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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지난해 12월 조달청이 ‘건설기술용역 입찰규정’을 개정·시행함에 따라 공공발주 설계공모에서 상습적으로 이뤄지던 ‘설계비 감액 관행’이 폐지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이와 관련한 설계 종사자들의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평소 기자와 친분이 있던 한 실무자는 타 언론 보도를 접하고 본지에 문의를 해왔다. 본문에 ‘건축설계공모 운영기준’이라고 적혀 있음에도 “설계공모, 상습적 ‘설계비 감액 관행’ 폐지”란 제목만 보고 “조경설계비가 오른다는 소리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아니”라고 답했다. “왜?”냐고 묻기에 “건축설계공모 운영기준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나와 있지 않나? 건축은 일정 금액 이상의 설계는 공모를 통해 발주하도록 하는 ‘법’이 있다. 이번 개정은 그에 따라 만들어진 조달청 기준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이 실무자는 조경설계공모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최근 조경설계대가 기준 관련 기사가 계속 쓰여지는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만큼 절실한 심정이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조경설계공모와 관련된 법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축설계공모가 개선되면 조경도 덩달아 나아지지 않겠느냐?”하는 기대감을 가진 설계사 대표들이 적지 않게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한 조경설계공모 관련법이 없다는 것을 모르던 실무자도 “건축이 나아지면 조경도 나아지는 거 아닌가? 같은 설계인데…”라며 같은 말을 했다. 이에 대해선 “그건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조경설계공모는 법에 따른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상황에 따라 매년 변하는 내부 지침에 따르기 때문이다. 건축설계는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고시금액이 2억1000만 원 이상일 경우 공모방식을 우선 적용하도록 의무화 돼 있다. ‘건축설계공모 운영기준’은 관련법에 따른 설계공모에 대한 시행절차 및 방법 등 운영에 관한 세부 지침을 담은 기준이다. 조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개정은 건축계의 요청에 의해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 것으로, 관련법에 근거한 조치였다. 개정된 기준은 청년건축사를 육성하는 방안도 함께 담고 있다. 관련법이 있기 때문에 업계의 설계환경 개선 요구를 ‘근거’에 따라 고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다른 분야는 법적인 기준을 만들고 그에 따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업계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조경 분야는 법을 제정·개정하려는 노력이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다른 분야가 개선되면 똑같이 바꿔달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조경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2010년 전후로는 각종 사업이 쏟아지는 화수분의 시대가 됐다. 하지만 조경 자체의 힘보다는 외적 환경 변화에 의해 성장하면서 자생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조경진흥법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지났다. 제정 당시 많은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조경 산업의 근거가 되는 ‘모법(母法)’이 만들어져 노력하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됐다. 조경계의 숙원 중 하나인 ‘조경설계대가 기준'마련의 단초도 담겨 있다. 개정을 통해 조경설계공모 관련 기준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법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화수분은 깨진 지 오래다. 설마, 아직도 감나무 밑에 누워서 연시가 입 안에 떨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아니겠지?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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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학생들 사이에서 ‘과정평가형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겉핥기식 보도가 와전되면서 의미없는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e-환경과조경에서 조경(산업)기사 자격에 과정평가형 제도가 도입된다(학·경력 없이 조경기사 취득 가능…'교육기관 없어 난항')고 처음 보도했고, 이후 한국건설신문도 이번 달 2일자 기사(조경기사, 과정평가로 취득의 폭 넓혀)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특히 한국건설신문 기사를 본 조경학과 학생들은 ‘아무나 조경기사 자격을 딸 수 있으면, 조경학과 전공이 왜 필요하냐’부터 ‘자격증을 돈을 주고 사야 하느냐’까지 전공자로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암기를 통해 가려지는 검정시험보다는 취득의 폭이 넓은 편”이라는 기사문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럴거면 조경전공 안하고 과정평가로 기사자격 따는게 더 쉽지 않느냐"고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논란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까지 확대됐다. 공단 관계자는 과정평가형 자격 도입에 대한 교수들의 문의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했다. 대부분 ‘과정평가형을 학교에 도입하면 조경기사 자격을 따기 쉬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문의였다고 했다. 이에 그 관계자는 “과정평가형 자격을 따기 쉽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내용”이라며“한국건설신문에 나간 관련기사에 독단적인 내용이 많아 논란이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잘못 전파되는 사실 중 첫 번째는 합격률이다. 전문가들은 과정평가형에 의한 합격률이 검정형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대학 및 직업전문학교 관계자들은 “내‧외부 평가에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 검정형 방식보다도 오히려 합격률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교육시간만 채우면 딸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했다. 과정평가에서 조경기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총 80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평가시험도 치러야 한다. 평가시험은 내부평가와 외부평가의 비율을 1:1로 반영하고, 평균 8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공단이 공개한 과정평가 시험 가이드에서도 검정형보다 오히려 시험 범위가 넓고 상당 수준의 암기도 요구하고 있다. 조경기사 외부평가 가이드를 보면 현재 검정형에서 출제되는 객관식, 주관식 문제를 비롯해, 식재계획도와 지급된 재료로 수목과 초화를 식재하도록 하는 문제, 인공지반 위 기반을 직접 조성하는 실습형 문제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또 1년에 3회 응시가능한 검정형과 달리, 과정평가형은 1년에 1회만 볼 수 있는 기회의 한계, 일정 규모 이상의 조경실습 시설을 보유한 기관(대학, 직업전문학교)만이 과정평가형 교육기관이 될 수 있다는 규모의 한계가 존재했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보면, 과정평가형은 학·경력 제한없이 모두에게 기회가 부여되는 새로운 조경 자격증 취득 방식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학·경력의 제한이 없는만큼 이를 취득하는 과정이 검정형 자격 취득과 비교해 쉽지 않다. 향후 과정평가형 교육을 시행할 기관이 얼마만큼 늘지도 물음표다. 그래도 이번 논란을 통해 조경계 많은 사람이 과정평가형 제도 도입을 알게됐다. 긍정이던 부정이던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잘못된 이해에서 시작된 논란이 조경학과 학생들 진로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잘못된 인식이 번져가고 있음에도 묵묵부답인 조경단체의 대응도 여전히 아쉽다. 이럴 때야 말로 세미나라도 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나창호[email protected]
- 201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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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다섯 기수의 학생기자 담당을 맡아왔다. 부담당까지 하면 여섯 기수의 학생들과 소통했다. 매해 약 40여 명의 학생들이 새로 들어오는데, 시간이 갈수록 연락하고 지내는 인원수는 줄어든다. 학생기자를 맡다보면 다른 학생들과도 교류할 기회가 많이 생긴다. 그런데 일종의 규칙같은 게 하나 있다. 약 2~3년 주기로 안 보이던 사람들과 다시 마주치게 된다는 것. 이들 대부분은 공무원·공기업 시험을 준비한다 하고 연락이 끊겼었다. 간간이 ‘탈조경’을 외치고 떠났던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공기업을 3년간 준비하다 지금은 설계사무소에 다니는 한 사람은 “학교에서 배운 게 설계여서 조경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설계 말고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라며 지금의 일이 적성에 맞다고 말했다. 어느덧 그 사람은 올해로 3년차가 된다. 특히 ‘탈조경’을 외치고 떠났다가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조경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말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헬조선이라고 하는데, 조경학과 학생들은 헬조경이란 말까지 하는 상황 아닙니까? 그래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막연히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나가봤지만 더 힘들더라고요. 물론 더 나은 데도 있겠지만, 그쪽 분야에서도 열심히 해서 올라간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다른 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더라고요. 더 어려운 곳도 많고요. 어렵다, 어렵다 하는 소리에 겪어보지도 않고 조경을 박차고 나간 것을 후회했어요. 처음부터 전공을 살렸으면 벌써 경력이 꽤 쌓였을 텐데 아쉬워요.” 이 친구는 지금 조경시공회사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가는 중이다. 불과 1년 남짓 실무에 있었는데 “다른 회사로 옮길거면 연락달라”는 러브콜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 회사에서 연말에 연봉을 올려줘서 남아 있기로 했다고 들었다. 요즘 조경인력이 귀하다. 설계나 시공 모두 마찬가지다. 회사 대표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구인 요청이다. 설계쪽은 10명에 한 명 꼴(정확하게는 그 이하), 혹은 공무원·공기업 시험을 포기한 사람들이 연락 오면 간간이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공쪽은 정말 가뭄이다. 그 많던 졸업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탈조경’을 시도했던 사람의 말처럼 조경학과 학생들 사이에선 ’헬조경‘이란 말이 만연해 있다. 일부 학생들에 따르면 조경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조경회사는 근무조건이 너무나도 열악하다는 소문이 무성해 떠날 궁리하기에 바쁜 분위기다. 하지만 소문만 듣고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업계에 발을 붙여보지도 않은 채 본인이 선택한 전공을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소문과 실제가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곳은 상황이 무조건 더 나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임금근로자 1977만9000명 중 43%에 해당하는 852만4000명의 월급이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 월급이 아니라 전체 근로자의 급여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조경사회가 2017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 일환으로 마련한 일자리 토크쇼에서 설계, 시공, 엔지니어링,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설사업관리), 자재, 수목관리분야 등 조경 각 분야별 신입사원의 평균연봉이 공개된 적이 있다. 가장 낮은 곳의 신입사원 월급이 200만 원에 근접했으며 대부분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설계사무소 대표들에 따르면 최근 야근은 많이 줄고 있는 추세이며 출근시간도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 5일 출근을 지키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고, 최근에는 1주일 중 하루를 ‘페밀리 데이’로 정해 5시 이전에 퇴근하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곳도 적지 않다. 워킹맘을 배려해 유연한 근무를 허락하는 회사도 있다. 시공회사는 근무 환경상 새벽부터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몰 전에 끝나고, 하루 세끼 식사를 모두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한 회사 대표는 “직원 1인당 1차량을 제공하고 숙소, 생활·활동비까지 지급해 2000만 원 중후반대 연봉을 그대로 저축할 수 있다. 장기근속 3년이면 해외여행도 보내준다. 겨울에는 일보다는 본사에서 교육을 하는 시간이 많다”며 학생들에게 소개해달라고 어필했다. 행복감을 높이고 업무의 능률도 높이기 위해서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전공과 직무의 일치도가 증가함에 따라 직무 만족도가 증가한다. 전공을 살리는 것으로도 균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활의 균형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면 전공과 직무가 일치하는 것이 무의미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회사마다 복리후생 조건은 다를 수밖에 없어 기자가 말한 곳보다 더 열악한 곳도 있겠지만, 훨씬 더 좋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 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조경만의 문제가 아니란 소리다. 조경을 벗어나도 큰 차이가 없는 조건에 전공과 직무도 안 맞으면 균형의 추는 더욱 기울게 될 것이다. 그럴거면 차라리 한 번 들어와서 겪어 본 후에 나갈지 말지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조경업계가 화탕지옥은 아니니 말이다. 물론 좋은 회사를 고르는 건 구직자 몫이다.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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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뤠잇!'을 연발하는 조경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조경계의 묵은 과제가 지혜로운 해법을 찾고, 새로운 희망들을 쏘아 올리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2018년을 열며조경 분야 각계의 소망을 담아 봤습니다. 기성세대 역할 고민 "내가 할 수 있는 일"…“조경계 보탬되는 건조회 활동 노력” 천재욱(53)현대엔지니어링 부장 2005년 현대엔지니어링(구.현대엠코)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이래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당시 회사에서 조경직은 나 혼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20여 명의 조경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늘어난 직원수만큼이나 회사 안팎으로 조경계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2017년은 ‘내가 조경계의 기성세대로 접어들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면 좋을까?’ 등 많은 고민을 했던 한 해였다. 아직까지 건축, 토목 공종에 치여서 찬밥 신세일 때가 많지만 그 속에서도 성장하는 조경 후배들을 보면 밝은 미래가 그려지기도 한다. 지난해 나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진입도로 조경공사 현장대리인으로 나와 있었지만, 본사 후배들이 자기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해 주어서 제17회 자연환경대상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건설사조경협의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조경관련 모임에 참석해 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소리가 있다. “조경진흥법의 시행효과는 아직 미미하지만 곳곳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올해에도 건설사조경협의회의 임원진으로서 최선을 다해 미약하게나마 조경계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쇄원 ‘반면교사’, 공간 아우라 지킴이 ‘조경인’ 역할 필요 이태겸(37)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우리의 옛 공간도 그러하다. 2017년 보수(補修) 작업으로 소쇄원의 경관이 크게 훼손됐다. 혹자는 훼손된 것이 아니라 보수 직후 날 것이 주는 이질감일 뿐이며 먼 훗날엔 다시 예전과 같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단한 노력으로 소쇄원의 외피가 예전과 같아진다 하더라도 이번 복원사업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 그래서 더 아쉬운 것이 있다. 옛 공간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독특한 정취, 바로 소쇄원의 아우라(Aura)이다. 사람의 몸이 노쇠하면 치료가 필요하듯, 긴 시간을 버텨온 옛 것들에게 보수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명의에게 치료를 받은 많은 옛 공간들은 비록 겉모습은 깔끔해졌을지언정 그 공간 특유의 정취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일이 허다하다. 이는 옛 공간 뿐 아니라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지에서도 그렇다. 2017년 소쇄원의 아픔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2018년에는 옛 공간, 현재 그리고 미래 공간의 아우라를 지키고 만들기 위해 조경인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해의 길 끝에 서서 돌아보니 아쉬운 일이 많았다. 이상윤 시인의 ‘길 끝이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는 시처럼 지난 시간의 아쉬움 모두 2018년의 새 길을 밝히는 찬란한 아픔이 되길 바라며 조경인들에게 희망찬 2018년이 되기를 기원드린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이상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조용히 타오르기 때문이다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도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 슬퍼하거나 이별하는 나를 위해 울지 마라세상에 뿌리 하나 내려 두고사는 일이라면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이 추운 겨울 아침아궁이를 태우는 겨울 소나무 가지하나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도바로 그런 까닭이 아니겠느냐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어둠도 제 살을 씻고빛을 여는 찬란한 아픔이 된다 창립 10년, 어느새 기성세대가 되다…세대간 소통 ‘빈번’해 지길 최윤석(42) 그람디자인 대표 / 정원사친구들2018년은 여전히 작지만회사를 꾸린지 10년째가 되는 해이다. 10년의 시간에도 여전히 종종 듣게 되는안부는 다음과 같다. “아직 하고 있냐”라는 조심스러운 물음. “저희도 희안합니다. 의외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요즘바쁘냐, 업계 위기 혹은 불경기라는데 괜찮냐”라는 물음. “바쁘기‘만’ 하고요 원래 시작부터 자체적인 불경기라 배고픈 거에 익숙합니다.”