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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주제가 민감한 것 같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소신있는답변을 하겠다는 데주저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은 지난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됐으며,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찬반으로 나뉘어 매우 치열한 논쟁을 치룬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재자연화’라는 이름으로 4대강이 다시 핫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찬반론보다는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다양한 관점을 담고자 했다. “자연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인간의 오만함을 버리는 것부터” 이상우(51)건국대학교 산림조경학과 교수 4대강 백서에 의하면, 본류, 지류, 수변공원을 포함한 4대강 사업의 모든 대상지는 생태적으로 조성됐다고 기술돼 있다. 하지만 2014년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시행됐던 4대강 조사 및 평가 사업에 참여한 연구자로서 판단하기에 현재의 4대강 본류 및 수변공원은 사업 기본계획이나 4대강 백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태적이지는 않다. 4대강 사업추진본부에서 사용한 “생태적”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생태적”이라는 용어와는 큰 차이가 있다. 4대강 재자연화 논란은 아마도 4대강 백서에서 주장한 이러한 “생태적” 하천 및 “생태적” 수변공원이 전혀 생태적이지 않고, 오히려 “훼손됐다”는 관점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현재 하천법에서 하천은 “빗물 등이 모여 흐르는 물길”로 정의돼 있다. 즉 흐르지 않는 하천은 더 이상 하천이 아니고 댐 혹은 호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근래에 전국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가뭄과 물부족 현상을 고려하면 유입되는 모든 물을 바다로 흘려보낼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이치수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흐르지 않는 물은 하천이 아니고 또한 흐르지 않는 물에서 하천 생태계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4대강 재자연화의 논란을 들으면서 염려되는 것은 재자연화가 또 다른 4대강 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밀한 조사평가, 단계적 사업 계획, 시범사업, 그리고 생태적-수리수문적 영향평가 없이 시행되는 재자연화는 4대강 사업과 유사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어떤 구간은 인간의 적극적인 개입(복원 및 복구사업 등)이 필요하지만 또 어떤 구간은 자연의 힘과 시간에 의지해야 되지 않을까? 10여년 가까이 하천관련 연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가 하천, 하천생태계 그리고 수변생태계에 너무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이다. 4대강 재자연화는 우리가 하천에 대해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다는 오만함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재자연화, 경제·정치 논리가 아닌 생태계와 인간의 관점에서 추진” 김용오(56) (주)아썸 사장 물은 본디 낮은 곳으로 흐르게 되며, 물이 흐르면서 물길이 생기고, 이 물길과 물길을 따라 흐르는 물이 강(江)이고 하천인데, 구불구불 사행천으로 흐르면서 침식돼 수심이 깊어지기도 하고 퇴적돼 얕은 여울이 되기도 하면서 스스로 자정작용을 통해 그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4대강 사업은 직강하천을 만들고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해 자연적인 물의 흐름을 통제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한 인위적 산물로 보아야 한다. 물론 4대강 사업이 홍수조절 기능과 용수량 확대 등 일부 순기능을 가지기는 하겠지만, 이 사업으로 강이 거대한 호수화가 진행되면서 수질이 악화돼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취수원으로서의 그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또한 이에 따른 생태계의 파괴로 물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심대한 폐해를 입히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더 이상 4대강 사업을 하천 흐름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면서 얻게 되는 이익과 이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의 측면에서 다루지 말자. 경제 논리나 정치적 논란이 아닌, 많은 시간이 소요 되더라도 오롯이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생태계 복원과 인간의 삶의 질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4대강 재자연화’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4대강 재자연화는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회복하는 일” 염형철(50)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4대강 사업에 대해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평가는 여러 측면에서 정확하다. 억지스런 계획, 무모한 사업 추진, 쓸모없이 남겨진 시설들, 정책결정자들의 무책임, 자연과 문화에 대한 무자비한 태도에 이르기까지, 이런 사례는 일찍이 없었다. 4대강 사업은 인간 이성의 합리성,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회의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사고였다. 우리사회가 하루라도 빨리 4대강 사업의 트라우마로부터 빠져 나오기 위해 4대강의 재자연화를 서둘러야 한다. 당장 할 일은 ‘4대강 수문의 전면 개방’이다. 16개 보 중에서 6개에 한정해 평균 69cm를 낮춘 것은 의미가 없다. 양수 시설 등을 시급히 개선해, 강이 과거를 잊기 전에 복원에 나서야 한다. 또한 4대강 재자연화를 본격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이 약속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가동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4대강 사업을 마지막까지 비판하고 감시해 온 ‘반대 운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거대한 토목공사에 맞서다 결국은 뿔뿔이 흩어져 아무런 교훈도 남기지 못했던 다른 사례’와는 달리, 굳센 저항 운동이 새정부에서 재평가와 복원 약속을 받아 냈다. 이들 운동이 무너지지 않고, 4대강 사업 재평가와 재자연화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4대강의 재자연화가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회복하는 데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강만 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살리고 사회를 살리는 운동으로. 피해를 받은 주민과 생명들을 위한 치유의 과정으로. 유역관리, 물 자치에까지 이어져 물정책의 새 지평으로. 민주주의와 정의가 흐르는 상징으로. 그 희망과 미래의 강을 국민들이 함께 만들어가길 고대한다. “4대강 녹조 원인 밝혀지지 않았는데…재자연화는 신중히” 염익태(56)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국물환경학회 회장 4대강 녹조 문제의 원인이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 때문이라는 주장에 근거해서 보를 철거하고 재자연화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실 학계에서조차도 최근 몇 년간 악화된 녹조의 원인에 대해서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결정으로 보 철거가 결정된다면 자칫 4대강 사업에 못지않은 값비싼 실험이 될 우려가 있다. 관련 학회장으로서 접하는 학계의 컨센서스는, 첫째 4대강 보건설이 수체의 체류시간을 늘려서 녹조 특히 유해한 남조류 증식에 일부 기여했다는 점, 둘째 그럼에도 온난화 효과, 가뭄, 녹조의 원인물질인 질소·인 등의 영양염류 유입 등 다른 요인들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 보만 철거한다고 해서 녹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으로 요약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결국 단기적으로 방류조절 등의 보 운영을 통해 녹조발생에 대응하되, 철거 여부는 장기적인 관찰과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서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와 함께 녹조의 원인물질인 질소·인 등 오염물질의 수계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물부족국가에선 수질이 수량을 우선하지 못해, 수질은 장기적 해결 필요” 정주현(60)경관제작소 외연 대표,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 이사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변형이란 건 대부분 다 주지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운하 사업은 가성비 부분에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서 부정적이었지만, 4대강 사업은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편이었다. 그 이유는 수량 확보라는 절대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부족을 걱정하는 국가적 입장에선 ‘수질’의 문제가 ‘수량’보다 우선하지 않으며, 다소 수질의 악화가 있더라도 여러가지 보완적인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근래의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축소와 국토의 건조화를 보면 다시 물부족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한다. 다소 깨끗하지 못한 물이라도 수량만 충분히 있으면 기계설비적 매카니즘으로 정화해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절대적인 수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책없는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 수질 관리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추가적이고 2차적인 시도와 하천 구조의 개선을 통해 수계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끌고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계관리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정비·개선해야 하는데, 4대강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려고 한 때문인지 거꾸로 하천의 아래 부분부터 시작했다. 아마도 수량 확보가 쉬운 방식을 택한 것 같다. 그 결과 ‘수량 확보’라는 공(功)보다는 ‘수질 악화’라는 과(過)가 더 커 보이는 왜곡 현상이 심화됐다. 또한 하천 개수 방식도 하도를 좁고 깊게 만드는 게 아니라 넓고 얕게 보를 만든 방식이라서 빠른 수질 악화 현상이 채근됐다고 생각한다. 당초부터 하천수계의 윗쪽부터 물의 흐름과 수량을 파악해 다양한 수계간의 연계성과 오염원에 대한 대비책 등을 가지고 긴 호흡의 장기 과제로 차근차근 진행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다시 재자연화를 한다는 것은 친환경적인 하천으로 조성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설령 다시금 하천에 손을 댄다고 해도 원래의 자연하천이 아닌 결국은 자연(형) 하천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재자연화란 명분으로 다시 하천이라는 거대한 선형적인 자연생명체에 얼마나 큰 데미지를 주게 될지 심히 걱정된다. 재자연화 사업이 건설·토목 대기업들에게 일감을 만들어 줄 명분쌓기이며 국민의 혈세를 남용하는 결과가 올 것이라는 염려가, 부디 기우가 되길 바란다. “인간복지는 27위 생태환경복지는 161위, 우리나라 반성해야 해” 김준택(22)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2학년 4대강 사업은 현재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수용하고, 국민들에게 정식적인 사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발표하는 ‘인간복지지수 및 생태환경복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간복지’는 180개 국가 중 27위이지만, ‘생태환경복지’는 161위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오로지 사람에게 집중된 복지만 할 뿐 자연을 생각하는 생태복지는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대강을 재자연화하자”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급하게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미래 지속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했으면 한다. 이는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과 오염물질이 자연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오염물질이 자연으로 삽입돼 2차적, 3차적 피해가 발생한다면 사업을 안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4대강 재자연화 사업에서 우리 조경분야가 고려해야할 점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다가 두 가지로 요약해 보았다. 첫째는 자연 시스템에 대한 이해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보이는 자연은 오랜 세월동안 이루어진 진화의 결과이기 때문에 4대강 주변의 환경을 겉만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이해하면 더욱 생태적인 조경설계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둘째는 사람에 대한 헌신과 의사소통 기술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청취자가 되는 일이다. 