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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포럼] 도시공원일몰제 시한폭탄 남은 시간 1년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제정법의 헌법불합치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해준다. 1999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가 있다. 도시계획시설의 기반시설은 녹지, 학교, 공원, 도로 등을 말하며 이중 공원용지는 전체 도시계획 시설 면적 중 50.1%를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20년간 공원이 조성되지 않은 곳들은 2020년 6월 30일까지만 도시공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도시공원 일몰제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2020년 7월 1일 도시공원이 일몰되면 법리적으로 해당지역은 이전 용도로 전환이 된다. 해당 부지는 토지주의 반발로 공공의 자연녹지로 존치가 될 가능성이 많지 않고 개발 허용은 더 더욱 쉽지가 않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19년의 세월이 흘렀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쾌적한 환경과 시민건강을 위해 1인당 공원면적을 9㎡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선진국의 1인당 공원 조성 면적은 20~30㎡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원일몰제로 고시된 공원 면적의 83%가 2020년에 사라지게 되면 당초 1인당 13.16㎡로 계획됐던 공원면적이 약 4㎡ 밖에 남지 않아서 녹색인프라 후진국이 된다. 한국조경학회와 환경조경발전재단은 2011년과 2012년에 걸쳐서 ‘국가도시공원 및 녹색인프라 구축 전국순회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공원일몰제에 대한 전략도 함께 논의했으나 내용이 빈약한 일명 ‘국가도시공원법’으로만 개정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세미나와 행사를 통해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여겨졌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둔 1월 29일과 3월 28일에는 전국 27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20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이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대국민 서명캠페인 및 지방선거 후보자 도시공원 일몰제 정책 지방선거공약제안 공동기자회견과 협약 활동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방선거 시국에 맞춰 지자체 단체장 출마자들이 공원일몰제에 대한 공약을 내놓았고 환경운동연합은 6월 13일 전국지방 선거를 맞아 환경정책을 발표하고, 각 정당과 지방선거 출마자에게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정책제안서에는 공원일몰제 해결을 위해 지방재정 확보, 도시공원구역 지정, 사유지 매입 및 임차제도 도입, 국공유지 도시계획결정 실효 배제, 민간공원특례사업 시 국공유지 제외 등이 포함됐다. 정책제안은 6개 전국 공통과제와 17개 광역자치단체의 141개 환경과제 그리고 375개 세부과제를 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각 후보와 정당에 정책제안서를 전달하면서 환경정책토론회, 정책분석, 시민참여캠페인 등을 통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란다. 이러한 시민단체의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도시공원일몰제 문제해결 노력을 보면서 조경분야의 그동안의 활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지방선거 이후 공원일몰제 대책에 대한 많은 의견이 개진됐다. 기존에 진행되던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있지만 특정집단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는 폐단이 거론되고 있고 해당 토지매입을 위한 지방채를 발행하면 국가에서 발행 지방채 이자의 50%를 지원해준다지만 올해 겨우 79억 원만 책정되어 있어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동안 지자체에서는 미집행공원 문제를 모르고 있던 상태는 아니었다. 담당 공무원이 대책을 논의하려해도 해당 지자체장은 자신의 임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며 국가 재정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어 손을 놓고 있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실제 중앙정부는 1999년에 공원녹지 업무를 자자체로 이관을 해버렸는데 업무는 주고 예산은 안준 정책이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 그사이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비롯해서 기후 환경문제가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문제도 대두되면서 도시녹지가 미세먼지 등의 도시환경문제 해결책의 일환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공원녹지정책은 다시 중앙정부의 업무로 환원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조경직 국가공무원을 2022년까지 200명을 채용한다고 한다. 이어서 국토부와 환경부에 5급 7급 경력 조경직 국가공무원 채용 공고가 나왔다. 첫 조경직 국가공무원의 책임도 막중하지만 이들이 미집행공원, 미세먼지 대책, 미기후 발생 등의 도시환경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경분야의 연구 개발과 정책제안이 전폭적으로 있어야 하겠다. 대책 없이 지나온 세월 때문에 발생된 도시공원일몰제 문제처럼 녹색정책 공백이 반복되어서는 안되겠다. 지난 3월 27일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평가와 대안 로드맵’을 주제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원욱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전국적으로 미집행공원 문제를 풀지 못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를 했다. 도시공원 일몰제 시한폭탄 폭발시간이 1년여가 남았다. 재앙이 될 것인지 재난이 될 것인지 모르지만 이 시대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크던 작던 간에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대책이 책상 위에만 있다는 것이다. 김부식 / 한국조경신문 회장
    • 김부식 한국조경신문 회장
    • 2019-05-20
  • [지금여기 공원미학] 춤추는 나무, 숨쉬는 도시 ③ 흙땅이 말하는 남산(남산공원)
    02. 흙땅이 말하는 남산(남산공원)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대부분인 ‘지금여기 도시’는 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아이와 놀다보면 도시가 어때야 좋은 기억으로 이 시절을 기억할 지 심심치 않게 되묻곤 한다. 그러니 실내 보다는 나무 그늘, 천변 산책로 또는 공원이나 가로수길을 선택하지만 시야에는 늘 높은 건물과 뾰족한 시설물들이 빼곡하게 배경을 이루곤 해서 가슴 한켠이 답답하다. 그래도 아침이면 먼저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는 세 살 아이, 겨우 나비와 꽃을 발음할 수준이지만 조막스런 손가락으로 꽃과 나무를 찾으며 웃는 그 눈빛이 오래도록 계속되었으면 싶다. 한편으론 장난감을 더 사드려야 하나 싶기도 하면서. “자연의 가치를 말하는 이야기들은 도시를 벗어나야 할 곳으로 거론할 뿐이다. 자연은 마지막 도로의 끝, 마지막 보도와 교통 신호등 너머에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야생이 시작하기를 우리 대다수는 바란다. 대다수 동식물은 사람이나 도로, 가옥, 농장 등 인간의 상징물들이 거의 없는 곳에서 번창한다. … 하지만 자연 보호 운동이 멀리 있는 자연만 집중해서 보는 사이 정작 손 가까이에 있는 중요한 것이 잊힐지도 모른다. 자연의 가치가 다양한 형태로 주류 경제학, 과학, 그리고 정치학에 들어올 때, 그것은 자동차나 인터넷과 같이 우리 사회와 경제를 혁신할지 모른다.” _ 마크 터섹·조너선 애덤스 저, 김지선 역, 『나는 자연에 투자한다』, 사이언스북스, 2015, p.227. 자연을 대하는 이런 태도는 어쩌면 평범할 정도로 지난 시절 우리에게 가득했다. 비대해진 서울에도 이런 역사가 깔려 있다. 다만 뭔가 다르다. 서울만의 특별함이랄까, ‘아파트숲’인 삶터 사이로 공원이든 공원 아니든 녹색 자연이 적지 않은 것이다. 서울은 다행히 시작부터 자연과 인공이 조화로운 곳에 터를 두었기 때문이다. 시작이 그러하였으니 우리 도시는 산과 들이 그 일부를 이룬다. 서구 도시와 다른 이것은 지금여기 우리가 세심하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미세먼지, 기후변화가 피부로 느껴지는 지금과, 아파트, 대로(大路), 지하공간 사이를 헤매는 여기의 우리는 새로운 성찰이 시급하다. 공원을 터와 연관 지어 보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다. 특히 남산공원은 남다르다. “서울을 둘러싼 산계는 내사산(內四山)과 외사산(外四山)이 있습니다. 외사산은 북한산하고 관악산, 용마산, 행주 쪽에 있는 덕양산, 이렇게 크게 둘러친 산들이고, 내사산은 그 안에서 서울 성곽을 이루는 네 개의 산입니다. 마운틴 서클이죠. 내사산은 북악, 인왕, 남산, 낙산 자락이 있는데, 북악산(342m)이 제일 높고, 그 다음이 인왕산(338m), 남산(262m), 낙산(124m)은 거의 백 미터로 제일 낮고요. 이 네 개의 산과 이를 잇는 성곽은 옛날부터 서울이라는 도시의 경관을 가장 크게 결정한 요소입니다.” _ 조성룡, 『건축과 풍화: 우리가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수류산방, 2018, p.307. 「경국대전」은 다른 내사산이 바위산인데 비해 남산은 흙이 많은 토산이라고 지적한다. 의미의 터였던 서울에서 남산은 별도 가치로 언급된 것이다. 흙(土)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오행(五行) 중 위치 상 중심이 되고 다른 것들에 토대로서 작용한다. 나무가 잘 자라는 생태적인 환경은 남산이 가진 가장 중요한 도시적 위상이었던 셈이다. 의미로도 그렇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러니 남산에 들인 남다른 시각은 「사산금표도」 같은 별도의 관리 방안을 가지게 한 것이다. 소나무를 보호하고 묫자리를 금하여 특별한 의미와 가치의 장소로 보호하고 보전하려 한 것이다. 그 결과가 애국가에 흔적으로 남은 “남산 위의 저 소나무”이며 그 소나무는 한국전쟁 때까지도 남아 있었다고 전한다. 오래도록 잘 보호된 소나무는 그 줄기가 거북 등같이 갈래가 선명한데, 철갑으로 보일 만큼 충분히 그랬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아쉽게도 갑옷 같은 나무들 군집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남산 위에는 많은 나무들이 흙에 뿌리를 두고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어쨌든 역사적으로 서울의 남산은 지리산이나 백두산, 한라산처럼 특별한 영험함을 대표하지는 않지만 도시의 생활과 문화를 투영하고 시대를 기록하며 중요한 랜드마크(Landmark), 타임마크(Timemark, 타임마크는 도시와 공간에 중점을 두는 랜드마크에 견주어 장소를 대표하는 시대적 특징과 이미지를 지칭하는 용어로 필자가 조탁한 것이다.)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겸재의 그림처럼 특별한 이미지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니까 남산은 서울(도시)을 보게 하고, 또 보이게 한다. 거기 중심에 남산공원이 있고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유년의 뜰’이었을 그곳은 관심만큼이나, 위치만큼이나 근대 이후 부침이 많았다. 모두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어 흔히 잊어버리는 부분만을 살펴보면, 외세 침탈과 전쟁 이후 남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확연히 이전과 다른 길로 접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남산은 보호의 손길이 무력화되자 개발의 대상으로 바뀌었고, 「조선시가지계획령」(1934년 제정)은 그 종합판으로 1926년경 ‘경성부’ 구상을 설명하는 “대경성” 마스터플랜으로 장기적 변질이 추진되게 된다. 여기에는 무엇이 우리 사고에 이식되었는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일제는 남산 주변에 거류 공간을 확보한 이후 왜성대공원(1987), 한양공원(1910), 장충단공원(1919) 즉 남산의 북, 서, 동쪽에 공원의 설치라는 명목으로 토지를 침탈하였습니다. … 경성의 시가지 확장으로 남산이 점차 경성의 중심 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1917년에는 대삼림공원계획을 수립합니다. … 한편 일부 일본인들을 위해 남산 남록의 조망이 좋은 곳에 고급주택을 짓고자 신당에서 삼각지에 이르는 남산주회도로가 부설되기도 하였습니다. 남산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일본의 전원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_ 「남산의 힘(도록)」, 서울역사박물관, 2015, p.54. “도시계획은 하루가 늦어지면 그 하루만큼 손해이다. 또한 그것은 도시계획계만의 일이 아니라 부민 전체의 일이다. … 내무성의 표준이 장래 30년이기 때문에 경성부도 그에 맞추어 진행 중이다. … 경성부의 현재 인구는 33만 명인데 과거의 경향과 수학적 방법을 쓰면 30년 후는 약 46만면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경성부의 현재 주거 가능 면적은 전 부역의 4할 정도이기 때문에 밀집, 포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 대경성의 장래의 중심은 경성부 신청사(1926년 신축한 서울시 구청사)의 동편이며, 이 중심에서 60분 내에 도달하는 지점은 동은 숭인면 휘경리의 북단, 서는 연희면 연희리 철도 교차점, 남은 북면사무소, 북은 북한산으로 … 도회화가 역연하므로 장래 경성과 공존공영해야 할 지역이다. 이렇게 장래 대경성의 구역을 정하는 것이 경성 도시계획에서 최급선무이다.” _ 염복규, 『서울의 기원 경성의 탄생: 1910~1945 도시계획으로 본 경성의 역사』, 이데아, 2016, p.124, 재인용. 그에 따라 서울의 전체 평면이 다시 작성되었으나 무학대사와 정도전의 설전 마냥 무슨 사상이나 철학은 아랑곳 않고 “대사업” 도시계획으로 남산의 위상은 재편된 것이다. 남산공원은 이런 연유 후 1940년 3월에 “공원결정”이 “고시”되며 탄생한다. 전쟁 후 1968년 9월에는 남산공원관리사업소도 설치된다. 남산타워가 만들어지고 터널이 뚫리며 길들이 똬리를 틀고 허리춤에는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이후 남산은 개발시대의 상징 노릇이 되기도 한다. 남산공원도 그에 따라 분수대, 야외공연장 등을 추가하며 성장하였고 팔각정이 있는 도심 산책로와 드라마로 대표되는 새로운 이미지의 도시 공원이 된 것은 1990년대가 되어서이다. 남산이 본격적으로 관광지이자 일상의 공원이 된 것도 이 즈음이다. 서울의 남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전국의 남산들 대부분이 그러하였다. “남산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모습은 희뿌연 스모그 사이로 우뚝 솟은 빌딩과 아파트만 보이는 회색 도시다. 도시를 에워싸고 있는 산과 일부 공원형 숲을 제외하면 규모가 큰 숲은 찾아보기 어렵다. …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치장한 거대한 괴물을 연상케 하는 것은 비단 서울만이 아니다. 부산, 대구, 대전, 인천, 광주 등 대도시들도 모두 서울의 모습을 닮아가면서 삶의 터전이 갖추어야 할 모습과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 도시화는 1960년대 후반부터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도시 인구가 1984년 대략 3,000만 명 정도였는데, 불과 30년 만에 5,100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_ 안병옥,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 21세기북스, 2014, pp.88~89. 남산은 산이기도 하지만 그대로 공원이기도 하다. 자연은 본능에 속하는 것이어서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충분히 그러하게 받아들인다. 흙과 땅은 자연의 기본이어서 바탕에 숨어 드러나지 않더라도 마음을 흔든다. 남산은 언제나 그러했다. 안 그런 것 같아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금여기 우리에게도 그러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옆에 끼고 산다고 하여도 남산엘 자주 가지는 않을 테고, 멀리 떨어져 보일까 말까하고 살지만 바쁜 일상에서도 우리 대부분은 남산에 꽃이 피는지 눈비가 오는지 동네 공원보다 잘 알지 않는가. 봉우리와 산은 바람을 흔든다. 길을 방해하며 모여 사는 터(도시)의 잡스러움(먼지)을 빨아낸다. 흩어지는 공기는 나무가 추동한다. 땅에 새겨진 물길은 그 시각적 흔적이다. 흙과 땅은 물길을 품는다. 나무는 거기를 통해 숨쉰다. 다져진 땅에는 잡풀도 나지 못한다. 비대해진 서울은 남산이 있어 바람이 통하는 도시다. 빽빽한 삶터가 되었지만 다지고 다져도 가운데 흙이 스스로 자생하며 중심이 되어 주니 도시 전체가 빙 둘러 숨쉬고 춤춘다. 그렇게 남산과 남산공원은 흙과 땅으로 먼저 말하는 곳이다. 공원을 이야기하며, 남산을 이야기하며 서울의 역사와 배경 문화라는 먼 길을 돌아온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남산은 공원이면서 랜드마크이면서 관광지이자 도시이미지, 삶의 전망대, 시대의 타임마크인 것이다. 장소는 기본적으로 여러 위상과 켜로 이해되는데 그 중에서도 남산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 하나의 중심점이자 도시이미지의 기준이 되는 공원이다. 장소에 투영된 역사와 문화는 그간의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지금의 생활을 성찰하게 해준다. 남산공원은 곧 그런 남산의 살가운 피부인 것이다, 모두가 만져볼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것이다. “나무와 물과 바위 위에 투사된 상상의 구성물이라는 점에서, 풍경(경관)은 자연이 되기 전부터 문화다.” _ Simon Schma, Landscape and Memory, New York, 1995, p.61. 그렇게 본능적으로 우리는 땅을 읽으며 산다. 그런 것을 경관(또는 풍경)이라고 한다. 경관은 단순히 흙과 땅, 터를 지칭하는 물리적 개념만이 아니다. 경관은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이며, 그런 자연은 이미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다. 공원이 우리 시대 자연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지만 산과 들이 함께였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본다면 결코 근대적 발명품이라 편협하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서구 근대성이 사고의 기저를 이루고 있음은 그런 맥락에서 성찰해야 한다. 공원을 삶에서 떼어 보려는 어떠한 시각도 ‘20세기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품앗이가 산촌의 무기”라며 “오히려 시골이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모타니 고스케 저, 김영주 역,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동아시아, 2015, pp.240, 17.)는 말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다음과 같은 힌트를 남산과 남산공원이 던져준다고나 할까. “진리는 새롭지 않다. 오류만이 새롭다. … 없는 데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을 ‘발명(Invention)’이라 한다면(無->有), 있는 데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을 ‘발견(Discovery)’이라 할 수 있다(有->有). 융합은 문언가 이미 있는 것을 발상의 재료로 삼아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에, 형식상으로는 발견에 해당한다. 하지만 새로 창출된 것이 이미 있던 것과는 다른 것이기에, 내용상으로는 발명이라 할 수 있다.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화학적 변화이기 때문이다.” _ 최재목, “삶은 어차피 융합이다(머리말)”, 『융합 인문학』, 이학사, 2016, pp.5,6. Park 02. 흙땅이 말하는 공원들, “공원과 조경의 현대상” 서울의 옛그림을 보면 산과 길이 강조되던 도성도가 후대일수록 물과 녹지가 강조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옛그림에는 터가 가진 경관 특성이 잘 드러난다. 풍속화에서는 나무와 물이 생활공간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그대로 나타난다. 잘 살펴보면 우리에게 조경과 풍경(경관)은 서구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정원과 공원이 경계 없이 삶터에 혼재한 것은 아주 쉽게 흔적으로 찾을 수 있다. 근대 조경학이 대부분의 도시를 감싸고 있지만 역사와 문화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그것으로 공식(公式)화되지 못하는 부분이 우리만의 본성으로 남아있음을 깨닫게 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은 뇌가 많은 양의 모르핀을 투여해 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풍경에 색․깊이․움직임이 더해지면 그 경로를 따라 더 많은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된다.” _ 에스더 M. 스턴버그, 서영조 역,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더퀘스트, 2013, p.76. 그것은 위와 같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풍토의 영향이 생과 삶(다시 말해 지역문화)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서구 과학만으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본능과 문화로 이어지고 있는 오래된 정원문화, 오래된 공원문화를 눈 밝게 읽어야 할 때이다. 새로운 성찰은 그러할 때 가능하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그것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니 꼭 읽어두면(알아주면) 좋겠다. 우리 도시에 깔린 조경과 정원(공원)의 문화를 본성으로 깔린 이것을 통해 눈치 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아, 그 전에 여기서는 공원과 정원을 굳이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정원으로 일단 부르고자 한다. 그 이유는 다른 기회에 다룰 수 있을 것이다. 1. 우리에게 녹색 자연은 “삶의 배경이자 터(녹색인프라)”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도시가 건축술의 발달로 만들어지고 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그리고 도시혁명이 그런 차원에서 지적되곤 한다. 공원은 그 뿌리를 정원에 두고 있어 정원의 시작을 좇다보면 식물을 가꾸고 즐기던 시절만이 그 전부인 것인 양 한정짓는 것을 보게 된다. 정원이 “작업공간이자 생산환경, 열락장소(황기원, “정원의 원형 시론”, 『환경논총』 제 20권, 1987, pp.85~97.)”이었음을 지적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는 탁월한 원형찾기, 본류찾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놓친 부분이 있다. 정원이 본질적으로 정주환경, 마을공간을 구성하는 뼈대로서 기능하였다는 점과 그 정원을 통해 생산과 문화의 교류가 계속되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정원은 문화적 교류의 바탕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근대적 사고로 분석한 세 가지의 정원 본질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고 본다. 마을이나 공동체가 성장하면서부터는 정원이 마을 단위의 큰 뼈대가 되어주고 마을 문화의 배경이 된다는 점에 이제 주목해야 한다. 이러할 때 우리가 마을정원, 공동체 정원, 도시정원과 도시경관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근거가 확인된다. 다시 말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시대에 정원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서의 도시에서 정원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속성 중 하나인 ‘생활기반(green infrastructure)’의 측면을 되살리고 진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원녹지로 대표되는 도시 녹색 공간은 공사(公私)의 여부를 떠나 도시적 기능으로 다시 이해될 시점이 되었다. 따라서 현대 정원은 그 개념에서부터 문화적 확장을 통해 진화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현대 정원과 정원일(gardening)은 자연과 인간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가장 기초적인 행위라는 측면에서 1)자연물(인공물의 반대적 개념으로, 자생성이 있는 자연속 다양한 동식물과 유기물 등)을 다루는 행위, 2)인간의 의지와 요구에 따라 자연물을 활용하는 방식, 3)대체로 자연물을 선택하고 배치하고 유지관리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추구하는 모든 활동, 4)그리고 자연물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즐기는 공동의 자연(공공정원, public garden)이라는 개념적 확장을 이루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것들은 지금 여기 우리 도시의 정원문화이며 정원의 본질 중 네 번째의 그것을 말한다(안명준 외, 『텃밭정원 도시미학: 농사일로 가꾸는 도시 정원일로 즐기는 일상』,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 정원의 네 번째 본질, 정원의 생활기반으로서의 특성에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삶을 동시에 모색할 수 있게 된다. 도시가 인공이 가득한 불편한 삶터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유쾌한 삶터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정원으로부터 받았듯 우리도 이제 정원을 가꾸고 정원으로 돌봐야 할 시점이다. 현대 공원은 그렇게 정원과의 경계를 지우며 공진화하고 있다. 2. 우리에게 조경은 자연에 살고 자연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정원은 고래로 인간(문화)과 자연의 접점이었다. 이상적으로 보자면 정원은 인간 탄생의 장소(eden)였으며, 파라다이스였다. 충분한 보호, 적절한 관리로 자연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크지 않았던 보호 공간이었다. 그것은 자연의 말 그대로 자연스런 순환성을 배제한 통제된 자연이자 문화였으며 그러다보니 투입되는 에너지에 비해 실제 얻는 효과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정원의 소유조차 한정되게 만들었다. 