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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COVID-19’의 등장은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비대면, 비접촉’의 이슈가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그 전보다 늘어난 여가 시간에 외부 공간으로 더 많이 나가게 됐다. 그러다 보니 공원, 녹지를 포함한 도시 내 공공 외부 공간에 대한 가치도 이전보다 더 크게 조명받고 있고, 동시에 베란다, 발코니, 테라스, 옥상과 같은 개인 주거 공간에서의 외부 공간에 대한 인식과 그러한 공간의 소비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특히 발코니는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코로나 전쟁을 밝고 쾌활하게 변화시키는 무대가 되고 있다. 2020년 발코니 풍경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했던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3월 9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4월 3일까지 보름간 전국에 이동 제한령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었다. 그러자 집 안에만 갇혀있던 이탈리아 시민들이 발코니로 나와 소통을 시작했다. 아파트 이웃들끼리 식사 전, 또는 아침 시간에 발코니에 서서 차례로 노래하거나 프라이팬과 같은 식기를 두드리고 함성을 지르는 등의 플래시 몹을 통해 서로를 격려했다. 이러한 모습은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 세계로 퍼졌고, 한국에서도 곳곳에서 지역주민들의 주도하에 ‘발코니 음악회’가 열렸다. 이러한 유행을 반영하듯 지난 6월 20일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에서는 버스킹 멤버들이 베란다 버스킹에 도전하는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다. 발코니는 이 외에도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여러 가지 새로운 도시풍경들의 주 무대가 되고 있다. 독일, 브라질,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나라들에서는 거의 모든 영화관이 문을 닫은 가운데, 공동주택 앞 오픈스페이스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하고 발코니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발코니 영화관‘이 등장했고, 이동통제령이 내려진 미국 스페인, 이스라엘, 레바논 등에선 밀폐된 실내 결혼식장이 아닌 발코니, 옥상 등에서 진행하는 ‘발코니 결혼식’이 각광받고 있다. 마르코 로시라는 밀라노의 한 엔지니어는 발코니에서 탱고를 추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려 유명해지기도 했다. 바야흐로 발코니 풍경이 새롭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서 우리의 삶 속으로 귀환한 것이다. 한국에서의 발코니 한국에서는 1960년대에 처음 발코니가 선보였고,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초기의 발코니는 실내가 아니라 건물의 돌출된 야외 공간이었는데, 단열공사도 발코니 안쪽 벽을 기준으로 이뤄져서 발코니와 외부를 경계짓는 외벽에는 단열공사가 안 돼 있었다. 하지만 단독부터 아파트까지 섀시를 씌워서 실내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공동주택이라는 주거공간에서 유일한 외부 공간이었던 발코니는 실내로 편입됐고, 빨래를 널거나 삼겹살을 굽고 너저분한 잡동사니를 감추는 보조 공간으로 사용됐다. 아파트가 생기기 전 한옥이나 양옥에서 생활할 때 이용됐던 마당이나 뒤뜰, 부뚜막, 창고 등의 역할이 발코니로 옮겨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베란다라고 부르는 공간이 사실은 이 발코니인데 베란다와 발코니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발코니는 ‘거실을 연장하기 위해 밖으로 돌출시켜 만든 공간’을 말한다. 일반 아파트나 빌라의 거실에 붙어 있는 공간은 모두 발코니인 것이다. 반면 베란다는 아래층과 위층의 면적 차이로 생긴 공간을 뜻한다. 위층 면적이 아래층보다 작으면 아래층의 지붕 위가 위층의 베란다가 되는 셈이다.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는 흔히 베란다를 볼 수 있지만 일반 아파트는 계단형으로 설계되지 않는 이상 베란다 공간을 만들 수 없다. 우리가 가끔 발코니나 베란다와 혼동해서 사용하는 단어인 테라스는 또 다른 공간이다. 테라스는 실내 바닥 높이보다 20cm 가량 낮은 곳에 전용정원 형태로 만든 공간으로, 지붕이 없이 일반 땅 위에 조성해야 한다. 발코니의 귀환 바깥을 내려다보는 삶의 여유를 표방하며 현대화된 서구식 생활양식이자 외부 공간의 한 형태로 아파트에 처음 도입됐던 발코니는 한때 건축물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이자 창고의 개념으로 사용됐다가 발코니 확장을 하는 세대가 많아지면서 근래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하지만 발코니를 거실로 활용하면 생활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단열에 취약할 수 있고 주거공간에 적용이 가능한 다양한 외부 공간 프로그램들을 도입할 기회가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발코니 확장 대신에 폴딩도어를 설치해 발코니를 다른 공간으로 활용하는 집들도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발코니 쪽의 뷰가 좋은 경우에는 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티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고 화분이나 기타 악세사리 등의 소품을 두어 홈카페를 만들기도 하고, 하얗게 칠한 발코니 벽에 투사할 빔 프로젝트를 설치하고 푹신한 빈백(bean bag)을 두어 저녁 시간에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홈 시네마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발코니 쪽의 뷰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좋지 않은 뷰를 가리면서 동시에 식물을 가꾸고 감상할 수 있는 발코니 정원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발코니 캠핑장, 발코니 텃밭 등 발코니를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좀 더 나은 삶의 질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발코니가 –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고, 자연광을 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실내 공간과 연결돼 있는 – 주거공간 내에서의 유일한 준외부 공간(semi-outdoor space)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일상 속에서 발코니가 소통의 무대로 등장하며 재조명받게 된 것도 발코니가 가진 이러한 태생적 구조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진행형인 발코니의 귀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 공간 내에서의 외부 공간에 대한 인식과 그러한 공간의 소비방식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나아가 앞으로 변화할 주거 및 도시공간구조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Y씨의 1제곱미터 발코니 정원 이야기 성수동에 살고 있는 Y씨의 1제곱미터 발코니 정원은 발코니 공간의 개인적 활용을 넘어 이웃과 동네에 기분 좋은 변화를 가져다 준 의미 있는 사례이다. Y씨가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6층의 발코니 밖으로 보이는 동네의 모습은 다세대 주택 옥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삭막한 모습이었고 Y씨는 남편과 함께 발코니에 정원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폭 0.4m 길이 2.5m 인 넓이 1제곱미터 발코니 공간은 작지만 오히려 풍성한 정원을 만들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상대적으로 키가 큰 꽃사과, 블루베리, 남천 등이 시각적 프레임을 만들고 그 아래로 만병초, 모란, 수국, 치자 등의 꽃나무와 억새, 부처꽃, 기린초, 돌단풍, 무스카리 등의 지피 초화가 다층의 정원 모습을 만들어 냈고, 동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 작은 발코니 정원을 올려다보는 일이 잦아졌다. 어느 날 아침, 한 참새 가족이 이 정원을 방문하면서 1제곱미터 발코니 정원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Y씨는 참새들을 위한 먹이와 간식 그리고 새집을 정성스레 마련했고, 블루베리가 열매를 맺으면서 참새 외에도 박새, 맷비둘기, 직박구리 등 더 많은 새들이 몰려들었다. Y씨는 새들 중에서도 특히 참새가족을 사랑했다. 새벽부터 찾아와 해가 질 때까지 놀다 가는 참새들을 위해 음악을 틀어주고 물을 마실 수 있게 태양열 분수를 준비했다. 하지만 참새가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위험도 찾아왔다. 몰려있는 참새들을 발견하고 맹금류인 황조롱이가 사냥을 한 것이다. Y씨는 참새들을 위해 정원의 식재 구조를 바꾸었다. 발코니의 난간 살 사이로 참새들은 들어올 수 있게 하되 덩치가 큰 황조롱이나 다른 맹금류들이 하늘에서 바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키 작은 백송으로 가시보호막을 만들고 참새들이 숨기 좋도록 밀도가 높은 상록성 식물들을 추가했다. 그 이후 또 다시 사냥을 하러온 황조롱이가 정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발코니 끝에 앉아서 거실에 있던 Y씨를 향해 한참을 노려보다 갔었던 일을 Y씨는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1제곱미터 남짓한 발코니 정원은 Y씨의 정성과 함께 어느새 그야말로 참새들을 위한 테마파크로 변신했다. 동네에는 새소리가 울려 퍼졌고 언제가부터는 삭막해 보였던 다세대 주택 옥상과 골목길에 하나 둘 정원과 화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1제곱미터의 작은 발코니 정원이 새들을 불러오고, 동네의 모습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새들은 동네 곳곳에 만들어진 정원들을 오가며 즐거워했고, 사람들도 그렇게 변화하고 있는 동네의 모습을 반가워하며 정원관리를 위해 옥상을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졌다. 작은 발코니 공간이 변화시킨 것은 눈에 보이는 동네의 모습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박경탁 /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 낯선 클라이언트와 마주한 낯선 공간에 공명하는 소리가 있다. “이곳은 이렇습니다. 아시겠죠? 잘 부탁드립니다.” 낯선 소리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원망하고 있지만 때는 늦었다. 돌아선 발걸음이 심란함에 타박이다 울렁인다.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정 수준의 정보만으로 낯선 공간을 마주할 때, 제아무리 수많은 곳을 찍어온 사진가라고 해도 선뜻 셔터가 눌러지지 않는다. 이것은 흡사 관상쟁이와 마주한 어떤 이가 자신의 인생을 단번에 맞출 심산으로 기대를 갖는 것과 같다. 하지만 마주한 낯설음은 단박에 익숙함으로 변하지 않는다. 응답해야 한다. 이번에는 이처럼 맞닥뜨린 공간과 공감하기 위해 거치는 일들에 관해 말해보려 한다. 세상에 같은 공간은 없다. 공간이 장소로 바뀌기 위해서는 주어진 정보로 만들어 내는 머릿속 상상의 나래와 그 뒤에 펼쳐지는 공명에 응답해야 한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처음 만남에서 익숙함으로 변하기 위해 각자 하는 처세와 비슷하다. 다만 공간은 누군가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 나만의 혹은 누군가의 환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한참을 그리고 나서 셔터를 누르는 일이 장소를 촬영하는 일이다. 늘 다른 것을 마주한다는 것은 비슷한 방식은 있어도 같은 곳은 없다는 내면의 응답을 끌어내야 하는 압박이다. 이것이 사진촬영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정한 형태로서 대상이 아닌 무작위 형태의 군집을 찍어야 하는 조경사진은 공간을 잘게 쪼개는 작업에서 시작한다. 다른 형태와 질감을 구분하기 전에 큰 덩어리로 구분하는 것이다. 크게는 클라이언트에게 받은 자료 조사를 통해서 공간을 분류하고 등위를 매겨 순위를 정한다. 그것은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닌 촬영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평면도와 그래픽 자료 그리고 텍스트를 통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면서 공간을 입체적으로 상상해 낸다. 그런 다음 또 다시 공간을 잘게 쪼개어 둔다. 이것은 흡사 다면체를 무한히 얇게 편을 내는 일과 같다. 다만 기준점을 정해야 현장에서 헷갈리지 않는데, 골격이 되는 거대한 수목이나 길 혹은 건축적인 요소들이 적당하다. 공간을 쪼개어 놓고 머릿속에 어디에 서있을지-촬영해야 하므로 위치가 필요하다- 정했다면 그곳에서 보이는 장면을 상상한다. 예를 들면 와이드렌즈로 파노라믹으로 펼쳐져야 할지 망원렌즈로 압축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인데 이것은 도구에 대한 고민이다. 하루라는 시간에서 공간에 비치는 일조방향은 촬영자를 기다리지 않기에 시간에 따른 변화도 고려대상이다. 아시겠지만 조경사진은 대부분 야외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시간대와 대상 그리고 도구에 대한 설정을 하고 가상 촬영을 진행해 보는 것이다. 도면은 중요한 요소다. 설계자가 모든 것을 기록해 놓은 언어이기에 대화하듯 뜯어본다. 도면이 머릿속에 익숙해지면 입체적으로 환기한다. 기존에 촬영했던 경험에 대입해 보기도 하고 새롭게 시도해 볼 구도나 기법을 상상해 본다. 여기까지 왔다면 촬영 전 스터디는 마무리 된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다른 사람이 촬영한 것, 홈페이지 자료 등 대상에 대한 인터넷 자료를 충분히 참고하시라고 권해드린다. 다만 현장 촬영 전 타인이 촬영한 것에 대한 섣부른 비평은 권하지 않는 편인데, 선입견으로 본인의 사진을 망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으로 일단락한 공간의 모습은 현장에서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 자료와 전혀 다른 경우도 있고 컬러가 다르든지 수목이나 초화가 도면과 다르고 날씨가 상상한 것과 다르게 맞지 않거나 정한 위치에서 촬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서 작업하던 작가가 즉흥적으로 더 나은 대안을 위해 자료와 전혀 다르게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자료로서 현장은 시그니처가 될 장면 위주로 머릿속에 구성하고 정해 놓는다. 넓은 것을 더 넓게, 좁은 것을 작게 찍는 일로 좁은 곳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말라는 곳을 들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공간은 촬영을 위한 세트장이 아니기에 촬영자의 위치는 현장에서 수정 보완이 필요한 순간이 잦다. 이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자 하는 것은 ‘선입견을 벗어나’ 촬영하는 것이다. 직선의 공간을 곡선으로 만들고 곡선을 직선으로 만드는 혹은 밝은 곳을 대비가 명확한 곳으로 만드는 등 사진으로 가능한 다양한 방향을 구상해 보는 것이다. 이때 역시 필요한 것이 공간에 대한 인식, 공간감이다. 카메라(자신)가 어디에 있고 대상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뻔한 사진이 나올 수 있다. 뻔한 사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위치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스스로를 수없이 달래주는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낯모르던 사람과 친해져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누군가의 SNS를 수없이 뚫어져라 본다 한들 우리는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안다고 한들 그것은 어쩌면 선입견에 가까운 어떤 가상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마주하고 표정과 행동 말투를 보며 대상을 차츰 알아가듯이 공간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느껴야 공감이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 촬영은 어쩌면 일방적인 행위라 여겨지기도 한다. 들이대고 누르면 찍힌다. 하지만 미리 조사하고 상상해서 현장에 나가 대입해보고 다시 상상하면서 공간과 대면해 본다면 껍질만이 아닌 내용이 보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촬영은 흡사 대화의 과정 같다. 조경사진은 많은 생물이 존재하기에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픽쳐레스크(picturesque) 사진이어도 좋고 합성을 해도 좋다. 다만 공간의 의도를 파악하고 나서야 가능하다. 배려와 인내로 대상에게 무엇이건 시도해 보는 것이 모든 공감의 시작이 아닐까. 유청오 / 조경사진가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최근 코로나19가 전 지구를 뒤흔들어 세계 각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사회활동이 정지되면서 경제가 추락하고,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람 간의 대면 접촉이 제한돼 학교는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더구나 이러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와 같이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에도 일부 긍정적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직접 대면 접촉은 줄어들었으나, 간접 비대면 접촉이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전국적, 국제적 네트워킹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봉사단체에서는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발대식에 매년 50% 정도의 참석율을 보였는데 온라인으로 진행된 금년도 2020년 발대식은 초유의 98%를 기록했다. 전국 대학에 퍼져있는 대학생봉사단원들이 동시에 한자리로 모이는 것은 이동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단지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참석이 가능하게 되니 거의 전원이 참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한 예를 들면 제사, 생일 등의 가족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니 전국에 퍼져있는 사촌 등 친척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들까지 참석하게 돼 전국적, 세계적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요즘 하버드대학의 행복연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젊은 사람들의 삶의 목표는 ‘부와 명예’라고 조사된 바 있으나, 724명에 대해 75년에 걸친 추적조사 결과 내린 진정한 행복의 조건에 대한 결론은 ‘좋은 관계’가 좋은 삶을 만든다는 것이다. 사회적 연결, 즉 가족과, 친구와, 공동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데 첫째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은 독불장군으로 살 수 없으며, 주위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서 행복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좋은 관계’란 단지 사람 간의 관계에 한정된 것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람 간의 관계만 좋아서는 반쪽의 행복일 수 있다. 즉 인간은 땅 위에 발을 딛고 햇빛을 받으며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자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예로 우리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할 때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는데, 만약 기름진 땅과 따뜻한 햇빛이 없다면, 즉 땅과 자연이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면 좋은 식재료를 얻을 수 없고, 따라서 식사의 즐거움은 물론 건강도 지키기 어렵게 된다.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사람간의 ‘좋은 관계’뿐 아니라 자연과의 ‘좋은 관계’, 건강한 관계가 뒷받침돼야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땅과 햇빛뿐 아니라 물과 공기 등 자연과의 좋은 관계가 바탕이 돼야 인간 생존이 가능해지고 그 후에야 행복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자연을 인간에 종속된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도 자연의 한 구성요소에 지나지 않음을 인정하고, 자연을 포용하는 겸손한 자세로 사고 및 일상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자연을 포용한다는 의미는 자연의 자정능력을 넘지 않도록 과도한 쓰레기 및 오수 배출을 줄이는 소비활동, 난개발로 땅과 녹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저영향(LID) 친환경 개발 등을 의미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을 괴롭히려고 호흡기관을 감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기 위해서, 원래 숙주인 박쥐를 인간이 먹어 없애 살 곳이 없어져 인간에게 옮겨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이 무차별적으로 자연의 동식물을 해치게 되면 결국은 인간 자신에게 그 피해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인간 중심적이고 이기적 생산 소비의 산물인 비위생적 가축사육장, 쓰레기 대란, 과도한 탄소배출 등 갈수록 악화되는 지구환경으로 인한 피해는 전염병 팬데믹, 이상기후, 사막화 및 황사, 대형 산불 등으로 결국 인간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으나, 그중에서도 그동안 각종 개발로 훼손된 자연녹지를 복구하고, 인공화된 도시를 녹화해 도시 내에 자연을 최대한 도입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좋은 관계’ ‘평등한 관계’를 회복하고, 각종 재난에 대비한 대피 및 치유 녹지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이 없는 ‘포용적 인간사회’,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동등한 존재 가치를 갖는 ‘포용적 지구환경’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고 있다. 임승빈 /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 조경은 아무리 잘 그린 도면이라도 시공을 통해 구현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된다. 공사로 공간이 완성되어야만 그 효과가 발휘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를 향유하게 된다. 그러한 조경시공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시공비는 조경식재공사만 예로 들어 보면 금액은 대체로 ▲수목이 60~65% ▲인건비가 15~20% ▲장비비가 5% 내외 ▲경비가 10~20% 정도로 구성된다. 여기서 주요항목에 해당하는 수목, 기능 인력, 장비 및 기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식재공사의 주 자재가 되는 수목의 비중은 전체 공사비의 50%가 넘는다. 그런데 조경가들은 그동안 조경수의 생산에 대하여 약간은 등한시 하지 않았나 싶다. 조경수를 키우는 조경수협회는 산림청 소속 단체로 활동하면서 산림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조경수협회가 조경분야 주요 단체와 교류하는 모습은 별로 보지 못했다. 소위 말하는 조경의 주요 6개 단체에도 속하지 못하고, 조경의 여러 단체의 총회에 초청되는 것도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조경수 생산, 수종 개발, 품질 개선 등의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조경진흥법이 통과되어 조경진흥단지의 조성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정작 조경수를 재배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예는 별로 없었다. 조경수 생산자들과의 긴밀한 유대와 소통이 조경식재공사 발전의 관건이 된다. 조경을 전공한 사람들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 특히 조경 관련 단체의 장들이 서로 교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대화가 없었으므로 물꼬를 트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진심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발전을 위하여 허심탄회하게 한발 한발 다가서야 한다. 그 다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인건비다. 조경기능공이 노쇠하여 업계에서는 큰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누구하나 이런 해결책이 있으니 시행하자는 사람이 없다. 높은 기능역량을 가진 사람들은 하나둘 은퇴하여 손끝에서 나오는 기술의 전수는 날로 사라져가고 있다. 두 사람 이상이 짝이 되어 무거운 물건을 얽어맨 몽둥이를 어깨에 지고 옮기는 걸 목도라 한다. 요즘 이처럼 무거운 물건을 목도로 옮기는 조경인은 거의 없다. 예전에 철도 침목을 나를 때 철도기능인과 조경기능인들이 누가 더 목도를 잘 하느냐 내기를 하기도 했다. 경복궁 근정전을 복원할 때 조선의 내로라하는 목도꾼 300여 명이 모여 근정전 기둥을 목도로 져다 날랐다는 이야기는 전설이 된 지 오래다. 어떤 관목이 주어지더라도 군식을 하고 나면 전정을 할 필요가 없는 군식을 하는 기능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거짓말 같다 여겨진다. 이러한 말들이 모두 까마득한 옛이야기로 와 닫는다. 일각에서는 조경기능올림픽 예선 개최 등을 통해 기능인력을 자체 조달하려 하고 있다. 조경기능인 육성 시스템을 재건하고 확충하자는 일각의 움직임은 아주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된 지금 시대에 고된 육체노동을 하려는 자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무한정으로 인건비를 많이 줄 수도 없다. 모든 선진국의 고뇌가 그러하듯 우리도 조경기능공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합법적인 정식 절차를 거쳐 조경기능인을 수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상선이나 고기잡이 어선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매년 일정량의 인원을 정식으로 들어오게 하여 인원을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별적으로 늙어가는 기능인 문제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조경업계 차원에서 힘든 일을 할 사람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큰 숙제이다. 인원이 부족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다 보니 장비의 역할이 날로 많아지고 있다. 공사비에서 장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조경에 적합한 장비 발전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디게 발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단위 토목공사에 적합한 장비는 조경공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외국의 경우에는 조금만 개선하면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는 장비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유독 무관심해 왔던 것이 현실이다. 볏짚을 감는 기계, 농업용 트랙터 등은 한국의 농업에 맞게 많은 발전을 해 왔다. 그런데 나무를 심는 기계 및 굴취기계, 수목을 다루는 기계, 조경공사가 끝난 현장에 농약을 살포하는 기계, 관수를 유효 적절히 할 수 있는 장치 등 아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수원에서 사용하는 농약 살포 기계를 사용해보니 농약의 손실이 너무 많다는 걸 경험했다. 식재공사가 1년에 4조 원 정도 금액이라면, 조경업계에서 사용하는 장비비는 2000억 원 정도 된다. 이 정도 금액이 장비업계에는 별로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조경설계에 지출되는 비용과 비슷할 정도로 조경업계에서는 큰 금액이다. 그래서 조경용 장비 개발을 위하여 조경용도에 맞는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 정도 금액이면 충분히 틈새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조경학술대회에서 장비 설명회를 갖고, 조경박람회에서는 반드시 신형장비의 전시 부스를 마련해야 한다. 장비업체가 우리와 함께 할 때 조경공사가 발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비 절약은 제도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설계에서 공사발주, 시공, 유지관리까지 기계화, 자동화 및 제도화가 되도록 해야 절약과 품질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매년 시공 후 무수히 많은 나무들이 죽어나간다. 이처럼 반복되는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면 관수를 고려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관수나 농약, 비료를 주는 것도 경비가 많이 들어가면 실행하기 힘들다. 조경수는 심으면 으레 몇 % 하자가 나는 게 아니다. 공사를 한 사람이면 왜 하자가 나는지 잘 안다. 설계에서 내역이 빠지면 이후에 보완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냥 유지관리비만 잡아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규정에 의하여 체계적으로 방법을 만들어 놓고 비숙련인이라도(관리업체의 그 누구라도) 매뉴얼에 의해 따르기만 하면 되게끔 해 놓으면 경비부분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리라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자고로 금수강산이라고 칭하면서 너무 풍광이 좋은 곳이 많아서인지 오래된 수목을 다루는 데 너무 무심하다. 개발이 정해지면 나무의 보존은 중요한 아젠다가 아니고 항상 뒤로 밀리는 것을 느낀다. 프랑스에서는 세잔이 그린 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고속도로의 노선도 바꾸었다지 않은가? 잠실아파트 단지의 아름다웠던 벚나무, 한국전력 앞에서 훌륭한 경관을 자랑하던 소나무들은 개발과 동시에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왜 우리는 유럽에서 보던 몇 백년 된 숲이 많지 않은가? 왜 우리는 훌륭한 조경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기껏 양산보가 조성한 소쇄원을 전부로 내세운다. 손대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 자연스러움이 우리의 오천년 아름다움이자 우리의 정서다? 글쎄다. 조경이란 무엇인가? 뜻 그대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경관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많은 조경인들은 이 견해에 찬성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만들지 않고 어떻게, 보존하지 않고 어떻게, 사람이 복작거리는 이 좁은 국토에서 좋은 풍광이, 환경이 보존되기를 바라겠는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조성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조경수를 생산하는 사람, 조경기능을 가지고 실현하는 사람, 장비로 조경을 만들어 가는 기술자들, 제도를 정비하는 이들이 함께 해야 한다. 그러할 때 조경이 진보하리라 생각한다. 신경준 / 장원조경 대표