그런데 10년의 가장 뚜렷한 변화라면 제가 10살 더 나이를 들었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짓(?)은 여전히 열혈 청년 같은데 좀 더 어린 친구들과의 알듯 모를 듯한 거리감이 느껴진다.모두들느끼는공기인데점점 회식이재미없어진다.법카만주고1차 후에빠져줘야하는 거아니냐는또래 아재의진지한물음도나온다.생각해보면 저에게도 뭔가 어렵고 어색한 선배, 상사, 어르신들이 있었다. 근래에는 바로한국조경사회라는 단체가 그런 곳이었다. 좀 더 솔직하자면 기성세대들의 고리타분한 단체라는 편견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2년여 간 조경사회 내부 일을 돕게 되는 자리에 있다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많은 일을 다루지만많은 사람들의 헌신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경인들의 응원” 딱 하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여러 세대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이야길 나눠야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경험과 혜안이 있고 신세대의 열정과 신선한 발상이 만나면더 나은 조경계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격의없는 대화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서로의 응원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2018년 새해에는 지금보다 더 조경인들의 많은 세대간 소통이 자유롭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서울시민정원사 ‘눈부신 발전’ 자부심 높아…‘장애인 배려’ 아쉬워 나정미(56)서울시민정원사 시민정원사이자 서울 시민으로서 2018년에 바라는 점을 몇 자 적어본다. 지난 서울정원박람회에서 가장 반가웠던 장면이 하나있다. 개막식 무대 스크린에서 수화 통역사가 행사 진행을 전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꽃피는 서울상 시상식에서는 수화 통역이 없어서 아쉬웠다. 수상자 그룹 안에 청각장애인이 포함돼 있어서 그 아쉬움이 더 컸는지 모르겠다. 물론 서울의 시민정원사 교육은 해를 거듭하면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고, 서울시민정원사로서 긍지와 자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지자체 시민정원사 교육에서 장애인도 수강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이 좀 더 충실히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서울정원박람회를 통해 조성된 작가정원을 현재 시민정원사들이 가꾸고 있는데, 앞으로 작가와 시민정원사가 소통하면서 가꾸게 된다면 시민정원사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고 더 아름다운 정원으로 관리될 것이라 생각한다. 공간 창의성 살리는 제도 개선 ‘시급’…보여주기식 공간·시설물은 “이제 그만” 노은주(29)예건 대리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지나고, 2018년 무술년 황금개띠해를 맞게 됐다. 조경인들도 개가 지닌 밝고 따뜻한 마음처럼 황금같은 기회와 결실이 듬뿍 찾아오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인간은 누구나 생명과 자연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 ‘녹색갈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사회에서 자연을 향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전문가는 바로 ‘조경인’일 것이다. 이런 높은 자부심과 함께 공적 책임이 함께하고 있는 매력적인 조경 분야와 동행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여주기식의 공간과 시설물이 아직까지 존재하는 듯하다. 공간은 오감을 느끼고 추억하며 머무는 경험으로부터 인지된다. 이에 도시·조경·시설물 분야에 있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감성, 창의, 공간의 미학을 담아낼 수 있도록 각종 규제와 제도들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간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융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조경 본연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다른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조경 분야만의 독창적이고 지속가능한 아이디어와 기술들이 많이 개발돼 재도약할 수 있는 2018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1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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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뤠잇!'을 연발하는 조경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조경계의 묵은 과제가 지혜로운 해법을 찾고, 새로운 희망들을 쏘아 올리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2018년을 열며조경 분야 각계의 소망을 담아 봤습니다. 새해가 주는 좋은 인연, ‘신입생’ 만남에 마음 설레…“진심이야 말로 진정한 가르침” 박은영(52)중부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매년 3월 입학식을 가면 항상 설렌다.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의 사열도 멋지고, 실용음악학과 교수의 축하공연도 좋고, 항공서비스학과 학생들의 친절한 안내도 흐뭇하게 한다. 입학식이 진행되는 동안 ‘올해는 우리 과에 또 어떤 학생들이 들어올까?’ ‘난 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등등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늘 깊이 생각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수업시간 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늘 생활화돼야 한다고 배웠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고, 앞서 생각해 학생들에게 좋은 모델이 돼야 한다. 학생의 생각을 이해하고, 늘 관심을 가지고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고민을 들어주고 보듬어 주고자 한다. 학생 개개인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더욱 더 진심으로 사랑하려고 한다. 진심은 생각보다 더 잘 전달돼 학생들이 금새 마음의 문을 열고 생각과 행동이 바뀌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새해가 되고 꽃 피는 계절 봄이 오면, 또 새로운 학생과의 좋은 인연을 기대하며 입학식장으로 향할 것이다. 슈즈트리·서울로 논란, 다양성 인정하는 공방 문화 ‘중요’…“다양성 보다 우선하는 가이드라인은 필요 없다” 차용준(45)지오가든 대표 비난 받을 용기! 올 한해를 되새김질 해 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가 ‘슈즈트리’와 ‘서울로 7017’이었다. 사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비난 받을 생각으로 추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던 사업들이다. ‘조경’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식물을 소재로 생명력 있는 공간을 만드는 선한 일이다보니 비난 받을 일이 별로 없다. 삭막한 콘크리트 속에 푸른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그 속에 컨텐츠를 떠나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조경 분야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때론 족쇄가 돼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원은 이래야 하고 정원은 이래야 한다는 묵시적인 가이드라인?! 공원이든 정원이든 그 공간을 접하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한 고민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데, 우리 스스로가 만든 ‘가이드라인’이 소비자가 원하는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자신이 추구하는 방식만이 진리이고 최고의 선인 듯하며 마치 싸워서 악을 없애려는 듯 비난하지 말고,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정원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서로 다를 땐 “그저 내 스타일은 아니네, 나와는 좀 다른 방식이네” 하며 다양성을 인정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경 후배들에게 생태복원업 길을 열어 주자” 김미후(44)그린포엘 대표이사 새해를 맞아 ‘조경계에 바라는 소망과 묵은 과제’를 주제로 조경인들에게 인사를 드리게 됐다. 저의 조경계에 대한 소망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발주처인 행정기관에서 전반기에 집중 집행하고 있는 조기 발주 관행이 후반기에도 나눠서 발주될 수 있는 제도로 다시 정착되길 바란다. 현재는 전반기에 일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일을 시키는 발주기관이나 일을 맡은 설계사, 시공사 등 모두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다가 하반기에는 일이 너무 없어서 문제가 되는 현행 제도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두 번째, 어린이놀이시설 안전인증과 설치검사의 기준이 유연해지길 바란다. 현재의 안전규정은 설계사와 시공사, 인증기관까지 에너지 투입이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회사의 경우, 현장에 맞는 설계를 위해 기성제품이 아닌 직접 설계한 놀이시설을 생태놀이터에 시공했다가 안전인증으로 세 번, 설치검사로 두 번이나 재시공한 적이 있다. 이 일로 느낀 것은 인증기관의 잣대로 놀이에 대한 안전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유치원생 수준의 놀이시설에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보고 놀라고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자연과 지형, 연령에 맞는 놀이시설을 도입하기 위해 안전인증과 설치검사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세번째, 생태복원 분야로 조경학도들의 진로 선택의 길을 넓혀 주길 바란다. 저는 조경학과를 나왔지만 현재 조경과 생태복원 중 생태복원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생태복원 설계나 시공은 조경전공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실제 직원을 뽑을 때도 조경전공자들을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 생태복원 사업의 성격도 조경과 마찬가지로 계획과 설계, 시공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커리큘럼을 보면 조경 분야만큼 이 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분야가 없다. 그러나 조경의 배움만으로 부족한 것이 또한 생태복원 분야이다. 조경 분야 외에 때론 토목 분야, 수리수문, 특히 양서류전문가, 곤충전문가 등 생물 분야와의 협업도 필요하다. 생태놀이터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 자연마당 가이드라인, 모니터링 가이드라인, 반환사업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 등 연구용역의 결과물에 따라 방향성이 제시되고 있는 생태복원 분야는 독자적인 전문 분야임에 틀림없다. 조경과 같은 듯하지만 한편으로 다른 게 생태복원 분야이다. 후배들이 조경업의 영역이 비단 순수 조경뿐만 아니라 생태복원 분야도 있으며, 생태복원 분야에 진출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 국가적 차원에서 녹지의 축을 회복하고 인간 외에 생물서식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조경계와 생태복원 분야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업으로 영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 업계의 기반이 되는 후배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조경과 생태복원 분야가 상생을 통해 조경 후배들의 선택 기회를 넓혀 주었으면 한다. “새해에 업계 모든 분들 행복하시고 소망하시는 일 다 성취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정원박람회 국민적 축제 자리매김, 조경인 ‘자부심’ 느껴…“과열 경쟁 옥에 티!” 김지학(26)자연감각 조경설계사무소 사원 지난 2017년은 대한민국 역사에 영원히 남을 한 해였다. 어려운 시기를 보낸 국민들을 위로하듯 전국은 다양한 축제로 가득했다. 정원박람회 역시 대중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올해의 축제 중 하나였다. 각양각색의 정원들이 펼쳐진 박람회장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 시민들을 보며 조경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지나친 경쟁 구도가 작가들로 하여금 신선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디자인하는 데 영향을 주고, 사비지출 등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과열현상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이 주가 되고 경험이 담기는 순수정원보다 구조물 위주의 화려한 정원이 당선될 확률이 높다는 분위기로까지 이어지는 듯 보였다. 2018년에도 전국적으로 다양한 정원박람회가 개최돼 시민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가오는 신년에는 정원박람회가 제도적·행정적으로 정비돼 과열 경쟁이 아닌, 서로가 WIN-WIN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정원박람회’ 열풍, 그뤠잇과 스튜핏 사이…“아직 평가보다 노력이 필요한 때” 이소연(34)서울시청 조경과 주무관 2017년을 되돌아보면 조경 분야는 ‘정원’의 매력에 쏙 빠져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뤠잇!’이었을까? 아직은 소심소심 ‘스튜핏!’. 아직 우리에게 정원은 조금 사치스럽고, 그래도 정원문화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도약기로서,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듯하다. 그럼, 조경과 정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공과 사적인 공간의 차이? 자연에게서 오는 기쁨과 행복, 힐링, 그건 모두에게 똑같을 텐데 말이다. 둘 다 “좋다”는 말이다. 선진국일수록 정원문화가 대중적으로 잘 확산돼 있다고 한다. 정원문화 확산은 녹색도시로 가는 시발점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도 선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많은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통해 해외 선진사례를 많이 접하고 있고, 정원문화 확산을 독촉하는 ‘정원박람회’가 전국적으로 열리며 들썩거린다. 꽃이 피고 지어 자기 자리를 잡으려면 5년 이상 걸리듯 아직은 평가보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전국에 가을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다르듯 각 지자체마다 특색있는 박람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우리만의 정원문화에 내실을 가득 채워야 할 때이기도 하다. 정원에 국한하지 말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이 정원문화 확산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모두가 함께하고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원문화, 2018년도는 슈퍼 그레잇! 모두가 꽃이 피어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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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에 있는 한 복합스포츠센터에서 화재로 인해 29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소방 당국과 언론에 따르면 이번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데는 많은 원인이 있다. 특히 화재 당시 건물 진입로 양쪽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피해를 키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화재 당시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늦어지고 사다리차는 도로를 우회해서야 현장에 도착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화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현장의 도로는 화재 전과 동일한 모습으로 불법 주차가 재현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1일에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새해 일출 맞이 관광객 차량으로 경포119안전센터 앞이 가로 막혀 소방차 운행에 차질을 빚은 기막힌 상황이 소개되기도 했다. 제천 화재가 난 지 불과 2주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안전 불감증이나 시민 의식 문제만으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생각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도시 내에 있다. 도시재생이 새 정부의 핵심과제로 떠오르면서 지난 한해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세미나와 토론 등 각종 학술행사가 수도 없이 열렸으며, 각 지자체는 시범사업을 따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도시재생에서 ‘소방안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적이 있었던가? 기자가 접해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방교육·체험 외엔 도시재생 현장과 정책에서 소방이란 주제와 마주한 경험이 없다. 소방서는 도시를 구성하는 사회인프라 중 하나다. 소방서뿐만 아니라 병원, 경찰서도 도시 기능을 작동하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도시’를 ‘재생’하는 대상과는 별개의 것으로 취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는 주거복지 로드맵과 도시재생 사업도 별개로 운용되면서 도시재생과 주거, 사회인프라가 완전히 별개의 노선을 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주목한 행사가 지난해 9월 열린 제4차 미래건축 포럼이었다. ‘도시재생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한 이 포럼에서는 저층주거지 도시재생 사업에서 공원, 주차장, 주민공동시설과 같은 공공공간이 어떤 역할을 해오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공공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논의했다. 공공공간의 의미에 사회인프라도 함께 포함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날 포럼은 전반적으로 공공공간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앵커시설로만 바라봤다는 느낌이 짙었다. 도시재생 현장과 정책 부문에서 주민 주도를 전제로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동체로서 지역에 거주하는 ‘일반 시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반추하게 한다. 소방관과 같은 특수 공무원은 공동체를 돕는 외부자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소방관은 화재뿐만 아니라 도시의 각종 재난에 대응하고 위급한 상황으로부터 시민들을 구조해 준다. 피해를 줄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접근이 필요한데, 도시 곳곳의 도로와 건물, 각종 인프라와 시민들의 생활패턴, 도시의 흐름 하나하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다. 새로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지역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소방차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계획됐는지 의문이다. 아파트 단지만 해도 소방차 진입 동선을 고려한 경우와 아닌 경우 설계·시공이 달라진다. 도시를 재생하는 일이 그보다 영향이 작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도시계획을 짤 때 소방차 도착시간과 거리를 고려해 소방서 배치 등을 결정한다. 