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오피니언

뉴스 상세검색
뉴스 상세검색 닫기
카테고리
기간
~
검색어
  • 오늘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환 기술의 한 가운데 있는 전기자동차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전기자동차 기술은 석유 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 기술보다도 먼저 개발된 기술이라는 사실이다. 1832년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발명한 전기마차가 최초라니, 그 역사가 두 세기에 가깝다. 심지어 전기자동차가 상품화 되어 판매된 시기는 1886년으로 이는 가솔린 엔진 자동차보다 5년이나 앞섰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 개발을 거듭해 온 전기차는 왜 아직도 상용화되지 못한 걸까? 이는 대량 생산 단계에서 석유 엔진에 패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과학자의 연구와 엔지니어의 기술력일지라도 그것을 성공시키는 것은 그들의 몫이 아니라 그 기술을 지원해주는 정책, 제품화하는 기업, 활용해주는 사용자의 몫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함의를 형성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지금 우리는 지구촌에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인 기후변화 문제, 삶의 질의 문제, 물 문제, 생물다양성의 문제 등과 이를 포괄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의 문제 등을 계획을 통해서 해결점을 제시하고, 설계를 통해서 실체화해나가고 있다. 이 중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국제 사회, 국가, 기업, 시민 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표준화된 프로토콜 즉, 사회적 함의를 체계화한 규약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은 관련 활동의 감시, 보고 및 검증(MRV)이 있어야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기업은 자연 자본을 많이 활용하고, 기후 문제를 많이 야기하는 주체이면서,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의 약자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등 다양한 공시제도에서 관련 노력을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를 적극 수행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노력을 효과적으로 추적, 평가, 인증체계를 표준화하기 위해 국제적으로는 “Extents,” “Tier,” “Approach,” 그리고 “Scope”가 논의되고 있다. Extents는 보통 공간적 범위를 규정하는 용어로 많이 사용된다. 탄소저감, 기후적응 관련된 활동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공간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산림지, 정주지, 초지, 농경지, 습지 등을 구분하고, 관련 범주를 구체적으로 구분해주는 행위가 Extents를 규정하는 행위가 된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있어서는 산림지에서 정주지로의 토지이용에 대한 변화가 만들어지게 되면, 해당 면적에 따른 원단위를 고려하여 배출량을 산정하게 된다. “Tier”는 데이터 수집과 보고의 수준을 나타낸다. 온실가스 배출, 흡수 관련된 특성이 지역마다 많이 차이나고, 국가별로 데이터 수집의 수준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분류한 체계이다. 일반적으로 “Tier 1,” “Tier 2,” “Tier 3”와 같은 수준이 사용되고, 보다 정교하고 상세한 데이터 수집이 요구될수록 높은 tier로 분류된다. “Approach”는 어떤 방법론과 기술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지를 나타낼지는 의미한다. 산림지의 온실가스 흡수, 배출량을 모두 추적하지 못할 경우에는 샘플링 기법을 활용하여 조사하고, 통계적 추정을 통해서 총 흡수, 배출량을 작성하여 보고할 수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토지피복지도, 지적도 등의 공간정보가 잘 갖춰진 나라의 경우에는 경계를 기준으로 기준면적을 산정하고 흡수량, 배출량을 산출하여 보고할 수도 있다. “Scope”는 어떤 기후변화 관련 변수나 활동을 포함하는지를 정의하는 데 사용된다. 도시에서의 Scope 1은 직접 배출량으로 도시 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하고, 주로 도시 시설이나 교통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포함된다. Scope 2는 간접적 배출량으로 도시에서 사용한 전력 및 에너지 소비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한다. Scope 3은 그 외 간접적인 배출량으로 도시와 관련된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하며, 주로 공급망, 물품 및 서비스의 생산과 이용 등이 포함되는 전과정평가의 개념이 포함된다. 우리가 사는 공간과 사회로 시선을 옮겨보자. 기후변화 대응의 문제는 도시 계획 단계에서 탄소 관리 및 저탄소 도시화, 기후위기 안전도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기후위기로 인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시 인프라와 건축물의 배치, 교통 체계, 녹지 등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에서 계획가는 각 공간별 기후변화 관련 대응 문제를 명확히하고, 문제해결 목표를 잘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계에서는 계획에서 목표로 잡은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공간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응 목표에 대한 정량화가 필요한데, 정량화는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취약성 분석, 대응 전략 개발, 목표 설정, 성과 측정 지표 정의, 시뮬레이션 및 모델링, 비용-효율성 분석, 모니터링과 평가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량적 분석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기후변화 대응관련 계획목표가 설계를 통해서 구체화될때는 위에서 논의한 “Extents,” “Tier,” “Approach,” 그리고 “Scope”의 개념적 논의체계 속에서 탄소 흡수, 배출, 기후변화 적응효과 등이 산출될 수 있어야 향후 인증체계와 함께 논의될 수 있고,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유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이루는 모든 주체의 협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전기자동차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913년에 개발한 전기차 초기모델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한 대 남아있다니 놀랍다. 그런데 에디슨이 전기차를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 증기자동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다. 증기자동차의 굉음으로 인한 소음 문제, 매연 문제, 수동으로 회전시켜 시동을 거는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에디슨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증기자동차는 전기자동차보다 먼저 대량생산에 성공하고 텍사스의 유전개발까지 이어져 전기자동차는 주류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긴 세월을 돌아 인류는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늦어진 것을 후회하고 있다. 다소 늦었지만 이제는 사회적 함의가 형성되었다. 과학자의 연구, 계획가의 구상, 그것을 지원하는 정책, 공간화하는 설계가, 성공률을 높여주는 분석가, 그리고 이용자. 모두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사회적 함의에 동감하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조경 분야가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기여가 제대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계획과정, 설계과정, 조성 후 모니터링과정에서 동일한 개념적 전제조건 속에서 공간의 미래 모습에 대한 논의가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찬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콩과 집안의 어르신 8월 초순 꽃이 피어난 도시 가로수를 얼핏 보면 아까시나무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로수의 정체는 회화나무다. 잎 모양과 줄기가 비슷하다 보니 오해를 많이 받는다. 아까시나무는 잎끝이 둥그스름하지만, 회화나무 잎은 끝이 점점 좁아져서 뾰쪽하고 줄기나 가지에 가시가 전혀 없다. 꽃은 가지의 끝에 여러 개의 원뿔 모양 꽃대에 복합하여 달리며 여름에 연한 황백색의 꽃이 나무 전체를 하얗게 뒤덮어 가지 끝이 늘어질 정도로 많이 핀다. 자랄수록 나무껍질은 세로로 깊게 갈라지며 검은색이 진해진다. 어린 가지일수록 초록색이 진하며 열매는 콩과 식물을 나타내는 모습인 콩깍지 형태로 달린다. 콩과 식물은 뿌리혹 박테리아와 공생하여 대기 중의 질소를 고정한다. 이렇게 생산된 질소는 모든 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사용되고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준다. 식물생태계에 큰 역할을 하는 콩과 식물은 콩이나 토끼풀부터 아까시나무나 회화나무 같은 큰 키 나무까지 다양하다. 회화나무는 낙엽활엽수로 나무 높이가 30m, 직경이 2m까지 크게 자라는 편이라 은행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왕버들과 함께 우리나라 5대 거목 중의 하나이며, 500~1,000년 된 나무 10여 그루가 노거수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문헌을 찾아보니 중국에서 괴화(槐花) 또는 회화목(懷花木)이라고 해서 회화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림을 뜻하는 ‘회화(繪畵)’가 아닌 것이다. 회화나무를 사람이 사는 집에 많이 심은 것은 못된 귀신을 물리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궁궐에 많이 심었다. 또한 서원이나 향교 등 학문을 연구하는 장소에도 회화나무를 심어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왕과 사대부의 상징 회화나무는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살고 있어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 궁궐에서 왕이 신하들을 만나는 장소를 외조라고 하는데, 이 가운데 삼정승 자리에는 별도로 회화나무를 심어 표지로 삼았다고 한다. 창덕궁의 돈화문 안에 있는 세 그루의 회화나무는 외조에 해당하는 곳으로 지금도 우람하게 살아있다. 동궐도에도 보이듯이 왕권을 표현하기 위하여 창덕궁을 비롯한 여러 궁궐에 심어 관리하였다. 고관대작을 상징하는 나무로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만년을 보내는 곳에도 회화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현대그룹 사옥은 예전 휘문고등학교 자리에 세워졌다. 창덕궁 쪽 일부 토지에 원서공원을 만들어 구청에 기부하게 되었는데, 그곳에 노거수인 회화나무가 있어서 살리느라 큰 공사를 하게 되어 필자가 참여하게 되었다. 이웃한 창덕궁 회화나무와 비슷한 나이를 가진 노거수가 잘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지혜를 동원하여 작업하였다. 어느 날 인부 한 명이 높은 분이 근무하는 4층 쪽으로 소변을 누다가 걸려서, 신입사원인데도 불려가서 야단맞은 추억이 떠오른다. 중국에서 회화나무는 학문을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 공자를 모시는 대성전 앞에 측백나무와 은행나무와 함께 심어 놓았다. 유교는 조선시대 사회의 기본 사상이자 사회 윤리로 자리 잡고 있어서 중국처럼 회화나무에 대한 대우는 높았다. 대부분의 유교 관련 사적지에서는 오래된 회화나무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유생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가거나 합격했을 경우 집에 회화나무를 심곤 했다. 그래서 회화나무는 예전부터 ‘학자수(學者樹)’라고 불렀다. 곧게 자라는 대나무와 달리 회화나무 가지들은 자라면서 제멋대로 뻗는 특징이 있어서 옛사람들은 이를 두고 자유롭고 유연한 학자의 기질로 여겼다. 회화나무 잎은 다른 나무가 모두 새 잎을 피운 다음에 학자수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드름을 피우며 5월 초가 되어야 느지막이 피어나고, 꽃도 한여름인 8월이 되어서야 수수한 모습으로 황백색의 꽃을 피운다.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자라면서 단정한 수형을 스스로 만든다. 요즘에는 공부를 잘하게 한다는 속설 때문에 정원에 심기도 한다. 가로수의 원탑 한강변에 올림픽대로를 건설할 때 녹지에 많이 심었다. 함께 심은 양버즘나무는 강변 모래땅에서 여름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말라 죽었다. 하지만 함께 식재한 회화나무는 가혹한 조건에서도 살아 남아 지금도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차량 운전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그 뒤로 서울시내 간선도로에 가로수 수종으로 채택되어 많이 식재하였다. 대표적으로 압구정역에서 갤러리아백화점 구간에 식재하여 지금도 울창한 가로수 대열을 이루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가로수로 심어놓은 키 큰 회화나무 숲을 즐길 수 있다. 대기질이 나쁜 도시에서 가로수의 조건을 따져 보자면 추위, 공해, 병충해에 강하고 보행자 키보다 높은 곳에 가지가 있는 기본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여름철에 그늘을 만들고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 햇볕을 인도에 비추게 하는 낙엽활엽수 가운데서 선정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 맞는 나무가 회화나무라고 할 수 있다. 빨리 자라며 사람이 다듬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는 나무인 회화나무는 가로수로 선정되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는 회화나무 가로수가 많아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장마가 끝날 무렵 서서히 꽃송이가 달리면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꽃이 피어난다. 꽃은 1주일 정도 지나면 가벼운 튀밥처럼 금세 낙화한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우수수 떨어진다. 콩알만 한 작은 꽃잎이 포장도로를 하얗게 물들인다. 깨끗이 쓸어도 하룻밤 지나면 또 한 무더기 쌓여있다. 여름의 끝과 가을이 시작을 알리는 현상이다. 가을이 깊어가서 은행잎이 샛노랗게 물들어도 초록색 잎을 달고 있다가 첫 추위가 오면 그제야 노란색 단풍이 들며 낙엽이 진다. 기후변화를 늦추는 나무 활엽수 가운데 도시 공해에 강한 나무로 토심이 깊고 비옥한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그러나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특히 내한성이 강해 우리나라 어디에든지 자라는 나무이다. 종자 번식이 가능하나 대부분 삽목으로 생산하고 있다. 봄에 전년도에 자란 가지를 잘라 묘목을 만들어 이듬해에 옮겨 심는다. 성장은 빠른 편이며 양수이므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식재한다. 회화나무는 콩과 식물로 질소 고정을 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생하여 질소 비료를 제공해 주므로 아주 척박지가 아닌 한 시비의 필요성이 거의 없다. 과도한 시비는 병충해 발생을 일으킬 수 있다. 잔뿌리가 적고 뿌리가 거친 편으로 큰 규격의 이식성은 보통인데, 가을 낙엽이 진 후부터 봄 싹트기 전이 이식하기 좋은 기간이다. 잎과 줄기가 황금색이 특징인 황금회화나무 원예종이 유통되고 있다. 줄기도 황금색이지만 봄철 나오는 새 잎도 황금색으로 금세 변해서 특이한 모습을 자랑한다. 녹지에 한 주 식재하면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 있다. 꽃이 귀한 여름에 꽃이 피어 여름철 꽃나무로 이용 가치가 높다. 넓고 크게 자라므로 공원이나 학교원 등의 여름 꽃나무 겸 녹음수로 적당하며 가로수로 심어도 좋다. 대기 오염 환경에서도 강한 내성이 있어 도시환경에 잘 적응한 나무로 가로수, 공원수, 학교, 사적지 등에 즐겨 심는다. 회화나무는 전체적인 모습이 우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초록이 섞인 황백색 꽃과 한여름철 따가운 햇볕을 가리는 시원한 그늘 그리고 가벼운 바람결에도 흔들리는 얇은 잎을 더위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제공한다. 거칠고 어두운 수피에서 해마다 돋아나는 잎과 새 가지 끝에 달리는 꽃들은 언제나 공부하는 학자의 치열함과 깨달음을 보는 듯하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왕과 pin ‘참나무’란 참나무속에 속하는 여러 나무를 공통으로 부르는 말이다. 다양한 쓰임새가 있어서 진짜 나무라는 뜻이며, 이 참나무속 나무는 모두 도토리라고 불리는 단단한 열매를 생산해서 ‘도토리나무’라고도 부른다. 겨울에 낙엽지는 낙엽활엽수와 일 년 내내 상록인 상록활엽수가 있으며, 북반구의 온대와 열대지방에 200~250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나무 6형제라고 부르는 상수리나무·굴참나무·떡갈나무·신갈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가 있다. 남부지방에는 상록활엽수인 가시나무·종가시나무·붉가시나무·졸가시나무 등이 살고 있다. 목재는 매우 단단하여 쓰이는 곳이 많으며, 열매는 물에 불려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는다. 굴참나무 껍질은 코르크층이 발달해 지붕재로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 상태의 산에서 산림식생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들 토종 참나무 종류들은 제멋대로 자라 조경수가 갖춰야 할 수형을 가지지 못하여 조경공사에 쓰이질 않았다. 조경 현장에 식재하는 경우 독립수 보다는 여러 나무를 모아 심는 편이다. 그나마 상수리나무는 수요가 있어 최근 들어 농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량은 산에서 굴취하여 조경 현장으로 반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자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라 조경공사 관계자들이 기피하는 수종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경관을 만들기 위하여 1990년쯤 외국 참나무를 들여오기 시작하는데 대표적인 수종이 북미대륙 동부가 고향인 대왕참나무이다. 기하학적으로 독특하게 생기고 잎 가장자리에 뾰족한 침이 달린 ‘pin oak’를 수입하면서 ‘대왕참나무’로 이름 지은 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대왕’이라는 회사 이름을 가진 수입업자가 자기 회사 이름을 넣었다는 설도 있고, 여러 참나무 중 키가 가장 크게 자란다거나 잎의 모양이 임금 王자를 닮았다는 설 등이 있다. 그러나 ‘대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우리나라 참나무들은 신하가 되는 셈이니 차라리 원어 그대로 ‘핀오크’나 ‘침참나무’로 부르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한다. 잎이 비슷하게 생긴 red oak인 루브라참나무도 수입해서 심고 있다. 대왕참나무와 루브라참나무는 생김새가 일정하고 비교적 건조한 환경에 잘 적응하여 하자가 적은 편이라 많이 심고 있다. 베를린올림픽, 손기정, 월계관 1936년 독일 베를린에서 제11회 올림픽이 열렸다. 2차대전을 일으키기 전에 히틀러 총통이 독일민족의 우월성을 세계에 자랑하고자 온갖 심혈을 기울여 대회를 개최했다. 8월 9일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24살의 식민지 청년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베를린올림픽에서는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월계관의 상징적 의미를 계승하여 우승자에게 나뭇잎 관을 머리에 씌워 주었다. 특별히 올리브나무나 월계수가 아니라 독일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던 ‘로부르참나무(Quercus robur)’로 관을 만들어 손기정 선수에게 수여했다. 또한 부상으로 꽃다발 대신 로부르참나무 묘목을 받았는데, 이 나무로 가슴에 있는 일장기를 가렸다고 한다. 서울시 만리동 손기정기념관에는 당시 받았던 나뭇잎관, 금메달 그리고 청동투구가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 보관되어 있고, 참나무 묘목은 현재 손기정 기념관 앞에 높게 자라서 잘 살고 있다. 이 참나무는 오랫동안 ‘월계관 나무’로 부르면서 한때 상록수인 월계수(Laurus nobilis)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이 나무가 월계수가 아닌 참나무 일종으로 확인된 건 1982년 서울시 기념물로 제정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분명히 시상식에서 받은 로브루참나무 묘목을 40여 일이나 걸리는 귀국길에 잘 간수하여 이듬해 손기정선수 모교인 양정고등학교에 심었다. 그런데 몇 십 년이 지난 후에 대왕참나무로 바뀐 데에는 여러가지 가설이 등장한다. 겨울을 지나면서 묘목이 고사해 나중에 대왕참나무로 식재했다는 주장은 당시 한국에는 대왕참나무가 수입되지 않아서 틀린 주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상품으로 로부르참나무를 준비했지만 대왕참나무가 섞여 있었을 가능성을 주장하는 이도 등장한다. 당시 독일에도 대왕참나무가 유통되고 있었고, 묘목일 때는 두 참나무의 잎이 비슷하다는 근거로 주장한다. 필자는 2009년 서울 역삼동에 있는 대학산악연맹 사무실에 업무차 방문했다가 고 손기정 선생님을 뵌 적이 있다. 당시 78세인데도 꼿꼿한 자세와 반짝거리는 눈빛이 기억난다. 그때 선생님한테 로부르참나무 사태를 물어볼 걸 그랬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 대왕참나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전통대학교 이선 교수는 논문을 발표해서 손기정선수가 받아와 심은 참나무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였다. 1936년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은 일제강점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우리 민족에게 커다란 자부심과 민족정기를 북돋아 주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손기정 선수가 부상으로 받은 묘목은 현재 서울역 서쪽 만리동 언덕의 손기정 체육공원에 자라고 있으며, 미국산 대왕참나무(Quercus palustris)로 밝혀졌다. 베를린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130명의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 모두에게 로부르참나무 월계관과 월계수 화분을 선물하였는데, 이는 독일의 힘과 환대를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였다. 당시의 금메달리스트들은 본국으로 귀국하여 부상으로 받은 참나무를 심어 현재 소위 ‘히틀러 참나무’라고 불리는 로부르참나무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자라고 있다. 손기정 선수는 올림픽이 끝난 후, 독일에서 출발하여 배와 비행기를 갈아타며 10월 17일 고국에 도착했다. 손기정 선수가 받은 로부르참나무로 만든 월계관은 현재까지 그대로 보관되어 있지만, 문제는 교정에 심은 대왕참나무이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로 당시 우승자에게 수여한 로부르참나무가 전 세계에 퍼져 자라고 있는데, 유독 손기정 선수에게만 대왕참나무를 수여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손기정 기념관에 보관되어 있는 월계관도 로부르참나무로 제작된 것이다. 둘째는 귀국 후 겨울을 지나면서 겨우 뿌리만 살아 있는 월계수를 이듬해 봄에 교정에 심어 살린 것이라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교정에는 로부르참나무가 자라야 하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대왕참나무로 자라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무가 뒤바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추정해볼 수 있지만, 결정적 실마리를 찾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 손기정 기념관에 있는 대왕참나무는 여러 우여곡절과 역사적 사실과 관계없이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음으로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또한 당시에 올림픽 우승자가 부상으로 받은 월계관과 월계수는 모두 독일의 대표 수종인 로부르참나무였으므로 지금이라도 관련된 로부르참나무의 열매나 묘목을 구해 손기정 기념공원에 심는 것도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차도남 대왕참나무는 가로수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열식을 하거나. 비교적 넓은 녹지에 3m 간격으로 바둑판 모양으로 식재하는 게 좋다. 느티나무처럼 잎이 무성하게 자라지는 않지만 곧게 솟은 줄기와 수평으로 뻗는 곁가지가 균형이 잘 잡혀 있다. 현대 도시의 엄격한 직선 풍경을 완화해주는 수형을 가지고 있어, 도시의 공개공지에 많이 심겨 있다. 어릴 때부터 인위적으로 전정하여 그늘막이나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파리채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나무를 학대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엽이 치밀하지 않아 효과도 없는 편이다. 지하주차장 위에 성토한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다. 여름철에 반질거리는 잎은 가을철 새빨간 단풍으로 눈길을 끈다. 겨울내내 갈색으로 변한 잎이 매달려 있어 색다른 경관을 만든다. 독특한 수형을 가진 수입종으로 인기가 좋은 편이다.