  • 새벽바람에 길을 나섰다. 하늘은 파랗게 멍이 들어있었다. 몇 시간 뒤면 새빨간 상처 떠올라 지워질 흔적이지만 수족관 물처럼 온통 파랗게 물든 거리를 걸었다. 이토록 극적인 변화가 일상에 녹아있다는 평범함에 대한 감사를 하게 되는 그리고 예찬하게 되는 시간에는 낮밤의 간극에서 문득 관조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비정상적인 일상의 연속에서 정상적인 일상 혹은 보통의 생활이라는 것이 그리워질 때, 늘 그래왔던 것처럼 고요한 공기에 녹아들기 위해 자신을 깨워낸다. 그리고는 아직 돌아갈 보통의 호흡이 남아있다는 희망 섞인 감성에 젖는 사치를 느껴본다. 남색보다는 맑은_청색공기 얕은 바람 흔들림 사이로 새소리가 들린다. 비처럼 날린 벚꽃의 흔적 위에서 새들이 부지런히 오르내린다. 늘어진 꽃에 빨아먹을 것이 남아 있는지 가지 사이로 직박구리는 소리가 낭랑하다. 가지 아래 산책로 사방에는 마스크를 낀 사람들의 서성임으로 듬성듬성 채워있다. 새벽공기가 마스크를 파랗게 물들여 자못 으스스하다. 알 수 없는 공포는 이렇게 새벽의 청명함도 생각을 달리하게 만든다. 어쩌면 사람들은 저녁과 아침의 사이를 새벽으로 명명함으로써 일출의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했는지 모른다. 타오르는 여명의 빛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다는 간절함은 암흑의 순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순환의 숙명을 그 사이에 새벽을 갖다 놓음으로 환희의 전주 혹은 혼란의 극적인 단계에서 사뭇 침착하게 받아들이려는 이성적인 생각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른다. 밤 혹은 저녁이라는 암흑의 세계에서 이동한 시간의 완충지대 새벽은 빛으로 서로를 다른 사물로 구분 짓는 시작점이자 실루엣인 동시에 충격의 전조이지 않을까. 동이 트기 전 시공간의 변화는 빛이라는 존재가 만들어내는 입체적 폭로가 된다. 암흑에서 산책하던 한 개인은 이러한 단순한 기상의 변화가 보여주는 일상의 한 가운데 있다는 자각일 수도 있다. 일생의 단 한번일지 모르는 이 찰나는 일상을 드라마로 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새벽에 느끼는 극히 주관적인 몽상 이상의 어떤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 된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속에서 수많은 나무와 꽃들을 일컬어 초목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하찮을-무엇에 기준을 두고 일컫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생명들에게 잠시 기대어 보고 싶은 순간에 찾게 되는 곳이 공원이다. 도심이라는 삭막한 공간에서 한적함을 짊어지고 싶은 욕구로 사람들은 하염없이 걷고 쉰다. 파란 공기가 내려 잠시라도 일상이라는 외피를 다른 빛으로 변화시키는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행위란 카메라를 들어 하염없이 남겨두는 일 따위다. 순간순간 뒤바뀌는 외피 색의 변화에 따라 속성을 유추하며 다른 이야기를 들추어내는 이야기꾼 같은 극의 연출가가 되는 듯한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일단 혼자만의 생각이 되니 낯모르는 누군가가 그 모습을 본다면 살짝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볼지도 모른다. 단순히 밝아지는 어떤 빛을 관찰하는 행위 이상의 어떤 -잡아두고 싶은- 욕구를 발현하는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을 테다. 다만 기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각색되어 그 순간을 도리어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간직한다. 이상적이기를 바라는 생각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오히려 순간의 목적을 곡해하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기도 한다. 역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어 스스로에게 기가 막힌(?) 한 장의 사진 혹은 장면일지라도 모두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다. 계속될 것의 기록 반복되는 새벽은 시간의 흐름에서 다시 올 수 없기 때문에 유일하고 영속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에서-전염병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 염원하는 일상으로의 회귀는 어쩌면 그래서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어제의 새벽으로 돌아갈 수 없는 슬픔에서 극복 불가능을 찾기보다 지금과 내일의 새벽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사진가는 내일 남을 순간을 위해 지금 찍어두는 것이다. 효용의 가치는 현재가 발휘하는 모습이 가치가 있을 때 발휘된다. 내일 있을지 모르는 가치를 위하여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는 장면을 담아두는 일이기 때문에 사진이 소위 쓸모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닐까. 일출 새벽을 붙잡을 수 없어 하염없이 차오르는 상처와 같은 빛덩어리의 산란을 임의로라도 받아들이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시간을 수초분의 일로 쪼개어 담아내는 고성능의 카메라일지라도 잡아 낼 수 없는 자포자기에서 영상이라는 흐름의 매체를 통해 더욱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흐름은 맥락을 이해하는 것으로써 기능하게 되고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로 프레임 밖의 존재에 대한 욕구로 이동한다. 이동하지 않는 영상은 그래서 지루하고 때로는 무한히 빠져든다. 요즘 우리는 영원할 것 같은 새벽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맞닥뜨려 있다. 전염병과 그 너머에 무엇이 우리를 더욱 흔들어 놓을 것인가 하는 미지와의 싸움이 새벽너머 동이 틀 때 우리에게 현실이라는 세계로 던져놓을 것이다. 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글 한 자락 없는 이미지를 남기는 일이다. 정성스럽게 담아놓은 사진 한 장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속내가 가 닫기를 염원한다. 동이 트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상처가 사라지기를. 비록 그 아침이 어제와 같지 않더라도 순간의 아름다움일 수 있기를 바란다. 유청오 / 조경사진가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업역의 조경과 학문으로서의 조경학. 우리는 조경과 조경학이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조경학은 실용 학문이다. 조경학은 법적으로 규정된 조경이라는 업역을 전제로 한다. 모든 학문이 그러하지는 않다. 이는 조경학이 순수한 학문적 목적을 추구하기보다는 특정한 실천의 업역을 위한 지식의 체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옴스테드가 조경가라는 타이틀을 처음 쓴 것이 1863년, 조경가들의 협회인 ASLA가 설립된 것이 1899년, 최초의 조경학과가 미국에서 설립된 것이 1900년이니, 조경은 학문보다 업역이 먼저 확립된 분야이다. 최초의 공식 조경가이자, 여전히 최고의 조경가로 추앙받는 옴스테드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조경학이 출발했으니, 조경의 업,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설계라는 실천은 조경학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조경학은 조경의 업이 필요했던가? 조경이 처음으로 제도화된 미국의 경우 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학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1973년 조경학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건축학, 임학, 원예학 등 다양한 조경의 인접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경학의 기초를 세웠다. 지금도 조경학은 건축학과 농림학의 접근에 뿌리를 두고 있다. 건축의 토대는 예술적 스튜디오 교육과 사회학적 공간 연구의 방식으로 발전하였고, 임학과 원예의 토대는 자연과학적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오늘날 수많은 학문의 가치를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대부분의 학문은 논문의 수와 인용지수라는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조경학도 예외일 수 없다. 결국 인용이 많이 되는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많이 실을수록 좋은 연구자이다. 그리고 수준 높은 논문을 쓸 수 있는 대학원생을 많이 길러낸 교수가 좋은 교육자이다. 물론 학과의 입장에서는 수업의 질과 학생들의 취업률도 중요하지만, 학문의 발전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 굳이 학문이 업의 직접 혜택을 받을 일은 없다. 그래서 조경의 업과 학문의 괴리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며 최근의 문제도 아니다. 업에서는 대학이 실무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배출하지 못해 결국 다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불평한다. 실무적 감각도 경험도 없는 학자들이 감투를 쓰고 자문으로 들어와 오히려 업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한다고 비판한다. 한편 학에서는 업이 타성에 빠져 늘 하던 방식대로 일한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학문과 기술의 발전을 업은 알지도 못하며, 알 의지도 없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럴 바에는 아예 건축처럼 건축학과 건축공학을 나누어 설계의 업과 학문, 공학의 업과 학문을 분리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조경의 상황은 건축과 다르다. 전국 대학의 건축 관련 학과 입학생 수는 조경의 10배다. 산업의 규모는 그것보다 더 크다. 조경을 다시 쪼개기에는 조경의 업도 학문도 독립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업은 업으로, 학은 학으로 별개로 본다면 어떨까? 일본은 이러한 길을 택했다. 한때 우리 선배들의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의 조경 사례들은 잊힌 지 오래고, 일본에는 조원학과를 유지하는 대학이 거의 없다. 조경학은 원예, 산림, 건축, 도시, 디자인의 일부로 흡수되어 버렸다. 혹자는 이를 저성장 시대의 대안이라고, 학문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모델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조경의 소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른 대안으로 어떤 이들은 미국처럼 업이 중심이 되는 학문의 모델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에서 이미 그런 모델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버드 GSD로 대표되는 미국식 모델을 그대로 수입한 서울대 환경대학원은 이미 GSD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업과 학문의 관계와 구조, 그리고 규모가 아예 다른 미국식 모델은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조경의 업과 학은 불편한 공존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실상 생각하는 미래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의 미래를 강권할 수도, 분리할 수도 없다면 우리에게 남은 대안은 무엇인가? 나는 유일한 대안은 서로 다른 미래 사이에 공유지대를 만드는 데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조경의 업은 설계안이 가져올 수많은 효과를 역설하면서 이를 증명할 시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정말 좋은 설계안은 생태적 다양성을 높이고, 열섬효과를 줄이며,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공간을 만드는가? 반면, 학문은 현상을 검증하고 정교하게 예측하려 했지, 창작의 영역이 가져오는 효과를 연구의 대상으로 간주한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현상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면 가상의 대안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우리는 조경은 예술이며 과학이라고 배워왔다. 이는 예술로서의 조경, 과학으로서의 조경, 두 개의 분리된 조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조경은 예술이면서 동시에 과학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예술이 과학을 추구해야 하고 과학이 예술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과는 다르다. 예술은 예술의 길을, 과학은 과학의 길을 걸어도 된다. 다만, 과학이 개입할 예술의 측면을, 예술을 파악할 수 있는 과학의 방식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대학원에서 미국 경관 생태학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리차드 포먼 교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수업 시간에 그에게 물었었다. 왜 당신은 더 많은 연구 업적을 낼 수 있는 학교를 떠나 연구진도 구할 수 없는 디자인 대학원에 왔냐고. 그가 대답하기를, 자신이 생태학을 연구했던 이유는 생태학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조경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조경의 업과 학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미래를 준비할 공유지대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김영민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103호 노인에 대해 그는 1943년 생으로 올해 78세이다. 그는 7년 전에 나와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1층에 살다가 작년에 어딘가로 떠났다. 이 글은 내가 그 노인과 1년 가까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녹취록의 아주 일부에 해당한다. 그는 당뇨를 앓고 있어서 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조경에 관심을 가지고 꽃과 나무를 가꾸는 활동을 한 것도 이 병을 다스리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그는 처음에 아파트 주변의 공원을 산책하고 등산을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기 마당과 아파트 공간에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는데, 그게 등산이나 산책 못지않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정원 가꾸기에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조경을 공부하거나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농촌에서 자랐고 식물(작물)을 심고 키워왔기 때문에 식물을 죽이지 않고 가꾸는 데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군대에서는 해마다 환경미화 및 조경 경진대회를 했고, 오랜 기간에 걸쳐 부대에 나무를 심거나 화단을 가꾸는 일에 관심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어느 해에는 부대 조경 경진대회가 있었는데 필요한 나무를 구할 수 없어서 인근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이미 심어진 꽃과 나무를 캐왔다고 한다. 그 사실이 건설 업체에 알려져서 문제가 됐는데, 회사에서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잔디를 제공해 주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 비행장 활주로 주변에 광대하게 조성된 잔디밭의 일부를 떼어가도록 했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 그는 햇빛이 건강한 생활에 중요한 요소라고 믿기 때문에 집 안과 마당에는 늘 햇빛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문을 가리는 수목은 건강을 해치는 나쁜 것이어서 제거돼야 한다. 그는 실제로 창문 바로 앞에 심어진 나무 몇 그루를 강하게 전정해 버렸고, 창문을 타고 올라온 넝쿨식물들도 완전히 없애버렸다. 창문에서 꽤 떨어진 나무들도 2층 이상으로 자라면 그늘지게 하고 이끼가 낄만큼 습한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그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맨드라미 정원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부탁해서 다섯 포기를 얻어다 심는다. 그의 화단에 심을 식물을 구하기 위해 주변 지역의 식물을 가져온 첫 번째 사건이었다. 나중에 원래 맨드라미 정원의 주인은 이 노인에게서 맨드라미 씨앗을 다시 얻어 갔다. 그가 자신의 집 마당에 나무와 넝쿨식물을 베어내고 화단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옆집 사람과 만날 기회가 많아졌고, 그의 손길은 102호와 104호 마당으로 확장된다. 이 시기에 노인의 관심은 자기 집 정원에서 아파트 정원으로 번져갔다. 그는 자기보다 조금 어린 노인을 포섭해 조금씩 일을 크게 벌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공적인 문제가 하나둘 생겨났다. 그는 화단을 가꾸기 위해 아파트 여기저기 비어있는 땅을 계속 찾았고, 마침내 아파트 지하주차장 위의 빈터에 자리를 잡고 허브 식물을 심었다. 그러나 그의 첫 번째 실험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고, 모두의 무관심 속에 없던 일이 됐다. 군인정신에 투철한 그는 포기하지 않고 아파트 정원의 한복판에 자신만의 화단을 만들고, 벤치 가득히 화분을 늘어놓았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지만, 누구도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방치된 아파트 정원에 누군가 화단을 가꾼다는 것이 그리 나쁠 것도 없고, 괜히 문제제기를 했다가 갈등이 생기면 서로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생긴 노인은 직접 전정톱을 사고 후배 노인을 시켜 대략 벚나무 다섯 그루의 목을 잘랐다. 그 과정에서 관리사무소와 아무런 협의를 하지도 않았고 마을 회의의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도 않았다. 이 순간 그는 군대의 지휘관에 빙의했던 것 같다. 목이 잘린 나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내기 시작한다. 자기가 무슨 권리로 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의 나무를 함부로 이렇게 베어내는가? 관리사무소와 부녀회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때부터 아파트 정원의 관리 기준이나 지침이 중요한 판단 근거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는 그 노인이 베어낸 나무들을 구상나무로 교체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런데 관리사무소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노인은 관리사무소에게 당신들이 나에게 구상권을 청구해도 그 1/3인 1000만 원도 받아내기 어렵고, 결국 당신들은 2000만 원을 날리게 될 것이라고 되받아쳤고, 관리사무소는 항복했다. 며칠 뒤 술자리를 통해 노인과 관리사무소 사이의 관계는 공생적, 협력적 모드로 바뀌었다. 그는 이제 날개를 달았고, 그해 여름 아파트 정원에는 더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사건에 대한 해석 아파트 마당은 정원인가 공원인가? 우리는 그런 어중간한 조경공간을 조성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가? 이어령 장관 시절 쌈지공원이 그랬듯이 간간이 그런 중간 공간이 등장했더라도 흔히 죽(정원)도 밥(공원)도 아니게 끝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조성 취지와는 정반대로 예산은 예산대로 날리고 동네 주민들 사이의 갈등만 증폭시킨 채 사라진 경우도 없지 않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공동체와 마을마당이라는 명분과 당위만 앞세울 뿐, 그들의 마음 상태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섣불리 도면 작업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요즘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조경 활동의 결과인 경관은 그것이 정원이든 공원이든 건축 활동의 결과인 구조물과 달리 유연하고 상호작용적인 돌봄이 필요한다. 변기는 변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고, 아기는 잘 변하도록 돌보는 것이다. 그 노인은 아파트 단지에 인접해 있는 학교의 울타리에 심긴 꽃 해바라기가 맘에 들었지만 캐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음 해에 심기 위해서 학교 울타리를 넘어온 씨앗을 모았다. 그리고 정말 다음 해에 그의 정원에서는 꽃 해바라기가 피어났다. 나이 50을 넘어서 내 생각이 바뀐 것이 있다면 건축과 비교할 때, 조경의 전문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는 설계가 아니라 ‘관리’인 것 같다.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그가 죽는다면, 이제 겨우 꽃피기 시작한 우리의 정원 혹은 나의 공원은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의 죽음과 함께 사이공간성(inter-spaceness)을 잃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사이를 채워가는 것이 103호 노인과 같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 자리에서 죽도 밥도 아니지만 제법 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은 새로운 음식이 탄생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그리고 끝으로 종합과학예술임을 자랑하는 조경 교육이 학생들에게 정말 통합적 관점을 길러주고 싶다면, 이론이 아니라 사건을 깊이 탐구하도록 돕기를 권한다. 이재영 /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국토교통부의 착각 최근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에서 주택건설공사 감리자 지정기준 일부개정안을 고시했다. 이유인즉슨 시공역량이 부족하거나 안전사고 발생 전력이 있는 사업주체, 시공사가 주택건설공사를 하는 경우 현 기준에 따라 산정한 감리인원으로는 철저한 품질관리·안전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므로 추가 감리원 배치를 통해 보완하고, 공동주택은 일반건축물과 달리 별도의 하자판정기준 등이 마련돼 있는 것과 같이 하자가 구체적이고 상세하므로 주택건설공사를 감리·감독해 본 경력자를 배치하도록 하고 분야별 감리원 평가인원도 늘려 양질의 공동주택이 건설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감리자의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 제8조 (8) 적격여부에서 ‘1500세대 이상인 경우에는 조경공사기간 동안 조경분야 자격을 가진 감리원을 배치해야 하며, 해당공사 착수시 배치계획서에 명시된 등급의 동등이상에 해당하는 조경분야 감리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제55조에는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공사비 200억 원 이상)에 감리원을 배치하도록 돼 있음에도 1500세대 이상 배치규정은 감리제도의 도입취지와 맞지 않는다. 또한 현재의 대부분 공동주택 등 주택건설공사시 주차장이 지하로 배치돼 건축물을 제외한 지상 면적의 대부분과 기부체납 되는 공원 등 조경면적이 과거에 비해 3~4배 증가해 조경기술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민간주택 건설공사의 93%가 1,500세대 미만이어서 현재의 지침대로라면 토목이나 건축담당의 비전문가가 감리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어서 조경 품질저하는 물론이고 부실공사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은 누구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인가? 따라서 분야별 감리원수를 주택건설공사 규모에 따라 최소한 300세대 이상 2000세대 미만까지는 조경 감리자 1명과 2000세대 이상은 조경 감리자를 2명 이상 두어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시대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시민사회의 요구 수준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조경을 누구나 감리해도 된다는 착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산림청의 고집 산림청은 도시지역 내 열섬현상,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도시 숲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현행 다양한 법·제도 규정으로 일원화되지 않았다는 사유를 들어 도시 숲을 체계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법이라는 미명하에 법 제정을 추진해 왔으나, 사업시행 분야의 조경업계 배제 조항에 따른 한국조경학회를 비롯한 산·학계의 반발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또한 대한전문건설협회에서 건의한 도시 숲 조성 시공자격 관련 개선 건의안에 대해 ‘도시 바람길 숲, 미세먼지 차단 숲은 산림사업으로 산림자원법령의 적용을 받으므로 산림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라 산림사업 법인으로 등록해야 하며, 2020년 도시 바람길 숲 및 미세먼지 저감 도시 숲 사업 실시와 관련해 해당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산림사업으로 예산 신청 및 보조금으로 교부된 사업이므로 조경 식재업 또는 조경 공사업은 시공 시 입찰 참가자격이 없으며 설계·시공·감리 사업에 대해 산림관련 법령입찰 참가자격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통보했다. 또한 산림청은 금년 상반기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집행 점검에서 위 준수사항이 이행되지 않아 적발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보조금 반환, 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니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공문서를 일선 시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이와 같은 대규모의 도시 바람길 숲이나 미세먼지 저감 도시 숲 조성에서 재정상태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를 보조금을 가지고 마음대로 흔들 수 있다는 생각은 마치 아이들의 사탕놀이와 같다고 보여진다. 또한 지난 2009년 산림자원법 시행령에 명시된 도시림, 생활림, 가로수 조성·관리 사업에서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으로 시행하는 사업은 제외한다고 한 문구에 대한 법제처 법령해석 ‘수목원·공원 및 숲 등의 조성공사와 업역이 중복되고 그 내용에서 별개로 구분되는 사업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이상과 같은 일련의 도시숲법 개정안 및 입찰제한 등을 볼 때 도시 숲 조성을 내 밥그릇 챙기기로만 고집부리지 말고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할 것이다. 문길동 /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과장
  • 연일 이어지는 매스컴의 소식이 어지럽다. 헤아릴 수 없는 숫자들이 오르내린다.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내뿜는 매체의 언어들은 과하게 침착하여 스스로를 가라앉게 만든다. 어딘가에서 소리없이 삭아들어갈 생명에 간절한 바람을 숨죽여 외치는 행위의 소용에 대한 자괴감은 우울감으로 달음질 하게 된다. 단순한 숫자 하나로 매김되어질지 알았을까. 그 숫자 하나가 자신이 될지 모른다는 무기력함은 공포와 다름아니다. 보이지 않는 공포는 타인과 멀어져야 한다는 외로움과 다름 아니다. 어쩌면 작은 숫자에 불과한 개인이 할 일이란 것이 스스로 무엇인가 되돌아보는 일련의 성찰 과정에서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찾게 되는 부산함을 떨게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것들과 일정간격을 떨어져 있을 것이 아니라 -단지 또 다른 어떤 작은 개인과의 거리를 두는 일이기에- 타인이 아닌 주변의 작은 것들을 돌이켜 보는 것이다. 그간 지키지 못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돌이켜 보게 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일 따위 말이다. 핸드폰과 모니터가 아닌 멍하니 주변을 응시하는 일은 어느덧 가까이 와 있는 수많은 것들 혹은 사건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돌이켜 보는 사색의 순간을 즐기도록 나름의 방식을 고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어쩌면 가까운 순간의 매력을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도래했는지도 모른다. 타인과의 간극을 비워낸 공극에 무엇이건 채우는 방법에 대한 생각에 골몰해 볼 수도 있다. 타인이 떠난 공극 - 이를테면 손을 뻗어 닿는 물건과의 간극-에 채워진 칙칙한 공기가 나를 둘러싸고 있었음을, 그것이 어쩌면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방어막일지도 모르는 에테르(Aether)일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하는 일 따위가 있을 수도 있겠다. 정신나간듯이 들릴지 모르겠으나 별다른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 일련의 공상 혹은 상상들을 하면서 쉼없이 돌아가던 신체의 일부를 잠시 멈추게 만드는 일이 그동안 역으로 신체의 극히 일부인 손가락과 눈동자 따위의 말단의 구조만을 혹사시키고 있었음을 자각하게 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세계가 멈추어 버린 것 같다. 혈관의 혈구처럼 오가던 항공과 선편의 수많은 왕래가 잦아들고 나서야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주고바도 있었는가를 자각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지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인간도 한 개인이 되고 나서야 단순히 하나의 숫자일 뿐이라는 새삼스러운 자각을 단 한번에 전 세계가 공유하게 되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작아드는 자신과 주변의 변화에 민감해지는 요즘 서로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차분한 위로를 대뜸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잘 견디고 있다고 하는 위로와 감사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단 하나의 변화 없이 산수유가 노란 꽃을 틔웠다. 목련이 이불을 걷어찬다. 매화가 입을 벌리고 진달래는 이미 청초하다. 아직 먼 산등성이는 누렇게 잠들어 있지만 초록 빛 가득할 봄처럼 서로를 위로하고 감사하는 마음 교환하기를 바란다. 이 순간 작은 꽃들과 새싹이 서로 멀찍이 떨어진 인간에게 위로하는 듯하다. 하는 일이 사진 찍는 일이라 가까워져도 무방한 어떤 것들을 한 장 씩 담아내는 것을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 담아내 보면 좋겠다. 녹음과 꽃이 온세상을 덮어도 상처는 남을 것이다. 상처를 나누고 극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작은 숫자에 불과한 이들에게 힘을 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일도 잊지 않기를. 유청오 / 조경사진가
