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수‧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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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광릉숲에서 국내 미기록 선태식물 2종이 새롭게 확인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광릉숲 선태식물에 대한 집중 조사를 통해 국내 미기록 2종, 광릉숲 미기록 52종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수도권에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숲은 우리나라에서 단위 면적당 생물 종 수가 가장 많은 생물다양성 보고로 알려져 있다. 선태식물의 경우 광릉숲에 132종이 생육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5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광릉숲 선태식물 집중 조사에서는 국내에서 분포가 확인되지 않은 표주박이끼과(Funariaceae)의 Physocomitrium pyriforme (Hedwig) Hampe(국명 없음)와 깃털이끼과(Thuidiaceae)의 Anomodon sp.(국명없음)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선태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1만6000종에서 2만 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으며 국내에는 90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선태식물 종 수는 관속식물에 비해 적지만 극한 환경인 사막, 극지방을 포함해 전 지구의 다양한 생태계에서 지표면을 점유해 생물종다양성을 안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국내 미기록 선태식물 중 Anomodon sp.(깃털이끼과)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 한 번도 알려지지 않은 신종으로 추정돼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광릉숲에서 생육이 확인되지 않았던 선태식물 52종이 처음으로 확인돼, 기존의 조사 목록과 함께 광릉숲에 생육하는 선태식물은 모두 183종으로 정리됏다. 이봉우 광릉숲보전센터장은 “이번 선태식물 연구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광릉숲의 생물다양성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중요한 결과로 앞으로 신종 확인 등 광릉숲 선태식물 다양성에 관한 연구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분석해 향후 학계에 보고할 예정이다.
- 신유정[email protected]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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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문화재청이 자연유산의 보존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국가유산수리기능·기술자와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2023년 국가유산 식물보호분야 전문교육’을 개최한다. 문화재청은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대전 서구에 위치한 KT인재개발원에서 ‘2023년 국가유산수리 식물보호분야 전문교육’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교육은 기존에 문화재청이 운영해오던 천연기념물 식물 아카데미 교육을 전문교육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해피해와 생육불량 등 몸살을 앓고 있는 천연기념물 식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생육관련 이론과 첨단보존관리기술 교육으로 구성해 식물보호분야의 국가유산수리기능·기술자와 지자체 담당자들에게 실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로 꾸며져 있다. 첫날인 30일에는 ▲황권순 전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장의 ‘자연유산의 이해’ ▲최명석 경상대학교 교수의 ‘수목생리학’▲박상길 가천대학교 연구원의 ‘토양학’ ▲정규종 신구대학교 교수의 ‘수목관리학’▲한명희 국가유산수리기술자의 ‘천연기념물 식물 보존·관리 현장 실습’ 등의 강의를 통해 식물보호분야의 기초 이론을 익히고, 실습을 통해 적용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둘째 날인 31일에는 ▲김철응 국가유산수리기술자의 ‘식물보호 실무 Ⅰ(상처치료 등)’ ▲이용규 국가유산수리기술자의 ‘식물보호 실무 Ⅱ(안전대책 등)’ ▲이유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사업이사의 ‘기후변화 대비 비생물적 피해론’ ▲권건형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연구원의 ‘수목병해충 방제’ 등의 강의를 통해 식물보존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실무 지식을 쌓고, 최근 화두가 된 기후변화로부터 식물을 보호할 수 있는 대응 방향을 함께 논의해본다. 한편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제5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에 따라 국가유산수리기술자는 5년간 64시간 이상 전문교육을 의무적으로 수료해야 하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총 13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자연유산 분야의 정책을 식물보호분야 전문교육에 적극 반영해, 천연기념물(식물)의 보존·관리 기술개발과 상시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하여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부터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신유정[email protected]
-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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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현 기자] 올바른 가로수 관리를 배우고 숙의토론을 통해 강전지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민공론장이 열린다. 광명시가 내달 11일 하안도서관 강당에서 ‘올바른 가로수 관리 방안 시민공론장’을 개최한다. 강전지란 나무를 가지치기 할 때 가지를 많이 잘라내는 일을 뜻한다. 최근 과도한 가지치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닭발가로수’가 강전지로 관리된 대표 사례에 속한다. 이날 공론장에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가로수 강전지의 문제점 알아보고 관리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시민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 이현[email protected]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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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나라가 고향 동아시아 온대지방인 중국 중북부, 일본, 한국 중부 아래쪽의 특산 과실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재배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감의 주산지로 영호남의 내륙지방으로 나와 있다. 낙엽 교목으로 높이는 10m 내외이고 줄기의 겉껍질은 비늘 모양으로 갈라진다. 열매는 10월에 주황색으로 익는다. 연평균 기온이 15℃ 정도이고 10월의 평균기온이 22℃ 나타내는 곳이 생육에 적당하다. 과수농사를 위한 감나무 과수원도 있지만 집 근처나 밭두렁·산기슭 등에 심어 놓은 경우도 많다. 감나무는 의외로 재배 조건이 까다롭다. 추위에 얼어 죽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추운 지방에서는 품종과 식재 위치를 따져본 후 심어야 한다. 추위에 약한 감나무를 수도권에 심을 때는 겨울 찬바람을 피하고 햇볕이 잘 드는 장소에 심어야 한다. 감나무에 새순이 나올 때면 이미 봄꽃이 활짝 피어 있다. 겨울을 이겨내고 6월 초가 되어야 새로 돋은 가지에 감 꽃이 피어 꿀을 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준다. 단감보다 떫은 감이 추위에 더 강한 편이다. 단감은 북위 35도 이남에서 잘 자라고, 떫은 감도 북위 37도를 넘으면 저온 피해 위험이 높아진다. 감나무속(Diospyros) 나무들은 대부분 아열대성 나무인데 감나무가 특이하게 온대에 적응한 것이다. 열대지방에도 감나무속 나무가 살고 있으나 감이 달리지 않는다. 감나무속인 고욤나무(Diospyros lotus)는 감나무에 비해 추위에 강하고 씨앗으로 묘목을 키우며 성장이 매우 빠르다. 이러한 장점을 이용하여 감나무를 접붙일 때 대목(접을 붙이는 나무)으로 사용한다. 감나무 씨앗으로 생산한 묘목을 키우다가 감이 달리면 고욤처럼 열매가 작아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감나무는 접붙이기로 번식시킨다. 감나무 묘목은 얕게 심어야 활착이 잘 되므로, 지주를 세워 묘목이 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배수가 쉽게 되는 고랑과 둑을 만들어 심는 것이 좋다. 남부지방은 가을에 심어도 되지만 중부 이북지방은 동해를 입는 경우가 있으므로 봄에 심는 것이 좋다. 성장이 빨라 식재 후 5년이 지나면 감을 수확할 수 있다. 15년 이후부터 수확량이 크게 늘어난다. 감나무는 한 해씩 걸러 열매가 많이 맺거나 적게 달리는 ‘해거리’를 한다. 옛사람들은 해거리를 방지하기 위하여 감나무 줄기에 상처를 만들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아무래도 조경수보다는 과일인 감을 생산하기 위한 과수로 많이 심는다. 떫은 감은 한반도에 자생하는 품종이 많고. 단감 종류는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단감은 바로 먹어도 떫지 않으며 깨무는 맛이 있다. 일본 단감이 1968년경에 도입되어 남부지방 감 과수원에 널리 보급되었다. 불완전 단감으로 극조생종으로 추석 전에 수확할 수 있는데 진영단감이 유명하다. 떫은 감은 남부지방 각 지역에서는 지역명을 내세운 감을 생산한다. 씨앗이 없는 ‘청도반시’가 유명하다. ‘대봉감’은 약간 길쭉하여 끝이 뾰족하게 생겼다. 일제 시대 때 대봉감 생산에 알맞은 토양을 조사하여 하동 악양이 가장 적당하다는 결과를 얻어 그곳에 대봉 품종을 심었다고 한다. 충분한 일조량으로 생산된 악양 대봉감은 감칠맛 나는 맛과 색깔, 모양이 아름다워 오래전부터 인기가 좋다고 한다. 단감과 떫은 감에 대한 오해는 떫은 감이 익으면 단감이 된다는 생각이다. 열매가 숙성하는 과정에서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라는 성분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단감 품종의 경우 본래의 탄닌 함량이 적기도 하지만 과실이 숙성함에 따라 탄닌이 산화되어 절대적인 양이 줄어들면서 떫은맛이 사라진다. 그에 반해 떫은 감은 탄닌 함량은 매우 높으나 과실이 숙성하면서 작은 탄닌 분자들이 고분자 형태로 변해버려서 우리 혀가 이러한 형태의 탄닌을 느끼지 못하여 떫은맛을 느낄 수 없게 된다. 덜 익은 땡감을 소금물에 담근 뒤 먹는 침감은 탄닌을 없애기 위한 옛사람들의 지혜를 볼 수 있다.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감나무의 용도는 과일 생산에서 끝나지 않는다. 목재가 단단하고 고른 재질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나무속에 검은 줄무늬가 들어간 먹감나무는 가구를 만드는 데 이용하었다. 서양에서는 골프채의 헤드부분을 감나무(퍼시몬)로 만들었다. 금속으로 재질이 바뀐 요즘에도 우드(wood)라고 부르는 유래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감나무 가지가 튼튼해 보이지만 사람이 밟고 올라가면 잘 부러진다. 감을 따다가 가지가 부러지면서 무방비 상태로 떨어져서 머리를 다치는 사람이 많았다. 감나무에서 떨어져서 머리를 다치고 나서 똑똑한 사람이 바보처럼 변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겨났다. 과거에는 높은 곳에 달린 감을 까치밥으로 남겨두었다고 하는데, 사실은 가지가 약해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따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제주도 특산물로 무명 천을 감즙으로 염색하는 ‘갈옷’이 있다. 감즙이 방부제 역할을 하여 땀 묻은 옷을 그냥 두어도 썩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통기성이 좋아 여름에는 시원할 뿐만 아니라, 밭일을 해도 물방울이나 오물이 쉽게 붙지 않고 곧 떨어지므로 위생적이다. 햇빛에 노출할수록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아토피 같은 난치병이 넘쳐나는 요즘에 갈옷은 천연염색으로 인체에 해가 없다고 하니, 앞으로 갈옷을 입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 민간 치료요법에서는 감이 설사를 멎게 하고 배탈을 낫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바로 감에 많이 있는 탄닌이 장의 점막을 수축시켜 설사를 멈춘다고 한다. 홍시나 곶감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양의 탄닌을 섭취하게 되어 소화를 할 수 없을뿐더러 변비에 걸리게 된다. 반대로 설사할 때 먹으면 좋다. 이러한 경험으로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라는 속담이 나온 것이다. 달다고 마구 먹다가 소화불량으로 고생한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선 감과 꽃게 종류를 함께 먹으면 설사를 일으킨다고 경고한다. 가을을 가을답게 감나무는 영랑의 시에 ‘오-매 단풍 들것네/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라는 귀절로 가을을 상징한다. 감나무 대부분은 감을 생산하기 위해 심지만, 가을에 감이 열리는 모습을 보려고 정원수로 심기도 한다. 시골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나무를 꼽으라면 감나무라는 대답이 많다. 농가가 자리한 곳에는 대부분 감나무 몇 그루가 마당 가에 서 있다. ‘감나무 밑에 누워서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라는 속담이나 ‘호랑이도 곶감이 무서워서 도망갔다는’ 전래동화처럼 일상생활 속 친근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가 주거 형태의 대세가 된 지금은 감나무 밑에 주차된 차량에 감이 떨어져서 관리소에 배상을 요구하며 다투는 경우가 생긴다. 저층 거주자는 감나무의 무성한 잎이 일조권을 방해한다고 벌목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감이 특산물인 상주와 영동에서는 감나무를 가로수로 심어서 멋진 가로경관을 만들었다. 가을철 감이 익어가는 무렵에는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영동의 감나무 가로수길은 164㎞ 구간에 2만 3000그루를 심어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되었다. 서울에서도 일부 도로에 가로수로 식재해서 가꾸고 있지만 각종 가공선 때문에 제 모습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30년 전 예술의전당 건립 시 소나무와 꽃 피는 관목 위주로 조경수가 선정되었다. 설계자의 파격적인 발상으로 감나무 11주를 콘서트홀 옆 광장에 심었다. 당시 공공건축물의 조경수로 감히 생각할 수 없었는데도 과감하게 식재하여 오늘날 가을철에 멋진 단풍과 감을 보여줘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아주 오래전 대구 지방에 한 건설회사가 아파트 분양에 나섰는데,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에 거부감이 많은 대구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놓은 방법으로 세대당 감나무 한 그루씩 준다는 방식으로 감나무 500여 주를 심어 홍보하였다. 그 결과 빠른 시간 내에 완판하여 화제를 부른 경우가 있었다. 감을 따서 내가 가질 수 있다는 작은 행복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감나무는 모과나무나 대추나무와 함께 정원에 유실수로 심는 나무이다. 수세가 그리 강하지 않아 정원의 다른 나무를 위압하지 않는 예의 바른 나무이다.