여러 입장을 듣고 문제점을 냉철하게 파악해 모두가 만족하는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됐으면 한다. “성공적인 4대강 복원 위해 토목 아닌 환경전문가가리드해야 한다” 조동길(44)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대표이사 수량과 수질, 수생태계 등 물 환경 전반을 다루게 될 환경부에서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하는 것은 이 분야의 종사자로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에 좀 더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관련해 몇 가지 생각을 전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재자연화의 개념, 범위, 목표 등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일반적으로 생태복원이나 자연재생 등 여러 용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지만, “재자연화”라는 용어를 사용했음에는 그만한 이유와 추구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떠한 배경이었든 기본 방향은 명확히 설정하고 진행하면 좋겠다. 두 번째는 4대강 재자연화의 주체는 환경부이기 때문에 환경 분야의 전문가들이 선두에 서야 할 것이다. 과거 토목 분야가 주도적으로 4대강 사업을 진행했었는데, 이를 되돌리기 위한 것도 토목 분야가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자연환경과 수질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리드해 나갔으면 한다. 세 번째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차분히 진행해 나갔으면 한다. 전무후무할 대형 복원 사업이 될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현황 평가와 문제 진단, 그리고 최적의 해결책을 마련해서 재자연화가 진행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서두르면 좋을 것이 없다.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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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최근 스마트시티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주요 도시의 공공기능을 네트워크화 하는 이른바 ‘똑똑한 도시’를 말한다. 과거 영화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 나타난 미래의 도시는 회색으로 점철된 첨단의 이미지로 많이 그려졌다. 회색은 현대적 이미지, 과학성, 전자문화를 상징한다. 질서, 분석, 정밀, 정확, 산술적인 느낌을 내포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담은 전자제품들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금속이 필요하고 기술을 담는 그릇도 메탈 소재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회색과 금속 소재는 첨단기술과 미래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비춰진다. 이제는 여기에 녹색이 더해진 모습으로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써클’은 현대와 미래를 교차로 보여주며 진행되는 미스터리 SF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미세먼지로 뒤덮여 산소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유한 일부 시민들만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환경이 조절되는 ‘스마트 지구’에서 살아간다. 스마트 지구는 바다 한가운데 만들어진 인공의 섬인데, 흥미로운 점은 첨단기술로 이뤄진 인공 환경의 모습이 황폐화된 일반 지구와 다르게 높은 비율의 녹지와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미래 세상을 배경으로 한 외국의 영화들에서도 녹색의 인공 환경이 그려진다. ‘엘리시움(2013)’에서는 사막화된 지구와 녹색의 우주정거장이 대비되는 환경으로 등장한다. 올 초 개봉한 ‘패신저스(2017)’에서는 화성으로 떠나는 우주선 안에 나무가 자라나고 그 안에서 새가 날아다니는 자연의 모습이 펼쳐진다. 이 매체들이 보여주는 미래에서 녹색으로 뒤덮이고 동식물이 어우러진 자연 환경은 ‘인공지반’ 위에 형성돼 있다. 드라마와 영화, 소설 등의 매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지금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그리는 미래 환경은 첨단기술이 발달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공지반과 녹색이 적절히 어우러진 쾌적한 공간으로 표현된다. 이제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인공의 환경과 녹색이 융합돼 편리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동시에 안전하고 쾌적하게 작동하는 유기체와 같은 환경으로 그려지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은 건물 자체를 숲으로 만드는 ‘포레스트 시티(Forest City)’를 2020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0만개에 이르는 100여 종의 식물과 4만 그루의 나무로 건물을 뒤덮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지열,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전력 및 난방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터넷망, 전기자동차와 급행전철 도로망 등을 갖춘 첨단형 도시로 만들어진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가까운 미래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아무리 첨단 시대로 변한다 해도 땅에서 나고 자란 생명체는 녹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인간 또한 그러하다. 미래의 모습에서 첨단기술만 그리다 이제는 기술이 담긴 인공지반 위에 식물이 자라는 관계까지 보는 시대가 됐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기술과 조경의 융·복합이 이야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인공지반녹화는 단순하게 옥상이나 벽면을 녹화하는 정도의 작은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첨단시설과 조화되는 녹색환경을 가꾸는 기술로서 잠재가치를 품고 있다. 인공지반녹화를 통해서 첨단기술과 조경이 만나는 기회를 보다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국내 여건은 너무나도 열악해서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온 업체들이 위축되고 시장은 갈수록 더 좁아지는 실정이다. 국소적인 건물 녹화를 넘어 도시 차원에서 계획이 다뤄질 수 있도록 국가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다. 인공지반녹화는 ICT와 생물이 융합한 ‘진짜 스마트시티’ 건설에 필수적인 미래 산업이다.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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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국토교통부가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를 지자체에 떠넘기며 또 발을 뺐다. 지난 30일 연합뉴스는 ‘방치된 도시공원 부지, 국가가 빌려 공원으로 만든다’고 보도했다. 국토부가 도시공원 부지로 묶여 장기간 방치된 개인소유의 땅을 ‘국가’가 빌려 공원으로 조성하는 임차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보도 당일 아침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지를 매입하는 주체는 ‘국가’가 아닌 ‘지자체’라는 긴급 해명을 내놨다. 국토부는 도시공원 부지를 매입하는 대신 소유자로부터 빌려 조성하는 임차공원 제도를 금년 하반기 중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는 국가가 아니라 지자체가 임차공원을 추진하는 경우에 대해 법적 근거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차공원 제도에 대해 검토하는 용역을 추진 중이다. 관련 보도자료를 내지도 않았고 도시공원법 개정을 입법예고하지도 않았다. 연합뉴스는 국가 지원을 받는 통신사이기 때문에 어떤 경로로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이는데 내용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임차제도 추진 여부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지자체’가 공원을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서 검토하는 중일 뿐, 관련 연구나 검토 중인 내용의 책임 주체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긴급하게 해명자료를 낸 것이다. 이번 보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내용이다”고 답변하면서 도시공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국가’가 주체로 나설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시켜주었다. 2015년 기준 전국 공원 면적은 934㎢이고 미집행면적은 516㎢로 미집행률이 55.2%에 달한다. 이 중 10년 이상 장기미집행 된 공원 면적은 442㎢으로 전체 미집행면적의 85.7%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도시공원 일몰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나설 것을 촉구해 왔다. 지난 4월 17일에는 전국 9개 지역 300여개 환경단체와 시민단체가 모인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가칭)’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들에게 일몰제 대응 공약을 채택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토부가 도시공원 일몰제 해결에 있어 ‘국가’의 책무를 제외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환경·시민단체들의 공분을 사게 됐다. 김승환 국가도시공원 전국민관네트워크 상임대표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가 완전히 손을 놨기 때문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국가가 빠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여전히 도시공원 일몰제에 미온적인 국토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더불어 “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 특별세를 거두거나, 공원 주변 수혜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등 일몰제에 소요되는 예산 마련안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국가가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도시공원 일몰제 해결에 국가가 나설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도시공원 일몰제가 다가오면서 지자체와 기업뿐만 아니라 환경단체와 시민단체까지 전 국민이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작 중앙부처는 ‘국가’의 역할을 배제하는 데만 급급한 행태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를 눈감아줘야 하는 것인가? 공원은 국토부의 소관업무가 맞지만, 예산과 조성은 남의 일이라는 ‘유체이탈 행정’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민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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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을 국가능원(國家陵園)으로 이창환 논설위원(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6월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업적을 남긴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필자는 수십 년간 능원에 대한 연구를 해 오고 있다. 지난해 필자는 중국의 세계유산 강의를 위해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인 장가계 공항을 들른 적이 있다. 안내 간판을 보던 중 필자의 눈을 번쩍이게 하는 글귀가 있어 사진 한 컷을 찍았다. 일명 중국 ‘열사능원(烈士陵園)’이다. 장가계는 우리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중국의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이다. 이 중국 열사능원을 많은 뭇 사람들은 한 왕조의 무덤으로 착각할지 모른다. 이 능원은 장가계 지역의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과 국가지도자들의 추모의 공원이며 무덤이다.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많은 국군장병의 희생된 영령을 모시고 기리기 위해 1950년대 서울 동작동에 국군묘지를 만들어 6.25참전용사나 국군희생자들의 묘지로 운영해 왔다. 1965년 국립묘지법이 제정되면서 국가유공자 및 경찰 등의 묘지로 확대해 국립묘지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귀한 삶을 희생하고 아울러 국가발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분들을 국민의 이름으로 모시고 그 충의와 위훈을 후손들에게 영구히 보존, 계승시킬 수 있는 겨레의 성역으로서 국립묘지 위상을 갖추려면 국립현충원의 명칭부터 검토가 있었으면 한다. 국립현충원의 역사는 1952년 국군묘지 후보지 선정을 시작으로 전국의 많은 후보지 중 동작동 현 위치를 부지로 확정하게 되어 묘역 238.017㎡가 조성되어 있었으나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가 안장능력이 한계에 이르게 되자 1976년 4월 충남 대덕군 유성읍 갑동리(현재 대전광역시 유성구 현충원로 251)의 현 위치에 대전국립묘지를 설치하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장렬히 산화한 호국영령 및 순국선열을 모시고 그분들의 생전의 업적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제정 공포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 동작동 국립묘지의 명칭이 ‘국립서울현충원’으로 변경되고 소방공무원과 의사상자도 안장대상자에 포함됐다. 이렇듯 국립현충원은 보국과 민족을 위해 힘쓴 분들의 호국영령 및 순국선열의 성역의 공간이다. 국립현충원의 명칭변경은 묘(墓)라는 용어의 가치적 향상을 위해 창안한 글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통일신라, 고려,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왕이나 왕비의 무덤은 능(陵)이라 칭하고 세자나 세자빈 그리고 왕의 사친의 무덤은 원(園)이라 붙여 국가에서 관리해 왔다. 그리고 폐위된 왕이나 일반인들의 무덤을 묘(墓)라 칭하여 불러 왔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 시대 태조의 무덤이 있는 동구릉, 세조의 광릉, 서오릉, 선정릉 등이며, 정조의 아들 문효세자의 효창원, 정조의 후궁의 휘경원, 영조의 모친 무수리 최 씨의 소령원 등이 있다. 폐위된 연산군과 광해군의 무덤은 묘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대통령이나 국가를 위해 크게 공헌한 이들의 무덤을 ‘국가능원’, ‘열사능원(烈士陵園)’이라 칭하고 있다. 우리도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 유공자들의 품격과 정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원(園)보다는 능원(陵園)으로 명칭을 개명하는 것이 어떨지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아울러 추모객의 접근성과 각 지역민의 자긍심과 추모의 가치를 더하기 위해 국가능원의 분산 정책도 고려해 볼 만하다. 