근대 이전까지 정원은 그렇게 발전하였고 우리가 가진 정원에 대한 편견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원은 본래 자연이 문화화한 것으로서 노동과 예술이 만나 이루는 일상의 미적 장(aesthetic field)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감각이 살아있는 공감각적 경험의 장이었다. 과학의 발달과 풍부한 잉여 산물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사회의 등장은 정원을 보는 시각 또한 변화시키고 있는데, 정원은 제3의 자연(the 3rd Nature)으로서 자연과 문화가 적절하게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환경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는 체험과 참여가 기본이 되는 새로운 장소 구현이 정원의 뼈대로 요청된다는 점이 담겨 있다. 자연을 그림으로 보기 시작한 이래, 그 그림을 자연으로 재작성하던 시대를 벗어나, 이제 저만치 물러나 이러한 상황을 관조하던 ‘나’를, 자연 속으로 다시 끌어들이고 부각시키는 미적 태도가 보편화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과정에 조경(造景, Landscape Architecture)이라는 전문영역이 자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원은 조경의 기초 결과물이자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다루는 방식인 셈이다. 그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어서 동양의 경우, 이미 조경을 통해 취경(取景)과 유경(遊景)이라는 큰 틀의 기법들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다(황기원, “한국 조경의 문화적 전통 시론,” 『환경논총』 제 42권, 2004, pp.55~81.). 서양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스타일(style, 양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경은 그렇게 자연을 어떻게 즐기고 적응하며 사느냐의 방법론이었던 셈이다. 취경은 목적에 따라 경관을 취하여 정원으로 만드는 방식이고, 유경은 대상 경관에 직접 들어가 참여하며 즐기는 방식이다. 경관을 취하는 방식에는 그대로 베껴 만드는 방법 외에도 의미만 취하거나 바깥으로 시선만 열어두거나 하는 방법들이 쓰였다. 경관을 찾아 직접 즐기는 방식으로는 좋은 위치에 정자나 별서를 두고 옮겨 다니며 즐기거나, 몇 가지의 경관을 유람하며 즐기는 방식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이미 오래 전부터 자연은 소유로 한정되지 않고 또 감상자 없이 존재하지 않음을 기본 태도로 삼았던 것이다. 전국의 정자가 보고 보이는 위치에 자리한 것도 그런 연유가 있다. 이 두 가지는 결국 조경의 기법이면서 자연과 정원을 다루는 시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태도는 근대 학문으로는 모두 체계화 되지 못하여 여전히 연구할 부분을 남겨두고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본능에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을 뛰어넘고 이겨내려는 승패의 이분법이 아니라 자연에 적응하고 적당한 인간적 요청만을 이끌어내는 적응의 지속성, 그리고 포월의 취향으로 남아 급속한 산업주의 성장의 시대에도 쉽게 그 오랜 문화를 지우지 못했다. 우리에게 조경은 그저 삶의 기본이었던 셈이다. 그러니 요즈음의 누구라도 나무심고 꽃심는 ‘노동’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3. 우리에게 본래부터 정원과 공원은 전통이었다 도시 정원은 그 역사가 짧지 않다. 정원을 만드는 행위를 조경이라고 할 때 조경은 그 시작이 건축, 토목, 원예 등 원시에서부터 시작하는 인접 분야와 비슷한 시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조경은 하나의 문화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데, 조경의 대표적인 산물인 정원은 여러 가지 조경 중에서도 정수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정원은 문화만큼이나 다변화되는데 현대의 정원은 보다 민주적인 자연 향유의 방법으로서 공원과 함께 도시민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도시 요소로까지 성장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문화사적 전통으로 무장한 정원이 도시 삶의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변화의 조심까지 보이고 있다. 서양에서 정원을 의미하는 단어는 garden(영), Garten(독), jardin(프), giardino(이) 등인데,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접두어 gar가 쓰인다. 어원은 인도유럽어계의 gher(gherdh)이며, 그 뜻은 일정한 공간을 둘러싸는 행위 또는 그렇게 둘러싸인 공간을 뜻한다. garden이라는 말은 gan과 oden의 합성어로 알려져 있는데, 접미어 oden은 낙원을 뜻하는 기독교의 이상향 에덴(eden) 즉, 파라다이스(paradise)를 말한다. 따라서 정원에는 ‘울타리 속의 기쁨’이라는 의미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즉 ‘순치(馴致)’된 이상적인 환경이라는 뜻도 있다. 최근 우리에게는 도시농사, 주말농장, 수목원, 정원, 텃밭, 가드닝스쿨, 스쿨가드닝, 옥상정원, 실내정원, 공원, 공공정원, 숲해설, 올레길, 등산 및 야영, 꽃박람회, 정원박람회 등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다양한 행태들이 사회적으로 활발하다. 이는 콘크리트 회색인프라 속의 일상에 대한 반성으로서 녹색의 자연, 녹색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즐기고자 하는 욕구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것은 웰빙, 삶의 질, 건강, 쾌적한 삶 등 다양한 어휘들로 설명이 되며, 우리시대가 녹색 중심의 도시 환경, 삶의 환경을 기본으로 요청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뭔가 변화된 사회를 우리는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현대 정원은 도시와의 관계 속에서 재설정되고 있고, 현대 도시의 성장 없이는 이러한 유형의 정원도 발전하지 못하였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시대 정원은 새로운 형식으로 현대 도시에 적응한 자연을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중이다. 언제나처럼. 그 중 공원은 지금까지 인류가 내놓은 해법 한 가지인 셈이다. 공원보다 정원을 먼저 잘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결국 자연을 어떻게 활용하든, 정원이든 공원이든, 텃밭이든, 숲이든 간에 그것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중요하게 작용할 삶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행위라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풍족한 도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미와 내용, 가치가 지속되는 삶의 터를 우리는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원과 공원은 지금까지의 기술로 우리가 만들어낸 습관이자 전통인 것이다. 여전히 정원은 여러 이름으로 분화되고 있다. 지금도 새로운 정원 명칭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가 녹아있는 전통적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발맞추어 최근에는 정원과 공원이 뒤섞이며 공원의 개념마저 확대, 진화하고 있다. 이게 모두 우리 삶의 터이자 흙땅 위에서 감추고 속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교류하며 이루어지고 있는 자연 향유의 21세기적 전통문화인 것이다. 4. 우리 도시는 새로운 공원문화, 흙과 땅의 공진화를 부르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원예술이 꽃폈던 시절에 정원은 사실 모두의 것이 아니었다. 당시 정원에는 고도의 순수 미학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것을 지원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다. 실은 잉여 에너지가 충분했기에 정원이 예술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풍경식 정원으로 대표되는 당시의 정원예술에 대해서는 조경가(정원사)에게 맡겨졌던 정원이 화가에게로 넘어간 것으로 비유되기도 한다(Gilles Clément, Une brève histoire du jardin, 이재형 역, 『정원으로 가는 길 : 역사와 인문학의 세계정원 순례』, 홍시, 2012, p.73.). 모더니즘 시대 이후에는 정원예술의 양상이 크게 두 갈래로 나뉘게 되는데 옴스테드의 센트럴파크 스타일을 중심으로 하는 풍경식 정원과 프랑스 모더니즘 정원을 중심으로 하는 기하학식 정원이 그것이다. 하나는 자연의 형태를 모방하고 하나는 인공적 형태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둘 다 자연물을 이용하여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점은 같다. 이후 ‘정원의 재발견(reinviting gardens)’에 대한 논의가 1980년대 이후 서서히 강조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특정 계층에서만 가능하던 정원 즐기기가 성장한 경제 수준과 문화예술에 맞추어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자연 즐기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다변화된 사회문화로 정원의 가치가 재설정되기도 하고, 정원일의 의미가 다양하게 지적되기도 하면서 정원은 이 분야에서는 핫이슈로 부각한다. 급기야 마이클 폴란은 약 150년간 자연 찬미로 서구 자연관에 경종을 울렸던 “월든”의 저자 소로우에게 “정원을 가꾼 것”이라며 지구 정원에 대한 인간의 돌봄(care)을 역설하기에 이른다 (Michael Pollan, Second nature : a gardener's education, 이순우 역 『세컨 네이처』, 황소자리, 2009, p.162.).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점차 정원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도시 삶터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자연으로서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 도시에서도 일상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모두가 공유하는 ‘새로운 정원’은 함께 어울려 사는 도시에서 모두의 것이면서 각자의 것이며, 자연에 함께 참여하고 즐기기 위한 것이 되고 있다. 각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주인공의 의지대로 자연의 과정에 참여하게 하며, 서로 즐기고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만족스러운 소통과 교감이 이루어진다. 살펴보면 공사(公私)가 뒤섞인 채 지난 시대 공원이 주던 공공성을 정원에 요청하는 방향으로 실천적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정원과 공원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은 이 때문이고, 도심 자연에 대한 새로운 나이테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정원문화가 대도시에 나타나고 소도시에서 성장하는 모습의 핵심에는 정원을 통해 모두가 돌봄의 의미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정원이 그 스스로 사람들 내면에 담겨 있는 선한 돌봄의 의지를 일깨우고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동체 정원은 정원문화이기도 하지만 사회현상이자 사회진화의 수단이기도 하다. 인류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현대 도시에서, 이러한 정원은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야 하고 그것을 정원의 새로운 원형으로 지적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것은 자연을 즐기고 자연에 참여하고자 하는 과정과 연관되면서, 우리 도시와 삶터를 그렇게 돌봐야 함과도 관련 있다. 정원은 그런 면에서 인간이 가진 ‘만들기와 가꾸기, 돌보기’ 본성의 발현인 것이다. 이야기가 다소 현학적이 되었다. 도시적 위상은 공원은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만큼 장광설로 밀어두기 보다는 이를 시작으로 모두들 각자의 생각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그렇더라도 많은 생각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은 곤란하니 생각들의 기저에 항상 흙과 땅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을 옛 경전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 한 줌의 흙에 우리 생존이 달려 있다. 가꾸고 보살피면, 흙은 먹을거리와 땔감과 거처를 길러 내고 우리 주변에 아름다움을 펼쳐 놓는다. 낭비하면 흙은 무너지고 죽고 만다. 인류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_ 「베다(Veda)」(산스크리트 경전), 기원전 1500년. 안명준 조경평론가
    • 안명준 조경평론가eirene95@naver.com
    • 2019-05-11
  • [놀이터 톺아보기, 톺아짓기] 놀이터 만들기 ② _ 안전과 위험 - 2
    ‘위험-유익 평가’란? 이전 글에서 영국의 ‘Managing Risk in Play Provision: Implementation guide’에서 제시하고 있는 ‘위험-유익 평가’를 잠깐 언급했었다. 이 평가는 놀이터를 만들고 관리하는 놀이터 제공자는 위험과 유익이라는 두 가지 목표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당위성에서 머물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목표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막을 수 있는 손상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과 아이들에게 모험의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안전기준 적용의 대상도 아닌 마을의 큰 나무에 아이들이 오를 때, 혹은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안전기준에는 맞지 않는 놀이시설물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나무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거나 안전기준에 벗어나는 놀이 기구를 철거해야 할까? ‘위험-유익 평가’는 나무 오르기나 놀이기구가 갖는 유익함도 평가하자는 것이다. 다음의 표는 아이들한테 마을에 있는 나무에 오르게 해야 할지 금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평가를 보여준다. ‘선택지, 가격, 장단점’, ‘위험-유익 평가’, ‘지역적 판단’ 항목의 내용이 흥미롭다. 표1. ‘나무 오르기를 허용해야 할까? 금지해야 할까’에 대한 위험-유익 평가 주제 설명 유익 -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는 기쁨과 건강 , 자신감 그리고 웰빙 측면에서의 유익 - 주변 환경에 대한 인지 향상에 있어, 자연과의 정기적 접촉이 갖는 유익 *출처 = Forestry Commission Growing Adventure Report(Forestry commission, 2006), 놀이의 유익성에 대한 출판물, Play England publications 일상적 경험과 관찰 위험 - 경미한 상처와 장기적인 골절의 위험 - 심각한 부상 위험은 적음 - 나무에 해를 입힐 위험 - 몇몇 거주자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될 위험 - 클레임, 소송 및 명예훼손 *출처 = 국가 사고 정보, 상해와 민원 강도 수준에 대한 지역 기반 지식, 동료와 전문가 네트워크로부터의 클레임에 대한 정보 전문가의 관점 - 수목을 조사했을 때 일부 나무는 눈에 띄게 약한 가지가 있음 - 다른 전문가의 관점 : 아동발달 전문가들의 긍정적 관점 - 사고 예방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고려사항 *출처 = 수목 조사 보고서, 놀이 조사자의 관점, Play England publications, 사고 예방 기관에서 출판된 가이드북 관련 지역 요인 - 나무 오르기의 유행 가능성 - 나무의 종류와 위치 *출처 = 공원 관리자들 선택지, 가격, 장단점 1. 나무를 그대로 두고, 올라가기를 허락한다. 2. 약한 가지를 쳐낸 후 올라가기를 허락한다. 3.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를 베거나, 낮은 가지를 쳐낸다. 4. 교육과 강제를 통해 아이들이 나무에 올라가는 것을 막는다. 5. 아이들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도록 아이들과 함께 나무의 강도와 가지의 안전을 이야기한다. - 수목조사, 교육 또는 집행 조치에는 모두 금전적 지출이 따른다. - 약한 가지를 쳐내면 나무 오르기에 유리하게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게 되므로 집중적 사용을 부추기고 장려할 수 있다. - 강제 금지는 아이들을 적대시하는 것을 의미하며, 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아이들은 다른 곳에서 나무에 오르거나, 더욱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다. *출처 = 새로운 정보 없음 : 논의를 통해 선택지에 대한 장단점이 부각되어야 함 선례와 비교 Cityville Metropolitan Borough Council은 나무 오르기를 허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긍정적인 결과를 경험해왔다. *출처 = 전문가 네트워크 : Play England, Greenspace, Design Council, CABE, and other agencies. 위험-유익 평가 - 일반적으로 유익성이 위험보다 더 크지만, 만일 나무를 있는 그대로 놓아두고 오르기를 허락한다면 관리가 필요함 - 상황이 바뀌면, 한 해의 각기 다른 시간대에 세심 하게 모니터링한 후, 1년 이내 혹은 더 빨리 결정 을 검토 - 공원 스태프와 지역주민에게 그 결정사항과 결정 이유에 대한 정보를 제공 *출처 = 전문가 네트워크 : Play England, Greenspace, Design Council, CABE, and 지역적 판단 - 어린 시절 나무에 오르는 것은 많은 어른에게 보편적 경험이었으므로,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아이들을 위해 동의할 것이다. - 부모, 보모, 그리고 감독의 역할을 맡고 있는 다른 어른들은 나무 오르기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들은 위험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 위험 감수에 대한 시의회의 접근 방식을 알리고부모에게 강조하기 위해 결정 사항 홍보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출처 = 전문가 네트워크로부터 얻은 다른 유사한 환경에서의 경험, 국가 에이전시와 지역 놀이연합(ex. London Play 등)으로부터의 지원 자료: Play Safety Forum(2012) Managing Risk in Play Provision: Implementation guide. pp. 67-68. 다치는 사람만 손해죠 얼마 전 가졌던 디자인 워크숍에서 “제일 재미있는 놀이가 무엇이냐”고 아이들한테 물었더니 한 아이가 “정글짐을 끝까지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 아이는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놀면 괜찮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다치면 다치는 사람만 손해죠!” ‘손해 볼 짓은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위험-유익’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른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들도 ‘위험-유익’ 간의 균형을 이야기했다. 새롭게 조성된 놀이터 개장식을 열면서 아이들한테 이 놀이터에서 놀 친구나 동생들한테 해줄 말을 써달라고 했더니 ‘조심’을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 “애들아 놀이터를 안전하게 사용해줘. 그리고 깨끗하게 써줘”“심한 장난 쳐서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놀아”“애들아. 후배들도 써야 하는 놀이터니까 조심히 예쁘게 쓰렴 ㅎㅎ”“재미있고 조심히 놀렴” 아이들은 이미 ‘위험-유익’의 균형을 알고 있는데, 어른들의 ‘위험-유익’에 대한 균형감각은 어떠한가? 강력한 안전기준으로 무조건 위험을 방지하거나, 놀이터는 위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어른들의 책임은 위험을 무조건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에서 만날 위험을 놀이터에서 미리 만나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제일 재미있는 놀이가 무엇이냐”고 묻자 “정글짐을 끝까지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놀면 괜찮다”고 한다. 아이들은 이미 ‘위험-유익’의 균형을 알고 있다. 어른들의 ‘위험-유익’에 대한 균형감각은 어떠한가? ‘Managing Risk in Play Provision: Implementation guide’이 필요하신 분들은 조경작업소 울(wullandscape@naver.com)로 문의하시면 된다. 김연금 / 조경작업소 울 소장
    •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 2019-05-03
  • [기고] 1G 시대의 조경(造景), 5G 시대의 정원(庭苑)
    국내에서 1984년부터 상용화된 1세대 이동통신은 음성통화만 가능한 아날로그 통신시대를 말한다. 1 Generation(1세대)은 1G로 줄여서 쓰인다. 이어 1993년부터 등장한 디지털 방식 이동통신 시스템을 2G라고 한다. 2000년대에 상용화된 3G는 음성 데이터와 비음성 데이터를 모두 전송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영상통화도 가능해졌다. 2010년에 상용화된 4G는 게임서비스 및 멀티미디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능을 가진 포괄적이고 안정된 기반의 솔루션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2020년부터는 초고화질 영상이나 3D 입체영상, 360도 동영상, 홀로그램 등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5G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10년 주기로 시대를 달리하며 발전해온 통신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갈까? 분명한 것은 앞으로의 10년은 지난 10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조경 분야 1G에서 5G까지 한국 조경의 변천사도 1G에서 5G까지로 구분해 살펴보면 어떨까? 1970년대는 한국조경의 ‘도입기’로 조경의 1세대(1G)로 볼 수 있다. 1972년 5월 18일 오휘영 청와대 조경담당비서관 임명을 시작으로, 1972년 12월 19일 최초의 조경학과 개설 결정, 1972년 12월 29일 한국조경학회 창립, 1974년 7월 2일 한국종합조경공사 발족, 1980년 12월 12일 한국정원학회 창립 등이 한국조경의 1세대를 가늠할 수 있는 궤적들이다. 1980년대는 한국조경의 ‘성장기’로서 조경의 2G로 생각할 수 있다. 종합조경 면허업체가 1974년 1개에서 1982년 11개, 1988년 33개로 증가하였고, 1980년 조경식재공사업 79개, 조경시설물설치 공사업 67개로 증가하는 등 조경시장이 활성화됐던 시기이다. 1986 아시안게임과 1988 서울올림픽은 내수시장 활성화를 불러와 조경 분야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 1990년대는 29차 IFLA 한국총회를 계기로 세계적인 조경가들과 교류를 통해서 국제적인 조경계의 흐름을 접하고 이해하는 동시에 한국 전통정원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2000년대는 한국 정원을 해외에 조성하고, 조경시설물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다변화를 꾀하는 시기였다. 이 시기를 ‘도약기’인 3G로 볼 수 있다. 2010년대는 초반 민간 건설시장을 통한 경기부양과 공공 조경사업 확대에 따라 기업 숫자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8년에는 조경공사업 1491개, 조경식재공사업 4419개,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 2426개였다. 조경 산업의 몸집은 비대해졌지만, 건설경기 불황과 대형 SOC 공사의 감소로 산업계의 어려움은 조금씩 가중돼 왔다. 빙하기, 먹잇감이 없어서 사라진 공룡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기에 새로운 조경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서 ‘정원(庭園) 산업’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4G는 ‘위기(危機)와 기회(機會)’가 공존하는 시기로 볼 수 있겠다. 앞으로 다가올 5G 시대, 2020년대 조경 산업은 어떤 모습일까? 필자는 1차 산업(수목생산), 2차 산업(시설물 가공‧조립), 3차 산업(설계‧컨설팅)이 결합한 6차 산업화 전략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과 이동통신 5G 기술을 조경 산업에 접목하여, 스마트시티(Smart City) 사업과 정원(庭苑)이 결합하는 ‘스마트 가든 시티(Smart Garden City)’가 조경 분야의 주력 산업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5G 시대의 조경 '사람이 답이다' 그럼 5G 시대에 펼쳐질 ‘스마트 가든 시티’를 ‘인공지능’에 맡겨야 할까? 아니다. 흔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현재와 미래 조경의 주역인 당신이 만들어야 한다. 2017년 기준 1년에 배출되는 조경 전공 학생 숫자는 1400여 명이다. 그 가운데 약 66%가 취업문을 통과했다. 전체 취업률인 66%와 유사하다고는 하지만, 그 66% 중 과연 얼마나 전공에 맞춰 취업했는지는 물음표다. 근래 자기 진로를 정확하게 말한 조경 전공 학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무원, 대형 건설사,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몇몇을 빼곤 ‘아직 잘 모르겠다’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왜 진로를 확실하게 말하지 못할까? 조경일이 싫어서? 아니면 갈 곳이 없어서? 그들이 고민하는 지점은 과연 어디일까? 내 집 앞의 눈을 내가 치워야 하듯, 조경 전공 졸업생 일자리는 조경계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경착륙하는 건설 경기만을 바라봐서는 요원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환골탈태를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체질 개선은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처방이 없으면 달성하기 힘들다. 정확한 진단이 먼저다. 조경 분야에 충분한 기초체력과 열정이 있다면, 어려운 경제상황을 마주해도 몇 번이고 넘어졌다 일어서고를 반복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조경계가 처한 상황은 아쉽게도 그렇지가 못하다. 출산율 감소는 국가적 위기로 이어진다. 생산 인구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조경 분야에서도 조경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취직할 곳이 없으면 누가 조경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할까? 중요한 것은 취업률 자체보다는 전공과 관련된 분야로 진출하는 전공 취업률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조경의 미래를 전망해야 한다. 