-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email protected]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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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현 기자]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하 한수정)은 오는 30일까지 ’2023 대한민국 반려식물 키트 품평회‘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품평회는 반려식물 문화를 확산하고 반려식물 키트 산업계를 지원하고자 마련됐다. 이를 위해 정원 전문가들로 평가단을 구성해 식물 및 교육 활용도, 소비자 만족도 등 평가를 거쳐 우수 반려식물 키트를 선정하게 된다. 참여기업에는 ▲최우수상(산림청장, 1점) ▲식물 활용성 우수상(한수정 이사장상, 2점) ▲교육 활용 우수상(국립세종수목원장상, 5점)으로 시상도 이뤄질 예정이다. 수상한 기업에 대해서는 국내외 정원박람회 참여 및 수목원 내 체험 교육 우선 기회가 제공된다. 그밖에 모든 참여 업체에도 산업전 전시·직거래 판매 부스 참여 기회가 주어진다. 한편, 이번 반려식물 키트 산업전에는 반려식물 키트 전시 및 판매, 키트 체험 프로그램 운영, 정원책방, 반려식물 포토존 등 다양한 반려식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행사가 함께 진행된다. 품평회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국립세종수목원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국립세종수목원 정원사업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류광수 한수정 이사장은 “대한민국 반려식물 키트 품평회를 통해 반려식물 활성화와 반려식물 재배 문화 정착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이현[email protected]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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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무 참나무는 특정 나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여러 나무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들에 핀 다양한 국화과 식물을 ‘들국화’로 부르는 것과 같다. ‘참’나무란 여러 가지로 쓰임새가 많아 진짜 나무라는 뜻이다. 참나무속 나무는 모두 도토리라고 불리는 견과를 생산하므로 ‘도토리나무’라고도 부른다. 전세계에 600여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낙엽활엽수 6종과 상록활엽수 4종이 있다. 대부분 키가 8m를 넘는 교목이나, 2m 이내인 관목도 있다. 꽃은 원시적인 형태로 양성화이며 4월에 핀다. 수꽃 이삭뭉치은 새로 난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밑으로 처지고, 암꽃 이삭은 보이지않을 정도로 작은데 잎겨드랑이 윗부분에 곧게 선다. 도토리라고 불리는 견과는 접시 같은 각두 안에 들어 있는데 나무별로 그 형태가 다르다. 구별하는 방법으로 가장 확실한 것은 잎과 열매의 모양, 잎자루의 길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참나무 6종을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떡갈나무와 신갈나무, 갈참나무와 졸참나무의 세 무리로 나누어 구분하기도 한다.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는 꽃이 핀 해에 도토리 열매가 성숙하게 되어 크기가 작은 편이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다음 해에 성숙해서 큰 편이다. 남부지방에서 살고 있는 상록활엽수는 가시나무 4종은 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졸가시나무 등이 있다.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 없지만 남부지방 특히 제주의 숲에 가면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토심이 깊은 비옥한 땅에서 왕성한 생육을 하며, 생장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다. 목재는 단단하고 강인하여 용도가 다양하고 열매는 식용으로 이용한다. 상록성인 잎은 조밀하고 나고 광택이 있으며, 원정형으로 자라 조경수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내조성이 강하여 해안의 정원이나 공원에 방풍림·방화수·생울타리용으로 식재한다. 난형난제 옛사람들도 참나무 구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는데 잎의 특성에 따라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그리고 갈참나무와 졸참나무로 대강 구별했다. 사는 장소별로는 인가와 가까운 낮은 산에는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가 많이 있고, 습기가 많은 계곡에 갈참나무와 졸참나무가 주로 산다. 산꼭대기 능선의 척박한 땅에 신갈나무가, 습도가 적당하며 통풍이 잘되는 고개마루에 같은 곳에는 떡갈나무가 분포했다. 오늘날 숲해설사 교육생들도 참나무 종류를 구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상수리나무(Quercus acutissima) 도토리를 으뜸으로 치는 것은 굵기도 하려니와 임진왜란때 선조에게 수라상으로 올라간 사연이 유명하고, 산기슭에서 살고 있어 도토리 채집이 쉬운 이유도 있다. 집단으로 서식하고 양지바른 산기슭에서 자라는 옆보다 위로 크게 자란다. 동그란 얼굴의 장난꾸러기 아이가 머리를 뽀글뽀글 파마한 느낌이 바로 상수리 도토리다. 성장이 빨라 나무를 심은 뒤 10년 정도면 목재로 이용할 수 있다. 비교적 수형이 좋은 편이라 최근 들어 조경수 수요가 늘어나서 재배하는 생산농가가 많아졌다. 다른 참나무들은 산림에서 직접 굴취하여 공사현장에 반입하는데 뿌리분이 부실하여 하자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굴참나무(Quercus variabilis) 껍질은 코르크 층이 발달하여 산골집 너와지붕 재료로 사용한다. 보통의 나무들은 껍질을 벗기면 죽는데 이 나무는 죽지 않는데, 10년 간격으로 코르크 층을 벗겨내면 밑에서 새로운 코르크 형성층이 재생된다. 8월 경 수피 만 벗겨야 하고 안쪽으로 상처를 내면 안된다. 오래 살아남은 굴참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3주가 있는데 강감찬 같은 역사적인 인물의 설화가 전해진다. 목재의 재질이 상수리나무보다 떨어져서 오래 살 수 있었다고 하니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속담에 어울리는 참나무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의 잎은 긴 타원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바늘 모양의 예리한 톱니가 있다. 이 두 잎은 바늘 모양의 톱니, 잎의 색과 길이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상수리나무는 바늘 모양 톱니가 희게 보이고 잎 표면은 연한 녹색이다. 굴참나무는 바늘 모양 톱니에 엽록체가 있으며, 잎 뒷면은 별 모양의 흰색 털이 빽빽이 나서 회백색으로 보인다. 상수리나무의 잎은 굴참나무에 비해 약간 길며, 상수리나무의 잎자루 길이는 굴참나무보다 짧다. 열매는 둘 다 둥근 모양이며, 열매는 싸고 있는 각두는 뒤로 젖혀진 줄 모양의 포로 덮여있다. 상수리나무의 열매는 각두에 1/2쯤 싸이며, 굴참나무의 열매는 각두에 2/3쯤 싸인다. 떡갈나무(Quercus dentata)는 여러 참나무 가운데 가장 큰 잎을 가지고 있고, 갈변한 잎은 가장 오랫동안 겨우내내 달려있다. 잎 표면에는 어려서 털이 있다가 자라면서 대부분 사라지고 가운데에만 남으며, 뒷면에는 끝까지 별처럼 생긴 털들이 달려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파도처럼 끝이 뭉툭한 톱니들이 있다. 동양 3국에서 이름에서처럼 떡을 찌거나 싸는데 쓰인다. 나무껍질에 타닌 함량이 많고, 술통을 만드는 재료로 유명하다. 신갈나무(Quercus mongolica)는 키가 낮은 편인데 이리저리 구부러지면서 성장한다. 척박한 능선에서 비바람과 건조한 환경과 싸우며 살아간다. 뿌리가 토양을 잡아줘 산사태를 방지한다. 봄에 새 잎은 가장 늦게 피어나는데 가을 단풍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실속있게 잎속에 남아있는 영양물질을 회수하여 겨울철을 대비한다. 찬바람에 겨울눈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뭇잎을 끝까지 떨어트리지 않고 겨우내 붙잡아 놓는다. 천이현상에 따라 우리나라 숲이 참나무로 변해가는 과정이지만 일정한 고도 이상 올라가면 신갈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남산 북쪽 사면도 신갈나무숲이다. ‘신갈나무 투쟁기’라는 스테디셀러 책으로 유명해졌다. 떡갈나무의 각두는 짙은 갈색을 띠는 긴 줄 모양의 포에 싸여 있는 반면, 신갈나무의 각두를 싸고 있는 포는 비늘조각 모양이다. 잎은 거꾸로 선 달걀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큰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떡갈나무나 신갈나무의 잎자루 길이는 짧아 잘 보이지 않는다. 갈참나무(Quercus aliena)는 잎의 생김새가 가장 균형 잡혀 있다고 평가받는다. 잎이 가을 늦게까지 달려있고 단풍색깔도 황갈색 이라서 ‘가을참나무’라고 부르던 것이 갈참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강변과 가까워 물이 풍부한 토양에 많이 산다. 낙엽은 안으로 오그라들어 동그랗게 되어 잘 굴러 다닌다. 종묘 뒷산에 대규모 군락이 있다. 졸참나무(Quercus serrata)는 적황색이나 적갈색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생명력이 강하고 뿌리발달이 좋아 산사태 방지에 도움을 준다. 도토리 묵 맛이 제일 좋다. 참나무중에서 잎이 가장 작아서 졸참나무라고 하고 도토리도 가장 작은데 타원에 가깝다 갈참나무 잎은 거꾸로 선 달걀 모양이며, 졸참나무의 잎은 긴 타원 모양이다. 갈참나무 잎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으로 떡갈나무나 신갈나무의 잎과 모양이 비슷한데, 잎자루가 잘 보이지 않는 두 잎에 비해 갈참나무의 잎자루 길이는 2cm 내외로 확연히 보인다. 졸참나무 잎은 가장자리에 갈고리 같은 톱니가 있으며, 잎 크기는 참나무 6종 중 가장 작다. 갈참나무 도토리는 달걀 모양이며, 졸참나무는 긴 타원 모양이다. 두 나무의 열매 모두 열매를 싸고 있는 각두가 비늘 조각 모양의 포로 덮여 있다. 갈참나무의 열매는 각두에 1/2쯤 싸이고 졸참나무의 열매는 각두에 1/3쯤 싸여있다. 우리나라 산림 대부분은 일부 조림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참나무류로 채워져 있다. 넘쳐나는 참나무류는 산림 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다양한 잡종을 만들어 냈다. 졸갈참나무, 떡신갈나무, 떡신졸참나무 등이 생겨나 식물분류학자들의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평북 달천강 강변마을에서 태어난 소월이 지은 ‘엄마야 누나야’ 시에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라는 구절이 있다. ‘갈잎’이 갈대 잎, 갈참나무 잎 또는 떡갈나무 잎이냐를 가지고 여러 사람들이 즐거운 논쟁을 하고 있다. 강변에서 떡갈나무나 갈참나무가 살고 있는지 시인의 고향에 가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 참나무는 끈기있게 기다릴 줄 안다. 우리나라 산림은 소나무숲에서 참나무숲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늦게 자라는 참나무림이 빨리 자라는 결국 송림을 뒤덮어 버린다. 마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이치와 같다. 숲은 나무의 종류가 고정되지 않고 기후, 지질학적 힘 등 외부적 요인과 군집 내 생물의 활동 등 내부적 요인에 의해 끊임없이 변해가는데 이러한 과정을 천이라고 한다. 자라는데 햇빛이 필요한 양수인 소나무는 천이의 초기 수종이다. 참나무는 음수로 다른 나무 그늘 아래에서 견디어 내다가 어느 순간 소나무숲을 덮어버리며 숲의 지붕이 된다. 소나무는 그늘 속에서 점점 세력이 줄어든다. 8월말 산길을 걷다 보면 참나무 잎과 도토리가 달린 가지가 가위로 잘려서 산길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은 ‘도토리거위벌레’가 한 짓이다. 도토리거위벌레의 성충이 연한 참나무 가지를 잘라 땅에 떨어뜨린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도토리를 양분으로 삼아 먹으며 자라고, 다 크면 땅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되어 봄을 기다린다. 얼핏보면 참나무에 해를 끼치는 듯 보이지만 적당한 개체수 조절을 위한 자연의 섭리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북한산에 많은 참나무가 ‘참나무시들음병’에 걸려 죽는 현상이 발생했다. 참나무 시들음병은 신갈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을 죽게하는 나무 전염병이다. 곰팡이 종류인 라펠리아균이 광릉긴나무좀이란 곤충을 매개로 전염병을 확산시킨다. 이 균을 가진 광릉긴나무좀이 참나무 줄기 속으로 들어가서 곰팡이가 나무의 도관을 막아 죽게 하는 것이다. 주로 신갈나무와 흉고직경이 30cm가 넘는 큰 참나무가 피해를 받았다. 지금은 선제적으로 방제하여 전염을 멈췄다. 기후변화 때문에 생긴 한반도 온난화로 인하여 전에 볼 수 없었던 나무 전염병이 나타난 것이다. 전래 설화에 참나무는 산 위에서 들을 내내 바라보고 섰다가 풍년이 들면 열매를 조금 맺고, 흉년이 들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실은 모내기할 때 비가 오면 모내기에 유리하지만 참나무 가루받이는 불리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나타날 수 있어서 쌀과 도토리 생산량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참나무는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황식물로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고 여러 나라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어머니 나무로 숭배받았다. 최근 국가를 상징하는 광화문광장에 참나무숲이 만들어졌다. 성질 급한 민족성에 맞춰 커다란 갈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으로 숲을 조성했다. 과연 도심광장의 건조하고 불량한 토양조건을 견뎌내 살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email protected]