복잡한 국립서울현충원과 대전의 현충원 정도로는 안장공간의 한계가 올 것이 분명하다. 지역에서 배출한 호국영령에 대한 지역민의 자긍심 고취, 추모의 회수, 애향사상, 호국영령의 고향 사랑 등으로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경기, 영남, 호남 등의 지역 분산 또는 8도에 하나씩 국가능원 등의 설립도 좋을 듯하다. 기념일과 같은 날에 먼 거리에서부터 차를 몰고 현충원 및 묘역을 찾는 국민적 고통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 자주 찾아 그들의 넋을 기리며 추모하는 것도 국민적 도리이다. 아울러 민주화를 위해 자신을 불사른 영령들의 묘역도 능원으로의 개칭도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 국립현충원에 안장되는 국군 및 경찰, 소방관 등은 물론 기타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통합국가능원도 필요하다. 국가를 빛낸 문화, 체육, 예술 등 세계적 저명인사들도 함께하는 안장범위의 확대가 요구된다. 다변화 된 국가유공자의 대우도 필요한 때다. 겨레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분들의 범위도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전 국토의 묘제화가 예상되는 현재의 우리 묘제 정비도 될 것이며 국토의 효율적 이용도 감안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날이 갈수록 유명인사와 지위 높은 인사들만 찾는 정치적 행각도 줄이고 잊혀져 가는 일반영웅들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것도 진정한 호국이며 참배이다. 일제 침략과 6·25전쟁, 월남전 등에서 활약한 애국지사와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된 국가 추모 능원은 단순한 매장 공간이 아닌,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빛낸 영웅들과 영령들을 기리고 우리 민족과 겨레가 함께하는 진정한 추모능원이자 성역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전 국토의 묘제화와 협오시설화되는 묘지공원 및 무연고 묘 등의 리모델링 및 묘지공원의 재정비 등에 대하여 조경인들의 역할과 참여가 필요한 때다.
- 이창환[email protected]
- 2017-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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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놀이에도 자유가 없었다. 지난 14일 서소문 N빌딩에서 ‘자유로운 놀이공간을 규제하는 안전기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놀이’와 ‘장애’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얽힌 다양한 의제가 논의됐다. 이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자리였던 만큼 연관된 모든 관계자가 모이긴 어려웠지만 첫발을 뗐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놀이터에 대한 오늘날의 담론은 단순한 시설계획에 머물지 않는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고, 창의성과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으로서 ‘놀이’에 대한 가치와 본질을 찾는 것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정한 장소와 계층에 머물지 않고 마을과 공동체를 고려하고 매개하는 역할까지 함께 논의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놀이’의 본질이 ‘안전’이란 규제에 막혀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기준(이하 안전기준)은 ‘놀이’를 하면서 위험에 노출되는 요소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온전히 '안전’ 속에서만 놀이를 즐기도록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쟁점이 된 안전기준과 놀이, 장애라는 세 가지 키워드의 교차점은 ‘제약’이란 단어였다. 제대로 놀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한데도 규제 때문에 장소를 만드는 데 제약이 따르고,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놀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해 아이들의 놀 권리는 이중으로 침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놀 권리는 삼중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날 김명순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교수는 보호자들마저 늘상 아이들에게 안전하게 놀 것을 강요하며 신체 움직임을 규제하고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모든 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의 길은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놀이는 활동 자체가 즐거움과 만족을 준다. 강제성이 없이 자발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가장 자유로운 활동 중 하나이다. 그런데 놀이 정책과 사회적 인식, 제도 등 관련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놀이터가 자유로운 공간이기는커녕 오히려 규율에 얽매인 감옥처럼 느껴졌다. 안전을 위해 가정에서도 원칙과 규율이 작용한다. 부모의 가치관에 맞춰 아이들의 몸과 생활형태가 길들여지는데, 아이들의 놀이 또한 어른들의 관점에서 너무 철저히 통제되는 것은 문제다. 작금의 안전기준이나 놀이에 대한 부모의 인식이 조그마한 사고라도 나지 않도록 점점 더 안전이란 감옥으로 옥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감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놀이터가 놀이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놀이를 통제하는 규율의 관점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안전기준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질병을 유발하는 재료 사용을 막거나 무게를 지탱하는 강도 기준,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맞춘 규격 등을 제시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혹시라도 다칠 수 있는 행동 자체를 금지하도록 시설물의 형태조차 제약하는 기준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또한 기준을 평가하는 사람의 전문성을 높이고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건설안전기술연구원 관계자도 자격요건 없이 간단한 교육만 받는 검사원의 자질 문제를 언급했다.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도 안전기준에 포함하고 다뤄야 할 부분이다. 기존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은 주로 기계적인 부분에 집중해 안전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의 놀 권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어 시대적 흐름에 맞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놀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론을 토대로 하는 총체적인 관리법이 필요하다. 통제하는 규율이 아닌, 케어하는 놀이 체계로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모색할 때다.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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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새 정권이 들어서고 세월호가 3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아직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 같다. 지난 2일 경기도미술관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은 ‘화랑유원지 추모시설 반대 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주민 50여 명의 반대로 파행을 겪었다. 심포지엄은 ‘416안전공원’ 조성과 관련한 지역사회 갈등을 해결하고 공원 조성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무엇보다 대화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이날 심포지엄이 마련된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심포지엄에서는 서로가 어떤 입장에 있는지 이해하고 갈등을 풀어가기 위한 대화는 성사되지 못했다. 416안전공원 조성을 반대하는 이들이 강경한 태도로 무대에 난입해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며 강당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포지엄을 반대한 지역주민들은 “안산시민의 유일한 휴식공간인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원 조성을 허용할 수 없다”며 화랑유원지와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에 공원을 조성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도심에 납골당을 두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이 반대한 이유였다. 아무리 반대하는 입장에 있다 해도 이날 이들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는데, 인터뷰에 응한 일부 주민들을 통해 사태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누군가에게 공통적으로 세 가지 정보를 전해 듣고 왔다고 증언했다. 먼저 416안전공원은 화장장을 동반한 납골당이 들어서는 것인데 ‘안전’이란 이름으로 둔갑시켰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이 천안함 희생자보다 많은 15억 원의 보상비를 받았으며, 이번 심포지엄은 시민의견을 듣는 마지막 자리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결정되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 번복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모두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였다. 납골당은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일본식 용어로 봉안당의 옛말이다. 봉안당은 시체를 화장해 유골을 그릇에 담아 안치하는 시설로, 효율을 위해서 화장장이 함께 설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봉안당과 화장장을 무조건 같이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화장장은 20호 이상의 인가가 밀집한 지역, 학교, 기타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장소로부터 1㎞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하지만, 봉안당은 설치기준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있다. 416안전공원 안에 유골 일부를 담은 기념물이 들어가길 원하는 유가족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 중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혹여 봉안당이 설치된다고 해도 법적으로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보상비와 관련한 내용은 지난달 30일 JTBC가 공개한 ‘피해 학생 배상금 결정서’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의 피해 학생 한 명에게 지급된 국가 배상금은 약 4억9678만 원이다. 여기에 국민 성금 3억 원과 여행자 보험 사망 보상금 1억 원을 더 받게 되면 총 8억9000여 만 원을 받게 된다. 추후 청해진해운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세금 지원 액수는 더 줄어들게 된다. 천안함 사건 때는 최소 7억5000만 원에서 최대 9억1000만 원까지 받았는데, 이 가운데 국민 성금을 제외한 국가 배상금은 2억 원에서 3억6000만 원이었으며, ‘유공자 보상’에 따라 유족에게는 연금이 따로 지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심포지엄은 특정한 문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의견을 발표하는 자리이고, 의견을 교환하며 담론을 발전시키는 토론의 자리일 뿐이다. 심포지엄에서 공원 조성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사회에서는 항상 경쟁과 갈등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공정한 절차와 자율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 원칙이다. 의견이나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면 이의를 제기하고 반대할 수도 있다. 또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문제 파악과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폭력을 행사해서 원하는 것을 취하는 것이 민주주의사회 일원으로서 온당한 일이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공정한 절차가 잘 지켜지기 위해서는 타인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416안전공원 조성을 추진하는 주체 입장에서는 반대주민들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 봐야 할 것이다. 반대주민 중에는 “세월호 참사 초기에는 같이 아파했는데, 계속 이어지다 보니 때론 우울해지고 때론 짜증이 솟구치고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다”고 호소한 이도 있었다. 이러한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지역에 드리운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세월호가 인양되기까지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진상규명과 세월호 인양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노란 현수막과 분향소를 계속 마주하게 되면서 ‘그날’의 아픔이 지역주민들에게는 지속되는 ‘현재’에 머물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쌓인 피로감이 그날을 추모하는 공간을 매일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확산됐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서도 진단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안산에서는 현수막, 분향소, 컨테이너와 같은 추모와 운동의 상징물들이 광화문에서 역사를 바꾼 촛불과 같은 역할을 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3년 동안 바닷속에 가라 앉아 있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주민 인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추모와 운동의 상징물도 이젠 걷어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를 걷어낸다 해서 추모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세월호에 대한 아픔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희망으로 승화해야 할 때다. 