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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지난해 12월 조달청이 ‘건설기술용역 입찰규정’을 개정·시행함에 따라 공공발주 설계공모에서 상습적으로 이뤄지던 ‘설계비 감액 관행’이 폐지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이와 관련한 설계 종사자들의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평소 기자와 친분이 있던 한 실무자는 타 언론 보도를 접하고 본지에 문의를 해왔다. 본문에 ‘건축설계공모 운영기준’이라고 적혀 있음에도 “설계공모, 상습적 ‘설계비 감액 관행’ 폐지”란 제목만 보고 “조경설계비가 오른다는 소리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아니”라고 답했다. “왜?”냐고 묻기에 “건축설계공모 운영기준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나와 있지 않나? 건축은 일정 금액 이상의 설계는 공모를 통해 발주하도록 하는 ‘법’이 있다. 이번 개정은 그에 따라 만들어진 조달청 기준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이 실무자는 조경설계공모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최근 조경설계대가 기준 관련 기사가 계속 쓰여지는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만큼 절실한 심정이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조경설계공모와 관련된 법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축설계공모가 개선되면 조경도 덩달아 나아지지 않겠느냐?”하는 기대감을 가진 설계사 대표들이 적지 않게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한 조경설계공모 관련법이 없다는 것을 모르던 실무자도 “건축이 나아지면 조경도 나아지는 거 아닌가? 같은 설계인데…”라며 같은 말을 했다. 이에 대해선 “그건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조경설계공모는 법에 따른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상황에 따라 매년 변하는 내부 지침에 따르기 때문이다. 건축설계는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고시금액이 2억1000만 원 이상일 경우 공모방식을 우선 적용하도록 의무화 돼 있다. ‘건축설계공모 운영기준’은 관련법에 따른 설계공모에 대한 시행절차 및 방법 등 운영에 관한 세부 지침을 담은 기준이다. 조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개정은 건축계의 요청에 의해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 것으로, 관련법에 근거한 조치였다. 개정된 기준은 청년건축사를 육성하는 방안도 함께 담고 있다. 관련법이 있기 때문에 업계의 설계환경 개선 요구를 ‘근거’에 따라 고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다른 분야는 법적인 기준을 만들고 그에 따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업계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조경 분야는 법을 제정·개정하려는 노력이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다른 분야가 개선되면 똑같이 바꿔달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조경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2010년 전후로는 각종 사업이 쏟아지는 화수분의 시대가 됐다. 하지만 조경 자체의 힘보다는 외적 환경 변화에 의해 성장하면서 자생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조경진흥법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지났다. 제정 당시 많은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조경 산업의 근거가 되는 ‘모법(母法)’이 만들어져 노력하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됐다. 조경계의 숙원 중 하나인 ‘조경설계대가 기준'마련의 단초도 담겨 있다. 개정을 통해 조경설계공모 관련 기준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법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화수분은 깨진 지 오래다. 설마, 아직도 감나무 밑에 누워서 연시가 입 안에 떨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아니겠지?
  •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학생들 사이에서 ‘과정평가형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겉핥기식 보도가 와전되면서 의미없는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e-환경과조경에서 조경(산업)기사 자격에 과정평가형 제도가 도입된다(학·경력 없이 조경기사 취득 가능…'교육기관 없어 난항')고 처음 보도했고, 이후 한국건설신문도 이번 달 2일자 기사(조경기사, 과정평가로 취득의 폭 넓혀)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특히 한국건설신문 기사를 본 조경학과 학생들은 ‘아무나 조경기사 자격을 딸 수 있으면, 조경학과 전공이 왜 필요하냐’부터 ‘자격증을 돈을 주고 사야 하느냐’까지 전공자로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암기를 통해 가려지는 검정시험보다는 취득의 폭이 넓은 편”이라는 기사문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럴거면 조경전공 안하고 과정평가로 기사자격 따는게 더 쉽지 않느냐"고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논란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까지 확대됐다. 공단 관계자는 과정평가형 자격 도입에 대한 교수들의 문의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했다. 대부분 ‘과정평가형을 학교에 도입하면 조경기사 자격을 따기 쉬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문의였다고 했다. 이에 그 관계자는 “과정평가형 자격을 따기 쉽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내용”이라며“한국건설신문에 나간 관련기사에 독단적인 내용이 많아 논란이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잘못 전파되는 사실 중 첫 번째는 합격률이다. 전문가들은 과정평가형에 의한 합격률이 검정형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대학 및 직업전문학교 관계자들은 “내‧외부 평가에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 검정형 방식보다도 오히려 합격률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교육시간만 채우면 딸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했다. 과정평가에서 조경기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총 80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평가시험도 치러야 한다. 평가시험은 내부평가와 외부평가의 비율을 1:1로 반영하고, 평균 8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공단이 공개한 과정평가 시험 가이드에서도 검정형보다 오히려 시험 범위가 넓고 상당 수준의 암기도 요구하고 있다. 조경기사 외부평가 가이드를 보면 현재 검정형에서 출제되는 객관식, 주관식 문제를 비롯해, 식재계획도와 지급된 재료로 수목과 초화를 식재하도록 하는 문제, 인공지반 위 기반을 직접 조성하는 실습형 문제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또 1년에 3회 응시가능한 검정형과 달리, 과정평가형은 1년에 1회만 볼 수 있는 기회의 한계, 일정 규모 이상의 조경실습 시설을 보유한 기관(대학, 직업전문학교)만이 과정평가형 교육기관이 될 수 있다는 규모의 한계가 존재했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보면, 과정평가형은 학·경력 제한없이 모두에게 기회가 부여되는 새로운 조경 자격증 취득 방식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학·경력의 제한이 없는만큼 이를 취득하는 과정이 검정형 자격 취득과 비교해 쉽지 않다. 향후 과정평가형 교육을 시행할 기관이 얼마만큼 늘지도 물음표다. 그래도 이번 논란을 통해 조경계 많은 사람이 과정평가형 제도 도입을 알게됐다. 긍정이던 부정이던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잘못된 이해에서 시작된 논란이 조경학과 학생들 진로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잘못된 인식이 번져가고 있음에도 묵묵부답인 조경단체의 대응도 여전히 아쉽다. 이럴 때야 말로 세미나라도 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다섯 기수의 학생기자 담당을 맡아왔다. 부담당까지 하면 여섯 기수의 학생들과 소통했다. 매해 약 40여 명의 학생들이 새로 들어오는데, 시간이 갈수록 연락하고 지내는 인원수는 줄어든다. 학생기자를 맡다보면 다른 학생들과도 교류할 기회가 많이 생긴다. 그런데 일종의 규칙같은 게 하나 있다. 약 2~3년 주기로 안 보이던 사람들과 다시 마주치게 된다는 것. 이들 대부분은 공무원·공기업 시험을 준비한다 하고 연락이 끊겼었다. 간간이 ‘탈조경’을 외치고 떠났던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공기업을 3년간 준비하다 지금은 설계사무소에 다니는 한 사람은 “학교에서 배운 게 설계여서 조경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설계 말고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라며 지금의 일이 적성에 맞다고 말했다. 어느덧 그 사람은 올해로 3년차가 된다. 특히 ‘탈조경’을 외치고 떠났다가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조경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말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헬조선이라고 하는데, 조경학과 학생들은 헬조경이란 말까지 하는 상황 아닙니까? 그래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막연히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나가봤지만 더 힘들더라고요. 물론 더 나은 데도 있겠지만, 그쪽 분야에서도 열심히 해서 올라간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다른 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더라고요. 더 어려운 곳도 많고요. 어렵다, 어렵다 하는 소리에 겪어보지도 않고 조경을 박차고 나간 것을 후회했어요. 처음부터 전공을 살렸으면 벌써 경력이 꽤 쌓였을 텐데 아쉬워요.” 이 친구는 지금 조경시공회사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가는 중이다. 불과 1년 남짓 실무에 있었는데 “다른 회사로 옮길거면 연락달라”는 러브콜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 회사에서 연말에 연봉을 올려줘서 남아 있기로 했다고 들었다. 요즘 조경인력이 귀하다. 설계나 시공 모두 마찬가지다. 회사 대표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구인 요청이다. 설계쪽은 10명에 한 명 꼴(정확하게는 그 이하), 혹은 공무원·공기업 시험을 포기한 사람들이 연락 오면 간간이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공쪽은 정말 가뭄이다. 그 많던 졸업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탈조경’을 시도했던 사람의 말처럼 조경학과 학생들 사이에선 ’헬조경‘이란 말이 만연해 있다. 일부 학생들에 따르면 조경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조경회사는 근무조건이 너무나도 열악하다는 소문이 무성해 떠날 궁리하기에 바쁜 분위기다. 하지만 소문만 듣고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업계에 발을 붙여보지도 않은 채 본인이 선택한 전공을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소문과 실제가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곳은 상황이 무조건 더 나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임금근로자 1977만9000명 중 43%에 해당하는 852만4000명의 월급이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 월급이 아니라 전체 근로자의 급여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조경사회가 2017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 일환으로 마련한 일자리 토크쇼에서 설계, 시공, 엔지니어링,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설사업관리), 자재, 수목관리분야 등 조경 각 분야별 신입사원의 평균연봉이 공개된 적이 있다. 가장 낮은 곳의 신입사원 월급이 200만 원에 근접했으며 대부분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설계사무소 대표들에 따르면 최근 야근은 많이 줄고 있는 추세이며 출근시간도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 5일 출근을 지키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고, 최근에는 1주일 중 하루를 ‘페밀리 데이’로 정해 5시 이전에 퇴근하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곳도 적지 않다. 워킹맘을 배려해 유연한 근무를 허락하는 회사도 있다. 시공회사는 근무 환경상 새벽부터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몰 전에 끝나고, 하루 세끼 식사를 모두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한 회사 대표는 “직원 1인당 1차량을 제공하고 숙소, 생활·활동비까지 지급해 2000만 원 중후반대 연봉을 그대로 저축할 수 있다. 장기근속 3년이면 해외여행도 보내준다. 겨울에는 일보다는 본사에서 교육을 하는 시간이 많다”며 학생들에게 소개해달라고 어필했다. 행복감을 높이고 업무의 능률도 높이기 위해서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전공과 직무의 일치도가 증가함에 따라 직무 만족도가 증가한다. 전공을 살리는 것으로도 균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활의 균형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면 전공과 직무가 일치하는 것이 무의미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회사마다 복리후생 조건은 다를 수밖에 없어 기자가 말한 곳보다 더 열악한 곳도 있겠지만, 훨씬 더 좋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 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조경만의 문제가 아니란 소리다. 조경을 벗어나도 큰 차이가 없는 조건에 전공과 직무도 안 맞으면 균형의 추는 더욱 기울게 될 것이다. 그럴거면 차라리 한 번 들어와서 겪어 본 후에 나갈지 말지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조경업계가 화탕지옥은 아니니 말이다. 물론 좋은 회사를 고르는 건 구직자 몫이다.
  • 올해는 '그뤠잇!'을 연발하는 조경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조경계의 묵은 과제가 지혜로운 해법을 찾고, 새로운 희망들을 쏘아 올리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2018년을 열며조경 분야 각계의 소망을 담아 봤습니다. 기성세대 역할 고민 "내가 할 수 있는 일"…“조경계 보탬되는 건조회 활동 노력” 천재욱(53)현대엔지니어링 부장 2005년 현대엔지니어링(구.현대엠코)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이래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당시 회사에서 조경직은 나 혼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20여 명의 조경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늘어난 직원수만큼이나 회사 안팎으로 조경계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2017년은 ‘내가 조경계의 기성세대로 접어들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면 좋을까?’ 등 많은 고민을 했던 한 해였다. 아직까지 건축, 토목 공종에 치여서 찬밥 신세일 때가 많지만 그 속에서도 성장하는 조경 후배들을 보면 밝은 미래가 그려지기도 한다. 지난해 나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진입도로 조경공사 현장대리인으로 나와 있었지만, 본사 후배들이 자기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해 주어서 제17회 자연환경대상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건설사조경협의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조경관련 모임에 참석해 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소리가 있다. “조경진흥법의 시행효과는 아직 미미하지만 곳곳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올해에도 건설사조경협의회의 임원진으로서 최선을 다해 미약하게나마 조경계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쇄원 ‘반면교사’, 공간 아우라 지킴이 ‘조경인’ 역할 필요 이태겸(37)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우리의 옛 공간도 그러하다. 2017년 보수(補修) 작업으로 소쇄원의 경관이 크게 훼손됐다. 혹자는 훼손된 것이 아니라 보수 직후 날 것이 주는 이질감일 뿐이며 먼 훗날엔 다시 예전과 같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단한 노력으로 소쇄원의 외피가 예전과 같아진다 하더라도 이번 복원사업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 그래서 더 아쉬운 것이 있다. 옛 공간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독특한 정취, 바로 소쇄원의 아우라(Aura)이다. 사람의 몸이 노쇠하면 치료가 필요하듯, 긴 시간을 버텨온 옛 것들에게 보수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명의에게 치료를 받은 많은 옛 공간들은 비록 겉모습은 깔끔해졌을지언정 그 공간 특유의 정취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일이 허다하다. 이는 옛 공간 뿐 아니라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지에서도 그렇다. 2017년 소쇄원의 아픔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2018년에는 옛 공간, 현재 그리고 미래 공간의 아우라를 지키고 만들기 위해 조경인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해의 길 끝에 서서 돌아보니 아쉬운 일이 많았다. 이상윤 시인의 ‘길 끝이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는 시처럼 지난 시간의 아쉬움 모두 2018년의 새 길을 밝히는 찬란한 아픔이 되길 바라며 조경인들에게 희망찬 2018년이 되기를 기원드린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이상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조용히 타오르기 때문이다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도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 슬퍼하거나 이별하는 나를 위해 울지 마라세상에 뿌리 하나 내려 두고사는 일이라면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이 추운 겨울 아침아궁이를 태우는 겨울 소나무 가지하나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도바로 그런 까닭이 아니겠느냐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어둠도 제 살을 씻고빛을 여는 찬란한 아픔이 된다 창립 10년, 어느새 기성세대가 되다…세대간 소통 ‘빈번’해 지길 최윤석(42) 그람디자인 대표 / 정원사친구들2018년은 여전히 작지만회사를 꾸린지 10년째가 되는 해이다. 10년의 시간에도 여전히 종종 듣게 되는안부는 다음과 같다. “아직 하고 있냐”라는 조심스러운 물음. “저희도 희안합니다. 의외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요즘바쁘냐, 업계 위기 혹은 불경기라는데 괜찮냐”라는 물음. “바쁘기‘만’ 하고요 원래 시작부터 자체적인 불경기라 배고픈 거에 익숙합니다.”그런데 10년의 가장 뚜렷한 변화라면 제가 10살 더 나이를 들었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짓(?)은 여전히 열혈 청년 같은데 좀 더 어린 친구들과의 알듯 모를 듯한 거리감이 느껴진다.모두들느끼는공기인데점점 회식이재미없어진다.법카만주고1차 후에빠져줘야하는 거아니냐는또래 아재의진지한물음도나온다.생각해보면 저에게도 뭔가 어렵고 어색한 선배, 상사, 어르신들이 있었다. 근래에는 바로한국조경사회라는 단체가 그런 곳이었다. 좀 더 솔직하자면 기성세대들의 고리타분한 단체라는 편견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2년여 간 조경사회 내부 일을 돕게 되는 자리에 있다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많은 일을 다루지만많은 사람들의 헌신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경인들의 응원” 딱 하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여러 세대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이야길 나눠야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경험과 혜안이 있고 신세대의 열정과 신선한 발상이 만나면더 나은 조경계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격의없는 대화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서로의 응원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2018년 새해에는 지금보다 더 조경인들의 많은 세대간 소통이 자유롭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서울시민정원사 ‘눈부신 발전’ 자부심 높아…‘장애인 배려’ 아쉬워 나정미(56)서울시민정원사 시민정원사이자 서울 시민으로서 2018년에 바라는 점을 몇 자 적어본다. 지난 서울정원박람회에서 가장 반가웠던 장면이 하나있다. 개막식 무대 스크린에서 수화 통역사가 행사 진행을 전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꽃피는 서울상 시상식에서는 수화 통역이 없어서 아쉬웠다. 수상자 그룹 안에 청각장애인이 포함돼 있어서 그 아쉬움이 더 컸는지 모르겠다. 물론 서울의 시민정원사 교육은 해를 거듭하면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고, 서울시민정원사로서 긍지와 자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지자체 시민정원사 교육에서 장애인도 수강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이 좀 더 충실히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서울정원박람회를 통해 조성된 작가정원을 현재 시민정원사들이 가꾸고 있는데, 앞으로 작가와 시민정원사가 소통하면서 가꾸게 된다면 시민정원사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고 더 아름다운 정원으로 관리될 것이라 생각한다. 공간 창의성 살리는 제도 개선 ‘시급’…보여주기식 공간·시설물은 “이제 그만” 노은주(29)예건 대리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지나고, 2018년 무술년 황금개띠해를 맞게 됐다. 조경인들도 개가 지닌 밝고 따뜻한 마음처럼 황금같은 기회와 결실이 듬뿍 찾아오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인간은 누구나 생명과 자연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 ‘녹색갈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사회에서 자연을 향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전문가는 바로 ‘조경인’일 것이다. 이런 높은 자부심과 함께 공적 책임이 함께하고 있는 매력적인 조경 분야와 동행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여주기식의 공간과 시설물이 아직까지 존재하는 듯하다. 공간은 오감을 느끼고 추억하며 머무는 경험으로부터 인지된다. 이에 도시·조경·시설물 분야에 있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감성, 창의, 공간의 미학을 담아낼 수 있도록 각종 규제와 제도들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간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융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조경 본연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다른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조경 분야만의 독창적이고 지속가능한 아이디어와 기술들이 많이 개발돼 재도약할 수 있는 2018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 올해는 '그뤠잇!'을 연발하는 조경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조경계의 묵은 과제가 지혜로운 해법을 찾고, 새로운 희망들을 쏘아 올리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2018년을 열며조경 분야 각계의 소망을 담아 봤습니다. 새해가 주는 좋은 인연, ‘신입생’ 만남에 마음 설레…“진심이야 말로 진정한 가르침” 박은영(52)중부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매년 3월 입학식을 가면 항상 설렌다.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의 사열도 멋지고, 실용음악학과 교수의 축하공연도 좋고, 항공서비스학과 학생들의 친절한 안내도 흐뭇하게 한다. 입학식이 진행되는 동안 ‘올해는 우리 과에 또 어떤 학생들이 들어올까?’ ‘난 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등등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늘 깊이 생각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수업시간 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늘 생활화돼야 한다고 배웠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고, 앞서 생각해 학생들에게 좋은 모델이 돼야 한다. 학생의 생각을 이해하고, 늘 관심을 가지고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고민을 들어주고 보듬어 주고자 한다. 학생 개개인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더욱 더 진심으로 사랑하려고 한다. 진심은 생각보다 더 잘 전달돼 학생들이 금새 마음의 문을 열고 생각과 행동이 바뀌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새해가 되고 꽃 피는 계절 봄이 오면, 또 새로운 학생과의 좋은 인연을 기대하며 입학식장으로 향할 것이다. 슈즈트리·서울로 논란, 다양성 인정하는 공방 문화 ‘중요’…“다양성 보다 우선하는 가이드라인은 필요 없다” 차용준(45)지오가든 대표 비난 받을 용기! 올 한해를 되새김질 해 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가 ‘슈즈트리’와 ‘서울로 7017’이었다. 사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비난 받을 생각으로 추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던 사업들이다. ‘조경’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식물을 소재로 생명력 있는 공간을 만드는 선한 일이다보니 비난 받을 일이 별로 없다. 삭막한 콘크리트 속에 푸른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그 속에 컨텐츠를 떠나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조경 분야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때론 족쇄가 돼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원은 이래야 하고 정원은 이래야 한다는 묵시적인 가이드라인?! 공원이든 정원이든 그 공간을 접하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한 고민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데, 우리 스스로가 만든 ‘가이드라인’이 소비자가 원하는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자신이 추구하는 방식만이 진리이고 최고의 선인 듯하며 마치 싸워서 악을 없애려는 듯 비난하지 말고,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정원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서로 다를 땐 “그저 내 스타일은 아니네, 나와는 좀 다른 방식이네” 하며 다양성을 인정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경 후배들에게 생태복원업 길을 열어 주자” 김미후(44)그린포엘 대표이사 새해를 맞아 ‘조경계에 바라는 소망과 묵은 과제’를 주제로 조경인들에게 인사를 드리게 됐다. 저의 조경계에 대한 소망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발주처인 행정기관에서 전반기에 집중 집행하고 있는 조기 발주 관행이 후반기에도 나눠서 발주될 수 있는 제도로 다시 정착되길 바란다. 현재는 전반기에 일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일을 시키는 발주기관이나 일을 맡은 설계사, 시공사 등 모두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다가 하반기에는 일이 너무 없어서 문제가 되는 현행 제도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두 번째, 어린이놀이시설 안전인증과 설치검사의 기준이 유연해지길 바란다. 현재의 안전규정은 설계사와 시공사, 인증기관까지 에너지 투입이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회사의 경우, 현장에 맞는 설계를 위해 기성제품이 아닌 직접 설계한 놀이시설을 생태놀이터에 시공했다가 안전인증으로 세 번, 설치검사로 두 번이나 재시공한 적이 있다. 이 일로 느낀 것은 인증기관의 잣대로 놀이에 대한 안전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유치원생 수준의 놀이시설에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보고 놀라고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자연과 지형, 연령에 맞는 놀이시설을 도입하기 위해 안전인증과 설치검사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세번째, 생태복원 분야로 조경학도들의 진로 선택의 길을 넓혀 주길 바란다. 저는 조경학과를 나왔지만 현재 조경과 생태복원 중 생태복원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생태복원 설계나 시공은 조경전공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실제 직원을 뽑을 때도 조경전공자들을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 생태복원 사업의 성격도 조경과 마찬가지로 계획과 설계, 시공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커리큘럼을 보면 조경 분야만큼 이 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분야가 없다. 그러나 조경의 배움만으로 부족한 것이 또한 생태복원 분야이다. 조경 분야 외에 때론 토목 분야, 수리수문, 특히 양서류전문가, 곤충전문가 등 생물 분야와의 협업도 필요하다. 생태놀이터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 자연마당 가이드라인, 모니터링 가이드라인, 반환사업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 등 연구용역의 결과물에 따라 방향성이 제시되고 있는 생태복원 분야는 독자적인 전문 분야임에 틀림없다. 조경과 같은 듯하지만 한편으로 다른 게 생태복원 분야이다. 후배들이 조경업의 영역이 비단 순수 조경뿐만 아니라 생태복원 분야도 있으며, 생태복원 분야에 진출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 국가적 차원에서 녹지의 축을 회복하고 인간 외에 생물서식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조경계와 생태복원 분야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업으로 영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 업계의 기반이 되는 후배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조경과 생태복원 분야가 상생을 통해 조경 후배들의 선택 기회를 넓혀 주었으면 한다. “새해에 업계 모든 분들 행복하시고 소망하시는 일 다 성취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정원박람회 국민적 축제 자리매김, 조경인 ‘자부심’ 느껴…“과열 경쟁 옥에 티!” 