  • 4·15 총선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정당의 정책대결 이슈가 실종되고 후보자 공천을 둘러싼 구태정치가 반복돼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으로 시행되는 이번 선거에서 비례(위성)정당을 둘러싼 꼼수정치도 난무하고 있다.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기호 1·2번이 없는 35개의 정당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이다. 어찌 됐던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을 국민들이 뽑는 선거이다. 무릇 선거에서 정당은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가지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과정에 시대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이 정당의 정책공약과 후보자 라인업일 것이다. 그곳에서 ‘조경’을 살펴봤다. 헌정 사상 지금까지 조경계를 대표하는 정치인은 없었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광진 의원이 조경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경계에서는 조경 전공 국회의원 첫 탄생이라는 축하와 기대를 했다. 그러나 김광진 의원은 군 적폐청산 등 국방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청년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재선에서 아쉽게 낙선했지만, 현재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발탁돼 재임하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정치인이다. 그의 행보에서 ‘조경’을 기대할 수 있을까? ‘조경’이 국민적 관심거리가 되고 사회문제 해결의 정치로 수단화되면 가능할까? 수원시 초대 제2부시장을 역임한 이재준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초빙교수는 이번 총선에 수원시갑(장안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했다가 최종 경선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그는 엄연히 조경계에서 배출한 인사다. 이번 공약에서도 110만 평 국가공원 유치, 최저입찰제 발주 개선, 거버넌스 제도화로 건설시장 구조 개선, 공원 리모델링을 통한 효율 극대화, 인공지반녹화 국가 지원 법안 지원, 조경진흥법 개정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가 다음 선거에 다시 출마할까? ‘조경’을 더 강화해서 아니면 ‘조경’을 지워버리고? 얼마 전 한국건설인협회는 82만 건설기 술인을 대변할 국회 비례대표 후보 3명을 확정하고 각 정당에 추천했다. 16개 건설관련 단체 공동명의 추천을 받아 15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친 끝에 3명의 기술인을 최종 선정했다. 부창렬 건축 전문가는 미래한국당에, 임소영 토목 전문가는 더불어민주당에, 김재권 토목 전문가는 제3당에 추천됐다. 결과적으로 이들 3명은 각 정당의 비례대표로 선택받지 못했다. 전문건설기술인의 사회적 활동 측면의 한계일 것이다. 그런데 조경 기술인은 이런 논의와 공모과정에 과연 존재나 했던 것인가? 아니면 조경을 무시하는 건축·토목계에서 추천한 이가 비례대표로 선정되지 않은 결과를 오히려 좋아하고 안심해야 하는 상황일까? 더불어민주당의 또 다른 위성정당 논란이 일고 있는 열린민주당은 비례대표 1순위으로 김진애 전 국회의원을 간판으로 내세웠다. 김진애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도시건축가로서 대중적으로 유명하고 인기가 많다. 17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출마하여 정치적 내공과 근육도 상당하다. 그는 18대 국회에서 조경기본법 제정을 반대하고 건축의 하위분야로 조경을 분류해 조경계에서는 그를 ‘조경말살’ 국회의원으로 지목해 성토했고, 지금도 비토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그는 이번에 국회의원에 당선될 것이고, 아마 이번에도 ‘조경’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을 것 같다. 김진애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사업국민심판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국민적 지지층이 더욱 더 두터워졌다. 조경계는 당시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에 결과적으로 구색 맞추기 역할을 자행했다. 과연 국민은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 조경인은 열린민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하나? 위성정당이어서? 아니면 ‘조경말살’ 김진애라서? 선거에 나서는 주요 정당의 정책공약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조경’은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중요한 요소이면서도 토건개발 일부처럼 취급되면서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하고 구색 갖추기의 배려가 되는 수준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조경’의 위상과 자리매김은 변하지 않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공약에는 ‘조경’의 영역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254쪽까지의 5대 핵심가치에 해당하는 주요 정책에 단 두 줄만 언급돼 있다. 미세먼지 없는 스마트 클린도시 시범사업의 세부내용에 미세먼지 정화숲 조성, 공원과 분수대 조성, 이끼벽 조성 정도이다. 광역지자체별 지역공약에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주를 이룬다. ‘조경’과 관련된 공약으로는 대구에 생태정원·도시농업테마파크 조성, 경기도에 미세먼지 걱정을 없애는 학교숲 조성, 충청북도에 미호천 생태·휴양 친수복합공원 조성, 충천남도에 부남호 하구복원, 경상북도에 국립 독립운동 역사공원 조성 정도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내세우는 151개 실천과제에는 세부내용을 아무리 보아도 ‘조경’을 찾을 수 없다. 흔하고 단골 메뉴인 미세먼지 공약조차도 ‘도시숲’이 없을 정도로 씁쓸하다. 그래도 유권자 민심을 고려해 지역 공약에는 대표 공약이 있다. 인천에 소래습지생태공원 국가정원화 추진, 대전에 도심 곳곳 자연친화적 생태공원 조성, 울산에 태화강 국가정원 활용·연계 관광상품 개발(정원박람회 개최, 각종 테마시설 조성), 대왕암공원 해양·힐링파크 조성, 세종에 중앙공원 일대를 ‘국가도시공원’ 지정 추진 등이 있다. 민생당의 대표 지역 출마자인 정동영 후보(전주 병)는 1호 공약으로 조선월드파크 1조 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조선 태조 정원 조성, 세종 빛 테마 정원 조성, 조선 전주성 4대문 복원 및 전주정신문화관 조성, 조선문화 정원 조성, 조선문화 체험 밸리 조성 등이다. 정원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에 맞게 ‘조선’과 ‘정원’을 컨셉으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1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라 여러 우려할만한 요소가 있다. ‘조경’의 영역과 브랜드가 도시의 미래 비전으로 설정되고, 시민의 선택을 받아 잘 추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의당은 ‘그린뉴딜’을 전면에 내세웠고 ‘조경’ 관련 여러 야심찬 공약이 수록돼 있다. 200만호 그린 리모델링(마을녹색전환운동) 사업 추진, 개발중심의 토건사업 감독기능 강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 대책 마련, 새만금 해수 유통 및 낙동강·금강·영산강 하구 복원, 4대강 재자연화 추진, 비무장지대 국립공원화 추진 등이다. 지역 공약으로 광주에 초고층 밀집 대규모 아파트 건설 규제, 습지 보존 및 도시공원 단계적 매입, 세종에는 금강 세종보 철거, 람사르 습지 등록, 충북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 추가 공급 중단, 도시공원 100% 보전, 대구에는 ‘기적의 생태 놀이터’ 조성 등이다. 정당의 정책공약과 지역 공약에서 ‘조경’을 일부 찾아볼 수 있어도, 전체적으로 보면 ‘조경’ 분야의 시대정신과 사회적 요구가 담긴 정책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선거판에서 정책은 사회문제와 국민관심에서 비롯된다. ‘조경’이 살아남기 위해 건축·토목·산림 분야와 힘겨루기 하며 ‘조경업’을 사수하는 방식에 골몰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또 다른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뿐이며,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이제 ‘조경’은 전문 기술자 영역을 넘어서서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사회불평등과 공동체 붕괴, 인권과 사회평화를 위해 그에 걸맞은 해법을 내놓아야 하고, 사회적으로 희망찬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소통해야 하고 시민사회단체 및 정치인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이 되고 후보자가 나오고, 국민들이 지지하는 ‘조경’이 될 수 있다. 최진우 / 에코 액티비스트 리서처 박사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바람이 만드는 풍경 한적한 남도 시골길, 왕대나무 숲 가장자리 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산들바람이 스쳐지나는 소리를 듣는다. 댓잎들의 재잘대는 소리가 있고, 좀 더 센바람이 지나갈라치면 솨-아- 하고 대숲에서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물오른 능수버들 가지 사이를 비켜가는 꽃바람은 잠자는 버들강아지를 흔들어 깨운다. 소리는 없고 오직 흔들림이 있을 따름이다. 봄빛 따사로운 어느 한낮, 뜰 앞에 피어난 흰 목련꽃을 장난스레 건드려 한 장 꽃잎을 떨어뜨려 놓고 지나가는 것은 심술쟁이 봄바람이다. 마치 프로포즈에 대꾸를 아니해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큰 솔밭 사이를 지나노라면 솔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동네 총각이 이웃집 처녀를 불러내는 휘파람소리 같다. 폭넓은 강나루에서 흰 돛단배를 밀어주는 것도 바람이다. 한가로운 풍경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자 아름다운 경관이다. 노을이 질 무렵 산사, 대웅전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은 실바람이 스치면서 소리를 낸다. 적막함을 알리는 바람의 그림자다. 늦은 봄 전라도 고창의 청보리밭은 싱그러운 초록 바탕이다. 여기에 바람이라도 보태질라치면 서해바다 파도가 넘실대는 듯한 초록 물결이 일렁인다. 역동적인 풍경의 파노라마다. 또한 한적한 시골길 냇가 물억새 꽃무리의 나부낌은 가을바람임을 일깨워준다. 그런가 하면 진눈개비 흩날리는 어두운 밤, 천리포 바닷가 산언저리에 있는 뇌성목의 마른 잎이 바스락대면 한겨울의 삭풍임을 말해주고 있다. 바람은 소리를 만드는 마술사이자 소리는 바람의 친구이다. 이러한 정경들은 바람과 소리가 만들어낸 소소한 경관들이다. 조경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아름다운 경관요소들이 아닌가 싶다. 자연의 바람과 소리를 정원에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하다. 바람이 있는 도시 요즈음처럼 공기 질이 열악하고 미세먼지로 아우성인 도시환경 속에서 조경분야에서는 어떤 일을 생각해 볼 수가 있을까? 우선적으로 바람의 역할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이다. 겨울철 한냉한 시베리아의 북서기류가 미세먼지를 한반도 밖으로 밀어내고 차고 깨끗한 공기를 가져다주는 메신져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반면에 따뜻한 남서기류나 편서풍은 중국의 지독한 미세먼지를 우리나라에 몰아다 준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발생이 계절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 때문이다. 이는 인위적으로 조절이 불가능한 자연적인 문제다. 하지만 도심에서 미세한 바람의 흐름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해법은 도심의 미세환경을 바꾸어주는 것이다. 도심을 흐르는 개천이나 하천 그리고 강은 공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요인이자 곧 도시의 바람길이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도시 내부를 통과하는 숲길 또한 바람길이다. 따라서 계절적 요인을 고려한 도시의 바람길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가능한 한 바람길을 많이 만들어 주고 막혔던 바람길은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람길 앞에 나무를 심어 흐름을 차단시킨다거나 숲을 만들어 분지가 형성되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자칫 오염된 공기를 침체시키거나 미세먼지 포켓을 만들어 주게 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조경은 수목의 식재 수량이나 종류, 디자인에만 집중할 일이 아니라 미기상 데이터를 활용한 바람길 조성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바람에 관한 한 가정의 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정원은 식물들도 건강하게 잘 자란다. 통풍이 잘 된다는 것은 곧 주거 환경이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리로 만드는 정원 봄비 내리는 날 초가지붕 처마끝 토방 언저리에서 똑- 똑-하고 떨어지는 소리는 뭘까? 이것은 분명히 낙숫물 소리다. 여유롭고 한적한 옛 시골 풍경이다. 산중에서 정오에 둥-둥- 두두둑 둥-둥-하고 나는 북 소리는 무엇일까? 산사에서 정오를 알리는 법고 소리다. 적막한 산중의 한 풍경이다. 칠월 칠석이 지나고 입추 무렵에 귀뚤-귀뚤- 하고 들리는 울음소리는 무엇일까? 정령코 귀뜨라미의 가을맞이 소리일 것이다. 달 밝은 가을밤에 끼륵-끼륵-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는 무엇일까? 예컨대, 가을이 깊어감을 알리는 기러기 소리가 틀림없다. 모두가 농촌과 산촌 풍경을 연상케 하는 소리들이다. 계절에 따른 각종 새소리, 물소리, 풍경소리, 바람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들을 조경소재로 도입한다면 근사한 경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향기가 좋은 방향성 식물들만을 모아서 만든 향기정원은 가끔씩 본 적이 있지만 소리를 정원에 도입해 만든 소리 정원은 아직 경험한 바가 없다. 자연이 그리운 도시인들에게는 정서적으로 필요한 소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소리와 관련해 음악을 상징하는 오선지나 높은음자리표, 샵 모양 등을 본뜬 정원 디자인에 수양버들처럼 바람결에 흔들림이 있거나 소리가 있는 소재들을 배치해 음악 정원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고전음악이나 현대음악에서 빗소리 한 가지만을 형상화한 명곡들이 얼마나 많은가? 조경에서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서 달리 소리를 내는 풍경이나 크기와 형태가 다른 방울, 윈드차임, 윈드실로폰 등 각종 기구들을 재료로 이용해 조성하는 소리정원을 한번쯤은 생각해 볼일이다. 이종석 /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변화의 시대, ‘도시숲법’으로 새로운 기회와 도약을”(e-환경과조경 2020년 3월 19일자 기고) 허망한 저 제목을 좀 보자. “도시숲법이 새로운 기회와 도약”이 될 수 있다고 보잔다. “변화의 시대”이니 좀 변화해야 하지 않겠냐는 강요로도 읽힌다. 어디에나 붙일 수 있을 법한 단순 레토릭이지만 “니들도 좀 변해야 하지 않겠니?” 하는 우회적 오만함을 본다면 무리일까? 얼마 전 조경계와 전면전을 선언하듯 ‘도시숲 사업에 대한 조경 참여 배제’(“산림청, 도시숲 사업서 ‘조경업체 배제’ 공문 발송 논란”, e-환경과조경 2020년 2월 28일자 기사) 취지의 공문을 지자체에 하달한 산림청의 조언이기에 저의는 물론이고 표피적으로만 보기에도 민망하지 않을 수 없다. 조경계와 산림청의 해묵은 갈등이 최근 몇 년 행복한 동거가 되는 듯하더니 결국 여전한 야욕을 확인하게 되는 결말로 치닫는 것 같다. 2011년 당시 재단 사무국장으로서 역할 한 전력 때문인지 지금의 상황이 전혀 낯설지 않다. 일종의 트라우마로 안고 있는 법제 관련 사항은 산림청 입장에서는 언제나 사활을 논할 주제가 되기 일쑤였고, 실무자 반응과 대외 공표 사항의 이중적 태도가 알만 한 사람들에게는 공분을 사온 지도 오래다. 이번 일련의 사건들은 그런 본성적 특성에서 보자면 명확하게 이해된다. 조금 달라진 점은 해묵은 문제 해결에 이이제이 식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조경 출신의 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소위 민간 스카우트 방식으로 그 자리의 무게와 방향을 일신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간 그 자리를 거쳐 간 내부 공무원들의 성과를 되돌아본다면 이런 변화의 목적은 명백하게 이해될 수 있다. 상생을 내세우며 지자체에 업무를 다잡는 이중적 행태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는 변하지 않으면서 외부에는 변화하라 앞뒤 다르게 전략적인 셈이다. 변치 않은 산림청, 2011년과 2020년 산림청의 그 태도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2011년에도 지금처럼 장광설을 풀어놓으며 논점을 흐리고 허위와 무지를 섞어 발언하였다. 2011년 대전 산림청에 항의로 방문한 조경계 인사들에게 마치 어린아이 가르치듯 이미 공개된 내용을 하나하나 지루하게 읽으며 능욕 아닌 능욕을 보인 것이다.(“범조경계, 산림청에 도시숲법 공식입장 ‘유감’” 라펜트 2011년 11월 17일자 기사 참조) 그런 행태에 분연히 항의하고 그 행태와 불합리에 우리의 뜻을 분명히 전달하였음에도 그들은 항의 방문을 소위 “협의”로 뭉개며 입맛대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김경윤 이사장의 예시는 그런 수많은 모욕과 능욕의 일부일 뿐이다.(“도시숲법 제정에 대한 소고”, e-환경과조경 2020년 3월 19일자 특별기고 참조) 2020년 도시숲과장의 기고문은 그런 태도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일단 핵심을 잘 보이지 않게 하면서 읽는 사람이 지치게 하는 하나마나한 장광설이 기본 프레임이다. 사실 관계조차 잘못 파악하거나 호도하는 사항들을 교묘하다 싶을 만큼 녹여 놓고 있다. 공무에 임하는 자의 실력이라거나 국가 기관의 전략이라고 하기에는 치졸하고 옹졸하다. 지자체 하달 공문에 시끄러워지자(“산림청, 시민을 볼모로 정치질을 하려는가”, e-환경과조경 2020년 3월 10일자 기사 참조) 이처럼 툭 던지듯 기고문이라고 조경계에 내놓는 태도는 2011년의 산림청과 전혀 다르지 않다. 과연 누구에게 변화의 시대란 말인가? 미래와 변화에 그렇게도 중요하다며 도시숲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산림청이 기막힌 그 하달 공문과 최근의 그 기고문에 한두 가지 문제만 내포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사실 관계나 현황 분석이 기초부터 잘못되었고 유리한 사실만 글쓴이의 시각에서 짜깁기한 면피 전략이 녹아 보여 2011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새로운 기회와 도약”이라는 그 설명만 잠시 보더라도 1) “정부 차원의 대책과 법률적 뒷받침”은 국토계획이나 도시계획, 도시공원녹지법 등 이미 관련 법제가 갖추어져 있고 도시든 산지든 농지든 조경공간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조경분야에서 이미 업무로서 실행하고 있다. 관련 부서의 미약한 지원과 관심이 문제일 뿐 법제 미비가 문제는 아닌 것이다. 10만에 가까운 조경인들이 그간 법제도 없이 녹색공간, 녹지공간을 임의로 만들 수 있었겠는가? 2) 도시숲 “법률안 확정”은 산림청 입장일 뿐 알다시피 중요 사항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는 와중에 일방적으로 의원입법(소위 “청부입법”)을 통해 국회 상정이 이루어졌다. 무엇이 “서로에 대한 신뢰 부족”을 이끌었는지 말하기에도 부끄럽다. 산림 법령 곳곳에 숨겨진 제한 사항들은 “다만”, “하지만”으로 부기된 내용들에서도 확인되지 않는가? 3) “우선 제정, 후속 개정”이라는 허울은 그간 산림청이 보여준 태도만으로도 정답이 뻔하다. 게다가 청장의 거취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 담당자의 변경에 따라 실무의 단절이 발생해온 경험들은 지금의 장담에 어떠한 신뢰도 갖기 어렵게 한다. 도시공원 사무를 산림청에 이관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는데 이런 반응의 조경계가 문제라는 말인가? 4) “상생·보완·경쟁”이 지금도 어려운데 법령이 산림업계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가능한 일이겠는가? 하청에 재하청으로 품질 문제가 지적되는 현실에서, 실력이나 기술이 없어 결국 조경계에서 해오던 현장 업무에 새로운 기회와 도약이 된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공정 경쟁을 강화하고 국토부와 같은 직접 관련 부서에서 입법 또는 개정하도록 하는 것은 어떤가? “산림업계의 반발”이 없는 정말 순수하게 국민을 위한 사항이라면 기존 법제를 보완하는 것이 훨씬 간단하고 쉬운 일 아닐까? 도시숲을 국토부에서 조성하고 관리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이미 관련 법제와 기술기준, 운영 노하우가 충분한데 말이다. 간단하게만 보아도 이렇다. 앵무새 같은 장광설에 업계 간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 등은 과연 ‘변화와 새로운 기회’로 ‘도약’하자는 그 정부조직, 그 부서에서 조경계에 할 수 있는 말일까? 문제가 과연 그것뿐일까? 물 나올 때까지 우물을 파겠다는 듯 10여 년이 넘게 지속되는 도시숲법에 대한 조경계 우롱의 작태는 그들의 트라우마를 넘어 공무의 폭거에 가깝다. 그들이 말하는 상생이 허울뿐임도 수차례 경험했다. 물량과 예산으로 몰아치듯 패권으로 이끄는 지금의 상황은 단적이다. 지자체 담당자의 파리 목숨에 덫을 놓는 공문이란 또 얼마나 무지막지한 일인가. 그러면서도 대안 없이 “건설 관련 사업은 조경계가 산림 관련 사업은 산자법에 따라”하면 된다며 조경계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웃지 못 할 답변을 태연히 하고 있으니 유체이탈 화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산림청, 도시숲 사업서 ‘조경업체 배제’ 공문 발송 논란”, e-환경과조경 2020년 2월 28일자 기사 참조) 같은 주제로 잠시 문제가 있었던 농진청의 경우를 보자. 정원을 소위 “무주공산”으로 보고 서로의 업역이라 다투던 산림청과 농진청은 실제 업무의 내용이나 목적에도 불구하고 훨씬 전문성이 높은 농진청 소관에서 산림청 업무로 고착되었다. 수목원이 정원보다 큰 개념이라는 억지 주장이 법제화 되는 모순도 산림청의 작품이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사항은 최소한 농진청은 약속을 지키고 신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실무자들의 현장 중심 노력은 도시공원녹지법에 도시농업공원 유형이 신설되게 하는 등 문제없이 제도화 되는 데 일조하기도 하였다. 산림청은 왜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쩌면 재론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들이 생각하는 상생이 일반 상식이 통하는 상생이 아닌 것이다. 그 점 이번에 더욱 명확해졌다, 이제는 대화조차, 희망조차 가질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그런 상생은 없다, 그런 상생이라면 더욱 필요 없다!! 건전한 상식의 시민이라면 일방이 우선되는 상생이란 어불성설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패권을 바탕에 두는 그런 상생은 없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그런 기회는 있지도 않고 되지도 않는다. 어설픈 레토릭은 눈가림이자 현실 호도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어디 한 번 해보시지 식의 작태로 읽히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 증거이다. 또한 그런 식의 상생이라면 국민과 미래세대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필요 없다. 성찰하기를 바란다. 그간 벽에 대고 얘기하는 듯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동안 대화가 되는구나, 이야기가 가능하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런 배경에는 먼저 달라진 산림청의 변화와 그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기대가 없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바뀌지는 않고 전략만 고도화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것이 어떻게 상생일 수 있을까? 전임 청장과의 대화, 약속이 벌써 헌신짝이 아닌가? 표제로 돌아가 본다면, 공무로서의 그 자리는 말로만 상생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좌석이 아니다. 그간의 논의와 숙의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현장 변화를 이끄는 공무의 위치인 것이다. 게다가 해묵은 반목과 오해도 있어 단순한 교두보의 역할일 수 없는 위상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국민과 국가에 복무하는 공적 업무를 기본으로 담당하여야 하는 자리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 하달 공문 사건과 같은 앞뒤 없는 행정엔 책임이 따라야 하는 등 신중한 외연, 소통의 경계에 태도 중심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상생이 아니라 공생의 중심 역할을 고민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러니 그 자리의 무게를 다시 묻는 것이다. 왕관은 피바람 위에 놓였을 지라도 새로운 피바람을 불러서는 곤란하다. 수많은 힘들이 교차하며 평형을 이룬 무게 중심 위에서나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외연이 창발하고 새로움이 피어난다. 허망한 레토릭으로 변화와 기회를 가르치는 정도로는 매우 곤란하다. 모른다면 지금부터라도 성찰하고 책임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안명준 조경평론가, 한국조경학회 조경시공연구회장[email protected]
    • 2020-03-26