그럼에도 소방안전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주요 문제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복잡다단하게 얽힌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방안전은 기존 성장 중심 도시 개발로 인해 나타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도시재생 사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돼야 할 것이다. 도시재생은 도시를 구성하는 회색인프라, 그린인프라, 사회인프라와 사람들이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소방안전 문제도 도시재생으로 다뤄져야 할 일이다. 소방안전 골든타임은 도시재생으로잡아야 한다.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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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7년, 올 한 해 있었던 슬픈 일, 기쁜 일, 함께 나누고 싶은 기억과 소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각 분야 조경인들의 2017년에 대한 기념과 추억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생태복원업 신설, 조경인들 국토 환경파수꾼으로 거듭나야 박용수(42)국립생태원 환경영향평가팀 선임연구원 지난 2년 동안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의 총무이사를 역임하면서 자연환경복원업 신설에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지난 10년간 조경과 생태복원, 또는 조경기술사와 자연환경관리기술사가 두 패로 갈라져 서로의 이권만 추구하면서 충돌하는 진흙탕 싸움을 보면서 ‘과연 이 싸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반문해 본다. 다른 나라와 달리 국토의 여유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한정된 국토 내 자연자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연자원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개발압력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수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개발vs보전의 최전방에서 국토환경의 보전‧보호를 위해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개선 및 강화가 무엇보다 가장 적합한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견이 있겠지만, 환경영향평가가 자연환경의 보호와 보전에 대한 재원과 인력투자가 미흡한 우리나라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한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환경부 역시 ‘환경영향평가 통과용 생태통로’와 ‘멸종위기종 없는 대체서식지’라는 그동안의 오명을 씻고 자연자원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개발압력을 견제할 수 있는 환경파수꾼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라 조경과 생태복원 관련자 모두 지금까지의 정쟁을 멈추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새 술을 헌 자루에 담을 수 없듯 조경업 관계자는 그 동안 묶은 틀을 깨고 새롭게 탄생해야 하고, 생태복원업 관계자는 올바르게 복원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실력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 모든 생각을 이 짧을 글에 담을 수는 없지만 밝아 오는 무술년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황금 개처럼 두 업계 모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두 업계 모두 좀 더 삶이 풍요로워졌으면 한다. 국가 대표 정원 ‘소쇄원’ 훼손 ‘허망’…정원문화재 보존 관심 ‘필요’ 신지선(33) 월하랑 대표 짧은 시간이지만 5년여 동안 ‘한국 정원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해결해보고자 노력하면서 한국 정원 문화재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됐다. 우리 문화재 가운데 ‘정원’은 가장 지원과 관심을 덜 받는 분야로 점차 훼손되고 사라지고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17년 가장 슬펐던 일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인 소쇄원이 훼손된 일이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아끼는 공간으로 관심을 받아 어느 정도 개선은 됐으나 양산보 선생님과의 500년 약속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 같아 한동안 가슴이 찢어지고 한 번 훼손된 문화재를 되돌릴 수는 없기에 그 허망함에 기력이 사라졌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이 이러한 상황을 겪었는데 전국에 있는 여러 정원 문화재는 어떠할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직접 눈으로 확인 한 것도 수도 없이 많다. 우리 정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문화재 수리를 관리 감독할 기관을 시민들이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조경학이 한국에 들어온 지 40년이 넘어 50년을 바라보는 지금, 언젠가 세계적으로 활동하게 될 우리 조경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수백 년을 이 땅에 자리 잡고 남아있는 우리 정원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아닐까? 과시적 ‘플랜카드’ 우리 사회 자화상 ‘불편’…“저마다의세계가 있다” 이삭(25)전북대학교 익산캠퍼스 통신원 올 한 해를 되짚어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러 굵직한 조경계 행사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이번 학기 2학년 친구들이 처음 설계 과제를 해나가는 모습이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종강모임 때 저마다의 완성된 작품들을 펼쳐보는데 털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사다리꼴 모양의 부지와 집을 모두 같은 틀로 두고 그 안을 저마다의 세계로 꾸민 정원들을 보며 울컥! 한 친구는 치열한 경쟁으로부터의 도피를 꿈꾸며 힐링캠프를 세웠고, 또 한 친구는 감정이라는 뭔지 모를 움직임을 표현해보겠다며 어렸을 때부터 배운 수묵화로 감동정원을 그렸다. 또 다른 친구는 복잡한 자기의 기억을 드러내기보다 묻어두고 싶다며 집 옆에다 커다란 호수 하나를 팠다. 그런데 그 친구가 “형,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다보니 호수가 작아졌어요” 라고 하는 말에 괜히 또 울컥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작품들을 보다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대화야 이거 평가 어떻게 하냐?” “형 그 수업 다행히 절대평가에요” 속물 같은 나의 질문에 돌아온 답은 “참 다행”이었다. 그렇게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역으로 향하는데 역 앞에 플랜카드 하나가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국토부 뉴딜사업 도시재생공모 지원금 확보!” 그 몇 글자가 마치 자기세계에 대한 잘난 척처럼 느껴져서 불편했다. 모두 저마다의 세계가 있는데, 타인의 세계보다 자신의 세계를 우선시하는 태도로 여겨져 또 울컥했다. 술은 분명 깬 거 같은데 말이다. 찬찬히 보여야 할 것을 단박에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 다른 곳 보다 더 좋아야한다는 강박,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 ‘절대평가’같이 성과보다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방근시트 기획소송 ‘실망’…“조경분야휘둘리지 않았으면” 장윤환(46)동부건설 차장 건설회사에서 조경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2017년 한 해를 회상해 보면, 가장 크게 와닿는 이슈 중에 하나는 ‘아파트 조경의 방근시트 미시공’과 관련한 손해배상 기획소송 진행이다. 기술적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이를 핑계로 금액을 요구하는 기획소송의 대상꺼리가 됐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많은 조경인들이 하는 고민은 ‘주어진 공기와 예산 조건에서 어떻게 품질을 높여 입주자의 만족을 줄까’이다. 이를 위해 각 회사마다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하게 되고, 이는 서로간에 유익한 경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올해의 ‘방근시트’ 논란은 이런 우리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준다. “필요성이 공감되지 못한 체, 규정이라고 해서 꼭 시공해야 하는가?”,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정작 주요 당사자인 건축분야는 남의 불구경하는 방관자인데, 우리끼리만 이 화두에 잡힌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년에는 그 필요성 여부에 대해 좀 더 공감대가 형성되고, 기술적으로 성숙된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 나아가서 조경분야 만큼은 이런 기획소송의 대상꺼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내년에도 지금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조경인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올 한해도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원이 있는 아파트' 첼시 출품 … 조경가로서 뿌듯 황혜정(39)Haydesigns 대표 2017년은 많은 영감을 받은 한 해였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화였다. 올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남을 갖고 ‘서울시를 서울 숲으로 만들어가자’는 제안과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내년에 첼시플라워쇼에 출품하는 ‘정원이 있는 아파트’가 바로 그 계획을 이행할 수 있는 ‘나무가 있는 건물’로 숲의 도시를 구현해 나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 활동 중이긴 하지만, 한국의 소식과 상황에 대해선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원이 있는 아파트’ 역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아파트라는 콘셉트도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문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경가로서 조금이나마 우리 사회와 환경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정원이 있는 아파트’가 있는 2018년 첼시플라워쇼에 많은 관심 바란다.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17-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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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급변하는 인터넷 정보화 시대의 물결에 발맞추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 오픈한 환경과조경의 공식 홈페이지가 무술년 새해와 함께 벌써 1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독자 여러분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저희 e-환경과조경은 현장에서 땀 흘리는 조경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다니며 업계의 뉴스와 동향들을 신속하게 보도해 왔습니다. 지난 1년간의 통계를 보면, e-환경과조경은 모두 2253건의 기사로 월평균 187건의 새로운 뉴스를 생산해 내었고, 접속자수는 월평균 30만여 건으로 일평균 1만여 명이 넘는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단일 기사로는 지난 4월에 보도된 ‘소쇄원 보수 정비’ 기사가 총 3만2천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조경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관심을 가질만한 기획들과 새로운 기사들을 직접 발로 뛰어 발굴하고 취재해온 저희 기자들의 숨겨진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보다 큰 이유는 동시대 미디어 환경에서의 독자들의 변화된 요구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뉴스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원하는 매체의 ‘시간적 동시화(Synchronization)’가 그것이며, 또한 조경과 건축, 도시, 예술 등 업역의 경계를 넘어 조경 이외의 분야까지도 아우르는 매체 접근의 공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 그것일 것입니다. 무술년 새해에도 e-환경과조경은 이러한 독자 여러분들의 시대적인 요구에 발맞추어 한 발짝 더 빠르게 달려가고, 한걸음 더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조경분야의 발전을 위해 지식혁명 시대의 에너지원인 무한한 지식의 공급처로서 소명을 다 할 때까지 다시 힘찬 출발을 시작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 1. 1. 발행인 박명권
- 발행인 박명권
- 201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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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7년, 올 한 해 있었던 슬픈 일, 기쁜 일, 함께 나누고 싶은 기억과 소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각 분야 조경인들의 2017년에 대한 기념과 추억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사샤를 위로해 준 해외 한국정원, 정책적 로드맵 필요 신현돈(58)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이사 우연히 지난 12월 15일 ‘KBS스페셜-사샤의 아리랑’을 보게 됐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4세 사샤(24)의 시선으로 고려인 강제이주 역사 80년을 되돌아보며 고려인들의 비극적이었던 이민의 아픔을 되돌아 보는 다큐멘터리이다. 고려인 이주 80주년과 한국-우즈베키스탄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추석행사에는 한국전통 춤 공연과 문화행사가 개최됐고 고려인뿐 아니라 수많은 우즈베키스탄 젊은이들도 우리의 문화를 함께 했다. 이처럼 고려인들이 우즈베키스탄에 융화되기까지 80년간의 긴 역사가 있었다. 이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사샤가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퍼져있는 고려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생생한 슬픈 이민사를 듣는다. 이들을 위로하고 삶의 애환을 어루만져주는 타슈켄트 서울공원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해외에 대한민국의 문화와 한류를 전파하는 첨병인 것이다. 그런 아픈 기억과 또 다른 사샤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가 서려있는 아스타나에 ‘한국·카자흐스탄 우호의 정원’이 지난 9월에 조성됐다. 유라시아의 골드허브라고 불리는 아스타나는 대륙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유라시아 유목민들의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한 삶이 그대로 묻어 있고 우리의 선조께서 강제이주 당한 아픔의 땅이기도 하다. 아스타나 한국정원은 수도의 중심부인 아스타나공원 한 켠에 약 1.6ha 규모로 비교적 작게 조성됐으나 현지 이방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중해의 역사, 휴양도시 안탈리아에 조성된 한국정원도 단순한 정원의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한류를 창출하고 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대한민국의 문화와 한류를 지속적으로 보급·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 중에 하나가 해외 ‘한국정원 만들기’이며 정부는 이를 교훈 삼아 그동안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미진했던 해외 한국정원 정책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2017 IFLA 루미너리 상 수상을 축하 해 주신 많은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조경수 지급자재 부당성 알린 ‘범조경 서명운동’…“기득권 내려놓고 하나되자” 이흡(61)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 회장 2017년은 우리나라 조경의 발원지인 대구‧경북지역에 통합 조경기술인 단체인 ‘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가 설립된 지 3년이 되는 해였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과 공원녹지포럼, 현안사항에 대해 지혜를 모으기 위한 밤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바쁘게 달려온 것 같다. 특히 지난 3월에는 대구시 건설단체 간담회를 통해 조경수 지급자재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개선을 요청했고, 1190여 명이 참여한 범조경인 서명운동으로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다함께 걸어왔다. 앞으로도 대구‧경북시도회는 조경 가족 모두에게 필요하고 사랑받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다. 지금의 위기를 조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더 늦기 전에 조경 1세대들이 과감히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년에는 모두 하나가 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시민참여형 전환, 도 사업으로 발전 “뿌듯” 윤인필(53)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도시정원부장 친환경 학교급식 업무를 그간 5년 동안 맡아오다 올해 처음으로 정원 관련 부서로 이동했다. 부서 이동 첫 해인 올해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서려있는 안산시의 화랑유원지 일대에 정원을 조성하고, 정원박람회를 개최하는 일을 맡게 됐다. 정원박람회는 예년과 다른 새로운 방향전환을 시도했다. 주민이 직접 만들고 유지관리하는 시민참여형 박람회로의 전환이었다. 특히 단원고 앞 고잔동마을 구도심을 박람회장에 포함시켰다. 지역의 건강한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역재생사업으로까지 박람회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그 결과, 시민참여형 박람회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와 호응이 매우 좋았으며, 만족도도 높았다. 우리는 정원을 매개로 가꿈과 나눔, 배려의 실천을 통해 주민들에게 삶의 즐거움과 희망을 주고 마을의 건강한 지역공동체가 회복되길 간절히 원하고 바랐으며, 또한 그렇게 됐다. 이번 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경기도의 ‘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위한 사업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우리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풀과 나무들, 이들로 조성된 정원이야말로 우리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모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름 드높인 독립 첫 해, “2017년, 반가웠다” 안기수(41)A1 대표 “2017년을 보내며”라는 말보다 “반갑다 2017년”이라는 말이 맞을 거란 생각이 든다. 2017년은 오랜 회사생활을 접고 독립을 한 첫 해이기 때문에 한 해가 가는 것이 아쉽다기 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어느 정도 이룬 한 해! 지난 15년간 ‘조경’이란 녀석을 알기 위해 한눈팔지 않고 쉼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 드디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을 선택했다. 그런데 많은 조경공사와 접하면서 정원에 대한 생각이 점점 간절해졌다. 아마도 여러 작가들의 정원 시공을 도우면서 왠지 모를 매력에 빠졌던 것 같다. 