  • 100일 동안 꽃이 핀다 무궁화, 자귀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여름에 피는 중요한 꽃나무라고 할 수 있다.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중부지방에서는 동절기 대비를 해야 겨울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백일동안 꽃이 계속 핀다고 하여 과거에는 ‘백일홍’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빠르게 발음하면 ‘배롱’으로 들려 ‘배롱나무’로 이름이 굳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해살이 초본 백일홍과 구분하기 위하여 ‘목백일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본 백일홍 꽃은 한번 피면 백일동안 유지하니 진짜 백일홍이기는 하다. 그 외에도 배롱나무는 재미난 이름이 많다. 매끈한 가지를 슬슬 간질이면 가지 끝에 달린 잎과 꽃이 간지럼 타듯 가볍게 흔들린다고 ‘간지럼나무’라고도 부른다. 일본에서는 수피가 매끄러워서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도 미끄러지는 나무라는 의미의 ’사루스베리(猿滑)’라고 부르고 배롱나무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꽃 색깔을 보고 ‘자미화(紫薇花)’라 이름 지었다. 그런데 송나라 시대부터 자미(紫薇)보다는 붉은색인 홍미(红薇) 품종이 많아졌다. 홍미는 백일 동안 붉은 꽃을 피워 ‘백일홍’으로 불리며 이웃 나라인 조선과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배롱나무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나서 백일동안 있는 것이 아니라 꽃대에 줄줄이 달린 꽃망울이 차례대로 피고 지며 여름철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꽃 색깔은 흰색, 분홍색, 보라색 그리고 선홍색이 있는데, 선홍색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아름다움도 으뜸이다. 수피는 독특하다. 갈색과 흰색으로 얼룩무늬가 있기도 하고 지난해의 수피가 떨어져 나간 부분은 매끄럽다. 잎은 마주나기를 하며 두툼한 편이다. 학명 ‘Lagerstroemia indica’는 린네가 명명했는데, 배롱나무를 유럽에 소개한 친구 이름과 동인도제도를 말한다. 배롱나무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매우 널리 알려진 인기 높은 정원수이며 내한성이 약하여 중부지방에 심기에 부적당하다. 여름철 남부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명소마다 꽃이 피어 있는 오래된 배롱나무를 볼 수 있다. 향교, 서원, 사찰, 공원, 길가 그리고 묘소에서도 볼 수가 있다. 역대급 셀럽이다 강희안(1417~1465)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조경서인 양화소록(養花小錄)에 16종의 식물 중에 배롱나무가 포함되어 있다. ‘자미화’ 편에서 중국은 성안에 많이 심지만, 우리나라 성안에서는 본 적이 없고 영호남 여러 고을에서 많이 심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 지방 지체 높은 양반집에서 많이 심었지만 대부분 얼어 죽었다고 언급한다. 또한 형상을 표현하기를 “비단 같은 꽃이 노을빛처럼 고운데 뜰을 비추면 사람들의 시선을 어지럽게 빼앗으니, 풍격이 가장 유려하다.”라고 쓰여 있다. 배롱나무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내한성이 약해 서울 경기 지방에서 심을 수는 있어도 얼어 죽을 위험성이 높다는 점까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조선시대 문인화에 배롱나무에 대한 글이나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제주지방에서는 묘소에 심는 나무로 여겨서 집안에 심지 않는다고 한다. 옛 풍습에 무덤 주위를 직사각형으로 둘러쌓은 돌담인 산담을 만들고 그 안에 배롱나무를 심었다. 제주 어르신들은 “별다른 이유는 없고 단지 무덤이 보기 좋아지라고 화려한 꽃나무인 배롱나무를 심는다”라고 말한다. 배롱나무의 꽃이 곱고 오래 피니 어두운 무덤을 환하게 밝혀 조상을 즐겁게 하려는 후손들의 효성으로 무덤에 심은 거라고 한다. 역사가 깊은 서원이나 고택, 정자 그리고 오래된 산사에 가야 붉은 꽃으로 뒤덮인 배롱나무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오래전에 심은 배롱나무는 커다랗게 벌어진 가지에서 여름철 내내 붉은 꽃을 풍성하게 피워내어 강렬한 아름다움으로 보는 사람들을 감탄하게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붉은 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어 소원성취나 가족의 화목을 바라며 집안에 심기도 했다. 그래서 유서 깊은 고택이나 사찰에 가면 고결한 기품이 풍기는 굵직한 배롱나무를 볼 수 있다. 유명한 사찰이나 누각과 정자, 서원 등에는 거의 대부분 고풍스러운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다. 고려시대 명문가 후손인 모은공 이오는 고려가 망하자 충절을 지키기 위하여 가솔들을 이끌고 남부지방으로 내려가 산간벽지에 배롱나무가 활짝 핀 것을 보고 살만한 곳이라 정착한 곳이 지금의 함안군 모곡리이다. 주변에 담을 쌓아 고려동(高麗洞)이라 이름 짓고 배롱나무를 가꾸었으니 오늘날 자미단(紫微壇)이다. 배롱나무꽃을 보며 망국의 슬픔을 달래고 한편으로는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낙으로 삼았다고 한다. 배롱나무는 특히 여름철에 푸르름으로 가득한 사찰에 붉은 꽃을 가득 피운 채, 스님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보기 드문 아름다움과 속 깊은 가르침을 주는 존재로 서 있다. 배롱나무를 절에 심는 뜻은 출가한 수행자들이 해마다 껍질을 벗는 배롱나무처럼 속세의 욕망과 번뇌를 벗어버리고 수행에 전념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스스로 투박한 껍질을 해마다 벗겨내고 깨끗한 수피를 유지하고 있는 배롱나무를 보면서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미인은 피부가 얇은 편이다 배롱나무는 남부수종이라서 추위에 약하다. 추운 겨울나무의 줄기가 얼어 죽어서 뿌리만 살아 있다가 뿌리에서 또 다른 줄기가 나와 굵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여러 그루를 모아 심은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남부와 중부 경계에 있는 곳에서 배롱나무에서 마치 여러 그루를 심은 듯이 자란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중부 이북에서 햇볕이 잘 드는 남향이나 북쪽에 찬바람을 막아 주는 시설이 있는 경우 겨울을 날 수도 있고, 더 확실한 방법으로 겨울에 나무 전체를 볏짚 등으로 두껍게 감싸주고 4월 중순경까지 해체하지 않으면 살릴 수 있다. 남부지방에서 생산하는 어린 묘목은 추위에 더욱 약해서 중부지방에서 동절기 보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거의 다 죽게 된다. 동백, 석류, 감나무나 배롱나무 등 중부지방에서 노지 월동이 어려운 나무를 심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80년대 중반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논현동 사장 주택 정원공사를 회사 일을 하청 받아 일하는 조경회사에 시켰다. 특별히 배롱나무를 심으라는 지시를 받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식재했다. 늦가을에 볏짚으로 단단히 싸주었는데, 그해 겨울 강추위가 10일 이상 계속되었다. 이듬해 4월 중순에 볏짚을 풀고 나서 보니 줄기가 동해를 입어 고사했다. 다만 뿌리에서 새 가지가 몇 개 올라오는 것을 가리키며 조경회사 대표는 죽은 게 아니라며 보수공사를 거부하였다. 사장의 분노에 찬 표정과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몇 년 후에 조경회사 대표에게 그때 왜 그랬냐고 물어봤더니, 값싸게 공사시킨 사장에게 뻗대면 공사비를 더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일부러 그랬다고 했다. 화유백일홍(花有百日紅) 15여년 전부터 호남지방에서는 논에다가 배롱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벼농사를 지어봐야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아 대체 작물을 찾다가 마침 배롱나무 수요가 일어나서 발 빠른 농가에서는 속성수인 배롱나무를 생산하고 있다. 예전에는 농지에 농산물만 심을 수 있었다. 식량 자급률이 부족하여 논밭에 조경수를 심어 키우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1994년에 WTO 출범에 따라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하여 ‘조경 또는 관상용 수목과 그 묘목’을 심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다양한 조경수 묘목을 논과 밭에 합법적으로 심는 것이 허용되었다. 관리를 잘 해주면 서울·경기 중부지방에서도 살릴 수 있다. 아주 메마른 땅이나 음지 이외에서는 잘 자란다. 유기질이 풍부하고 비옥한 습윤지가 생육에 적당하다. 나무껍질은 노각나무를 닮았고 꽃차례는 불두화처럼 수북하여 꽃뭉치가 상당히 큰 편이다. 흰가루병은 배롱나무의 성장을 저해하고 미관을 해치는 대표적인 병해로 방제를 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수관폭이 넓게 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좁은 공간보다는 넓은 녹지에 식재하는 것이 좋다. 적정한 관리비가 확보되지 않는 공간에 심어봐야 한 해 겨울을 못 넘기니 주의해야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격언이 있다. 권력이나 부귀영화는 물론이고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 같은 화려함도 짧다는 말이다. 보통의 꽃은 멋있게 피어나도 열흘을 못가고 지고 만다. 그러나 온갖 화려한 봄꽃들이 모두 지고 난 다음에 홀로 피어 가을 이슬이 내릴 때까지 끊임없이 피어나, 짧게 피고 쉽게 져버린 봄꽃들을 비웃는 배롱나무는 화유백일홍(花有百日紅)이라고 할 수 있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살아있는 모든 것을 품는다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가 원산지이다. 키는 20m 높이까지 자라며 다 자란 나무의 지름은 1m까지 커진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 우산처럼 넓게 자란다. 팽나무라는 이름은 대나무 통에 팽나무 열매를 넣어 쏠 때 나는 소리가 “팽~” 하고 난다고 해서 불러졌다고 한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다음으로 오래 살아서 마을 정자나무로 많이 심었다. 팽나무는 꽃이나 열매를 즐기는 나무는 아니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고 크게 자라 대부분 녹음수로 이용한다. 수꽃과 양성화 한 그루 나무이다. 반질거리는 잎은 가을에 샛노란 색으로 단풍이 들어 눈에 잘 띈다. 추위에 강하여 우리나라 전역에서 살 수 있다.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이지만 어린 나무는 내음성이 강하여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팽나무 새순과 열매는 사람이 먹을 수 있고 다양한 나비가 서식처로 이용한다. 식물분류학자에 따르면 왕오색나비와 멸종위기종인 비단벌레가 팽나무와 공생하는 관계로 진화했다고 한다. 홍점알락나비를 비롯한 다양한 나비 애벌레가 팽나무의 잎을 먹고 자라며 여름이 되면 성충이 되어 늦여름에 알을 낳는다. 팽나무 껍질은 회색인데 오래 살수록 많이 생기는 이끼 틈 사이로 팽이버섯이 자란다. 팽나무에서 나는 버섯은 독이 없다고 한다. 역사를 기록하다 2022년 여름 창원 동부마을에 있는 팽나무 노거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라는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500살로 추정되는 이 팽나무는 극중에서 ‘소덕동 팽나무’로 불리며 천연기념물 지정과 관련한 마을 사람들의 갈등을 지켜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개발이 불가능해져서 땅값이 내린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로 개발과 보전에 대한 가치를 깊이 생각하게 하였다. 방영 중에는 전국에서 구경하러 몰려든 방문객들로 인하여 팽나무와 마을 사람들이 곤욕을 치렀다. 드라마 방영 후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지정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2022년 10월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다. 사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던 나무인데도 불구하고, 드라마 한 편으로 팽나무를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남부지방에서는 팽나무를 어선이 드나드는 포구에 큰 나무로 서 있다고 해서 ‘포구나무’로 부른다. 해송처럼 소금물과 해풍을 버틸 수 있는 팽나무는 포구 앞에 많이 살고 있다. 해풍이 실어 나른 소금기를 맞아 잎이 모조리 떨어졌다가도 조금 지나면 다시 잎이 무성하게 난다. 바닷가에선 팽나무를 계선주(배를 묶는 기둥)로 많이 활용했다고 한다. 배를 묶은 밧줄에 팽나무 밑동이 오랫동안 시달리면서 상처가 생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 제주도 해발 600m 아래에 자생하고 있는 제주지역 팽나무는 ‘폭낭’ 또는 ‘퐁낭’으로 부르는데 육지에서 매끈하게 자란 것과 비교하면 모습이 매우 다르다. 세찬 바닷바람과 매년 찾아오는 태풍을 견디며 자라기 때문에 줄기가 거칠고 잔 가지가 무성하게 자란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뻗은 가지가 만든 수형은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양이다. 척박한 환경을 극복한 제주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듯하여 제주지방의 자연환경과 역사를 상징한다고 평가받는다. 제주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나무이고, 높게 자란 팽나무숲이 있는 마을이 많이 있다. 제주산 팽나무 뭍으로 귀양오다 2000년경 정부는 IMF 사태 이후 부동산 경기를 일으키기 위해 아파트 분양가 완전 자율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 시기부터 지상의 주차장을 지하로 전부 내리고 지상부에는 녹지를 대규모로 조성하기 시작하여 아파트 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잠실 주공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하면서 제주산 팽나무를 본격적으로 식재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하던 넓은 녹지공간을 채우기 위하여 10m가 넘는 대형목을 많이 식재하면서 초기 식재 효과가 제일 좋은 제주산 팽나무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태풍과 바닷바람을 견뎌내며 수십 년 자란 제주산 팽나무는 수간이 구불구불하고 잔가지가 발달하여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수형을 가지고 있어 오래된 숲처럼 보이게 꾸미는 데는 효과가 좋은 조경수로 인기를 끌었다. 모든 건설회사는 제주산 팽나무를 심으려고 다들 제주도에 몰려가서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때마침 제주도에서 관광지나 골프장을 개발하면서 제주산 팽나무를 많이 캐어 뭍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 뒤로 계속 조경수로 큰 인기를 얻어 멀쩡히 살고 있는 팽나무를 팔아 큰돈을 만진 사람도 생겨났다고 한다. 지금도 수요는 이어져 제주산 팽나무를 훔치다가 적발되는 뉴스도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뭍으로 나가 조경용으로 대량으로 팔리다 보니 이제는 제주 시골 마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최근에는 팽나무 구하기가 힘들었는지 농촌 마을 곳곳에는 ‘팽나무 삽니다’라는 팻말까지 붙여져 있다고 한다.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팽나무는 마을의 전통 경관의 상징으로 있었는데 이제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경관마저 파괴되고 있다. 애써 옮겨 심은 제주산 팽나무는 겨울철에 저온저습한 기후인 수도권의 아파트 건물 속에서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세찬 바람과 저온다습한 겨울철 기후에 적응한 제주산 팽나무는 제주지역이 아닌 곳에서 제대로 적응할지 의문이다. 고향을 떠난 나무는 생기를 잃게 된다 흉고직경이 6cm 굵기로 성장할 때까지 정말 더디게 자란다. 끈기를 가지고 재배하다 보면 키가 3m까지 자란 후에는 성장속도가 빠르며 뿌리가 잘 발달한다. 추위나 해풍에 잘 견디어 내륙과 해안 어디서든 잘 자란다. 경사진 장소보다는 평탄하고 토심이 깊은 곳을 좋아한다. 강전정을 해도 새 가지가 잘 나오며 옮겨 심기를 해도 잘 산다. 큰 규격의 나무 이식도 가능한데 가을에 낙엽이 진 후부터 봄 싹트기 전에 이식하는 것이 좋다. 묘목 생산은 주로 실생으로 하는데, 가을에 익은 종자를 채취하여 직파하거나 노천 매장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한다. 파종 후에는 포장이 마르지 않도록 짚이나 거적 등으로 덮어 관리한다. 팽나무는 크게 자라는 나무로 잎이 무성하고 수형과 단풍이 좋아 넓은 녹지에 심는 녹음수로 적당하다. 독립수로 자랄 경우 수형은 넓은 우산형이 되며 바닷가처럼 바람이 강한 곳에서 자란 나무는 가지가 더욱 치밀하고 마디 사이가 짧아 더욱 아름다운 수형을 이룬다. 정자목이나 공원의 가로수로 적당하고, 바닷가에 있는 주택정원에 적응할 수 있는 나무로 손꼽힌다. 그러나 그늘에서는 병해충이 많이 발생하고 지나치게 크게 자라 정원수로 심기에는 부담스럽다. 2005년 6월에 성수동 서울숲 현장에서 수고 4m 팽나무 50주를 심은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팽나무는 쉽게 구할 수 없었는데, 뿌리 분이 나쁜 상태로 심어서인지 1주만 살아남고 전부 죽었다. 그 해 10월에 하자보수를 하는데도 전부 활착이 안되어 결국 일부는 느티나무로 바꿔 심었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라는 격언이 사라진 시대가 되어버렸다. 육지의 부자 동네 정원 조경수로 제주도를 대표하는 팽나무가 팔려나가는 것은 졸부 문화의 극치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단지에 경쟁하듯이 심어놓은 제주산 팽나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제주도의 저온 다습한 겨울철에 익숙한 ‘퐁낭’이 서울의 저온 건조한 겨울철 기후조건에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나무 생리상 당초 모습을 유지하긴 어려울 텐데, 도시에 조성하는 인공지반 위 녹지에는 그 지역에서 키운 조경수를 심는 것이 맞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소크라테스와 플라타너스 그늘 낙엽활엽교목으로 성장속도가 빠르고 큰 나무로 자란다. 자라면서 수피가 비늘처럼 벗겨지고 열매가 탁구공 크기의 방울 모양으로 달린다. 가지와 잎이 무성하고 이식이 잘 되므로 가로수로 널리 심고 있다. 양버즘나무는 가로수로 선정될만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후와 풍토에 적당하고 커다란 잎은 도로변 소음과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기능이 뛰어나다. 여름철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가을 낙엽은 치우기 힘들지 않다. 도시의 건조, 열기, 대기오염과 같은 온갖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으며 강한 전정을 하더라도 생육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양버즘나무(Platanus occidentalis)가 대부분이고 그밖에 버즘나무(Platanus orientalis)나 단풍버즘나무(Platanus acerifolia) 등이 보기 드물게 있다. 북미대륙 동부가 원산지인 양버즘나무는 잎의 넓이가 길이보다 길고 열매는 한 줄에 한 개만 달린다. 서아시아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지역이 원산지인 버즘나무는 잎의 넓이가 길이보다 짧아 잎이 날씬하게 보이는데 한 줄에 열매가 3개 이상 달리고, 원예종인 단풍버즘나무는 잎 길이와 넓이가 비슷하고 열매는 한 줄에 여러 개 매달고 단풍잎 모습을 많이 닮았다. 기원전 5세기경 고대 그리스에서는 버즘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고 한다. 고대 기록에 따르면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버즘나무 아래서 제자들에게 의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스 코스섬에는 이 버즘나무 후계목이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다른 나라 유명 의과대학에선 이 후계목의 후계목을 분양받아 귀하게 키우고 있다는데 동숭동 서울 의대 앞의 히포크라테스 동상을 아무 관련도 없는 느티나무 아래 세워 놓았다. 플라톤이 쓴 ‘파이드로스’에는 도심을 벗어난 강가에서 제자와 대화를 나누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평소 아테네의 시장통을 떠돌던 소크라테스가 여름날 강변에 있는 버즘나무 그늘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는 모습이 나온다. 지중해성 기후에서 버즘나무는 커다랗게 자라서 그늘을 만들어 교육이나 행사 장소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콩나물 시루같은 가로 양버즘나무는 서울시 가로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18%를 차지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가로수로 많이 심은 이유는 대기오염 물질을 잘 흡수하고 토양을 정화시키는 나무로 도시의 각종 공해물질에 잘 견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십여 년 전부터 어린잎의 뒷면에 나는 털이 기관지 알레르기를 일으켜 인체에 유해하다고 알려져 가로수에서 퇴출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 때문에 일어난 일을 가로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 못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가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무가 양버즘나무이다. 잎과 잎자루에 빽빽한 흰색털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잘 흡착하여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다. 수분 증산을 활발하게 하여 도시의 열섬현상을 누그러뜨린다. 왕성하게 자라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뛰어나고 큰 잎은 여름철에 넓은 그늘을 제공한다. 또한 건조한 도시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이런 장점으로 가로수로 많이 심었지만 거대 수목으로 자라게 되면 열악한 가로환경 때문에 단점으로 둔갑한다. 가로수 아래 불량한 토양 때문에 뿌리가 얕게 자라고 빠른 성장으로 아름드리나무가 되면서 주변 아스팔트포장, 경계석 및 보도블록을 들고일어난다. 양버즘나무는 제대로 성장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한 수목이다. 그런 나무를 좁은 인도에 심어놓으니 뿌리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성장하여 강풍에 쓰러지거나 뿌리에 주변 시설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시경관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로수 전정을 자주 하긴 하는데, 아무런 학술적 근거도 없이 가지를 잘라 수세를 아담하게 가꾸곤 하지만 원래 양버즘나무는 자연스럽게 거대 수목으로 자라는 나무이다. 높게 자라면서 건물을 가린다던가 전깃줄에 영향을 주는 일이 발생하여 가지치기를 자주 한다. 예전에는 예산 부족으로 ‘닭발’ 가지치기라는 비아냥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가지치기할 때 어느 정도 가지 생육을 감안하여 균형을 잡으며 하고 있다. 그러나 양버즘나무의 장점인 커다란 수형을 줄이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여전하다. 아무런 이익도 없는 가지치기를 지방정부마다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파리 가로수 형태를 흉내 내어 깍두기 모양으로 매년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가로수의 존재 이유를 잊어버리고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것 같다. 오래된 미래의 가로수 충북 청주의 가로수길은 높이 10m가 넘는 양버즘나무 1천여 그루가 서로 가지를 맞닿어 긴 나무 터널을 이루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커다란 잎사귀들이 그늘을 만들어 밝은 대낮에도 어둑어둑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 길은 1952년에 황량한 비포장길에 키 1m가량의 어린 플라타너스 묘목 1600여 그루를 심어 만들어졌다. 1970년대 초반 4차로로 늘리는 도로확장공사가 진행되면서 가로수가 모조리 잘려나갈 위기에 처했다. 벌목 대신 이식으로 공사 계획이 변경되었지만 공사 과정에서 수백 그루가 죽었다. 오래된 가로수를 생명체가 아닌 도로시설물로 여기는 근시안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이제는 가로수길의 멋진 모습은 영화 ‘만추’나 드라마 ‘모래시계’의 한 장면에서 볼 수밖에 없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플라타너스/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란 하늘에 젖어 있다’라고 시작하는 ‘플라타너스’라는 시를 쓴 김현승 시인이 오래 살았던 광주 양림동의 가로수는 양버즘나무였다. 시 속에 등장하는 나이 든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도시재개발이라는 시장논리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김현승의 시 ‘플라타너스’가 탄생한 무대는 사라졌다. 예향의 도시 광주에서도 무신경하게 이럴지는 데 다른 도시에서 심어놓은 플라타너스는 파리 목숨이나 마찬가지이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도시에 가로수를 식재하는 경우 특별한 관리를 하여 가로수용 수목으로 재배한다. 줄기가 곧고 수관이 균일한 형태로 치밀하게 키운다. 묘목 시절부터 지주대에 묶어 곧게 자라게 하고 아래쪽 잔가지들은 전정하여 지하고 2.2m 내지는 4.5m의 나무를 길러낸다. 보행로나 도로변에 적당한 규격을 심고 최소한 3회 이상 뿌리돌림 한 나무를 식재하여 즉시 가로 경관을 좋게 하는 방식으로 한다. 예산을 많이 써서라도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키가 낮아도 일정한 수형을 가진 나무를 도로변에 심어야 가로 경관이 바로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그에 반해 우리는 어떤가? 대부분 관청에서 조경업체에게 도급계약을 체결해서 가로수를 구해 식재하도록 하는데, 수형이 들쑥날쑥하여 식재한 직후 볼품없는 결과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가로수만큼은 외국처럼 수형을 잘 가꾼 나무로 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운 나쁜 사람 6.25 전쟁이 끝난 후 도시 재건을 할 때 가로수로 양버즘나무나 미루나무를 많이 심었다. 묘목을 심어도 잘 적응하고 빨리 크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들여온 양버즘나무는 나무껍질이 비늘처럼 떨어지면서 만들어지는 무늬가 애들 얼굴에 버즘(버짐의 옛말)이 핀 것 같다고 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지금 시대에 버즘이 핀 얼굴을 하고 있는 어린이도 없는데 여전히 양버즘나무로 부르는 게 영 마뜩잖다. 이제는 ‘방울나무’로 바꾸는 게 좋겠다. 암수 한 그루이며 수꽃은 연초록색, 암꽃은 가지 끝에 자주색으로 피는데 강전정을 해놓은 가로수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열매 모양은 처음에는 단단한 방울이지만 나중에 겉에 붙은 씨앗들과 안쪽을 채우고 있는 털로 분해된다. 씨앗은 가벼운 털 때문에 바람에 실려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씨앗은 껍질이 단단해서 발아시키기 어렵다. 대부분 봄철에 삽목을 하여 묘목을 생산한다. 크게 자란 나무를 이식하는 경우에 뿌리 분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나무이다. 저렇게 이식해도 살까 할 정도로 굵은 뿌리를 대충 잘라서 심어도 잘 산다. 남에게 은덕을 베풀면서도 쓸모 있다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운 나쁜 사람 이야기가 이솝 우화에 나온다. 덕을 베푸는 양버즘나무보다 그늘 아래 쉬는 나그네의 모습을 보고 나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덕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모습이 혹시 나그네와 같지 않은가를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나그네이기도 하고 때로는 양버즘나무일 수도 있는 것이다. 홍태식 / 한정원협회 부회장
  •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참나무’가 없듯이 ‘대나무’는 없다. 대나무는 여러 대나무 종류를 전부를 부르는 단어이다. 대숲에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숲 전체가 한 몸이 되어 바람결에 따라 휜다. 촘촘한 그물망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들은 한 몸이 되어 다 같이 버티며 살아간다. 대나무는 오래전 고대시대부터 전쟁 무기인 화살을 비롯하여 피리 등의 악기, 건축자재, 농사도구, 낚싯대 그리고 죽세공 제품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에 이바지해왔다. 특히 고대 아시아에서는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대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엮은 죽간에 글을 기록하여 문서로 사용했다. 우리 조상들은 ‘대나무는 나무일까 풀일까?’ 하는 의문을 가진 듯하다. 고산 윤선도는 오우가라는 시조에서 대나무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대나무는 식물분류학으로 따지면 풀에 속한다. 벼과 집안으로 ‘키가 큰 초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 풀과 나무를 구분하는 기준은 딱딱한 목질부와 부피 생장을 하는 형성층의 존재 여부이다. 대나무는 목질부가 있어서 표면이 딱딱해지지만 형성층이 없어서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 부피 생장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풀로 분류한다. 대나무는 생장하기 시작하여 20일에서 50일 만에 키가 다 자라고, 그 뒤로는 더 이상 굵어지지 않고 굳어지기만 한다. 대나무는 매화·난초·국화와 함께 사군자로 대접받았다. 대나무는 겨울에도 푸르러 절개가 굳세고, 속이 비어있어 마음을 비우니 군자가 본받을 품성을 모두 지녔다 하여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대나무를 좋아하였다. 오늘날에는 사이버 세계 속 익명의 고발 공간인 ‘대나무숲’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있다. 대나무숲이라는 이름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대나무숲에서 외친 설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이는 특정 업무에 일하는 사람들이 한풀이를 위해 만들어진 SNS의 공동 계정을 말한다. 철저히 익명성을 보장하며 험담화를 하거나 부조리한 업계의 현실을 폭로하는 공론의 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나무는 고온다습한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은 양양에서부터 동해안을 따라 내려와 안동과 김천, 영동, 무주, 부여로 연결되는 선의 남쪽 지방으로 한정된다. 대나무숲을 대규모 경제림으로 조성할 수 있는 곳은 경상남도와 전라남도가 적당한 지역이다. 대나무는 난대성 식물이라 겨울 추위가 혹독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실외공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온난화 현상 때문에 생육한계선이 북상했다고 하지만 단 한 해의 강추위에 말라죽을 수 있다. 대나무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꽃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나무는 씨앗보다는 땅속줄기로 번식을 한다. 당연히 꽃의 역할은 축소되어 매년 피지 않는다. 땅 위에서 보이는 많은 대나무들은 알고보면 땅속줄기로 연결된 단 몇 개의 대나무 개체에 불과한 것이다. 대나무 5형제 전 세계에 1200여 종이나 분포하는데 우리나라 주요 대나무는 왕대, 맹종죽, 오죽, 이대, 그리고 조릿대 등이 있다. 왕대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대나무다. 기후가 좋으면 높이 20m까지 자라지만 추운 지방에서는 키가 4m 정도로 낮게 자란다. 옆으로 뻗는 땅속줄기로 번식한다. 잎은 좁고 길고 습기가 많은 땅을 좋아하고 생장이 빠르다. 맹종죽은 대나무 중에서 가장 굵은데 직경 20cm까지 큰다. 높이는 약 10m까지 자라는데 하루에 1m까지 자랄 정도로 생장속도가 빠른 편이다. 어린 죽순은 요리 재료로 인기가 많다. 줄기가 검은색인 오죽은 줄기가 처음에는 녹색으로 자라다가 차츰 성장하면서 검은색으로 변한다. 강릉 오죽헌의 오죽이 유명하다. 이대는 화살대를 만들던 대나무로 키는 3m까지 자라고 줄기가 곧고 마디 사이가 길다. 줄기 두께가 가늘고 아래와 윗부분이 같은 굵기를 가지고 있다. 조릿대는 키작은 대나무로 우리나라의 어느 숲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어 산죽이라고도 한다. ‘곡식에 들어 있는 이물질을 걸러내는 조리’를 만드는 대나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땅속으로 뿌리줄기가 뻗어 새로운 개체가 발생하는 영양번식과 씨앗을 통해 번식하는 종자번식을 함께 하여 군락을 쉽게 이룬다. 음지에서도 잘 자라고 추위에 강하며, 수분이 적당하고 비옥한 토양을 좋아한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제주조릿대는 잎에 두꺼운 금색 테두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강한 번식력으로 한라산 고지대까지 잠식하여 시로미와 털진달래 등 한라산 자생식물에 피해를 주는 식생교란종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제주조릿대는 한라산에서 소와 말의 방목이 금지된 1980년대부터 퍼지기 시작해 지금은 한라산 국립공원 전역에 퍼져 있다. 