김지학(26)자연감각 조경설계사무소 사원 지난 2017년은 대한민국 역사에 영원히 남을 한 해였다. 어려운 시기를 보낸 국민들을 위로하듯 전국은 다양한 축제로 가득했다. 정원박람회 역시 대중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올해의 축제 중 하나였다. 각양각색의 정원들이 펼쳐진 박람회장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 시민들을 보며 조경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지나친 경쟁 구도가 작가들로 하여금 신선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디자인하는 데 영향을 주고, 사비지출 등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과열현상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이 주가 되고 경험이 담기는 순수정원보다 구조물 위주의 화려한 정원이 당선될 확률이 높다는 분위기로까지 이어지는 듯 보였다. 2018년에도 전국적으로 다양한 정원박람회가 개최돼 시민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가오는 신년에는 정원박람회가 제도적·행정적으로 정비돼 과열 경쟁이 아닌, 서로가 WIN-WIN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정원박람회’ 열풍, 그뤠잇과 스튜핏 사이…“아직 평가보다 노력이 필요한 때” 이소연(34)서울시청 조경과 주무관 2017년을 되돌아보면 조경 분야는 ‘정원’의 매력에 쏙 빠져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뤠잇!’이었을까? 아직은 소심소심 ‘스튜핏!’. 아직 우리에게 정원은 조금 사치스럽고, 그래도 정원문화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도약기로서,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듯하다. 그럼, 조경과 정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공과 사적인 공간의 차이? 자연에게서 오는 기쁨과 행복, 힐링, 그건 모두에게 똑같을 텐데 말이다. 둘 다 “좋다”는 말이다. 선진국일수록 정원문화가 대중적으로 잘 확산돼 있다고 한다. 정원문화 확산은 녹색도시로 가는 시발점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도 선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많은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통해 해외 선진사례를 많이 접하고 있고, 정원문화 확산을 독촉하는 ‘정원박람회’가 전국적으로 열리며 들썩거린다. 꽃이 피고 지어 자기 자리를 잡으려면 5년 이상 걸리듯 아직은 평가보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전국에 가을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다르듯 각 지자체마다 특색있는 박람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우리만의 정원문화에 내실을 가득 채워야 할 때이기도 하다. 정원에 국한하지 말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이 정원문화 확산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모두가 함께하고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원문화, 2018년도는 슈퍼 그레잇! 모두가 꽃이 피어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에 있는 한 복합스포츠센터에서 화재로 인해 29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소방 당국과 언론에 따르면 이번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데는 많은 원인이 있다. 특히 화재 당시 건물 진입로 양쪽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피해를 키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화재 당시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늦어지고 사다리차는 도로를 우회해서야 현장에 도착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화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현장의 도로는 화재 전과 동일한 모습으로 불법 주차가 재현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1일에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새해 일출 맞이 관광객 차량으로 경포119안전센터 앞이 가로 막혀 소방차 운행에 차질을 빚은 기막힌 상황이 소개되기도 했다. 제천 화재가 난 지 불과 2주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안전 불감증이나 시민 의식 문제만으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생각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도시 내에 있다. 도시재생이 새 정부의 핵심과제로 떠오르면서 지난 한해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세미나와 토론 등 각종 학술행사가 수도 없이 열렸으며, 각 지자체는 시범사업을 따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도시재생에서 ‘소방안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적이 있었던가? 기자가 접해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방교육·체험 외엔 도시재생 현장과 정책에서 소방이란 주제와 마주한 경험이 없다. 소방서는 도시를 구성하는 사회인프라 중 하나다. 소방서뿐만 아니라 병원, 경찰서도 도시 기능을 작동하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도시’를 ‘재생’하는 대상과는 별개의 것으로 취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는 주거복지 로드맵과 도시재생 사업도 별개로 운용되면서 도시재생과 주거, 사회인프라가 완전히 별개의 노선을 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주목한 행사가 지난해 9월 열린 제4차 미래건축 포럼이었다. ‘도시재생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한 이 포럼에서는 저층주거지 도시재생 사업에서 공원, 주차장, 주민공동시설과 같은 공공공간이 어떤 역할을 해오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공공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논의했다. 공공공간의 의미에 사회인프라도 함께 포함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날 포럼은 전반적으로 공공공간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앵커시설로만 바라봤다는 느낌이 짙었다. 도시재생 현장과 정책 부문에서 주민 주도를 전제로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동체로서 지역에 거주하는 ‘일반 시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반추하게 한다. 소방관과 같은 특수 공무원은 공동체를 돕는 외부자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소방관은 화재뿐만 아니라 도시의 각종 재난에 대응하고 위급한 상황으로부터 시민들을 구조해 준다. 피해를 줄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접근이 필요한데, 도시 곳곳의 도로와 건물, 각종 인프라와 시민들의 생활패턴, 도시의 흐름 하나하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다. 새로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지역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소방차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계획됐는지 의문이다. 아파트 단지만 해도 소방차 진입 동선을 고려한 경우와 아닌 경우 설계·시공이 달라진다. 도시를 재생하는 일이 그보다 영향이 작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도시계획을 짤 때 소방차 도착시간과 거리를 고려해 소방서 배치 등을 결정한다. 그럼에도 소방안전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주요 문제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복잡다단하게 얽힌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방안전은 기존 성장 중심 도시 개발로 인해 나타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도시재생 사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돼야 할 것이다. 도시재생은 도시를 구성하는 회색인프라, 그린인프라, 사회인프라와 사람들이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소방안전 문제도 도시재생으로 다뤄져야 할 일이다. 소방안전 골든타임은 도시재생으로잡아야 한다.
  • 다사다난했던 2017년, 올 한 해 있었던 슬픈 일, 기쁜 일, 함께 나누고 싶은 기억과 소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각 분야 조경인들의 2017년에 대한 기념과 추억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생태복원업 신설, 조경인들 국토 환경파수꾼으로 거듭나야 박용수(42)국립생태원 환경영향평가팀 선임연구원 지난 2년 동안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의 총무이사를 역임하면서 자연환경복원업 신설에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지난 10년간 조경과 생태복원, 또는 조경기술사와 자연환경관리기술사가 두 패로 갈라져 서로의 이권만 추구하면서 충돌하는 진흙탕 싸움을 보면서 ‘과연 이 싸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반문해 본다. 다른 나라와 달리 국토의 여유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한정된 국토 내 자연자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연자원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개발압력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수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개발vs보전의 최전방에서 국토환경의 보전‧보호를 위해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개선 및 강화가 무엇보다 가장 적합한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견이 있겠지만, 환경영향평가가 자연환경의 보호와 보전에 대한 재원과 인력투자가 미흡한 우리나라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한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환경부 역시 ‘환경영향평가 통과용 생태통로’와 ‘멸종위기종 없는 대체서식지’라는 그동안의 오명을 씻고 자연자원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개발압력을 견제할 수 있는 환경파수꾼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라 조경과 생태복원 관련자 모두 지금까지의 정쟁을 멈추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새 술을 헌 자루에 담을 수 없듯 조경업 관계자는 그 동안 묶은 틀을 깨고 새롭게 탄생해야 하고, 생태복원업 관계자는 올바르게 복원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실력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 모든 생각을 이 짧을 글에 담을 수는 없지만 밝아 오는 무술년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황금 개처럼 두 업계 모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두 업계 모두 좀 더 삶이 풍요로워졌으면 한다. 국가 대표 정원 ‘소쇄원’ 훼손 ‘허망’…정원문화재 보존 관심 ‘필요’ 신지선(33) 월하랑 대표 짧은 시간이지만 5년여 동안 ‘한국 정원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해결해보고자 노력하면서 한국 정원 문화재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됐다. 우리 문화재 가운데 ‘정원’은 가장 지원과 관심을 덜 받는 분야로 점차 훼손되고 사라지고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17년 가장 슬펐던 일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인 소쇄원이 훼손된 일이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아끼는 공간으로 관심을 받아 어느 정도 개선은 됐으나 양산보 선생님과의 500년 약속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 같아 한동안 가슴이 찢어지고 한 번 훼손된 문화재를 되돌릴 수는 없기에 그 허망함에 기력이 사라졌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이 이러한 상황을 겪었는데 전국에 있는 여러 정원 문화재는 어떠할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직접 눈으로 확인 한 것도 수도 없이 많다. 우리 정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문화재 수리를 관리 감독할 기관을 시민들이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조경학이 한국에 들어온 지 40년이 넘어 50년을 바라보는 지금, 언젠가 세계적으로 활동하게 될 우리 조경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수백 년을 이 땅에 자리 잡고 남아있는 우리 정원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아닐까? 과시적 ‘플랜카드’ 우리 사회 자화상 ‘불편’…“저마다의세계가 있다” 이삭(25)전북대학교 익산캠퍼스 통신원 올 한 해를 되짚어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러 굵직한 조경계 행사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이번 학기 2학년 친구들이 처음 설계 과제를 해나가는 모습이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종강모임 때 저마다의 완성된 작품들을 펼쳐보는데 털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사다리꼴 모양의 부지와 집을 모두 같은 틀로 두고 그 안을 저마다의 세계로 꾸민 정원들을 보며 울컥! 한 친구는 치열한 경쟁으로부터의 도피를 꿈꾸며 힐링캠프를 세웠고, 또 한 친구는 감정이라는 뭔지 모를 움직임을 표현해보겠다며 어렸을 때부터 배운 수묵화로 감동정원을 그렸다. 또 다른 친구는 복잡한 자기의 기억을 드러내기보다 묻어두고 싶다며 집 옆에다 커다란 호수 하나를 팠다. 그런데 그 친구가 “형,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다보니 호수가 작아졌어요” 라고 하는 말에 괜히 또 울컥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작품들을 보다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대화야 이거 평가 어떻게 하냐?” “형 그 수업 다행히 절대평가에요” 속물 같은 나의 질문에 돌아온 답은 “참 다행”이었다. 그렇게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역으로 향하는데 역 앞에 플랜카드 하나가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국토부 뉴딜사업 도시재생공모 지원금 확보!” 그 몇 글자가 마치 자기세계에 대한 잘난 척처럼 느껴져서 불편했다. 모두 저마다의 세계가 있는데, 타인의 세계보다 자신의 세계를 우선시하는 태도로 여겨져 또 울컥했다. 술은 분명 깬 거 같은데 말이다. 찬찬히 보여야 할 것을 단박에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 다른 곳 보다 더 좋아야한다는 강박,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 ‘절대평가’같이 성과보다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방근시트 기획소송 ‘실망’…“조경분야휘둘리지 않았으면” 장윤환(46)동부건설 차장 건설회사에서 조경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2017년 한 해를 회상해 보면, 가장 크게 와닿는 이슈 중에 하나는 ‘아파트 조경의 방근시트 미시공’과 관련한 손해배상 기획소송 진행이다. 기술적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이를 핑계로 금액을 요구하는 기획소송의 대상꺼리가 됐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많은 조경인들이 하는 고민은 ‘주어진 공기와 예산 조건에서 어떻게 품질을 높여 입주자의 만족을 줄까’이다. 이를 위해 각 회사마다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하게 되고, 이는 서로간에 유익한 경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올해의 ‘방근시트’ 논란은 이런 우리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준다. “필요성이 공감되지 못한 체, 규정이라고 해서 꼭 시공해야 하는가?”,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정작 주요 당사자인 건축분야는 남의 불구경하는 방관자인데, 우리끼리만 이 화두에 잡힌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년에는 그 필요성 여부에 대해 좀 더 공감대가 형성되고, 기술적으로 성숙된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 나아가서 조경분야 만큼은 이런 기획소송의 대상꺼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내년에도 지금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조경인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올 한해도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원이 있는 아파트' 첼시 출품 … 조경가로서 뿌듯 황혜정(39)Haydesigns 대표 2017년은 많은 영감을 받은 한 해였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화였다. 올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남을 갖고 ‘서울시를 서울 숲으로 만들어가자’는 제안과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내년에 첼시플라워쇼에 출품하는 ‘정원이 있는 아파트’가 바로 그 계획을 이행할 수 있는 ‘나무가 있는 건물’로 숲의 도시를 구현해 나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 활동 중이긴 하지만, 한국의 소식과 상황에 대해선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원이 있는 아파트’ 역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아파트라는 콘셉트도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문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경가로서 조금이나마 우리 사회와 환경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정원이 있는 아파트’가 있는 2018년 첼시플라워쇼에 많은 관심 바란다.
  • 지난해 급변하는 인터넷 정보화 시대의 물결에 발맞추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 오픈한 환경과조경의 공식 홈페이지가 무술년 새해와 함께 벌써 1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독자 여러분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저희 e-환경과조경은 현장에서 땀 흘리는 조경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다니며 업계의 뉴스와 동향들을 신속하게 보도해 왔습니다. 지난 1년간의 통계를 보면, e-환경과조경은 모두 2253건의 기사로 월평균 187건의 새로운 뉴스를 생산해 내었고, 접속자수는 월평균 30만여 건으로 일평균 1만여 명이 넘는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단일 기사로는 지난 4월에 보도된 ‘소쇄원 보수 정비’ 기사가 총 3만2천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조경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관심을 가질만한 기획들과 새로운 기사들을 직접 발로 뛰어 발굴하고 취재해온 저희 기자들의 숨겨진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보다 큰 이유는 동시대 미디어 환경에서의 독자들의 변화된 요구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뉴스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원하는 매체의 ‘시간적 동시화(Synchronization)’가 그것이며, 또한 조경과 건축, 도시, 예술 등 업역의 경계를 넘어 조경 이외의 분야까지도 아우르는 매체 접근의 공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 그것일 것입니다. 무술년 새해에도 e-환경과조경은 이러한 독자 여러분들의 시대적인 요구에 발맞추어 한 발짝 더 빠르게 달려가고, 한걸음 더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조경분야의 발전을 위해 지식혁명 시대의 에너지원인 무한한 지식의 공급처로서 소명을 다 할 때까지 다시 힘찬 출발을 시작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 1. 1. 발행인 박명권
    • 발행인 박명권
    • 2017-12-31
  • 다사다난했던 2017년, 올 한 해 있었던 슬픈 일, 기쁜 일, 함께 나누고 싶은 기억과 소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각 분야 조경인들의 2017년에 대한 기념과 추억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사샤를 위로해 준 해외 한국정원, 정책적 로드맵 필요 신현돈(58)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이사 우연히 지난 12월 15일 ‘KBS스페셜-사샤의 아리랑’을 보게 됐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4세 사샤(24)의 시선으로 고려인 강제이주 역사 80년을 되돌아보며 고려인들의 비극적이었던 이민의 아픔을 되돌아 보는 다큐멘터리이다. 고려인 이주 80주년과 한국-우즈베키스탄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추석행사에는 한국전통 춤 공연과 문화행사가 개최됐고 고려인뿐 아니라 수많은 우즈베키스탄 젊은이들도 우리의 문화를 함께 했다. 이처럼 고려인들이 우즈베키스탄에 융화되기까지 80년간의 긴 역사가 있었다. 이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사샤가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퍼져있는 고려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생생한 슬픈 이민사를 듣는다. 이들을 위로하고 삶의 애환을 어루만져주는 타슈켄트 서울공원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해외에 대한민국의 문화와 한류를 전파하는 첨병인 것이다. 그런 아픈 기억과 또 다른 사샤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가 서려있는 아스타나에 ‘한국·카자흐스탄 우호의 정원’이 지난 9월에 조성됐다. 유라시아의 골드허브라고 불리는 아스타나는 대륙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유라시아 유목민들의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한 삶이 그대로 묻어 있고 우리의 선조께서 강제이주 당한 아픔의 땅이기도 하다. 아스타나 한국정원은 수도의 중심부인 아스타나공원 한 켠에 약 1.6ha 규모로 비교적 작게 조성됐으나 현지 이방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중해의 역사, 휴양도시 안탈리아에 조성된 한국정원도 단순한 정원의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한류를 창출하고 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대한민국의 문화와 한류를 지속적으로 보급·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 중에 하나가 해외 ‘한국정원 만들기’이며 정부는 이를 교훈 삼아 그동안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미진했던 해외 한국정원 정책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2017 IFLA 루미너리 상 수상을 축하 해 주신 많은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조경수 지급자재 부당성 알린 ‘범조경 서명운동’…“기득권 내려놓고 하나되자” 이흡(61)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 회장 2017년은 우리나라 조경의 발원지인 대구‧경북지역에 통합 조경기술인 단체인 ‘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가 설립된 지 3년이 되는 해였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과 공원녹지포럼, 현안사항에 대해 지혜를 모으기 위한 밤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바쁘게 달려온 것 같다. 특히 지난 3월에는 대구시 건설단체 간담회를 통해 조경수 지급자재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개선을 요청했고, 1190여 명이 참여한 범조경인 서명운동으로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다함께 걸어왔다. 앞으로도 대구‧경북시도회는 조경 가족 모두에게 필요하고 사랑받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다. 지금의 위기를 조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더 늦기 전에 조경 1세대들이 과감히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년에는 모두 하나가 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시민참여형 전환, 도 사업으로 발전 “뿌듯” 윤인필(53)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도시정원부장 친환경 학교급식 업무를 그간 5년 동안 맡아오다 올해 처음으로 정원 관련 부서로 이동했다. 부서 이동 첫 해인 올해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서려있는 안산시의 화랑유원지 일대에 정원을 조성하고, 정원박람회를 개최하는 일을 맡게 됐다. 정원박람회는 예년과 다른 새로운 방향전환을 시도했다. 주민이 직접 만들고 유지관리하는 시민참여형 박람회로의 전환이었다. 특히 단원고 앞 고잔동마을 구도심을 박람회장에 포함시켰다. 지역의 건강한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역재생사업으로까지 박람회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그 결과, 시민참여형 박람회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와 호응이 매우 좋았으며, 만족도도 높았다. 우리는 정원을 매개로 가꿈과 나눔, 배려의 실천을 통해 주민들에게 삶의 즐거움과 희망을 주고 마을의 건강한 지역공동체가 회복되길 간절히 원하고 바랐으며, 또한 그렇게 됐다. 이번 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경기도의 ‘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위한 사업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우리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풀과 나무들, 이들로 조성된 정원이야말로 우리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모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름 드높인 독립 첫 해, “2017년, 반가웠다” 안기수(41)A1 대표 “2017년을 보내며”라는 말보다 “반갑다 2017년”이라는 말이 맞을 거란 생각이 든다. 2017년은 오랜 회사생활을 접고 독립을 한 첫 해이기 때문에 한 해가 가는 것이 아쉽다기 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어느 정도 이룬 한 해! 지난 15년간 ‘조경’이란 녀석을 알기 위해 한눈팔지 않고 쉼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 드디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을 선택했다. 그런데 많은 조경공사와 접하면서 정원에 대한 생각이 점점 간절해졌다. 아마도 여러 작가들의 정원 시공을 도우면서 왠지 모를 매력에 빠졌던 것 같다. 특히 조경과 정원은 같지만 분명 다른 분야란 걸 알게 되면서 더욱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렇게 정원 분야에 발을 들이면서 나의 2017년은 시작됐다.한 해 소중한 성과들도 많이 남았다. 72시간 프로젝트를 처음 접해보고 시공을 지원하면서 많은 후배들을 만나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 수상까지 하게 됐다. 또한 김지환 씨와 서울정원박람회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작가’라는 호칭까지 얻게 됐으며, 여러 작가들과 교류도 많아졌다. 2015년 최영준 소장, 김지환 작가와 결성했던 팀동산바치가 2017년에 다시 한번 젊은건축가프로젝트(원심림)로 뭉치게 됐고 반응 또한 뜨거웠다. 국립수목원에서 개최한 생활정원 콘테스트,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과 참여정원 등을 시공하고 수상하면서 ‘에이원(A1)’을 널리 알리고 ‘안기수’라는 사람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한중합작학과개설 프로그램과 함께한 1년…다음세대 조경 “국제화” 사활 김수봉(57)계명대학교 공과대학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는 올해 3월 중국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허난성(河南城) 화베이쉐이리쉐이디엔대학(華北水利水電大學)과 ‘2+2 한중합작학과개설(中外合作办学)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이는 올해 국내대학으로는 유일하게 프로그램 운영학과로 선정된 것이다. 그래서 올해 화베이쉐이리쉐이디엔대학(華北水利水電大學) 환경디자인학과에 입학한 중국 대학의 학생들은 2019년 9월 3학년이 되면 계명대학교로 와서 2년을 보내고 공동학위를 받게 된다. 이것으로 계명대는 2019년부터 매년 수십 명의 중국유학생을 유치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합작학과개설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중국 고등교육기관과 외국의 저명한 고등교육 기관이 합작해 학과를 설립하는 것을 장려한다”는 것으로, 한국대학이 진출하기 전에 이미 미국, 호주,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라들이 중국대학과 합작해 추진해 온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지난 4월 화베이쉐이리쉐이디엔대학을 방문해 우리학과에서 운영 중인 학과목 중 14개 과목을 그 대학 환경디자인학과에 학기별로 조정하는 작업을 도와주고 돌아왔다. 아울러 9월에는 이 학과 첫 신입생 입학식에 참석해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11월에는 화베이쉐이리쉐이디엔대학 총장이 직접 우리 대학을 방문해 중국대학 학생 2학년을 위해 매년 여름 우리대학에서 제공하는 조경디자인캠프에 대한 ‘상호협정체결식’을 가졌다. 연 초부터 이런 대형 프로젝트가 생기면서 학과교수들을 약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요즘 같은 지방대학 위기의 시대에 우리에게 찾아든 ‘파랑새’였다. 우리나라의 조경학은 질이나 양으로 보아 이젠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배우고 축적한 조경교육과 실무 전반에 대한 콘텐츠를 중국을 포함한 이웃 아시아 국가들에게 제공해야 할 시기가 왔다. 지난 1년 ‘중외합자판학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특히 조경의 국제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다음세대 한국 조경의 사활은 ‘국제화’에 달려있다고 본다. 올해 나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를 매일 출퇴근 시간에 들었고, 그들의 세계화 전략에 감동했다. 조경의 국제화를 위해 내년에는 더 많은 ‘피땀눈물’이 필요할 것 같다.