  • 도시숲, ‘도시숲법’의 필요성 산업화‧도시화에 따라 우리나라 인구의 약 92%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나, 최근 미세먼지 증가 등 대기오염과 폭염으로 인한 도시열섬 현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기능, 도시열섬현상 완화 등 기후조절기능과 휴식공간으로서 도시숲의 효과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여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도시숲에 대한 수요로 연결되었고 점차 그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도시숲 내부는 도심 내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보다 40.9% 적게 나타난다. 그간 도시숲을 꾸준히 조성한 결과 1인당 생활권 내 도시숲 면적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9㎡를 상회하는 10.07㎡를 달성하였으나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 및 복지증진을 위하여 도시 내 녹색공간을 확충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도시숲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대책으로 도시숲 사업 등과 연계하여 녹색휴식공간을 조성하도록 하는 등 정부차원의 대책과 이에 부응할 수 있는 법률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시숲법’ 제정 추진과정 2019년 3월 현재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도시숲법)’(김현권 의원 대표발의)이 조경업계와 산림업계의 현안이자 관심이 되고 있다. 이 법은 2011년에 처음 발의됐었으나, 조경계의 반대와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시대와 여건의 변화로 ‘도시숲법’에 대한 논의가 2018년에 재시작 되었다. 2018년 3월 산림청장과 조경분야 단체장과의 간담회 이후 산림청은 이 법의 제정을 재추진하게 되었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법률안 마련을 위해 산림청은 조경업계와 관련 TF팀을 구성하고 12회에 걸친 협의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법률조문을 작성하고 법률안을 확정하였다. 마지막까지 업역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으나 ‘도시숲법’에 조경시공업체를 사업 주체로 하는 시공규정은 명문화한 반면 설계부문은 반영되지 않은 채 2019년 7월 30일에 법안이 발의됐으며, 2019년 11월 20일에 국회 농해수위에서 의결되었다. 이 후 국토교통부는 법률제정으로 업계의 피해가 없도록 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일부조경 단체는 ‘도시숲법’ 안에 조경업계의 설계·감리 규정을 추가하도록 요구하였다. 산림청은 ‘산림기술법’에 기술용역업 등록 조문을 개정하여 도시숲 사업에 조경업계가 산림업계와 동등하게 설계·감리용역업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시하였다. 내용적 공감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국토교통부·조경업계는 ‘산림기술법’을 먼저 개정한 후 ‘도시숲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였고, 산림청은 2020년 5월로 제20대 국회 임기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산림기술법’의 우선 개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도시숲법’을 우선 제정한 후 ‘산림기술법’을 나중에 개정하자고 제안하였다. ‘산림기술법’ 개정 추진에 대한 확고한 약속으로 국토교통부·조경업계·산림청·산림업계, 4자가 공동으로 법률 개정을 확약하고 입법 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국토교통부와 일부 조경업계의 미 동의로 2020년 3월 ‘도시숲법’은 국회 법사위에 상정 못하고 계류되어 있으며, ‘산림기술법’ 개정은 정부입법으로 추진 중에 있다. 제정 ‘도시숲법’과 ‘산림기술법’의 개정 내용 ‘도시숲법’은 기존의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도시림의 정의 및 기본계획의 수립 등 기존 조문을 이관하고, 도시숲의 조성 및 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도시숲의 유지, 증가, 시민참여 활성화, 시공사업자의 명문화, 도시숲 조성 및 관리를 위한 국가 비용 지원 등을 규정하였다. 2019년 11월 20일 국회 농해수위에서 의결되고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도시숲법’은 입법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되고 보완되었다. 중요하게 수정되고 보완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숲의 정의에 ‘면지역’도 포함되었다. 도시는 유동적인 개념으로 면지역도 도시화되는 경우가 있고 필요에 따라 지자체가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국회 상임위의견을 수용하였다 둘째, 도시숲등의 조성을 위한 매수 및 임차대상을 명확히 하였다. 매수 및 임차대상인 사유지에서 토지 및 그 토지의 정착물로 수정되었으며, 매수가격 또는 임차료의 산정에 관해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도록 하였다(제11조). 셋째, 지방자치단체 또는 기관이나 단체 등에 대하여 조문별로 규정된 비용 지원에 관한 규정을 통합·신설하였다. 국가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도시숲등의 조성·관리에 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하였으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도시숲등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는 관계기관이나 단체 등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20조). 넷째, 도시숲 조성·관리사업의 시공과 관련하여 조경업계, 산림업계가 모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였다. ‘도시숲법’ 제15조(도시숲등의 조성·관리사업의 시공) 도시숲등의 조성·관리를 위한 사업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할 수 있다. 1.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 중 조경공사업,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에 등록한 자 2.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산림사업법인 3. 「산림조합법」에 따른 산림조합 또는 산림조합중앙회 또한, 조경업계의 요구사항인 도시숲사업에 대한 설계·감리 규정개선을 위하여 ‘산림기술법’개정에 착수하였다. ‘산림기술법’제15조제1항제1호다목을 신설할 예정으로 내용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에 따른 도시림·생활림·가로수(이하 ‘도시림등’이라 한다) 사업을 하려는 ‘기술사법’에 따른 조경분야 기술사 사무소를 등록한 기술사 또는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에 따른 조경전문분야 엔지니어링사업자”로 개정안을 마련하여 진행 중이다. ‘도시숲법’ 관련한 우려와 사실 ‘도시숲법’과 관련한 업계의 우려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도시숲법’이 어느 한 업계의 참여를 제약하는 규제의 법률일 것이라는 점과 조경계에서는 ‘산림기술법’ 개정에 대한 산림청의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우려이다. 1. ‘도시숲법’은 조경업계의 참여를 막는 규제법이다? → ‘도시숲법’의 제정을 통해 조경관련 사업자가 도시숲등의 조성․관리사업의 참여 근거를 명확히 하여 업계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도시숲법’은 어느 일방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행위를 제한하는 규제나 새로운 자격제도를 신설하여 진입을 막는 규제법이 아니라 도시 내 숲을 확대하고 질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진흥법이다. 다만,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도시숲과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는 공원, 녹지 등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와 건설업으로 분류되는 공원․녹지 조성 사업은 산림사업인 도시숲 조성 사업과 현장에서 그 영역이 크게 구분되지 않고 유사한 공간 및 내용으로 시행되고 있는 경우가 있어 동일한 사업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사한 공간 및 내용의 사업일지라도 현행법상 산림청에서 추진되는 도시숲 조성사업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행되는 산림사업이며, 국토부에서 추진되는 공원․녹지 조성사업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집행되는 건설 사업이다. 업무영역으로 인한 관련 업계(산림업계·조경업계) 갈등과 ‘산림자원법’을 통한 도시숲등의 체계적인 조성 및 관리에 한계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숲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도시숲법’에서 해당 사업시공자로 산림사업자와 함께 조경공사업,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을 명시함으로 산림사업인 도시숲 조성․관리에 조경분야 참여 여부에 대한 논란을 원천적으로 없애고자 하였다. 일부 조경단체에서는 입법과정에서 이러한 공사 참여 조문이 삭제될 가능성을 우려하였으나, 앞서 ‘도시숲법’ 내용에서 언급하였듯이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에는 분명히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다. 2. ‘도시숲법’ 제정 후 ‘산림기술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 산림청은 조경업계의 도시숲등 사업에 대한 설계·감리 참여를 위한 ‘산림기술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 산림청은 조경업계의 요구사항인 설계․감리 분야의 참여를 명문화하기 위하여 ‘산림기술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 다만 현재 제20대 국회 임기 말로 개정 절차를 처음부터 진행해야하는 ‘산림기술법’을 이번 국회에 개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도시숲법’을 우선 제정 후 ‘산림기술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간 서로 다른 의견을 견지했던 상호간의 신뢰 부족을 이유로 ‘도시숲법’이 통과될 경우 ‘산림기술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산림기술법’ 개정 추진에 대한 약속으로 국토교통부·조경업계·산림청·산림업계 4자 공동 법률 개정 확약을 제시한 바 있으며, 현재 정부입법 절차에 착수하여 추진 중에 있다 ‘산림자원법’의 한계와 조경업계의 참여 2007년 12월 21일 법률 제8753호로 ‘산림자원법’이 일부 개정되었다. 법 제2조에 도시림 등 용어가 정의되며, 도시림등 기본계획의 수립·시행 등이 신설되었다. 또한 2008년 6월 22일 대통령령인 ‘산림자원법 시행령’의 제2조제2항10호의2에서는 단서조항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의 별표1에 따른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으로 시행하는 사업에 대하여 도시림등(산림사업) 사업에서 제외하도록 하였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조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별표 1에 따르면, 건설업에는 수목원·공원·숲·생태공원·정원 등의 조성공사를 하는 조경공사업과, 조경수목·잔디·지피식물·초화류 등의 식재공사 및 이를 위한 토양개량공사 등을 하는 조경식재공사업으로 나누고 있다. 2009년 법제처는 안건번호 09-0075, 가로수 및 도시림 조성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자의 범위(산림자원법 시행령 제2조제2항제10호의2 관련)로 도시림등의 조성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자에 대한 법령해석을 한 바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시림 또는 가로수 조성·관리사업과 같은 일정한 산림사업을 국가, 지방자치단체, 산림소유자, 산림조합 또는 산림조합중앙회 외의 자가 하려는 경우에는 산림사업법인만이 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같은 사업이 ‘건설산업기본법령’ 상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으로 시행하는 사업인 경우에는 조경공사업자나 조경식재공사업자도 할 수 있다.”고 해석을 한다. 이 해석을 근거로 산림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경업계는 2009년부터 “도시림등” 산림사업에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이 참여해왔다. 2009년 이후 ‘산림기술법’의 제정,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한다면 도시림등 사업이 산림사업인 경우에는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은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다만 같은 사업일지라도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조경공사업이나 조경식재공사업으로 계획되고 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사업은 조경공사업자나 조경식재공사업자가 수행하게 된다. ‘산림자원법’은 그 목적 상 산림사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한 법률이며, 2008년 도시림등이 새롭게 산림사업으로 추가되면서 기존 조경사업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림등의 산림사업에서 조경공사업 및 조경식재공사업으로 시행하는 사업을 제외하였다. 도시녹지에 대한 경험과 기술력이 높은 조경업의 참여가 배제되어 있는 ‘산림자원법’ 자체의 한계로 50여 년간 도시녹지에 참여한 조경전문시공업의 도시녹지에 대한 경험과 기술력이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이며, 조경업계 및 산림업계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산림사업과 조경사업이 모두 조화롭게 상생·보완·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 ‘도시숲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상생과 협력, 그리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있는 준비 그동안 산림청은 2019년 3월 산림청장이 조경계와 약속한 상생의 방안들을 성실하게 추진해 왔고 앞으로도 도시녹화를 통한 국민복지 증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조경계에서 요구한 조경직 국가공무원 채용을 확대하였으며, 조경사업 활성화를 위한 조직 확대 노력의 결과로 올해 정원조경팀을 신설하였다. 또한, 도시숲, 정원 분야의 신규 사업을 대폭 발굴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조경전문 학생들의 실습 창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2019년부터 시작한 도시 바람길 숲 사업 및 미세먼지 차단숲 사업에 예산을 대폭 증액 편성하였으며, 학생들이 현장에서 직접 정원조성 경험을 할 수 있는 실습보육공간 조성사업, 생활 밀착형 숲 조성사업, 산업단지 내 스마트 가든 보급사업, 조경·산림업계 학생들이 참여하는 설계공모사업, 시민정원사 양성 교육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제20대 국회에서 도시숲 사업에 조경업계의 참여를 명문화한 ‘도시숲법’이 폐기된다면 새로운 법이 제·개정될 때까지 사업 참여는 제한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도시숲법’ 제정은 산림업계와 조경업계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다. 같이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숲법’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법이다. 산림과 조경업계는 서로의 장점을 융합하고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여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책임 있게 미래세대에 답해야 한다. 그 과정에 산림청의 상생의지는 확고하다.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조경계와 산림청 간에 수년간 지루하게 협상을 이어오던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숲법) 제정안에 대해 최근 진행상황과 조경계의 의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산림청의 조경분야 침탈행위는 일찍이 1989년 산림조합법 개정을 통해 산림조합(중앙회 포함)이 신고만으로도 건설업 면허(조경식재공사업)를 받은 것으로 하는 신설규정을 입법예고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조경계는 산학 협동으로 입법저지를 위해 투쟁에 나섰다. 조경기술자들은 물론 전국 대학 조경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전조련(전국조경학과학생연합회)도 참석한 가운데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조경학과를 개설한 대학 수가 적었고 조경산업체 역시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조경계에서 산학협동으로 산림청에 대응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치욕적인 상황에서 여러 해를 거치면서 1990년대에는 조경계에서 설계 및 시공을 수행하던 자연휴양림 사업에 대한 산림조합중앙회의 수의계약 독점행위가 자행됐다. 이어지는 산림자원법, 산림기술법, 수목원·정원법 등 산림 관련법의 제정 과정은 산림 일변도의 편파적인 행위의 연속이었다. 거의 일제강점기 수준의 일방적인 입법 추진 행위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야말로 누적된 입법적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중 2011년 김효석 의원이 대표 입법발의한 ‘도시숲법’은 기존 ‘도시공원법(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과의 중복, 수의계약에 따른 산림법인 독점화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조경계와 국토부 등 관계부처의 강력한 반발을 사서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그해 12월에 개최된 한국조경학회 주최 도시숲법 제정반대 토론회에서는 “산림청과 임업분야는 도시숲 법안을 당장 철회하라, 국토해양부는 도시숲법안을 적극 반대하라, 국회는 도시숲법안을 바로 폐기하라, 10만 범조경인들은 법안이 폐기되는 시점까지 총궐기하자”라는 구호가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첫 발제자로 나선 김한배 당시 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2013년 조경학회장 및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역임)의 선창에 따라 함께 구호를 외쳤다. 이날 발표와 주장들은 토론회 참여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범조경계가 함께 ‘위기’를 극복해 가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이와 함께 국토부 등 관계부처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서 결국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당시 양홍모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은 “조경인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18대 국회에서 도시숲법안의 통과를 저지시켰습니다”라며 기쁨을 표했다. 그러다가 다시 2013년 2월 개최된 ‘제5차 산림기본계획(변경) 공청회’에서 ‘도시숲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가 여의치 않아 미뤄졌다, 2018년 3월 산림청 주최로 조경계 단체장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재추진하게 됐다. 이때 김재현 산림청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숲법과 관련해 “조경계가 주도해서 만들어가는 것도 좋다”며 조경계를 유인하여 같은 해 7월 (가칭)도시숲관리법 제정 추진협의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2018년 8월 산림기술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며 산림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 식구 밥 그릇 챙기기에만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산림조합 또한 산림청을 향해 “산피아 위한 정책”이라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농림협의회 집행부도 “독소조항을 안고 있는 산피아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시 한국조경신문 지재호 기자는 “산림청이 각종 토론회에서 밝혔듯 상생을 입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산림청의 마이웨이식 정책 추진은 분명 독고다이로 보일 수 있다. 한결 같이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긴다면 누군가는 밥상을 엎을 것이고 그것이 도화선이 돼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다시 시간이 흘러 2018년 11월 6차 회의에서도 도시숲 정의에 도시공원을 제외해야 된다는 조경계의 지속적인 입장표명이 있었다. 그런데 2019년 1월 산림청은 국립산림과학원을 통해 주요정책을 발표하면서 “도시숲은 도시공원 녹지도 포함된다”고 정의하며 도시공원 관리권한을 국토부에서 산림청으로 이관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같은 해 3월 산림청장은 산림청 정책의 주요 방향을 소개하면서 “산림청에서는 산에서 도시로 내려가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고 밝혔고, 그 후 조경계와 산림청이 협의를 하던 과정에서 7월말 급기야 ‘도시숲법’이 김현권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의 대표발의로 일방적으로 발의됐다. 당초 산림청장이 조경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입법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에 반하는 조치였다. 이에 대해 산림청에서는 조경계와 충분한 협의를 마쳤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마도 급하게 입법을 추진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산림청 주장대로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면 조경계에서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2019년 11월 18일 국회 농해수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강석진 의원의 “조경계의 반대의견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 부분도 충분히 해소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산림청장은 “충분히 더 설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런 전제하에 도시숲법안은 법안심사소위와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법제사법위원회로 이첩되어 현재 미상정된 상태로 계류 중에 있다. 여기까지 흘러온 것에 대해 조경계는 많은 반성을 해야 한다. 요즘에는 법사위가 국회에서 상원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지만 19대 국회에서 박영선 위원장이 법사위원장을 맡기 전까지만 해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가결되면 법사위는 거의 무사통과했던 관행을 생각하면 끔찍하고 아찔한 심정이다. 법안이 농해수위를 떠나 법사위로 이첩된 후 12월 9일 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조경계 7개 단체(한국조경협회, 대한건설협회 조경위원회,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 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기술인회, 한국공원시설협동조합, 한국조경설계협의회)가 연명 날인하여 국회와 국토부 등 관계부처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법사위에 미상정 계류 중에 있는 이유는 법안이 조경계와의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의되었기 때문이고, 법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산림청이 조경계와 충분한 협의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2020년 2월 24일 국토부 회의실에서 국토부, 산림청, 조경계 및 산림계가 만나 4자 협상을 했다. 회의석상에서 산림청은 도시숲법에 설계·감리에 관한 규정 추가는 산림기술법과 배치되기 때문에 할 수 없으니, 우선 도시숲법이 통과되도록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산림청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다. 현재 시급한 상황이므로 우선 동의해 주면 향후 조경계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며 임기응변식으로 처리하고 나서 종국적으로는 조경계의 의견을 반영해주지 않는 상습적 행위가 연상되었다. 이에 조경계에서는 산림기술법에 배치되기 때문에 도시숲법안에 규정을 추가할 수 없다면 산림기술법령을 먼저 개정한 후에 도시숲법안을 제정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냐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산림청에서는 산림기술법에 대한 개정안을 작성하여 3월 11일 조경계와 협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산림청에서 제시한 내용은 산림기술법 제15조(산림기술용역업의 등록 등) 제1항 제1호 다항에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도시림·생활림·가로수(이하 ‘도시림 등’) 사업을 하려는 ‘기술사법’에 따른 조경분야 기술사사무소를 등록한 기술사 또는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따른 조경전문분야 엔지니어링사업자”라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개정안 문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도시림 등 산림사업(시공 관리 포함)에 조경기술용역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불합리하게 작성이 돼 있다는 점이다. 둘째, 산림기술법의 규정만 개정해서는 기술용역업을 온전히 수행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점이다. 법령구성 상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관련 규정을 한 세트로 개정해야 온전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산림기술법 시행령 별표5에 따르면 기술용역업이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공사비 10억 원이 초과하는 사업의 설계용역일 경우에는 특급기술자만 설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사들만이 설계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용역업 등록을 했더라도 기술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설계를 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한다. 지면 제약 상 상세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시공분야도 불합리한 규정이 많다. 이와 같이 산림 관련법은 산림자원법, 산림기술법 그리고 도시숲법안에 분산되어 있는 연관 규정 상호 간의 부정합성은 물론 동일 법령 상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상호 간에 불일치하거나 모순된 규정이 다수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관련 조항을 함께 수정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산림청의 개정안은 조경계에서 수용하기 곤란하므로 조경계에서는 관련 법안들의 구체적인 개정 요청안을 산림청에 제시하였고, 산림청은 조경계의 요청안을 검토한 후에 재협상에 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협상 과정에서 2월 25일 산림청은 조경계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시바람길숲·미세먼지 저감숲사업’의 설계·시공·감리의 입찰자격에 조경계가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문을 광역지자체에 하달했다. 이날은 앞서 설명한 국토부 4자회의 다음날이었다. 국토부 4자회의에서 산림청 국장은 도시숲법을 제정함에 있어서 조경계와 상생토록 하려는 진정성을 이해해 달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회의 다음날 광역지자체에 하달한 공문을 보면 그들의 저의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신의를 저버린 매우 경박한 처사였으며 적어도 국가공무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치졸한 행위를 한 것이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한 조경계의 분위기를 잠깐 살펴보자.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는 “산림청이 시민을 볼모로 정치질”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도시숲 사업은 종국적으로 시민에게 편익을 제공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최대의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도시숲을 조성해야 한다. 식목일에 산에서 나무를 심는 조림과 식재형식, 미적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성하는 조경식재공사는 품질면에서 현격히 차이가 난다. 더욱이 도시숲 사업은 조경시방서·조경설계기준·품셈 등을 준용하고 있듯이 전문성 면에서 보면 도시숲은 조경계에서 설계·시공할 때 고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기에 시민에게 유익하다. 산림과 조경의 각각 처한 입장을 떠나 가치중립적으로 볼 때 선진국일수록 전문가를 우대하듯이 해당 분야에 가장 우수한 전문가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이 공익적 가치실현의 지름길이며 국가 발전과 국민편익 증진에 기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은 도시숲 문제를 업역 간의 분쟁으로 프레임을 씌우고 산림계의 집단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야말로 예산집행권자가 공정한 절차를 망각하고 엿장수 맘대로 집행하는 행정적폐이다. 민간기업에서 도급을 줄 때 연고를 고려해 가까운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와 같다. 한 발 더 나아가면 대기업이 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에게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행태와 같이 공정거래 위반행위에 가깝다. 이렇게 볼 때 산림청은 공공사업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이라는 의식보다 민간 대기업이라고 스스로 착각하고 있는가 보다. 지면상으로 막말 표현을 가급적 억제해야 하지만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세우며 일본에게 폭탄발언한 김영삼 대통령의 말씀을 들려주고 싶다. 이번 기회에 산림청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 이상의 불공정한 처사와 관련하여 조경계는 산림청의 행정처분에 대한 위법행위와 직권남용에 대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는 조경계가 받는 불이익에 대한 저항을 넘어 사회정의구현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1989년과 같이 국회 앞에서의 집단농성도 불사할 것이지만 산림청의 태도를 감안하여 대응수준을 조절하면서, 현 상태에서 찻잔속의 태풍으로 마감되도록 노력도 병행해나갈 것이다. 현재의 대치 상황을 설계나 시공분야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조경학이라는 학문과 설계, 시공, 감리 및 관리는 일심동체이다. 시공이 사라지면 설계할 필요도 없고 종합과학으로서의 조경학도 존재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혹자는 현재 도시숲 관련 설계와 시공을 조경계가 잘하니까 설계, 시공 업무도 결국 조경에서 수행한다면 조경시장규모가 확대되어 조경 발전에 기여할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 철학자 칸트는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할 뿐이라고 말한다.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보자. 원도급과 하도급은 기업의 수익성이나 영속성 측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수익성도 문제이거니와 당장은 조경계에서 하도급을 받아 수행한다 치더라도 해가 거듭될수록 조경기술이 전수되면서 결국에는 산림계에서 자체수행하게 될 것이고, 자연휴양림의 설계·시공을 산림계에서 잠식한 결과로 현재 대학 조경학과에서 자연휴양림을 강의할 필요성이 감소됐듯이 도시공원의 설계·시공도 산림계로 잠식될 것이다. 도시공원론 과목을 임학과에서 가르쳐서 학생을 배출한다면 조경학과의 존립의의도 사라질 것이며 조경학 교수가 임학과에 취업해야 하는 학문적 하도급으로 확산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도시숲법 문제는 산·관·학 모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자연휴양림이 주는 교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1989년 이래 냄비 속의 개구리 처지로 변모해가는 자화상도 자각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도 있다. 적어도 조경계에서 10년 이상 종사해온 조경인이라면 이제 조경의 미래에 대한 역사적 책임의식을 절감해야 한다. 일찍이 토인비가 지적했듯이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는 엄연한 현실에 놓여있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조경인들이 넓게 보고 멀리 보는 안목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 모색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범조경계의 대동단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을 거듭 소개해본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조경인 여러분 내 직업으로 국가에 공헌하는 역군들로서 조국발전을 위해 함께 난국을 타개해 나갑시다.”
