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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스타프 클림트의 황금색 모감주나무는 하지 절기 전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장마가 시작할 때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장마가 그치면 꽃이 다 떨어지니 장마의 시작과 끝을 모감주나무 꽃과 함께 하는 셈이다. 여름철에 노란색 꽃을 피우는 나무는 드물어 여러 나무들 사이에서 눈에 금방 들어온다. 영어 이름은 ‘Golden rain tree’인데 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황금비가 오는 듯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황금색 꽃 물결이 나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풍성하게 핀다. 화려한 꽃 색깔은 황금빛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가 즐겨 사용한 황금색을 떠오르게 한다. 수꽃과 양성화 한 그루로 꽃의 대부분은 수꽃이고 양성화가 일부 섞여 있다. 수꽃은 수술이 길고 긴 털이 밀생하고 양성화는 가운데 암술이 솟고 수술은 짧다. 꽃잎은 4개인데 처음에는 모아져 있다가 나중에 뒤로 젖혀지고, 안쪽 부속체 부분은 차츰 붉은색으로 변하여 꽃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양성화는 수꽃보다 늦게 피고 수꽃이 떨어진 다음 뒤늦게 떨어진다. 암꽃 역할을 하는 양성화가 늦게 피는 것은 자가수분을 피하려는 것이다. 꽃이 지고 난 뒤 나뭇가지 끝에 꽈리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독특한 모습을 가진 연두색 세모꼴 열매는 가을에 황갈색으로 단풍과 함께 은은하게 물든다. 굵은 콩만 한 크기의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다 하여 염주나무라고도 불린다. 지속가능한 개발 자생지란 어느 생물종이 자연 그대로 사람의 보호를 받지 않고 번식하여 계속 살아가는 본래의 지역을 말한다. 자생종은 자생지에 오래전부터 저절로 퍼져서 살고 있는 종을 말한다. 모감주나무는 동북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모감주나무 자생지가 주로 섬이나 바닷가에 분포하고 있어서 중국에서 모감주나무 열매가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건너왔다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포항, 완도, 백령도 등 바닷가 외에도 안동, 대구 등 내륙지방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되면서 중국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자생종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굳혀져 가고 있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토지는 부동산업자의 개발대상지로 인기가 높다. 바닷가에 있던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은 도로개설과 휴양지 건설 등 각종 개발로 급속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한다. 자생지를 잘 지켜내어 우리 모두의 자산으로서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하여 보전되어야 한다. 생물자원은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보호되고 관리되어야 한다는 정책이 확고하게 뿌리내려야 한다. 생태적으로 중요한 토지의 개발과 이용은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영광군 대초마을 해안가에 자생하는 모감주나무 군락은 특이하게도 암벽 급경사지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마을 모감주나무 군락은 해안도로가 개설되면서 많이 훼손됐다. 지역 주민들이 잘려나갈 위기에 빠진 모감주나무를 마을 길이나 농경지 가장자리 등에 옮겨 심어서 마을의 깃대종으로 살려 놓았다. 생태관광이 활성화되면 모감주나무로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이다. 미니멀리즘 도시에서 모감주나무 숲을 보려면 서울 건대역 사거리에 있는 고층빌딩앞 녹지대에서 찾을 수 있다. 박스 구조물을 만들어 흙을 넣어 녹지를 만들고 스트로브잣나무와 모감주나무 두 종류만 식재하여 미니멀리즘 조경설계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6월 하순부터 모감주나무 꽃과 인근 도로구조물 벽에 자라는 능소화 꽃이 경쟁적으로 피어 인상적인 도시 경관을 만들고 있다. 살풍경한 도시공간에 원색의 물감을 덧칠한 것처럼 보인다. 이 곳에 모감주나무를 대량으로 식재한 2009년 이후부터 공원이나 아파트 녹지에 널리 식재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식재한 직후 꽃이 제대로 피기까지 2~3년이 걸린다는 이유로 많이 심지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유치하고 나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짓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 상암동 부지 주변에 오수처리장과 난지쓰레기장이 있었다. 월드컵행사를 준비하면서 수십년간 서울시민이 버린 쓰레기 산을 흙으로 덮고 녹화공사를 하였다. 북쪽 경사면에 각종 낙엽수를 식재하였는데, 척박한 토양에 잘 사는 모감주나무를 대량으로 심었다.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풍성한 숲을 이루고 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한 번이라도 여기 꽃길을 걸어본 사람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것이다. 난지도 녹지처럼 넓은 공간에 식재하면 잘 자라는 나무이다. 공원이나 아파트 녹지에 식재할 경우 나중에 큰 나무로 성장하는 크기를 감안하여 식재 위치를 정해야 한다. 작은 규격을 모아심기하는 경우라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여 나중에 이웃 나뭇가지가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 함께 번영 내한성이 강하여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 심을 수 있다. 염분, 가뭄, 대기오염에 강하고 거름기 없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산다. 햇볕을 좋아하지만 그늘에서도 적응을 잘 하며 뿌리가 깊어 뻗어 강풍에도 넘어지지 않는 편이다. 어릴 때는 성장이 느려 나무 모양이 볼품없으나 커지면서 성장속도가 빨라지며 가지가 치밀하게 발달한다. 봄에 비교적 늦게 새잎이 나오고 가을 단풍은 빨리 든다. 초여름에 노란색 꽃이 피어 나무 전체를 뒤덮는다. 꽃이 진 후 세모 풍선 같은 꽈리모양의 연초록색 열매도 독특한데 가을로 접어들면서 황갈색으로 변한다. 장마철에는 꽃을 피우는 나무가 드문데 초록색 잎을 배경으로 황금색 꽃을 폭죽처럼 피워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여름날 온 세상이 초록빛으로 가득할 때 눈에 잘 띄는 노란색 꽃은 황금빛에 가까울 정도로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공원이나 넓은 녹지에 대량으로 군식하는 곳에 적당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바닷바람에 잘 견디어 해안가 녹지나 방풍림으로도 많이 식재한다. 장마철에 꽃을 피워 양봉하는 이들이 밀원식물로 좋아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이식이 잘 되는 3m 이하 규격은 수형이 아주 좋지 않아 여러 나무를 모아서 심는 것이 좋다. 도시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대규모 군식 용도로 많이 쓰인다. 난지도 경사면과 같은 오염 토양에서도 적응을 잘한다. 지난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시기에 서울에서 가져간 모감주나무로 평양에 기념 식수를 하였다. 모감주나무는 ‘번영’을 상징한다고 한다. 우리 세대에 남북이 함께 ‘번영’하여 통일을 앞당기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그곳에 남겼는데, 모감주나무가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보스턴의 전철 네트워크 (일명 ‘T’) 는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19세기 말부터 보스턴 사람들의 발이 되어 왔다. 오래된 만큼, 그간의 도시 발전과정에서 더 이상 쓰이지 않고 방치된 터널 ,플랫폼, 선로 등이 무려 63곳에 달한다. 이 버려진 공간들이 대부분 하버드스퀘어 (Harvard Square)와 보스턴 커먼스 (Boston Commons) 등 번화가의 지하에 위치해 있다는 점,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에 지하공간이 주는 가능성, 그리고 이미 호기심 많은 일부 시민들이 몰래 잠입하여 파티, 전시회 등을 게릴라 식으로 열고 있다는 사실 등에 힘입어, 수년 전부터 전철의 소유주인 매사추세츠 교통회사 (Massachusetts Bay Transportation Authority) 와 네트워크가 관통하는 여러 도시들은 버려진 인프라스트럭처의 재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이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설계과목을 개설해 보자는 제의가 우리 대학원에 들어왔을 때, 도시계획 및 설계학과 (Department of Urban Planning and Design)의 학과장인 라훌 메로트라 ( Rahul Mehrotra) 교수는 조경학과 교수인 나에게 이 과목을 맡아보겠냐고 물었다. 어릴 때 지질학자를 꿈꾸었던 나는 조경전문가가 된 지금도 여전히 지하 공간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그래도 흔히들 토목이나 도시계획, 건축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지하의 버려진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설계수업을 왜 나한테 해보라고 했는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간명했다. “어느 한 업역에서 다뤄서는 좋은 방안이 제시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랜드스케이프의 관점에서는 구조, 교통, 공공장소, 기후변화 등의 여러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믿고 당신이 그 적임자에요.” 그리하여 시작된 2년에 걸친 “지하, 지상, 그리고 그 너머: 도시형태와 경험으로서의 버려진 지하철 인프라스트럭처 (Below, Above, and Beyond: Revealing the abandoned underground subway infrastructures as urban form and experience)” 설계과목은 실제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설계안들을 만들어 냈다. 지하수위와 우수 관거, 그리고 버려진 터널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재설계하여 집중호우 시 유수지로 쓰는 제안, 지열을 이용하여 터널에 온수풀로 만들고 그것이 지상의 공공 프로그램으로 연결되게 한 제안, 터널을 도시농장으로 만들고 이곳이 노숙자들의 직업교육의 장 이자 채소공급원으로 쓰이도록 한 제안 등이 그 예이다. 이 스튜디오를 진행중이던 2022년 봄 어느 날, 앤트워프 (Antwerp)시의 공무원인 샤나 드브록 (Shana Debrock) 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앤트워프 대학교 (University of Antwerp)의 박사과정 생이기도 한 그는 내 리서치에 큰 관심을 보였고, 특히 내가 실무를 하는 조경가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앤트워프는 잘 알려진 것 처럼 벨기에의 아름다운 도시인데, 실상은 도시의 해변에 위치한,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앤트워프 항구로 향하는 매일 8만여 대의 화물트럭과 20만대의 자동차 들로 인해 유럽 최악의 교통체증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20세기 초부터 진행되어 왔는데, 샤나는 모든 해결방안이 절대적으로 토목적 관점에서 진행중이라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현재 계획되고 있는 7.5㎞길이의 지하 고속도로 (일명 ‘A102’)는 완공 시 교통체증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 되지만, 앤트워프 대학의 연구진과 시민단체 들은 이 지하 고속도로가 지상부의 도시공간 및 녹지체계와 반드시 연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경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였다. 몇번의 상호 방문과 회의의 결실로, 올 봄학기에 하버드 대학교와 앤트워프 대학교의 공동 스튜디오가 개설되었고, 나는 12명의 내 수업 학생들에게 “조경의 프레임워크를 통해 기존 도시 인프라스트럭처의 단편성 (monofunctionality)에 도전함으로써 A102가 지상부 공공장소 및 커뮤니티의 일상에 기여하도록 제안하기”를 주문하였다. 지난 5월 1일에 있었던 설계발표회에서는 지난 보스턴 스튜디오를 뛰어 넘는 결과물들이 공유되었는데, A102의 일부 차로를 지역의 쓰레기, 지상부 농수 및 생활용수의 처리시설로 설계하고 이들이 집합적으로 지상부의 녹지체계와 연계되도록 한 제안 (그림 1), 지하 고속도로에서 생성되는 오염된 공기가 바이오 필터링을 통과한 후 지상으로 배출되도록 단면과 식생을 설계한 제안 (그림 2), A102가 지나가는 전 지역을 지상부 녹지에서 지하 토양을 아우르는 새로운 수체계로 설계하여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어려워지는 우배수 체계를 개선시키는 제안,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앤트워프시의 차량이용이 점점 줄어들 것에 대비하여 현재의 환승시설들을 단계적으로 탄소차집 시설로 변화시키는 제안 등 실로 흥미진진한 내용들이었다. 그날 참가했던 10명의 심사위원들은 모두, 기후변화시대의 도시 인프라스트럭처에서 ‘조경적 접근 (landscape architectural framework)’이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는지를 본 것에 고무되었다. 나는 이러한 것들이 절대 ‘학교에서만 가능한’ 일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실무에 있는 조경가이기에 가능했던 수업이었고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보스턴에서, 앤트워프에서, 혹은 서울에서 인프라스트럭처가 공공장소의 체계로 들어오는 일을 실현시킬 것이다. 김정윤 하버드 GSD 조경학과 교수 / 오피스박김 대표
    • 김정윤 하버드 GSD 조경학과 교수·오피스박김 대표
    • 2023-05-30
  • 누군가에게 공원은 절실하게 시간을 내어 찾는 공간 앞으로 새롭게 조성되거나 변경될 공원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투시도의 풍경은 평화롭다. 석양을 등지고 조깅을 즐기는 젊은 여성, 그 옆으로 풍선을 들고 달리는 어린이들, 느긋한 자세로 젊은이와 어린이를 향해 앉아 있는 노인. 그 뒤로 유모차를 끌고 천천히 산책하는 젊은 부부, 어린이의 손을 잡고 걷는 엄마, 아빠도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는 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이, 책을 보며 산책을 하는 이도 보인다. 일과 공부로 빠듯한 일상에서 잠시 짬을 내 공원에서 여가 활동을 하는 이들의 모습, 흔히 평범한 일상, 평범한 공원 이용이라고 여겨지는 모습이다. 공원 이용 설문조사에서 공원 이용의 목적으로 흔히 제시되는 항목인 ‘1. 휴식 2. 산책 3. 놀이 4. 친구 만나기 5. 기타’에 해당한다. 일상을 영위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잉여의 활동. 투시도에서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잉여의 시간에 잉여의 공간인 공원에서 잉여의 활동을 하는 이들의 표정은 아마도 평온하고 즐거움을 드러낼 것이다. 남산공원 북측산책로에서 흰 지팡이로 점자블록을 짚으며 산책하는 시각장애인을 보면서, 장충단공원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 팔을 어색하게 흔들며 순환산책로를 반복해 걷는 노년의 여성을 보면서 다른 투시도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질병으로 몸의 특정 기능이 상실되거나 훼손되어 재활의 목적으로 매일매일 특정 시간에 공원을 찾아 걷고 운동하는 이, 치매에 걸린 부모가 잠깐이나마 바깥바람 쐴 수 있도록 휠체어를 끌고 나온 이, 또 장애 자녀를 돌보는 빠듯한 일상 속에서 조각 시간을 내어 자신을 찾기 위해 공원을 찾는 이. 어린이들이 자연과 멀어지는 게 너무나 안타까워 동네 뒷산을 찾아 수업하는 이. 은퇴 후 밀려오는 삶의 허망함을 이기기 위해서 매일매일 공원을 걷는 이. 이들로 투시도를 채워보면 어떤 풍경이 될까? 여러 사회적 단위와 층위에서 ‘평범’, ‘정상’이라는 단어가 도전받고 있다. 이는 정상이라고 칭해지는 범위에서 벗어나면 배제되는 사회에 대한 도전이다.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정상가족으로 흔히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러한 가족은 얼마나 되는가? 그러한 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흔히 말하는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사회 시스템이 꾸려져 있다. 청소년에게 ‘몇 학년’이냐고 물어보는 것도 청소년은 학교에 다니는 게 정상이라는 관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라는 단어의 상대어로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는 단어가 통용되고 있는 건, 우리 사회가 정상이라는 단어가 갖는 폭력성을 조금이나마 인정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공원은 잉여의 활동을 위해 잉여의 시간에 찾는 잉여의 공간이 아니다. 절실하게 시간을 내어서 절실하게 찾는 공간이다. 재활의 공간이고, 위로의 공간이고, 학습의 공간이고, 존재를 확인하는 공간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앞에서 묘사한 이미지와는 다르겠지만, ‘긍정을 찾기 위해’라는 것에서는 별 차이 없을 것이다. 비록 오늘은 잘 안되더라도 말이다. 공원에서 붉은 물고기가 되어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라는 동화책은 공원 풍경을 담는 열두 개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림은 모두 공원 곳곳을 헤엄치며 구경하는 붉은 물고기를 제외하면 흔한 공원의 풍경이다. 한쪽에서 어린이들은 공놀이하고 있고, 젊은 청년은 플롯을 연주하고 있고, 중년의 남자는 어깨가 축 처져진 채로 산책하고 있고, 소녀는 킥보드를 타고 있고 하늘에는 새들이 날고 지상의 강아지는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있다. 얼핏 보면 열두 개의 그림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사람에 주목해 쫓아가다 보면 다름을 볼 수 있고 다름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동화책에는 남편과는 사별하고 자식들은 모두 외지에 나가 있어 외로운 여성이 공원에서 자신을 짝사랑했던 이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 서툴게 마음을 주고받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영감을 찾는 젊은 시인과 현상의 본질을 찾는 꼬마 과학자가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 이주민인 할머니와 소년이 함께 작은 성취를 이루고 축하하는 이야기,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고양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참새도 청중으로 존중하는 플루티스트의 자기 고백이 수록되어 있다. 다행히도 이야기는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공원에 어울리는 결말이다. 이 동화에서처럼 사람들은 ‘1. 휴식 2. 산책 3. 놀이 4 친구 만나기 5. 기타’로만은 드러나지 않는 자신들만의 사연을 가지고 공원을 찾는다. 하나의 그림에서는 그 이야기가 포착되지 않지만, 우리의 일상처럼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열두 개의 그림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밀도 높은 질감의 일상을 만나게 된다. 붉은 물고기는 무심히 공원을 헤엄치고 있는 듯하지만, 관찰자이다. 이 연재에서는 붉은 물고기가 되어 공원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 특히 평범, 정상이라는 단어를 확장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보려 한다. 그래서 공원의 미래를 그리는 투시도의 풍경이 풍부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연재의 제목은 ‘공원에 간다’이다. 주어와 목적어가 빠져있다. 앞으로 이어지는 글에서 다양한 주어와 목적어를 대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 2023-05-08
  •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이슈화되어 정부에서 청년수당이니 내일채임공제니 청년 관련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정작 만나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한결같이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고 호소를 한다. 필자의 회사에서도 운 좋게 입사지원자가 있어 면접 날짜를 잡으면 불참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입사하기로 약속을 한 후에도 출근 전날 입사 취소를 통보당하기 일쑤이다. 그럴 때면 우리 회사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면접관인 내가 질문을 잘못했나, 면접을 잘못 본 것인가? 역으로 고민하게 된다. 면접자가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며 긴장하던 때는 고래적 이야기이고 이제 젊은 청년들을 뽑기 위해서는 면접관이 면접자에게 회사의 매력을 어필해야하는 그런 상황이 온 듯하다. 중소기업의 급여나 복지 수준이 대기업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이렇게 젊은 청년들 찾기가 힘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2022년 대학 정원이 49만 명인데 응시생은 42만 명이었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과 지방국립대를 제외하고는 대학이 다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지방대학은 학생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생산활동 인구로 보면 1971년생이 94만 4179명인데 2002년생은 49만 111명이니 출생인구가 절반으로 꺾인 셈이다. 맞다! 정말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 젊은 인구 중 몇 명이 우리의 산업으로 유입될 것인가? 의사, 변호사, 변리사 등 전문 직종, 하이테크 기업, 대기업, 중견기업, 공무원 등 순서대로 이력서가 빠져나가면 과연 우리 조경계에는 몇 장의 이력서가 들어올 것인가? 타 산업 분야에서는 이런 이유로 스마트 공장을 도입해 최소의 인원으로도 생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챗 GPT 등을 업무에 도입해 시간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들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경 업종은 디자인, 설계, 영업, 생산, 현장관리 등 전통적인 산업 형태로 로봇이나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업무가 많지 않다. 생산 분야도 맞춤식 오더메이드가 많으니 표준화를 통한 생산 자동화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사람에 의해 움직여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 현장의 업무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근거지에서 벗어난 타지방 근무가 대다수이고 통상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을 상주해야하다 보니 워라밸을 강조하는 청년들에게는 매력적인 직장이 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향해 가듯 조경계도 고령화 이슈가 곧 닥쳐올 것이다. 상황은 답답한데 이 상황을 타개할 묘수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있는 회사 또한 인력난으로 조직이 안정화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에 임직원들이 모여 토론을 하면서 우리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인식에 이르렀다. 나라님도 못하는 인구절벽 문제로 세상을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니 우리가 청년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보자 이렇게 결심한 것이다. 먼저 회사의 중심 간부들이 청년이 회사의 자산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돈도 기술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청년이 오래 근속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을 회사의 제1원칙으로 삼기로 하였다. 그러자면 청년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갑질, 꼰대 행위, 부당한 지시, 불공정한 인사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청년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4년 근속 1개월 유급 휴가제를 도입키로 하였다. 직원들의 이직 패턴을 보면 입사 후 2-3년 지나면 1차 퇴사 바람이 분다. 국가에서 젊은 청년들의 근로연속성을 위해 본인 부담금에 더해 국가와 기업이 반반씩 부담하여 목돈을 마련해주는 내일채움공제도 만들었지만 만 2년 기준이라 그 시기만 채우고 그만두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한 직장에서 3년 정도 근속하면 사실 다른 일도 해보고 싶고 연봉도 점프하고 싶고 잠시 쉬기도 하고 싶지 않은가. 나 또한 직장에 다닐 적에 실적 스트레스, 조직 내부 인간관계 스트레스로 어디 유럽이나 장거리 여행이라도 훌쩍 다녀오고 싶었지만 앞뒤 주말을 끼어 넣어도 9일 이상 휴가를 내면 눈치가 보이니 그런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이럴 때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다고 하니 이 때를 잡아야 했다. 유급 휴가를 주는 근속연수를 3년을 해야한다 5년을 해야한다 말들이 많았지만 필자의 회사는 4년 근속을 기준하여 4년마다 1개월의 유급휴가를 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현재 주 1회 2시간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있는데 단축 근무에 따른 업무 손실보다 직원들 만족도가 높아 내년부터는 4.5일제도 도입을 검토해보려 한다. 물론 생산 공장과 현장 근무자들은 일이 몰리는 시기에 야근과 휴일 근무를 할 수밖에 없어 본사 근무자들과의 여러가지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근로시간 감축을 목표로 생산관리, 현장 스케줄 관리에 혁신을 꾀해야 한다. 셋째, 직원들의 채용과 인사관리를 위한 전담 부서를 두기로 하였다. 사람이 자산이라면 이 자산관리를 위해 온전히 고민하는 전담부서와 인력이 있어야 한다. 사실 필자의 회사 같은 규모에서는 관리부서나 총무부서가 직원 채용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구인사이트에 공고를 올려놓고 (유료 광고도 비싸서 잘 하지 않는다) 입사 지원자를 기다리는 것이 여태껏 우리가 해왔던 방식이었다면 인사관리 전담부서는 근무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인재를 찾는 데에 시간을 투자한다. 이력서를 뒤져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고 그에게 메일을 보내 회사를 소개하며 면접제의를 한다. 면접을 볼 때에는 회사도 격식을 갖추어 인재를 맞이하고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면 먼저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내규 등을 체계적으로 브리핑하고 바로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업을 파악하고 회사와 업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오리엔테이션을 반드시 갖는다. 이 부서는 직원 고충 상담도 진행하는 데 대표이사 직할의 독립된 부서로 기능하면서 각 부서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위계 간에는 말하지 못하는 고충을 듣고 상담을 해주거나 회사 내부의 문제라면 공식적인 의제로 올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부서를 만들고 난 뒤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담당자와 상담을 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넷째, 시니어 및 중년 인력에 칸막이를 치지 않고 현업에 적극 영입하기로 하였다. 조직생활의 정점을 찍어본 6말7초(1960년대 말~1970년대 초) 인재들이 퇴직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인력 시장에 많이 나와 있다. 71년생 돼지띠가 현재 우리나라 인구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하니 이런 수치가 반영된 듯하다. 주요 관리 보직을 맡기기 위해 스카우트하는 것이 아니라 현업에 실무자급으로 이런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다. 짧게는 20년에서 많게는 30년까지 조직생활을 경험해 본 이들이니 업무파악이나 조직 생활의 눈치는 다들 10단 이상이다. 다만 회사들이 시니어 인력 영입을 꺼리는 이유는 그분들에겐 그간 해왔던 업의 지문이 뿌리깊게 박혀있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룸이 부족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새 회사의 마인드와 룰을 먼저 이해하고 여기에 자신의 경험치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사안마다 자신이 그간 해왔던 방식이나 사고했던 패턴과 부딪치게 되면 이게 막상 말처럼 쉽지가 않은 것이다. 여기에는 시니어 인력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으로 여기고 나이 어린 상관에게 배우고 보필하는 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해내야 한다. 젊은 선임자가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내가 더 넓은 도량의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육지책이라며 쏟아냈지만 어쩌면 이것이 원래했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인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회사 50대들이 워라밸을 외치며 직장인 락밴드를 만들겠다고 한다. 뭐든 좋다. 신나게 일하고 신나게 놀 수 있다면. 그래서 건강한 에너지가 쌓여 그대들의 삶과 기업이 함께 행복할 수 있다면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사람은 모든 회사의 제1 자산이다. 허수경 / 엔쓰컴퍼니 대표
