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에디토리얼] 광화문광장 설계공모에 참가하는 조경가들에게
    지난 8월부터 한 일간지에 3주마다 칼럼을 쓰게 됐다. 전국의 불특정 독자를 상대하는 지면이라 글감 택하기가 쉽지 않다.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10년도 안 된 광화문광장을 1,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뜯어고치는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걸로 첫 글의 주제를 잡았다. 대중 일간지라는 부담 때문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힘이 과하면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법. ‘시민의 일상과 조화된 보행 중심 공간화’와 ‘잃어버린 역사성의 회복’이라는 서울시 논리의 맹점을 꼬집은 후, 서울역 고가 공원화 못지않은 속도로 전개될 이 사업의 과정을 경계하는 다음 문단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점은 이 사업의 속도다. ‘토건시대’를 연상시키는 속도전으로 진행할 일이 아니다. 서울시는 7월 말에 전문가와 시민 150명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토론회를 열었다. 초대장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광화문시대를 여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조성함에 따라 … 광화문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를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면서 동시에 8월 말 설계공모, 내년 말 설계 종료, 2021년 5월 완공이라는 과속 주행 스케줄이 정해져 있다. 이 프로젝트가 전시성 포퓰리즘 공간 정치의 산물이 아니라면,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와 진정한 광화문시대를 여는 과정의 첫걸음이라면, 광화문광장의 온전한 미래를 다음 세대가 선택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 바란다”(배정한, “광화문시대를 연다?”, 「한겨레」 2018년 8월 11일). 당연히 볼이었다. 10월 12일, “역사성과 장소성을 살린 시민중심 대한민국 대표공간 조성을 목표”(공모 지침서 초대의 글)로 하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가 공고됐다. 가까운 조경가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공모에 참가한다고 한다. 건축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적의 드림팀을 꾸리느라 거의 모든 세대의 조경가와 건축가가 동분서주하고 있다. 몇몇 조경가(L)와의 대화 몇 토막을 추려서 옮긴다. J. 광화문광장, 할 건가? 한다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L.당연히 한다. 어떤 안을 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지침서에 적힌 ‘10가지 이슈와 과제’는 사실 ‘아무 말 대잔치’나 ‘뻔한 말 대방출’처럼 읽힌다. 진지하지만 지극히 낭만적인 말들이다. 그 과제들을 조금 더 고급진 어휘로 바꿔 보고서에 다시 적고 패널에는 한두 가지 강한 아이디어를 세련된 CG로 산뜻하게 담을 생각이다. J. ‘보행 중심 공간화’는 결국 현재의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여 확장하는, 이른바 ‘편측 광장’화다. ‘잃어버린 역사성의 회복’은 광화문 앞 월대와 해태상의 제자리 찾기에 다름 아니다. 어길 수 없는 정답이다. 이 두 문제가 현재의 광장, 즉 밀실에 유폐된 진실을 시민의 힘으로 밝혀낸 촛불의 광장을 지금 당장 고쳐야 하는 합리적 이유일까. L. 시급히 고칠 이유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바꾸면 광화문광장이 더 나아질 것 같기는 하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비판에 일리가 있지 않은가. J.물론 현재의 광장 구조, 형태, 디테일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10년 전에 많은 전문가의 의견처럼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여 광장을 만들었다면 시민의 일상과 더 넓은 접면을 가지고 문화적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보다 쾌적한 보행 환경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선은 필요할 때 차도를 막아서 유연하게 쓰고 주변의 빈 공간들을 잘 엮어서 써도 되지 않나. 당장 뜯어고칠 당위성은 없는 것 아닌가. L.동감이다. 바꿀 거면 확실하게 바꾸는 게 맞다. 기왕이면 입체적 교통 계획을 세워 세종로 전체를 보행 광장으로 완성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하지만 그런 그랜드 플랜에는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선 단기 처방을 하자는 게 이번 프로젝트 아닐까. J.단기 처방 후 또 새로 수술을 해야 할까. 역사성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역사와 전통 이야기만 나오면 왜 언제나 전근대의 조선만을 원형으로 설정하는 것일까. L.