  • 언제인들 조경이 외환(外患)에 잠잠했던가? 공사업 도입 초기엔들 그랬을까 만은 갈수록 심화되는 업역 경계의 축소는 이제 국내외 모두 조경의 지속성을 최소치로 몰아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경계에서 꽃이 핀다고 했던가, 씨앗 묻을 경계가 없어지는 상황에도 그런 낭만이 가능할까 되묻게 되는 요즈음이다. 멸종과 절멸이 흔적으로 남은 공룡들이 눈에 밟힌다. 건설업으로서 조경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다룬다는 특성 때문에 현재의 체계를 어렵게 유지하고 있다. 통합이 필요한 상황과, 요소가 중심이 되어야 할 상황이 적절하게 반영된 최소한의 체계인데 기후변화 대응, 미세먼지 문제 등 조경공간 문제가 현실이 되면서 고도화된 새로운 조경이 시급한 상황이다. 어떤 면에서 적절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선에서 조경은 건설업의 경계를 분명하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소위 건설업의 생산체계 또는 생산구조 재편이 정중동의 조경에 또 하나의 거센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알만 한 사람들조차 잘 모르는 이 정책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또한 어수선한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어물쩍 입법이 추진된다는 예고가 들리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최소한 전문가라면 심각한 눈빛으로 이를 각자 중요하게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시대 조경건설의 정체성은? 필요성은? 우리는 잘 안다, 조경이 생물을 다루는 공사업 분야라는 것을. 또한 기후환경 변화와 그로 인한 실생활의 문제들이 체감되면서 조경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특히 이런 사회적 변화의 기류는 딱히 조경이 아니라 하더라도 관련된 전문분야 모두의 노력을 필요로 하고 그 시행착오가 용인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보편화된 때문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그에 부합하는 정부 정책 또는 제도는 한발 늦는 것이 아니라 두세 발, 또는 한 세대 정도의 간극을 보인다는 것은 잘 공감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건설업 구조조정 논의는 단순히 드러난 문제를 정량적으로 해결하려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출발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29개 전문업종이 많고 복잡한데 경쟁력도 낮으니 10개로 단순 축소하겠다는 발상과 숫자부터 정해두고 세부사항 논의가 진행되는 점은 지난 건설기준 개정 때의 무지막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조경만 보더라도 그런 탑다운식 시류에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통합 운운하는 것을 가끔 보게 되는데 그 수가 비록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하다고는 하여도 정말 아무 생각 없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라 할 수 없다. 가만 보면 이런 태도의 바탕에는 조경의 전문성이 갈수록 강화되고 고도화되고 있음에도 그 기술과 현황을 잘 알지 못하거나, 그게 그거라는 비관주의에 빠져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현실에 치여 안주하며 전문성의 탁마를 포기한 경우이다. 그것도 아니면 새로운 틀을 고민하며 기존 체제를 벗어나거나 전복하려는 경우이다. 모두 조경의 본질을 스스로 부정하는 태도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며, 성찰하지 못하는 전문가가 어떤 타협에 물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각자의 사례가 되어 미래 세대 조경가의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단적으로 우리시대의 조경은 건설업이라는 틀에서만 보더라도 도시화가 가속화 되는 시점에서 회색인프라에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녹색인프라 구축의 전문분야로 부각되고 있음은 자명하며, 그 정체성 또한 그에 맞추어 확장되었고 그 기술 또한 그에 따라 고도화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니 그 필요성 또한 단순히 생활문화의 녹색화 개선이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구조물과 건조물 모두에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분야로서 활약해야 한다는 필요불가결한 임무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과 당위성 모두에서 조경은 사회적 요구에 보다 치밀하게 부응할 필요가 시급하다. 그리고 근대 이후의 조경은 그렇게 변화하고 진화하며 사회적 가치를 내외적으로 확립하여 왔다. 건설업 조경은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대체로 공감이 된다. 특히 생산성이 성장의 지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건설업의 그것에 대한 반성과 변화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실체가 불분명하고 기준도 제멋대로인 국제적 시각이라든가 해외 건설업 체계 등을 예로 삼아 물량 중심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분명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전문성 강화가 시급한 그야말로 전문적인 분야에까지 숫자를 앞세운 융복합은 폭거에 가까운 일이 될 것이다. 공적 측면이 강한 대부분의 조경의 입장에서 보자면 생물을 단순 취급하거나 옥외시설물을 제공하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사적 측면이 우선되는 조경의 입장이라고 해도 단순히 쾌락이나 만족을 뛰어 넘는 도시적 맥락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경이 이러함에도, 또 그 역량과 가능성이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에도 그것을 실행하는 국내 건설업의 체제와 시공 현장에서는 그에 합당한 위상을 위임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조경공사의 업무내용과 영업범위는 식재공사와 토양개량, 조경석과 인조목, 인조암 등의 설치, 인조잔디공사 등 몇몇 공사물로 한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된 연유야 있겠지만 통합공종으로서의 조경건설의 특성으로는 매우 불충분하다. 이런 현실에서 변화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 두 가지만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조경공사를 통해 다루어지는 것들을 통칭 “조경공간”으로 명확하게 규정하여 경계 설정이 우선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는 이미 조경설계기준이나 조경공사표준시방서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조경의 대상물 개념으로서 어느 법령, 기준에도 그 개념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기본 중의 기본인 조경의 결과물이 통칭되지 못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조경의 행위 대상이 불명확하게 되어 조경건설업의 목적물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고도화된 전문업들의 체계에서 그 규정이 시급해졌다고 보아야 한다. 어쩌면 이로 인해 그간 업계 현장에서 감수해야 했던 누적된 불합리성도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 다음으로 그렇게 설정된 조경의 대상, 조경공간에 따라 조성의 과정과 결과에 맞춘 조경건설의 체계가 설정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건설의 대상은 “설계-시공-관리”의 과정을 거치므로 이를 기본으로 하되, 조경이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등을 통합적으로 다룬다는 특성을 감안하여 물체 개념이 아니라 공간 개념으로 우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공간이라는 통합적 대상으로 접근하고 세부 전문 기술 행위에 따라 분야를 나누는 체계를 기본으로 요청한다. 이는 조경공간을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등으로 종합하여 시공하고 운영하는 하나의 체계와, 조경공간의 특성에 따라 생물환경에 집중하는 체계, 구조물과 시설물 등에 집중하는 체계, 그리고 생물환경과 구조물(시설물)을 통합적으로 유지관리하는 체계 등의 네 가지 체계가 기본이 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발주 이전의 단계를 제외했을 때 현행 조경건설의 체제 보완은 조성 공종과 유지관리의 전문성에 입각한 세분화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세부 사항을 전부 설명하지는 못하였지만 최소한 조경은 명확한 조경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건설업 체계로 재편될 필요는 분명하며 그 결과는 단순히 업종을 통폐합하는 업무 단순화의 방향이 아니라 변화하고 확장된 조경의 역할과 필요성에 입각한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종합과 전문을 통합하자거나, 전문분야를 구분 없이 통합하자는 식의 의견은 그야말로 무책임하고 무지막지한 생각인 것이다. 조경공간과 조경건설의 미래는? 지난해 발표 이후 후속 연구나 정책의 개진이 미루어지고 관련 전문가들의 논의가 잠잠해진 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책임이나 알 수 없는 무지막지가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특히 조경공사 현장의 목소리가 쉽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 아닌가 싶다.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는 정책에 신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 만큼 현장이 삭막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경은 이런 상황에서 어떠했던가? 앞서도 말했듯 외환이 없었던 적이 드문 분야가 전문업으로서의 조경분야였다. 전문성과 일반성의 경계에 서있는 전문분야로서 어쩌면 그것은 일종의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긍정을 바탕에 두고 이번 정책 변화에도 활발한 토론과 담론이 필요할 때이다. 특히 사회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시 되는 한국의 조경은 불분명하고 제멋대로인 선진 조경을 찾기보다 로컬 전문업으로 성장한 지금을 되돌아보며 변화의 토대와 뼈대를 소통하고 공유하며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 답은 이미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건설기준에도 조경은 이미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조경공간과 조경건설의 미래는 그렇게 과거와 현재의 필요를 바탕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그래왔고 그래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조경의 본질적 활동 토대가 땅과 생물에 있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것들을 다루는 건설업 전문분야이고 앞으로의 변화도 그것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구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분야이자 실생활 인간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학문으로서, 실용학문으로서보다 자연학 또는 인문학에 가까워진 넓은 시야를 지난 세기를 거치며 가지게 된 젊은 전문분야라는 점도. 혼란의 시기이다. 그러나 1930년대 조경이 사회적 서비스로 어렵게 자리 잡았던 시기에도 이런 혼란은 지적된 바 있다. 그뿐인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등 지속적으로 조경은 사회적 혼란에 대응하며 지속해 왔으며, 그 업역의 유연한 확장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연장되어온 바 있다. 이런 모습이 조경의 본질이자 운명이라고 할 수 있고 또 그런 상황에서 조경의 본성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변화를 모색해온 각자(覺者, 各自)가 있었음을 기억한다면 현재의 구조조정 또한 사회적 합의로 정착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성찰과 담론이 필요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혼란이 기회라는 말뿐인 레토릭을 반복함이 아님을 명심하자. 특히 조경은 닥쳐오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수적인 사명을 가진 전문분야임을 명심하자. 당장 미세먼지만 하더라도 조경의 역할은 분명하지 않던가?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응할 각자의 목소리가 절실한 시점이며 각자의 성찰과 통일된 담론의 형성도 절실하다. 중앙정부의 정책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반성하면서 관심과 관여가 필요하다. 핵심은 조경공간과 조경건설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있다. 밖에서가 아닌 조경이 사회적 필요성을 스스로 획득할 기회도 그 안에 있다. 조경뿐만이 아닐 것이다. 정책이나 제도의 변화는 각 주체들의 뜻과 의지가 담겼을 때 의미가 있고 사회적 체계로도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도 관계 당국에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간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설명된 내용들(예컨대 “대내외 위기극복과 체질개선”, “이해관계 대립의 생산구조 혁신”, “공감대 조성으로 근본적인 산업구조 혁신” 등)이 변병처럼 들리는 이유는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리라. 안명준 조경평론가, 한국조경학회 조경시공연구회장
  • 작년 12월 초순에 중국 우한시에서 첫 발병자가 나오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현상은 전 세계 인류에게 전대미문의 공포를 겪게 하고 있다. 최초 발생지인 중국은 강력한 공권력으로 시민의 이동을 틀어막아 확산속도를 어느 정도 극복한 걸로 보인다. 또 다른 이웃인 일본은 모호한 정책과 통계숫자로 자국민을 안심시키고 있으나 그 결과는 비극으로 끝날 것 같다는 세계 언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사회구성원에 대한 적극적인 방역대책을 실천하여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어 세계 각국으로부터 좋은 사례로 칭송받고 있다. 유럽지역은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최근에 들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이탈리아 사례를 보다시피 이미 의료체계가 붕괴되어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 치료를 포기하다시피 했다. 확산을 막는 골든타임을 놓친 EU 역내 다른 국가들도 최후의 수단으로 도시 봉쇄전략을 시작했고 중증환자 선별치료에 총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치사율이 높았던 신종플루와 다르게 ‘코로나19’의 특징은 빠른 속도의 전염력과 고령자의 치사율이 높은 데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일시에 많은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적절한 치료를 제때 못 받아 사망에 이르게 되어 지구촌 사람들에게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좁은 건물 안에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미처 바깥으로 탈출하지 못해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경우와 같다. ‘코로나19’ 발생 원인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은 기후변화에 따른 변종바이러스가 갑자기 나타난 데다 교통의 발달로 인한 지구촌 사람들의 잦은 이동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경을 막고 도시를 봉쇄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마구잡이식 환경파괴 행위나 방사능 오염수 방출시도는 이제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되었다. 인류는 같은 공동운명체임을 명심하고 변화된 시대에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경이 위기라고 한다. 코로나19 확산같이 치명적이진 않더라도 매우 힘든 상황이라는 하소연이 넘친다. 더 구체적으로는 ‘조경산업’ 종사자들이 위기를 호소하고 개선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소규모 설계용역회사의 경우 큰 규모 용역은 엔지니어링 종목 다수를 묶어 대형 엔지니어링회사가 수주하고, 어쩌다 나오는 현상공모는 외국 회사에게만 입찰 기회를 주고 있다고 한다. 굵직한 개발사업이 대폭 줄어든 지금은 설계 일감 자체가 격감하여 사무실 유지도 버겁다고 한탄한다. 조경시공회사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충분한 이윤이 보장된 공공공사의 경우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정도의 이야기는 들어야 한 건 수주할 수 있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공사낙찰이 어렵다. 공사물량은 조금이고 면허수는 많으니 당연한 현상이지만, 수주하기 위한 노력을 기껏 ‘운’에 맡겨야 하니 낙찰 소식이 없는 나날이 괴롭기만 하다.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하도급시장은 어떨까? 모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레드오션의 끝판왕이다. 최소 8개사를 최저가 방식으로 입찰에 부치다 못해 추가로 가격을 후려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직원들을 놀릴 수 없으니 일단 저가라도 공사를 따고 보자는 경우가 많고, 공사를 따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가격을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도에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작년에는 자본금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했고, 당장 올해에는 29개 전문건설업종을 10개 내외의 대업종으로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문업역 가운데 조경식재공사업종과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종이 통합될 수도 있어서 종합업역의 조경공사업종과의 위상 설정이 애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와 별도로 2021년도부터는 전문은 세부공종별로 공사실적, 전문인력, 처분이력 등을 검증 후 공시하도록 하여 실제로 경력기술자를 보유하고 직접시공을 하는 업체를 입찰과정에서 우대해주겠다는 정책을 예정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책방향은 올바르나 시행과정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발생해 조경시공업체가 크나큰 시련에 직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조경산업시장을 살펴보면 1998년 IMF사태 이후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한 아파트분양가 자율화조치가 시행되면서 공동주택 조경의 고급화 추세에 발맞춰 급격한 양적 팽창을 경험하게 된다. 2000년도에 9011억 원 수준이던 조경공사실적(종합조경+전문조경)이 2003년도에 1조5231억 원, 2008년도에 5조7704억 원, 그리고 2013년도에 거의 7조 원에 도달했다. 이후 5조6000억 원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조경산업 시장규모가 급격하게 팽창하여 많은 조경업체가 시장에 진입하게 되었다. 아파트분양 호조에 따른 공동주택 조경시장이 조경산업 성장을 이끌어 왔으나, 최근 들어서 아파트분양물량 축소에 따라 조경시장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본격적인 불경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조경산업의 위기를 극복해나가기 위해서 조경산업 종사자 모두의 치열한 노력과 올바른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신규로 사회적 조경수요를 만들어 내야 한다. 도시재생, 마을가꾸기, 생태복원, 도시숲조성 등 다양한 정부기관 사업에 관련 기술자를 보완하여 참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껏 조경분야에서 담당해왔으니 당연히 조경업종으로 입찰자격이 있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조금 양보하더라도 새로운 시장에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기술을 적용한 풍수해 및 가뭄 피해방지를 위한 유지관리체계를 도입하여 주먹구구식의 유지관리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드론이나 GIS정보를 활용하여 정밀한 시공을 디지털데이타로 기록하고 검증해야 한다. 또한 수목하자를 줄이기 위해 컨테이너 용기에 조경수를 재배해 좋은 수형을 갖춘 규격품을 생산해야 한다. 조경산업 시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자료의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시스템을 운영하여 설계, 생산, 시공 및 유지관리 단계에서 최적의 해결방식을 쌓아 나가야 한다. 언제까지 특정 수목의 절대 생산수량도 모른 채 설계하고, 수목생산자와 지루하게 밀당을 하며 수목가격을 흥정할 순 없지 않은가. 선행공정 지연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당연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활발한 국토개발시대를 지나 저성장시대에 들어서서 전체 건설시장이 축소되어 가는 와중에도 조경시장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평가된다. 다양한 뉴미디어를 활용하여 조경의 가치를 역설하고 사회적 관심과 신규 수요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조경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조경인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지만, 힘을 합쳐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개선하고 조경시장 규모를 키워나가는 동반성장의 자세가 필요하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코로나19 같은 위기는 얼마든지 또 올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홍태식 / 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가 지난달 말에 28.4%의 높은 시청률로 대미를 장식했다. 케이블과 종편에 주도권을 뺏긴 지상파 드라마 대부분이 시청률 10%를 밑도는 상황에서 이룬 쾌거다. 첫 방송 뒤 요일별 시청률 8주 연속 1위의 기록도 달성했다. 드라마 성공요인은 아주대병원과 이국종 교수의 갈등과 맞물린 시의성도 컸지만, 시대적으로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것이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지 않았을까 싶다. 환자 볼모의 병원 내 ‘정치질’이라는 드라마 배경이 국민을 상대로 정치질을 하는 산림청과 오버랩 됐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지방의 작은 돌담병원 배경의 메디컬 드라마다. 시즌2는 외과 펠로우 2년차인 노력형 공부천재 차은재(이성경 분)와 타고난 수술천재 서우진(안효섭 분)이 한때 신의 손이라 불렸던 괴짜 의사 김사부(한석규 분)를 만나 인생을 배워가는 내용을 그렸다. 돌담병원 본원인 거대병원의 에이스는 박민국(김주헌 분)이다. 그는 돈이 안 되는 돌담병원을 밀어내고 영리병원관광단지를 만들려는 재단이사장(최진호 분)의 생각에 따라 돌담병원 원장으로 온다. 박민국은 입지를 다지고자 장관 집도의 자리를 빼앗고, 이전 집도의의 응급대처를 막는가 하면, 수술사고 책임을 떠넘긴다. 환자는 제쳐두고 정치적 입지 강화에 올인 하는 모습이다. 그 뒤에도 그는 중증환자들을 외면하고 고가의 치료에만 매달린다. 몰려드는 응급환자 대신 VIP 환자들만 받으려 해 김사부와 대립하는 사이에 속절없이 죽어가는 환자들이 생겨 분노를 자아낸다. 환자를 볼모로 병원 내에서 권력을 키우는 박민국의 행태는 국민을 볼모로 정치질 하는 산림청을 연상시킨다. 산림청은 국토녹화라는 본연의 임무에 힘쓰지 않고, 막대한 예산을 무기로 집단이익을 위한 칸막이 행정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다 쾌적한 환경을 찾는 ‘국민의 권리’보다 ‘산림집단의 권리’를 더 위에 둔 듯하다. 산림청은 지난달 26일 전국 지자체에 공문을 보냈다. 제목은 ‘도시바람길숲·미세먼지저감숲사업의 설계·시공·감리 입찰참가자격 관리 철저 요청’이다. 내용인즉슨 “조경식재업 또는 조경공사업에 입찰자격을 줄 경우 기 지급된 보조금을 반환받거나 예산 교부 결정을 취소하겠다”는 협박이다. 조경설계는 아예 논외대상으로 취급한다. 숲 조성은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조경공사업 범위에 들어간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는 조경공사업 업무내용이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에 따라 수목원·공원·녹지·숲의 조성 등 경관 및 환경을 조성·개량하는 공사’로 명시되어 있다. 수목원·공원·숲·생태공원·정원 등이 예시로 제시되어 있다. 설계·감리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건설기술용역업 조경,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따른 조경 엔지니어링기술자, 기술사법에 따른 조경기술사의 주 업무다. 법에서도 조경의 도시녹화사업 참여가 명시돼 있고 지난 수십 년간 현장에서 일을 해왔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내 예산이니 내가 정한 법을 따르라”고 고집을 부린다. 국가의 예산집행기준이 ‘특정 집단에게 준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사업 목적에 맞는 기술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국민에게 좀 더 질 높은 결과물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용어를 새로 만들거나 원래 의미를 왜곡하면서 ‘밥그릇 프레임’으로 유도하는데, 이는 갑질행정이자 평등권 침해로서 국민권익위원회와 인권위원회의 조사 대상감이다. 조경사업자를 배제한 도시숲 사업 추진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저품질 숲의 양산일 것이다. 현재 도시숲 사업은 조경시방서·설계기준·품셈 등을 준용한다. 조경을 배제할 경우 품셈·설계기준·시방서 표준 없이 공사 때마다 임의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사업자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준 하나 없이 중구난방 공사가 진행되면 품질 편차가 생길 것이란 예측은 어렵지 않다. 정부기관이 사업을 추진할 때 그 수혜자는 국민이다. 따라서 가급적 많은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럼에도 특정 업역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특정 이해집단에 불과하다. 기관의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것을 넘어 적폐집단이 된다. 억지스럽게 조경업을 배제하려는 목적이, 퇴직 산림청 관피아에게 일감을 주려는 발상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드라마에서 김사부는 박민국에게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는 것이 숙명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면서 “환자의 생명을 두고 정치질은 안 된다”고 말했다.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건축, 도시, 조경, 산림 등의 엔지니어들 책무이다. 산림청은 그것을 왜 방해하고 있을까? 환자를 우선하는 의사가 필요하듯이, 도시숲과 관련된 모든 기술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산림청이 필요하다. 민간의 이해관계에 편승한 혐오와 배제보다는 더불어 함께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공공기관의 조건일 것이다.