그러자면 대화의 창구를 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눈물 대신 꽃을 뿌려 아이들의 가는 길을 축원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416안전공원은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희생자들의 추모와 해상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위해 조성하는 공원이다. 법적인 절차에 따라 추진하는 것으로 416안전공원 조성은 국가와 국민 간의 약속이다. 416안전공원, 여전히 가시밭길이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가야할 길이다.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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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비판을 받아온 광화문광장이 역사적, 민주주의적 의미를 담은 완결된 보행중심지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위해 조직한 ‘광화문포럼’은 지난 31일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광화문포럼은, 조경, 도시계획, 건축, 교통 등 7개 분야 전문가 49명과 100명의 시민위원으로 구성된 집단지성으로 지난 9월부터 서울연구원과 10개월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논의과정을 가졌다. 광화문포럼은 이날 발표에서 율곡로(8차선)와 세종로(11차선)를 지하하화는 파격 제안을 했다. 광화문광장을 온전한 시민의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지하화된 율곡로 상부에는 조선 시대 왕이 다니던 월대와 경복궁의 시작을 알리는 해태상을 재현하는 구상까지 공개됐다. 탄핵 정국을 경험하며 광장 민주주의의 중심지로 재조명된 장소인 만큼 열린 시민 광장으로 변화한다는 소식에 시민 사회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광장에 진입하기 위해 찻길을 건너는 불편함을 겪어온 시민들도 반가움을 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집무실과 관저를 옮기고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고 당선 공약으로 채택한 터라 이번 제안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하지만 31일 재구조화 토론회 전후로 반가운 마음 뒤편에 한 가지 의문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광장 재편을 왜 이렇게 서두를까?’ 10개월간 포럼을 통해 숙의를 가졌고, 소통을 위해 토론회까지 열었다고는 하지만 미래 광화문광장의 조감도가 너무 빨리 공개된 것 같았다. 실제 마스터플랜이 제시되지 않은 중요 프로젝트에서 공간의 모습이 구체화된 조감도가 먼저 공개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토론회에서 객석의 한 시민도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포럼 관계자는 “이번 결과물은 광화문광장의 미래지향적 방향을 제시하는 차원의 결과물”이라고 답했다. 당장의 실행을 고려한 안이 아니라 긴 호흡을 요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이 과연 긴 호흡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다수의 언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정부청사로 집무실을 옮기는 시기가 2019년으로 될 것이라고 했고, 만일 그렇게 된다면, 광화문광장의 재구조화 사업의 완공도 문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기기 이전이라는 보이지 않는 데드라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긴 호흡을 가져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문화재다. 현재 경복궁 밖에 있던 육조 거리와 조선시대 관청인 궐외 각사(의정부, 육조, 사헌부, 한성부)는 광장 주변 땅 속에 잠들어 있다. 지금의 광화문광장의 설계한 신현돈 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는 “과거에도 도로를 지하화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땅 속에 있는 문화재 때문에 접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포럼의 제안내용 중에서도 시간의 층위와 흔적을 보전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땅 속에 버스 환승정류장까지 만들어 문화재를 파헤치려고 하고 있다”며 “그럴듯하게 말로만 외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율곡로를 지하화해 월대를 재현하자는 주장도, 진짜 문화재를 건드리면서까지 외형만을 갖추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으로 포럼의 한 관계자도 “포럼 내부에서도 지하화와 조감도 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고 심지어 '그림을 그려선 안된다'는 의견까지 나왔었는데 이번에 시에서 서둘러 공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광화문광장 주변 도로의 전면 지하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며 "차로 축소나, 승용차 진입을 차단하는 방식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1년 안에 끝나는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여 말했다. 광화문광장을 온전히 시민을 위한 광장으로 돌린다는 취지에는 많은 전문가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마치 재개발·재건축하듯 조성 8년 만에 새로 갈아엎겠다는 발상과 그 과정에 대한 논의는 더 필요해 보인다. 확정된 듯한 결과물(조감도)을 보여주면서 열린 광장을 만들겠다는 말도 납득하기 힘들다. 만드는 과정도 광화문광장다워야 할 것이다.
- 나창호[email protected]
- 20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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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시티, ‘스마트 조경’의 시작! 이강문 논설위원(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경관단 단장) ‘완전한 변화’의 시작! 4차 산업혁명을 우리는 이렇게 표현한다. 지금 화두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언급했듯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작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INDUSTRY 4.0’의 도래를 언급한 이래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혁신적 변화의 소용돌이를 몰고 왔다. 새 정부의 공약을 보면, 5번째 약속에서 '성장동력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과 스마트코리아 구현’ 및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ICT 르네상스’를 열어가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를 공약에 담았다. 지난 18일에는 한국조경사회에서 ‘조경과 IoT의 만남 세미나’를 개최했고, 4차 산업혁명이 조경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과 변화를 탐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제 우리는 좋든 싫든 선택의 문제가 아닌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발전시켜야 할지, ‘지혜’를 모을 때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는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없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미래의 도시와 우리 삶의 공간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을 갖춘 도시를 스마트시티(Smart City)라고 한다. LH는 스마트시티로의 진화를 위해 ‘한국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정립하고, 우리가 누리게 될 스마트시티의 일상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전용 홍보관인 ‘더 스마티움(The Smartium)’을 서울 강남에 개관했다. 스마트시티를 체험하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또한 지난달 쿠웨이트 주거복지청과 ‘사우스 사드 알 압둘라’ 지역에 분당신도시 3배 규모의 해외 스마트시티 1호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신도시 마스터플랜·실시설계용역에 착수했다. 또한 국내 스마트공원 조성과 확산을 위해 전문가 포럼을 개최해 특화서비스를 발굴하고, 요소기술을 검증하는 한편 해외 스마트공원 플랫폼 구축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연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ICT기술을 도시공원에 적용해 공원 내 미세먼지 농도와 열섬효과를 낮추고(30% 저감), IoT 조명관리(에너지 80% 절감) 및 토양수분 측정을 통한 자동 관수 등 ‘지능형 수목관리기술’(수목하자 10% 감소)을 실증 적용한 스마트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의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예측불가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LH가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을 공유하는 이유는 조경계의 노력들이 클라우드에 올라오고, 커넥팅되고, 다시 업그레이드 되어 조경업이 ‘신(新)성장동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낯선 미래에 대한 고심과 우려는 있지만, 결국 우리의 ‘지혜’가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이겨낼 것이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도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 이강문[email protected]
- 201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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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2015년 5월, 서울역고가 2차 개방행사를 다녀왔었다. 차가 다니는 도로 위를 걷는다는 기분도 색달랐지만 차창 밖으로 보았던 서울의 경관을 천천히 만끽할 수 있어서 특별했던 경험이었다. 서울역고가의 변신에 거는 기대도 컸다. 서울로 7017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이하 하이라인)에서 시작됐다. 서울로 7017은 2014년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국 순방 길에서 ‘하이라인을 뛰어 넘는 선형 녹지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고 발표한 이후 표면화 됐고, 지명초청 설계경기에서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마스의 ‘서울수목원’이 당선되며 시위를 당겼다. 비록 하이라인를 벤치마킹했지만 시는 ‘폐철로가 아닌 도로를 재생한다’는 차별성을 강조하며 공원화사업 대신 ‘도시재생’과 ‘보행’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작점은 하이라인이지만 서울식으로 다르게 풀어가겠다는 의지였다. 마침내 지난 20일 서울로 7017의 모습이 공개됐다. 오픈되자마자 한달음에 중림동 방향부터 회현역까지 걸었다. 하지만 개방행사에서 느껴졌던 경쾌함을 느끼긴 힘들었다. 일단 길 위에 콘크리트 화분과 여러 구조물이 시야를 가렸다. 사람들의 시선도 보행로 밖 서울 경관에만 머물러 있었다. 많은 사람이 진입하는 퇴계로 부분부터 걷지 않고 중림동 연결로부터 걸었던 이유는 양방향 통행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개장 첫날 몰린 인파 때문인지, 가로막은 화분때문인지 밀려오는 사람들을 헤치며 화분 사이로 요리조리 피하면서 걸었다. 지나가다 한 여성 손에 들린 양산 끝에 눈 주위가 찔리기도 했다. 한 조경인은 “서울로 7017을 보며 ‘무엇을 만들겠다’는 생각에는 동조하지만, ‘어떻게 만들 것인지’는 고려가 부족했다”며 근본적으로 비니마스의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언론에서는 ‘최고의 착상, 아쉬운 구성’이라고 한줄 평을 남겼다. 공간을 비워놓고 만들어가는 장소가 되도록 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고, 하이라인과 굳이 다르게 갔어야 했느냐는 의견도 있다. 심지어 스케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기대 이하, 수준 미달’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물론 일각에선 서울의 새로운 결절점으로서 사람을 위해 길을 내어줬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으니 더 지켜보고 보완할 부분을 고치면서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익숙함도 기대하자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계가 서울로 7017에 혹평을 쏟아내는 이유는 ‘기회비용’에 대한 아쉬움이다. 스펙터클한 서울의 경관을 볼 수 있는 장소적 이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많았을 텐데, 보행로라고 하기엔 좁고, 공원이라 하기엔 불편한 애매한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서울로 7017이 하이라인의 아류라는 평가를 피할 수 있게 됐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은 그만큼 크게 다가온다. 개방행사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시민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 나창호[email protected]