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몇십 년간 세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 철거와 복원 행위의 대부분은 조선 왕조의 공간적 흔적을 단편적으로 소환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현대사의 수많은 사건과 의미가 적층된,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J. 그렇다. 4·19 혁명과 1987년 민주 항쟁도, 붉은 악마의 월드컵 군무도, 촛불로 타오른 시민 혁명의 기억도 조선의 왕궁이나 육조거리, 월대나 해태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L. 그 지점에서 참가작들의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분기될 것 같다. J.왜 이 공모가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습니다”라는 공모 지침서 첫 문장처럼 실제로 우리는 광화문광장을 문제라고 생각할까. 시민들도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L. 우문이다. 이 시대 도시·건축 정책을 이끄는 키맨들의 문제의식과 열망이 낳은 프로젝트다. 어느 정도는 순수한 열망이라고 본다. J. 그 순수한 열망이 왜 이렇게 급하게 실험되어야 하는가. 연구와 토론, 참여와 소통이 필요하지 않나. L.물론 2021년 5월 완공이라는 데드라인은 지극히 정치적이다. 그러나 키맨들은 자신의 열망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환경이라고 판단하니까 과속하는 것 아니겠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생각. J.그렇다면 왜 이 땅의 대다수 조경가와 건축가도 이 과속 주행에 동참해야 하는가. L.잘 모르겠다. 그러나 뭔가 전문가로서 사명감 같은 걸 느낀다. 공모전 사이트가 가장 상징성 있는 서울의 대표 공간 아닌가. 내 설계 능력과 지식을 이곳에 펼쳐봐야 한다는 사명감이랄까. ‘서울로 7017’의 재판이 되는 걸 막아야겠다는 의무감 비슷한 것도 느낀다. 아무튼 정치는 정치고, 일은 일이다. 그들이 노 저을 때 우리도 노 저어야 한다. J.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건 좋지만, 그러다 쓸데없이 팔뚝만 굵어질 수도 있지 않나. 2017년 1월호부터 격월로 연재된 ‘정원 탐독’이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오경아 필자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 배정한jhannpae@snu.ac.kr
  • [이미지 스케이프] 그거 아세요?
    “그거 아세요? 크로스레일 플레이스의 옥상 정원에는 이곳의 모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깊이 1m의 흙을 깔아 두었습니다. 일 년 내내 식물에게 물과 액체 양분을 자동 관수 시스템을 통해 공급합니다. 이 옥상 정원은 캐너리 워프와 계약한 질스피스 조경설계 사무소가 설계했고, 식재는 블레이크다운 조경이 맡았습니다. 현재 이 옥상 정원은 알렉 버처가 이끄는 캐너리 워프 조경 관리팀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알렉이 가이드 투어도 이끌 예정입니다.” 지난 여름 한국경관학회 해외 답사 프로그램으로 영국을 다녀왔습니다. 외국 답사를 가면 참 신기한 게 많지요. 자동차도 반대로 다니는 영국, 이번 답사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고 왔습니다. 정말 그림 같았던 풍경화식 정원 스투어헤드Stourhead도 직접 보고, 바로크 정원에서 풍경화식으로 변신했던 채스워스 하우스Chatsworth House를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인농촌 마을에서 새롭게 변신한 바이버리Bibury와 버턴온더워터Burton-on-the-water같은 곳도 둘러보고, 피크 디스트릭트Peak District 국립공원에서 영국 특유의드넓은 구릉지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책이나 인터넷으로 보는 느낌과 달리, 답사에서는 직접 대상과 교감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느낄 수 없는 다른 문화나 큰 스케일의 경관을 해외 답사에서 만나게 되면, 새삼 아직 내가 모르는 세상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그야말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규모가 큰 대상에서만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배려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때도 많으니까요. 오히려 그런 세밀한 감동이 더 오래 남고, 더 깊이 전해질 때도 있습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 주신하sinhajoo@gmail.com
  • [그들이 설계하는 법] 전개