  • 가끔 ‘사진’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촬영과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편집이라는 단순한 순환고리 중에 풀어내는 생각의 실타래다. 작업을 하다보면 문득 없어 보였던 재료가 보이고 명암이 살아날 때, 불현듯 이것저것 환상처럼 생각이 난다. 이런 뜬금없는 생각은 어떤 작업이 끝나고 시작됐다. 찬찬히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CG를 닮아있는 나의 사진이 아닌가. 그래픽과 사진 사이에 의미를 찾자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마치 환상을 현실로 둔갑시키는 작업일 수도 있다. 더욱 ‘좋아 보이게’ 혹은 ‘예뻐 보이게’ 하는 작업이 현실 속에서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의미’라는 것은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찾아온다. 사물, 인물 등 촬영에서 무엇으로 표현되고 쓰임이 있을지 가늠할 때가 ‘의미’를 찾는 과정이 된다. 대상보다 콘텐츠에 대한 의문이다. 촬영은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관조하듯 찬찬히 혹은 잽싸게 구도를 노출을 잡아내는 과정이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긴 고민을 한다. 이미 카메라의 파인더 속에 비친 모습은 있는대로 실제가 아닌 실체를 소화해 내어 허상에 가까워진다. 사진기술보다 설명하기에 가까워지기 위해 실체를 드러내는 작업은 거울 속 나를 뜯어보는 것과 비슷하다. 지극히 빠져들되 자의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투쟁의 과정인 것이다. 결국 거울 속 비친 모습은 원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로 비출 뿐이지만 관점이라는 도구로 새롭게 편집해 나간다. 백지와도 같은 현장은 신기루가 일어나듯 환영을 뿜어낸다. 나는 그저 환상을 향해 나아가 하나씩 보물찾기 하듯 뒤져볼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 되기도 하고 있을 수 있는 무엇을 찾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슬쩍 가져와 내 것인 양 굴어야 한다. 환영이 실제가 되던지 실제가 환상이 되던지 의미라는 매개가 있을 때 마음 속 잔상으로 살아난다. 촬영자인 나는 미지의 감상자를 영원히 의식하며 모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떠들 뿐이다. 광원이 주사(走査, scanning)하는 각자의 환영은 장소를 바꾸어 역시 색을 주사(走査)하는 모니터와 프린터로 재생산 된다. 모니터가 뿜어내는 광원은 본래의 빛을 찾기 위해 떠나는 중요한 수단이다. 사진의 감상은 모바일 기기로 옮겨가고 있다. 언젠가는 웨어러블 기기로 있는 것보다 현실적인 모습으로 눈앞에 재탄생 할 지도 모른다. 착시라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실제와 같은 모습으로 실제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는 시대가 오지 말란 법은 없다. 경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미 증강현실이 유행하고 있고 실제를 더욱 실제처럼 변화시킬 수 있는 시대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매혹적인 외모를 갖게 된다. 경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때가 되면 환상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현실을 보완하는 촉매제로 때로는 기록과 감상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도 유의미 할지 모른다. 반영은 원상보다 흐릿하기 마련이다. 의미를 찾기 위해 오늘도 빛을 찾아 떠돌 뿐이다. 유청오 / 조경사진가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조경설계분야가 국내에 도입된 지 거의 50년이 되었다. 무에서 출발하여 지난 50년 동안 질적, 양적으로 괄목할 성과를 냈다고 평가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은 ‘위기’라는 단어와 붙어서 많이 거론되는 것도 현실이다. 그간 ‘돌파구’를 찾는 논의도 다양했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한 돌파구 찾기는 분야의 무기력증과 주변으로의 투정 거리를 증식시키게 된다. 토목은 투박하고, 건축은 이기적이라고 불평한다. 무기력과 투정을 넘어설 반등의 분위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분야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일은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내부와 가까운 주변에서부터 벌이는 게 맞는다고 본다. 고착화된 여러 관성, 관행, 편견들을 재고하고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고쳐나가면서 내실을 다질 것을 제안한다. 이거 심으면 안 돼요. 문제가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버드나무 심지 말란다. 꽃가루 문제가 있단다. 자작나무 심지 말란다. 하자 많이 난단다. 튤립나무 심지 말란다. 넘어져서 사람 죽는단다. 은행나무 심지 말란다. 냄새난단다. 금송 심지 말란다. 일본 삘 난단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닐 테지만, 이런 조언들이 쌓이면 결국 활용할 식물재료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생육조건에 맞는다면 이식에 신경 쓸 일이지 무조건 안 된다고 할 필요는 없다. 중부지방에 자생하는 약 3000여 종의 식물 중 조경공사에 쓰이는 80%의 물량이 30종 내외라는 사실은 하자를 줄이려는 노력이라기보다는 공사의 수익성이 고려된 것이라고 봐야 지 않을까? 소재를 점점 줄여나가는 관행이 지속되면 우리의 결과물은 점점 더 획일화될 것이다. 내가 조경을 좀 아는데...모름지기 조경은 이래야지! ‘조경은 자연이니 조금 촌스러워야 맛이야’, ‘조경은 곡선이지’, ‘조경은 친환경 재료를 써야지... 목재는 좋고, 콘크리트나 금속 재는 쓰면 안 돼’, ‘문주, 소나무, 석가산이 빠지면 아파트조경이라고 볼 수 없지’, ‘시골가면 흔히 있는 풀 같은 것은 좋은 식물재료라고 볼 수 없지... 눈에 확 띄는 철쭉이나 팬지 같은 게 최고지’. 앞서의 수종 제한 관련 항목은 경험에 근거한 관성이라고 치더라도, 여기서 언급된 항목은 편견에 가깝다. 일반인 뿐 아니라 분야전문가, 관련 공무원들에게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훈수이다. 이것이 훈수로 끝나지 않고 설계 작업의 예봉을 꺾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바, 이들은 수종 제한과 마찬가지로 조경 결과물들이 편향되도록 하는 원흉들이다. 공사를 잘 모르시나본데... 시공은 이렇게 해야 하는 거지! ‘모든 교목은 지하고를 2미터 이상으로 해야 되니 그 아래로 내려오는 가지는 다 전정해야 돼’, ‘교목은 나뭇가지가 겹칠 정도로 붙여 심으면 안 돼’, ‘정원석은 수평을 딱딱 맞춰서 쌓아야지’, ‘식재공간은 시공이 끝나고 흙이 보이면 안 돼’, ‘데크는 논슬립면을 위로 가도록 해야 돼’. ‘포장은 메지 없이 하면 안 돼’ 조경시공이 한창인 현장. 전국의 농원에서 앞태 뒤태 살피며 정성스레 골라온 나무와 풀들, 채석장까지 직접 방문해서 선정한 포장재와 자연석들, 비싸지만 퀄리티를 위해 투자한 프리미엄 하드우드 데크 재료들이 집결한다. 감리 없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해보자. 다양한 수형을 골라왔건만, 전정을 통해 모두 동글동글해졌다. 아래로 쳐져 있던 가지들은 다 전정 됐다. 도면에 표현된 식재 간격은 무시되고, 등간격으로 심어졌다. 한술 더 떠서 초화류들은 마치 모내기한 것처럼 오와 열을 맞추었고, 흙이 드러나는 공간에는 짙은 회색 송이로 채워졌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방식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설계가 뭐라고 되어있던지 이 방식으로 귀결된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감각적 감동의 기회는 의도와 디테일이 살아있어야 경험될 수 있는데, 설계자의 의도가 현장에 없는 관행은 지속적으로 조경의 가치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를 할 것이다. 조경은 자연인데, 저절로 아름답게 되고 비용도 안드는거 아냐? ‘조경은 예쁘면 되는 거 아냐?’, ‘관리비용이 없거나 최소화되는 외부공간을 만들어주세요’, ‘이거 물 안 줘도 사는 거죠?’, ‘조경에서 이런 것도 해요? 토목이나 건축일 아닌가요?’ 조경과 자연을 일체화시키는 것은 얼핏 좋은 얘기로도 들릴 수 있겠지만, 조경무용론과 다름없다. 다 저절로 되는 판국에 조경의 전문성이 어디 있겠는가? 대중적 인식이 아직은 그러하니 결과를 내면서 꾸준하게 인식개선에 투여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쉬운 일이 아닌데, 쉽게 비쳐지는 것이 문제이다. 쉬운 일을 맡기면서 큰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분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실천으로서 내부와 주변의 관성을 극복하자는 것이 다소 소극적이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분야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우리 결과물을 어떻게 드러내느냐에 성패가 있다고 본다. 양질의 결과물은 다음 라운드 전투의 자양이 된다. 현재의 관성이 편한 설계와 시공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글일 수도 있겠으나, 조경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안주만 할 수 없는 작금의 환경이다. 조경을 통해 양질의 정주환경을 만드는 것이 조경 분야가 지향하는 가치라면, 이 과정에서 모든 관행과 편견에 대한 저항과 투쟁이 필수적이다. 결과를 다르게 하고 싶으면 접근을 달리해야 할 것이고, 결과가 달라지면 위상도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정욱주 /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정원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2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금의 정원은 그때와 비교해 보면 많은 변화와 성장을 해 왔다고 생각된다. 우선 그 확장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정원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열기가 뜨겁고, 전문화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정원 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느끼고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관련 비영리 단체도 많아지고 박람회도 다 가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많은 이들의 노력과 더불어 문화 사회로 변해가는 길목에서 정원이 맞이하고 있는 시간처럼 보인다. 최근 정원디자인의 경향은 도면위에서 시작하는 디자인과 함께 시공 현장뿐만 아니라, 정원문화와 정원놀이로 진화해가는 중이다. 이와 같이 변화하고 있는 현장에서의 필자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요즘, 정원이 가장 많은 사람들을 깊이 만나고 있는 현장이 있다면 마을정원이다. 경기도 정원문화 박람회를 통해서 마을정원을 시작하게 됐고 박람회의 지속적인 문화 확장을 기대하고 시작한 것이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부천 아파트 단지에서의 마을정원은 공동체를 더 가깝게 이어주는 계기가 됐고, 마을의 특색을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발견하는 시간이 됐다. 안산 일동의 마을정원은 마을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정원과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이를 통해서 마을 일자리까지 상상해보고 실천에 옮기는 계기로 발전되고 있다. 마을정원을 문화 복지사업으로 바라보면 좀 더 다양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원이 만나고 있는 새로운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우들의 문화예술 공간에 정원이 만들어지면서 장애우들의 예술 공간으로 자리하고 쉼터와 영감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또한 추모공원에서는 정원형 수목장을 조성해 추모의 시간을 일상의 생활에서 쉽게 다가서게 하는 공간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추모의 형태가 아닌 고인을 만나는 다양한 추모문화공간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개인의 작은 정원도 미적 환경조성을 넘어 일상의 놀이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가든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여가 생활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공간구성으로 디자인의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디자인에서 시공까지 그리고 문화 프로그램까지 접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친환경 예술 공간을 조성하고 가꾸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정원을 재미있게 경험하게 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정원을 통한 봉사는 큰 역할을 기대하기보다는 참여자들이 오랜 시간을 활동하면서 정원을 깊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히 이러한 봉사활동은 매년 꿈꾸는 정원(기부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도 연결돼 사회공헌 기회를 열고 있다. 최근에는 ‘푸르네 가든볼런티어’로 시작해 ‘한국장미회’로 발전한 민간단체 활동도 관심 가져 볼 수 있는 정원봉사라 생각된다. 또한 정원은 환경 조성만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푸르네 놀이정원사가 그 이야기다. 전 세대별 정원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그 진행을 놀이정원사들이 담당 하고 있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들에게는 정원을 통한 사회참여를 돕는 좋은 일자리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까지는 “정원이 생활을 디자인 한다”란 주제로 생활에 있어 정원이 주는 유익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 앞으로는 “정원, 일상의 놀이가 되다”란 주제로 좀 더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에 맞고 젊은 세대들에게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원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법 또한 SNS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모색한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하겠다. 이러한 놀이가 될 수 있는 정원을 가꾸기 위해 필자는 최근 안성으로 이사를 했다. 물론 정원을 직접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정원 이야기도 “축제”가 되었고 내년에는 “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은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요즘은 가든하우스에 앉아 새벽 아침을 맞이하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시간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정원에 나가서 내 손으로 그리는 자연 예술을 가꾸고 있자면 평화롭기만 하다. 우리 가족만의 작은 정원이지만 나에게는 충분한 공간이다. 역시 정원은 나에게 즐거운 놀이터이자 놀이가 되고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시간이 되고 있다. 필자는 여러분과 함께 꿈꾸고 싶다. “정원 = 문화 복지사업”으로 발전시켜 자신의 일상이 충분히 깊어지고 정원을 중심으로 모인 공동체가 새롭게 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누구 하나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방법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정원을 가지고 충분히 놀 수 있는 2020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원이 일상의 놀이가 되고 있다. 이성현 / 푸르네 대표정원사, 푸르네정원문화센터 이사장, 한국정원협회 이사,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이사, 산림청 2기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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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 다큐멘터리 영화 ‘땅에 쓰는 시’ 오늘 개봉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국내1세대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땅에쓰는시’가오늘개봉한다. ‘땅에쓰는시’는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서울아산병원등모두를위한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한국1호국토개발기술사(조경)획득한최초의여성기술사다.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세계조경가협회(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으며,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가협회(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세계적으로인정을받았다. 영화는모든생명이싹트는봄과생동하는녹음으로가득찬여름,무르익은색채너머휴식을기다리는가을그리고모든아름다움을준비하는겨울까지‘사계절’을중심테마로구성해다채롭고도풍성한볼거리를전한다.5년간야생화가만개한정영선조경가의양평집앞마당부터남녀노소모두가즐기는대규모공원과신비로움을간직한개인정원등다양한장소를누비며각계절이지닌고유한경치를온전히담아냈다. 언제나사람과자연의관점에서치열하게고민해온‘땅의연결사’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따라가며,관객들에게일상의위로를건네는공원의아름다움은물론,‘조화’를잃지않는삶의태도로써공원의의미에대해생각하게만든다. 특히미나리아재비,개쑥부쟁이등우리국토의매력을즐길수있는각양각색의야생화와제주를비롯한전국의금수강산을포착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빚어낸정영선조경가가그려온자연스럽고도감각적인풍경들을담아냈다.땅이간직한고유의맥락을읽어시를그리듯공간에생명력을불어넣는1세대조경가의진심어린철학을전하며새로운배움으로관객들에게다가간다. 이영화는국내작품으로는최초로제20회EBS국제다큐영화제개막작으로선정됐으며,남도영화제시즌1순천개막작선정및제49회서울독립영화제장편쇼케이스부문에공식초청되는등작품성을인정받았다. 한편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은지난5일부터정조경가의작품세계를돌아보는전시‘정영선: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9월22일까지)를열고있다.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에서 ‘정원도시국’으로 ‘졸속’ 추진…4일간 입법예고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서울시가푸른도시여가국을정원도시국으로명칭변경을추진하면서관련분야의충분한의견을수렴하지않아서졸속추진이라는비판이제기됐다. 서울시는이달5일시정추진력강화를위한조직개편을위해‘서울특별시행정기구설치조례일부개정조례안’을시의회에상정했다. 개정안의주요내용은▲기구개편및소관사무조정▲주요실국의통솔범위조정▲자율신설기구일반기구화▲한시기구정비및존속기한연장▲기구명칭변경등이다. 이에따르면푸른도시여가국을정원도시국으로변경하고,올해7월까지한시적으로운영할예정이었던한강사업추진단을3년더연장해존속시키는내용이포함됐다. 이중‘푸른도시여가국(이하푸도국)’을‘정원도시국’으로변경하는것에대해기존업무를포괄하는이름으로적합하지않다는지적이일고있다. 현재푸도국은▲공원정책▲공원조성▲조경▲정원▲자연환경▲생태계▲산림▲동물보호▲공원여가▲산사태사방사업등을담당하고있다. 게다가이번개정안은지난달29일부터이달2일까지단4일동안의견을수렴해부랴부랴추진하는모양새여서졸속추진이라는비판까지받고있다. 보통입법예고는40일,지자체법규는20일로정하고있으며,서울시의경우에도“입법예고기간을20일미만으로하려는경우에는법무담당관과미리협의하여야한다”고정해놓았다. 하지만이번개정안은입법예고가충분히되지못해시민들은물론관련학계등전문가들도알지도못한사이에‘정원도시국’으로바뀔수있는상황이다. 개칭부정적,“기후변화등다양한패러다임고려”“조직위상축소”등 안승홍한경대학교조경학과교수는“서울시가정원도시기조에맞춰서조직명칭을변경하는상황”으로생각되지만,“정원도시국이라는이름은기존푸른도시여가국에비해똑같은기능을하더라도조직이협소해지는느낌이든다”고말했다. 그는“정원에서발달된개념이공원이다.공원은정원에비해공간적으로크고,이용자측면에서도공공공간으로훨씬범위가넓은데,산림청에서정원법이통과되면서혼란한시기를거치고있다”며특히정원도시국이라는이름아래공원관련부서가위치한다는것은“배보다배꼽이더큰상황”이라고말했다. 하지만경기도에정원산업과가신설되는등지자체조직에정원이라는이름이들어가는것은최근추세라고진단했다.또한정부부처에서공원업무를담당하는국토교통부녹색도시과는법·정책만관리하고있지만,산림청은국가정원이나지방정원조성등을통해직접사업에관여하고지자체에매칭예산을주고있어서앞으로지자체부서이름에‘정원’을사용하는비율이더늘어날것이라고전망했다. 실제2022년말경기도에서도‘산림과’와‘공원녹지과’를각각‘산림녹지과’와‘정원산업과’로명칭을변경한바있다.하지만당시‘정원산업과’신설은산림공원정원을포괄하는상위부서의명칭이아니라,부서간업무조정성격이강했다. 오순환조경지원센터본부장은“푸른도시여가국이더좋은것같다”며“기후변화,리질리언스등현재여러가지패러다임이존재하는데,정원으로만접근하는게맞는건지논의가필요하다”고말했다. 또한오본부장은“기존공원녹지관리사업소를공원여가센터로친근감있게바꾼건좋은데,일반사람들에게‘정원도시’가더친근한가?‘푸른도시’는안그런가?”라며정원도시국이더친근감이있는이름은확실하냐고반문했다. 무엇보다정원은가장작은단위의조경이므로,생태공원산림자연등을총괄하는부서이름으로는축소되는느낌이든다며“푸른도시여가국에서많은정원을조성하면되는데,여러불편과행정비용까지감수하면서이름까지바꿀타당성이있는지모르겠다”고말했다. 특히4일밖에입법예고가안된것은“왜4일만했는지이해할수없다”며“좀더논의의장을마련할필요가있다”고말했다. 개칭긍정적,“공원녹지포함한큰개념”“구체화”등 ‘푸른도시국’보다‘정원도시국’이더낫다는의견도있다. 안명준조경시공연구소느티대표는오히려“기존푸른도시국은지향점이상당히모호했다”며“정원도시국은정원이라는구체적인대상이지칭되니까개인적으로훨씬낫다고생각한다”고말했다. 그는이번논란에대해“정원을어디까지로보느냐에따라달라질것”이라며,‘정원도시국’을가드닝개념의좁은의미의정원으로사용한것이라면논란이있겠지만,공원녹지를포함한큰개념의정원으로보는것이기때문에“서울시가정원도시정책을펼치고있는상황에서정원도시국으로가도문제가없을것”이라고말했다.다만“아직까지정원이도시적인차원에서이해되지않으니까조금이른감이있다”며일반시민들이가진정원에대한편견을극복하기위해“홍보가필요하다”고말했다. ‘졸속추진’논란에대해서는,이번개정안이입법예고를짧게거쳐도될사안은아니라는입장을보였다.“국단위명칭이바뀌는이유가제대로설명이안되고있는것같다”며,국의명칭이변경되면서하위부서에대한세심한계획안이공고되지않은것은시정철학이반영되지않은채“일단명칭부터질러놓고보자”는것에불과하다며,숙의할기간이필요하다고말했다. 한갑수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은“‘푸른도시’가워낙넓은개념인데반해‘정원도시’가좀더구체적이라는점에서좋은것같다”고말했다.하지만“이름을정원으로하면업무범위가축소될것이라는염려도있을것같다”며조경내에서도다양한분야가있어서논란의여지가있을수있으므로“관련분야의견을참조했다면더좋겠다”며졸속추진논란에“아쉬운점”이라고평가했다. 한편서울시는이외에도“경제정책실,복지정책실,도시교통실”을“경제실,복지실,교통실”로,“시민건강국”을“시민건강국,민생노동국,디지털도시국”으로,“재난안전관리실,주택정책실”을“민생사법경찰국,재난안전실,주택실”로변경한다는방침을개정안에담았다.