비용과 효과에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사람 중심, 가치 중심으로 사회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변화를 관찰하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대안은 ‘민간 건설시장에 편중되어 있는 조경 산업 분야를 사회적경제라는 제3섹터 속으로 확산시키자’이다. 비록 사회적경제가 건설처럼 크게 돈이 되는 영역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회적경제는 일자리를 만드는 복지로서 조경 전체의 몸집을 키우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조경전공 학생들이 선호하는 건설사, 공무원, 공공기관에서 1년에 뽑는 숫자는 배출되는 전체 숫자의 1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90%는 어디로 가야 할까. 설계, 시공, 관리 회사의 신입직원 채용공고도 어쩌다 한 번이다. 조경이 위기라고 한다면 생존 전략으로 태세를 전환하자. 살아남아야 기회가 온다. 상위 10%를 위한 조경이 아닌 90% 대중을 위한 조경이 필요하다. 5G 시대의 조경 기업 ‘새 술은 새 부대에’ 대기업 중심의 무한자본과 기술력이 총동원되어 세계시장과 경쟁하는 최첨단 이동통신기술과 중소기업에서 1, 2차 산업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경 산업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겠다. 동시대에 산업 활동을 영위하는 반도체의 경우, A.I 기능을 탑재한 로봇 팔이 생산 공정에 투입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조경 산업 분야에서는 아직도 어딘가에서 삽질로 뿌리돌림을 하고 있을 것이고, 기껏해야 굴삭기에 분뜨기 기계를 결합한 대형 장비로 분을 뜨면서 최신 기술을 적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인의 식생활 문화에 기반한 반도체 분야는 화려한 성공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지만, 조경 분야는 동네 축구에서 공만 쫓아 우르르 몰려가는 아이들처럼 이윤만 좇아가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2019년 조경식재 면허 4400개, 조경시설물 면허 2400개 종합조경면허 1500개에 종사하는 기술자 중에 실제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고 싶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굳이 들추지 않아도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밀한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오고 있다. 위기는 구태에 젖은 사람의 몫이고 기회는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면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업의 몫이 될 것이다. 여기서 구조조정이란 적절한 곳에 필요한 사람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면허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4대 보험 비용을 대납하고, 최소한의 자격증 비용을 지급하며 1년에 1~2건의 공사를 입찰로 따내면 회사가 유지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의 기업 형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이 가치만을 쫓아 경제적 이익을 등한시한다는 말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와 이윤 추구가 대척점에서 부딪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제도적으로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가져 가고 있다. 지난해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방계약법 시행령’에서 5000만 원 이하의 물품‧용역 계약에 사회적기업이 추가됐고, 지난 3월 5일부터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5000만 원이하의 물품‧용역에서도 사회적기업이 수의계약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업의 규모도 그만큼 늘릴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적기업의 영역은 조경의 사업 분야와도 밀접하다. 산림청은 ‘공동산림사업’, 그 안에 정원의 조성과 관리사업과 같은 사업들을 사회적기업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전라남도의 ‘공동체정원 공모’의 참여대상도 사회적경제 중 하나인 ‘사회적 협동조합’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그동안 사업적 규모를 확장하는데 제한 요소가 되어왔던 일부 실적요건이 폐지되고, 진입 문턱까지 낮출 예정이어서 사회적기업의 기회 요소는 앞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공원, 녹지, 정원을 만들 때 전문가가 중심이 되었다면, 이제는 소비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과정을 공유하며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큰 규모의 사업이 아니라도 마을단위에서 지역단위로, 지역단위에서 도시단위로 녹색복지, 환경복지 분야로 역할을 넓혀가다 보면 어느새 조경 영역은 크게 확장돼 있을 것이다. 조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한 명칭 변경 논의도 확대되고 있다. 이제 ‘사회적경제’와 ‘환경복지, 녹색복지’에 주목해야할 때이다. 조경업계와 단체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기회요인은 남의 동네잔치로 끝날 수 있다. 5G 시대의 조경은 그 명칭이 무엇이던지 ‘사회적 가치’를 담은 ‘녹색복지’로 진화해야 한다. 5G 시대의 조경 '환경복지, 녹색복지'로 향해야 지난 3월 5일 조경의 날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축사를 통해 조경직 국가공무원 채용을 약속한 것이 당장 올해부터 5급 2명, 7급 5명 채용 실행으로 옮겨지면서 조경계는 한껏 고무돼 있다. 이 총리는 국가공무원의 조경직 채용을 약속하는 자리에서 ‘외상박수’라는 표현을 썼다. 오늘의 시점에서는 그가 약속을 실천에 옮겼으므로 박수의 부채를 갚은 셈이다. 그간 국가공무원에 조경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오랫동안 애쓰신 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국무총리의 축사는 사전에 조경계와 충분히 조율된 내용이란 점도 잘 안다. 그래도 이것은 좀 빠르다 싶어서 그날의 축사를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이낙연 총리는 정제된 언어로 조경계의 숙원사업을 잘 알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적당한 유머로 조경인들을 격려해주는 섬세함을 보여주었다. 물론 조경직 채용과 조경전문가의 참여도 약속했다. 하지만 유독 필자에게는 조금 다른 내용이 크게 보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을 위주로 듣고, 보고 싶은 것을 위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일 것이다. 이 총리는 자치단체에게는 공원, 녹지의 조성 뿐 아니라 관리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고, 중앙정부에 조경직공무원 채용을 확대하는 목적 또한 조경을 공부하는 청년들이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말했다. 그리고 그는 분명한 목소리로 조경인이 역량을 키우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조경인들은 이 총리의 마지막 발언을 가볍게 들어선 안된다. 정부는 조경계의 요구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하며 각 부처에 대해 수요조사를 실시하여 조경직 국가공무원의 채용계획을 2022년까지 200명을 채용하겠다고 화답했다. 조경인들은 그간의 성과에 취해있기 보다는 약속을 지킨 이 총리와 정부 그리고 국민에게 어떻게 응답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조경계는 2022년까지 몇 명의 일자리 창출로 응답할 것인가?’ ‘몇 명의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박경복 한국정원산업협동조합 이사장 / 가든프로젝트 대표
    • 박경복 한국정원산업협동조합 이사장1059501@naver.com
    • 2019-05-02
  • [특별기고] 조경의 새로운 플랫폼, 조경직 공무원 채용
    존경하는 조경인 여러분! 아름다운 꽃이 피는 봄을 맞이하여 현장에서, 사무실에서, 강의실에서 많이 바쁘시리라 생각합니다. 2019년은 조경계에 큰 변화가 시작되는 한 해가 되고 있습니다. 4월 23일 국무조정실,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산림청 등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조경직 공무원 채용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3월 5일 개최된 조경의 날 행사는 우리 조경인에게는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취임 전부터 조경의 날 행사가 국가적 행사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어렵고 힘든 준비과정이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께서 대부분 자영업과 중소기업에서 활동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경인과 조경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고자 참석하셨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국무총리의 참석이 결정된 후, 행사가 보다 의미있는 자리가 되도록 준비하였으며, 조경인의 오랜 숙원인 조경직 공무원 채용과 미세먼지 저감 및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비하여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했습니다. 조경인께서 알고 계신 것처럼 총리께서는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비무장지대 평화공원의 조성, 조경진흥센터의 지원을 강조하시고, "품격있는 국토를 만들기 위해 조경인의 역할을 확대하도록 하겠으며, 조경인 스스로도 역량을 키우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조경을 공부하는 청년이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조경직 공무원 채용을 검토하겠다"는 말씀에는 많은 조경인들이 환호하고 감동하였습니다. 2006년 중앙정부에 시설조경 및 산림조경 직류로 조경직 공무원 직제가 신설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인사혁신처 및 관계부처로부터 한국조경학회에 조경직 공무원 채용과 관련하여 다양한 자료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청에 대응하기 어려움이 많았으나 연일 밤샘 작업을 거듭하고 수차례 보완 끝에 ‘푸른 국토, 행복한 국민 3.0’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국무총리실, 인사혁신처,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림청, 문화재청에 책임있는 담당자들을 면담하여 조경직 공무원 채용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준비된 보고서를 전달하였습니다. 조경직 공무원을 새롭게 채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허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관계자에게 조경직 공무원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모멘텀을 확보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아름다운 국토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과 조경인들에 대한 믿음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조경인 여러분! 이번에 발표된 조경직 공무원 채용계획의 핵심은 올해 조경직 공무원 22명을 경력채용하고, 2020년부터는 매년 약 60여명을 채용하여 2022년까지 관련 부처에 약 200명의 조경직 공무원을 채용하는 것입니다. 범정부적으로 조경 전문인력을 확충함으로서 정부 각 부처가 추진 중인 미세먼지 저감 및 도시공원일몰제 등 국가적 현안에 대응하고 도시재생, 뉴딜 등 지역밀착형 생활 SOC사업과 수준있는 공원 조성을 통하여 아름답고 품격있는 국토경관을 조성해 나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산림청과 문화재청, 그리고 국토교통부 등 관련부처에 조경 관련 조직의 발전과 지자체의 조경직 공무원 채용을 검토하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실천계획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푸른 국토를 만드는데 조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성원해 준 이낙연 총리님과 정부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바쁘신 중에도 의견을 경청해 주신 정부 부처 관계자, 특히 국무조정실과 함께 조경직 공무원 현황을 일일이 파악하고 종합적인 채용 계획을 만든 인사혁신처에도 조경인을 대표하여 국민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경직 공무원 채용계획의 수립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보안을 위해 진행 과정을 조경인과 함께 공유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뒤늦게 양해를 구합니다.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저의 까다로운 요구를 이겨내고 함께 노력해 준 한국조경학회 교수님과 한국조경협회 조경인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준 언론사와 뜻을 같이 하고 함께 노력한 환경조경발전재단 단체장과 관련단체장께도 감사드립니다. 이제 조경분야가 정부 및 지자체의 전문분야로서 본격적으로 자리매김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 올바른 조경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 구축된 것입니다. 조경인은 창의적이고 합리적 사고를 통하여, 국민이 행복한 푸른 국토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나라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비하고 도시공원 및 녹지의 수준을 향상시켜야 하며,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기후변화와 재해에 대응해야 합니다. 도시재생, DMZ 평화공원, 조경산업 및 기술의 혁신, 정원문화의 확산, 자연생태계 보전 및 관리, 전통 조경 문화의 계승과 향유 등 많은 국가적 현안을 해결하는데 조경인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향후, 조경직 공무원은 올바르고 전문적인 행정 서비스로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토에 대한 비전과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해야 합니다. 이것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정부와 지자체에 조경 전담 조직을 만들고 조경 정책을 발굴하여 아름답고 품격있는 국토를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을 경주합시다. 우리 스스로의 역량과 전문성을 강화하여, 열린 사고로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갑시다. 다시 한 번, 조경직 공무원 채용을 위해 노력해 주신 정부 부처, 조경인,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9년 4월 23일 이상석 /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한국조경학회 회장
    • 이상석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sanglee@uos.ac.kr
    • 2019-04-23
  • [미래포럼] 정확하고 통일된 나무 이름을 사용하자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나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 우리의 생활공간에서 나무와 숲은 대단히 중요하다. 잿빛 콘크리트 문명에 찌든 요즘 도시들은 한결같이 ‘숲 속의 도시’, ‘도시 속의 숲’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공간 주변의 나무와 친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구나 이름을 모르고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우리 주변의 나무와 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무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나무 이름을 부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제식물명명규약에 따른 ‘학명(學名, Scientific Name)’ ▲국가가 표준으로 정한 나무 이름인 ‘국명(國名, National Name)’ ▲영명·일본명·중국명처럼 국가별로 자신의 언어나 문자로 표기하는 ‘외국명(外國名, Foreign Name)’ ▲일부 사람이나 특정 지방에서 부르는 ‘별명(別名, Nickname)’이나 ‘향명(鄕名, Vernacular Name)’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일반명(一般名, Common Name)’이 그것이다. 일반명은 ‘보통명(普通名)’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배롱나무’를 ‘백일홍나무’나 ‘목백일홍’으로 부르고 있다. 여기서 배롱나무는 우리나라가 표준으로 정한 ‘국명’에 해당하고, 백일홍나무나 목백일홍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통용되는 ‘일반명’에 해당한다.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학명은 Lagerstroemia indica Linnaeus다. 영명은 Crape Myrtle, 일본명은 サルスベリ, 중국명은 紫薇花다. 일부 사람이나 특정 지방에서 흔히 부르는 간지럼나무는 별명이나 향명에 해당한다. 국명, 외국명, 별명, 향명, 그리고 일반명으로는 전 세계의 모든 나무들을 일대일로 대응해 지칭할 수 없다. 국명·외국명·향명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고, 세계 공통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일반명이나 별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나무들의 통일된 이름이 필요하게 되었다. 1867년 파리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식물학회에서 세계 공통의 이름을 만들기 위해 ‘국제식물명명규약(國際植物命名規約, International Code of Biological Nomenclature)’을 만들었다. 이 국제식물명명규약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만들어진 학명은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통일된 나무 이름이다. 나무는 각 국가에 따라 여러 이름을 갖지만, 통일된 학명이 있으므로 세계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제화 시대에 학명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학명은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Carl von Linné, 1707∼1778)가 만든 ‘이명법(二名法, Binominal Nomenclature)’에 기초해, ‘속명(屬名)’과 ‘종소명(種小名)’ 단 두 가지로 모든 나무를 표기할 수 있다. 하나의 학명은 오직 하나의 종(種)을 가리키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생물 종의 표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이름이다. 한 나라에서 같은 나무를 여러 이름으로 다양하게 부르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여러 이름이 갖는 뜻이나 함축된 의미를 알게 되는 장점이 있다. 언어에 있어 사투리의 역할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정감 있고 맛깔스런 사투리도 있어야 하지만, 국어 사용에 있어 혼란을 방지키 위해서는, 공용어는 마땅히 표준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경우 표준어를 우선해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가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나무 이름을 표준으로 정한 ‘국가표준식물명(國家標準植物名)’ 즉 국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일반명이나 향명, 별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고, 국명 사용을 원칙으로 모든 경우에 국명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루는 조경수는 현재 국명, 일반명, 별명, 향명이 서로 혼용된 채로 불리고 있어 혼란스런 경우가 대단히 많다. 같은 나무를 사람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고, 나무 이름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백목련(Magnolia denudata)을 목련(Magnolia kobus)으로 알아 백목련을 목련으로 잘못 부르고, 정작 목련은 산목련(별명)으로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타세쿼이아, 메타세콰이아, 메타세코이어 등과 같이 다르게 불러도, 이 정도는 사소한 일에 해당하는 것일까? 나무 이름은 정확하고 통일된 국명으로 부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기본에 해당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조경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강철기 / 경상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
    • 강철기 경상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cgkang@gnu.kr
    • 2019-04-18
  • [지금여기 공원미학] 춤추는 나무, 숨쉬는 도시 ② 나무가 춤추는 올림픽공원
    01. 나무가 춤추는 올림픽공원 화면 가득 녹색이 펼쳐진다. 하늘은 그야말로 파아란 하늘색이다. 그 사이를 사람들이 즐겁게 거닐지만, 하얀 토끼와 초록 거북은 숨이 차다. 배우들은 분장을 하고 종일 뛰어다니며 술래잡기하듯 재미를 이어간다. 시대를 풍미했던 TV쇼 「무한도전」 속 장면이다. 배우들이 종일 뛰어다닌 너른 잔디밭과 파아란 하늘, 갖가지 푸른 잎의 나무들은 올림픽공원에 있다. 공원은 원래 이런 곳이다. 한적한 시골 풍경의 낮게 깔린 녹색 자연을 숨죽이며 감상하기도 하지만, 뛰어놀며 시끄럽게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현대 도시에서 공원은 자연을 가둬놓은 모습이지만 최소한 그 안에서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시야를 열어주고 계절을 숨 쉬도록 하며 같은 모습을 즐기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리듬처럼 듣게 한다. 우리가 이렇게 뛰놀 수 있었던 것은 언제였던가? 우리가 푸른 자연을 이렇게 맘 놓고 즐길 수 있는 것은 또 언제였던가? 이곳은 그런 점에서 여러 의미 층위가 중첩된 한국 공원의 역사적 장소이면서 일상적 공원이다. 다행히도 국가적 관심이자 국제적 행사 장소였던 이곳은 이제 사람들이 즐기는 도시의 거대한 녹색 공간으로 지속되고 있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조성된 올림픽공원은 지난 1986년 45만여 평의 부지에 완공되었다. 공원 중심부에는 몽촌토성이 복원되어 도심에서 만나기 어려운 독특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고, 이 몽촌토성을 중심으로 5개의 경기장이 반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평화의 광장, 몽촌해자, 수변무대, 올림픽 미술관, 몽촌토성, 88호수, 만남의 광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_ 월간 환경과조경 편집부, 『PARK SCAPE』, 도서출판 조경, 2016, p.48. 넓은 도시 공간이 필요한 기능별로 구획되고 그 사이를 동선으로 이어가며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입체적인 짜임을 만들었다. 이만한 곳도 없었을 것이다. 그 사이 성장 궤도의 경제와 강남 지역의 개발이 맞물려 자본 축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국제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이벤트로 성과를 보이려는 열망이 우리 공원 역사의 중요한 단면을 형성했다. 그것이 이제는 올림픽공원의 개성으로 성장하였다. 커다란 잔디 언덕이 하늘과 직접 만나는 풍경들이 곳곳에 등장한다는 점이 올림픽공원의 가장 큰 특징인데 이는 그렇게 형성된 것이다. 구획된 공간들은 또 길들이 나무를 따라 연결된다. 나무가 길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푸른 잔디가 수평면을 통일해주면 그 사이로 나무들이 길을 안내하는 식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들도 저마다의 크기와 모양으로 자라나 마치 공원이 본래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것처럼 느끼게도 한다. 그런 특징은 이 땅 자체의 역사성도 한 몫 한다. “올림픽공원이 있는 땅은 백제 초기 토성이었던 몽촌토성(夢村土城)이 있던 자리입니다. 바로 북쪽 위의 풍납토성(風納土城)과 하나의 지역을 이룹니다. 풍납토성이 북성(北城)이라면 몽촌토성은 남쪽에 있다 해서 남성(南城)이라 불렀습니다. 두 토성 사이를 흘러서 한강으로 들어가는 천이 성내천(城內川)이에요. 토‘성 안을 흐르는 물’이라는 뜻입니다.” _ 조성룡·심세중, 『조성룡 건축과 풍화: 우리가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수류산방, 2018, p.59. 우리는 도시의 공원이 그런 역사 위에 놓인다는 점을 쉽게 놓친다. 국제적 행사를 배경으로 새롭게 개발되는 땅에 역사를 바탕에 두고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도록 건물 배치마저 한 눈에 들어오게 하며 촉박한 시간에도 기지를 모아 너른 공원을 모범처럼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 땅은 이미 수천 년의 도시 발자국이 거름으로 남아 있었다.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 사이에 정착하고 산업화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드라마를 펼치는 와중에 어리둥절 옮겨 심어진 나무들도 저마다 여기가 내 자리네 열심히 뿌리내렸고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을 이뤘다. “올림픽공원은 아주 조형적인 폼(form)을 빚었어요. 성의 구릉으로 탁 펼쳐진 잔디밭을 오르락내리락 산책하죠. 그 공원의 가장 중심축에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평화의 문>(1988년)이 우뚝 서 있고, 그 너머에 남한산성을 향해서 방사상의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1988년 준공)가 펼쳐집니다. 성내천과 남한산성 사이의 땅에 1980년대가 올림픽이라는 사건을 기념하면서 그려 낸 거대한 상징입니다. 아, 드라마틱하지요. 