  •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 ‘생태기반적응’(Ecosystem-basedAdaptation).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초래한 자업자득의 결과인 ‘기후위기’라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비용효율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이 추구하는 바는 “기후변화영향으로부터 발생하는 직접적인 위험을 생태계 시스템을 통해 줄이거나 해소하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결국 인간이 초래했지만 첨단의 과학기술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오히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위기의 완화를 위해 다시 자연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노력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이 할 일은 자연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곳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곳을 방해하지 않는 것과, 자연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곳을 복원하여 자연시스템이 다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비용의 절약과 기능의 최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너무나 합리적 방법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이 방법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자연 스스로의 시스템이 잘 작용되는 곳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 대표적인 곳이 숲과 하천이다. 지면의 한계상 이 글에서는 숲에 한정하여 얘기해보고자 한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인위적으로 산에 나무를 심은 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의 80%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산에 나무를 인위적으로 심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식재한 면적이 무려 국토의 절반에 가까우니,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낸 ‘엄청난’ 결과임이 분명하다. 산림청은 이 ‘엄청난’ 사실을 우리나라의 근면성실한 국민이 만들어낸 기적이라 홍보하기에 지금도 여념이 없다. 벌거벗은 산을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열심히 노력하여 푸르게 만든 유일한 나라라고 말이다. 그러나 ‘엄청난’ 결과의 의미는 반드시 좋은 쪽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과연 나무를 심어서 우리 산이 푸르게 변했을까?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먼저 던져보자. 지금까지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반드시 그 과정을 따라가야만 한다. 지금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단편적인 답 대신 과정을 추적해보자. 나무를 심어서 우리 산이 푸르게 변했다면 지금 우리나라 산림은 모두 인위적으로 조성된 식재림이 차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국토의 절반에 나무를 심었으니, 당연히 우리 산림은 모두 조림한 곳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의 80% 이상은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낸 숲이다. 인위적으로 조림한 숲이 차지하는 면적은 2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한국전쟁 이후 거의 모든 숲이 황폐화되었음을 감안할 때, 식재한 숲의 대부분은 스스로 자라난 나무들에 밀려 도태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20%밖에 남아있지 않은 조림지 또한 스스로는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거의 대부분 조림지는 자연이 스스로 길러내는 나무들을 지속적으로 사람이 잘라주어야만 겨우 유지되는 반쪽짜리 숲일 뿐이다. 이 과정이 ‘숲가꾸기’라는 사업으로 포장되어 있다. 꽤 아름다운 이름으로 포장된 이 사업은 주어진 환경조건에서 가장 적합하게 자랄 수 있는 나무들이 스스로 싹을 틔워 건강하게 자리잡은 것을 잘라내어 자연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나무를 억지로 유지시킨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스스로 자라나는 나무를 잘라주어도 자연은 제 힘으로 그 토지에 가장 적합한 나무들을 더 빠르게 길러내는 능력을 보인다. 그렇게 인공조림된 숲은 자연의 힘에 빠르게 밀려나게 된다. 산림청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산림에서 자라나고 있는 나무들의 평균수령은 불과 40년 전후에 그치고 있다. 30~40년 나이의 수림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9%에 달하고 40~50년 나이의 수림대가 33%를 차지한다. 50년 이상 나이의 수림대는 전체 산림의 5%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조림은 언제 주로 진행되었을까? 50년 이상의 나이를 보여야 하는 숲인, 1973년 이전까지 식재된 면적은 국토산림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무려 전체 산림면적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30~40년 나이의 수림대가 되었을, 1984~1993년의 10년 사이에 식재된 면적은 불과 7%에 불과하다. 산에 나무를 식재한 시기와 현재 숲의 나이가 전혀 맞지 않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실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 불일치하는 수치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푸르러진 우리 숲은 인위적인 식재에 의해 조성된 숲이 아니라, 자연 스스로 자라나 형성되었다는 설명 뿐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전환 역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거의 모든 난방과 취사에너지가 나무에 의존했던 시기는 전후 1960년대 급진적으로 변화된다. 시골을 제외하면 나무를 구할 수도 없었기에 도시의 에너지원으로 연탄이 빠르게 자리잡았으며, 또다시 1980년대 후반부터 전국이 석유와 천연가스로 대체된다. 도시는 지금은 향수가 된, 30여 년 동안을 함께 한 연탄이라는 에너지 과도기가 있었지만, 시골은 나무에서 곧장 석유로 전환된다. 1980년대 시골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추억을 소환해 보길 바란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시골에까지 본격적으로 진행된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의 핵심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늘이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반대급부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나무를 베어내지 않아, 배출된 탄소를 빠르게 흡수하는 자연환경의 전환기회를 맞았다. 그 이전까지 숲과 인접한 가구 대부분이 나무를 난방연료로 사용하던 것에서 벗어나게 되니 자연스레 숲에서 자라는 나무를 베어내지 않아도 되었고, 이러한 에너지 전환이 시작되면서 우리 숲은 드디어 인위적 간섭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풍성하게 만들어왔던 것이다. 불과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거의 모든 지역의 에너지가 바뀐, 이 시점은 지금 현재 우리 숲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들의 나이와 일치한다. 나무를 심어서 숲이 푸르러진 것이 아니라, 나무를 더이상 베지 않아서 자연이 스스로 숲을 푸르게 만들어준 것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숲이 빠르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한 일은 무엇일까? 나무를 심어주었다는 것은 앞선 통계에서와 같이 맞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한 일은 “숲을 그대로 둔 것” 밖에는 없다. 자연 스스로 해법을 만든 것이다. 돈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이 알아서 일을 해 준 것이다. 그게 자연(自然)이다. 숲의 자연갱신을 유도하면 엄청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면서,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나무들이 자라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훨씬 건강한 숲이 만들어진다. 자연이 스스로 만든 숲은 온갖 병충해에도 강하게 견딜 수 있으며, 산불에도, 건조에도, 폭우에도 강하다. 아울러 인위적으로 심고 가꾸는 숲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저장하게 된다. Nature에 게재된 Lewis 등(2019)의 연구에 의하면 자연림은 식재림에 비해 무려 42배나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고 결론 내렸다. 생물다양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높아진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천연갱신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왜일까?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벌채를 할 경우 반드시 조림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언뜻 베었으니 심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자연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무를 자른 주변에 자연 스스로 어린 나무들이 다시 잘 자라니 굳이 심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긁어 부스럼이 되기 때문이다. 심는다고 숲을 교란시키고, 다시 심은 나무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자연 스스로 길러내는 훨씬 건강한 나무를 잘라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산불지역도 마찬가지다. 위 법률에서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데, 자연적으로 산림이 조성되는 경우에는 조림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벌채 후 3년 이내에 일정 정도 어린나무가 자라게 되면 조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기간을 기다리게 되면 거의 모든 숲에서는 어린 나무가 밀생하게 된다. 그러니 조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반적 관행으로 벌채 후 곧바로 조림하게 된다. 정부에서 조림비용의 90%, 상황에 따라 100%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조림 후 모든 관리비용 또한 정부의 세금으로 지원이 되니, 산주는 조림을 하지 않으면 마치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보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산주에게 돌려주는 지원을 못 받는 것으로 착각되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기후위기시대 최고의 해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자연기반해법’과 ‘생태기반적응’의 개념으로 가보자. 숲은 그대로 두면 (훼손된 숲이라 하더라도, 심지어 산불에 의해 모든 생명이 죽은 것처럼 보이는 숲이라 하더라도) 자연 스스로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는 곳이다. 결국 숲에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는 것은 자연의 시스템을 방해하는 것이며,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얻는 혜택을 너무나 많이 줄이게 된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되돌릴 수 없는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방법은 자연의 힘을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산에는 나무를 심지 말자! 자연 스스로가 최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홍석환 /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예부터 우리는 한반도를 삼천리금수강산이라 불러 국토의 아름다움과 귀중함을 강조하고 관리해 왔다. 또한 한국인은 도교와 유교 그리고 풍수사상 등 동양철학과 사상을 바탕으로 공간 만들기와 식재 등을 실시해 왔다. 왕실에서도 정원 공간을 잘 꾸미고 관리하기 위해 장원서, 상림원 등의 부서를 만들고 ‘동산바치’라는 직책을 두기도 했다. 그러나 한반도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급격한 산업화 등으로 혼란기를 거치면서 황폐해진 국토가 되기도 했고 일부 무분별한 식재로 우리의 자연관과 아름다움을 왜곡 상실하기도 했다. 최근 많은 환경문제와 기후변화, 쾌적한 환경에 대한 시민 욕구 등으로 우리 조경문화의 가치가 날로 중시되고 있는 시점에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제도를 만들어 조경문화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등재 보존 관리하고 있는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유산 제도의 근간이 되는 것은 1931년의 아테네 헌장과 1964년의 베네치아 헌장이며, 조경(정원)문화에 관한 내용은 1981년에 채택된 피렌체 헌장( HISTORIC GARDENS-THE FLORENCE CHARTER 1981)이다. 피렌체 헌장은 역사 정원에 관한 내용으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와 조경가 협회(ICOMOS-FILA)가 작성하여 채택된 헌장이다. 이 헌장의 주요 내용은 역사 정원에 대한‘정의와 목적’, ‘유지관리-보존-보전-복원-중건’, ‘이용’, ‘법적 행정적 보호’ 등의 항목으로 이루어지며 이후 이어지는 각종 헌장이 선언되며 보완되고 있다. 여기서 역사 정원은 ‘역사적 예술적 관점에서 건축적, 원예적 구성으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요소로서 계절의 순환, 자연의 성장과 소멸을 이어가고 유지하고자 하는 예술가적 존재감을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정의한다. 이는 유적과 자연을 명상과 휴식에 적합한 이상적 향유의 장소이며, 인류가 갖고 있는 세계관의 우주적 상징성을 갖춘 문화, 양식, 시대 및 창조적 산물로서 그 가치의 독창성을 유산으로 해석하고 보존, 보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이 헌장은 소정원과 대공원은 물론 해당 유적 및 건조물과 관련된 주변 일체의 경관과 환경을 포함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등재 기준 중 조경 디자인적 가치를 평가하여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계유산 등재 기준 Ⅱ항목인 ‘오랜 세월에 걸쳐 또는 세계의 일정 문화권 내에서 건축이나 기술 발전, 기념물 제작, 도시 계획이나 조경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인간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유적에 대하여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고 있다. 대표적 정원문화로서 세계유산 범주에 넣어 인류가 함께 보존 관리하기로 한 것에는 이탈리아의 메디치 장, 프랑스의 베르사유, 스페인의 알람브라궁원, 일본의 용안사, 중국의 소주 정원 등이 있으며, 우리의 창덕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계유산 등재는 등재 기준 Ⅰ항에서 Ⅵ항까지는 문화유산의 범주이며 Ⅶ항에서 Ⅹ항은 자연유산의 범주이다. 이들 정원의 보존과 유지관리는 유산(문화와 자연)의 가치 보존과 목록화(식물과 설계양식 등), 유산과의 조화와 통일성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주요 재료가 식생이므로 필요 때마다 식생의 도입과 교체프로그램 등의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복원과 중건은 유적의 발굴단계부터 훈련된 역사가, 건축가, 조경전문가, 정원사 또는 식물학자 등의 참여 속에 유지관리 복원되어야 하며 필요한 식물 종의 주기적 번식 등의 절차가 요구된다. 조경 공간의 보존관리는 우리 인류 모두가 함께 즐기고 향유하는 공간으로서 역사적 배경과 공간의 가치를 적절히 보존 관리하며 정기적 평가와 보수 유지, 주변 경관과의 조화와 보전 그리고 이용객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정원(경관) 유산에 대한 존중과 인식 제고, 훈련된 전문가의 양성, 관리 보존을 위한 법제화, 유관 협력 기관과의 협조, 생태자원의 주기적 번식과 적합한 규격화와 생태계의 균형(기후변화 등 검토), 과학적 연구와 대중화(국제적 교류 및 홍보)가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이들 유산과 경관 지역에 관한 구체적 연구와 보전관리가 요구된다고 유네스코는 권고하고 있다. 위와 같이 조경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범주에서 중요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국의 자연관과 철학관을 볼 수 있는 자긍심의 공간으로서 지속적으로 잘 보전하고 이어가야 할 중요 자원이며 유산이다. 이들에 대한 체계적 보존과 보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수십, 수백 년 후에는 현재 우리 조경 인들의 노고가 뛰어난 조경 또는 정원문화로 이어져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창환 / 상지대학교 명예교수
    • 이창환 상지대학교 명예교수
    • 2023-04-18
  • 사유의 방 2015년 11월 1일 오전 10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두 분의 금동반가사유상을 실물로 처음 마주한 시(時) · 공간(空間)이다. 두 분이 같은 공간에서 특별 전시 형태로 전시된 것은 1986년, 2004년, 그리고 2015년 세 번뿐이었다. 첫 만남의 시간이 짧았던 탓에 아쉬운 마음을 안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해오던 중, 6년쯤 지난 2021년 11월 12일부터 두 분을 함께 모시는 상설전시공간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마련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10호 「사유의 방」, 나만의 퀘렌시아(Querencia)가 한 곳 추가됐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 Time to lose yourself deep in wandering though 퀘렌시아(Querencia) 2018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내놓은 ‘트렌트 코리아 2018’을 본 후 익숙해진 퀘렌시아(Querencia). 현대인들이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을 뜻하는 용어다. 퀘렌시아란? 스페인어로 ‘귀소 본능, 안식처’를 뜻하는 말로서 투우(鬪牛) 경기에서 투우사와의 싸움 중에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영역을 지칭한다고 한다. 이는 투우 경기장 안의 특정한 공간이 아니라, 경기 중에 투우 소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피난처로 삼는 곳으로, 투우사는 퀘렌시아 안에 있는 소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현대인도 치열한 삶의 순간마다 방해받지 않고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쾌적한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공원(公園)은 자신만의 개인 정원을 갖기 어려운 서민들의 퀘렌시아 역할을 해왔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귀소하는 본능 또한 같은 의미일 듯. 일상의 생활공간에서는 아빠는 서재, 엄마는 주방, 어린 아이에게는 거실의 인디언 천막이 되고, 또는 집 자체가 가족의 퀘렌시아이기도 하고, 산을 찾는 등산객에게는 고갯마루의 나무의자일 수도 있다. 이렇듯 자신만을 위한 공간, 그리고 시간을 퀘렌시아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식물이 함께하는 온실카페, 식물원, 미술관 등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퀘렌시아가 된다. 조경가나 정원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자기만의 비밀정원(祕苑, Secret Garden)을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비밀의 정원(祕苑, Secret Garden) 나만의 시크릿 가든 - 이 시간 이후에는 공개된 정원이 될 수도 있겠다 - 그곳은 워커힐 호텔 내에 위치한 수영장과 SK 연수원 아카디아(ACADIA) 사이의 포켓정원이다. 워커힐은 한강과 아차산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다. 평소 아차산 산행을 즐겼기에 워커힐은 자주 찾았던 장소였다. 워커힐 호텔은 북한에서 특사들이 내려올 때면 자연 지형의 특성으로 경호가 수월하다는 이유로 숙소로 자주 이용됐던 곳이기도 하고, 1964년 초 국민배우 신성일과 엄앵란의 결혼식 장소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러한 시간의 흔적에 대한 끌림 때문인지, 자주 찾았다. 그러다 보니 아차산 일대를 돌아 돌아 아차산성부터 SK그룹의 사적인 공간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시크릿 가든’은 한강의 입수(入水)와 출수(出水)가 조망되는 공간이다.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 그래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이곳은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 아닌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지만 잘 몰라서 못 가는 곳이다. 조경가는 특정인 또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을 만들어 이용토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얼마나 훌륭한 소명(召命)인가. 그러나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에 도취(陶醉)되어 잊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볼 때가 되었다.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기 이전에 친환경 경영(Environmental),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갖추고 이행해야 한다. E.S.G. E.S.G란?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에서 첫 글자를 조합한 신조어로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의미한다. 친환경 경영(Environmental) : 환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관련 이슈이다. 전 세계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생존을 위해 앞으로 기업은 과감한 탄소배출 절감과 더 나아가 넷-제로(Net-Zero)를 추구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더불어 환경오염 저감을 위한 자원 및 폐기물 관리, 에너지의 효율화도 중요한 일이다. 기업들의 대표적인 친환경 경영 참여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를 의미하는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는 ‘태양열’이다. 에너지 분야 다음은 자원 분야이다. ‘WRC(Water Resilience Coalition)’는 2050년까지 기업의 ‘수자원 사용 순 제로(net zero)’를 목표로 하는데, 대표적인 탄소 중립 수자원은 ‘빗물’이다. 사회적 책임 (Social) : 사회 측면에서는 기업이 소비자, 직원들의 인권 보장과 데이터 보호, 다양성의 고려, 공급망 및 지역 사회와의 협력관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사회적 책임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단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이는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로 중세유럽에서 귀족들이 전쟁터에 솔선해서 참여했던 전통과 영국 등 왕실 자녀들이 국방 의무를 솔선해서 이행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경주 최부자의 가훈이 회자(膾炙)되기도 한다. 경주 최부자 가문에서는 수신(修身) 측면의 6연(六然), 제가(齊家) 측면의 6훈(六訓)으로써 개인의 처신과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6연(六然) : 수신(修身) ① 자처초연(自處超然) : 몸가짐을 초연하게 하라 ② 대인애연(對人靄然) : 다른 사람에게 온화하게 대하라 ③ 무사징연( 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는 마음을 맑게 하라 ④ 유사감연(有事斬然) : 일이 있을 때는 단호하게 대처하라 ⑤ 득의담연(得意澹然) : 뜻을 이뤘을 때 담담하게 행동하라 ⑥ 실의초연(失意泰然) : 실패하더라도 태연하게 행동하라 6훈(六訓) : 제가(齊家) ①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②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③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④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⑤ 주변 100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⑥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 : 기업의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러한 친환경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투명성, 신뢰성 높은 이사회 구성과 감사위원회 구축 등이 필요하다. 또한 뇌물에 의한 부패를 예방하고, 청탁, 로비 및 정치 기부금 활동 등에서 기업윤리를 준수함으로써 지배구조 가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전문 경영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투명한 지배구조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한국조경계의 E.S.G는 ? 1) 친환경 경영 : 비용, 유지관리를 앞세워서 건축물 실내 · 외에 플라스틱 식물 소재로 그린워싱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2) 사회적 책임 : 연탄 나눔봉사로 사회적 책무를 면피하려는 것은 아닐지? 3) 투명한 지배구조 : 직원들은 저임금에 야근 필수, 철야 선택을 강요당하고 대표들은 영업을 빌미로 골프장으로 출, 퇴근하는 것은 아닌지? 개별기업이 잘하고 있다면, 한국조경계 전반으로 확산해야 할 것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조경계가 협력하여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박경복/ 가든프로젝트 대표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대학교 학부 생활 동안 조경을 전공하고 졸업하면서 사회에 한발 내딛기 시작한 새싹 조경가가 되었다. 이 글은 조경인을 꿈꾸는, 혹은 고민하고 있는 미래의 새싹 조경인들을 위한 글이다. 내가 그리는 조경의 미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조경의 문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싹 조경인들의 힘이 필요하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아직 조경을 생소한 분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경인의 일원으로서 조경이라는 분야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 새싹 조경인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누군가가 들으면 가장 기초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언제나 기본은 가장 중요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던져져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세상은 내가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궁금한 것이 생겼다면 끝까지 매달리고 영역을 확장해 나아가야 한다. 또한, 관심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조경과 관련된 여러 대외활동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학교 강의에서는 기본적인 이론을 학습하고 흥미로운 실습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학교 안에서 채워질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교내 소학회, 2021 정원드림프로젝트, 한국조경학회 라(LA)PD 서포터즈 활동, 한국경관학회 학생기자단 그리고 환경조경나눔연구원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까지 다양한 활동들에 참가했다. 교내 소학회 활동을 통해 동기, 선배, 후배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2021 정원 드림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정원을 조성하는 A부터 Z까지 다방면의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한국조경학회 라PD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다양한 조경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한국경관학회 학생기자단 활동을 통해 특정 조경 소재를 집중 취재하는 경험을 했다. 내가 느낀 조경의 큰 매력은 사람과 자연을 이어준다는 점과 공간의 분위기를 크게 바꾼다는 점이었다. 나는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섭리가 신기했고,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에 식물이 들어감으로써 활기가 넘치고 한순간에 다른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 좋았다.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즐겨 해왔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과 또 다른 좋아하는 것을 함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대학생 녹색 나눔 봉사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봉사하는 경험은 더욱 특별하고 흥미로웠다.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활동을 통해 봉사의 기쁨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어디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들이 존재한다. 정원 재생 나눔 봉사를 진행하며 그저 무의미하게 흘러갈 수 있는 시간과 조그만 손길을 모아 누군가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경험을 했다. 나의 작은 손길은 별것 아닐 수 있지만, 봉사 단원 친구들의 작은 손길이 모여 다 같이 큰 결과물을 이루어냈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꼈다. 더불어 조경을 배우면서, 조경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자연을 통한 치유, 식물을 감상하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 등의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다. 또한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활동을 통해 다른 학교 조경학과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대학교 재학 시절 중 대부분의 시간을 코로나와 함께 했기 때문에 같은 학과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봉사단원 친구들과 관심 조경 분야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조경 정보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학교마다 커리큘럼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시각을 공유할 수 있었고,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내가 다른 학교 친구들에 비해 부족한 점과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대학생활을 더욱 다채롭고 풍부하게 해주었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만지고 경험하는 것이 나의 세계를 더 크게 만들어주었고, 내가 꿈꾸는 세상도 확장시켜 주었다. 대학생활은 되돌아보면 한순간같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때문에 학생이라는 신분 안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두려움 없이 해보았으면 한다. 여러 대외 활동들을 통해 조경계획, 설계, 시공, 감리 등의 세부적인 관심 분야를 정하고, 점차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우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세류에 흔들림 없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세상의 흐름을 잘 읽고 조경도 함께 발맞추어 나아가야 한다. 미리미리 대비를 해둔다면, 훌륭한 조경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앞으로 조경가의 길을 걸으며 이 글에 담은 이야기들과 마음가짐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항상 유지할 것을 이 글을 쓰면서 다짐하고자 한다.