[조경논단] 요즘 공원
은퇴하신회사선배들과이야기나눌기회가있었는데,‘건강,돈,친구’가제일중요하다고반복해강조하셨다.‘돈’이야어렵겠으나,‘건강’과‘친구’라면그래도공원이제법커버할수있겠다싶었다.기실공원의발단이1832년영국런던의콜레라대유행과연관이클정도로공원과건강은한몸이나다름없다.공원에서산책과달리기등운동을통한시민의건강뿐아니라,맑은공기와생태계조절등도시의건강까지연관되기때문이다.이런건강측면으로요즘공원에서유의미한움직임이라면‘맨발걷기붐’과‘야외체육시설의진화’가손꼽힌다. 점점흙이없는도시가되니외려흙길을찾는것인지,맨발걷기는현재공원에서가장핫한이슈다.어찌보면건강의영역을벗어나신화의영역에다다를정도.거친산길을맨발로걷는건기행에가까웠는데,2006년대전계족산황톳길(14㎞)을시작으로2020년서울양천구안양천황톳길(570m)과강남구양재천황톳길(600m)조성등을통해맨발걷기용흙길이공원제도권으로진입했다.물론맨발공원으로불리던지압보도도있었다.밀레니엄전후로주요공원마다자갈,사고석등의재질로지압로가조성돼선풍적인기를끌었고현재도일부남아있지만,이젠이용률이극히저조해지며사라져간다.영원히변하지않을것같은공원도개별시설마다끊임없이경쟁하고흥망성쇠를겪는걸보여주는대표적사례다. 공원으로진출한황톳길에서수년간경험이쌓이고민간단체가태동하고몇몇언론보도를통해맨발걷기의장점이증폭되는과정을거치며,2022년부터는공원내흙길조성요구가본격적으로대두됐다.작년부터양천구는현황조사를거쳐총20개소3.7㎞의맨발흙길기본계획을수립·추진중이고,전국주요공원마다황톳길등맨발흙길조성이쇄도한다.신규조성뿐아니라자연발생적으로활성화된공원내흙길을정비하는방식도활발하고,시설측면에서도황톳길과마사토길,건식흙길과습식흙길로의분화와배수를위한황토배합비조절,이용편의를위한세족장,신발장,비닐하우스,방수포설치등다방면으로진화중이다. 건강측면에서요즘공원의또다른이슈는야외체육시설의진화다.2000년대초반공원에처음도입된야외체육시설은종목확대와내구성·디자인개선수준에머무르다,팬데믹을거치며폭발적으로진화했다.초기집합금지와거리두기로인해인기를끌며공스장(공원+헬스장),산스장(산+헬스장)같은유행어를만들더니,팬데믹이지속되며높아진수요는난이도높은근력운동과맨손복합운동기구로는물론,난이도낮은어르신을위한감각운동기구로까지확대시켰다.비가림시설과조합해일상성도높였고에너지생성까지스마트하게뻗어나가면서,상대적으로배제되었던청년과여성까지폭넓게포용하는중이다. 두번째주제인‘친구’로넘어가기전에소개하고픈중첩된사례가도심공원과거리에서자주만나는러닝크루(RunningCrew)다.주로평일이나일요일저녁,젊은직장인이나학생그룹이깔끔한복장으로줄지어달린다.건강을챙기면서도느슨한팀워크를구축해안전성과참여도를높이는데,볼때마다흐뭇하다.이런낮은단계의관계망은‘혼자’를강조했던팬데믹을거친이후도시에서자주볼수있는트렌드이기도하다. ‘친구’라표현했지만‘관계’로해석하는것이조금더정확할것이다.공원은혼자찾는사람도많고또그만큼다양한관계망이동반되기도한다.가족이나연인과피크닉을위해찾는경우도,친구와함께운동을즐기는경우도,반려견등반려동물과동반하는경우도있다.특히전국에600만명(命)정도로추산되는반려견은요즘공원의주이용객으로서큰변화를이끈다. 2004년최초로서울능동어린이대공원에반려견놀이터가생긴후,여러노력에도불구하고번번이지역주민들의완강한반대를넘어서지못한경우가많았다.하나인구4명에1명꼴,약1300만명까지반려인구가늘면서상황은역전됐다.특히팬데믹을지나며반려동물입양률이연간20%가까이증가하니,반대목소리를드높이시던어르신들의데시벨이크게낮아졌다.현재서울시공원내에만반려견놀이터23개가운영중이며,그중양천구도7개로30%를차지한다.특히,내달양천구목동IC남측녹지대에개장하는‘목동반려숲’은녹지공간전체를반려견테마로꾸몄다.앞으로모든공원에다양한형식의반려견놀이터가도입될뿐아니라,교육기관,보호소,보건소,캠핑장등반려동물테마시설도확대될것이다. 반려동물뿐인가?팬데믹은반려식물에대한관심도키웠다.즉각적반응이특징인반려견과스마트폰에대응하는‘느린관계맺기’다.집에서의반려식물은공원에서의텃밭과정원으로확장되는데,모두가드닝의영역이다.요즘공원에서식물관련최대이슈는‘정원’으로,전국적인정원도시트렌드와맞물리며도시의공원과거리를다채로운정원으로바꾸는중이다.서울시는작년5월정원도시선언에이어올해봄에만1000개의매력정원을조성한다고발표했다.양천구도도시곳곳에25개의매력정원을일구는상황.우리는왜이렇게공원과거리에정원을만들려노력할까?정원이갖는아름다움과계절감과색과향기와질감의매력도그이유겠지만,근본적으로는복잡한도시속에서인간이자연과더밀착된관계를맺고싶은욕망일것이다.그런측면에선모두‘반려’식물인셈.집에서의반려식물도공원내정원의확산도불안하고외로운도시의삶에대한대응이며,이노력들로인해공원과거리는더많은가드너들이함께가드닝하는정원도시로향해있다. 반려동물·반려식물에서확장된생태적관계망또한중요하다.기후위기의신호로받아들이는꿀벌의실종등작은곤충류의생멸(生滅)부터숲에서마주치는너구리,강에서살아가는새와물고기와수달까지서로연결되며큰위기에함께대응한다.공원에서생물다양성에진력해야하는이유다.최근몇년새시민과학자들의노력으로안양천철새보호구역에새들이조금씩늘어나는결과를얻었다.지속적인조사데이터를바탕으로겨울철공사자제나갈대군락지관리등에목소리를내주신덕분이다.올해부턴양천구에서활동하는자원봉사자‘에코친구’도함께참여한다.결국공원을중심으로사람과사람뿐아니라도시와자연까지서로함께‘관계’맺음으로써우리도도시도지구도더안전해진다. 해방과한국전쟁이후70여년간경제발전과민주주의라는목표를향해모든분야마다부지런히달려왔지만,세계최고의자살률과세계최저의출산율을성적표로받았다.물론괄목할만한경제성장을거뒀고민주주의도지속적으로향상시켜왔지만,결국우리사회는자식을가지길거부하는또스스로삶을소거하는마음이가장강한나라가된셈이다.출산율의추락은젊은세대가불암감에휩싸여미래를비관하는것이고자살률의상승은어르신세대가외로움에휩싸여현재를비관하는것으로분석할수도있겠지만,결국생명의관점에선가장본능적욕구인생존과번식을선택적으로포기하는‘불임사회’에돌입했고또돌진해갈태세인셈이다. 도시는더심각하다.2023년우리나라합계출산율0.72명에비해서울은0.55명수준이다.도시에사는젊은세대들이도시에서의삶을,도시의미래를더비관적으로본다는얘기다.불안감과외로움이지배하는불임사회의이엄중한현실에대해도시와공원과시민은어떻게대응해야할까?큰틀에서는포용도시일것이고자연에대해서는생태도시일것이며공공공간과개인의영역에선정원도시일것이다.건강하게서로관계맺고진화를통해위기에대응하는것이요즘공원에요구되는핵심과제다. 온수진양천구청공원녹지과장/공원주의자저자
[2024 아파트 조경 ④ 끝-롯데건설] 이지영 수석 “아파트 조경에 MZ세대를 담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MZ세대의마음에드는조경을위해과감한소재발굴에노력하고있다.우리는새로운것을도전할때반짝반짝한다” 최근아파트조경에서가장큰변화를보이고있는건설사는단연롯데건설이다.롯데는지난2022년조경에차별성을두고자조경독자브랜드인‘그린바이그루브(GREENXGROOVE)’를선보이며,오랫동안각인되어오던중세시대‘캐슬’의이미지를벗어났다는평가를받는다.실제최근준공된현장은매우현대적인감각과트렌드에접근하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 하지만롯데건설이지영수석은“롯데건설의조경은이미점진적인변화를거쳐왔다”며“갑작스럽게다이나믹한변신을했다”는것은외부적인시선일뿐이라고말했다.왜롯데캐슬의조경이큰폭의변화로다가오는지최근아파트조경에서주력하고있는컨텐츠를통해알아봤다. 롯데조경의새로운도전“그린바이그루브” 사실롯데아파트조경이‘캐슬’콘셉트를벗어난것은아주최근일은아니다.이미2019년에롯데캐슬3.0을선보이면서‘여행같은삶의공간’을테마로조경전략이대폭업그레이드됐다.당시전략은그냥바라보는조경이아닌경험하고즐기는조경을만든다는전략으로,자연을좀더가까이에서체험하는설계를적용했다.오히려그린바이그루브는이러한전략을강화한것으로전혀새로운전략은아니라는설명이다. 2022년에조경을브랜드화한‘그린바이그루브’는자연을연상시키는’Green’과리듬과활력을뜻하는‘Groove’를조화시킨다는의미를담았다.중앙의‘X(바이)’는다양한분야와의콜라보레이션을뜻하며,일상속에서삶의영감을전달하는‘InspiringAround’공간이라는콘셉트아래취향을다채롭게담는조경공간을구현하고자했다. ‘그린바이그루브’는현재롯데아파트조경의콘셉트이자목표이다.이를어떻게설계와실물로서구현해낼것인지는아직도적전인과제이며현재진행형이다. “조경의본질을나타내는‘자연’안에입주자개개인의취향을적극적으로콜라보해서표현함으로써입주자들에게만족감을느낄수있도록하는것이목표이다.이미지적으로는자연에가깝게표현을해보자는의도도있고,설계나시공에서풀어낼때는조금더자연소재를많이쓰는개념으로볼수도있다.” 인공적인소재와자연적인소재의콜라보속에서조금더자연소재를많이적용하는전략이라는설명이다.하지만이것은“자연그대로”라는뜻과는거리가좀멀다.“자연적이지만인공적인세련미”를표현하자는것에더가깝다. ‘자연그대로’보다‘자연소재콜라보’가전략 조경공간에자연소재를많이사용한다고하면‘식재밀도를높이는것’으로생각할수있지만,‘그린바이그루브’는식재중심콘셉트에서탈피하고있다.자연상태의돌에서가공된석재까지,나무그대로에서가공목재까지다양한형태의자연소재를시각적으로보다많이노출하면서도현대적인아름다움을구현하기위해고민하고있으며,실제현장에서좋은사례들이많이발굴되고있다. “식재밀도가높지않더라도따뜻한공간이될수있도록기본적인자연소재를많이사용하면서도심플하게만드는것에집중하고있다.이것이콜라보와조화라는그린바이그루브의콘셉트에도어울리는접근이라고생각한다.” 시설물의경우도차가운느낌의스틸소재를중심으로따듯한자연소재가어우러지는표준디자인을구현하기위해고민해왔고,실제최근에는스틸에자연소재를접목한티하우스나파고라등의표준디자인이개발돼현장적용을앞두고있다. “예전에는스틸로된시설물에목재가일부적용되는정도였다면,최근표준디자인은스틸에석재까지붙여서공간안에서더다양한자연감성을느낄수있도록구현하고있다.” 아파트조경에‘한남동MZ세대’를담아보았나? 현장마다타겟층이달라서조경트렌드에접근하는방식이달라지지만,공통적으로최근아파트조경의트렌드를“MZ세대”가이끌고있다는점은부인하기힘들다.무엇보다롯데건설만큼MZ세대트렌드를조경에담기위해고민하는사례도드물어보인다. “최근MZ세대들은모든소재를굉장히심플하게접근하고있어서,내부적으로그런성향을좀더많이담아낼수있도록고민하고있다.” 조경에MZ세대의취향을담아낸다는것도매우시사적인이슈로생각되는데,이를위해새로운트렌드와신소재를발굴하는것이‘조경’에중요한일이되고있다는것은롯데만의차별점이아닐까싶다.게다가같은MZ세대라고해도지역마다다른성향을담아야한다니생각보다더많은공부가필요한분야이다. 예를들어한남동MZ세대는심플하지만매우고급스러움에집중한다는차이가있다.‘올드머니룩’이라는말이있듯,조금은올드해도괜찮고컬러가많이들어가도괜찮지만고비용적인특성을가지고있다.고급소재에는텍스처가뿜어내는아우라가있기때문에한눈에알아차린다.이런분위기의다름을조경에서도구현해낸다고하니매우도전적이고색다른작업이아닌가. 물론아파트조경도투자를많이하면더고급스런결과가나온다는것은대부분진리로받아들여진다.하지만고비용이라고해서무조건좋은결과가나오는것은아니다.그래서필요한것이디자인적인언어이다. “나무를심을때도한줄만심을것인지풍성하게심을것인지적재적소에대한고민을많이한다.그런세심한고민들이차이를만들어낸다.최근에는소재에대한고민을많이하고있다.소재는거짓말을할수가없지만,물량투입이많다고해서모두좋은결과가나오는것도아니다.역시세심한고민이필요하다.” 기후변화대응,아파트조성기준달라질것 이지영수석에게롯데와다른건설사아파트조경의차이가무엇인지묻자“그건좀말하기어렵다”며손사래를쳤다. “각자노력하고있는포인트들이있는데함부로말할수없다”는이유도있지만,차별점이라고이야기하기엔주거지조경의고민이대동소이하기때문이다.다만‘기후변화’는어느현장이나공감할수있는매우심각한이슈로떠오르고있다고진단했다. 최근몇년사이나타난‘기후변화’에대해현장에서는꽤심각하게보고있다.폭우와폭서가반복적으로길어지면서설계및시공기준을변경할필요성이제기됐다.계획․설계적인측면에서는빗물저류조및레인가든설치나배수시설에대한규격들이달라지고있고,공사쪽에서는자재수급이나실제시공연출에많은어려움을겪고있다. 지난여름에는여러건설사현장에서폭우로배수시설의상태를점검한사례가많았다.롯데건설에서설계를담당하고있는‘기술연구부서’도유속이나유량등을재검토할필요가있다고판단해서기준개정을확인하고있다. “기후가너무급변하고있다.지난해에는6월말부터8월초까지45일동안연속으로비가왔다.100년간통계의최상치에이른것으로이런우수량을극복하지못한지역들이많다.관로의관경이라든가구배라든가설치개수등현장의토목기준들을손보고있다” 이참에미기후에대한연구를통해총체적인재검토가진행되고있다.바람세기에따라멀칭재적용여부를결정하고,미기후에의한회오리로쓰레기분리수거장설치방식을고민는등세심한대응에노력하고있다. <인터뷰> “시간에따라변화되는조경,한번더고민하자” ‘그린바이그루브’콘셉트를반영한시설물표준디자인작업에대해설명을부탁드린다. 시설물에있어서그린바이그루브의중요한전략은자연소재의다양한감성을전달하는데에있다.예를들어메인광장에티하우스와더불어자갈층의물결을만들어주고드라이한느낌의그라스류를심고대표수목을적용해포인트식재한풍경을떠올려보면된다.식재밀도는떨어지지만구성요소는대부분자연소재라는점이그린바이그루브의지향을잘그리고있다. 최근하얀색으로도색된스틸을중심으로벽면에석재를적용한티하우스가표준디자인으로만들어졌다.다양한형태의자연소재를적용한것이특징이다.하지만그린바이그루브는시설물만이아닌전체공간에대한이야기를포함하고있으며,공간에정돈된자연성을구현하는개념으로이해해야한다. 조경소재차별화에공을많이들이고있다는데,어떤노력들이이뤄지는가. 개인적으로2023년6월준공한‘자양롯데캐슬리버파크현장’의특화공간을진행하면서다양한소재에대해많이고민했다.그중하나가내후성강판이다.주로건축에서사용하는자재로스타벅스매장의마감재로많이사용하고있었다.단가는매우비싸지만실내는물론이고외부에서도사용할수있는자재이다.타공간이나공종에서사용하는소재라고하더라도사후관리와시공이효과적이라면적극적으로발굴해서조경공간에적용하고자노력하고있다. ‘나인원한남현장’에서는그당시흔히적용하지않았던‘프리캐스트콘크리트’로만들어진플랜터를단지곳곳에적용했다.콘크리트소재가적나라하게노출되는방식으로인천공항안에서는대형플랜터로만사용된적이있고,건축에서는대단위면적에적용하며최근들어각광받고있는자재이다. 최근건설사에서는식재에있어서수종이단순해지는것을걱정하고있는데실제수급이어렵고하자이슈가있을수있어다양한연출이미흡한현실이다.다만상대적으로쉽게접근할수있는초화는이미다양한연출을하고있다.우리특화현장의경우에는대관목에조금더집중해소재개발과연출을시도하고있다. 여러가지소재를발굴하고시도하는것이공간의질을높이는효과를보여주기때문에현장에서도적극적으로시도할것을요구해왔다.작업진도도고려하면서소재에대한고민도함께해야하니조금힘들수도있지만,오히려그런일을할때흥미가발산되는것같다.실제팀장들도이런고민을할때반짝반짝한모습들을보인다. 건설사조경인들에게한마디 조경은삶의바탕이기도하지만하나의오브제이기도하다.심지어시계열적인변화를수반하기때문에그것에초점을맞추어조성하는것을큰특징으로이해하고있다.그래서항상어떻게하면연출을잘하고,또그것을구성하고있는요소간에관계성을잘맺어줄것인가를중요하게생각해야만한다.당장에보이는것만할것이아니라,앞으로어떻게변화해갈것인가,또어떤영향을미칠것인가를곱씹어야한다.예전에는잘했다고생각했는데좀지나보면‘이렇게하지말걸’하고후회하는일들이많다.그래서무언가결정을할때는좀더시간의변화와주변과의관계성에대해고민을하자는이야기를동료후배들한테남기고싶다. 이지영수석과의인터뷰를통해최근롯데건설의조경이많이달라보였던이유를알수있었다.새롭고도전적인작업을통해성취감을느낀다면누구나반짝반짝할것이다.아파트조경을통한다양한시도들이확장된다면조경인들의무한한역량들도따라서빛이날것이라고기대해본다.
[미래포럼] 밤양갱과 헤어질 결심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요즘밤양갱이때아닌인기를누린다고한다.가수비비의‘밤양갱’이란노래덕분이다.밤양갱의가사를들어보면헤어지는남녀간의평범한노랫말인데가사나리듬은달고단밤양갱보다더달콤하다.별거아닌것같으면서매력적이고,익숙한것같은데처음처럼신선하다.사랑과이별,너무나익숙한스토리이지만이노래가우리에게처음처럼다가서는이유가뭘까?이노래를듣다순간오버랩되는이미지가박찬욱감독의영화‘헤어질결심’이다.사랑과이별을다른시선으로이야기한이영화의마지막장면을떠올려보자.박해일의바다그리고안개가자욱한미장센의순간을영원히각인시키려는듯영화의OST가흘러나온다.“나홀로걸어가는안개만이자욱한이거리….”,1967년세상에처음선보인정훈희의‘안개’가2023년‘헤어질결심’에서함춘호의기타와송창식과의듀엣으로다시태어났다. 처음처럼,익숙하지만낯설게.그렇게우리는처음처럼대하는것에매력을느낀다.술자리에서우리가소맥으로말아즐겨마시는‘처음처럼’의의미를작고하신신영복선생은서화에세이집「처음처럼」에서‘산다는것은수많은처음을만들어가는끊임없는시작입니다’라고소개한다.흔히세상에존재하는것중새로운것은아무것도없다고한다.새로운것들은어쩌면다시태어나는것일지도모르기때문이다.아재들의라떼에나등장할법한양갱이MZ세대들덕분에때아닌호사를누리는것처럼. 변화에대한도전은늘두렵다.하지만도전은그자체로서희망이기에많은이들이젊은이들에게늘도전하라고권유한다.사람들은미래를위한새로운도전을위해변화와혁신을이야기한다.하지만변화하는미래에도변하지않아야하는소중한가치가있을것이다.비비의밤양갱이나정훈희의안개가그렇듯,존재하지않는새로운것에대해서만고집할것이아니라변화하지않는삶의방식과전통,그리고축적된삶의가치와문화가미래에어떻게투영될것인지를고민하는것도새로운변화를위해서는매우의미있는일이다. 도시,건축,조경등의삶을담는공간을다루는영역에서처음처럼변화를꾀하고새로운것에대해도전할때놓쳐서는안되는변화하지않는가치는아마도공간의공동체성과공공성일것이다.우리가사는삶터에서너와나,그리고우리가함께사는공동체성을향한도전의한걸음한걸음은공간에서의더나은삶,더나은행복을추구하기위한노력이다.뭔가를처음처럼도전해보기위해서는먼저내가어느순간늘해왔던방식에익숙해져버린건아닌지,변화를향한도전을꿈꾸는것마저도내가처한상황에서는지극히사치스러운일이라고치부하진않는지,내가하는일을통해세상을향해무슨말을하고싶은지도모른채그저습관처럼일에매달려있지나않는지돌아보는일이우선되어야한다.최근주목할만한공원과광장,그리고공공건축등의사례에서엿볼수있는익숙하지만새로운공동체성과공공성의공간언어에는변화하지않아야할공간의공공성과공동체성의가치를구현한더불어숲의지혜와미래를향한새로운도전정신이담겨져있다. 최근지식사회에서화제의중심이된이슈가챗지피티(ChatGPT)이다.생성인공지능이만들어내는경이로운지식의재창조이다.하지만미래의초정보화시대가펼쳐지더라도우리는지식의한계에대한도전,존재하지않는것에대한끝없는상상,그리고동시대를사는인간과공동체에대한존중과신뢰의끈을놓아서는안될것이다.인공지능이인간의지식노동을능가하는현실에서인간은어떻게스스로의미래를꿈꿀수있을까?공간을상상하고공간적상상력을통해세상을변화시키는체인지메이커로서의역할은여전히인간만이누릴수있는권리이자의무이다. 미래도시에서공동체성이란개념과가치는여전히유효하다.보편적으로도시공간에서지속적으로공동체성이란근본가치를찾아나서는이유는앞에서도언급한초개인화로인해내가중심이된세상,디지털공간에서마저사유(私有)가지배하는환경에서공동체성이인간이과연인간다움으로존중되고있는가를묻는화두이기때문일것이다.미래도시에서우리가꿈꾸는희망의공간을만든다는것은온라인이거나오프라인이거나마찬가지로결국삶과터의관계를디자인하는것을의미한다. 우리가삶터로서의공간을디자인하는것은개인의삶의만족도와더불어함께사는삶의기쁨을누릴수있게하는일이다.동시에인간다운삶을가능하게하는장소와공간을디자인하는일,함께사는삶의가능성을열어주는일,공유할수있는가치를만드는장소와공간을디자인하는일이다.미래도시에서도현실공간과가상공간이구분되지않고이둘이서로엮여서한몸이되어삶과터의관계망을잘엮어낸다면삶이터를,동시에터가삶을서로보듬어미래의우리의삶터가공유와공존의숲으로성장하게될것이다. 이영범/건축공간연구원원장
환경과조경 40기 통신원, 조경 소통창구 ‘활짝’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지역의조경소식을발빠르게전달하고조경학과학생들의소통창구를열어갈환경과조경40기통신원이본격활동을시작한다. 지난6일그룹한빌딩6층그룹한갤러리에서‘환경과조경40기통신원간담회’가개최됐다. 환경과조경통신원은지난1985년부터40년간이어져온전국최대규모의조경관련대학생네트워크로,각대학소식및지역정보를전달하는역할은물론박람회등조경관련행사에서서포터즈활동을통해다양한프로젝트에참여해왔다. 환경과조경은매년통신원임기를시작하면서활발한활동을독려하기위해통신원들간만남을주선하고오리엔테이션을겸하는자리로간담회를개최하고있다. 특히올해간담회는오랜역사를지닌통신원제도를시행한지40주년을맞이해40기통신원을맞이하는데더욱뜻깊다. 이날간담회는1부공식행사와2부선배와함께하는커리어데이행사로이뤄졌다. 1부는▲임직원소개▲박명권발행인축사▲환경과조경회사소개▲임명장·기자증·우수통신원상수여▲기자교육▲온라인기사업로드교육▲1분자기소개▲기장선출순으로진행됐다. 박명권환경과조경발행인은축사영상을통해“올해통신원은환경과조경의가장소중한친구이자동반자로서조경업계와학계를연결하는중요한소통창구의역할을하고있다.조경의새로운영역과쟁점을발굴하고그경계를확장해나가는데통신원의참여가무엇보다소중한밑거름이될것”라며활발한활동을당부했다. 이번40기통신원은총27개학교에서41명의학생이선발됐으며,전국기장에는▲김경미공주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정세희순천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선출됐다. 김경미통신원은“별명에‘역마살’이들어갈정도로여행을좋아한다.앞으로조경분야의여행을함께할동료들을얻게돼기쁘다.떠나야만알수있는것들을위해앞장서서걷겠다”는의지를밝혔다. 정세희통신원은“전국기장으로선출돼영광스럽다.조경에열정을가지고전국학교에서모인통신원들과의소중한교류를통해조경분야에서의지식과경험을더욱풍부하게쌓겠다”며“특히선배님들과의만남을통해학교에서는배울수없는다양한경험과노하우를얻고싶다.앞으로통신원들과협력해조경문화발전에기여할수있도록노력하겠다”는포부를밝혔다. 지역기장에는▲서울·경기·강원지역에심규연건국대학교산림조경학과통신원과김솔서울여자대학교원예생명조경학과통신원이▲경기·충청지역에양경미단국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조휘리공주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영남지역에백진규경북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임시은경북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호남지역에이지현전북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박지혜순천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각각선출됐다. 간담회에서는39기우수통신원시상식이진행됐다.우수통신원은윤민영서울여자대학교원예생명조경학과통신원,서유석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통신원이선정됐다. 2부에서는이형주23기통신원(조경하다열음)의사회로▲아라리소개및활동내용공유▲이성민21기통신원(텍사스A&M대학교교수)축사▲30기선배통신원경험공유및멘토링등선배통신원들과함께하는‘커리어데이’행사가진행됐다. 이성민21기통신원은축사영상을통해“20년전똑같은마음으로조경에대한기대와설렘,관심을가지고시작했다.통신원활동이선후배간소통창구역할을하는만큼많이듣고이야기했으면좋겠다.졸업후어떤진로를선택하든지간에제일중요한건‘소통’인것같다.앞으로다양한활동을통해마음껏즐기길바란다”고말했다. ‘커리어데이’는조경분야는물론사회각계계층에서활약하고있는선배통신원이후배통신원에게취업관련지식과경험을전해주는프로그램이다. 이번간담회에서는계획·설계·행정·특별등네분야로나눠▲계획분야에서락원30기통신원(어반플레이선임PD)이,▲설계분야에이향지30기통신원(얼라이브어스실장)이,▲행정분야에한지연30기통신원(서울시푸른도시여가국주무관)등이멘토로참가했다. 한편신임통신원의임기는이달1일부터내년3월31일까지1년간이며,앞으로조경매체중유일한네이버제휴매체인e-환경과조경을통해대학소식과지역정보를전달할예정이다.
