비했고, 동네 친구는 자신만의 아지트로 나를 안내했다. 샌드위치를 먹고, 책을 읽고, 주변을 거닐고, 수다를 떨고, 친구의 친구를 만나 또 수다를 떨며, 그곳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머무는 동안 바람의 결, 햇살의 방향, 새 소리가 변화하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공간의 작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할 수 있는 것과 감탄할 게 많아 지루하지 않았다. 긴 시간이 공간의 깊이를 더해주고 확장시켜 준 셈이다. 올 봄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멋진 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던 여행의 관성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장보기 어려울 때 냉장고를 파먹듯 동네를, 동네에 있는 공원을 파먹었을 수밖에 없었고 예상치 못한 공원 이용 레시피를 발견했다. 레시피의 주 재료는 ‘시간’이었다. 여러 공간을 이동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서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찾았다. 공간과 시간에 머물며 깊이를 갖기, 그게 어떠한 깊이이건 간에.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공원을 대하는 태도이지 않을까 싶다. “자연과 똑같이 대하기” 김지환(37세) 조경작업장 라디오 소장 공원은 인간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공유된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공원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은 우리가 자연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공원은 착하지만, 자연은 늘 착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자연은 가끔 무섭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자연보다는 착하다고 할 수 있는 공원을 아껴야 한다. 공원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은 자연을 아끼는 실천방안과 같다. 꽃과 나무 꺾지 않기, 쓰레기 버리지 않기, 담배꽁초 버리지 않기, 눈살 찌푸리는 행동하지 않기, 반려동물 관리 잘 하기, 술 마시지 않기, 노상방뇨 금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분리수거 잘 하기, 물 아껴 쓰기. “복합용도로 사용하기” 김호윤(42세) 조경설계 호원 대표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함께하는 공원은 이전의 공원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서울과 같은 인구 1000만 이상의 메가시티에 존재하는 공원은 코로나 시대 이전과 이후를 구분하기 어렵다. 도시가 가지는 공원이라는 땅에 대한 개발욕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며, 그 양상이 좀 더 세분화되며 집약적으로 변화할 뿐이다. 공간, 땅에 대한 개발욕구는 지속될 것이다.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공원을 공원 하나만의 단일기능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그 기준이 애매하다. 설계가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도시의 모든 대지는 2가지 이상의 복합용도지구로서 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지상과 지하를 구분해 용도를 한정짓기에는 어려울 수 있으나, 그 기준과 용도에서 공원의 기능이 단순히 바이러스를 피해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한 환기가 잘되는 외부환경으로서 이용되는 것은 이용자가 찾아낸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기존의 건축물과 구조체 위주의 도시 프레임에 녹지를 인입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면, 반대의 시각으로 공원에 자연공원의 구조와 순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며 지하와 지상을 함께 복합개발 한다면, 지금까지 도시공원이 가지는 몇 가지 기능에 무수히 많은 파생기능과 경관이 발생될 수 있을 듯하다. 공원이 중심문화지구가 되면, 이로 인한 도시구조의 여파는 상당하지 않을까? “집중과 이완 오가는 ‘일상의 문’ 드나들기” 박경탁(42세)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서울에 소재한 공원은 무려 1400개소가 넘는다. 이 공원들의 반의반에 반도 가보질 못했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공원들 중 어떤 곳을 가면 좋을지 고민이 되는 사람들에게 알려줄만한 뻔하고 당연한, 하지만 확실히 도움 될 만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온라인 아이쇼핑을 하듯이 자신이 거주한 지역에 있는 공원에서 예정중인 공원 행사나 프로그램, 이벤트 등을 살피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원들은 불완전한 상태로 세상에 나와서 동시대의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에 의해 채워지고 진화해 나간다. 그렇게 살아서 움직이고 변화하는 공간을 사용할 때는 그 공간에 대한 최신의 정보를 미리 잘 살펴볼수록 잘 사용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미 그러한 정보들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둘째, 온라인 아이쇼핑을 해도 막상 어떤 공원을 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된다면 대형 공원을 우선 찾아보길 권한다. 대형공원에는 그 크기만큼 중소형 공원에 비해 많은 운영·관리 예산이 배정되고 그만큼 많은 볼거리가 있다. 서울의 경우 서울숲, 월드컵공원, 중랑캠핑숲, 북서울꿈의숲, 서서울호수공원, 어린이대공원 등 많은 대형공원이 있다. 그중 주도적인 시민·민간 참여를 위해 구성된 서울숲 컨서번시가 운영하는 서울숲은 특히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서울의 대표 대형공원 중 하나다. 셋째, 좀 더 풍성한 녹음을 원한다면 대형공원 중에서도 조성된 지 15년 이상 된 오래된 공원을 찾아보라. 공원의 큰 나무와 성숙한 숲은 그 나이만큼 우리들의 일상을 깊이 치유해준다. 넷째, 좀 더 다양한 콘텐츠나 기획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면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들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 “서울을 대표하는 잘 생긴 명소, 잘 생겼다 서울”을 검색하면 문화비축기지나 서소문역사공원 등 지난 5년간 서울 곳곳에 문을 연 새로운 명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다섯째, 요즘처럼 햇볕이 뜨거운 여름이면 한낮보다는 오후 늦게 공원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데, 해질녘 노을은 한강의 공원들에서 가장 멋진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한강과 인접한 어느 공원에서나 한강의 스케일이 주는 개방감과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도 노들섬의 서측 잔디마당에서 한강철교의 모습과 함께 바라보는 여의도의 노을 풍경이 한강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4월에서 10월 사이라면, 노을을 본 후 여의도한강공원이나 반포한강공원에 있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을 가보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공원을 사용하는 행위는 도시 안에서의 우리 삶을 더 도시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때론 도시적 삶에서 우리를 분리시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명하게 공원을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 삶의 집중과 이완을 오가는 ‘일상의 문’을 현명하게 드나드는 행위일 것이다. “도시 내 생태계 연결고리 강화하기” 신준호(39세) 더가든 부장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자 야생동물들이 도심 내 서식지로 돌아오거나 대기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뉴스가 종종 들린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를 ‘자연의 역습’으로 규정하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팬데믹을 환경변화의 방법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의 도시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도시 안에 보다 다양한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생태적인 공간들을 늘려나가야 한다. 특히 소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과 같은 생활권공원들은 인간만을 위한 시설의 비중을 줄이고 다양한 생물들의 활동들을 담아낼 수 있는 서식처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관찰하며 편안히 사색하고 휴식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가로녹지 또한 녹음 제공을 위한 가로수 식재나 치장을 위한 화단 조성과 같은 단순 기능 위주의 공간에서 벗어나 도시 내 생태계의 연결고리로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생태적으로 조성된 공간들은 제초나 전정 등의 유지관리를 위해 한 번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용자뿐만 아니라 관리자들의 안전까지 고려한 공간이 될 수 있다. “혼공원족 되기” 이형석(44세) 본시구도 소장 코로나19의 피난처로서 공원의 역할에 대해선 고민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전국 각종 야외축제들이 취소되고 있다. 의료전문가에 의하면, 조깅 등의 운동 시에 기존 1m에서 3~4m까지 늘어나는 비말 전파 거리를 감안해 최소 4m 이상 거리 두기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고뇌가 보인다. 전파경로에 대한 아직 명확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조경가가 공원을 적극적으로 누리라고 말을 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실내보단 야외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활동한다면 상식선에서 조금 낫지 않겠나 하는 전망을 할 수 있다. 공원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많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기에 감염된 도시에서 공원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시공간적으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기,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두기, 소독된 공원시설 이용하기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조용한 공원에서 가급적 홀로 즐기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이른 새벽 한적한 산책로의 조깅이나 자전거타기, 야외운동기구 등을 활용한 체육활동 등이 있을 수 있겠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밥, 혼술, 혼행 등 1인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공원은 혼공원족(?)이 유행하지 않을까 싶다. 공원에서 홀로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기가 지금 이 시기에서 제일 필요하다. 홀로 즐기되 마음은 따뜻하게 공원을 거니는 사람에게 따뜻한 눈웃음으로 소통해보자. 혼자 뭔가를 즐기는 것이 어색한 사람에겐 여간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어서 빨리 혼자하든 함께하든 모두가 함께 즐기던 공원으로 되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다기능의 작은 방으로 쪼개기” 정성희(32세) 식물공방 대표 공원을 구성하는 물리적, 기능적 요소들은 대부분 ‘공유되어 사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동선에서부터 휴식, 운동, 놀이를 위한 공간들, 공중화장실, 편의시설 등의 기능은 공간에 할당되고, 그 공간들이 모여 하나의 공원 공간이 완성된다. 즉 같은 기능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공간 공유는 필연적이다. 감염된 도시에서의 공원 사용을 위해 중요한 것은 세 가지로 보인다. 동시에 공유되는 공간의 최소화, 거리 두기가 가능한 개인 공간의 확보, 동선 분리와 동선에서의 거리감 확보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요소들을 우선시해서 공원의 공간을 구성하면 어떤 모습일까? 공유되는 공원의 넓은 공간(single large space)에서 벗어나 감염된 도시에서의 개인적 공간(Several small space)이 확보되는 공원에 대해 가볍게 상상해 보았다. 현재의 공원은 하나의 넓은 공간이 동시에 공유되고 있다. 그 공간을 여러 개로 작게 쪼개 공유되는 공간을 최소로 하고 개인, 혹은 한 팀이 돌아가며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이다. 브루클린의 도미노공원에서 한정된 원형띠 안에서 각자의 공간을 향유하듯 개인, 또는 한 팀이 머무르는 공간, 그 주변의 버퍼존, 그리고 동선으로 구성되며 1평 남짓한 ‘방’ 공간에서는 휴식, 피크닉, 장기두기, 운동 등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방을 둘러싼 버퍼존은 1.5m 남짓한 폭으로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스케이트 타기, 러닝 등 활동적인 기능을 수용할 수 있다. 공유를 전제로 만들어진 큰 공간이 소수를 위한 다기능의 작은 공간 여러 개로 분할되는 것이다. 벽과 천장은 없지만, 공원의 부분들이 마치 ‘방’ 개념으로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시간차로, 거리두고, 개인소품 사용하기” 조용준(41세)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공원은 어떻게 변할까? 기존의 공원과 많이 다를까? 도심에서의 오픈스페이스의 중요성이 늘어나겠지만, 기존 공원의 모습과 크게 달라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뉴욕의 센트럴 파크나(Central park),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 그 외 많은 공공장소에서는 적절한 사회적 거리를 두고 사용해 왔다. 사회적 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1960년대 환경심리학에서 제시되어 공원계획에 있어 주요한 인자 중에 하나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으로 공원의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기 보다는, 현재 조성된 공원을 모두가 안전하고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는 공원 운영 및 사용의 문제이며, 시민들의 자율에 맡겨진 몇 가지 규칙일 수 있다. 이용객이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 이른 새벽, 또는 늦은 저녁에 공원을 이용해보자. 늦은 오후 이미 꽉 들어찬 공원 카페, 잔디마당 내 그늘진 자리, 놀이터와 북적거리는 공원화장실은 ‘서울의 공원이 여기 밖에 없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시간대 어느 공원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다른 시간대에 공원을 방문한다면, 같은 장소라도 다른 풍경을 경험할 수 있으며, 다른 방식으로 공원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한낮에 그늘을 피해 쉼터로 사용했던 공원은 이른 새벽 조깅과 산책코스로, 한밤의 야경 데이트 코스로 사용될 수 있다. 시간대를 달리 해 공원을 즐겨보자. 모든 사람이 거리에 대한 척도에 익숙하지는 않다. 공간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거리두기는 까다로운 이야기일지 모른다. 2m 안전거리 띠를 만들어 공원관리소에서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너와 나의 연결고리가 아닌, 너와 나의 안전거리’와 같은 힙한 문구도 한번 넣어보자. 또는 공원 홍보, 캠페인 문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재미있게 디자인 된다면, 아이들에게는 놀이와 교육의 아이템이 될 것이다. 잔디밭에 누워 키 재기, 멀리뛰기, 2m 간격으로 앉아 안전띠 돌리기, 2m 거리 맞추기, 안전띠 줄다리기 등. 공원 내 이동형 의자와 테이블을 적극적으로 보급 활용하자. 뉴욕의 브라이언트 파크는 자기가 원하는 곳에 의자와 테이블을 세팅할 수 있다. 적정한 거리를 두며 개인의 사적공간을 이용자가 직접 만든다. 그래서 이용자들의 휴식 패턴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 또한 재미있는 볼거리가 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누군가가 사용했던 공원의 철봉을 사용하기 겁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공원 내에는 철봉, 허리 돌리기 등 다양한 운동기구 외에도 아이들이 사용하는 놀이시설, 앉아서 쉴 수 있는 여러 휴게시설들이 있다. 모처럼 나온 야외에서 안전하게 즐기고 싶다면, 개인 장갑을 휴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마스크와 장갑으로 안전한 공원 패션을 만들어보자.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올해 초 돌발적으로 발생한 코로나 사태, 그 이전부터 계속된 국내 건설경기 부진 등 어찌할 수 없는 여러 문제들이 쌓였다. 당장 우리 손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을 제외하고 과연 우리 조경산업계가 미래에도 성장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조경자재나 토목자재 시장은 오로지 가격으로만 승부하는 행태가 10년 전부터 만연해 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랜 시간동안 새로운 시장 및 트렌드를 구축한 시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오직 가격을 만족시키기 위한 저급품의 자재들만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에 몸담고 있는 발주처, 설계사, 감리 등 전문가 단체들의 방임 및 무시에서 기인함이다. 이 글이 우리 조경산업계의 어두운 부분을 밝혀 반성하고, 미래지향적인 선진형 환경을 구축하는 작은 등불이 되길 바란다. 문제의 원인 문제의 원인은 시장의 변화를 법과 제도가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또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전문성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제품의 품질을 잘 모른 채 가격 정보에 의존해 물건을 구입한다. 이것은 자재 시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조경을 위해 자재를 선택할 때 사람들은 그 조경자재에 관해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제품을 취급해야하기 때문에 가격을 기준으로 삼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격이 주는 정보 외에 품질에 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것이 인증제도다. 하지만 현재 자재시장은 KS, 환경, 신기술 등 제반 인증에 따른 기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대로 제조되지 않아서 문제가 많다. 신호등이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는 것처럼 법과 제도의 산물인 인증제도 역시 마찬가지로 자재시장 참여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은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도로에서도 빨간불이 들어서면 반드시 차량이 선다. 그렇기에 보행자가 안전하게 신호등만 믿고 도로를 건널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자재시장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들은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각국의 국가기준을 준수한다. 하지만 우리 자재 시장에서는 가격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유로 기준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들이 시장에 공급된다. 그러다보니 당장에는 선택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되고 나아가 그런 불신이 기 형성된 시장을 고사시키며 다른 자재로 대체되는 결과로 나아가게 된다. 과거의 예를 보면 콘크리트 경계석이 동파 등 품질불량으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되고 석재 경계석으로 대체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불량제품을 걸러주는 인증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이다. 선진국과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태산은 한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라도 가리지 않는다”[泰山不辭土壤(태산불사토양) 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라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있다. 이 말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으니 무조건 다 받아들이기만 하면 크고 높아질 수 있다는 말로 자주 오용된다. 실제로는 전혀 다른 말이다. 선진국의 경우 법과 제도가 사람들이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으로 구성된다. 인증도 마찬가지여서 이것이 일단 만들어지면 선진국의 기업들은 그것을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지킨다. 그렇게 검증과정과 인증을 쌓아 올렸기에 선진국이 태산이 되고 황하가 된 것이다. 우리의 기업들은 인증제도를 통과만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인증이 아니다. 그 인증의 신뢰가 중요한 것이다. 제도를 악용하고 기준을 중시하지 않은 채 인증만 잔뜩 받아 그것을 영업으로 활용하는 지금, 소비자가 우리를 믿을 수 있는가? 믿음이 없는 시장에 과연 미래가 있는가? 높은 기준에 맞춰 멀리 봐야 현재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여론을 살펴보면 국민들은 이미 친환경자재, 기능성자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만큼 생태환경과 기능성 등에 대한 수준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자재시장의 기준과 수준도 그런 눈높이를 따라 가야하는데 가격에만 집중하다보니 기술이나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하고 눈속임과 요령만 난무하고 있다.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인증제도를 손보고 시장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 현재의 인증제도 중 일부 분야는 인증이 너무 많으니 제대로 검증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처음 인증을 통과하느냐 마느냐에 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인증을 받는 회사들도 그 점을 악용해 1회성 통과에만 목을 매고 통과한 뒤에는 이전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187개의 법정인증제도와 민간인증제도가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좀처럼 선진화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중심이 돼 불필요하고 중복된 인증은 없애고 꼭 필요한 인증은 계속해서 검증을 받는 쪽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ISO인증이 왜 표준의 대명사가 되었는가. 1회성 표준이 아니라 계속해서 검증하고 재인증하고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살아있는 시장의 인증이 된 것이고 작동하는 신호등이 되는 것이다. 조경산업 관련 인증제도도 높은 기준으로 1회성 통과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지속될 수 있는 인증제도를 중점으로 시장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비록 유한한 삶일지라도 무한한 세상에 보다 특별한 가치를 남기길 바란다. 그런 무한한 가치를 기업도 꿈꾸고 국가도 꿈꾸고 심지어는 하루살이도 그런 꿈을 꾼다. 비록 나라는 한 사람은 죽을지 몰라도 그 뜻을 이어 세상을 보다 가치있게 할 사람이 계속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경산업계도 앞서 그런 꿈을 꾼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이런 가치와 기술이 축적돼 시장이 형성돼왔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조경산업계는 앞으로도 축적이 지속돼 시장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인가? 조경산업계도 품질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선택받을 수 있고 미래가 있을 수 있다. 한용택 / 이노블록 대표이사