  •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지난 13일 “산자부, 적정 설계대가 마련 위해 ‘표준품셈’ 대정비” 기사를 쓴 이후 여러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조경설계단가도 근거가 생기는 것이냐?”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이냐?” “나는 뭘 하면 도움이 되는가?” 등등의 문의가 있었다. 좋은 소식이라고 반기는 포스팅도 몇몇 봤다. 젊은 조경인들 모임에서 이와 관련한 의견들이 오고 갔으며 한국조경학회 측에 소식을 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는 말도 들었다. 조경 관련 단체들은 설계단가와 관련해서 어떤 움직임이 있느냐는 문의도 적지 않았다. 현재까지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조경사회는 설계단가와 관련한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총연합도 마찬가지다.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는 설계업체들이 적정 단가로 계약한 사례들을 모아 평균을 내고 객관적인 최소한의 근거자료가 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안계동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에 따르면 협의회에서 설계단가를 높이기 위한 기준을 만들고자 몇 차례 시도했지만 협의회의 힘만으로 과업의 종류별, 면적별, 각각의 절차나 수행 단계에 따른 정확한 품셈기준을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에는 실비정액가산방식과 공사비요율에 의한 방식이 있는데, 관공서 일은 주로 공사비요율에 의한 방식을 적용한다. 공사비요율에 의한 방식은 공사비에 일정요율을 곱해 산출하는 방식이므로 규모가 작은 공사라면 그만큼 설계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규모가 작은 공사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표준품셈 관련 기사를 본 한 조경인이 SNS에 게재한 놀이터 조성 사례를 예로 들겠다. 포스팅에 따르면 놀이터 조성비가 3억 원일 경우 약 1200만 원의 설계비를 받는다. 설계기간은 4개월로 한 달에 300만 원 정도 수준이다. 여기에는 인건비 등의 직접비, 사무실 임대료, 전기세 등의 간접비가 포함된다. 자문이나 심의, 회의 등을 위한 부가적인 업무와 인쇄비도 이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1000원을 주고 매점 가서 빵하고 우유를 사서 100원을 남겨오라는 것과 다른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발주처 공무원에게만 있는 걸까? 발주를 담당하는 공무원도 단가기준이 없어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적정 설계비를 주고 싶어도 명확한 근거가 없어 문제라는 것이다. 모 지자체에서는 발주 담당 공무원이 이전에 비슷한 규모와 절차로 진행된 설계용역에 대해 단가 문제로 업체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알고 비용을 올려주었다가 감사에서 지적된 일도 있다. 한 설계업체 종사자는 “품에 대한 단가가 낮으면 일의 양을 늘리거나 품질을 낮춰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직원 급여는 갈수록 낮아지고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 학과 졸업 예정자들은 설계를 3D 업종으로 보고 취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경설계 분야를 이탈하는 경력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어떤 물건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설계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적정 단가를 받지 못해 설계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국민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며, 산업적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본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축사사무소의 근무환경과 복지를 해결해 달라는 청원과 설계용역 관련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적정 단가를 마련하는 것은 조경뿐만 아니라 설계를 업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분야 모두의 숙원이다. 설계단가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나서 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당사자가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돕지 않는다는 것. 조경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내부에만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사들은 최근 정부가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가 전문가인 약사회와 합리적인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는 데 공감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를 통해 배울 점은 침묵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만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옮겨야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적정 설계대가를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표준품셈 정비에 나섰다. 표준품셈 지정기관인 한국엔지니어링협회를 통해 기 제정된 25개 공종의 품셈을 먼저 개선하고, 그 외에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제정을 추진하게 된다. 우선순위는 시장 규모와 제정 요구 등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또는 분야에서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기준을 마련하고, 산자부와 표준품셈 지정기관에 제안하는 경우에도 단가기준이 보다 빨리 마련될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것은 없다.
  • [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올해도 서울정원박람회와 경기정원박람회 등굵직한 정원박람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정원의 대중적 확산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지자체마다 특색없는 박람회가 양산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공존하는 가운데, 어쨌든국내에도 정원박람회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이번 이슈트리에서는두 정원박람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 부문 수상자들에게 정원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또한 국내 정원박람회의문제점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도 들어봤다. 올해 가을 햇빛은 참 따가웠다. 작가들의 수상소감을통해 햇빛보다 더 뜨거웠던 열정의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 정원은 이성적 논리를 감성으로 풀어내는 작업…“정원박람회는 봄부터 추진해야” 이주은(48)팀펄리가든 대표 / 2017경기정원문화박람회 대상 나에게 정원이란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이며, 나를 위로해 주는 애완견 같은 존재이다. 주변 환경, 사이트 분석, 용도, 환경에 맞는 식물 선택 등 이성적·논리적 접근을 감성적으로 풀어 놓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정원을 가꾸거나 완성된 정원을 보면 내 자신이 치유되고 힐링되는 것을 느낀다. 이런 점이 이성적 접근이 강조된 조경과의 차이점이자 내가 조경이 아닌 정원 작업을 즐기는 이유일 것이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3·4·5회 연속 참가하면서, 매번 이번 박람회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 젊은 작가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도 많았고, 차분한 공간 구성으로 편안함을 주는 좋은 정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을 받게 된 것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대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더욱 멋진 정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껴지고, 또한 열심히 작품에 임하는 것이 대상을 주신 분들께 보답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조금은 부담감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게 될 듯하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가장 아쉽고 힘들었던 것은 가을에 열리는 행사이다 보니 교목이식이 어려웠던 점이다. 가을에 잎이 무성한 상태에서 교목을 옮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강 전정을 한 후 식재를 진행하지만, 많은 교목들이 운반 시 잎이 타기도 하고, 특히 뿌리돌림된 나무가 아닌 밭에서 직접 굴취한 경우엔 잎이 모두 말라 떨어지는 현상까지 생긴다. 박람회를 봄에 하거나, 아니면 이른 봄에 작품 공모 결과를 발표해 교목섭외가 봄부터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면 뿌리 돌림이나 전정 등으로 이식 준비가 된 교목을 이식할 수 있어서 보다 건강한 교목들로 정원을 만들 수 있으며, 교목 하자율도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원, 손바닥만한 부지에서의 배움…“박람회 추최측 디테일한 운영의 묘 필요” 윤호준(36)반도이앤씨 실장 / 2017서울정원박람회 금상 감사하게도 올해 서울정원박람회와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두 행사 모두에서 작가정원 부문에 참여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사실 나에게 정원은 몇 마디 문자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단어다. 정원이 들어서는 대지와 이용하는 사람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비로소 정원의 형태와 소재를 하나씩 선정하게 된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상상으로 담은 풍경과 이용자의 행태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정원박람회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손바닥만큼 작은 부지도 관심을 갖고 세세히 들여다볼수록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것을 여실히 배우는 기회가 됐다. 다만 박람회에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정원 조성비, 자재 수급, 장비 사용 등 세 가지는 개선됐으면 한다. 이런 몇 가지만 개선해도 행사와 조성되는 정원의 수준이 훨씬 나아질 것이란 생각이다. 작가정원의 ‘작가’ 기준이 몇 년간의 실무 경력을 가진 경력직이라면, 박람회 개최를 위해 정원을 조성하는 예산이 사실상 재능기부 수준이다. 주어진 예산을 오롯이 작품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등수에 상관없이 일정 부분의 비용을 별도로 지급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 조성 시 사용하는 소재는 작가별로 다양하겠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이 사용하는 기초자재(골재, 모래, 시멘트, 상토용 흙 등)는 주최측에서 전체적으로 집계해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개별적으로 구매할 경우 단가도 높아지고 운반비와 지게차비도 추가적으로 발생해 조성비용을 재료비로 온전히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정원공사 특성상 장비사용 횟수는 많지만 물량이나 시간은 적어 개인적으로 장비사용 시 불필요한 경비가 많이 지출되며, 시중거래가보다 매우 높은 가격에 이용하는 작가들이 다수 발생한다. 주최측에서 계약한 업체가 있거나 작가별로 장비사용을 공유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해준다면 예산을 매우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정원박람회의 경우는 정원 조성 시 집행 가능한 항목이 비현실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실질적으로 작가가 모든 작업을 주도하는 경우 발생하는 인건비나 식비, 경비, 교통비, 기타 공과잡비 등을 집행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부분들이 이번에 정원박람회에 참여하며 아쉬웠던 점이다. 내가 바라는 정원은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담기보다는 잠시 머무르며 소소한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앞으로 내가 하는 작업들의 근간이 될 것이다. 안전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신경 써 준 관계자들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부족한 정원설계에 대한 갈증을 푸는 계기…“도심 속 더 많은 정원 기대” 조윤철(51)PH6 DESIGN LAB 대표 / 2017서울정원박람회 은상 조경설계를 해오면서 정원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설계비가 따로 책정돼 있지 않으니 시공을 직접 해야 하거나 아니면 시공업체의 뻔한 공사비에서 설계비를 보상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울 정원박람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점점 멀어지는 정원설계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시공과정은 예상외로 힘들었지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즐긴다면 이것이 정원 일의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시 기간 동안 작가로서 자신이 만든 정원 안에서 관람자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경험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정원박람회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정원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도시 곳곳에서 많은 정원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작가정원 조성에 주어진 크기만큼의 공간(60㎡)은 도심지 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쉼터라 불리기도 하고 휴게소라 불리기도 하고, 공개공지 또는 소공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런 공간들이 대부분 벤치와 퍼걸라, 그리고 회양목, 철쭉,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느낌 없는 곳이 된다. 이런 공간들이 정원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도심 속에서 다양한 정원들을 보다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정원과 나, 새로움을 발견해 주는 관계…“정원박람회, 과감한 차별성 가지길” 김지영(37)Design Ciel 대표 / 2017경기정원문화박람회 최우수상 정원은 나를 변화시키는 공간이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공간이고, 또한 나는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무릎을 꿇게 하고 몸을 숙이게 한다. 자연의 강인함과 겸손을 배우는 사색의 공간이다. 그래서 정원의 일은 고되지만 나도 모를 에너지가 솟는다.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게 해준다. 올해 ‘The beauty of Empty’란 작품은 나에게 큰 의미를 준다. 쉼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고 여백의 미라는 컨셉처럼 모든 과정에서 공간과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이런 비움마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제나 조바심내고 바빴는데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부를 수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또한 이 정원을 보고 “정말 편안하다”고 해주시는 말 한마디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지만 함께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다. 우리나라도 정원박람회가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이를 통해 대중과 정원이 소통하는 장이 마련되는 점은 매우 반갑다. 다만 여러 정원박람회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원을 만드는 사람들이 해외 박람회에 출전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보면, 해외 박람회들은 철저하게 상업적이거나 아니면 작품의 창의력이나 컨셉만으로 승부를 보는 등 분명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반면 국내 정원박람회는 여러 박람회의 좋은 점을 모두 담으려다가 모든 방면에서 ‘중간’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외의 정원디자이너들도 한국정원박람회에 출전하고 싶을 만큼 우리 정원박람회만의 매력과 특성을 담을 수 있는 대담함을 가졌으면 한다. 박람회에서 정원이 어떻게 보여지고 이용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면 “정원의 컨셉이나 구성을 떠나서 눈과 발이 가는대로 즐기고 다만 잠시의 머무름에서 여유로움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원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얼마되지 않아 다시 찾아간 정원에 작은 소품이 없어진 것을 보았다. 빈 공간을 소박하게 채우던 풍경이었는데, ‘그 풍경 소리를 혼자 들으면 아름다울까?’라는 생각과 모든 행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 싶지만 함께 즐기는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크게 들었다. 정원은 삶 가까운 곳에 있는 생명의 공간…“모두 똑같은 정원박람회, 신선함 떨어져” 정은주(27) 제이제이가든스튜디오 대표2017서울정원박람회 대상, 2017경기정원문화박람회 우수상 나에게 정원이란 삶의 가장 가까이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심미적 가치를 충족하는 동시에 자신의 가치관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자연을 통해 표현되는 공간이다. 이는 책으로 비유하면 ‘종이’ 대신 ‘땅’에, ‘펜’ 대신 ‘식물’을 통해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이다. 이번 서울정원박람회에 조성한 ‘너를 담다’에는 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필요한 포용과 이해를 표현했으며, 경기정원박람회에 조성한 ‘연정’에는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자는 작가적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 정원은 작가 본인이 계획부터 시공까지 구현해내는 것이 가능하고, 생명력 있는 식물을 통해 조성하기 때문에 배치 및 구도,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며,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일에 임하고 있다. 국내 정원박람회가 정원문화 확산에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각각의 박람회 성격이 차별적이지 않아 점차 새로움이 감소하고 있다는 평이 많아지고 있다. 구조적인 형태나 새로운 소재 선정, 식재 등에서 박람회마다의 특색이 정해진다면 보다 다양한 정원박람회가 선을 보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마다의 관심 분야에 따라 선택적인 참여를 통해 전문성도 제고될 것이라 본다. “정원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에 과분한 상을 받았다. 주변의 도움이 많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다. 박람회에 참여하신 작가님들 및 정원박람회 관계자분들과 정원이 완공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정원은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는 곳…“메시지 사라진 작가정원? 작가 연계한 사후 관리 필요” 정성훈(29)제이제이가든스튜디오 대표 / 2017서울정원박람회 대상, 2017경기정원문화박람회 우수상 정원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통해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작가정원은 정원을 디자인하는 작가만의 색깔에 따라 정원의 개념과 테마, 형태, 구조, 소재 등에 있어서 독자적인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작가적 메시지와 정원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존치를 원칙으로 하는 정원박람회는 박람회 이후 관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유지관리에서 정원을 조성한 작가들의 역할은 미비하다. 작가의 의도와 다른 보식 및 관리는 작가와 정원을 이용하는 시민,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관계자 모두에게 손해라는 생각이다. 존치 정원이 작가의 처음 의도대로 유지돼 작가적 메시지가 살아 있는 정원으로서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도록 작가와 연계한 유지관리 체계가 확립됐으면 한다. 서울정원박람회 ‘너를 담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연정’ 이 두 작품을 조성하기 위해 시공 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일정 조정 등 준비를 했지만, 약 한 달여 동안 공원에 존치되는 정원을 조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정원이 조성되도록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시공 중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을 함께 풀어간 정원박람회 관계자분들과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햇빛에 그을리고, 한밤중 폭우를 견디며 정원을 조성한 모든 작가님들에게 고생하셨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돌 하나 함부로 옮기지 말라.” 이것은 양산보의 유지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후손에게만 비기처럼 전해지는 바가 아닌 우리 모두를 향한 유지이기도 하다. 소쇄원이 다시 한 번 몸살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원과 정원문화가 무지막지 앞에 다시 한 번 위기에 처했다. 혼란한 세월과 시대 상황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지만 소쇄원에서 일어난 일들은 우리 문화의 또 다른 축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더욱이 작금의 사태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선의라 이해하며 무능과 무관심, 무책임에 멀리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가만히 있을 수 없게 한다. 그 중 돌아가신 소쇄원의 소나무는 여전히 가슴 아프다. 소쇄원의 나무 소쇄원에는 굵은 소나무 한 그루가 위태롭지만 굳건하게 물길 옆을 지키고 있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는 수세를 조절하며 한 정원의 아름다움을 정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언제 들러도 푸른 소나무는 소쇄원의 중심처럼 늘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소나무는 죽어 있었다. 사연은 이랬다. 지자체에서 수세가 약한 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관련 전문가의 자문도 받고 좋다는 영양제도 썼다고 한다. 그 사이 문제없이 잘 살릴 수 있다는 확신과 장담이 오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나무는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 확신과 장담에 어떤 책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태 이후 소쇄원의 후손도 돌아가시고야 말았다. 나무는 상품이 아니라 그 놓인 자리의 특성을 얕은 지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수백 년간 그렇게 살아온 그 만의 특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그 형태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 아니었나 한다. 다행히 소나무는 아직 그 자리에 서 있다. 생명은 다했는지 모르나 사람이 벌인 사태의 증거로서 이야기 하나를 흔적으로 남긴 채. 나무야 생명이라 가꾸고 돌보며 정성을 들인다고 해도 그 나고 스러짐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오만과 자만이 불러온 사태였다는 점에서 그것은 인재라 할 만하다. 그 후 무엇이 달라졌던가? 소쇄원의 돌 작금의 사태는 그런 인재가 소쇄원의 돌에 그대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돌로 만들어진 단은 지형을 활용하는 적절한 방안과 기술을 보여준다. 소쇄원의 그것은 그 중에서도 복잡한 지형을 활용한 조상들의 지혜를 섬세하게 증언해준다. 살펴보면 볼수록 돌이 단순히 재료의 하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돌에도 직접적으로 생명이 있다고야 할 수 없겠지만,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된 돌은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기대가 담겨 생명처럼 작용한다. 그 돌들은 나무처럼 약동하며 사실적으로 눈앞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흔적으로 남아 현상적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나무보다 긴 세월을 그렇게 돌은 생명처럼 살아간다. 그 돌에 쌓인 세월의 흔적은 나무처럼 가꾸고 돌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나무에게 포클레인과 시멘트로 강력하고 무지막지하게 수선을 가하지 않듯, 세월이 쌓인 생명 같은 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때 필요한 것은 나무에게도 그러하듯 장인들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기관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이와 관련한 상세한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고 필요시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한다. 그러나 2017년 소쇄원의 돌에는 중장비와 시멘트, 나아가 돌단과 돌담의 아름다움에 대한 몰이해가 가해졌다. 그것은 눈에 드러난 그뿐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사모습을 가리고 있는 가림막의 무지막지함도 가슴 아프지만 그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쇠로 긁어내어 방치되었을 돌들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 아프다. 소나무를 죽인 그것이 또 돌을 죽이는구나 싶다. 더는 참을 수 없겠구나 싶다. 우리들의 소쇄원을 위하여 이미 소쇄원은 우리 모두의 것이 되었다. 그것도 현대적으로 의미가 큰 중요한 문화재이자 정신문화 요소 중 하나다. 옛 정신을 유지한 채 만인에게 열린 역사적 유물로 지금처럼 맘 편하게 체험이든 관광이든 힐링이든 맘먹은 대로 유경(遊景)할 수 있는 정원은 많지 않다. 소쇄원은 정신부터 기술까지 대표적이다. 아끼고 보살피는 이유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늦지 않았을 때가 많다. 지금도 그러하다.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전반적인 재검토 후 재보수하는 것은 잘 한 일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형태만 좇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녹아 있는 정신과 전통 구법부터 차근차근 다시 짚어야 한다. 특히 소쇄원은 그렇게 해야 한다. 보존(conservation)이 현대적 활용을 전제한 보호의 방법이라고 할 때 문화유산이 본래의 모습을 변화 없이 그대로 간직하는 것도 옳지 않다. 이때 보존을 이끄는 본질적 방식은 문화재에 담긴 정신과 구법, 그리고 그에 따르는 재료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쇄원은 그렇게 했어야 한다. 때로는 문화유산에 담긴 본래의 정신과 구법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형태는 자연히 되살아난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의 형상적 기억으로 남아 있는 소쇄원을 어떤 식으로든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돌아가신 소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볼 때, 이 소나무만은 어떤 형식으로든 계속 남겨두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의 보존처리를 하고 사연을 읽을 수 있게 한다면 문화유산이 박재가 아닌 현재유산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보존이란 그렇게 형식도 중요하지만 내용에도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간의 폭거에도 최대한 회복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 일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소쇄원은 아직 복원되지 않은 부분이 공터로 남아 있기도 하지만 기존 공사과정에서 수세에 영향을 받은 나이 많으신 수목들도 있다. 현재의 문제를 정확하게 살피면서 소쇄원의 원형을 찾아갈 장기적인 방안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돌과 나무는 그저 재료가 아니다. 거기를 지켜온 주인이자 사건이다. 제 위상을 찾는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다행히 수많은 기록들이 있다.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간의 시행착오를 충분히 되돌아봐야 한다. 문제의 발단을 명확하게 살피고 반복되고 있는 이러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를 지원하고 보조해야 할 법령이나 정부의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사업의 추진이 어떠했는지 제일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이다. 또한 그간 지자체가 보여준 보도자료를 통해 볼 때 국가적 문화재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책임은 지역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국가 전체, 역사와 문화 전체의 차원이어야 함을 주지해야 한다. 