    • 고선영 환경조경나눔연구원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9기 대표
    • 2023-03-09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높이뛰기에서는 메뚜기보다, 힘에 있어서는 코끼리보다, 무는 힘은 악어보다, 단순작업에서는 개미보다,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치타보다 훨씬 못한 인간이 어떻게 지구상 최고의 포식자가 되었을까? 사람을 뜻하는 한자의 ‘인人’은 두 사람이 기대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지구상의 생명체 가운데 그리 강자가 아니었던 인간이 서로와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힘을 갖게 되었음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문자인데, 3년 전에는 생명체로도 분류되지 않는 어떤 놈이 최상위 포식자들의 관계 맺음에 경고를 보냈다. 환경의 문제인지 인간 자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조경은 물론이고 사회 전분야를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다. 1000일 정도가 지나고서야 여러 분야에서 속도는 느리지만 그 위기상황으로부터 탈출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경세상은 어떤 준비와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3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했다고 하는 공원과 정원을 다시 생각해 본다. 조경이라는 말이 있기 전까지의 인간이 만든 녹색공간은 모두 정원이었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옴스테드가 Architectect에 Landscape라는 말을 붙이기 전까지는 그랬다. 당시에는 신조어였을 조경이 우리 모두에게 통용되는 지금은 번듯한 직업이 되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프랑스 대혁명의 산물이라 하겠다. 권력이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던 시대에는 garden 그리고 gardener는 세도가들만의 세계였다. 당연히 정원은 온전히 private 공간이었고, 소유 역시 특권층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역사에는 실패한 혁명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민중, 국민, 시민이라는 가치를 알게 해주었고 그들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을 내일의 희망으로 남겨두었었다. 그 희망이 열매를 맺어 public garden인 park와 함께 조경가라는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지고 이젠 150여년의 시간이 지나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초기의 도시공원들은 대부분 여건이 좋은 곳을 대상으로 국가가 개입하여 조성(어린이대공원, 올림픽공원 등)하는 방식이었다.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10,000를 전후로 하던 시대가 되면서 지방정부에 의한 공원(여의도생태공원 등)이 만들어졌고, $20,000 시대에는 부적합 시설 이전지, 못쓰는 곳, 훼손된 곳 등이 공원(선유도공원, 난지하늘공원 등)으로 자격을 갖게 되었으며, $30,000를 넘어서자 국가공원이라는 법적 용어가 만들어지고 대형화(미군부대 이전지, DMZ평화공원 등)하면서 다시 국가가 조성 주체가 되고 있다. 이 흐름의 후반부에 등장한 새로운 개념의 공원이 문자 그대로의 public garden인 국가정원이다. 아직은 개념 정리가 명확하지 않기는 하지만 정원이 특권층으로부터 일반인에게 넘어오고 있는 순간이라 하겠다. 그간의 각종 정원 관련 박람회장에 설치된 기획정원은 ‘작가정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이것을 공원의 개념으로 보면 공간 혹은 시설 프로그램의 특정 유형이므로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의 탄생이 아니라 조경이라는 직업군 속의 하나로 이해하면 충분할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현상이므로 문화적 측면에서 이해하고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 정원의 개념을 잠시 돌아보자. 둘러싸고(gan) 즐거움(oden)을 주는 곳이 garden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림과 뜻 글자인 한자 ‘원園, 유囿’를 보아도 둘러싸인 곳이 동산임은 동‧서양의 공통개념인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게임방이나 만화방 혹은 노래방 심지어는 커피숍 등도 garden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은가? 나는 둘러쌈과 즐거움에 더하여 노동력과 생산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피로감(작업에 따르는 근육통 등)도 포함시키려 한다. 이것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므로 나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크게 반대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작업 후의 통증은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생성되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등으로 비교할 수 있는데, 가드닝에 따르는 통증도 그것임에 틀림이 없다. 아마도 치유정원의 가치도 여기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린시절의 나는 허약체질로 자주 앓아누웠었다. 그래도 모든 아이들처럼 뛰고 노는 것이 좋아 밥 먹으라는 엄마의 호통이 있어야 겨우 집으로 기어들어 갔고, 조금 있다가는 슬그머니 빠져나가 몇 시인지도 모르고 동네를 달리고 또 달렸었다. 다음 날의 근육통이 허약체질의 성장통과 겹쳐 학교에는 기어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어제와 똑같이 뜀박질을 반복하곤 했다.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 중에 참가한 체육행사 후의 근육통으로 엉금엉금 걸어 출근을 했지만 그것에서 느꼈던 쾌감은 또 어떤가? 이제는 9년째에 접어든 정원만들기는 중년인 지금 나에게 청소년 시절의 그 통증이 주었던 쾌감을 소환하기에 충분하다. 허약한 시절의 뜀박질과 놀이가 작용했을까 청년기엔 운동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웠을 정도의 활약을 했고, 그것이 건강을 지켜주었던 원천이 되었듯이 지금의 가드닝을 통해 얻은 근육통이 노년의 건강유지를 위한 적립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적어도 이 정도의 개념을 가지고 접근을 한다면 AI가 활약을 하고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새로운 차원이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새 세상에서 대중문화와 만난 정원은 의외의 해법이 되어줄 것 같아 자못 기대감이 커진다. 정원 혹은 가드닝은 의식주와 같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므로 경제적 여력의 보유는 물론이고 성취감을 기저로 하는 자기표현이라는 (고급)문화현상이라는 것을 이유로 달고 싶다. 루이 14세가 베르사이유를 만들고 즐겼다면 gardener가 되어야 마땅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르노뜨르 역시 나의 기준으로는 직업인으로서의 가드너가 아니라 가드너라는 직위를 가진 사람으로 봐야 할 것이다. 루브르박물관에는 황제들의 초상화가 걸린 방이 하나 있는데, 황제들 사이에 르노뜨르가 자리하고 있음을 봐도 특별한 직위였음을 알 수 있다. 현재도 그렇겠지만 유산으로서의 정원들은 소유자와 조성‧관리자가 독립적으로 존재했었다. 그렇기에 박람회 등을 통해 선보인 ‘작가’들은 가드너와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들을 ‘gardenister’로 부르면 어떨까? 올해로 개장 10년을 맞는 순천만국가정원을 본격적 정원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아직도 우리는 출발선상에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국가가 지방정원이나 국가정원을 만드는 목적이 정원문화의 확산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지역을 재생시키는 것이라면 gardenister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gardener의 활약에 더 많은 기대를 건다고 봐야 한다. 소유물로서의 정원, 재력과 권력의 상징인 정원, 정원소유주와 고용인으로서의 정원사보다는 행위를 담는 place로서의 정원, 주인이 바로 정원사인 상황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원의 본모습이어야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만 헤세는 스스로를 정원사로 불렀다. 한때 주변으로부터 펜을 놓고 사회와 등을 진 보잘것없는 농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던 진정한 가드너였다. ‘유리알 유희’를 구상한 것도 모차르트 음악이 은은히 들리는 정원에서의 일과 중에서 였다고 한다. 화가이기도 했던 그가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었던 일은 정원관리였을 것이다. 아버지를 통해 가드너로서의 자질을 이어받음으로써 생활과 가드닝이 일체화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 활동이 내일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장담해 본다. 김태경 / 강릉원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한국조경학회장
  • 이 글은 ‘기묘한 이야기’에서 이어진다. 지난 글에서는 공원이 조경가가 하는 과업 목록에 없는 것, 자기 임기 중에는 번거로운 일이 안 일어났으면 하는 발주처, 조경 면허는 있지만 조경 부서는 없다고 하는 회사, 미필적 계약 연장과 이로 인한 피해, 소규모 회사에 더 불리해진 가산점 기준, 말아먹어도 점수가 되는 실적, 아무리 잘해도 싼 가격을 이길 수 없는 평가 제도 등을 살펴보았다. 이상한 일을 이상하다고 말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자칫 이를 그저 그런 푸념으로 치부되기 쉽기에,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1. 너는 왜 계속 손님이냐, 돈 내고 가입하고 주인 하라 조경 분야에 이미 많은 조직이 만들어져 있는데 아마 많은 사람이 어떤 단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거나, 안다 해도 이 단체들의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사실 ‘협회’가 정말 잘 돌아가는 경우는 조경이나 한국을 떠나서도 매우 드문 일인 듯하다. 협회와 같은 조직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뭉치기는 했지만, 참여나 활동이 강제되지 않기 때문에, 조직의 태생부터가 계 모임보다도 적극적 참여에 대한 희망을 품기 어려울 수 있다. 손님처럼 앉아있고, 방관자처럼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들이 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늘 나서는 똑같은 사람 (STP, same ten people)의 목소리에 휩쓸리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소극적인 구성원에게 그저 뭐라고만 할 수 없다. 먹고살기도 녹록지 않으면 정치 활동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또, 너무 순수한 사람은 부조리와 불합리, 불공정을 보면서 더 빠르게 지쳐나간다. 애써 나서보는 사람들도, 방관하는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비판이나 고질적인 무관심 속에서 겨우 자리만 지키는 경우가 많다. 나는 내가 정말 별로 탐탁지도 않아 하는 어느 정당에 몇 년 전부터 꼬박꼬박 당비를 납부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하는 모든 일에 응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놓기 위해서다. 주요한 몇 개 사안에 대해 권리 당원으로서의 투표권을 행사한다. 지방자치단체 후보로 이미 누가 나왔을 때, 누구한테 흠이 덜 있나 고민해봐도 몰라서 연필 굴려 투표해 본 적이 있나? 그럴 때 이 후보는 누가 경선에서 뽑은 것인가, 내가 그때 경선에서 더 좋은 사람을 뽑을 수는 없었을까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물론 경선 후보를 고를 때의 고민도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평소에 정치적 의견이라고 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찍을 사람 없다고 한탄하는 얄팍함에서는 조금 벗어날 수 있고, 내가 속한 정당이 허튼짓할 때 탈퇴나 후원 중단이라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월 몇천 원의 당비는 안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학회도 있고, 협회도 있고, 조경이상도 있고, 이제 조경가협회가 발족한다고 한다. 조경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대체 이런 단체는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지난 회장을 옆에서 잘 보필한 사람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는 방식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러다 보면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 단체의 회장을 맡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는가? 누가 왜 회장이 되고, 누가 임원으로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이 단체가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어디서 어떤 입장을 표명하는지에 입김(say)을 갖고 싶다면, 단체에 회비를 내고 가입해 주인이 되시라. 밖에서 궁금해만 하거나 뒷짐 지고 훈수를 두는 것은 참여가 아니다. 놀랍게도 글을 쓰다가 나 역시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반성한다. #2. 기다릴 거 없다. 목소리 내기 새로운 단체가 생긴다고 해서 갑자기 조경계에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생겨서 정리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그냥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공공 프로젝트는 입찰공고 이전에 사전규격공고 기간이 있다. 얼마 전 ○○시에서 낸 한 기본계획 용역의 사전규격공고을 보니 과업내용서는 있는데 입찰 참가 자격이나 평가 기준을 알 수 있는 제안요청서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 입찰에 참여하려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전규격공고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나라장터에 입찰참가자격 등을 공개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며칠 뒤 해당 부서에서 전화가 와서 이 입찰은 ‘지역으로 참가를 제한할 것’이라는 답변을 해왔다. 어느 전문분야가 들어갈 수 있는지를 말 안하고 지역업체로 한정한다고만 설명을 하니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니 관심 끄시오’라는 답변처럼 들렸다. 이 용역은 선형공원 기본계획이다. 결국 측량 및 도로 분야 업체를 대상으로 최종 공고가 나왔다. 사전규격공고에 올리는 의견 중 요즘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공공측량 제도 이행 절차 기준 명기요청 의견서다. 관련 있는 거의 모든 용역의 사전공고에 같은 의견서를 공간정보품질관리원의 이름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고 내용 중 공공측량 관련 법령이 요구하는 절차를 미준수한 것이 뭐가 있는지, 법령 근거가 무엇인지, 반영 예시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 단체가 제시한 의견이 다 맞는지나, 이에 따른 조치가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어떤 분야는 이렇게 그 산업의 전문성이 사회에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다. 조경협회나 조경가협회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곧 공식적으로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것은 협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공식적인 방편이 마련되기 전에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누구나 먼저 해도 된다. #3. 발주처랑 같이 일하기 Michael Van Valkenburgh의 책 을 보면 맨 첫 단원에 발주처(Anne Hawley, 미술관 관장)가 Michael Van Valkenburgh에게 보낸 편지가 나온다. 이 편지가 신선하게 느껴진 것은 발주처가 설계자를 대하는 태도나 매너, 유려한 문장 때문만은 아니다. 편지에는 발주처가 이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꽤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뭘 만드시오, 어떤 기능을 담으시오, 뭘 고려하시오 등의 기술적 측면보다는 실제 이 공간이 방문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면 좋겠는지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Anne Hawley의 편지를 읽고 함께 대상지를 둘러본 Michael Van Valkenburgh는 방문자를 유혹하고 그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선물”과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발주처의 생각을 어떻게 조경을 통해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Monk’s Garden이 ‘건물 안에서 일어나는 집중으로부터의 해방’, ‘바깥을 거닐도록 하는 재밌는 초대’가 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발주자의 종류는 다양해서, 소유자, 발주자, 관리자, 사용자가 다 다르기도 하고, 이 중 어떤 발주자와 일하고 있느냐에 따라 발주자와 할 수 있는 대화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숙제 검사자’형 발주자를 만난다. 숙제 검사를 통해 틀린 것을 잡아내고 ‘꾸중’을 하는 것은 잘하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없는 경우도 많다. 그것도 자기가 낸 숙제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이 숙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숙제를 잘했다고 평가하는 기준이 그 프로젝트를 위한 최선의 안이냐 아니냐보다는 ‘나에게 숙제를 내준 사람’에 해당하는 발주처 내 상사에게 꾸중을 덜 듣거나 책임을 덜 질 수 있느냐에 있기도 하다. ‘껍데기형’ 발주자도 있다. 무슨 말인지 설명하려면 우리가 하는 조경 서비스업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임”이나 “위탁”은 발주처가 권한이나 업무의 일부를 용역사 등에 주어 수임자나 수탁자가 자기의 권한으로 행사하게 하는 것이나, “대행”은 대행자가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그 효과는 원 권한자인 발주자가 직접 행사한 것처럼 보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세하게 “대리”는 원 발주자를 위한 것임을 표시하고 대리자가 자신의 명의로 권한을 행사하나, “대행”은 원 발주자의 명의로 권한을 행사하되, 사실상의 실무는 대행 기관이 하게 하는 차이가 있다. 건축도 마찬가지인데, 인허가 업무 등에 드물게 대리 또는 대행의 성격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조경가가 수행하는 서비스는 위임이나 위탁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계약서의 과업 내용과 책임소재를 토대로 보면,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위임이나 위탁 성격의 업무이고 이에 대한 대가만을 받고 있다. 그런데 간혹 자기 일을 대행하라고 일을 떠미는 발주자들이 있다. 내부 보고 문서를 작성해 달라고 템플릿을 던져준다든지, 조경설계 공간을 마주하고 있는 상가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어야 할 것 같은지 의견을 내라고 하던지, 다른 공종 컨설턴트와 미팅을 주관하라든지 하는 것들이다. 수행 프로젝트와 관련된 내부 보고 문서에 들어갈 자료를 활용 가능한 형태로 추출해준다거나, 조경설계를 할 때 상가의 비즈니스 모델과 방문자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하는 것, 다른 공종과의 설계 방향을 협의하고 간섭이 생기지 않도록 검토하는 것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자는 사실 생각해보면 발주자 자신의 일이다. 떠넘기는 것은 갑질이고, 무능력의 표출이다. 발주자의 의무도 우리가 다 한다면 발주자 자신은 없어도 되는 껍데기 아니겠는가? 조경도 대리나 대행에 해당하는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좀 더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이에 따른 대가와 권한이 함께 필요한 일이지, 위임과 위탁만 한 상황에서 필요할 때마다 본인 일을 떠넘기는 것, 발주자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 애초에 어떤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조경가가 원래 뭔가 할 일이 있는데, 감독자가 필요해서 발주자한테 관리·감독을 요청한 것이 아님을 생각해보자. 숙제 검사자 형이나 껍데기 형 발주자가 난무하다 보면, 발주처에는 조직적인 지혜가 쌓이기 어렵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노하우는 용역사에게 남고, 발주처에서는 기껏 이전 용역사가 남기고 간 자료를 선례로 제시한다. 발주처에 시스템이 있고 템플릿을 제공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이야기다. 이런 식으로만 일을 하다 보면 아마 발주처는 편의를 위해서라도 ‘말아먹었지만 그래도 해 본’ 사람이 ‘정말 잘 할 수 있는 새로운 사람’보다 좋을 수 있다. 잘하는 놈보다 해 본 놈을 계속해서 뽑다 보면 덩치 큰 고인 물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차피 직접적 소유자나 사용자가 아닌 이들은 정말 좋은 공간이 만들어지는지, 이 공간의 사회적 함의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고 수호할 동기가 애초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숙제 검사자나 껍데기를 벗어난다면 그들 스스로 하는 일이 더 즐겁고 보람찰 것이고, 우리는 같이 고민하고, 함께 노력하면서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런 발주처를 몇 만나게 되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4. 멋있어져라 갑과 을은 본래 부정적인 말이 아니지 않은가? 처음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을이란 말이 기분이 나빠 갑, 을 대신 발주자와 설계자 등으로 바꾸기도 했었는데, 사실 문서작성 편의상 A, B라고 표현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내가 너무 예민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 ‘갑질’은 좀 다르다. 발주자가 계약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여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갑질’이라는 말로 폄하해 부르는 것처럼, 이를 바보같이 당하고 있는 ‘을질’은 과연 괜찮은가를 이야기하고 싶다. 자문회의에 가보면 을이 자문위원들에게 혼나고 있다. 갑은 자문위원에게 미진한 발표를 들으러 모시게 되어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을은 ‘잘 검토하여 반영하겠다’는 정해진 답을 하고 최대한 평화롭게 회의를 끝낸다. 발주자가 자신의 판단을 두려워하면서 책임회피의 방식으로 자문위원에게 전문성이 갖는 가치 이상의 오만한 힘을 실어줬다면 그건 발주자의 잘못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혼나는 것을 당연시하고 들어가는 을의 태도에 더 놀랐다. 내가 자문위원이었던 어느 회의에서, 프로젝트 기간이나 컨소시엄 구성을 이상하게 해놓고 졸속으로 일을 진행하는 발주처에 뭐라 그랬더니 발주처는 자기한테 뭐라 한지 모르고 있고, 자동으로 용역사가 사과하는 기가 막힌 상황도 있었다. 자문회의는 잘만 하면 프로젝트의 난관을 해결하거나 오답을 비껴갈 수 있도록 하는 정말 좋은 방식인데, 이런 식의 자문회의에서는 의견을 주고받고 토론이란 것을 할 수 없다. 소극적, 수동적이고 주눅 든 을의 태도는 을을 을질의 틀 안에 갇히게 한다. 말하는 태도나 비판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달라야 하고, 앉거나 서 있는 자세조차도 달라져야 한다. 자리 배치가 이상하면 당당하게 자리를 요구해야 하기도 한다. 이 분야에도 계속해서 필요한 인재가 들어오려면, 미래 세대 중 누군가가 “아, 저 직업 멋있네”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나와 같이 일하는 소장은 가끔 어디 좋은 레스토랑에 가면 맛있는 걸 먹으면서 농담 삼아 “캬, 성공한 변호사의 삶, 이거지” 이러는데, 성공한 변호사의 삶 찾지 말고, 성공한 조경가의 삶을 그려보자. #5. 공부해라 1. 조경을 공부하기 태도가 바뀐다고 갑자기 멋있어 보일 리는 없다. 우선 자문회의를 예로 들어, 몇 달 또는 몇 년을 집중해서 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사람이 제아무리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잠깐 보고 검토 의견 내는 사람에게 반박조차 못 할 정도로 일을 허투루 했다면 그때는 ‘잘 검토하여 반영하겠다’고 하고, 나와야 한다. 멋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할 게 너무 많다. 개인차가 크겠지만 나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조경하는 사람들이 조경 분야가 다루는 특수한 대상인 식물, 자연을 모르는 것뿐 아니라, 지금 환경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모른다. 우리는 몰탈이 다 몰탈인 줄 아는데, 그렇지 않더라. 우리가 만드는 공간의 이용자인 시민이나 대중의 욕망이나 취향, 불편함과 심리도 잘 모르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 공공이 무엇에 따라 움직이는지, 그들이 뭐는 가능하고 뭐는 못 하는지도 잘 모른다.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직접 할 수 있을 만큼 알 필요도 없고, 알기도 어렵겠지만, 어떤 건지는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냥 이 분야에 묵었다고 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서 공부가 필요하다. 충분한 지식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태도와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허하다. 땅을 대하는 태도, 수평성 같은 걸 멋지게 이야기하려면 조경뿐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조경 내부적인 언어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분야와 소통이 가능한 언어로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될까? 공부가 득이 되게끔 제도가 달라지고 질 좋은 교육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최근 다시 조경사 제도의 도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조경사 제도의 도입은 장기전이 될 수 있으므로, 그전에라도 조경 관련 자격증, 기술 등급의 평가 제도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이를 손봐서 조경 공부를 해서 얻는 개인적인 뿌듯함 외에도 분명한 동기부여가 있도록 해야 한다. #6. 공부해라 2. 조경아 공부해라 조경계가 더 공부했으면 하는 것은 주로 스스로에 대한 부분이다. 주로 공원에 대한 이슈가 많아 공원을 예로 든다면, 공원의 유형은 어때야 하는지 (기존의 공원 유형에서 시대에 따라 달라지거나 추가될 것은 없는지), 공원 조성비는 얼마인지, 공원에 대한 가치 추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원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데 필요한 업무와 프로세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 측정은 잘 되었는지 등이다. 당연히 다 나와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답을 찾아보면 없다. 앞서 #3의 이야기와도 연결되지만, 어느 시에 공원을 조성하는데 합당한 공원 조성 단가가 얼마인지 또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공원 사례가 뭐가 있는지를 시가 용역사에 물어보고 있으면 안 된다. LH 단가가 있어도 너무 오래되었고, 그게 지역별로 다를 수 있으므로 해당 지역의 데이터는 스스로 가지고 있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뭐 그렇게 어려운가? 조성 단가가 제대로 없으니 공원을 지을 때 타당성 조사는 늘 난항을 겪는다. 하나 마나 하고 논리적 비약이 정말 많지만 예전에 써봤던 방식으로 얼버무리고 냈는데 공공이 좋은 뜻에서 하는 일이니 넘어가면 다행이고, 정치적 탄력을 받지 못하면 없던 일이 되고 만다. 이게 일개 지자체 부서에서 할 일이 아니면 조경계에서 스스로 필요한 연구를 좀 했으면 좋겠다. “제가 공부를 제일 잘하는데 (그래서 공부 그만해도 되는데), 제가 제일 공부를 많이 해요.” 어디서 수석을 했다거나 만점을 받았다는 학생들이 하는 말이다. 원인과 결과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인데, 나는 여기서 ‘공부를 젤 잘하는 사람도 여전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젤 잘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왜 안 하고 앉아있냐?’는 측면에 주목하고 싶다. 마무리하며 탈조경이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환경과 생태 위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정원을 필두로 살아있는 자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조경이 예전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가, 너무 오래 쪼그라들어있어서 그런지 그런 동력이 잘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다. 물이 들어오는데 저을 노가 없다.