  • 나는 맛은 잘 본다. 말 그대로 싱거운지 조미료가 많은지 비린지 텁텁한지 시큼한지 누릿한지를 들어간 재료와 함께 곧잘 알아맞힌다. 평생 차려진 밥상을 먹어온 탓인데 이쯤 되면 온갖 비난이 쏟아져도 도리가 없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도전정신을 발휘해 몇 가지 차려 먹는다. 하지만 말 그대로인 도전은 쟁취하기 쉽지 않다. 어설픈 손놀림으로 벌여진 것들(?)을 버리기 아까워 꾸역꾸역 삼키게 된다. 누군가의 말대로 입이 아니라 받아먹는 ‘주둥이’다. 혼자 있을 때 만만한 것이 인스턴트식품이라 이것저것 해봐도 역시 라면만한 것이 없다. 대파가 약간 있으면 좋고 계란은 더욱 좋다. 물은 눈대중으로 조절하는데 너무 적다고 판단되는 정도가 적당하다. 자박하게 밥을 말아 먹을 생각이다. 인스턴트는 짜고 단맛이 좀 과해야 맛있다. 특히 배고플 때는. 그 이후의 과정은 모두 적당하게 하면 된다. 적당히 끓었을 때 스프와 면을 넣고 적당히 보글거리다가 면 색이 밀가루 빛을 살짝 잃었을 때 불을 끄고 먹으면 된다. 덜어서 먹든지 냄비채로 먹던지 상관없다. 야외에서 일을 보다가 출출하면 생각나는 것이 라면이다. 입맛은 없는데 끼니를 위한 의무감이 들었을 때 라면과 밥 한 공기는 아주 적절하다. 다만 늘 분식집 라면은 왜 내가 끓인 것과 다른 맛이 나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었다. 재료가 다른 것일까. 아니면 불 맛이 다른 것일까. 아니면 분식집 인테리어가 달라서 그럴까. 비밀의 열쇠는 끝내 얻지 못했다. 사람 손으로 비슷한 용기에 같은 재료를 넣은 라면의 맛이 왜 다른가 말이다. 미스터리다. “사진은 별것 없잖아요. 그냥 누르면 되니” 별안간 들은 이 말에 엉뚱하게도 라면이 생각났다. 말 그대로 조리예시 대로 끓이면 되는 라면처럼 정해진 대로 누르면 찍히는 사진 아니냐는 소리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음식은 한 번도 맛본 적 없이 한평생 라면만 먹어온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답답함은 반박의 의지를 지워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가 가리키는 대로 찍기도 하고 터치 몇 번으로 변하는 컬러에 질감에 감탄하기도 하고 확대 했다가 드넓게 파노라마로 찍기도 한다. 그것은 분명 자신의 사진이다. ‘내’가 찍은 사진이니까. 그러니 본인이 끓인 라면이 가장 맛있다고 하면 대놓고 할 말이 없다. “제가 가본 분식집 라면은 드셔보셨어요?” 라고 되묻고 싶지만 속으로 삼킬 뿐이다. 분명 -내가 느꼈던 분식집 라면처럼- 프로 사진가는 사진의 다른 맛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의 몫일지도 모른다. 입맛에 맞도록 조리예시 대로 찍을 수도 있고 자극적인 맛으로 승부할 수도 있다. 맛있는 요리는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처럼 숨은 이야기가 있다. 사진도 한 장에 이야기가 존재해야 한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 한 장에서 사람들은 공감하고 감동하고 소통한다. 때로는 정성들인 사진일지라도 보는 이에게 별것 아닐 수도 있다. 음식점의 음식을 평가할 때 냄비며 각종 조리도구는 무엇을 썼는지 가게 인테리어는 어떤 재료와 테마를 적용했는지로 평가할 수도 있고 플레이팅으로 혹은 주방장의 생김새로 평가할 수도 있다. 다만 “입에 들어가는게 다 똑같지 뭐”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설득의 여지가 없다. 조경사진 촬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식물의 생김은 어떠한지 설계 시공자의 생각은 어땠는지, 시설물의 생김은 어떤지, 빛의 방향은 어떤지, 바닥의 패턴은 어떤지, 그리고 촬영해야 하는 포인트는 어떤지 등 무수히 많은 판단과정을 거쳐서 그저 ‘누르는’ 것이다. 음식재료를 고르듯 카메라의 기종을 선택하고 탁월한 맛을 내기 위해 렌즈를 선택하고 나아가 필터를 덧댄다. 그리고는 끓여내듯이 셔터스피드와 조리개를 정성스럽게 조절하다보면 음식이 익어가듯 셔터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단지 누른다고 끝나지 않는다. 플레이팅을 하듯이 암실작업으로 하나하나 골라 밝혀내고 지워내고 컬러를 덧대어야 완성으로 나아간다. 얼마나 큰 크기의 접시에 담을지 고민 하듯이 내어 걸을 곳을 감안해서 출력한다. 오직 사진을 맛보고 음미할 누군가를 위한 한 장의 사진을 위한 과정이다. 손님을 모시듯 모든 과정에서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쉬운 음식은 라면이라는 등식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누구나 끓일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끓이느냐 어디에서 끓이느냐 무엇으로 끓이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그러나 오해하지 마시라. 사진가는 라면이 아니라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다. 유청오 / 조경사진가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대학에서는 매년 겨울 어김없이 신입생 면접시험이 치러진다. 초보 교수는 약 10분의 면접에 차출되어 간다. 얼마 전 면접자였던 초보 교수는 면접원이 되어 면접장으로 들어선다. 서류를 살펴보던 중 교복 차림의 학생이 들어온다. 무릎 위 가지런히 올린 떨리는 손을 바라보며, 동병상련의 유대감을 느낀 초보 교수는 ‘가벼운’ 질문을 던진다. “조경학과는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어요?” 예상했던 질문에 밝아진 얼굴의 학생은 준비해온 ‘정답’을 말하고, 초보 교수는 곧 혼란에 빠진다. 내가 알고 있는 조경과 그들의 조경, 내가 배워온 조경과 그들이 배우고 싶은 조경, 내가 바라는 조경과 그들이 바라는 조경이 너무나 다르기에. 반나절 그들과 어울리다 착잡한 마음을 달래려 즐겨찾기에 갈무리된 웹페이지에서 ‘조경’을 검색한다. 모니터 위로 조경나라 언어의 향연이 펼쳐진다.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설계·조성·관리하는 문화적 행위’라는 조경에 반나절 잠시 ‘비전문가’의 마음이 되어봤던 초보 교수는 현기증을 느낀다. 신입생을 대하는 초보 교수만 느끼는 감정일까? 각종 심의에서 그래도 조경을 이해한다 생각했던 인접분야 전문가들의 “위원님은 조경이나 말하세요!”에 황망함을 느낀다. 그럼 조경이 뭐예요? 누구나 고급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지식을 특권화 했던 전문가의 권위가 실종되고, 추락한 전문가에게 미디어 시장은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대중이 필요로 하는 전문 지식의 참 의미를 선별하여 전달하는 ‘지식 소매상’, 어려운 지식을 일상의 언어로 지식과 대중을 잇는 ‘지식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다.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기존보다 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전달하는 전문가들이 예능형 교양 방송에 얼굴을 자주 내비치고 있다. 덕분에 얼마 전만 해도 외계어였던 뇌과학, 양자역학, 범죄심리학은 이제 다소 친근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어떤 분야보다 대중에게 많이 노출된, 친 대중적이어야 할 조경은 현재의 교양 프로그램의 콘텐츠로 소비되지 못하고 있다. 공원과 정원을 좋아하고 요구하는 대중의 목소리에 비해, 그것이 조경가의 손을 거친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 기대만큼 되지 않는다. 조경 알리기 운동이 몇 년 전부터 이어졌음에도, 아직 조경 대중화는 우리 안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유튜브에 조경을 검색하면 알고리즘은 곧 ‘극한직업! 전원주택 조경’과 ‘조경으로 월 4천만 원 버는 조경의 달인’을 추천한다. 팽수가 소개하는 ‘꿈의 조경’은 2% 아쉽고, 국내 최초 가드닝 예능을 표방한 <가드닝 프로젝트, 꽃밭에서>는 조경계의 큰 기대와 달리 6회로 종영하였다. 그렇다고 깜짝 스타, 혹은 동방의 귀인이 등장하여 조경 알리기를 이끌어주길 바라는 것도 요원하다. 인접 분야인 건축과 도시를 바라본다. 그들은 출판하면 베스트셀러, 출연하면 시청률 보장인 친 대중적 지식인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을까? 공공의 영역과 대중을 대하면서 나름의 영역확보를 위해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통해 생산된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도시공원일몰제, 도시숲법, 한국판 뉴딜 등, 시대는 조경의 영역과 역할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민 여론이 정책의 최종 잣대가 되는 대의민주주의 국가 한국에서 아직은 서툰 조경의 친 대중 행보는 아쉽기만 하다.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 속 사장님처럼, 발만 동동 구를 일은 아니다. 우리의 좋은 점, 그 문화적 행위를 대중을 향한 안목과 언어로 훈련이 된 ‘지식 소매상’ 조경가가 필요하다. 전문가의 지위에서 비전문가 대중을 일상에서 만나기는 힘들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찾아갈 수 있는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 지자체 문화원, 도서관, 박물관, 백화점 문화센터 등, ‘교양’ 강좌는 조경을 알리려, 또는 훈련을 위한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에 현재 개설된 조경 관련 교양강좌는 필자가 5학기째 강의 중인 ‘도시환경과 조경’이 유일하다. 반면 세계도시건축의이해, 영화로보는도시건축, 현대건축명작의이해, 글로벌도시와창의적리더, 커뮤니티디자인 등 인접 전문분야에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주제로 교양강좌가 개설되고 있다. 물론 타학과 학생,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에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먼저 우리 안에 당연한 것을 그들의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그렇다고 교과서로 삼을만한 조경 대중서는 찾기 힘들다. 강의 내용은 단상 앞의 학생들에게 노골적으로 전달이 되고, 그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뼈아픈 강의평이 실시간 게시된다. 그렇기에 더욱 대학 교양강의는 조경 지식 커뮤니케이터 양성의 유격훈련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약 50여 개의 4년 및 2년제 조경학과가 전국에 분포한다. 각 대학마다 조경 교양강좌가 개설되고, 매 학기 40-50명의 학생이 수강한다면, 어림잡아 매년 2,000여 명 정도의 조경 우군이 생기는 것은 덤이라 하겠다. 해를 거듭하면서 예약이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운 서울시의 ‘어린이 조경학교’와 ‘시민조경아카데미’, 전국 지자체의 ‘시민정원사’ 등 교양으로서 조경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 증명되었다. 작년 첫 번째 시즌이 종료된 젊은 조경가들이 만들어간 팟캐스트 <꽃길사이>, 조금씩 증가하는 조경 관련 유튜브 채널 등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뉴미디어에서도 교양있는 조경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모두 조경의 저변 확대는 물론, 대중과 공감대를 나누는 조경가, 조경 지식 커뮤니케이터 양성의 좋은 토양이 될 것이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소위 비인기학과의 통폐합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 중 다수의 학과가 자연소멸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조경이 소멸되지 않기 위해서, 조경이 대중에게 지지받는 전문분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경지식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조경전문가가 필요하다. 정해준 / 계명대학교 교수
  • 2020년 ‘COVID-19’의 등장은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비대면, 비접촉’의 이슈가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그 전보다 늘어난 여가 시간에 외부 공간으로 더 많이 나가게 됐다. 그러다 보니 공원, 녹지를 포함한 도시 내 공공 외부 공간에 대한 가치도 이전보다 더 크게 조명받고 있고, 동시에 베란다, 발코니, 테라스, 옥상과 같은 개인 주거 공간에서의 외부 공간에 대한 인식과 그러한 공간의 소비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특히 발코니는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코로나 전쟁을 밝고 쾌활하게 변화시키는 무대가 되고 있다. 2020년 발코니 풍경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했던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3월 9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4월 3일까지 보름간 전국에 이동 제한령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었다. 그러자 집 안에만 갇혀있던 이탈리아 시민들이 발코니로 나와 소통을 시작했다. 아파트 이웃들끼리 식사 전, 또는 아침 시간에 발코니에 서서 차례로 노래하거나 프라이팬과 같은 식기를 두드리고 함성을 지르는 등의 플래시 몹을 통해 서로를 격려했다. 이러한 모습은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 세계로 퍼졌고, 한국에서도 곳곳에서 지역주민들의 주도하에 ‘발코니 음악회’가 열렸다. 이러한 유행을 반영하듯 지난 6월 20일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에서는 버스킹 멤버들이 베란다 버스킹에 도전하는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다. 발코니는 이 외에도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여러 가지 새로운 도시풍경들의 주 무대가 되고 있다. 독일, 브라질,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나라들에서는 거의 모든 영화관이 문을 닫은 가운데, 공동주택 앞 오픈스페이스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하고 발코니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발코니 영화관‘이 등장했고, 이동통제령이 내려진 미국 스페인, 이스라엘, 레바논 등에선 밀폐된 실내 결혼식장이 아닌 발코니, 옥상 등에서 진행하는 ‘발코니 결혼식’이 각광받고 있다. 마르코 로시라는 밀라노의 한 엔지니어는 발코니에서 탱고를 추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려 유명해지기도 했다. 바야흐로 발코니 풍경이 새롭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서 우리의 삶 속으로 귀환한 것이다. 한국에서의 발코니 한국에서는 1960년대에 처음 발코니가 선보였고,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초기의 발코니는 실내가 아니라 건물의 돌출된 야외 공간이었는데, 단열공사도 발코니 안쪽 벽을 기준으로 이뤄져서 발코니와 외부를 경계짓는 외벽에는 단열공사가 안 돼 있었다. 하지만 단독부터 아파트까지 섀시를 씌워서 실내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공동주택이라는 주거공간에서 유일한 외부 공간이었던 발코니는 실내로 편입됐고, 빨래를 널거나 삼겹살을 굽고 너저분한 잡동사니를 감추는 보조 공간으로 사용됐다. 아파트가 생기기 전 한옥이나 양옥에서 생활할 때 이용됐던 마당이나 뒤뜰, 부뚜막, 창고 등의 역할이 발코니로 옮겨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베란다라고 부르는 공간이 사실은 이 발코니인데 베란다와 발코니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발코니는 ‘거실을 연장하기 위해 밖으로 돌출시켜 만든 공간’을 말한다. 일반 아파트나 빌라의 거실에 붙어 있는 공간은 모두 발코니인 것이다. 반면 베란다는 아래층과 위층의 면적 차이로 생긴 공간을 뜻한다. 위층 면적이 아래층보다 작으면 아래층의 지붕 위가 위층의 베란다가 되는 셈이다.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는 흔히 베란다를 볼 수 있지만 일반 아파트는 계단형으로 설계되지 않는 이상 베란다 공간을 만들 수 없다. 우리가 가끔 발코니나 베란다와 혼동해서 사용하는 단어인 테라스는 또 다른 공간이다. 테라스는 실내 바닥 높이보다 20cm 가량 낮은 곳에 전용정원 형태로 만든 공간으로, 지붕이 없이 일반 땅 위에 조성해야 한다. 발코니의 귀환 바깥을 내려다보는 삶의 여유를 표방하며 현대화된 서구식 생활양식이자 외부 공간의 한 형태로 아파트에 처음 도입됐던 발코니는 한때 건축물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이자 창고의 개념으로 사용됐다가 발코니 확장을 하는 세대가 많아지면서 근래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하지만 발코니를 거실로 활용하면 생활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단열에 취약할 수 있고 주거공간에 적용이 가능한 다양한 외부 공간 프로그램들을 도입할 기회가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발코니 확장 대신에 폴딩도어를 설치해 발코니를 다른 공간으로 활용하는 집들도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발코니 쪽의 뷰가 좋은 경우에는 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티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고 화분이나 기타 악세사리 등의 소품을 두어 홈카페를 만들기도 하고, 하얗게 칠한 발코니 벽에 투사할 빔 프로젝트를 설치하고 푹신한 빈백(bean bag)을 두어 저녁 시간에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홈 시네마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발코니 쪽의 뷰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좋지 않은 뷰를 가리면서 동시에 식물을 가꾸고 감상할 수 있는 발코니 정원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발코니 캠핑장, 발코니 텃밭 등 발코니를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좀 더 나은 삶의 질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발코니가 –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고, 자연광을 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실내 공간과 연결돼 있는 – 주거공간 내에서의 유일한 준외부 공간(semi-outdoor space)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일상 속에서 발코니가 소통의 무대로 등장하며 재조명받게 된 것도 발코니가 가진 이러한 태생적 구조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진행형인 발코니의 귀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 공간 내에서의 외부 공간에 대한 인식과 그러한 공간의 소비방식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나아가 앞으로 변화할 주거 및 도시공간구조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Y씨의 1제곱미터 발코니 정원 이야기 성수동에 살고 있는 Y씨의 1제곱미터 발코니 정원은 발코니 공간의 개인적 활용을 넘어 이웃과 동네에 기분 좋은 변화를 가져다 준 의미 있는 사례이다. Y씨가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6층의 발코니 밖으로 보이는 동네의 모습은 다세대 주택 옥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삭막한 모습이었고 Y씨는 남편과 함께 발코니에 정원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폭 0.4m 길이 2.5m 인 넓이 1제곱미터 발코니 공간은 작지만 오히려 풍성한 정원을 만들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상대적으로 키가 큰 꽃사과, 블루베리, 남천 등이 시각적 프레임을 만들고 그 아래로 만병초, 모란, 수국, 치자 등의 꽃나무와 억새, 부처꽃, 기린초, 돌단풍, 무스카리 등의 지피 초화가 다층의 정원 모습을 만들어 냈고, 동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 작은 발코니 정원을 올려다보는 일이 잦아졌다. 어느 날 아침, 한 참새 가족이 이 정원을 방문하면서 1제곱미터 발코니 정원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Y씨는 참새들을 위한 먹이와 간식 그리고 새집을 정성스레 마련했고, 블루베리가 열매를 맺으면서 참새 외에도 박새, 맷비둘기, 직박구리 등 더 많은 새들이 몰려들었다. Y씨는 새들 중에서도 특히 참새가족을 사랑했다. 새벽부터 찾아와 해가 질 때까지 놀다 가는 참새들을 위해 음악을 틀어주고 물을 마실 수 있게 태양열 분수를 준비했다. 하지만 참새가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위험도 찾아왔다. 몰려있는 참새들을 발견하고 맹금류인 황조롱이가 사냥을 한 것이다. Y씨는 참새들을 위해 정원의 식재 구조를 바꾸었다. 발코니의 난간 살 사이로 참새들은 들어올 수 있게 하되 덩치가 큰 황조롱이나 다른 맹금류들이 하늘에서 바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키 작은 백송으로 가시보호막을 만들고 참새들이 숨기 좋도록 밀도가 높은 상록성 식물들을 추가했다. 그 이후 또 다시 사냥을 하러온 황조롱이가 정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발코니 끝에 앉아서 거실에 있던 Y씨를 향해 한참을 노려보다 갔었던 일을 Y씨는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1제곱미터 남짓한 발코니 정원은 Y씨의 정성과 함께 어느새 그야말로 참새들을 위한 테마파크로 변신했다. 동네에는 새소리가 울려 퍼졌고 언제가부터는 삭막해 보였던 다세대 주택 옥상과 골목길에 하나 둘 정원과 화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1제곱미터의 작은 발코니 정원이 새들을 불러오고, 동네의 모습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새들은 동네 곳곳에 만들어진 정원들을 오가며 즐거워했고, 사람들도 그렇게 변화하고 있는 동네의 모습을 반가워하며 정원관리를 위해 옥상을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졌다. 작은 발코니 공간이 변화시킨 것은 눈에 보이는 동네의 모습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박경탁 /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 낯선 클라이언트와 마주한 낯선 공간에 공명하는 소리가 있다. “이곳은 이렇습니다. 아시겠죠? 잘 부탁드립니다.” 낯선 소리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원망하고 있지만 때는 늦었다. 돌아선 발걸음이 심란함에 타박이다 울렁인다.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정 수준의 정보만으로 낯선 공간을 마주할 때, 제아무리 수많은 곳을 찍어온 사진가라고 해도 선뜻 셔터가 눌러지지 않는다. 이것은 흡사 관상쟁이와 마주한 어떤 이가 자신의 인생을 단번에 맞출 심산으로 기대를 갖는 것과 같다. 하지만 마주한 낯설음은 단박에 익숙함으로 변하지 않는다. 응답해야 한다. 이번에는 이처럼 맞닥뜨린 공간과 공감하기 위해 거치는 일들에 관해 말해보려 한다. 세상에 같은 공간은 없다. 공간이 장소로 바뀌기 위해서는 주어진 정보로 만들어 내는 머릿속 상상의 나래와 그 뒤에 펼쳐지는 공명에 응답해야 한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처음 만남에서 익숙함으로 변하기 위해 각자 하는 처세와 비슷하다. 다만 공간은 누군가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 나만의 혹은 누군가의 환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한참을 그리고 나서 셔터를 누르는 일이 장소를 촬영하는 일이다. 늘 다른 것을 마주한다는 것은 비슷한 방식은 있어도 같은 곳은 없다는 내면의 응답을 끌어내야 하는 압박이다. 이것이 사진촬영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정한 형태로서 대상이 아닌 무작위 형태의 군집을 찍어야 하는 조경사진은 공간을 잘게 쪼개는 작업에서 시작한다. 다른 형태와 질감을 구분하기 전에 큰 덩어리로 구분하는 것이다. 크게는 클라이언트에게 받은 자료 조사를 통해서 공간을 분류하고 등위를 매겨 순위를 정한다. 그것은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닌 촬영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평면도와 그래픽 자료 그리고 텍스트를 통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면서 공간을 입체적으로 상상해 낸다. 그런 다음 또 다시 공간을 잘게 쪼개어 둔다. 이것은 흡사 다면체를 무한히 얇게 편을 내는 일과 같다. 다만 기준점을 정해야 현장에서 헷갈리지 않는데, 골격이 되는 거대한 수목이나 길 혹은 건축적인 요소들이 적당하다. 공간을 쪼개어 놓고 머릿속에 어디에 서있을지-촬영해야 하므로 위치가 필요하다- 정했다면 그곳에서 보이는 장면을 상상한다. 예를 들면 와이드렌즈로 파노라믹으로 펼쳐져야 할지 망원렌즈로 압축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인데 이것은 도구에 대한 고민이다. 하루라는 시간에서 공간에 비치는 일조방향은 촬영자를 기다리지 않기에 시간에 따른 변화도 고려대상이다. 아시겠지만 조경사진은 대부분 야외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시간대와 대상 그리고 도구에 대한 설정을 하고 가상 촬영을 진행해 보는 것이다. 도면은 중요한 요소다. 설계자가 모든 것을 기록해 놓은 언어이기에 대화하듯 뜯어본다. 도면이 머릿속에 익숙해지면 입체적으로 환기한다. 기존에 촬영했던 경험에 대입해 보기도 하고 새롭게 시도해 볼 구도나 기법을 상상해 본다. 여기까지 왔다면 촬영 전 스터디는 마무리 된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다른 사람이 촬영한 것, 홈페이지 자료 등 대상에 대한 인터넷 자료를 충분히 참고하시라고 권해드린다. 다만 현장 촬영 전 타인이 촬영한 것에 대한 섣부른 비평은 권하지 않는 편인데, 선입견으로 본인의 사진을 망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으로 일단락한 공간의 모습은 현장에서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 자료와 전혀 다른 경우도 있고 컬러가 다르든지 수목이나 초화가 도면과 다르고 날씨가 상상한 것과 다르게 맞지 않거나 정한 위치에서 촬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서 작업하던 작가가 즉흥적으로 더 나은 대안을 위해 자료와 전혀 다르게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자료로서 현장은 시그니처가 될 장면 위주로 머릿속에 구성하고 정해 놓는다. 넓은 것을 더 넓게, 좁은 것을 작게 찍는 일로 좁은 곳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말라는 곳을 들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공간은 촬영을 위한 세트장이 아니기에 촬영자의 위치는 현장에서 수정 보완이 필요한 순간이 잦다. 이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자 하는 것은 ‘선입견을 벗어나’ 촬영하는 것이다. 직선의 공간을 곡선으로 만들고 곡선을 직선으로 만드는 혹은 밝은 곳을 대비가 명확한 곳으로 만드는 등 사진으로 가능한 다양한 방향을 구상해 보는 것이다. 이때 역시 필요한 것이 공간에 대한 인식, 공간감이다. 카메라(자신)가 어디에 있고 대상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뻔한 사진이 나올 수 있다. 뻔한 사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위치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스스로를 수없이 달래주는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낯모르던 사람과 친해져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누군가의 SNS를 수없이 뚫어져라 본다 한들 우리는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안다고 한들 그것은 어쩌면 선입견에 가까운 어떤 가상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마주하고 표정과 행동 말투를 보며 대상을 차츰 알아가듯이 공간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느껴야 공감이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 촬영은 어쩌면 일방적인 행위라 여겨지기도 한다. 들이대고 누르면 찍힌다. 하지만 미리 조사하고 상상해서 현장에 나가 대입해보고 다시 상상하면서 공간과 대면해 본다면 껍질만이 아닌 내용이 보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촬영은 흡사 대화의 과정 같다. 조경사진은 많은 생물이 존재하기에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픽쳐레스크(picturesque) 사진이어도 좋고 합성을 해도 좋다. 다만 공간의 의도를 파악하고 나서야 가능하다. 배려와 인내로 대상에게 무엇이건 시도해 보는 것이 모든 공감의 시작이 아닐까. 유청오 / 조경사진가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최근 코로나19가 전 지구를 뒤흔들어 세계 각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사회활동이 정지되면서 경제가 추락하고,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람 간의 대면 접촉이 제한돼 학교는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더구나 이러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와 같이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에도 일부 긍정적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직접 대면 접촉은 줄어들었으나, 간접 비대면 접촉이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전국적, 국제적 네트워킹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봉사단체에서는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발대식에 매년 50% 정도의 참석율을 보였는데 온라인으로 진행된 금년도 2020년 발대식은 초유의 98%를 기록했다. 전국 대학에 퍼져있는 대학생봉사단원들이 동시에 한자리로 모이는 것은 이동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단지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참석이 가능하게 되니 거의 전원이 참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한 예를 들면 제사, 생일 등의 가족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니 전국에 퍼져있는 사촌 등 친척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들까지 참석하게 돼 전국적, 세계적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요즘 하버드대학의 행복연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젊은 사람들의 삶의 목표는 ‘부와 명예’라고 조사된 바 있으나, 724명에 대해 75년에 걸친 추적조사 결과 내린 진정한 행복의 조건에 대한 결론은 ‘좋은 관계’가 좋은 삶을 만든다는 것이다. 사회적 연결, 즉 가족과, 친구와, 공동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데 첫째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은 독불장군으로 살 수 없으며, 주위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서 행복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좋은 관계’란 단지 사람 간의 관계에 한정된 것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람 간의 관계만 좋아서는 반쪽의 행복일 수 있다. 즉 인간은 땅 위에 발을 딛고 햇빛을 받으며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자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예로 우리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할 때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는데, 만약 기름진 땅과 따뜻한 햇빛이 없다면, 즉 땅과 자연이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면 좋은 식재료를 얻을 수 없고, 따라서 식사의 즐거움은 물론 건강도 지키기 어렵게 된다.