-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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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라(桂)가 한반도에 이사왔다 계수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중국과 일본이 원산지인데 1920년대에 일본에서 들여와 경기도 광릉에 심었다. 지금도 모수(母樹)로 대접받으며 포천 국립수목원에 살고 있다. 속성수로 줄기는 곧고 잔가지가 부챗살처럼 뻗는다. 계수나무는 기후 조건과 관계없이 빠르게 자라서 큰 나무로 자란다. 줄기를 베어버려도 뿌리에서 싹이 새로 돋아날 정도로 맹아력이 뛰어나다. 줄기가 위로 성장하면서 갈라지는 곁가지가 잘 정돈된 나무 모양을 만들어 준다. 계수나무는 암수 딴그루로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어나는데 원시적인 풍매화 형태를 보인다. 충매화가 아니라서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꽃잎과 향기가 없어 모양이 단순하고 꿀을 만들지 않는다. 바람에 의해 가루받이를 하고, 꽃이 진 자리에는 바나나 모양의 작은 열매가 달린다. 열매 속에는 날개 달린 씨앗이 들어 있어, 영글면 바람을 타고 날아가서 착생하게 된다. 잎 모양이 하트 아이콘과 비슷하여 사랑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속명인 ‘Cercidiphyllum’은 ‘박태기나무(Cercis)’와 잎 모양이 매우 비슷하여 명명했는데, 박태기나무잎은 어긋나고, 계수나무의 잎은 마주 나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달에는 계수나무가 없다 윤극영의 동요 ‘반달’에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라는 노랫말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긴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꿈과 용기와 희망을 주는 동요를 부르게 하자’며 최초의 창작동요로 만들었다. ‘반달’ 가사로 계수나무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다 알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중국 설화에서는 달 왼쪽 어두운 부분이 토끼, 오른쪽 밝은 부분을 계수나무로 전해진다. 이러한 옥토끼 설화는 동양 3국에 퍼져 ‘반달’ 동요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반달’ 노랫말 속 계수나무가 어떤 나무냐는 논쟁이 자주 벌어진다.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일본에서 들여온 계수나무가 아닌 목서를 말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아름다운 꽃과 향기가 진한 목서를 계수(桂樹) 또는 ‘연항수’라고 부르며 계수를 많이 심은 곳을 계림(桂林)이라는 지명으로 지었다고 한다. 당연히 중국 설화에 등장하는 계수는 목서인 것이다. 1920년대에 들여올 당시 일본식 나무 이름이 가쓰라(桂)이므로 아무 생각없이 ‘계수나무’라고 이름 지었다. 이미 계수나무는 목서의 다른 이름으로 조선 시대 시나 그림에 등장했는데도 같은 이름을 붙여 준 것이다. 정리하자면 계수(桂樹)는 중국에서는 목서, 일본에서는 가쓰라로 서로 다른 나무를 말한다. 이와 같은 혼란은 같은 한자권인 동양 3국에서 한자의 뜻이 전혀 다른 경우라서 벌어진 것이다. 가끔 지중해 지역에 사는 월계수(Laurus nobilis)와 계수나무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어 계수나무로 월계관을 만드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월계수로 불리는 나무는 지중해 부근에서 자라는데, 꽃과 향기가 좋아 고대 올림픽에서는 우승한 선수에게 월계수 잎으로 관을 만들어 수여했다. 나중에 근대 올림픽을 재개한 후에도 월계관을 한동안 씌워주었는데 올리브 잎을 사용하기도 하고,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처럼 로부르참나무 잎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와 같이 월계관은 관용어로 남았으며 계수나무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또한 계피(桂皮)도 계수나무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계피가 계수나무의 껍질이라고 오해받는 경우도 있으나, 육계나무의 껍질이다. 카푸치노에 넣는 ‘시나몬’(cinnamon)은 실론 섬이 원산지인 실론계피나무이다. 솜사탕같이 달콤한 냄새가 난다 계수나무는 10월부터 잎이 샛노랗게 물들면서 달콤한 솜사탕 향기를 내뿜는다. 단풍이 들면 잎 속에 들어 있는 맥아당의 함량이 높아지면서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데 잎을 비벼주면 그 향기가 더욱 진하게 나온다. 단풍이 물들어 아래로 떨어지면서 잎에 남아있던 맥아당이 날아가면서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가지에 붙어있는 단풍잎보다는 떨어져 약간 마른 낙엽에서 더 진한 향기가 난다. 잎을 접어 비비면 향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발아래 단풍잎이 발에 밟혀 바스러지면서 냄새가 풍성하게 나게 되는 것이다. 과학적 이론으로는 낙엽이 부서지면서 잎에서 방출되는 말톨이라는 분자가 향기를 만들어낸다. 꽃은 볼품없고 열매도 쓰임새가 없어 조경수로 많이 식재하지 않다가, 눈부신 가을 단풍과 달콤한 향기가 주목을 받으면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계수나무 옆을 무심히 지나치다가 가을로 접어들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진한 향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솜사탕같이 달달한 냄새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 궁금해한다. 잎 모양이 하트 아이콘을 닮아 러브스토리와 어울리는 데다가 향기까지 달콤하게 나서 연인의 스토리텔링에 자주 배경으로 등장한다. 설탕 끓이는 냄새와 비슷해서 때문에 서양에서는 카라멜나무(caramel tree)라고도 한다. 계수나무 꽃에서 향기가 난다는 이야기는 목서와 일본산 계수나무를 혼동하여 잘못 알려진 것이다. 귀하지 않은 나무는 없다 계수나무는 열식이나 군식으로 심어 공원이나 아파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 이주한 귀화종이지만 우리 땅에 잘 적응해서 다른 나무들과 어울려 잘 살아가고 있다. 비교적 이식력이 강해서 도시공원이나 아파트 등에 조경수로 많이 심는다. 동요 노랫말처럼 달에 살지 않는다거나 시나몬 향을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계수나무 가치를 저평가할 필요는 없다. 늦여름까지 조용하게 지내다가 그 어떤 나무도 낼 수 없는 귀한 향기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나무이다. 토심이 깊고 사질양토로서 비옥하고 적윤한 토양에서 생장이 좋으며 내음성은 보통이다. 내한성이 강하여 중부 이남의 어디에나 식재가 가능하고 내염성도 강하며 생장이 매우 빠르고 이식도 용이하다. 퇴계로 서울로 시작구간에 심어 놓은 계수나무는 줄기 상단을 댕강 잘라버렸다. 짐작건대 토양환경이 지나치게 건조해서 건조 피해를 입은 듯하다. 아파트 녹지와 같이 인공지반인 경우 토양 깊이를 충분히 확보하여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공원에서 노란색이 진한 단풍잎이 달린 나무를 찾아보면 은행나무가 아니라면 계수나무가 맞을 것이다. 떨어진 낙엽을 모아 정원 한구석에 놓아두면 달콤한 향기가 뜰 안에 가득 할 것 것이다.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자연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email protected]
-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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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살던 것처럼 칠엽수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넓은 잎이 무성하게 달리며 우리나라 전역에 심을 수 있는 조경수이다. 키가 20~30m 이상 자랄 만큼 수형이 웅장해서 넓은 녹지에 심으며 가로수와 녹음수로 이용한다. 작은 잎 7장의 가운데가 제일 크고 길며 양옆으로 갈수록 작아져 전체가 둥근 모양을 이룬다. 실제로는 5장이나 8장도 있을 정도로 변이가 많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5월 말에 피는 꽃은 꽃대 하나에 백 개가 넘는 작은 유백색 꽃이 모여 피는데 초록색 잎을 배경으로 등불을 걸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흰색 바탕에 붉은 무늬 꽃이 가지 끝에 원추형으로 촘촘하게 핀다. 향기가 좋고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도 좋다. 외래종이지만 우리나라 기후에 잘 맞아 생육이 좋은 편이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주는데 탁월하다. 꽃이 떨어지고 나서 8월이 되면 갈색의 탁구공 크기의 열매가 익기 시작하고 초가을에 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땅에 떨어진다. 밤보다 조금 더 큰 열매는 반질거리며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타닌 성분과 마취 성분이 있어 사람이 먹으면 배탈이 심하게 난다. 늦가을에는 노랗게 단풍이 들긴 하는데 이내 낙엽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겨울눈은 큰 편이며 끈적거리는 나무진으로 덮혀 겨울을 견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칠엽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 가시칠엽수(Aesculus hippocastanum)는 유럽산으로 흔히 마로니에라고 부른다. 이 두 종류 나무를 구별하기 쉽지 않은데,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이 매끈하면 칠엽수, 가시가 있으면 가시칠엽수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7장으로 갈라진 작은 잎이 길쭉한 타원이면 칠엽수,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면 가시칠엽수이다. 두 종류가 같이 있으면 구분하기 쉽지만 잎의 모양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과 샹젤리제 거리에 가로수로 심은 가시칠엽수인 마로니에는 파리를 상징하는 나무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독과 약의 경계 가을이 오면 가로수 관리기관마다 은행나무나 칠엽수 등 가로수 열매로 인한 민원 때문에 바빠진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 열매와 밤같이 생겨서 호기심에 먹다가 배탈이 나는 칠엽수 열매를 치우느라 고생한다. 9월 중순부터 칠엽수 열매가 땅에 떨어져 껍질이 벌어지면 밤처럼 생긴 종자가 나온다. 칠엽수 열매를 먹지 말라는 안내문을 여기저기 붙인다. 열매 속 다양한 성분이 사람에게 독성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먹지 말라고 하면 꼭 한 번 깨물어 보는 사람 있겠지만, 자연에서 채취하는 모든 동식물은 다소간의 독성물질이 있기 마련이다. 꽃무릇 잎을 부추로 알고 먹거나 칠엽수 열매를 날 것으로 먹으면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게 되고 심하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 칠엽수 열매에 이처럼 독이 있는데도 말은 몸이 안 좋을 때 스스로 이 열매를 찾아서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로는 ‘Horse chestnut’으로 부른다. 열매의 성분은 독이 되기도 하지만 약이 되기도 한다. 초식동물들이 자기 잎이나 열매를 지나치게 많이 먹지 못하게 식물은 적당한 독성을 만들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자연계에 있는 대부분의 독성 물질은 적정량을 사용하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약과 독의 경계는 아슬아슬하다. 원산지인 일본에서는 이같은 독성을 제거하여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참나무 도토리를 흔하게 구할수 있어서 굳이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칠엽수 열매 가공법이 발달하지 않았다. 마로니에공원에는 마로니에가 없다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칠엽수는 일제 강점기에 경성제국대학 동숭동 캠퍼스에 처음 심었다고 한다. 지금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인데 당연히 일본 원산의 칠엽수이다. 근거를 알 수 없는 마로니에 예찬 세태에 기대어 오랫동안 마로니에로 알려졌다. 이 칠엽수는 소설이나 대중가요에 마로니에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멋진 나무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각인 되어 왔다. 마로니에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조성하면서 뒤늦게 일본칠엽수 7주와 더불어 마로니에 2주를 추가로 식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칠엽수를 마로니에로 부르듯이 동백을 ‘까멜리아’, 붓꽃을 ‘아이리스’라고 이름지어야 고급지게 보이는 사대주의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마로니에라고 부르는 가시칠엽수는 서울 덕수궁에 아름드리 거목으로 성장해 살고 있다. 대한제국 시기에 네덜란드 공사가 1912년 회갑을 맞은 고종에게 선물로 심은 것이라고 하니 최소 120살은 넘는다. 