그런데 이 형상이 너무나 강해서 보기에 따라서는 남한산성과 몽촌토성을 짓누르는 듯도 합니다. 그 오래된 토성의 구릉이 마치 공원의 폼을 위한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_ 조성룡·심세중, 앞의 책, p.73. 그렇게 올림픽공원은 바닥면과 하늘면, 그리고 수면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공간으로 빚어진 것이다. 기념물과 예술이 현대적 의미로서 가미되며 공원은 일상적이지만 세계적인 가치를 지향하게 된다. 처음에는 압도하는 인공적 풍경이 공원을 휘감았지만, 이제는 공원이 그대로 뛰놀고 산책하는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그것은 단적으로 말하면 시간과 함께 멋대로 자라난 나무 때문이다, 공원을 사랑한 시민들 때문이다. 이곳의 특징은 무엇보다 초록색과 나무들에 있는 것이다. 초록의 바닥면에 한껏 제 멋대로 형태를 자랑하는 나무들이 계절을 보여주고 자연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올림픽공원은 언덕이 만들어놓은 터의 형상부터 나무가 뛰노는 사이로 도시민들이 함께 자연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이러한 풍경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땅이 자리를 잡아야 가능하다. 나무는 처음 심어 놓은 그대로보다 자리 잡고 뿌리내린 후가 아름답기 마련이고, 몇 차례의 계절을 거치며 축적된 시간은 많을수록 우리에게 전해오는 감성도 깊이 있고 다양하게 한다. 올림픽공원이 좋은 점은 소나무 일색의 이념의 수림(樹林)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나무가 저마다 넉넉한 공간을 가지며 서로 섞이고 어울리며 원로(園路, garden pathway)마다 저마다의 풍경을 만드는데 있다. 그리고 잘 가꾸었기 때문이다. 이런 공원은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그러나 이 공원은 개발이 만들어낸 도시의 새로운 기능 공간이라는 본래의 한계가 있다. 대대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배경이 있다. 거대한 문주형 조각과 야외 예술작품, 수변공간과 무대, 주변의 방사형 아파트 등은 본래의 공원이 지향하는 어떤 것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근대 이후 우리에게 공원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 태도가 그대로 묻어난다는 점은 이후 만들어진 대형공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다행히도 공원은 생명을 품는 공간이어서 언제나 그대로인 것 같은 공원일지라도 쌓이는 시간 앞에 장사 없고 자라는 나무 앞에 손길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30여 년이 지난 공원은 나무와 잔디가 주인공이 되어 있다. 나무들은 풍경에 따라 크기든 모양이든 그늘이든 저마다 기분 좋게 뿌리내린 모습이다. 올림픽공원이 점점 더 사랑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공원은 그러니까 강력한 구조물이나 건축물로 성장하고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땅과 계절에 적응하며 정착한 나무들이 춤추고, 계절과 꽃향기를 즐길 줄 아는 시민들에 의해 성장하고 지속되는 것이다. 나무가 춤추면 공원이 들썩인다. 공원이 들썩이면 도시는 춤추기 시작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그랬고 베를린의 티어가르텐이 그랬다. 런던의 하이드파크, 파리의 볼로뉴숲은 또 어떤가? 나무는 도시에 간섭하기도 도시를 북돋기도 하며 도시가 춤추게 한다. 이곳은 그 대표 격이다. 그런 공원을 느끼고 즐겨 보자. 춤은 흥에 겨워 절로 흐르기도 하지만 인내와 슬픔을 승화하며 영혼이 담긴 몸짓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되돌아보면서. 짧게 보자면 우리 도시에서 공원은 서구와는 달리 자생성이 강한 장소로 성장한 측면이 있다. 이것은 억세고 다부진 밀림과 야생의 공원이 아니라 언제나 포근하고 누구나 포용하는 숲과 자연의 공원이라는 의미이다. 자생성보다는 생태성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우리 시대, 우리식의 도시 공원은 그런 하늘하늘한 춤사위의 나무와 땅으로 연결되는 풍경으로 누구든 자유롭게 맞이하는 오픈스페이스라는 것이다. 올림픽공원은 그렇게 “꽉 찬 춤추는 빈 터”라는 것이다. Park 01. 공원에서 춤추는 나무들 - 자연에서 태어난 공원 어느 공원이든 나무가 없는 경우는 없다. 햇볕이 다르고 빗물이 다르더라도 공원이라면 어떤 공원이든 나무가 중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 공원은 태생부터 자연의 일부였고 그 기능을 간직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나무를 별도로 배우지 않으면 잘 모른다. 길마다 다른 가로수는 단풍철 정도가 아니면 그다지 눈길을 잡지 못한다. 별도로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환경문제가 피부에 와 닿는 요즈음에 몇 가지는 알아두면 좋겠다. 이 나무와 초화만은 꼭 알아두자 요즈음의 공원은 친절하여 나무마다 명찰을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진귀한 초화류와 정원에는 친절하게 별도의 안내판이 놓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보가 많지 않고 용어가 낯설기 일쑤이며, 잎이 없으면 그나마 그 나무가 그 나무로 보이기 마련이다. 또한 공원에 모든 나무와 초화가 있을 수는 없기에 지역마다 위치마다 볼 수 있는 나무들이 다를 수밖에 없어 개인의 취향에 적합한 나무가 언제나 가득한 것도 아니다. 조금만 나무에 대해 알고 있다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모두 알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몇 가지 나무들은 알아두면 비교하며 즐길 수 있으리라. 식물은 주로 잎의 모양으로 구분된다. 공원에 사용되는 나무와 초화는 지역의 기후에 따라 다르지만 200여 가지 정도가 주로 쓰인다. 많지는 않지만 수목학을 공부하듯 나무를 구분하고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으므로 우리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관심 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침엽인지 활엽인지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렇더라도 공원에 가득한 나무들이 건네는 이야기와 치유의 손길을 모른 척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몇 가지만은 읽어두고 알아두도록 하자. 1. 소나무 잎은 몇 가닥일까요? - 소나무/잣나무/섬잣나무/스트로브잣나무/리기다소나무/반송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침엽수는 소나무와 잣나무이다. 소나무과에 속하는데, 크기와 모양에 따라 다양한 수종이 있다. 대체로 잎의 수와 줄기 모양으로 구분한다. 먼저 바늘 같은 잎의 숫자로 구분이 되는데, 2개인 경우 소나무, 반송, 곰솔, 3개인 경우 리기다소나무, 백송, 5개인 경우 잣나무, 섬잣나무, 스트로브잣나무 등이 있다. 대체로 2개인 경우는 소나무고 5개인 경우는 잣나무다. 2. 벚나무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 왕벚나무/산벚나무/수양벚나무/겹벚나무 봄에 화사하게 꽃피우고,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주며, 가을에 단풍을 주는 대표적인 나무가 벚나무다. 벚나무는 큰 크기와 달리 장미과에 속하는데, 꽃 모양보다는 나무의 전체적인 모양으로 구분한다. 연분홍의 꽃이 가지 전체에 매달리듯 피는데, 원래 나무 모양이 둥그런 것이 왕벚나무와 산벚나무이고, 가지가 축 늘어져 바람에 날리는 것이 수양벚나무다. 마치 연분홍의 카네이션이 달린 듯, 가지 곳곳에 겹이 있는 꽃이 달리는 것이 겹벚나무다. 아름다운 꽃이 피는 장미과 나무로는 모과나무, 사과나무, 아그배나무, 살구나무, 매실나무, 복숭아나무, 자두나무, 앵두나무, 해당화, 조팝나무, 장미 등이 있다. 3. 목련꽃의 색깔을 아시나요? - 목련/자목련/백목련/일본목련/산목련 목련꽃은 4월부터 피기 시작한다. 한 겨울에도 아름다운 가지를 유지하고 있다가 봄이 되면 봉우리를 올리는데, 꽃이 피기 전까지는 그 색을 알기 쉽지 않다. 대체로 잎이 얼굴만 하게 크고 꽃도 거기에 맞추어 크면서 흰 것은 일본목련이다. 잎도 작고 꽃 크기도 작은 것이 그 밖의 목련들이며, 색깔에 따라 흰색은 목련, 백목련, 보라색은 자목련으로 구분한다. 하나의 줄기를 가지는 이런 목련과 달리 지면에서부터 가지가 여러 갈래로 자라는 산목련(함박꽃나무)도 있다. 4. 단풍나무는 몇 가지나 있을까요? - 단풍나무/홍단풍/청단풍/중국단풍/신나무/고로쇠나무 등 단풍나무는 독특한 잎 모양과 아름다운 단풍으로 사랑받는다. 잎이 크게 갈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그 잎의 갈래로 구분하는데, 세 갈래인 것이 중국단풍, 신나무, 다섯에서 일곱 갈래인 것이 고로쇠나무, 단풍나무, 일곱에서 아홉 갈래인 것이 홍단풍, 아홉에서 열한 갈래인 것이 당단풍이다. 5. 참나무는 몇 종류? - 갈참나무/굴참나무/졸참나무/떡갈나무/신갈나무/상수리나무/밤나무 등 우리나라는 국토 전체에 걸쳐 다양한 참나무가 자라고 있다. 대표적인 활엽수 종류로 밤이나 도토리와 같이 이로운 열매가 열린다. 잎의 모양도 그 수만큼 다양한데, 그림을 보고 구분해보자. 아래 그림의 나무들을 모두 참나무라고 부른다. 6. 길가의 빽빽한 작은 나무는 무엇일까요? - 쥐똥나무/조팝나무/회양목/옥향 커다란 줄기로 자라는 나무가 교목이라면, 작은 크기로 가는 줄기가 한 곳에서 많이 올라와 자라는 것이 관목이다. 손가락보다 가는 굵기로 아주 작은 잎들을 빽빽하게 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울타리나 경계부에 쓰이는 경우가 많고, 모양을 내거나 장소를 꾸밀 때도 쓰인다. 쥐똥 같은 까만 열매가 달리는 쥐똥나무, 좁쌀로 지은 밥처럼 작고 하얀 꽃이 피는 조팝나무, 둥그런 공처럼 자라고 추위와 전정에 강해 모양을 내기 좋은 회양목, 회양목처럼 생겼지만 잎이 막대처럼 생긴 엄연한 향나무 옥향 등이 있다. 7. 화려한 꽃과 모양을 지닌 나무는? - 백일홍/박태기나무/자귀나무/안개나무/계수나무 모양보다 꽃이 화려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무도 많다. 한번 꽃이 피면 백 일 동안 피고 지고 한다는 백일홍이 대표적이다. 진한 분홍색의 꽃과 얼룩 같고 부드러워 보이는 줄기가 아주 인상적이다. 백일홍보다 더 진한 분홍색을 띠는 꽃도 있는데, 가는 가지가 곧게 자라는 박태기나무가 그렇다. 4월 말에 잎보다 먼저 줄기를 따라 빼곡하게 진분홍의 꽃이 달리는데, 나중에는 콩깍지 같은 열매가 달린다. 우아한 자태를 지닌 자귀나무는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밤송이 같은 꽃이 피는데, 가지가 층을 만들고 그 위에 분홍색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이면서 오묘한 색상을 자랑한다. 잎은 잔잎이 아카시아 잎처럼 열을 지어 달리는데 건드리면 오므라들기도 한다. 자귀나무와 비슷하지만 층이 없고 솜사탕 같은 꽃이 달리는 것으로 안개나무가 있다. 계수나무는 옥토끼를 떠오르게 하는 친근한 이름이지만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는데, 최근에 조경수로 많이 사용한다. 그만큼 귀한 나무인데, 잎이 하트 모양으로 친근함이 들고 가지가 위로 솟으면서도 벌어지지 않아 잎이 진 겨울에도 보기 좋은 나무이다. 특히 가을에 노랗게 물든 잎이 하나 둘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이 아주 아름답다. 8. 휴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녹음수 - 느티나무/느릅나무/회화나무/팽나무/튤립나무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들도 많은데,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는 넓은 공간을 주기 때문에 마을을 대표하는 정자나무로 심곤 했다. 대표적인 것이 느티나무로 수백 년을 자라 줄기의 굵기만도 몇 미터를 넘기기도 한다. 비슷한 나무로 잔잎이 가득한 느릅나무가 있다. 그 밖에도 전통적으로 많이 쓰인 나무는 잎이 양쪽으로 줄지어 나는 회화나무, 가지가 울퉁불퉁하고 꼬불꼬불한 팽나무가 있다. 잎이 튤립 꽃처럼 생긴 튤립나무도 많이 쓰인다. 잘 자라고 크게 자라면서 커다란 잎으로 그늘을 충분히 만든다. 9. 몇 가지 가로수 - 메타세쿼이아/플라타너스/은행나무 최근 들어 가로수로 많이 쓰이는 나무로 메타세쿼이아가 있다. 뾰족한 삼각형 모양으로 자라는데 아주 크게 자라고 잘 자라기 때문에 가로수로 쓰기 좋다. 담양에서는 이 메타세쿼이아로 수목 터널을 만들어 유명해지기도 했다. 낙우송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가격이 싸 가로수와 경계부에 많이 쓰인다.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와 은행나무는 흔하게 가로수로 쓰이는데 잘 자라고 공해에도 잘 견디는 나무다. 10. “꽃보다 아름다운 잎”(권순식·노회은 외 4명, 『꽃보다 아름다운 잎』, 도서출판 한숲, 2016) “잎처럼 다양한 개성과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들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잎을 소개합니다.” 잎이 이미 꽃이라는 이 책 앞부분에 쓰인 문구이다. 식물은 흔히 꽃이 먼저 화려하게 다가오지만 잎은 꽃만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을 보여준다. 잎은 계절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나무만의 개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11. 계절별 색다른 초본류 관목과 초화류는 손쉽게 정원을 만들 수 있어 좋다. 최근에는 관목과 초화류를 조화롭게 잘 활용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식물의 키이다. 초본류는 다 자랐을 때의 키를 기준으로 작은 것은 앞에 큰 것은 뒤에 배치하여 심는 것이 좋다. 목본류가 다 자랐을 때 나무끼리의 간격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초화류는 계절별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색상도 중요하다. 특히 그 종류와 식재 방법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설계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며, 판매장에서 선택하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모두 다 살필 수는 없고 전반적으로 무난한 초본류를 꽃피는 계절 중심으로 나열해 본다. 그러나 초본류는 꽃만 아니라 잎과 줄기의 모습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봄: 가우라류, 괭이눈, 꼬리풀류, 금꿩의다리, 금낭화, 깽깽이풀, 노랑꽃창포, 노루귀, 돌나물, 돌단풍, 동의나물, 둥굴레, 매발톱꽃, 무크카리류, 바위취, 붓꽃, 상록패랭이, 아주가, 애기똥풀, 앵초, 양지꽃, 얼레지, 은방울꽃, 천남성, 할미꽃 여름: 가시연꽃, 꽃잔디, 금매화, 금불초, 기린초, 꼬리풀, 꽃창포, 꿀풀, 노루오줌, 도라지, 동자꽃, 백리향, 벌개미취, 범부채, 부처꽃, 분홍바늘꽃, 비비추, 산수국, 삼백초, 상사화, 수련, 어리연류, 엉겅퀴, 옥잠화, 원추리, 참나리, 참좁쌀풀, 창포, 초롱꽃, 패랭이꽃 가을: 감국, 구절초, 꽃향유, 둥근잎꿩의비름, 벌개미취, 부들, 산솜방망이, 수크령, 쑥부쟁이, 아스타류, 아이비, 용담, 참억새, 참취, 투구꽃, 큰꿩의비름, 해국, 꽃무릇 겨울: 맥문동, 복수초, 수선화, 수호초, 왕개쑥부쟁이, 털머위 도심에서 자란 현대인들은 대개 나무를 잘 모른다. 가로수로 보고 자란 은행나무나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나무들을 이름이나마 기억하는 것도 대단하다. 나이가 들수록 그 수는 많아지지만 이 또한 관심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미미한 수준이다. 북한산, 관악산처럼 도심의 주요 산지에 자라는 나무들은 그나마도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좋다. 녹색의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굳이 그렇게 이해하려 들지 않아도 충분하다. 다만 조금만 관심을 둔다면 나무들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이야기와 신화를 들려줄 것이고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일러주며 아름다움 너머의 치유와 의미를 알게 해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뭐 꼭 그렇게 나무를 공부하듯 알아가라는 것은 아니다, 꼭 알아두라 했지만 말이다. 안명준 조경평론가
    • 안명준 조경평론가eirene95@naver.com
    • 2019-04-12
  • [유청오의 핀테스트] 서비스하는 전문가
    희소성이라는 이름의 부제(연재를 시작하며) 사진을 직업으로 한다하면 “어떤 카메라를 사야할까요”라는 질문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 대화는 “예산을 얼마나 잡고 있나요?”로 시작해서 이러저러한 스펙에 대한 대화를 꺼내다가 “원하는 것으로 구입하세요”로 끝이 난다. 마치 어설픈 연애상담사처럼 본인이 원하는 답을 듣기 원했던 사람에게 엉뚱한 내 생각을 심어주려다가 헛된 욕심이었음을 깨닫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본인이 구매하고 싶은 것은 정해져 있다. 나에게 확인하고 싶을 뿐, 대상이 관점을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다만 확인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어쩌면 ‘어떤 카메라를 사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가’고 되묻는 것이 더 생산적인 대화였지 않았을까? 이미지 생산물의 탄생에 기여했다면 그것에 책임을 져야하지 않았을까? 스스로 여러 질문을 하다 보니 죄책감마저 든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매체들의 홍수, 어쩌면 공해라고까지 표현될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틈바구니에 누군가의 사진이 있다. 한 장씩 정성으로 찍어내던 사진의 시대는 갔다. 오늘 지금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매개체들이 뿜어내는 이미지들은 마치 사진의 광원에 다름 아니다. 광원은 다양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나는 함부로 이것을 공해라 표현하고 싶어진다. 내가 만들어낸 이 글과 사진이 한낱 공해로 전락하지 않을지 미리 걱정하며. 서비스하는 전문가 한 달에 한 번 월례행사 중 하나로 미용실 가는 것을 자력갱생으로 삼고 있다. 이발은 기분전환에 그만이다. 5년 이상 다니다보니 눈만 마주쳐도 원장의 ‘왔는가?’라는 반응이 익숙하다. 이어서 시작하는 대화는 짧다. ‘짧게?’ ‘짧게.’ 두 단어로 시작하는 익숙한 대화는 단골의 특권 중 하나라 생각했다. 한편으로 가끔 다른 스타일로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익숙한 손놀림에 젖어들었는지 선뜻 바꿔지지 않는다. 상상해본다. 만약 다른 스타일로 바꾸고 싶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알아서 해주세요’보다 구체적인 단어를 구사해야겠지. 아니면 예시 사진들을 보여주며 이대로 해주세요 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후의 대화는 어떻게 될까?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콕 짚어 말할까? 아니면 내가 제시한 것이 얼토당토않더라도 기어코 내(고객) 취향에 맞추어 줄까? 서비스라는 이름의 직업이 참 어렵다. 분명 ‘전문가’인데 동시에 고객에게 맞춰주는 ‘서비스 제공자’여야 한다. 적당한(?) 가격은 저 아래 깔려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Professional)라고하면 좀 그럴듯하지만 전문가라면 어쩐지 서비스 제공자로 변하는 느낌이다. -개인적 생각이다- 사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전문가입장에서 보면 텔레파시를 지녀야하는가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상대방이 원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예산은 얼마인지 끊임없이 추파를 던진다. 교감이 없다면 설왕설래해도 결국 견적서 한 장이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얼마에요?’ 예산 관련 대화는 시장통 흥정과 별로 다르지 않다. 괜한 자존심인지 전문가 타이틀을 붙이고 나누는 대화에서 적나라한 말이 나오면 자존심이 발동할 때가 있다. 하지만 어디 자존심이 밥 먹여 주겠는가. 상상이지만 존재하는 그것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는데?’, 고객은 ‘적은 예산에 고퀄리티’를 요구하지만 해답은 없다. 이럴 때 전문가는 ‘얼마나 어떻게 해줄 것인가?’ 매번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고객을 받을 수는 없다. 전문가는 당신의 만족과 나의 만족이 화학적으로 반응하길 바란다. 당신의 만족과 예산이 모든 일의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 내가 하는 조경사진 활동도 다르지 않다. 매번 ‘알아서’가 주범이다. 그저 그런 컨셉과 시공이라 할지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실행에 걸림돌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건방질 정도로 처음 맞는 클라이언트에게 새삼스런 질문을 한다. ‘이것이 어떤 점에서 마음에 드시나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건가요?’ 이제 이일도 십여 년 하다 보니 조금씩 텔레파시가 맞는 고객도 생겼다.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알아서’보고 ‘알아서’ 촬영한다. 반대로 처음 맞는 고객에게는 계속 질문을 하려고 한다. 부디 고객님들아 기억해 주시라. 전문가는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가끔 텔레파시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유청오 조경사진가
    • 유청오 조경사진가soulguitar@naver.com
    • 2019-04-11
  • [놀이터 톺아보기, 톺아짓기] 놀이터 만들기 ① 안전과 위험
    무서운 건 괜찮은데 위험한 건 안돼요 한 놀이터 현장에서 우리 회사가 진행한 디자인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다. 한 아이가 디자인 속 흔들다리를 발견하고는 “무서운 건 괜찮은데, 위험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주었다. 당시 아이가 덧붙인 설명은, 흔들다리에 올라갔을 때 많이 흔들거리거나 그물다리 아래로 바닥이 보이는 것은 무서울 순 있지만 재미도 있으니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물에 구멍이 나거나 나사가 단단히 고정돼 있지 않아 그물 아래로 발이나 몸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리하게도 이 아이는 영어의 ‘risk(위험)’, ‘hazard(위험요소)’, ‘harm(손상)’을 구분하고 있었고, 많은 놀이 관련 전문가들의 ’risk‘ 관리에 대한 태도와도 일치했다. 위험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인 영국의 ‘Managing Risk in Play Provision: Implementation guide(놀이에서의 위험관리 실행 안내서)’에서 정의하고 있는 세 가지 개념과 이 아이의 말을 비교해볼 수 있겠다. risk 일반적으로, ‘risk(위험)’라는 단어는 가능성, 즉 해롭거나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개연성이나 가능성을 나타낸다. 위험관리 상황에서 이 단어는 부정적 결과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가능성 또한 포함한다. hazard‘hazard(위험요소)’는 ‘harm(손상)’의 잠재적 원인이다. 위험요소는 도처에 있다. 손상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떤 환경에서도 위험하지 않은 행동과 사물은 없다. 사다리 위에서의 작업, 서랍을 여닫는 것도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험요소이다. 만약 세상이 위험요소로 가득 차 있다면,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위험을 인지, 대응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harm손상이 포함되는 용어들의 사전적인 정의는 어떤 종류의 부상, 상처에 대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손상(harm)은 부정적인 의미로 여겨진다. 그러나 무언가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상처는 귀중한 교육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위의 세 가지 단어로 아이의 말을 재정리하면 ‘손상을 가져다줄 위험요소는 없어야하지만, 위험을 극복하는 과정은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수치로 된 안전 기준의 기계적 적용’ 이상이 필요하다. 놀이공간에서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만들어졌고, 2014년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놀이 공간과 관련된 유일한 법이다 보니 놀이터 조성과 관리에 있어서는 안전이 우선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놀이터가 너무 밋밋하고 재미없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안전 강조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호기심을 충족하고 모험심을 기르기 어렵다는 지적은 우리나라에만 있지 않다. 앞에서 인용한 ‘Managing Risk in Play Provision: Implementation guide’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작성되었다. 이 가이드라인에 앞서 영국에서는 2002년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어 ‘Managing Risk in Play Provision: A position Statement’라는 이름으로 놀이환경에서 위험 관리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위험의 평가와 관리는 기계론적인 과정이 아니다. 위험과 혜택 간의 균형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위험 수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아동용 물놀이장은 깊이가 얕을지라도 익사의 위험이 있다(부모의 지도가 있더라도). 하지만 이것은 보통 허용된다. 일반적으로 가능성은 매우 낮고, 위험요소는 명백하고, 즐거움과 물놀이를 통한 경험은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험을 줄이거나 관리하게 되면 위험 감수로 인한 혜택도 줄게 된다.” 아이들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며 논다. 위의 선언문 이후에 작성된 ‘Managing Risk in Play Provision: Implementation guide’의 주제는 위험과 함께 위험이 주는 혜택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이를 위해서는 ‘수치화된 안전 기준의 기계적인 적용’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놀이공간에 대한 지방정부의 가치와 이해, 원칙, 규범을 나타내는 상위의 정책 프레임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정책 프레임과 전략에는 놀이가 갖는 이점과 놀이공간을 만들고 관리하는 놀이공간 제공자가, 위험을 감수하며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이러한 공간의 중요성도 제시되어야 한다. 이 보고서의 안전관리 정책의 위계를 보여주는 이미지를 보면 우리나라의 안전관리에 해당하는 기술검사는 가장 하단에 있다. 생각해볼 일이다. “손상을 가져다줄 위험요소는 없어야하지만, 위험을 극복하는 과정은 흥미롭다.”안전만 강조하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호기심을 충족하고 모험심을 기르기 어렵다.위험과 함께 위험이 주는 혜택도 관리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며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놀이공간에 대한 정책과 전략이 제시돼야 한다. ‘Managing Risk in Play Provision: Implementation guide’이 필요하신 분들은 조경작업소 울(wullandscape@naver.com)로 문의하시면 된다.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geumii@empas.com