    이번 연재에서는 프로젝트의 ‘전개’를 다룬다. 먼저 경험, 감각,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를 소개한 뒤, 대상지의 역사와 지역의 대표 경관 및 기능을 형태적으로 풀어 내는 전개를 이야기하기로 한다. 수목원, 업 클로즈 앤드 퍼스널Up Close and Personal1 지난 연재에서 다룬 바와 같이, 여주관광단지 오림 수목원(이하 오림 수목원)설계 당시 개개인의 고립이 심화되고 형식적 관계만 남은 현대 사회에서의 수목원의 역할을 고민했고, ‘자연과의 교감’을 핵심에 두었다. 수목원이 힐링 요법이나 체험 프로그램 위주의 공간을 넘기를 바랐다. 사소한 바람, 냄새, 온도, 거미줄,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소리 등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각과 그로 인한 울림이 있는, 기억에 남는 장소이기를 원했다. 그래서 ‘감각’이 중요했다. 시각적 자극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장식적 수목원과는 달라야 했다. 물리적 계획과 형태적 특성은 덜 중요했다. 오림 수목원 설계는 큰 스케일에서는 다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토대로 발전시켰지만, 공간의 세부적 구현과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직관적, 감각적, 감성적 요소를 사용했다. 오감이라는 감각의 종류보다는 경험의 시퀀스에 따라 ‘맞이하기, 홀리기, 탐험하기, 배우기, 보상 받기’라는 기승전결식의 프로그램, 다양한 동선과 이동 속도의 리듬, 건축물을 활용한 문지방 효과 등이 공간 구조의 뼈대를 이룬다. 경험적 스케일에서는 구체적 상상력이 설계를 전개했다. 그중 특히 흥미로웠던 ‘조향사의 숲’과 ‘밀리건의 숲’을 소개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HLD는 이호영과 이해인이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 광범위한 분석과 접근 방법을 통해 대상지의 공간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문·사회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끼칠 수 있는 핵심적 해법을 제공한다. 이호영은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으며, 조경설계 서안, 미국 에이컴(AECOM), 오피스 ma(office ma)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해인은 서울대학교와 UC 버클리(UC Berkeley)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하버드 GSD에서 조경 설계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에이컴과 파퓰러스(POPULOUS)의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다양한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www.hldgroup.net
    • 이호영hoyoung.lee@hldgroup.net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 달콤한 공존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종종 사람들이 발견하기 힘든 스케일에 존재한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오늘도 묵묵히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자연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봄날, 회양목에 달린 작은 꽃들을 보았는가? 본래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사정없이 깎이고 사람들의 발길질에 상처 입은 채 길거리의 먼지와 차의 매연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아무도 예쁘다, 멋있다, 알아주지 않는 회양목의 꽃은 꿀벌에게 소중한 식사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런 회양목에게 조용히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 도시의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박진 대표가 2013년에 설립한, 도시에서 벌을 키우는 기업 ‘어반비즈서울’이다. 만드는 꿀의 양은 적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만드는 상품은 도시의 작은 것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배려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 양봉을 통해 벌을 따라가다 보니 무심코 지나치던 자연이 보였다. 벌꿀은 벌이 꿀을 생산하는 시기에 따라 겉보기뿐 아니라 맛도 변한다. 개화하는 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벌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꽃을 관찰하게 된다. 자연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 생산된 꿀은 오염되어 있을 거라고 짐작할 법하지만, 검사 결과는 선입견과 다르게 나왔다. 오히려 살충제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안전하다. 과수원 근처에서 키우는 벌들은 농약 때문에 죽기도 한다. 토요일 오전에 모인 도시 양봉 교육생들은 임산부부터 퇴직자까지 무척 다양했다. 새로운 취미를 찾는 사람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부터, 그저 자연이 좋고 환경에 관심을 둔 사람들, 부업이나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수업은 열띤 질문과 의견 교환으로 활기가 넘쳤다. 계절은 이미 가을로 접어들고, 거리에는 낙엽이 나뒹굴었다. 혜화동의 벌꿀 카페 아뻬 서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어반비즈서울의 양봉가들을 조용히 읊조리고 있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와 대구,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최이규yichoe2013@gmail.com
  • [정원 탐독] 정원, 지금 우리는 어디에