-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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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정 정원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 홍광표 논설위원(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언제부터인가 조경분야의 신문이나 잡지의 톱 키워드는 ‘정원’이 되어버렸다. 정원에 대한 뉴스는 정원박람회에 관한 것, 국가정원·지방정원·공동체정원·개인정원 등 수목원·정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유형별 정원에 대한 것, 수목원이나 식물원에 관한 것, 가든디자이너와 그들이 조성한 정원에 대한 이야기, 심지어는 외국(특히 유럽)의 정원에 대한 것까지 다양하다.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조경가에 의해 회자된다는 것은 정원이 우리 시대에 새로운 가치를 가지고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오래전 삼국시대부터 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며 만들어져왔던 한정된 계층의 전유물로서의 정원이 아니라, 이제 정원이 불특정 다수가 주인이 되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되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원이라는 용어는 동일하지만 그것의 함의는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정원이 대중들의 몫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담장으로 둘러쳐진 구획된 공간에 존재한다’는 정원의 기본적인 정의가 수정되어야 한다. 즉 정원이 조성되는 장소가 개인 소유이어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그런 곳이 아니라 개인 소유이든, 공공의 소유이든 그곳에 조성된 정원이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향유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원이 단순히 점상의 존재가 아니라 점·선·면적 개념을 가지고 도시 안에 얼개를 형성하고 도시공간 곳곳에 충진요소로 존재하여 도시민이 쉽게 정원을 만날 수 있고, 정원에서 일상의 피로를 내려놓고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현대도시에서의 정원은 공공의 성격을 가진 공공정원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정원이 왜 우리의 시대에 필요한 존재가치를 갖게 되었는가? ‘수목원·정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순천만정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정원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새롭게 읽히게 되는 계기를 만들고,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정원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급기야 정원이라는 것이 유행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고 하는 말에 이의를 달고 부정할 생각은 없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원의 시대가 우리 곁에 다가온 진정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즉 자연을 빼앗긴 도시민들에게 멀리 있는 공원 보다는 가까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정원을, 그리고 법적 근거를 가지고 복잡한 과정과 많은 비용을 들여서 만들어지는 공원보다는 작은 공간이든, 큰 공간이든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는 정원이 보다 더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곳곳에서 정원박람회가 열리고, 도시의 폐기된 시설에 정원이라는 옷을 입혀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여러 지자체나 단체에 의해서 정원교육이 이루어지고, 매년 지방정원을 지정하여 도시마다 정원을 조성한다고 해서 진정 우리가 정원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지 못하는 것은 혹시 우리 시대가 정원을 일종의 전시품으로 생각하거나 지자체장의 공적을 위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정원은 만들어서 가꾸고 그것을 길들여가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정원을 그저 관상만 하는 것은 정원이 가진 진정한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봄이 되면 집 앞의 작은 공간을 일구어 꽃모종을 심고, 그것이 성장할 수 있도록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면서 꽃을 피우는 과정이 있어야 나의 정원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정원을 많은 사람이 바라보면서 즐기고, 추억을 만들어내고, 애정을 가지고 함께 다듬어 간다면 그때는 나와 너의 정원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공공정원인 것이다. 이러한 공공정원은 급기야 도시경관을 아름답고 활기차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용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 정원의 시대에 살고자 한다면 ‘가든’이 아니라 ‘가드닝’에 방점을 찍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 홍광표[email protected]
- 201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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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생태계서비스, '지속가능한 생태복지'의 길 구본학 논설위원(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회장)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토 품격 제고” 정책이나 법률을 정비할 때 가장 흔히 듣는 말이며 그만큼 가장 중요한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어찌 보면 보편적 복지로서 가장 필수적인 수단 즉 생태복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생태복지를 달성할 수 있을까? 미국은 1시간 이내의 거리에서 일상생활을 통해 생태계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전략으로 국립야생보호지역(NWR: National Wildlife Refuge)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각종 법률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생태자원을 보전하거나 조성 또는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아직 미흡한 부분은 있으나 제도적으로는 일정한 수준의 생태자원을 양적으로 확충하거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고, 특히 네트워크를 구축해 생태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시장규모는 세계 수준에 비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세계 자연환경보전 관련 시장규모는 2013년 기준 약 9240억 달러(한화 1049조6640억 원)에 이르며, 2020년에는 1조1610억 달러(한화 1318조8960억 원)까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환경부, 『환경백서』, 2016).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자연환경보전 시장은 약 1조 원 내외로 아직 국제 시장규모에 비해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 ‘2015년도 시행계획’, 『제3차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육성계획』, 2015). 이에 따라 적극적인 자연환경보전 시장 발굴이 요구되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으로 자연침해조정 제도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각종 개발사업으로 토지를 훼손하거나 변형하는 경우 원인자인 사업자가 훼손비용 즉 복원비용을 지불해 원 생태계로 구조와 기능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말한다. 현재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이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시행되고 있다. 나아가 국토그린인프라를 구축해 대 국민 생태계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을 통한 지속가능한 국토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은 학술적 이론에 근거해 실무적 기술을 발전시키고 사후관리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생태계 유형 및 훼손 유형에 따라 생태계 복원 모델이 차별적으로 적용돼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생태계 훼손 진단평가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생태복원 근거 법령을 제정해 자연환경보전 전문가 양성(대학 등 교육, 국가기술자격, NCS 등), 전담기관 지정 운영, 자연환경보전전문업 신설 육성, 생태변호사, 탄소시장 활성화 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가능할 것이다. 생태적으로 건강한 환경은 결국 동식물 등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포괄하는 개념을 녹색복지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녹색복지란 국가가 제공하는 국토와 국민을 위한 생태계서비스 혜택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시대의 자연환경보전 분야의 핵심적 가치를 몇 개의 키워드로 요약한 바 있다. 주요 키워드는 ▲생물다양성 ▲기후변화와 탄소저감 ▲생태계서비스 ▲지속가능발전과 생태복지 ▲습지 등 수생태계 ▲도시생태재생 ▲비탈면 및 훼손지 복원 ▲환경교육 ▲생태문화 ▲생태관광 ▲자원순환 ▲4차산업혁명과 빅데이터 ▲환경정보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생태계서비스 확대를 위해 국가의 녹색복지 정책을 평가하고 국민의 녹색복지 평가지표 및 국토 녹색지표 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아울러 생태총량관리 및 생태은행(eco bank), 생태계좌(credit), 대체비용 등의 제도 등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또는 만물인터넷(IoE),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반 U-생태복원통합정보시스템 등 자연환경보전 R&D와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위한 복원 및 성능평가 기술을 개발하는 등 융·복합적 이론과 기술 발전에 대한 노력으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구본학[email protected]
- 20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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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 시대의 조경 김재준 논설위원(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회장) '조경'이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고 어느덧 4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 조경인들은 짧은 기간 동안 조경분야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필수 구성요소 중의 하나로서 자리매김을 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나타나는 각종 사회적 현상들, 즉 인접분야의 성장과 기득권 세력의 보수화가 진행되면서 조경분야가 이뤘다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씩 우리 품을 떠나고 있다. 인접분야의 침범으로 인한 영역분쟁이 첨예화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애써 이루었던 성과에 만족하기 보다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데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반성을 해본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산림청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입법 활동을 경험하면서 그 동안의 경우처럼 수동적 방어에 치중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접분야와의 영역분쟁에 조경분야에서 어떤 전략으로 주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행연구를 한 후, 정부부처에 정책을 제안하는 리더로서 역량을 개발하는 진취적 사고로 전환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조경은 디자인이 반영된 공학이고 과학이면서 종합예술이라고 배워왔고, 그것을 당연시 해왔다. 공학이나 과학이라면 계량화가 되어 실증적으로 수치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이론적 증명이 가능해야 한다.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조경의 모습은 어떤가? 88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수도권 신도시 개발시대와 초기 지방자치시대에 이르기까지 조경사업 활성화가 화두였던 시절, 조경산업 분야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었다.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이러한 호황기를 다시 누릴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있을까 생각해 본다. 산업의 한 분야로 평가해 볼 때 조경에 대한 기술수준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 건축이나 토목의 부대공종, 특별한 노하우가 없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라 평가를 받지는 않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영세성에 기인한 경제논리로 인한 한계라는 외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 계량화, 과학화를 통한 공학적 접근과 기술의 차별화를 이루지 못해 조경분야만의 독립적 영역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 이유는 아닐까 생각한다. 산업이 활성화되고 전문분야로서의 입지가 굳건해 질수록 학계의 인적자원이 풍부해 진다. 이렇게 우수한 인력의 확보로 연구활동이 활발해짐으로써 공학적 과학적 체계를 갖춘 전문분야로서의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관, 산, 학이 하나로 뭉쳐 협력체계를 공고히 다지고 ▲인접분야와의 기술적 융합을 통한 인력의 확보와 기술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 ▲새로운 디자인의 개발 ▲신소재의 개발과 생산 ▲복합유통시스템 도입을 통한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과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인접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한 사고의 틀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 조경분야 전체가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산업이 활성화되고 전문분야로서 입지를 굳건히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조경정책을 다룰 수 있는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조경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부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조경진흥기본계획의 수립 뿐 아니라, 조경진흥단지의 조성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경진흥법' 개정이 시급하다. 조경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자연공원법' 등 관련 법령의 합리적인 개정을 통해 조경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회'에서 정부 및 국회, 각 정당들을 대상으로 조경관련 각종 정책을 제안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노력들이 켜켜이 쌓여 조경정책이 국정운영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다음으로 건축, 환경, 산림 뿐 아니라 IT분야, 첨단기술분야 까지도 동반자로서 인정하고 관계성 회복을 통한 소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한사람의 리더가 주도하던 시대가 아니다. 이종 산업간의 융·복합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소한 영역다툼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인접분야와의 관계성을 어떻게 가질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창조적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조경이라는 생명체가 왕성한 세포분열을 통해 건강하고 활기차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시대의 흐름을 리드하며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함으로써 조경의 확고한 기틀을 마련하는 멋진 조경인들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 김재준[email protected]