  • [환경과조경 박광윤 국장] 미래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기술,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전상을 강조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전 세계에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AI 기술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니 SF영화 속 미래가 그리 멀지 않았나 보다. 그런 마음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11월에 오픈한 chatGPT가 인공지능의 신세계를 열고 있다며 전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사람과 대화를 하고 논문을 써주고 코딩을 해준단다. 이미 그런 AI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수준이 좀 다르다는데, 미국 의사시험도 합격했다고 하니 얼마나 똑똑한가. “일자리 빼앗기겠다”는 한탄의 댓글도 한가득 보이고,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사용금지 조치가 있었다니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듯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대중적인 관심사가 아니거나 사회적인 빅 이슈가 아닌 질문에 대해서도 해박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미국이나 세계적인 이슈가 아니어도 그 미국산 AI가 과연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의 AI가 한국의 조경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을 줄 수 있을까’ 궁금해진 것이다. 그래서 두 가지 질문을 해봤다. “한국의 조경에 대해서 아느냐?” “한국의 조경잡지 환경과조경에 대해 아느냐?” 먼저 “한국의 조경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미국산 AI가 내놓은 답은 이렇다. “한국의 조경은 한국의 야외 공간을 디자인하고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식물, 물, 구조물, 그리고 기능적·미적으로 흥미로운 풍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한다. 한국의 조경은 전통적인 한국 정원에서 영감을 얻고, 또한 현대적인 디자인 요소를 포함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풍경 건축물로는 서울숲공원, 남산공원, 제주식물원 등이 있다. 이 분야는 철학, 예술, 자연 환경을 포함한 한국 문화의 다양한 측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냐”고 요청해 봤다. 아래는 요약문이다. 물론이다. 한국의 조경은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와 현대적인 디자인 요소가 융합된 것으로, 그 나라의 풍부한 문화 유산과 현대 디자인 미학을 반영한다. ‘후원’으로도 알려진 한국 정원은 한국의 조경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 정원들은 자연과 바위, 수경, 정자 등 인공적인 요소들이 조화롭게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현대에 와서, 한국의 조경은 현대의 공원 디자인, 공공 광장, 옥상녹화와 같은 다양한 디자인 요소와 스타일을 포함하며 진화했다. 또한 기술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합하여 기능적이면서 저관리 환경친화적인 공간을 조성한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조경은 한국의 문화적, 환경적 유산의 독특하고 중요한 측면이다. “한국의 조경잡지 환경과조경에 대해 아느냐?”도 물었다. 좀 더 난이도 있는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LAK(Landscape Architecture Korea)는 한국의 조경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잡지이다. 조경설계사, 디자이너, 실무자들이 작품을 선보이고 조경에 대한 아이디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LAK는 한국 조경의 최신 동향, 기술 및 우수 사례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현대 설계 프로젝트에 대한 심층 분석을 제공한다. 이 잡지는 이 분야의 선도적인 조경 설계자, 디자이너, 그리고 전문가들에 의한 기사, 인터뷰, 사례 연구를 다루고 있다. 또한 한국 조경의 미래를 형성하고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설계 접근법, 재료 및 기술을 강조한다. LAK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물론 한국 조경의 발전과 진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자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그 주제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넓히려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다. 혹 대답을 보고 놀랐다면 비슷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홈페이지 첫 장에는 아직 완벽한 기술이 아니므로 잘못된 대답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머지않아 구글링 대신 AI와의 대화를 더 즐기고 있을 것이 너무 확실해 보인다. 아직 틀린 부분도 있지만 구글에서 찾지 못하는 대답을 하거나 분야에 따라서는 이미 놀라울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유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미국의 openAI는 다음에 공개할 유료 버전이 훨씬 정교해졌다며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사람들은 이 기술에 대해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위험하다는 주장이 있고, 반면에 “칼이나 총,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 그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많이 했지만 결국 좋은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사람들의 몫”이라는 주장도 있다. AI가 해커들에게 해킹의 기술을 전수하는 나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 기술이 인류의 미래에 관여하는 것을 거스를 수는 없을 듯하다. 물론 우리가 방관한다고 해도 미래 기술은 어느샌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겠지만, 좀 더 선도적으로 수용한다면 경쟁력있는 변화를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요즘 AI 빼면 일이 안된다”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다. AI가 조경 분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예측하고 이를 좋은 도구로 활용해 가는 것은 조경인들의 관심과 노력에 달렸다. 박광윤 / 환경과조경 국장 ◆chatGPT 전문 1.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refers to the design and creation of outdoor spaces in Korea. It includes a range of elements such as plants, water features, structures, and other elements to create functional and aesthetically pleasing landscapes.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draws inspiration from traditional Korean gardens and also incorporates contemporary design elements. Some notable examples of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include the Seoul Forest Park, Namsan Park, and the Jeju Botanic Garden. The field is influenced by various aspects of Korean culture, including philosophy, art, and natural environments. 2. Sure, here s a more in-depth explanation: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is a branch of landscape architecture that deals with the design and creation of outdoor spaces in Korea. It is a fusion of traditional and modern design elements, reflecting the country s rich cultural heritage and contemporary design aesthetics. Korean gardens, also known as "huwon", are a significant influence on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These gardens are characterized by a harmonious balance between nature and man-made elements, such as rocks, water features, and pavilions. The use of these elements is meant to evoke a sense of peace and tranquility, while also showcasing the beauty of nature. In modern times,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has evolved to include a wider range of design elements and styles, such as contemporary park designs, public squares, and green roofs. The field also incorporates the latest advancements in technology and sustainability, to create functional, low-maintenance and eco-friendly landscapes.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is a significant aspect of the country s cultural heritage and plays an important role in shaping the urban environment. It enhances the quality of life for citizens by providing green spaces for recreation, relaxation, and connection with nature. Overall,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is a unique and important aspect of the country s cultural and environmental heritage. 3. LAK (Landscape Architecture Korea) is a magazine dedicated to the field of landscape architecture in Korea. It is a platform for landscape architects, designers, and practitioners to showcase their work and share their ideas and knowledge about landscape architecture. LAK provides a comprehensive coverage of the latest trends, technologies, and best practices in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as well as in-depth analysis of contemporary design projects. The magazine features articles, interviews, and case studies by leading landscape architects, designers, and experts in the field. It also highlights new and innovative design approaches, materials, and technologies that are shaping the future of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LAK serves as a valuable resource for professionals in the field, as well as for those interested in the development and evolution of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It is an excellent source of inspiration for those seeking to expand their knowledge and understanding of the subject.
  • 지난해 겪은 조금 희한하고 황당한 에피소드를 이어 모았다. 사실관계를 되도록 있는 그대로 적기 위해 지명, 기관명, 프로젝트명, 직함은 각색했다. 기묘한 이야기 #1: 공원, 도로공원 공원은 조경가가 설계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그런데 엔지니어링 협회를 통해 경력관리를 하는 조경기술자라면, 경력을 추가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사업종류’를 고를 때 ‘공원’이란 항목이 없는 황당한 일을 겪어봤을 것이다. 엔지니어링 사업종류는 기술분야별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엔지니어링 업계 전체의 선택항목이 하나로 목록화되어 있어 뭐 하나 찾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어딘가 다른 이름으로라도 있을 것 같아 리스트를 두서너 번 위아래로 스크롤 해보게 되지만 확신은 서지 않는다. 가나다순으로 되어있으니 맛보기로 ‘ㄱ’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스공업, 가스사업, 가스설비, 가스안전, 가축 육종, 가축생산, 각종 전원장치, 간척, 간척 외곽시설, 감리, 감시제어 설비, 감전 방지, 개간, 개폐기, 객·화차, 건널목 보안장치, 건설안전, 건설화약산업, 건설작업환경, 건설재해방지사업, 건조 공법, 건축 부대시설, 건축구조물, 건축기계장치, 견방적, 경작도, 경정화용 나노소재, 경지정비, 계약관리 계획, 고분자 공업, 고속도자동차도로, 고속전철, 고압기술, 고압설비, 고정무선통신설비, 고치삶기, 고탄성재료, 고효율 열전소재, 공기조화설비, 공기조화장치설비, 공기청정장치설비, 공업계획제어, 공업단지, 공업용 계측계기, 공업화학 안전, 공장 자동화 기기, 공장관리, 공항, 공항 및 항만, 공항부대시설, 관개배수, 관광단지, 관정 개발, 광물, 광물 채취시설, 광산, 광산 환경, 광업 피해, 광업화약, 교량, 교류기, 교차로시설, 교통 부대시설, 교통구조물, 교통안전시설물, 교통체계시스템, 교환설비, 구근, 구근삽수, 구내통신설비, 구조 및 표면디자인, 구조물안전진단, 국가지리정보체계(NGIS), 굴뚝설비, 궤도회로, 귀금속 제련, 극미세 오염물질, 금속재료 분류, 금속재료 열처리, 금속재료 용도, 금속재료 재료시험, 금속재료 제조장비, 금속재료 파괴 및 비파괴시험, 금속재료 표면처리방법, 금형 생산기술, 금형 제작기계, 급수배수설비, 기계 및 기계장치, 기계공정시스템, 기계안전사업, 기상예보, 기술지원, 기술프로그램, 기억장치, 기초구조물, 기타 계측기기 및 제어기기 제어, 기타 금속가공, 기타 발송배전, 기타 수자원개발시설물, 기타 열차, 기타 장치 및 시스템, 기타 전자계산기, 기타 차량, 기타 측정 시스템, 기타 토목구조물, 기타 항공기 기체, 기타 항공기 추진장치 이상 115가지. 때론 ‘고치삶기’나 ‘극미세 오염물질’처럼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 중 ‘조경’ 기술 분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사업종류는 밑줄로 표시했다. ‘공원’은 없다. 어쩔 수 없이 ‘도로공원’을 고르지만 찝찝하다. 위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 두 단어 이상을 합성한 경우 띄어쓰기를 하거나 중점을 쓰기도 하는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도로공원’은 한 개 단어로 붙어있다. ‘정원’도 없다. 개인적으로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사업종류를 가장 명쾌하게 고른 경우는 ‘댐자원을 활용한 스마트레벨업 기본구상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의 ‘댐’이다. 기묘한 이야기 #2: 오늘도 무사히, 내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댐은 참 특별한 공간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사는 3년째, 수자원공사와 함께 전국의 28개 댐 공간에 우리 시대에 적합한 공간 역할을 부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런 비전 수립 프로젝트는 당연히 현장이 매 순간 겪고 있는 눈앞의 문제만을 다루지 않기에, 이를 발주한 수자원공사 중앙본부의 의지와 이를 지켜보고 있는 지사의 생각 역시 심히 다르다. 어느 것이 더 옳고 우선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때론 그 간극이 너무 심할 때가 있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이끄는 문화적 공간으로의 탈바꿈을 고심하고 있는데, ○○댐 지사장이 조압수조 구조물에 트릭아트 그려달라는 식이다. 있는 트릭아트를 지워도 시원찮은데 하나 더 만들 수는 없어, 자문비 정도 받고 시작한 일임에도 회사 내 공모전도 열어가며 열정적으로 대안을 만들고, 없는 예산과 공사기간을 고려해 실현성 있게 계획안을 정리했다. 스위스나 스페인 댐에서나 보던 환상적인 장면(moment)이 만들어질 것 같아 잠시 설레었다. 두 시간 가까이 쏟아낸 제안을 듣고 우리처럼 매우 상기되어 보였던 지사장은, 어느새 침착함을 되찾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 좋은데, 제 임기 끝나고 하면 안 될까요? 우리는 지금 내년에 있을 ○○댐 30주년 행사 준비하기도 바쁘잖아.” 나를 배웅하는 길에 그는 관리동 앞 녹지에 있던 나무 철거 현장을 보여주면서 직원들이 휴식할 수 있는 퍼걸러를 하나 설치하려는데, 그 옆에 향나무 심는 건 어떠냐고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물어왔다. 기묘한 이야기 #3: 조경의 탈 한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하천 복원 기본계획 용역을 땄는데, 자기네는 조경 부서가 없어서 함께할 업체를 찾고 있다며 설계 견적을 요청받았다. 조경이 없는데도 일을 수주할 수 있게 발주가 된 것이 이상해서 나라장터를 뒤져보니 입찰 조건은 아래와 같다. 참여 자격요건에는 잘못된 게 없다.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제21조에 의하여 건설부문(수자원개발, 도시계획, 상하수도, 조경, 교통)과 환경부문(수질관리 분야)의 엔지니어링사업자로 신고한 업체 또는 「기술사법」 제6조에 의하여 같은 분야 기술사 사무소로 등록한 업체로서, 「건설기술진흥법」제26조에 따라 건설엔지니어링(종합 또는 설계·사업관리-일반 또는 설계·사업관리-설계등용역-일반)을 등록한 업체 이상하게도 이런 일은 공공연하게 묵인되고 있다. 조경전문가와 전문업체에 대한 자격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조경의 입지는 계속 좁아질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 #4: 꿀이나 발암물질이냐, 사기 혹은 미필적 사기 나라장터에 입찰공고가 뜨면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것이 금액, 자격(자격 구성), 그리고 기간이다. 프로젝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해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느냐에 용역비만큼 중요한 게 기간이다. 단기간에 마치려면 그만큼 과정이 강도 높고 힘들 수 있지만 대신 줄어드는 리스크도 많다. 같은 일을 3년 하면 노예계약이 될 수 있고, 9개월이면 소위 ‘꿀’일 수 있다. 3년으로 시작한 일이 갖가지 중지, 연장을 겪어 10년이 되면 발암물질이다. 원래 과업기간 6개월로 시작된 한 프로젝트가 결국 14개월로 연장되었다. 프로젝트 기간이 연장되면 그에 따라 과업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고, 과업 내용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기간 연장에 따른 기회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에 용역비 변경의 사유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조항은 지난 해 ‘조경설계협의회’에서 발표한 조경설계표준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발주처인 ○○시에 증액을 요청했더니, 예산이 없기도 하고 원래부터 이 프로젝트는 6개월만에 끝날 것이라 판단해서 낸 건 아니라고 한다. 6개월짜리가 아니지만 그 해 예산으로 편성했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6개월로 발주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 이렇게 된 제반의 상황(이를테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한 예산 편성 절차상의 문제 등)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6개월 아닌 일을 6개월로 발주할 때는, 용역사 뿐 아니라 발주처 역시 이를 6개월 내 진행할 의무가 있고, 발주처의 사유로 기간이 연장될 경우 이 연장에 따른 기회비용을 보상할 리스크를 발주처가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비용을 전부 을에게 전가하는 것은 갑질이다. 갑의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면책되지는 않는다. 기묘한 이야기 #5: 시뮬레이션 안 해보냐? 얼마 전, ○○시 입찰 시 정량적 평가에 적용되는 가산점의 기준이 업데이트되었다. 가산점은 가. 중소기업, 나. 지역업체, 다. 고용창출 (신규/청년/여성/장애인), 라. 약자기업 지원 및 정책적 지원 (사회적기업, 모범납세자 등), 마. 안전보건 확보 정도, 바. 근로 및 하도급법 등 준수 정도 (바의 항목은 가산점이 아니라 감점 적용) 등 크게 여섯 항목이 인정된다. 새로 업데이트된 기준에는 모순이 있다. 다. 고용창출 2. 청년고용 우수기업 기준을 따르면 “청년고용률이 20% 이상이면서 청년고용인원이 10인 이상인 기업” 또는 “청년고용률이 5% 이상이면서 청년고용인원이 5인 이상인 기업”이어야 가산점을 얻는다. 전자를 만족하려면 총 청년/비청년을 합한 총 고용인원이 최소 50인 이상이어야 하고, 후자를 만족하려면 총 고용인원이 100명이어야 한다. 즉, 애초에 고용인원이 50인 이하인 대부분의 중소 설계사는 청년고용을 아무리 많이 해도 가산점을 받을 수 없다. 이 기준은 중소기업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과 정확히 상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 고용창출 3. 여성고용 우수기업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50인 미만의 기업은 여성고용률이 아무리 높아도, 극단적으로 모두가 여성이어도 가산점을 받을 수 없다. 라. 약자기업 지원 및 정책적 지원의 2. 여성기업(중소벤처기업부 발급)은 대표이자 최대주주가 여성이면 인정받을 수 있다. 실질적 오너나 리더인지는 검증하기 어렵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많은 기업들이 실제 기업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실질적 오너나 대표’의 배우자를 대표 및 최대주주로 두고 활동하고 있다. 운영실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지정이 남용되는 ‘여성기업’은 ‘공공이 약자로서 지원해 줘야 하는 대상’일까? 허술한 제도가 낳는 부작용은 오히려 여성의 평등한 권익 찾기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대표로 있는 회사는 굳이 여성기업 인정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수의계약 범위는 2000만원 이하이다. 급히 처리해야하는 일을 맡기려던 여러 발주처가 우리 회사가 여성기업이 아닌 것에 놀라면서, 제발 여성기업 좀 지정받으라고 권유했다. 여성기업이 아니라 좋은 점도 있다. 발주처가 ‘수의계약 범위’라는 것을 용역비 축소의 핑계로 삼을 때도 있는데 여성기업이 아니니 이를 쉽게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 입찰의 세 부분 (정성적 평가, 정량적 평가, 가격 평가)은 모두 당해 사업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업체를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한 장치다. 이들에 학점을 준다면 C+ 정도 주고 싶다. D가 사실상 마음 약해서 F 대신 주는 거라 하면, C+는 재수강하라는 분명한 의사전달이라고 볼 수 있다. 놀랍게도 발주처도 업체도, 이러한 기준을 받아들이는데 아무 저항이 없는 듯하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본 많은 발주처는 가장 좋은 업체 선정 방식이 수의계약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들의 평가 기준에 대한 스스로의 신뢰도를 반영한다. 기묘한 이야기 #6: 자주 말아먹으면 한번 잘한 것보다 낫다. 정량평가는 회사의 기술력 (유사용역 점수), 참여자의 기술력 (사업책임자/참여자의 경력과 자격 점수), 회사의 신인도 등을 평가한다. 공사라면 모를까 인건비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설계 용역에서 기업의 신인도를 왜 이렇게까지 크게 점수화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돈을 주겠다고 약조하면서 결과물을 먼저 받아 가는 것은 발주처이니, 용역사 입장에서는 발주처의 신인도가 참으로 궁금하다. 발주처, 특히 공공 발주처는 입찰 업체가 도산 위기에 있어서 용역 수행이 중단될 우려가 있거나, 임금 또는 세금을 체불한 상황이 아니라면 용역사의 재무상태에 따라 점수를 줄 이유가 없다. 최소한의 참가자격을 정해 걸러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유사용역 수행 여부는 신인도보다는 합당한 기준처럼 보인다. 맹점은, 유사용역 수행 여부를 너무 까다롭게 본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유사용역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이 수행해야 만점인가 하는 기준이 더 불합리하다. 오래된 회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사 프로젝트를 한두 번 해봤으면 나머지 역량은 제안서 내용으로 평가하면 될 것을, 비슷한 일 10번 해봤으면 제안서 잘 쓴 것보다 더 쉽고 확실하게 점수를 준다. 유사용역을 얼마나 잘 했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말아먹었어도 했으면 쳐준다. 자주 말아먹으면서 꾸역꾸역 실적을 채워 나가는 것이 한 번 정말 잘한 것보다 낫다. 기묘한 이야기 #7: 70%로 후려쳐 0.175점 차로 이기다. 이 가운데 C+가 아니라 F를 줘서 사라지게 하고 싶은 ‘가격점수’가 있다. 얼마 전 총 4개 업체가 참가한 ○○시 기본구상 입찰의 점수표다. 낙찰자는 업체 A다. 종합평점 0.175 차이로 아깝게 떨어진 업체 B는 기술평가점수에서 1.8점을 앞섰지만 가격점수에서 1.975를 잃었다. 업체 B가 낸 제안가격을 토대로 환산해 보면 업체 A는 약 70% 정도의 가격을 냈다. 업체 A가 조금만 더 높게 썼으면 떨어졌을 판이다. 가격을 정한 사람이 참으로 용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원래 책정된 기준금액도 과업 내용에 비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이의 70% 금액을 가지고 과업을 수행할 수 있나 의아해하는 나에게 다른 시 공무원이 말했다. “일단 저렇게 따고, 추후에 설계변경할 거라 생각하는 거겠죠. 낙찰 차액이 있으니까.” 이럴 거면 입찰 가격은 애초에 점수화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가장 이상한 것은 이런 에피소드를 조경계에서 그렇게 희한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미 이런 일을 한 번쯤 또는 여러 번 겪어본 사람들이 인생 선배 뉘앙스로 ‘원래 그렇다’고 한다. 이런 부조리와 불합리에 놀라지 않는 그들이 가장 기묘하다. 새해를 시작하는 글이 기묘함에서 끝나기보다는 그 뒤의 이야기가 더 중요할 것 같아, 다음 달 ‘탈조경 시대에 을질하기’라는 제목으로 이어가려고 한다. 이해인 / HLD 대표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사람들은 좋은 곳에 살기를 원한다. 땅을 만지는 사람은 계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를 하여 그러한 곳(吉地)을 조성하려 노력한다. 좋은 환경에서 살면 사람이 건강해지고 모든 일에서 잘 풀린다. 그래서 옛 선조들은 길지를 찾고자했으며, 땅의 기운(地運)을 받아 좋은 운을 얻고자 했다. 세상은 천지인(天地人)의 기운이 있고 그 기운을 받아야 잘된다고 믿었다. 천운(天運)은 무엇인가? 때의 기운이다. 시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시기를 못 맞추면 아무리 좋은 약도 사후(死後) 약방문이 되고 만다. 죽은 사람에게 명약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만큼 시기를 맞추는 것은 중요한데 조상들은 천운을 제일 중요하게 꼽았다. 전쟁 나는 해에 태어난 사람은 대부분 죽게 마련이다. 천운이 좋지 않은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나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0년 전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노예였을 것이다. 또 조선에서 중인이나 서얼로 태어난 무수한 천재들도 삶을 한탄만 하다가 빛을 보지 못하고 한평생을 보냈다. 때를 만나지 못한 삶이란 대체로 이러하다. 이런 삶을 탈피하고 개운(改運)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에는 굿을 하거나 부적을 써서 몸에 지니고 다녔다. 또 종교에 귀의하거나 영험하다는 곳에 가서 열심히 기도했다. 과연 그것이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모르나 지난 역사를 볼 때 천시(天時)를 거역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지운(地運)은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의 운을 이야기한다. 공간적인 개념이다. 예전에는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한곳에서 살았다. 교통이 불편하였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현대에도 국적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미국에서 태어나면 연평균 6만 달러의 국민소득을, 아프리카의 빈국에서 태어나면 연 500달러의 국민소득을 가진 국민으로 시작한다. 이 굴레를 벗어나기란 쉽지가 않다. 여간 노력하여도 그 지역에 사는 한 그렇게 살아야 한다. 좁게는 사는 곳에 종합병원이 없거나 대형쇼핑센터가 없으면 불편을 감수하여야 한다. 이런 지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해 오던 방식이 이사를 가는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도 맹자를 잘 키우기 위해 3번이나 이사(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가지 않았는가? 해방 후 어려운 대한민국에서도 조금만 여유(?)가 있는 사람은 무수히 이민을 가지 않았는가? 그들이 한국에 있었던 것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 다른 지역보다 비싼지를 생각하면 지운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조경을 하는 사람들은 지운을 좋게 조성하는데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또 예전의 우리 조상은 명당을 찾으려 노력했고, 명당을 찾는 여러 술법들이 조선 말기까지 성행했다. 명당을 찾아 조상을 잘 모시면 삼대 안에 정승이 난다든지, 만석꾼이 된다고 생각했다. 현대에도 이런 것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의 묘터를 옮기고 대통령이 되었다든지…. 하지만 부모가 돌아가시면 대부분 화장을 하는 세태가 되어버린 지금 명당에 조상을 모시면 잘된다고 믿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 양택(陽宅)의 명당론은 아직도 남아있고 서울의 부촌으로 성북, 평창 등이 산재해 있으나, 아파트가 대세인 고밀도의 현대 도시에서는 교통, 통학권, 녹지 접근성 등이 고려된 새로운 차원의 양택론도 살펴볼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인운(人運)은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느냐이다. 인과의 관계이니 바꿀 수 없다. 유명한 가문의 집안에서 태어나느냐, 굴다리 밑의 걸인으로 태어나느냐는 엄청난 차이다. 즉 재벌가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사람과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집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사람을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나면 큰 노력이 없어도 굶지는 않을 것이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면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가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중등교육까지 무상으로 시켜준다고 하지만 가족사를 극복하기란 지난(至難)한 것이다. 그럼 인운을 극복하기 위하여 어찌해야 할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노력하였다. 학교에서 훌륭한 선생을 만나 잘 배우는 것은 인운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졸업하여 고급공무원 시험이 되는 길(과거 급제)이야말로 개운(改運)을 하는 첩경으로 생각했다. 이 방법은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누구나 시도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성공해서 개운을 하였다. 부모님들은 일자무식하였으나 자식이 잘 되어 집안을 일으킨 경우를 종종 봐 왔다. 또 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친구를 사귀는 일도 개운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훌륭한 친구, 선후배들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부모들은 항상 자식이 좋은 친구를 사귀길 염원했다. 이렇듯 인운을 좋게 만드는 것은 그래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여지가 가장 많은 운 중에 하나이다. 이렇게 천지인의 기운을 다 받고 태어난 자는 왕후장상(王侯將相)이 될 것이며 그중의 하나라도 받은 자는 부(富)하거나 귀(貴)하게 되는 운명이라고 한다. 이토록 천지인의 기운이 중요한데 이 기운을 다 놓쳐버린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태어난 세월도 유리하지 않은 것 같고, 태어난 곳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이고, 집안도 변변찮은데 좋은 친구도 사귀지 못하여 그럭저럭 인생을 허비한 사람은 어떡하란 말인가? 이렇게 살다 죽으란 말인가? 몸부림쳐 개운을 하고 싶은데…. 방법은 있다. 개운을 위한 동서고금의 다양한 길들을 접할 수 있는 독서(讀書)만이 천지인의 운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2023년 새해에는 개운하여 희망찬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신경준 / 장원조경 대표