대나무의 가치와 위협 관광형 대나무숲으로 조성한 담양 죽녹원은 볼거리로 유명하다. 대나무 특유의 차가운 기운으로 태양열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풍광은 여름철의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다. 공휴일에는 평균 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온다는 통계 숫자로 대나무숲의 관광자원 가치를 알 수 있다. 강변의 대나무 숲 중에서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숲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은 4km 정도 이어진 대나무숲이다. 울산의 중심부를 지나는 태화강 강변에 있는데 지금은 142,000㎡ 규모가 남아 있다. 예전부터 태화강변에 대나무가 자생해왔는데, 일제강점기에 태화강 범람 피해를 막고자 주민들이 백사장에 대나무를 추가로 더 심어 지금의 커다란 대밭이 되었다고 한다. 강한 태풍 때문에 수차례 피해를 입었지만, 평소에 대나무숲 관리를 잘하고 있어 태화강 국가정원의 핵심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탄소저감이 시급한 숙제로 닥친 요즘 탄소 흡수원으로 대나무숲이 평가받고 있다. 대나무는 온실가스 흡수능력이 매우 뛰어난 식물로 대나무숲 1ha당 연간 이산화탄소 약 30톤을 흡수할 수 있다 한다. 일반 나무의 4배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하니 앞으로 재배면적을 더욱 넓혀 나가야 하겠다. 최근 들어 도시녹지에 지피식물로 널리 식재 한 사사조릿대(Pleioblastus속)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사사조릿대 특성은 상록성으로 광택이 있는 잎이 조밀하게 발달하고 지표면에 붙어 키가 낮은 군락을 이룬다. 생육이 왕성한 지하경은 토양의 유실을 막아주고 교목층의 하부에 군락으로 자라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겨울철이 긴 우리나라에서 내한성이 강한 상록관목으로 많은 녹지에 식재하였다. 몇십 년 전부터 일본에서 수입하여 대량으로 식재하였는데, 마치 환삼덩굴처럼 주변 관목이나 초화류를 뒤덮어 주변 식물을 고사시키고 있다. 슬기로운 대나무 식재방법 돌아가신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대나무를 무척 좋아했다. 공장은 대부분 울산지역에 있었는데 공장 조경 시 대나무숲을 많이 조성했다. 담장을 비롯하여 호텔이나 영빈관 등에는 반드시 왕대를 심어놓고 방문할 때마다 왕대숲을 거닐곤 했다고 한다. 어느 해 태풍에 훼손된 대나무를 살리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공장 책임자는 만사를 제쳐놓고 대나무 전문가를 찾아 나섰고, 마침 대나무 생리를 잘 아는 조경기술자를 데리고 와서 대나무숲 관리를 맡겼다. 관리의 핵심 내용은 습도조절이라서 조경기술자는 새벽 4시부터 대나무숲에 물을 충분히 주어 습도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물주는 소리에 새벽잠을 설친 왕 회장은 불같이 화를 낼 지경인데도 대나무 살리기 위한 직원의 노력에 감동을 했다고 한다. 왕 회장의 대나무 사랑은 고향인 북한 원산지방의 대나무숲을 그리워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대나무를 심을 때는 식재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 옛날에는 집 뒤에 심어 풍치림으로 이용했지만 뿌리줄기가 끝없이 뻗어 나가는 특성을 감안하여 이웃 식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내조경 시 대나무를 식재하는 경우 공기 순환을 검토해야 한다. 열풍과 냉풍을 견디기 어려운 대나무는 실내공간에서 살아가기가 곤란하다. 수도권에서 대나무 식재 적기는 추위가 물러간 4월 경이 좋다. 오랜 경험으로 가을에 심으면 거의 다 죽는다는 게 정설이다. 관리를 잘하고 있는 서울로나 강남 빌딩 등에서도 대나무를 상록으로 유지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겨울철 영하 10도가 넘는 날씨가 일주일 계속되면 대나무는 죽게 된다. 대나무는 풀에 가깝기 때문이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나무의사는 나무의 병과 해충으로부터의 피해를 예방하고, 진단, 처방, 치료하는 사람으로 2018년 6월 28일부터 시행된 산림보호법 제21조의6에 따른 나무의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이전 나무의사의 자격요건은 조경기술사, 산림기술사, 문화재수리기술자(식물보호분야)나 관련 경험자 등이 있었으나, 관련법 시행 이후에는 다음의 4가지 요인을 모두 만족하여야 나무의사 자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첫째, 수목진료 관련 학과 석사이상, 수목치료기술자 보유, 산림·조경분야 자격 소지자 등에서 1개 이상 만족하며 둘째, 국가 지정 12개 양성기관에서 150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하고 셋째,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나무의사 자격시험 1차 시험(객관식), 2차 시험(서술형, 실기)에 합격하고 넷째, 나무병원 취업 또는 개원하여야 한다. 개정된 나무의사 제도 시행 이후 합격자는 2022년 12월 기준 888명이다.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현재의 나무의사 자격시험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어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임업진흥원 홈페이지와 다음 카페, 네이버 블로그 등의 온라인 게시판에 등록된 수험생들의 질의내용, 그리고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응시했던 수험생들, 양성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예비수험생들에 대한 설문결과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나무의사 자격시험은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무에 종사한 자 중 산림청이 지정한 양성교육기관에서 15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응시자격이 주어지며, 1차 시험과목은 수목병리학, 수목해충학, 수목생리학, 산림토양학, 수목관리학 등 5개 과목이며, 이 중 수목관리학에 농약학과 정책 및 법규가 포함되어 있어 실제로는 7과목으로 볼 수 있다. 1차 시험의 합격자 결정은 각 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각 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인 사람으로 한다. 시험과목과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여 수험생들은 많은 공부 양과 깊이 있는 내용으로 준비해야만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둘째, 나무의사 및 수목치료기술자 양성기관으로 서울대학교 식물병원, 신구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 수목진단센터, 경북대학교 수목진단센터,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충남대학교 수목진단센터, 강원대학교 수목진단센터,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충청북도 산림환경연구소, 한국수목보호협회, 동아대학교 융합디자인 연구소, 공주대학교 산학협력단 등 총 12곳을 지정하여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사전 교육을 수료해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제도 하에서는 교육생 수보다 양성기관이 부족하여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 실정이므로, 일정한 자격이 주어지면 선 시험 후 합격자에 한하여 양성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주는 제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수험생들은 양성교육에서 받은 교육이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양성기관 교육비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양성교육기관도 경쟁을 통해 질 높은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교육비 부담완화를 위해 각 양성기관 별로 고용노동부 교육비 환급과정 등록과 내일 배움카드 지원 혜택 등을 받을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며, 선 교육 후 시험 응시 자격부여에 대해 법 제도 개선을 통하여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한자는 나무의사 양성교육기관에서 양성교육을 이수하여야 한다」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나무의사 자격시험은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시험문제 출제, 자격증 관리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국가기술자격시험과 관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바,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위탁해야 한다고 판단되며, 시험문제와 관련하여 과목별 시험문제 출제범위, 시험문제 난이도, 1차 시험 합격률 등에 대한 제도개선도 공청회나 세미나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여 더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동물들이 아프면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듯이 이젠 나무의 생육상태가 불량하거나 고사하게 되면 나무병원에서 수목피해의 진단·처방·치유·방제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수목관리도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점에서 나무의사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은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나무의사 자격시험 시행 후 수험생들과 예비수험생들이 나무의사 자격시험제도에 대하여 많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며, 첫걸음을 뛴 나무의사 및 나무병원 제도가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 정용조·김학철(2023) 나무의사 자격시험의 실태분석과 제도개선 방안 –제1차 시험을 중심으로-, 한국환경과학회지, 32(1):11~24. 정용조 / 상명대학교 그린스마트시티학과 교수
    • 정용조 상명대학교 그린스마트시티학과 교수
    • 2023-07-10
  • 올해의 장마예보는 유독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슈퍼 엘리뇨에 역대급 장마가 온다고 하니, 내 주변에는 침수위험 요인이 없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지 걱정이 앞선다. 폭우의 가까운 원인은 엘리뇨이지만 모두 인지하고 있듯이 본질은 기후변화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 상승과 강수량 변화는 가뭄과 극한 홍수 등 심각한 물 문제를 일으키며, 폭염으로 건강문제를 야기하고, 생태계의 다양성 감소와 많은 종의 멸종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가 가시화되면서, 기후적응에 대한 대응방안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 발간과 함께,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서 취약성을 인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 연구 등의 많은 노력을 하였다. 많은 연구에서 1.5도의 기온상승이 더 이상의 과거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로 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IPCC 6차보고서의 기후변화 전망에서 2030년에서 40년 사이에 1.5도가 넘어갈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우리에게 적응을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시점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적응관련 법체계 정비를 포함하여, 국가 기후위기적응센터를 조직하는 등 적응을 위한 대응 체계를 강화하여, 적응 논의가 좀 더 현실성 있게 진척될 수 있는 상황이다. 법체계 등 제도의 강화속에 기후적응 논의를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기후변화에 취약한지를 인지하는 일이다. 취약성을 인지하기 위해 기후 모델링 및 기후 정보를 사용하여 생산된 폭염, 홍수, 가뭄 등 미래 기후 조건에서 해당 지역이나 생태계 등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 것인지를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영향과 취약성이 평가되면, 자산 및 위험관리 측면에서 기후변화 관련 위험에 대한 관리전략, 즉 적응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적응계획을 통한 효과적인 적응을 위해 공간화된 기후정보의 생산과 전달, 기존 시스템의 적응한계 파악, 필요한 기술과 지식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첫번째로, 기후변화 영향과 리스크, 대응의 효과에 대한 공간상세화 된 정보의 생산과 사용자들에게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기후변화 완화는 온실가스 점 배출원에 대한 관리의 문제이지만, 기후변화 적응은 지역 및 시스템을 대상으로 하는 점, 선, 면에 대한 계획과 관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적응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해야 하고, 특정 지역의 맥락에 맞춰 적응방식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역의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두번째로, 적응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은 적응한계이다. 적응한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특정 지역이나, 시스템이 어느정도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개념이다. 기후변화는 근본적인 변화이고, 점적인 관리가 아니라 면적인 대응 및 관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많은 자원과 비용이 필요하다. 금융, 노동력, 인프라 등의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의 한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적응을 위해서는 적절한 기술과 지식이 필요하다.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기후기술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어야 하며, 복잡한 시공간 차원에서 다목적의 기후적응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 만약 적응한계로 인해서 근본적으로 기후적응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면, 일부지역에 대한 기후적응관 관련된 관리를 하지 않고 대피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의 전환적, 변혁적 적응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적응논의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후, 사회적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서 적응한계를 평가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공간 의사결정을 위한 적응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적응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정부 부처 사무를 적응의 대상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광범위한 규정을 통해서 각 부처별로 적응관련 역할을 발굴하고, 국가 기후변화 적응계획과 지자체 기후변화 적응계획에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적응계획은 짧은 기간만을 고려한 일회성의 사업, 실질적으로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는지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 사업,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을 다루고 있어 우려된다. 좋은 의도의 계획과 투자가 오히려 기후변화 적응에는 부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IPCC는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키거나 적응역량과 기회를 약화시키는 과정을 오적응(誤適應, maladaptation)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적응의 한 사례로 가뭄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농업 생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관개망을 구축하는 것이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논의될 수 있지만, 댐 건설이나 보 등의 건설 및 관리 등이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물에 대한 의존을 장려하면 장기적으로는 물 사용량 및 공급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물과 관련된 종합적인 대책검토를 통해서 기후변화 적응계획이 수반되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의미로는 1.5도 이전의 사회에서는 관개수로를 확장해서 물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좋은 해법으로 인식될 수 있었을 지는 모르지만, 1.5도 이상의 티핑포인트를 지난 시점부터는 최적의 해법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오적응 사례로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 취약성 전이, 부정적인 외부효과 등이 있을 수 있다. 리바운드 효과는 매우 중요한 환경담론이자, 기후적응에서 잘 살펴봐야 할 문제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예방하기 위해 침식 지역에 해안 보호벽을 설치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가정한 상황에서, 이 조치는 초기에는 해안 침식을 완화하고 해안 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해안 보호벽이 해안선의 변화를 막아 다양한 해안 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접근을 차단해 해안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생태계의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 이를 기후적응의 리바운드 효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다른 사례는 취약성의 전이이다. 폭염 등이 심각할 때 건물 등에서의 에어컨 사용은 매우 효과적인 적응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하는 인공열이 도시열섬을 가중시켜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의 피해를 더욱 가중시키거나, 혜택을 보는 대상이외에는 모두에게 피해를 전가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부적절한 기후적응 조치는 생산성 저하, 경작물 실패,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님이 기후변화관련 논의속에서 “There is no Plan B, because we do not have a Planet B.”을 주장하였는데, 우리에게 두번째 행성이 없듯,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공간계획에 오적응은 힘들다. 조경의 역할과 기능이 보다 더 기후변화 적응에 체계적으로 적응해야 할 때다. 기후변화 적응한계를 인식하면서, 오적응을 피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영향의 종합적 검토, 포용성, 각 부문 이해관계자의 협력, 지속적 모니터링과 평가가 필요하다. IPCC는 다음과 같은 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현재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측된 영향을 대응하기 위해서 어떤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 적응은 미래변화에 대한 준비이기 때문에 미래에 가장 우려되는 리스크를 파악하고, 우려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적응 관련된 공간화된 해법을 제안함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조경학이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종합적인 접근, 공평성과 포용성, 협력체계 구축,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평가와 관련된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조치를 수행할 때에는 환경, 사회, 경제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단일적인 해결책이 아닌 종합적인 접근법을 통해 다양한 외부효과를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하면서 적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UN에서 제안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국제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의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등에서 제안하는 체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적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오적응은 사회적인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취약한 지역, 사회집단 및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우선 고려하고 참여시키는 공평성과 포용성이 필요하다. 오적응을 방지하고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시민사회 등의 각 이해 관계자들이 협력하여 종합적인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응 조치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식별하고 조치를 조정할 수 있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시 장마로 돌아가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난해 폭우 속 의인들을 기억한다. 흙탕물에 뛰어들어 막힌 배수로를 뚫고 반지하에 갇힌 주민을 구한 시민들,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동을 느끼며 동시에 조경학자로서 반성이 일었다. 이제 조경분야에서 기후변화 완화 효과에 대한 논의를 넘어 기후변화 적응과 오적응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강건한 계획이 필요한 때이다. 그렇게 우리 조경가들이 기후변화의 숨은 의인이길 바란다. 박찬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유일무이(unique)한 꽃 모양 콩과 낙엽활엽교목인 자귀나무는 전국 산야에 자생하는 난대성 수종으로 중부 이남 지역에서 볼 수 있다. 나무의 줄기는 높이 자라지 않고 굽거나 약간 드러눕는다. 키는 5m 정도까지 자라고 큰 가지가 성글게 옆으로 퍼져 넓은 그늘을 만든다. 꽃이 귀한 여름철에 보름 동안 꽃이 계속 피어나서 여름 꽃나무로 많이 심는 나무다. 자귀나무 꽃은 화려하고 특이하게 생겨 보통의 꽃모습과 완전히 다르다. 분홍색 비단실로 만든 화장솔을 벌려놓은 듯한 모습으로 독특하게 핀다. 꽃잎은 퇴화되어 안 보이고 3cm 길이의 가느다란 수술 뭉치가 꽃 모양을 이룬다. 작은 가지 끝에 15∼20개씩 우산형으로 달린다. 아래쪽은 흰색이고 끝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멀리서 보면 전체가 분홍색으로 보인다. 축제를 하기 위하여 밤하늘을 장엄하게 수놓는 불꽃놀이를 할 때 자귀나무 꽃이 피어난 불꽃 모습이 많이 보인다. 서양에서는 자귀나무를 비단나무(silk tree)라고 부른다. 장마철에 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나 능소화와 함께 매우 달콤한 향기가 난다. 무더위와 빗속에서 꿀을 찾는 벌과 나비를 부르는 향기는 밤 시간에 더욱 진하게 퍼진다. 주로 목포 지방이나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왕자귀나무(Albizzia coreana)는 자귀나무와 비슷하지만 나뭇 잎이 더 큰 편이다. 꽃을 이루는 수술에 분홍색이 없어서 흰색 꽃으로 보인다. 한국 특산종이며 희귀식물로 평가받고 있어 앞으로 군락지 보전과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자귀나무 잎과 비슷한 잎을 가진 ‘자귀풀’은 강변이나 습지에서 자란다. 1년생 초본식물인데 줄기는 곧게 서서 높이 80cm까지 자란다. 가지가 갈라지며 윗부분에서는 속이 비어 있다. 잎이 자귀나무처럼 밤중에는 접히기 때문에 자귀풀이라고 한다. 매일 밤 폴더블폰(foldable phone) 자귀나무는 짝수로 마주 보는 작은 잎들이 낮 시간에는 활짝 펴졌다가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잎들이 서로 마주 붙어서 아침까지 수면운동을 한다. 이것은 잎자루 아랫부분에 있는 엽침이 빛의 강약이나 자극을 받아 수분을 일시적으로 빠지게 하여 잎이 접히고 잎자루가 밑으로 처지는 현상이다. 이는 광합성을 할 수 없는 밤 시간에 물을 소비하는 증산작용을 멈추기 위하여 잎의 표면적을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모사는 외부 자극이 있어야 잎이 움츠러든다. 그러나 자귀나무는 외부의 자극 없이 해가 지고 나면 저절로 펼쳐진 잎이 서로 마주 보며 접힌다. 예전 사람들은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잎이 서로 사이좋게 붙어 잔다고 생각하여 야합수(夜合樹)라고도 불렀다.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가진 자귀나무 잎을 들여다보면 50~80개 되는 작은 잎들이 둘씩 마주나고 맨 끝에 짝 없이 홀로 남는 잎이 없다. 모든 잎이 제 짝이 있다며 예로부터 사이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 신혼집에 즐겨 심었다고 한다. 슬기로운 아내는 자귀나무 꽃을 따다 말린 후, 남편이 힘들 때면 조금씩 꺼내 술에 넣어 마시게 하여 남편의 기분을 풀어주었다고 전해진다. 소가 자귀나무잎을 무척 좋아해서 ‘소쌀나무’ 라고 부르기도 했다. 마치 서양에서 들어온 듯한 화려한 꽃을 피우지만 자귀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지극히 촌스럽다. 나무를 깎는 연장인 ‘자귀’의 손잡이로 쓰인다거나, 잠자는 시간을 귀신같이 맞춘다고 하여 자귀나무라고 불렀다고 한다. 가을배추 파종 시 잎이 달린 자귀나무 가지를 꽂아 그늘을 만들어주고, 잎이 진 다음에는 거름 역할을 하여 농사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호기심이라는 유산(heritage) 자귀나무에 대한 다양한 설화는 나라나 지역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로 전해 온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자귀나무를 뜰에 심으면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진다고 믿었고 오해가 생기면 자귀나무 잎을 따서 보내 풀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자귀나무의 줄기로 절굿공이를 만들어 부엌에 두고 쓰면 집안이 화목해진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제주도에서는 자귀나무를 ‘자구낭’ 이라고 부르는데 여름날 어린아이들이 ‘자귀나무(자구낭)’ 그늘에서 자다가 학질에 걸린다고 생각하여 집안에 심지 않도록 금기시했다. 또한 태풍이 자주 닥치는 제주에서는 약한 나뭇가지가 부러져 다칠 수가 있어서 이 나무를 집안에 심지 않는다고 한다. 그 옛날 아버지는 강원도 동해안에서 작은 규모의 사과 과수원 농사를 하셨다. 부지런하면서도 호기심이 많으신 아버지는 그 지역에서 보기 드문 탱자나무나 참죽나무 등을 어디선가 구해서 심고 가꾸셨다. 다양한 식물을 키우시던 아버지는 내가 국민학교 입학 무렵에 자귀나무 묘목 한 주를 대문 옆에 심었다. 청소년기를 지내며 나는 자귀나무와 함께 성장을 했다.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다가 여름방학 때 내려가면 고향집을 지키고 있는 키 큰 자귀나무를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기와 지붕 만큼이나 높게 자라서 분홍색 꽃뭉치로 나를 반기고, 밤에는 그윽한 향기를 은은하게 내뿜던 자귀나무는 고향집을 상징하는 나무로 남아있다. 또한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심어보고 가꾸시던 아버지의 호기심을 물려받은 나에게는 작고하신 아버지를 떠올릴 때 함께 떠오르는 나무이다. 폭이 10m가 넘게 자라며 큰 우산을 펼치며 대문을 지키던 자귀나무는 2002년 어마어마한 피해를 낸 태풍 루사가 지나가며 가지가 부러져 수명을 다하고 말았다. 선산 묘소 주변에 심어놓은 또 다른 자귀나무 3그루는 크게 자라 보기 좋았는데 어느 겨울 강추위에 말라죽었다. 한낮의 불꽃놀이(fireworks) 공원이나 도로변에 식재한 자귀나무는 꽃이나 잎 모습이 특이해서 외래종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예전부터 중부지방 아래에서 자생하며 우리 곁에 살고 있었던 나무이다.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중부지방 북쪽에서는 살기 어렵다. 중부 내륙지방에서는 동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겨울철에 월동 조치를 하는 것이 좋다. 양지바른 곳에 심는데, 토질과 상관없이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습기가 있으면서 부식질이 많은 토양에 심으면 아주 잘 자란다. 옮겨심기는 주로 3~4월에 하는데 굵은 뿌리에 붙은 잔뿌리를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잔가지가 마를 수 있으므로 가을보다는 봄에 옮기는 것이 좋다. 씨앗 파종으로 묘목 생산을 한다. 늦가을에 익은 종자를 채취하여 춥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하는데 발아율은 좋은 편이다. 양수이므로 발아 후에는 햇볕이 잘 들게 키우고, 빨리 자라는 편이라 6년 째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다. 통풍이 잘 되는 장소에서 재배하며 비료를 많이 줄 필요는 없다. 유기질이 너무 풍부한 곳에서는 진딧물이 많이 발생하여 그을음병이 심하게 들게 된다. 병충해와 공해에 강하기 때문에 도시지역에 적응을 잘 한다. 꽃을 많이 볼 수 없는 여름에 꽃을 무성하게 피우므로 활용도가 높고 녹지에 그늘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잎과 꽃이 모두 아름답고 정갈한 모습을 보여줘 사찰이나 사적지에 많이 심는 편이다. 빨리 자라는 장점을 이용하여 비탈면 녹화 공사할 때 종자를 많이 넣는다. 비탈면같이 토양이 불안정한 곳에서도 발아율이 높다. 생장속도가 빨라 다른 식물에 피압 당하지 않는 편이라 녹화공사시 많이 쓰인다. 고속도로 비탈면에 많이 보이는 이유이다.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구스타프 클림트의 황금색 모감주나무는 하지 절기 전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장마가 시작할 때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장마가 그치면 꽃이 다 떨어지니 장마의 시작과 끝을 모감주나무 꽃과 함께 하는 셈이다. 여름철에 노란색 꽃을 피우는 나무는 드물어 여러 나무들 사이에서 눈에 금방 들어온다. 영어 이름은 ‘Golden rain tree’인데 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황금비가 오는 듯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황금색 꽃 물결이 나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풍성하게 핀다. 화려한 꽃 색깔은 황금빛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가 즐겨 사용한 황금색을 떠오르게 한다. 수꽃과 양성화 한 그루로 꽃의 대부분은 수꽃이고 양성화가 일부 섞여 있다. 수꽃은 수술이 길고 긴 털이 밀생하고 양성화는 가운데 암술이 솟고 수술은 짧다. 꽃잎은 4개인데 처음에는 모아져 있다가 나중에 뒤로 젖혀지고, 안쪽 부속체 부분은 차츰 붉은색으로 변하여 꽃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양성화는 수꽃보다 늦게 피고 수꽃이 떨어진 다음 뒤늦게 떨어진다. 암꽃 역할을 하는 양성화가 늦게 피는 것은 자가수분을 피하려는 것이다. 꽃이 지고 난 뒤 나뭇가지 끝에 꽈리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독특한 모습을 가진 연두색 세모꼴 열매는 가을에 황갈색으로 단풍과 함께 은은하게 물든다. 굵은 콩만 한 크기의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다 하여 염주나무라고도 불린다. 지속가능한 개발 자생지란 어느 생물종이 자연 그대로 사람의 보호를 받지 않고 번식하여 계속 살아가는 본래의 지역을 말한다. 자생종은 자생지에 오래전부터 저절로 퍼져서 살고 있는 종을 말한다. 모감주나무는 동북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모감주나무 자생지가 주로 섬이나 바닷가에 분포하고 있어서 중국에서 모감주나무 열매가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건너왔다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포항, 완도, 백령도 등 바닷가 외에도 안동, 대구 등 내륙지방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되면서 중국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자생종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굳혀져 가고 있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토지는 부동산업자의 개발대상지로 인기가 높다. 