가시칠엽수는 열매에 가시가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는데 꽃잎 안쪽에 붉은색 무늬가 있고 칠엽수보다 조금 더 하얗다. 19세기 유럽의 문화 수도인 파리는 예술가들의 천국이었다. 전세계에서 모인 예술가들은 몽마르트르 언덕 마로니에 그늘 아래에서 철학과 시와 그림으로 교감하고 예술혼을 꽃피웠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꽃이 핀 마로니에 나무’와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의 소설 ‘구토’에서 마로니에는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안네의 일기에 나오는 ‘안네프랑크나무는 이웃한 암스테르담에 있던 마로니에다. 우리나라 시인 이성복은 파리에 머물면서 ‘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을 세우고’라는 연작시에 파리의 풍광을 마로니에로 노래했다. 이처럼 마로니에는 예술 장르에 영감을 주는 나무였고 지금은 가로수로 줄지어 심어 도시경관에 활력을 주고 있다. 나무가 아닌 장소가 중요 열매가 벌어지는 시기에 곧바로 파종하여 묘목을 생산한다. 원예품종의 경우에는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늦겨울에 접목하거나 이른 여름에 눈접을 하는 것이 좋다. 봄에 연두색 잎이 나올 때 마치 어린 아이가 손바닥을 아래를 향해 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화려한 꽃이나 잎의 색상이 다양한 원예종이 개발되어 식물원에 가면 볼 수 있다. 유리알락하늘소 피해가 자주 발생하므로 발견 즉시 방제를 해야한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가로수로 식재하고 있다.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기 때문에 플라타너스, 히말라야시다, 은행나무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많이 심는 가로수 수종으로 꼽힌다. 가지가 넓게 퍼지면서도 수형을 스스로 잡으며 그늘을 만들어 공원 녹음수로도 이용된다. 공해나 추위에 강하고 양지나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데 적당한 습도가 있으면 더욱 잘 자랄 수 있다. 배수가 불량한 토양조건에서도 잘 견딘다. 지난 10여년 동안 혁신도시나 신도시에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 차도와 인접해 있어 항상 건조한 환경으로 수분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여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육 환경이 극도로 나쁜 곳에 식재한 후 가뭄이 지속되어 꾸준한 물주기 작업을 해도 많이 죽었다. 그나마 건조에 강한 다른 수종은 살아 남을 수 있었지만, 칠엽수는 90% 이상 죽어서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었다. 가로수로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을 감안하지 않고 가로수 수종을 선정한 결과였다. 여름철 수분 공급이 부족하면 스스로 잎을 떨어트려 죽은 것처럼 보이나, 이듬해 새 잎이 나면서 회복한다. 건조 피해를 즉시 알려주는 잎의 특성을 이용하면 도시 환경에서 가뭄이나 도시열섬 현상을 알려주는 지표종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email protected]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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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현 기자] 고양시가 맞춤형 반려식물 처방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물병원’ 건립을 추진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단독주택, 아파트나 빌라에서 화초나 관상수, 채소, 유실수 등을 키우는 가정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각종 병균이나 벌레 피해로 식물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고양시는 이처럼 반려 식물 재배 가정의 병충해 부담을 덜어주고 올바른 관리 기술을 전수하고자 식물병원을 운영하기로 했다. 시들거나 병든 식물의 병충해 상태를 정밀 진단해 맞춤형 처방을 내리고 병세가 심해지면 입원해 치료하도록 입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식물병원에서는 기후변화와 외래 병해충 유입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내 약 5200 농가에 농작물 재배 상담과 교육, 치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양시는 내년 상반기 덕양구 농업기술센터에 식물병원 시설을 갖추고 6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고양시는 식물을 매개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 농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치유 농업 공간을 조성해 사람과 식물의 상생 공간을 마련하고 반려식물을 키움으로써 시민이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치유농업 공간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치유농업 효과 검증을 위한 인지 검사, 맥파 검사 등 다양한 측정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한편, 식물병원 건립과 치유농업 확대를 위해 지난 22일에는 엔에이치(NH)농협 고양시지부 및 8개 지역농협이 지정기탁금 1억 5000만 원을 기증했다.
- 이현[email protected]
-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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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핏(Suit fit)이 좋다 도시녹지나 아파트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훤칠한 키에 매끈한 수형을 자랑하는 백합나무는 잎이 무성하게 달리고 녹황색 꽃이 피는 나무다. 미국 중북부 지방이 고향인데 19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비교적 전국에 널리 퍼져 잘 자라고 있다. 잎자루가 길어 포플러를 닮았으며 속성수로서 나무높이 최고 60m, 둘레가 10m까지 자랄 수 있다. 미국에서는 ‘yellow poplar’라고도 한다. 백합나무 잎은 군더더기가 없이 깨끗하고 넓으며 기하학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갖는다. 공해에 강하고 병충해가 거의 없어, 잎과 줄기 모두가 깔끔한 모습을 유지한다. 백합나무는 무성한 잎 사이에 멋진 꽃을 숨겨 놓는다. 세 장의 꽃받침과 오렌지색 반점이 있는 여섯 장의 긴 타원형 꽃잎이 어우러져 와인 잔처럼 위를 향하여 피어난다. 하지만 큰 키를 자랑하다 보니 꽃이 높다란 가지에 있어 눈여겨 찾아보지 않으면 꽃을 못 보고 지나치기 쉽다. 꽃 모양이 튤립 같다고 해서 일명 ‘튤립나무’라고도 한다. 백합나무속에는 미국산 백합나무와 중국산 중국백합나무 두 종류만 있다. 중국백합나무는 거위 발바닥을 닮은 잎 때문에 ‘아장추’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에 튤립나무에서 백합나무로 국명을 변경했다. 2019년도에는 속명까지 백합나무로 바꿔서 백합나무속 백합나무종이 되었다. 속명 ‘Liriodendron’은 백합나무라는 의미이고, 종소명 ‘tulipifera’은 ‘튤립이 핀’이라는 뜻이다. 학명을 감안하면 백합나무속 튜립나무종이 적당한데 이상하게 바뀌었다. 백합과 튤립은 식물을 잘 모르는 사람도 구별할 수 있는데, 백합나무 꽃을 보여주면 대부분 사람들은 튤립 꽃과 비슷하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튤립나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백합목(白合木)으로 부른다는데 일본식 이름을 따른 것 같아서 씁쓸하다. 팔방미인 백합나무는 성장속도가 무척 빠르고 탄소흡수량이 참나무류와 비교해도 2배나 높아서 기후변화시대의 탄소저장용 수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25년생 백합나무의 연간 탄소흡수량은 1㏊당 10.8 CO2톤으로 소나무, 잣나무 등 다른 수종에 비해 1.2∼1.7배가 높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라 산림청에서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탄소 저장 및 생장이 우수한 나무의 육성 및 보급이 필요하며 백합나무 같은 유망수종의 지속적 육성과 체계적 보급기준 마련을 통해 우리 산림의 탄소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기업들의 핫이슈인 ESG에서도 ‘도시 내 탄소흡수원 조성’이 녹색산업 활동에 포함되어 앞으로 백합나무를 이용한 대규모 탄소중립숲 조성이 예상된다. 백합나무로 만든 목재는 밝은 노란색에서 노란빛이 감도는 녹색을 띤다. 결이 부드럽고 뜨거운 증기 속에 넣어도 물기를 흡수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구재, 합판, 목공제품 및 나무상자 등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생장속도가 빨라 강도가 약해 건축재로 사용하지 못하지만 펄프용재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백합나무는 아까시나무 벌꿀 생산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아까시나무의 대체 수종으로 백합나무를 추천했다. 개화 기간이 아까시나무보다 두 배가량 길어 생산량이 비슷하고 꿀의 품질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백합나무는 아까시나무보다 다양한 토양에서 생육할 수 있고 수명도 200년에 달해 70년인 아까시나무보다 3배나 길다. 병충해에 강해 한 번 조성해 놓으면 밀원자원으로 오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백합나무는 고품질의 목재와 영양 만점인 꿀을 얻을 수 있는데다가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까지 뛰어난 팔방미인인 셈이다. 복불복 인천시와 대전시의 시목(市木)은 백합나무이다. 수형이 아름답고 내한성과 병충해에 강하고 성장이 빨라 도시 내 가로수로 대량으로 식재했다. 대기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여름엔 그늘을 만들어 도시 열섬현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가로수로 식재 한 일부 백합나무의 경우 애물단지로 취급되고 있다. 성장이 빨라 비좁은 보도를 훼손하고 전깃줄을 끊게 되어 줄기와 가지가 수시로 잘려 나갔다. 백합나무의 수형은 보잘것없게 되고 줄기가 썩어 강풍에 쓰러지는 재해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나무나 산딸나무로 수종 변경하겠다고 백합나무를 잘라내다가 시민들의 항의로 중단하기도 했다. 오래된 가로수 수종 교체는 어쩔 수 없더라도 생육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백합나무 재배가 활발하지 않던 시절에는 정성스레 식재해도 하자가 많이 발생했다. 성장이 빠르다 보니 잔뿌리 발달이 빈약하여 뿌리분을 크게 만들어 이식해도 잘 죽어 조경업체들을 많이 울렸다. 결국 백합나무가 설계되어 있으면 다른 수종으로 변경하여 백합나무 가로수가 드물게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하자 원인을 따져보니 도시 가로수 식재 장소의 토양과 습도가 불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의 진입로 2km 구간에 가로수로 심은 백합나무 430그루는 잘 살고 있다. 또한 1985년에 조성한 잠실 아시아공원 녹지에 심은 백합나무는 커다랗게 성장한 걸 보면, 비좁은 도로변에 가로수로 식재한 백합나무는 운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사라진 숲 백합나무는 종자 파종보다는 삽목으로 재배하고 있다. 식재 지역에 따라 생장 차이가 많이 나는데 습윤지나 하천 유역에서 잘 자라는 편이다. 급경사 지역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양지에서 잘 자라며 건조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 도시 공해물질에 잘 견디지만 염분에는 약한 편이다. 병충해가 거의 없고 수명이 긴 편이며 추위에도 잘 견디므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키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후가 비슷한 나라에서 400여 종이 넘는 외래종을 도입하여 시험한 결과, 자생종 이상으로 생장과 적응력이 좋은 나무로 백합나무가 손꼽힌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생장이 빠르므로 용재수로 쓰나 한국에서는 조경용으로 식재한다. 가을에는 푸른 잎이 병아리색으로 단풍 들어가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기하학적인 잎과 샛노란 단풍이 아름다워 조경수로 인기가 좋다. 거대하게 자라는 속성수라서 정원보다는 공원에 심는 것이 좋다. 플라타너스와 비슷한 수형을 보여주고 잎의 크기와 모양도 비슷한 편이다. 식재 후 15년 정도는 지나야 첫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원산지인 북미대륙에서는 백합나무 대형목이 많은데 뒤늦게 백합나무의 가치를 알아본 우리나라에서는 커다랗게 자란 나무를 찾아보기 어렵다. 도로변에 커다란 백합나무 군락이 서 있는 대학 캠퍼스가 있었다. 2021년에 태풍으로 8주 가운데 3주가 강풍에 쓰러졌다. 옆에 있는 나무들이 넓게 퍼진 가지로 빈틈을 어느 정도 메우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한여름이 지난 어느 날 자세히 보니 남아있던 백합나무가 모두 벌목되어 사라졌다. 공공재인 큰 나무숲이 사라진 것도 문제인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대학 측은 캠퍼스를 상징하던 백합나무숲을 하루아침에 없애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사라진 백합나무 숲을 다시 키우려면 40년은 걸릴텐데 아무런 생각없이 잘라낸 의사 결정과정이 궁금하다.