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사람간의 ‘좋은 관계’뿐 아니라 자연과의 ‘좋은 관계’, 건강한 관계가 뒷받침돼야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땅과 햇빛뿐 아니라 물과 공기 등 자연과의 좋은 관계가 바탕이 돼야 인간 생존이 가능해지고 그 후에야 행복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자연을 인간에 종속된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도 자연의 한 구성요소에 지나지 않음을 인정하고, 자연을 포용하는 겸손한 자세로 사고 및 일상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자연을 포용한다는 의미는 자연의 자정능력을 넘지 않도록 과도한 쓰레기 및 오수 배출을 줄이는 소비활동, 난개발로 땅과 녹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저영향(LID) 친환경 개발 등을 의미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을 괴롭히려고 호흡기관을 감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기 위해서, 원래 숙주인 박쥐를 인간이 먹어 없애 살 곳이 없어져 인간에게 옮겨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이 무차별적으로 자연의 동식물을 해치게 되면 결국은 인간 자신에게 그 피해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인간 중심적이고 이기적 생산 소비의 산물인 비위생적 가축사육장, 쓰레기 대란, 과도한 탄소배출 등 갈수록 악화되는 지구환경으로 인한 피해는 전염병 팬데믹, 이상기후, 사막화 및 황사, 대형 산불 등으로 결국 인간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으나, 그중에서도 그동안 각종 개발로 훼손된 자연녹지를 복구하고, 인공화된 도시를 녹화해 도시 내에 자연을 최대한 도입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좋은 관계’ ‘평등한 관계’를 회복하고, 각종 재난에 대비한 대피 및 치유 녹지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이 없는 ‘포용적 인간사회’,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동등한 존재 가치를 갖는 ‘포용적 지구환경’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고 있다. 임승빈 /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 조경은 아무리 잘 그린 도면이라도 시공을 통해 구현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된다. 공사로 공간이 완성되어야만 그 효과가 발휘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를 향유하게 된다. 그러한 조경시공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시공비는 조경식재공사만 예로 들어 보면 금액은 대체로 ▲수목이 60~65% ▲인건비가 15~20% ▲장비비가 5% 내외 ▲경비가 10~20% 정도로 구성된다. 여기서 주요항목에 해당하는 수목, 기능 인력, 장비 및 기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식재공사의 주 자재가 되는 수목의 비중은 전체 공사비의 50%가 넘는다. 그런데 조경가들은 그동안 조경수의 생산에 대하여 약간은 등한시 하지 않았나 싶다. 조경수를 키우는 조경수협회는 산림청 소속 단체로 활동하면서 산림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조경수협회가 조경분야 주요 단체와 교류하는 모습은 별로 보지 못했다. 소위 말하는 조경의 주요 6개 단체에도 속하지 못하고, 조경의 여러 단체의 총회에 초청되는 것도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조경수 생산, 수종 개발, 품질 개선 등의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조경진흥법이 통과되어 조경진흥단지의 조성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정작 조경수를 재배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예는 별로 없었다. 조경수 생산자들과의 긴밀한 유대와 소통이 조경식재공사 발전의 관건이 된다. 조경을 전공한 사람들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 특히 조경 관련 단체의 장들이 서로 교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대화가 없었으므로 물꼬를 트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진심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발전을 위하여 허심탄회하게 한발 한발 다가서야 한다. 그 다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인건비다. 조경기능공이 노쇠하여 업계에서는 큰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누구하나 이런 해결책이 있으니 시행하자는 사람이 없다. 높은 기능역량을 가진 사람들은 하나둘 은퇴하여 손끝에서 나오는 기술의 전수는 날로 사라져가고 있다. 두 사람 이상이 짝이 되어 무거운 물건을 얽어맨 몽둥이를 어깨에 지고 옮기는 걸 목도라 한다. 요즘 이처럼 무거운 물건을 목도로 옮기는 조경인은 거의 없다. 예전에 철도 침목을 나를 때 철도기능인과 조경기능인들이 누가 더 목도를 잘 하느냐 내기를 하기도 했다. 경복궁 근정전을 복원할 때 조선의 내로라하는 목도꾼 300여 명이 모여 근정전 기둥을 목도로 져다 날랐다는 이야기는 전설이 된 지 오래다. 어떤 관목이 주어지더라도 군식을 하고 나면 전정을 할 필요가 없는 군식을 하는 기능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거짓말 같다 여겨진다. 이러한 말들이 모두 까마득한 옛이야기로 와 닫는다. 일각에서는 조경기능올림픽 예선 개최 등을 통해 기능인력을 자체 조달하려 하고 있다. 조경기능인 육성 시스템을 재건하고 확충하자는 일각의 움직임은 아주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된 지금 시대에 고된 육체노동을 하려는 자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무한정으로 인건비를 많이 줄 수도 없다. 모든 선진국의 고뇌가 그러하듯 우리도 조경기능공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합법적인 정식 절차를 거쳐 조경기능인을 수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상선이나 고기잡이 어선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매년 일정량의 인원을 정식으로 들어오게 하여 인원을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별적으로 늙어가는 기능인 문제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조경업계 차원에서 힘든 일을 할 사람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큰 숙제이다. 인원이 부족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다 보니 장비의 역할이 날로 많아지고 있다. 공사비에서 장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조경에 적합한 장비 발전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디게 발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단위 토목공사에 적합한 장비는 조경공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외국의 경우에는 조금만 개선하면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는 장비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유독 무관심해 왔던 것이 현실이다. 볏짚을 감는 기계, 농업용 트랙터 등은 한국의 농업에 맞게 많은 발전을 해 왔다. 그런데 나무를 심는 기계 및 굴취기계, 수목을 다루는 기계, 조경공사가 끝난 현장에 농약을 살포하는 기계, 관수를 유효 적절히 할 수 있는 장치 등 아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수원에서 사용하는 농약 살포 기계를 사용해보니 농약의 손실이 너무 많다는 걸 경험했다. 식재공사가 1년에 4조 원 정도 금액이라면, 조경업계에서 사용하는 장비비는 2000억 원 정도 된다. 이 정도 금액이 장비업계에는 별로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조경설계에 지출되는 비용과 비슷할 정도로 조경업계에서는 큰 금액이다. 그래서 조경용 장비 개발을 위하여 조경용도에 맞는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 정도 금액이면 충분히 틈새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조경학술대회에서 장비 설명회를 갖고, 조경박람회에서는 반드시 신형장비의 전시 부스를 마련해야 한다. 장비업체가 우리와 함께 할 때 조경공사가 발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비 절약은 제도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설계에서 공사발주, 시공, 유지관리까지 기계화, 자동화 및 제도화가 되도록 해야 절약과 품질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매년 시공 후 무수히 많은 나무들이 죽어나간다. 이처럼 반복되는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면 관수를 고려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관수나 농약, 비료를 주는 것도 경비가 많이 들어가면 실행하기 힘들다. 조경수는 심으면 으레 몇 % 하자가 나는 게 아니다. 공사를 한 사람이면 왜 하자가 나는지 잘 안다. 설계에서 내역이 빠지면 이후에 보완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냥 유지관리비만 잡아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규정에 의하여 체계적으로 방법을 만들어 놓고 비숙련인이라도(관리업체의 그 누구라도) 매뉴얼에 의해 따르기만 하면 되게끔 해 놓으면 경비부분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리라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자고로 금수강산이라고 칭하면서 너무 풍광이 좋은 곳이 많아서인지 오래된 수목을 다루는 데 너무 무심하다. 개발이 정해지면 나무의 보존은 중요한 아젠다가 아니고 항상 뒤로 밀리는 것을 느낀다. 프랑스에서는 세잔이 그린 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고속도로의 노선도 바꾸었다지 않은가? 잠실아파트 단지의 아름다웠던 벚나무, 한국전력 앞에서 훌륭한 경관을 자랑하던 소나무들은 개발과 동시에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왜 우리는 유럽에서 보던 몇 백년 된 숲이 많지 않은가? 왜 우리는 훌륭한 조경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기껏 양산보가 조성한 소쇄원을 전부로 내세운다. 손대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 자연스러움이 우리의 오천년 아름다움이자 우리의 정서다? 글쎄다. 조경이란 무엇인가? 뜻 그대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경관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많은 조경인들은 이 견해에 찬성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만들지 않고 어떻게, 보존하지 않고 어떻게, 사람이 복작거리는 이 좁은 국토에서 좋은 풍광이, 환경이 보존되기를 바라겠는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조성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조경수를 생산하는 사람, 조경기능을 가지고 실현하는 사람, 장비로 조경을 만들어 가는 기술자들, 제도를 정비하는 이들이 함께 해야 한다. 그러할 때 조경이 진보하리라 생각한다. 신경준 / 장원조경 대표
  • 새벽바람에 길을 나섰다. 하늘은 파랗게 멍이 들어있었다. 몇 시간 뒤면 새빨간 상처 떠올라 지워질 흔적이지만 수족관 물처럼 온통 파랗게 물든 거리를 걸었다. 이토록 극적인 변화가 일상에 녹아있다는 평범함에 대한 감사를 하게 되는 그리고 예찬하게 되는 시간에는 낮밤의 간극에서 문득 관조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비정상적인 일상의 연속에서 정상적인 일상 혹은 보통의 생활이라는 것이 그리워질 때, 늘 그래왔던 것처럼 고요한 공기에 녹아들기 위해 자신을 깨워낸다. 그리고는 아직 돌아갈 보통의 호흡이 남아있다는 희망 섞인 감성에 젖는 사치를 느껴본다. 남색보다는 맑은_청색공기 얕은 바람 흔들림 사이로 새소리가 들린다. 비처럼 날린 벚꽃의 흔적 위에서 새들이 부지런히 오르내린다. 늘어진 꽃에 빨아먹을 것이 남아 있는지 가지 사이로 직박구리는 소리가 낭랑하다. 가지 아래 산책로 사방에는 마스크를 낀 사람들의 서성임으로 듬성듬성 채워있다. 새벽공기가 마스크를 파랗게 물들여 자못 으스스하다. 알 수 없는 공포는 이렇게 새벽의 청명함도 생각을 달리하게 만든다. 어쩌면 사람들은 저녁과 아침의 사이를 새벽으로 명명함으로써 일출의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했는지 모른다. 타오르는 여명의 빛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다는 간절함은 암흑의 순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순환의 숙명을 그 사이에 새벽을 갖다 놓음으로 환희의 전주 혹은 혼란의 극적인 단계에서 사뭇 침착하게 받아들이려는 이성적인 생각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른다. 밤 혹은 저녁이라는 암흑의 세계에서 이동한 시간의 완충지대 새벽은 빛으로 서로를 다른 사물로 구분 짓는 시작점이자 실루엣인 동시에 충격의 전조이지 않을까. 동이 트기 전 시공간의 변화는 빛이라는 존재가 만들어내는 입체적 폭로가 된다. 암흑에서 산책하던 한 개인은 이러한 단순한 기상의 변화가 보여주는 일상의 한 가운데 있다는 자각일 수도 있다. 일생의 단 한번일지 모르는 이 찰나는 일상을 드라마로 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새벽에 느끼는 극히 주관적인 몽상 이상의 어떤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 된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속에서 수많은 나무와 꽃들을 일컬어 초목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하찮을-무엇에 기준을 두고 일컫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생명들에게 잠시 기대어 보고 싶은 순간에 찾게 되는 곳이 공원이다. 도심이라는 삭막한 공간에서 한적함을 짊어지고 싶은 욕구로 사람들은 하염없이 걷고 쉰다. 파란 공기가 내려 잠시라도 일상이라는 외피를 다른 빛으로 변화시키는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행위란 카메라를 들어 하염없이 남겨두는 일 따위다. 순간순간 뒤바뀌는 외피 색의 변화에 따라 속성을 유추하며 다른 이야기를 들추어내는 이야기꾼 같은 극의 연출가가 되는 듯한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일단 혼자만의 생각이 되니 낯모르는 누군가가 그 모습을 본다면 살짝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볼지도 모른다. 단순히 밝아지는 어떤 빛을 관찰하는 행위 이상의 어떤 -잡아두고 싶은- 욕구를 발현하는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을 테다. 다만 기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각색되어 그 순간을 도리어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간직한다. 이상적이기를 바라는 생각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오히려 순간의 목적을 곡해하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기도 한다. 역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어 스스로에게 기가 막힌(?) 한 장의 사진 혹은 장면일지라도 모두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다. 계속될 것의 기록 반복되는 새벽은 시간의 흐름에서 다시 올 수 없기 때문에 유일하고 영속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에서-전염병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 염원하는 일상으로의 회귀는 어쩌면 그래서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어제의 새벽으로 돌아갈 수 없는 슬픔에서 극복 불가능을 찾기보다 지금과 내일의 새벽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사진가는 내일 남을 순간을 위해 지금 찍어두는 것이다. 효용의 가치는 현재가 발휘하는 모습이 가치가 있을 때 발휘된다. 내일 있을지 모르는 가치를 위하여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는 장면을 담아두는 일이기 때문에 사진이 소위 쓸모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닐까. 일출 새벽을 붙잡을 수 없어 하염없이 차오르는 상처와 같은 빛덩어리의 산란을 임의로라도 받아들이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시간을 수초분의 일로 쪼개어 담아내는 고성능의 카메라일지라도 잡아 낼 수 없는 자포자기에서 영상이라는 흐름의 매체를 통해 더욱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흐름은 맥락을 이해하는 것으로써 기능하게 되고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로 프레임 밖의 존재에 대한 욕구로 이동한다. 이동하지 않는 영상은 그래서 지루하고 때로는 무한히 빠져든다. 요즘 우리는 영원할 것 같은 새벽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맞닥뜨려 있다. 전염병과 그 너머에 무엇이 우리를 더욱 흔들어 놓을 것인가 하는 미지와의 싸움이 새벽너머 동이 틀 때 우리에게 현실이라는 세계로 던져놓을 것이다. 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글 한 자락 없는 이미지를 남기는 일이다. 정성스럽게 담아놓은 사진 한 장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속내가 가 닫기를 염원한다. 동이 트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상처가 사라지기를. 비록 그 아침이 어제와 같지 않더라도 순간의 아름다움일 수 있기를 바란다. 유청오 / 조경사진가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업역의 조경과 학문으로서의 조경학. 우리는 조경과 조경학이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조경학은 실용 학문이다. 조경학은 법적으로 규정된 조경이라는 업역을 전제로 한다. 모든 학문이 그러하지는 않다. 이는 조경학이 순수한 학문적 목적을 추구하기보다는 특정한 실천의 업역을 위한 지식의 체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옴스테드가 조경가라는 타이틀을 처음 쓴 것이 1863년, 조경가들의 협회인 ASLA가 설립된 것이 1899년, 최초의 조경학과가 미국에서 설립된 것이 1900년이니, 조경은 학문보다 업역이 먼저 확립된 분야이다. 최초의 공식 조경가이자, 여전히 최고의 조경가로 추앙받는 옴스테드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조경학이 출발했으니, 조경의 업,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설계라는 실천은 조경학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조경학은 조경의 업이 필요했던가? 조경이 처음으로 제도화된 미국의 경우 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학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1973년 조경학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건축학, 임학, 원예학 등 다양한 조경의 인접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경학의 기초를 세웠다. 지금도 조경학은 건축학과 농림학의 접근에 뿌리를 두고 있다. 건축의 토대는 예술적 스튜디오 교육과 사회학적 공간 연구의 방식으로 발전하였고, 임학과 원예의 토대는 자연과학적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오늘날 수많은 학문의 가치를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대부분의 학문은 논문의 수와 인용지수라는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조경학도 예외일 수 없다. 결국 인용이 많이 되는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많이 실을수록 좋은 연구자이다. 그리고 수준 높은 논문을 쓸 수 있는 대학원생을 많이 길러낸 교수가 좋은 교육자이다. 물론 학과의 입장에서는 수업의 질과 학생들의 취업률도 중요하지만, 학문의 발전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 굳이 학문이 업의 직접 혜택을 받을 일은 없다. 그래서 조경의 업과 학문의 괴리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며 최근의 문제도 아니다. 업에서는 대학이 실무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배출하지 못해 결국 다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불평한다. 실무적 감각도 경험도 없는 학자들이 감투를 쓰고 자문으로 들어와 오히려 업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한다고 비판한다. 한편 학에서는 업이 타성에 빠져 늘 하던 방식대로 일한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학문과 기술의 발전을 업은 알지도 못하며, 알 의지도 없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럴 바에는 아예 건축처럼 건축학과 건축공학을 나누어 설계의 업과 학문, 공학의 업과 학문을 분리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조경의 상황은 건축과 다르다. 전국 대학의 건축 관련 학과 입학생 수는 조경의 10배다. 산업의 규모는 그것보다 더 크다. 조경을 다시 쪼개기에는 조경의 업도 학문도 독립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업은 업으로, 학은 학으로 별개로 본다면 어떨까? 일본은 이러한 길을 택했다. 한때 우리 선배들의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의 조경 사례들은 잊힌 지 오래고, 일본에는 조원학과를 유지하는 대학이 거의 없다. 조경학은 원예, 산림, 건축, 도시, 디자인의 일부로 흡수되어 버렸다. 혹자는 이를 저성장 시대의 대안이라고, 학문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모델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조경의 소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른 대안으로 어떤 이들은 미국처럼 업이 중심이 되는 학문의 모델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에서 이미 그런 모델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버드 GSD로 대표되는 미국식 모델을 그대로 수입한 서울대 환경대학원은 이미 GSD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업과 학문의 관계와 구조, 그리고 규모가 아예 다른 미국식 모델은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조경의 업과 학은 불편한 공존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실상 생각하는 미래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의 미래를 강권할 수도, 분리할 수도 없다면 우리에게 남은 대안은 무엇인가? 나는 유일한 대안은 서로 다른 미래 사이에 공유지대를 만드는 데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조경의 업은 설계안이 가져올 수많은 효과를 역설하면서 이를 증명할 시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정말 좋은 설계안은 생태적 다양성을 높이고, 열섬효과를 줄이며,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공간을 만드는가? 반면, 학문은 현상을 검증하고 정교하게 예측하려 했지, 창작의 영역이 가져오는 효과를 연구의 대상으로 간주한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현상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면 가상의 대안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우리는 조경은 예술이며 과학이라고 배워왔다. 이는 예술로서의 조경, 과학으로서의 조경, 두 개의 분리된 조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조경은 예술이면서 동시에 과학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예술이 과학을 추구해야 하고 과학이 예술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과는 다르다. 예술은 예술의 길을, 과학은 과학의 길을 걸어도 된다. 다만, 과학이 개입할 예술의 측면을, 예술을 파악할 수 있는 과학의 방식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대학원에서 미국 경관 생태학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리차드 포먼 교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수업 시간에 그에게 물었었다. 왜 당신은 더 많은 연구 업적을 낼 수 있는 학교를 떠나 연구진도 구할 수 없는 디자인 대학원에 왔냐고. 그가 대답하기를, 자신이 생태학을 연구했던 이유는 생태학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조경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조경의 업과 학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미래를 준비할 공유지대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김영민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103호 노인에 대해 그는 1943년 생으로 올해 78세이다. 그는 7년 전에 나와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1층에 살다가 작년에 어딘가로 떠났다. 이 글은 내가 그 노인과 1년 가까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녹취록의 아주 일부에 해당한다. 그는 당뇨를 앓고 있어서 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조경에 관심을 가지고 꽃과 나무를 가꾸는 활동을 한 것도 이 병을 다스리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그는 처음에 아파트 주변의 공원을 산책하고 등산을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기 마당과 아파트 공간에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는데, 그게 등산이나 산책 못지않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정원 가꾸기에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조경을 공부하거나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농촌에서 자랐고 식물(작물)을 심고 키워왔기 때문에 식물을 죽이지 않고 가꾸는 데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군대에서는 해마다 환경미화 및 조경 경진대회를 했고, 오랜 기간에 걸쳐 부대에 나무를 심거나 화단을 가꾸는 일에 관심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어느 해에는 부대 조경 경진대회가 있었는데 필요한 나무를 구할 수 없어서 인근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이미 심어진 꽃과 나무를 캐왔다고 한다. 그 사실이 건설 업체에 알려져서 문제가 됐는데, 회사에서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잔디를 제공해 주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 비행장 활주로 주변에 광대하게 조성된 잔디밭의 일부를 떼어가도록 했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 그는 햇빛이 건강한 생활에 중요한 요소라고 믿기 때문에 집 안과 마당에는 늘 햇빛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문을 가리는 수목은 건강을 해치는 나쁜 것이어서 제거돼야 한다. 그는 실제로 창문 바로 앞에 심어진 나무 몇 그루를 강하게 전정해 버렸고, 창문을 타고 올라온 넝쿨식물들도 완전히 없애버렸다. 창문에서 꽤 떨어진 나무들도 2층 이상으로 자라면 그늘지게 하고 이끼가 낄만큼 습한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그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맨드라미 정원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부탁해서 다섯 포기를 얻어다 심는다. 그의 화단에 심을 식물을 구하기 위해 주변 지역의 식물을 가져온 첫 번째 사건이었다. 나중에 원래 맨드라미 정원의 주인은 이 노인에게서 맨드라미 씨앗을 다시 얻어 갔다. 그가 자신의 집 마당에 나무와 넝쿨식물을 베어내고 화단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옆집 사람과 만날 기회가 많아졌고, 그의 손길은 102호와 104호 마당으로 확장된다. 이 시기에 노인의 관심은 자기 집 정원에서 아파트 정원으로 번져갔다. 그는 자기보다 조금 어린 노인을 포섭해 조금씩 일을 크게 벌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공적인 문제가 하나둘 생겨났다. 그는 화단을 가꾸기 위해 아파트 여기저기 비어있는 땅을 계속 찾았고, 마침내 아파트 지하주차장 위의 빈터에 자리를 잡고 허브 식물을 심었다. 그러나 그의 첫 번째 실험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고, 모두의 무관심 속에 없던 일이 됐다. 군인정신에 투철한 그는 포기하지 않고 아파트 정원의 한복판에 자신만의 화단을 만들고, 벤치 가득히 화분을 늘어놓았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지만, 누구도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방치된 아파트 정원에 누군가 화단을 가꾼다는 것이 그리 나쁠 것도 없고, 괜히 문제제기를 했다가 갈등이 생기면 서로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생긴 노인은 직접 전정톱을 사고 후배 노인을 시켜 대략 벚나무 다섯 그루의 목을 잘랐다. 