    • 2019-03-28
  • [미래포럼] 조경산업의 미래와 대응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최근 조경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일부 대학의 조경학과 입학경쟁률이 예년에 비해 조금 낮아진 곳도 있다. 과천에 있는 조경수 묘목시장도 매출이 줄었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몇 가지 측면의 연구들을 통해 조경산업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해본다. 건설산업연구원의 ‘국내 건설투자의 중장기 변화추이 연구(이홍일 외, 2009)’에서는 건설산업의 투자 및 형태 변화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의 건설수요를 명쾌하게 예측하고 있다. OECD국가 23개국 38년간의 데이터를 기초로 소득수준과 전체 건설투자 비중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1인당 GDP가 약 1만2000달러 수준까지는 소득수준 증가에 따라 건설투자비중이 지속적으로 늘다가, 이후에는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건설투자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특징을 보이며, 1인당 GDP가 3만 달러에 도달하게 되면 건설투자비중이 더욱 감소해 1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에는 국내 총생산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지나왔으나 1인당 GDP가 3만달러에 도달한 현 시점에서는 건설투자비중이 16%선으로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조경산업은 현 수준인 7조 원 정도의 시장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건설산업은 GDP와 연계돼 증가하게 되므로 우리나라 GDP가 선진국수준인 5~6만 달러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조경산업의 규모도 이에 비례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건설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함에 따라 과거와 같이 대규모 신도시 개발, 기본적인 SOC시설 확충 등의 프로젝트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패턴도 선진국가 형태로 변모해 커뮤니티 및 자연친화형 주거공간 창조, 녹색빌딩, 초고층 빌딩, 도로확장, 초고속 하이웨이 및 철도, 초장대교량 등과 같은 신기술에 의해 사회적 니즈(needs)를 질적으로 보다 충족시키는 건설 프로젝트와 도심재생, 주택 리모델링, SOC시설 유지보수, 기존건축 및 시설물의 재생과 유지관리 분야의 프로젝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림청은 ‘정원산업 현황조사와 전망(2015)’에서 해외 정원산업의 시장규모는 2013년 210조 원(미국 55조 원, 일본 13조 원)에서 2018년 243조 원까지 약 16% 늘어나며, 2018년까지 정원산업 연평균성장률은 2.9%가 될 것으로 예측돼 지금 추세보다도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동 보고서에서 전문가 그룹의 인식을 통해 장단기 우리나라 정원산업 시장규모를 예측한 결과, 2017년까지 단기적으로는 99.7~111.2% 성장해 평균 1조3487억 원, 2025년까지 장기적으로는 105.6~134.5% 성장해 평균 1조5362억 원으로, 이 때 최대 1조721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세계 주요도시의 공원면적과 우리나라의 1인당 공원면적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평균 공원면적은 9.6㎡로 미국(뉴욕) 18.6㎡, 영국(런던) 26.9㎡의 1/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되면 이에 비례해 공원과 녹지 확충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의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조경산업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급변하는 새로운 시장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조경산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본다. 우선적으로 교육과 연구에 대해 창의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조경 트렌드(trend)에 맞는 공간계획과 설계기법의 개발도 필요하지만 그동안 소홀히 다루어진 유지관리와 수목생산 등에 대한 교육도 보완돼야 한다. 조경을 위한 소재 중 가장 중요한 품목인 수목에 대한 대학에서의 교육과정은 1~2개 정도만 개설돼 수목의 번식과 생리 등 기초적인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목과 식물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의 조경계획과 설계는 많은 오류를 낳을 수밖에 없다. 조경수산업만 해도 연간 7000억 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나 조경수 생산을 위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조경수 유묘의 번식, 조경수 성목 생산과정 등을 기계화해 인력투입을 최소화하고 있고 첨단기술이 가미된 조경수 컨테이너재배 등을 통해 고품질의 균일한 수목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과 산림청의 지원으로 컨테이너 재배기술 등이 일부 연구되고 있으나 연구비 규모나 연구참여 인력 등이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조경분야 연구논문의 대부분은 계획과 설계분야에 치중돼 있는 실정이다. 조경산업이 타 분야와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녹색기술 등 첨단설계기법 외에도 조경수생산, 조경유지관리 등의 분야에서 선진화된 기술이 도입돼야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조경수생산용 농기계 및 로봇기술, 컨테이너재배기술, 조경수 재배와 유지관리 기술 등에 관한 연구와 이에 관련된 빅데이터를 구축해야한다. 조경수 유묘생산 등에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융합하는 기술이 도입된 스마트팜 조성 등으로 조경수 생산방식을 획기적으로 변모해 나가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경산업의 변화에 대응하는 면밀한 전략수립과 이에 적합한 교육과정의 보완이 필요하고 실제적인 연구를 위한 조경가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하겠다. 권영휴 / 한국농수산대학 조경학과 교수
    • 권영휴 한국농수산대학 조경학과 교수
    • 2019-03-21
  • [지금여기 공원미학] 춤추는 나무, 숨쉬는 도시 ① 도시가 춤춘다
    도시가 춤춘다(연재를 시작하며) “도시가 춤춘다!” 무슨 소린가? 그냥 해보는 소리는 아니고 여기저기서 지면이든 영상이든 도시를 부르는 ‘말(言)’들이 그렇게 들려서다. 지난 시절 ‘장소 만들기, 마을 만들기’가 설익은 채 요란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엔 제법 리듬을 타고 박자를 맞춰 추니 도시 ‘재생’이라는 사위가 볼 만하다. 도시가 춤추는 것이다. 혹자는 “나빌레라” 춤사위만 시끄러운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도시는 본래 일정 부분이 항상 공사 중인 터임을 생각한다면 굳건한 건설 현장처럼 오늘도 성실하게 새로 짓기를 계속하는 것이 별일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늘 보아오던 춤사위가 딱히 뭐라 하기 어렵지만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것도 눈에 띄지 않다가 도시가 새롭게 춤추는 것인 양, 눈길에 말들이 오가며 얘기가 계속된다면, 한 번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을까? 공원을 떼어보니 우리시대 도시의 춤사위가 눈에 먼저 들어온 셈이다. 공원을 소개하면서 도시가 춤춘다는 이유는 우선 거기에 있다. 역사와 문화가 된 것을 찬찬히 보고자 할 때는 이처럼 가벼운 성찰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최근 미세먼지로 촉발된 일상적 도시 공간의 문제는 지난 날 공원이 탄생하던 시절의 사회적 배경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더 나아가면 공원이 도시를 춤추게도 하는데 지금 여기 도시의 춤사위에 눈길이 먼저 가는 것도 그 일환인지 모른다. 공원이 도시를 춤추게 한다? 당면한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원은 그 본성상 도시를 가만히 두지는 않는다. 그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며, 우리가 잘 모르는 공원의 민낯을 먼저 살펴보고 공원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만들어지고 있으며 사용되고 있는지, 좋고 나쁜 점은 있는지, 또 가볼 만한 공원은 어디인지 등을 우선 전반적으로 본 연재에서 다룬다는 점을 밝힌다. ‘춤추는 나무, 숨 쉬는 도시’는 그 한 갈래에 대한 이름이며, 이번 연재의 의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공원이 삶의 현장에 외부자처럼 놓인 지금 여기의 모습을 살펴보기도 하겠지만, 조용히 앉아 수줍은 노점상처럼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을 말없이 건네고 있는, 보아주거나 말 걸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공원의 속 얘기도 살펴보고자 한다. 팔 벌려 리듬을 타는 공원이 어떻게 도시를 춤추게 하는 지도 물론이다. 그리고 그것을 ‘공원미학’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우리 이제 그럴 때 되지 않았나? 자 이제 말하고 춤추는 공원을 살펴보자. 도시를 삶터로 바꾸는 나무의 춤사위에 뛰어들어 보자. 어울리며 즐기는 공원에서 숨 쉬는 도시를 느껴보자. 그리고 또 지금의 춤사위가 별일 아닌, 계속될 소란임을 읽어보자. 춤추고 숨 쉬는 게 즐거운 우리가 되어보자. ‘지금 여기 공원미학’의 조건 춤추는 도시를 느끼기 위해서, 우리 주변 공원을 보자, 공공공간을 보자. 일상의 공원은 단맛 가득한 상업가로를 벗어난 대표적인 오픈스페이스(open space)여서 도시를 제대로 맛보게 하고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공원을 먼저 짚고 가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학 전공처럼 공부하려는 것은 아니므로, 개념이나 어원을 깊이 고찰하기보다는 실생활에서 쉽게 지나치던 공원을 다시 볼 수 있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쉽게 활용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물론 최소한의 지식은 필요하다. 앞으로 유명한 공원들을 살펴보는데도 알아두면 좋다. 많이 듣던 말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낯선 상태 그대로 읽어둘 뿐 그렇다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차차 익숙해질 것이니. 도시가 사람이 모여 사는 땅(터)이라면 공원은 그 빽빽한 구축물들 사이 여유 공간이자 공적 공간임을 알아두자. 특히 방(건물) 안에 넣을 수 없는 도시민, 우리들의 휴식과 여가의 환경이자 자연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공원은 그런 점에서 ‘필수 시설’이기 때문이다. 시설이라니 낯설지만, 물건처럼 심지어 발명품으로 취급되기도 하지만, 이는 그간 우리가 공원을 보는 태도가 어떠했는지, 어떤 오해 속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여기서 그것을 따져볼 필요는 없지만 생각의 전도(顚倒)가 사유의 실로(失路)를 어떻게 이끄는지 산업과 문화 모두에서 급성장을 경험한 우리 사회에서 고질적 문제로 다방면에서 드러나는 하나의 현상 정도로 이해해둘 필요는 있다. 공원도 예외는 아닌 것이 이런 시각은, 물체나 제품으로 보는 시각은 법제도에 그대로 담겨 있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살펴볼 공원들이 우선 우리 실생활 속 공원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런 법제도에 따라 만들었다는 점에서 몇 가지는 기본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법 없이 살아온 날들이었을지라도 법을 모르면 의무도 권리도 까막눈이 될 수밖에 없음은 이제 공원 하나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외우며 볼 필요 없이 우선 일별해두고 공원을 감잡아보자. 알게 모르게 우리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은 그 뒤로 찬찬히 발견해 보자. 우리의 공원(公園, public park) 도입 근대적 공원은 영국에서 먼저 시작되어 일본을 건너거나 서구 도시공원 방문의 직접 경험으로 우리에게 수입된 개념이다. 공원 설치의 역사를 간단히 보자면, 1830년대에 영국에서 이미 시민에게 개방된 왕실정원이 있었고, 1847년에는 시민이 직접 만든 버큰헤드파크(Birkenhead Park)가 개장하기도 한다. 1858년 미국에 센트럴파크가 만들어지며 도시공원이 본격화되고, 1873년에는 일본 최초로 우에노공원이 서구적 공원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우리의 경우 1883년 인천의 만국공원을 시작으로 1896년 독립공원, 1910년 한양공원(남산공원)이 만들어지며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수용되고 전파”된 문물이었다(황기원, “서울 20세기 공원·녹지의 변천: 자연속의 도시에서 도시속의 자연으로”, 『서울 20세기 공간변천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2002, p.387). 초창기 도입된 공원은 이름이 먼저인 일종의 메시지와 같은 것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메시지는 공원의 구성에도 반영되어 강한 시각적 축 또는 거대한 기념물이 공원을 지배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즉 우리의 첫 근대식 공원들은 도시의 일상보다는 이념의 일상이 먼저 이식된 공간이었고, 자연에 대한 이상적 시각이라든가 전원에 대한 동경이라든가 하는 낭만적 입장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공원에 대한 기틀이 정립된 1960년대까지 우리에게 공원은 수입된 문물로서 우리 도시에 서식한 셈이다. 여기서 근대화가 빨랐던 일본이 명치 시대에 이미 파크(park)와 퍼블릭 가든(public garden)을 구분하여 공원(公苑)과 공원(公園)으로 따로 부르고 있었다(이시카와 미키코 저, 이용태 역, 『도시와 녹지 - 새로운 도시환경의 창조를 향하여』, 현진기획, 2004, p.213)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공공정원(public garden, 公苑)은 ‘장식적, 원예적 색채가 강한 공공의 정원’으로, 파크는 영국 풍경화식 정원 양식에 기초한 대규모 공원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니 “일본의 명치 시대 도입된 공원 양식은 정확하게는 공공정원이며, 수렵지에 기원을 두는 파크는 아니었다.”(위의 책, p.211).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했던 영국의 공원문화나 도시적 기능이 중요했던 미국의 센트럴파크와 같이 당시 서구 최신의 퍼블릭 파크(public park, 公園)와도 다소 다른 입지를 가졌던 셈이다.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겠지만 1930년대 도시계획은 우리에게 공원(公園)을 퍼블릭 가든으로 도시의 일상에 들여놓을 수 있는 기틀을 가졌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사라진 공원 유형 ‘가원(街園)’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방 이후 전쟁과 폐허의 시대를 지나 제도화 된 공원은 여가활동에 치우친 도시 시설로 규정되고 퍼블릭 가든의 성격은 제한되며 현재의 기능적 공원으로 재편된다. 그나마 기능적 공원은 1970~1980년대 경제 성장기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점차 성장이 가속화 되면서 도시 오픈스페이스로 진화하게 된다. 핵심은 우리에게 공원은 서구와는 다르게 시작되었다는 점이고, 가드닝(garden)의 전통이 공공정원(public garden)으로 연장되고, 수렵원(park)의 전통이 공공공원(public park)으로 확장되었던 서구적 공원 역사와 문화까지는 거기에 담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삶의 전통이 달라 그에 꼭 맞는 것이 우리에게 없었다는 점은 이제 다행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서구식 정원문화와는 다른 형식의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정원문화가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문화의 기저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대 정원과 공원을 유래 없는 우리식의 독특한 공동체문화로 다루게 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그것이 더 나아가면 최근 이런 녹색 공간과 푸른 공간을 묶어 녹색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로 재설정하며 도시의 빈 공간들을 도시의 구조를 다시 짜는 중요한 주인공(도시 기반)으로 부각시킨다는 점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도 일단은, 알아만 두자.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전통과 현대, 객관과 본능, 기능과 일상이 뒤섞이는 공원녹지의 달라진 위상이 이미 우리의 일상까지 바꿔놓고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두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공원이 도시를 춤추게 한다고 해버렸다. 천천히 말하려 했는데, 속마음이 묻어나 버렸다. 다음으로 서둘러 넘어가자. 이렇게 보면 요즈음 공원이 들썩이며 도시를 춤추게 하는 이유 하나는 드러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자연을 대하고 적응하는 우리만의 태도가 있었는데 그간 숨어 있던 그 본능이 꼭 맞지 않는 속옷처럼 수십 년을 같이 생활해온 공원 같은 기능적 공용 공간에 투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전통적 가드닝의 숨결이 그렇게 되살아난다고 하면 어떨까, 그에 대해서는 다음에 살펴보도록 하고, 최근의 공원이 그런 숨어 있던 우리의 오래된 본능 표출이라는 새로운 요청에 직면해 있다는 점은 짚어둔다. 도시공원의 종류와 진화 공원은 크게 자연공원과 도시공원으로 나뉘는데, 일상의 공원을 보려면 도시공원이 우선이다. 도시공원은 자연과학적 법칙이나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어서 E=mc²과 같은 공식으로는 알 수 없고 또 공식처럼 변하지 않고 지속되지도 않는다. 공원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그 때문이고, 달라지며 진화하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의 생각과 생활이 거기에 투영되기 때문이고, 공원을 알려면 법률부터 봐야 하는 이유가 된다. 도시공원에 관한 법률을 기준으로 거칠게 우리나라 도시공원을 시대별로 분류해 보면 몇 단계의 변천을 확인하고 우리의 현재를 조금이나마 추적할 수 있다. 1939년 조선시가지계획령은 그 첫 시작인데 벌써 도시공원이 비교적 세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962년에는 도시계획법이 제정되어 도시를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었는데 이때부터 공원은 도시적 기능 공간으로 명시된다. 1967년에는 공원법이 제정되면서 별도의 법률체계가 수립되고, 1980년 도시공원법 제정으로 그 성격과 종류가 보다 도시 공간에 적합하게 개편된다. 이때까지는 시가지계획령의 기본 틀을 유지한 채 우리 실정에 맞는 도시공원 철학이 고민되던 시기로 이해할 수 있다. 1980년 자연공원법과 도시공원법이 동시에 제정되면서 자연공원과 도시공원은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자연공원법은 자연환경과 풍경을 거시적 차원에서 대표적 공원으로 별도 설정할 수 있도록 하였고,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등이 도시공원과는 차별된 위상을 가지게 하였다. 도시공원은 보다 생활과 가까운 형태로 세분되고 변화된 사회적 요청을 수용할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의 도시공원은 도시자연공원과 근린공원이라는 체계, 권역으로 세분된 낯선 명칭, 조성되거나 채워지지 않은 공원시설 등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철학이 분명하게 성립하지 못하였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1980년부터 2006년까지는 전 국토 차원의 공원 관리 시각이 명확해지고, 재규정된 도시공원 성격에 따라 공원이 생활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인식되는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에게 ‘근린공원’이라는 말이 익숙해지게 된 배경이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 다방면의 변화는 공원에도 영향을 주었다. 2007년에 법명이 ‘도시 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확장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기존 공원과 녹지만으로는 수용하지 못하는 것들과 공원과 녹지 안팎에서 요청되는 새로운 역할이 고민된 것이다. 공원녹지의 공적 속성이 보다 강화되며 생활권공원과 주제공원으로 나뉘고 성격별로 명칭과 기준을 달리하는 등 대폭적인 변화가 담긴다. 우리식의 ‘도시공원 철학’이 비로소 최소한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이후 보다 일상과 연관된 공원 기능 그리고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고민되면서, 2013년 도시농업공원 유형 추가, 2016년 국가도시공원 신설 등 오픈스페이스와 녹색 공간의 가치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결과다. 이처럼 도시공원은 시대적 관점에 따라 종류와 명칭이 진화하였다. 그리고 그 변화의 동인은 다름 아니라 물리적 도시 성장과 도시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활용 방식, 즉 일상생활의 변화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처음 도입 후 공원의 성격이 ‘계몽의 문물 - 도시의 기능 공간 – 시민의 일상생활’로 큰 흐름에서 변화하였음은 여기서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여전히, 꾸준히 변화를 고려하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 가느냐에 따라 발맞추어 진화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가? 공원이 먼저 우리에게 갈팡질팡 사유의 실로보다 한 목소리 낼 줄 아는 분명한 철학을 바란다고 하면 무리일까? 우리가 지금 도시권과 거주적합성이 중요시되는 시대를 지나고 있음은 큰 힌트다. 공원이 그 중책을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일상에 자리 잡은 이름 있는 공원들과 그 가능성을 함께 타진해 보자. 누군가 손에 쥐어준 공원이 아니라 내 손으로 잡아 끌 수 있는 공원이 되도록 사유의 정로(正路)를 같이 고민해 보자. 길은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일러두기 * 연재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필자의 개인 의견과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필자는 주요 공원을 소개하고 공원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로서 이 연재를 진행하며, 확인된 학술적 내용에 조경미학적 비평을 더해 공원을 중심으로 도시와 삶터를 살펴봅니다. * 연재는 사정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궁금한 사항이나 제공할 정보는 환경과조경 또는 필자 이메일로 문의 부탁드리며, 인터넷 상 복제는 공개된 것에 한하여 원본 출처 표기 조건으로 허락하나 상업적 활용은 불허합니다. 관련 사항과 보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 게시됩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되는 자료, 도표와 그림, 사진 등은환경과조경(『PARK_SCAPE 한국의 공원』, 도서출판 조경, 2006) 및 필자 작성본을 원칙으로 하며, 출처의 표기는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되 인터넷 매체 특성을 고려해 링크 또는 약식으로 하거나 별도의 방식으로 게시합니다. 이에 관한 모든 책임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안명준 조경평론가
    • 안명준 조경평론가eirene95@naver.com
    • 2019-03-10
  • [놀이터 톺아보기, 톺아짓기] 놀이터, ‘놀이하는’ 터 ⑧ 모래포장과 탄성포장