- 201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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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재단’은 영리 추구를 하는 곳이 아니다. 비영리 목적으로 형성된 재산에 부여하는 이름이 ‘재단’이기 때문이다. 보통 여러 단체들이 공익적 사업을 위해 서로 기금을 출연해서 만드는 것이 재단이다. 조경분야에도 과거 조경회관을 짓는 등 조경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모금을 통해 형성된 재산이 있는데, 그것이 모태가 돼 ‘환경조경발전재단’이 만들어 졌다. 그런데 재단이 말썽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거액의 출연금을 냈는데, 여기에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으며, 기업들은 이들의 강압에 못 이기거나 뇌물 목적으로 기금을 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형성 과정은 대통령 탄핵 사유로 ‘헌재 결정문’에 명시됐다. 또한 헌재 결정문은 대통령에게 “왜 감시를 받지 않았냐”고 강하게 묻고 있다. “(대통령이) 최서원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이로 인해 국회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며 이로 인해 사태가 커졌다는 것이다. ‘재단’과 ‘공적 감시 거부’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불러온 여러 키워드 중 하나다. 조경계는 어떤가. 조경단체들은 비판적 여론에 매우 수세적이거나 너무 공세적이라는 평이 기자들 사이에 흐르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분야 내 매체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여론을 잘 수렴해 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올해 새롭게 들어선 조경학회와 조경사회는 언론과 소통하려는 노력들을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이러한 소통은 무엇이 조경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가에 대해 언론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조경단체들은 아직 언론의 감시를 수용하는 장치와 시스템이 부재하다. 조경분야는 지난 몇 년간 컨트롤 타워 부재로 제대로 대응도 못한 채 법적 제도적으로 놓친 것들이 너무 많다. ‘조경의 위기’가 이렇게 많이 이야기 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문제점은 지적하지만 적극적으로 조경단체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언론은 없었다. 그만큼 분야 여론은 단체에 너그러운 편이다. 단체의 횡령 비리 등을 적극적으로 고발하는 다른 분야의 매체와 비교하면 언론이 소임을 다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언론이 “실수를 감추려고 하는 것”까지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사를 쓰지 말라”는 식의 불편한 대응이나 기사의 가이드라인을 잡으려는 행동은 재단이나 사단이 보일 태도가 아니다. 이러한 돌출 대응은 되레 신중한 보도를 스스로 저버리는 결과를 내기 십상이고 향후 발전적인 모색도 힘들어진다. 사익 추구가 아닌 조경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점을 항상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책임 있는 단체의 모습이다. 공공의 감시를 수용하는 일, 우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슬픔을 겪고 나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깨우쳤다. 앞으로 “적폐청산”이 대한민국의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 주변에 위기를 키우고 있는 “조경계 적폐”는 무엇인지 다함께 돌아보는 계기로 삼자.
- 박광윤[email protected]
- 201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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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오는 5월 ‘서울로 7017’이 완공된다. 개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고 있어 다양한 말들이 오가는 중이다. SNS에서도 설전이 치열한데많은 전문가들이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서울로 7017’은 식물원이나 공원이 아닌 보행로이고, 식물 중심이 아니란 점을 들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많은 언론과 시민들은 ‘서울역고가 공원(혹은 공중수목원)’이라 표현하지만 관계자들은 ‘보행로’라고 주장한다. 시 관계자들은 식물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건축가의 콘셉트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식물 관리 방안을 모색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서울로 7017’에서 식물이 다뤄지는 방식은 자문결과와는 다르다. 한 나무병원의 원장은 “나무는 토양과 배수가 가장 중요하다. 하자 문제의 핵심은 토양에 있고, 수목이 죽는 이유는 70~80%가 토양 때문이다. 서울역고가에 심어질 나무들의 성장을 고려한다면 잘못된 처사라는 의견을 주었지만 공사를 강행했다. 당선안을 밀어붙이는 데 있어 자문은 면피용이었던 것 같다”며 이후 자문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계속 자문에 참여해 온 한 전문가는 “당선안을 뒤집을 순 없겠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는데 역부족이다. 시는 보행로로서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목원’ 개념을 놓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역고가는 대상지와 식물이 싸우는 형세라는 지적도 있다. 식물의 서식처는 화분으로 대체됐는데, 교목들의 성장세와 뿌리 뻗음을 화분이 감당해낼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물주기와 주기적인 가지치기 등 세심한 유지관리도 뒤따라야 한다. 콘크리트 바닥이 뿜어내는 복사열이 상당할 텐데, 더위에 약한 나무에 대해서는 여름철 고온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의문이고, 태풍이 불 때 넘어질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박상길 가천대학교 연구원은 “식재 디자인은 사람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도 식물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물의 고유한 서식처를 존중해야 하는데, 서울역고가의 화분에서 자라는 교목들은 생존의 조건을 크게 제약당하고 있다”며 “식물의 장소성을 거세하면서 서울의 장소성을 표방한다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그는 “나무의 ‘삶’을 화분 속에 고정시켰을 때, 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므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느낄까?”란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걷고 싶은 길’이라는 주제는 사람이 이동하면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성과 자연과의 교감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여러 지점과 지점을 연결하는 보행로라는 개념만 강조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게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서울로 7017’의 수목 배치와 생육을 위한 조치 등 식물을 다루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러한 우려에 대해 건축가의 의도와 콘셉트가 우수하므로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반박 의견도 있다. 하지만 조성 마무리 단계인 현재의 상황은 결국 보행로 조성과 건축가의 의도 구현이란 목적에 급급해 수목의 지속가능한 생육환경을 도외시한 것으로 보인다. 살아있는 식물을 소재로 삼는 디자인은 적절한 생육환경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설계가의 디자인 의도에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경관이 되거나 사후 유지관리비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로 7017’의 식물 생육기반은 너무나도 열악해 자칫 ‘동물학대’에 버금가는 ‘수목학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수준이다. 이곳에서 나무는 마치 푸아그라를 얻기 위한 거위 간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푸아그라는 거위나 오리 간으로 만든 프랑스 대표 고급요리다. 캐비어, 송로버섯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힌다. 요리 재료인 거위 간을 얻으려면 억지로 간을 병들게 해 간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흔한 방법이 철창 안에 가둬두고 목에 깔때기를 끼워 간을 부풀려 재료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 요리는 동물보호단체들로부터 동물학대란 비난과 함께 일부 국가에서는 법으로 판매를 금지하기도 했다. 동식물이 서로를 먹이로 삼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지만 더 맛있는 식재료를 얻으려고 살아있는 생물을 고문하는 행위는 종의 구분을 떠나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다.요즘은 ‘동물윤리’뿐만 아니라 ‘식물윤리’ 또한거론되고 있다. 식물은 비록 동물처럼 쾌감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로 간주되지만 생로병사를 겪는 생명체라는 점에 있어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식물도 마땅히 윤리학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한다. 목적이 어떻든 식물을 사용하기로 했다면 그에 맞는 접근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식물 전문가들이 뭐라 하든 식물이 중심이 아닌공간이라서괜찮다는 태도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서울역고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수목학대가 심히 우려스럽다.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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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신을 잇는 새로운 정부의 정책공약 이재준 논설위원(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올해 19대 대통령 선거는 장미꽃 대선이다. 촛불 정국이 만든 값진 민주주의 결과로 치르는 조기 대선이다. 그러나 조기에 치르는 대선은 여려 모로 걱정이다. 특히 향후 대한민국 국정을 이끌어 갈 정책공약이 제대로 준비되고, 검증되고, 그리고 잘 추진될지 걱정이다. 대통령의 정책공약은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대통령 임기 내 실천 가능한 세부적인 정치적 약속’이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공약은 ‘시대 상황과 맞느냐?’, ‘국민 정서에 맞는가?’, ‘강력한 추진 의지가 있는가?’로 통상 그 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대미문의 조기 대선이다. 정책공약을 준비할 시간과 국민이 검증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조기 대선이라 향후 집권할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정도 없이 출범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의 조직과 기능, 예산현황의 파악, 새로운 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책의 우선순위, 분야별 인재 발굴 등을 수행하기 때문에 매우 필요한 기구이고 기간이다. 향후 대한민국은 국정을 이끌어 갈 사람과 추진할 정책공약을 선정하는 인수위 없는 조기 대선은 더욱 걱정이다. 따라서 조기 대선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대한민국 각 분야별 시대적 욕구가 담기는 정책공약을 역으로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촛불 정국에서의 국민 염원과 같이 분야별 숙의를 거처 조기 대선에서 논의되고 추진되어야 할 정책공약을 제안하는 것이다. 거버넌스 국민참여 방식으로 대통령 정책공약을 제안하는 것은 촛불 정신을 이어가는 새로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안할 수 있는 정책공약은 경제성장과 효율성 차원의 '성장'과 동시에 국민의 '삶의 질'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러자면 다음과 같이 새로운 개념의 포용적인 성장과 거버넌스형 자치와 분권,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산업과 도시의 진흥 등이 담겨야 한다. 먼저 포용적 성장으로서 국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성숙한 사회는 지난 유엔 해비타트III(2016) 세계총회에서 주창된 바와 같이 소외된 계층을 포함한 모두가 차별 없고, 공공시설에 접근 가능하며, 재분배를 통해 혜택은 동시에 나누는 국가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거버넌스형 자치와 분권으로서 국가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국민의 삶 증진을 이루는 정책의 핵심은 국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시민이기 때문에, 국민과 시민들이 직접 국가정책과 도시정책을 제안하고 집행하는 거버넌스형 자치와 분권의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아울러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산업과 도시의 진흥 방향으로 국가정책이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터넷의 3차 산업혁명에 이어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변화를 산업과 도시 생활공간에 접목시켜 산업진흥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을 탈바꿈시키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촛불 정신을 이어가는 새로운 민주주의와 정책은 정부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국민의 역할이기도 하다.