그러할 때 비로소 소쇄원과 관련된 모든 주인공들이 그 전통적 가치에서 현대적인 보존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제야 기초가 준비된 정도일 것이며, 그런 토대 위에 현대적 활용이 모색되어야 전통정원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소쇄원은 언제나 변화하는 현대에 존재하며 지금까지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데 일어난 일들을 되짚어보고 언제나 현대일 소쇄원에 변하지 않는 정신과 가치를 중심으로 관련자 모두의 반성과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분명한 사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은 먼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돌 하나 함부로 옮기지 말라”는 유지를 언제나 전통인 현재의 우리 모두가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통의동 마을마당은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7-3에 자리 잡고 있다.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 바로 맞은편에 있는 면적 419.4㎡의 작은 공원이다. 지목은 ‘대’로 도시계획시설 공원은 아니며, 행정용어로는 공공녹지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7년에 서울시가 조성했다. 당시 10개의 마을마당이 서울시 전역에 만들어졌는데 ‘마을마당 조성 기본 및 실시설계’란 이름의 보고서가 아직 남아 있다. 도시 소공원 네트워크의 효시로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었고 그중에서도 통의동 마을마당이 대표 격이었다. 청와대에서 가깝다는 위치적 특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위치적 특성이 결국 문제가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인 2010년 청와대는 이곳에 경호시설을 지으려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공사모’(공원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가 결성되었고 수차에 걸친 민원 및 간담회, 기자회견을 거친 후에 청와대는 경찰청을 통해 이 계획이 철회되었음을 알렸다. 이것을 ‘제1차 공원대란’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유권이 서울시에서 청와대로 이전되어 향후의 불씨를 남겼다. 6년이 흐른 2016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가 인근에 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대토’의 형식으로 이 공원을 그 소유주인 민간인에게 넘길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공사모’가 다시 모여 이를 저지하려 했으나 결국 2016년 12월 9일 소유권이 이전되고 말았다. 공사모는 민원과 서명운동, 현수막, 언론 등 다각도의 노력을 계속했고 2017년 5월 16일 서울시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통의동 마을마당을 재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6월 11일 박원순 시장이 통의동 마을마당을 방문하여 시민들에게 재매입할 뿐 아니라 도시계획시설 공원으로 지정할 것을 약속했다. 현재 서울시는 예산 확보 중이며 행정 절차상 매입은 다음 회계 연도인 2018년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의 과정은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되어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다. 통의동 마을마당을 지키려는 노력의 하나는 공원의 관리를 인근 지역 시민들이 자치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눈이 오면 시민들이 돌아가며 눈을 치웠고 쓰레기를 주워 자치구 봉투에 담는 것도 시민들의 몫이었다. 소유권 이전 이후 차단된 조명도 자치구에 민원을 넣어 다시 작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벤치와 별도로 이동식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햇빛과 그늘을 선택할 수도 있고 위치와 배열 등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도난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일단 시민사회를 믿어 보기로 했다. 공사모 내부에서 자원을 확보, 2017년 7월 4일 야외용 의자 4개를 공원에 비치했다. 그 이후의 과정은 앞으로의 공원 설계나 운영에 참고할 만하다. 4개의 의자는 끊임없이 공원 전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단 하루도 같은 위치에 놓여 있던 적이 없다. 때로는 둥글게 모여 있기도 하고, 공원 구석에 가 있기도 한다. 가히 ‘의자의 여행’이라 할 만하다. 고정형 벤치만으로는 불가능한 공원 이용의 새로운 행태가 시작된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비치되어 있는 4개의 의자가 저렴한 제품인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왕이면 공공이 최고급 의자를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향후 통의동 마을마당의 재매입이 이루어지고 도시계획시설 공원 지정 등 행정절차가 완료되고 나면 다시 기금을 조성, 디자인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야외용 의자인 놀(Knoll)사 제품인 해리 베르토이아(Harry Bertoia)의 와이어 매쉬 의자 4개를 비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계획을 접한 놀사 유럽 스튜디오의 부사장인 안드레아 쟈케티(Andrea Giachetti)씨는 그 경우 놀의 이름으로 2개를 추가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공공에게 최고를 제공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통의동 마을마당이 그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전문지 기자가 무슨 기자 정신이야. 업계 홍보나 하고 행사 소식이나 전할 것이지’라고 말만 안했을 뿐이다. ‘그게 조경설계야 그림이야. 건축가가 하면 더 잘하겠는데’라고 말만 안했을 뿐이다. 서로 가벼운 악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탈권위적인 플레이스가 조경 분야에는 너무 없었다. 조경 뉴스의 새로운 바람을 만들겠다며 ‘e-환경과조경’의 문을 연 지 1년 남짓, 생각보다 우리에게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조경매체 사이트 중에서 주간 방문자 순위 정상에 올랐고, 뉴스의 파급력을 실감할 정도로 직접적인 피드백도 많아졌다. 일간이라는 이름답게 좀 더 빠른 뉴스를 실현했으며, 부족하지만 보도 영역을 많이 확대했다. 어디까지나 우리끼리의 평가다. 정상에 서다,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모두 자체 평가는 아니다. 사이트 순위를 제공하는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주 e-환경과조경의 순위(9월 17일 기준)는 기타전문지 카테고리에서 173개 등록사이트 중 18위, 전체 사이트 순위 3518위다. 조경매체만 놓고 보면, 지난 7월에 1위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3째 주부터 1위를 내주고 지난 주에 다시 1위에 입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차피 조경 독자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동종매체간 엎치락뒤치락하는 주간 순위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마땅한 콘텐츠 없이 ‘뉴스’ 하나로 정상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이 기분 나쁠 리 없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졌다, 중요하다 방문자 수는 최근까지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이번 달에도 월 최고 방문자 기록을 무난히 갈아 치울 태세다. 이렇게 뉴스를 보는 눈이 많아져서인지 기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아졌다. “너네는 잘 안 될거야”라며 취중진담하던 한 소장님과는 페이스북 친구 관계를 조용히 끊었고, “기사 제목이 이게 모냐”며 나름 전문가 프라이드에 흠집을 냈던 그 분에 대해서는 뒷담화를 좀 하고 다녔다. “설계는 설계가에게 기사 제목은 기자에게!” 하지만 칭찬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반응들 모두가 우리에겐 소중하다. 이런 질책과 응원은 사무실에 갇혀 생산되는 기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현장 속에서 ‘소통’하고자 했던 우리 노력의 댓가라 믿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뉴스, 보고 싶지 않은 뉴스는 사람마다 다르다 뉴스의 파급이 커지자 ‘보고 싶지 않은 뉴스'에 대한주제도 깊은 고민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뉴스와 싫어하는 뉴스가 다르기 때문에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특히 ‘비판과 감시’를 부정하는 것이라면고민거리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뉴스의 본질적인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고, 기자에게는존재의 이유를 부정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모든 주제를 기사에 다루고자 했고, 앞으로도그럴 작정이다. 그래서인지 ‘불편한 주제’를 내밀며 눈감지 말라는 취재 의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가끔 고통이지만 확실히 중요한 성과이다. 나는 ‘소통의 플레이스가 조경에는 너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플레이스들이 아주 많았구나’라는 걸 깨닫는다. 이 산에 올라보니 다른 산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를 꿈꾸며, 기분 좋은 성과와 중요한 성과를 뒤섞은 글로 기자들을 대표해 지난 일 년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드린다.
  • [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文정부가 5년간 50조 원 투입을 공약했던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건축, 도시, 공공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도시재생을 주제로 여러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도시재생 활동가들은 여러 단체를 모아 연합체를 구성했고, 지자체는 정부 공모 사업에 대비해 대부분 전략계획 짜기를 마쳤다. 그에 비해 조경 분야는 별로 움직임이 없는 편이다. 환경과조경 뉴스에서 연일 도시재생 기사를 다루고 있지만 조경과의 관련성에 실감이 안난다는 반응이 많다. 이에 대해도시재생 전문가들은 “조경가들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한다. “도시재생 분야에서 애초에 조경의 역할로 정해진 것은 없더라도 조경가들이 찾아서 할 일은 많다”는 의미다. 8명의 전문가들로부터 도시재생에서 조경가의 역할이 무엇인지의견을 들었다. 모든 의견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결국 “답은 현장에서 찾으라”는 말이었다. 도시재생 뉴딜은 융복합적 처방 “다양한 전문가들과 결합하라” 이재준(54)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출발했다. 매년 10조씩 5년간 총 50조의 재정이 투자되는 현정부 가장 큰 규모의 정책사업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 대응해 다양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정책사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참에 쇠퇴되고 노후화된 주거지를 정비하고 청년과 신혼부부, 저소득층에게 공급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등도 공급해야 하겠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미세먼지, 녹색교통, 스마트시티 등과 같은 다양한 도시문제를 융복합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시재생 뉴딜은 어느 특정 분야에 의해 독점이 이루어질 수 없다. 사회적 경제에서 협동조합, 도시계획에서 건축, 조경에서 환경, 문화예술가에서 사회복지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특히 조경가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전통적인 재생방식인 공원, 녹지, 주차장, 도로의 공급방식에서, 더 나아가 기후변화, 탄소저감, 녹색교통, 생활편익시설에서 질 좋은 생활공간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제안해야 한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 단순히 집행실적을 따지는 정부체감형에서 벗어나 국민 일상생활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국민체감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와 아이디어를 갖춘 조경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결합하고 다양한 전문가들과 결합해야 한다. 현장에서 시민들과 활동가들과 결합해 쇠퇴지역의 도시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처방해 나아가야 한다. “조경의 역할 없을 수 있어…현장에서 함께 실험하며 가능성 만들어야” 김연금(47)조경작업소 울 대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전환기에 있는 사업으로 보인다. 하늘 위를 달리던 ‘개발’이라는 비행기가 땅으로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한 과정. 착륙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했고 내려야 한다. 그리고 다른 교통수단에 옮겨 타고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갈 길을 가기 시작해야 한다. 최근 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의 역할은?”이라는 질문은 “이대로 착륙할 수는 없는 거 아니야”라는 아쉬움. 기꺼이 내리고 어떤 다른 것에 올라타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다음의 탈 것은 이전의 것만큼 크지도 넉넉하지도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조경’이라는 큰 이름으로 함께 타기 어려울 수 있다. 세분화와 집중이 필요하다. “조경은 지구환경을 위해서 필요한 분야잖아요?”라고 주장하는 대신 조경의 어떤 분야가, 어떤 내용이, 그리고 어떻게 지구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planner가 아닌 player가 필요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말’로 이루어진 plan을 믿지 않았고, 현장에서 ‘함께’ 실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기를 원했다. “조경가의 역할을 도시 공간으로 확대해야” 안상욱(58)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새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이 전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조경가로서 도시재생 업무를 오래 해 온 필자로서는 조경가들도 도시재생에 대해 눈여겨보게 된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2001년 주거복지연대의 창립과 2005년의 살고싶은도시만들기, 2009년의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이라는 정책공모사업을 기획하고 공모와 평가 그리고 운영관리를 도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주체로서의 조경가 역할을 강조하고자 한다. 하나, 조경가의 몫을 도시라는 보다 큰 공간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공원과 녹지와 하천이 도시계획시설(공간시설 등)로 관리되는 등 제도적으로 이미 조경가의 영역이 도시를 다루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에 걸맞는 다양한 도시관리의 역할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두울, 자연환경과 경관뿐만 아니라 인구와 사회의 변화를 잘 살피고, 우리 도시의 미래 모습을 살펴야 한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 그리고 국민소득 감소가 우리 도시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특히 지방 중소도시의 쇠퇴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조경가들 개개인이 삶터와 일터로 삼고 있는 도시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현재 조경의 방법론을 과연 어떻게 바꿔가야 할 것인지를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세엣, 조경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해당 도시에서 해법을 찾고 제 구실을 하도록 힘써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의 자문위원이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나 또는 주민조직에 참여해 조경가로서의 전문성을 도시재생에 조금씩이라도 녹여가야 한다. 마을만들기와 공동체, 사회적경제, 주거복지 또한 조경과 그리 멀리 있지 않은 삶의 영역이다. 주민과 시민이라는 삶의 주체로서의 활동이 곧 도시재생의 바탕이 될 것이다. 지역에서 움직이는 조경가들의 작은 물방울이 모여 도시재생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민들이 조경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생태계 만들자 위재송(48)도시건축 소도 도시디자인본부, 부설 경관과도시 연구소 소장 “따라하지 말자, 도시재생이라는 근본에서부터 의문을 던지기 시작하자, 우린 이미 20년 전부터 도시재생을 해봤으니까...” 아마도 조경분야에서 진정한 도시재생의 시작은 담장허물기사업이 아니었나 싶다. 1996년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담장허물기사업으로 2012년까지 16년 동안 허문 담장의 길이는 대구에서만 2만8037m, 조경면적도 35만5112㎡에 이른다. 관공서 120곳, 학교 49곳, 주택과 아파트 322곳, 상업시설 69곳, 공공의료시설 24곳, 보육및 종교시설 103곳 등 모두 709곳이 참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를 통해 녹지공간 및 시민휴식 공간을 확보하고 이웃과의 소통 강화로 열린행정을 구현한, 민관협력 시민운동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지금의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의 활성화, 즉 침체되고 낙후된 지역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라는 근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지금의 도지재생이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기존 사업들을 여기저기서 끌어다 나열한 조합’, ‘관에서 시작해서 관으로 끝나는’ 등 아직까지 그 실체가 없다고 얘기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그간의 도시재생사업들을 보면 문화, 예술이라는 외부요인으로 잠시 활성화의 환영을 보여준 후 사라져버린다든지, 상업, 상권이라는 외부 용병이 와서 지역에 불을 지피지만 떠나고 나면 그냥 불이 꺼지는 등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들이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담장허물기사업은 조경가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유사한 도시재생 사업의 예를 든 것이다. 하지만 조경가들이 기존의 도시재생 사업을 답습하면 시행착오와 한계도 답습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조경가들은 도시재생이 추구하는 제대로 된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첫 번째로 조경의 외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조경산업과 어떻게 결부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다음 두 번째로는 기존의 조경산업은 특정 조경종사자들만의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조경산업의 생태계에 지역민들의 참여가 가능한지, 지역민들의 생활 속으로 조경산업이 스며들 수 있는 장치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역민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조경산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뜻이다. 빈 공터가 어느 날 텃밭이 돼 있는 그런 모습들처럼, 지역민들이 조경산업의 생산자가 되기도, 관리자가 되기도, 소비자가 되기도, 다양한 중계자가 되기도 하는, 그런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 교육과 소통도 빠져서는 안 된다. 도시재생은 길게 호흡해야 하고,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야 하는 조심스럽고 지난한 과정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0년 아니 15년,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전문가 턱없이 부족, 주민 자부심 높이는 조경가 역할 필요해 유나경(47)PMA 엔지니어링 도시환경연구소 소장 물리적 환경정비 위주의 전면 재개발, 뉴타운의 대안으로 시도돼 온 도시재생은 이미 많은 자치단체에서 마을과 지역 단위의 환경을 개선하고,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시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때문에 이미 도시재생 뉴딜은 금번 정부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도시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피할 수 없는 대안이 됐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의 입장에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함께 해당 지역 내 숨어있는 자산(공간과 사람, 이야기를 모두 포함한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공유하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다. 실제 추진되어 온 도시재생 관련계획과 사업과정에서는 주민의 입장에서 공동으로 참여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기본으로 해왔다. 대부분 수요자인 비전문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적당한” 환경 개선과 빠른 “무난한” 범위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다보니, 도시재생의 결과가 특색 없는 지역을 양산하고, 계획과정에 참여하는 주민의 피로도만 높이는 게 아니었나라는 비판도 있어왔다. 현장에서 본 도시재생은 이를 통해 환경이 개선되고 공동체를 만들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마을이 주민이 경쟁력을 갖추고, 부가가치(주민의 자부심)가 높아졌느냐가 더 중요하다. 때문에 계획과정에서 비전문가인 주민(때로는 공공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에게 “창의적인 디자인”과 지역에 맞는 “맞춤형 처방”을 신속하게 제안하고, 지역의 문제를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실현가능한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점점 확대돼가고 있는 도시재생 시장에는 여전히 이러한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조경, 도시설계, 건축 등 도시와 공간을 다루는 전문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 아닐까? ‘물리적 환경’ 집중하는 관성 벗고 ‘사람’을 보자 권윤구(35) 한국농수산대학 산림조경학과 조경전공 교수 요즘 어디서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단어 ‘도시재생 뉴딜’, 매년 10조 원, 5년간 50조 원의 공적재원이 투입되는 유래 없는 큰 사업에 우리는 집중하고 있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도시재생 관련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지만 여전히 탁상공론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 성공의 핵심은 ‘사람’일 것이다. 지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과 도시재생 사업을 이끌어가는 ‘활동가들’이 그 중심에 있다. 그래서 ‘도시재생 뉴딜’로 인해 국가적 지원이 커지면 이들에 대한 처우가 나아지는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실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는 갑자기 떨어진 감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현장에서 진행돼 온 일이다. 그런데 조경가들은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에 조경분야 입장에서 크게 세 가지 지점을 짚어보려 한다. 첫째, 도시재생 뉴딜 정책의 방향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중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매년 100여 개의 노후마을을 지정해 아파트 수준의 공공시설을 갖춘 열린 공동체로 만드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둘째, 도시재생 성공의 열쇠는 사람에 있다. 전통적으로 조경 분야는 환경계획을 위한 자연환경 분석에 강했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대상은 도시와 외딴 자연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부 사회를 계획하는 것이다. 그동안 관성적으로 대상지 내부의 물리적 환경에 집중하던 현황분석에서 벗어나 공간의 변화에 따른 인접 지역의 사회행태적 변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모든 분야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도시재생은 거대한 예산을 들여서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과 사회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진정한 도시재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진행됐던 도시재생 프로젝트와는 다른 ‘적정한’ 용역기간과 용역비의 산정이 필요하다. 국민의 촛불에 의해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났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이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통해서 “나라를 나라답게, 도시를 도시답게.” 그리고 그런 도시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도시재생에선 주민이 주인, 전문가도 주민들이 선택하는 것 정수진(46)수원시정연구원 도시디자인센터 센터장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도시재생이란 특별한 분야가 아니라 현장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우리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Project)’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처음으로 주민워크숍과 컨설팅을 시작할 때, “도시재생이나 마을 만들기 전문가가 아닌데…”라고 했더니 지역 활동가와 주민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전문가는 알아서 고른다며 웃어주셨다. 지금도 그 말에 새로운 주민을 만나러 가는 힘을 얻고 있다. 현장에는 조경이나 건축, 토목과 같은 전문분야의 전문가도 필요하고, 주민과 주민 사이를 연결하는 활동가들도 필요하고, 예술가와 학교선생, 목수 등 정말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만일 도시가 태어나고, 죽고,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라면 도시에 생명을 불어 넣는 조경은 도시재생에 매우 적합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도시재생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주민이라는 점이 다른 사업과 가장 큰 차이라는 것만 이해한다면 많은 조경가들이 도시재생사업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각 넘어 인문적 풍경에 관심…현장을 바탕에 둔 조경가 요구돼 오민근(50)익산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 / 創硏 CR&C 대표 / 전 순천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 서양을 차치하더라도, 일본은 2002년에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우리나라는 2014년에 도시재생사업을 실시하고, 올해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도시재생 뉴딜’이 국정과제가 될 정도로 관심이 높은 분야가 됐다. 아직 학문적 영역이 아닌 도시재생은, ‘사업’으로서의 틀도 갖추지 못한 채 도시 재개발을 비롯한 인접 개발관련 사업 형태들을 일견 섞은 듯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시’라는 말 때문에 도시공학이나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만 도시재생을 해야 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 또한 도시재생에 대한 좁은 식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도시를 재생하는 데에는 특정 분야가 정해진 것이 아닌, 해당 지역에서의 도시재생 추진시 필요한 분야와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도시재생 활동가 분야는 기존의 ‘마을만들기 활동가’들로 대개 대체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태이기도 하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주민들과 함께 시작하고 끝을 맺어야 하는 성격의 도시재생에는 ‘조경’을 통해 주민들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방법을 구사할 줄 아는 조경인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경이 꼭 자연적인 소재를 가지고 정원이나 공원을 조성하는 등 시각적인 것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주민들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서로 공감하게 하고, 함께 뜻을 모아 도시재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인간적이고 인문적인 풍경을 형성하는 것도 인간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할뿐더러 도시재생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예술(the art of city making)’이라는 찰스랜드리어 책이름 말고도, ‘할 수 있는 자는 실천하고, 할 수 없는 자는 가르친다’고 한 영국의 사상가 ‘버나드 쇼’의 명언처럼, 도시와 지역을 되살리는 데에는 ‘현장’을 바탕에 두고 자신이 배운 ‘조경’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 조경인이 더욱 요구된다.