바닷가에 있던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은 도로개설과 휴양지 건설 등 각종 개발로 급속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한다. 자생지를 잘 지켜내어 우리 모두의 자산으로서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하여 보전되어야 한다. 생물자원은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보호되고 관리되어야 한다는 정책이 확고하게 뿌리내려야 한다. 생태적으로 중요한 토지의 개발과 이용은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영광군 대초마을 해안가에 자생하는 모감주나무 군락은 특이하게도 암벽 급경사지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마을 모감주나무 군락은 해안도로가 개설되면서 많이 훼손됐다. 지역 주민들이 잘려나갈 위기에 빠진 모감주나무를 마을 길이나 농경지 가장자리 등에 옮겨 심어서 마을의 깃대종으로 살려 놓았다. 생태관광이 활성화되면 모감주나무로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이다. 미니멀리즘 도시에서 모감주나무 숲을 보려면 서울 건대역 사거리에 있는 고층빌딩앞 녹지대에서 찾을 수 있다. 박스 구조물을 만들어 흙을 넣어 녹지를 만들고 스트로브잣나무와 모감주나무 두 종류만 식재하여 미니멀리즘 조경설계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6월 하순부터 모감주나무 꽃과 인근 도로구조물 벽에 자라는 능소화 꽃이 경쟁적으로 피어 인상적인 도시 경관을 만들고 있다. 살풍경한 도시공간에 원색의 물감을 덧칠한 것처럼 보인다. 이 곳에 모감주나무를 대량으로 식재한 2009년 이후부터 공원이나 아파트 녹지에 널리 식재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식재한 직후 꽃이 제대로 피기까지 2~3년이 걸린다는 이유로 많이 심지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유치하고 나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짓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 상암동 부지 주변에 오수처리장과 난지쓰레기장이 있었다. 월드컵행사를 준비하면서 수십년간 서울시민이 버린 쓰레기 산을 흙으로 덮고 녹화공사를 하였다. 북쪽 경사면에 각종 낙엽수를 식재하였는데, 척박한 토양에 잘 사는 모감주나무를 대량으로 심었다.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풍성한 숲을 이루고 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한 번이라도 여기 꽃길을 걸어본 사람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것이다. 난지도 녹지처럼 넓은 공간에 식재하면 잘 자라는 나무이다. 공원이나 아파트 녹지에 식재할 경우 나중에 큰 나무로 성장하는 크기를 감안하여 식재 위치를 정해야 한다. 작은 규격을 모아심기하는 경우라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여 나중에 이웃 나뭇가지가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 함께 번영 내한성이 강하여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 심을 수 있다. 염분, 가뭄, 대기오염에 강하고 거름기 없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산다. 햇볕을 좋아하지만 그늘에서도 적응을 잘 하며 뿌리가 깊어 뻗어 강풍에도 넘어지지 않는 편이다. 어릴 때는 성장이 느려 나무 모양이 볼품없으나 커지면서 성장속도가 빨라지며 가지가 치밀하게 발달한다. 봄에 비교적 늦게 새잎이 나오고 가을 단풍은 빨리 든다. 초여름에 노란색 꽃이 피어 나무 전체를 뒤덮는다. 꽃이 진 후 세모 풍선 같은 꽈리모양의 연초록색 열매도 독특한데 가을로 접어들면서 황갈색으로 변한다. 장마철에는 꽃을 피우는 나무가 드문데 초록색 잎을 배경으로 황금색 꽃을 폭죽처럼 피워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여름날 온 세상이 초록빛으로 가득할 때 눈에 잘 띄는 노란색 꽃은 황금빛에 가까울 정도로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공원이나 넓은 녹지에 대량으로 군식하는 곳에 적당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바닷바람에 잘 견디어 해안가 녹지나 방풍림으로도 많이 식재한다. 장마철에 꽃을 피워 양봉하는 이들이 밀원식물로 좋아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이식이 잘 되는 3m 이하 규격은 수형이 아주 좋지 않아 여러 나무를 모아서 심는 것이 좋다. 도시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대규모 군식 용도로 많이 쓰인다. 난지도 경사면과 같은 오염 토양에서도 적응을 잘한다. 지난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시기에 서울에서 가져간 모감주나무로 평양에 기념 식수를 하였다. 모감주나무는 ‘번영’을 상징한다고 한다. 우리 세대에 남북이 함께 ‘번영’하여 통일을 앞당기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그곳에 남겼는데, 모감주나무가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보스턴의 전철 네트워크 (일명 ‘T’) 는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19세기 말부터 보스턴 사람들의 발이 되어 왔다. 오래된 만큼, 그간의 도시 발전과정에서 더 이상 쓰이지 않고 방치된 터널 ,플랫폼, 선로 등이 무려 63곳에 달한다. 이 버려진 공간들이 대부분 하버드스퀘어 (Harvard Square)와 보스턴 커먼스 (Boston Commons) 등 번화가의 지하에 위치해 있다는 점,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에 지하공간이 주는 가능성, 그리고 이미 호기심 많은 일부 시민들이 몰래 잠입하여 파티, 전시회 등을 게릴라 식으로 열고 있다는 사실 등에 힘입어, 수년 전부터 전철의 소유주인 매사추세츠 교통회사 (Massachusetts Bay Transportation Authority) 와 네트워크가 관통하는 여러 도시들은 버려진 인프라스트럭처의 재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이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설계과목을 개설해 보자는 제의가 우리 대학원에 들어왔을 때, 도시계획 및 설계학과 (Department of Urban Planning and Design)의 학과장인 라훌 메로트라 ( Rahul Mehrotra) 교수는 조경학과 교수인 나에게 이 과목을 맡아보겠냐고 물었다. 어릴 때 지질학자를 꿈꾸었던 나는 조경전문가가 된 지금도 여전히 지하 공간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그래도 흔히들 토목이나 도시계획, 건축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지하의 버려진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설계수업을 왜 나한테 해보라고 했는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간명했다. “어느 한 업역에서 다뤄서는 좋은 방안이 제시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랜드스케이프의 관점에서는 구조, 교통, 공공장소, 기후변화 등의 여러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믿고 당신이 그 적임자에요.” 그리하여 시작된 2년에 걸친 “지하, 지상, 그리고 그 너머: 도시형태와 경험으로서의 버려진 지하철 인프라스트럭처 (Below, Above, and Beyond: Revealing the abandoned underground subway infrastructures as urban form and experience)” 설계과목은 실제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설계안들을 만들어 냈다. 지하수위와 우수 관거, 그리고 버려진 터널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재설계하여 집중호우 시 유수지로 쓰는 제안, 지열을 이용하여 터널에 온수풀로 만들고 그것이 지상의 공공 프로그램으로 연결되게 한 제안, 터널을 도시농장으로 만들고 이곳이 노숙자들의 직업교육의 장 이자 채소공급원으로 쓰이도록 한 제안 등이 그 예이다. 이 스튜디오를 진행중이던 2022년 봄 어느 날, 앤트워프 (Antwerp)시의 공무원인 샤나 드브록 (Shana Debrock) 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앤트워프 대학교 (University of Antwerp)의 박사과정 생이기도 한 그는 내 리서치에 큰 관심을 보였고, 특히 내가 실무를 하는 조경가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앤트워프는 잘 알려진 것 처럼 벨기에의 아름다운 도시인데, 실상은 도시의 해변에 위치한,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앤트워프 항구로 향하는 매일 8만여 대의 화물트럭과 20만대의 자동차 들로 인해 유럽 최악의 교통체증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20세기 초부터 진행되어 왔는데, 샤나는 모든 해결방안이 절대적으로 토목적 관점에서 진행중이라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현재 계획되고 있는 7.5㎞길이의 지하 고속도로 (일명 ‘A102’)는 완공 시 교통체증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 되지만, 앤트워프 대학의 연구진과 시민단체 들은 이 지하 고속도로가 지상부의 도시공간 및 녹지체계와 반드시 연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경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였다. 몇번의 상호 방문과 회의의 결실로, 올 봄학기에 하버드 대학교와 앤트워프 대학교의 공동 스튜디오가 개설되었고, 나는 12명의 내 수업 학생들에게 “조경의 프레임워크를 통해 기존 도시 인프라스트럭처의 단편성 (monofunctionality)에 도전함으로써 A102가 지상부 공공장소 및 커뮤니티의 일상에 기여하도록 제안하기”를 주문하였다. 지난 5월 1일에 있었던 설계발표회에서는 지난 보스턴 스튜디오를 뛰어 넘는 결과물들이 공유되었는데, A102의 일부 차로를 지역의 쓰레기, 지상부 농수 및 생활용수의 처리시설로 설계하고 이들이 집합적으로 지상부의 녹지체계와 연계되도록 한 제안 (그림 1), 지하 고속도로에서 생성되는 오염된 공기가 바이오 필터링을 통과한 후 지상으로 배출되도록 단면과 식생을 설계한 제안 (그림 2), A102가 지나가는 전 지역을 지상부 녹지에서 지하 토양을 아우르는 새로운 수체계로 설계하여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어려워지는 우배수 체계를 개선시키는 제안,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앤트워프시의 차량이용이 점점 줄어들 것에 대비하여 현재의 환승시설들을 단계적으로 탄소차집 시설로 변화시키는 제안 등 실로 흥미진진한 내용들이었다. 그날 참가했던 10명의 심사위원들은 모두, 기후변화시대의 도시 인프라스트럭처에서 ‘조경적 접근 (landscape architectural framework)’이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는지를 본 것에 고무되었다. 나는 이러한 것들이 절대 ‘학교에서만 가능한’ 일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실무에 있는 조경가이기에 가능했던 수업이었고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보스턴에서, 앤트워프에서, 혹은 서울에서 인프라스트럭처가 공공장소의 체계로 들어오는 일을 실현시킬 것이다. 김정윤 하버드 GSD 조경학과 교수 / 오피스박김 대표
    • 김정윤 하버드 GSD 조경학과 교수·오피스박김 대표
    • 2023-05-30
  • 누군가에게 공원은 절실하게 시간을 내어 찾는 공간 앞으로 새롭게 조성되거나 변경될 공원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투시도의 풍경은 평화롭다. 석양을 등지고 조깅을 즐기는 젊은 여성, 그 옆으로 풍선을 들고 달리는 어린이들, 느긋한 자세로 젊은이와 어린이를 향해 앉아 있는 노인. 그 뒤로 유모차를 끌고 천천히 산책하는 젊은 부부, 어린이의 손을 잡고 걷는 엄마, 아빠도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는 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이, 책을 보며 산책을 하는 이도 보인다. 일과 공부로 빠듯한 일상에서 잠시 짬을 내 공원에서 여가 활동을 하는 이들의 모습, 흔히 평범한 일상, 평범한 공원 이용이라고 여겨지는 모습이다. 공원 이용 설문조사에서 공원 이용의 목적으로 흔히 제시되는 항목인 ‘1. 휴식 2. 산책 3. 놀이 4. 친구 만나기 5. 기타’에 해당한다. 일상을 영위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잉여의 활동. 투시도에서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잉여의 시간에 잉여의 공간인 공원에서 잉여의 활동을 하는 이들의 표정은 아마도 평온하고 즐거움을 드러낼 것이다. 남산공원 북측산책로에서 흰 지팡이로 점자블록을 짚으며 산책하는 시각장애인을 보면서, 장충단공원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 팔을 어색하게 흔들며 순환산책로를 반복해 걷는 노년의 여성을 보면서 다른 투시도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질병으로 몸의 특정 기능이 상실되거나 훼손되어 재활의 목적으로 매일매일 특정 시간에 공원을 찾아 걷고 운동하는 이, 치매에 걸린 부모가 잠깐이나마 바깥바람 쐴 수 있도록 휠체어를 끌고 나온 이, 또 장애 자녀를 돌보는 빠듯한 일상 속에서 조각 시간을 내어 자신을 찾기 위해 공원을 찾는 이. 어린이들이 자연과 멀어지는 게 너무나 안타까워 동네 뒷산을 찾아 수업하는 이. 은퇴 후 밀려오는 삶의 허망함을 이기기 위해서 매일매일 공원을 걷는 이. 이들로 투시도를 채워보면 어떤 풍경이 될까? 여러 사회적 단위와 층위에서 ‘평범’, ‘정상’이라는 단어가 도전받고 있다. 이는 정상이라고 칭해지는 범위에서 벗어나면 배제되는 사회에 대한 도전이다.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정상가족으로 흔히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러한 가족은 얼마나 되는가? 그러한 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흔히 말하는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사회 시스템이 꾸려져 있다. 청소년에게 ‘몇 학년’이냐고 물어보는 것도 청소년은 학교에 다니는 게 정상이라는 관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라는 단어의 상대어로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는 단어가 통용되고 있는 건, 우리 사회가 정상이라는 단어가 갖는 폭력성을 조금이나마 인정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공원은 잉여의 활동을 위해 잉여의 시간에 찾는 잉여의 공간이 아니다. 절실하게 시간을 내어서 절실하게 찾는 공간이다. 재활의 공간이고, 위로의 공간이고, 학습의 공간이고, 존재를 확인하는 공간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앞에서 묘사한 이미지와는 다르겠지만, ‘긍정을 찾기 위해’라는 것에서는 별 차이 없을 것이다. 비록 오늘은 잘 안되더라도 말이다. 공원에서 붉은 물고기가 되어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라는 동화책은 공원 풍경을 담는 열두 개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림은 모두 공원 곳곳을 헤엄치며 구경하는 붉은 물고기를 제외하면 흔한 공원의 풍경이다. 한쪽에서 어린이들은 공놀이하고 있고, 젊은 청년은 플롯을 연주하고 있고, 중년의 남자는 어깨가 축 처져진 채로 산책하고 있고, 소녀는 킥보드를 타고 있고 하늘에는 새들이 날고 지상의 강아지는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있다. 얼핏 보면 열두 개의 그림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사람에 주목해 쫓아가다 보면 다름을 볼 수 있고 다름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동화책에는 남편과는 사별하고 자식들은 모두 외지에 나가 있어 외로운 여성이 공원에서 자신을 짝사랑했던 이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 서툴게 마음을 주고받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영감을 찾는 젊은 시인과 현상의 본질을 찾는 꼬마 과학자가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 이주민인 할머니와 소년이 함께 작은 성취를 이루고 축하하는 이야기,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고양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참새도 청중으로 존중하는 플루티스트의 자기 고백이 수록되어 있다. 다행히도 이야기는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공원에 어울리는 결말이다. 이 동화에서처럼 사람들은 ‘1. 휴식 2. 산책 3. 놀이 4 친구 만나기 5. 기타’로만은 드러나지 않는 자신들만의 사연을 가지고 공원을 찾는다. 하나의 그림에서는 그 이야기가 포착되지 않지만, 우리의 일상처럼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열두 개의 그림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밀도 높은 질감의 일상을 만나게 된다. 붉은 물고기는 무심히 공원을 헤엄치고 있는 듯하지만, 관찰자이다. 이 연재에서는 붉은 물고기가 되어 공원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 특히 평범, 정상이라는 단어를 확장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보려 한다. 그래서 공원의 미래를 그리는 투시도의 풍경이 풍부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연재의 제목은 ‘공원에 간다’이다. 주어와 목적어가 빠져있다. 앞으로 이어지는 글에서 다양한 주어와 목적어를 대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 2023-05-08
  •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이슈화되어 정부에서 청년수당이니 내일채임공제니 청년 관련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정작 만나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한결같이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고 호소를 한다. 필자의 회사에서도 운 좋게 입사지원자가 있어 면접 날짜를 잡으면 불참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입사하기로 약속을 한 후에도 출근 전날 입사 취소를 통보당하기 일쑤이다. 그럴 때면 우리 회사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면접관인 내가 질문을 잘못했나, 면접을 잘못 본 것인가? 역으로 고민하게 된다. 면접자가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며 긴장하던 때는 고래적 이야기이고 이제 젊은 청년들을 뽑기 위해서는 면접관이 면접자에게 회사의 매력을 어필해야하는 그런 상황이 온 듯하다. 중소기업의 급여나 복지 수준이 대기업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이렇게 젊은 청년들 찾기가 힘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2022년 대학 정원이 49만 명인데 응시생은 42만 명이었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과 지방국립대를 제외하고는 대학이 다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지방대학은 학생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생산활동 인구로 보면 1971년생이 94만 4179명인데 2002년생은 49만 111명이니 출생인구가 절반으로 꺾인 셈이다. 맞다! 정말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 젊은 인구 중 몇 명이 우리의 산업으로 유입될 것인가? 의사, 변호사, 변리사 등 전문 직종, 하이테크 기업, 대기업, 중견기업, 공무원 등 순서대로 이력서가 빠져나가면 과연 우리 조경계에는 몇 장의 이력서가 들어올 것인가? 타 산업 분야에서는 이런 이유로 스마트 공장을 도입해 최소의 인원으로도 생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챗 GPT 등을 업무에 도입해 시간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들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경 업종은 디자인, 설계, 영업, 생산, 현장관리 등 전통적인 산업 형태로 로봇이나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업무가 많지 않다. 생산 분야도 맞춤식 오더메이드가 많으니 표준화를 통한 생산 자동화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사람에 의해 움직여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 현장의 업무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근거지에서 벗어난 타지방 근무가 대다수이고 통상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을 상주해야하다 보니 워라밸을 강조하는 청년들에게는 매력적인 직장이 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향해 가듯 조경계도 고령화 이슈가 곧 닥쳐올 것이다. 상황은 답답한데 이 상황을 타개할 묘수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있는 회사 또한 인력난으로 조직이 안정화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에 임직원들이 모여 토론을 하면서 우리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인식에 이르렀다. 나라님도 못하는 인구절벽 문제로 세상을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니 우리가 청년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보자 이렇게 결심한 것이다. 먼저 회사의 중심 간부들이 청년이 회사의 자산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돈도 기술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청년이 오래 근속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을 회사의 제1원칙으로 삼기로 하였다. 그러자면 청년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갑질, 꼰대 행위, 부당한 지시, 불공정한 인사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청년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4년 근속 1개월 유급 휴가제를 도입키로 하였다. 직원들의 이직 패턴을 보면 입사 후 2-3년 지나면 1차 퇴사 바람이 분다. 국가에서 젊은 청년들의 근로연속성을 위해 본인 부담금에 더해 국가와 기업이 반반씩 부담하여 목돈을 마련해주는 내일채움공제도 만들었지만 만 2년 기준이라 그 시기만 채우고 그만두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한 직장에서 3년 정도 근속하면 사실 다른 일도 해보고 싶고 연봉도 점프하고 싶고 잠시 쉬기도 하고 싶지 않은가. 나 또한 직장에 다닐 적에 실적 스트레스, 조직 내부 인간관계 스트레스로 어디 유럽이나 장거리 여행이라도 훌쩍 다녀오고 싶었지만 앞뒤 주말을 끼어 넣어도 9일 이상 휴가를 내면 눈치가 보이니 그런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이럴 때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다고 하니 이 때를 잡아야 했다. 유급 휴가를 주는 근속연수를 3년을 해야한다 5년을 해야한다 말들이 많았지만 필자의 회사는 4년 근속을 기준하여 4년마다 1개월의 유급휴가를 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현재 주 1회 2시간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있는데 단축 근무에 따른 업무 손실보다 직원들 만족도가 높아 내년부터는 4.5일제도 도입을 검토해보려 한다. 물론 생산 공장과 현장 근무자들은 일이 몰리는 시기에 야근과 휴일 근무를 할 수밖에 없어 본사 근무자들과의 여러가지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근로시간 감축을 목표로 생산관리, 현장 스케줄 관리에 혁신을 꾀해야 한다. 셋째, 직원들의 채용과 인사관리를 위한 전담 부서를 두기로 하였다. 사람이 자산이라면 이 자산관리를 위해 온전히 고민하는 전담부서와 인력이 있어야 한다. 사실 필자의 회사 같은 규모에서는 관리부서나 총무부서가 직원 채용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구인사이트에 공고를 올려놓고 (유료 광고도 비싸서 잘 하지 않는다) 입사 지원자를 기다리는 것이 여태껏 우리가 해왔던 방식이었다면 인사관리 전담부서는 근무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인재를 찾는 데에 시간을 투자한다. 이력서를 뒤져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고 그에게 메일을 보내 회사를 소개하며 면접제의를 한다. 면접을 볼 때에는 회사도 격식을 갖추어 인재를 맞이하고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면 먼저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내규 등을 체계적으로 브리핑하고 바로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업을 파악하고 회사와 업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오리엔테이션을 반드시 갖는다. 이 부서는 직원 고충 상담도 진행하는 데 대표이사 직할의 독립된 부서로 기능하면서 각 부서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위계 간에는 말하지 못하는 고충을 듣고 상담을 해주거나 회사 내부의 문제라면 공식적인 의제로 올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부서를 만들고 난 뒤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담당자와 상담을 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넷째, 시니어 및 중년 인력에 칸막이를 치지 않고 현업에 적극 영입하기로 하였다. 조직생활의 정점을 찍어본 6말7초(1960년대 말~1970년대 초) 인재들이 퇴직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인력 시장에 많이 나와 있다. 71년생 돼지띠가 현재 우리나라 인구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하니 이런 수치가 반영된 듯하다. 주요 관리 보직을 맡기기 위해 스카우트하는 것이 아니라 현업에 실무자급으로 이런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다. 짧게는 20년에서 많게는 30년까지 조직생활을 경험해 본 이들이니 업무파악이나 조직 생활의 눈치는 다들 10단 이상이다. 다만 회사들이 시니어 인력 영입을 꺼리는 이유는 그분들에겐 그간 해왔던 업의 지문이 뿌리깊게 박혀있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룸이 부족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새 회사의 마인드와 룰을 먼저 이해하고 여기에 자신의 경험치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사안마다 자신이 그간 해왔던 방식이나 사고했던 패턴과 부딪치게 되면 이게 막상 말처럼 쉽지가 않은 것이다. 여기에는 시니어 인력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으로 여기고 나이 어린 상관에게 배우고 보필하는 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해내야 한다. 젊은 선임자가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내가 더 넓은 도량의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육지책이라며 쏟아냈지만 어쩌면 이것이 원래했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인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회사 50대들이 워라밸을 외치며 직장인 락밴드를 만들겠다고 한다. 뭐든 좋다. 신나게 일하고 신나게 놀 수 있다면. 그래서 건강한 에너지가 쌓여 그대들의 삶과 기업이 함께 행복할 수 있다면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사람은 모든 회사의 제1 자산이다. 허수경 / 엔쓰컴퍼니 대표
  •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 ‘생태기반적응’(Ecosystem-basedAdaptation).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초래한 자업자득의 결과인 ‘기후위기’라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비용효율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이 추구하는 바는 “기후변화영향으로부터 발생하는 직접적인 위험을 생태계 시스템을 통해 줄이거나 해소하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결국 인간이 초래했지만 첨단의 과학기술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오히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위기의 완화를 위해 다시 자연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노력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이 할 일은 자연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곳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곳을 방해하지 않는 것과, 자연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곳을 복원하여 자연시스템이 다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비용의 절약과 기능의 최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너무나 합리적 방법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이 방법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자연 스스로의 시스템이 잘 작용되는 곳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 대표적인 곳이 숲과 하천이다. 지면의 한계상 이 글에서는 숲에 한정하여 얘기해보고자 한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인위적으로 산에 나무를 심은 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의 80%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산에 나무를 인위적으로 심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식재한 면적이 무려 국토의 절반에 가까우니,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낸 ‘엄청난’ 결과임이 분명하다. 산림청은 이 ‘엄청난’ 사실을 우리나라의 근면성실한 국민이 만들어낸 기적이라 홍보하기에 지금도 여념이 없다. 벌거벗은 산을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열심히 노력하여 푸르게 만든 유일한 나라라고 말이다. 그러나 ‘엄청난’ 결과의 의미는 반드시 좋은 쪽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과연 나무를 심어서 우리 산이 푸르게 변했을까?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먼저 던져보자. 지금까지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반드시 그 과정을 따라가야만 한다. 지금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단편적인 답 대신 과정을 추적해보자. 나무를 심어서 우리 산이 푸르게 변했다면 지금 우리나라 산림은 모두 인위적으로 조성된 식재림이 차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국토의 절반에 나무를 심었으니, 당연히 우리 산림은 모두 조림한 곳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의 80% 이상은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낸 숲이다. 인위적으로 조림한 숲이 차지하는 면적은 2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한국전쟁 이후 거의 모든 숲이 황폐화되었음을 감안할 때, 식재한 숲의 대부분은 스스로 자라난 나무들에 밀려 도태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20%밖에 남아있지 않은 조림지 또한 스스로는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거의 대부분 조림지는 자연이 스스로 길러내는 나무들을 지속적으로 사람이 잘라주어야만 겨우 유지되는 반쪽짜리 숲일 뿐이다. 이 과정이 ‘숲가꾸기’라는 사업으로 포장되어 있다. 꽤 아름다운 이름으로 포장된 이 사업은 주어진 환경조건에서 가장 적합하게 자랄 수 있는 나무들이 스스로 싹을 틔워 건강하게 자리잡은 것을 잘라내어 자연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나무를 억지로 유지시킨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스스로 자라나는 나무를 잘라주어도 자연은 제 힘으로 그 토지에 가장 적합한 나무들을 더 빠르게 길러내는 능력을 보인다. 그렇게 인공조림된 숲은 자연의 힘에 빠르게 밀려나게 된다. 산림청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산림에서 자라나고 있는 나무들의 평균수령은 불과 40년 전후에 그치고 있다. 30~40년 나이의 수림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9%에 달하고 40~50년 나이의 수림대가 33%를 차지한다. 50년 이상 나이의 수림대는 전체 산림의 5%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조림은 언제 주로 진행되었을까? 50년 이상의 나이를 보여야 하는 숲인, 1973년 이전까지 식재된 면적은 국토산림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무려 전체 산림면적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30~40년 나이의 수림대가 되었을, 1984~1993년의 10년 사이에 식재된 면적은 불과 7%에 불과하다. 