그 과정에서 관리사무소와 아무런 협의를 하지도 않았고 마을 회의의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도 않았다. 이 순간 그는 군대의 지휘관에 빙의했던 것 같다. 목이 잘린 나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내기 시작한다. 자기가 무슨 권리로 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의 나무를 함부로 이렇게 베어내는가? 관리사무소와 부녀회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때부터 아파트 정원의 관리 기준이나 지침이 중요한 판단 근거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는 그 노인이 베어낸 나무들을 구상나무로 교체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런데 관리사무소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노인은 관리사무소에게 당신들이 나에게 구상권을 청구해도 그 1/3인 1000만 원도 받아내기 어렵고, 결국 당신들은 2000만 원을 날리게 될 것이라고 되받아쳤고, 관리사무소는 항복했다. 며칠 뒤 술자리를 통해 노인과 관리사무소 사이의 관계는 공생적, 협력적 모드로 바뀌었다. 그는 이제 날개를 달았고, 그해 여름 아파트 정원에는 더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사건에 대한 해석 아파트 마당은 정원인가 공원인가? 우리는 그런 어중간한 조경공간을 조성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가? 이어령 장관 시절 쌈지공원이 그랬듯이 간간이 그런 중간 공간이 등장했더라도 흔히 죽(정원)도 밥(공원)도 아니게 끝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조성 취지와는 정반대로 예산은 예산대로 날리고 동네 주민들 사이의 갈등만 증폭시킨 채 사라진 경우도 없지 않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공동체와 마을마당이라는 명분과 당위만 앞세울 뿐, 그들의 마음 상태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섣불리 도면 작업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요즘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조경 활동의 결과인 경관은 그것이 정원이든 공원이든 건축 활동의 결과인 구조물과 달리 유연하고 상호작용적인 돌봄이 필요한다. 변기는 변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고, 아기는 잘 변하도록 돌보는 것이다. 그 노인은 아파트 단지에 인접해 있는 학교의 울타리에 심긴 꽃 해바라기가 맘에 들었지만 캐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음 해에 심기 위해서 학교 울타리를 넘어온 씨앗을 모았다. 그리고 정말 다음 해에 그의 정원에서는 꽃 해바라기가 피어났다. 나이 50을 넘어서 내 생각이 바뀐 것이 있다면 건축과 비교할 때, 조경의 전문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는 설계가 아니라 ‘관리’인 것 같다.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그가 죽는다면, 이제 겨우 꽃피기 시작한 우리의 정원 혹은 나의 공원은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의 죽음과 함께 사이공간성(inter-spaceness)을 잃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사이를 채워가는 것이 103호 노인과 같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 자리에서 죽도 밥도 아니지만 제법 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은 새로운 음식이 탄생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그리고 끝으로 종합과학예술임을 자랑하는 조경 교육이 학생들에게 정말 통합적 관점을 길러주고 싶다면, 이론이 아니라 사건을 깊이 탐구하도록 돕기를 권한다. 이재영 /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국토교통부의 착각 최근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에서 주택건설공사 감리자 지정기준 일부개정안을 고시했다. 이유인즉슨 시공역량이 부족하거나 안전사고 발생 전력이 있는 사업주체, 시공사가 주택건설공사를 하는 경우 현 기준에 따라 산정한 감리인원으로는 철저한 품질관리·안전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므로 추가 감리원 배치를 통해 보완하고, 공동주택은 일반건축물과 달리 별도의 하자판정기준 등이 마련돼 있는 것과 같이 하자가 구체적이고 상세하므로 주택건설공사를 감리·감독해 본 경력자를 배치하도록 하고 분야별 감리원 평가인원도 늘려 양질의 공동주택이 건설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감리자의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 제8조 (8) 적격여부에서 ‘1500세대 이상인 경우에는 조경공사기간 동안 조경분야 자격을 가진 감리원을 배치해야 하며, 해당공사 착수시 배치계획서에 명시된 등급의 동등이상에 해당하는 조경분야 감리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제55조에는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공사비 200억 원 이상)에 감리원을 배치하도록 돼 있음에도 1500세대 이상 배치규정은 감리제도의 도입취지와 맞지 않는다. 또한 현재의 대부분 공동주택 등 주택건설공사시 주차장이 지하로 배치돼 건축물을 제외한 지상 면적의 대부분과 기부체납 되는 공원 등 조경면적이 과거에 비해 3~4배 증가해 조경기술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민간주택 건설공사의 93%가 1,500세대 미만이어서 현재의 지침대로라면 토목이나 건축담당의 비전문가가 감리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어서 조경 품질저하는 물론이고 부실공사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은 누구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인가? 따라서 분야별 감리원수를 주택건설공사 규모에 따라 최소한 300세대 이상 2000세대 미만까지는 조경 감리자 1명과 2000세대 이상은 조경 감리자를 2명 이상 두어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시대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시민사회의 요구 수준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조경을 누구나 감리해도 된다는 착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산림청의 고집 산림청은 도시지역 내 열섬현상,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도시 숲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현행 다양한 법·제도 규정으로 일원화되지 않았다는 사유를 들어 도시 숲을 체계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법이라는 미명하에 법 제정을 추진해 왔으나, 사업시행 분야의 조경업계 배제 조항에 따른 한국조경학회를 비롯한 산·학계의 반발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또한 대한전문건설협회에서 건의한 도시 숲 조성 시공자격 관련 개선 건의안에 대해 ‘도시 바람길 숲, 미세먼지 차단 숲은 산림사업으로 산림자원법령의 적용을 받으므로 산림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라 산림사업 법인으로 등록해야 하며, 2020년 도시 바람길 숲 및 미세먼지 저감 도시 숲 사업 실시와 관련해 해당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산림사업으로 예산 신청 및 보조금으로 교부된 사업이므로 조경 식재업 또는 조경 공사업은 시공 시 입찰 참가자격이 없으며 설계·시공·감리 사업에 대해 산림관련 법령입찰 참가자격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통보했다. 또한 산림청은 금년 상반기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집행 점검에서 위 준수사항이 이행되지 않아 적발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보조금 반환, 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니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공문서를 일선 시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이와 같은 대규모의 도시 바람길 숲이나 미세먼지 저감 도시 숲 조성에서 재정상태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를 보조금을 가지고 마음대로 흔들 수 있다는 생각은 마치 아이들의 사탕놀이와 같다고 보여진다. 또한 지난 2009년 산림자원법 시행령에 명시된 도시림, 생활림, 가로수 조성·관리 사업에서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으로 시행하는 사업은 제외한다고 한 문구에 대한 법제처 법령해석 ‘수목원·공원 및 숲 등의 조성공사와 업역이 중복되고 그 내용에서 별개로 구분되는 사업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이상과 같은 일련의 도시숲법 개정안 및 입찰제한 등을 볼 때 도시 숲 조성을 내 밥그릇 챙기기로만 고집부리지 말고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할 것이다. 문길동 /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과장
  • 연일 이어지는 매스컴의 소식이 어지럽다. 헤아릴 수 없는 숫자들이 오르내린다.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내뿜는 매체의 언어들은 과하게 침착하여 스스로를 가라앉게 만든다. 어딘가에서 소리없이 삭아들어갈 생명에 간절한 바람을 숨죽여 외치는 행위의 소용에 대한 자괴감은 우울감으로 달음질 하게 된다. 단순한 숫자 하나로 매김되어질지 알았을까. 그 숫자 하나가 자신이 될지 모른다는 무기력함은 공포와 다름아니다. 보이지 않는 공포는 타인과 멀어져야 한다는 외로움과 다름 아니다. 어쩌면 작은 숫자에 불과한 개인이 할 일이란 것이 스스로 무엇인가 되돌아보는 일련의 성찰 과정에서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찾게 되는 부산함을 떨게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것들과 일정간격을 떨어져 있을 것이 아니라 -단지 또 다른 어떤 작은 개인과의 거리를 두는 일이기에- 타인이 아닌 주변의 작은 것들을 돌이켜 보는 것이다. 그간 지키지 못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돌이켜 보게 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일 따위 말이다. 핸드폰과 모니터가 아닌 멍하니 주변을 응시하는 일은 어느덧 가까이 와 있는 수많은 것들 혹은 사건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돌이켜 보는 사색의 순간을 즐기도록 나름의 방식을 고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어쩌면 가까운 순간의 매력을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도래했는지도 모른다. 타인과의 간극을 비워낸 공극에 무엇이건 채우는 방법에 대한 생각에 골몰해 볼 수도 있다. 타인이 떠난 공극 - 이를테면 손을 뻗어 닿는 물건과의 간극-에 채워진 칙칙한 공기가 나를 둘러싸고 있었음을, 그것이 어쩌면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방어막일지도 모르는 에테르(Aether)일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하는 일 따위가 있을 수도 있겠다. 정신나간듯이 들릴지 모르겠으나 별다른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 일련의 공상 혹은 상상들을 하면서 쉼없이 돌아가던 신체의 일부를 잠시 멈추게 만드는 일이 그동안 역으로 신체의 극히 일부인 손가락과 눈동자 따위의 말단의 구조만을 혹사시키고 있었음을 자각하게 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세계가 멈추어 버린 것 같다. 혈관의 혈구처럼 오가던 항공과 선편의 수많은 왕래가 잦아들고 나서야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주고바도 있었는가를 자각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지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인간도 한 개인이 되고 나서야 단순히 하나의 숫자일 뿐이라는 새삼스러운 자각을 단 한번에 전 세계가 공유하게 되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작아드는 자신과 주변의 변화에 민감해지는 요즘 서로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차분한 위로를 대뜸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잘 견디고 있다고 하는 위로와 감사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단 하나의 변화 없이 산수유가 노란 꽃을 틔웠다. 목련이 이불을 걷어찬다. 매화가 입을 벌리고 진달래는 이미 청초하다. 아직 먼 산등성이는 누렇게 잠들어 있지만 초록 빛 가득할 봄처럼 서로를 위로하고 감사하는 마음 교환하기를 바란다. 이 순간 작은 꽃들과 새싹이 서로 멀찍이 떨어진 인간에게 위로하는 듯하다. 하는 일이 사진 찍는 일이라 가까워져도 무방한 어떤 것들을 한 장 씩 담아내는 것을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 담아내 보면 좋겠다. 녹음과 꽃이 온세상을 덮어도 상처는 남을 것이다. 상처를 나누고 극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작은 숫자에 불과한 이들에게 힘을 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일도 잊지 않기를. 유청오 / 조경사진가
  • 4·15 총선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정당의 정책대결 이슈가 실종되고 후보자 공천을 둘러싼 구태정치가 반복돼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으로 시행되는 이번 선거에서 비례(위성)정당을 둘러싼 꼼수정치도 난무하고 있다.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기호 1·2번이 없는 35개의 정당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이다. 어찌 됐던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을 국민들이 뽑는 선거이다. 무릇 선거에서 정당은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가지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과정에 시대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이 정당의 정책공약과 후보자 라인업일 것이다. 그곳에서 ‘조경’을 살펴봤다. 헌정 사상 지금까지 조경계를 대표하는 정치인은 없었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광진 의원이 조경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경계에서는 조경 전공 국회의원 첫 탄생이라는 축하와 기대를 했다. 그러나 김광진 의원은 군 적폐청산 등 국방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청년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재선에서 아쉽게 낙선했지만, 현재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발탁돼 재임하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정치인이다. 그의 행보에서 ‘조경’을 기대할 수 있을까? ‘조경’이 국민적 관심거리가 되고 사회문제 해결의 정치로 수단화되면 가능할까? 수원시 초대 제2부시장을 역임한 이재준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초빙교수는 이번 총선에 수원시갑(장안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했다가 최종 경선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그는 엄연히 조경계에서 배출한 인사다. 이번 공약에서도 110만 평 국가공원 유치, 최저입찰제 발주 개선, 거버넌스 제도화로 건설시장 구조 개선, 공원 리모델링을 통한 효율 극대화, 인공지반녹화 국가 지원 법안 지원, 조경진흥법 개정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가 다음 선거에 다시 출마할까? ‘조경’을 더 강화해서 아니면 ‘조경’을 지워버리고? 얼마 전 한국건설인협회는 82만 건설기 술인을 대변할 국회 비례대표 후보 3명을 확정하고 각 정당에 추천했다. 16개 건설관련 단체 공동명의 추천을 받아 15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친 끝에 3명의 기술인을 최종 선정했다. 부창렬 건축 전문가는 미래한국당에, 임소영 토목 전문가는 더불어민주당에, 김재권 토목 전문가는 제3당에 추천됐다. 결과적으로 이들 3명은 각 정당의 비례대표로 선택받지 못했다. 전문건설기술인의 사회적 활동 측면의 한계일 것이다. 그런데 조경 기술인은 이런 논의와 공모과정에 과연 존재나 했던 것인가? 아니면 조경을 무시하는 건축·토목계에서 추천한 이가 비례대표로 선정되지 않은 결과를 오히려 좋아하고 안심해야 하는 상황일까? 더불어민주당의 또 다른 위성정당 논란이 일고 있는 열린민주당은 비례대표 1순위으로 김진애 전 국회의원을 간판으로 내세웠다. 김진애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도시건축가로서 대중적으로 유명하고 인기가 많다. 17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출마하여 정치적 내공과 근육도 상당하다. 그는 18대 국회에서 조경기본법 제정을 반대하고 건축의 하위분야로 조경을 분류해 조경계에서는 그를 ‘조경말살’ 국회의원으로 지목해 성토했고, 지금도 비토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그는 이번에 국회의원에 당선될 것이고, 아마 이번에도 ‘조경’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을 것 같다. 김진애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사업국민심판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국민적 지지층이 더욱 더 두터워졌다. 조경계는 당시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에 결과적으로 구색 맞추기 역할을 자행했다. 과연 국민은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 조경인은 열린민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하나? 위성정당이어서? 아니면 ‘조경말살’ 김진애라서? 선거에 나서는 주요 정당의 정책공약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조경’은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중요한 요소이면서도 토건개발 일부처럼 취급되면서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하고 구색 갖추기의 배려가 되는 수준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조경’의 위상과 자리매김은 변하지 않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공약에는 ‘조경’의 영역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254쪽까지의 5대 핵심가치에 해당하는 주요 정책에 단 두 줄만 언급돼 있다. 미세먼지 없는 스마트 클린도시 시범사업의 세부내용에 미세먼지 정화숲 조성, 공원과 분수대 조성, 이끼벽 조성 정도이다. 광역지자체별 지역공약에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주를 이룬다. ‘조경’과 관련된 공약으로는 대구에 생태정원·도시농업테마파크 조성, 경기도에 미세먼지 걱정을 없애는 학교숲 조성, 충청북도에 미호천 생태·휴양 친수복합공원 조성, 충천남도에 부남호 하구복원, 경상북도에 국립 독립운동 역사공원 조성 정도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내세우는 151개 실천과제에는 세부내용을 아무리 보아도 ‘조경’을 찾을 수 없다. 흔하고 단골 메뉴인 미세먼지 공약조차도 ‘도시숲’이 없을 정도로 씁쓸하다. 그래도 유권자 민심을 고려해 지역 공약에는 대표 공약이 있다. 인천에 소래습지생태공원 국가정원화 추진, 대전에 도심 곳곳 자연친화적 생태공원 조성, 울산에 태화강 국가정원 활용·연계 관광상품 개발(정원박람회 개최, 각종 테마시설 조성), 대왕암공원 해양·힐링파크 조성, 세종에 중앙공원 일대를 ‘국가도시공원’ 지정 추진 등이 있다. 민생당의 대표 지역 출마자인 정동영 후보(전주 병)는 1호 공약으로 조선월드파크 1조 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조선 태조 정원 조성, 세종 빛 테마 정원 조성, 조선 전주성 4대문 복원 및 전주정신문화관 조성, 조선문화 정원 조성, 조선문화 체험 밸리 조성 등이다. 정원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에 맞게 ‘조선’과 ‘정원’을 컨셉으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1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라 여러 우려할만한 요소가 있다. ‘조경’의 영역과 브랜드가 도시의 미래 비전으로 설정되고, 시민의 선택을 받아 잘 추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의당은 ‘그린뉴딜’을 전면에 내세웠고 ‘조경’ 관련 여러 야심찬 공약이 수록돼 있다. 200만호 그린 리모델링(마을녹색전환운동) 사업 추진, 개발중심의 토건사업 감독기능 강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 대책 마련, 새만금 해수 유통 및 낙동강·금강·영산강 하구 복원, 4대강 재자연화 추진, 비무장지대 국립공원화 추진 등이다. 지역 공약으로 광주에 초고층 밀집 대규모 아파트 건설 규제, 습지 보존 및 도시공원 단계적 매입, 세종에는 금강 세종보 철거, 람사르 습지 등록, 충북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 추가 공급 중단, 도시공원 100% 보전, 대구에는 ‘기적의 생태 놀이터’ 조성 등이다. 정당의 정책공약과 지역 공약에서 ‘조경’을 일부 찾아볼 수 있어도, 전체적으로 보면 ‘조경’ 분야의 시대정신과 사회적 요구가 담긴 정책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선거판에서 정책은 사회문제와 국민관심에서 비롯된다. ‘조경’이 살아남기 위해 건축·토목·산림 분야와 힘겨루기 하며 ‘조경업’을 사수하는 방식에 골몰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또 다른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뿐이며,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이제 ‘조경’은 전문 기술자 영역을 넘어서서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사회불평등과 공동체 붕괴, 인권과 사회평화를 위해 그에 걸맞은 해법을 내놓아야 하고, 사회적으로 희망찬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소통해야 하고 시민사회단체 및 정치인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이 되고 후보자가 나오고, 국민들이 지지하는 ‘조경’이 될 수 있다. 최진우 / 에코 액티비스트 리서처 박사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바람이 만드는 풍경 한적한 남도 시골길, 왕대나무 숲 가장자리 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산들바람이 스쳐지나는 소리를 듣는다. 댓잎들의 재잘대는 소리가 있고, 좀 더 센바람이 지나갈라치면 솨-아- 하고 대숲에서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물오른 능수버들 가지 사이를 비켜가는 꽃바람은 잠자는 버들강아지를 흔들어 깨운다. 소리는 없고 오직 흔들림이 있을 따름이다. 봄빛 따사로운 어느 한낮, 뜰 앞에 피어난 흰 목련꽃을 장난스레 건드려 한 장 꽃잎을 떨어뜨려 놓고 지나가는 것은 심술쟁이 봄바람이다. 마치 프로포즈에 대꾸를 아니해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큰 솔밭 사이를 지나노라면 솔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동네 총각이 이웃집 처녀를 불러내는 휘파람소리 같다. 폭넓은 강나루에서 흰 돛단배를 밀어주는 것도 바람이다. 한가로운 풍경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자 아름다운 경관이다. 노을이 질 무렵 산사, 대웅전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은 실바람이 스치면서 소리를 낸다. 적막함을 알리는 바람의 그림자다. 늦은 봄 전라도 고창의 청보리밭은 싱그러운 초록 바탕이다. 여기에 바람이라도 보태질라치면 서해바다 파도가 넘실대는 듯한 초록 물결이 일렁인다. 역동적인 풍경의 파노라마다. 또한 한적한 시골길 냇가 물억새 꽃무리의 나부낌은 가을바람임을 일깨워준다. 그런가 하면 진눈개비 흩날리는 어두운 밤, 천리포 바닷가 산언저리에 있는 뇌성목의 마른 잎이 바스락대면 한겨울의 삭풍임을 말해주고 있다. 바람은 소리를 만드는 마술사이자 소리는 바람의 친구이다. 이러한 정경들은 바람과 소리가 만들어낸 소소한 경관들이다. 조경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아름다운 경관요소들이 아닌가 싶다. 자연의 바람과 소리를 정원에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하다. 바람이 있는 도시 요즈음처럼 공기 질이 열악하고 미세먼지로 아우성인 도시환경 속에서 조경분야에서는 어떤 일을 생각해 볼 수가 있을까? 우선적으로 바람의 역할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이다. 겨울철 한냉한 시베리아의 북서기류가 미세먼지를 한반도 밖으로 밀어내고 차고 깨끗한 공기를 가져다주는 메신져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반면에 따뜻한 남서기류나 편서풍은 중국의 지독한 미세먼지를 우리나라에 몰아다 준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발생이 계절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 때문이다. 이는 인위적으로 조절이 불가능한 자연적인 문제다. 하지만 도심에서 미세한 바람의 흐름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해법은 도심의 미세환경을 바꾸어주는 것이다. 도심을 흐르는 개천이나 하천 그리고 강은 공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요인이자 곧 도시의 바람길이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도시 내부를 통과하는 숲길 또한 바람길이다. 따라서 계절적 요인을 고려한 도시의 바람길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가능한 한 바람길을 많이 만들어 주고 막혔던 바람길은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람길 앞에 나무를 심어 흐름을 차단시킨다거나 숲을 만들어 분지가 형성되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자칫 오염된 공기를 침체시키거나 미세먼지 포켓을 만들어 주게 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조경은 수목의 식재 수량이나 종류, 디자인에만 집중할 일이 아니라 미기상 데이터를 활용한 바람길 조성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바람에 관한 한 가정의 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정원은 식물들도 건강하게 잘 자란다. 통풍이 잘 된다는 것은 곧 주거 환경이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리로 만드는 정원 봄비 내리는 날 초가지붕 처마끝 토방 언저리에서 똑- 똑-하고 떨어지는 소리는 뭘까? 이것은 분명히 낙숫물 소리다. 여유롭고 한적한 옛 시골 풍경이다. 산중에서 정오에 둥-둥- 두두둑 둥-둥-하고 나는 북 소리는 무엇일까? 산사에서 정오를 알리는 법고 소리다. 적막한 산중의 한 풍경이다. 칠월 칠석이 지나고 입추 무렵에 귀뚤-귀뚤- 하고 들리는 울음소리는 무엇일까? 정령코 귀뜨라미의 가을맞이 소리일 것이다. 달 밝은 가을밤에 끼륵-끼륵-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는 무엇일까? 예컨대, 가을이 깊어감을 알리는 기러기 소리가 틀림없다. 모두가 농촌과 산촌 풍경을 연상케 하는 소리들이다. 계절에 따른 각종 새소리, 물소리, 풍경소리, 바람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들을 조경소재로 도입한다면 근사한 경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향기가 좋은 방향성 식물들만을 모아서 만든 향기정원은 가끔씩 본 적이 있지만 소리를 정원에 도입해 만든 소리 정원은 아직 경험한 바가 없다. 자연이 그리운 도시인들에게는 정서적으로 필요한 소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소리와 관련해 음악을 상징하는 오선지나 높은음자리표, 샵 모양 등을 본뜬 정원 디자인에 수양버들처럼 바람결에 흔들림이 있거나 소리가 있는 소재들을 배치해 음악 정원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고전음악이나 현대음악에서 빗소리 한 가지만을 형상화한 명곡들이 얼마나 많은가? 조경에서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서 달리 소리를 내는 풍경이나 크기와 형태가 다른 방울, 윈드차임, 윈드실로폰 등 각종 기구들을 재료로 이용해 조성하는 소리정원을 한번쯤은 생각해 볼일이다. 이종석 /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변화의 시대, ‘도시숲법’으로 새로운 기회와 도약을”(e-환경과조경 2020년 3월 19일자 기고) 허망한 저 제목을 좀 보자. “도시숲법이 새로운 기회와 도약”이 될 수 있다고 보잔다. “변화의 시대”이니 좀 변화해야 하지 않겠냐는 강요로도 읽힌다. 어디에나 붙일 수 있을 법한 단순 레토릭이지만 “니들도 좀 변해야 하지 않겠니?” 하는 우회적 오만함을 본다면 무리일까? 