    • 신경준 장원조경 대표
    • 2023-01-10
  • 지난해 겨울, 늦게 내린 눈은 한여름의 폭우처럼 내렸다. 마음 같아서야 조금씩 나눠서 내리면 좋겠지만 날씨라는 게 사람의 마음 같지 않다. 눈이 내리지 않을 때는 겨울가뭄 때문에 걱정이지만 막상 많은 눈이 내리고 나면 출근길과 하우스 같은 시설물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또 한낮에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기라도 한다면 나무에 얹혀 녹는 눈의 무게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부러지거나 찢어지는 나무가 있을까 바라보다 장대를 들 수밖에 없다. 정원과 식물을 접하는 순간 사계절 모두가 걱정을 동반한 삶이 될 수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이 걱정 때문에 정원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더 크게 다가온다. 정원과 식물을 접하는 순간 걱정을 달고 살 거란 걸 충분히 듣고 또 알면서도 왜 정원을 가까이하는 걸까. 어쩌면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모두 정원을 가까이하지는 못하지만 내면에는 모두 본능처럼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꽃을 사고, 산을 찾고 있지는 않은지…. 예전부터 수목원에 근무하면서 절대 집에서는 식물을 키우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 결심은 마찬가지이지만 지난해 시골로의 이사를 결심 하면서 그 마음은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이사하는 집이 전원주택이고, 정원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보니 정원은 고스란히 나의 숙제가 되어 버렸다. 겨울이 다 될 즈음 입주를 한 덕에 정원일은 핑계로 남겨두고 있지만, 마음은 늘 편치 않다. 집에 가면 앞마당과 뒷마당을 어떤 식물로 채워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정원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고민이라면 식물을 심기 시작하면 더 큰 고민과 걱정을 하지 않을까. 혹시 어떤 걱정을 하고 있을까가 궁금하다면 카렐 차페크의「정원가의 열두달」이란 책을 참고하면 된다. 내용 모두를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읽다 보면 매 계절, 달마다 일거리와 걱정거리를 절로 이해하게 된다. 가끔은 고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도 생각난다. 주산지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 주인공 보다 물에 잠긴 채 살고 있는 왕버드나무가 더 인상 깊었던 영화가 아닐까 한다. 정원과 관련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속의 주제인 욕망과 윤회의 삶이 정원 속에도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행여 내가 만드는 작은 정원도 그런 욕심과 욕망의 정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정원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이자 성장의 공간이다. 지난해 올라왔던 식물이 그 형태 그대로 날리 만무하다. 꽃이 지고 나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듬해의 형태는 달라진다. 행여 꽃이 진 자리에서 또 다른 꽃을 보기 위한 욕심으로 식물을 식재한다면 이는 원래의 식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욕심의 반복은 기쁨을 얻기 위해 시작한 정원 생활을 노예로 만드는 지름길임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정원만큼은 화려한 정원이길 기대한다. 화려함이 아름다움은 아닌데 가끔 우린 화려함을 아름다움으로 착각하곤 한다. 정원에도 그런 착각은 반복되는 듯하다. 봄정원이 꽃으로 아름다웠다면, 여름정원은 꽃이 아닌 푸르름으로 아름답고 가을정원은 단풍과 열매로 아름다운 정원이길 기대하는 건 어떨까. 그리고 겨울정원에는 잎조차 없어도 눈옷을 입은 가지에 눈꽃으로 만족하는 건 어떨지. 혹시 눈꽃만으로 서운하다면 털로 가득한 눈 비늘을 가진 목련 한 그루의 욕심으로 만족하는 정원을 가꾸는 게 어떨까. 그리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들의 생태를 알아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최고의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정원의 근본적인 목적은 아니다. 내가 즐거울 수 있다면 되지 않을까. 지난해에는 자연도, 인간도 아픔과 상처가 많은 한 해였다. 그런 마음을 위로받고 치유받을 수 있다면 그런 정원이라면 세상의 어떤 정원보다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헤르만 헤세가 글을 쓰다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나무가 있는 안식처인 정원으로 갔듯, 올해 계묘년은 더 많은 사람들이 안식처인 정원을 찾길 기대한다. 정원 속에서 노동을 가장한 휴식과 상상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리는 명상을 경험하고, 영혼과 즐거움이 자라기를 기원한다.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3-01-09
  •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우리는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할까? 공간혁명이 필요한 4곳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공간과 디자인을 탐색해보는 책이 발간됐다. “천편일률적인 건물이 가득한 도시공간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 꿈과 창의력 이 부재한 공간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과연 어떤 어른이 될까? 네모난 아파트에서, 네모난 교실에 갇혀 압박받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어떤 공간을 만들어줘야 할까?” 신간 ‘공간은 교육이다’는 10여 년 동안 대한민국 학교 공간 바꾸기 프로젝트를 맡아온 저자의 다양한 경험담을 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좋은 공간은 그 자체가 교과서이자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공간이 아이들의 사고, 행동, 인성, 감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아이를 위한 행복한 공간’을 살펴보고, ‘아이의 잠재력과 감성을 키우는 공간’을 탐색한다. 또한 부모로서, 경관·공간 디자이너로서의 소회와 철학을 담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공간을 주거공간, 학교공간, 문화공간, 도시공간 등 총 4곳으로 분류해 앞으로 어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하고 깊게 풀어냈다. 초등학교부터 학습에 시달리며 집에서조차 쉴 수 없는 아이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며, 교육의 해답을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공간과 디자인’에서 찾고 있다. 신경건축학에 근거해 아이들의 행복과 성장에 공간혁명이 필요한 4곳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 김경인은 경희대학교 조경학과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거쳐 일본 교토대학교 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브이아이랜드를 설립해 경관·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2008년부터 십수 년 동안 삭막한 학교 공간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1000건이 넘는 경관과 색채에 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수상, 국토부장관상, 국무총리 표창, 교육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등이 있다.
  • 2022년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경분야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노력한 조경인들의 신년 인사 “2023년에 바란다”를 들어봤다. - 편집자주 작심삼일 백번 최윤석 그람디자인 소장 올해 초 반드시 매일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을 세우고 연초부터 헬스장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물론 현장 업무로 그 루틴은 깨지고 말았지만, 그 결심은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리셋돼 다시 평범한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고자 노력한 한 해다. 사실 운동을 싫어하지만, 운동 후 가장 기쁜 순간은 “오늘 운동했다!”는 뿌듯함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때다. 운동을 하는 이유는 근육이 빠지기 시작한 40대의 시간을 늦추기 위함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술배를 떼어내기 위함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의외의 효과를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밝고 좋은 기운은 주변에도 전염된다고 생각된다. 그간 조경인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늘 받기만 해오다가 나도 ‘주는 사람’이 돼야지 하는 생각을 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22년을 되돌아보면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IFLA 세계조경가대회의 산업전을 준비한 것이다. 준비부터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매순간 조경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마음과 기운을 나누는 기분이었다. 2023년에도 작심삼일을 반복할 예정이다. ‘그럼 그렇지’하고 내려놓는 날도 있겠지만, 삼일만에 다시 작심하게 되는 일을 백번을 반복하면 일 년이 간다. 2023년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조경인들이 자주 만나 서로에게 에너지를 나눠주는 해가 되길 소망한다. 반(反)-정원 김단비 정원작가(숲을위한주식회사 디자이너) 올해 제3회 LH가든쇼에 출품한 ‘그럼에도 대지에는’ 작품에 대해 어느 기자가 - “피터 싱어(1946~)의 동물평등권을 넘어서는 생물평등권이 과연 어떻게 공간적으로 연출될까? 인간 무리의 보편적 이용을 위한 정원에서 인간이 우월하지 않다는 것은 인간에게 편하거나 선호되지 않는 경관일 수도 있다는 의미인데, 그러한 디자인 의도가 과연 대중들을 위한 공공성과 어떻게 어우러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 고 말했다. 도시에서 정원과 공공을 위한 정원은 한 인간을 위한 개인정원의 성격과는 완벽하게 등을 진다. ‘그럼에도 대지에는’ 작품의 시작은 ‘왜 인간은 대지에서 주인인 것처럼 행동할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됐다. 인간이 자연 안에서 삶을 누리고 영위하는 과정에서 다른 생명체와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지 혹은 있을지를 고민했다. 만약 나의 집에 새라도 한 마리가 들어왔다고 상상해보면 너무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서 먼저 한없이 약하고, 소유에 대한 욕구가 넘쳐나고, 또 쉽게 공존하지 못하는 이기심을 가진 인간의 성격을 설정했다. 인간만을 위한 정원을 구현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스토리에서 본래의 대지 속 우연히 태어난 수많은 생명체들을 위한 정원을 구현해보자는 것이 이 작품의 취지였다. 이는 앞으로 감히 공공정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식물과 자연을 가까이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는 박준 시인의 ‘광장’에서 답을 찾았다.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를 새장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가꾸는 것이다.…”라는 구절이다. 앞으로 많은 공공정원은 대지의 주인이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들임을 알 수 있도록 식물 한 포기, 풀벌레 한 마리에게 양보할 수 있는 그런 정원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유충헌 스케이프360 대표 올 한해는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조금 늦은 나이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졸업을 앞두게 됐고, 올해 개최됐던 경기정원문화박람회 공모전에 출품해서 대상도 받게 됐다. 오랫동안의 실무에 지쳐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나에게 이 두 사건은 조경에 대한 열정과 초심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돌이켜보면 과거 회사에 근무할 당시 건축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의 조경 현실에 좌절하기도 했고 매일 이어지는 야근과 철야에 ‘과연 이것이 맞는 길일까’하는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던졌다. 하지만 최근 조경의 발전된 위상을 보면 그래도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활동했던 많은 조경인들과 시대적 흐름 덕분에 우리나라의 조경에 대한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고 이제 조경은 외부 공간을 포함해 환경과 관련된 이슈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그래도 여전히 갈 길은 멀고 해야 할 일은 많다. 조경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우리가 수행해야 할 과제 또한 그만큼 많아져서 꽃과 나무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는 환경문제, 탄소중립, 지역 활성화, 주민참여, 지속가능성 방안 모색 등 조경에서 다루어야 할 이슈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실력과 안목이 있는 유능한 전문가가 꼭 필요한 시기이다. 2023년에는 더 많은 실력 있는 조경가들이 발굴돼 각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조경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발전했으면 한다. I Went To Be Useful(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김종수 한양건설 조경과장 대학을 졸업한 후 조경인으로 삶을 산 지 벌써 25년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 동안 나의 삶에 조경은 항상 곁에 같이 있었다. 매년 “다사다난한 해”였다고 말하지만 2022년은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몇 년간 준비해온 회사의 브랜드 리뉴얼에 맞춰 조성된 조경 공간이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결과물로 나타났고 앞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 우리만의 조경 공간을 가진다는 것에 고무적이다. 고생한 팀원 및 협력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오는 2023년은 어느 해보다도 바쁘고 힘든 해가 될 것 같다. 준비한 조경 특화를 각 현장에 맞게 뼈와 살을 붙여 경쟁력 있는 조경 공간을 조성하는 조경팀의 목표와 SOC 예산 감소, 기준금리 상승, 건설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의 요인으로 건설 경기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원가절감을 요구할 것이다. 이에 조경분야는 원가절감의 칼날에서 먼저 정리되지만, 투입 대비 효과가 가장 큰 것도 조경분야다. 조경은 건축에 있어 ‘양날의 검’인 셈이다. 올해 작은 아이의 진학을 조경과로 결정했다. 살아온 삶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게 미뤄왔던 개인적인 목표도 다시 도전을 해보려 하며 입버릇처럼 하는 말로 새해 인사를 전한다. “계획한 모든 일에 건승하시길 바란다.” 스마트가든 사업, 미래산업으로 정착되는 한 해 되길 전태평 초록에서 대표 조경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마트가든(수직정원)’은 탄소중립과 실내 공기질 개선 사업으로서 미래의 신사업의 하나로 급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생소했던 스마트가든이 관공서, 학교 등에 많이 설치되면서 개인소비자들도 설치를 원하고 있을 정도로 홍보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스마트가든이란 검색어 자체가 늘어나면서 업체들도 활발하게 SNS 통해서 많은 홍보자료를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관공서, 기업, 개인 등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이해도를 높여 현재 우리에게 왜 새로운 스마트가든 산업이 필요한지를 어필하고 있다. 환경 개선, 공기질 개선, 탄소중립은 물론 정서적 치유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그 누구도 스마트가든의 효과를 부정하지 못한다. 이제는 이 산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고 새로운 산업으로 정착시킬 것인지가 숙제로 남아있다. 살아있는 식물로 사업을 한다는 자체가 축복이라 생각하며 식물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 어떻게 쉽게 관리하고 유지시킬 것 인가가 또 다른 목표다. 2023년은 보다 진보한 스마트가든의 영역을 선보여 새로운 조경산업으로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끝없는 연구 개발을 추진할 것이다. 이것이 ‘초록에서’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확신한다. 2023년 조경인들의 새로운 도약과 꿈을 응원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조경 전문 인력 양성하자 최재혁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배재대학교 조경학과는 2022년 NCS 기반 우수직업교육훈련 경진대회 대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9년부터 이어오던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조경 기사 과정 운영의 성과로 대상을 수상하며, 대학에서도 현장 전문가 중심의 교육을 수행해 모두에게 인정받을만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한 해라 할 수 있다. 지방대학의 소멸이 현실이 된 현재 조경분야 교육 특성화라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며 노력했고, 이제 그 결실을 통해 조경 기사를 취득하고 현장으로 취업해 나가는 제자들의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래, 우리도 할 수 있어”라는 행복함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 조경학과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고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고자 무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모두 잘 될 수만은 없다. 특히 저출산의 시대를 직접 체감하고 있는 대학 교육 앞에서 우리 조경계도 신진 조경 전문 인력의 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일본경제연구센터에서 대한민국의 오는 2035년 1인당 GDP가 현재의 두 배에 달하는 6만509달러로 예측했다. 하지만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경분야의 일거리가 폭증하게 될 2035년도에도 우리가 양성할 수 있는 조경 전문 인력의 수는 현재보다 더 늘어나지 못할 것이다. 조경계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우리 배재대학교에서 노력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조경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첫걸음을 오는 2023년부터 디딜 수 있도록 모두가 협력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2023년에는 또 다른 의미에서 조경계의 협력과 발전을 기대해 본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2000년에 시작한 ‘100만평공원 운동’은 멋진 공원의 꿈과 미래를 아이들에게 남겨주기 위한 비전에서 시작되었고, 이 운동을 가시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2010년도에 제시한 국가도시공원이 가시화되고 있다. 100만평공원운동은 시작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2050년은 50년째 되는 해이다. 앞으로 약 30년 후의 국가도시공원 모습은 어떨지 그때로 가보자. 우선 2050년에 대한 몇몇 미래 예측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데이비드 웰러스 웰즈는 2017년 재난 시나리오 리포트 ‘2050 거주불능지구(The Uninhabitable Earth)’를 뉴욕 매거진에 기고하여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2050년 예측을 보면, 취약 빈민층 10억 명, 전 세계적으로 50억 명 이상이 물 부족 직면, 기후난민의 숫자가 2억 명, 라틴아메리카 커피 재배농장의 최대 90% 소멸,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사람 중 1억5000만 명이 단백질 결핍, 폭염으로 전 세계인구 25만 명 사망,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 산불, 태풍이나 수해 등으로 자산 피해규모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KDI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구조개혁을 안 하면, 인구감소 및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경제성장이 제로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와 있다. 고령화율은 2020년 15.7%에서 2050년 40.1%로 증가하고, 청년 인구비율은 22%에서 11%로 절반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특히 심각한 것은 지방인구가 소멸하여 행정 지역 50%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기후환경, 인구,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은 2050년 미래 모습을 암울하게 보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이상기상 피해와 생태계 위기에 직면해 기후재난, 지역갈등의 심화, 1인당 GDP 정체, 소득 격차 심화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시나리오는 앞으로도 아무런 대책 없이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지 않을 우에 국한할 것이다. 지금의 문명을 이루어낸 고도로 발달한 두뇌를 지닌 우리 인간이 현명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해나간다면 다른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국회미래연구원(2020)은 2050년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에 대해서 11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로 건강하고 인간다운 초고령사회 구축을 들고 있으며, 13대 분야에는 환경과 국토에 관한 분야로서 기후환경, 정주 여건 등을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하여, 탄소 중립 녹색성장 12대 과제 중, 국토의 저탄소화를 통한 탄소 중립사회로의 전환, 지방이 중심이 되는 탄소 중립, 적응 주체 모두가 함께 협력하는 기후위기 적응 기반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상의 미래에 대한 대응방침 중에서 탄소 중립 실현, 인간 중심의 가치 구현, 환경친화적 사고, 사회적 협력, 지방 중심, 정주여건 개선 등의 키워드가 국가도시공원이 지향하는 목표와 상당 부분 근접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가도시공원이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90만 평 이상의 대규모 공원으로 환경복지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대규모 생태문화환경 거점 공간, 탄소 중립 거점공간이다. 국가도시공원은 국가, 지자체, 시민, 기업이 힘을 모아 만들어나가며, 지역과 국가의 경제적 이익창출과 국가적인 품격향상, 녹색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전 대한민국을 창출해나가는 녹색 복지 향상 모델이다. 잠시 시간을 점프하여 2050년의 국가도시공원 모습을 본다. 국토부의 정책이 2020년대 후반에 이르러 회색 인프라에서 녹색 인프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프로젝트 발표를 계기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맞춤형 프로젝트 개발의 대상으로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이 정부의 국비 과제로 선정되었다. 낙동강하구 일대의 역사 생태 환경 문화를 연결하고 난개발로 훼손된 낙동강하구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시민들이 개발로부터 지켜낸 을숙도 맥도 지역 일대의 250만 평에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도시공원이 주변의 파크시티와 연계하여 조성되었다. 이 공원은 생태문화관광 시대를 열어가고, 지역경제 활성화 및 동남권 국가균형발전과 그린 뉴딜을 담아내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국가적 상징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인천 소래습지 지역도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서부권의 대표적인 생태환경거점 공간으로 정착해 국민휴양 및 다양한 해양문화 체험장소로서 전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전 국민 모든 사회계층에 접근할 수 있고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원칙으로, 전국 16개 광역시도마다 1개소의 국가도시공원 조성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며, 2050년 현재 10개 지역에 국가도시공원이 지정되어 있다. 국가도시공원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의제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국토부는 국가도시공원과 관련한 문제점 있는 조항들을 개정하는 등 법체계를 정비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하였다. 나아가 국토부 내에 공원 및 녹색 인프라 관련 정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지원해나가기 위하여 전담부서를 공원과로 승격하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하였다. 조성된 국가도시공원에서는 2년마다 국가도시공원박람회가 개최되고 있다. 2050년에 제10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개최도시마다 수백만 명이 몰려드는 등 지역 최대의 녹색 축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지역의 관광산업 및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공원 및 정원 관련 분야는 국민에게 주목받는 미래 직종으로 정착하고 있으며, 이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가도시공원이 전 국민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지방 도시가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자연환경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서 탄소 중립 거점도시로 정착하여 국토 균형발전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상들이 2050년에는 꼭 이루어져 있기를 기대한다. 김승환 / 국가도시공원 전국민관네트워크 상임대표,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 김승환 국가도시공원 전국민관네트워크 상임대표[email protected]