    모래포장과 탄성포장 놀이터를 논하는 자리에서는 거의 “놀이공간의 포장재로 탄성포장과 모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전문가로서 의견을 주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야말로 난감하다. 탄성포장(푹신한 고무 재질의 바닥 포장)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포장재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최근에는 안전기준이나 검사가 강화돼 유해성 기준을 벗어날 경우 설치될 수 없게 돼 있지만, 한 여름에 포장재에서 나는 화학 냄새를 맡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탄성이 좋아 낙하에 안전하다고 하지만, 충격을 흡수하지는 않아서 낙하한 아이가 튕겨나갈 위험도 있다. 물론 흔한 일은 아니다.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비싸서 꺼리게 된다. 탄성포장이 공사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돼, 다른 공간적 디자인이나 시설물을 설치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깔 때만 비싼 게 아니라 폐기물처리비도 만만치 않다. 폐기물처리비가 높더라도 지구환경에 누가되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으니 환경적인 문제도 크다. 그렇다면 모래는? 주민들은 모래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고양이와 개의 배설물로 모래가 오염돼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실제 모래에서 동물의 배설물이 발견되기도 한다. 또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 몸이나 옷이 더러워져 선호하지 않는다. 놀이터 주변 주민들은 모래가 바람에 날려 실내로 들어온다고 꺼린다. 아이들 몸에 묻은 모래가 아파트 내 복도에 떨어져 싫다는 주민도 있다. 또한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은 모래 위에서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물론 유아와 저학년 아이들은 모래에서 하염없이 논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호도가 떨어진다. 자신의 생각인지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몸과 옷이 더러워져 싫다는 아이도 있고,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면 뛰어놀기 어려워 싫다는 아이도 있다.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이라는 연구를 진행했던 최이명 박사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만난 아이들은 놀이터에 모래가 없는 경우에는 모래를 원하고, 모래로만 포장된 놀이터에서는 탄성포장을 원했다”고 한다. 모래와 탄성포장을 둘러싼 갈등 ‘모래포장 vs 탄성포장’은 지역 사회에서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이들한테 환경적으로 모래가 좋으니 모래를 깔자는 행정과 싫다는 주민들 간의 갈등, 주민들과 주민들 간의 갈등. 어느 주민들과의 논의 자리에서 한 주민이 탄성포장을 무척이나 반대하셨다. 다른 주민들은 별 대응을 하지 않다가 그 주민이 자리를 비우자 그때서야 탄성포장을 주장하셨다. 모래포장이 여러 가지 면에서 올바르다는 인식이 있어서 당당하게 탄성포장을 주장하지 못 한 게 아닌가 싶다. 몇 년 전 한 지역에서는 아이를 둔 한 주민이 국회의원한테 민원을 넣어서 놀이터 현장에서 주민회의가 급하게 열렸다. 놀이터 개선 사업을 하면서 탄성포장을 없애고 모래로 깐 게 사단이었다. 그 놀이터는 동네에 유일한 놀이터이다 보니 모래를 위생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놀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민원을 넣은 주민은 한 명이었지만, 회의에 참석한 대다수의 주민들은 탄성포장 재설치를 요구했다. 질문의 방향을 돌리기 나는 전문적 의견을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 회의에 참석했고, 이 글의 시작에서 나열했던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나는 탄성포장과 모래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대안으로 포장은 탄성포장으로 하되 모래놀이 공간을 별도로 둔다거나 탄성포장과 모래를 섞어 사용하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할 수 있지만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당신의 집안으로 모래가 날려도 아이들을 위해서 감내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모래가 아이들한테 좋다지만 주민들이 아이들을 안 보내면 헛일이지 않은가? 다양한 욕구의 충돌, 공공공간을 다루는 일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다. 질문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 이 둘을 대립 관계로 보는 질문에서 보완의 관계로 보는 질문으로, 어떻게 하면 행정과 주민이 함께 모래를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로, 놀이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로, 어떻게 아이들에게 다양한 놀이 환경을 줄 수 있는지로, 가능한 한 어떠한 아이도 배제하지 않는 놀이 환경은 어떠해야 하는지로. 더 넓게는 탄성포장을 대체할 수 있는 포장재를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로 말이다. 한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모래놀이공간에서 ‘아빠와 함께 하는 보물찾기’ 행사를 했다. 주민들은 보물을 찾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로 모래 놀이 공간을 헤집었고 자연스럽게 청소가 이루어졌다. 또 가끔 모래를 뒤집어서 뭉친 모래를 흩트리고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행사 과정에서 이런 환경 개선도 이루어졌다. 우리에게 필요한 접근이지 않을까 싶다. ‘모래포장 vs 탄성포장’은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환경적으로 모래가 좋으니 모래를 깔자는 행정과 싫다는 주민들.아무리 모래가 좋다지만 아이들을 안 보내면 헛일이지 않은가?질문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어떻게 행정과 주민이 함께 모래를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어떻게 아이들에게 다양한 놀이 환경을 줄 수 있는지 등등.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geumii@empas.com
    • 2019-02-25
  • [미래포럼] 도약하라! 폭포를 솟구쳐 오르는 잉어처럼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폭포(滝石組)는 일본의 전통정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다보니 폭포의 유무나 의장의 정도에 따라서 정원의 가치가 평가되어 내로라하는 일본인들은 앞 다투어 최고의 폭포를 만들기를 원했다. 일본사람들이 폭포를 얼마나 좋아했는가는 일본 고유의 정원양식인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에도 폭포가 있다는 사실을 보면 이해가 된다. 가레산스이 양식이 무언가? 물 없는 정원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물 없는 정원에 물 없는 폭포를 만든 것이 되니 우리의 상상력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헤이안(平安)시대에 간행된 일본 최초의 작정서 사쿠테이키(作庭記)에는 폭포를 만드는 작법(作法)이 상세히 쓰여 있다. 특히 폭포에 쓰이는 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폭포 한가운데 높이 세워 물이 흘러 떨어지도록 하는 수락석(水落石), 수락석 좌우에 놓아 수락석을 지지하는 협석(脇石), 그리고 부동명왕(不動明王)과 그것을 좌우에서 협시하는 삼존석(三尊石)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것을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도 적어놓았다. 헤이안시대가 지나고 가마쿠라시대가 되면, 중국의 영향을 받아 리어석(鯉魚石)이라는 특별한 돌을 폭포에 도입하기 시작한다. 리어석이란 잉어를 상징하는 돌로, 이 돌을 수락석의 전면부 물이 떨어지는 곳에 놓아 마치 잉어가 물을 타고 올라가는 모양을 연출했다. 이것은 중국 황하 상류의 물살이 빠른 여울목인 용문(龍門)을 뛰어넘은 잉어가 하늘에 올라 용이 된다고 하는 등용문(登龍門) 고사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선가(禪家)에서는 수좌가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는 것이 곧 잉어가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생각했다. 따라서 선찰에 만든 정원에서 용문폭에 리어석을 도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떠한 돌을 리어석으로 쓰느냐, 그리고 그 리어석을 어떤 방식으로 세우느냐에 따라서 용문폭의 내용은 많은 차이를 보였다. 수좌들은 용문폭을 보면서 리어석의 잉어가 용문폭을 솟구쳐 올라 승천하듯이 자신도 기어코 득도할 것이라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용문폭은 송나라에서 일본으로 온 임제종 스님인 난케이 도류(蘭溪道隆)가 창안한 것으로 일본에서는 가마쿠라(鎌倉)의 겐쵸지(建長寺)에 처음으로 조성했던 폭포석조형식이다. 그것을 일본 최고의 석립승(石立僧)인 무소 소세키(夢窓疎石)가 배워서 자신이 만든 정원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는데, 무소에게 있어서 용문폭에 리어석을 두는 것은 일념으로 성불을 위해 수행하는 선가의 수좌들이 정원을 하나의 수행처로 삼아 용맹정진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무소국사가 도입한 본격적인 용문폭은 교토의 텐류지(天龍寺)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후 무로마치시대에 만든 교토의 로쿠온 킨카쿠지(鹿苑金閣寺), 지쇼 긴가쿠지(慈照銀閣寺)는 물론 여러 것에 조성한 선찰의 정원에서 리어석이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작법이 선찰뿐만 아니라 궁원이나 귀족들의 정원에도 적용됐으니 그것은 리어석이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입신출세를 원하는 기원석으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일본정원에 조성된 많은 폭포의 리어석 가운데에서 로쿠온킨카쿠지의 폭포에 세운 리어석을 일등으로 친다. 정말 잉어 한 마리가 힘차게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인데, 폭포수가 힘차게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리어석의 존재는 더욱 더 분명해진다. 신기한 것은 몇몇 가레산스이 정원에서도 용문폭과 리어석을 도입하여 상상력만으로 잉어가 급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등용문에 얽힌 고사를 보면, 그냥 가만히 앉아서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세차게 흐르는 급류에 몸을 던져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는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많은 인물들의 고사에서 입증이 된다. 양산보가 소쇄원에 대봉대(待鳳臺)를 지어놓고 임금의 부름을 기다렸지만 평생을 기다려도 교지가 오지 않아 결국은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소극적인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입신출세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세상이 변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것에 대응하지 못하고 기회를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서 자기를 던진 사람들도 많다. 물론 자기를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서 항상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용기와 결단력이었다. 그것이 있었기에 그들은 좌절보다는 성취할 가능성이 많았을 것이고, 실제로 뜻을 이룬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 그것을 입증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에 무턱대고 맞서는 것이야말로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잘 파악하고 그것에 적절하게 대처해야만 변화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 그 요건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변화에 대응하는 시기와 정도 그리고 속도이다. 변화의 내용을 모르고 그것에 대응하는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그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적정한 시기의 선택은 변화를 이겨내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변화의 결과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시기가 빨라서도 안 되고, 더뎌서도 안 되는 적기를 찾아야 함은 기초적인 이야기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 조경을 도입하여 새로운 건설의 시대를 맞이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었다. 당시는 건설 붐으로 환경파괴가 심각할 때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때 만약 조경이라는 새로운 학문과 산업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변화를 꾀할 것인가 역시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변화에 부분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전면적으로 수용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인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그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변화를 거부하는 힘을 완전히 꺾고 새로운 질서를 찾든지 아니면 그러한 힘과 적당히 타협할 것인가를 결정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것은 잉어가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조선을 열었던 신흥사대부 가운데 완벽한 변화를 생각했던 사람들이 없었다면 조선이라는 새로운 왕조는 역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혁신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조경분야도 과거의 틀에 얽매여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조경이 가진 구조적인 틀을 전면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다른 분야의 엄청난 도전에 희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으로 어떠한 속도로 변화를 이끌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했던 50년 조경의 역사는 이제 그것과 비교도 안 되는 시간에 성취할 수 있게 되었다. 건설시장의 구조가 송두리째 바뀌고, 학문이나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타협의 상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세상을 과거 완행열차의 속도로 간다면 과연 고속전철을 타고 가는 사람을 따라 잡을 수 있겠는가? 이제 조경분야도 시급하게 새판을 짜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교의 커리큘럼부터, 관에 대응하는 자세부터, 다른 영역과의 소통부터 그리고 조경의 본질적인 성격부터 모든 것을 새로운 틀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온고이지신이라는 말처럼 지난 세대가 만들었던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만큼은 빨라야 살 수 있다. 한발 늦었다는 말은 변화를 온전히 수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쓰는 핑계에 불과하다. 이제 조경 1세대가 무대를 떠나기 시작했다. 73학번 교수들이 정년을 하기 시작했고, 산업일선에서도 그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들에게 배운 조경 2세대 역시 나이가 들기 시작했으니 분명히 변화가 우리 눈앞에 온 것이다. 건설시장도 달라졌다. 건설공사 생산체계 개편 방안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건설분야의 경쟁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인다. 도시 안의 자연환경 조성에 대한 영역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영역간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인구절벽에 부딪혀 몇 년 내로 지방의 조경학과가 존속된다는 보장도 없어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조경이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앞에서 말한 리어석이 왜 일본정원의 폭포에 도입되었을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결국은 득도하는 것을 바라는 선원수좌들의 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조경계가 바로 이러한 리어석을 도입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우리 모두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변화에 대응하는 시기와 정도 그리고 속도를 지혜롭게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경인 모두가 서로 화합하고, 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야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말뿐인 변화, 말뿐인 대응, 말뿐인 실천은 우리들을 점점 더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는 누가 주도해야 할 것인가? 당연히 우리 조경인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조경분야에서 40년 이상 몸을 담고 많은 혜택을 누린 1세대 조경인들이 이제 새판을 짜는 일에 앞장 서줘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조경이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시장에 나올 때, 조경분야는 향후 50년, 아니 100년의 경쟁력을 다시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마리의 잉어가 되어서 용문폭을 뛰어 넘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어마어마한 물살을 뚫고 힘차게 솟구쳐 올라야 한다. 홍광표/ 동국대학교조경학과 교수
    • 홍광표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2019-02-20
  • [미래포럼]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조경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황금돼지 해인 새해를 맞아 우리 사회의 변화에 부응해서 조경 분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조경 분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큰 변화를 살펴보면, 우선 첫째는 지구 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지구온난화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을 보면 1954년부터 1999년까지는 10년 단위로 평균 0.23℃가 상승했고, 1981년부터 2010년까지는 10년 단위로 0.41℃가 상승했으며,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은 0.5℃가 상승했다. 이는 근래에 올수록 우리나라의 온난화가 가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둘째로는 우리나라가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 당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17.3명으로 생산가능인구(15세∼64세 인구) 5.8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는 실정이다. 현재 저출산이 지속될 경우 베이비붐세대의 고령인구 진입 및 기대수명 증가로 인하여 2030년에는 2.6명이 1명을, 2060년에는 1.2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화와 더불어 나타난 특색의 하나는 건강하고 경제적 여유를 가진 뉴실버세대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건강과 웰빙의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와 맞물려 국민들의 관심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관심을 갖게 되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과 힐링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근래 우리 국민들의 걷기 열풍도 건강과 힐링에 대한 욕구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넷째로는 먹거리의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오염에 따른 먹거리의 오염이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먹거리의 불안은 수도물에 대한 불신이며, 외국에서는 가축 사육 과정에서의 항생제 사용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경 분야가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변화 추세에 부응해서 적극적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조경 분야의 변화 방향은 환경오염과 지구환경문제 완화에 기여하는 조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특히 화석에너지 소비 증가는 환경오염물질의 배출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이 중요한 문제이고,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효율을 위한 조경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옥상녹화와 벽면녹화가 건물의 에너지 절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지구온난화가 해수면 상승을 가져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인 데 이에 대응하는 방안의 하나로 해수면 상승 대응형 조경을 외국의 도시에서는 이미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될 해안지역을 해안습지로 복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해안습지 면적 약 243km²를 확대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근래 우리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미세먼지이다. 이제는 조경 분야에서 미세먼지 저감형 조경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박사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나무 한 그루당 연간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침엽수 한 그루당 1년에 44g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며 활엽수 한 그루당 1년에 22g을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경 분야가 그린인프라 도입 등 적극적 녹화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에 크게 기여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높은 관심과 지지를 받을 것이다. 중국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펀지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빗물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저장해두었다가 활용하는 도시를 만들자는 사업이다. 오는 2020년까지 전국 도시의 80%를 빗물의 70%를 재활용하는 스펀지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인데다 홍수피해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물순환형 조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저영향개발(LID)이라는 명칭으로 물순환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조경 분야에서 보다는 토목분야가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조경 분야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또 하나의 방향은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위한 조경이다. 특히 도시에서는 생물서식지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어 생물종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도시에서 벌과 나비, 제비를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선진 외국도시에서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벌과 나비 등 화분매개자의 서식처를 복원하기 위해 화분매개자친화형 공원(pollinator friendly park)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철새들을 위한 조류공원을 대규모(567,051 m²)로 조성한 사례가 한강신도시사업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바 있다.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지구환경문제 때문에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그 피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재난피해를 당한 도시들은 원상회복이 오래 걸리고 복구비용도 엄청나게 소요되기 때문에 이제는 도시를 회복탄력성이 높은 도시로 만들어 가자는 움직임이 도시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맞추어 조경 분야에서도 회복탄력성이 있는 조경(resilient landscape)이 대두되어 시공된 조경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의 Jinhua 시의 Yanweizhou 공원은 강의 중앙에 있는 섬에 위치한 공원인데 홍수 때에는 강의 수위가 올라와 공원의 일부가 물에 잠기게 된다. 설계자는 이를 감안해 홍수 때에도 공원이 기능을 할 수 있고 홍수 이후에도 공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공원 설계를 함으로써 회복탄력성이 있는 조경의 한 사례가 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2013년 기준 세계인구의 11% 정도인 8억 명이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이다. 이 중 6억 명은 자체소비를 위해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텃밭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가 증가하고 있다. 조경 분야에서도 도시농업을 위한 조경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호주 조경가협회에서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흐름으로 ‘Foodscape’라는 패러다임을 조경설계가들에게 제시한 바 있다. 공적영역에서는 ‘경작’이라는 행위에 더해 미적, 공간적 맥락이 디자인에 적용되어야 하며 조경설계가는 관상식물 뿐 아니라 야채와 과일 등 작물까지도 미학적 연구를 해서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경에서의 시민참여 필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원녹지예산 감축과 뉴실버세대의 증가, 그리고 시민참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증가에 기인한다. 조경사업에서의 시민참여 사례로 미국 뉴욕시의 하이라인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이 사업이 성공한 것은 비영리단체인 ‘하이라인 친구들’이 10년간 모금을 통해 뉴욕의 고가철로를 공원화하는 운동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욕시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도 ‘Central Park Conservancy’라는 비영리단체가 뉴욕시로부터 관리를 위탁받아 공원연간예산의 75%를 모금해 충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서울숲을 조성할 때부터 ‘서울그린트러스트’라는 비영리단체가 설립되어 공원 조성 시 시민들의 모금과 나무심기를 통해 참여 했으며, 조성 후에는 공원관리에 참여해 이용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2016년 11월부터는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서울시로부터 서울숲의 관리업무 전반을 위탁받아 서울숲을 관리하고 있다. 이제는 지방정부가 도시 공원녹지의 운영관리를 모두 책임지고 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정부가 시민과 함께 파트너십을 갖고 관리와 모금을 병행하는 시민참여형 공원녹지 관리 방식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새해에는 조경 분야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면밀하게 짚어보고, 이에 발맞추어 시대변화를 선도해 나감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얻고 조경이 더욱 발전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양병이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 양병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 2019-01-31