  • 이영범 논설위원(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도시와삶 이사장) 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시재생이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부터 매년 10조 원씩 향후 5년 동안 50조 원이 도시재생사업의 이름으로 전국에 뿌려질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때 올인 한 4대강사업에 투입된 돈이 22조원대인 걸 생각하면 예산규모로만 봐도 현 정부의 도시재생에 대한 의지가 어떤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매년 구도심 및 노후주거지를 100곳씩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도시재생으로 연간 3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5만 가구의 낡은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개조하겠다는 것이 이 거대한 청사진의 핵심내용이다. 기존의 도시재생과 구별되는 점은 일자리 창출의 강조로 보인다. 무엇을 위한 뉴딜일까? 현 정부의 도시재생의 뉴딜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거래로 볼 수 있을까? 연간 창출될 39만 개의 일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설단계 일자리 19만 명, 각 공간 및 시설의 운영단계 일자리 17만 명 그리고 마을계획가 및 사업지원 서비스 등 부가적인 일자리 2만70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일자리는 정규직일까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최대 목표 중 하나인데 도시재생의 마을단위 공동체사업이나 노후주거지 재생사업은 규모나 내용으로 볼 때 양질의 전문화된 노동력으로 지속가능한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다른 축면에서 일자리 문제를 들여다보자. 국토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100개소의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3:7의 룰이 도입되었다. 전체 대상지의 70%, 즉 70여 개소는 광역지자체가 시·군·구의 신청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량으로 보면 절대다수가 광역지자체의 책임 하에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재 광역지자체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경험과 역량 그리고 젊은 층들은 떠나가고 노인들만이 남은 쇠퇴한 지방의 중소도시나 농어촌지역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때, 70%의 광역지자체 주도의 도시재생뉴딜사업에서 대선공약에서 약속한 것과 같은 희망의 일자리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으로 보인다. 우리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의 문제는 일자리를 떠나서 도시재생의 설득력 있는 철학과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심각해 보인다. 도시재생에서 뉴딜이란 용어는 영국의 도시재생정책에서 사용되었다. 1998년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는 도시재생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도시재생뉴딜사업(NDC: New Deal for Communities)을 펼치게 된다. 말 그대로 공동체(Community)를 위한 뉴딜이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 지역기반의 지방정부, 기업, 주민공동체, 학교 등의 다양한 주체들의 파트너십이 주도하는 대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즉 도시재생사업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거버먼트(Government)방식에서 거버넌스(Governance)방식으로 바뀌는 명실상부한 주체의 전환과 권한의 이양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최상위의 정책적 목표를 사회통합에 두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행정전담기구로 사회배제대책기구(Social Exclusion Unit)를 설치하였다. 영국은 국가단위의 도시재생의 정책목표를 사회통합에 두고 쇠퇴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대부분 사회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파악하였다. 따라서 도시 쇠퇴지역이나 노후주거지의 주민들이 대체로 저소득층으로 교육수준이 낮아 일자리에의 접근이 어렵고 청소년들에게 빈곤이 대물림되고 의료 등의 복지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가 NDC사업의 핵심과제가 되었다.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위한 직업교육, 청소년들의 범죄예방대책과 문화예술의 대안제시,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복지의 확대, 물리적으로 쇠퇴한 시설의 개보수가 파트너십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시스템적 접근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이 새로운 뉴딜을 통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했다. 도시재생은 거대한 예산을 들인다고 단기간에 생각대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개발사업이 아니다. 매년 10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기 전에 사회통합이라는 도시재생사업의 국가단위의 목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적 방식으로서의 파트너십(Partnership), 주체와 권한의 이양(Empowerment)을 통한 거버넌스(Governance)의 구축이라는 명확한 프레임을 갖고도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사회적 재생의 목표를 향해 달려갔던 20년 전 영국의 도시재생에서의 뉴딜을 진지하게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 영화 ‘프리즌’에서는 감옥에 갇힌 범죄자들이 바깥을 자유롭게 오가며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수감자는 감옥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상식’이 오히려 그들의 알리바이가 되어 완전범죄를 만들어낸다. 감옥이 제 기능을 상실할 때 벌어질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인데 그저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하는 마당에 왠지 그런 일이 실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오싹했다. 세상에서 가장 유능하다 믿은 전문기관의 무능을 우리가 몰랐을 수 있다는 불안감, 그것이 자꾸만 현실이 되고 있다. 이번엔 문화재청이 ‘전문기관이 가장 유능하다’는 전문가주의의 상식을 깼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인증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것도 문화재청 안에서 없어졌다. 지난 7일 한국일보가 밝히기 전까지 문화재청은 사실 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이 보도된 후 부랴부랴 상황 파악에 나선 문화재청은 같은 날 해명자료를 통해 기록유산 2건뿐만 아니라 세계유산 7건의 인증서 또한 원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추가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다른 곳도 아닌 문화재관리를 전담하는 독립 ‘청’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실로 경악스럽다. 문화재 분야에서는 경악스런 일이지만 새삼스런 일은 아니란 분위기다. 이미 문화재청이 문화재를 훼손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일 뿐이란 것이 문화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발굴현장에서 기왓장을 밟아 깨뜨리는 것은 예삿일이 된 지 오래이며, 멀쩡한 문화재를 헐어내고 다시 짓는 대규모 공사가 복원이란 명분으로 자행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상식 밖의 일이 벌어져도 우리는 어느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들이 자꾸만 현실로 벌어지면서 비상식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고 국민들은 촛불을 들어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했다. 새 정부는 전 정부의 실책 수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정부는 전 정부가 벌인 일을 되돌리기만 해도 큰 업적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문화재 분야의 문제는 비단 이전 정부 때부터 있어온 건 아니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일에도 논란이 크게 확산되지 않는 건 비상식의 상식화 영향이 적지 않으리라 본다. 국민들은 문화재 전문기관이란 믿음으로 선조들의 유산을 전적으로 문화재청에 맡기고 있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그 신뢰를 져버렸다. 절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문화재청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비슷한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은 내부 시스템 문제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부는 문화재청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하고 조직 운영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 가만히 있는다면 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새 정부의 적폐청산 의지가 문화재 분야에까지 미치는지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 [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청년체감실업률 23.3%. 사회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서 장기적 건설업 불황과 더불어 지난 몇 년간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조경의 법·제도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에 예비 조경가인 조경학도들의 불안은 더욱 높아져 왔다. 하지만 “조경가 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는 것이 기성 조경가들의 조언이다. 지난 잡지나 뉴스를 찾아보면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조경계 위기론은 만연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위기론 속에서도 조경은 항상 전망 있고 중요한 분야로 꼽혔으며, 실제 양적 질적인 성장을 지속해 왔다. 다함께 어려운 시기다. 건축이나 산림 등 인접 분야의 어두운 전망과 잦은 충돌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긍정적인 자세로 어려움을 돌파하자는 뜻에서조경학도들에게“그래도 조경이다”라는 희망 메시지를 각 분야에서 전해왔다. “조경만큼 좋은 직업 없어, 일 즐기다 보면 꿈 이룬 자신 발견할 것” 안계동(61)동심원조경 대표 요즘 “헬조선”에 대한 논쟁이 일간지 지면을 달구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방황과 좌절은 조경계에도 이미 만연해있는 것 같다. “조경”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위안도 되지만, 젊은 조경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경설계업은 요즘 신입사원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이 편하고 안정된 직업을 찾아 조경설계가의 길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경은 내 기준으로 가장 좋은 직업이다. 사람들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데, 나는 설계가 더 재미있다. 취미로 정원을 가꾸는데, 그걸 만드는 게 더 재미있다. 그런데 이렇게 재밌는 일에 사람들이 왜 안 오고, 왜 떠날까? 어느 분야든, 어느 시기든, 위기도 있고 기회도 오는 것이다. 조경의 양은 줄고 있지만 질적 수준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판이 짜여지고 있다. 관에서 민간으로, 면허조건에서 실력평가로. 성공은 사회적 여건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에게 달렸다.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 된다는 씨크릿은 진실이다. 조경설계가에게도 해당됨을 나는 보증한다. 조급해 하지 말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조경을 사랑하고 일을 즐기다 보면, 길이 보이고 꿈이 생기고, 언젠가 그 꿈을 이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만의 꿈 필요, 기다림이 가져다주는 건 없어” 이두열(47)EM디자인 소장 조경은 감성 공간을 창조하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투여되는 노력에 비해 부족한 보상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심지어 이런 문제로 자신의 목표마저 포기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주변에서 접하게 된다. 오래전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공학, IT기술, 디자인 특화 등 3가지 방법을 제시한 것에 동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남들이 제시해 주는 해결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다. 더딘 환경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본인이 꿈꾸는 조경을 위해 스스로 변해야 한다. 나 자신도 그런 마음으로 토목공학, 산업디자인, 프로그래밍언어 등을 습득했고, 지금은 여기에 다양한 경험을 융합한 LIM(Landscape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을 미약하나마 실무와 대학 강의를 통해 보급하고 있다. 우리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줄 교육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응은 자기 자신부터 변화하는 것이다. ‘꿈을 실현한다는 것’은 ‘변화의 흐름에 희망을 싣고 떠나는 여행’과 같은 것이 아닐지. “높아진 조경 위상 격세지감, 융복합으로 기회 더 많아지고 있다” 박유정(50)삼성물산 건설부문 수석 사회 전반적으로 어렵지 않은 분야가 없다고 한다. 특히 꿈을 실현하기 힘든 청년들의 좌절과 방황이 자주 기사화되고 있다. 미래 조경가를 꿈꾸는 조경학도들도 이런 어려움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조경에 대해 많이 알고 시작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나는 단순히 공학도가 되고 싶었으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필요한 니즈(needs)는 ‘친환경’과 ‘그린(green)’이라고 권유했던 한 지인의 말씀으로 ‘조경’을 시작하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은 ‘조경’이라고 하면 “푸른 잔디밭과 숲이 있는 곳에서 여유롭게 힐링하는 삶”을 떠올린다. TV 속 광고에서도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경공간은 멋진 정원과 공원들이다. 하지만 IoT와 같이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복합으로 새로운 분야가 나타나는 시점에서 조경 또한 Specialist와 Generalist 모두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융복합으로 인한 도시재생, 그린네트워크, 녹색·친환경 도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설계나 시공의 차원을 벗어나 도시를 그린, 친환경적으로 다시 구축하는 매크로(macro)한 업무의 Generalist부터 토양, 종자 개발, 녹화공법, BIM을 이용한 환경분석 등 매크로한 조경 Specialist가 요구되고 있다. 30여 년 전 조경의 위상과 범위에 비하면 지금은 다양한 분야, 범위로 확대돼 가는 것을 나 자신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건설사에 조경직은 아예 없거나 토목, 건축에 묻어서 지원하는 조직이었다면 이제는 조직을 갖추어 지속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해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있으며, 건설 상품의 마지막을 조경에서 책임지고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을 조경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가치 창출이 달라지는 영향력에서 높아진 ‘조경의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분야와 기회가 많아지고 있음은 정말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조경가들이 고민한 흔적이 실체가 돼 시민들이 행복하게 이용한다는 것만으로도 조경의 가치는 다른 분야와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조경’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나 영향력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조경은 매우 가치 있고 모두가 필요로 하는 분야가 아닐까 싶다. 예비 조경가들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앞으로 융복합적인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진취적으로 실현해 갈 것을 기대한다. “현대인의 원초적 갈증 풀어주는 조경, 주변 아닌 주인공 시대 열린다” 김지연(45)(주)송림원 상무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도시는 인간이 자연을 개조해 ‘합리적 행동양식’으로 만들어낸 인간 환경이지만, 원래 자연의 일부였던 인간은 끊임없이 자연을 그리워하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 녹색갈증)’를 느끼며 살아왔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잃어버린 자연의 일부를 다시 도시 안에 재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점차 강해져 가고 있다. 어쩌면 역사적 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 재현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정주공간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 그 자체로 우리 의식 속에 자리해 왔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바람을 행위로 옮기는 중요한 일을 하는 분야가 바로 ‘조경’이다. 그런데 요즘 그런 조경의 가치를 점차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조경을 주변 역할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진정성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되고 4대강 재자연화를 기점으로 어느 때보다도 환경의 가치를 중시하는 전환적 패러다임의 시대가 열렸다. 조경분야가 오랜 침묵을 깨고 토목과 건축의 주변 역할을 하는 배우로서가 아닌 비로소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기회가 오고 있다. 꿈이란 내가 만드는 신화, 조금씩 성장하는 스스로에 ‘뿌듯’ 윤준(44)(주)한고연 대표 대학을 졸업한지 15년이 지났다. 외모가 변했고 세상도 변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은 “조경은 촉망받는, 비전 있는 직업군”이라는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사람들은 친환경, 건강, 여가로운 삶을 원할 것이고, 그 필요에 매칭되는 몇 안되는 직종이라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그 당시 선배들이나 작금의 많은 실무 전문가들은 “현실은 다르다”고 말한다. 꿈을 꾸고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오늘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신화를 꿈꾼다. 12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조경이 추구하는 공공선을 생각하며 사회적 기업가로서 꿈을 꾸었다. 사업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던 ‘나’이지만, 그렇게 시작한 꿈은 몇몇의 동지를 만나며 기업이 됐다. 하루에도 수십 번의 롤러코스트를 타는 상황이지만, 꿈이 있고 확신이 있다면,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길이 생긴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조금씩 성장하는 우리를 보면서 놀랍고 뿌듯하다. 누구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오늘에 대한 고단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음에 일렁임이 생기는 무엇인가를 찾는다면, 빠르지 않더라도 그곳을 향해 나아간다면 오디세우스의 모험처럼 우리의 신화를 써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아! 시간의 흔적을 선물하는 조경가가 되련다” 강성재(25)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3학년 사람은 얼굴이나 신장 등 외형의 변화로 세월의 흐름을 나타낸다. 또한 세월이 흘렀다는 것은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주변과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그 사람만의 ‘전통’을 갖게 되는 것이다. 조경 재료들도 사람과 같다. 철은 붉게 녹이 스는 것으로, 나무는 수관(樹冠)과 수고(樹高)의 성장으로, 바위는 쪼개지고 다듬어지는 것으로, 콘크리트나 보도블럭은 조금씩 금이 가는 것으로. 수많은 재료들이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흘러간 세월을 나타내고 자신들의 ‘전통’을 만들어 간다. 나는 세월의 흔적이 담긴 ‘전통’을 모아서 새로운 공간의 ‘전통’을 만드는 조경가가 되고 싶다. 더불어 이 ‘전통’으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새로운 터전을 만드는 데 중요한 세월의 배경, 삶의 배경을 선물하는 조경가, 나는 그런 조경가가 되고 싶다. “조경은 매력도 전망도 만점, 당면 과제 슬기롭게 극복해 가자” 최종필(59)한국조경사회 회장, (주)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 “조경진흥법”에서 ‘조경’이란 토지나 사물을 대상으로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해 경관을 생태적, 기능적, 심미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계획·설계·시공·관리하는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이 말이 아니더라도 조경은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가는 일 이므로 많은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새로운 시도나 도전이 가능하고 창작이 가능하다. 조경이 매력 있는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첫째는 좋은 설계·시공·관리를 위해 국내․외 선진사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며, 둘째는 내가 구상하고, 계획·설계를 하면 그대로 만들어져서 눈앞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 10여 년 전에 모 신문사에서 “2030년대에 가장 각광받는 직업이 무엇일까”라는 설문에서 1위가 조경직이라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현재는 우리 조경분야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조경의 미래적 가치는 변함없으며,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면 반드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을 믿는다.
  • 오소리와 너구리 박경복 논설위원(가든프로젝트 대표) ‘똥 진 오소리’란 말이 있다. 오소리가 너구리굴에서 함께 살면서 너구리의 똥까지 져 나른다는 데서 유래한 속담이다. 더러워서 남이 하지 않는 일을 도맡아 하거나 뒤치다꺼리를 하는 사람을 놀리는 비유적 표현이기도 하다. 지하철 6호선을 타고 고려대학교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제기동 파출소 골목으로 들어가면 서울의 맛집으로 소문난 ‘오소리 순대집’이 있다. 순대국 한 그릇에 5000원, 모듬순대가 1만 원이다. 이 곳은 고려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단골집이다. 여기서 ‘오소리(吾小利)'란 좋은 품질의 물건을 적은 이익을 보고 팔겠다는 선언적 의미이다. 지난해 연말,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었지만, ‘오뚜기’는 10년째 라면 값을 동결해 화제를 모은 반면, 경쟁업체의 브랜드인 ‘너구리’는 권장 소비자 가격이 평균 5.5% 인상되었다고 한다. 오뚜기는 비정규직 제로, 창업주의 기부활동, 상속세 전액납부 등의 훈훈한 미담이 알려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착한 기업으로 인식되어, 매출이 증가했다. 최근 신문 기사 중에 ‘삼성전자, 세계정상에 섰다’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삼성전자가 미국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제조 기업이 됐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기업의 총수는 뇌물죄로 기소되어 구속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85세의 노인이 전직 대통령과 연관된 영남대 사학비리를 밝히는 기자회견장에서 노구를 이끌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로 경주 최 부잣집 종손 최염 회장이다. 경주 최 부잣집에는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고, 재산을 만석 이상 지니지 말며,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 말고,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고,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고,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3년간 무명옷을 입히라는 여섯가지 내용의 가훈(家訓)이 있다. 이를 육훈(六訓)이라 한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고대 로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과 결이 같다. 최근 조경분야에 단체결성, 조합결성, 단체연합 등 물리적 결합 활동이 부쩍 눈에 띈다. 연대와 협업을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이해된다. 반면,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합종연횡(合從連衡)으로 보일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려면, 우선 국민들을 향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비정규직을 없애고,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좋은 품질의 물건과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나아가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오소리(吾小利)다. 똥 진 오소리다’라고 외칠 때, 조경 분야의 미래는 밝다.