    식물이 없는 정원 료안지龍安寺라는 일본 정원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다소 논란이 있었다. 만들어진 시기와 정원을 디자인한 사람에 대해서 이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료안지는 대략 15세기 즈음에 조성된 정원으로, 일본의 선불교 사상.여기에서 비롯한 디자인을 젠 스타일이라고 한다.에 바탕을 두고 만든 돌과 자갈 위주의 이른바 ‘가래 산세이’(마른 정원)의 가장 오래된 형태다. 문제는 이 정원의 담장 안에는 이끼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식물이 없다는 점이다. 돌과 자갈로만 구성되어 식물을 키우지 않는 이 공간을 정원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정원 전문가들은 식물이 없다 할지라도 인간의 주거 공간 안에 조성된, 자연의 물성과 인간의 예술 행위가 공존하는 공간을 정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찰 정원이 그 안에 식물을 담지 않았던 것은 정신 수련이라는 목적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버려서 마음속에 그 무엇도 담지 않으려고 한 수행이 결국 화려한 꽃을 피우는 식물을 담장 밖으로 보낸 셈이다. 생존을 담은 정원 역사학자들은 서양 정원의 모태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파라다이스 정원’으로 본다. 그렇다면 식물이 자라기 힘든 지역인 메소포타미아의 사막에서 정원을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막의 삶에서는 물을 끌어오는 일이 가장 중요했고, 그 물을 해결하는 데 정원이라는 공간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십자 형태의 물길을 이용한 사분원Char-bagh도 결국 이 필연적 생존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 형태는 이집트와 고대 로마의 정원을 거쳐 훗날 서유럽 깊숙이 전파되면서 15~16세기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정원과 17세기 프랑스의 바로크 정원으로까지 이어진다. 마치 거대한 카펫을 펼친 듯 패턴을 수놓은 17세기 파르테르parterre정원의 등장은 서양 정원의 정형적 형태미의 꽃이다. 왜 이토록 형태와 패턴이 중요했을까. 페르시안 카펫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유목 생활을 해야 했던 이들에게는 정착의 삶이 없었다. 계속 이동하는 삶 속에서도 꿈꾼 아름다운 정원은 정착의 상징이다. 그래서 카펫에 화려한 정원을 수놓기 시작했다. 수많은 식물의 꽃을 그려 넣었고, 급기야는 정원의 평면도가 그 안에 자리 잡기도 했다. 정원의 꿈이 타일로 만들어져 벽에 붙고 카펫에 새겨졌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패턴과 형태가 생겨났다. 그래서 정원은 이루고자 하는 꿈이었고 생존이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 리틀 칼리지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정원생활자』,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오경아oka0513@naver.com
  • [시네마 스케이프] 공작
    갑자기 이리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백주대낮에 남북한 지도자가 손을 꼭 잡고 군사분계선을 왔다 갔다 하질 않나, 지상파에서 평양 시내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질 않나. 지난해만 해도 상상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틈을 타고 북한에 대한 포럼이나 전시회 등이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 몇 개월 앞을 예측할 수 없으니 북한 관련 행사를 기획하기 부담스럽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얼마 전부터는 구글 어스가 평양의 지도와 3차원 뷰를 제공하고 있다. 저 아파트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저녁 반찬으로 무얼 먹을까. 휴일에는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그들은 이미 다양한 경로로 남한에 대해 알고 있다는데 오히려 우리는 제대로 아는 바가 없다. 대통령이 금단의 땅으로 향한 며칠 동안 실시간으로 평양의 경관을 볼 수 있었고, 북한 주민들의 인터뷰를 들었다. 영화 ‘공작’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대북 첩보 활동을 펼친 공작원의 이야기다. 북한의 핵 개발로 위기가 고조되던 1990년대 초반 상황을 다루고 있다. 핵 시설의 정보를 얻기 위해 사업가로 위장한 박석영(황정민 분)은 베이징에서 북한의 리명운(이성민 분)과 접촉한다. 북한에서 촬영할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남북 합작 광고를 제안하고 평양에 가서 최고 지도자를 만나기에 이른다. 친숙한 첩보 장르지만 익숙한 총질이나 액션 신은 등장하지 않는다. 서로 속내를 숨긴 채 대화로만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건조하고 차갑게 그리던 전반부 분위기와는 달리 신파에 가까운 뜨거움으로 전환된 후반부가 다소 아쉽게 느껴지지만, 재현된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다. 1990년대 공간의 재현은 물리적 요소를 사실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창작자의 이데올로기와 세계관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 데다 특수한 시대의 폐쇄적 공간을 다루기에 기대가 됐다. 