  • [놀이터 톺아보기, 톺아짓기] 놀이터, ‘놀이하는’ 터 ⑦ 역사가 긴 3S를 대하는 태도
    3S의 기원 4종 세트 중의 그네, 미끄럼틀, 시소. 공교롭게도 이 세 가지 놀이기구의 영어명은 S로 시작한다. ‘swing’, ‘slide’, ‘seesaw’. 덕분에 이 셋을 3S로 통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3S는 언제 만들어지기 시작했을까? 궁금증으로 한때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 본 적이 있다. 춘향전에도 등장하는 그네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으로 올라간다. 인터넷에서 그리스 이라클리온 고고학 박물관(Heraklion Archaeological Museum)에 있는 ‘그네에 앉아 있는 여성(Woman sitting on a swing)’ 조각상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Hagia Triada, Late New Palace period(1450-1300 B.C.)’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하기아 트리아다(Hagia Triada)’는 크레타섬 중부의 유적지이다. 시소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네처럼 확실한 증거가 없다. ‘REFERENCE’라는 사이트(www.reference.com)에는 ‘Who Invented the Seesaw?(누가 시소 놀이를 발명했는가?)’라는 질문이 있고 그 아래에는 우리나라의 널뛰기를 시소의 조상으로 보는 문구가 있다. “It is believed that Korean girls in the 17th century who were not allowed beyond the confines of their courtyard walls invented the seesaw to catapult themselves in the air high enough to glimpse the outside world, according to Patricia Newman.” (패트리시아 뉴먼에 따르면, 17세기 집 담장 밖을 나서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던 한국 여성들이 잠시라도 세상 밖을 보기 위해 공중으로 몸을 날아 올리는 시소게임을 발명했다.) 미끄럼틀은 어떨까? 미끄럼틀에 대한 기록물은 더욱 찾기 어려웠다. 그네나 시소는 도구가 필요하지만 미끄럼은 언덕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놀이이다 보니 별다른 시설을 제작하지 않아 기록도 없을 것이라는 게 나의 추측이다. 3S의 발전 3S의 기원을 추적하다보니 중력을 이용하는 기구에 몸을 얹고 움직이며 즐기는 행위는 그 역사가 깊고 여러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꼭 아이들만 이용하지 않았었다. 춘향이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동네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어른은 TV 드라마에 흔하게 등장한다. 널뛰기 또한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양반집 여인들이 바깥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즐기는 놀이이지 않았던가. 경사진 지형을 따라 속도를 즐긴다는 측면에서 어른들도 즐기는 스키도 미끄럼과 다름이 없고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 3S가 근대화, 도시화의 산물인 놀이터에 도입되어 일정 공간을 차지하게 된 건 당연해 보인다. 여러 자료를 볼 때, 3S가 공원에 설치되기 시작한 건 1900년대 초였다. 이 시기의 놀이시설물은 허술해 보이지만 과감하다. 1922년에 세계 최초로 공원에 설치되었다는 미끄럼틀은 손잡이도 없고 가는 나무기둥으로 만들어져 불편할뿐더러 한 번 타고 나면 팔도 엉덩이도 무척 아플 것 같다. 1923년 공원에 최초로 설치다고 이야기되는 그네의 높이는 3.6m로 서커스용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높다. 그러던 시설이 대량생산으로 규격화되면서 지금의 작고 안정된 형태로 변화되었다. 1950년대에 발간되었다는 놀이시설물 카탈로그를 보면 지금의 시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네, 미끄럼틀, 시소. ‘swing’, ‘slide’, ‘seesaw’. 3S의 기원을 추적하다보니 중력을 이용하는 기구를 즐기는 행위는 역사가 깊고 여러 문화권에서 나타난다. 아이들만 이용한 것도 아니다.널뛰기는 양반집 여인들이 바깥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즐기는 놀이이지 않았던가. 3S가 근대화, 도시화의 산물인 놀이터에 일정 공간을 차지하게 된 건 당연해 보인다.3S는 놀이터에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추방해야 할 것도 아니다. 3S의 단점과 장점 모든 놀이터에 있다는 점 이외의 3S의 단점은 무엇일까?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수용할 수 있는 이용자 수가 한정적이라 이용자가 많을 때는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 다툼이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친구가 아니라 혼자 논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시소의 경우 고장이 잦다’ 등을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점은? ‘혼자 논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라는 단점은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혼자 놀이터에 나온 아이가 친구를 기다리며 3S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새로 이사 와 친구가 없는 아이는 3S가 없다면 놀이터에 나올 엄두가 나질 않을 것이다. 어른이 아이를 데리고 놀기에도 좋다. 유아들이 많이 이용하는 동네 놀이터에 시소나 낮은 미끄럼틀, 흔들말을 설치하지 않으면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아이들과 놀 게 없다”라는 원망을 많이 듣는다. 그리고 놀이터를 찾은 아이들이 빠르고 쉽게 놀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놀이터에 달려든 아이들은 일단 3S에서 워밍업을 한 후 다른 놀이로 전환한다. 이 전 글에서 “조합놀이대를 놓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를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하지 않고 놓아서 문제다”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3S도 마찬가지이다. 놀이터는 놀이시설물을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 노는 곳임을 전제로 한다면, 꼭 3S가 있어야 놀이터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3S는 놀이터에서 추방해야 할 것도 아니다.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geumii@empas.com
    • 2019-01-30
  • [기자수첩] 조경사 폐지? 벼룩 잡다 초가삼간 태울라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나약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은 집단을 묶는 다양한 스토리를 끊임없이 만든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스토리란 신화, 전설, 민담, 영웅전 등 다양한 서사를 포괄하며, 어떤 집단의 종교, 역사, 문화의 근간이 된다. 이 스토리를 공유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이 생성돼 협력과 협조가 쉬워진다. 결국 인류를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종으로 만든 것은 스토리의 힘이라는 것이 그의 평가다. 이러한 맥락에서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수능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역사교육이 부재했던 동안의 청소년 역사인식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국 초중고생의 41%가 삼일절의 의미를 제대로 모른다는 여론조사가 2011년에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뒤 역사 교육 부실 논란이 커지자 정부와 민간의 공동 노력으로 한국사는 수능 필수과목이 됐다. 역사교육은 실리적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중국은 동북공정 프로젝트로 현 중국 국경 안의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일본은 교과서를 비롯한 수많은 역사 왜곡으로 독도를 일본 영토라 주장하는 등 역사적 침탈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역사적 근거를 찾아 맞서왔다. 이와 같이 역사는 방어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침략의 명분으로도 쓰인다. 조경 분야에서도 업역 침탈의 방어 수단으로 조경사를 활용했다. 산림청이 ‘정원’ 분야를 법과 제도 신설을 통해 독자적인 사업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할 때 조경 분야에서는 “정원의 역사가 조경의 역사”라는 논리로 맞설 수 있었다. 이외에도 토론이나 발표 자리에서 조경사가 근거나 사례로 제시되는 건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조경사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문화재청은 궁궐과 능원을 총괄하는 궁능유적본부를 신설했다. 그 안에는 복원정비과 인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조경계’도 들어있다. 한국전통조경학회는 본부의 전신인 궁능문화재과에 속해 있었다. 궁궐과 능원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물을 도출하면서 조경 분야의 필요성을 어필하고 인지시킨 결과가 반영됐다는 것이 문화재청 한 관계자의 증언이다. 물론 조경을 특수 분야로 국한시켰다는 지적도 있지만, ‘조경’ 명칭으로 정부 산하 기관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조경기사 시험에서 조경사 과목 폐지란 해묵은 논란이 국가기술자격 개편 흐름을 타고 다시 부상했다.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선정된 사회적 흐름과 대조적이다. 실무에서 역사를 배제하는 정부의 NCS 체계와 조경사를 없애려는 어떤 조경 전문가군(자격 개편 관련 산업인력공단과 조경학회·협회 간에는 어떤 협의도 없었다)의 선택은 과연 사회적 흐름과 조경의 발전에 부합되는 것일까. 자격증 과목에서 빠지면 대학 교과목에서도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할 때 그 중요성을 낮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경학과의 교과목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적 가치와 효용성은 정체성 확립에 매우 중요하다. 자체적인 역사가 없는 민족이나 국가는 없다. 그렇다면 독자적인 역사가 없는 조경학과, 과연 존립할 수 있을까? 도시공원을 휘하에 두려는 도시숲처럼, 조경을 휘하에 두려는 분야가 생기면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까? 기사시험 합격률을 높여보겠다고 조경사 과목을 없애는 것은 빈대 잡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합격률이 문제라면 난이도만 조절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조경기사 시험에서 보편성이 결여된 지엽적 사실을 묻는 문항이 과거에 종종 문제가 됐다. 영화 슈퍼맨의 ‘크립토나이트’의 성질을 묻는 것과 비슷한 문제가 나온 적도 있다. 이와 같은 문제가 조경실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조경사 과목을 폐지하려는 황당한 생각에 앞서 조경사 과목의 출제진 구성부터 재점검하길 권하고 싶다. 결국 문제는 조경기사 시험문제 개발인데, 왜 엉뚱하게 조경사 과목 자체를 건드리는 것일까? 관계기관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한다.
    • 이형주jeremy28@naver.com
    • 2019-01-22
  • [미래포럼] 조경의 명칭을 바꾸는 문제, 이제는 논의가 필요하다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얼마 전 원로 조경가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졌다. 그분은 한국 조경계가 처한 상황을 걱정하며, 조경의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방으로 가는 항공기 좌석 안에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항공기 창에 비친 겹겹이 펼쳐지는 우리 산하의 모습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옛 선조부터 물려받은 금수강산,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일이 조경가가 담당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조경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프로젝트가 공간 개발과 관련된 화장술 역할에 그치고 있다. 그날 그분은 국토환경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조경계획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원로 조경가의 절절한 당부는 깊은 고민거리를 던져 주었다. 이 글은 선배 조경가가 던져준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기위한 시도이다. 필자가 조경 공부를 하면서 느낀 매력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안 맥하그의 「Design with Nature(1969)」를 읽으면서, 지구 환경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녀야 하는 생태적 가치를 존중하는 관점과 여러 학문 영역을 융합하는 종합화라는 속성에 이끌렸다. 다른 하나는 동서양 정원예술의 전통에서부터 오늘날 조경설계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이고 풍부한 스토리를 담는 디자인에 매료됐다. 이 둘의 갈래는 유사하면서도 서로 상이한 사고와 관점, 그리고 태도를 지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유학 시절 읽은 앤 스펀의 「Seeing and Making the Landscape Whole」이라는 짧은 글은 필자가 느꼈던 두 가지 다른 세계의 간극을 잘 표현하고 있다. "현대 조경은 생태와 예술이라는 두 축에서 발전하고 진화하여 왔다. 이 둘은 과정과 형태 중 무엇을 중시하는지, 지역스케일과 정원 스케일 중 어디에 주목하는가에 따라 구별된다. 이 두 축은 다른 특성을 보이며 때로는 갈등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오히려 서로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할 때 조경은 사회적으로 존립 근거와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실천 행위로서 조경 계획의 전통이 미약하다. 국토환경의 보존과 관리라는 테제(These)는 조경학의 정의부터 등장하지만, 이를 위한 실천적인 처방을 고민하는 데는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광역적인 스케일의 지역계획은 대부분 맥하그식 환경분석 방법에 근거하고 있지만, 이에 관여하는 조경가의 역할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오히려 한국조경 초기 정착기에 1970년대 초반 한국조경공사에서 수행했던 경주보문관광단지, 설악산국립공원 등이 광역조경계획의 대표적이며 성공적인 사례이다. 이후에는 레거시(Legacy)가 될 만한 조경계획 프로젝트가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조경 리더십에 의한 광역적 스케일의 조경계획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는 단지 센트럴파크만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요세미트 국립공원 계획과 나이아가라 폭포 경관계획에도 참여하였다. 보스턴 환상형 공원녹지체계와 버펄로 광역녹지체계 등의 계획을 통하여 도시 그린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조경계획의 전통은 전후 영국에서는 이어진다. 브렌다 콜빈은 「Land and Landscape(1948)」에서 전후 영국의 전원 경관 등의 보존과 관리계획의 방향을 제시하였는데, 이 책의 기본 생각은 향후 영국 농촌 보존의 근간이 되었다. 이후 브라이언 하켓과 실비아 크로우는 여러 저작에서 토지를 합리적 활용을 위하여 생태적 지식에 기반한 조경계획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러한 선구적 논의는 영국의 경관 관리 관련 법과 제도를 구축하는 데 든든한 기반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주장과 계획 방법은 이안 맥하그에 의해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곧 전 세계로 이론과 방법이 확산되게 되었다. 중국의 콩지안 유는 생태계획의 중요성을 중국의 정치지도자와 시장들에게 설득하여 대도시와 성, 국가 차원에서 적용하였다. 그가 주도한 ‘중국 국가생태보안계획(2007~2008)’은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국가 규모의 생태적 조경 계획이다. 최근에 천명된 시진핑의 생태문명건설에 대한 선언은 개발 패러다임에서 생태보존 패러다임으로 전격적인 전환을 예고하면서, 광역적 차원의 경관 및 생태계획이 자리를 잡는데 보다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정원박람회 등 정원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국토경관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분야로서 계획분야의 영역 확장이 답보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조경계획 분야의 아카데미아는 존재하나, 실천 영역의 활동은 빈곤한 상황이다. 조경 분야는 실천을 전제로 하는 실용학문이기에 실무분야의 발전이 없는 아카데미아의 담론은 공허하다. 현재 국토환경을 다루는 광역적 차원에서 다루는 생태계획 및 조경계획의 실무영역이 매우 취약한 상황인데, 이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경우 국토의 기본골격이 되는 인프라적인 차원에서의 조경이 공간계획이라는 영역으로 실무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국가 차원의 조경정책을 총괄 자문하는 'National Landscape Advisor 제도'가 있다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우리나라도 조경가가 농촌계획을 총괄한 사례와 복합적인 공간계획을 리드한 좋은 사례들도 있다. 이러한 성과를 알리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제 미래 한국 조경 역량을 국토 환경을 잘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일반인들의 조경에 대한 인식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현실이다. 화장술이나 장식적 처방이라는 부정적 관념이 조경이라는 개념 속에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거나, 생태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인 조경이 지향하는 바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사람도 허다하다. 대사회적인 차원에서 조경이 지향하는 가치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2013년 한국조경학회가 주도하여 제정한 한국조경헌장도 그러한 노력이 일환이다. 헌장의 본문에서도 조경의 가치를 자연적 가치, 사회적 가치, 문화적 가치로 구분하여 천명하고 있다. 조경의 영역에서도 정책, 계획을 설계보다 앞선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커뮤니케이션 활동뿐만 아니라 조경의 근원적인 개념을 바꾸는 보다 대담한 변화가 필요하다. 필자가 제안하는 대담한 변화는 ‘조경’이라는 분야의 명칭을 고치는 것이다. 현재의 ‘조경(造景)’은 ‘경관을 만든다’라는 함의가 지나치게 강하게 담겨있다. 지을 조(造)가 지닌 창조라는 개념을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지만, 인위적이거나 장식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땅의 장소성과 자연의 생명 가치를 거스를 수 있는 여지도 또한 존재한다. 'Landscape Architecture'라는 명명에 대한 불만도 꽤 오래되었다. 옴스테드도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라는 비극적 명명 때문에 괴롭다 하였고, 지오프리 젤리코도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는 분명히 잘못된 명명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관과 건축을 묶는 영어 명칭은 일정 부문을 건축과 유사하면서도 구별되면서, 단지 식물이나 가드닝의 영역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선택되었지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프랑스의 전문 직능을 나타내는 독립적인 표현으로서 원래 풍경화와 풍경건축의 뜻에서 나온 페이자지스트(paysagiste)이라는 명칭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동아시아 3국의 경우도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쳐를 번역은 서로 다르다. 중국은 원림, 일본은 조원, 한국의 조경이다. 일본의 경우가 가장 보수적인 방식으로 번역하여 랜드스케이프 가드닝에 가까운 번역이다. 중국의 경우는 영어보다 포괄적으로 외연으로 확대한 것으로 이해된다. 얼마 전 한중일 조경 심포지엄으로 방문한 중국 조경학자는 서울의 조경사무실에서 설계 작품을 설명을 들으며, 한국에서는 조경과 경관프로젝트를 구분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모든 경관프로젝트가 조경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아마도 원림이라는 명명이 조경이라는 명칭보다는 더욱 넓은 영역을 포괄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조경이라는 명칭의 적실성을 함께 깊이 있게 논의해 볼 시점이다. 2022년은 한국조경학회 50년을 맞이한다. 이제부터 한국조경의 50년을 되돌아보고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미래의 방향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조경의 명칭을 바꾸는 문제가 그 논의의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 조경진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교수
    • 조경진 교수
    • 2019-01-20
  • [기자수첩] 국가정원의 가치와 값어치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우리가 세 번째 국가정원을 보는 날은 3년, 아니 5년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경쟁 구도로 굳어진 지자체 국가정원 선언은 대부분 공허한 메아리로 소산될 가능성이 높다.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던 지자체들은 이제 긴 호흡으로 옷매무새를 정돈해야 한다. 국가정원 지정 요건에 ‘운영실적’을 포함하는 수목원‧정원법 개정안이 1월에 공포된다. 개정된 법률은 공포되고 6개월 이후부터 시행된다. 산림청 정원 담당자는 운영실적에 필요한 기간은 ‘3년 이상’이 될 것으로 봤다. 지방정원이 준공되고 나서 최소한 3년을 기다려야 국가정원 지정 신청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지자체는 까다로워졌고, 국가정원은 ‘격’이 높아졌다. 국가정원에 지정받겠다는 곳은 10곳 정도로 ▲강원도 영월군(동서강) ▲경기도(세계정원 경기가든) ▲경북도(도청 신도시) ▲전남 구례군(지리산정원) ▲전남 담양군(죽녹원) ▲전남 장성군(황룡강) ▲제주도(물영아리오름) ▲울산시(태화강) ▲충남도(가로림만) ▲충북 옥천군(장계) 등이 있다. 국가정원을 선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관광자원 확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에 추진 당위성을 입혔다.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운영비도 군침이 당기는 요소다. 하지만 선언과 효과에 묻혀 정작 강조돼야 할 정원의 특색은 보이지 않는다. 지역 고유의 자연‧문화 유산과 접목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억울하겠지만, 국민 눈높이에선 국가정원 추진 이유가 ‘그들만의 목적성 사업’으로 비춰질 수 있다. 타이틀도 국가정원 아닌가. 이러한 생각은 비단 기자 혼자의 것이 아니다. 산림청 정원 담당자도 “지금의 지방정원 형태를 보면 국가정원으로 지정받을 곳이 없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큰 규모이면서 정원의 수준도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담당자의 말을 빌리면 작금의 국가정원 경쟁은 100% 거품이다. 서두에서 기자가 제3호 국가정원 지정이 5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한 것은 조성기간과 실적기간을 합쳐서 그렇다. 바꿔 말하면 태화강정원을 제외한 다른 지방정원의 국가정원 지정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다. 2호가 아니라 3호라 했던 것은 올 7월까지 태화강정원의 국가정원 지정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국가정원을 중앙정부가 조성하거나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산림청이 지자체 지방정원에 국비를 지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정원은 아니다. 지정 후 관리비가 지원되는 것이다. 산림청 담당자는 “규모와 수준으로 봤을 때, 지방정원에서 국가정원으로 가기 위해선 지자체 스스로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자구 노력 없이는 국가정원도 힘들다고 했다. 국가정원을 준비하는 지자체는 순천만국가정원의 경제적 효과만 보지말고, 그 시작이 되는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출발점을 복습하길 바란다. 정책결정권자의 순천만 보전의지, 지역 조경학과 교수의 열정, 조경가의 참여가 집중됐던 박람회장 마스터플랜 공모 그리고 순천시민의 열망이 그 속에 있다. 결국 '진정성'이다. 가치를 살리면 값어치도 덩달아 오른다. 정성으로 키운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가 더 맛있는 법이다.