특히 조경과 정원은 같지만 분명 다른 분야란 걸 알게 되면서 더욱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렇게 정원 분야에 발을 들이면서 나의 2017년은 시작됐다.한 해 소중한 성과들도 많이 남았다. 72시간 프로젝트를 처음 접해보고 시공을 지원하면서 많은 후배들을 만나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 수상까지 하게 됐다. 또한 김지환 씨와 서울정원박람회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작가’라는 호칭까지 얻게 됐으며, 여러 작가들과 교류도 많아졌다. 2015년 최영준 소장, 김지환 작가와 결성했던 팀동산바치가 2017년에 다시 한번 젊은건축가프로젝트(원심림)로 뭉치게 됐고 반응 또한 뜨거웠다. 국립수목원에서 개최한 생활정원 콘테스트,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과 참여정원 등을 시공하고 수상하면서 ‘에이원(A1)’을 널리 알리고 ‘안기수’라는 사람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한중합작학과개설 프로그램과 함께한 1년…다음세대 조경 “국제화” 사활 김수봉(57)계명대학교 공과대학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는 올해 3월 중국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허난성(河南城) 화베이쉐이리쉐이디엔대학(華北水利水電大學)과 ‘2+2 한중합작학과개설(中外合作办学)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이는 올해 국내대학으로는 유일하게 프로그램 운영학과로 선정된 것이다. 그래서 올해 화베이쉐이리쉐이디엔대학(華北水利水電大學) 환경디자인학과에 입학한 중국 대학의 학생들은 2019년 9월 3학년이 되면 계명대학교로 와서 2년을 보내고 공동학위를 받게 된다. 이것으로 계명대는 2019년부터 매년 수십 명의 중국유학생을 유치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합작학과개설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중국 고등교육기관과 외국의 저명한 고등교육 기관이 합작해 학과를 설립하는 것을 장려한다”는 것으로, 한국대학이 진출하기 전에 이미 미국, 호주,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라들이 중국대학과 합작해 추진해 온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지난 4월 화베이쉐이리쉐이디엔대학을 방문해 우리학과에서 운영 중인 학과목 중 14개 과목을 그 대학 환경디자인학과에 학기별로 조정하는 작업을 도와주고 돌아왔다. 아울러 9월에는 이 학과 첫 신입생 입학식에 참석해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11월에는 화베이쉐이리쉐이디엔대학 총장이 직접 우리 대학을 방문해 중국대학 학생 2학년을 위해 매년 여름 우리대학에서 제공하는 조경디자인캠프에 대한 ‘상호협정체결식’을 가졌다. 연 초부터 이런 대형 프로젝트가 생기면서 학과교수들을 약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요즘 같은 지방대학 위기의 시대에 우리에게 찾아든 ‘파랑새’였다. 우리나라의 조경학은 질이나 양으로 보아 이젠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배우고 축적한 조경교육과 실무 전반에 대한 콘텐츠를 중국을 포함한 이웃 아시아 국가들에게 제공해야 할 시기가 왔다. 지난 1년 ‘중외합자판학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특히 조경의 국제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다음세대 한국 조경의 사활은 ‘국제화’에 달려있다고 본다. 올해 나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를 매일 출퇴근 시간에 들었고, 그들의 세계화 전략에 감동했다. 조경의 국제화를 위해 내년에는 더 많은 ‘피땀눈물’이 필요할 것 같다.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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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지난 13일 “산자부, 적정 설계대가 마련 위해 ‘표준품셈’ 대정비” 기사를 쓴 이후 여러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조경설계단가도 근거가 생기는 것이냐?”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이냐?” “나는 뭘 하면 도움이 되는가?” 등등의 문의가 있었다. 좋은 소식이라고 반기는 포스팅도 몇몇 봤다. 젊은 조경인들 모임에서 이와 관련한 의견들이 오고 갔으며 한국조경학회 측에 소식을 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는 말도 들었다. 조경 관련 단체들은 설계단가와 관련해서 어떤 움직임이 있느냐는 문의도 적지 않았다. 현재까지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조경사회는 설계단가와 관련한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총연합도 마찬가지다.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는 설계업체들이 적정 단가로 계약한 사례들을 모아 평균을 내고 객관적인 최소한의 근거자료가 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안계동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에 따르면 협의회에서 설계단가를 높이기 위한 기준을 만들고자 몇 차례 시도했지만 협의회의 힘만으로 과업의 종류별, 면적별, 각각의 절차나 수행 단계에 따른 정확한 품셈기준을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에는 실비정액가산방식과 공사비요율에 의한 방식이 있는데, 관공서 일은 주로 공사비요율에 의한 방식을 적용한다. 공사비요율에 의한 방식은 공사비에 일정요율을 곱해 산출하는 방식이므로 규모가 작은 공사라면 그만큼 설계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규모가 작은 공사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표준품셈 관련 기사를 본 한 조경인이 SNS에 게재한 놀이터 조성 사례를 예로 들겠다. 포스팅에 따르면 놀이터 조성비가 3억 원일 경우 약 1200만 원의 설계비를 받는다. 설계기간은 4개월로 한 달에 300만 원 정도 수준이다. 여기에는 인건비 등의 직접비, 사무실 임대료, 전기세 등의 간접비가 포함된다. 자문이나 심의, 회의 등을 위한 부가적인 업무와 인쇄비도 이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1000원을 주고 매점 가서 빵하고 우유를 사서 100원을 남겨오라는 것과 다른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발주처 공무원에게만 있는 걸까? 발주를 담당하는 공무원도 단가기준이 없어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적정 설계비를 주고 싶어도 명확한 근거가 없어 문제라는 것이다. 모 지자체에서는 발주 담당 공무원이 이전에 비슷한 규모와 절차로 진행된 설계용역에 대해 단가 문제로 업체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알고 비용을 올려주었다가 감사에서 지적된 일도 있다. 한 설계업체 종사자는 “품에 대한 단가가 낮으면 일의 양을 늘리거나 품질을 낮춰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직원 급여는 갈수록 낮아지고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 학과 졸업 예정자들은 설계를 3D 업종으로 보고 취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경설계 분야를 이탈하는 경력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어떤 물건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설계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적정 단가를 받지 못해 설계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국민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며, 산업적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본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축사사무소의 근무환경과 복지를 해결해 달라는 청원과 설계용역 관련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적정 단가를 마련하는 것은 조경뿐만 아니라 설계를 업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분야 모두의 숙원이다. 설계단가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나서 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당사자가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돕지 않는다는 것. 조경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내부에만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사들은 최근 정부가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가 전문가인 약사회와 합리적인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는 데 공감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를 통해 배울 점은 침묵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만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옮겨야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적정 설계대가를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표준품셈 정비에 나섰다. 표준품셈 지정기관인 한국엔지니어링협회를 통해 기 제정된 25개 공종의 품셈을 먼저 개선하고, 그 외에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제정을 추진하게 된다. 우선순위는 시장 규모와 제정 요구 등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또는 분야에서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기준을 마련하고, 산자부와 표준품셈 지정기관에 제안하는 경우에도 단가기준이 보다 빨리 마련될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것은 없다.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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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올해도 서울정원박람회와 경기정원박람회 등굵직한 정원박람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정원의 대중적 확산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지자체마다 특색없는 박람회가 양산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공존하는 가운데, 어쨌든국내에도 정원박람회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이번 이슈트리에서는두 정원박람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 부문 수상자들에게 정원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또한 국내 정원박람회의문제점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도 들어봤다. 올해 가을 햇빛은 참 따가웠다. 작가들의 수상소감을통해 햇빛보다 더 뜨거웠던 열정의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 정원은 이성적 논리를 감성으로 풀어내는 작업…“정원박람회는 봄부터 추진해야” 이주은(48)팀펄리가든 대표 / 2017경기정원문화박람회 대상 나에게 정원이란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이며, 나를 위로해 주는 애완견 같은 존재이다. 주변 환경, 사이트 분석, 용도, 환경에 맞는 식물 선택 등 이성적·논리적 접근을 감성적으로 풀어 놓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정원을 가꾸거나 완성된 정원을 보면 내 자신이 치유되고 힐링되는 것을 느낀다. 이런 점이 이성적 접근이 강조된 조경과의 차이점이자 내가 조경이 아닌 정원 작업을 즐기는 이유일 것이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3·4·5회 연속 참가하면서, 매번 이번 박람회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 젊은 작가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도 많았고, 차분한 공간 구성으로 편안함을 주는 좋은 정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을 받게 된 것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대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더욱 멋진 정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껴지고, 또한 열심히 작품에 임하는 것이 대상을 주신 분들께 보답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조금은 부담감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게 될 듯하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가장 아쉽고 힘들었던 것은 가을에 열리는 행사이다 보니 교목이식이 어려웠던 점이다. 가을에 잎이 무성한 상태에서 교목을 옮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강 전정을 한 후 식재를 진행하지만, 많은 교목들이 운반 시 잎이 타기도 하고, 특히 뿌리돌림된 나무가 아닌 밭에서 직접 굴취한 경우엔 잎이 모두 말라 떨어지는 현상까지 생긴다. 박람회를 봄에 하거나, 아니면 이른 봄에 작품 공모 결과를 발표해 교목섭외가 봄부터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면 뿌리 돌림이나 전정 등으로 이식 준비가 된 교목을 이식할 수 있어서 보다 건강한 교목들로 정원을 만들 수 있으며, 교목 하자율도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원, 손바닥만한 부지에서의 배움…“박람회 추최측 디테일한 운영의 묘 필요” 윤호준(36)반도이앤씨 실장 / 2017서울정원박람회 금상 감사하게도 올해 서울정원박람회와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두 행사 모두에서 작가정원 부문에 참여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사실 나에게 정원은 몇 마디 문자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단어다. 정원이 들어서는 대지와 이용하는 사람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비로소 정원의 형태와 소재를 하나씩 선정하게 된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상상으로 담은 풍경과 이용자의 행태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정원박람회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손바닥만큼 작은 부지도 관심을 갖고 세세히 들여다볼수록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것을 여실히 배우는 기회가 됐다. 다만 박람회에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정원 조성비, 자재 수급, 장비 사용 등 세 가지는 개선됐으면 한다. 이런 몇 가지만 개선해도 행사와 조성되는 정원의 수준이 훨씬 나아질 것이란 생각이다. 작가정원의 ‘작가’ 기준이 몇 년간의 실무 경력을 가진 경력직이라면, 박람회 개최를 위해 정원을 조성하는 예산이 사실상 재능기부 수준이다. 주어진 예산을 오롯이 작품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등수에 상관없이 일정 부분의 비용을 별도로 지급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 조성 시 사용하는 소재는 작가별로 다양하겠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이 사용하는 기초자재(골재, 모래, 시멘트, 상토용 흙 등)는 주최측에서 전체적으로 집계해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개별적으로 구매할 경우 단가도 높아지고 운반비와 지게차비도 추가적으로 발생해 조성비용을 재료비로 온전히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정원공사 특성상 장비사용 횟수는 많지만 물량이나 시간은 적어 개인적으로 장비사용 시 불필요한 경비가 많이 지출되며, 시중거래가보다 매우 높은 가격에 이용하는 작가들이 다수 발생한다. 주최측에서 계약한 업체가 있거나 작가별로 장비사용을 공유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해준다면 예산을 매우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정원박람회의 경우는 정원 조성 시 집행 가능한 항목이 비현실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실질적으로 작가가 모든 작업을 주도하는 경우 발생하는 인건비나 식비, 경비, 교통비, 기타 공과잡비 등을 집행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부분들이 이번에 정원박람회에 참여하며 아쉬웠던 점이다. 내가 바라는 정원은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담기보다는 잠시 머무르며 소소한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앞으로 내가 하는 작업들의 근간이 될 것이다. 안전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신경 써 준 관계자들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부족한 정원설계에 대한 갈증을 푸는 계기…“도심 속 더 많은 정원 기대” 조윤철(51)PH6 DESIGN LAB 대표 / 2017서울정원박람회 은상 조경설계를 해오면서 정원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설계비가 따로 책정돼 있지 않으니 시공을 직접 해야 하거나 아니면 시공업체의 뻔한 공사비에서 설계비를 보상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울 정원박람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점점 멀어지는 정원설계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시공과정은 예상외로 힘들었지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즐긴다면 이것이 정원 일의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시 기간 동안 작가로서 자신이 만든 정원 안에서 관람자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경험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정원박람회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정원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도시 곳곳에서 많은 정원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작가정원 조성에 주어진 크기만큼의 공간(60㎡)은 도심지 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쉼터라 불리기도 하고 휴게소라 불리기도 하고, 공개공지 또는 소공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런 공간들이 대부분 벤치와 퍼걸라, 그리고 회양목, 철쭉,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느낌 없는 곳이 된다. 이런 공간들이 정원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도심 속에서 다양한 정원들을 보다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정원과 나, 새로움을 발견해 주는 관계…“정원박람회, 과감한 차별성 가지길” 김지영(37)Design Ciel 대표 / 2017경기정원문화박람회 최우수상 정원은 나를 변화시키는 공간이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공간이고, 또한 나는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무릎을 꿇게 하고 몸을 숙이게 한다. 자연의 강인함과 겸손을 배우는 사색의 공간이다. 그래서 정원의 일은 고되지만 나도 모를 에너지가 솟는다.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게 해준다. 올해 ‘The beauty of Empty’란 작품은 나에게 큰 의미를 준다. 쉼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고 여백의 미라는 컨셉처럼 모든 과정에서 공간과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이런 비움마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제나 조바심내고 바빴는데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부를 수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또한 이 정원을 보고 “정말 편안하다”고 해주시는 말 한마디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지만 함께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다. 우리나라도 정원박람회가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이를 통해 대중과 정원이 소통하는 장이 마련되는 점은 매우 반갑다. 