얼마 전 조경계와 전면전을 선언하듯 ‘도시숲 사업에 대한 조경 참여 배제’(“산림청, 도시숲 사업서 ‘조경업체 배제’ 공문 발송 논란”, e-환경과조경 2020년 2월 28일자 기사) 취지의 공문을 지자체에 하달한 산림청의 조언이기에 저의는 물론이고 표피적으로만 보기에도 민망하지 않을 수 없다. 조경계와 산림청의 해묵은 갈등이 최근 몇 년 행복한 동거가 되는 듯하더니 결국 여전한 야욕을 확인하게 되는 결말로 치닫는 것 같다. 2011년 당시 재단 사무국장으로서 역할 한 전력 때문인지 지금의 상황이 전혀 낯설지 않다. 일종의 트라우마로 안고 있는 법제 관련 사항은 산림청 입장에서는 언제나 사활을 논할 주제가 되기 일쑤였고, 실무자 반응과 대외 공표 사항의 이중적 태도가 알만 한 사람들에게는 공분을 사온 지도 오래다. 이번 일련의 사건들은 그런 본성적 특성에서 보자면 명확하게 이해된다. 조금 달라진 점은 해묵은 문제 해결에 이이제이 식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조경 출신의 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소위 민간 스카우트 방식으로 그 자리의 무게와 방향을 일신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간 그 자리를 거쳐 간 내부 공무원들의 성과를 되돌아본다면 이런 변화의 목적은 명백하게 이해될 수 있다. 상생을 내세우며 지자체에 업무를 다잡는 이중적 행태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는 변하지 않으면서 외부에는 변화하라 앞뒤 다르게 전략적인 셈이다. 변치 않은 산림청, 2011년과 2020년 산림청의 그 태도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2011년에도 지금처럼 장광설을 풀어놓으며 논점을 흐리고 허위와 무지를 섞어 발언하였다. 2011년 대전 산림청에 항의로 방문한 조경계 인사들에게 마치 어린아이 가르치듯 이미 공개된 내용을 하나하나 지루하게 읽으며 능욕 아닌 능욕을 보인 것이다.(“범조경계, 산림청에 도시숲법 공식입장 ‘유감’” 라펜트 2011년 11월 17일자 기사 참조) 그런 행태에 분연히 항의하고 그 행태와 불합리에 우리의 뜻을 분명히 전달하였음에도 그들은 항의 방문을 소위 “협의”로 뭉개며 입맛대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김경윤 이사장의 예시는 그런 수많은 모욕과 능욕의 일부일 뿐이다.(“도시숲법 제정에 대한 소고”, e-환경과조경 2020년 3월 19일자 특별기고 참조) 2020년 도시숲과장의 기고문은 그런 태도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일단 핵심을 잘 보이지 않게 하면서 읽는 사람이 지치게 하는 하나마나한 장광설이 기본 프레임이다. 사실 관계조차 잘못 파악하거나 호도하는 사항들을 교묘하다 싶을 만큼 녹여 놓고 있다. 공무에 임하는 자의 실력이라거나 국가 기관의 전략이라고 하기에는 치졸하고 옹졸하다. 지자체 하달 공문에 시끄러워지자(“산림청, 시민을 볼모로 정치질을 하려는가”, e-환경과조경 2020년 3월 10일자 기사 참조) 이처럼 툭 던지듯 기고문이라고 조경계에 내놓는 태도는 2011년의 산림청과 전혀 다르지 않다. 과연 누구에게 변화의 시대란 말인가? 미래와 변화에 그렇게도 중요하다며 도시숲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산림청이 기막힌 그 하달 공문과 최근의 그 기고문에 한두 가지 문제만 내포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사실 관계나 현황 분석이 기초부터 잘못되었고 유리한 사실만 글쓴이의 시각에서 짜깁기한 면피 전략이 녹아 보여 2011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새로운 기회와 도약”이라는 그 설명만 잠시 보더라도 1) “정부 차원의 대책과 법률적 뒷받침”은 국토계획이나 도시계획, 도시공원녹지법 등 이미 관련 법제가 갖추어져 있고 도시든 산지든 농지든 조경공간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조경분야에서 이미 업무로서 실행하고 있다. 관련 부서의 미약한 지원과 관심이 문제일 뿐 법제 미비가 문제는 아닌 것이다. 10만에 가까운 조경인들이 그간 법제도 없이 녹색공간, 녹지공간을 임의로 만들 수 있었겠는가? 2) 도시숲 “법률안 확정”은 산림청 입장일 뿐 알다시피 중요 사항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는 와중에 일방적으로 의원입법(소위 “청부입법”)을 통해 국회 상정이 이루어졌다. 무엇이 “서로에 대한 신뢰 부족”을 이끌었는지 말하기에도 부끄럽다. 산림 법령 곳곳에 숨겨진 제한 사항들은 “다만”, “하지만”으로 부기된 내용들에서도 확인되지 않는가? 3) “우선 제정, 후속 개정”이라는 허울은 그간 산림청이 보여준 태도만으로도 정답이 뻔하다. 게다가 청장의 거취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 담당자의 변경에 따라 실무의 단절이 발생해온 경험들은 지금의 장담에 어떠한 신뢰도 갖기 어렵게 한다. 도시공원 사무를 산림청에 이관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는데 이런 반응의 조경계가 문제라는 말인가? 4) “상생·보완·경쟁”이 지금도 어려운데 법령이 산림업계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가능한 일이겠는가? 하청에 재하청으로 품질 문제가 지적되는 현실에서, 실력이나 기술이 없어 결국 조경계에서 해오던 현장 업무에 새로운 기회와 도약이 된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공정 경쟁을 강화하고 국토부와 같은 직접 관련 부서에서 입법 또는 개정하도록 하는 것은 어떤가? “산림업계의 반발”이 없는 정말 순수하게 국민을 위한 사항이라면 기존 법제를 보완하는 것이 훨씬 간단하고 쉬운 일 아닐까? 도시숲을 국토부에서 조성하고 관리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이미 관련 법제와 기술기준, 운영 노하우가 충분한데 말이다. 간단하게만 보아도 이렇다. 앵무새 같은 장광설에 업계 간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 등은 과연 ‘변화와 새로운 기회’로 ‘도약’하자는 그 정부조직, 그 부서에서 조경계에 할 수 있는 말일까? 문제가 과연 그것뿐일까? 물 나올 때까지 우물을 파겠다는 듯 10여 년이 넘게 지속되는 도시숲법에 대한 조경계 우롱의 작태는 그들의 트라우마를 넘어 공무의 폭거에 가깝다. 그들이 말하는 상생이 허울뿐임도 수차례 경험했다. 물량과 예산으로 몰아치듯 패권으로 이끄는 지금의 상황은 단적이다. 지자체 담당자의 파리 목숨에 덫을 놓는 공문이란 또 얼마나 무지막지한 일인가. 그러면서도 대안 없이 “건설 관련 사업은 조경계가 산림 관련 사업은 산자법에 따라”하면 된다며 조경계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웃지 못 할 답변을 태연히 하고 있으니 유체이탈 화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산림청, 도시숲 사업서 ‘조경업체 배제’ 공문 발송 논란”, e-환경과조경 2020년 2월 28일자 기사 참조) 같은 주제로 잠시 문제가 있었던 농진청의 경우를 보자. 정원을 소위 “무주공산”으로 보고 서로의 업역이라 다투던 산림청과 농진청은 실제 업무의 내용이나 목적에도 불구하고 훨씬 전문성이 높은 농진청 소관에서 산림청 업무로 고착되었다. 수목원이 정원보다 큰 개념이라는 억지 주장이 법제화 되는 모순도 산림청의 작품이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사항은 최소한 농진청은 약속을 지키고 신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실무자들의 현장 중심 노력은 도시공원녹지법에 도시농업공원 유형이 신설되게 하는 등 문제없이 제도화 되는 데 일조하기도 하였다. 산림청은 왜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쩌면 재론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들이 생각하는 상생이 일반 상식이 통하는 상생이 아닌 것이다. 그 점 이번에 더욱 명확해졌다, 이제는 대화조차, 희망조차 가질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그런 상생은 없다, 그런 상생이라면 더욱 필요 없다!! 건전한 상식의 시민이라면 일방이 우선되는 상생이란 어불성설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패권을 바탕에 두는 그런 상생은 없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그런 기회는 있지도 않고 되지도 않는다. 어설픈 레토릭은 눈가림이자 현실 호도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어디 한 번 해보시지 식의 작태로 읽히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 증거이다. 또한 그런 식의 상생이라면 국민과 미래세대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필요 없다. 성찰하기를 바란다. 그간 벽에 대고 얘기하는 듯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동안 대화가 되는구나, 이야기가 가능하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런 배경에는 먼저 달라진 산림청의 변화와 그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기대가 없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바뀌지는 않고 전략만 고도화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것이 어떻게 상생일 수 있을까? 전임 청장과의 대화, 약속이 벌써 헌신짝이 아닌가? 표제로 돌아가 본다면, 공무로서의 그 자리는 말로만 상생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좌석이 아니다. 그간의 논의와 숙의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현장 변화를 이끄는 공무의 위치인 것이다. 게다가 해묵은 반목과 오해도 있어 단순한 교두보의 역할일 수 없는 위상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국민과 국가에 복무하는 공적 업무를 기본으로 담당하여야 하는 자리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 하달 공문 사건과 같은 앞뒤 없는 행정엔 책임이 따라야 하는 등 신중한 외연, 소통의 경계에 태도 중심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상생이 아니라 공생의 중심 역할을 고민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러니 그 자리의 무게를 다시 묻는 것이다. 왕관은 피바람 위에 놓였을 지라도 새로운 피바람을 불러서는 곤란하다. 수많은 힘들이 교차하며 평형을 이룬 무게 중심 위에서나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외연이 창발하고 새로움이 피어난다. 허망한 레토릭으로 변화와 기회를 가르치는 정도로는 매우 곤란하다. 모른다면 지금부터라도 성찰하고 책임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안명준 조경평론가, 한국조경학회 조경시공연구회장[email protected]
    • 2020-03-26
  • 도시숲, ‘도시숲법’의 필요성 산업화‧도시화에 따라 우리나라 인구의 약 92%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나, 최근 미세먼지 증가 등 대기오염과 폭염으로 인한 도시열섬 현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기능, 도시열섬현상 완화 등 기후조절기능과 휴식공간으로서 도시숲의 효과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여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도시숲에 대한 수요로 연결되었고 점차 그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도시숲 내부는 도심 내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보다 40.9% 적게 나타난다. 그간 도시숲을 꾸준히 조성한 결과 1인당 생활권 내 도시숲 면적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9㎡를 상회하는 10.07㎡를 달성하였으나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 및 복지증진을 위하여 도시 내 녹색공간을 확충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도시숲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대책으로 도시숲 사업 등과 연계하여 녹색휴식공간을 조성하도록 하는 등 정부차원의 대책과 이에 부응할 수 있는 법률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시숲법’ 제정 추진과정 2019년 3월 현재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도시숲법)’(김현권 의원 대표발의)이 조경업계와 산림업계의 현안이자 관심이 되고 있다. 이 법은 2011년에 처음 발의됐었으나, 조경계의 반대와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시대와 여건의 변화로 ‘도시숲법’에 대한 논의가 2018년에 재시작 되었다. 2018년 3월 산림청장과 조경분야 단체장과의 간담회 이후 산림청은 이 법의 제정을 재추진하게 되었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법률안 마련을 위해 산림청은 조경업계와 관련 TF팀을 구성하고 12회에 걸친 협의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법률조문을 작성하고 법률안을 확정하였다. 마지막까지 업역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으나 ‘도시숲법’에 조경시공업체를 사업 주체로 하는 시공규정은 명문화한 반면 설계부문은 반영되지 않은 채 2019년 7월 30일에 법안이 발의됐으며, 2019년 11월 20일에 국회 농해수위에서 의결되었다. 이 후 국토교통부는 법률제정으로 업계의 피해가 없도록 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일부조경 단체는 ‘도시숲법’ 안에 조경업계의 설계·감리 규정을 추가하도록 요구하였다. 산림청은 ‘산림기술법’에 기술용역업 등록 조문을 개정하여 도시숲 사업에 조경업계가 산림업계와 동등하게 설계·감리용역업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시하였다. 내용적 공감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국토교통부·조경업계는 ‘산림기술법’을 먼저 개정한 후 ‘도시숲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였고, 산림청은 2020년 5월로 제20대 국회 임기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산림기술법’의 우선 개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도시숲법’을 우선 제정한 후 ‘산림기술법’을 나중에 개정하자고 제안하였다. ‘산림기술법’ 개정 추진에 대한 확고한 약속으로 국토교통부·조경업계·산림청·산림업계, 4자가 공동으로 법률 개정을 확약하고 입법 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국토교통부와 일부 조경업계의 미 동의로 2020년 3월 ‘도시숲법’은 국회 법사위에 상정 못하고 계류되어 있으며, ‘산림기술법’ 개정은 정부입법으로 추진 중에 있다. 제정 ‘도시숲법’과 ‘산림기술법’의 개정 내용 ‘도시숲법’은 기존의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도시림의 정의 및 기본계획의 수립 등 기존 조문을 이관하고, 도시숲의 조성 및 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도시숲의 유지, 증가, 시민참여 활성화, 시공사업자의 명문화, 도시숲 조성 및 관리를 위한 국가 비용 지원 등을 규정하였다. 2019년 11월 20일 국회 농해수위에서 의결되고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도시숲법’은 입법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되고 보완되었다. 중요하게 수정되고 보완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숲의 정의에 ‘면지역’도 포함되었다. 도시는 유동적인 개념으로 면지역도 도시화되는 경우가 있고 필요에 따라 지자체가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국회 상임위의견을 수용하였다 둘째, 도시숲등의 조성을 위한 매수 및 임차대상을 명확히 하였다. 매수 및 임차대상인 사유지에서 토지 및 그 토지의 정착물로 수정되었으며, 매수가격 또는 임차료의 산정에 관해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도록 하였다(제11조). 셋째, 지방자치단체 또는 기관이나 단체 등에 대하여 조문별로 규정된 비용 지원에 관한 규정을 통합·신설하였다. 국가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도시숲등의 조성·관리에 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하였으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도시숲등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는 관계기관이나 단체 등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20조). 넷째, 도시숲 조성·관리사업의 시공과 관련하여 조경업계, 산림업계가 모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였다. ‘도시숲법’ 제15조(도시숲등의 조성·관리사업의 시공) 도시숲등의 조성·관리를 위한 사업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할 수 있다. 1.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 중 조경공사업,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에 등록한 자 2.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산림사업법인 3. 「산림조합법」에 따른 산림조합 또는 산림조합중앙회 또한, 조경업계의 요구사항인 도시숲사업에 대한 설계·감리 규정개선을 위하여 ‘산림기술법’개정에 착수하였다. ‘산림기술법’제15조제1항제1호다목을 신설할 예정으로 내용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에 따른 도시림·생활림·가로수(이하 ‘도시림등’이라 한다) 사업을 하려는 ‘기술사법’에 따른 조경분야 기술사 사무소를 등록한 기술사 또는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에 따른 조경전문분야 엔지니어링사업자”로 개정안을 마련하여 진행 중이다. ‘도시숲법’ 관련한 우려와 사실 ‘도시숲법’과 관련한 업계의 우려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도시숲법’이 어느 한 업계의 참여를 제약하는 규제의 법률일 것이라는 점과 조경계에서는 ‘산림기술법’ 개정에 대한 산림청의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우려이다. 1. ‘도시숲법’은 조경업계의 참여를 막는 규제법이다? → ‘도시숲법’의 제정을 통해 조경관련 사업자가 도시숲등의 조성․관리사업의 참여 근거를 명확히 하여 업계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도시숲법’은 어느 일방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행위를 제한하는 규제나 새로운 자격제도를 신설하여 진입을 막는 규제법이 아니라 도시 내 숲을 확대하고 질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진흥법이다. 다만,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도시숲과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는 공원, 녹지 등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와 건설업으로 분류되는 공원․녹지 조성 사업은 산림사업인 도시숲 조성 사업과 현장에서 그 영역이 크게 구분되지 않고 유사한 공간 및 내용으로 시행되고 있는 경우가 있어 동일한 사업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사한 공간 및 내용의 사업일지라도 현행법상 산림청에서 추진되는 도시숲 조성사업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행되는 산림사업이며, 국토부에서 추진되는 공원․녹지 조성사업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집행되는 건설 사업이다. 업무영역으로 인한 관련 업계(산림업계·조경업계) 갈등과 ‘산림자원법’을 통한 도시숲등의 체계적인 조성 및 관리에 한계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숲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도시숲법’에서 해당 사업시공자로 산림사업자와 함께 조경공사업,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을 명시함으로 산림사업인 도시숲 조성․관리에 조경분야 참여 여부에 대한 논란을 원천적으로 없애고자 하였다. 일부 조경단체에서는 입법과정에서 이러한 공사 참여 조문이 삭제될 가능성을 우려하였으나, 앞서 ‘도시숲법’ 내용에서 언급하였듯이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에는 분명히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다. 2. ‘도시숲법’ 제정 후 ‘산림기술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 산림청은 조경업계의 도시숲등 사업에 대한 설계·감리 참여를 위한 ‘산림기술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 산림청은 조경업계의 요구사항인 설계․감리 분야의 참여를 명문화하기 위하여 ‘산림기술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 다만 현재 제20대 국회 임기 말로 개정 절차를 처음부터 진행해야하는 ‘산림기술법’을 이번 국회에 개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도시숲법’을 우선 제정 후 ‘산림기술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간 서로 다른 의견을 견지했던 상호간의 신뢰 부족을 이유로 ‘도시숲법’이 통과될 경우 ‘산림기술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산림기술법’ 개정 추진에 대한 약속으로 국토교통부·조경업계·산림청·산림업계 4자 공동 법률 개정 확약을 제시한 바 있으며, 현재 정부입법 절차에 착수하여 추진 중에 있다 ‘산림자원법’의 한계와 조경업계의 참여 2007년 12월 21일 법률 제8753호로 ‘산림자원법’이 일부 개정되었다. 법 제2조에 도시림 등 용어가 정의되며, 도시림등 기본계획의 수립·시행 등이 신설되었다. 또한 2008년 6월 22일 대통령령인 ‘산림자원법 시행령’의 제2조제2항10호의2에서는 단서조항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의 별표1에 따른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으로 시행하는 사업에 대하여 도시림등(산림사업) 사업에서 제외하도록 하였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조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별표 1에 따르면, 건설업에는 수목원·공원·숲·생태공원·정원 등의 조성공사를 하는 조경공사업과, 조경수목·잔디·지피식물·초화류 등의 식재공사 및 이를 위한 토양개량공사 등을 하는 조경식재공사업으로 나누고 있다. 2009년 법제처는 안건번호 09-0075, 가로수 및 도시림 조성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자의 범위(산림자원법 시행령 제2조제2항제10호의2 관련)로 도시림등의 조성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자에 대한 법령해석을 한 바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시림 또는 가로수 조성·관리사업과 같은 일정한 산림사업을 국가, 지방자치단체, 산림소유자, 산림조합 또는 산림조합중앙회 외의 자가 하려는 경우에는 산림사업법인만이 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같은 사업이 ‘건설산업기본법령’ 상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으로 시행하는 사업인 경우에는 조경공사업자나 조경식재공사업자도 할 수 있다.”고 해석을 한다. 이 해석을 근거로 산림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경업계는 2009년부터 “도시림등” 산림사업에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이 참여해왔다. 2009년 이후 ‘산림기술법’의 제정,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한다면 도시림등 사업이 산림사업인 경우에는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은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다만 같은 사업일지라도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조경공사업이나 조경식재공사업으로 계획되고 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사업은 조경공사업자나 조경식재공사업자가 수행하게 된다. ‘산림자원법’은 그 목적 상 산림사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한 법률이며, 2008년 도시림등이 새롭게 산림사업으로 추가되면서 기존 조경사업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림등의 산림사업에서 조경공사업 및 조경식재공사업으로 시행하는 사업을 제외하였다. 도시녹지에 대한 경험과 기술력이 높은 조경업의 참여가 배제되어 있는 ‘산림자원법’ 자체의 한계로 50여 년간 도시녹지에 참여한 조경전문시공업의 도시녹지에 대한 경험과 기술력이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이며, 조경업계 및 산림업계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산림사업과 조경사업이 모두 조화롭게 상생·보완·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 ‘도시숲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상생과 협력, 그리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있는 준비 그동안 산림청은 2019년 3월 산림청장이 조경계와 약속한 상생의 방안들을 성실하게 추진해 왔고 앞으로도 도시녹화를 통한 국민복지 증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조경계에서 요구한 조경직 국가공무원 채용을 확대하였으며, 조경사업 활성화를 위한 조직 확대 노력의 결과로 올해 정원조경팀을 신설하였다. 또한, 도시숲, 정원 분야의 신규 사업을 대폭 발굴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조경전문 학생들의 실습 창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2019년부터 시작한 도시 바람길 숲 사업 및 미세먼지 차단숲 사업에 예산을 대폭 증액 편성하였으며, 학생들이 현장에서 직접 정원조성 경험을 할 수 있는 실습보육공간 조성사업, 생활 밀착형 숲 조성사업, 산업단지 내 스마트 가든 보급사업, 조경·산림업계 학생들이 참여하는 설계공모사업, 시민정원사 양성 교육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제20대 국회에서 도시숲 사업에 조경업계의 참여를 명문화한 ‘도시숲법’이 폐기된다면 새로운 법이 제·개정될 때까지 사업 참여는 제한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도시숲법’ 제정은 산림업계와 조경업계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다. 같이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숲법’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법이다. 산림과 조경업계는 서로의 장점을 융합하고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여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책임 있게 미래세대에 답해야 한다. 그 과정에 산림청의 상생의지는 확고하다.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경시공업체, ‘자연환경복원사업’ 수행할 수 없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환경부가‘자연환경복원사업대행자등록제’를시행하면서조경업체들이자연환경복원사업을수행할수없게될전망이다. 환경부는지난2월27일국회본회의에서‘자연환경보전법’을포함한14개환경법개정안이통과됐다고밝혔다. 이번개정안에는▲민간기업의자연환경복원사업직접참여허용▲우수자연환경복원사업인증▲자연환경복원지원센터지정등과함께▲자연환경보전사업대행자등록을의무화하는내용이담겼다. 이에따라자연환경복원사업을하려면환경부에자연환경보전사업대행자로등록해야한다.대행자등록을위해서는일정기준의기술인력과시설을갖추어야한다. 또한등록이후에도연2회이상사업자로적격한지점검할수있도록했으며,복원사업을부실하게운영할경우최대6개월의영업정지처분을내리거나반복적인문제가발생할경우등록이취소될수도있다. 새등록제도시행으로인해기존사업자들에게는1년의유예기간이주어진다.부칙에따르면,법시행당시이미생태계보전부담금을납부하고자연환경복원사업을수행하고있던기업이나단체는곧바로등록하지않더라도등록한것으로간주된다.그러나법시행일로부터1년이내에새로운등록절차를완료해야하며,등록없이시행하는경우에는과태료등의처벌조항도마련됐다. 이번개정안이통과됨에따라면허제도는아니지만기술인력과시설기준을강화한등록제를통해실질적인자연환경복원업종이생긴셈이다. 다만등록제이기때문에“기술력높은업체들이자유롭게참여할수있도록보장되는방식이어야한다”는점에서시행령및규칙을제정할때기존조경업체들이장벽없이참여할수있는등록기준을만든다면조경업체로서도나쁠게없다는주장도있다. 실제조경업계는“조경업체의참여가허용된다면자연환경복원신설을환영한다”는일관된입장을보여왔다. 이번법안은지난2024년8월에소관위에처음접수돼심사과정을거쳐서지난해2월에다른법안심사와통합됐다.이후지난2월20일소위에접수되고단7일만에국회를통과했다.환경부와조경계간오랫동안이어져온쟁점법안이조경업계의반발없이조용히통과된것이다. 김준호환경부자연생태정책과사무관은이번개정안에대해“기존에는대행자가기술인력을갖춰복원사업을수행할수있었지만,국회의입법권한으로대행자등록제를도입하게됐다”며“시행령·규칙개정시입법예고등의절차를거쳐하위법령이마련될것”이라고말했다. 또한대행자등록기준은“기존대행자지정기준에준하지않겠냐”면서기존조경업침해에대해서는“입법과정에서의견수렴절차가마련되어있는만큼검토될것”이라는원론적인답변을주었다. 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입법과정에서조경계의의견을묻지않았다면서"조경계와협의없이법안을통과시키지않겠다"는약속을환경부가져버렸다고반발했다.또한"앞으로가능한모든방법을모색해가겠다"고말했다. 이미정부에이송된법을막을방법으로는대통령거부권이나헌법소원이있을수있고,혹은법을개정하는방법이있을수있다.하지만국토부를통한부처간협의를통해하위법령제정에서조경업체의목소리를최대한반영하는것이가장현실적이라는의견도있다. 이번개정안으로조경업체가자연환경복원사업에직접참여할수있는길이좁아진것은분명하지만,지금이라도법안저지에서하위법령제정에이르기까지법적대응은물론가능한모든대응에나서야한다는지적이다.