[정영선 전시②-전시관] 국립현대미술관 가득 메운 조경가적 삶과 작품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는오는9월22일까지약6개월에걸쳐“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를주제로한국1세대조경가정영선의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를개최한다. 이전시는그가태어난1941년부터의삶의여정을되짚어보고1970년대대학원생시절부터지금까지반세기동안진행된60여개의크고작은프로젝트에대한조경작품아카이브로마련됐다.대부분최초로공개되는파스텔,연필,수채화그림,청사진,설계도면,모형,사진,영상등각종기록자료500여점을통해조경가로서의삶의궤적을깊이있게들여다볼수있다. 또한주제별로대표작을엄선해선보임으로써도시공간속자연적환경이설계된맥락과고민,예술적노력을드러내고,이러한사유와철학을조경건축의직능을넘어자연과더불 어사는삶을추구하는우리모두의이야기로환원하고자한다. 전시제목‘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는정영선이좋아하는신경림의시에서착안했다.정영선에게조경은미생물부터우주까지생동하는모든것을재료로삼는종합과학예술이다.삼천리금수강산의아름다운경관을있는그대로그리고자했던겸재정선의진경산수화처럼,정영선은50여년의조경인생동안우리땅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고고유자생종의생물다양성을보전하기위한노력을해왔다.전시는정영선의작품세계를국가주도의공공프로젝트와민간기업이의뢰한정원과리조트,역사쓰기의방법론으로서기념비적조경과식물을연구하고보존하는수목원과식물원등작업의주제와성격에따라재구성했다.연대기적서사를지양한이러한접근방식은경제부흥과민주화과정이동시적으로발현된한국현대사의특징과도맥을같이한다.동시에수많은유형의작업들이공통적으로정영선이강조하는“지사(地史)적맥락”에기반을두고있음을나타내기도한다. 7개묶음전시,조경직능넘어서는삶의울림 전시는크게7개의‘묶음’으로나뉜다.정영선의조경이그러하듯경계가느슨한최소한의구획을통해관람객이서있는자리에서각프로젝트의맥락을스스로찾아갈수있도록했다.마치자연주의정원속을거닐듯서로배타적이지않은주제들의우연한마주함과포개어짐을의도했다. 첫번째묶음‘패러다임의전환,지속가능한역사쓰기’에서는‘장소만들기’의현장이된조경의사례를살펴본다.한국최초의근대공원인<탑골공원>개선사업(2002)과‘비움의미’를강조한<광화문광장>재정비(2009),일제강점기철길중유일하게조선인의자체자본으로건설된경춘선을공원화한<경춘선숲길>(2015~2017)등수직에서수평으로,채움에서비움으로인식을전환하고공간의정체성을형성하는주요한방법론으로서조경의역할이드러난프로젝트를확인할수있다. 두번째묶음‘세계화시대,한국의도시경관’은주요국제행사개최와더불어한국을찾는세계인에게선진화된도시경관의인상을주기위해동원된사업을다룬다.<아시아선수촌아파트및아시아공원>(1986),<올림픽선수촌아파트>(1988),<대전엑스포>(1993)등한국의경제,문화,기술적도약의기회였던대형국가주도프로젝트들을통해조경가가어떻게발전된도시모습의비전을제시함과동시에인공적인개발사업에땅의논리를연결했는지살펴볼수있다. 세번째묶음‘자연과예술,그리고여가생활’은경제성장이동반한생활양식의변화로수요가생긴가족단위여가활동의장소들을소개한다.정영선은예술,교육,체육,관광등각문화기관과레저시설의기능과목적에충실하면서도우리고유의지형과땅의맥락을살리는데많은노력을기울였다.종합문화예술단지<예술의전당>(1988)의조경구상도와모형사진,스포츠중심의휴양리조트<휘닉스파크>(1995)의식재계획도와피칭자료등이공개되며이는1980~90년대당시디자이너의소통방식을엿보게한다.또한현재진행중인프로젝트로인문학레지던시<두내원>(2025예정)도소개되는데,마르틴하이데거의『숲길』에서영감을받은산책로의개념스케치가공개된다. 네번째묶음‘정원의재발견’은선조로부터향유되어온우리고유의식재와경관,공간구성방식을적극적으로도입한정원을들여다본다.전통정원요소를자유롭게구사할수있는무대가된호암미술관의<희원>(1997)으로시작해경기도와중국광저우사이의교류정원으로조성된광동성월수공원의<해동경기원>(2005),바다가보이는언덕의개인정원<포항별서정원>(2008)등땅의생김새와성격에부합하면서‘깊은주름’의지형을만들어점진적으로경관을볼수있게만드는“전통정원의내적원리를재현”한사례를만날수있다. 다섯번째묶음‘조경과건축의대화’는건축과의유기적인협업을통해탄생한조경작업을살펴본다.제주오설록(2011,2023)의<티뮤지엄>,<티테라스>,<티스톤>,<이니스프리>건축물사이조성한제주특유의지형을살린개인주택인<모헌>(2011)의중정정원에담긴깊은숲의풍경,남해<사우스케이프>(2013)의건물사이바다를향한시야를가로막던돌언덕을마치원래그러했던것같은형태로깎아연출한방식등땅의조건을읽고이를중심으로경관이조성되는과정속에서조경가와건축가의내밀한상생작용을확인할수있다. 여섯번째묶음‘하천풍경과생태의회복’은강이흐르는곳에자연적으로발생한습지를보호하고도심속물의중요성을환기시키는작업을다룬다.정영선은<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2007),<선유도공원>(2001),<파주출판단지>(2012,2014)등콘크리트로뒤덮인도시기반시설에수공간을삽입했다.습지를복원하고하천환경을개선해인간을포함한다양한생명체들의보금자리를제공하기위한그의노력이소개된다. 일곱번째묶음‘식물,삶의토양’은다양한식생을수집하고연구하며교육하는수목원과식물원,자연의치유적속성이강조된명상과사색의장소들을조명한다.식물을가까이하는삶을통해자연과조화롭게사는방식을배울수있는곳들이다.광릉수목원으로불리던한국최초의<국립수목원>(1987)의설계청사진과남해의독특한기후대의식생을담은<완도식물원>(1991)의조감도,미국뉴욕주북부의허드슨강상류에자리한원불교명상원인<원다르마센터>(2011)를구상한수채그림,대지와식생현황도등이공개된다. ‘신작정원공개’기대…연계학술행사‘정영선읽기’ 서울관의야외종친부마당과전시마당에는이번전시를위한새로운정원이조성된다.석산인인왕산의아름다움을미술관내·외부에재현하고계절감을더하는한국고유의자생식물을식재하여관람객에게휴식처를제공함과동시에조경가의작품을오감으로체험할수있는기회가될것이다.또한실내전시에소개되는500여점의조경디자인기록자료의다차원적인연출을위해조경의‘시간성’에주목한정다운감독의영상과사진작가정지현,양해남,김용관,신경섭등의경관사진도함께소개된다. 또한전시기간에는다양한행사들이함께열린다.▲정영선의대표작<선유도공원>(2002)의봄,여름,가을,겨울을기록한영상‘선유도의사계’가이달10일부터28일까지상영되며▲5월17일에는14시영화감독정다운의조경가정영선에대한다큐멘터리‘땅에쓰는시’상영및감독과의대화시간이마련된다.▲7월3일에는‘정영선이만든땅을읽다’를주제로학술행사도개최된다.이날행사는‘조경가정영선을읽다’,‘정영선의작업을읽다’,‘정영선과의대화’로구성되며,조경진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교수,배정한서울대학교교수,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교수,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건축학과교수와박승진디자인스튜디오loci소장,전은정조경포레소장,이호영HLD소장,조용준CA소장,백규리현대엔지니어링조경건축매니저등이참여할예정이다. 한편,이번전시에는배우한예리가오디오가이드에목소리를재능기부했다.차분하면서도울림있는목소리의한예리는작품에담긴의미를부드럽게전달했다.녹음을마친후“반세기에걸친작가의대표작이우리모두의일상속에서아름답게숨쉬고있어놀랐다”며전시에대한기대감을나타냈다. 김성희국립현대미술관장은“이번전시는한국을대표하는조경가정영선이평생일군작품세계중엄선한60여개의작업과서울관에특화된2개의신작정원을선보이는특별한전시”라며,“그의조경작품에서나타나는‘꾸미지않은듯한꾸밈’이있기까지의각고의분투와설득,구현과정의이야기를통해정영선의조경철학을깊이있게만나는계기가될것”이라고밝혔다.
[정영선 전시①-개막식] “땅을 돌보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것은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것”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1세대조경가정영선의삶과작품이종로구소격동에위치한‘국립현대미술관서울’을가득메웠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은4일“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전시의개막식을개최했다. 이날행사에서김성희국립현대미술관장은“이번전시가살아있는재료를삼아서평생생물을디자인해온존경받는조경가의예술을감상할수있는기회가될것으로기대한다”며,엄청난국토개발시기속에서도“정영선선생님의조경작업은일찍이자연그대로의모습을놔두자는아주독특한철학이녹아있다”고말했다.“한국현대사의중요한지점에서작가의손길이어떻게담겨져있고또어떤방식으로표현돼있는지방대한양의그림과설계도,사진,영상,모형등다양한매체를통해작품을이해하는데큰도움이될것으로믿는다”며,아울러“전시장을한번방문해서는선생님의작업세계를충분히보시지못할것같다”며“여러차례방문해달라”고부탁했다. 현대사중요한건축조경들,선생님작업이었다니“놀랍다” 전병극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은축사에서“전시회개막행사에외부인들이이렇게많이온경우는제기억으로는없는것같다”며전시를둘러보니“현대사를지나며중요한랜드마크적인건축물들이많았는데,그건축물의관심받는조경들이선생님의작품이었구나라는생각에놀라웠다”며본받아야할분이라고칭송했다.“인문학적인성찰을기반으로담백하면서도아름다운우리의삶과우리들의정체성을살리고역사적공간을현대적으로재구성해낸상상력이집약된전시”라며“우리삶을쾌적하게해주는공간이면에조경설계자의세심한노력이있었다는것을오늘새삼스럽게깨닫게됐다”고말했다. 이날개막식에는오휘영한양대학교도시대학원명예교수의축사도전달됐다.축사는최자호라펜트이사가대독했다. 오휘영교수는축사를통해,불과반세기전에정영선조경가가언론사기자에서조경분야로뛰어들었던당시에는우리나라가조경의불모지였다며,처음에는“대학에서연구와후학양성에몰두하더니어느새조경설계회사를차려굵직한프로젝트들을거침없이수행해왔다.도전을거듭하는자세는작품에도그대로담겨져늘새로운발상으로시대의정신을잘보여주고있다”고도전정신을치하하며“정영선조경가의발자취는하나하나나이테가되어한국조경의깊이를더하고있다.그의손길이깃든공간들은이땅에많은이들에게편안함과새로운힘을줄것이다”라고찬사를보냈다. “땅을돌보는방법을잊어버리는것은스스로를잃어버리는것” 이어진작가인사말에서정영선조경가는오휘영교수의축사에“은사님의노고는멋진열매가되고싹이되어서조국강산이나날이좋아질것”이라고화답했다. 정영선조경가는“원래우리나라는아득한백제시대때부터정원을소중히여겼고,심지어일본에정원을만들어주기위해전문가가나가기도했다”며일제강점기,6.25등나라가심한고통에시달리다가국가를새롭게세우는과정에서‘조경’이새로운학문으로도입돼당시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을통해지도자들이양성되고수많은일을직접하게됐다고지난조경의역사를회고했다.덧붙여“땅을돌보는방법을잊어버리는것은스스로를잃어버리는것과같다”는간디의말로인사를마쳤다. 이번전시는한국1세대조경가정영선의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로,4월5일부터오는9월22일까지이어진다.
‘공간·사람·자연 연결사’ 정영선 조경가의 궤적을 담다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공간과사람그리고자연을연결하는조경을바탕으로한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담은다큐멘터리영화가개봉을앞두고있다. ‘영화사진진’은지난2일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오는17일개봉예정인영화‘땅에쓰는시’시사회및기자간담회를개최했다. ‘땅에쓰는시’는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서울아산병원등모두를위한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한국1호국토개발기술사(조경)획득한최초의여성기술사다.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세계조경가협회(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으며,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가협회(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세계적으로인정을받았다. 한국에서조경에대한사회적위상이낮았던시기에,아시아선수아파트단지(1984),예술의전당(1984),올림픽선수아파트단지(1985),희원정원,호암미술관(1997-1998),인천국제공항(1999),서울올림픽미술관과조각공원(1999),청계천복원(2002-2005),광화문광장(2007),경춘선재생공원(2014),서울식물원(2014)과같은주요프로젝트를통해조경의중요성과가치를알리는역할을했다. 영화는모든생명이싹트는봄과생동하는녹음으로가득찬여름,무르익은색채너머휴식을기다리는가을그리고모든아름다움을준비하는겨울까지‘사계절’을중심테마로구성해다채롭고도풍성한볼거리를전한다.5년간야생화가만개한정영선조경가의양평집앞마당부터남녀노소모두가즐기는대규모공원과신비로움을간직한개인정원등다양한장소를누비며각계절이지닌고유한경치를온전히담아냈다. 언제나사람과자연의관점에서치열하게고민해온‘땅의연결사’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따라가며,관객들에게일상의위로를건네는공원의아름다움은물론,‘조화’를잃지않는삶의태도로써공원의의미에대해생각하게만든다. 특히미나리아재비,개쑥부쟁이등우리국토의매력을즐길수있는각양각색의야생화와제주를비롯한전국의금수강산을포착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빚어낸정영선조경가가그려온자연스럽고도감각적인풍경들을담아냈다.땅이간직한고유의맥락을읽어시를그리듯공간에생명력을불어넣는1세대조경가의진심어린철학을전하며새로운배움으로관객들에게다가간다. 이영화는국내작품으로는최초로제20회EBS국제다큐영화제개막작으로선정됐으며,남도영화제시즌1순천개막작선정및제49회서울독립영화제장편쇼케이스부문에공식초청되는등작품성을인정받았다. 이날기자간담회에는정영선조경가,기린그림의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참석해영화에담긴메시지와영화가만들어지기까지의자세한뒷이야기를들려줬다. 정다운감독은간담회에서“건축과도시를자연과의관계성안에서탐구하는과정을거치며그사이를연결하는‘조경’의중요성을자연스레인지하게됐다.선유도공원,양재천,예술의전당등내인생속의수많은중요한공간들이정영선조경가의손길에의해만들어졌다는사실은운명과도같았다.오랫동안품고있던질문인자연복원과치유에대한희망을풀어나가고자결심한후자연과공간의관계성안에서가장중요한역할을하는조경가의이야기를전하고싶었다”며영화제작의도에대해말했다. 정영선조경가는“1세대조경가라는자격은나혼자잘해서가아닌내주변모든사람들의도움이있어가능했다.그감사함에보답하려다보니지금의내가있는것같다”며“정원을만드는것은단순히꽃을심고나무를기르는것이아닌치유와회복의장이자자연을보살피고서로소통하는장으로만드는것이다.우리가간직하고있는기존의것을더욱아름답게번영시켜자손에게물려주는것이조경가의역할”이라고강조했다. 한편기린그림은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2012년에함께설립한건축전문영화영상제작사다.정감독은케임브리지대학에서‘건축과영상’을공부했고,김피디는골드스미스대학에서영화연출을공부했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교수, 차기 한국조경학회장 당선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조경학회제27대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가당선됐다. 한국조경학회는지난29일청주대학교비즈니스대학B동에서‘2024년정기총회및춘계학술대회’를개최하고,제27대회장단선거를진행했다. 차기임원선거는투표를통해진행됐으며선거결과▲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수석부회장에안승홍한경국립대학교교수가당선됐다. 배정한차기회장은“당선된만큼책임감을갖고발표한공약을실천하기위해최선을다하겠다”며“회원개개인의다양한목소리에성실히귀기울이고학회를넘어업계,시민사회,언론,정부·자자체,관련분야등다양한주체와연대하겠다.여러분의많은도움과협조,애정어린질책을많이부탁드린다”는당선소감을밝혔다. 안승홍차기수석부회장은“그동안의경험을바탕으로회원교류증진,학술기능강화,조경교육방향정립,관련학회협력등신임회장님잘도와서회원들의권익신장에노력하겠다.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이날정기총회는▲2023년도사업및결산보고▲2024년도사업계획및예산심의▲제27대회장및수석부회장등차기회장단선거▲오웅성홍익대학교건축공학부교수의‘월드스킬&조경가드닝:국력,국격,직업의길’특별강연이진행됐다. 김태경한국조경학회장인사말을통해“청주대학교조경학과창립50주년을기념하는날정기총회및학술대회를개최하게돼뜻깊다.얼마전까지만해도코로나팬데믹속에서벗어나기만기다렸는데,이제는인구절벽을마주하고있다.조경을가르치고,후학을양성하는입장에서가만히있을수는없다.학회를통해보다양질의교육그리고시대에특화된교육을준비하겠다”고약속했다. 홍상표청주대학교공과대학장은축사에서“이번행사를청주대학교에서개최하게돼기쁘게생각한다.우리가살고있는현재는전례없는기후위기와환경문제에직면해있다.해수면상승이상기후,대기오염등이러한문제들에대한해결책을모색하는과정에서조경의역할이어느때보다도중요해졌다”며“도시와자연의조화,지속가능한환경조성을위한혁신적인해결책을찾는것이바로조경분야의과제라고생각된다”고말했다. 조경학회는이날▲서주환경희대학교교수▲이민우공주대학교교수▲이경진공주대학교교수▲박재철우석대학교교수▲조동범전남대학교교수▲변무섭전북대학교교수에게정년퇴임공로상을수여했다. 우수논문상은▲하지아본시구도기업부설연구소장·박재민청주대학교교수의‘탄소저감설계지원을위한수목탄소계산기개발및적용’▲곽윤신가천대학교교수의‘융합도시모델링을통한그린인프라수요예측및지오디자인적용’이수상했다. 우수저술상은▲배정한서울대학교교수의‘공원의위로’▲김순기순천대학교교수·김한배서울시립대학교교수·이상우건국대학교교수·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교수·임의제경상국립대학교교수·최정민순천대학교교수의‘조경개념사전’이받았고,우수번역상은▲황주영서울대학교환경계획연구소박사의‘조경’이선정됐다. 우수졸업생은▲김지연강원대학교▲최수민경북대학교▲민세린경희대학교▲김은주계명대학교▲김유겸고려대학교▲임은혜동국대학교▲권미리동아대학교▲이민서배재대학교▲김소담강릉원주대학교▲이주혁건국대학교▲김하림경남정보대학교▲곽동현경상국립대학교▲이지선공주대학교▲윤영두나주대학교▲김소영단국대학교▲김정재대구가톨릭대학교▲황희진대구대학교▲장지웅상명대학교▲백주희서울여자대학교▲정유진영남대학교▲김태영우석대학교▲송해림전북대학교▲양영백청주대학교▲김지수한국전통문화대학교▲김혜리목포대학교▲이종현서울대학교▲윤예진서울시립대학교▲황서현성균관대학교▲임선영순천대학교▲홍규빈신구대학교▲이현주원광대학교▲김혜교전남대학교▲서현진한경국립대학교▲한승희호남대학교등34명이수상했다. 춘계학술대회는4개분과로▲1분과조경설계·조경이론·조경사▲2분과조경계획·조경시공·조경관리▲3분과경관계획·도시결계▲4분과조경수목·생태계관리순으로진행됐다.
[인사] 이상훈 조경가,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부임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이상훈필드오퍼레이션씨니어어쏘시에이트(FieldOperationsSeniorAssociateDesigner)디자이너가3월부로전남대학교조경학과교수로부임했다. 이상훈교수는서울대학교조경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조경학석사학위를받고,미국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조경디자인석사학위를취득했다.이후미국의필드오퍼레이션에서10년이상재직하면서시애틀센트럴워터프론트,마이애미언더라인,프린스턴대학교캠퍼스조경설계등의프로젝트를주도했다. 이상훈교수는그동안의경험을토대로전남대학교에서조경설계분야과목을담당할예정이며,도시재생,리질리언스조경설계등에대한실천적대안을제시하고자한다. 이상훈교수는“전남대학교조경학과에합류하게돼영광이다”라며“급변하는현대사회에서조경설계의가치와역할에대해고민하고,학생이실천적창의성을가진인재로성장할수있도록노력하겠다”고포부를밝혔다.
조수다, “전국 조경인 청도에 모이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조경계최대오픈카카오톡방모임인‘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이하조수다)’이지난23일경북도청도에위치한대영수림원장에서조경인들을위한‘무료전지교육’을실시했다. 조수다의전지교육은조경전지및방제에대해교육을받고싶어하는조경인들을대상으로지난2022년부터매년정기적으로실시되고있다. 이날교육은오전11시부터전국각지에서몰려든70여명의조경인들이참여한가운데▲서광민아름두리조경팀장의‘전지교육’▲조봉균일송농원팀장의‘방제교육’▲유성훈유한조경개발부장의‘입찰노하우’▲대영수림원송동근방장의‘조경인의삶’에대한이야기등다양한주제로진행됐다. 교육에앞서참가자들은자기소개와조경인으로서앞으로의포부에대해서발표하는시간을가졌으며,이어전지교육을맡은서광민팀장이인사말을통해“전국을매년순회하며조경계에서활동하는많은분들과대화를나누고,특히지방권의조경학전공자,취준생,취업취약계층들과소통하기위해이번행사를준비했다”고말했다. 조수다운영진은“청도가접근이쉬운곳이아닌데비행기까지타고온조경취준생,인천에서관리를배우기위해내려오신실무자등전국먼곳에서다양한조경인들이찾아와주셨다”며,이번교육에대해“실무에서는배울수없는내용들이많았고,훌륭한선배들을한자리에서만나볼수있는멋진자리”라고말해줘서보람있었다는뜻을전했다. 또한성공적인행사가되도록찬조해준회원들게도감사의말을빼놓지않았다.송동근방장이교육장소인대영수림원장을제공하고,엄영민이룸건설대표가볼펜을선물했으며,청도한샘조경에서지역먹거리인곶감을제공했다.그외문경삼성종합건설,동산식물원김영민대표,리컴퍼니이철용대표,계림조경자재,천병훈대표,대림원예종묘문현수전무등많은회원들이식사및운영경비에도움을주었다.더불어사전답사를통해70대주차에문제가없도록진행해준유한조경개발과이룸건설에도감사의말을전했다. ‘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은지난2021년5월15일개설된이래입소문으로인기가급상승한모임이다.현재는카톡방최대인원인1500명을모두채우고대기방까지운영하고있을정도로여전히인기를과시하고있다. 송동근조수다방장은앞으로좀더체계적인교육이이뤄질수있도록올해교육일정을미리공개했다. 이에따르면▲4월28일에는시흥농원에서‘수도경기지역전지교육’이▲5월26일에는나린조경에서‘조경사업준비및취업생을위한충청권교육’이▲7월5~7일2박일정으로문경캠핑장모임▲9월28일대규모서울정모▲11월2일일송농원에서호남정모▲12월7일연탄봉사등이진행된다. 송동근방장은“조수다의힘을모아젊은조경인들이사회로나와서겪는현실적인어려움을해결하고조경실무에잘적응할수있도록도움을줄것”이라며“교육행사를준비하는데운영진이힘든점이많았는데,이번에교육시행일을미리공지했으니원활한행사가되도록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한편‘조경을좋하는사람들의수다방’에참여하고싶은사람은카카오톡오픈톡방에서‘조경’검색어를통해찾을수있으며,회원수초과로가입이힘든경우가입대기하면추후참여코드를보내주고있다.
  • 환경과조경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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