산에 나무를 식재한 시기와 현재 숲의 나이가 전혀 맞지 않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실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 불일치하는 수치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푸르러진 우리 숲은 인위적인 식재에 의해 조성된 숲이 아니라, 자연 스스로 자라나 형성되었다는 설명 뿐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전환 역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거의 모든 난방과 취사에너지가 나무에 의존했던 시기는 전후 1960년대 급진적으로 변화된다. 시골을 제외하면 나무를 구할 수도 없었기에 도시의 에너지원으로 연탄이 빠르게 자리잡았으며, 또다시 1980년대 후반부터 전국이 석유와 천연가스로 대체된다. 도시는 지금은 향수가 된, 30여 년 동안을 함께 한 연탄이라는 에너지 과도기가 있었지만, 시골은 나무에서 곧장 석유로 전환된다. 1980년대 시골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추억을 소환해 보길 바란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시골에까지 본격적으로 진행된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의 핵심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늘이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반대급부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나무를 베어내지 않아, 배출된 탄소를 빠르게 흡수하는 자연환경의 전환기회를 맞았다. 그 이전까지 숲과 인접한 가구 대부분이 나무를 난방연료로 사용하던 것에서 벗어나게 되니 자연스레 숲에서 자라는 나무를 베어내지 않아도 되었고, 이러한 에너지 전환이 시작되면서 우리 숲은 드디어 인위적 간섭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풍성하게 만들어왔던 것이다. 불과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거의 모든 지역의 에너지가 바뀐, 이 시점은 지금 현재 우리 숲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들의 나이와 일치한다. 나무를 심어서 숲이 푸르러진 것이 아니라, 나무를 더이상 베지 않아서 자연이 스스로 숲을 푸르게 만들어준 것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숲이 빠르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한 일은 무엇일까? 나무를 심어주었다는 것은 앞선 통계에서와 같이 맞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한 일은 “숲을 그대로 둔 것” 밖에는 없다. 자연 스스로 해법을 만든 것이다. 돈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이 알아서 일을 해 준 것이다. 그게 자연(自然)이다. 숲의 자연갱신을 유도하면 엄청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면서,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나무들이 자라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훨씬 건강한 숲이 만들어진다. 자연이 스스로 만든 숲은 온갖 병충해에도 강하게 견딜 수 있으며, 산불에도, 건조에도, 폭우에도 강하다. 아울러 인위적으로 심고 가꾸는 숲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저장하게 된다. Nature에 게재된 Lewis 등(2019)의 연구에 의하면 자연림은 식재림에 비해 무려 42배나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고 결론 내렸다. 생물다양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높아진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천연갱신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왜일까?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벌채를 할 경우 반드시 조림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언뜻 베었으니 심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자연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무를 자른 주변에 자연 스스로 어린 나무들이 다시 잘 자라니 굳이 심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긁어 부스럼이 되기 때문이다. 심는다고 숲을 교란시키고, 다시 심은 나무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자연 스스로 길러내는 훨씬 건강한 나무를 잘라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산불지역도 마찬가지다. 위 법률에서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데, 자연적으로 산림이 조성되는 경우에는 조림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벌채 후 3년 이내에 일정 정도 어린나무가 자라게 되면 조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기간을 기다리게 되면 거의 모든 숲에서는 어린 나무가 밀생하게 된다. 그러니 조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반적 관행으로 벌채 후 곧바로 조림하게 된다. 정부에서 조림비용의 90%, 상황에 따라 100%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조림 후 모든 관리비용 또한 정부의 세금으로 지원이 되니, 산주는 조림을 하지 않으면 마치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보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산주에게 돌려주는 지원을 못 받는 것으로 착각되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기후위기시대 최고의 해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자연기반해법’과 ‘생태기반적응’의 개념으로 가보자. 숲은 그대로 두면 (훼손된 숲이라 하더라도, 심지어 산불에 의해 모든 생명이 죽은 것처럼 보이는 숲이라 하더라도) 자연 스스로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는 곳이다. 결국 숲에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는 것은 자연의 시스템을 방해하는 것이며,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얻는 혜택을 너무나 많이 줄이게 된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되돌릴 수 없는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방법은 자연의 힘을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산에는 나무를 심지 말자! 자연 스스로가 최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홍석환 /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예부터 우리는 한반도를 삼천리금수강산이라 불러 국토의 아름다움과 귀중함을 강조하고 관리해 왔다. 또한 한국인은 도교와 유교 그리고 풍수사상 등 동양철학과 사상을 바탕으로 공간 만들기와 식재 등을 실시해 왔다. 왕실에서도 정원 공간을 잘 꾸미고 관리하기 위해 장원서, 상림원 등의 부서를 만들고 ‘동산바치’라는 직책을 두기도 했다. 그러나 한반도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급격한 산업화 등으로 혼란기를 거치면서 황폐해진 국토가 되기도 했고 일부 무분별한 식재로 우리의 자연관과 아름다움을 왜곡 상실하기도 했다. 최근 많은 환경문제와 기후변화, 쾌적한 환경에 대한 시민 욕구 등으로 우리 조경문화의 가치가 날로 중시되고 있는 시점에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제도를 만들어 조경문화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등재 보존 관리하고 있는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유산 제도의 근간이 되는 것은 1931년의 아테네 헌장과 1964년의 베네치아 헌장이며, 조경(정원)문화에 관한 내용은 1981년에 채택된 피렌체 헌장( HISTORIC GARDENS-THE FLORENCE CHARTER 1981)이다. 피렌체 헌장은 역사 정원에 관한 내용으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와 조경가 협회(ICOMOS-FILA)가 작성하여 채택된 헌장이다. 이 헌장의 주요 내용은 역사 정원에 대한‘정의와 목적’, ‘유지관리-보존-보전-복원-중건’, ‘이용’, ‘법적 행정적 보호’ 등의 항목으로 이루어지며 이후 이어지는 각종 헌장이 선언되며 보완되고 있다. 여기서 역사 정원은 ‘역사적 예술적 관점에서 건축적, 원예적 구성으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요소로서 계절의 순환, 자연의 성장과 소멸을 이어가고 유지하고자 하는 예술가적 존재감을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정의한다. 이는 유적과 자연을 명상과 휴식에 적합한 이상적 향유의 장소이며, 인류가 갖고 있는 세계관의 우주적 상징성을 갖춘 문화, 양식, 시대 및 창조적 산물로서 그 가치의 독창성을 유산으로 해석하고 보존, 보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이 헌장은 소정원과 대공원은 물론 해당 유적 및 건조물과 관련된 주변 일체의 경관과 환경을 포함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등재 기준 중 조경 디자인적 가치를 평가하여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계유산 등재 기준 Ⅱ항목인 ‘오랜 세월에 걸쳐 또는 세계의 일정 문화권 내에서 건축이나 기술 발전, 기념물 제작, 도시 계획이나 조경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인간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유적에 대하여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고 있다. 대표적 정원문화로서 세계유산 범주에 넣어 인류가 함께 보존 관리하기로 한 것에는 이탈리아의 메디치 장, 프랑스의 베르사유, 스페인의 알람브라궁원, 일본의 용안사, 중국의 소주 정원 등이 있으며, 우리의 창덕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계유산 등재는 등재 기준 Ⅰ항에서 Ⅵ항까지는 문화유산의 범주이며 Ⅶ항에서 Ⅹ항은 자연유산의 범주이다. 이들 정원의 보존과 유지관리는 유산(문화와 자연)의 가치 보존과 목록화(식물과 설계양식 등), 유산과의 조화와 통일성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주요 재료가 식생이므로 필요 때마다 식생의 도입과 교체프로그램 등의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복원과 중건은 유적의 발굴단계부터 훈련된 역사가, 건축가, 조경전문가, 정원사 또는 식물학자 등의 참여 속에 유지관리 복원되어야 하며 필요한 식물 종의 주기적 번식 등의 절차가 요구된다. 조경 공간의 보존관리는 우리 인류 모두가 함께 즐기고 향유하는 공간으로서 역사적 배경과 공간의 가치를 적절히 보존 관리하며 정기적 평가와 보수 유지, 주변 경관과의 조화와 보전 그리고 이용객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정원(경관) 유산에 대한 존중과 인식 제고, 훈련된 전문가의 양성, 관리 보존을 위한 법제화, 유관 협력 기관과의 협조, 생태자원의 주기적 번식과 적합한 규격화와 생태계의 균형(기후변화 등 검토), 과학적 연구와 대중화(국제적 교류 및 홍보)가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이들 유산과 경관 지역에 관한 구체적 연구와 보전관리가 요구된다고 유네스코는 권고하고 있다. 위와 같이 조경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범주에서 중요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국의 자연관과 철학관을 볼 수 있는 자긍심의 공간으로서 지속적으로 잘 보전하고 이어가야 할 중요 자원이며 유산이다. 이들에 대한 체계적 보존과 보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수십, 수백 년 후에는 현재 우리 조경 인들의 노고가 뛰어난 조경 또는 정원문화로 이어져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창환 / 상지대학교 명예교수
    • 이창환 상지대학교 명예교수
    • 2023-04-18
  • 사유의 방 2015년 11월 1일 오전 10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두 분의 금동반가사유상을 실물로 처음 마주한 시(時) · 공간(空間)이다. 두 분이 같은 공간에서 특별 전시 형태로 전시된 것은 1986년, 2004년, 그리고 2015년 세 번뿐이었다. 첫 만남의 시간이 짧았던 탓에 아쉬운 마음을 안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해오던 중, 6년쯤 지난 2021년 11월 12일부터 두 분을 함께 모시는 상설전시공간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마련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10호 「사유의 방」, 나만의 퀘렌시아(Querencia)가 한 곳 추가됐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 Time to lose yourself deep in wandering though 퀘렌시아(Querencia) 2018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내놓은 ‘트렌트 코리아 2018’을 본 후 익숙해진 퀘렌시아(Querencia). 현대인들이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을 뜻하는 용어다. 퀘렌시아란? 스페인어로 ‘귀소 본능, 안식처’를 뜻하는 말로서 투우(鬪牛) 경기에서 투우사와의 싸움 중에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영역을 지칭한다고 한다. 이는 투우 경기장 안의 특정한 공간이 아니라, 경기 중에 투우 소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피난처로 삼는 곳으로, 투우사는 퀘렌시아 안에 있는 소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현대인도 치열한 삶의 순간마다 방해받지 않고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쾌적한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공원(公園)은 자신만의 개인 정원을 갖기 어려운 서민들의 퀘렌시아 역할을 해왔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귀소하는 본능 또한 같은 의미일 듯. 일상의 생활공간에서는 아빠는 서재, 엄마는 주방, 어린 아이에게는 거실의 인디언 천막이 되고, 또는 집 자체가 가족의 퀘렌시아이기도 하고, 산을 찾는 등산객에게는 고갯마루의 나무의자일 수도 있다. 이렇듯 자신만을 위한 공간, 그리고 시간을 퀘렌시아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식물이 함께하는 온실카페, 식물원, 미술관 등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퀘렌시아가 된다. 조경가나 정원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자기만의 비밀정원(祕苑, Secret Garden)을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비밀의 정원(祕苑, Secret Garden) 나만의 시크릿 가든 - 이 시간 이후에는 공개된 정원이 될 수도 있겠다 - 그곳은 워커힐 호텔 내에 위치한 수영장과 SK 연수원 아카디아(ACADIA) 사이의 포켓정원이다. 워커힐은 한강과 아차산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다. 평소 아차산 산행을 즐겼기에 워커힐은 자주 찾았던 장소였다. 워커힐 호텔은 북한에서 특사들이 내려올 때면 자연 지형의 특성으로 경호가 수월하다는 이유로 숙소로 자주 이용됐던 곳이기도 하고, 1964년 초 국민배우 신성일과 엄앵란의 결혼식 장소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러한 시간의 흔적에 대한 끌림 때문인지, 자주 찾았다. 그러다 보니 아차산 일대를 돌아 돌아 아차산성부터 SK그룹의 사적인 공간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시크릿 가든’은 한강의 입수(入水)와 출수(出水)가 조망되는 공간이다.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 그래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이곳은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 아닌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지만 잘 몰라서 못 가는 곳이다. 조경가는 특정인 또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을 만들어 이용토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얼마나 훌륭한 소명(召命)인가. 그러나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에 도취(陶醉)되어 잊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볼 때가 되었다.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기 이전에 친환경 경영(Environmental),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갖추고 이행해야 한다. E.S.G. E.S.G란?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에서 첫 글자를 조합한 신조어로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의미한다. 친환경 경영(Environmental) : 환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관련 이슈이다. 전 세계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생존을 위해 앞으로 기업은 과감한 탄소배출 절감과 더 나아가 넷-제로(Net-Zero)를 추구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더불어 환경오염 저감을 위한 자원 및 폐기물 관리, 에너지의 효율화도 중요한 일이다. 기업들의 대표적인 친환경 경영 참여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를 의미하는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는 ‘태양열’이다. 에너지 분야 다음은 자원 분야이다. ‘WRC(Water Resilience Coalition)’는 2050년까지 기업의 ‘수자원 사용 순 제로(net zero)’를 목표로 하는데, 대표적인 탄소 중립 수자원은 ‘빗물’이다. 사회적 책임 (Social) : 사회 측면에서는 기업이 소비자, 직원들의 인권 보장과 데이터 보호, 다양성의 고려, 공급망 및 지역 사회와의 협력관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사회적 책임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단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이는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로 중세유럽에서 귀족들이 전쟁터에 솔선해서 참여했던 전통과 영국 등 왕실 자녀들이 국방 의무를 솔선해서 이행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경주 최부자의 가훈이 회자(膾炙)되기도 한다. 경주 최부자 가문에서는 수신(修身) 측면의 6연(六然), 제가(齊家) 측면의 6훈(六訓)으로써 개인의 처신과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6연(六然) : 수신(修身) ① 자처초연(自處超然) : 몸가짐을 초연하게 하라 ② 대인애연(對人靄然) : 다른 사람에게 온화하게 대하라 ③ 무사징연( 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는 마음을 맑게 하라 ④ 유사감연(有事斬然) : 일이 있을 때는 단호하게 대처하라 ⑤ 득의담연(得意澹然) : 뜻을 이뤘을 때 담담하게 행동하라 ⑥ 실의초연(失意泰然) : 실패하더라도 태연하게 행동하라 6훈(六訓) : 제가(齊家) ①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②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③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④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⑤ 주변 100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⑥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 : 기업의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러한 친환경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투명성, 신뢰성 높은 이사회 구성과 감사위원회 구축 등이 필요하다. 또한 뇌물에 의한 부패를 예방하고, 청탁, 로비 및 정치 기부금 활동 등에서 기업윤리를 준수함으로써 지배구조 가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전문 경영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투명한 지배구조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한국조경계의 E.S.G는 ? 1) 친환경 경영 : 비용, 유지관리를 앞세워서 건축물 실내 · 외에 플라스틱 식물 소재로 그린워싱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2) 사회적 책임 : 연탄 나눔봉사로 사회적 책무를 면피하려는 것은 아닐지? 3) 투명한 지배구조 : 직원들은 저임금에 야근 필수, 철야 선택을 강요당하고 대표들은 영업을 빌미로 골프장으로 출, 퇴근하는 것은 아닌지? 개별기업이 잘하고 있다면, 한국조경계 전반으로 확산해야 할 것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조경계가 협력하여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박경복/ 가든프로젝트 대표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대학교 학부 생활 동안 조경을 전공하고 졸업하면서 사회에 한발 내딛기 시작한 새싹 조경가가 되었다. 이 글은 조경인을 꿈꾸는, 혹은 고민하고 있는 미래의 새싹 조경인들을 위한 글이다. 내가 그리는 조경의 미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조경의 문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싹 조경인들의 힘이 필요하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아직 조경을 생소한 분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경인의 일원으로서 조경이라는 분야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 새싹 조경인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누군가가 들으면 가장 기초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언제나 기본은 가장 중요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던져져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세상은 내가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궁금한 것이 생겼다면 끝까지 매달리고 영역을 확장해 나아가야 한다. 또한, 관심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조경과 관련된 여러 대외활동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학교 강의에서는 기본적인 이론을 학습하고 흥미로운 실습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학교 안에서 채워질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교내 소학회, 2021 정원드림프로젝트, 한국조경학회 라(LA)PD 서포터즈 활동, 한국경관학회 학생기자단 그리고 환경조경나눔연구원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까지 다양한 활동들에 참가했다. 교내 소학회 활동을 통해 동기, 선배, 후배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2021 정원 드림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정원을 조성하는 A부터 Z까지 다방면의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한국조경학회 라PD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다양한 조경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한국경관학회 학생기자단 활동을 통해 특정 조경 소재를 집중 취재하는 경험을 했다. 내가 느낀 조경의 큰 매력은 사람과 자연을 이어준다는 점과 공간의 분위기를 크게 바꾼다는 점이었다. 나는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섭리가 신기했고,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에 식물이 들어감으로써 활기가 넘치고 한순간에 다른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 좋았다.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즐겨 해왔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과 또 다른 좋아하는 것을 함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대학생 녹색 나눔 봉사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봉사하는 경험은 더욱 특별하고 흥미로웠다.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활동을 통해 봉사의 기쁨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어디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들이 존재한다. 정원 재생 나눔 봉사를 진행하며 그저 무의미하게 흘러갈 수 있는 시간과 조그만 손길을 모아 누군가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경험을 했다. 나의 작은 손길은 별것 아닐 수 있지만, 봉사 단원 친구들의 작은 손길이 모여 다 같이 큰 결과물을 이루어냈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꼈다. 더불어 조경을 배우면서, 조경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자연을 통한 치유, 식물을 감상하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 등의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다. 또한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활동을 통해 다른 학교 조경학과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대학교 재학 시절 중 대부분의 시간을 코로나와 함께 했기 때문에 같은 학과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봉사단원 친구들과 관심 조경 분야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조경 정보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학교마다 커리큘럼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시각을 공유할 수 있었고,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내가 다른 학교 친구들에 비해 부족한 점과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대학생활을 더욱 다채롭고 풍부하게 해주었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만지고 경험하는 것이 나의 세계를 더 크게 만들어주었고, 내가 꿈꾸는 세상도 확장시켜 주었다. 대학생활은 되돌아보면 한순간같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때문에 학생이라는 신분 안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두려움 없이 해보았으면 한다. 여러 대외 활동들을 통해 조경계획, 설계, 시공, 감리 등의 세부적인 관심 분야를 정하고, 점차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우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세류에 흔들림 없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세상의 흐름을 잘 읽고 조경도 함께 발맞추어 나아가야 한다. 미리미리 대비를 해둔다면, 훌륭한 조경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앞으로 조경가의 길을 걸으며 이 글에 담은 이야기들과 마음가짐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항상 유지할 것을 이 글을 쓰면서 다짐하고자 한다.
    • 고선영 환경조경나눔연구원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9기 대표
    • 2023-03-09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높이뛰기에서는 메뚜기보다, 힘에 있어서는 코끼리보다, 무는 힘은 악어보다, 단순작업에서는 개미보다,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치타보다 훨씬 못한 인간이 어떻게 지구상 최고의 포식자가 되었을까? 사람을 뜻하는 한자의 ‘인人’은 두 사람이 기대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지구상의 생명체 가운데 그리 강자가 아니었던 인간이 서로와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힘을 갖게 되었음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문자인데, 3년 전에는 생명체로도 분류되지 않는 어떤 놈이 최상위 포식자들의 관계 맺음에 경고를 보냈다. 환경의 문제인지 인간 자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조경은 물론이고 사회 전분야를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다. 1000일 정도가 지나고서야 여러 분야에서 속도는 느리지만 그 위기상황으로부터 탈출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경세상은 어떤 준비와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3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했다고 하는 공원과 정원을 다시 생각해 본다. 조경이라는 말이 있기 전까지의 인간이 만든 녹색공간은 모두 정원이었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옴스테드가 Architectect에 Landscape라는 말을 붙이기 전까지는 그랬다. 당시에는 신조어였을 조경이 우리 모두에게 통용되는 지금은 번듯한 직업이 되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프랑스 대혁명의 산물이라 하겠다. 권력이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던 시대에는 garden 그리고 gardener는 세도가들만의 세계였다. 당연히 정원은 온전히 private 공간이었고, 소유 역시 특권층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역사에는 실패한 혁명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민중, 국민, 시민이라는 가치를 알게 해주었고 그들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을 내일의 희망으로 남겨두었었다. 그 희망이 열매를 맺어 public garden인 park와 함께 조경가라는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지고 이젠 150여년의 시간이 지나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초기의 도시공원들은 대부분 여건이 좋은 곳을 대상으로 국가가 개입하여 조성(어린이대공원, 올림픽공원 등)하는 방식이었다.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10,000를 전후로 하던 시대가 되면서 지방정부에 의한 공원(여의도생태공원 등)이 만들어졌고, $20,000 시대에는 부적합 시설 이전지, 못쓰는 곳, 훼손된 곳 등이 공원(선유도공원, 난지하늘공원 등)으로 자격을 갖게 되었으며, $30,000를 넘어서자 국가공원이라는 법적 용어가 만들어지고 대형화(미군부대 이전지, DMZ평화공원 등)하면서 다시 국가가 조성 주체가 되고 있다. 이 흐름의 후반부에 등장한 새로운 개념의 공원이 문자 그대로의 public garden인 국가정원이다. 아직은 개념 정리가 명확하지 않기는 하지만 정원이 특권층으로부터 일반인에게 넘어오고 있는 순간이라 하겠다. 그간의 각종 정원 관련 박람회장에 설치된 기획정원은 ‘작가정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이것을 공원의 개념으로 보면 공간 혹은 시설 프로그램의 특정 유형이므로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의 탄생이 아니라 조경이라는 직업군 속의 하나로 이해하면 충분할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현상이므로 문화적 측면에서 이해하고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 정원의 개념을 잠시 돌아보자. 둘러싸고(gan) 즐거움(oden)을 주는 곳이 garden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림과 뜻 글자인 한자 ‘원園, 유囿’를 보아도 둘러싸인 곳이 동산임은 동‧서양의 공통개념인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게임방이나 만화방 혹은 노래방 심지어는 커피숍 등도 garden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은가? 나는 둘러쌈과 즐거움에 더하여 노동력과 생산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피로감(작업에 따르는 근육통 등)도 포함시키려 한다. 이것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므로 나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크게 반대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작업 후의 통증은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생성되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등으로 비교할 수 있는데, 가드닝에 따르는 통증도 그것임에 틀림이 없다. 아마도 치유정원의 가치도 여기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린시절의 나는 허약체질로 자주 앓아누웠었다. 그래도 모든 아이들처럼 뛰고 노는 것이 좋아 밥 먹으라는 엄마의 호통이 있어야 겨우 집으로 기어들어 갔고, 조금 있다가는 슬그머니 빠져나가 몇 시인지도 모르고 동네를 달리고 또 달렸었다. 다음 날의 근육통이 허약체질의 성장통과 겹쳐 학교에는 기어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어제와 똑같이 뜀박질을 반복하곤 했다.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 중에 참가한 체육행사 후의 근육통으로 엉금엉금 걸어 출근을 했지만 그것에서 느꼈던 쾌감은 또 어떤가? 이제는 9년째에 접어든 정원만들기는 중년인 지금 나에게 청소년 시절의 그 통증이 주었던 쾌감을 소환하기에 충분하다. 허약한 시절의 뜀박질과 놀이가 작용했을까 청년기엔 운동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웠을 정도의 활약을 했고, 그것이 건강을 지켜주었던 원천이 되었듯이 지금의 가드닝을 통해 얻은 근육통이 노년의 건강유지를 위한 적립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적어도 이 정도의 개념을 가지고 접근을 한다면 AI가 활약을 하고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새로운 차원이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새 세상에서 대중문화와 만난 정원은 의외의 해법이 되어줄 것 같아 자못 기대감이 커진다. 정원 혹은 가드닝은 의식주와 같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므로 경제적 여력의 보유는 물론이고 성취감을 기저로 하는 자기표현이라는 (고급)문화현상이라는 것을 이유로 달고 싶다. 루이 14세가 베르사이유를 만들고 즐겼다면 gardener가 되어야 마땅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르노뜨르 역시 나의 기준으로는 직업인으로서의 가드너가 아니라 가드너라는 직위를 가진 사람으로 봐야 할 것이다. 루브르박물관에는 황제들의 초상화가 걸린 방이 하나 있는데, 황제들 사이에 르노뜨르가 자리하고 있음을 봐도 특별한 직위였음을 알 수 있다. 현재도 그렇겠지만 유산으로서의 정원들은 소유자와 조성‧관리자가 독립적으로 존재했었다. 그렇기에 박람회 등을 통해 선보인 ‘작가’들은 가드너와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들을 ‘gardenister’로 부르면 어떨까? 올해로 개장 10년을 맞는 순천만국가정원을 본격적 정원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아직도 우리는 출발선상에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국가가 지방정원이나 국가정원을 만드는 목적이 정원문화의 확산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지역을 재생시키는 것이라면 gardenister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gardener의 활약에 더 많은 기대를 건다고 봐야 한다. 소유물로서의 정원, 재력과 권력의 상징인 정원, 정원소유주와 고용인으로서의 정원사보다는 행위를 담는 place로서의 정원, 주인이 바로 정원사인 상황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원의 본모습이어야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만 헤세는 스스로를 정원사로 불렀다. 한때 주변으로부터 펜을 놓고 사회와 등을 진 보잘것없는 농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던 진정한 가드너였다. ‘유리알 유희’를 구상한 것도 모차르트 음악이 은은히 들리는 정원에서의 일과 중에서 였다고 한다. 화가이기도 했던 그가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었던 일은 정원관리였을 것이다. 아버지를 통해 가드너로서의 자질을 이어받음으로써 생활과 가드닝이 일체화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 활동이 내일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장담해 본다. 김태경 / 강릉원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한국조경학회장