“전문성 강화와 지속가능한 조경산업, 정부가 책임진다”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정부가조경기술자의전문성강화를위한자격제도개편,조경수목거래가격정상화등의정책적지원을약속하며,조경계와협력해지속가능한녹색도시조성을위해노력하겠다고밝혔다. 환경조경발전재단은4일건설회관중회의실에서‘제22회조경의날’기념식을개최했다.이번행사는조경업계종사자들의노고를치하하고조경산업발전에기여한인물과기관을표창하기위해마련됐다.정부기관과공공기관관계자,학계및업계인사등160여명이참석해자리를빛냈다. 이상주국토교통부국토도시실장은축사에서“지구온난화와기후위기의영향으로지속가능한발전이더욱중요한시대가됐다.우리는조경을통해도시속자연공간을확대하고,자연안에서시민들이쾌적하게활동할수있는환경을만들어야한다”며조경인들이기울인노력이푸른국토환경과쾌적한도시공간조성에큰기여를해왔다고강조했다. 이어이실장은조경산업기사,기사,기술사등조경분야기술자격시험을업계현황에맞게정비하여개선하겠다고밝혔다.이를통해현장맞춤형조경기술자양성을확대해나갈계획이다.또한현재진행중인조경수거래가격조사연구를통해조경공사에서가장큰비중을차지하는수목가격을정상화하고,합리적인재료비책정기반구축을약속하며“조경산업발전을위해정부차원의적극적인정책지원을아끼지않을것”이라고덧붙였다. 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인사말을통해“오늘이자리는조경산업의발전을기념하고,그동안헌신해온조경인들의노고를격려하는자리다.특히조경지원센터지정과조경수목가격공표등중요한정책적진전이있었으며,앞으로도조경산업의경쟁력강화를위해힘을모아야한다”며조경산업의지속적발전을위한협력을강조했다. 이날기념식에서는국토교통부,환경부,산림청,국가유산청,서울특별시에서조경산업발전에기여한인사들에게표창을수여했다.또한조경분야에서뛰어난공적을남긴인물들에게‘자랑스러운조경인상’과‘공로상’이수여됐다. 국토교통부장관표창은▲한갑수덕조종합조경대표▲오승재아르디온대표▲김철민남해종합건설이사▲이형철디자인파크대표▲이호재해선조경대표가받았다.환경부장관표창은▲박정식동우건설대표와▲최은경건화전무에게돌아갔다. 산림청장표창은▲김주돈테마조경대표▲김도연호반건설상무▲김승현도래솔이사▲신지훈단국대학교교수가수상했다.국가유산청장표창은▲최종희배재대학교교수▲이은수포스코이앤씨부장▲허갑래한림에코소장이받았다. 서울특별시장표창은▲정엽삼성물산건설부문그룹장▲안기수공간시공에이원대표▲최웅재디자인스튜디오도감소장▲정주영안팎대표▲최대림장원조경대표▲박윤수두산건설부장▲김성래현대장미원대표▲강경호서진조경대표▲김명홍디엘건설부장에게주어졌다. 조경산업발전에기여한‘자랑스러운조경인상’수상자는▲지명환부산조경협회수석부회장▲소현수서울시립대학교교수▲유연송보성조경대표▲한상우이노블록부사장▲김충일계림조경대표▲임상규송림원대표▲김순기국립순천대학교교수▲노재신화신조경대표▲박성욱현대건설책임▲박상원세양조경대표▲김지환엔에스프리대표▲정운익레인보우스케이프대표▲김상욱원광대학교교수▲하광철새숲조경대표가선정됐다. 이어환경조경발전재단의발전과조경산업의지속적인성장을위해헌신한공로로오순환환경조경발전재단본부장이공로상을받았다. 이날행사에서는조경교육의혁신과제도적발전을위한한국조경학회의비전발표도진행됐다.배정한한국조경학회회장은“조경교육의정체성확립과실무연계를강화하기위해교육인증제를도입할필요가있다”며향후추진방향을설명했다.이를통해조경산업의경쟁력을높이고,국제적기준에맞춘전문인력을양성하는것이목표다. 행사는표창수여후단체사진촬영과자유로운네트워킹시간으로마무리됐다.참석자들은조경산업의지속가능한발전을위해더욱협력할것을다짐하며행사의의미를되새겼다.
[락앤피플] 발끝에서 시작되는 자연 혁명, 에코나이트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맨발걷기가건강과힐링을위한새로운웰빙트렌드로확산되고있다.발바닥이직접지면과닿으며지압효과,혈액순환촉진,면역력강화등건강에긍정적인영향을주며,‘어싱(Grounding)’효과로염증감소와스트레스해소에도도움을준다.또한디지털디톡스와명상효과로정신적안정감을높여주며,친환경라이프스타일과결합해자연속에서즐기는‘에코테라피’로자리잡고있다. 이에따라맨발걷기전용길이전국적으로확산하고있지만,기존의맨발길은미끄러움,낙상위험,기후의영향을쉽게받는단점이있었다.이를해결하기위해리바컴퍼니가안동적운모광산의자연재료를활용해개발한것이바로에코나이트다. 에코나이트는경북안동의희귀광물인적운모를활용한보도체다.기존황토보도체가빗물에취약하고유지보수가어렵다는문제점을개선하고,보다안전하고지속가능한솔루션을제공한다.적운모는다공성구조를지녀우수한배수성능을갖추고있어비가와도미끄럽지않으며,여름철뜨거운열기를효과적으로분산시켜맨발걷기에최적화된환경을제공한다. 안동적운모는단순한광물이아니다.다량의게르마늄과미네랄을함유하고있어원적외선방사및음이온효과를통해혈액순환을촉진하고신체에너지를활성화한다.맨발로에코나이트를밟으면피부를통해미네랄이흡수되면서자연치유력이높아진다.지난해대한민국정원산업박람회에서시민들은“바닥을밟는순간따뜻한기운이전해진다”며놀라운경험을공유했다. 김혁리바컴퍼니대표는“우리가일상에서사용하는많은건축자재나걷기보도체가환경적으로지속가능하지못하며,또한건강에도해롭다는사실을알게되었고,이를개선하고자했다”고에코나이트개발동기를설명했다.환경호르몬과중금속문제에대한깊은이해를바탕으로국민건강증진과맨발걷기운동의활성화에기여하고자소재의개발을추진했다. 김대표는20년간의인테리어사업과12년간의종합건설업경험을통해환경호르몬과중금속문제에대한깊은이해를바탕으로리바컴퍼니를설립했다.그결과친환경건축자재및생활환경개선소재로사용될뿐만아니라맨발걷기보도체로도우수한성능을발휘하는에코나이트를개발하게됐다.에코나이트는맨발걷기도로의사용을연중무휴로가능하게하며,모든계절에걸쳐안전하고편안한걷기환경을제공한다.비가와도빠르게건조되고,너무덥거나추운날씨에도사용할수있어사용자에게최적의걷기경험을제공한다. 개발소재원산지로안동적운모광산을선택한것은일제강점기때부터연구와개발로그가치가입증된광산의지리적,지질학적특성때문이다.김대표는이광산의역사적,지리적가치를인식하고이를활용한연구와개발을시작했다.안동적운모는원생대와고생대의지질학적과정을거쳐형성된희귀한광물로,다량의게르마늄과풍부한천연미네랄성분을보유하고있다.이광물은음이온발생과원적외선방사작용을통해혈액순환을촉진하고,피부의노폐물을배출하며,항균·탈취,세포활성화및항산화효과를나타낸다.동의보감등고전의학서적에서도‘신비의광물’로전해진만큼,오랜역사적근거를가진귀중한자원이다. 청량산은맑은공기와천연약수로유명한명승지다.리바컴퍼니는이지역의자연에너지를제품개발에반영해,맨발걷기를단순한운동이아니라치유와힐링의경험으로바꾸는데주력했다.퇴계이황선생이‘도산’이라명명한곳과가까운이지역의청정한자연환경은에코나이트가더욱특별한이유다. 에코나이트는실내에서도어싱(Earthing)효과를극대화한다.기존플라스틱이나인조재와달리,실내공간에서도원적외선을방출해공기질을개선하고정서적안정감을제공한다.학교,경로당,공공시설등에적용하면건강증진과심리적안정효과를기대할수있다. 에코나이트는단순히건강을위한보도체가아니다.미세공극이일반바이오차르보다30배~200배많아오염물질과중금속을흡착하는천연필터역할도한다.이로인해수질정화와토양개선효과를제공하며,지속가능한환경보전에도기여할수있다. 리바컴퍼니는에코나이트를시작으로조경,건축,환경정화등다양한분야로기술을확장할계획이다.김혁대표는“우리는단순한맨발길을만드는것이아니라,도시와자연,그리고인간의건강을연결하는플랫폼을구축하고있다”며글로벌시장진출의비전을밝혔다. 에코나이트는맨발걷기를한층더안전하고편안하게만들어주는혁신적인솔루션이다.자연과함께하는지속가능한길,에코나이트가그답을제공한다.
K-Garden, 세계로 뻗어가다: 황지해 가든디자이너의 정원 철학
[환경과조경김하현기자]황지해가든디자이너가한국정원의정체성과세계적확장가능성을조망하며,자신이걸어온길과작품에담긴철학을공유하는자리가마련됐다. ‘2025사철정원아카데미’의일환으로황지해가든디자이너의‘K-Garden세계로뻗어가다’라는주제의특강이지난26일도곡동오유아트홀에서개최됐다. 이번강연은서울문예마당이주최하고시민정원문화협회,대한건축학회,대한토목학회,조경가드닝멘토협의회,강남경제인포럼이후원하는‘사철정원아카데미:세계의유명정원I’개강에앞서사전특강형식으로진행됐다.본강연에는정원관련전문가,조경및원예전공자,정원애호가등약90여명이참석했다. 강연에앞서조경가드닝멘토협의회에서국제기능올림픽조경가드닝부문관련동영상소개를시작으로본강좌를준비한한승호서울문예마당이사장의인사말과황지해가든디자이너의환영인사가있었다. 한승호이사장은“오늘의연사를무대로모시기전에작가님의이름으로삼행시를준비했다”며“‘황’홀한자연의숨결을담아,‘지’구곳곳에한국정원의아름다움을전하고,‘해’외에서도빛나는K-Garden의꿈을펼치는우리정원의홍보대사황지해작가”라는인사말로작가를환영했다. 해우소정원과DMZ정원:한국적정원의철학 황지해작가는영국첼시플라워쇼에서3회금메달을수상한과정과그속에담긴비하인드스토리를중심으로지나온삶을회고했다.대학시절회화과학생이었던그는생계를위한아르바이트로조경공사현장을처음경험했다.현장에서땀을흘리며손끝으로재료를만지고물성을느끼는경험은,아침해가떠서지는노을을보는시간속의모든과정을더욱생생하게만들었다.이때직접적인경험을통한지혜가가장큰지식이라는깨달음을얻으면서가급적현장에많이나가려고노력했다. 그런데회화전공이라는정체성이괜한오해를불러일으키기도했다.미술계에서는소위‘깽깽이미술’을하는사람,조경계에서는‘미술전공자’로규정당하며어느쪽에도속하지못하는듯한외로움을느꼈다고. 황작가는“파트리크쥐스킨트의책‘좀머씨이야기’에서좀머씨는이야기내내단한마디도하지않다가말미에‘제발나를좀그냥내버려두시오!’라고딱한번목소리를낸다.그한마디에가슴이울컥했다.숨쉬고싶고대화상대가필요했다”고고백했다. 그러던중2002년영화‘반지의제왕’을배경으로한첼시플라워쇼수상작을접하게되면서,이곳에가면‘대화’를할수있을것같다고직감하게된다.황지해작가는그로부터7년간유학비를마련해영국으로떠났다. 런던에도착해서는소통을위한영어공부를계속했다.그러나반복적인언어공부에쏟는시간이쌓여가면서문득‘이대로는안될것같다’는마음에도망치듯하이드파크를찾았다.공원에가만히앉아있는동안다람쥐와새가그에게다가왔다.옆에가까이와있는새를보며‘자기와의대면’에관해생각했다. 2011년첼시플라워쇼아티즌가든금상은그때탄생했다.황작가는자신이느끼던답답함에서출발해한국의‘해우소’를떠올렸다.‘마음을비우는곳’이라는뜻을가진한국전통화장실해우소를통해피상적인아름다움이아닌관념이면의본질에대해이야기할수있다고믿었다. ‘해우소:근심을털어버리는곳’은비움이곧환원이되는순환구조에서‘겸손’의태도를찾아내고,자연공간으로치환해낸작품이다.‘해우소정원’은실제로작가가어린시절한옥에살았던기억을바탕으로편집됐다. 황지해작가는주로자신의성장배경을바탕으로작품에대한영감을찾아냈다.해우소정원에심은더덕은과거에어머니가아침마다더덕껍질을벗기던모습과소리,향기에대한추억을담고있다.황작가는“제게더덕향기는곧어머니의손가락냄새다.이곳에더덕을심어어머니에대한애정을표현하고싶었다”고말했다.이어“집에있던작은텃밭을통해세상을배웠다.나의텃밭은어머니께서선물해주신거대한자연도감과같았다”고덧붙였다. 또한수상소식을알게되던당시상황도공유했다.BBC프리젠터가“KoreaWin!”이라고말한순간,작가개인이아닌‘한국의정서’가인정받았다는생각에소름이돋았다는것이황작가의말이다. 황작가는‘아,나이러려고왔구나.우리의정서,우리의히스토리,우리어머니의이야기.우리식물을통해서문화를전달하는것.소프트파워라는게다름아닌정원이구나.이렇게고상한리더십이있구나’라는생각이들었다고얘기했다.그렇게정원은그에게‘우리에게익숙한그것들이걸어나와서이야기를들려주는일’이됐다. 덕분에2012년첼시플라워쇼전체최고상수상및초대최고상수상기록을남긴‘고요한시간:DMZ금지된정원’을준비할때는오히려마음이편했다.정원을‘만든다’는개념자체가어색해졌다.정원의본질은‘자연의원시성’에있었으므로,그는그저전달자의역할을하면된다고믿었다. 황작가는한국을여전히폐허가된전쟁국가로인식하는타지의편견에충격을받아그이미지를탈피하고싶었다.한국에돌아온작가의눈에DMZ는한국의아픔과상처를녹색눈처럼뒤덮은우리생태의회복력과재생력을보여주고있었고,어쩌면원시적인이야기를가진이공간이지구에던지는평화의메시지가될수있겠다고느꼈다.그는그이야기를그대로옮기기로마음먹었다. 모든작업과정은마치장애물같았다.황작가는금전적문제,소통의문제,재료,날씨,체력등정말쉬운게하나없었다고토로했다.그럼에도그때마다등뒤의보이지않는태극기를그리며인내했다. 스스로‘나는플랜팅은모르지만,회화성은안다’고되뇌며디테일과서사성,시적인언어를추구했다.그는“낯선식물은곧낯선언어”라며“살아있음이가장아름답다.결국아름다움이승리한다.아름다움을아는나라가세계를리드한다”고강조했다. 또한식물의언어를듣기위해집중했다.황작가는새와식물사진을스크린에띄우며“제가어떤새를,식물을드로잉하거나디자인했나요?”라며미소지었다.그는생태를제압하거나지배하려고하지않아야한다고거듭역설했다. 이러한노력은끝내최고상최초수상이라는영광을불러왔다.자기작품을수많은관객이정독하듯감상하는모습을보며그들이보여주는문화적환경에감동하기도했다.이후해당작품철거시기에정원내나무에새가날아들면서법적인문제로철거작업이3일연기되는일이벌어졌는데,한편으로는영국이가진관점과지성을보며이것을배우기위해여기에왔다는느낌도받았다고말했다. 정원을통한인간의존엄성과자연과의관계성찰 황작가는2023년첼시플라워쇼에서지리산을모티브로한‘백만년전으로부터온편지’로다시한번금상을수상했다. 그는자신의일에대해“육체적으로정말많이힘들다.감정이입하는일도,디테일과거시적관점을함께생각하는일도어렵다”면서도,“가장진실에가까운,우주의원리에가까운일이다.그래서저는이일을계속한다.보이지않는공기에대해,태양에대해이렇게까지감사해본적이없다.지구에는버릴것이하나없다.그저자연으로부터멀어지려는인간의무지가모든문제를만든다.이제는우리가무언가갚아야할시기가아닌가”라고진심어린태도를보였다. 정원에있을때가장지성인이되는것같다는황지해작가는객석을향해“우리는만날수있는계절을만드는사람들이다.우리가이땅위에해야할일이분명히있는책임을가진사람이라는걸기억하셨으면좋겠다.부디이시간이여러분께‘나는존엄한사람이야’라는마음을드릴수있었기를바란다”는말로강연을마무리했다. 이날특강의제목‘모퉁이를비추이는태양’은우리나라대표원림인소쇄원에서가장먼저볕이든다는‘애양단’에서따왔다.지난해황작가가뉴욕맨해튼한국문화원에조성한미국내유일한한국전통정원의이름이기도하다.애양단(愛陽壇)은태양을사랑하는담장이라는의미이지만,그내면에는예외없이따뜻한햇살을내리는태양을생각하며인간은모두가존엄한존재라는메시지를담고있다.황지해작가는앞으로도한국의자생종과특산종등을활용해자신만의시선으로한국고유의정서를나타내는작품활동을펼칠예정이다. 한편이번특강을시작으로‘2025사철정원아카데미’정기강좌가3월부터11월까지매월둘째주금요일에진행될예정이다.개강강연은3월14일최종희배재대교수가‘정원이란무엇인가’의주제로진행되며,영국,이탈리아,한국의정원문화및현대정원의흐름을조망할예정이다.향후강의일정과프로그램에대한자세한내용은(사)서울문예마당을통해확인할수있다.