-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email protected]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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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가을에 단풍 드는 나무 가운데 으뜸이라서 단풍나무라고 부른다. 햇볕이 강한 곳보다는 큰 나무 밑이나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잘 자란다. 단풍나무는 잎이 손바닥을 펼친 모양으로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V자 모양 날개 속에 열매가 달린다. 잎이 피면서 붉은 꽃봉오리를 가진 꽃이 핀다. 꽃은 수꽃과 양성화가 한 그루에 피는데 안개꽃보다 작아서 여러 꽃이 다발로 모여서 피어난다. 나무 자체의 수액에 설탕 성분이 많아서 진딧물이 엄청나게 달려든다. 가을이 깊어지면 일교차가 커지면서 설악산같이 높은 산부터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단풍나무의 잎은 새빨갛게 물들어 수많은 가을 단풍 종류 가운데 가장 맑고 아름다운 색깔을 띤다. 우리 궁궐에서 단풍나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창덕궁 후원에는 참나무와 때죽나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나무가 단풍나무다. 후원에서는 키 큰 활엽수가 그늘을 만들어 단풍나무가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단풍나무가 자생하고, 추가로 심기도 하여 단풍나무가 더욱 많아졌다고 한다. 정조대왕의 기록을 보면 후원 춘당대 옆에 있는 ‘단풍정’에서 활쏘기 등 여러 행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자연 천이에 따라 지금은 창덕궁 후원 부용지 주변에 단풍나무는 거의 사라졌다. 단풍나무속에 포함되는 식물은 우리나라에 30여 종류가 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풍나무’ 외에 여러 가지 단풍나무가 있다. 중부지방의 산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갛게 단풍 든 나무는 대부분 ‘당단풍나무(Acer pseudosieboldianum)’이다. 열매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잎이 8~9개로 갈라져서 5~6개로 갈라지는 단풍나무와 구별할 수 있다. 잎이 7~9개로 갈라지고 뒷면 잎맥 위에 갈색 털이 있으며 열매가 수평으로 벌어지는 것을 ‘내장단풍’, 잎 표면에는 털이 있으나 뒷면에는 없고 열매가 좁은 단풍의 반 정도로 큰 것을 ‘아기단풍’이라고 한다. 진한 주홍색으로 물드는 ‘중국단풍(Acer buergerianum)’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산다. ‘복자기(Acer triflorum)’는 단풍나무 가운데 가장 색이 곱고 진하여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조경수로 도시지역에 많이 심는 나무이다. 봄에 수액을 채취하는 ‘고로쇠나무’도 단풍나무속에 포함되지만 단풍은 그리 화려하지 못하다. 잎이 세갈래로 갈라진 ‘신나무’는 붉은 단풍이 아름답고 열매가 많이 달린다. 잎이 봄부터 가을까지 붉은 ‘홍단풍’이나 잎이 잘게 갈라져 있는 ‘공작단풍’은 일본에서 건너온 원예종이다. 잎을 국기에 넣을 정도로 캐나다의 단풍나무는 유명하다.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진 캐나다 단풍나무의 학명은 ‘Acer saccharum’으로 종명에서 보듯이 설탕과 관련이 있어 ‘설탕단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단풍나무에서 추출 가공한 것이 그 유명한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이다. 단풍 든다는 것 나뭇잎에는 광합성을 하는 초록색 엽록소와 더불어 노란색 카로티노이드와 붉은색 안토시아닌 등의 색소가 숨어 있다. 엽록소는 햇빛과 물로 탄수화물을 만드는 광합성을 하는데 식물이 한창 성장할 때는 왕성한 활동을 하여 나뭇잎이 녹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을로 접어들면 변화가 일어난다. 기온이 떨어지면 잎자루에 떨켜가 생겨 잎에서 만든 탄수화물이 줄기로 가지 못하고 탄수화물이 쌓여 산성화되면서 엽록소가 파괴된다. 녹색의 색소가 없어지고 노란색 또는 빨간색 색소가 만들어져 서로 어울려 여러 가지 빛깔의 단풍을 만들게 된다. 같은 나무에서도 카로틴이나 크산토필, 타닌 같은 색소와 안토시아닌, 탄수화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특유의 단풍색이 만들어진다. 대서양을 마주하고 유럽의 단풍은 노란색이 대부분이고, 북미대륙은 거의 다 붉은색 단풍이다. 지난 2009년 이스라엘과 핀란드 공동 연구진은 그 원인을 서로 다른 지질 변동에서 찾았다. 3,500만 년 전 지구가 빙하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산맥이 남북 방향으로 발달한 아시아와 북미에선 기온 변화에 따라 나무들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해충도 따라갔기 때문에 해충 퇴치를 위해 계속 빨강 색소인 안토시아닌을 만들도록 진화했지만, 산맥이 동서 방향으로 발달한 유럽에서는 나무와 해충이 남쪽으로 내려갈 수 없어서 모두 멸종했기 때문에 그 뒤에 생긴 나무들이 굳이 안토시아닌을 만들 필요가 없어져서 노란색 단풍이 우세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풍 색깔은 보통 붉은색, 노란색, 갈색의 3가지가 많다. 붉은색은 단풍나무, 신나무, 옻나무, 붉나무, 화살나무, 복자기, 담쟁이덩굴 등이 손꼽히고, 노란색은 은행나무를 비롯해 아까시나무, 피나무, 호도나무, 튜립나무, 생강나무,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등이다. 노란색이나 붉은색에 뒤질세라 늦가을에 절정을 보여주는 참나무류나 느티나무의 황갈색은 가을을 더욱 화려하게 수놓는다.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요인은 온도, 햇빛, 그리고 수분의 공급이다. 우선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야 하지만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야 하고 일사량이 많아야 한다. 특히 붉은색을 나타내는 안토시아닌은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면서 햇빛이 좋을 때 가장 색깔이 좋다.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춥고 비가 오면 충분히 단풍 들기 전에 잎이 떨어지거나, 너무 건조하면 단풍을 보기 전에 잎이 타버려서 산뜻한 단풍을 보기 어렵다. 만산홍엽(滿山紅葉) 가을 단풍의 상징은 붉은색이라고 할 수 있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산행(山行)이란 시에서 ‘서리 맞은 단풍잎이 이월 봄꽃보다 더 붉다’라고 했다. 그러나 아름다움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겨져 있다. 붉은색 단풍잎에는 해충은 물론 주변에 살고 있는 다른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는 비밀이 숨어있다. 봄철의 벚꽃 구경과 함께 가을의 단풍은 그 자체로 화려한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일주일이면 절정기가 끝나는 벚꽃과 달리 단풍 시즌은 좀 더 오래가는 편이다. 남쪽에서 올라가는 벚꽃과 반대로 북쪽이나 고도가 높을수록 단풍이 먼저 물든다. 봄에는 하루에 20 ㎞속도로 북쪽으로 올라오고 가을에는 30 ㎞속도로 남녘으로 내려간다.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는 아름다운 단풍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다. 한반도처럼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아름다운 단풍을 만들기에 적당한 기상환경을 가진 지역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을 단풍철이 되면 온 나라가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어 어디를 가도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설악산이나 내장산을 비롯한 유명한 산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래된 사찰 주변은 다양한 나무들이 일제히 단풍이 들어 황홀한 경관을 펼쳐 보여준다. 경주 힐튼호텔 진입로에 조성한 단풍나무 터널은 일부러 다간형 단풍나무로 식재하여 울창한 단풍 숲을 보여주고, 천안 독립기념관이나 인천대공원의 단풍숲길도 유명하다. 도시민에게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다 단풍나무 생산은 주로 종자로 번식하는데 씨앗이 여문 후 직파하거나, 저온저장 또는 노천에 매장했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하는 것이 좋다. 씨앗이 건조하거나 숙성되면 발아율이 떨어지므로 채종 후 약 48시간 정도 물에 담가 놓은 후에 저장하거나 파종을 하는 것이 좋다. 원예종의 경우 대부분 접목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일부 종은 꺾꽂이나 휘묻이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배수가 잘되고 거름기가 풍부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양지나 약간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란다. 가지치기는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으나 생육이 불량하거나 나무 모양을 망치는 가지가 생길 경우 휴면기인 겨울철에 하는 것이 좋다. 조경수로 느티나무와 쌍벽을 이루고 수요가 많은 편이다. 1987년 여름 6·29선언을 이끌어 낸 화이트칼라 데모 행렬이 한 달 내내 종로에서 벌어졌다. 당시 종각 사거리에서 제일은행본점 건설현장에서 조경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매일같이 데모군중을 향해 쏜 최루탄 가스에 고통을 받곤 했다. 6·29선언으로 데모가 사라진 다음 종각역 지하1층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선큰가든에 나무 3주를 심을 공간이 생겨났다. 감독은 상록수인 소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했지만, 낙엽수인 단풍나무를 고집하여 식재하게 되었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서는 직장인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였다. 앙상한 가지에서 아기 주먹같은 새잎을 보고 봄을 느끼고 빨갛게 드는 단풍을 보고 가을을 느끼도록 하자고 설득했다. 종각 가로변 3열 느티나무 숲과 선큰가든의 단풍나무 3주를 지켜낸 일은 아직도 조경기술자의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email protected]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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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수령 500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해군 남해읍 ‘오동마을 느티나무’가 그동안 치료 목적으로 부착돼 있던 우레탄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18일 남해군에 따르면 오동마을 느티나무는 50여 년 전 화재로 고사 위기를 맞았다. 이후 2004년 느티나무는 오랜 수령의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수로 지정된 뒤 후 밑동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우레탄을 채우는 방식으로 치료했다. 그러나 최근 우레탄을 채운 부위에 부패가 발생하면서 군은 우레탄을 모두 제거하는 사업을 시행했다. 아울러 나무 주변 콘크리트도 모두 제거해 나무의 생육환경도 개선했다. 우레탄을 제거한 곳은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생겨 이색적인 모습을 자아내기도 한다. 오동마을 느티나무를 보기 위해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으며, 평소에도 읍 주민들의 산책로로 애용되고 있는 오동마을 특유의 고즈넉한 풍경과 어우러져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남해군내 28개의 보호수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보호할 가치가 있는 나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신유정[email protected]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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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꽃과 빨간 열매 우리나라에서는 남쪽을 제외한 모든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나무이며, 토질을 크게 가리지 않고 잘 자라나 병충해 피해가 많이 생기는 편이다.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 화력이 좋아 장작으로 많이 쓰이며 목재에 탄력이 있어 다양한 가구의 목재로 사용한다. 한국의 평안도 지방이나 중국에서는 산사나무 가시가 귀신을 쫓아낸다는 민속신앙이 있어서 울타리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산사나무는 일조량이 풍부해야 잘 자란다. 음지에서는 성장이 더디다. 햇빛을 좋아해 능선이나 숲 가장자리의 양지바른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소교목이며 나무껍질은 회색이고 가지에 가시가 난다. 잎은 어긋나고 가장자리가 깃처럼 갈라지고 밑 부분은 더욱 깊게 갈라진다. 장미과인 산사나무는 5월에 흰색 꽃이 산방꽃차례로 탐스럽게 피어난다. 순백색의 꽃이 눈송이처럼 봄에 피어나고 가을에는 빨간 열매가 많이 달리는데 흰색 반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산사나무는 약 1천여 종에 있다. 미국산사나무(Crataegus scabrida)는 미국에서 들어온 낙엽관목으로서 산사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에 결각이 없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열매는 매끈하며 줄기에 길고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양산사나무(Crataegus monogyna)는 가시가 드물게 나고 열매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난다. 오랫동안 유럽에서 식용과 의약용으로 사용한 나무이다. 우리나라 산사나무와 마찬가지로 서양산사나무는 잎가장자리가 들쑥날쑥한 모양인 결각이 뚜렷하다. 가시나무 나무는 스스로를 잘 지키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데 줄기에 가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다. 가시가 있는 식물은 약용식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줄기에 돋는 가시의 종류는 경침(thorn), 엽침(spine), 피침(cortical spine)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경침은 줄기가 변하여 가시가 생기는데 탱자나무, 주엽나무, 석류 그리고 산사나무가 있다. 줄기에 붙어있는 가시는 줄기의 역할을 하기에 길이가 자라거나 잎이 자라기도 한다. 