    • 2022-12-15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정원은 문명과 자연의 직접적인 친화력의 표현이자 명상이나 휴식에 적합한 즐거움의 장소로서, 이상화된 세상이라는 보편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정원의 어원은 ‘낙원’이며, 문화와 양식, 시대, 혹은 한 창조적인 예술가의 독창성의 증거가 된다.” (플로렌스헌장 제5조항) ICOMOS-IFLA 국제 역사 정원 위원회는 1981년 5월 21일 플로렌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역사정원에 관한 헌장을 제정할 것을 결정했고 1982년 12월 15일 이코모스는 역사정원에 대한 플로렌스헌장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였다. 플로렌스헌장은 역사정원도 베니스헌장의 정신에 따라 보존하여 미래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정원의 보존과 복원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정원의 본질 또한 간결하지만 탁월하게 서술하였다. 헌장을 작성한 ICOMOS-IFLA 국제 역사 정원위원회는 보존 가치가 있는 역사정원을 통하여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정원의 가치를 친화력, 즐거움, 이상향의 키워드로 정확하게 지적하였고 인류사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는 정원술의 가치를 언급했다. 정원은 인류의 문명사와 함께 할 만큼 오래되었지만, 우리는 살면서 그 속성을 체화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원은 현대인에게 명백한 타자다. 정원 조성의 오랜 모티프였던 이상향의 신비로움은 사라진 지 오래며, 도시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은 정원 가꾸는 일에 무지하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정원을 가꾸는 데 필요한 시간과 공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서 정원이 멀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정원의 본격적인 상실은 대다수 중산층이 살았던 단독주택이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개량되거나 아파트 숲에 잠식되면서부터다. 주택이 아파트로 대체됨에 따라, 미약하나마 존재하고 있었던 주택정원과 정원 가꾸기 문화는 빠른 속도로 쇠퇴했다. 사람들은 내가 만들고 가꾸는 정원 대신 전문가의 손길로 탄생한 세련된 외부공간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으며 정원은 아파트 베란다와 거실로 축소되거나 사라져버렸다. 정원 가꾸기 문화는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도 전에 주거환경의 급변하는 물살에 잠식당하였다. 최근 우리 사회는 여러 굵직한 변화의 기점을 마주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반강제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보았고 산불과 폭우 등 전에 없는 자연재해를 집중적으로 경험하면서 기후 위기가 목전에 왔음을 실감하였다. 지금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건강한 미래, 행복한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하여 귀 기울이고 있다. 좀처럼 부활할 기미가 없었던 정원이 최근에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일련의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정원은 치유와 위로의 수단이자,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지속가능한 실천적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정원에 대한 수요는 농업진흥청, 산림청, 환경부 등의 정부 기관과 기초자치단체의 관심과 맞물리면서 짧은 시간 사이에 사회 전반에 정원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사회적 수요에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적시에 호응하기란 쉽지 않은데, 정원사업은 그런 점에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전방위로 잘 갖춘 셈이다. 특히 산림청은 2001년에 신설한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2015년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고 정원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산림청은 법제 개편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 국가정원과 지방정원, 민간정원, 공동체정원 등 다양한 정원의 조성을 견인하였고 지속가능한 정원문화를 위한 가드닝 교육, 정원소재 발굴, 시민정원사 등의 인력 양성에 주력하였다. 향후에는 담양에 한국정원문화원(가칭)을 조성을 시작으로, 춘천의 정원소재실용화센터(가칭)와 거제의 한-아세안 국가정원까지, 정원교육과 소재 개발, 홍보를 담당하게 될 국가 전문기관이 전국 곳곳에 건립될 예정이다. 정원사업에 대한 산림청의 적극적인 행보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지역 파급력 또한 적지 않다. 국가가 주도하는 정원사업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땅에 새로운 개념의 정원을 자리매김하게 될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이때의 정원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태일 것이다. 조경계는 제도에서부터 조성과 관리와 활용의 측면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에 필요한 정원의 기능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국가 주도의 정원사업에 필요한 정원의 역할과 기능을 미래지향적으로 제안하고 정원도시의 거대 담론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둘째, 조경가는 국토환경 개선의 대체제로서 공공정원의 효용성을 몸소 보여줘야 하는데, 협업과 참여의 여지를 남겨 지역민과 함께하는 실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정원의 사회적 파급력은 거버넌스 주도의 사회운동으로 자리매김할 때 그 효과가 증명된다. 사회활동가로서 지역 조경가의 역할과 지역 공무원의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국가 주도의 정원사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조경계는 국토환경에 정원이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견지하고 정원의 양태와 방향을 적극적으로 리드해야 할 것이다. 박희성 /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
    • 박희성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 [email protected]
    • 2022-11-27
  • 현대사회는 엄청난 변혁의 기로에 서 있다. 약 60~7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출현한 이후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기라 할 수 있는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이후 불과 200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인류는 실로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었다, 2016년 다보스 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혁명(제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물리적·디지털적·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라고 정의하며 전 세계의 산업구조 및 시장경제 모델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이러한 급격한 기술발전의 이면에는 환경문제와 기후변화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우고 있다. 2021년 UN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그린란드의 빙하 유실 속도는 과거 10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하였으며 북극의 얼음 또한 지난 10년간 32%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는 해수면 상승뿐만 아니라 폭염, 홍수 등 이상기후를 동반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코로나 바이러스 또한 지구 온난화에 따른 박쥐 서식처의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학계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위기 앞에 인류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첨단통신 및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전통적 업무와 생활패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소통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정보의 신속한 교류와 공유 및 융합을 통한 가치 창출은 새로운 기회로 부각되고 있다. 반면, 기후변화, 전쟁, 감염병의 글로벌 확산 등은 공동의 가치와 철학, 소통의 부재 속에서 인류사회의 새로운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종합과학예술’이라 자처하는 조경분야는 이러한 기회와 위기 앞에 과연 어떠한 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예술이냐 과학이냐는 해묵은 논쟁과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집착은 방대한 정보의 공유와 실시간 네트워크, 그리고 기술혁신으로 이미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카메라 관찰을 통해 이용자들의 행위패턴을 분석하던 시대는 가고 스마트폰의 위치정보와 빅데이터의 활용을 통해 광범위한 이용자들의 행위를 분석하고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통해 미래 행위 패턴까지 예측하여 디자인에 반영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의 접근성 또한 훨씬 용이해졌다. 4년을 배워 어렵게 기사자격을 취득한 대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지식과 캐드, 스케치업, 루미온 등 손쉽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만 익힌다면 그럴싸한 도면과 컴퓨터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 장벽은 더욱 낮아지고 그 수준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기술을 습득하고 아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식을 가공하고 누구를 위해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이렇듯 급변하는 시대 정작 우리가 지켜할 중요한 것은 조경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바로 ‘조경의 가치’일 것이다. 그 가치가 명확하고 중요하다면 그 영역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조경이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조경이 도시안전과 감염병 확산에 기여하며, 조경이 홍수와 재난을 예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국가와 사회는 조경을 더욱 지지하고 그 전문성에 더 큰 책임을 부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국가적 위기와 글로벌 환경문제 등과 관련한 정황들은 외부공간의 계획 및 설계에 집중하는 조경 분야에 더욱 큰 기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수공통 질병 확산에 따른 기존 녹지공간계획 및 설계의 재고와 팬데믹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공간디자인, 안전 및 재난 예방을 위한 탄력적 공간 디자인,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내외부 공간의 네트워크형 수체계 및 녹지공간 조성, 제로 에너지 공간디자인, VR/AR 및 게임연계를 통한 공원 및 공간체험의 다양화, 메타버스를 통한 가상현실에서의 조경 등 이미 많은 영역에서 우리 조경분야의 기여 가능성이 제기되고 또 실제로 일부 실험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보급될 UAM(Urban Air Mobility)의 상용화는 산업사회의 규칙과 관성에 따라 조성된 도시개발 및 교통체계의 근간을 흔들며 도시계획과 조경의 역할에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중요한 건 조경 전문가들이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의 문제이다. 아쉽게도 아직도 많은 영역에서 조경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주도적 역할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원의 영역을 넘어 교통, 환경, 재해, 안전, 엔터테인먼트 등 사회적 관심과 더욱 긴밀하게 연계된 중요한 영역에서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조경분야의 설득과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이젠 학문이건, 업역이건 고유의 독자적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것은 자기정체성의 부정이라기보다는 변화된 환경에서 스스로를 변혁하는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스스로 허물지 않으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없고 또한 새로운 미래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조경분야가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역할과 가치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도전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김진오 /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
    • 김진오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email protected]
    • 2022-11-24
  • 지난 10월은 정원이 전부였던 한 달이었다. 북서울 꿈의 숲에서 개최된 서울정원박람회를 시작으로 세종에서 정원산업박람회가, 오산에서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되었다. 국가정원이 운영되고 있는 울산에서는 세계적인 정원작가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조성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박람회의 관심을 이어 나갔다. 특히 심포지엄의 주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공정원과 정원문화라는 주제로 개최되어 정원이 가진 사회, 환경적 기능과 문화로의 확산을 위한 발제와 토론이 있었다. 지난 10월의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되지 못하거나 축소된 아쉬움을 덜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아쉬움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팬데믹을 겪으며 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개인의 영역이었던 정원은 공공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환경과 인간성을 회복하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한다. 반려식물 또한 하나의 콘텐츠로 정서적인 교감과 위안을 얻는 존재로 인식될 만큼 생활공간에 정원 및 식물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는 구하기가 어려운 식물을 판매해서 소득을 올리는 식테크(식물+재태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며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하지만 막상 반려식물 시장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반려식물로 활용되는 식물을 비롯해 화분 등의 소재는 대부분 예전의 것들이 그대로 이용되고 있어 산업으로의 확장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원박람회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각기 다른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아 운영되고 있는 듯 하지만 국민들의 수요는 얼마만큼 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필요하다. 수년 전 산림청에서는 국내 정원박람회의 활성화를 위한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원박람회가 가진 한계를 도출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의 정원박람회는 정체성의 결여, 프로그램의 답습, 진부한 홍보전략 등의 문제점과 엷은 작가층과 한정적인 참여, 식물 등 동일한 소재의 활용으로 인한 연출의 한계 등을 지적하였다. 올해 개최된 정원박람회는 수년 전 제시되었던 문제점이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정원박람회장으로 많은 시민들을 끌어내고 참여시킨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한 정체성의 결여로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 또 다양한 정원을 볼 수 있는 작가정원도 마찬가지이다. 작가정원이란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정원에서의 작가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는 느낌이다. 제안서에 담겨있는 의도가 정원으로 표현되기까지 작가의 참여는 얼마만큼일지 되새김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박람회를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수년 전 서울정원박람회는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활성화를 목적으로 공원녹지 등이 부족한 해방촌에서 개최되었었다. 박람회 기간으로 따지면 방문하는 인원은 적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방문하는 지속가능한 정원이 되지 않았을까. 또 지난해 개최된 전라남도 정원페스티벌에서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보았다. 지역의 상가들이 참여하는 정원조성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원 결과물에 있어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정원문화의 확산과 기존의 정원박람회가 가진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 정원은 국민들의 수요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그런 속에서 식물 호텔과 반려식물 상담소, 렌탈서비스와 같은 산업부터, 플랜테리어, 리테일테라피 등과 같은 새로운 정원문화까지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정원문화가 우리 삶 속으로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어쩌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건 아닐까. 우리 삶 속의 문화가 되기 위한 정원과 반려식물, 정원 속의 생명들을 반려의 개체로 인정할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인식의 기반은 이해와 공감이 아닐까. 내 정원의, 내 책상의 반려식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남수환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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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일·한 조경인 축구대회 성료… “세대 잇는 교류·협력 공고히”
[환경과조경임정우기자]24년전심은우정의씨앗이다시한번용인에서발아했다. 제24회일·한조경인 축구대회가지난26일한국용인에서성황리에개최됐다. 조경인들의화합과기술교류의장을마련한이번대회는팬데믹이후5년만에한국에서열린첫대회로,한일양국의조경관계자들이다시만날수있는뜻깊은자리를제공했다. 이번제24회일·한조경인 축구대회는양국조경인들간의기술교류와협력의지를더욱공고히하며,조경인의역할과책임에대한 인식을고취시키고자마련됐다. 축구대회하루전인지난25일에는양국조경가들이에버랜드장미원과 하늘정원길을시작으로희원과호암미술관을둘러보며교류의시간을가졌다. 한국의다양한조경스타일을엿볼수있는이번탐방은현장도슨트가함께해장미원과하늘정원길의조경설계와 유지관리의배경을설명하고,희원과호암미술관에서는한국의전통조경과현대조경을한자리에서볼 수있는시간을마련했다. 양지근린공원에서진행된축구대회는기후변화와공동체회복등다양한사회적과제를함께해결하기위해양국의 조경인들이지속적으로협력하자는다짐속에서이뤄졌다. 노영일한국팀예건단장은개회식환영사에서“조경은생태계보호와재생에너지를 통한지속가능성을실현할수있는중요한분야”라며“이 대회를통해양국의조경인들이세대간지식과경험을공유하며조경의가치를함께널리알려가자”고 말했다. 이어콘도마사토일본팀교토시청단장은“조경은시대의변화에따라쾌적한 공간을창출하며이용자의요구와사회과제에대응해왔다”며“향후에도 양국간의지속적인협력과기술교류를이어나가길바란다”고말했다. 이날경기에서는한국팀이일본팀을3:1로리드하며승리를거뒀다. 경기가끝난후저녁에는용인라마다호텔에서시상식과환영의밤이진행됐다.시상식에서는 한국팀과일본팀의MVP를포함한주요선수들이시상받았고,이어진 공연에서는테너노경범,피아니스트김영아,그리고바리톤 김현등이멋진무대를선사하며환영의밤을더욱빛냈다. 특히노경범테너가부른‘물망초’는 한일조경인들의연례만남이앞으로도지속되기를바라는마음을담아큰감동을줬다. 올해대회는특별히한국과일본에서역대최대규모의신입회원들이참가해한일조경인축구대회가세대를잇는 교류의장으로거듭날수있음을확인시켰다. 신입회원들은행사주제곡인영국밴드퀸의‘WearetheChampion’을함께부르며화합을다졌고,한일 조경인의지속가능한목표와조경의의미를세대와함께나누는뜻깊은시간을보냈다. 한편제25회축구대회는내년일본도쿄에서열릴예정이며,일본팀은더욱발전된대회준비를약속했다.
“전통조경, 품셈 신설 등 합리적인 설계·시공 전문성 강화해야”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국가유산수리·설계시전통조경전문성강화를위해실측설계기술자·기능사및수리업에‘조경설계’분야를추가하고,합리적인설계와시공이가능하도록전통조경품셈신설이추진될전망이다. 국가유산조경기술자회,한국전통조경학회,국가유산청자연유산국명승전통조경과가주최하는‘2024년국가유산조경기술자회컨퍼런스’가지난18일국립고궁박물관강당에서개최됐다. 이번컨퍼런스는국가유산수리를담당하는국가유산조경기술자회,한국전통조경학회,국가유산청명승전통조경과로구성된3자협의체를발족하고,전통조경표준품셈신설을위해국가유산을수리하는기술자들의의견을수렴하기위해마련됐다. 특히국가유산조경기술자들이업무수행에도움이되는정보를제공함으로써전통조경업역을공고히해시장확대를모색하기위해기획했다. 세션1에서는‘전통조경정책과제도의현주소’를주제로▲김창규미래문화제도정책연구원장이‘전통조경의활성화를위한자연유산법과국가유산수리법의개선방안’▲주충효국가유산청자연유산국명승전통조경과사무관이‘국가유산청전통조경사업과정책동향’을발표했다. 세션2에서는‘전통조경수리현장과지향점’를주제로▲소현수서울시립대학교조경학과교수가‘전통조경유형별맞춤형관리방안’▲김충식전통문화대학교국가유산전문대학원교수가‘국가유산에서조경수리의지향점’을발표했다. 세션3에서는전통조경표준품셈신설공청회및종합토론이진행됐다.공청회는안승홍한경국립대학교식물자원조경학부교수와이승용전통조경설계지유대표가‘전통조경표준품셈의신설방안’을주제로발표했다. 발표가끝난후진행된토론은김순기국립순천대학교교수를좌장으로발표자및▲정해준계명대학교교수▲장재삼지드앤파트너스대표▲이종근산수조경대표▲정대영국가유산청사무관▲임성란국가유산청주무관이패널로참여해청중과질의응답을이어갔다. 국가유산청은조직개편으로자연유산국에명승전통조경과를신설함으로써외형적으로나업무적으로커다란변화를겪고있다.이에자연유산의보존및활용에관한법률제정하에합리적인전통조경설계와시공이가능하도록전통조경시방서를마련하고,전통조경표준품셈을작성하는연구를진행하고있다. 현재국가유산수리공종중중요한조경분야품셈이없는실정으로국토교통부나산림청의품셈을가져와사용하고있으며,현행의문제점과유사공종의비교분석을통해향후조경분야표준품셈제정기본방향과앞으로의계획등을올해수립하고있다. 주충효사무관은“전통조경은자연유산은물론문화유산등전반에걸쳐있으며,국가유산기본법과자연유산법에서그중요성이강조되고있다.국가유산기본법제7조제2항에서‘국가유산과주변의자연경관이나역사적·문화적가치가뛰어난공간을함께보호할것’이라고명시하고있다”고말했다. 이어“전통조경의중요성과발전성에주목하는이시점에서전통조경분야의수리정책,보존관리및활용제도·지원등결실은우리모두가얼마나적극적으로하느냐에달렸다고생각한다.현재추진중인정책과제도들이초기에좋은결실을맺을수있도록전문가및종사자분들의보다적극적인참여를바란다”고덧붙였다. 소현수교수는국가유산인사찰,전통마을의정비변화를식생경관,전통구조물,포장시설,배수시설,현대식시설등카테고리를나눠전통조경현장의문제를공유했다. 김충식교수는“현행조경공사국가유산수리표준시방서는2005년전면개정된이후19년동안개정없이수목관련재료및기법등매우일반적인사항만을포함하고있었다”며“2022년과2023년용역을통해마련된조경국가유산수리시방서개정안은올해수리기술과협의를지속진행해지난22일국가유산수리기술위원회상정을거쳐11월초의견조회후연내개정고시할계획이다”고말했다. 이어“자연유산법내전통조경의취지에부합하도록현행시방서의5개공종을‘일반사항,재료,조사,공사중의수목보호,시공’에서‘일반사항,조경기반공사,조경식물공사,조경시설물공사,조경유지관리’로변경할계획이며,17개세부공종을19개세부공종으로보다구체화할계획이다.특히쓰임말정리,타기관시방서참조,조경포장및배수등지속적인고도화방안을모색할예정이다”고강조했다. 안승홍교수는“건설공사조경공사,산림분야,건축분야등의표준품셈관련연구는특정공종별,실투입노무량과비교등을통한개선방안연구등고도화가이뤄지고있지만,전통조경분야관련연구는시방서공종분류의기초단계연구뿐이며,품셈관련연구는전무한실정”이라며“연구를통해국가유산수리표준품셈에부재한조경공사품셈작성대상항목이우선도출돼야한다”고말했다. 아울러국가유산청은올해연구를토대로향후2~3년간의대상공종별현장실사등을통해표준품셈을마련해고시할계획이다.또한현재‘국가유산수리등에관한법률’에따라국가유산분야실측설계업무를수리공종에관계없이국가유산실측설계업에서수행(보존처리,식물보호등일부공종예외)하고있다. 이에따라국가유산조경수리분야하도급폐해와수리품질저하우려,조경수리분야발전성저하등을이유로조경분야의설계를분리하는방안을지속협의하고있다. 현행법은국가유산수리및실측설계제한규정을두고문화재실측설계를할수있는자는국가유산실측설계업자로등록된자로명시하고있으며,국가유산수리는국가유산수리기술자중실측설계기술자로건축사법에따른건축사자격을가진자로제한하고있다. 이에기존의실측설계업-실측설계기술자-실측설계사보는존치하고,별도조경설계업-조경설계기술자-조경설계사보를신설해분리하는방향으로수리기술과와협의를진행하고있으며,이에따른수리법개정을추진하고있다. 한편지난13일박정하의원(국민의힘)은국가유산수리·설계시전통조경전문성강화를위한‘국가유산수리등에관한법률’개정안을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국가유산수리및실측설계제한에있어실측설계기술자·기능사및수리업에‘조경설계’분야를추가해국가유산수리업의전문성향상등의내용을담았다.
“도시숲 시민참여 활성화, 민·관 협력 중간지원조직 운영필요”
[환경과조경신유정,임정우기자]도시숲조성및관리를위한시민참여활성화를위해서는민·관이협력해중간지원조직운영이필요하다는의견이나왔다. 수원그린트러스트와수원특례시가주관하는‘2024도시숲조성및관리를위한시민참여활성화정책토론회’가17일수원일월수목원히어리홀에서개최했다. 이득현수원그린트러스트이사장은개회사를통해“도시에서의녹지환경이점점중요해지고있다.지속가능한도시숲,살기좋은수원시를위해마련된토론회에많은분들의열기를모아발표되는내용이정책적으로잘반영돼진행될수있도록노력하겠다”고말했다. 송성덕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장은환영사를통해“기후변화로인해도시숲의소중함을더느끼게됐다.시에서도도시숲에대한관리나품격을높일수있는부분들을많이고민을하고있는데,오늘토론내용을바탕으로정책에적극적으로반영하도록하겠다”고약속했다. 토론회는1부이양주경기연구원선임연구원의‘도시숲지원센터의지정및운영의근거와필요성’,최승희생명의숲사무처장의‘도시숲확대및관리를위한시민참여활성화방안및사례’주제발표와2부종합토론이진행됐다. 이양주선임연구원은“인구밀도가높은수원시내에서는대규모숲을확보하기어렵다.작은숲들을3차원적으로잘조성하는것이현실적전략”이라며“대부분땅이사유화된상황에서이모두를시가하기에는한계가있어,시와민간이같이해야한다.작은숲들을조성하고연결하면면적은적지만도시숲의기능을유지할수있다”고말했다. 더불어“밀도높은도시에서생태계서비스를위한숲의확보는매우어렵기때문에게릴라녹화운동도수용할수있는민·관이협력해중간지원조직을운영하면게릴라보다더효과적일수있다”는의견을밝혔다. 최승희사무처장은도시숲조성사례와주요사업및나아가야할방향에대해설명하며“지역사회와소통해현장에서이슈를찾아시민참여를확대하고,도시환경·사회문제해결을고려한새로운모델및대안만들기가중요하다.특히시민활동가조직,교육을통해지역사회내에서지속될수있는체계를마련해야한다”고강조했다. 이어“교육·건강·치유등다양한영역과네트워크를형성해연결고리역할을하고,다양한영역의이해관계와거버넌스를구축해운영해야한다”며“현장의상황이정책적으로반영될수있도록제안및개선이필요하다”고말했다. 발표가끝난후에는김부식한국조경신문회장을좌장으로▲이범석새빛수원손바닥정원단단장▲박영철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상임공동대표▲서형미수원광교카페거리마을정원단팀장▲김선주수원시녹지경관과과장이패널로참여해토론이이어졌다. 서형미팀장은카페거리의성공사례와과정을소개하며“틈틈이이뤄지는환경정화활동으로이웃주민들과유대가강화되고마을주민들의자발적참여가늘어났다.지속적인마을정원맞춤교육과모니터링,전문가의조언이함께한다면더욱유연한도시숲관리가이뤄질수있을것같다”는의견을밝혔다. 박영철상임공동대표는지난수년간수원시가탄소배출절감을이루기위해도시숲을조성하는과정에서시민사회와시의주도적으로협력한내용을설명하며“그과정에는시민단체의참여가중추적이었다”고말했다. 이범석단장은“도시숲조성에있어아파트조경이굉장히중요한것같다.지금까지사유지라는이유로공동주택조경에어려움을겪었다”며“아파트주민과조경전문가사이의중재역할을하고,마을공동체및지역적·이론적특성을고려한의사결정을할수있도록도와줄지원센터가필요하다”고강조했다. 김과장은수원시가추진중인시민활성화정책에대해이야기하며“시는시민들이참여할수있는600개소이상의마을정원에서900명이상의시민들이참여를하고있는성과를보여주고있다.앞으로도시민들과함께만들어가는공동체정원등을더확대할계획이다”고말했다. 토론회에참여한한시민은아파트조경에있어시민들이겪는현실적인어려움을토로했다.“주민들의편의와아파트조경의생태계가충돌하는경우에는지속가능한아파트조경을지키기어려운것이현실”이라며“아파트조경을공공영역으로가져올수있는방법이마련됐으면좋겠다”는의견을밝혔다. 이에이양주연구원은“이런부분이개선되기위해서는더욱도시숲지원센터가지정및운영돼야한다”고강조했다.