  • 이 글은 ‘기묘한 이야기’에서 이어진다. 지난 글에서는 공원이 조경가가 하는 과업 목록에 없는 것, 자기 임기 중에는 번거로운 일이 안 일어났으면 하는 발주처, 조경 면허는 있지만 조경 부서는 없다고 하는 회사, 미필적 계약 연장과 이로 인한 피해, 소규모 회사에 더 불리해진 가산점 기준, 말아먹어도 점수가 되는 실적, 아무리 잘해도 싼 가격을 이길 수 없는 평가 제도 등을 살펴보았다. 이상한 일을 이상하다고 말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자칫 이를 그저 그런 푸념으로 치부되기 쉽기에,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1. 너는 왜 계속 손님이냐, 돈 내고 가입하고 주인 하라 조경 분야에 이미 많은 조직이 만들어져 있는데 아마 많은 사람이 어떤 단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거나, 안다 해도 이 단체들의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사실 ‘협회’가 정말 잘 돌아가는 경우는 조경이나 한국을 떠나서도 매우 드문 일인 듯하다. 협회와 같은 조직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뭉치기는 했지만, 참여나 활동이 강제되지 않기 때문에, 조직의 태생부터가 계 모임보다도 적극적 참여에 대한 희망을 품기 어려울 수 있다. 손님처럼 앉아있고, 방관자처럼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들이 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늘 나서는 똑같은 사람 (STP, same ten people)의 목소리에 휩쓸리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소극적인 구성원에게 그저 뭐라고만 할 수 없다. 먹고살기도 녹록지 않으면 정치 활동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또, 너무 순수한 사람은 부조리와 불합리, 불공정을 보면서 더 빠르게 지쳐나간다. 애써 나서보는 사람들도, 방관하는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비판이나 고질적인 무관심 속에서 겨우 자리만 지키는 경우가 많다. 나는 내가 정말 별로 탐탁지도 않아 하는 어느 정당에 몇 년 전부터 꼬박꼬박 당비를 납부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하는 모든 일에 응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놓기 위해서다. 주요한 몇 개 사안에 대해 권리 당원으로서의 투표권을 행사한다. 지방자치단체 후보로 이미 누가 나왔을 때, 누구한테 흠이 덜 있나 고민해봐도 몰라서 연필 굴려 투표해 본 적이 있나? 그럴 때 이 후보는 누가 경선에서 뽑은 것인가, 내가 그때 경선에서 더 좋은 사람을 뽑을 수는 없었을까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물론 경선 후보를 고를 때의 고민도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평소에 정치적 의견이라고 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찍을 사람 없다고 한탄하는 얄팍함에서는 조금 벗어날 수 있고, 내가 속한 정당이 허튼짓할 때 탈퇴나 후원 중단이라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월 몇천 원의 당비는 안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학회도 있고, 협회도 있고, 조경이상도 있고, 이제 조경가협회가 발족한다고 한다. 조경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대체 이런 단체는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지난 회장을 옆에서 잘 보필한 사람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는 방식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러다 보면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 단체의 회장을 맡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는가? 누가 왜 회장이 되고, 누가 임원으로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이 단체가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어디서 어떤 입장을 표명하는지에 입김(say)을 갖고 싶다면, 단체에 회비를 내고 가입해 주인이 되시라. 밖에서 궁금해만 하거나 뒷짐 지고 훈수를 두는 것은 참여가 아니다. 놀랍게도 글을 쓰다가 나 역시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반성한다. #2. 기다릴 거 없다. 목소리 내기 새로운 단체가 생긴다고 해서 갑자기 조경계에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생겨서 정리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그냥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공공 프로젝트는 입찰공고 이전에 사전규격공고 기간이 있다. 얼마 전 ○○시에서 낸 한 기본계획 용역의 사전규격공고을 보니 과업내용서는 있는데 입찰 참가 자격이나 평가 기준을 알 수 있는 제안요청서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 입찰에 참여하려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전규격공고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나라장터에 입찰참가자격 등을 공개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며칠 뒤 해당 부서에서 전화가 와서 이 입찰은 ‘지역으로 참가를 제한할 것’이라는 답변을 해왔다. 어느 전문분야가 들어갈 수 있는지를 말 안하고 지역업체로 한정한다고만 설명을 하니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니 관심 끄시오’라는 답변처럼 들렸다. 이 용역은 선형공원 기본계획이다. 결국 측량 및 도로 분야 업체를 대상으로 최종 공고가 나왔다. 사전규격공고에 올리는 의견 중 요즘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공공측량 제도 이행 절차 기준 명기요청 의견서다. 관련 있는 거의 모든 용역의 사전공고에 같은 의견서를 공간정보품질관리원의 이름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고 내용 중 공공측량 관련 법령이 요구하는 절차를 미준수한 것이 뭐가 있는지, 법령 근거가 무엇인지, 반영 예시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 단체가 제시한 의견이 다 맞는지나, 이에 따른 조치가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어떤 분야는 이렇게 그 산업의 전문성이 사회에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다. 조경협회나 조경가협회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곧 공식적으로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것은 협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공식적인 방편이 마련되기 전에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누구나 먼저 해도 된다. #3. 발주처랑 같이 일하기 Michael Van Valkenburgh의 책 을 보면 맨 첫 단원에 발주처(Anne Hawley, 미술관 관장)가 Michael Van Valkenburgh에게 보낸 편지가 나온다. 이 편지가 신선하게 느껴진 것은 발주처가 설계자를 대하는 태도나 매너, 유려한 문장 때문만은 아니다. 편지에는 발주처가 이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꽤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뭘 만드시오, 어떤 기능을 담으시오, 뭘 고려하시오 등의 기술적 측면보다는 실제 이 공간이 방문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면 좋겠는지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Anne Hawley의 편지를 읽고 함께 대상지를 둘러본 Michael Van Valkenburgh는 방문자를 유혹하고 그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선물”과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발주처의 생각을 어떻게 조경을 통해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Monk’s Garden이 ‘건물 안에서 일어나는 집중으로부터의 해방’, ‘바깥을 거닐도록 하는 재밌는 초대’가 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발주자의 종류는 다양해서, 소유자, 발주자, 관리자, 사용자가 다 다르기도 하고, 이 중 어떤 발주자와 일하고 있느냐에 따라 발주자와 할 수 있는 대화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숙제 검사자’형 발주자를 만난다. 숙제 검사를 통해 틀린 것을 잡아내고 ‘꾸중’을 하는 것은 잘하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없는 경우도 많다. 그것도 자기가 낸 숙제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이 숙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숙제를 잘했다고 평가하는 기준이 그 프로젝트를 위한 최선의 안이냐 아니냐보다는 ‘나에게 숙제를 내준 사람’에 해당하는 발주처 내 상사에게 꾸중을 덜 듣거나 책임을 덜 질 수 있느냐에 있기도 하다. ‘껍데기형’ 발주자도 있다. 무슨 말인지 설명하려면 우리가 하는 조경 서비스업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임”이나 “위탁”은 발주처가 권한이나 업무의 일부를 용역사 등에 주어 수임자나 수탁자가 자기의 권한으로 행사하게 하는 것이나, “대행”은 대행자가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그 효과는 원 권한자인 발주자가 직접 행사한 것처럼 보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세하게 “대리”는 원 발주자를 위한 것임을 표시하고 대리자가 자신의 명의로 권한을 행사하나, “대행”은 원 발주자의 명의로 권한을 행사하되, 사실상의 실무는 대행 기관이 하게 하는 차이가 있다. 건축도 마찬가지인데, 인허가 업무 등에 드물게 대리 또는 대행의 성격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조경가가 수행하는 서비스는 위임이나 위탁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계약서의 과업 내용과 책임소재를 토대로 보면,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위임이나 위탁 성격의 업무이고 이에 대한 대가만을 받고 있다. 그런데 간혹 자기 일을 대행하라고 일을 떠미는 발주자들이 있다. 내부 보고 문서를 작성해 달라고 템플릿을 던져준다든지, 조경설계 공간을 마주하고 있는 상가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어야 할 것 같은지 의견을 내라고 하던지, 다른 공종 컨설턴트와 미팅을 주관하라든지 하는 것들이다. 수행 프로젝트와 관련된 내부 보고 문서에 들어갈 자료를 활용 가능한 형태로 추출해준다거나, 조경설계를 할 때 상가의 비즈니스 모델과 방문자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하는 것, 다른 공종과의 설계 방향을 협의하고 간섭이 생기지 않도록 검토하는 것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자는 사실 생각해보면 발주자 자신의 일이다. 떠넘기는 것은 갑질이고, 무능력의 표출이다. 발주자의 의무도 우리가 다 한다면 발주자 자신은 없어도 되는 껍데기 아니겠는가? 조경도 대리나 대행에 해당하는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좀 더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이에 따른 대가와 권한이 함께 필요한 일이지, 위임과 위탁만 한 상황에서 필요할 때마다 본인 일을 떠넘기는 것, 발주자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 애초에 어떤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조경가가 원래 뭔가 할 일이 있는데, 감독자가 필요해서 발주자한테 관리·감독을 요청한 것이 아님을 생각해보자. 숙제 검사자 형이나 껍데기 형 발주자가 난무하다 보면, 발주처에는 조직적인 지혜가 쌓이기 어렵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노하우는 용역사에게 남고, 발주처에서는 기껏 이전 용역사가 남기고 간 자료를 선례로 제시한다. 발주처에 시스템이 있고 템플릿을 제공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이야기다. 이런 식으로만 일을 하다 보면 아마 발주처는 편의를 위해서라도 ‘말아먹었지만 그래도 해 본’ 사람이 ‘정말 잘 할 수 있는 새로운 사람’보다 좋을 수 있다. 잘하는 놈보다 해 본 놈을 계속해서 뽑다 보면 덩치 큰 고인 물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차피 직접적 소유자나 사용자가 아닌 이들은 정말 좋은 공간이 만들어지는지, 이 공간의 사회적 함의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고 수호할 동기가 애초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숙제 검사자나 껍데기를 벗어난다면 그들 스스로 하는 일이 더 즐겁고 보람찰 것이고, 우리는 같이 고민하고, 함께 노력하면서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런 발주처를 몇 만나게 되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4. 멋있어져라 갑과 을은 본래 부정적인 말이 아니지 않은가? 처음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을이란 말이 기분이 나빠 갑, 을 대신 발주자와 설계자 등으로 바꾸기도 했었는데, 사실 문서작성 편의상 A, B라고 표현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내가 너무 예민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 ‘갑질’은 좀 다르다. 발주자가 계약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여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갑질’이라는 말로 폄하해 부르는 것처럼, 이를 바보같이 당하고 있는 ‘을질’은 과연 괜찮은가를 이야기하고 싶다. 자문회의에 가보면 을이 자문위원들에게 혼나고 있다. 갑은 자문위원에게 미진한 발표를 들으러 모시게 되어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을은 ‘잘 검토하여 반영하겠다’는 정해진 답을 하고 최대한 평화롭게 회의를 끝낸다. 발주자가 자신의 판단을 두려워하면서 책임회피의 방식으로 자문위원에게 전문성이 갖는 가치 이상의 오만한 힘을 실어줬다면 그건 발주자의 잘못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혼나는 것을 당연시하고 들어가는 을의 태도에 더 놀랐다. 내가 자문위원이었던 어느 회의에서, 프로젝트 기간이나 컨소시엄 구성을 이상하게 해놓고 졸속으로 일을 진행하는 발주처에 뭐라 그랬더니 발주처는 자기한테 뭐라 한지 모르고 있고, 자동으로 용역사가 사과하는 기가 막힌 상황도 있었다. 자문회의는 잘만 하면 프로젝트의 난관을 해결하거나 오답을 비껴갈 수 있도록 하는 정말 좋은 방식인데, 이런 식의 자문회의에서는 의견을 주고받고 토론이란 것을 할 수 없다. 소극적, 수동적이고 주눅 든 을의 태도는 을을 을질의 틀 안에 갇히게 한다. 말하는 태도나 비판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달라야 하고, 앉거나 서 있는 자세조차도 달라져야 한다. 자리 배치가 이상하면 당당하게 자리를 요구해야 하기도 한다. 이 분야에도 계속해서 필요한 인재가 들어오려면, 미래 세대 중 누군가가 “아, 저 직업 멋있네”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나와 같이 일하는 소장은 가끔 어디 좋은 레스토랑에 가면 맛있는 걸 먹으면서 농담 삼아 “캬, 성공한 변호사의 삶, 이거지” 이러는데, 성공한 변호사의 삶 찾지 말고, 성공한 조경가의 삶을 그려보자. #5. 공부해라 1. 조경을 공부하기 태도가 바뀐다고 갑자기 멋있어 보일 리는 없다. 우선 자문회의를 예로 들어, 몇 달 또는 몇 년을 집중해서 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사람이 제아무리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잠깐 보고 검토 의견 내는 사람에게 반박조차 못 할 정도로 일을 허투루 했다면 그때는 ‘잘 검토하여 반영하겠다’고 하고, 나와야 한다. 멋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할 게 너무 많다. 개인차가 크겠지만 나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조경하는 사람들이 조경 분야가 다루는 특수한 대상인 식물, 자연을 모르는 것뿐 아니라, 지금 환경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모른다. 우리는 몰탈이 다 몰탈인 줄 아는데, 그렇지 않더라. 우리가 만드는 공간의 이용자인 시민이나 대중의 욕망이나 취향, 불편함과 심리도 잘 모르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 공공이 무엇에 따라 움직이는지, 그들이 뭐는 가능하고 뭐는 못 하는지도 잘 모른다.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직접 할 수 있을 만큼 알 필요도 없고, 알기도 어렵겠지만, 어떤 건지는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냥 이 분야에 묵었다고 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서 공부가 필요하다. 충분한 지식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태도와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허하다. 땅을 대하는 태도, 수평성 같은 걸 멋지게 이야기하려면 조경뿐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조경 내부적인 언어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분야와 소통이 가능한 언어로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될까? 공부가 득이 되게끔 제도가 달라지고 질 좋은 교육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최근 다시 조경사 제도의 도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조경사 제도의 도입은 장기전이 될 수 있으므로, 그전에라도 조경 관련 자격증, 기술 등급의 평가 제도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이를 손봐서 조경 공부를 해서 얻는 개인적인 뿌듯함 외에도 분명한 동기부여가 있도록 해야 한다. #6. 공부해라 2. 조경아 공부해라 조경계가 더 공부했으면 하는 것은 주로 스스로에 대한 부분이다. 주로 공원에 대한 이슈가 많아 공원을 예로 든다면, 공원의 유형은 어때야 하는지 (기존의 공원 유형에서 시대에 따라 달라지거나 추가될 것은 없는지), 공원 조성비는 얼마인지, 공원에 대한 가치 추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원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데 필요한 업무와 프로세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 측정은 잘 되었는지 등이다. 당연히 다 나와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답을 찾아보면 없다. 앞서 #3의 이야기와도 연결되지만, 어느 시에 공원을 조성하는데 합당한 공원 조성 단가가 얼마인지 또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공원 사례가 뭐가 있는지를 시가 용역사에 물어보고 있으면 안 된다. LH 단가가 있어도 너무 오래되었고, 그게 지역별로 다를 수 있으므로 해당 지역의 데이터는 스스로 가지고 있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뭐 그렇게 어려운가? 조성 단가가 제대로 없으니 공원을 지을 때 타당성 조사는 늘 난항을 겪는다. 하나 마나 하고 논리적 비약이 정말 많지만 예전에 써봤던 방식으로 얼버무리고 냈는데 공공이 좋은 뜻에서 하는 일이니 넘어가면 다행이고, 정치적 탄력을 받지 못하면 없던 일이 되고 만다. 이게 일개 지자체 부서에서 할 일이 아니면 조경계에서 스스로 필요한 연구를 좀 했으면 좋겠다. “제가 공부를 제일 잘하는데 (그래서 공부 그만해도 되는데), 제가 제일 공부를 많이 해요.” 어디서 수석을 했다거나 만점을 받았다는 학생들이 하는 말이다. 원인과 결과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인데, 나는 여기서 ‘공부를 젤 잘하는 사람도 여전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젤 잘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왜 안 하고 앉아있냐?’는 측면에 주목하고 싶다. 마무리하며 탈조경이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환경과 생태 위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정원을 필두로 살아있는 자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조경이 예전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가, 너무 오래 쪼그라들어있어서 그런지 그런 동력이 잘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다. 물이 들어오는데 저을 노가 없다.
<< 1 2 3 4 5 6 7 8 9 10 >>
조경시공업체, ‘자연환경복원사업’ 수행할 수 없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환경부가‘자연환경복원사업대행자등록제’를시행하면서조경업체들이자연환경복원사업을수행할수없게될전망이다. 환경부는지난2월27일국회본회의에서‘자연환경보전법’을포함한14개환경법개정안이통과됐다고밝혔다. 이번개정안에는▲민간기업의자연환경복원사업직접참여허용▲우수자연환경복원사업인증▲자연환경복원지원센터지정등과함께▲자연환경보전사업대행자등록을의무화하는내용이담겼다. 이에따라자연환경복원사업을하려면환경부에자연환경보전사업대행자로등록해야한다.대행자등록을위해서는일정기준의기술인력과시설을갖추어야한다. 또한등록이후에도연2회이상사업자로적격한지점검할수있도록했으며,복원사업을부실하게운영할경우최대6개월의영업정지처분을내리거나반복적인문제가발생할경우등록이취소될수도있다. 새등록제도시행으로인해기존사업자들에게는1년의유예기간이주어진다.부칙에따르면,법시행당시이미생태계보전부담금을납부하고자연환경복원사업을수행하고있던기업이나단체는곧바로등록하지않더라도등록한것으로간주된다.그러나법시행일로부터1년이내에새로운등록절차를완료해야하며,등록없이시행하는경우에는과태료등의처벌조항도마련됐다. 이번개정안이통과됨에따라면허제도는아니지만기술인력과시설기준을강화한등록제를통해실질적인자연환경복원업종이생긴셈이다. 다만등록제이기때문에“기술력높은업체들이자유롭게참여할수있도록보장되는방식이어야한다”는점에서시행령및규칙을제정할때기존조경업체들이장벽없이참여할수있는등록기준을만든다면조경업체로서도나쁠게없다는주장도있다. 실제조경업계는“조경업체의참여가허용된다면자연환경복원신설을환영한다”는일관된입장을보여왔다. 이번법안은지난2024년8월에소관위에처음접수돼심사과정을거쳐서지난해2월에다른법안심사와통합됐다.이후지난2월20일소위에접수되고단7일만에국회를통과했다.환경부와조경계간오랫동안이어져온쟁점법안이조경업계의반발없이조용히통과된것이다. 김준호환경부자연생태정책과사무관은이번개정안에대해“기존에는대행자가기술인력을갖춰복원사업을수행할수있었지만,국회의입법권한으로대행자등록제를도입하게됐다”며“시행령·규칙개정시입법예고등의절차를거쳐하위법령이마련될것”이라고말했다. 또한대행자등록기준은“기존대행자지정기준에준하지않겠냐”면서기존조경업침해에대해서는“입법과정에서의견수렴절차가마련되어있는만큼검토될것”이라는원론적인답변을주었다. 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입법과정에서조경계의의견을묻지않았다면서"조경계와협의없이법안을통과시키지않겠다"는약속을환경부가져버렸다고반발했다.또한"앞으로가능한모든방법을모색해가겠다"고말했다. 이미정부에이송된법을막을방법으로는대통령거부권이나헌법소원이있을수있고,혹은법을개정하는방법이있을수있다.하지만국토부를통한부처간협의를통해하위법령제정에서조경업체의목소리를최대한반영하는것이가장현실적이라는의견도있다. 이번개정안으로조경업체가자연환경복원사업에직접참여할수있는길이좁아진것은분명하지만,지금이라도법안저지에서하위법령제정에이르기까지법적대응은물론가능한모든대응에나서야한다는지적이다.
“전문성 강화와 지속가능한 조경산업, 정부가 책임진다”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정부가조경기술자의전문성강화를위한자격제도개편,조경수목거래가격정상화등의정책적지원을약속하며,조경계와협력해지속가능한녹색도시조성을위해노력하겠다고밝혔다. 환경조경발전재단은4일건설회관중회의실에서‘제22회조경의날’기념식을개최했다.이번행사는조경업계종사자들의노고를치하하고조경산업발전에기여한인물과기관을표창하기위해마련됐다.정부기관과공공기관관계자,학계및업계인사등160여명이참석해자리를빛냈다. 이상주국토교통부국토도시실장은축사에서“지구온난화와기후위기의영향으로지속가능한발전이더욱중요한시대가됐다.우리는조경을통해도시속자연공간을확대하고,자연안에서시민들이쾌적하게활동할수있는환경을만들어야한다”며조경인들이기울인노력이푸른국토환경과쾌적한도시공간조성에큰기여를해왔다고강조했다. 이어이실장은조경산업기사,기사,기술사등조경분야기술자격시험을업계현황에맞게정비하여개선하겠다고밝혔다.이를통해현장맞춤형조경기술자양성을확대해나갈계획이다.또한현재진행중인조경수거래가격조사연구를통해조경공사에서가장큰비중을차지하는수목가격을정상화하고,합리적인재료비책정기반구축을약속하며“조경산업발전을위해정부차원의적극적인정책지원을아끼지않을것”이라고덧붙였다. 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인사말을통해“오늘이자리는조경산업의발전을기념하고,그동안헌신해온조경인들의노고를격려하는자리다.특히조경지원센터지정과조경수목가격공표등중요한정책적진전이있었으며,앞으로도조경산업의경쟁력강화를위해힘을모아야한다”며조경산업의지속적발전을위한협력을강조했다. 이날기념식에서는국토교통부,환경부,산림청,국가유산청,서울특별시에서조경산업발전에기여한인사들에게표창을수여했다.또한조경분야에서뛰어난공적을남긴인물들에게‘자랑스러운조경인상’과‘공로상’이수여됐다. 국토교통부장관표창은▲한갑수덕조종합조경대표▲오승재아르디온대표▲김철민남해종합건설이사▲이형철디자인파크대표▲이호재해선조경대표가받았다.환경부장관표창은▲박정식동우건설대표와▲최은경건화전무에게돌아갔다. 산림청장표창은▲김주돈테마조경대표▲김도연호반건설상무▲김승현도래솔이사▲신지훈단국대학교교수가수상했다.국가유산청장표창은▲최종희배재대학교교수▲이은수포스코이앤씨부장▲허갑래한림에코소장이받았다. 서울특별시장표창은▲정엽삼성물산건설부문그룹장▲안기수공간시공에이원대표▲최웅재디자인스튜디오도감소장▲정주영안팎대표▲최대림장원조경대표▲박윤수두산건설부장▲김성래현대장미원대표▲강경호서진조경대표▲김명홍디엘건설부장에게주어졌다. 조경산업발전에기여한‘자랑스러운조경인상’수상자는▲지명환부산조경협회수석부회장▲소현수서울시립대학교교수▲유연송보성조경대표▲한상우이노블록부사장▲김충일계림조경대표▲임상규송림원대표▲김순기국립순천대학교교수▲노재신화신조경대표▲박성욱현대건설책임▲박상원세양조경대표▲김지환엔에스프리대표▲정운익레인보우스케이프대표▲김상욱원광대학교교수▲하광철새숲조경대표가선정됐다. 이어환경조경발전재단의발전과조경산업의지속적인성장을위해헌신한공로로오순환환경조경발전재단본부장이공로상을받았다. 이날행사에서는조경교육의혁신과제도적발전을위한한국조경학회의비전발표도진행됐다.배정한한국조경학회회장은“조경교육의정체성확립과실무연계를강화하기위해교육인증제를도입할필요가있다”며향후추진방향을설명했다.이를통해조경산업의경쟁력을높이고,국제적기준에맞춘전문인력을양성하는것이목표다. 행사는표창수여후단체사진촬영과자유로운네트워킹시간으로마무리됐다.참석자들은조경산업의지속가능한발전을위해더욱협력할것을다짐하며행사의의미를되새겼다.
[락앤피플] 발끝에서 시작되는 자연 혁명, 에코나이트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맨발걷기가건강과힐링을위한새로운웰빙트렌드로확산되고있다.발바닥이직접지면과닿으며지압효과,혈액순환촉진,면역력강화등건강에긍정적인영향을주며,‘어싱(Grounding)’효과로염증감소와스트레스해소에도도움을준다.또한디지털디톡스와명상효과로정신적안정감을높여주며,친환경라이프스타일과결합해자연속에서즐기는‘에코테라피’로자리잡고있다. 이에따라맨발걷기전용길이전국적으로확산하고있지만,기존의맨발길은미끄러움,낙상위험,기후의영향을쉽게받는단점이있었다.이를해결하기위해리바컴퍼니가안동적운모광산의자연재료를활용해개발한것이바로에코나이트다. 에코나이트는경북안동의희귀광물인적운모를활용한보도체다.기존황토보도체가빗물에취약하고유지보수가어렵다는문제점을개선하고,보다안전하고지속가능한솔루션을제공한다.적운모는다공성구조를지녀우수한배수성능을갖추고있어비가와도미끄럽지않으며,여름철뜨거운열기를효과적으로분산시켜맨발걷기에최적화된환경을제공한다. 안동적운모는단순한광물이아니다.다량의게르마늄과미네랄을함유하고있어원적외선방사및음이온효과를통해혈액순환을촉진하고신체에너지를활성화한다.맨발로에코나이트를밟으면피부를통해미네랄이흡수되면서자연치유력이높아진다.지난해대한민국정원산업박람회에서시민들은“바닥을밟는순간따뜻한기운이전해진다”며놀라운경험을공유했다. 김혁리바컴퍼니대표는“우리가일상에서사용하는많은건축자재나걷기보도체가환경적으로지속가능하지못하며,또한건강에도해롭다는사실을알게되었고,이를개선하고자했다”고에코나이트개발동기를설명했다.환경호르몬과중금속문제에대한깊은이해를바탕으로국민건강증진과맨발걷기운동의활성화에기여하고자소재의개발을추진했다. 김대표는20년간의인테리어사업과12년간의종합건설업경험을통해환경호르몬과중금속문제에대한깊은이해를바탕으로리바컴퍼니를설립했다.그결과친환경건축자재및생활환경개선소재로사용될뿐만아니라맨발걷기보도체로도우수한성능을발휘하는에코나이트를개발하게됐다.에코나이트는맨발걷기도로의사용을연중무휴로가능하게하며,모든계절에걸쳐안전하고편안한걷기환경을제공한다.비가와도빠르게건조되고,너무덥거나추운날씨에도사용할수있어사용자에게최적의걷기경험을제공한다. 개발소재원산지로안동적운모광산을선택한것은일제강점기때부터연구와개발로그가치가입증된광산의지리적,지질학적특성때문이다.김대표는이광산의역사적,지리적가치를인식하고이를활용한연구와개발을시작했다.안동적운모는원생대와고생대의지질학적과정을거쳐형성된희귀한광물로,다량의게르마늄과풍부한천연미네랄성분을보유하고있다.이광물은음이온발생과원적외선방사작용을통해혈액순환을촉진하고,피부의노폐물을배출하며,항균·탈취,세포활성화및항산화효과를나타낸다.동의보감등고전의학서적에서도‘신비의광물’로전해진만큼,오랜역사적근거를가진귀중한자원이다. 청량산은맑은공기와천연약수로유명한명승지다.리바컴퍼니는이지역의자연에너지를제품개발에반영해,맨발걷기를단순한운동이아니라치유와힐링의경험으로바꾸는데주력했다.퇴계이황선생이‘도산’이라명명한곳과가까운이지역의청정한자연환경은에코나이트가더욱특별한이유다. 에코나이트는실내에서도어싱(Earthing)효과를극대화한다.기존플라스틱이나인조재와달리,실내공간에서도원적외선을방출해공기질을개선하고정서적안정감을제공한다.학교,경로당,공공시설등에적용하면건강증진과심리적안정효과를기대할수있다. 에코나이트는단순히건강을위한보도체가아니다.미세공극이일반바이오차르보다30배~200배많아오염물질과중금속을흡착하는천연필터역할도한다.이로인해수질정화와토양개선효과를제공하며,지속가능한환경보전에도기여할수있다. 리바컴퍼니는에코나이트를시작으로조경,건축,환경정화등다양한분야로기술을확장할계획이다.김혁대표는“우리는단순한맨발길을만드는것이아니라,도시와자연,그리고인간의건강을연결하는플랫폼을구축하고있다”며글로벌시장진출의비전을밝혔다. 에코나이트는맨발걷기를한층더안전하고편안하게만들어주는혁신적인솔루션이다.자연과함께하는지속가능한길,에코나이트가그답을제공한다.