경침은 줄기와 한 몸이라 나무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엽침은 탁엽이 가시로 발달하는데 초피나무, 대추나무, 산초나무나 아까시나무가 이에 속한다. 엽침은 규칙적으로 가시가 달리는데 줄기나 곁가지가 굵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시는 작아진다. 엽침은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듯 나무에서 잘 분리된다. 어린이들은 아까시나무 가시를 떼어 손 등에 붙여 장난 치곤했다. 피침은 나무껍질 층이 가시로 변한 경우인데 장미과 식물에 많다. 장미, 해당화, 두릅나무, 음나무 등이 있다. 가시는 불규칙하게 돋아난다. 나무껍질이 가시로 변한 것이어서 경침보다는 잘 떨어지고 엽침보다는 안 떨어진다. 산이나 들로 다니다 보면 식물 가시에 찔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가시에 찔리거나 긁히면 상처가 나고 쓰리다. 가시는 수분을 조절하거나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가시가 달린 식물은 독은 없다고 하여 초봄에 나는 새순을 따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 겨울이 되어 무성한 잎들이 모두 떨어지면 억센 가시가 달린 나무가 더 눈에 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부지방에서 살고 있는 참나무과의 ‘가시나무(Quercus myrsinaefolia)’ 줄기에는 가시가 없다. 탕후루와 산사춘 중국요리 가운데 꿀이나 설탕에 절인 산사나무 열매를 후식으로 먹는데, 이를 ‘탕후루’라고 하는데 주로 고기를 먹고 난 다음 먹는다.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일을 잘게 만들어 꼬치에 꿴 뒤 설탕과 물엿을 입혀 만드는 중국식 과자이다. 말리지 않고 얼려서 만드는 빙탕후루 방식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산사나무 열매로 산사주를 담그고, 차로 마시기도 한다. 전통적인 약재로 써서 위를 튼튼히 하고 소화를 도우며 장의 기능을 바르게 한다고 한다. 겨울철 들판에 먹을 게 부족할 때는 새들이 즐겨 먹는다. 한때 산사나무 열매로 만든 전통주가 옅은 분홍색 과일주로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겨우 산사나무 열매 0.85%를 함유한 제품이지만 톡톡 튀는 광고 카피로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담금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각종 나무 열매로 과일주를 직접 만들어 마신다. 매실, 오미자, 마가목 그리고 산사나무 열매인 산사자가 발효주로 많이 쓰인다. May flower 또는 Winter King ‘산사나무’의 영어 이름은 5월의 시작과 함께 꽃이 피기 때문에 ‘May Flower’로 부른다. 20세기 프랑스 노동절 시위 현장에서 18살의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당시 그녀는 산사나무 꽃을 안고 걸었다고 한다. 이후로 산사나무는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기념하는 노동절인 May Day를 상징하게 되었다. 또한 17세기 유럽의 청교도들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건너갈 때 타고 갔던 배의 이름을 ‘메이플라워호’로 지었다. 재난을 막아주는 신성한 나무인 메이플라워(산사나무)가 희망의 땅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을 보호해 줄 거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산사나무는 희망을 상징하는 나무였다. 지금도 5월 1일이면 산사나무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문에 매달아 두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산사나무 가지가 마귀를 쫓아낸다고 생각하여 아기 요람에 얹어두기도 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가시면류관은 산사나무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전설이 전해지고, 성모마리아에게도 봉헌된 이 나무는 결코 번개를 맞는 일이 없었다고 믿었다. 예수의 머리에 닿았던 나무이기 때문에 사탄이 벼락으로도 건드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017년 방미한 문재인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산사나무를 기념 식수했다. 문 대통령은 산사나무가 ‘겨울의 왕(Winter King)’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며 6·25전쟁 당시 매서운 혹한을 이겨낸 장진호 참전용사들의 투혼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봉은사에는 다양한 수종의 고목 가운데 산사나무가 있다. 봉은사 자문위원회 공식 명칭을 ‘산사나무 아래서’로 지었다. 봉은사를 상징하는 산사나무처럼 세상에 맑은 향기를 퍼트리고 이로운 열매를 매달아 나눠주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처럼 흰색 꽃, 억센 가시 그리고 빨간 열매까지 산사나무는 버릴 게 하나 없는 나무이다.
-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email protected]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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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이현 기자] 광명시가 거리를 걸으며 즐기는 작은 정원 ‘띠녹지’를 조성했다. 광명시가 지난 6월부터 조성한 ‘시청로 띠녹지 조성사업’을 이달 초 완공하고 시민에게 개방했다고 밝혔다. 띠녹지 조성사업으로 광명시의회 맞은편부터 현충공원삼거리까지 차도와 보도 사이에 540㎡ 면적, 너비 1.25m, 길이 430m의 녹지가 만들어졌다. 광명시는 가로수 사이사이에 사계절 감상할 수 있는 수종을 혼합 식재해 작은 정원이 길게 이어지도록 했다. 녹지 공간에는 황금조팝나무, 눈향나무, 에메랄드골드 등 나무를 비롯해 수국, 애기맥문동, 무늬실유카, 스텔라원추리, 돌단풍, 수선화, 금계국 등 다양한 초화류가 심겨 사계절 즐길 수 있도록 의도했다. 광명시는 오는 10월부터 시청 정문~시민회관 구간에 약 290㎡, 현충공원삼거리~철산명가 구간에 약 220㎡ 규모의 띠녹지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추가 조성에 필요한 5억 원 사업비는 지난 3월 열린 경기도지사 맞손토크를 통해 확보한 특별조정교부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광명시는 앞으로 장기적 계획을 갖고 가로수길 가운데 설치가 가능한 구간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띠녹지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에 앞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철산2동 주민자치회 등 주민 의견을 수렴해 사업에 반영하기로 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시민들이 도심 곳곳 어디에서나 정원을 만나고 누리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띠녹지를 조성했다”며 “정원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더 많은 정원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이현[email protected]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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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만해 한용운의 시에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일으키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라며 오동잎이 등장한다. 잎이 커다랗다는 특징으로 “오동잎 한 장이 떨어지니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라는 문장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사는 나무 가운데 잎이 가장 큰 편이라 시인과 문장가에게 영감을 주는 나무로 평가받는다. 햇볕에 잘 드는 양지를 좋아하며 천근성인데다가 건조와 추위에 강하고 척박한 토질에서도 잘 큰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비비적거리고 들어가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다. 오동나무는 성장속도가 무척 빨라서 10년 정도 자라면 잘라서 목재로 이용할 수 있다. 목재는 나뭇결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재질은 습기와 불에 잘 견디며, 가벼우면서도 마찰에 강해 가구 제작에 좋은 목재로 널리 쓰였다. 옛 조상들은 넓은 오동잎을 좋아해서 대청마루나 정자 앞에 즐겨 심었다고 한다. 또한 딸을 보면 뜰 앞에 오동나무를 심어 시집보낼 준비를 했다고 한다. 오동나무 목재는 소리를 잘 전달하여 거문고나 가야금을 만드는 데에 최고로 대우받았다. 요즘은 태권도 격파 쇼를 할 때 허공을 날아다니는 송판을 오동나무 목재로 사용한다. 도시 지역에서는 공터나 건물의 틈새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해바라기처럼 커다란 잎을 달고 미친 듯이 자란다. 잘라내도 어느새 다시 줄기를 내밀어 다시 자란다. 오동나무는 줄기 가운데가 비어있는데, 좋은 목재를 얻기 위해서는 두 번 잘라서 키운다. 이렇게 자란 오동나무를 손(孫)오동으로 부르는데, 속이 꽉 찬 최상품 목재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목재를 얻기 위해 심고, 서양에서는 꽃을 즐기러 심는데 일본에서 들여온 오동나무로 프랑스 파리 한 지역에 가로수로 심어놓았다. 오동나무와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지만 참오동나무(Paulownia tomentosa)가 있는데 잎 뒷면에 연한 갈색 털이 많이 나고 꽃부리에 자줏빛이 도는 점선이 뚜렷이 보인다. 벽오동 벽오동(Firmiana simplex)은 이름만 보면 오동나무와 가까운 것처럼 생각되지만, 식물분류체계로는 오동나무와 멀리 떨어진 나무다. 오동나무는 현삼과에 속하고 벽오동은 벽오동과에 속한다. 벽오동은 오동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나무 가운데 잎이 가장 큰 나무다. 잎 한 장의 길이와 너비가 25cm까지 자란다. 꽃과 열매가 차이 나고, 결정적으로 줄기의 색깔이 서로 다르다. 벽오동의 줄기는 청록색인데 오래 자란 뒤에도 변치 않는다.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세 갈래 또는 다섯 갈래로 갈라진다. 중부 이남에서는 잘 자라나 내한성이 약하여 서울 지역에서는 어린 나무일 때 동절기 보호조치를 해주어야 피해가 없다. 봉황은 동양에서는 전설 속의 상서로운 새다. 장자(莊子)에서 “봉황은 벽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도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도 않았다”라고 했다. 조선시대에 왕의 상징으로 벽오동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지금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휘장은 봉황과 무궁화로 표현한다. 고려 말기 신돈은 봉황이 오동도의 무성한 오동나무 숲에서 무리 지어 산다는 말을 전해 듣고 새로운 임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섬 안의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고 한다. 오동나무가 없는 오동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신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려는 전주 이씨 이성계의 손으로 망하고 말았다. 19세기 말 일본에서 들어온 화투는 한동안 많은 국민의 놀이와 도박이 되었다. 그림은 조금씩 변형하였는데 11월의 오동 광은 봉황이 벽오동 열매를 따 먹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똥’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오동나무 잎이다. 이런 오해가 생긴 이유는 일본식 화투와 달리 한국의 화투를 그릴 때 오동잎을 디테일을 생략하고 검은색으로 칠했기 때문이다. ‘똥광’ 그림의 새 머리와 나뭇잎이 바로 봉황과 벽오동 잎이다. 개오동 또한 오동나무와 매우 비슷한 나무로 개오동(Catalpa ovata)이 있는데 능소화과 나무이다. 오동나무와는 거리가 먼 종인데 잎과 꽃이 오동나무와 비슷하게 생겨서 개오동이라고 부른다. 가을에 빼빼로 과자같이 생긴 열매를 주렁주렁 늘어트린다. 빨리 자라지만 목재가 강하고 뒤틀리지 않아서 활을 만들거나 철도 침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목재가 땅속이나 물속에서도 수백 년 동안 썩지 않는 특이한 성질이 있다. 예부터 벼락이 피해가는 나무라 하여 뇌신목(雷神木)으로 부르며 신성시했다. 개오동을 뜰에 심어두게 되면 벼락이 떨어지는 일이 적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민속의 영향을 받아 궁궐이나 절간 같은 큰 건물에는 반드시 개오동을 심었으며 경복궁의 뜰에도 여러 그루가 있다. 개오동은 꽃향기가 좋아 벌들을 불러 모으는데, 북한에서는 ‘향오동나무’라고 부른다. 개오동은 추위에 잘 견디고 각종 공해에도 강하며, 해풍에도 잘 이겨내기 때문에 전국 어디에서나 식재가 가능하다. 토심이 깊고 비옥한 토양에서 생장이 양호하며, 습기가 많은 곳에서 더 잘 자란다. 미국에서 수입한 꽃개오동은 향기가 좋고 꽃이 흰색 바탕인데 비해 개오동 꽃은 황색 바탕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꽃이 화려해 공원이나 정원에 많이 식재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같은 소리를 낸다’라는 문장이나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같은 노랫말에 오동나무가 등장한다. 다른 나무들이 따라오지 못할 독보적인 소리를 내고 큼지막한 이파리는 계절의 변화를 잘 알려 주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가을밤에 오동잎이 떨어지며 땅에 부딪치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깨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오동나무는 도시 내 빈 땅에 누가 심은 것이 아니라 바람에 날려온 씨앗이 스스로 뿌리를 내려 왕성하게 자란다. 이와 같이 아까시나무, 가중나무, 뽕나무와 함께 오동나무는 하천 제방이나 비탈면 그리고 버려둔 땅에서 자란다. 비록 개발과 동시에 뿌리 뽑히지만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도시의 틈새에서 굳건히 자라서 베어질 그날까지 공해물질을 흡수하고 그늘을 만들어 열섬현상을 줄인다. 오동나무는 나무 모양이 정돈되거나 화려하지 않아서 요즘 조경 현장에서 거의 심지 않는다. 오동나무 목재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가격 경쟁력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대량으로 재배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도시의 뒷골목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녹음을 제공하고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안도현의 시 구절이 떠오른다.