서주환 교수, ‘국토공간발전연구원 창립’ 초대 이사장 취임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서주환전경희대학교교수가국토공간발전연구원창립발기인대회에서초대이사장으로서“앞으로국토공간과조경분야발전”에헌신하겠다는포부를밝혔다. 지난17일롯데호텔월드3층제이드룸에서는국토공간발전연구원창립발기인총회가개최됐다. 국토공간발전연구원은국토공간과조경분야의학문적산업적발전방향을모색하는연구기관으로서,이날총회는개회선언을시작으로연구원설립현황보고,내년도사업계획발표및총회안건토론순으로진행됐다. 이날행사는개회선언과함께방세환경기도광주시장의축전으로문을열었다.방시장은“보전및정주환경의질적향상이라는새로운패러다임에대응하는중추적역할을국토공간발전연구원이해주기를기대한다”며연구원의설립을축하했다. 이어이경진전공주대학교조경학과교수가연구원설립현황과내년도주요사업계획에대해발표했다. 그는우선“국토공간발전연구원은국토공간의지속가능한발전을목표로하고있으며,이를달성하기위해다각적인노력을기울일것”이라며“조사·분석,계획설계,학술연구를통해국토공간에대한종합적인연구를수행할뿐만아니라,국토공간및조경분야의전문가양성에도주력할계획”이라고강조했다. 또한“기존학회보다조금더진보적이고새로운스타일로학술활동을해보려고한다”며“관련신사업을개발하여우리사회의공간환경을한층더발전시키는데기여할것”이라고연구원의설립취지를밝혔다. 2025년도사업계획에는▲총회및학술대회개최▲연구원미래비전계획수립▲국제학술지발간준비▲외부수탁용역수행등이발표됐다.특히국제학술지발간은5년내에SCI급학술지를발간하는것을목표로하고있으며,이를위한연구와준비작업을차질없이진행하겠다고밝혔다. 이어진총회는서주환임시의장을추대해진행했다.총회안건으로는정관심의,이사장및임원선임,2025년도사업계획및예산안상정,연구원조직구성등이다뤄졌다.특히연구원의사단법인화를위해국토부와협의과정을가져갈계획이며,이를원활히하기위해서정관및사업계획수정을이사회의결의를통해처리할수있도록위임하는안건이통과됐다. 서주환이사장은마지막인사말에서“가칭사단법인국토공간발전연구원을창립할수있도록적극적으로참여의사를밝혀주고도와주신회원여러분들게감사한다”며무엇보다“열심히하겠다는약속을먼저드리겠다”고말문을열었다. 그는“유사분야들이서로협업하고융합의과정을거치면서새로운영역을개척하는것이중요”하다며“융복합을추진해우리업역을보다확대하고,상상을초월하는고부가가치를창출할수있는방향성을제시하는것”을가장해보고싶은사업으로꼽았다.하지만“융복합이라고하면환경생태분야,ICT기술,AI기술과의접목을생각하겠지만,순수예술,디자인,인문학분야등AI가검증할수없는분야와의융복합을통해,인간의손으로만가치창출이가능한새로운분야를개척하고싶다”고포부를밝혔다. 또한서교수는“지난해36년간의교직생활을마무리하고새롭게제2의인생을준비를하면서두가지의일을해보고싶었다”며,하나는“물질만능주의에빠진현대사회에서정신적풍요로움을추구하는것이중요하다고생각으로,현재UNNGO단체인GCS인터내셔널한국본부총재직을수락”하여열심히발로뛰고있고,또다른하나가바로“국토공간발전연구원을통해아름답고쾌적한국토를조성하여국민모두가풍요로운환경에서행복하게지낼수있는사회를만드는것”이라며남은여생을헌신하겠다고말했다. 한편국토공간발전연구원은현재서주환연구원장을비롯해이기의아세아종합건설회장,양병이서울대환경대학원교수,임승빈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등이고문으로참여하고있다.
한국정원디자인학회 창립 10주년, “한국 정원문화 세계화 앞장”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정원디자인학회‘창립10주년기념식및포럼’이지난12일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성황리에개최됐다. 이번기념식은정원문화확산과정원산업육성을위해다양한사업을펼쳐온정원디자인학회의지나간10년,다가올10년의시간을기념하기위해개최됐다. 행사는▲1부개회사·기념사및축사,공로패수여,10년간의발자취영상시청▲2부스즈끼마코토일본동경농업대학교명예교수특별강연,다가올10년의이야기등으로진행됐다. 이혁재정원디자인학회장은개회사를통해“10주년이되는의미있는해에회장을맡게돼막중한책임감을느끼고있다.전임회장님을비롯한회원분들이함께쌓아올린성과를성실히이어받아새로운10년을준비하도록하겠다”며“조경·원예·관광등융합적인접근을통해연구및교육과관련된정보를활발하게교류하겠다.특히학회지활성화·국제화,다양한연구수행,회원관리·운영체계화,학회재정기반안정화등모든분야에서내실있는학회가될수있도록앞장서겠다”고약속했다. 김용기정원디자인학회고문은기념사를통해“지난10년간초창기의어려움을극복하고시대에발맞춰학회를이끌어온회장단및회원들의적극적인참여와활동덕분에눈부신발전을이룬것같다”며“한국은이제정원시대에들어섰다.그러나그변화에급급할게아닌,새로운변화와혁신을통해정원문화를이끌어가야한다.정원을들여다볼수있는공간이일상속에자리잡아마음을다독이고삶에에너지를주길바란다”고말했다. 조세환정원디자인학회고문은“학회의정착과발전을위해노력해주신모든분에게깊은감사를드린다.빅뱅에서부터우주가탄생했듯이,학회역시10년전창립의빅뱅이일어난후오늘에이르기까지다양한변화와발전의과정을거쳐왔다”며“제1대홍광표회장을이어제2대이혁재회장이초창기학회가걸어온모험의길을회장단및회원과함께더넓히고다듬어단단한번영의대로로이끌어새로운정원문화의길로진화해나가길바란다”고격려했다. 홍광표정원디자인학회고문은“학회는창립이후학회지발간,정원디자인아카데미,가든볼(스마트가든)개발등정원문화확산과정원산업육성을위한다양한사업에적극적으로참여했다.기념식과포럼을통해지난10년간우리학회의발자취를살펴미래를열기위한열쇠를찾고,앞으로10년간이뤄야할비전과4대목표및10대과제를발표하려고한다”며“학회가지금까지이룬성과는미약할지모르지만,그하나하나가한국정원의미래를설계할씨앗이됐다는것은확실하게말할수있다.발기인대회에서부터창립총회를거쳐오늘에이르기까지함께해주신모든분들께다시한번깊이감사하다”고말했다. 최병암전산림청장은축사를통해“한국의정원정책발전기폭제가된것은2013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였던것같다.그이후2014년에학회가창립돼이듬해설립등기됐고,2016년12월에수목원법에정원규정을넣은수목원·정원법이공표됐다는이두가지는한국정원발전의큰이정표라할수있다”며“이후지금까지정원정책발전으로한국은정원의시대에들어선것이분명하다.정원사회와정원국가,더나아가아름다운녹색지구를만들려는인류의노력에학회가큰힘을보태아름답게발전하길바란다”고응원했다. 2부에서열린특강에서스즈끼마코토명예교수는‘일본정원의과거,현재,미래’를주제로일본정원학회가추진하고있는방향에대해이야기했다. 학회는지난10년간새로운트렌드로자리잡은‘정원’의새로운10년을준비하기위한비전을‘한국의정원문화세계화로진흥한다’로결정했다. 이를위해▲연구를통한학문적기여▲새로운기술의개발과혁신▲미래지향적정원문화의창조▲정원전문인재의양성을4대목표로설정하고,10대과제를선정했다. 연구를통한학문적기여를위해서는학회지를국제저명학술지로육성하고,해외한국정원조성및외국학회와협력을통한학회국제화에나설예정이다.학제적융합을통해정원영역의재창조를이룰예정이다. 새로운기술의개발과혁신을위해서는R&D를통한새로운정원기술개발,산학협력을통한정원산업의신성장동력을제공할방침이다. 미래지향적정원문화의창조를위해서는다양한분야의참여를통한새로운정원문화를창조하고,탄력회복성이있는정원문화선도에앞장설예정이다. 정원전문인재양성을위해서는정원전문교육관의지정을받아정원디자인아카데미의전문화를통한실무형인재양성을추진하고,정원작가인증제를통한검증된전문인력을양성할계획이다. 한편이날기념식에서는김용기고문,조세환고문,홍광표고문,이혁재회장이공로패를받았다.
2024 대한민국 조경대상 ‘대통령상’에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조경 2BL’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현대건설의‘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조경2BL’이‘2024대한민국조경대상’최고상인대통령상을거머쥐었다. 환경조경발전재단은국토교통부(이하국토부)와공동으로지난11일서울식물원보타닉홀에서‘2024제14회대한민국조경대상시상식’을개최했다. 대한민국조경대상은2001년도입해매년개최하는국내조경분야최고권위의상으로국토의쾌적한생활환경을창출하고국민의삶의질향상에기여한우수조경공간을발굴해격려·시상하고국민인식을높이기위해마련됐다.공모는최근10년이내진행된조경공간및시설을대상으로공공과민간부문을나눠선정했다.대통령상과국무총리상은2019년에처음신설된상이다. 5월17일부터7월19일까지공모를진행한대한민국조경대상은서류심사와현장심사,국민참여평가등총3단계를거쳐최종21개작품이수상작명단에올랐다.특히,이번조경대상심사기준에기후변화와지속가능성을고려한탄소중립,스마트기술등이추가됐다. 이번2024대한민국조경대상대통령상에는‘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조경2BL’에돌아갔다.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조경2BL’은6만5000㎡규모의도심숲을조성해탄소배출제로를시도하고130여종수목과140여종초화를심어식물원수준의종다양성을확보했다.수목의특성을고려한식재,환경축을고려한지형과의조화,지역사회와소통가능한공공성확보까지혁신적인조경중심의아파트단지의좋은사례로높은점수를받았다. 이단지조경은현대건설이설계·시공하고식재는유일종합조경·정한조경이,시설물은동영조경·그린에이드,정원은오랑쥬리,숲놀이터는원앤티에스,물놀이터는청우펀스테이션이맡았다. 국무총리상은‘함박·너른·마루’를조성한한국토지주택공사·씨에이조경기술사사무소·유승건설·양우건설·가람엘앤씨·이에스아이·영도건설이수상의영예를안았다. ‘함박·너른·마루’는함박산기존숲의보존과복원등친환경성을바탕으로도시와자연을잇는녹색거점으로의조화를인정받았다.또맹꽁이서식지를보장해자연친화적인대형공원을조성해도시의허파를만든점에좋은평가를받았다. 국토부장관상공공부문에는▲경기도이천시·다음기술단·풍산건설·한국종합기술의‘설봉근린공원’이,민간부문에는▲포스코홀딩스·얼라이브어스·포스코이앤씨의‘포스코스퀘어가든’이선정됐다. ‘설봉근린공원’은도시의연결과주민의이용성,근린공원이인천시주민들이어떤수요를갖는지를풀어낸것이돋보였다.포스코스퀘어가든은공원녹지를도시안에서풀어내고,조경의영역확대라는부분에심사위원들의공감을이끌어냈다. 환경부장관상공공부문에는▲서귀포시청중문관광지관리소·아뜰리에나무·세운주식회사의‘제주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가,민간부문에는▲포스코이앤씨·CA조경기술사사무소의‘더샵갤러리’가선정됐다. ‘제주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는국가유산의절제된디자인으로자연의화려함을,‘더샵갤러리’는옥상정원과실내정원을주변산지와연결하고이용자들을위한프로그램등이부각됐다. 국가유산청장상공공부문에는▲국가유산청궁능유적본부·주식회사유엘피·이연소의‘창경궁물빛연화’,민간부문에▲엘지상록재단·디자인스튜디오이레의‘화담채’가받았다. ‘창경궁물빛연화’는야간조명과미디어아트가새로운조경분야를열어준점,‘화담채’는민간정원의약진이좋은평가를받았다. 산림청장상공공부문에는▲수원시청재산관리과·탑건축사사무소·매스팀버코리아의‘수원시청새빛민원실’,민간부문에는▲대치동제1지구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오픈니스스튜디오·대우건설의‘대치푸르지오써밋’이뽑혔다. ‘수원시청새빛민원실’은회색빛민원실을조경으로온기를불어넣은점,‘대치푸르지오써밋’은소규모공간에정원·공원의연결성이좋은평을얻었다. 이외에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상우수상은▲궁능유적본부·산수조경·일등종합문화재주식회사의‘덕수궁선원전’▲평택시푸른도시사업소·경호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무소·개성건설의‘평택부용산공원’▲한국수자원공사·수성엔지니어링·DL건설주식회사의‘부산에코델타시티방재공원’▲GS건설·윤디자인스케이프·장원조경의‘북수원자이렉스비아’▲개포1동주공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HDC현대산업개발의‘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1BL’▲한국수자원공사용담댐지사의‘용담댐수변정화림’▲중부지방산림청·라이브스케이프·세종시산림조합의‘2022세계조경가대회기념정원’▲현대자동차자산개발팀·간삼건축조경팀·현대엔지니어링자산서비스혁신팀의‘InsightJourney(옥외명상정원)’▲서울그린트러스트·KCA한국공항공사·그람디자인의‘거인의정원에서우리지금만나’가선정됐고,장려상은▲김포클린도시사업소·아리울씨앤디의‘별빛모래성’이받게됐다. 마지막으로특별공로상에는사유지내조경공간을조성·공유해민간부문조경산업발전에기여한포스코홀딩스가수상했다. 이날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환영사를통해“올해환경조경발전재단에서처음으로주관하게된이번행사는지난해와비교해출품작규모가50%이상증가했고,약2만명의국민이국민참여평가에참여해역대어느행사보다도뜨겁고치열한경쟁이었다”며“조경대상운영위원회를수립해행사의투명성을강화하고,심사의공정성,모바일투표를통한편리성의3가지주안점을두고추진했다”고말했다.또“앞으로일반시민들이함께즐길수있는모두의축제로발전할수있도록노력할것을약속드린다”고전했다. 이상주국토부국토도시실장은축사에서“그동안대한민국조경대상은대부분공공부문에서수상했지만,최근민간부문에서도기후위기와탄소중립등으로조경의중요성을인식해조경공간의수준이매우향상됐다”며“도시공원·녹지·아파트단지까지조경이가진무한한잠재력을개발하고발휘되도록국토부가노력하겠다”고말했다.또한“조경과관련된건설기술을개선하고국가기술자격,조경진흥법개정을제때준비해정책적제도적기반이마련될수있도록하겠다”고덧붙였다. 한편,이번행사에는이은수포스코이앤씨팀장이‘조경의공공성과방향성’을주제로특강을진행했다. 2024대한민국조경대상수상작은오는16일까지서울식물원1층에전시된다.
[미래포럼] 국토의 미래와 우리의 대응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미래를전망하는것은쉽지않다.그럼에도미래를전망하는많은연구와책들이있다.분명한것은미래는지금과다를것이고,변화의속도는점점더빨라질것이라는점이다.예측이대체로맞은경우도있었고,벗어난경우도있었다.과거를돌이켜보면우리의국토도많이변화했고,앞으로는더욱빠른속도로변할것이다. 인류의미래가밝지만은않다,유발하라리는인류를위협하는3가지요소로세계대전과핵전쟁,생태계파괴,파괴적기술을꼽고있다.기술발전을기반으로경제적으로는풍요로워졌지만기후위기와빈부격차등어두운면도상존한다. 우리나라의관점에서미래변화와관련중요한화두는기후위기,첨단기술,인구구조등이다.기후위기로빈번한기상이변과불확실성이증가하고,더불어펜데믹의증가와생태계의교란도일어날것이다. 첨단기술은편리하고빠른이동성을제공하고,세계의모든사람을실시간으로연결하는초연결사회를실현하였다,AI의출현으로전통적인많은일자리가사라지고새로운일자리가생겨날것이다. 통계청자료에의하면2023년합계출산율은0.72이고올해는더욱줄어들것으로예상된다.1980년21.8세이던중위연령은2072년에63.4세에다다를것으로전망된다.인구는줄어들고노인인구비중은더욱늘어날것이다. 우리의국토도이러한메가트렌드의영향을받을것이다.우리의국토가어떻게변할까?궁금한지점이다.할수만있다면예측하고미리대비하는것이맞을것이다.지금까지의연구결과들을종합할때다음과같은4가지를예측할수있고,조경분야도대비가필요할것이다. 첫째,수도권집중과도시의광역화가더욱심화될것이다.2019년기점으로수도권인구가비수도권인구를추월하였다.수도권의양질의일자리와다양한공공인프라가집중의원인이다.많은균형발전정책에도불구하고기회를찾아서,좋은서비스를제공받고자수도권으로이동하고있는현상을막지는못하고있다.또한수도권과비수도권도시모두생활권과경제권이확대되는광역화도일어날것이다.대표적으로수도권광역화로충남북부와강원동부도수도권영향을받는지역이되었다.도시는확대되고농촌은축소되는현상에대비하여도시-농촌인접부에대한친환경적인관리,축소되는농촌지역의재자연화,도시에서의공원녹지확대를통한삶의질을높이고자하는요구가증가할것이다. 둘째,지방소멸과고령화현상이다.위에서언급한것처럼수도권집중의반대급부로지방인구는급속히줄고고령인구비중이높아질것이다.부산,대구,광주등지방대도시도예외가아니다.많은정책과예산이투입되었음에도불구하고개선되지않고있다.이러한현상을인정하고다양한대응이필요한시점이다.균형발전정책이지금까지의인구관점에서삶의질관점으로전환하는것이필요하다.지방의도시와농촌에거주하는국민을위해기본적요구를국가가책임지는것이중요하다.의료,교육,문화,복지등기본수요를일정수준이상보장하는것이다.여기에다양한여가시설,공원,정원,도시숲,생활인프라가포함되어야한다.조경분야도기존의전통적영역인공원녹지와아파트단지조경에서보다다양한공간으로영역을확대할기회가오고있다고볼수있다. 셋째,초고속교통망의발달이다.이제전국반나절생활권이되었다.고속철도건설은국토공간의변화뿐만아니라우리의일상생활에도많은변화를가져왔다.국토의광역화와더불어이동성증가로국토구석구석이힐링의장소가되고있다.대규모관광지보다지금까지찾지않던장소가인기를얻는현상도나타나고있다.소득이증가하고이동수단이발달할수록다양한여가공간과관광명소를요구하는수요가증가할것이다.특히,가성비와다양성을추구하는최근젊은세대의특성을고려한관광과여가공간의창출이중요해질것이다. 넷째,기후위기와이에대응한탄소중립실현이다.온실가스를줄이는노력과더불어기후위기로인한부정적영향에적응하는것도중요하다.산림과공원녹지를확충하여온실가스흡수원을늘리는정책이필요하고,이상기후로인한재해에대비하는것도필요하다.기후변화로인한생태계변화를최소화하기위해자연환경을잘보전하는제도와노력도더욱중요해질것이다.기존보호지역을확대하기는인구밀도가높은우리의현실에서는어려운과제일수있다.동일한면적의보호지역에서더욱많은온실가스를흡수할수있는연구도필요하고,훼손된지역을보다빠르게복원시키는기술개발도시급하다.빅데이터와AI등첨단기술을활용하여조경분야의새로운시장확대를기대해본다. 지난반세기는효율성과경제성을중시하는성장사회였다.앞으로는사회·문화적으로기초가튼튼한성숙사회로나가야한다.성숙사회가추구하는바는한마디로사회적가치를지향하는것이다.환경,사회적연대,삶의질을중시하는것이다.성숙사회에서는조경분야의기여할바도더욱커질것이다.또한분야간의벽이지금보다는약해지고,융복합이강조될것이다.분야간협력이조경분야생존전략의필요조건이라생각한다. 김명수/국토연구원연구부원장
[공원에 간다 ④] 다산공원, 초록 점을 찍다
신당동에위치하는다산공원은그야말로동네의중심이다.직사각형4면은모두도로로둘러싸여있고각각의도로는여러개의골목길로이어진다.공원일대는동대문시장과가까워의류관련소규모공장이골목중간중간에있고오래된주거지의역할도하고있다.인접한중앙시장이젊은이들의핫플레이스로자리매김하면서그영향이다산공원까지이어져,공원을둘러싸는건물에는카페는물론베이글가게,햄버거가게등젊은이들이찾는가게들도하나둘씩들어서고있다.덕분에공원은항상다양한이용자들로하루종일북적거린다. 그많은이용자중에는매일매일이곳으로출근하는이들이있다.77세의영순씨와그녀의친구들이다.‘다산공원6인방’이라고부를수있겠다.그녀들은전용의자인빨갛고파란플라스틱의자에앉아낮대부분의시간을이곳에서보낸다.태양의위치에따라서,바람이부는방향에따라서의자의위치는정해진다.가을에는해가잘드는파고라옆에,여름에는그늘이잘드는야외무대옆에의자를놓는다.그녀들은반려견을산책시키고가을에는은행을줍기도하고,음악을듣고,전화통화를하고,모여서이야기나누고,과일,커피,오징어같은음식을나눠먹으면서자신들의공원생활을차곡차곡채운다.그녀들의대화소재는최고의콩나물요리법부터자식들에대한걱정까지무궁무진하다. 2018년부터다산공원에나오기시작했다는영순씨는아주성실한공원생활자이다.반려견인마리와함께거의매일,가장빨리공원으로나온다.준비도철저하다.오후친구들의공원생활이시작하기전먼저나와의자가놓일장소를청소하고의자를가지런히놓는다.오후에이루어지는공원관리청의청소로,그녀와친구들의공원생활이방해될까봐자신이미리청소를해두는것이다. 다산공원6인방중의또다른한명인춘희씨는근처다가구주택의반지하에산다.경기도안성에사는딸이같이살자고하지만20대에정착한이후쭈욱살아온이곳을벗어나는건그녀로서는상상하기어렵다.탄탄하게구성된생활영역과친구들,이곳에서그녀는자유로우면서도안정감을느낀다.물론자식한테부담을주기싫은마음도독립거주의중요이유이긴하다.친구들의전언에따르면춘희씨는아주아주바지런하다.혼자살고허리가휘어거동이쉽지않지만하루세끼를대충때우는일은거의없다.매일매일정성들여된장찌개를끓이고생선을굽는다.그래서그녀의집입구는저녁이면맛있는냄새로채워진다.그리고다가구주택에딸린작은화단도열심히가꾼다.잡초를뽑고,이쁜꽃을심는다.한쪽에는호박을심어호박잎과호박을반찬거리로삼기도한다.그녀의정원이고텃밭이다. 영화‘찬실이는복도많지’에서주인공찬실이는세들어살고있는집의주인할머니와함께콩나물을다듬다가할머니한테하고싶은거없냐고물어본다.할머니는하고싶은게아무것도없다고하면서늙으니까그거하나좋다고한다.그리고그둘의대화는다음과같이이어진다. 찬실:진짜하고싶은일이하나도없으세요?그런사람이세상에있어요? 할머니:나는오늘하고싶은일만하고살아.대신애써서해. 찬실:그러면오늘하고싶었던거는콩나물다듬는거였겠네요. 할머니:훗,알면됐어. 하고싶은게없는사람이있다는게신기한것처럼,하고싶은것투성이인다산공원의젊은이들에게영순씨와그녀친구들의공원생활은얼핏무료한시간보내기로보일수있다.그녀들의일상이쓸쓸해보일수도있다.하고싶은게많은그들에게오늘은하고싶은것을향하는시간의직선위에있기때문이다.오늘은내일을위한날이다.그러나영화속할머니나,영순씨와그리고그녀의친구들에게오늘은내일을위한날이아니라하나의온전한점이다.그리고그녀들은그점을‘애써서’찍는다.‘오늘’하고싶은일인‘공원생활’을위해서미리청소하고의자를내어놓고친구들과나눌음식을준비하며꾹꾹눌러일상의점을찍는다.다산공원에서의점은초록점이다.