화려한 액션 신보다 인물과 상황에 집중하는 영화 스타일에 비춰 볼 때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베이징의 특급 호텔과 야시장, 평양시 전경과 김정일 별장, 영변 구룡강 장마당 등을 재현하기 위해 분위기가 유사한 곳을 찾거나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세트를 제작했다고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내 아버지의 고향은 군사 분계선에서 멀지 않은 장단이다. 내 아이보다 어린 나이에 형의 손을 잡고 떠나온 후 눈을 감을 때까지 헤어진 부모를 영영 만나지 못했다. 고향의 뒷산이 빤히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 울곤 했다는 그의 청년기 에피소드가 더 아프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 서영애youngaiseo@gmail.com
  • [에디토리얼] 그들이 설계하는 법, 2014~2018
    간단한 퀴즈 하나. 2014년 리뉴얼 이후 가장 오래 이어가고 있는 『환경과조경』의 연재 꼭지는 무엇일까요? 많은 독자가 쉽게 정답을 맞히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입니다. 청명한 가을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출간된 이번 10월호에는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마지막 주자가 연재를 시작합니다. HLD의 이호영, 이해인 소장입니다. 열독률이 가장 높았던 연재물 중 하나인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이호영+이해인 소장 편을 끝으로 올 12월호에 5년간의 긴 항해를 마칩니다. 리뉴얼 첫해인 2014년 1월부터 세 달간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첫 주자를 맡아 준 조경가는 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의 박승진(309~311호) 소장이었습니다. 이어서 스튜디오 101(연재 당시 지드앤파트너스)의 김현민(312~314호), 스튜디오 테라/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김아연(315~317호), 수퍼매스 스튜디오의 차태욱(318~319호) 소장이 ‘그들이 설계하는 법’에 동참해 자신의 설계 태도와 작업 방식에 대한 다채롭고 폭넓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2015년에는 오피스박김의 박윤진+김정윤(321~323호), 디자인 로직의 오형석(324~326호), 쿠토노톡의 조리나(327~329호), 조경작업소 울의 김연금(330~332호) 소장이 특유의 개성 넘치는 작업을 선보이며 그 이면 의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네 명의 조경가가 2016년의 ‘그들이 설계하는 법’을 이어갔습니다. 오피스 오브 어반 터레인즈/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서예례(333~335호), 가원조경설계사무소의 안세헌(336호), CA조경기술사사무소/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의 진양교(339~341호), 조경설계사무소 엘의 박준서(342~344호) 소장이 그간의 설계 작업을 통해 전개해 온 실험과 도전의 시선을 보여주었습니다. 2017년에는 아뜰리에나무의 이수학(345~347호), 세계수프로젝트/자연감각의 백종현(348~350호), 스튜디오 MRDO의 전진현(351~353호), 조경디자인 린의 이재연(354~356호) 소장이 작업 과정에서 연마해 온 고유의 사고와 접근 방법을 지면에 담았습니다. 5년째인 올해에는 랩 D+H의 최영준(357~359호), 조경설계 호원의 김호윤(361~362호), 스튜디오 오픈니스의 최재혁(363~365호) 소장이 설계를 대하는 다양한 태도와 관점을 펼치며 토론의 장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호부터 세 달간 이어질 HLD 이호영+이해인(366~368호) 소장의 연재를 끝으로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편집자이지만 동시에 한 명의 독자로서, 벌써 아쉬운 마음 가득합니다. 모처럼 과월호 수십 권을 쌓아놓고 스무 명 넘는 조경가가 5년간 쏟아낸 다층다각의 이야기를 다시 펼쳐봅니다. 누구에게 원고를 청탁할 것인가를 두고 벌였던 편집부 내의 격론, 섭외 과정의 삼고초려와 많은 에피소드, 교정과 교열 과정에서 진행된 필자들과의 긴장감 넘치는 토론, 여러 독자의 흥미진진한 피드백이 시간 여행을 하듯 다시 떠오릅니다. 한 달에 한 편만 읽다가 스무 명 조경가의 설계하는 법을 모아서 한 번에 읽으니 그야말로 ‘시너지 효과’라는 말의 뜻을 실감하게 됩니다. 편집자의 ‘근자감’일까요? 