- 이재준[email protected]
-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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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경계를 넘어 소통과 상생으로 임승빈 논설위원(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3월3일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이 조경인 모두의 기대를 받으며 출범했다. 우리나라에 조경이 도입된 초기 분야의 단결과 소통을 목적으로 1980년대 결성됐던 ‘한국조경연합회’ 이후 두 번째로 조경계를 망라하는 최대 규모의 조경단체연합이 탄생한 것이다.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은 20개 단체로 구성돼 7개 회원단체를 가졌던 ‘한국조경연합회’와 비교해 보면 그동안 조경계가 양적인 면에서 크게 성장했음을 알 수 있으며, 동시에 조경계 내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출범에 기대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조경분야 콘트롤타워의 회복이라 하겠다. 돌이켜보면 지난 수년 동안 조경계의 무기력함은 과거 어느 때도 없었던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웃 분야에서 법률 제정 및 개정을 통한 조경업역의 잠식시도, 조경단체간 불협화음, 조경 후속 세대의 자존감 상실 등에 더해 건설경기의 침체라는 국가적 상황이 맞물려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내왔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위기감이 오늘의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결성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은 기대가 큰 만큼 그 책임도 무겁다. 당장에 조기 대선이라는 국내 정치적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여 차기 정부 정책 아젠다에 조경계의 현안을 반영시켜야 한다. 국토조경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조경단체총연합’ 주관으로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총연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된다. 12만 조경인들은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번 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그동안 어렵게 제정된 조경진흥법, 국가공원법이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이들 법은 아직 개념적인 수준으로서 구체적 실천력이 담보되어 있지 못하여, 앞으로 이를 어떻게 다듬어 실효성 있는 법으로 만들어, 조경분야의 버팀목이 되게 하느냐가 주어진 과제이다.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조경분야가 우리나라에 도입된지 40여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도입 초기 서구식 디자인 중심의 조경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조경의 정의와 업역을 새 시대에 부합되도록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고도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개발에 따른 훼손지 미화, 도시미화, 환경오염의 관리, 아파트단지의 생활공간조성, 도시 및 자연경관관리, 문화재관리, 그리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그린인프라 구축, 그리고 도시재생, 정원문화의 대두에 따른 주민참여형 녹색공간 조성으로 다양하게 가지를 치면서 발전해왔고, 이에 따라 업계 및 학계도 분화하면서 다양한 영역이 만들어져왔다. 조경의 정의와 업역을 새롭게 함에 있어서는 20개에 달하는 조경단체의 이해관계를 조화롭게 융합하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소속 단체들은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모든 단체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조경의 인접 분야에 대해서도 경직된 영역싸움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할 것이다. 문을 닫는 폐쇄적 방식으로는 어느 단체든 국가든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울타리 안에 안주하다가는 시대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태되고 만다. 우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소통의 문제로 결국은 낙마하는 불행을 안타깝게 지켜보지 않았는가?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에 기대가 큰 만큼 풀어야할 과제가 많을 것이며, 또한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조경인 모두가 각자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고 소통과 상생의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오히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조경인 모두가 적극 참여하여 ‘대한조경단체총연합’의 성공적 앞날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 임승빈[email protected]
-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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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최근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과 관련한 층수 제한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35층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체들은 어떻게든 층수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서울시 해명이 불씨를 더욱 키운 모양새가 됐다. 개발과 보존의 입장이 서로 상충되는 분야는 크게 환경, 문화재, 경관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특히 환경단체와 개발업자들이 충돌하는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레이첼 카슨은 1960년대에 DDT의 위험성을 고발한 『침묵의 봄』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이끌어내면서 시민환경운동을 촉발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오염이 가속화되던 1970년대 후반부터 환경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이후 환경문제는 전 세계의 과제로 떠올라 수십 년을 이어져오면서 그 중요성이 대중에게 깊이 인식된 상태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역사가 더 오래됐다. 고대 로마는 1000년의 역사를 이룩한 대 제국이었다. 서구문명의 뿌리라고 불릴 정도로 문명이 발달했는데, 이미 고대 로마 시대 당시부터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훼손 행위를 엄하게 다스리는 풍토가 있었다. 현대에도 문화재 구역에 대한 규제는 꽤 강한 편에 속하고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자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인식이 있어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경관은 앞서 말한 환경과 문화재에 비해 적절한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경관이 정책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유네스코가 문화‘경관’을 세계유산의 하나로 정립한 이후부터로 역사가 매우 짧다. 경관법이 제정된 이후 관련 정책과 계획들이 수립되기 시작하고, 법 개정 이후 2014년부터 경관심의가 의무화되면서 최근 들어서야 지자체에서도 경관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시민들과의 관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개발과 보존이 대립하는 때에는 얼마나 많은 민심을 얻고 공공성을 획득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정당한 명분을 얻지 못하고도 개발을 밀어붙여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해당 지역의 환경성과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대중의 공감대가 형성된 경우에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법적 책임을 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에 비해 경관 훼손에 대한 반응은 비교적 덜 민감하게 작용한다. ‘재산권 침해’란 개인적 권리가 ‘경관의 공공성’보다 우위에 서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대중은 경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당하고도 ‘남의 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층고가 일정수준 올라가면 같은 면적이라도 단가가 높아진다. 고층에서 얻을 수 있는 조망권을 돈으로 환산해서 갖는 원리다. 누군가는 돈을 내지 않고 누리던 경관이란 권리를 빼앗기는 것이다. 경관 훼손을 막는 것이 ‘재산권 침해’란 주장은 여러 사람이 누리는 경관에 대한 권리를 독점함으로써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물론 해당 지역의 특성상 층고를 높이는 것이 경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다수에게 이익이라면 동일한 층고를 원칙으로 제시하는 게 불합리할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제재는 분명히 필요하다. 경관이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공정한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대중의 인식이 향상돼야 한다. 현재 국토부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국토경관헌장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공공의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발굴하는 전문가들의 역할도 필요할 것 같다. 한국경관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한 임승빈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에 따르면 경관은 ‘보이는 풍경’에 내재된 자연 생태계의 작용, 인간 활동 등을 포함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내재된 본질적 가치는 환경이나 문화재와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다. 경관은 독점의 대상이 아니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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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통합놀이터의 국가 지원을 의무화한 법안이 지난 1월 31일 국회에 제출됐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조배숙 의원은 이용자 중심으로 놀이시설 정책을 강조했다. 최근 통합놀이터 뿐만 아니라 모험놀이, 창의놀이터, 기적의 놀이터 등 어린이 입맛을 고려한 특색있는 놀이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안전에 집중한 과거와 달리 고객(?)의 필요에 의한 위험(Risk)과 안전의 밸런스로 눈을 돌리는 전문가도 늘고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균형의 실체가 모호하다고 한다. 울타리 구조, 바닥포장재 등 공산화된 규격만으론 모험요소 적용이 사실상 힘들다.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기준 등 놀이시설 정책이 ‘안전’을 위한 규제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모험’이 파고들 틈이 많아보이진 않는다. 물론 다수의 전문가는 어린이의 안전과 배려 측면에서 안전관련 법률과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아이의 눈높이에서 어린이놀이시설에 대한 더 큰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한다. 형태에서 행태까지,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까지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국의 ‘놀이터 안전규정과 위험의 관리, 실행안내서’는 우리 놀이터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Play England’가 펴낸 이 가이드라인은 모험(위험)요소 적용과 안전 관리를 다루고 있다. 일례로 이 가이드라인은 역설적으로 ‘안전’이란 주관적 기준보단 Risk(위험요소), Harm(위해)처럼 객관적인 용어로 가이드라인을 서술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안전이란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는 주관적 기준이기 때문에 ‘안전한 놀이터’라는 인식도 개인차가 있다. 우리에게 결여된 가치와 용어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과 분석이 이 가이드라인의 출발점이었다. 새로운 놀이터에 대한 호출이 늘면서 기존 어린이놀이터를 ‘획일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꿔보면 그만큼 놀이시설 공급처가 안전기준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제는 언제, 어디서, 무엇이든 가지고 놀 수 있는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확장된 어린이놀이터 기준을 필요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을 뛰어넘는 '놀이터 기본법'을 만들자고 하면 모험일까?