K-Garden, 세계로 뻗어가다: 황지해 가든디자이너의 정원 철학
[환경과조경김하현기자]황지해가든디자이너가한국정원의정체성과세계적확장가능성을조망하며,자신이걸어온길과작품에담긴철학을공유하는자리가마련됐다. ‘2025사철정원아카데미’의일환으로황지해가든디자이너의‘K-Garden세계로뻗어가다’라는주제의특강이지난26일도곡동오유아트홀에서개최됐다. 이번강연은서울문예마당이주최하고시민정원문화협회,대한건축학회,대한토목학회,조경가드닝멘토협의회,강남경제인포럼이후원하는‘사철정원아카데미:세계의유명정원I’개강에앞서사전특강형식으로진행됐다.본강연에는정원관련전문가,조경및원예전공자,정원애호가등약90여명이참석했다. 강연에앞서조경가드닝멘토협의회에서국제기능올림픽조경가드닝부문관련동영상소개를시작으로본강좌를준비한한승호서울문예마당이사장의인사말과황지해가든디자이너의환영인사가있었다. 한승호이사장은“오늘의연사를무대로모시기전에작가님의이름으로삼행시를준비했다”며“‘황’홀한자연의숨결을담아,‘지’구곳곳에한국정원의아름다움을전하고,‘해’외에서도빛나는K-Garden의꿈을펼치는우리정원의홍보대사황지해작가”라는인사말로작가를환영했다. 해우소정원과DMZ정원:한국적정원의철학 황지해작가는영국첼시플라워쇼에서3회금메달을수상한과정과그속에담긴비하인드스토리를중심으로지나온삶을회고했다.대학시절회화과학생이었던그는생계를위한아르바이트로조경공사현장을처음경험했다.현장에서땀을흘리며손끝으로재료를만지고물성을느끼는경험은,아침해가떠서지는노을을보는시간속의모든과정을더욱생생하게만들었다.이때직접적인경험을통한지혜가가장큰지식이라는깨달음을얻으면서가급적현장에많이나가려고노력했다. 그런데회화전공이라는정체성이괜한오해를불러일으키기도했다.미술계에서는소위‘깽깽이미술’을하는사람,조경계에서는‘미술전공자’로규정당하며어느쪽에도속하지못하는듯한외로움을느꼈다고. 황작가는“파트리크쥐스킨트의책‘좀머씨이야기’에서좀머씨는이야기내내단한마디도하지않다가말미에‘제발나를좀그냥내버려두시오!’라고딱한번목소리를낸다.그한마디에가슴이울컥했다.숨쉬고싶고대화상대가필요했다”고고백했다. 그러던중2002년영화‘반지의제왕’을배경으로한첼시플라워쇼수상작을접하게되면서,이곳에가면‘대화’를할수있을것같다고직감하게된다.황지해작가는그로부터7년간유학비를마련해영국으로떠났다. 런던에도착해서는소통을위한영어공부를계속했다.그러나반복적인언어공부에쏟는시간이쌓여가면서문득‘이대로는안될것같다’는마음에도망치듯하이드파크를찾았다.공원에가만히앉아있는동안다람쥐와새가그에게다가왔다.옆에가까이와있는새를보며‘자기와의대면’에관해생각했다. 2011년첼시플라워쇼아티즌가든금상은그때탄생했다.황작가는자신이느끼던답답함에서출발해한국의‘해우소’를떠올렸다.‘마음을비우는곳’이라는뜻을가진한국전통화장실해우소를통해피상적인아름다움이아닌관념이면의본질에대해이야기할수있다고믿었다. ‘해우소:근심을털어버리는곳’은비움이곧환원이되는순환구조에서‘겸손’의태도를찾아내고,자연공간으로치환해낸작품이다.‘해우소정원’은실제로작가가어린시절한옥에살았던기억을바탕으로편집됐다. 황지해작가는주로자신의성장배경을바탕으로작품에대한영감을찾아냈다.해우소정원에심은더덕은과거에어머니가아침마다더덕껍질을벗기던모습과소리,향기에대한추억을담고있다.황작가는“제게더덕향기는곧어머니의손가락냄새다.이곳에더덕을심어어머니에대한애정을표현하고싶었다”고말했다.이어“집에있던작은텃밭을통해세상을배웠다.나의텃밭은어머니께서선물해주신거대한자연도감과같았다”고덧붙였다. 또한수상소식을알게되던당시상황도공유했다.BBC프리젠터가“KoreaWin!”이라고말한순간,작가개인이아닌‘한국의정서’가인정받았다는생각에소름이돋았다는것이황작가의말이다. 황작가는‘아,나이러려고왔구나.우리의정서,우리의히스토리,우리어머니의이야기.우리식물을통해서문화를전달하는것.소프트파워라는게다름아닌정원이구나.이렇게고상한리더십이있구나’라는생각이들었다고얘기했다.그렇게정원은그에게‘우리에게익숙한그것들이걸어나와서이야기를들려주는일’이됐다. 덕분에2012년첼시플라워쇼전체최고상수상및초대최고상수상기록을남긴‘고요한시간:DMZ금지된정원’을준비할때는오히려마음이편했다.정원을‘만든다’는개념자체가어색해졌다.정원의본질은‘자연의원시성’에있었으므로,그는그저전달자의역할을하면된다고믿었다. 황작가는한국을여전히폐허가된전쟁국가로인식하는타지의편견에충격을받아그이미지를탈피하고싶었다.한국에돌아온작가의눈에DMZ는한국의아픔과상처를녹색눈처럼뒤덮은우리생태의회복력과재생력을보여주고있었고,어쩌면원시적인이야기를가진이공간이지구에던지는평화의메시지가될수있겠다고느꼈다.그는그이야기를그대로옮기기로마음먹었다. 모든작업과정은마치장애물같았다.황작가는금전적문제,소통의문제,재료,날씨,체력등정말쉬운게하나없었다고토로했다.그럼에도그때마다등뒤의보이지않는태극기를그리며인내했다. 스스로‘나는플랜팅은모르지만,회화성은안다’고되뇌며디테일과서사성,시적인언어를추구했다.그는“낯선식물은곧낯선언어”라며“살아있음이가장아름답다.결국아름다움이승리한다.아름다움을아는나라가세계를리드한다”고강조했다. 또한식물의언어를듣기위해집중했다.황작가는새와식물사진을스크린에띄우며“제가어떤새를,식물을드로잉하거나디자인했나요?”라며미소지었다.그는생태를제압하거나지배하려고하지않아야한다고거듭역설했다. 이러한노력은끝내최고상최초수상이라는영광을불러왔다.자기작품을수많은관객이정독하듯감상하는모습을보며그들이보여주는문화적환경에감동하기도했다.이후해당작품철거시기에정원내나무에새가날아들면서법적인문제로철거작업이3일연기되는일이벌어졌는데,한편으로는영국이가진관점과지성을보며이것을배우기위해여기에왔다는느낌도받았다고말했다. 정원을통한인간의존엄성과자연과의관계성찰 황작가는2023년첼시플라워쇼에서지리산을모티브로한‘백만년전으로부터온편지’로다시한번금상을수상했다. 그는자신의일에대해“육체적으로정말많이힘들다.감정이입하는일도,디테일과거시적관점을함께생각하는일도어렵다”면서도,“가장진실에가까운,우주의원리에가까운일이다.그래서저는이일을계속한다.보이지않는공기에대해,태양에대해이렇게까지감사해본적이없다.지구에는버릴것이하나없다.그저자연으로부터멀어지려는인간의무지가모든문제를만든다.이제는우리가무언가갚아야할시기가아닌가”라고진심어린태도를보였다. 정원에있을때가장지성인이되는것같다는황지해작가는객석을향해“우리는만날수있는계절을만드는사람들이다.우리가이땅위에해야할일이분명히있는책임을가진사람이라는걸기억하셨으면좋겠다.부디이시간이여러분께‘나는존엄한사람이야’라는마음을드릴수있었기를바란다”는말로강연을마무리했다. 이날특강의제목‘모퉁이를비추이는태양’은우리나라대표원림인소쇄원에서가장먼저볕이든다는‘애양단’에서따왔다.지난해황작가가뉴욕맨해튼한국문화원에조성한미국내유일한한국전통정원의이름이기도하다.애양단(愛陽壇)은태양을사랑하는담장이라는의미이지만,그내면에는예외없이따뜻한햇살을내리는태양을생각하며인간은모두가존엄한존재라는메시지를담고있다.황지해작가는앞으로도한국의자생종과특산종등을활용해자신만의시선으로한국고유의정서를나타내는작품활동을펼칠예정이다. 한편이번특강을시작으로‘2025사철정원아카데미’정기강좌가3월부터11월까지매월둘째주금요일에진행될예정이다.개강강연은3월14일최종희배재대교수가‘정원이란무엇인가’의주제로진행되며,영국,이탈리아,한국의정원문화및현대정원의흐름을조망할예정이다.향후강의일정과프로그램에대한자세한내용은(사)서울문예마당을통해확인할수있다.
“수목원·식물원 교육, 보전·연구 연계 교육으로의 전환 필요”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국내수목원·식물원교육이단순히식물과자연을감상하는수준을넘어,보전및연구기능과연계된체계적교육시스템으로발전해야한다는공감대가형성됐다. 국립수목원과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가주최·주관한‘수목원·식물원교육의미래와방향토론회’가지난24일프레스센터19층기자회견장에서개최됐다.이번행사는산림청,국립수목원,지자체관계자,교육전문가등약100여명이참석한가운데,국내수목원·식물원교육의현황을진단하고향후발전방향에대해심도있는논의를펼쳤다. 토론회는등록과기념촬영,이은실부회장의환영사,임영석국립수목원장,이용석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사업이사의축사로시작됐다.이어유희영국립수목원전시교육연구과임업연구사,전정일신구대학교식물원교수,손연아한국환경교육학회장이각각‘국내수목원교육의현황과방향탐색’,‘수목원·식물원교육의정체성과향후과제’,‘환경교육과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바라보는수목원·식물원교육의방향’을주제로발제를진행,각자의전문분야에서교육현황및개선방안을제시했다. 유희영연구사는1970년대이전부터시작된수목원조성과그발전과정을소개하며,국민들에게친숙한수목원교육의역할과한계그리고향후보완해야할점을짚었다. 전정일교수는기존의해설중심교육에서벗어나식물보전,유전자원관리등수목원·식물원의고유기능에기반한전문교육프로그램의필요성을강조하며,기관별운영현황과교육프로그램의다양성부족문제를지적했다. 손연아회장은환경교육과지속가능발전교육관점에서수목원·식물원교육이미래세대의인식전환과사회적변혁에기여할수있는방안을모색해야한다고역설하며,학교및지역사회와의협력모델을제안했다. 토론시간에는배준규국립수목원전시교육연구과과장,강신구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본부장,김인호전국가환경교육센터장,김현정에코나우선임연구원,손승우EBSPD가참여해다양한시각에서의견을나눴다. 참석자들은기존의일방적교육방식에서벗어나,체험과해설을통해관람객의인식변화를유도하는‘참여형교육’의필요성과교육콘텐츠의차별화,공공및민간부문간협력체계마련의중요성을강조했다.특히학교교육과의연계,지역사회및공공기관과의협력그리고다양한연령층을아우르는평생교육모델마련이시급한과제로떠올랐다. 일부참석자들은‘수목원교육전문가’양성의필요성과교육의범위를재정의할필요성,더나아가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과연계한새로운교육모델구축에대한의견을제시하며,국내수목원·식물원교육의글로벌경쟁력을높일수있는방안을함께모색했다. 손승우PD는자연다큐멘터리제작경험을바탕으로,자연과식물에대한대중의인식을보다효과적으로전달할수있는미디어의역할을강조했다.그는스토리텔링과영상콘텐츠를활용해수목원·식물원의교육메시지를창의적이고감성적으로전달하는방안을제안하며,단순정보전달을넘어감동과공감을이끌어내는교육콘텐츠개발의중요성을역설했다. 김현정선임연구원은수목원·식물원현장에서교육운영에있어인력및예산부족등실질적어려움이존재함을언급하며,현재프로그램들이해설중심으로만운영되고있어전문인력양성과프로그램고도화가미흡하다는점을강조했다.그는전문교육인력을체계적으로양성하고현장의어려움을해소할수있는지원체계를마련할필요가있으며,다양한연령대와교육수요를반영한평생교육모델구축을통해교육효과를극대화할수있는방안을제시했다. 강신구본부장은현장관리및운영에서인력·예산부족문제와교육프로그램의단편화된운영현실을솔직하게언급했다.그는식물보전,유전자원관리등수목원·식물원의고유기능을기반으로한차별화된교육콘텐츠개발의필요성과공공-민간부문간협력체계를강화해지속가능한교육모델을구축해야한다고강조했다. 배준규과장은기존교육방식이일방적이고체험중심이부족하다는점을지적하며,관람객이단순히해설을듣는데그치지않고직접참여하고체험할수있는교육프로그램도입과현장실무와연계된‘참여형교육’모델의필요성을강조했다.또한공공및민간부문과의협력을통해교육콘텐츠의전문성과다양성을확보해야한다는의견을피력했다. 김인호전센터장은현재교육방식이과도하게일방적이며,변화하는사회와디지털환경에적응하지못하고있는문제를지적했다.이에스마트교육기술을적극활용하되인간적소통과참여를결합한새로운교육패러다임이필요하며,기후변화와생물다양성보존과같은글로벌이슈에대응하는교육프로그램개발을제안했다. 한편김주환협회장은“오늘논의된다양한의견들이앞으로수목원·식물원교육총회및향후정책수립에적극반영되어,우리나라의교육모델이세계적으로도모범이될수있도록노력해야한다”고말했다. 이번토론회는수목원·식물원교육의현황과한계를진단하고,미래교육의방향성을모색하는자리가됐다.참석자들은앞으로도지속적인논의와협력을통해국민들이자연과함께성장할수있는교육환경을조성해나가겠다는의지를피력했다.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한국수목원정원협회’로 명칭 변경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가정원분야를포함한포괄적인사업추진과대외협력을강화하기위해한국수목원정원협회로명칭을변경했다. 24일서울프레스센터19층기자회견장에서열린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정기총회및특강에서는산림청,국립수목원그리고협회관계자들이모여향후식물원·수목원·정원분야의발전방향과정책과제에대한심도있는논의를펼쳤다. 이날협회의정관및명칭변경안건은이번총회의핵심이슈중하나였다.기존‘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라는명칭이가지고있던한계를인식하고,공공성과전문성을강화하며민·관협력확대를도모하기위해‘한국수목원정원협회’로의변경이제안됐다. 참석자들은변화된명칭이협회의미래발전을위한전략적전환점이될것이라는공감대를형성했다.앞으로수목원·정원분야의전문성을확장하고공공기관및민간부문과의협력을강화하기위한전략적선택으로평가됐다. 이와관련K-정원분과위원회를신설해남도정원연구소,안스그린월드,세미원지방정원등정원관련신규기관회원유치와전시,박람회등을통한홍보활동에대해보고했다.민·관협력및교육콘텐츠개발,관련사업의지속적인확장을위해구체적인계획을마련중임을밝혔다. 김주환회장은“산림청행정조직과정합성을맞추고정원도시,국가정원등의수요증가에발맞춰가기위해명칭을변경하게됐다.국가정책과연계된수목원·정원발전은지역경제활성화및문화산업확산에기여하는중요한과제”라며,회원간협력과적극적인의견개진의필요성을강조했다. 임상섭산림청장은축사를통해“수목원은생물다양성보존과국민치유의핵심역할을담당하는시설로서,정부는지속적인지원과정책개선을통해이들시설의안정성과수익성을높여나갈것”이라는메시지를전달하며산림청의의지를명확히했다. 임영석원장은“수목원과식물원이자연기반교육의시작점으로서중요하며,모든생물의보전에핵심적인역할을한다”며수목원·식물원이지역경제와국가적이익을가져올수있는방안을모색하고협력할것을약속했다. 심상택이사장도“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협회란이름을통해같은방향성을갖게됐다”며수목원·정원문화·산업발전에대한공공성과대외협력을강화하겠다는의지를피력했다. 총회에서는분과별사업결과보고,재정감사,예산안심의등이이뤄졌다.사립수목원분과위원회는교육프로그램개발,자생식물관리,지역네트워크활성화에중점을두어앞으로의과제와개선방안을논의했다.국립수목원분과위원회는자생식물유전자원조사와생태복원사업의중요성을강조하며,정부정책과의연계강화필요성을제기했다. 세밀화분과위원회는식물일러스트,사진전및공공홍보자료제작활동에대한보고를진행했다.문화콘텐츠로서식물예술의역할과이를통해국민들에게생태보전의메시지를전달하는데중점을두고향후활동방향을제시했다. 총회이후이어진특강에서는▲이상필산림청서기관의‘2025수목원진흥계획’▲장계선국립수목원임업연구관의‘제11회세계식물원교육총회’▲양강산국립백두대간수목원주임의‘공·사립수목원정사영상제작지원’▲지용훈국립세종수목원팀장의‘수목원·식물원·정원스탬프투어지원사업설명’▲송명준협회이사(K정원분과위원장)의‘APGA를통해본우리나라공공정원의비전과방향’등국내외수목원·정원교육과사업지원,공공정원발전비전등이순차적으로발표됐다. 이상필서기관은향후5년간수목원진흥의기본방향과주요전략을소개하며,자생식물유전자원조사,ESG경영반영,스마트수목원조성등핵심과제를강조했다.정부와협회의긴밀한협력을통해현장의목소리가정책에반영될수있도록할계획임을밝혔다. 장계선연구관은오는6월코엑스에서개최될제11회세계식물원교육총회의준비상황과기대효과를설명했다.약40개국90개기관,총400여명이등록될예정이며,“변화를위한교육과글로벌도전과제해결”을주제로다양한동시세션과워크숍이진행되어국제적교류의장이마련될것이라고전했다. 양강산주임은드론과GIS장비를활용한고해상도정사영상촬영사업을소개했다.이사업은각수목원의현황및식재상태를정확하게파악하여관리효율성을높이고,향후리모델링및교육자료로활용할수있도록지원하는것이주요목표이다. 지용훈팀장은스탬프투어를통한국민체험프로그램활성화계획을발표했다.전국44개기관이참여한지난운영성과를바탕으로,올해는교육콘텐츠확충및현장방문활성화를위해스탬프투어물품지원,인증현판제공등다양한지원방안을마련할예정임을밝혔다. 송명준이사는APGA(미국공공정원협회)와의협력사례를통해,우리나라공공정원의발전방향과비전을제시했다.협회는국내수목원·정원분야의전문성강화와민간및공공부문의협력확대를통해,지속가능한공공정원모델을구축하는데앞장설계획이라고강조했다.
호남환경조경단체연합회 창립총회, 지속가능 조경 발전 위한 새 출발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호남지역의조경과환경발전을견인할연합회가공식출범했다. 호남환경조경단체연합회(이하호남조경연합)는지난21일광주JS웨딩컨벤션에서창립총회를개최했다.이행사는호남지역의환경과조경산업발전을위해여러관련단체가한데모여공식적으로연합회를출범시키는자리였다.이자리에는전진숙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북구을),이정선광주광역시교육감을비롯해다수의지역정치인,조경전문가,교육자등약200여명이참석했다. 호남조경연합은기후변화와빠른도시화가진행되는현시점에서,지역사회의환경을개선하고조경의공공적가치를높이기위해출범했다.초기회의에서는소통과협력의필요성에대한공감대를형성했으며,이를바탕으로조직구성과추진계획을확정했다. 주요목표는조경산업의발전을통한도시환경의개선,전문가간교류의확대,정책제안을포함한다.이를위해조경정책연구및개발,생태복원기술연구,정원·녹지·조경포럼개최,박람회유치,장학사업등다양한활동을계획중이다. 또한환경보존과조경발전을위한교육프로그램을개발해전문가뿐만아니라일반시민들도환경과조경의중요성을이해할수있도록할예정이다.이를통해지역사회발전에실질적으로기여하고,아름다운도시와자연을조성하는데앞장설계획이다. 호남조경연합은▲한국조경학회호남지회▲임우회(광주)▲임우회(전남)▲광주생명의숲▲한국조경수협회광주·전남서부지회▲호남조경협회▲전문건설협회광주광역시회조경식재·시설물업종분과▲한국나무의사협회호남지회▲전남ICT/SW기업협회등9개단체모임으로구성됐다. 김경섭호남조경협회회장이상임연합회장을맡고,김길수광주생명의숲대표가공동연합회장을맡았다.연합부회장에는김선채공간조경대표를,고문으로임희진전광주광역시건설본부장과김농오목포대학교조경학과명예교수를위촉했다. 감사는곽원실박용석법무사사무소대표와김경수화수조경대표가맡고,사무국은이근형옥담대표(사무국장),박종주삼강조경대표,한기정남해종합개발차장,노종민노엘이사,이보라이룸이엔씨실장이운영위원을맡아운영할예정이다. 이외김도균순천대학교조경학과교수등6인,김기중전남일보총괄본부장등3인,김성현광주생명의숲공동대표등2인이각각학술,정책,기술자문위원을맡았으며,소통,기술,재정,대외협력,정원분과등11개위원회와특별자문기관(전라남도산림연구원)으로조직이구성됐다. 김경섭회장은환영사를통해“조경이단순한공간조성을넘어지역사회의정체성과주민들의삶의질을향상시키는데실질적인기여를할것”이라며,환경과조경의역할이갈수록중요해지는현시점에서의단체의역할을강조했다. 전진숙국회의원은축사에서“녹지보호와조경산업이미래세대를위한환경파괴방지에핵심적인역할을할것”이라며,관련정책지원을약속했다. 이정선광주광역시교육감은교육기관내에서의녹지공간확장과관리강화의필요성을언급하며,“학교마다녹지조성을통해학생들의정서발달에긍정적인영향을미칠수있도록조경단체와협력할계획”이라고전했다. 강기정광주광역시장과민형배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광산구을)은영상메시지를통해호남조경연합과의협력을다짐했다. 강기정시장은“광주는도시공원조성과녹지확장계획을통해시민의삶의질을높이고있으며,이러한계획이성공적으로수행될수있도록지역조경단체와의협력을기대한다”고강조했다.기후행동의원모임일원인민형배의원은“기후위기가녹지관리에어려움을주고있는상황에서지속가능한녹지조성과조경산업발전에연합회가앞장서줄것으로기대한다”며“녹색도시와지속가능한환경을만들어가자”고당부했다. 한편총회에앞서진행된특강시간에는▲김도균순천대학교조경학과교수가‘유럽의조경식재동향’▲하재호전서울시부이사관이‘서울의공원녹지정책방향고찰’▲이재원안전일터관리원대표가‘중대재해예방통합관리의중요성’에대해소개했다. 김도균교수는유럽의정원및축제디자인사례를중심으로,자연친화적이면서도미적가치를높이는조경트렌드를소개했다.김교수는컨테이너재배와자생식물활용,생태계보전등환경변화와기후적응을고려한다양한식재및관리기법을설명하며,최소한의인간개입으로자연미를극대화하는미니멀리즘디자인과기능성및유지관리측면에서의혁신적접근방법을강조했다. 하재호전부이사관은서울시의녹지및공공복지관련조직발전과함께도시재생,하천및산등자연자원의보존과활용정책변화를짚어보았다.민선이후확충된조직구조와남산,한강종합개발,도시광장및도심캠핑장등의정책사례를통해,서울이시민복지와환경개선을동시에추구하고있음을보여줬다.강연은역사적배경과현재추진중인다양한정책사업들이서울의도시경쟁력강화에어떤영향을미치는지에대한심도있는논의로이어졌다. 이재원대표는중대재해처벌법을중심으로사업장에서의안전관리체계구축과법령이행의중요성을역설했다.그는재해발생시경영책임자뿐아니라관계종사자들까지형법상처벌대상이될수있음을경고하며,예방차원의체계적안전관리의필요성을강조했다.특히중소사업장도쉽게활용할수있는전문관리프로그램개발사례와산업안전보건법등관련법령준수를통한무혐의판결가능성을소개하며,기업들이보다적극적으로안전관리에나서야함을역설했다.