    • 나창호ch_19@daum.net
    • 2019-01-09
  • [이슈트리] “조경이 주인공이 되는” 2019년을 바란다②-끝
    새해는 “조경인이 주인공으로 나서자”는 바람이 많다. 법제도적 개선에도 트렌드의 변화와 이웃 분야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대안 제시와 리드를 통해 조경의 미래를 조경인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2019년 기해년을 열며 조경 분야 각계의 소망을 담아 봤다. 문화리더 역할…조경 ‘브랜드’가 필요하다 최재혁(35)스튜디오 오픈니스 대표 / 디자인 그룹 자연감각 소장 얼마 전 한 브랜드의 상점 앞을 지나는데, 제작원가의 수 배는 됨직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가방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걸 보았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브랜드’이다. 브랜드의 어원은 ‘화인(火印)하다’는 뜻의 노르웨이 고어 ‘brandr’에서 유래됐다. 소나 말과 같은 가축의 소유권을 나타내기 위해 불에 달군 쇠로 가축에 낙관을 찍는 것을 뜻하던 용어인데, 이후 단순히 소유권을 나타내는 것뿐만 아니라 품질 보증의 의미를 갖게 됐다. 현대사회에서 브랜드의 의미는 더 확장돼, 어떤 문화를 향유하고, 어떤 정체성을 갖는지를 나타내는 표현수단이 됐다. 어떤 상품이 문화적 가치를 가질 때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일반적인 기준을 훨씬 뛰어 넘는다. 조경은 어떠한가? 일반 대중들이 폭 넓게 인지하고 공유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애석하지만 아직 그런 조경 브랜드는 없는 듯하다. 단순히 유명하다고 브랜드라고 할 수는 없다. 브랜드란 대중에게 일관된 철학을 전달하고, 신뢰를 주고, 무엇보다 공감대를 형성해서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유무형의 인격체이다. 최근 조경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설계대가기준과 표준품셈을 정비하는 등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다. 물론 이런 노력이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조경은 제도적 틀을 깨고 나가야한다. 조경업을 연구나 건설업의 일종 또는 예술작품 활동으로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율하는 문화산업으로 이해하고 조경을 브랜드화(化)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연구 또는 설계를 잘하는 조경가보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조율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과 문화를 제안하는 문화리더로서 조경가가 필요하다. 끊임없는 정책 제안…“조경이 하는 일에 한정 없애야” 송군호(48)생각연구소 기획실장 및 공간작가협회 이사장 2018년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라는 평화의 분위기가 싹트기 시작했고, 조경계는 새로운 시도들을 준비했다. 개인적으로는 도시의 정책을 기획하면서 광범위한 분야의 여러 단체들을 만나는 일을 했다.조경의 일들이 전 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확고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 영향력을 더욱 넓히고 키워서 “다양한 연관 산업 분야의 주변인이 아닌, 당당한 주도자로 인식돼야 한다”는 것은 억지스런 설정이 아닐 것이다.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며,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고, 쇠퇴하는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며, 한반도 평화를 상징할 멋진 공간 조성으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라는 역사를 견인할 수 있고, 세계로 뻗는 한류, K-Culture의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침체되고 우울한 국가의 분위기를 바꿀, 신성장동력의 스타트키를 조경이 쥐고 있을 수도 있다.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고, 국가와 지자체에 좀 더 적극적인 제안과 시도를 아끼지 말아야 겠다.조경인들은 준비가 돼있다. 국가와 지자체에 우리의 생각과 좋은 정책을 끊임없이 제안하고, 스스로 마련한 많은 사업들을 성취해서, 나아가 조경계가 활기찬 분야로 거듭나는 의미 있는 2019년이 되길 기원한다. 설계와 시공의 혼연일체, “내실 있는 설계 넘쳐나길” 오현주(36)안마당더랩 소장 조경 실무자로서 일한 지 12년이 지나고 있다. 12년간 단 한 해도 쉰 적 없이 달려오다 보니 2018년은 약간의 과부하가 생긴 해이기도 하다. 운이 좋게도 두 곳의 정원박람회에서 상을 탔지만, 정작 내실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다. 안마당더랩을 운영하면서 함께 일하는 이범수 소장과 늘 고민하는 부분이 ‘내실’에 관한 것이다. 설계가 종이에 그려진 예쁜 그림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현장에 그대로 녹아들어 설계와 시공이 혼연일체를 이루게 될 것인지는 늘 우리의 고민이자 논쟁거리였다. 최근 정원 문화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클라이언트들의 변화가 조금 감지된다. 이제는 고객들도 설계와 시공이 서로 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그 과정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한 변화에 대처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소통과 고민을 통해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이야 말로 ‘내실 있는 설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업계 전반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좀 더 내실 있는 설계들이 쏟아져서 많은 인풋(Input)을 할 수 있는 2019년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 ‘당선안과 낙선안의 대화’ 필요…“공정한 공모 심사 토대될 것” 이해인(38)HLD 소장 최근 심사위원장의 사퇴로 시작된 한 건축 공모전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이슈가 연말을 뜨겁게 달궜다. 얼마 전에는 규정을 위반한 작품이 당선안으로 발표돼 비판과 반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오랜 관행에 대한 근본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필요할 듯하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과연 실현가능할지, 또 이를 피해갈 방법이 생겨서 같은 문제가 계속 대두될지는 모를 일이다. 공정한 심사를 원하는 사람과 판을 혼탁하게 만드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서로 달라서 단순히 비판이나 성토하는 것만으로는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를 논의할 기회가 만들어진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그냥 “안된다”며 포기하기보다는 2019년 설계가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봤다. 공모전의 심사결과, 심사평, 당선안과 다른 제출안을 가지고 공개적인 토론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토론은 당선안이 왜 당선돼야 했는가에 대한 설득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설득이 되지 않더라도 이런 양성화를 통해 공정한 심사의 토대를 마련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모전 제출안은 엄청난 고민과 노력을 담고 있고, 직접 참여한 사람이 아니고는 한 눈에 그 생각들을 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당선안과 다른 제출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보는 과정은 설계의 발전을 위해서 중요하고, 발주기관이나 참여설계자가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은 것이 헛되이 쓰이지 않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아무 근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로비 여부를 의심하거나, 심사의원을 탓하거나, 실적을 요구하는 심사지침을 비판만 하고 있어서는 발전이 없다. 2019년에는 공모 심사결과에 대해 토론하는 다양한 자리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후 피드백 부족 ‘아쉬워’…“지난해에 대한피드백으로 새해 시작하겠다” 이호영(43)HLD 소장 한 해를 돌아볼 때면 늘 정신없이 살아온 듯 느껴지긴 하지만, 특히 2018년은 여러 가지로 많은 일이 일어난 해였다. 회사는 새로운 디자이너들이 합류해 규모가 두 배정도로 커졌고, 그 만큼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회사 서버의 폴더를 보면서 여섯 번의 크고 작은 현상설계를 포함해 십여 개의 프로젝트를 마쳤거나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새삼 ‘올해도 미친 듯이 설계를 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후 피드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그 프로젝트는 마음에서 사라져버린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일 년 넘게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 것에 비한다면 프로젝트가 끝난 후 디자인이나 수행과정, 결과 등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것은사실 너무나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 피드백 과정이 있고 없고는 설계와 업무 효율성 개선 측면에서 너무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나 스스로도 프로젝트마다 가장 적합한 설계 결과물을 만들어 냈는지 자기반성이 필요하고, 회사 내부에서도 디자이너 간의 충분한 토론과 소통으로 의미있는 작업이 이루어졌는지 등을 피드백해 봐야 한다. 현상설계의 경우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다른 회사들의 콘셉트와 설계과정 등에 대해서 서로 토론할 수 있다면, 디자이너 개개인, 회사, 그리고 조경설계 전체가 다같이 성장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것이다. 다행히 젊은 조경가들이 중심이 된 ‘조경이상’ 모임에서는 한 해 동안 의미 있었던 설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19년의 1월은 더 늦어지기 전에 2018년에 대한피드백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 박광윤lapopo21@naver.com
    • 2019-01-07
  • [이슈트리] “조경이 주인공이 되는” 2019년을 바란다①
    새해에는 “조경인이 주인공으로 나서자”는 바람이 많다. 법제도적 개선에도 트렌드의 변화와 이웃 분야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대안 제시와 리드를 통해 조경의 미래를 조경인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2019년 기해년을 열며 조경 분야 각계의 소망을 담아 봤다. “대국민 서비스의 중심축으로 사랑받는 조경, 조경인이 되길” 김주열(56)산림청 도시숲경관과장 2018년, 30년간 조경인으로서 현장에서 생활하다가 산림청 공무원으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지 1년! 미세먼지가 일상이 되고 유례없는 폭염이 온 도시를 달군 한 해를 보내면서 다시 한 번 조경과 조경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 한 해였다.며칠 전 보도된 동아일보-고려대 정부학 연구소에서 평가한 2018년 정부정책 평가에서 도시숲 조성 정책이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정책’으로 40개 정부정책 중 3위에 선정됐다. 시민들은 삶의 질을 높이는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사업으로 숲 조성의 긍정 효과를 평가했다. 그동안의 조경인들의 노력이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는 의미 있는 성과가 아닐까 생각한다.새해에는 도시 문제의 부작용 없는 해결책으로서 도시숲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차단숲, 도시바람길숲 등 신규 사업 확대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조경의 사회적 역할도 더욱 중요질 전망이다. 소통과 참여 과정을 통해 조경의 경쟁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전환적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좀더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정부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에 참여하고 시민들과의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축·토목·생태복원·정원 등 모든 유관분야에서 축적된 경쟁력을 발휘함으로써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 확대의 중심축으로 사랑받는 조경, 조경인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기념비적 ‘4.16생명안전공원’ 추진, 조경가가 나서자” 김도훈(40)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 수료 민관협력을 통해 공원을 만들고 시민이 운영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하이라인 프렌즈, 센트럴파크 컨서번시, 영국 케이브 사례를 우리는 동경해 왔다. 어둡고 불편한 테마이지만 그 의미를 승화시켜 만든 상징적 공간 다이애나 메모리얼 파운틴, 911 메모리얼 그라운드제로,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등 세계적으로 명소화된 공원을 우리는 왜 가질 수 없는지 푸념만 했다. 하지만 새해 2019년엔 우리가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먼발치에서나 바라보던 이상적인 공원으로서가 아니라 기념비적인 공원 조성에 우리 모두가 직접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질 듯하다. 바로 전국민의 지지와 염원을 담고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상징적인 공간인 ‘4.16생명안전공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기억하고 생명가치의 의미를 전하는 4.16생명안전공원(세월호 추모공원)이 안산시 화랑유원지 한 켠에 만들어진다.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이 마무리되는 대로 세계적 명소로 탄생시키고자 국제현상설계가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도심 한가운데 만들어지는 추모공원이기 때문에 기존의 관념과 선입견을 넘어서야 하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추모공원 조성을 둘러싸고 일부에서 혐오시설로 폄하하거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덧씌워 오해와 불신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갈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기념비적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전문가적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왕이면 그 역할을 조경가들이 했으면 좋겠다. 전국민의 마음이 담긴 공간을 만드는 일이고, 세월호 참사의 사회적 의미를 알리는 역할을 공원에서부터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엄숙하고 경건한 추모공원이자,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일상 속 생활공원을 상상하고 있다. 이미 ‘4.16공원친구들’이 조직돼 전국민이 공원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실천해가고 있으며, 조경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더욱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공원 조성 후 운영관리를 책임질 ‘4.16재단’은 민간에서 공원을 운영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이 절실하다. 조경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원’, ‘모두를 위한 공원의 새로운 모델’이 ‘4.16생명안전공원’에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9년,조경건설업 내리막길 시작…“조경지원센터, 공동의 역량 결집하길” 박준호(48)현대건설건축조경팀장 현대건설조경팀에게 지난2018년은많은열매와결실을 이룬 한 해였다. 대한민국조경대상,인공지반녹화대상,GoodDesignAward등조경분야에서만장관상을4개나수상함으로써 현대건설의조경디자인과품질이 외부에서도인정받는뿌듯한 해를 보냈다.또한 팀원들과함께기술력을집중해 2017년에특허 출원한 ‘조경설계를통한미기후최적화’가2018년에최종 등록됐으며, 2018년에는 새롭게‘경사면잔디식재방안’에대한특허를출원했다.현장 업무에 있어서도 2018년은공동주택입주물량이 평년대비 많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시공마지막공종으로서의어려움을이겨내고계획대로 전현장에서준공을이뤄냈다.이모두가함께힘을모아준본사/현장의조경직원들과협력업체분들의노고와열정 덕분이다.하지만2019년의전망은그리밝지만은않다.각건설사별입주물량도2018년을정점으로 줄어들고,일반건축물,관공사의물량도축소돼조경설계 및 시공업계의전체매출이줄어들것으로예상되고있다.이러한어려움은이미2~3년전부터예견돼왔지만 조경계에서는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한 듯하다.회사마다각자 어려움을이겨내는것도중요하지만,이럴때일수록학계·업계·관계가서로의지혜를모아역량을결집할 필요가 있다.특히2019년부터새로시작되는한국조경학회의‘조경지원센터’역할에큰기대를건다.하나의기관이모든것을해결할수는없지만,논의의장(場)을열고이를촉매로더큰결실을거두길기대해본다. “기후변화 대응 그린 인프라 조성, 조경인이 주도적 역할해야” 제상우(53)(주)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부사장 2018년은 연일 지속된 폭염으로 잠들기 어려웠던 날이 많았다. 그 전 해에는 한파로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기후변화! 이것이 우리의 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확신은 점점 더 강해진다.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는 이러한 기후변화 시대에서 조경인이 주도적인 대응 역할을 해 보고자 7년 전에 설립됐다. 도심에 빗물을 좀 더 오래 머물게 하여 증발산량이 많아지게 하면 기화열로 인해 도시가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다. 지하수 충전으로 땅속은 더 건강해지고 도시 내 생물다양성은 높아지게 된다. 또한 미세먼지와 비점오염원이 걸러져서 더 쾌적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일이야 말로 조경인이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닐까.실제로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ement) 계획의 최종 결과물은 대부분 조경에서 다루는 소재들로 이루어져 있다. 빗물정원, 옥상녹화, 식생수로, 식생여과대, 침투도랑 등등. 물론 새로운 분야는 과거의 방식보다 좀 더 기술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조경인들이 빗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사이 물순환 및 저영향개발 분야가 점점 토목환경 및 우·오수 엔지니어의 몫이 돼 가고 있다. 최근 물순환과 저영향개발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발 빠르다. 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약 2000억 원의 예산으로 도시 내에서 물순환 회복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저영향개발을 통한 물순환 회복 및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1월에 국회에서 발의됐으며, 이미 서울을 비롯한 10여 곳의 자자체에는 관련 조례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건설경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대의도 찾고 새로운 먹거리도 찾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지 않겠는가! 2019년은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도심을 보다 인간다운 공간을 만드는 일에 조경인이 주인공이 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박광윤lapopo21@naver.com
    • 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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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과조경 2019년 5월
  • 2019 CONQUEST 조경기사·조경산업기사 필기정복
  • 조경이 그리는 미래
공모전
  • 대구도남지구 어린이공원 대구시민 /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 LH와 대구시는 대구도남 공공주택지구내 어린이공원 1호(경관녹지 4호 일부 포함)을 단순한 여가․휴식 등을 위한 공간제공이 아닌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과 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다변적 열린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대구시민 / 대학생을 대상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자 아래와 같이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공모범위 1) 위 치: 대구광역시 북구 도남동 일원(대구도남 공공주택지구) 2) 사업면적: 910,868㎡(사업지구) 3) 토지용도: 어린이공원, 경관녹지 4) 대 상 지: 3,720㎡(공원․녹지면적) 참여부분 1) 대구시민(전연령 가능) : 아이디어 형태(*팀 단위 참가시 1팀은 최대 3인으로 구성) 2) 전국 대학․대학원생(휴학생 포함, 전공분야 무관) : 기본구상, Masterplan(*팀 단위 참가시 1팀은 최대 3인으로 구성, 1차 제안서 접수시 재학 증명서 제출) 공모분야 어린이공원 계획(아래 3가지 요소가 포함된 계획, 선택가능) 1) 다양한 자연요소와 함께 놀며 배울 수 있는 입체적 놀이 공간 2) 다양한 행동을 담는 마운딩 조성으로 스트레스 해소, 성취감 등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는 공간 3) 놀이기구가 중심이 된 놀이터 보다는 체험놀이, 또래놀이, 가족놀이, 모험놀이 등이 가능한 공간 공모일정 1) 공모기간: 2019.05.15(수) ~ 2019.08.01(목) 2) 시행공고: 2019.05.15(수) 3) 질의접수: 2019.05.15(수) ~ 2019.05.27(월), 17:00 ※질의접수는 이메일(hwangsch@lh.or.kr)로 접수하며, 마감시각은 이메일 도착시각 기준 4) 질의응답: 2019.05.28(화) [※홈페이지 일괄 게재(http://www.lh.or.kr/)] 5) 공모방식 - 대구시민: 아이디어 공모(제안서)로 접수하며, 1차 심사결과 최종 11팀을 선정하고 2차 심사하여 순위 결정 참가신청: ‘19.05.15(수)~05.31(금) 작품접수: ‘19.06.04(화)~06.21(금) 제출물: 아이디어 응모서 A4 5매, 7부 우편접수 1차 심사 : ‘19.06.24(월)~`19.06.28(금) 2차 심사 : ‘19.08.01(목) 당선작 발표 : 2019.08.01(홈페이지 게시 및 개별통보, http://www.lh.or.kr) - 대학․대학원생: 아이디어 공모는 1차(제안서), 2차(Masterplan)로 구분시행하며, 1차 심사결과 최종 11팀에 한해 2차 작품접수 가능 (1) 1차(제안서) 참가신청: ‘19.05.15(수)~05.31(금) 작품접수: ‘19.06.04(화)~06.21(금) 제출물: 아이디어 제안서 A4 9매 7부 우편접수 심사: ‘19.06.24(월)~`19.06.28(금) (2) 2차(Masterplan) 참가신청: ‘19.06.28(금)~`19.07.05(금) 작품접수: ‘19.07.26(금) 제출물: A1 판넬 1매 및 작품설명서 5매 7부 방문접수 심사: ‘19.08.01(목) 당선작 발표 : 2019.08.01(홈페이지 게시 및 개별통보, http://www.lh.or.kr) 작품선정 시상내역: 대구시민 / 대학․대학원생 각 11건 상금지급 (1) 대구시민(아이디어 제안서) 최우수상 1점: 팀상금 100만원 우수상 2점: 각 팀별 상금 50만원 장려상 3점: 각 팀별 상금 30만원 가작 5점: 각 팀별 상금 10만원 (2) 대학․대학원생(기본구상, 마스터플랜) 최우수상 1점: 팀상금 300만원 우수상 2점: 각 팀별 상금 150만원 장려상 3점: 각 팀별 상금 100만원 가작 5점: 각 팀별 상금 20만원 ※수상작 수는 응모작품 수준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
  • 신화역사공원 J지구 공원조성사업 조경 기본 및 실시설계 「건설기술진흥법」제36조 및 같은법 시행령 제52조,「국가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규정에 의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시행하는「신화역사공원 J지구 공원조성사업 조경(특화공간)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를 다음과 같이 공고하오니 뜻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설계공모 집행계획 가. 공 모 명 : 「신화역사공원 J지구 공원조성사업 조경(특화공간)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나. 위 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산35-7 일원 다. 시행기관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라. 공모방식 : 일반설계공모 마. 면 적 : 38,296㎡(솟을마당 : 13,273㎡, 신화놀이터 : 25,023㎡) 바. 사업내용 : 신화역사공원 J지구내 솟을마당, 신화놀이터 특화공간에 대한 토목, 조경, 특화시설 기계설비 등 전 분야의 기본 및 실시설계 사. 총예정사업비 - 공 사 비 : 금14,836,148,000원(부가가치세 포함) - 설 계 비 : 금777,260,000원(부가세 및 손해배상보험료 포함) 아. 용역기간 : 착수일로부터 ~ 90일(인허가 및 행정절차에 따른 일정 조정가능) 공모일정 설계공모 공고: 2019.4.30.(화)/조달청(나라장터)홈페이지 및 JDC 홈페이지 확인 참가등록 및 신청서접수: 2019.5.9.(목) 16:00까지/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504호 관광사업처(담당자: 김진우 대리) 직접방문접수(대리인 접수 가능) ☎ 064-797-5681 현장설명회:2019.5.9.(목) 14:00 ~ 16:00까지/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세미나실1, 대표자 또는 대리인 포함 업체당 3인 이내 불참 시 작품 제출 불가 질의접수:2019.5.13.(월) 18:00까지/질의서 양식에 의한 서면 질의(업체별 1회) E-mail(jjan1114@jdcenter.com) 접수 확인(☎ 064-797-5681) 질의회신:2019.5.14.(화)/질의 내용 종합하여 E-mail 개별 통보 작품제출: 2019.7.9.(화) 17:00 까지/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504호 관광사업처(담당자: 김진우 대리) 직접 제출, 우편접수 불가 사전검토:2019.7.11.(목) 14:00 ~ 16:00까지/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504호 관광사업처 직접방문확인(대리인 확인 가능) 작품심사(예정):2019.7.12.(금)/심사위원회 심사(추후 별도 공지) 당선작발표(예정):2019.7.15.(월)/JDC 홈페이지 게재 또는 개별 통보 참가등록 장소 및 연락처 가. 등록일 : 2019. 5. 9.(목) 13:00 ~ 16:00(직접제출 도착분에 한함) 나. 접수처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504호 관광사업처 / [제주시 첨단로 213-4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엘리트빌딩 5층] 다. 문의처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관광사업처 김진우 대리 / ☎ 064-797-5681 (FAX 064-797-5699) 공모안 심사 및 보상 가. 심사일(예정) : 2019. 7. 12.(금) (장소, 시간 등 별도 공지) 나. 심사방법 : 별도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사 다. 당선작 보상 제출작품수 3개인 경우 ● 최우수상(1점) : 기본 및 실시설계권 ● 우수상(1점) : 2,300만원 ● 장려상(1점) : 1,500만원 제출작품수 4개 이상인 경우 ● 최우수상(1점) : 기본 및 실시설계권 ● 우수상(1점) : 2,300만원 ● 장려상(1점) : 1,500만원 ● 입선(1점) : 700만원
  • 백년다리 조성 설계공모 공 모 개 요 ◦ 공 모 명 : 백년다리(한강대교 공중보행길) 조성 설계공모 ◦ 위 치 : 서울 용산구 이촌동 327일대 ◦ 공모범위 : 구역1- 한강대교 남단 아치교 사이 구역2- 노량진북고차도 존치구간 및 주변지역연계 ◦ 공모방식 : 일반 설계공모 ◦ 설 계 비 : 1,339,000,000원(부가세 포함) ◦ 예정공사비 : 25,300,000,000원(부가세 포함) 참 가 자 격 ◦ 국내·외 건축,토목,조경 및 교통 등 관련분야 전문가가 모두 참여가능 하다. ※ 자세한 사항은 설계공모지침서 참고 공 모 일 정 ◦ 공 고 : 2019. 05. 03.(금) ◦ 참가등록 : 2019. 05. 03.(금) ~ 06. 25.(화) ◦ 현장설명회 : 2019. 05. 09.(목) ◦ 질의접수 : 2019. 05. 09.(목) ~ 2019. 05. 15.(수) ◦ 질의응답 : 2019. 05. 21.(화) ◦ 작품접수 : 2019. 07. 02.(화) 17:00 마감 ◦ 작품심사 : 아래 심사 일정 참조 ◦ 결과 발표 : 2019. 07. 월중 심 사 ◦ 기술검토 : 2019. 07. 10.(수) ◦ 작품심사 : 1차 2019. 07. 12.(금), 2차 2019. 07. 23.(화) ◦ 심사위원회는 설계공모 홈페이지『서울을 설계하자』(http://project.seoul.go.kr)에 명단 공개 상 금 -당선작 : 기본 및 실시설계 계약체결 우선협상권 -2등작 : 53,560,000원 -3등작 : 40,170,000원 -4등작 : 26,780,000원 -5등작 : 13,390,000원 문 의 처 ◦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실 공공재생과 ☎ 02)2133-8708 ◦ 설계공모 홈페이지 :『서울을 설계하자』(http://project.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