  • 환경·조경인이 공생하는 길 임상규 논설위원(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조경업이 생겨난 지 근 45여 년이 흘렸다. 필자도 조경 42년 역사를 같이 하고 있다. 조경은 1970년대 초반 한국종합조경공사를 시작으로 1980년대 조경공사업이 탄생했고,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전기를 마련하였다. 조경은 1990년대 신도시건설사업과 2000년대 골프장건설 부흥, 대단위 공동주택사업과 주차장 지하화에 따른 조경공사비 증가, 공원화 녹지 확충 사업 등 민·관으로 조경사업의 업역이 확대되고 매출이 늘어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매출로 보면 2000년대 말 호황기에 민·관 조경 총사업비가 8조여 원이 넘었다고 하고, 조경업체수도 8500여 개(공사업, 식재·시설물 전문공사업)가 넘는 숫자로 국토개발과 함께 크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2010년을 정점으로 더 이상 개발할 땅이 줄어들고 건설분야 예산 또한 복지예산 확대의 영향으로 대폭 줄어든 현실이다. 예산으로만 보면 총 사업비 8조여 원을 넘겼던 2000년대 대비 2016년에는 결국 절반으로 줄어 5조 원이 안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현재에도 어렵지만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 후배 조경인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들리고 있지만 우려의 말뿐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전공 학생들이 여전히 배출되는 가운데 업체는 숫자만 유지할 뿐 학계, 기술계, 업계 모두가 어렵다. 이러한 시점에 조경분야가 국토개발의 틀에만 얽매여 새로운 영역확대와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지금보다도 더욱 큰 위기가 올 것은 분명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로운 정부의 등장과 정책기조에서 조경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요소들을 발굴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한사람으로서 생태복원분야를 통해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최근에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비롯해 소하천복원사업 등이 거론되고 있어 생태복원 분야가 확대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물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부로 나누어 수행하던 체계를 일원화해 환경부에서 통합관리하고 국토부 수자원정책국이 환경부로 이관되면 수질관리와 관련된 자연환경복원 업무가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부는 물관리를 위해서 수생태복원사업의 중요성을 내다보고 법과 제도를 정비 중에 있다. 환경부에 조경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기회가 마련된 것이며 수생태복원 업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생태복원업(가칭)’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늦기 전에 환경·조경인은 생태복원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이에 필요한 ‘생태복원업(가칭)’을 신설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공동으로 대응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생태복원협회의 전신인 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는 한국조경사회에서 환경 전문 분야로 분리·발족되어 환경부에 등록된 후 자연환경복원사업 영역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재는 한국생태복원협회로 명칭을 변경해 명실공히 자연환경복원 분야 최고의 인지도를 갖는 단체로 자리매김하며 성장해왔다. 이는 선배 조경인들이 오늘날 자연환경분야의 변화를 예측하고 단체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이하 총연합)이 발족했다. ‘생태복원업(가칭)’ 신설은 많은 환경·조경인의 의견이고 숙원이다.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총연합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협치해 환경·조경인을 결집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미래는 세분화된 기술이 융복합되는 시대임에 생태복원분야도 융복합적으로 관련 분야 기술들이 결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와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사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도적 뒷받침이 없이는 우리분야 기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웠고 일부 참여에 있어서도 하도급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4대강이 자연생태 모습과는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었다. 또 다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와 제도 기반 아래서 생태복원기술자와 조경기술자들이 협력해 업역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미 조경학과는 생태복원과 관련된 조경, 환경, 산림 등에 대한 다양한 커리큘럼 개발 및 교육을 끊임없이 지속해 왔으며 그에 따라 학습된 인재들이 사회에 나와서 생태복원기술자로 활동하도록 육성하는 유일한 학과다. 기술계에서도 자연환경기술사 주요전공(조경, 환경공학, 생물, 토목 등)과 조경기술사 주요전공(조경, 임학, 건축, 토목 등)이 생태복원에 필요한 기술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환경·조경인은 다양한 전공과 기술자로 구성되어 무엇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행정부처인 환경부에서도 ‘생태복원업(가칭)’을 신설하면서 환경부 소속인 자연환경기술자뿐만 아니라 타 부처 관련 기술자도 관련 교육과 업무 경력이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인정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경인 일부 시각에서는 생태복원업 신설에 반대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이유로 생태복원이 조경만의 고유 업역이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생태조경은 개발과 함께 공원 위주로 조성해 많은 부분이 집약적 관리를 필요로 하고 생물 고려가 미흡했다. 그 결과 생물서식처가 상실되거나 축소되어 생태계 영속성과 생물종다양성, 생태계서비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현재 요구되는 생태복원은 생태계의 효율적 보전과 훼손지역에 생태적 건전성을 위한 복원으로 이어지는, 보전과 복원이 복합된 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생태복원은 생태조경 기술보다 더 진보된 기술로 생태계 영속성과 생물종다양성을 통한 생태계서비스를 증진시키기 위한 생태융복합기술로 발전돼야 할 것이다. 사업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현재 조경업에서 하고 있는 사업은 현행대로 진행하고, 생태복원 영역은 새롭게 만들어 생태복원사업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자연환경복원이 업역으로 확대되면 조경학을 전공하고 환경·조경을 수행하는 조경인이 자연히 늘어날 것이고, 장기적으로도 환경·조경이 하나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법적·제도적 뒷받침만 된다면 생태복원사업에 대거 참여하여 크게 기여할 기술인은 바로 환경·조경인일 것이다. 지금이 환경·조경인의 어려운 시국을 돌파할 수 있는 공생의 길로 가는 중요한 시점이고 아주 시급하다. 공동체의 힘을 발휘해야 할 적기이다. “지금까지 개발 40년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40년은 생태복원이다.” 조경분야를 잘 아는 어느 환경경제학자의 조언이다. 새겨들을 말이다.
[정영선 전시②-전시관] 국립현대미술관 가득 메운 조경가적 삶과 작품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는오는9월22일까지약6개월에걸쳐“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를주제로한국1세대조경가정영선의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를개최한다. 이전시는그가태어난1941년부터의삶의여정을되짚어보고1970년대대학원생시절부터지금까지반세기동안진행된60여개의크고작은프로젝트에대한조경작품아카이브로마련됐다.대부분최초로공개되는파스텔,연필,수채화그림,청사진,설계도면,모형,사진,영상등각종기록자료500여점을통해조경가로서의삶의궤적을깊이있게들여다볼수있다. 또한주제별로대표작을엄선해선보임으로써도시공간속자연적환경이설계된맥락과고민,예술적노력을드러내고,이러한사유와철학을조경건축의직능을넘어자연과더불 어사는삶을추구하는우리모두의이야기로환원하고자한다. 전시제목‘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는정영선이좋아하는신경림의시에서착안했다.정영선에게조경은미생물부터우주까지생동하는모든것을재료로삼는종합과학예술이다.삼천리금수강산의아름다운경관을있는그대로그리고자했던겸재정선의진경산수화처럼,정영선은50여년의조경인생동안우리땅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고고유자생종의생물다양성을보전하기위한노력을해왔다.전시는정영선의작품세계를국가주도의공공프로젝트와민간기업이의뢰한정원과리조트,역사쓰기의방법론으로서기념비적조경과식물을연구하고보존하는수목원과식물원등작업의주제와성격에따라재구성했다.연대기적서사를지양한이러한접근방식은경제부흥과민주화과정이동시적으로발현된한국현대사의특징과도맥을같이한다.동시에수많은유형의작업들이공통적으로정영선이강조하는“지사(地史)적맥락”에기반을두고있음을나타내기도한다. 7개묶음전시,조경직능넘어서는삶의울림 전시는크게7개의‘묶음’으로나뉜다.정영선의조경이그러하듯경계가느슨한최소한의구획을통해관람객이서있는자리에서각프로젝트의맥락을스스로찾아갈수있도록했다.마치자연주의정원속을거닐듯서로배타적이지않은주제들의우연한마주함과포개어짐을의도했다. 첫번째묶음‘패러다임의전환,지속가능한역사쓰기’에서는‘장소만들기’의현장이된조경의사례를살펴본다.한국최초의근대공원인<탑골공원>개선사업(2002)과‘비움의미’를강조한<광화문광장>재정비(2009),일제강점기철길중유일하게조선인의자체자본으로건설된경춘선을공원화한<경춘선숲길>(2015~2017)등수직에서수평으로,채움에서비움으로인식을전환하고공간의정체성을형성하는주요한방법론으로서조경의역할이드러난프로젝트를확인할수있다. 두번째묶음‘세계화시대,한국의도시경관’은주요국제행사개최와더불어한국을찾는세계인에게선진화된도시경관의인상을주기위해동원된사업을다룬다.<아시아선수촌아파트및아시아공원>(1986),<올림픽선수촌아파트>(1988),<대전엑스포>(1993)등한국의경제,문화,기술적도약의기회였던대형국가주도프로젝트들을통해조경가가어떻게발전된도시모습의비전을제시함과동시에인공적인개발사업에땅의논리를연결했는지살펴볼수있다. 세번째묶음‘자연과예술,그리고여가생활’은경제성장이동반한생활양식의변화로수요가생긴가족단위여가활동의장소들을소개한다.정영선은예술,교육,체육,관광등각문화기관과레저시설의기능과목적에충실하면서도우리고유의지형과땅의맥락을살리는데많은노력을기울였다.종합문화예술단지<예술의전당>(1988)의조경구상도와모형사진,스포츠중심의휴양리조트<휘닉스파크>(1995)의식재계획도와피칭자료등이공개되며이는1980~90년대당시디자이너의소통방식을엿보게한다.또한현재진행중인프로젝트로인문학레지던시<두내원>(2025예정)도소개되는데,마르틴하이데거의『숲길』에서영감을받은산책로의개념스케치가공개된다. 네번째묶음‘정원의재발견’은선조로부터향유되어온우리고유의식재와경관,공간구성방식을적극적으로도입한정원을들여다본다.전통정원요소를자유롭게구사할수있는무대가된호암미술관의<희원>(1997)으로시작해경기도와중국광저우사이의교류정원으로조성된광동성월수공원의<해동경기원>(2005),바다가보이는언덕의개인정원<포항별서정원>(2008)등땅의생김새와성격에부합하면서‘깊은주름’의지형을만들어점진적으로경관을볼수있게만드는“전통정원의내적원리를재현”한사례를만날수있다. 다섯번째묶음‘조경과건축의대화’는건축과의유기적인협업을통해탄생한조경작업을살펴본다.제주오설록(2011,2023)의<티뮤지엄>,<티테라스>,<티스톤>,<이니스프리>건축물사이조성한제주특유의지형을살린개인주택인<모헌>(2011)의중정정원에담긴깊은숲의풍경,남해<사우스케이프>(2013)의건물사이바다를향한시야를가로막던돌언덕을마치원래그러했던것같은형태로깎아연출한방식등땅의조건을읽고이를중심으로경관이조성되는과정속에서조경가와건축가의내밀한상생작용을확인할수있다. 여섯번째묶음‘하천풍경과생태의회복’은강이흐르는곳에자연적으로발생한습지를보호하고도심속물의중요성을환기시키는작업을다룬다.정영선은<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2007),<선유도공원>(2001),<파주출판단지>(2012,2014)등콘크리트로뒤덮인도시기반시설에수공간을삽입했다.습지를복원하고하천환경을개선해인간을포함한다양한생명체들의보금자리를제공하기위한그의노력이소개된다. 일곱번째묶음‘식물,삶의토양’은다양한식생을수집하고연구하며교육하는수목원과식물원,자연의치유적속성이강조된명상과사색의장소들을조명한다.식물을가까이하는삶을통해자연과조화롭게사는방식을배울수있는곳들이다.광릉수목원으로불리던한국최초의<국립수목원>(1987)의설계청사진과남해의독특한기후대의식생을담은<완도식물원>(1991)의조감도,미국뉴욕주북부의허드슨강상류에자리한원불교명상원인<원다르마센터>(2011)를구상한수채그림,대지와식생현황도등이공개된다. ‘신작정원공개’기대…연계학술행사‘정영선읽기’ 서울관의야외종친부마당과전시마당에는이번전시를위한새로운정원이조성된다.석산인인왕산의아름다움을미술관내·외부에재현하고계절감을더하는한국고유의자생식물을식재하여관람객에게휴식처를제공함과동시에조경가의작품을오감으로체험할수있는기회가될것이다.또한실내전시에소개되는500여점의조경디자인기록자료의다차원적인연출을위해조경의‘시간성’에주목한정다운감독의영상과사진작가정지현,양해남,김용관,신경섭등의경관사진도함께소개된다. 또한전시기간에는다양한행사들이함께열린다.▲정영선의대표작<선유도공원>(2002)의봄,여름,가을,겨울을기록한영상‘선유도의사계’가이달10일부터28일까지상영되며▲5월17일에는14시영화감독정다운의조경가정영선에대한다큐멘터리‘땅에쓰는시’상영및감독과의대화시간이마련된다.▲7월3일에는‘정영선이만든땅을읽다’를주제로학술행사도개최된다.이날행사는‘조경가정영선을읽다’,‘정영선의작업을읽다’,‘정영선과의대화’로구성되며,조경진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교수,배정한서울대학교교수,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교수,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건축학과교수와박승진디자인스튜디오loci소장,전은정조경포레소장,이호영HLD소장,조용준CA소장,백규리현대엔지니어링조경건축매니저등이참여할예정이다. 한편,이번전시에는배우한예리가오디오가이드에목소리를재능기부했다.차분하면서도울림있는목소리의한예리는작품에담긴의미를부드럽게전달했다.녹음을마친후“반세기에걸친작가의대표작이우리모두의일상속에서아름답게숨쉬고있어놀랐다”며전시에대한기대감을나타냈다. 김성희국립현대미술관장은“이번전시는한국을대표하는조경가정영선이평생일군작품세계중엄선한60여개의작업과서울관에특화된2개의신작정원을선보이는특별한전시”라며,“그의조경작품에서나타나는‘꾸미지않은듯한꾸밈’이있기까지의각고의분투와설득,구현과정의이야기를통해정영선의조경철학을깊이있게만나는계기가될것”이라고밝혔다.
[정영선 전시①-개막식] “땅을 돌보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것은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것”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1세대조경가정영선의삶과작품이종로구소격동에위치한‘국립현대미술관서울’을가득메웠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은4일“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전시의개막식을개최했다. 이날행사에서김성희국립현대미술관장은“이번전시가살아있는재료를삼아서평생생물을디자인해온존경받는조경가의예술을감상할수있는기회가될것으로기대한다”며,엄청난국토개발시기속에서도“정영선선생님의조경작업은일찍이자연그대로의모습을놔두자는아주독특한철학이녹아있다”고말했다.“한국현대사의중요한지점에서작가의손길이어떻게담겨져있고또어떤방식으로표현돼있는지방대한양의그림과설계도,사진,영상,모형등다양한매체를통해작품을이해하는데큰도움이될것으로믿는다”며,아울러“전시장을한번방문해서는선생님의작업세계를충분히보시지못할것같다”며“여러차례방문해달라”고부탁했다. 현대사중요한건축조경들,선생님작업이었다니“놀랍다” 전병극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은축사에서“전시회개막행사에외부인들이이렇게많이온경우는제기억으로는없는것같다”며전시를둘러보니“현대사를지나며중요한랜드마크적인건축물들이많았는데,그건축물의관심받는조경들이선생님의작품이었구나라는생각에놀라웠다”며본받아야할분이라고칭송했다.“인문학적인성찰을기반으로담백하면서도아름다운우리의삶과우리들의정체성을살리고역사적공간을현대적으로재구성해낸상상력이집약된전시”라며“우리삶을쾌적하게해주는공간이면에조경설계자의세심한노력이있었다는것을오늘새삼스럽게깨닫게됐다”고말했다. 이날개막식에는오휘영한양대학교도시대학원명예교수의축사도전달됐다.축사는최자호라펜트이사가대독했다. 오휘영교수는축사를통해,불과반세기전에정영선조경가가언론사기자에서조경분야로뛰어들었던당시에는우리나라가조경의불모지였다며,처음에는“대학에서연구와후학양성에몰두하더니어느새조경설계회사를차려굵직한프로젝트들을거침없이수행해왔다.도전을거듭하는자세는작품에도그대로담겨져늘새로운발상으로시대의정신을잘보여주고있다”고도전정신을치하하며“정영선조경가의발자취는하나하나나이테가되어한국조경의깊이를더하고있다.그의손길이깃든공간들은이땅에많은이들에게편안함과새로운힘을줄것이다”라고찬사를보냈다. “땅을돌보는방법을잊어버리는것은스스로를잃어버리는것” 이어진작가인사말에서정영선조경가는오휘영교수의축사에“은사님의노고는멋진열매가되고싹이되어서조국강산이나날이좋아질것”이라고화답했다. 정영선조경가는“원래우리나라는아득한백제시대때부터정원을소중히여겼고,심지어일본에정원을만들어주기위해전문가가나가기도했다”며일제강점기,6.25등나라가심한고통에시달리다가국가를새롭게세우는과정에서‘조경’이새로운학문으로도입돼당시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을통해지도자들이양성되고수많은일을직접하게됐다고지난조경의역사를회고했다.덧붙여“땅을돌보는방법을잊어버리는것은스스로를잃어버리는것과같다”는간디의말로인사를마쳤다. 이번전시는한국1세대조경가정영선의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로,4월5일부터오는9월22일까지이어진다.