[기고] 농촌체류형 쉼터, 나는 별서(別墅)다
1.지방소멸,농촌소멸위기의해법 산업화이후,일자리를찾아농촌에서도시로,지방에서수도권으로이동하는인구집중현상이발생했다.노무현정부는지방소멸위기해결을위한인구분산정책으로2003년6월,‘국가균형발전을위한공공기관지방이전’계획을발표하고,공공기관지방이전과혁신도시건설을시작했다.혁신도시의계획인구는약2만~5만명으로계획되었으며,1단계(2007~2014,이전공공기관정착단계),2단계(2015~2020,산·학·연정착단계),3단계(2021~2030,혁신확산단계)로진행되었다. 2005년6월이전대상공공기관확정,2005년8월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전담조직설치,2005년12월10개혁신도시입지선정완료,2007년4월10개혁신도시지구지정,2007년5월혁신도시개발계획수립,2007년9월혁신도시기반조성착공,2012년공공기관지방이전개시,2019년12월공공기관지방이전완료등을진행하여2025년현재,10개광역권에혁신도시가건립되었다(innocity.molit.go.kr). 한국은경제·일자리·인구등의‘수도권집중도’1위국가다.한국·일본·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등7개국이가입한‘30-50클럽’(1인당국민소득이3만달러·인구5000만명이상국가)에서한국의수도권집중화현상은유독두드러지는것으로나타났다.전국민의50.9%,일자리의58.5%역시수도권에몰려있다.이에반해미국은일자리4.9%,인구는4.7%로수도권집중도는한국의10%미만이다(김시덕,중앙일보,2024.10). 2030년혁신도시3단계가완료되면혁신도시당계획인구는최소5100명(제주서귀포)~최대5만명(광주,전남)으로혁신도시의총계획인구는최대27만3583명이다.이는2025년인구통계5168만4564명기준0.53%정도다(kosis.kr).지방및농촌소멸위기의해결과국가의균형발전을위해서는인구분산정책이모범답안이다.그러나혁신도시와같은단일사업만으로일자리의58.5%,전국민의50.7%가수도권에집중해있는인구집중문제를해결하기란불가능하다.정부주도의정주(定住)인구분산정책에서,시민의자발적참여를유도하는체류형생활인구분산정책으로인식대전환이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2025년1월24일부터농촌생활인구확산으로농촌소멸에적극대응하기위해농지(農地)에임시숙소로활용할수있는‘농촌체류형쉼터’를도입했다.이를위해내건슬로건이‘4도(都)3촌(村)’이다.주7일중4일은도시에서,3일은농촌에서생활한다는개념이다.계획대로추진된다면일상의57%는도시에서정주(定住)하고,43%는농촌에서체류하는생활인구분산효과를기대할수있다. 2.농촌체류형쉼터 ‘농촌체류형쉼터’란,농업인이아닌개인이주말등을이용하여취미생활이나여가활동으로농작물을경작하거나다년생식물을재배하는‘주말·체험영농’활동을위한임시숙소를말한다.농촌체류형쉼터의규모는33㎡까지가능하며,부속시설로데크,주차장,정화조설치가가능하다.그러나핵심은이러한가설건축물면적과부속시설을합한면적의두배이상농지를확보하여농작물을경작하거나다년생식물을재배하는영농활동을해야한다는것이다. 농촌체류형쉼터이전에는농막(農幕)이있었다.‘농막’이란,농작업에필요한농자재보관,수확농산물간이처리또는농작업중일시휴식을위하여설치하는임시창고로서원두막이진화한형태이다.초기에는비닐하우스에차광막(遮光幕)을덮는형태가주류였으나최근도시민의여가문화가발달하면서이동식컨테이너를개조하여농막으로이용하고있다.더나아가생활의편리성을추구하는도시민의수요와이동식주택시장의공급에따라방,화장실,거실등각종편의시설을갖춘이동식주택이소비자에게농막으로보급되었다.이로인해현행법상숙박이금지된농막에서사실상숙박행위가이루어지는문제점이드러났다.따라서불법농막을양성화하는제도개선의필요성과소비자요구에맞춘실행계획이수립되었다. 농막이전에는원두막(園頭幕)이있었다.‘원두막’이란,오이,참외,수박,호박따위를심은밭을지키기위하여밭머리에지은막(幕)이다.사각정자형태로자연스러운원목을기둥삼고,볏짚또는나무판자로지붕을덮어비와햇빛을차단해줌으로써농작물임시보관이나작업자의휴식공간기능을한다. 원두막을생각하면연상되는행위가있다.바로서리다.‘서리’는군것질을위한먹거리가많지않던시절에아이들이과수원에몰래들어가서주인몰래참외나수박등을장난스럽게훔쳐먹는행위를말한다.이때원두막에서졸고있던과수원주인이부스럭거리는소리에깨어나서‘이놈들잡아라’소리치며쫓아가는풍경,그리고품에몇개의과일을품에안고도망가는아이들모습이연상된다.이렇듯원두막,과수원,과일,주인,동네꼬마녀석들이어울려배경,소품,등장인물이되면서한편의연극,또는한컷의사진속장면으로연출되어유년시설의기억저편에자리한다.그리고일정한시간이흐른뒤,세대를달리하여추억으로자리잡는다.그리고성인이된동네꼬마녀석들은다시그장소를찾는다. 중요한문제의해결을위해서는다양한방법이모색되어야한다.지방소멸위기해결을위해진행한‘혁신도시사업’은정부주도의행정중심복합도시사업과연계되어정주(定住)인구유입을위한도시계획사업으로추진되었다.정부주도정책은티베트종교및민족지도자의환생을검증하듯단계적확인과정이필요하다.반면,‘농촌체류형쉼터’사업은농촌소멸위기해결을위해민간주도의생활·문화환경개선사업으로농촌으로생활인구유입을목적으로한다.민간이적극참여할수있는정책은불사조의빠른성장,운반,치유력같은세부적인실행계획및프로그램이필요하다. 새롭게추진되고있는‘농촌체류형쉼터사업’은건축물의규모,부속시설,농지면적등기본적인틀은갖추었으나,세부실행프로그램이필요하다.검증된정체성과추동력,시민의능동적참여를이끌수있는프로그램등을갖춘대안을모색하던중한국정원문화‘별서(別墅)’를주목하게되었다. 3.별서논담(別墅論談) 조선시대에는별서(別墅)가있었다.‘별서’의한자를직역(直譯)하면,따로떨어지다_별(別),농막_서(墅)로서‘따로떨어져있는농막’을의미하며,의역(意譯)하면‘선비들이세속을떠나자연에귀의하여은거생활을하기위한곳으로,본가(本家)에서떨어진산수가빼어난장소에서지어진별저(別邸)’를말한다.별서는단순히건축물을지칭하는것이아닌,정원(庭苑)그리고주변자연경관을포함한다.대표적인별서로는담양소쇄원,보길도부용동정원,강진백운동원림을들수있다. 별서의주요건축물로는정(亭),누(樓),각(閣),대(臺),사(榭),당(堂),헌(軒)등이있다.채소를심은곳을포(圃)라하고,과실수를심은곳을원(園)이라하고,새와짐승을기르는곳을유(囿)라고한다.또담장이있는것을원(園)이라하고,담장이없는것을유(囿)라고도했다.조선시대에는정원(庭園)이라는용어와더불어정원(庭苑),원유(園囿),원림(園林)등의용어도많이사용하였는데,이는담장안의정원뿐아니라,담장밖의자연경관까지확대하여정원으로생각한것을잘보여준다.정원을가꾸는사람은‘동산바치’라불렸다. 소쇄원(瀟灑園)의조영자인양산보(1503~1557)는당쟁으로스승조광조가사사(賜死)되자관직을그만두고고향인전라남도담양으로내려와소쇄원을짓고은거하며문인들과교류하였다.소쇄(瀟灑)의의미는‘깨끗하고시원함’을의미하며,양산보는이별서의주인이라는의미로자신을‘소쇄옹’(瀟灑翁)이라하였다.주요건축물로는광풍각,제월당,대봉대,고암정사등이있다.광풍(光風)과제월(霽月)은북송의시인이쓴글에서인용되었는데,주돈이(周敦頤)의인품이심히고명하며마음결이시원하고깨끗함이마치‘맑은날의바람(光風)과비갠뒤의달(霽月)과같다’라는글에서인용되었다.제월당은주인이거처하며조용히독서하던곳이었다.광풍각은사랑방역할을하는공간으로문인들과교류하며차를마시며,학문을논하고,계류를흐르는청량한물소리를들으며정원을감상하던장소다. ‘소쇄원48영’은1548년에김인후가지은오언절구시(詩)다.20자의한자로구성되어소쇄원의내원(內苑)을표현한다.그중제2영(詠)‘침계문방(枕溪文房)’은광풍각을소재로한것으로‘머리맡에서개울물소리를들을수있는선비의방’이라는뜻이다. 부용동정원(芙蓉洞庭苑)의조영자인윤선도(1587~1671)는조선시대문인이다.병자호란때삼전도에서인조가청나라에항복하자조상으로부터물려받은유산으로보길도에별서를짓고생활하며‘어부사시사’등문학작품을남겼다.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는1651년윤선도(尹善道)가자신을어부에비견하여보길도(甫吉島)를배경으로지은40수의단가(短歌)로,‘고산유고(孤山遺稿)’에실려전한다. 정원은크게세구역으로구성되어있는데,거처하는살림집이있는낙서재(樂書齋)주변,휴식과독서를위해건너편산허리의바위위에집을마련한동천석실(洞天石室)주변,그리고동리입구의세연정(洗然亭)주변이다.낙서재는서실(書室)을갖춘살림집으로북향하고있으며,옆으로낭음계(朗吟溪)라는작은시내가흐르고,낭음계의양편에곡수당(曲水堂)과무민당(無憫堂)의두건물을지었다.이두건물의곁에는넓고네모진연못이있다. 동천석실(洞天石室)은중국도교(道敎)에서‘신선이산다는곳’이란의미인‘동천복지(洞天福地)’를따라서이름지어진곳으로이지역에서가장높은곳이다.세연정부근은이정원에서가장공들여꾸민곳으로,해변에바로인접한동구(洞口)에인공으로물길을조성하면서연못들을만들고정자와대(臺)를지어경관을즐기도록하였다.연못은곡지(曲池)와방지(方池)로구성되는데동구를흐르는내를돌로된보로막아만든곡지에는큰바위들을점점이노출했으며,방지에는한쪽에네모난섬을만들고그섬에소나무한그루를심어놓았다.방지의동쪽물가에는돌로된네모진단두개를나란히꾸며놓았는데,이곳은무희가춤을추고악사가풍악을울리던자리다(encykorea.aks.ac.kr). 백운동원림(白雲洞園林)은처사이담로(1627~1701)가조성한별서이다.‘처사’란벼슬을하지않고초야(草野)에묻혀사는선비를말한다.백운동원림은후손들에의해계승되었고,특히백운첩에는다산정약용의‘백운동12경’시(詩)와초의선사가그린‘백운동도(白雲洞圖)’가있어당시의모습을짐작할수있다.또한월출산을배경으로원림을조영한문헌자료가다수확인되고,유상곡수(流觴曲水)시설도입과수목식재등경관처리기법이우수하며,백운동12경의구성요소가잘남아있다.예로부터많은선비와문인들이원림의경관을예찬한옛시문과그림들이현재까지잘남아있어조경사적가치가탁월하며,이담로의6대손인이시헌이정약용,초의선사와교류하며차를만들고즐긴기록등이남아있어국내차문화의산실로서가치를더하고있다.정약용은백운동원림에반해초의선사에게그림을그리게하고옥판봉·산다경(山茶徑)·백매오(百梅塢)등아름다운경치12개를칭송하는시를지었다.다산과초의선사가남긴작품은‘백운첩’에전하며,이시헌은선대문집·행록·필묵을엮은‘백운세수첩(白雲世手帖)’을만들었다. 우리나라3대별서의사례를살펴서이용자의행태를분석한결과,집짓고,정원가꾸고,농사짓고,밥짓고,글읽고,시쓰고,그림그리고,노래부르고,춤추고,술마시고,음악듣고,차마시는등의유유자적한생활을확인할수있었다. 4.농촌체류형쉼터,‘별서_1621’ ‘별서(別墅)’는16세기이후,선비,처사,문인들이자발적으로귀향(歸鄕)하여자연과더불어문학(文),역사(史),철학(哲)을논하면서시(詩),서(書),화(畵)를짓고음주(飮酒)·가무(歌舞)와다도(茶道)를즐겼던공간이다.이후,후손들에의해대를이어유지,보완되며수백년을지나21세기현재에이르고있다. 1970년대이후산업화과정중1차산업(농·산·어촌생산물)중심에서2차산업(제조업)중심으로변화되는과정에농촌인구가대거일자리를찾아도시및수도권으로이동했다.또한도시에집중된사람들을대상으로3차산업(서비스업)이발달하면서인구의수도권및도시의집중현상은더욱고착화되었다.이로인해주택,환경,교육,교통문제등이심화되어혁신적인인구분산정책도입이요구되었다.주된원인이된일자리의분산정책이선행되지않고는인구분산정책의효과를기대할수없다는결론에도달하자정부는‘공공기관지방이전’과‘혁신도시’조성이라는극단적인처방을내놓는다.그러나수십년간안정화된수도권기반시설의편리성으로인해,일시적으로지방에머물다가주중또는근무하는동안만머물러있고,주말또는이직기회가되면도시나수도권으로직장을옮기려는현상이반복되어실효를거두지못하는실정이다. 문제해결의핵심은‘제도’나‘정책’에있지않다.시민의‘자발성’에있다.4차산업(지식산업)발달,자동차보급,도로및대중교통의확충으로농촌,산촌,어촌을향해떠나는5차산업(레저·휴양문화)이발달하면서,원산지에서1차생산,2차제조,3차판매및서비스가융·복합되어이루어지는6차산업이발달하고있다.이로써자발적생활공간이동이라는인구분산정책의효과를기대할만한경제,사회,문화적환경이조성되었다.정교한제도,정책,프로그램이수반되어야한다.성별,연령대,직업군,구성원,주거형태,교통수단등을고려하여자발적참여가가능한정주(定住),생활(生活),문화(文化)환경을조성해야한다. ‘별서’는16세기당시이미6차산업거점이었다.농(農)·림(林)·수산물(水産物)을생산,수확,가공하여,전국에서찾아오는시인(詩人)묵객(墨客)들에게5차산업서비스를제공했던현대판6차산업의중심공간이었다.21세기‘농촌체류형쉼터’가추구해야할방향이다.주인이머무는공간,손님맞이공간,생산,가공,휴양시설등을갖춘커뮤니티공간을조성해야한다.이웃과함께생활하며문화를공유하는자연속의정원(庭苑)이자문화경관(文化景觀)으로자리잡아야한다. ‘별서_1621’은농촌체류형쉼터의본캐(本character)다.16세기한국정원문화의21세기‘환생(還生)’이자‘부활(復活)’이다.‘별서_1622’,‘별서_1623’,‘별서_1624’,‘별서_1625’…한국정원문화‘별서(別墅)’의미래다. 박경복/가든프로젝트대표
‘보이지 않는 조경’ 젊은 조경가 원종호의 ‘보이는 인사이트’
[환경과조경김하현기자]제7회젊은조경가원종호의조경에대한철학과이야기를들어보는토크쇼가열렸다. 지난19일월간환경과조경은서울서초구그룹한빌딩2층환경과조경에서‘제7회젊은조경가상’수상자원종호JWL소장을초청해‘보이지않는조경’을주제로강연및토크쇼를개최했다. 젊은조경가상은한국조경의내일을설계하는젊은조경가를발굴하고그들의작품과생각을널리알리고자월간환경과조경이2018년부터제정·운영하고있다.환경과조경은지난해12월시상식을진행한후월간환경과조경2025년1월호에‘조경가원종호특집’으로그의이야기를실었다.그뒷이야기를들어보는자리로이날토크쇼가마련됐다. 원종호JWL소장은서울대학교에서조경을공부하고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와현대건설에서다양한조경프로젝트를수행하며설계와실무를경험했다.2017년부터는JWL에서활동하며완성도높은여러공간을만들고있다.최근작으로는성수현대테라스타워공개공지와제부도근린공원설계공모당선작이있다. 원종호는‘보이지않는조경’,즉주변환경과자연스럽게어우러지는조경을지향하며다수의프로젝트를성공적으로수행해왔다.‘원래그자리에있었던것같은’섬세한디자인철학을추구하며조경계의새로운가능성을제시했다. 토크쇼는1부와2부로나뉘어진행됐으며누구나자유롭게시청할수있도록유튜브로온라인생중계됐다. 행사는사회를맡은남기준환경과조경편집장의인사말로막을열었다.남편집장은본격적인시작에앞서올해1월호특집속원종호의에세이한구절을읽었다.“내가추구하는조경은심심하다는평을많이듣는다.다른조경가의작업에비해명확하게드러나는조형이나개념이없다고도한다.역설적이지만이러한설계의비가시성은내가가고있는,가고자하는조경설계의방향이다.이를달리표현하면,‘보이지않는조경,하지않은듯한조경,원래있던듯한조경’등의어휘로말할수있다”는문장으로이번토크쇼제목에관해설명을보탰다. 다음으로박명권환경과조경발행인의인사말이이어졌다.박명권발행인은현장과온라인청중에감사를표하며“지금까지선정된아홉분의수상자모두조경계에새로운비전을제시하고계속해서활약하고있다,젊은조경가상을통해한국조경의위상을세계에알리는데기여할수있기를바란다”고말했다.또“오늘토크쇼를통해젊은조경가원종호의발자취와작품세계를들여다보고앞으로더욱큰활약을기대하겠다”며순서를마쳤다. 1부는원종호소장의강연으로채워졌다.약40분가량그가추구하는방향의작업을위해어떠한노력을해왔는지들을수있었다.원소장은JWL의작업내용을기반으로다섯가지지향점을풀이했다.주요키워드는▲직관적이고단순한개념과배치▲사소한생각과조형의가능성▲크래프트디테일▲관습과타성에저항하기▲팀워크와협업의힘이었다.그는닫는말로“‘우리가하는조경이결국무엇인가?’를생각했을때‘도시의공공성확대에기여’,‘생태적으로건강한도시에의기여’,‘부동산의가치상승’이라는세가지측면으로조경프로젝트가귀결된다,제가하는일은이러한목표를위한수단이라고할수있다”고밝혔다. 2부에는‘원종호에게물어봐’라는제목이붙었다.진행측은토크쇼를문답형식으로전개하기위해SNS를통한사전질문을받았다.시청자또한채팅창을통해실시간으로궁금한점을묻고,이중질문이선정된5명에게는‘월간환경과조경2025년1월호’와‘한국조경50년을읽는열다섯가지시선’을선물하는이벤트도준비했다. 꾸려진질문들을남기준편집장과김모아기자가묻고원종호소장이답했다.주로원종호조경가의작업방식과일을하는동력에대한물음이많았다.조경가로서‘가장도움이된것’,‘가장뿌듯했던경험’,‘가장먼저고려하는점’등에대한대답으로‘질투’,‘내가만든공간이세상에태어났을때’,‘사람’이라고말했다.“좋은공간을만들기위해이것까지해봤다면?”라는질문에는“감리가중요하다고생각해서디자인감리계약을위해노력한다.그리고나무를키운다.생각하는나무의모양을나중에공간에적용해보기위해30그루정도의나무를키우고있다”고고백했다. 원소장은조경을꿈꾸는학생들에게들려주고싶은얘기로“조경은천재가하는분야가아니다.뻔한말이지만기본적으로좋아하는마음과열정이있다면노력하면다할수있다.이일을해서즐겁다면재능여부를판단하며움츠러들지않았으면좋겠다”며위로를전하기도했다.기후변화에관한질문에는“정말피부로느끼는일이다.식물학에서배웠던개화시기등이하나도안맞는다.기존에우리가갖고있던지식이쓸모없어지는시기가올수도있다”며“교과서가바뀌어야하지않을까하는생각도든다.기후문제는상당히중요하다”고강조했다. 끝으로“제가이자리에서여러분께말씀드리는것이상당히부끄럽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렇게좋은상과기회를주신점너무나도감사하게생각한다.앞으로도더열심히하라는의미로해석하겠다”며“제가가진제캐릭터와성격에맞춰서앞으로설계를하는분들과설계를할학생들한테나아갈길을보여주는사람이되고싶다.여러캐릭터의사람이많을수록사회가건강해질테니저는저만의캐릭터로제갈길을잘가보겠다.감사하다”고인사했다.
유연송 조경수협회장 취임, “조경수 산업 현대화 추진”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한국조경수협회가조경수산업의현대화와디지털기술도입,지속가능한재배방안개발등을추진한다. 한국조경수협회는19일대전계룡스파텔에서제59차정기총회및회장이취임식을개최했다.이번총회는전국16개지회대의원및관계자200여명이참석한가운데진행됐으며,조경수산업발전과도시녹화를위한다양한논의가이뤄졌다. 이날행사에서는제33대윤수근회장이이임하고,제34대유연송회장이공식취임했다.윤수근전임회장은“조경수산업의지속적인성장과협회의발전을위해헌신했던지난2년간의시간이뜻깊었다”며,“새롭게출범하는34대집행부가협회를더욱발전시켜주길바란다”고이임사를전했다. 한국조경수협회의새로운장을여는이번이취임식에서유연송신임회장은조경수산업의지속가능한발전을위한실천과제를제시했다.유회장은우선산업의현대화를추진하며디지털기술을적극적으로도입하겠다고밝혔다.이는정보기술의활용을통해조경수관리및유통과정의효율성을높이고,더넓은시장에접근할수있는기회를마련하기위함이다. 또한유회장은환경변화에적응하는조경수의지속가능한재배방안개발에힘쓸것을강조했다.기후변화에따른영향을최소화하고,생태계보호를위해국내외전문가들과의협력을모색할계획이다.이와함께협회회원들의역량강화를위한교육프로그램을확대하고,신기술교육을정기적으로실시해산업전반의전문성을높이는데집중할예정이다. 유회장은“조경수산업이직면한도전을기회로전환하고,모든회원이혜택을받을수있는산업생태계를만들기위해노력할것”이라며,“협회의모든자원을동원해회원들의성장과함께산업발전을이끌어갈것”이라고포부를밝혔다. 이날행사에는이미라산림청차장을비롯해최무열한국임업진흥원장,박정희한국임업인총연합회회장,옥승엽대한전문건설협회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회장,이경구개군농협조합장등관계기관인사들이참석해축사를했다. 이미라산림청차장은“조경수산업이기후변화대응과도시녹화에서중요한역할을한다”며,“산림청에서도조경수산업발전을위한정책적지원을아끼지않겠다”고말했다. 이날행사에서는우수지회및모범농장에대한표창수여도진행됐다.모범농장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은강정수녹지원대표와안신아남농원대표가수상했으며,산림청장상은이진효맹춘농원대표와최윤주삼미조경의대표가수상했다.송인자협회전북동부지회장(호성조경대표)은협회장표창을받았고,우수지회표창에서는광주·전남서부지회가최우수상,경기지회가우수상,충남서부지회가장려상을수상했다. 또한협회는대학생및고등학생8명에게총1150만원의장학금을전달했다. 이취임식에서는협회기전달식이진행되며,새로운집행부의출범을공식화하고조경수가격고시제도정비,조경수컨테이너재배활성화,국비지원사업확대등의정책추진계획등이논의됐다. 마지막으로협회운영기금으로유연송회장이500만원을기탁했으며,김규열·이강백고문도각각100만원을기부하며협회발전을위한기여를이어갔다.
서울 초록길, 2000㎞ 달성 코앞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서울전역을연결하는‘서울초록길프로젝트’가총연장2000㎞달성을눈앞에두고있다. 서울시는숲길부터하천변,가로정원에이르기까지단절된녹지를연결하고새로운녹지를지속적으로확장하는‘서울초록길프로젝트’를통해올해초록길총연장이2,000㎞를넘어설것이라고13일밝혔다. 2022년에시작된이프로젝트는서울의녹지소외지역을해결하기위해서울전역의숲,공원,정원,녹지를선형길로연결하여5분거리내에초록을만날수있도록설계됐다.이는도심생태회복에기여함은물론,도시미관개선과보행자편의를증진시키는등다방면에서의효과를목표로하고있다. 지난해동작구국사봉과상도공원을연결하는단절된녹지축연결사업을비롯해총12개유형의사업을통해71.21㎞의녹지가추가로연결됐다.이중에는북한산체험형숲속쉼터조성사업같은여가공간확대프로젝트도포함되어,강북구수유동북한산자락에3㎞,5만㎡규모의체험형쉼터가조성됐다. 하천생태복원및녹화사업을통해강동구고덕천의제방사면을건강한생태계로복원하고,영등포구여의대방로에는정원형띠녹지를조성해가로수의생육환경을개선했다.또한왕십리역대합실유휴공간에는지하숲길인‘서울아래숲길’이조성되어지하철이용객들에게쾌적한환경을제공하고있다. 올해에는총165개사업을통해추가로75.58㎞의녹지를조성할계획이며,이미조성된1777㎞의초록길과함께도시전체를정원과생태로연결하는꿈을계속해서추진할예정이다. 이수연서울시정원도시국장은“서울초록길프로젝트는단순한정원조성을넘어도시전체를정원과생태네트워크로연결함으로써,기후위기와생물다양성증진은물론,미세먼지저감과도시열섬현상등기후변화대응에도기여할것으로기대하고있다”며,“2000㎞달성후에도초록길개념을모든민·관사업에반영되게하여정원이일상이되고,일상이정원이되는정원도시서울이될수있도록꾸준히정원을조성해나가겠다”고말했다.
[락앤피플] 배정한 한국조경학회장, “한국 조경의 새로운 50년을 설계합니다”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공원은단순히나무와풀을심어놓은휴식공간이아닙니다.공원은도시의폐와같으며,사람들에게쉼터를제공하는동시에환경을정화하고생태계를회복시키는중요한공간입니다…공원이잘설계되면단순한녹지공간을넘어도시민의정신적,사회적건강을증진시키는매개체가됩니다.”_JTBC‘차이나는클라스-위대한질문’제1회(2023년11월18일) 배정한한국조경학회신임회장(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의이말은공원이단순한휴식처의역할을넘어서는깊은가치를지니고있음을잘보여준다.공원은조경의실질적인결과물이자자연과인간이교감하는플랫폼으로,단순히미적즐거움을제공하는것을넘어사회적,환경적역할을담당하고있다.이를통해공원은현대도시에서환경적균형을유지하고,공동체의연결을강화하며,시민들의삶에큰영향을미치는중요한존재로자리잡고있음을알수있다. 조경학이한국에서학문적분야로자리잡은지도어느덧50년이넘었다.배정한회장은조경학을단순히환경을꾸미는기술적영역으로보는것을넘어,환경문제를해결하고사회적가치를창출하는중요한학문으로정의했다.조경학은1970년대본격적으로학문적틀을갖추기시작했으며,도시화와환경문제해결이라는시대적요구에따라빠르게성장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조경학의학문적정체성과전문직으로서의위상은여전히도전과제에직면해있다.이에지난1월1일제27대한국조경학회회장으로취임한배정한교수는한국조경의다음50년을설계하기위해학문의내실을강화하고전문성을확립하는것을임기내주요목표로삼았다.그는도시,경관,환경,문화등다양한분야를아우르는조경학의새로운좌표를마련하고,학문적·교육적기반을강화하며체계적인아카이브프로젝트를추진하겠다는계획이다. 배회장은학회의핵심사업으로조경교육혁신,조경지식과이론의소통강화,한국조경아카이브프로젝트를제시했다.그는“지난50년간한국조경이외형적으로는성장했지만,이제는내실을다지고전문성을확립해야할시점”이라고강조했다. 배회장은조경학의학문적정체성을강화하고전문직으로서의위상을확립하기위해전국대학의조경교육현황을조사하고해외사례를분석하며교육체계를재정비할예정이다.그는“조경교육의방향성과학문적체계정립을최우선과제로삼겠다”며,최소한의공통교육기준확립이시급하다고밝혔다. 현재조경학과마다교육내용과교과구성이상이한현실을지적하며,“인증받은대학에서교육받고실무경력을쌓은사람이자격시험을통해조경사로등록될수있는체계를마련해야한다”고강조했다.기존의조경기사와기술사중심의자격체계가설계중심의조경실무를충분히반영하지못하고있다는점도문제로지적했다. 이에따라학회는조경교육인증제와조경사자격제도를학계와업계의협력을바탕으로추진할계획이다.이를위한기초작업은가칭‘조경교육혁신위원회’와‘설계교육네트워크’를통해진행된다.그는“조경교육인증제와자격제도는상호연계되어야하며,이를통해조경분야의학문성과실무역량이조화를이룰수있을것”이라고말했다. 배회장은학술연구활성화를위해매월온·오프라인학술세미나,북토크,이론워크숍등을개최하며,주요의제로는기후변화,회복탄력성,인류세와비인간,공간정의,공원혁신,국토경관,도시경관재생,공원도시,정원도시등이포함된다고밝혔다. 특히4월학술대회에서는‘다시정원을읽다’라는주제로대형세미나를기획해정원열풍과도시정원정책을비판적으로검토하고토론할예정이다.이를통해조경의현재위치를진단하고연구자와실무자의소통을강화하겠다는계획이다. 그는또한“신진연구자네트워크를확장하고,젊은연구자들이적극적으로참여할수있는다양한학술행사를마련하겠다”며,조경학의동시대적의제를생산하고탐구하는데학회가중요한역할을할것임을강조했다. 조경분야의역사와자료를체계적으로기록하고보존하기위한조경아카이브프로젝트도본격적으로추진된다.이는지난50년간한국조경이쌓아온연구,작품,인물에대한기록을체계적으로목록화하고활용기반을마련하는작업이다. 배회장은“1세대조경가와학자들의구술기록시리즈를포함해작품,연구,교육성과등을아카이빙해한국조경의역사를축적할것”이라고설명했다.또한이를위해외부펀딩과학회내부자원을활용하여체계적이고장기적인사업을추진하겠다는의지를밝혔다. 배회장은지난50년간한국조경이개발시대의경제성장에힘입어외형적으로확장했지만,이제는내실강화와전문성확립이필요한시점이라고강조했다.그는“교육,학술,실무가톱니바퀴처럼맞물리는체계적인시스템을만들어야한다”며,이를통해조경이사회적가치를창출하는분야로자리잡아야한다고말했다. 끝으로배회장은“소박하고다정한학술포럼부터대형심포지엄까지다양한학술활동을통해한국조경의다음50년을위한초석을다지겠다”며,“많은응원과격려,때로는생산적인비판을보내주길바란다.즐거운참여와열린소통을통해,함께한국조경과조경학의내일을디자인하자”고당부했다.
  • 환경과조경 2025년 3월호
  • 최신 개정14판 CONQUEST 조경기사·조경산업기사 실기정복
  • 공간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