2024 코리아가든쇼, 최윤정·김동민 작가 ‘대상’ 수상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2024코리아가든쇼’에서최윤정·김동민작가의‘WETONWET,블렌딩가든’이영예의대상을차지했다. 산림청이주최하고국립수목원,서울시가공동주관한‘2024코리아가든쇼’시상식이8일서울뚝섬한강공원일대에서열렸다. 시상식에는최영태산림청산림보호국장,임영석국립수목원장,심상택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신창호국립세종수목원장,이수연서울시정원도시국장,신창호국립세종수목원장등을비롯한관계자및시민들이참석했다. 이날행사는▲환영사및축사▲코리아가든쇼·실내정원아디디어공모시상식▲조경가드닝민간기능경기대회금상시상식▲기념촬영▲정원작품투어▲공연순으로진행됐다. 이수연정원도시국장은환영사를통해“정원도시국에오기전복지정책실에서업무를담당했는데,한국이많이발전하고경제적수준이높아짐에도불구하고마음적으로풍족한사회는아닌것같다는생각을했다.이에해결책으로많은고민을했는데,정원·가드닝,자연과연결되는것이그해법인것같다”며“내년보라매공원에서진행될‘2025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도다같이참여해공간을아름답게만들고시민들에게힐링과치유의공간조성해주길바란다”고말했다. 최영태산림보호국장은축사를통해“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시작된이후로법·제도가많이생겼고,짧은기간에많은도시들이정원도시로나아가기위해노력하고있다.정원은작가,시민등모두적극적으로참여했을때꽃을피울수있는것같다”며“정원도시를조성하기위해서는시민들의참여하고지원이적극적으로필요하다.특히정원을조성하는것보다유지관리하는것이더욱중요하다”고말했다. 대상을수상한‘WETONWET,블렌딩가든’은젖은화지위에컬러를칠하고마르기전에컬러를올려색이자연스럽게섞이도록하는수채화기법을모티브로했다.천장과벽,문,창문으로구성된콘크리트구조물(콩코드하우스)과곡선의녹지를유기적으로배치해화지에색이섞이듯이경계의영역이섞여들어가는모습을표현했다.자연과인공이유기적으로결합된공간의구조를기반으로프레임을통해외부의풍경을경계속으로끌어오고미디어아트로가상과현실의경계가만나새로운풍경을만들어낸다.한강의풍경과정원그리고미디어아트로이어지는경관적시퀀스를통해감각의범위가확장되는것을보여준다. 최윤정작가는“2020코리아가든쇼첫작품‘리틀포레스트’로데뷔해서2024년코리아가든쇼‘WETONWET,블렌딩가든’으로대상을받았다는것에더욱의미있고,감회가새롭다.특히이번작품은손길이하나하나안닿은곳없이애정을가지고작업했다.후회없을만큼열정을다했기에좋은결과가더욱뜻깊게다가온다.이상을계기로저만의색이뚜렷한작가,더욱더발전하는작가가되도록노력하겠다”는수상소감을밝혔다. 이외에도▲최우수상에는조은희작가의‘빛과소리의정원’▲서울매력정원상에는김미진·박병길작가의‘ForRest,쉼표가있는숲속음악당’,이정연·이연주작가의‘ARtGarden(에이알티정원)’▲코리아가든쇼상에는김태원·박선영작가의‘자연이만드는예술,풍경’,나성진작가의‘정원읽기의즐거움이선정됐다. 실내정원아이디어공모에는▲대상에김예슬(전남대학교)의‘HandyGarden’▲최우수상에임승연(건국대학교)‘IAM’▲우수상에김용수(계명대학교)‘작고작은나의숲’,▲김영현(서울여자대학교)‘다정:마음을비우고나를되돌아보는공간’▲특별상에김윤태(상명대학교)‘palette’가뽑혔다. 2024조경가드닝민간기능경기대회▲금상에는이민섭·이소선신구대학교‘A+’팀이수상했다.금상수상팀은2026년베이징에서열리는국제기능올림픽대회최종결승전에참가할수있는자격을받게된다. 한편‘통섭(統攝),경계를허물어힐링시대의문을열다’라는주제로조성된이번코리아가든쇼정원작품은존치정원으로뚝섬한강공원일대에전시된다.
“지속가능한 정원도시,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돼야”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성공적인정원도시를조성하기위해서는단기적이아닌장기적관점에서설계돼야한다는의견이나왔다. 서울시,산림청,국립수목원이공동주최하는‘2024국제정원심포지엄’이지난4일서울시청8층다목적홀에서개최됐다. 이날심포지엄에는정원·조경·건축관련국내·외전문가6인과오세훈시장,임영석산림청국립수목원장,임만균환경수자원위원장,시민등이참석했다. 심포지엄은정원의회복성과지속가능성,도시에서정원이가지는역할등에대해논의하기위해▲오세훈서울시장특별대담▲‘정원이가진회복력’을주제로한‘세션1’▲‘정원과의동행’을주제로한‘세션2’로구성됐다. 대담에는오세훈시장,로버트해먼드뉴욕하이라인파크프로젝트기획자,마보우탄전싱가포르국토개발부장관이참여했다. 오세훈시장은특별대담에서런던을방문했을당시감명받았던순간에이야기하며,서울이궁극적으로나아가야할‘서울시전체의정원화’에대한비전을제시했다. 오시장은“런던은걸어서10분이내어디든정원을마주할수있는‘거대한정원’같았다.이처럼정원을마주하고걷고싶은도시를만들기위해서는‘걸음’을유도하는정책이중요하다”며“시에서건물의용적률을높이는이유도1층에더많은녹지공간을조성해걷고싶은정원을조성하기위한것이다.생활권내걸어서활용할수있는인프라를조성해야한다”고강조했다. 해먼드는“조경을기존의정원과공원에만적용하는것이아닌,고속도로나상가사이등예상치못한곳에넣는것도중요하다”며“도시정원화를위해서는사람들이녹지와더친근해져야한다”고말했다. 마보우탄전장관은“녹지만큼이나수자원도중요하다.스콜과계절풍의영향을많이받는싱가포르는정원을배수에활용하고있다.기후위기시대의정원이단순히미적인역할뿐만이아닌기능적인역할도할수있다”고설명했다. 대담이끝난후세션1에서는▲로버트해먼드의기조연설을시작으로,▲이선한국전통문화대학교전통조경학과명예교수▲마티어스콜레의주제발표가진행됐다. 로버트해먼드는뉴욕하이라인의성공스토리를공유하며,하이라인이경제적,환경적,문화적으로어떠한부흥을이끌었는지설명했다. 해먼드는“하이라인은펼쳐진자연뿐만아니라도시자체의회복력을보여줬다.시간이지남에따라공원은문화행사,예술,명상,요가등사람들과함께연결되는장소로변모했다”며“도시는인간의필요를충족하는웰니스인프라없이는살아남기어렵다.서울청계천처럼하나의플레이스를만들어도시에변화를줘야한다”고말했다. 이선명예교수는인문학적인관점에서정원과조경에대해이야기하며“과거의정원이인간이자연을지배하고힘을과시하는공간이었다면,21세기의조경은인간과자연이공존하는방법을모색해야한다.특히식물의‘자유의지’를존중하는조경이중요하다”는의견을밝혔다. 이어“현재한국은정원에대한국가적관심이급증하고있다.개인정원가꾸기의추세가지방정부뿐만아니라개인에게도영향을미치고있다.기후위기의심각성이높아짐에따라대규모국립및지역정원의경우정원의지속가능성과생태적영향이그규모나수보다더중요해질것”이라며“정원을설계할때는부지선정,지역특성화,생물다양성,물관리,심지어팬데믹에대처하기위한전략과같은환경요소를고려하는것이필수적이다”고강조했다. 콜레는2017년베를린의국제정원박람회(IGA)와2021년독일에르푸르트·만하임BUGA의사례를설명하며,성공적인정원박람회추진을위한내용을공유했다. 콜레는“독일의정원박람회는점점더도시계획을위한도구로발전하고있다.기후적응형심기,지역빗물관리,토양관리등잘알려진복원력기준에초점을맞추고있다.최근몇년동안은환경교육과주민및환경단체의강력한참여도가박람회의범위내에서지침원칙으로추가됐다”며“단기적인기대와장기적인목표를모두충족해야한다.단순히일회성행사가아닌지속가능한프로젝트로이어져야한다”고강조했다. 세션2에서는▲전영애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명예교수(여백서원원장)의기조연설을시작으로,▲카시안슈미트가이젠하임대학교교수▲마보우탄전싱가포르국토개발부장관의발표가진행됐다. 전영애교수는‘여백서원’과‘괴테마을’의취지와운영사례를소개하며,자연과인간이함께하는정원의가치에대해이야기했다. 카시안슈미트교수는독일의공원,정원,정원박람회사례를통해미래도시녹지와정원조성에대한식재아이디어를공유했다. 슈미트교수는“앞으로는폭염등기후변화로인한환경문제속에서생태학적가치가있는공공공간에대한시민들의요구가증가할것이다.미래의가장중요한과제는도시식생의올바른관리와장기적인관리라고생각한다”며“전문정원사외에도시민이함께유지관리에참여해야한다.공공녹지공간의동반성은미적·환경적효과외에도사회적상호작용과시민의생태적역량을강화할수있다”고말했다. 마보우탄전장관은싱가포르의장기적인도시계획이어떻게‘정원속의도시’로이어졌는지설명하며,가든바이더베이가수행하는중요한역할에대해이야기했다. 마전장관은“‘정원도시’의다음단계는공원,정원등을통해지역사회와장소·공간을연결하는‘정원속의도시’로만드는것이다.지속적인도시화와기후변화에직면한도시계획은자연을도시로엮어환경을보호하기위해단기적이아닌장기적관점에서설계돼야한다”고말했다. 각세션발표가끝난후에는권진욱영남대학교조경학과교수를좌장으로토론및질의응답이진행됐다.
정영선 전시 회고, “조경, 문화예술 한 분야로 마땅히 자리잡을 것”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조경가들과문화체육관광부관계자들이모여‘조경가정영선의국립현대미술관전시’의의미를되돌아보는자리를마련했다. 한국조경가협회는지난9월30일대학로마로니에공원‘예술가의집’회의실에서국립현대미술관전시‘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를되돌아보고,문화예술분야의한축로서의조경가및조경작업에대한위치를되집어보는대담을가졌다. 이번행사는안계동한국조경가협회회장의기획으로,최영준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가사회를맡아진행됐다. 이날대담회에는문화체육관광부에서정병국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김수현시각디자인과장이참석했고,전시의주인공이었던정영선조경가와전시기획을총괄한국립현대미술관의이지회학예사도참석했다.조경계에서는환경조경발전재단의심왕섭이사장과한국조경가협회박명권,박승진부회장,이진형상임이사가참석해의견을나눴다. 대담은이지회학예사로부터이번전시에대한국립현대미술관의성과와의의를듣는것으로시작됐다.그는“지난9월22일마무리된전시는현대미술거장의전시보다도30%이상많은관람객(최종집계27만7000명)이찾으며뜨거운호응을이끌어냈고,조경작업의과정과결과물이예술의한분야로서작품성및대중성을모두인정받는계기가됐음을확인할수있었다”며“여담으로미술관지하층중정에조성된정원의큰존재감으로미술관이용의무게중심이아래층으로확장되기도했다”는감회도전했다. 이에대해정영선조경가는새삼스럽게조경이냐예술이냐따져볼문제가아니라,모든분야가합심하고초심으로돌아가서,지극히아름다운정원인우리나라국토경관을잘보존하고가꿔가는일에여러부처가협력해줄것을간곡히당부했다. 이어안계동한국조경가협회회장의“우리나라조경의현황과과제”에대해간략한발제가있었다.우리나라조경을▲건설기술▲자연과학▲문화예술등세가지요체로나누어그현황과과제를짚어보고,말미에한국조경가협회에대한소개를덧붙였다. 이어진자유토론에서,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그동안개별적발전만이루어나간조경분야에통합의노력이중요”하다며“이번전시를계기로높아진위상을잘이어나가서분야의업역을확장하면서도내부적인통합의계기로삼아야한다”고강조했다. 박명권한국조경가협회부회장은조경설계사무소대표이기도하지만조경계의유일한잡지·신문인<환경과조경>과<한국조경신문>의발행인으로서,그간조경에대한사회적인식이폄하돼왔던상황에안타까움을표하면서“이번전시를계기로시민사회에조경의가치를드높인것은굉장히고무적인일”이라고말했다.그리고“이같은흐름이정영선조경가한분으로끝나지않고제2의제3의정영선조경가들이계속탄생해야한다”고역설하며,예술의한축으로서조경분야의위상을확립하는제도적뒷받침이필요하다고강조했다. 박승진한국조경가협회부회장은과거여행에서경험한조경전시들을회고하며당시관람한조경드로잉에서많은감흥을얻었고본인의진로결정에도큰영향을받았다며“이번정영선전시를본후배조경가나학생중에서도틀림없이조경분야에서좋은예술가로성장하는사람이나올것”이라는의견을전했다.또한그는현재도시에서예술적감흥을전달하고예술적행위의장을형성하는문화공간들은그어떤분야보다도조경에서만드는공간들이많다면서,특히나문화공원의큰힘에대해언급했다.최근대한민국공공디자인상의최고상인대통령상을이례적으로공공오픈스페이스인오목공원이수상한것에대해서도의미와자부심을전했다. 이진형이사는“건축분야에서미술사조와디자인분야를서로매치해서많이이야기하고있는데,실은조경및정원분야도미술사조의흐름과발맞추어쌓아온유산으로서역사와가치를가지고있다”고강조했다.또한“이번전시에서조명된정영선조경가의자연주의등의양식도한국의지난반세기를반영해온문화적산물”이라며개인적으로“타분야와차별되는자연을소재로한예술분야로서자부심이있다”고말했다.아울러이번전시를계기로문화체육관광부와가까운관계를가져가기를기대했다. 김수현문화체육관광부시각디자인과장은“오늘대담의주제가1~2년의문제가아니라조경업계에서오랜고민이있었음을알수있는자리였고,이런공감대를바탕으로조경의문화예술로서의가치를제도화하는등지원의폭을넓혀가는논의를이어가자”고밝혔다. 마지막으로정병권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은“보수적인국립현대미술관에서조경의전시를받아들이는것은굉장히발전적인방향으로우리문화예술계가진화하고있다”는의미라고말했다.그간분야를구분하다보니“예술분야적성격과환경분야적성격이복합된조경분야의소속이모호한상태”가되어있었음을동감하고,“문화예술의경계가무너지고확장되는시대에조경도문화예술분야의하나로마땅히자리를잡아갈것”이라고전망했다.
2024 경기정원문화박람회, 김다은·김세나·최가영 작가 ‘대상’ 수상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김다은·김세나·최가영작가의‘너덜겅-다산의웅기’가‘제12회경기정원문화박람회’전문정원대상에선정됐다. 경기도와남양주시가주최하고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주관하는‘제12회경기정원문화박람회’개막식이3일다산중앙공원일대에서‘정원산책:다산으로,공동체로,탄소제로’를주제로열렸다. 개막식에는김성중경기도행정1부지사,주광덕남양주시장,백현종경기도의회도시환경위원회위원장,조성대남양주시의회의장,임영석국립수목원원장등을비롯한관계자및시민들이참석했다. 김성중행정1부지사는개회사를통해“경기도가최초로정원박람회를시작했는데순천,대구등다른도시들까지정원문화가확산되고있다.많은도시들이정원도시를선호하면서시민들이일상에서정원을만날수있도록다양한사업을펼치고있다”고말했다. 더불어“이번정원박람회의주제처럼경기도에서도탄소흡수원으로식물의가치와중요성을인식해그역할이증대될수있도록다양한정책들을시행하고있다.정원은단순히아름다움만주는공간이아닌,기후위기시대탄소흡수원으로의역할을뛰어넘어주민건강을위한다양한긍정적인역할을하고있다”며“시민들이정원박람회를통해자연과사람그리고지역공동체의어우러짐을느꼈으면좋겠다”고덧붙였다. 주광덕남양주시장은환영사통해“정원은단순한녹지공간을넘어자연과사람,사람과문화를연결해공동체를회복시켜주는중요한플랫폼이라고생각한다.시에서는정원문화를통해시민의참여와공동체형성을더욱강화할예정”이라고말했다. 이어“다산으로,공동체로,탄소제로로의3가지‘정원산책’주제를통해시가지향하는지속가능한미래도시비전으로연결하겠다.이번박람회를통해다산정약용선생이추구했던생태적정원의가치를현실에실현하고도심내에서기후변화에대응할수있는지속가능한도시구조를만들어가겠다”고약속했다. 전문정원대상인‘너덜겅-다산의웅기’은다산이뛰어놀던너덜겅의모습을현대적으로재해석해유기적인파라메트릭(Parametric)디자인으로다산이넘나들었던땅의웅기를보여준다.정도를걸었던다산의길을함께걸으며훌륭한재능,너그러운도량,씩씩한기상의웅기를오롯이느낄수있도록했다. 대상을수상한김다은·김세나·최가영작가는“정원작가로처음데뷔한저희에게이렇게큰상을주셔서진심으로감사하다.이번작품은꿈꾸고상상했던자연과인간의조화를정원이라는공간안에담아내고자한첫걸음이었다”며“앞으로도자연의아름다움과그속에서의삶을담아낼수있는깊이있는정원을선보이겠다”는수상소감을밝혔다. 더불어“처음부터끝까지함께고민하고노력해준스튜디오가나다,현장에서최선을다해주신공간시공A1의안기수대표님과팀원들,믿음과응원을보내주신박은영·김복영중부대학교정원문화산업학과교수님,신재열숲새울여사님을비롯한모든분들과이기쁨을함께나누고싶다”고말했다. 전문정원최우수상에는▲최명철작가의‘도시둠벙:자연스러운인공’,우수상에는▲양유준작가의‘사암의미음완보’,장려상에는▲김성일,곽민호작가의‘ORIENTALFOREST’▲이병우,장하니,김윤작가의‘숲을거니는시간’▲조원희작가의‘운월지’등이선정됐다. 생활정원부문대상에는김선영·김현아의‘풀잎과왈츠의정원에서’가뽑혔다.최우수상에는▲김병도·조승주의‘자연을기르는마음가짐,목초심서’,우수상에는▲최계영·신수래·김명란의‘목민심원’,장려상에는▲빙유진·박지우·우현의‘설;임’▲이장우의‘탄소담는정원로딩중입니다’▲정승연·문하진·심민석의‘상상대로’가이름을올렸다. 시민정원부문금상에는▲김영훈·김선영·김진향·목정미의‘내고향마재너머’,은상에는▲최성우의‘TIME-LAPSE:시간의흐름’,동상에는▲이은영의‘남양주의자연갤러리정원’,장려상에는▲김민지의‘물을담은남양주,물을닮은정원’▲조숙경의‘남양주,Whatawonderfulworld!’▲박정란·고승호·김순옥·박주서의‘불어라.다산의바람이여!’▲김세원의‘자연속의발걸음’▲장수·이우민·송지민의‘나만의양심’▲이민숙·한설의‘다산화사’▲전진아의‘Onthestage’등이선정됐다. 한편오는6일까지펼쳐지는박람회에서는초청작가로참여한영국첼시플라워쇼골드메달리스트인황지해작가가‘혼자웃는까닭;’이라는정원작품을선보인다. 또한정원은작품정원6개·생활정원6개,바나나우유테마정원이있는‘빙그레정원’등기업,청년,마을등에서조성한28개공동체참여정원등총41개정원을조성해볼거리를제공한다. 특히정원산업관련업체들의전시및판매,친환경농부시장,정원사진관,정원콘서트,정원시네마등이펼쳐져가족과함께생활속정원문화예술을즐길수있다. 아울러사전전문해설교육을받은시민정원사50여명이도슨트(해설가)로참여해정원투어를진행한다.매일2회현장접수를통해신청할수있다. 이와관련한더자세한사항은경기정원문화박람회홈페이지에서확인할수있다.
  • 환경과조경 2024년 11월
  • 조경공사 적산기준
  • 공원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