‘공간·사람·자연 연결사’ 정영선 조경가의 궤적을 담다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공간과사람그리고자연을연결하는조경을바탕으로한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담은다큐멘터리영화가개봉을앞두고있다. ‘영화사진진’은지난2일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오는17일개봉예정인영화‘땅에쓰는시’시사회및기자간담회를개최했다. ‘땅에쓰는시’는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서울아산병원등모두를위한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한국1호국토개발기술사(조경)획득한최초의여성기술사다.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세계조경가협회(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으며,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가협회(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세계적으로인정을받았다. 한국에서조경에대한사회적위상이낮았던시기에,아시아선수아파트단지(1984),예술의전당(1984),올림픽선수아파트단지(1985),희원정원,호암미술관(1997-1998),인천국제공항(1999),서울올림픽미술관과조각공원(1999),청계천복원(2002-2005),광화문광장(2007),경춘선재생공원(2014),서울식물원(2014)과같은주요프로젝트를통해조경의중요성과가치를알리는역할을했다. 영화는모든생명이싹트는봄과생동하는녹음으로가득찬여름,무르익은색채너머휴식을기다리는가을그리고모든아름다움을준비하는겨울까지‘사계절’을중심테마로구성해다채롭고도풍성한볼거리를전한다.5년간야생화가만개한정영선조경가의양평집앞마당부터남녀노소모두가즐기는대규모공원과신비로움을간직한개인정원등다양한장소를누비며각계절이지닌고유한경치를온전히담아냈다. 언제나사람과자연의관점에서치열하게고민해온‘땅의연결사’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따라가며,관객들에게일상의위로를건네는공원의아름다움은물론,‘조화’를잃지않는삶의태도로써공원의의미에대해생각하게만든다. 특히미나리아재비,개쑥부쟁이등우리국토의매력을즐길수있는각양각색의야생화와제주를비롯한전국의금수강산을포착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빚어낸정영선조경가가그려온자연스럽고도감각적인풍경들을담아냈다.땅이간직한고유의맥락을읽어시를그리듯공간에생명력을불어넣는1세대조경가의진심어린철학을전하며새로운배움으로관객들에게다가간다. 이영화는국내작품으로는최초로제20회EBS국제다큐영화제개막작으로선정됐으며,남도영화제시즌1순천개막작선정및제49회서울독립영화제장편쇼케이스부문에공식초청되는등작품성을인정받았다. 이날기자간담회에는정영선조경가,기린그림의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참석해영화에담긴메시지와영화가만들어지기까지의자세한뒷이야기를들려줬다. 정다운감독은간담회에서“건축과도시를자연과의관계성안에서탐구하는과정을거치며그사이를연결하는‘조경’의중요성을자연스레인지하게됐다.선유도공원,양재천,예술의전당등내인생속의수많은중요한공간들이정영선조경가의손길에의해만들어졌다는사실은운명과도같았다.오랫동안품고있던질문인자연복원과치유에대한희망을풀어나가고자결심한후자연과공간의관계성안에서가장중요한역할을하는조경가의이야기를전하고싶었다”며영화제작의도에대해말했다. 정영선조경가는“1세대조경가라는자격은나혼자잘해서가아닌내주변모든사람들의도움이있어가능했다.그감사함에보답하려다보니지금의내가있는것같다”며“정원을만드는것은단순히꽃을심고나무를기르는것이아닌치유와회복의장이자자연을보살피고서로소통하는장으로만드는것이다.우리가간직하고있는기존의것을더욱아름답게번영시켜자손에게물려주는것이조경가의역할”이라고강조했다. 한편기린그림은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2012년에함께설립한건축전문영화영상제작사다.정감독은케임브리지대학에서‘건축과영상’을공부했고,김피디는골드스미스대학에서영화연출을공부했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교수, 차기 한국조경학회장 당선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조경학회제27대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가당선됐다. 한국조경학회는지난29일청주대학교비즈니스대학B동에서‘2024년정기총회및춘계학술대회’를개최하고,제27대회장단선거를진행했다. 차기임원선거는투표를통해진행됐으며선거결과▲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수석부회장에안승홍한경국립대학교교수가당선됐다. 배정한차기회장은“당선된만큼책임감을갖고발표한공약을실천하기위해최선을다하겠다”며“회원개개인의다양한목소리에성실히귀기울이고학회를넘어업계,시민사회,언론,정부·자자체,관련분야등다양한주체와연대하겠다.여러분의많은도움과협조,애정어린질책을많이부탁드린다”는당선소감을밝혔다. 안승홍차기수석부회장은“그동안의경험을바탕으로회원교류증진,학술기능강화,조경교육방향정립,관련학회협력등신임회장님잘도와서회원들의권익신장에노력하겠다.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이날정기총회는▲2023년도사업및결산보고▲2024년도사업계획및예산심의▲제27대회장및수석부회장등차기회장단선거▲오웅성홍익대학교건축공학부교수의‘월드스킬&조경가드닝:국력,국격,직업의길’특별강연이진행됐다. 김태경한국조경학회장인사말을통해“청주대학교조경학과창립50주년을기념하는날정기총회및학술대회를개최하게돼뜻깊다.얼마전까지만해도코로나팬데믹속에서벗어나기만기다렸는데,이제는인구절벽을마주하고있다.조경을가르치고,후학을양성하는입장에서가만히있을수는없다.학회를통해보다양질의교육그리고시대에특화된교육을준비하겠다”고약속했다. 홍상표청주대학교공과대학장은축사에서“이번행사를청주대학교에서개최하게돼기쁘게생각한다.우리가살고있는현재는전례없는기후위기와환경문제에직면해있다.해수면상승이상기후,대기오염등이러한문제들에대한해결책을모색하는과정에서조경의역할이어느때보다도중요해졌다”며“도시와자연의조화,지속가능한환경조성을위한혁신적인해결책을찾는것이바로조경분야의과제라고생각된다”고말했다. 조경학회는이날▲서주환경희대학교교수▲이민우공주대학교교수▲이경진공주대학교교수▲박재철우석대학교교수▲조동범전남대학교교수▲변무섭전북대학교교수에게정년퇴임공로상을수여했다. 우수논문상은▲하지아본시구도기업부설연구소장·박재민청주대학교교수의‘탄소저감설계지원을위한수목탄소계산기개발및적용’▲곽윤신가천대학교교수의‘융합도시모델링을통한그린인프라수요예측및지오디자인적용’이수상했다. 우수저술상은▲배정한서울대학교교수의‘공원의위로’▲김순기순천대학교교수·김한배서울시립대학교교수·이상우건국대학교교수·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교수·임의제경상국립대학교교수·최정민순천대학교교수의‘조경개념사전’이받았고,우수번역상은▲황주영서울대학교환경계획연구소박사의‘조경’이선정됐다. 우수졸업생은▲김지연강원대학교▲최수민경북대학교▲민세린경희대학교▲김은주계명대학교▲김유겸고려대학교▲임은혜동국대학교▲권미리동아대학교▲이민서배재대학교▲김소담강릉원주대학교▲이주혁건국대학교▲김하림경남정보대학교▲곽동현경상국립대학교▲이지선공주대학교▲윤영두나주대학교▲김소영단국대학교▲김정재대구가톨릭대학교▲황희진대구대학교▲장지웅상명대학교▲백주희서울여자대학교▲정유진영남대학교▲김태영우석대학교▲송해림전북대학교▲양영백청주대학교▲김지수한국전통문화대학교▲김혜리목포대학교▲이종현서울대학교▲윤예진서울시립대학교▲황서현성균관대학교▲임선영순천대학교▲홍규빈신구대학교▲이현주원광대학교▲김혜교전남대학교▲서현진한경국립대학교▲한승희호남대학교등34명이수상했다. 춘계학술대회는4개분과로▲1분과조경설계·조경이론·조경사▲2분과조경계획·조경시공·조경관리▲3분과경관계획·도시결계▲4분과조경수목·생태계관리순으로진행됐다.
[인사] 이상훈 조경가,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부임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이상훈필드오퍼레이션씨니어어쏘시에이트(FieldOperationsSeniorAssociateDesigner)디자이너가3월부로전남대학교조경학과교수로부임했다. 이상훈교수는서울대학교조경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조경학석사학위를받고,미국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조경디자인석사학위를취득했다.이후미국의필드오퍼레이션에서10년이상재직하면서시애틀센트럴워터프론트,마이애미언더라인,프린스턴대학교캠퍼스조경설계등의프로젝트를주도했다. 이상훈교수는그동안의경험을토대로전남대학교에서조경설계분야과목을담당할예정이며,도시재생,리질리언스조경설계등에대한실천적대안을제시하고자한다. 이상훈교수는“전남대학교조경학과에합류하게돼영광이다”라며“급변하는현대사회에서조경설계의가치와역할에대해고민하고,학생이실천적창의성을가진인재로성장할수있도록노력하겠다”고포부를밝혔다.
조수다, “전국 조경인 청도에 모이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조경계최대오픈카카오톡방모임인‘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이하조수다)’이지난23일경북도청도에위치한대영수림원장에서조경인들을위한‘무료전지교육’을실시했다. 조수다의전지교육은조경전지및방제에대해교육을받고싶어하는조경인들을대상으로지난2022년부터매년정기적으로실시되고있다. 이날교육은오전11시부터전국각지에서몰려든70여명의조경인들이참여한가운데▲서광민아름두리조경팀장의‘전지교육’▲조봉균일송농원팀장의‘방제교육’▲유성훈유한조경개발부장의‘입찰노하우’▲대영수림원송동근방장의‘조경인의삶’에대한이야기등다양한주제로진행됐다. 교육에앞서참가자들은자기소개와조경인으로서앞으로의포부에대해서발표하는시간을가졌으며,이어전지교육을맡은서광민팀장이인사말을통해“전국을매년순회하며조경계에서활동하는많은분들과대화를나누고,특히지방권의조경학전공자,취준생,취업취약계층들과소통하기위해이번행사를준비했다”고말했다. 조수다운영진은“청도가접근이쉬운곳이아닌데비행기까지타고온조경취준생,인천에서관리를배우기위해내려오신실무자등전국먼곳에서다양한조경인들이찾아와주셨다”며,이번교육에대해“실무에서는배울수없는내용들이많았고,훌륭한선배들을한자리에서만나볼수있는멋진자리”라고말해줘서보람있었다는뜻을전했다. 또한성공적인행사가되도록찬조해준회원들게도감사의말을빼놓지않았다.송동근방장이교육장소인대영수림원장을제공하고,엄영민이룸건설대표가볼펜을선물했으며,청도한샘조경에서지역먹거리인곶감을제공했다.그외문경삼성종합건설,동산식물원김영민대표,리컴퍼니이철용대표,계림조경자재,천병훈대표,대림원예종묘문현수전무등많은회원들이식사및운영경비에도움을주었다.더불어사전답사를통해70대주차에문제가없도록진행해준유한조경개발과이룸건설에도감사의말을전했다. ‘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은지난2021년5월15일개설된이래입소문으로인기가급상승한모임이다.현재는카톡방최대인원인1500명을모두채우고대기방까지운영하고있을정도로여전히인기를과시하고있다. 송동근조수다방장은앞으로좀더체계적인교육이이뤄질수있도록올해교육일정을미리공개했다. 이에따르면▲4월28일에는시흥농원에서‘수도경기지역전지교육’이▲5월26일에는나린조경에서‘조경사업준비및취업생을위한충청권교육’이▲7월5~7일2박일정으로문경캠핑장모임▲9월28일대규모서울정모▲11월2일일송농원에서호남정모▲12월7일연탄봉사등이진행된다. 송동근방장은“조수다의힘을모아젊은조경인들이사회로나와서겪는현실적인어려움을해결하고조경실무에잘적응할수있도록도움을줄것”이라며“교육행사를준비하는데운영진이힘든점이많았는데,이번에교육시행일을미리공지했으니원활한행사가되도록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한편‘조경을좋하는사람들의수다방’에참여하고싶은사람은카카오톡오픈톡방에서‘조경’검색어를통해찾을수있으며,회원수초과로가입이힘든경우가입대기하면추후참여코드를보내주고있다.
‘정원’과 ‘공원’을 나누는 사회적 기준 ‘부재’…역할과 가치 ‘오염’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언론사마저‘정원’과‘공원’에대해애매한정의를사용하면서,이에대한잘못된개념이사회적으로확산될수있다는우려가제기됐다. 울산지역일간지인경상일보가“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닙니다”라는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하면서‘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해너무주관적으로정의했다는지적이다. 이언론사는지난18일태화강국가정원에맨발길이나석재벤치등과도한시설물을도입해자연성이훼손되고있는점을안타까워하는내용의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해보도했다. 내용의취지는공감하더라도,이러한주장에대한논거로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이제시됐는데전문분야로서공감하기힘든내용이라는것이다. 영상에서는공원과정원을다음과같이정의하고있다.“정원과공원은개념부터다르다.그중에구성요소로보면정원은식물과꽃,나무등의자연요소와조각품,분수등의예술요소가조화롭게어우러져조성된다고하는반면공원은산책로,운동시설,휴게시설등의시설물과함께자연요소가어우러져조성된다고나와있다” 그러면서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므로과도한시설물을도입하지말라고주장하고있어서자칫시설물도입여부가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으로해석될여지가크다.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을통해주장을이어가는신중함이아쉽다는지적이다. 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 하지만사실공원과정원을가르는명확한기준이없다.우리나라에서공원과정원을학문적으로깊이다루어왔던것은조경학이유일한데,조경학에서전통적으로정의해오던공원과정원에대한구별은산림청이추진한‘정원법’이통과되면서혼란을거듭하고있다. 과거에공원이라고부르던것들이공공정원으로불려지기시작했고,‘공공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한기준을폭넓게공유하지못한상황이어서“태화강국가정원이공원이아니다”라고단언하는것은논란이있을수있다. 다만법적인정의로보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다”라는말이맞다.공원은법적으로도시계획시설이지만,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에해당되지않는다.그렇다고영상뉴스에서제시한공원과정원에대한정의가법적인정의도아니라는점에서문제점은여전히남는다. 울산시담당주문관은“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이아닌하천으로지정돼있다”면서도“시설물들을도입하는것은법적인문제는없다”고말했다. 이에대해남수환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정원진흥실실장은“공원과정원의가장큰차이는어떤시설물이나식물에있는게아닌,조성이나관리에참여하는등의행위가중요하다고생각하는데,시설위주로설명을해놓았다”며“완벽하게설명이되지는않더라도법적인개념을갖고설명했으면좋았을걸하는아쉬움이있다”고말했다. 실제법적인개념을비교해보면▲“도시공원이란도시지역에서도시자연경관을보호하고시민의건강․휴양및정서생활을향상시키는데에이바지하기위하여설치또는지정된것”으로정의하고세부항목을정하고있으며▲“정원이란식물,토석,시설물(조형물을포함한다)등을전시·배치하거나재배·가꾸기등을통하여지속적인관리가이루어지는공간(시설과그토지를포함한다)을말한다”고정의하고있다. 태화강,“정원이냐?공원이냐?하천이냐?” 오순환환경조경발전재단본부장은태화강국가정원의성격이다양한측면에서해석될수있다고말하며,우선법적으로는“하천일뿐”이라는점을강조했다.“공원같은경우에는도시계획시설로돼있지만정원은도시계획시설이아니다.이것이산림청에서지정하는국가정원의문제이다.태화강국가정원은하천이지만땅의속성과는상관없이규모가넓게조성되면서도시공원과같은역할을하고있다.그렇다고해서하천에공원까지중복시설로지정된사례는아직없다”며원칙적으로“하천일부를이용하는이수공간일뿐”이라는것이다. 또한오본부장은조경학의전통적인정의를빌어“본래정원은사유의개념이들어간것이고울타리로위요된곳에조성된것을말해왔다”며요즘“공공정원은공원에해당된다”며,법적인정의를벗어나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기도하다”고말했다. 이번사건은조경의정체성을가장잘표현하는단어인‘공원’과‘정원’에대한조경전문가들의최근고민이너무안일하지않은지되돌아보는계기가되었으면한다는제보였다. 아울러“공원”을단순히시설물과식재의형태로정의하는경우,그사회적가치와역할이오염된다는점에서정원법통과이후이어져오는공원과정원에대한혼란스러운정의에대해사회적으로명쾌하게답하고합의해나갈책임이조경학계에던져졌다는지적이다.
[2024 아파트 조경 ③-포스코이앤씨] 심안용·이인효 “백년명원, 백 년을 내다 보는 조경”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자연스럽게만든다고해서진짜자연이될순없지않은가.다만바이오필릭을향한사람의마음을계속적으로불러내서자연에가깝게만들어가고자노력하는것이다” 포스코이앤씨의아파트브랜드더샵에대해사람들에게설문조사를해보면첫번째로꼽는것이‘아파트가튼튼하다’는것이다.그래서인지포스코조경의전략도“백년명원”이다.백년을가는튼튼한조경을말하는것일까. ‘백년명원’에대해백년을내다보고만든조경매뉴얼이라고자평하는포스코이앤씨의심안용,이인효부장은,아파트조경이트렌드에급급하지않고긴호흡을가진전략을가져야한다며“백년명원”은단순히‘튼튼한조경’을말하는것은아니라며인터뷰를시작했다. ‘조경’에서‘정원’으로아파트조경은2000년대초반까지도지상주차장을단순히차폐하는역할을했다.이후신도시를중심으로주차장이지하화하면서각건설사마다‘지상부를어떻게할것인가’가큰화두로떠올랐다. 2010년대초중반에는잔디밭같은넓은녹지를두고큰소나무들을심거나관목을빽빽하게심는것이유행했다.하지만5~6년정도살아보니단지가전체적으로어두워지고유지관리비만많이들어가서아파트단지에큰나무들을심는것이좋지않는다는것을알게됐다. 이후에는지피·초화를활용해아기자기한조경에관심을가지기시작하면서,억새갈대등글라스류를심은지피가든이뜨기시작했다.거기에는지자체중심의정원박람회열풍이한몫했다. “황지해작가가영국첼시플라워쇼에서1등하고지자체마다정원박람회가유행하면서아파트에도정원을조성하는것이큰트렌드가됐다.” 회사마다다르지만보통3년에서5년을주기로트렌드조사를통해조경매뉴얼을만들고있다.새로운매뉴얼이만들어지는것을계기로트렌드가조금씩바뀌는경향을보여왔는데,요즘은해마다달라지는느낌을받는단다.그만큼경쟁이치열해지는것일까. ‘MZ세대’,트렌드를이끌다 최근아파트트렌드가급변하는이유중하나는인구구조변화에있다.집을구매하는소비자층대부분을MZ세대가차지하고있는데,MZ세대들은혼자사는경우도많고,결혼을해도아기를낳지않는경우도많으며,반려동물을키우는등생활트렌드도많이다르다보니공동주택트렌드도달라지고있다.특히1인세대에대한고민이커지고있다. “예전에는결혼해서아이를낳으면집을20평대에서30평대로옮겨가는식의루틴화된것이있었지만요즘은이런공식이깨지고있다.요즘은40~50평대아파트가거의없다.이런추세는2010년대부터나타났는데,최근에는단독거주형의아파트도많이생기고있다.” 하지만MZ세대,독립세대,고령화라는사회적변화속에서포스코만이가진조경콘셉트가무엇인가를생각해보니특별한게없었단다.변화된트렌드에맞는새로운조경전략이필요한시점이었던것이다.하지만모순적이게도최근건설사들이내놓는조경전략변화들이큰의미가없다는데에점점더많은건설사조경인들이공감하고있다. “‘이런시설물이제일이고이런식재방식이유행이야’하면서그동안트렌드를쫓아왔는데지나고보니크게의미가없더라.포스코조경브랜드인‘백년명원’은어떤추세나유행을쫓지않고더먼미래를위해어떤조경을해야하는지를담기위해서론칭됐다.” ‘백년명원’과‘바이오필릭’ 많은건설사들이‘명품조경’을강조했을때,포스코는‘조경’이아닌‘정원’이라는개념을쓰기로했다.정원에서의명품이라고하면명원이아닌가.그래서백년천년된오래된정원들이즐비한유럽,일본,중국을가서사례조사를했다.해외유명정원을찾아보고‘어떤요소와매력들이사람들의관심을끄는것인가’를샘플링을하고시뮬레이션을하여매뉴얼화시키는작업이진행됐다. “지금까지도수백만명의사람들이찾아보는이유를알고싶었다.세계적인명원들을직접찾아가조사를해서사람들이무엇을좋아하는지정리했고,이과정에서트렌드를쫓을필요가없다는확신을했다” ‘백년명원’을구체적으로실현시키는것은바이오필릭디자인(BiophilicDesign)이다.바이오필릭은생명(bio)을사랑(philia)한다는뜻의‘바이오필라’에서확장된말로,인간은본능적으로자연을사랑하게돼있다는의미이다. “본능적이라는것은새소리를들으면좋고,물이흐르는소리를들으면편안해지고,녹색을보면행복감을느끼는데,그이유가다른어딘가에서온것이아니라우리안에내재돼있다는의미이다.” 사실바이오필릭디자인은이미20~30년전미국에서생체모방을의미하는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디자인이나바이오모픽(biomorphic)디자인으로존재한개념이다.수영선수들의수영복을상어의피부처럼만들어물의저항을없앤다든지각종자연이나생물의형태를모방해서만들면형태뿐만아니라기능적으로도적합하게작동할것이라는믿음이다. 지속가능한식재,심플한시설물‘백년명원’이추구하는식재는‘자연과정원본연의모습에집중하는식재’로요약할수있다.기후와토양에맞는식물을적용해지속가능한생육환경을만드는것이다.자연에서자라고있는형태그대로를가지고와서심으면세월이지나면서더자연스럽게성장해갈것이라는생각이고,그것이야말로‘생태적’이라는판단이다.기존에크고조형적가치가높은수목을식재하던것과대비된다. 그래서인지포스코센터에최근심어놓은교목에는다간형이많다.정형적인수목에대한기준을과감하게버리고산나무같은자연적인모습들이오히려호평을받고있다. “자연적인식재가사실은매우어렵다.보통제주도면제주도,강원도면강원도등지역적으로만정립되어있고,실제우리가사는공동주택의환경은너무다양하다.” 아파트와같은인공지반에지속가능성을만든다는것은애초에쉽지않은일이다.포스코는현재많은전문가들가함께다양한실험과실패를거듭하고있다.이를통해‘생태’라는큰지향을내재화시킨고유기술을만들어가고있다. ‘백년명원’이추구하는시설물디자인은단기적으로는단순함과간결함을추구하는것이고,장기적으로는자연형모습을구현하기위해외관과기능,소재에서자연유기체의오가닉바이오미미크리디자인(Organic&BiomimicryDesign)을추구하는것’이다.이를통해단순하지만오래지나도고급스러워보이는시설물을찾아가고있다. 이러한시설물콘셉트를실현하는데에최근주목받고있는것이3D프린팅기술이다.직사각형태의거푸집으로형태를만드는데는디자인적인한계가있고,그렇다고금형을떠서만드는것은비용적으로힘든일이다보니자연의형태를선호하는조경시설물분야에서활용도가더욱높아질것으로보인다. “대형시설물을만들만한3D프린터가보급되지않아서아직은소형구조물제작만가능하다.지금은작은스툴나테이블등에한정해서재활용플라스틱등을활용해서제작하고있다.” 재활용소재를활용한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은아파트조경에서는최신트렌드이다.폐플라스틱,폐섬유,폐콘크리트를활용한제품들은바닥포장,구조물,시설물등다양한활용이가능하다. “예전같으면‘폐’라는접두사가붙으면입주자들의불만이있을것같아많이걱정을했는데요즘MZ세대들은업사이클링한시설물에대해서거부감이없다.실제적용된현장의입주자들을대상으로설문조사한결과긍정적이었으며,디자인을더발전시키면오히려더좋아할것이라는확신이들었다.” 백년명원,10%의실험 “백년명원”은가까운트렌드가아니라먼미래를내다보고만든조경전략이라니실험적일수밖에없다.나아가선도적인라는느낌도든다.시공을어떻게구현할것인가도궁금하지만입주자들을어떻게설득할것인가가더궁금해지는부분이다.아직도많은입주자들은키큰소나무를원하지않을까.이에대해‘10%의실험’이라는답변을내놓았다. “선도한다는것만큼무섭고정말건방진말이없는것같다.우리가실험적으로할수있는것은많아봤자10%정도이다.” 조경도하나의문화가됐다.국민수준에따라서정치가가고문화가가듯이,조경도입주자라는소비자들에맞춰가야한다.너무빨리가서도안되고너무느리게가서도안되고적절하게템포를가져야한다.약반발자국정도만앞서도성공적이라는생각이다. 다만20대부터40대초반까지의입주자들은어릴때부터교육을많이받아서지구환경에대한관심이윗세대와는남다른면이있다.이들세대는“소나무안심으면조경이아니야”라고말하는세대가아니다.오히려낯설고새로운것이라도좋다고판단되면더열광하는열린세대이다. “조경은사람들의내면욕구를반영하고다시조경이사람들의마음에어떤심상을불러일으킨다.공간과사람이상호선순환하는원리이다.그래서우리는사람들의마음을요구하는것이다.바이오필릭을향한마음을계속적으로불러내서진짜환경을생각하고진짜자연에맞게만들어가자는것이본질이고,이것이포스코조경이가야할방향이라고생각한다.” 변화의세대들을맞아본능적으로좋은조경에대한열망을한껏불어넣을수있는다양한실험들이이어지길기대해본다. <인터뷰> 언제까지흉내내기만할것인가! 최신아파트조경트렌드에있어서포스코조경이관심을가지고있는이슈는무엇인가? 요즘은정원과조경이라는용어를혼용하면서각각정의하기가어려운부분이있다.개인적으로정원은휴먼스케일로지근에서의디테일한경관을만들어내는것으로기술과감각이필요하고,조경은그보다는좀큰스케일로구분하고,그러한구분을서로인정을해주는것같다.플랜테리어산업이커지고있는것도주목하는변화이다.우리가볼때는정원도비전공인자에게열린분야라고생각하는데,플렌테리어는식물전공과전혀상관없는사람들에게도열린영역으로자리잡아가고있다.하지만이모든것이조경의영역이라는점에서업역이넓어지고다양화되고있고,한편으로경계가모호해지기도한다. 조경분야가이런변화를보듬어안을수있어야한다고생각한다.원하든원하지않든시대의변화에따라필요한분야들은새로생기고있고,그런트렌드가고스란히공동주택에도반영되고있다. 최근에는아파트지하주차장이나웰컴존에플랜테리어를적용해달라는요구도있다.그런데그곳에서식물을키우려면빛이나온습도등을제어하는유지관리기법이라든지토양,관수,배수등의문제를해결할줄알아야하는데,그것은플랜테리어의한계를벗어나는일이다.이것이조경이해야될역할이다. 포스코조경이추구하는바이오필릭디자인은실내플랜테리어의기법도적극적으로차용해수용한다.업역이더넓어지고그만큼역량도확장되어야하는데낯설다고배척만할것이아니다.플랜테리어의어떤점이사람들에게매력적으로어필되었으며어떤부분이부족한가를고민하고,관련된모든분야의기술을수용해서실제적용이가능한현장의시공기술로발전시킬필요가있다. 건설사조경인들에게하고싶은이야기는? 사회와기술의변화에따라사람들의요구사항이달라지고있다.하지만조경은새로운것에대해좀배타적이고거부감도많다.기득권적인경향이없지않아있다.좀더넓게수용하며좀더깨어있는생각을가져야오래갈수있다고생각한다. 지난해건설사조경협의회에서여러건설사들이조경정보를공유하는세미나를했는데,예전에는서로공유하는것을다소꺼려했었다.하지만이러한시대적변화와속도도빨라지고젋은직원들의깨어있는생각과다양한의견들이반영되면서예전처럼한번전략을세워서몇년씩우려먹던시대는끝났다.꼭꼭숨기고내것만좋은거야라고고집피우다가는도태되기딱좋은시대가된것이다.정보는교류와오픈을통해보다나은발전된지식자산이된다.그야말로집단지성과풍부한데이터를확보하면저절로좋은결과가도출되는AI시대인것이다.좋은것은공유해서발전시키고안좋은것은빨리배제시켜서같이상생해나가길기대한다. “지금까지흉내내는것은많이해왔지않은가.트렌드를쫓아서급급하게흉내만내는조경이너무지겹고,그과정에서버려지는자원이너무많아서죄스럽다.세상은수준이높아졌는데더이상흉내내기만할것이아니라그안에본질적인걸좀더찾자”
조경협회·동아전람, 2024 대한민국 조경*정원박람회 공동주최 ‘맞손’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조경협회와동아전람이‘2024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공동주최를위해손을맞잡았다. 조경협회와동아전람은지난11일협회사무국에서‘2024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공동주최를위한업무협약체결했다고12일밝혔다. 이번협약은매년코엑스에서개최하는‘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에대한새로운파트너로,성공적인개최를위한역할을구분하고신의성실로협력하기로한다는내용을담았다. 안세헌조경협회회장은“대외적으로조경*정원산업을펼쳐보일수있는플랫폼의장이됐으면좋겠다”며“조경인과조경을사랑하는많은분들의관심과참여바란다”고말했다. 서원익동아전람대표이사는“MBC건축박람회개최등그간의전시노하우와경혐을바탕으로,공격적인마케팅과홍보활동을통해모두만족할수있는박람회를위해적극적으로지원하고협력하겠다”고약속했다. ‘2024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는오는5월29일부터6월1일까지4일간코엑스B홀에서개최된다.현재전시참가업체를모집하고있으며,참가를원하는업체는출품신청서를동아전람운영국으로보내면된다. 한편조경협회회원의경우,조경협회사무국에참여의사를사전에알린후신청하면30%할인혜택을받을수있다.