“수목원·식물원 교육, 보전·연구 연계 교육으로의 전환 필요”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국내수목원·식물원교육이단순히식물과자연을감상하는수준을넘어,보전및연구기능과연계된체계적교육시스템으로발전해야한다는공감대가형성됐다. 국립수목원과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가주최·주관한‘수목원·식물원교육의미래와방향토론회’가지난24일프레스센터19층기자회견장에서개최됐다.이번행사는산림청,국립수목원,지자체관계자,교육전문가등약100여명이참석한가운데,국내수목원·식물원교육의현황을진단하고향후발전방향에대해심도있는논의를펼쳤다. 토론회는등록과기념촬영,이은실부회장의환영사,임영석국립수목원장,이용석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사업이사의축사로시작됐다.이어유희영국립수목원전시교육연구과임업연구사,전정일신구대학교식물원교수,손연아한국환경교육학회장이각각‘국내수목원교육의현황과방향탐색’,‘수목원·식물원교육의정체성과향후과제’,‘환경교육과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바라보는수목원·식물원교육의방향’을주제로발제를진행,각자의전문분야에서교육현황및개선방안을제시했다. 유희영연구사는1970년대이전부터시작된수목원조성과그발전과정을소개하며,국민들에게친숙한수목원교육의역할과한계그리고향후보완해야할점을짚었다. 전정일교수는기존의해설중심교육에서벗어나식물보전,유전자원관리등수목원·식물원의고유기능에기반한전문교육프로그램의필요성을강조하며,기관별운영현황과교육프로그램의다양성부족문제를지적했다. 손연아회장은환경교육과지속가능발전교육관점에서수목원·식물원교육이미래세대의인식전환과사회적변혁에기여할수있는방안을모색해야한다고역설하며,학교및지역사회와의협력모델을제안했다. 토론시간에는배준규국립수목원전시교육연구과과장,강신구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본부장,김인호전국가환경교육센터장,김현정에코나우선임연구원,손승우EBSPD가참여해다양한시각에서의견을나눴다. 참석자들은기존의일방적교육방식에서벗어나,체험과해설을통해관람객의인식변화를유도하는‘참여형교육’의필요성과교육콘텐츠의차별화,공공및민간부문간협력체계마련의중요성을강조했다.특히학교교육과의연계,지역사회및공공기관과의협력그리고다양한연령층을아우르는평생교육모델마련이시급한과제로떠올랐다. 일부참석자들은‘수목원교육전문가’양성의필요성과교육의범위를재정의할필요성,더나아가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과연계한새로운교육모델구축에대한의견을제시하며,국내수목원·식물원교육의글로벌경쟁력을높일수있는방안을함께모색했다. 손승우PD는자연다큐멘터리제작경험을바탕으로,자연과식물에대한대중의인식을보다효과적으로전달할수있는미디어의역할을강조했다.그는스토리텔링과영상콘텐츠를활용해수목원·식물원의교육메시지를창의적이고감성적으로전달하는방안을제안하며,단순정보전달을넘어감동과공감을이끌어내는교육콘텐츠개발의중요성을역설했다. 김현정선임연구원은수목원·식물원현장에서교육운영에있어인력및예산부족등실질적어려움이존재함을언급하며,현재프로그램들이해설중심으로만운영되고있어전문인력양성과프로그램고도화가미흡하다는점을강조했다.그는전문교육인력을체계적으로양성하고현장의어려움을해소할수있는지원체계를마련할필요가있으며,다양한연령대와교육수요를반영한평생교육모델구축을통해교육효과를극대화할수있는방안을제시했다. 강신구본부장은현장관리및운영에서인력·예산부족문제와교육프로그램의단편화된운영현실을솔직하게언급했다.그는식물보전,유전자원관리등수목원·식물원의고유기능을기반으로한차별화된교육콘텐츠개발의필요성과공공-민간부문간협력체계를강화해지속가능한교육모델을구축해야한다고강조했다. 배준규과장은기존교육방식이일방적이고체험중심이부족하다는점을지적하며,관람객이단순히해설을듣는데그치지않고직접참여하고체험할수있는교육프로그램도입과현장실무와연계된‘참여형교육’모델의필요성을강조했다.또한공공및민간부문과의협력을통해교육콘텐츠의전문성과다양성을확보해야한다는의견을피력했다. 김인호전센터장은현재교육방식이과도하게일방적이며,변화하는사회와디지털환경에적응하지못하고있는문제를지적했다.이에스마트교육기술을적극활용하되인간적소통과참여를결합한새로운교육패러다임이필요하며,기후변화와생물다양성보존과같은글로벌이슈에대응하는교육프로그램개발을제안했다. 한편김주환협회장은“오늘논의된다양한의견들이앞으로수목원·식물원교육총회및향후정책수립에적극반영되어,우리나라의교육모델이세계적으로도모범이될수있도록노력해야한다”고말했다. 이번토론회는수목원·식물원교육의현황과한계를진단하고,미래교육의방향성을모색하는자리가됐다.참석자들은앞으로도지속적인논의와협력을통해국민들이자연과함께성장할수있는교육환경을조성해나가겠다는의지를피력했다.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한국수목원정원협회’로 명칭 변경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가정원분야를포함한포괄적인사업추진과대외협력을강화하기위해한국수목원정원협회로명칭을변경했다. 24일서울프레스센터19층기자회견장에서열린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정기총회및특강에서는산림청,국립수목원그리고협회관계자들이모여향후식물원·수목원·정원분야의발전방향과정책과제에대한심도있는논의를펼쳤다. 이날협회의정관및명칭변경안건은이번총회의핵심이슈중하나였다.기존‘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라는명칭이가지고있던한계를인식하고,공공성과전문성을강화하며민·관협력확대를도모하기위해‘한국수목원정원협회’로의변경이제안됐다. 참석자들은변화된명칭이협회의미래발전을위한전략적전환점이될것이라는공감대를형성했다.앞으로수목원·정원분야의전문성을확장하고공공기관및민간부문과의협력을강화하기위한전략적선택으로평가됐다. 이와관련K-정원분과위원회를신설해남도정원연구소,안스그린월드,세미원지방정원등정원관련신규기관회원유치와전시,박람회등을통한홍보활동에대해보고했다.민·관협력및교육콘텐츠개발,관련사업의지속적인확장을위해구체적인계획을마련중임을밝혔다. 김주환회장은“산림청행정조직과정합성을맞추고정원도시,국가정원등의수요증가에발맞춰가기위해명칭을변경하게됐다.국가정책과연계된수목원·정원발전은지역경제활성화및문화산업확산에기여하는중요한과제”라며,회원간협력과적극적인의견개진의필요성을강조했다. 임상섭산림청장은축사를통해“수목원은생물다양성보존과국민치유의핵심역할을담당하는시설로서,정부는지속적인지원과정책개선을통해이들시설의안정성과수익성을높여나갈것”이라는메시지를전달하며산림청의의지를명확히했다. 임영석원장은“수목원과식물원이자연기반교육의시작점으로서중요하며,모든생물의보전에핵심적인역할을한다”며수목원·식물원이지역경제와국가적이익을가져올수있는방안을모색하고협력할것을약속했다. 심상택이사장도“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협회란이름을통해같은방향성을갖게됐다”며수목원·정원문화·산업발전에대한공공성과대외협력을강화하겠다는의지를피력했다. 총회에서는분과별사업결과보고,재정감사,예산안심의등이이뤄졌다.사립수목원분과위원회는교육프로그램개발,자생식물관리,지역네트워크활성화에중점을두어앞으로의과제와개선방안을논의했다.국립수목원분과위원회는자생식물유전자원조사와생태복원사업의중요성을강조하며,정부정책과의연계강화필요성을제기했다. 세밀화분과위원회는식물일러스트,사진전및공공홍보자료제작활동에대한보고를진행했다.문화콘텐츠로서식물예술의역할과이를통해국민들에게생태보전의메시지를전달하는데중점을두고향후활동방향을제시했다. 총회이후이어진특강에서는▲이상필산림청서기관의‘2025수목원진흥계획’▲장계선국립수목원임업연구관의‘제11회세계식물원교육총회’▲양강산국립백두대간수목원주임의‘공·사립수목원정사영상제작지원’▲지용훈국립세종수목원팀장의‘수목원·식물원·정원스탬프투어지원사업설명’▲송명준협회이사(K정원분과위원장)의‘APGA를통해본우리나라공공정원의비전과방향’등국내외수목원·정원교육과사업지원,공공정원발전비전등이순차적으로발표됐다. 이상필서기관은향후5년간수목원진흥의기본방향과주요전략을소개하며,자생식물유전자원조사,ESG경영반영,스마트수목원조성등핵심과제를강조했다.정부와협회의긴밀한협력을통해현장의목소리가정책에반영될수있도록할계획임을밝혔다. 장계선연구관은오는6월코엑스에서개최될제11회세계식물원교육총회의준비상황과기대효과를설명했다.약40개국90개기관,총400여명이등록될예정이며,“변화를위한교육과글로벌도전과제해결”을주제로다양한동시세션과워크숍이진행되어국제적교류의장이마련될것이라고전했다. 양강산주임은드론과GIS장비를활용한고해상도정사영상촬영사업을소개했다.이사업은각수목원의현황및식재상태를정확하게파악하여관리효율성을높이고,향후리모델링및교육자료로활용할수있도록지원하는것이주요목표이다. 지용훈팀장은스탬프투어를통한국민체험프로그램활성화계획을발표했다.전국44개기관이참여한지난운영성과를바탕으로,올해는교육콘텐츠확충및현장방문활성화를위해스탬프투어물품지원,인증현판제공등다양한지원방안을마련할예정임을밝혔다. 송명준이사는APGA(미국공공정원협회)와의협력사례를통해,우리나라공공정원의발전방향과비전을제시했다.협회는국내수목원·정원분야의전문성강화와민간및공공부문의협력확대를통해,지속가능한공공정원모델을구축하는데앞장설계획이라고강조했다.
호남환경조경단체연합회 창립총회, 지속가능 조경 발전 위한 새 출발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호남지역의조경과환경발전을견인할연합회가공식출범했다. 호남환경조경단체연합회(이하호남조경연합)는지난21일광주JS웨딩컨벤션에서창립총회를개최했다.이행사는호남지역의환경과조경산업발전을위해여러관련단체가한데모여공식적으로연합회를출범시키는자리였다.이자리에는전진숙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북구을),이정선광주광역시교육감을비롯해다수의지역정치인,조경전문가,교육자등약200여명이참석했다. 호남조경연합은기후변화와빠른도시화가진행되는현시점에서,지역사회의환경을개선하고조경의공공적가치를높이기위해출범했다.초기회의에서는소통과협력의필요성에대한공감대를형성했으며,이를바탕으로조직구성과추진계획을확정했다. 주요목표는조경산업의발전을통한도시환경의개선,전문가간교류의확대,정책제안을포함한다.이를위해조경정책연구및개발,생태복원기술연구,정원·녹지·조경포럼개최,박람회유치,장학사업등다양한활동을계획중이다. 또한환경보존과조경발전을위한교육프로그램을개발해전문가뿐만아니라일반시민들도환경과조경의중요성을이해할수있도록할예정이다.이를통해지역사회발전에실질적으로기여하고,아름다운도시와자연을조성하는데앞장설계획이다. 호남조경연합은▲한국조경학회호남지회▲임우회(광주)▲임우회(전남)▲광주생명의숲▲한국조경수협회광주·전남서부지회▲호남조경협회▲전문건설협회광주광역시회조경식재·시설물업종분과▲한국나무의사협회호남지회▲전남ICT/SW기업협회등9개단체모임으로구성됐다. 김경섭호남조경협회회장이상임연합회장을맡고,김길수광주생명의숲대표가공동연합회장을맡았다.연합부회장에는김선채공간조경대표를,고문으로임희진전광주광역시건설본부장과김농오목포대학교조경학과명예교수를위촉했다. 감사는곽원실박용석법무사사무소대표와김경수화수조경대표가맡고,사무국은이근형옥담대표(사무국장),박종주삼강조경대표,한기정남해종합개발차장,노종민노엘이사,이보라이룸이엔씨실장이운영위원을맡아운영할예정이다. 이외김도균순천대학교조경학과교수등6인,김기중전남일보총괄본부장등3인,김성현광주생명의숲공동대표등2인이각각학술,정책,기술자문위원을맡았으며,소통,기술,재정,대외협력,정원분과등11개위원회와특별자문기관(전라남도산림연구원)으로조직이구성됐다. 김경섭회장은환영사를통해“조경이단순한공간조성을넘어지역사회의정체성과주민들의삶의질을향상시키는데실질적인기여를할것”이라며,환경과조경의역할이갈수록중요해지는현시점에서의단체의역할을강조했다. 전진숙국회의원은축사에서“녹지보호와조경산업이미래세대를위한환경파괴방지에핵심적인역할을할것”이라며,관련정책지원을약속했다. 이정선광주광역시교육감은교육기관내에서의녹지공간확장과관리강화의필요성을언급하며,“학교마다녹지조성을통해학생들의정서발달에긍정적인영향을미칠수있도록조경단체와협력할계획”이라고전했다. 강기정광주광역시장과민형배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광산구을)은영상메시지를통해호남조경연합과의협력을다짐했다. 강기정시장은“광주는도시공원조성과녹지확장계획을통해시민의삶의질을높이고있으며,이러한계획이성공적으로수행될수있도록지역조경단체와의협력을기대한다”고강조했다.기후행동의원모임일원인민형배의원은“기후위기가녹지관리에어려움을주고있는상황에서지속가능한녹지조성과조경산업발전에연합회가앞장서줄것으로기대한다”며“녹색도시와지속가능한환경을만들어가자”고당부했다. 한편총회에앞서진행된특강시간에는▲김도균순천대학교조경학과교수가‘유럽의조경식재동향’▲하재호전서울시부이사관이‘서울의공원녹지정책방향고찰’▲이재원안전일터관리원대표가‘중대재해예방통합관리의중요성’에대해소개했다. 김도균교수는유럽의정원및축제디자인사례를중심으로,자연친화적이면서도미적가치를높이는조경트렌드를소개했다.김교수는컨테이너재배와자생식물활용,생태계보전등환경변화와기후적응을고려한다양한식재및관리기법을설명하며,최소한의인간개입으로자연미를극대화하는미니멀리즘디자인과기능성및유지관리측면에서의혁신적접근방법을강조했다. 하재호전부이사관은서울시의녹지및공공복지관련조직발전과함께도시재생,하천및산등자연자원의보존과활용정책변화를짚어보았다.민선이후확충된조직구조와남산,한강종합개발,도시광장및도심캠핑장등의정책사례를통해,서울이시민복지와환경개선을동시에추구하고있음을보여줬다.강연은역사적배경과현재추진중인다양한정책사업들이서울의도시경쟁력강화에어떤영향을미치는지에대한심도있는논의로이어졌다. 이재원대표는중대재해처벌법을중심으로사업장에서의안전관리체계구축과법령이행의중요성을역설했다.그는재해발생시경영책임자뿐아니라관계종사자들까지형법상처벌대상이될수있음을경고하며,예방차원의체계적안전관리의필요성을강조했다.특히중소사업장도쉽게활용할수있는전문관리프로그램개발사례와산업안전보건법등관련법령준수를통한무혐의판결가능성을소개하며,기업들이보다적극적으로안전관리에나서야함을역설했다.
[기고] 농촌체류형 쉼터, 나는 별서(別墅)다
1.지방소멸,농촌소멸위기의해법 산업화이후,일자리를찾아농촌에서도시로,지방에서수도권으로이동하는인구집중현상이발생했다.노무현정부는지방소멸위기해결을위한인구분산정책으로2003년6월,‘국가균형발전을위한공공기관지방이전’계획을발표하고,공공기관지방이전과혁신도시건설을시작했다.혁신도시의계획인구는약2만~5만명으로계획되었으며,1단계(2007~2014,이전공공기관정착단계),2단계(2015~2020,산·학·연정착단계),3단계(2021~2030,혁신확산단계)로진행되었다. 2005년6월이전대상공공기관확정,2005년8월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전담조직설치,2005년12월10개혁신도시입지선정완료,2007년4월10개혁신도시지구지정,2007년5월혁신도시개발계획수립,2007년9월혁신도시기반조성착공,2012년공공기관지방이전개시,2019년12월공공기관지방이전완료등을진행하여2025년현재,10개광역권에혁신도시가건립되었다(innocity.molit.go.kr). 한국은경제·일자리·인구등의‘수도권집중도’1위국가다.한국·일본·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등7개국이가입한‘30-50클럽’(1인당국민소득이3만달러·인구5000만명이상국가)에서한국의수도권집중화현상은유독두드러지는것으로나타났다.전국민의50.9%,일자리의58.5%역시수도권에몰려있다.이에반해미국은일자리4.9%,인구는4.7%로수도권집중도는한국의10%미만이다(김시덕,중앙일보,2024.10). 2030년혁신도시3단계가완료되면혁신도시당계획인구는최소5100명(제주서귀포)~최대5만명(광주,전남)으로혁신도시의총계획인구는최대27만3583명이다.이는2025년인구통계5168만4564명기준0.53%정도다(kosis.kr).지방및농촌소멸위기의해결과국가의균형발전을위해서는인구분산정책이모범답안이다.그러나혁신도시와같은단일사업만으로일자리의58.5%,전국민의50.7%가수도권에집중해있는인구집중문제를해결하기란불가능하다.정부주도의정주(定住)인구분산정책에서,시민의자발적참여를유도하는체류형생활인구분산정책으로인식대전환이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2025년1월24일부터농촌생활인구확산으로농촌소멸에적극대응하기위해농지(農地)에임시숙소로활용할수있는‘농촌체류형쉼터’를도입했다.이를위해내건슬로건이‘4도(都)3촌(村)’이다.주7일중4일은도시에서,3일은농촌에서생활한다는개념이다.계획대로추진된다면일상의57%는도시에서정주(定住)하고,43%는농촌에서체류하는생활인구분산효과를기대할수있다. 2.농촌체류형쉼터 ‘농촌체류형쉼터’란,농업인이아닌개인이주말등을이용하여취미생활이나여가활동으로농작물을경작하거나다년생식물을재배하는‘주말·체험영농’활동을위한임시숙소를말한다.농촌체류형쉼터의규모는33㎡까지가능하며,부속시설로데크,주차장,정화조설치가가능하다.그러나핵심은이러한가설건축물면적과부속시설을합한면적의두배이상농지를확보하여농작물을경작하거나다년생식물을재배하는영농활동을해야한다는것이다. 농촌체류형쉼터이전에는농막(農幕)이있었다.‘농막’이란,농작업에필요한농자재보관,수확농산물간이처리또는농작업중일시휴식을위하여설치하는임시창고로서원두막이진화한형태이다.초기에는비닐하우스에차광막(遮光幕)을덮는형태가주류였으나최근도시민의여가문화가발달하면서이동식컨테이너를개조하여농막으로이용하고있다.더나아가생활의편리성을추구하는도시민의수요와이동식주택시장의공급에따라방,화장실,거실등각종편의시설을갖춘이동식주택이소비자에게농막으로보급되었다.이로인해현행법상숙박이금지된농막에서사실상숙박행위가이루어지는문제점이드러났다.따라서불법농막을양성화하는제도개선의필요성과소비자요구에맞춘실행계획이수립되었다. 농막이전에는원두막(園頭幕)이있었다.‘원두막’이란,오이,참외,수박,호박따위를심은밭을지키기위하여밭머리에지은막(幕)이다.사각정자형태로자연스러운원목을기둥삼고,볏짚또는나무판자로지붕을덮어비와햇빛을차단해줌으로써농작물임시보관이나작업자의휴식공간기능을한다. 원두막을생각하면연상되는행위가있다.바로서리다.‘서리’는군것질을위한먹거리가많지않던시절에아이들이과수원에몰래들어가서주인몰래참외나수박등을장난스럽게훔쳐먹는행위를말한다.이때원두막에서졸고있던과수원주인이부스럭거리는소리에깨어나서‘이놈들잡아라’소리치며쫓아가는풍경,그리고품에몇개의과일을품에안고도망가는아이들모습이연상된다.이렇듯원두막,과수원,과일,주인,동네꼬마녀석들이어울려배경,소품,등장인물이되면서한편의연극,또는한컷의사진속장면으로연출되어유년시설의기억저편에자리한다.그리고일정한시간이흐른뒤,세대를달리하여추억으로자리잡는다.그리고성인이된동네꼬마녀석들은다시그장소를찾는다. 중요한문제의해결을위해서는다양한방법이모색되어야한다.지방소멸위기해결을위해진행한‘혁신도시사업’은정부주도의행정중심복합도시사업과연계되어정주(定住)인구유입을위한도시계획사업으로추진되었다.정부주도정책은티베트종교및민족지도자의환생을검증하듯단계적확인과정이필요하다.반면,‘농촌체류형쉼터’사업은농촌소멸위기해결을위해민간주도의생활·문화환경개선사업으로농촌으로생활인구유입을목적으로한다.민간이적극참여할수있는정책은불사조의빠른성장,운반,치유력같은세부적인실행계획및프로그램이필요하다. 새롭게추진되고있는‘농촌체류형쉼터사업’은건축물의규모,부속시설,농지면적등기본적인틀은갖추었으나,세부실행프로그램이필요하다.검증된정체성과추동력,시민의능동적참여를이끌수있는프로그램등을갖춘대안을모색하던중한국정원문화‘별서(別墅)’를주목하게되었다. 3.별서논담(別墅論談) 조선시대에는별서(別墅)가있었다.‘별서’의한자를직역(直譯)하면,따로떨어지다_별(別),농막_서(墅)로서‘따로떨어져있는농막’을의미하며,의역(意譯)하면‘선비들이세속을떠나자연에귀의하여은거생활을하기위한곳으로,본가(本家)에서떨어진산수가빼어난장소에서지어진별저(別邸)’를말한다.별서는단순히건축물을지칭하는것이아닌,정원(庭苑)그리고주변자연경관을포함한다.대표적인별서로는담양소쇄원,보길도부용동정원,강진백운동원림을들수있다. 별서의주요건축물로는정(亭),누(樓),각(閣),대(臺),사(榭),당(堂),헌(軒)등이있다.채소를심은곳을포(圃)라하고,과실수를심은곳을원(園)이라하고,새와짐승을기르는곳을유(囿)라고한다.또담장이있는것을원(園)이라하고,담장이없는것을유(囿)라고도했다.