다만 여러 정원박람회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원을 만드는 사람들이 해외 박람회에 출전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보면, 해외 박람회들은 철저하게 상업적이거나 아니면 작품의 창의력이나 컨셉만으로 승부를 보는 등 분명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반면 국내 정원박람회는 여러 박람회의 좋은 점을 모두 담으려다가 모든 방면에서 ‘중간’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외의 정원디자이너들도 한국정원박람회에 출전하고 싶을 만큼 우리 정원박람회만의 매력과 특성을 담을 수 있는 대담함을 가졌으면 한다. 박람회에서 정원이 어떻게 보여지고 이용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면 “정원의 컨셉이나 구성을 떠나서 눈과 발이 가는대로 즐기고 다만 잠시의 머무름에서 여유로움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원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얼마되지 않아 다시 찾아간 정원에 작은 소품이 없어진 것을 보았다. 빈 공간을 소박하게 채우던 풍경이었는데, ‘그 풍경 소리를 혼자 들으면 아름다울까?’라는 생각과 모든 행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 싶지만 함께 즐기는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크게 들었다. 정원은 삶 가까운 곳에 있는 생명의 공간…“모두 똑같은 정원박람회, 신선함 떨어져” 정은주(27) 제이제이가든스튜디오 대표2017서울정원박람회 대상, 2017경기정원문화박람회 우수상 나에게 정원이란 삶의 가장 가까이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심미적 가치를 충족하는 동시에 자신의 가치관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자연을 통해 표현되는 공간이다. 이는 책으로 비유하면 ‘종이’ 대신 ‘땅’에, ‘펜’ 대신 ‘식물’을 통해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이다. 이번 서울정원박람회에 조성한 ‘너를 담다’에는 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필요한 포용과 이해를 표현했으며, 경기정원박람회에 조성한 ‘연정’에는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자는 작가적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 정원은 작가 본인이 계획부터 시공까지 구현해내는 것이 가능하고, 생명력 있는 식물을 통해 조성하기 때문에 배치 및 구도,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며,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일에 임하고 있다. 국내 정원박람회가 정원문화 확산에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각각의 박람회 성격이 차별적이지 않아 점차 새로움이 감소하고 있다는 평이 많아지고 있다. 구조적인 형태나 새로운 소재 선정, 식재 등에서 박람회마다의 특색이 정해진다면 보다 다양한 정원박람회가 선을 보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마다의 관심 분야에 따라 선택적인 참여를 통해 전문성도 제고될 것이라 본다. “정원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에 과분한 상을 받았다. 주변의 도움이 많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다. 박람회에 참여하신 작가님들 및 정원박람회 관계자분들과 정원이 완공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정원은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는 곳…“메시지 사라진 작가정원? 작가 연계한 사후 관리 필요” 정성훈(29)제이제이가든스튜디오 대표 / 2017서울정원박람회 대상, 2017경기정원문화박람회 우수상 정원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통해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작가정원은 정원을 디자인하는 작가만의 색깔에 따라 정원의 개념과 테마, 형태, 구조, 소재 등에 있어서 독자적인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작가적 메시지와 정원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존치를 원칙으로 하는 정원박람회는 박람회 이후 관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유지관리에서 정원을 조성한 작가들의 역할은 미비하다. 작가의 의도와 다른 보식 및 관리는 작가와 정원을 이용하는 시민,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관계자 모두에게 손해라는 생각이다. 존치 정원이 작가의 처음 의도대로 유지돼 작가적 메시지가 살아 있는 정원으로서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도록 작가와 연계한 유지관리 체계가 확립됐으면 한다. 서울정원박람회 ‘너를 담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연정’ 이 두 작품을 조성하기 위해 시공 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일정 조정 등 준비를 했지만, 약 한 달여 동안 공원에 존치되는 정원을 조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정원이 조성되도록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시공 중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을 함께 풀어간 정원박람회 관계자분들과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햇빛에 그을리고, 한밤중 폭우를 견디며 정원을 조성한 모든 작가님들에게 고생하셨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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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하나 함부로 옮기지 말라.” 이것은 양산보의 유지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후손에게만 비기처럼 전해지는 바가 아닌 우리 모두를 향한 유지이기도 하다. 소쇄원이 다시 한 번 몸살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원과 정원문화가 무지막지 앞에 다시 한 번 위기에 처했다. 혼란한 세월과 시대 상황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지만 소쇄원에서 일어난 일들은 우리 문화의 또 다른 축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더욱이 작금의 사태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선의라 이해하며 무능과 무관심, 무책임에 멀리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가만히 있을 수 없게 한다. 그 중 돌아가신 소쇄원의 소나무는 여전히 가슴 아프다. 소쇄원의 나무 소쇄원에는 굵은 소나무 한 그루가 위태롭지만 굳건하게 물길 옆을 지키고 있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는 수세를 조절하며 한 정원의 아름다움을 정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언제 들러도 푸른 소나무는 소쇄원의 중심처럼 늘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소나무는 죽어 있었다. 사연은 이랬다. 지자체에서 수세가 약한 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관련 전문가의 자문도 받고 좋다는 영양제도 썼다고 한다. 그 사이 문제없이 잘 살릴 수 있다는 확신과 장담이 오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나무는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 확신과 장담에 어떤 책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태 이후 소쇄원의 후손도 돌아가시고야 말았다. 나무는 상품이 아니라 그 놓인 자리의 특성을 얕은 지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수백 년간 그렇게 살아온 그 만의 특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그 형태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 아니었나 한다. 다행히 소나무는 아직 그 자리에 서 있다. 생명은 다했는지 모르나 사람이 벌인 사태의 증거로서 이야기 하나를 흔적으로 남긴 채. 나무야 생명이라 가꾸고 돌보며 정성을 들인다고 해도 그 나고 스러짐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오만과 자만이 불러온 사태였다는 점에서 그것은 인재라 할 만하다. 그 후 무엇이 달라졌던가? 소쇄원의 돌 작금의 사태는 그런 인재가 소쇄원의 돌에 그대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돌로 만들어진 단은 지형을 활용하는 적절한 방안과 기술을 보여준다. 소쇄원의 그것은 그 중에서도 복잡한 지형을 활용한 조상들의 지혜를 섬세하게 증언해준다. 살펴보면 볼수록 돌이 단순히 재료의 하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돌에도 직접적으로 생명이 있다고야 할 수 없겠지만,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된 돌은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기대가 담겨 생명처럼 작용한다. 그 돌들은 나무처럼 약동하며 사실적으로 눈앞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흔적으로 남아 현상적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나무보다 긴 세월을 그렇게 돌은 생명처럼 살아간다. 그 돌에 쌓인 세월의 흔적은 나무처럼 가꾸고 돌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나무에게 포클레인과 시멘트로 강력하고 무지막지하게 수선을 가하지 않듯, 세월이 쌓인 생명 같은 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때 필요한 것은 나무에게도 그러하듯 장인들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기관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이와 관련한 상세한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고 필요시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한다. 그러나 2017년 소쇄원의 돌에는 중장비와 시멘트, 나아가 돌단과 돌담의 아름다움에 대한 몰이해가 가해졌다. 그것은 눈에 드러난 그뿐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사모습을 가리고 있는 가림막의 무지막지함도 가슴 아프지만 그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쇠로 긁어내어 방치되었을 돌들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 아프다. 소나무를 죽인 그것이 또 돌을 죽이는구나 싶다. 더는 참을 수 없겠구나 싶다. 우리들의 소쇄원을 위하여 이미 소쇄원은 우리 모두의 것이 되었다. 그것도 현대적으로 의미가 큰 중요한 문화재이자 정신문화 요소 중 하나다. 옛 정신을 유지한 채 만인에게 열린 역사적 유물로 지금처럼 맘 편하게 체험이든 관광이든 힐링이든 맘먹은 대로 유경(遊景)할 수 있는 정원은 많지 않다. 소쇄원은 정신부터 기술까지 대표적이다. 아끼고 보살피는 이유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늦지 않았을 때가 많다. 지금도 그러하다.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전반적인 재검토 후 재보수하는 것은 잘 한 일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형태만 좇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녹아 있는 정신과 전통 구법부터 차근차근 다시 짚어야 한다. 특히 소쇄원은 그렇게 해야 한다. 보존(conservation)이 현대적 활용을 전제한 보호의 방법이라고 할 때 문화유산이 본래의 모습을 변화 없이 그대로 간직하는 것도 옳지 않다. 이때 보존을 이끄는 본질적 방식은 문화재에 담긴 정신과 구법, 그리고 그에 따르는 재료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쇄원은 그렇게 했어야 한다. 때로는 문화유산에 담긴 본래의 정신과 구법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형태는 자연히 되살아난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의 형상적 기억으로 남아 있는 소쇄원을 어떤 식으로든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돌아가신 소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볼 때, 이 소나무만은 어떤 형식으로든 계속 남겨두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의 보존처리를 하고 사연을 읽을 수 있게 한다면 문화유산이 박재가 아닌 현재유산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보존이란 그렇게 형식도 중요하지만 내용에도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간의 폭거에도 최대한 회복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 일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소쇄원은 아직 복원되지 않은 부분이 공터로 남아 있기도 하지만 기존 공사과정에서 수세에 영향을 받은 나이 많으신 수목들도 있다. 현재의 문제를 정확하게 살피면서 소쇄원의 원형을 찾아갈 장기적인 방안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돌과 나무는 그저 재료가 아니다. 거기를 지켜온 주인이자 사건이다. 제 위상을 찾는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다행히 수많은 기록들이 있다.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간의 시행착오를 충분히 되돌아봐야 한다. 문제의 발단을 명확하게 살피고 반복되고 있는 이러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를 지원하고 보조해야 할 법령이나 정부의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사업의 추진이 어떠했는지 제일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이다. 또한 그간 지자체가 보여준 보도자료를 통해 볼 때 국가적 문화재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책임은 지역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국가 전체, 역사와 문화 전체의 차원이어야 함을 주지해야 한다. 그러할 때 비로소 소쇄원과 관련된 모든 주인공들이 그 전통적 가치에서 현대적인 보존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제야 기초가 준비된 정도일 것이며, 그런 토대 위에 현대적 활용이 모색되어야 전통정원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소쇄원은 언제나 변화하는 현대에 존재하며 지금까지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데 일어난 일들을 되짚어보고 언제나 현대일 소쇄원에 변하지 않는 정신과 가치를 중심으로 관련자 모두의 반성과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분명한 사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은 먼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돌 하나 함부로 옮기지 말라”는 유지를 언제나 전통인 현재의 우리 모두가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안명준 조경평론가[email protected]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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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 마을마당은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7-3에 자리 잡고 있다.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 바로 맞은편에 있는 면적 419.4㎡의 작은 공원이다. 지목은 ‘대’로 도시계획시설 공원은 아니며, 행정용어로는 공공녹지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7년에 서울시가 조성했다. 당시 10개의 마을마당이 서울시 전역에 만들어졌는데 ‘마을마당 조성 기본 및 실시설계’란 이름의 보고서가 아직 남아 있다. 도시 소공원 네트워크의 효시로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었고 그중에서도 통의동 마을마당이 대표 격이었다. 청와대에서 가깝다는 위치적 특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위치적 특성이 결국 문제가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인 2010년 청와대는 이곳에 경호시설을 지으려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공사모’(공원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가 결성되었고 수차에 걸친 민원 및 간담회, 기자회견을 거친 후에 청와대는 경찰청을 통해 이 계획이 철회되었음을 알렸다. 이것을 ‘제1차 공원대란’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유권이 서울시에서 청와대로 이전되어 향후의 불씨를 남겼다. 6년이 흐른 2016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가 인근에 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대토’의 형식으로 이 공원을 그 소유주인 민간인에게 넘길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공사모’가 다시 모여 이를 저지하려 했으나 결국 2016년 12월 9일 소유권이 이전되고 말았다. 공사모는 민원과 서명운동, 현수막, 언론 등 다각도의 노력을 계속했고 2017년 5월 16일 서울시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통의동 마을마당을 재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6월 11일 박원순 시장이 통의동 마을마당을 방문하여 시민들에게 재매입할 뿐 아니라 도시계획시설 공원으로 지정할 것을 약속했다. 현재 서울시는 예산 확보 중이며 행정 절차상 매입은 다음 회계 연도인 2018년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의 과정은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되어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다. 통의동 마을마당을 지키려는 노력의 하나는 공원의 관리를 인근 지역 시민들이 자치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눈이 오면 시민들이 돌아가며 눈을 치웠고 쓰레기를 주워 자치구 봉투에 담는 것도 시민들의 몫이었다. 소유권 이전 이후 차단된 조명도 자치구에 민원을 넣어 다시 작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벤치와 별도로 이동식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햇빛과 그늘을 선택할 수도 있고 위치와 배열 등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도난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일단 시민사회를 믿어 보기로 했다. 공사모 내부에서 자원을 확보, 2017년 7월 4일 야외용 의자 4개를 공원에 비치했다. 그 이후의 과정은 앞으로의 공원 설계나 운영에 참고할 만하다. 4개의 의자는 끊임없이 공원 전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단 하루도 같은 위치에 놓여 있던 적이 없다. 때로는 둥글게 모여 있기도 하고, 공원 구석에 가 있기도 한다. 가히 ‘의자의 여행’이라 할 만하다. 고정형 벤치만으로는 불가능한 공원 이용의 새로운 행태가 시작된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비치되어 있는 4개의 의자가 저렴한 제품인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왕이면 공공이 최고급 의자를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향후 통의동 마을마당의 재매입이 이루어지고 도시계획시설 공원 지정 등 행정절차가 완료되고 나면 다시 기금을 조성, 디자인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야외용 의자인 놀(Knoll)사 제품인 해리 베르토이아(Harry Bertoia)의 와이어 매쉬 의자 4개를 비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계획을 접한 놀사 유럽 스튜디오의 부사장인 안드레아 쟈케티(Andrea Giachetti)씨는 그 경우 놀의 이름으로 2개를 추가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공공에게 최고를 제공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통의동 마을마당이 그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황두진[email protected]