- 나창호[email protected]
-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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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옮겨진 백두산호랑이가 지난 3일 숨을 거뒀다. 산림청은 백두대간수목원을 아시아 최대 규모로 만들고, 세계 모든 식물종자를 보관할 시드볼트(Seed Vault) 조성과 함께 1920년대에 멸종된 토종호랑이를 복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지난달 26일에는 100여 년 만에 백두산호랑이가 숲에 안착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런데 불과 9일 만에 호랑이는 싸늘한 주검이 됐다. 환경단체들은 호랑이숲 조성을 민간이 운영하는 동물원에 비유하고, 이와 같은 사업에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대해 왔었다. 또한 환경부가 담당하는 종 복원 사업과 별개로 산림청이 독자적으로 호랑이 종 보존 연구에 나서는 것에도 우려가 많았다. 부처 간 업역도 뛰어넘어 무리하게 호랑이숲 조성을 추진한 배경에는 법인화를 염두에 두고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좁은 곳에서 관람의 대상이 돼 온 호랑이는 이미 병에 걸린 상태였다. 호랑이 폐사의 원인은 만성신부전증에 이주로 인한 스트레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 기능이 급격하게 저하된 상태였는데, 이송 전 상태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전문성이 없는 다른 분야에 손을 뻗친 결과는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호랑이의 행동반경은 수컷이 1300㎢(13만ha), 암컷은 400㎢(4만ha)에 달한다. 그런데 산림청은 4.8ha 규모의 숲을 조성해 호랑이를 방사하면 잘 정착하고 생활할 것으로 예측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겠다는 발상이다. 산림청은 호랑이가 적응 훈련을 마친 후에는 관람 대상으로 ‘안전하게’ 풀어놓을 계획이었다. 호랑이숲 내에서만 방사하고 ‘탈출’할 수 없도록 안전펜스를 설치하고서. 산림청의 계획은 철저하게 호랑이를 가둬 두는 것이었다. 다만 ‘자연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사람의 시각에서)의 넓은 영역을 배정해 준다는 것? 호랑이숲은 ‘뛰어노는 호랑이를 안전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의 숲’에 지나지 않는다. 아르네 네스와 조지 세션즈가 함께 개발한 심층생태론의 8대 강령에 따르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의 번영은 그 자체로 고유의 가치를 갖는다. 생명체들의 가치는 인간에게 유용한가의 여부와는 별개로 봐야 하며, 지구상 생명 형태들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은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고 아르네 네스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생명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감소시킬 어떠한 권리도 갖고 있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한 생명체나 자연계의 어떤 측면을 그저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산림청은 복원이란 명분으로 호랑이를 ‘백두대간’이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한국에서 호랑이는 이미 멸종했다. 백두산호랑이의 유전자와 현존하는 시베리아호랑이의 DNA 염기서열이 100% 일치하기 때문에 강제로 우리 땅에 데려와 풀어놓는 것은 종 보전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사라진 줄 알았던 호랑이가 발견돼서 그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보존 대책을 마련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살던 호랑이를 데려오면 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인가? 조상이 어디 살았든 그 개체의 고향은 다른 곳인데, 인간이 기억하는 역사에 이야기를 끼워 맞춰 강제 이주 당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보전하는 것은 그 개체가 살아있는 곳에서 더 이상 밀려나지 않도록 서식처를 보전해 주는 것이 옳은 처사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 같이 근무한 중국인 직원은 동물원에서 탈출한 곰을 사살했단 기사를 보고 이런 말을 했다. “곰이 불쌍하다. 사람들이 맘대로 잡아서 우리에 가둬 놓고 탈출했다고 죽이는 건 이기적이다.” 동물에게 사람의 룰을 지키라고 하는 건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전문성이 부족한 종 보전 분야로 무리하게 확장을 시도하고, 호랑이란 생물을 그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결과, 백두대간수목원은 호랑이 무덤이 됐다.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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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최근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에 심겨 있는 가이즈카향나무가 민족정기를 억압하기 위한 일제의 잔재라 제거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한국에선 일본과 연관성이 얽힌 나무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역사적인 이유로 나무가 눈총을 받고 제거 대상으로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본과 관련된 이야기가 얽혀 있는 나무들은 마치 청산해야 할 대상이자 악의 축인 것처럼 증오의 대상이 되곤 한다. 가이즈카향나무는 이토 히로부미가 1909년 대구 달성공원에 기념식수로 심은 이후 전국에 식재된 나무로, 일제 잔재로 인식되는 대표적인 수종이다. 이 나무는 일본에서 향나무를 원예 품종으로 개발해 들여와 일본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사건과 연관된 나무이고 일본이 원산지이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는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종 구분 없이 향나무를 모두 베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향나무는 한국에서 자생하고 예전부터 향을 피우는 재료 등으로 많이 사용해 왔는데 나무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일본산인 나무라도 억지로 베어내는 건 나무 입장에선 부조리한 일이다. 역사적인 사건은 사람에 의해 일어난 것이고, 나무는 그 사람에 의해 심겨졌을 뿐이다. 기존 생태계를 파괴할 만큼 무분별한 생물종이 유입되는 건 경계하고 관리해야겠지만, 출신지를 빌미 삼아 죄 없는 나무에게 원죄를 씌우는 건 가혹한 처사다. 김봉찬 더가든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나무나 풀을 대할 때 자연을 보고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으로 접근을 해야지, 역사적 사건과 결부지어 이름과 자생지가 일본이라고 배척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일제강점기와 관련이 있는 나무는 제거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무궁화를 우리 꽃이라고 부르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무궁화의 종명 ‘syriacus’는 원산지가 시리아란 뜻이다. 학계에서는 원산지가 시리아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인도와 중국이란 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뚜렷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무궁화의 원산지는 불분명하지만 그 기원은 한국과 무관하다. 옛 문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무궁화를 널리 심었으나 자생지는 아직까지 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 원산지로 따지자면 가이즈카향나무나 무궁화나 한국이 아닌데, 서로 다른 잣대를 필요에 따라 유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접근하다 보니 한국이 원산지인 왕벚나무가 일본 나무라는 억울한 오해로 천대받는 일도 있었던 것이다. 나무는 사람과 오랜 시간 함께 해 왔고, 하나의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가치가 있다. 식물과 식물, 동물, 사람이 유기적으로 관계 맺는 생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발생한 역사적 이데올로기를 나무에 투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사람에겐 국경이 있는지 몰라도 생명에는 국경이 없다.
- 이형주[email protected]
- 2017-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