-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email protected]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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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비무장지대(DMZ) 산림 훼손지에 자생식물을 활용해 생태복원을 추진한다. 31일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훼손지 복원에 있어 자생식물의 이용은 복원식물의 지속력과 복원지의 회복력을 위해 매우 강조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협약의 지구생물다양성보전계획 등에서 이를 중요한 이행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DMZ 산림훼손지 생태복원 연구’는 2017년 국립수목원과 국방부의 업무협약을 통해 시작됐다. 국립수목원은 전방 일반 전초(GOP) 및 철책선 일대의 식물상을 조사, 연구해 군사적 목적과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자생식물을 선정하고 현장 적응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연구를 토대로 현지 생태복원에 적합한 자생식물 기린초, 매발톱 등 54종을 발굴했으며, 2019년 철원 6사단을 시작으로 2023년 현재 철원, 양구, 인제, 고성, 연천 등지에 7개의 연구 시범사업지를 조성해 자생식물을 이용한 생태복원을 연구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향후 DMZ 일대 산림훼손지 복원을 위해 우리나라 자생식물 활용을 적극 확대할 예정이며, DMZ자생식물원에서 생태복원용 소재 식물의 발굴 연구를 강화하고 자생식물의 원활한 생산 및 공급을 위한 공급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김상준 국립수목원 임업연구사는 “DMZ 생태복원뿐만 아니라 산림 생태복원 시 활용 가능한 자생식물 발굴하고 복원 소재식물 공급체계 구축 등 산림복원 정책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유정[email protected]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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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과(Salicaceae)에 속하는 사시나무속(poplus)에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네가지 수종이 있다. 전부터 우리 땅에 살고 있던 사시나무와 근현대에 외국에서 들여온 세 종류 즉 양버들, 미루나무, 이태리포플러는 서로 비슷하여 구분하기 어렵고 이름을 지을 때 ‘버들’이 들어가서 사람들의 의문을 자아낸다. 이들 모두 잎자루가 길고 잎은 얇고 가벼워 끊임없이 흔들리는 잎사귀가 눈부신 햇살을 반사하여 윤슬처럼 반짝거린다. 양버들(Populus nigra var. italica) 양버들은 유럽 원산지인 포플러나무(Populus nigra)의 돌연변이인데 서양에서 이태리포플러라고 부른다. 원종과 다르게 줄기와 가지가 좁게 하늘로만 치솟아 피라밋 포플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데, 무덥고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적응하지만 수명이 짧고 뿌리를 얕게 자라며 습윤한 기후에서는 병충해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전세계적으로 가로나 공원에 많이 심다가, 수명이 짧고 뿌리가 깊지 않아 강풍에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 제거하는 나라도 많아졌다.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가로수나 하천변에 많이 심었으나 나중에는 미루나무와 이태리포플러 등으로 바꿔 심게 되었다. 성장이 빠르고 수관폭이 좁아 가로수로는 적당하므로 일제 강점기 시절 새로운 도로(新作路)를 건설할 때 도로변에 심었다. 이는 일본이 양버들을 식재한 유럽 가로수 문화를 도입한 것에서 비롯한다. 시골 신작로에 가로수로 심었던 나무는 거의 모두 양버들이었다. 미류나무 또는 포플러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제 와서 수형이나 줄기에서 나오는 곁가지로 따져보니 양버들이 틀림없다. 다만 그때는 양버들이라는 명칭이 없어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라는 의미로 미류나무 또는 영어 이름인 포플러라고 알고 있었다. 신작로의 가로수를 일반인들이 그냥 포플러라고 워낙 많이 불렀기 때문에 좁은 의미의 포플러는 양버들을 가리킨다. 처음부터 수나무만 발견되어 삽목으로 무성생식만 한 것이므로, 우리나라에 심은 양버들은 전부다 수나무라고 할 수 있다. 한자명(钻天杨, 첩천양)의 의미처럼 양버들은 줄기 아랫부분에서부터 생겨난 가지들이 모두 원줄기를 따라 하늘로 향한다. 그렇게 하늘로 치솟은 빗자루 모습으로 다른 사시나무속 식물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양지를 좋아하며 추위나 가뭄에 강하여 최근 들어 한강 변이나 공원에 가로수로 많이 식재하고 있다. 이름을 지을 때 무신경하게 일본명 세이요우하꼬야나기(西洋箱柳)를 힌트삼아 ‘양(洋)버들’로 지었다. 마치 서양의 버드나무 종류로 들려서 많은 이들이 어리둥절하고 있다. 미루나무(Populus deltoides) 미루나무는 북미지역이 원산지로 높이 30m까지 자란다. 양버들에 비해 수명이 길어 100년 정도까지 산다. 양버들과 비슷하지만 잎의 길이가 폭보다 길고 곁가지는 사방으로 더 넓게 벌어진다. 잎자루가 길고 편평하여 바람이 없어도 잘 흔들린다. 종소명 deltoides는 삼각형이라는 뜻으로 잎 모양을 말한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통하여 들어왔으며 그 후 한국전쟁 중에 미군에 의하여 전국각지에 널리 식재하기 시작하였다. 생장이 빠르고 이식이 잘 되기 때문에 가로수로 많이 심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양버들만이 남아 있다. 특히 미루나무와 양버들의 잡종인 이태리포플러가 장려되어 생장이 느린 미루나무는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선유도공원같이 오래된 시설물에 일부 남아 있다. 미루나무는 성장이 매우 빠른 속성수로서 환경이 좋으면 1년에 5m만큼 자라기도 한다. 그래서 헐벗은 산림에 홍수 피해가 심하여 속성수가 필요하던 치산녹화 시절에 산림청에서 앞장서 도입하여 하천변이나 저지대 계곡 등지에 많이 심었다. 그러나 목재로서 별 쓰임새가 없고 솜털 씨앗이 날리고 뿌리가 너무 넓게 퍼져 주변을 침해하고 태풍에 약하여 잘 넘어져 쇠퇴하기 시작했다. 하천변이나 비옥한 계곡지역이 식재하기 적당한 곳이다. 내습성, 내한성이 강해서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며 햇빛에 대한 요구량이 크고 습기, 바닷바람, 대기오염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 순우리말처럼 보이는 미루나무도 이름의 변천이 재미있다. 1937년에 ‘모니리페라포풀라’로 이름 지었다가 1942년에 미국에서 온 버들이라는 뜻으로 미류(美柳)나무로 변경했다. 일본 이름 히로하하꼬야나기(廣葉箱柳)의 영향을 받아 지은 것이라고 한다. 양버들처럼 버들이 아닌데 버들이라는 이름을 붙여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다가 미류나무가 ‘미루’나무로 발음되는 바람에 2002년 미루나무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어차피 버들도 아닌데 류(柳)를 고수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태리포플러(Populus canadensis) 이탈리아 원산으로 미국산 미루나무와 유럽산 포플러의 잡종 가운데 품종 ‘I-214’를 도입하여 전국에 엄청나게 심었다. 미루나무보다 더 빨리 커서 한국전쟁 이후 황폐한 지역을 녹화하기에 적당한 수종이었을 것이다. 미루나무보다 키가 커지고 가지가 넓게 벌어진다. 그러나 50년 자라면 30m까지 자라서 태풍에 쉽게 넘어진다. 매년 태풍이 지나가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하천이나 습지 주변에 포플러 종류가 자생하지 않는 이유이다. 빠르게 자라 1년에 2m는 거뜬히 자란다고 한다. 잎은 삼각형이고 어린잎은 붉은색으로 돋아나다가 녹색으로 바뀐다. 더위나 가뭄에 강하고 산기슭 아래 또는 강변에서 잘 자란다. 잎의 길이가 너비보다 긴 것이 미루나무나 양버들과의 차이점이다. 나무껍질은 은빛을 띤 흰색이다. 키가 크고 수관폭이 크다 보니 강풍에 잘 넘어진다. 목동신시가지 완충녹지에 여러 그루가 있었는데 태풍이 지나가며 전부 다 뽑혀 치우느라고 고생한 기억이 난다. 이태리포플러는 5월에 버드나무처럼 하얀 솜털을 날리는데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가 아니라, 씨앗을 담은 솜뭉치이다. 그런데도 도시민의 민원 때문에 대부분 베어버린다. 1980년대부터 홍수시 하천 범람을 일으킨다고 하천변의 나무 식재를 법령으로 아예 금지하여 물가에서 잘 사는 이태리포플러나 미루나무 등은 그 터전을 완전하게 잃게 된다. 지금도 농촌에 가면 군데군데 키 큰 이태리포플러나 미루나무가 강가나 들판에 우뚝 솟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태리포플러를 땔감으로 사용할 경우 화력이 다른 나무와 비교하여 떨어지는 편이라, 제지용 펄프로 대부분 사용한다. 과거에는 성냥개비나 나무도시락으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수요가 거의 없다. 그러나 카드뮴, 수은, 아연 같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에 발표되어 큰 기대를 걸게 된다. 또한 신재생 바이오에너지 자원이나 탄소흡수원으로 포플러가 주목받게 되어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하니, 이태리포플러의 이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시나무 떨듯이 사시나무속 나무는 수피가 하얀색인 사시나무와 이태리포플러와 검은색인 양버들, 미루나무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자생종인 사시나무(Populus davidiana)는 미세하게 떠는 모습이 심하다고 한다. 부채모양의 잎은 길이가 4cm 내외인데 탄력이 좋은 잎자루가 3cm 가량으로 떨기에 적당한 조건이다. 식물생리학으로 봐도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을 중력을 거슬러 잎사귀로 보내는 과정에서 잎이 파르르 떤다고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사시나무 떨 듯한다’라는 속담을 지어낸 듯하다. 사시나무속 교잡종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외국에서 도입할 때 이름을 잘 못 지어 사람들이 헷갈리는 편이다. 양버들이나 미루나무는 앞에서 쓴 바와 같이 일본어에 버들(柳) 글자가 있다고 해서 버드나무를 이름에 넣었다. 지금도 한강변을 걷는 사람들에게 ‘양버들’ 이름표를 붙여놓은 나무가 버드나무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나무를 다시 쳐다보게 된다. 서양에서는 이 양버들을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변종이라고 해서 ‘이태리포플러’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태리포플러를 서양에서는 캐나다가 원산지라고 해서 ‘캐나다포플러’로 부른다는 것이다. 이미 널리 통용되는 나무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아카시아’나무 사례에서처럼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email protected]