-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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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전문지 기자가 무슨 기자 정신이야. 업계 홍보나 하고 행사 소식이나 전할 것이지’라고 말만 안했을 뿐이다. ‘그게 조경설계야 그림이야. 건축가가 하면 더 잘하겠는데’라고 말만 안했을 뿐이다. 서로 가벼운 악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탈권위적인 플레이스가 조경 분야에는 너무 없었다. 조경 뉴스의 새로운 바람을 만들겠다며 ‘e-환경과조경’의 문을 연 지 1년 남짓, 생각보다 우리에게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조경매체 사이트 중에서 주간 방문자 순위 정상에 올랐고, 뉴스의 파급력을 실감할 정도로 직접적인 피드백도 많아졌다. 일간이라는 이름답게 좀 더 빠른 뉴스를 실현했으며, 부족하지만 보도 영역을 많이 확대했다. 어디까지나 우리끼리의 평가다. 정상에 서다,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모두 자체 평가는 아니다. 사이트 순위를 제공하는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주 e-환경과조경의 순위(9월 17일 기준)는 기타전문지 카테고리에서 173개 등록사이트 중 18위, 전체 사이트 순위 3518위다. 조경매체만 놓고 보면, 지난 7월에 1위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3째 주부터 1위를 내주고 지난 주에 다시 1위에 입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차피 조경 독자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동종매체간 엎치락뒤치락하는 주간 순위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마땅한 콘텐츠 없이 ‘뉴스’ 하나로 정상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이 기분 나쁠 리 없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졌다, 중요하다 방문자 수는 최근까지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이번 달에도 월 최고 방문자 기록을 무난히 갈아 치울 태세다. 이렇게 뉴스를 보는 눈이 많아져서인지 기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아졌다. “너네는 잘 안 될거야”라며 취중진담하던 한 소장님과는 페이스북 친구 관계를 조용히 끊었고, “기사 제목이 이게 모냐”며 나름 전문가 프라이드에 흠집을 냈던 그 분에 대해서는 뒷담화를 좀 하고 다녔다. “설계는 설계가에게 기사 제목은 기자에게!” 하지만 칭찬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반응들 모두가 우리에겐 소중하다. 이런 질책과 응원은 사무실에 갇혀 생산되는 기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현장 속에서 ‘소통’하고자 했던 우리 노력의 댓가라 믿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뉴스, 보고 싶지 않은 뉴스는 사람마다 다르다 뉴스의 파급이 커지자 ‘보고 싶지 않은 뉴스'에 대한주제도 깊은 고민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뉴스와 싫어하는 뉴스가 다르기 때문에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특히 ‘비판과 감시’를 부정하는 것이라면고민거리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뉴스의 본질적인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고, 기자에게는존재의 이유를 부정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모든 주제를 기사에 다루고자 했고, 앞으로도그럴 작정이다. 그래서인지 ‘불편한 주제’를 내밀며 눈감지 말라는 취재 의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가끔 고통이지만 확실히 중요한 성과이다. 나는 ‘소통의 플레이스가 조경에는 너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플레이스들이 아주 많았구나’라는 걸 깨닫는다. 이 산에 올라보니 다른 산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를 꿈꾸며, 기분 좋은 성과와 중요한 성과를 뒤섞은 글로 기자들을 대표해 지난 일 년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드린다.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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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文정부가 5년간 50조 원 투입을 공약했던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건축, 도시, 공공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도시재생을 주제로 여러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도시재생 활동가들은 여러 단체를 모아 연합체를 구성했고, 지자체는 정부 공모 사업에 대비해 대부분 전략계획 짜기를 마쳤다. 그에 비해 조경 분야는 별로 움직임이 없는 편이다. 환경과조경 뉴스에서 연일 도시재생 기사를 다루고 있지만 조경과의 관련성에 실감이 안난다는 반응이 많다. 이에 대해도시재생 전문가들은 “조경가들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한다. “도시재생 분야에서 애초에 조경의 역할로 정해진 것은 없더라도 조경가들이 찾아서 할 일은 많다”는 의미다. 8명의 전문가들로부터 도시재생에서 조경가의 역할이 무엇인지의견을 들었다. 모든 의견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결국 “답은 현장에서 찾으라”는 말이었다. 도시재생 뉴딜은 융복합적 처방 “다양한 전문가들과 결합하라” 이재준(54)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출발했다. 매년 10조씩 5년간 총 50조의 재정이 투자되는 현정부 가장 큰 규모의 정책사업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 대응해 다양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정책사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참에 쇠퇴되고 노후화된 주거지를 정비하고 청년과 신혼부부, 저소득층에게 공급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등도 공급해야 하겠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미세먼지, 녹색교통, 스마트시티 등과 같은 다양한 도시문제를 융복합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시재생 뉴딜은 어느 특정 분야에 의해 독점이 이루어질 수 없다. 사회적 경제에서 협동조합, 도시계획에서 건축, 조경에서 환경, 문화예술가에서 사회복지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특히 조경가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전통적인 재생방식인 공원, 녹지, 주차장, 도로의 공급방식에서, 더 나아가 기후변화, 탄소저감, 녹색교통, 생활편익시설에서 질 좋은 생활공간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제안해야 한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 단순히 집행실적을 따지는 정부체감형에서 벗어나 국민 일상생활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국민체감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와 아이디어를 갖춘 조경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결합하고 다양한 전문가들과 결합해야 한다. 현장에서 시민들과 활동가들과 결합해 쇠퇴지역의 도시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처방해 나아가야 한다. “조경의 역할 없을 수 있어…현장에서 함께 실험하며 가능성 만들어야” 김연금(47)조경작업소 울 대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전환기에 있는 사업으로 보인다. 하늘 위를 달리던 ‘개발’이라는 비행기가 땅으로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한 과정. 착륙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했고 내려야 한다. 그리고 다른 교통수단에 옮겨 타고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갈 길을 가기 시작해야 한다. 최근 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의 역할은?”이라는 질문은 “이대로 착륙할 수는 없는 거 아니야”라는 아쉬움. 기꺼이 내리고 어떤 다른 것에 올라타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다음의 탈 것은 이전의 것만큼 크지도 넉넉하지도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조경’이라는 큰 이름으로 함께 타기 어려울 수 있다. 세분화와 집중이 필요하다. “조경은 지구환경을 위해서 필요한 분야잖아요?”라고 주장하는 대신 조경의 어떤 분야가, 어떤 내용이, 그리고 어떻게 지구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planner가 아닌 player가 필요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말’로 이루어진 plan을 믿지 않았고, 현장에서 ‘함께’ 실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기를 원했다. “조경가의 역할을 도시 공간으로 확대해야” 안상욱(58)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새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이 전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조경가로서 도시재생 업무를 오래 해 온 필자로서는 조경가들도 도시재생에 대해 눈여겨보게 된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2001년 주거복지연대의 창립과 2005년의 살고싶은도시만들기, 2009년의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이라는 정책공모사업을 기획하고 공모와 평가 그리고 운영관리를 도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주체로서의 조경가 역할을 강조하고자 한다. 하나, 조경가의 몫을 도시라는 보다 큰 공간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공원과 녹지와 하천이 도시계획시설(공간시설 등)로 관리되는 등 제도적으로 이미 조경가의 영역이 도시를 다루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에 걸맞는 다양한 도시관리의 역할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두울, 자연환경과 경관뿐만 아니라 인구와 사회의 변화를 잘 살피고, 우리 도시의 미래 모습을 살펴야 한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 그리고 국민소득 감소가 우리 도시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특히 지방 중소도시의 쇠퇴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조경가들 개개인이 삶터와 일터로 삼고 있는 도시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현재 조경의 방법론을 과연 어떻게 바꿔가야 할 것인지를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세엣, 조경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해당 도시에서 해법을 찾고 제 구실을 하도록 힘써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의 자문위원이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나 또는 주민조직에 참여해 조경가로서의 전문성을 도시재생에 조금씩이라도 녹여가야 한다. 마을만들기와 공동체, 사회적경제, 주거복지 또한 조경과 그리 멀리 있지 않은 삶의 영역이다. 주민과 시민이라는 삶의 주체로서의 활동이 곧 도시재생의 바탕이 될 것이다. 지역에서 움직이는 조경가들의 작은 물방울이 모여 도시재생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민들이 조경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생태계 만들자 위재송(48)도시건축 소도 도시디자인본부, 부설 경관과도시 연구소 소장 “따라하지 말자, 도시재생이라는 근본에서부터 의문을 던지기 시작하자, 우린 이미 20년 전부터 도시재생을 해봤으니까...” 아마도 조경분야에서 진정한 도시재생의 시작은 담장허물기사업이 아니었나 싶다. 1996년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담장허물기사업으로 2012년까지 16년 동안 허문 담장의 길이는 대구에서만 2만8037m, 조경면적도 35만5112㎡에 이른다. 관공서 120곳, 학교 49곳, 주택과 아파트 322곳, 상업시설 69곳, 공공의료시설 24곳, 보육및 종교시설 103곳 등 모두 709곳이 참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를 통해 녹지공간 및 시민휴식 공간을 확보하고 이웃과의 소통 강화로 열린행정을 구현한, 민관협력 시민운동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지금의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의 활성화, 즉 침체되고 낙후된 지역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라는 근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지금의 도지재생이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기존 사업들을 여기저기서 끌어다 나열한 조합’, ‘관에서 시작해서 관으로 끝나는’ 등 아직까지 그 실체가 없다고 얘기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그간의 도시재생사업들을 보면 문화, 예술이라는 외부요인으로 잠시 활성화의 환영을 보여준 후 사라져버린다든지, 상업, 상권이라는 외부 용병이 와서 지역에 불을 지피지만 떠나고 나면 그냥 불이 꺼지는 등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들이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담장허물기사업은 조경가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유사한 도시재생 사업의 예를 든 것이다. 하지만 조경가들이 기존의 도시재생 사업을 답습하면 시행착오와 한계도 답습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조경가들은 도시재생이 추구하는 제대로 된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첫 번째로 조경의 외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조경산업과 어떻게 결부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다음 두 번째로는 기존의 조경산업은 특정 조경종사자들만의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조경산업의 생태계에 지역민들의 참여가 가능한지, 지역민들의 생활 속으로 조경산업이 스며들 수 있는 장치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역민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조경산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뜻이다. 빈 공터가 어느 날 텃밭이 돼 있는 그런 모습들처럼, 지역민들이 조경산업의 생산자가 되기도, 관리자가 되기도, 소비자가 되기도, 다양한 중계자가 되기도 하는, 그런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 교육과 소통도 빠져서는 안 된다. 도시재생은 길게 호흡해야 하고,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야 하는 조심스럽고 지난한 과정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0년 아니 15년,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전문가 턱없이 부족, 주민 자부심 높이는 조경가 역할 필요해 유나경(47)PMA 엔지니어링 도시환경연구소 소장 물리적 환경정비 위주의 전면 재개발, 뉴타운의 대안으로 시도돼 온 도시재생은 이미 많은 자치단체에서 마을과 지역 단위의 환경을 개선하고,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시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때문에 이미 도시재생 뉴딜은 금번 정부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도시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피할 수 없는 대안이 됐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의 입장에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함께 해당 지역 내 숨어있는 자산(공간과 사람, 이야기를 모두 포함한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공유하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다. 실제 추진되어 온 도시재생 관련계획과 사업과정에서는 주민의 입장에서 공동으로 참여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기본으로 해왔다. 대부분 수요자인 비전문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적당한” 환경 개선과 빠른 “무난한” 범위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다보니, 도시재생의 결과가 특색 없는 지역을 양산하고, 계획과정에 참여하는 주민의 피로도만 높이는 게 아니었나라는 비판도 있어왔다. 현장에서 본 도시재생은 이를 통해 환경이 개선되고 공동체를 만들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마을이 주민이 경쟁력을 갖추고, 부가가치(주민의 자부심)가 높아졌느냐가 더 중요하다. 때문에 계획과정에서 비전문가인 주민(때로는 공공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에게 “창의적인 디자인”과 지역에 맞는 “맞춤형 처방”을 신속하게 제안하고, 지역의 문제를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실현가능한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점점 확대돼가고 있는 도시재생 시장에는 여전히 이러한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조경, 도시설계, 건축 등 도시와 공간을 다루는 전문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 아닐까? ‘물리적 환경’ 집중하는 관성 벗고 ‘사람’을 보자 권윤구(35) 한국농수산대학 산림조경학과 조경전공 교수 요즘 어디서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단어 ‘도시재생 뉴딜’, 매년 10조 원, 5년간 50조 원의 공적재원이 투입되는 유래 없는 큰 사업에 우리는 집중하고 있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도시재생 관련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지만 여전히 탁상공론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 성공의 핵심은 ‘사람’일 것이다. 지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과 도시재생 사업을 이끌어가는 ‘활동가들’이 그 중심에 있다. 그래서 ‘도시재생 뉴딜’로 인해 국가적 지원이 커지면 이들에 대한 처우가 나아지는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실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는 갑자기 떨어진 감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현장에서 진행돼 온 일이다. 그런데 조경가들은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에 조경분야 입장에서 크게 세 가지 지점을 짚어보려 한다. 첫째, 도시재생 뉴딜 정책의 방향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중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매년 100여 개의 노후마을을 지정해 아파트 수준의 공공시설을 갖춘 열린 공동체로 만드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둘째, 도시재생 성공의 열쇠는 사람에 있다. 전통적으로 조경 분야는 환경계획을 위한 자연환경 분석에 강했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대상은 도시와 외딴 자연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부 사회를 계획하는 것이다. 그동안 관성적으로 대상지 내부의 물리적 환경에 집중하던 현황분석에서 벗어나 공간의 변화에 따른 인접 지역의 사회행태적 변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모든 분야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도시재생은 거대한 예산을 들여서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과 사회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진정한 도시재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진행됐던 도시재생 프로젝트와는 다른 ‘적정한’ 용역기간과 용역비의 산정이 필요하다. 