정수탑, 세계적 예술가 ‘네드 칸’ 만나 도심 대표명소로 재탄생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지은지38년이지난가락시장사거리정수탑이세계적인건축가이자설치미술가인네드칸(NedKahn)에의해예술명소로재탄생된다. 서울시는이미20년간가동을멈춰버린높이32m깔때기모양의정수탑일대를물의생명력을주제로한공공미술사업을추진한다고12일밝혔다. 1986년축조된가락시장정수탑은시장에물을공급하던지하수저장용고가수조였으나2004년물공급방식이바뀌면서폐쇄돼20여년동안가동이멈춰있는상태였다.현재서울에남은유일한급수탑으로2009년디자인이개선된후보존돼왔다. 이번사업은‘샘(SAM,SeoulAquaMonument)-932’라는이름으로,네드칸의설치예술작품‘비의장막(RainVeil)’을더해오는6월시민들에게공개할계획이다.‘샘-932’는정수탑의오랜역사와물의소중함과정수탑이위치한도로명지번(932번지)을따서지었다. 정수탑에는비의물성을담아바람에따라움직이는장막이설치되고시민들은바라보는방향과눈높이에따라다채로운광경을감상할수있게된다. 싱가포르마리나베이샌즈의대표조형물인레인오큘러스(RainOculus)작가인네드칸은,서울시가추진한가락시장정수탑국제작품공모에자신의‘베일(Veil)연작’을제안했다.기후의순환으로만들어지는비의물성을담아바람에출렁이고움직이는장막을덧입히는기획으로최종선정됐고서울에서는아직한번도시도된적없는설치미술방식이다. 아울러정수탑내부는시민들이직접만든미술작품으로채워질예정이다.6월함께공개될정수탑내부에는100명의시민들이직접만든‘바다의조각’을하나하나쌓아올려바다단면을형상화한대형공동작품이들어선다. 기후위기로발생하는해수면상승의심각성을알리고30년간상승한바다의수위를표현한작품으로,바다의수위를나타내는6가지색을녹인레진아트블록을시민과함께만들고쌓아올려완성된다. 이와관련해시는오는23일진행될‘바다의조각만들기프로그램’에참여할시민100명을13일부터22일까지모집한다.서울시민누구나참여할수있고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에서“바다조각”으로검색해신청하면된다.선착순마감될예정이다. 이외에도6월개장식과함께진행될‘가락아트마켓’참여작가20팀도4월부터모집할예정이다.‘가락아트마켓’은가락시장유통상인과청년작가가함께만드는상생의장으로물과농수산물등을주제로활동하는예술가및디자이너20팀과해당품목을판매하는입주상인이어울려공동부스를운영한다. 이번사업은서울의5대생활권역에예술명소를만드는‘디자인서울2.0-권역별공공미술’사업첫사례로,송파구가진행중인주변공원화사업과어우러져예술작품과휴식이함께하는동남권의예술쉼터로사랑받을것으로기대하고있다. 2022년10월사업대상지공모에송파구가서울농수산식품공사의정수탑과주변일대를대상지로제안하고공모에선정되면서시작됐다.농수산식품공사가정수탑과녹지의시민환원을결정하였고서울시는정수탑의작품화를,송파구는송파대로명품거리조성과연계한작품주변녹지공원화사업을맡았다. 최인규서울시디자인정책관은“가락시장정수탑프로젝트는오랜도시유산에공공미술을접목해시민들에게예술명소로되돌려주는기념비적사업”이라며“동남권인송파구가락시장정수탑을시작으로서울시내5대권역에시민이함께하는명소를조성해도시곳곳에서공공예술을즐길수있는서울을만들겠다”고말했다.
[미래포럼] 잘 짜여진 각본, 선형공원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경의선공원,경춘선공원,서울로7017...나아가프롬나드플랑테(파리),하이라인(뉴욕),벨트라인(애틀란타)...그렇다.모두도심한복판을가로지르는선호도높은긴선형공원들이다.제주도의올레길이나북한산의둘레길과같이트레일을위한길이아니라,도심한복판을관통하는‘~선(라인)’으로명명되는공원들이다.‘길’과달리‘선’이라는명칭에서오는차이는어떠한가?전자는자연적으로만들어진그리고자연속에위치한순환형동선을갖춘산책로의느낌이다.반면후자는인공적으로만들어진그리고도심속에있는일자형동선을지닌공원이다.도심에자리하고있는면적인공원과는어떠한차이가있을까?얼마전까지만해도선형공원은단순한산책로정도의‘길’적인의미였으나,최근에는면적공원을조성할여유가없는좁은도심공간속에서새롭게등장한대안적형태의공원이되고있다.그린네트워크라는현판아래면적공원을연결하는보조적의미로서의선형공원이아니라,이제는대등한대안이된것이다. 면이주는장점은다양하다.선적으로나타나는이용자들의동선을무한대로조합할수있다.그래서각동선의조합에따른다양한공간활동이가능하다.가벼운혼자만의산책부터축구와같은격렬한단체운동까지,넓은잔디밭에서는시민들의모든여가행태를수용할수있다.다만,갈림길은선택에부담이있는낯선이에게는고민의시작이다.이곳을잘알고자주찾는주민이라면매일의공간체험으로무의식적인공간선택이가능하겠지만,낯선이에게는객관식시험지의보기들과같다.그래서선택(체험)하면항상아쉬움이남는중간고사같은곳이면적공원이다. 선은면과는다른측면에서매력이있다.한국계미국배우스티븐연이주연을맡아,미국에미상에서작품상과남녀주연상을포함해무려8관왕을차지한‘성난사람들(원제BEEF)’이란드라마가있다.매순간잘못된선택으로점철된인생속에서많은스트레스를받는현대인의모습을블랙코미디로실감나게그려냈다.현대인들은무의식적으로매순간선택을강요받고머리가복잡해진다.스트레스로좀쉬고싶고,아무생각없이멍하게걷고싶은마음이들수밖에없다.이런순간이찾아온다면가까운주변의선형공원을찾아서걸어보라고귀띔해주고싶다.코로나를계기로일방향의선형공원은중요한공원의형태로등장했다.강요된선택없이,머리를비운채,아무런간섭없이,짜여진각본대로방향과속도를제어해주는곳이선형공원이다.발을내딛는순간부터공원에대한매뉴얼은단순하다.정해진길을따라걷기만하면된다.잘만들어진영화를보면서머리를비우고심신을단순하게정화하는순간이다.다른점은앉는게아니라걷는다는것이다. 선형공원은이곳을처음찾는관광객들에게는아주유용한형태의공원이다.다음목적지를향해한방향으로계속나아가야하는관광객들에게일방통행의선형공원은오히려유용한관광코스가될수있다.서울을보행친화적인21세기형관광도시로만들고싶다면,선형공원을도심속핵심인프라로조성해보길제안한다.서울이가진잠재적랜드마크를찾아서,각점을연결한선형공원을조성한다면훌륭한관광자원이될수있다.시점에어떠한시설을놓고,종점에어떠한시설이있느냐에따라선형공원의효용과가치그리고이용률에차이가난다.잘짜여진각본으로대박흥행을기록할수도있다. 뉴욕의하이라인은뉴요커들뿐만아니라전세계인이사랑하는전형적인선형공원이다.같은선상을왕복해야만하는선형공원은지루하게마련이다.그래서선형상의진행방향과역방향보행시보이는경관에변화를주어야하는데이를잘해결한선형공원이하이라인이다.풍성한나무와초화들을의도적으로활용해시야를적절히닫아주면서선형을되돌아올때는새로운경관이전개되도록조성했다.만약개방감을위해시야를열어주었다면,오히려지겹고단조로운공원이되었을것이다.더불어토머스헤더윅의베슬이라는명확한시점(혹은종점)과리틀아일랜드라는명확한종점(혹은시점)이있어더욱걷고싶은장소가되었다.센트럴파크가보고싶은공원이라면하이라인이걷고싶은공원인이유이다. 비슷하지만다른사례로애틀란타의벨트라인이있다.둘을비교해보면확실히이용객의차이가있다.하이라인은관광객들이많이찾는공원인데반해,벨트라인은관광객보다는지역주민들의이용빈도가높다.조성당시부터바이커들을고려하여개방감있게공간을조성하였다.산책보다는이동통로의역할에좀더주안점을두고조성하여,바닥포장재역시목재나블록보다는콘크리트나아스팔트와같은재료를주로사용하였다. 다소극명하게대비되는두공원의목적에서선형공원의형태를그려보고결과를가늠해볼수있다.복잡한도심에서면적공원도중요하지만,잘짜여진각본처럼의도된선형공원을목적에맞게잘살릴수있다면,걷고싶고보고싶은도시를만들기위한촉매역할을할뿐아니라관광객유치에도성공할수있을것이다.이제선형공원이더이상조연이아닌당당한주인공으로등장할때가왔다. 변재상/신구대학교환경조경과교수
골프코스 설계, 창작성 없다?!…골프장 설계 저작권 소송 패소 ‘논란’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스크린골프업체를상대로제기한골프코스설계저작권소송에서“골프코스설계는창작성이없다”며저작권보호대상이아니라고판결해논란이다. 지난달1일서울고법민사5부는골프코스설계업체인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스크린골프사업자인골프존을상대로제기한소송에서원고일부승소로판결한1심을파기하고패소판결했다. 골프장소유주vs골프존 이번사건은2000년대말경골프존이라는업체에서스크린골프사업을시작하면서국내골프장을그대로재현한시뮬레이션영상을제작해사용하면서저작권비용을지불하지않은데서시작된다. 당시골프존은몇몇골프장으로부터사용동의를받고위성사진,준공도면을받아사업을추진했으며,이후사업이성장하면서골프장들로부터소송이제기됐다. 골프장소유주들은골프장의자료를이용해스크린골프를만들어서상당한이익을취하니일종의이용료를달라고주장했고,2020년3월대법원에서일부승소판결이나와애초동의서를써준골프장들을제외한나머지골프장들에게이용료를지불하도록했다. 하지만당시소송에서골프장소유주들은“골프장이골프코스설계저작권을갖고있다”고주장을했지만,법원에서는“골프코스는골프장이아닌설계자의저작물에해당한다”는점을분명히했다. 골프코스설계업체vs골프존 대법원의판결이후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골프존을상대로저작권소송을제기했으며,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제기한소송에서도1심에서“골프존이손해배상을하라”는판결이내려졌다. 하지만지난달1일열린2심에서는기존1심판결을뒤집고원고패소판정이내려졌다. 이번소송을제기한오렌지엔지니어링등골프코스설계업체는법원에서“골프코스구성요소들의구체적인배치,모양,길이,방향및각도,위치,크기등을그대로사용해저작권을침해했다”며“영상을삭제하라”고주장했다. 이에대해스크린골프업체인골프존은“골프코스설계도면에는창조적개성이드러나지않으므로저작물이라할수없다”,“설계도면과스크린골프영상사이에유사성도없다”고주장했다.시공과정에서설계변경이이뤄지기도하고유지관리를통해실제골프장모습이변화된다는것이다. 하지만법원은골프장은티잉그라운드,페어웨이,러프,벙커,워터해저드,그린등의형태,개별홀들의배치,조합에관한인간의사상이표현되어있는‘건축저작물’에해당한다는점을인정했으며,설계업체들이제시한설계도면과골프장의실제모습을비교해본결과거의동일하다는점에서스크린골프영상이설계도면을‘복제’했다는결론을내렸다.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주장한설계저작권을인정한것이다. 하지만법원은설계업체들이제기한각각의골프코스설계에대해창작성을인정할만한요소가없다며저작물로서인정할수없다는결론을냈다.“골프코스가저작권대상이긴하지만창작성이없으니베껴써도된다”는것이다. 창작성의기준,“재미위한것은창작적요소아니다?!” 법원은저작물에대해독창적이지는않더라도창작적이어야한다며,“남의것을모방하지않을것”,“사상과감정에대한창작자자신의독자적인표현을담고있을것”이라는두가지조건을제시했다. 특히골프코스설계는예술이아닌‘기능적저작물’로서,사상을보호하는것이아니라‘창작성있는표현을보호’하는것이므로,설계에창조적개성이드러나있는지를판단했다고밝히고있다. 쟁점은크게두가지였다.하나는“골프코스구성요소들의형태배치조합에있어서창작적인표현이있는가”이고다른하나는“자연물의조작은창작적인가”이다. 결과적으로법원은창조적개성을찾지못했다고판결했다. 법원판결에의하면,“골프코스는경기장”이다.골프코스요소들은골프경기규칙에적합한규격과방식으로설계될수밖에없고,이들의홀배치순서등은골프경기에서난이도,재미,전략등의기능적목적을달성하기위한경기장조성원칙에해당하므로창작성이인정되지않는다는것이다.이에대한근거로미국골프협회(USGA)와전남도청에서발간한골프장사업길잡이에는골프코스설계에대한기준을제시하고있으며,‘난이도,재미,전략’을추구하라는설계지침이포함되어있다는점을들었다. 또한국내골프장은대부분산악지형에조성되고있어서지형적제약을많이받고있으며,클럽하우스등의시설물배치등도이용객들의안전및효율성에따라배치되므로단순히기능적요소로보아야한다고판단했다. 또한‘자연적요소’에대해서는골프장이위치한부지의경관이거나조망대상이어서골프장자체의미적요소에해당한다고보기어려우며,지형,경관,조경요소,설치물등을결합해조성한골프장이라고하더라도자연물의조경관리가저작권법상미적형상으로서의창작적표현으로보기어렵다고판단했다. 실상창작성이없는산악지형이나자연물과경기요소를제거하고나면창작적인것이무엇이남느냐고묻고있는것이다. 골프장이축구장인가?! 이번판결에대해한국골프설계가협회는“수년간,수많은재판을통해인정받았던골프코스의창작성과저작물성을하루아침에모두부정당했다”며반발했다. 협회는이번판결에대해“골프코스는적합한규격이나국제기준이정해져있지않다”“우리나라산악지형처럼지형의변화가많은공간에서골프코스를배치하는것은오히려고도의설계적상상력과창의성이필요하다”,“골프코스는단순히평면적인홀을기능적으로나열하는것이아니다”라며조목조목판결에대해지적했다. 실제골프경기에서난이도,재미,전략등의기능적목적을달성하기위한골크코스요소들을창작적요소에서배제하겠다는결론이얼마나설득력을가질수있을지논란이일고있다. 또한판결에서는독창성과는다른개념으로창작성을이야기하고있는데,골프장의조경공간을자연물에대한관리일뿐이라는이유를들어일괄적으로창작적요소에도해당되지않는다며배제해버리는것은,조경에서‘주변자연과의조화’가매우중요한창작성의한부분이라는점에서배치된다는지적이다. 이현강오렌지엔지니어링대표는“골프장설계는조경설계의광역적인한분야라고생각을하고있다”며조경과별개의사건이아니라고강조했다.또한“우리나라가세계적으로케이컬처의우수성을말하며문화의중요성을강조면서도정작한전문분야의창작성에대해서는반하는결론이난것같다”고깊은유감을표현했다.
  • 환경과조경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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