-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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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산림청이 해마다 강력해지는 집중호우와 태풍의 위험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내달 말까지 주택·인구 밀집지 대형 수목에 대한 안전점검을 시행한다. 28일 산림청에 따르면 점검에는 산림청·수목 안전진단 전문가·지자체 담당자가 참여하며, 오는 29일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내달 말까지 7개 특·광역시 4000그루를 우선 대상으로 육안 검사와 비파괴 정밀 진단 방식으로 실시한다. 전국에는 식재 후 35년 이상 된 대형·노령화 수목이 약 100만 그루 있으며, 지난 4년간 비바람 등에 쓰러지거나 부러진 수목이 2만 그루로 매년 평균 5000그루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산림청은 국민이 일상에서 소중한 생명과 재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택·다중이용시설 주변 대형화·노령화된 수목을 대상으로 안전을 점검하며, 쓰러질 위험이 있는 수목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김주열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장은 “도심의 숲은 많이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숲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신유정[email protected]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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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롼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국내 학자가 지은 자생생물 학명 수가 6851종으로 확인됐다. 이는 1662종에 불과했던 2000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23일 국가생물종목록에 등재된 5만8050종의 국적별 명명자를 인공지능(AI) 기술인 챗GPT와 전문가 검토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생생물 학명은 생물 이름의 세계적인 통용을 위해 국제명명규약에서 규정한 표기법에 따른 이름을 뜻한다.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가 제안한 ‘속명+종소명’의 이명법 체계에 따라 라틴어 학술명으로 표기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학자들이 명명한 자생생물 학명이 총 6851종이다. 원핵생물 2536종, 무척추동물 1744종, 곤충 1720종, 균류 및 지의류 397종, 조류 234종, 식물 171종, 어류 40종, 양서·파충류 9종 순으로 많았다. 이는 2000년의 1662종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국내 학자들의 명명 비율은 11.9%로 나타났다. 특히 한반도에만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고유종 2355종 가운데 63.9%인 1506종의 학명이 국내 학자가 지었다. 2000년 847종 대비 1.8배 늘어난 것이다. 2001년 이후 최근까지 발견된 719종의 한반도 고유종 중에서는 약 91.6%인 659종이 국내 학자가 명명했다. 우리나라 자생생물 학명은 2000년 이전까지 유럽과 일본, 중국 등 외국 학자들이 주로 지어 국내 연구자의 명명 비율은 3.4%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7년 생물자원관 개관 이후 자생생물 발굴사업 등에 힘입어 국내 연구자의 명명 비율이 급증했고, 최근 들어서는 형태적 및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한반도에 분포하는 개체가 주변국 개체와 다른 종으로 밝혀져 학명에 우리나라를 뜻하는 ‘코레아나(coreana)’로 명명된 사례도 늘어났다는 게 생물자원관 측 설명이다. 서민환 생물자원관장은 “국내 연구자들이 명명한 학명의 증가는 최근 20년간 자생생물 발굴사업 등 우리나라 자생생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진 결과”라며 “최대 10만 종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자생생물 발굴을 위해 분류학 기반 연구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신유정[email protected]
-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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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조경수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조경수를 대표하는 나무이다. 낙엽활엽교목으로 경관을 형성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나무로 병해충이 별로 없고 스스로 모양을 잡으며 빠르게 성장한다. 꽃과 열매가 풍성한 잎사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걸 빼고는 조경수가 가져야 할 장점을 다 갖춘 나무이다. 유전적으로 가지를 넓게 펴는 속성이 있어서 여러 조경수 가운데 가장 넓은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베푼다. 매년 새로 잔가지들이 나와 수많은 잎을 달기 때문이다. 잎이 다 떨어진 겨울철에 느티나무 밑에서 위를 쳐다보면 수많은 나뭇가지가 질서정연하게 균형 잡힌 모습을 볼 수 있어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람이 간섭만 안 한다면 높이가 5~20m까지 성장한다. 느티나무는 내건성과 내습성이 강하고 공해물질에 대한 적응력이 높다. 도시공원이나 아파트에 많이 식재하는 수종이다. 일설에 의하면 느티나무의 이름은 줄기의 오래된 수피가 양버즘나무처럼 떨어져 나가서 ‘늙은 티를 낸다’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열매는 핵과로 지름 4mm 정도의 납작한 콩알 모양 열매가 갈색으로 10월에 여문다. 2년 주기로 열매가 많이 달렸다 조금 달렸다 한다. 서양에서는 ‘Elm-like Tree’라고 부른다. elm(느릅나무)과 비슷하게 생긴 나무로 여겨지는 걸로 보아서 서양에서는 느릅나무가 많이 있고, 느티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럽 사람들은 보기 어려운 느티나무가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녹지에 흔하게 볼 수 있어서 매우 부러워한다고 한다. 느릅나무과에는 아주 크게 자라는 나무로 느티나무와 함께 느릅나무, 비술나무가 있다. 느릅나무는 느티나무보다 곁가지의 발달이 약하고 잎의 밀도가 낮다. 서울숲 산책로에 느티나무, 팽나무 그리고 느릅나무를 나란히 심어 놓아서 서로 비교하며 구별할 수 있다. 비술나무는 추운지방에 주로 자생하는데 느릅나무과 식물 가운데 잎 크기가 가장 작고, 잎 뒷면에 털이 없다. 어린 가지가 아주 많은데 경복궁 동쪽에 있는 현대미술관 앞에서 볼 수 있다. 마을 지킴이 별다른 병충해 피해가 없어서 오래 사는 나무이다.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는 보호수란 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이 있는 노목(老木), 거목(巨木), 희귀목(稀貴木)으로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말하는데, 전국에 13,000주 정도 분포하고 있다. 그 가운데 느티나무가 7,100그루로 가장 많다. 전국 각지에서 커다란 정자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4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는 은행나무 19그루와 소나무 19그루 다음으로 많은 나무이다. 오래전부터 느티나무를 신성시해 벌채를 금지해서 노거수로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마을 어귀에 있는 느티나무를 마을을 지켜주는 상징으로 여겼다. 신록과 녹음 그리고 단풍으로 일 년 내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마을을 지켜주는 정자목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이 열린다’ 말처럼 느티나무는 대지에 뿌리를 깊게 내려야 높이 자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는 대부분 지하 주차장을 만들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녹지는 대부분이 흙 깊이가 1m 내외에 불과하다. 이처럼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심은 나무는 뿌리가 옆으로 길게 뻗어 겨우 큰 덩치를 지탱하고 있다. 14년 전에 분양 홍보 수단으로 천 년생 느티나무를 간판으로 내세워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인 인공지반에 식재했다. 식재 직후부터 가지가 마르고 잎이 떨어지더니 결국 나무전문가가 조사한 결과 사실상 고사했다고 진단했다. 키 4m에 밑동 지름이 1.6m에 달하는 천 년생 느티나무는 경북 군위에서 살았다. 고려·조선시대를 거쳐 살아왔는데 2004년부터 군위댐을 건설하면서 이웃 고장인 고령으로 옮겨졌다. 운반하는 화물차에 실을 수 있게 큰 가지가 여러개가 잘려 나가 볼품은 없어지고 커다란 밑둥만 남게 되었다. 몇 년 후에는 장수와 건강을 상징한다는 모델로 선택되어 무려 10억 원을 들여서 서울 부자 동네로 다시 옮겨졌다. 이사하자마자 서울의 혹독한 추위와 배수가 안되는 흙 위에서 힘든 나날을 보냈다. 결국 뿌리 일부분은 살아 있지만 몸통에 붙어있던 가지들은 죽었다. 영리한 기술자가 어린 나무 몇 개를 밑둥 주변에 심어서 마치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 처럼 가꿔 놓았다. 느티나무 30대 조상과 30세 후손의 어색한 공생을 하고 있어, 형식은 ‘천년생 밑둥’이고 내용은 ‘십년생 가지’인 셈이다. 아파트 녹지에 대형목을 옮겨심어 오래전부터 살아온 나무처럼 보이는 방식은 아파트가 고층화하면서 생긴 유행이다. 하지만 토심이 1m 남짓한 인공지반에 대형목을 심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예전에 갯벌인 곳에 만든 공원에서는 흙을 충분히 성토하고 심은 대형목도 살아남기 어렵다. 도시 개발로 인한 바람길 변경 때문에 잘 살고 있던 보호수도 태풍에 쉽게 부러진다. 솜씨 좋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1984년 광화문 교보생명사옥 파사드에 커다란 느티나무 6주를 심고 나서야 전국의 건축소장들이 내가 짓는 건물 앞에 키 큰 나무 심는 걸 허락했다고 한다. 그제야 “멋진 건물 앞을 가리는 나무를 심지 마라”라는 근시안에서 해방된 것이다. 후진국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도시에 마구 건축물을 짓던 시절에는 나무가 도시경관을 방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난 뒤에야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메이크업하는 아티스트는 나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잘 살고 있던 광화문 은행나무 가로수를 다 치우고 나서 다시 상수리나무를 심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87년 종각사거리 신신백화점 터에 제일은행 본점 조경공사를 할 때 에피소드이다. 가로수는 서울시에서 심어놓은 못생긴 은행나무였는데 건물 앞에 3줄로 큰 느티나무를 심어 녹지를 만들었다. 출근길에 그 모습을 본 시장은 가로수와 같이 수종인 은행나무로 교체하라고 무리한 지시가 전달되었다. 발주처 감독을 설득하여 느티나무를 고수하며 차라리 가로수마저도 느티나무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결국은 느티나무숲은 살아남았고 길 건너 편 영풍빌딩 앞에도 느티나무를 심게 되었다. 화신백화점 자리에 빌딩이 들어설 때 당연히 느티나무를 심을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메타세쿼이아를 심어버려서 종각사거리의 메이크업은 미완으로 끝났다. 보신각에서 바라보면 풍성한 느티나무 숲과 비교하면 앙상한 메타세쿼이아가 고달프게 서있다. 가을철 느티나무 단풍을 보면 노란색과 붉은색이 뒤섞여 있다. 단풍색상이 다른 품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 개체에 따라 색소의 합성 능력 차이 때문이다. 엽록소와 함께 봄부터 잎 속에 합성되는 노란 색소인 카로티노이드와는 달리 붉은 색소인 안토시안은 그 성분이 세포액에 녹아 있다가 늦여름부터 새롭게 생성되어 잎에 축적된다. 식물은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낮아지면 잎자루에 코르크처럼 단단한 떨켜를 만들어 월동 준비를 한다. 떨켜가 만들어지면 잎으로 드나들던 영양분과 수분이 더 이상 공급되지 않고, 그 결과 엽록소의 합성도 멈춘다. 잎 속에 남아 있던 엽록소는 햇빛에 분해되어 점차 그 양이 줄어들어 녹색은 서서히 사라진다. 그에 반비례해서 분해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안은 일시적으로 제 색인 노란색과 붉은색을 내기 시작한다. 결국 우리 눈에 보이는 현란한 단풍은 나뭇잎 속에 함유된 이들 색소가 각기 다른 분해 순서에 따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셈이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들게 만든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안마저 분해되면 쉽게 분해되지 않는 탄닌 색소로 인해 나뭇잎은 갈색으로 변하여 낙엽이 되어 바람결에 땅으로 떨어진다. 뛰어난 회복탄력성(resilience) 속성수이다 보니 거칠게 전정을 해도 자연스러운 수형을 회복할 수 있지만, 줄기의 절단면은 썩어들어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느티나무는 자라면서 불필요한 속가지를 스스로 정리하면서 수형을 만들어가는 특성이 있다. 도시지역에서 비교적 잘 적응하여 빌딩 속에서 녹색숲을 형성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개발부터 간선도로변 가로수로 식재하여 지금은 아름다운 가로경관을 이루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산기슭이나 골짜기 또는 마을 부근의 흙이 깊고 진 조건에서 잘 자란다. 조경 현장의 거친 흙에서도 웬만하면 적응하지만 배수가 안되는 곳에서는 고사하고 만다. 배수가 불량하면 어쩔 수 없이 뿌리 분을 주변보다 들어 올려 심는 수밖에 없다. 쓰임새가 여러가지인 느티나무는 베어진 후에도 목재의 최상품으로 쳐준다. 썩거나 벌레가 먹는 일이 드문 데다 나뭇결과 무늬가 곱고 황갈색으로 윤택이 난다. 건조 시 갈라짐과 비틀림이 적고 마찰이나 충격에 강하며 단단하다. 좋은 목재가 갖추어야 할 모든 장점을 다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무의 황제’라는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많은 왕의 관으로 사용하였고, 건축 구조재로 최상품이라서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기둥으로 선택되었다. 서민은 소나무, 양반은 느티나무와 함께 일생을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email protected]
- 2023-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