국민의 촛불에 의해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났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이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통해서 “나라를 나라답게, 도시를 도시답게.” 그리고 그런 도시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도시재생에선 주민이 주인, 전문가도 주민들이 선택하는 것 정수진(46)수원시정연구원 도시디자인센터 센터장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도시재생이란 특별한 분야가 아니라 현장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우리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Project)’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처음으로 주민워크숍과 컨설팅을 시작할 때, “도시재생이나 마을 만들기 전문가가 아닌데…”라고 했더니 지역 활동가와 주민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전문가는 알아서 고른다며 웃어주셨다. 지금도 그 말에 새로운 주민을 만나러 가는 힘을 얻고 있다. 현장에는 조경이나 건축, 토목과 같은 전문분야의 전문가도 필요하고, 주민과 주민 사이를 연결하는 활동가들도 필요하고, 예술가와 학교선생, 목수 등 정말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만일 도시가 태어나고, 죽고,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라면 도시에 생명을 불어 넣는 조경은 도시재생에 매우 적합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도시재생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주민이라는 점이 다른 사업과 가장 큰 차이라는 것만 이해한다면 많은 조경가들이 도시재생사업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각 넘어 인문적 풍경에 관심…현장을 바탕에 둔 조경가 요구돼 오민근(50)익산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 / 創硏 CR&C 대표 / 전 순천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 서양을 차치하더라도, 일본은 2002년에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우리나라는 2014년에 도시재생사업을 실시하고, 올해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도시재생 뉴딜’이 국정과제가 될 정도로 관심이 높은 분야가 됐다. 아직 학문적 영역이 아닌 도시재생은, ‘사업’으로서의 틀도 갖추지 못한 채 도시 재개발을 비롯한 인접 개발관련 사업 형태들을 일견 섞은 듯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시’라는 말 때문에 도시공학이나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만 도시재생을 해야 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 또한 도시재생에 대한 좁은 식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도시를 재생하는 데에는 특정 분야가 정해진 것이 아닌, 해당 지역에서의 도시재생 추진시 필요한 분야와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도시재생 활동가 분야는 기존의 ‘마을만들기 활동가’들로 대개 대체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태이기도 하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주민들과 함께 시작하고 끝을 맺어야 하는 성격의 도시재생에는 ‘조경’을 통해 주민들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방법을 구사할 줄 아는 조경인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경이 꼭 자연적인 소재를 가지고 정원이나 공원을 조성하는 등 시각적인 것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주민들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서로 공감하게 하고, 함께 뜻을 모아 도시재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인간적이고 인문적인 풍경을 형성하는 것도 인간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할뿐더러 도시재생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예술(the art of city making)’이라는 찰스랜드리어 책이름 말고도, ‘할 수 있는 자는 실천하고, 할 수 없는 자는 가르친다’고 한 영국의 사상가 ‘버나드 쇼’의 명언처럼, 도시와 지역을 되살리는 데에는 ‘현장’을 바탕에 두고 자신이 배운 ‘조경’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 조경인이 더욱 요구된다.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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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범 논설위원(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도시와삶 이사장) 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시재생이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부터 매년 10조 원씩 향후 5년 동안 50조 원이 도시재생사업의 이름으로 전국에 뿌려질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때 올인 한 4대강사업에 투입된 돈이 22조원대인 걸 생각하면 예산규모로만 봐도 현 정부의 도시재생에 대한 의지가 어떤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매년 구도심 및 노후주거지를 100곳씩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도시재생으로 연간 3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5만 가구의 낡은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개조하겠다는 것이 이 거대한 청사진의 핵심내용이다. 기존의 도시재생과 구별되는 점은 일자리 창출의 강조로 보인다. 무엇을 위한 뉴딜일까? 현 정부의 도시재생의 뉴딜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거래로 볼 수 있을까? 연간 창출될 39만 개의 일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설단계 일자리 19만 명, 각 공간 및 시설의 운영단계 일자리 17만 명 그리고 마을계획가 및 사업지원 서비스 등 부가적인 일자리 2만70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일자리는 정규직일까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최대 목표 중 하나인데 도시재생의 마을단위 공동체사업이나 노후주거지 재생사업은 규모나 내용으로 볼 때 양질의 전문화된 노동력으로 지속가능한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다른 축면에서 일자리 문제를 들여다보자. 국토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100개소의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3:7의 룰이 도입되었다. 전체 대상지의 70%, 즉 70여 개소는 광역지자체가 시·군·구의 신청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량으로 보면 절대다수가 광역지자체의 책임 하에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재 광역지자체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경험과 역량 그리고 젊은 층들은 떠나가고 노인들만이 남은 쇠퇴한 지방의 중소도시나 농어촌지역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때, 70%의 광역지자체 주도의 도시재생뉴딜사업에서 대선공약에서 약속한 것과 같은 희망의 일자리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으로 보인다. 우리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의 문제는 일자리를 떠나서 도시재생의 설득력 있는 철학과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심각해 보인다. 도시재생에서 뉴딜이란 용어는 영국의 도시재생정책에서 사용되었다. 1998년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는 도시재생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도시재생뉴딜사업(NDC: New Deal for Communities)을 펼치게 된다. 말 그대로 공동체(Community)를 위한 뉴딜이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 지역기반의 지방정부, 기업, 주민공동체, 학교 등의 다양한 주체들의 파트너십이 주도하는 대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즉 도시재생사업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거버먼트(Government)방식에서 거버넌스(Governance)방식으로 바뀌는 명실상부한 주체의 전환과 권한의 이양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최상위의 정책적 목표를 사회통합에 두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행정전담기구로 사회배제대책기구(Social Exclusion Unit)를 설치하였다. 영국은 국가단위의 도시재생의 정책목표를 사회통합에 두고 쇠퇴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대부분 사회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파악하였다. 따라서 도시 쇠퇴지역이나 노후주거지의 주민들이 대체로 저소득층으로 교육수준이 낮아 일자리에의 접근이 어렵고 청소년들에게 빈곤이 대물림되고 의료 등의 복지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가 NDC사업의 핵심과제가 되었다.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위한 직업교육, 청소년들의 범죄예방대책과 문화예술의 대안제시,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복지의 확대, 물리적으로 쇠퇴한 시설의 개보수가 파트너십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시스템적 접근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이 새로운 뉴딜을 통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했다. 도시재생은 거대한 예산을 들인다고 단기간에 생각대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개발사업이 아니다. 매년 10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기 전에 사회통합이라는 도시재생사업의 국가단위의 목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적 방식으로서의 파트너십(Partnership), 주체와 권한의 이양(Empowerment)을 통한 거버넌스(Governance)의 구축이라는 명확한 프레임을 갖고도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사회적 재생의 목표를 향해 달려갔던 20년 전 영국의 도시재생에서의 뉴딜을 진지하게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 이영범[email protected]
- 201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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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즌’에서는 감옥에 갇힌 범죄자들이 바깥을 자유롭게 오가며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수감자는 감옥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상식’이 오히려 그들의 알리바이가 되어 완전범죄를 만들어낸다. 감옥이 제 기능을 상실할 때 벌어질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인데 그저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하는 마당에 왠지 그런 일이 실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오싹했다. 세상에서 가장 유능하다 믿은 전문기관의 무능을 우리가 몰랐을 수 있다는 불안감, 그것이 자꾸만 현실이 되고 있다. 이번엔 문화재청이 ‘전문기관이 가장 유능하다’는 전문가주의의 상식을 깼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인증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것도 문화재청 안에서 없어졌다. 지난 7일 한국일보가 밝히기 전까지 문화재청은 사실 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이 보도된 후 부랴부랴 상황 파악에 나선 문화재청은 같은 날 해명자료를 통해 기록유산 2건뿐만 아니라 세계유산 7건의 인증서 또한 원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추가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다른 곳도 아닌 문화재관리를 전담하는 독립 ‘청’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실로 경악스럽다. 문화재 분야에서는 경악스런 일이지만 새삼스런 일은 아니란 분위기다. 이미 문화재청이 문화재를 훼손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일 뿐이란 것이 문화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발굴현장에서 기왓장을 밟아 깨뜨리는 것은 예삿일이 된 지 오래이며, 멀쩡한 문화재를 헐어내고 다시 짓는 대규모 공사가 복원이란 명분으로 자행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상식 밖의 일이 벌어져도 우리는 어느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들이 자꾸만 현실로 벌어지면서 비상식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고 국민들은 촛불을 들어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했다. 새 정부는 전 정부의 실책 수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정부는 전 정부가 벌인 일을 되돌리기만 해도 큰 업적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문화재 분야의 문제는 비단 이전 정부 때부터 있어온 건 아니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일에도 논란이 크게 확산되지 않는 건 비상식의 상식화 영향이 적지 않으리라 본다. 국민들은 문화재 전문기관이란 믿음으로 선조들의 유산을 전적으로 문화재청에 맡기고 있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그 신뢰를 져버렸다. 절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문화재청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비슷한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은 내부 시스템 문제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부는 문화재청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하고 조직 운영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 가만히 있는다면 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새 정부의 적폐청산 의지가 문화재 분야에까지 미치는지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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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청년체감실업률 23.3%. 사회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서 장기적 건설업 불황과 더불어 지난 몇 년간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조경의 법·제도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에 예비 조경가인 조경학도들의 불안은 더욱 높아져 왔다. 하지만 “조경가 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는 것이 기성 조경가들의 조언이다. 지난 잡지나 뉴스를 찾아보면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조경계 위기론은 만연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위기론 속에서도 조경은 항상 전망 있고 중요한 분야로 꼽혔으며, 실제 양적 질적인 성장을 지속해 왔다. 다함께 어려운 시기다. 건축이나 산림 등 인접 분야의 어두운 전망과 잦은 충돌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긍정적인 자세로 어려움을 돌파하자는 뜻에서조경학도들에게“그래도 조경이다”라는 희망 메시지를 각 분야에서 전해왔다. “조경만큼 좋은 직업 없어, 일 즐기다 보면 꿈 이룬 자신 발견할 것” 안계동(61)동심원조경 대표 요즘 “헬조선”에 대한 논쟁이 일간지 지면을 달구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방황과 좌절은 조경계에도 이미 만연해있는 것 같다. “조경”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위안도 되지만, 젊은 조경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경설계업은 요즘 신입사원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이 편하고 안정된 직업을 찾아 조경설계가의 길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경은 내 기준으로 가장 좋은 직업이다. 사람들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데, 나는 설계가 더 재미있다. 취미로 정원을 가꾸는데, 그걸 만드는 게 더 재미있다. 그런데 이렇게 재밌는 일에 사람들이 왜 안 오고, 왜 떠날까? 어느 분야든, 어느 시기든, 위기도 있고 기회도 오는 것이다. 조경의 양은 줄고 있지만 질적 수준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판이 짜여지고 있다. 관에서 민간으로, 면허조건에서 실력평가로. 성공은 사회적 여건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에게 달렸다.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 된다는 씨크릿은 진실이다. 조경설계가에게도 해당됨을 나는 보증한다. 조급해 하지 말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조경을 사랑하고 일을 즐기다 보면, 길이 보이고 꿈이 생기고, 언젠가 그 꿈을 이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만의 꿈 필요, 기다림이 가져다주는 건 없어” 이두열(47)EM디자인 소장 조경은 감성 공간을 창조하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투여되는 노력에 비해 부족한 보상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심지어 이런 문제로 자신의 목표마저 포기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주변에서 접하게 된다. 오래전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공학, IT기술, 디자인 특화 등 3가지 방법을 제시한 것에 동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남들이 제시해 주는 해결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다. 더딘 환경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본인이 꿈꾸는 조경을 위해 스스로 변해야 한다. 나 자신도 그런 마음으로 토목공학, 산업디자인, 프로그래밍언어 등을 습득했고, 지금은 여기에 다양한 경험을 융합한 LIM(Landscape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을 미약하나마 실무와 대학 강의를 통해 보급하고 있다. 우리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줄 교육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응은 자기 자신부터 변화하는 것이다. ‘꿈을 실현한다는 것’은 ‘변화의 흐름에 희망을 싣고 떠나는 여행’과 같은 것이 아닐지. “높아진 조경 위상 격세지감, 융복합으로 기회 더 많아지고 있다” 박유정(50)삼성물산 건설부문 수석 사회 전반적으로 어렵지 않은 분야가 없다고 한다. 특히 꿈을 실현하기 힘든 청년들의 좌절과 방황이 자주 기사화되고 있다. 미래 조경가를 꿈꾸는 조경학도들도 이런 어려움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조경에 대해 많이 알고 시작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나는 단순히 공학도가 되고 싶었으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필요한 니즈(needs)는 ‘친환경’과 ‘그린(green)’이라고 권유했던 한 지인의 말씀으로 ‘조경’을 시작하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은 ‘조경’이라고 하면 “푸른 잔디밭과 숲이 있는 곳에서 여유롭게 힐링하는 삶”을 떠올린다. TV 속 광고에서도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경공간은 멋진 정원과 공원들이다. 