조선시대에는정원(庭園)이라는용어와더불어정원(庭苑),원유(園囿),원림(園林)등의용어도많이사용하였는데,이는담장안의정원뿐아니라,담장밖의자연경관까지확대하여정원으로생각한것을잘보여준다.정원을가꾸는사람은‘동산바치’라불렸다. 소쇄원(瀟灑園)의조영자인양산보(1503~1557)는당쟁으로스승조광조가사사(賜死)되자관직을그만두고고향인전라남도담양으로내려와소쇄원을짓고은거하며문인들과교류하였다.소쇄(瀟灑)의의미는‘깨끗하고시원함’을의미하며,양산보는이별서의주인이라는의미로자신을‘소쇄옹’(瀟灑翁)이라하였다.주요건축물로는광풍각,제월당,대봉대,고암정사등이있다.광풍(光風)과제월(霽月)은북송의시인이쓴글에서인용되었는데,주돈이(周敦頤)의인품이심히고명하며마음결이시원하고깨끗함이마치‘맑은날의바람(光風)과비갠뒤의달(霽月)과같다’라는글에서인용되었다.제월당은주인이거처하며조용히독서하던곳이었다.광풍각은사랑방역할을하는공간으로문인들과교류하며차를마시며,학문을논하고,계류를흐르는청량한물소리를들으며정원을감상하던장소다. ‘소쇄원48영’은1548년에김인후가지은오언절구시(詩)다.20자의한자로구성되어소쇄원의내원(內苑)을표현한다.그중제2영(詠)‘침계문방(枕溪文房)’은광풍각을소재로한것으로‘머리맡에서개울물소리를들을수있는선비의방’이라는뜻이다. 부용동정원(芙蓉洞庭苑)의조영자인윤선도(1587~1671)는조선시대문인이다.병자호란때삼전도에서인조가청나라에항복하자조상으로부터물려받은유산으로보길도에별서를짓고생활하며‘어부사시사’등문학작품을남겼다.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는1651년윤선도(尹善道)가자신을어부에비견하여보길도(甫吉島)를배경으로지은40수의단가(短歌)로,‘고산유고(孤山遺稿)’에실려전한다. 정원은크게세구역으로구성되어있는데,거처하는살림집이있는낙서재(樂書齋)주변,휴식과독서를위해건너편산허리의바위위에집을마련한동천석실(洞天石室)주변,그리고동리입구의세연정(洗然亭)주변이다.낙서재는서실(書室)을갖춘살림집으로북향하고있으며,옆으로낭음계(朗吟溪)라는작은시내가흐르고,낭음계의양편에곡수당(曲水堂)과무민당(無憫堂)의두건물을지었다.이두건물의곁에는넓고네모진연못이있다. 동천석실(洞天石室)은중국도교(道敎)에서‘신선이산다는곳’이란의미인‘동천복지(洞天福地)’를따라서이름지어진곳으로이지역에서가장높은곳이다.세연정부근은이정원에서가장공들여꾸민곳으로,해변에바로인접한동구(洞口)에인공으로물길을조성하면서연못들을만들고정자와대(臺)를지어경관을즐기도록하였다.연못은곡지(曲池)와방지(方池)로구성되는데동구를흐르는내를돌로된보로막아만든곡지에는큰바위들을점점이노출했으며,방지에는한쪽에네모난섬을만들고그섬에소나무한그루를심어놓았다.방지의동쪽물가에는돌로된네모진단두개를나란히꾸며놓았는데,이곳은무희가춤을추고악사가풍악을울리던자리다(encykorea.aks.ac.kr). 백운동원림(白雲洞園林)은처사이담로(1627~1701)가조성한별서이다.‘처사’란벼슬을하지않고초야(草野)에묻혀사는선비를말한다.백운동원림은후손들에의해계승되었고,특히백운첩에는다산정약용의‘백운동12경’시(詩)와초의선사가그린‘백운동도(白雲洞圖)’가있어당시의모습을짐작할수있다.또한월출산을배경으로원림을조영한문헌자료가다수확인되고,유상곡수(流觴曲水)시설도입과수목식재등경관처리기법이우수하며,백운동12경의구성요소가잘남아있다.예로부터많은선비와문인들이원림의경관을예찬한옛시문과그림들이현재까지잘남아있어조경사적가치가탁월하며,이담로의6대손인이시헌이정약용,초의선사와교류하며차를만들고즐긴기록등이남아있어국내차문화의산실로서가치를더하고있다.정약용은백운동원림에반해초의선사에게그림을그리게하고옥판봉·산다경(山茶徑)·백매오(百梅塢)등아름다운경치12개를칭송하는시를지었다.다산과초의선사가남긴작품은‘백운첩’에전하며,이시헌은선대문집·행록·필묵을엮은‘백운세수첩(白雲世手帖)’을만들었다. 우리나라3대별서의사례를살펴서이용자의행태를분석한결과,집짓고,정원가꾸고,농사짓고,밥짓고,글읽고,시쓰고,그림그리고,노래부르고,춤추고,술마시고,음악듣고,차마시는등의유유자적한생활을확인할수있었다. 4.농촌체류형쉼터,‘별서_1621’ ‘별서(別墅)’는16세기이후,선비,처사,문인들이자발적으로귀향(歸鄕)하여자연과더불어문학(文),역사(史),철학(哲)을논하면서시(詩),서(書),화(畵)를짓고음주(飮酒)·가무(歌舞)와다도(茶道)를즐겼던공간이다.이후,후손들에의해대를이어유지,보완되며수백년을지나21세기현재에이르고있다. 1970년대이후산업화과정중1차산업(농·산·어촌생산물)중심에서2차산업(제조업)중심으로변화되는과정에농촌인구가대거일자리를찾아도시및수도권으로이동했다.또한도시에집중된사람들을대상으로3차산업(서비스업)이발달하면서인구의수도권및도시의집중현상은더욱고착화되었다.이로인해주택,환경,교육,교통문제등이심화되어혁신적인인구분산정책도입이요구되었다.주된원인이된일자리의분산정책이선행되지않고는인구분산정책의효과를기대할수없다는결론에도달하자정부는‘공공기관지방이전’과‘혁신도시’조성이라는극단적인처방을내놓는다.그러나수십년간안정화된수도권기반시설의편리성으로인해,일시적으로지방에머물다가주중또는근무하는동안만머물러있고,주말또는이직기회가되면도시나수도권으로직장을옮기려는현상이반복되어실효를거두지못하는실정이다. 문제해결의핵심은‘제도’나‘정책’에있지않다.시민의‘자발성’에있다.4차산업(지식산업)발달,자동차보급,도로및대중교통의확충으로농촌,산촌,어촌을향해떠나는5차산업(레저·휴양문화)이발달하면서,원산지에서1차생산,2차제조,3차판매및서비스가융·복합되어이루어지는6차산업이발달하고있다.이로써자발적생활공간이동이라는인구분산정책의효과를기대할만한경제,사회,문화적환경이조성되었다.정교한제도,정책,프로그램이수반되어야한다.성별,연령대,직업군,구성원,주거형태,교통수단등을고려하여자발적참여가가능한정주(定住),생활(生活),문화(文化)환경을조성해야한다. ‘별서’는16세기당시이미6차산업거점이었다.농(農)·림(林)·수산물(水産物)을생산,수확,가공하여,전국에서찾아오는시인(詩人)묵객(墨客)들에게5차산업서비스를제공했던현대판6차산업의중심공간이었다.21세기‘농촌체류형쉼터’가추구해야할방향이다.주인이머무는공간,손님맞이공간,생산,가공,휴양시설등을갖춘커뮤니티공간을조성해야한다.이웃과함께생활하며문화를공유하는자연속의정원(庭苑)이자문화경관(文化景觀)으로자리잡아야한다. ‘별서_1621’은농촌체류형쉼터의본캐(本character)다.16세기한국정원문화의21세기‘환생(還生)’이자‘부활(復活)’이다.‘별서_1622’,‘별서_1623’,‘별서_1624’,‘별서_1625’…한국정원문화‘별서(別墅)’의미래다. 박경복/가든프로젝트대표
‘보이지 않는 조경’ 젊은 조경가 원종호의 ‘보이는 인사이트’
[환경과조경김하현기자]제7회젊은조경가원종호의조경에대한철학과이야기를들어보는토크쇼가열렸다. 지난19일월간환경과조경은서울서초구그룹한빌딩2층환경과조경에서‘제7회젊은조경가상’수상자원종호JWL소장을초청해‘보이지않는조경’을주제로강연및토크쇼를개최했다. 젊은조경가상은한국조경의내일을설계하는젊은조경가를발굴하고그들의작품과생각을널리알리고자월간환경과조경이2018년부터제정·운영하고있다.환경과조경은지난해12월시상식을진행한후월간환경과조경2025년1월호에‘조경가원종호특집’으로그의이야기를실었다.그뒷이야기를들어보는자리로이날토크쇼가마련됐다. 원종호JWL소장은서울대학교에서조경을공부하고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와현대건설에서다양한조경프로젝트를수행하며설계와실무를경험했다.2017년부터는JWL에서활동하며완성도높은여러공간을만들고있다.최근작으로는성수현대테라스타워공개공지와제부도근린공원설계공모당선작이있다. 원종호는‘보이지않는조경’,즉주변환경과자연스럽게어우러지는조경을지향하며다수의프로젝트를성공적으로수행해왔다.‘원래그자리에있었던것같은’섬세한디자인철학을추구하며조경계의새로운가능성을제시했다. 토크쇼는1부와2부로나뉘어진행됐으며누구나자유롭게시청할수있도록유튜브로온라인생중계됐다. 행사는사회를맡은남기준환경과조경편집장의인사말로막을열었다.남편집장은본격적인시작에앞서올해1월호특집속원종호의에세이한구절을읽었다.“내가추구하는조경은심심하다는평을많이듣는다.다른조경가의작업에비해명확하게드러나는조형이나개념이없다고도한다.역설적이지만이러한설계의비가시성은내가가고있는,가고자하는조경설계의방향이다.이를달리표현하면,‘보이지않는조경,하지않은듯한조경,원래있던듯한조경’등의어휘로말할수있다”는문장으로이번토크쇼제목에관해설명을보탰다. 다음으로박명권환경과조경발행인의인사말이이어졌다.박명권발행인은현장과온라인청중에감사를표하며“지금까지선정된아홉분의수상자모두조경계에새로운비전을제시하고계속해서활약하고있다,젊은조경가상을통해한국조경의위상을세계에알리는데기여할수있기를바란다”고말했다.또“오늘토크쇼를통해젊은조경가원종호의발자취와작품세계를들여다보고앞으로더욱큰활약을기대하겠다”며순서를마쳤다. 1부는원종호소장의강연으로채워졌다.약40분가량그가추구하는방향의작업을위해어떠한노력을해왔는지들을수있었다.원소장은JWL의작업내용을기반으로다섯가지지향점을풀이했다.주요키워드는▲직관적이고단순한개념과배치▲사소한생각과조형의가능성▲크래프트디테일▲관습과타성에저항하기▲팀워크와협업의힘이었다.그는닫는말로“‘우리가하는조경이결국무엇인가?’를생각했을때‘도시의공공성확대에기여’,‘생태적으로건강한도시에의기여’,‘부동산의가치상승’이라는세가지측면으로조경프로젝트가귀결된다,제가하는일은이러한목표를위한수단이라고할수있다”고밝혔다. 2부에는‘원종호에게물어봐’라는제목이붙었다.진행측은토크쇼를문답형식으로전개하기위해SNS를통한사전질문을받았다.시청자또한채팅창을통해실시간으로궁금한점을묻고,이중질문이선정된5명에게는‘월간환경과조경2025년1월호’와‘한국조경50년을읽는열다섯가지시선’을선물하는이벤트도준비했다. 꾸려진질문들을남기준편집장과김모아기자가묻고원종호소장이답했다.주로원종호조경가의작업방식과일을하는동력에대한물음이많았다.조경가로서‘가장도움이된것’,‘가장뿌듯했던경험’,‘가장먼저고려하는점’등에대한대답으로‘질투’,‘내가만든공간이세상에태어났을때’,‘사람’이라고말했다.“좋은공간을만들기위해이것까지해봤다면?”라는질문에는“감리가중요하다고생각해서디자인감리계약을위해노력한다.그리고나무를키운다.생각하는나무의모양을나중에공간에적용해보기위해30그루정도의나무를키우고있다”고고백했다. 원소장은조경을꿈꾸는학생들에게들려주고싶은얘기로“조경은천재가하는분야가아니다.뻔한말이지만기본적으로좋아하는마음과열정이있다면노력하면다할수있다.이일을해서즐겁다면재능여부를판단하며움츠러들지않았으면좋겠다”며위로를전하기도했다.기후변화에관한질문에는“정말피부로느끼는일이다.식물학에서배웠던개화시기등이하나도안맞는다.기존에우리가갖고있던지식이쓸모없어지는시기가올수도있다”며“교과서가바뀌어야하지않을까하는생각도든다.기후문제는상당히중요하다”고강조했다. 끝으로“제가이자리에서여러분께말씀드리는것이상당히부끄럽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렇게좋은상과기회를주신점너무나도감사하게생각한다.앞으로도더열심히하라는의미로해석하겠다”며“제가가진제캐릭터와성격에맞춰서앞으로설계를하는분들과설계를할학생들한테나아갈길을보여주는사람이되고싶다.여러캐릭터의사람이많을수록사회가건강해질테니저는저만의캐릭터로제갈길을잘가보겠다.감사하다”고인사했다.
유연송 조경수협회장 취임, “조경수 산업 현대화 추진”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한국조경수협회가조경수산업의현대화와디지털기술도입,지속가능한재배방안개발등을추진한다. 한국조경수협회는19일대전계룡스파텔에서제59차정기총회및회장이취임식을개최했다.이번총회는전국16개지회대의원및관계자200여명이참석한가운데진행됐으며,조경수산업발전과도시녹화를위한다양한논의가이뤄졌다. 이날행사에서는제33대윤수근회장이이임하고,제34대유연송회장이공식취임했다.윤수근전임회장은“조경수산업의지속적인성장과협회의발전을위해헌신했던지난2년간의시간이뜻깊었다”며,“새롭게출범하는34대집행부가협회를더욱발전시켜주길바란다”고이임사를전했다. 한국조경수협회의새로운장을여는이번이취임식에서유연송신임회장은조경수산업의지속가능한발전을위한실천과제를제시했다.유회장은우선산업의현대화를추진하며디지털기술을적극적으로도입하겠다고밝혔다.이는정보기술의활용을통해조경수관리및유통과정의효율성을높이고,더넓은시장에접근할수있는기회를마련하기위함이다. 또한유회장은환경변화에적응하는조경수의지속가능한재배방안개발에힘쓸것을강조했다.기후변화에따른영향을최소화하고,생태계보호를위해국내외전문가들과의협력을모색할계획이다.이와함께협회회원들의역량강화를위한교육프로그램을확대하고,신기술교육을정기적으로실시해산업전반의전문성을높이는데집중할예정이다. 유회장은“조경수산업이직면한도전을기회로전환하고,모든회원이혜택을받을수있는산업생태계를만들기위해노력할것”이라며,“협회의모든자원을동원해회원들의성장과함께산업발전을이끌어갈것”이라고포부를밝혔다. 이날행사에는이미라산림청차장을비롯해최무열한국임업진흥원장,박정희한국임업인총연합회회장,옥승엽대한전문건설협회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회장,이경구개군농협조합장등관계기관인사들이참석해축사를했다. 이미라산림청차장은“조경수산업이기후변화대응과도시녹화에서중요한역할을한다”며,“산림청에서도조경수산업발전을위한정책적지원을아끼지않겠다”고말했다. 이날행사에서는우수지회및모범농장에대한표창수여도진행됐다.모범농장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은강정수녹지원대표와안신아남농원대표가수상했으며,산림청장상은이진효맹춘농원대표와최윤주삼미조경의대표가수상했다.송인자협회전북동부지회장(호성조경대표)은협회장표창을받았고,우수지회표창에서는광주·전남서부지회가최우수상,경기지회가우수상,충남서부지회가장려상을수상했다. 또한협회는대학생및고등학생8명에게총1150만원의장학금을전달했다. 이취임식에서는협회기전달식이진행되며,새로운집행부의출범을공식화하고조경수가격고시제도정비,조경수컨테이너재배활성화,국비지원사업확대등의정책추진계획등이논의됐다. 마지막으로협회운영기금으로유연송회장이500만원을기탁했으며,김규열·이강백고문도각각100만원을기부하며협회발전을위한기여를이어갔다.
서울 초록길, 2000㎞ 달성 코앞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서울전역을연결하는‘서울초록길프로젝트’가총연장2000㎞달성을눈앞에두고있다. 서울시는숲길부터하천변,가로정원에이르기까지단절된녹지를연결하고새로운녹지를지속적으로확장하는‘서울초록길프로젝트’를통해올해초록길총연장이2,000㎞를넘어설것이라고13일밝혔다. 2022년에시작된이프로젝트는서울의녹지소외지역을해결하기위해서울전역의숲,공원,정원,녹지를선형길로연결하여5분거리내에초록을만날수있도록설계됐다.이는도심생태회복에기여함은물론,도시미관개선과보행자편의를증진시키는등다방면에서의효과를목표로하고있다. 지난해동작구국사봉과상도공원을연결하는단절된녹지축연결사업을비롯해총12개유형의사업을통해71.21㎞의녹지가추가로연결됐다.이중에는북한산체험형숲속쉼터조성사업같은여가공간확대프로젝트도포함되어,강북구수유동북한산자락에3㎞,5만㎡규모의체험형쉼터가조성됐다. 하천생태복원및녹화사업을통해강동구고덕천의제방사면을건강한생태계로복원하고,영등포구여의대방로에는정원형띠녹지를조성해가로수의생육환경을개선했다.또한왕십리역대합실유휴공간에는지하숲길인‘서울아래숲길’이조성되어지하철이용객들에게쾌적한환경을제공하고있다. 올해에는총165개사업을통해추가로75.58㎞의녹지를조성할계획이며,이미조성된1777㎞의초록길과함께도시전체를정원과생태로연결하는꿈을계속해서추진할예정이다. 이수연서울시정원도시국장은“서울초록길프로젝트는단순한정원조성을넘어도시전체를정원과생태네트워크로연결함으로써,기후위기와생물다양성증진은물론,미세먼지저감과도시열섬현상등기후변화대응에도기여할것으로기대하고있다”며,“2000㎞달성후에도초록길개념을모든민·관사업에반영되게하여정원이일상이되고,일상이정원이되는정원도시서울이될수있도록꾸준히정원을조성해나가겠다”고말했다.
[락앤피플] 배정한 한국조경학회장, “한국 조경의 새로운 50년을 설계합니다”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공원은단순히나무와풀을심어놓은휴식공간이아닙니다.공원은도시의폐와같으며,사람들에게쉼터를제공하는동시에환경을정화하고생태계를회복시키는중요한공간입니다…공원이잘설계되면단순한녹지공간을넘어도시민의정신적,사회적건강을증진시키는매개체가됩니다.”_JTBC‘차이나는클라스-위대한질문’제1회(2023년11월18일) 배정한한국조경학회신임회장(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의이말은공원이단순한휴식처의역할을넘어서는깊은가치를지니고있음을잘보여준다.공원은조경의실질적인결과물이자자연과인간이교감하는플랫폼으로,단순히미적즐거움을제공하는것을넘어사회적,환경적역할을담당하고있다.이를통해공원은현대도시에서환경적균형을유지하고,공동체의연결을강화하며,시민들의삶에큰영향을미치는중요한존재로자리잡고있음을알수있다. 조경학이한국에서학문적분야로자리잡은지도어느덧50년이넘었다.배정한회장은조경학을단순히환경을꾸미는기술적영역으로보는것을넘어,환경문제를해결하고사회적가치를창출하는중요한학문으로정의했다.조경학은1970년대본격적으로학문적틀을갖추기시작했으며,도시화와환경문제해결이라는시대적요구에따라빠르게성장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조경학의학문적정체성과전문직으로서의위상은여전히도전과제에직면해있다.이에지난1월1일제27대한국조경학회회장으로취임한배정한교수는한국조경의다음50년을설계하기위해학문의내실을강화하고전문성을확립하는것을임기내주요목표로삼았다.그는도시,경관,환경,문화등다양한분야를아우르는조경학의새로운좌표를마련하고,학문적·교육적기반을강화하며체계적인아카이브프로젝트를추진하겠다는계획이다. 배회장은학회의핵심사업으로조경교육혁신,조경지식과이론의소통강화,한국조경아카이브프로젝트를제시했다.그는“지난50년간한국조경이외형적으로는성장했지만,이제는내실을다지고전문성을확립해야할시점”이라고강조했다. 배회장은조경학의학문적정체성을강화하고전문직으로서의위상을확립하기위해전국대학의조경교육현황을조사하고해외사례를분석하며교육체계를재정비할예정이다.그는“조경교육의방향성과학문적체계정립을최우선과제로삼겠다”며,최소한의공통교육기준확립이시급하다고밝혔다. 현재조경학과마다교육내용과교과구성이상이한현실을지적하며,“인증받은대학에서교육받고실무경력을쌓은사람이자격시험을통해조경사로등록될수있는체계를마련해야한다”고강조했다.기존의조경기사와기술사중심의자격체계가설계중심의조경실무를충분히반영하지못하고있다는점도문제로지적했다. 이에따라학회는조경교육인증제와조경사자격제도를학계와업계의협력을바탕으로추진할계획이다.이를위한기초작업은가칭‘조경교육혁신위원회’와‘설계교육네트워크’를통해진행된다.그는“조경교육인증제와자격제도는상호연계되어야하며,이를통해조경분야의학문성과실무역량이조화를이룰수있을것”이라고말했다. 배회장은학술연구활성화를위해매월온·오프라인학술세미나,북토크,이론워크숍등을개최하며,주요의제로는기후변화,회복탄력성,인류세와비인간,공간정의,공원혁신,국토경관,도시경관재생,공원도시,정원도시등이포함된다고밝혔다. 특히4월학술대회에서는‘다시정원을읽다’라는주제로대형세미나를기획해정원열풍과도시정원정책을비판적으로검토하고토론할예정이다.이를통해조경의현재위치를진단하고연구자와실무자의소통을강화하겠다는계획이다. 그는또한“신진연구자네트워크를확장하고,젊은연구자들이적극적으로참여할수있는다양한학술행사를마련하겠다”며,조경학의동시대적의제를생산하고탐구하는데학회가중요한역할을할것임을강조했다. 조경분야의역사와자료를체계적으로기록하고보존하기위한조경아카이브프로젝트도본격적으로추진된다.이는지난50년간한국조경이쌓아온연구,작품,인물에대한기록을체계적으로목록화하고활용기반을마련하는작업이다. 배회장은“1세대조경가와학자들의구술기록시리즈를포함해작품,연구,교육성과등을아카이빙해한국조경의역사를축적할것”이라고설명했다.또한이를위해외부펀딩과학회내부자원을활용하여체계적이고장기적인사업을추진하겠다는의지를밝혔다. 배회장은지난50년간한국조경이개발시대의경제성장에힘입어외형적으로확장했지만,이제는내실강화와전문성확립이필요한시점이라고강조했다.그는“교육,학술,실무가톱니바퀴처럼맞물리는체계적인시스템을만들어야한다”며,이를통해조경이사회적가치를창출하는분야로자리잡아야한다고말했다. 끝으로배회장은“소박하고다정한학술포럼부터대형심포지엄까지다양한학술활동을통해한국조경의다음50년을위한초석을다지겠다”며,“많은응원과격려,때로는생산적인비판을보내주길바란다.즐거운참여와열린소통을통해,함께한국조경과조경학의내일을디자인하자”고당부했다.
  • 환경과조경 2025년 3월호
  • 최신 개정14판 CONQUEST 조경기사·조경산업기사 실기정복
  • 공간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