하지만 IoT와 같이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복합으로 새로운 분야가 나타나는 시점에서 조경 또한 Specialist와 Generalist 모두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융복합으로 인한 도시재생, 그린네트워크, 녹색·친환경 도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설계나 시공의 차원을 벗어나 도시를 그린, 친환경적으로 다시 구축하는 매크로(macro)한 업무의 Generalist부터 토양, 종자 개발, 녹화공법, BIM을 이용한 환경분석 등 매크로한 조경 Specialist가 요구되고 있다. 30여 년 전 조경의 위상과 범위에 비하면 지금은 다양한 분야, 범위로 확대돼 가는 것을 나 자신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건설사에 조경직은 아예 없거나 토목, 건축에 묻어서 지원하는 조직이었다면 이제는 조직을 갖추어 지속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해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있으며, 건설 상품의 마지막을 조경에서 책임지고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을 조경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가치 창출이 달라지는 영향력에서 높아진 ‘조경의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분야와 기회가 많아지고 있음은 정말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조경가들이 고민한 흔적이 실체가 돼 시민들이 행복하게 이용한다는 것만으로도 조경의 가치는 다른 분야와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조경’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나 영향력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조경은 매우 가치 있고 모두가 필요로 하는 분야가 아닐까 싶다. 예비 조경가들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앞으로 융복합적인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진취적으로 실현해 갈 것을 기대한다. “현대인의 원초적 갈증 풀어주는 조경, 주변 아닌 주인공 시대 열린다” 김지연(45)(주)송림원 상무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도시는 인간이 자연을 개조해 ‘합리적 행동양식’으로 만들어낸 인간 환경이지만, 원래 자연의 일부였던 인간은 끊임없이 자연을 그리워하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 녹색갈증)’를 느끼며 살아왔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잃어버린 자연의 일부를 다시 도시 안에 재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점차 강해져 가고 있다. 어쩌면 역사적 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 재현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정주공간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 그 자체로 우리 의식 속에 자리해 왔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바람을 행위로 옮기는 중요한 일을 하는 분야가 바로 ‘조경’이다. 그런데 요즘 그런 조경의 가치를 점차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조경을 주변 역할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진정성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되고 4대강 재자연화를 기점으로 어느 때보다도 환경의 가치를 중시하는 전환적 패러다임의 시대가 열렸다. 조경분야가 오랜 침묵을 깨고 토목과 건축의 주변 역할을 하는 배우로서가 아닌 비로소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기회가 오고 있다. 꿈이란 내가 만드는 신화, 조금씩 성장하는 스스로에 ‘뿌듯’ 윤준(44)(주)한고연 대표 대학을 졸업한지 15년이 지났다. 외모가 변했고 세상도 변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은 “조경은 촉망받는, 비전 있는 직업군”이라는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사람들은 친환경, 건강, 여가로운 삶을 원할 것이고, 그 필요에 매칭되는 몇 안되는 직종이라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그 당시 선배들이나 작금의 많은 실무 전문가들은 “현실은 다르다”고 말한다. 꿈을 꾸고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오늘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신화를 꿈꾼다. 12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조경이 추구하는 공공선을 생각하며 사회적 기업가로서 꿈을 꾸었다. 사업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던 ‘나’이지만, 그렇게 시작한 꿈은 몇몇의 동지를 만나며 기업이 됐다. 하루에도 수십 번의 롤러코스트를 타는 상황이지만, 꿈이 있고 확신이 있다면,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길이 생긴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조금씩 성장하는 우리를 보면서 놀랍고 뿌듯하다. 누구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오늘에 대한 고단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음에 일렁임이 생기는 무엇인가를 찾는다면, 빠르지 않더라도 그곳을 향해 나아간다면 오디세우스의 모험처럼 우리의 신화를 써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아! 시간의 흔적을 선물하는 조경가가 되련다” 강성재(25)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3학년 사람은 얼굴이나 신장 등 외형의 변화로 세월의 흐름을 나타낸다. 또한 세월이 흘렀다는 것은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주변과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그 사람만의 ‘전통’을 갖게 되는 것이다. 조경 재료들도 사람과 같다. 철은 붉게 녹이 스는 것으로, 나무는 수관(樹冠)과 수고(樹高)의 성장으로, 바위는 쪼개지고 다듬어지는 것으로, 콘크리트나 보도블럭은 조금씩 금이 가는 것으로. 수많은 재료들이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흘러간 세월을 나타내고 자신들의 ‘전통’을 만들어 간다. 나는 세월의 흔적이 담긴 ‘전통’을 모아서 새로운 공간의 ‘전통’을 만드는 조경가가 되고 싶다. 더불어 이 ‘전통’으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새로운 터전을 만드는 데 중요한 세월의 배경, 삶의 배경을 선물하는 조경가, 나는 그런 조경가가 되고 싶다. “조경은 매력도 전망도 만점, 당면 과제 슬기롭게 극복해 가자” 최종필(59)한국조경사회 회장, (주)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 “조경진흥법”에서 ‘조경’이란 토지나 사물을 대상으로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해 경관을 생태적, 기능적, 심미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계획·설계·시공·관리하는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이 말이 아니더라도 조경은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가는 일 이므로 많은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새로운 시도나 도전이 가능하고 창작이 가능하다. 조경이 매력 있는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첫째는 좋은 설계·시공·관리를 위해 국내․외 선진사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며, 둘째는 내가 구상하고, 계획·설계를 하면 그대로 만들어져서 눈앞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 10여 년 전에 모 신문사에서 “2030년대에 가장 각광받는 직업이 무엇일까”라는 설문에서 1위가 조경직이라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현재는 우리 조경분야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조경의 미래적 가치는 변함없으며,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면 반드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을 믿는다.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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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와 너구리 박경복 논설위원(가든프로젝트 대표) ‘똥 진 오소리’란 말이 있다. 오소리가 너구리굴에서 함께 살면서 너구리의 똥까지 져 나른다는 데서 유래한 속담이다. 더러워서 남이 하지 않는 일을 도맡아 하거나 뒤치다꺼리를 하는 사람을 놀리는 비유적 표현이기도 하다. 지하철 6호선을 타고 고려대학교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제기동 파출소 골목으로 들어가면 서울의 맛집으로 소문난 ‘오소리 순대집’이 있다. 순대국 한 그릇에 5000원, 모듬순대가 1만 원이다. 이 곳은 고려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단골집이다. 여기서 ‘오소리(吾小利)'란 좋은 품질의 물건을 적은 이익을 보고 팔겠다는 선언적 의미이다. 지난해 연말,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었지만, ‘오뚜기’는 10년째 라면 값을 동결해 화제를 모은 반면, 경쟁업체의 브랜드인 ‘너구리’는 권장 소비자 가격이 평균 5.5% 인상되었다고 한다. 오뚜기는 비정규직 제로, 창업주의 기부활동, 상속세 전액납부 등의 훈훈한 미담이 알려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착한 기업으로 인식되어, 매출이 증가했다. 최근 신문 기사 중에 ‘삼성전자, 세계정상에 섰다’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삼성전자가 미국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제조 기업이 됐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기업의 총수는 뇌물죄로 기소되어 구속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85세의 노인이 전직 대통령과 연관된 영남대 사학비리를 밝히는 기자회견장에서 노구를 이끌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로 경주 최 부잣집 종손 최염 회장이다. 경주 최 부잣집에는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고, 재산을 만석 이상 지니지 말며,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 말고,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고,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고,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3년간 무명옷을 입히라는 여섯가지 내용의 가훈(家訓)이 있다. 이를 육훈(六訓)이라 한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고대 로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과 결이 같다. 최근 조경분야에 단체결성, 조합결성, 단체연합 등 물리적 결합 활동이 부쩍 눈에 띈다. 연대와 협업을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이해된다. 반면,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합종연횡(合從連衡)으로 보일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려면, 우선 국민들을 향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비정규직을 없애고,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좋은 품질의 물건과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나아가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오소리(吾小利)다. 똥 진 오소리다’라고 외칠 때, 조경 분야의 미래는 밝다.
- 박경복[email protected]
- 2017-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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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조경인이 공생하는 길 임상규 논설위원(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조경업이 생겨난 지 근 45여 년이 흘렸다. 필자도 조경 42년 역사를 같이 하고 있다. 조경은 1970년대 초반 한국종합조경공사를 시작으로 1980년대 조경공사업이 탄생했고,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전기를 마련하였다. 조경은 1990년대 신도시건설사업과 2000년대 골프장건설 부흥, 대단위 공동주택사업과 주차장 지하화에 따른 조경공사비 증가, 공원화 녹지 확충 사업 등 민·관으로 조경사업의 업역이 확대되고 매출이 늘어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매출로 보면 2000년대 말 호황기에 민·관 조경 총사업비가 8조여 원이 넘었다고 하고, 조경업체수도 8500여 개(공사업, 식재·시설물 전문공사업)가 넘는 숫자로 국토개발과 함께 크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2010년을 정점으로 더 이상 개발할 땅이 줄어들고 건설분야 예산 또한 복지예산 확대의 영향으로 대폭 줄어든 현실이다. 예산으로만 보면 총 사업비 8조여 원을 넘겼던 2000년대 대비 2016년에는 결국 절반으로 줄어 5조 원이 안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현재에도 어렵지만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 후배 조경인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들리고 있지만 우려의 말뿐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전공 학생들이 여전히 배출되는 가운데 업체는 숫자만 유지할 뿐 학계, 기술계, 업계 모두가 어렵다. 이러한 시점에 조경분야가 국토개발의 틀에만 얽매여 새로운 영역확대와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지금보다도 더욱 큰 위기가 올 것은 분명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로운 정부의 등장과 정책기조에서 조경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요소들을 발굴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한사람으로서 생태복원분야를 통해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최근에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비롯해 소하천복원사업 등이 거론되고 있어 생태복원 분야가 확대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물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부로 나누어 수행하던 체계를 일원화해 환경부에서 통합관리하고 국토부 수자원정책국이 환경부로 이관되면 수질관리와 관련된 자연환경복원 업무가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부는 물관리를 위해서 수생태복원사업의 중요성을 내다보고 법과 제도를 정비 중에 있다. 환경부에 조경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기회가 마련된 것이며 수생태복원 업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생태복원업(가칭)’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늦기 전에 환경·조경인은 생태복원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이에 필요한 ‘생태복원업(가칭)’을 신설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공동으로 대응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생태복원협회의 전신인 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는 한국조경사회에서 환경 전문 분야로 분리·발족되어 환경부에 등록된 후 자연환경복원사업 영역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재는 한국생태복원협회로 명칭을 변경해 명실공히 자연환경복원 분야 최고의 인지도를 갖는 단체로 자리매김하며 성장해왔다. 이는 선배 조경인들이 오늘날 자연환경분야의 변화를 예측하고 단체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이하 총연합)이 발족했다. ‘생태복원업(가칭)’ 신설은 많은 환경·조경인의 의견이고 숙원이다.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총연합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협치해 환경·조경인을 결집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미래는 세분화된 기술이 융복합되는 시대임에 생태복원분야도 융복합적으로 관련 분야 기술들이 결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와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사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도적 뒷받침이 없이는 우리분야 기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웠고 일부 참여에 있어서도 하도급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4대강이 자연생태 모습과는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었다. 또 다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와 제도 기반 아래서 생태복원기술자와 조경기술자들이 협력해 업역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미 조경학과는 생태복원과 관련된 조경, 환경, 산림 등에 대한 다양한 커리큘럼 개발 및 교육을 끊임없이 지속해 왔으며 그에 따라 학습된 인재들이 사회에 나와서 생태복원기술자로 활동하도록 육성하는 유일한 학과다. 기술계에서도 자연환경기술사 주요전공(조경, 환경공학, 생물, 토목 등)과 조경기술사 주요전공(조경, 임학, 건축, 토목 등)이 생태복원에 필요한 기술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환경·조경인은 다양한 전공과 기술자로 구성되어 무엇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행정부처인 환경부에서도 ‘생태복원업(가칭)’을 신설하면서 환경부 소속인 자연환경기술자뿐만 아니라 타 부처 관련 기술자도 관련 교육과 업무 경력이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인정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경인 일부 시각에서는 생태복원업 신설에 반대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이유로 생태복원이 조경만의 고유 업역이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생태조경은 개발과 함께 공원 위주로 조성해 많은 부분이 집약적 관리를 필요로 하고 생물 고려가 미흡했다. 그 결과 생물서식처가 상실되거나 축소되어 생태계 영속성과 생물종다양성, 생태계서비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현재 요구되는 생태복원은 생태계의 효율적 보전과 훼손지역에 생태적 건전성을 위한 복원으로 이어지는, 보전과 복원이 복합된 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생태복원은 생태조경 기술보다 더 진보된 기술로 생태계 영속성과 생물종다양성을 통한 생태계서비스를 증진시키기 위한 생태융복합기술로 발전돼야 할 것이다. 사업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현재 조경업에서 하고 있는 사업은 현행대로 진행하고, 생태복원 영역은 새롭게 만들어 생태복원사업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자연환경복원이 업역으로 확대되면 조경학을 전공하고 환경·조경을 수행하는 조경인이 자연히 늘어날 것이고, 장기적으로도 환경·조경이 하나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법적·제도적 뒷받침만 된다면 생태복원사업에 대거 참여하여 크게 기여할 기술인은 바로 환경·조경인일 것이다. 지금이 환경·조경인의 어려운 시국을 돌파할 수 있는 공생의 길로 가는 중요한 시점이고 아주 시급하다. 공동체의 힘을 발휘해야 할 적기이다. “지금까지 개발 40년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40년은 생태복원이다.” 조경분야를 잘 아는 어느 환경경제학자의 조언이다. 새겨들을 말이다.
- 임상규[email protected]
- 2017-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