내년에는 더 잘 추스르고 다듬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편집자로서 자평하자면,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가장 큰 성과는 동시대 한국의 조경가들이 자신의 작업 과정과 산물 그리고 그 이면의 생각에 대해 직접 글을 쓰고 독자와 소통할 장을 열었다는 점입니다. 5년간 참여한 조경가 중 몇몇은 평소에 다양한 지면에 다채로운 형식의 글을 발표해 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글을 통해 독자와 대화한경우가 드뭅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 연재는 그들 스스로 설계 사유와 작업 성과의 일면을 정리하는 기회이자, 동료 조경가와 학생들에게 자극과 토론의 소재를 낳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자신의 글로 자신의 설계 여정을 기록한 것 자체만으로도 조경가 개인은 물론 한국 현대 조경은 의미 있는 아카이빙을 한 셈입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에 부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미는, 이 지면이 지금 이곳에서 성장하고 있는 젊은 조경가들을 적어도 조경계 내부에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는 장이었다는 점입니다. 5년간 지면을 이어간 스무 명 필자 중 50대 이상의 중견 조경가가 일곱 명이었지만, 나머지 다수는 30대와 40대의 소장 조경가였습니다. 자신의 오피스를 열고 독립한 지 1~2년 남짓한 신예 조경가에게도 원고를부탁했습니다. 변화의 촉매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거창한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한국 현대 조경의 역사가 45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 지금 이곳에서는 조경가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분야 형성의 초창기와 성장기를 겪으며 많은 선배 조경가들이 분투해 왔음에도 한국의 조경은 전문 직능으로서도, 학문 분과로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세우지 못한 형편입니다. 영역을 빼앗기고 있다는 불안감과 영토를 넓혀야 한다는 피로감, 이 이중의 집단 우울증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으로 승인하는 전문가professional로서의 조경가, 늦었지만 우선 조경계 내부에서라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이 의 미 있는 변화의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2014년 1월,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꾸며 새 출발을 선언한 『환경과조경』은 지난 5년간 “한국 조경의 문화적 성숙을 이끄는 공론장”, “조경 담론과 비평을 생산하고 나누는 사회적 소통장”, “세계적 동시대성과 지역성을 수용하고 발굴하는 전진 기지”를 지향해 왔습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환경과조경』의 새 비전을 실험하고 구체화하는 가장 전략적인 지면이었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자료를 갈무리하고 원고를 보내 준 ‘그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즐겨 읽고 다양한 피드백을 보내 준 여러 독자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원고를 꼭 받고 싶었으나 끝내 고사한 그들, 그리고 마땅히 초대해야 했으나 이른바 ‘균형론’이나 ‘안배론’에 귀 기울이느라 순서를 미루고만 많은 그들은 내년에 새롭게 문을 열 후속 지면을 통해 초대할까 합니다.
    • 배정한jhannpae@snu.ac.kr
  • [그들이 설계하는 법] 시작
    다 시작이 어렵다. 프로젝트도, 회사도, 연재도. 3년 전 이호영과 이해인이 시작한 뒤, HLD는 2018년 10월 송영민, 박상현, 송주익, 이진선, 신영재, 김주환이 합류한 여덟 명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3개월간 연재할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이 여덟 명 모두의 설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임라인 프로젝트에 제약이 많은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다. 안되는 걸 배제하고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꼭 새로운 것을 하려던 게 아니더라도 대상지 고유의 설계가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는 도통 시작하기가 어렵다. 무엇도 될 수 있다 보니 뭘 해도 근본 없이 느껴진다. 또는 이미 직관적으로 결론을 낸 것이라도 다시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할 때가 있다. 발주처뿐만 아니라 설계안을 함께 결정하는 팀 또는 스스로에게도 그런 논리를 피력해야 할 때가 있다. 막막한 순간이다. 이럴 때 HLD가 자주 찾는 돌파구 중 하나가 타임라인timeline이다. 타임라인은 시간 순서로 사건을 나열한 표 또는 그림이다. 연표라고도 하지만 더 넓은 의미가 함축된 탓에 그냥 타임라인이라고 번역한다. 타임라인을 설계에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시도에 개연성을 부여해 주기 때문이다. 다음 연재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설계의 독창성은 대상지의 장소성에서 가장 강력하게 기인한다. 우리가 왜 이런 설계를 하는지 당위성을 부여하고 개연성을 보태는 것은, 시대별로 왜 각기 다른 일이 일어났는지 그 역학을 이해하고 어떤 변화 추이가 있었는지 알아낸 뒤 이를 현재에 대입하는 과정이다. 이런 통시적diachronic추론을 하는 도구가 타임라인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6호(2018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HLD는 이호영과 이해인이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 광범위한 분석과 접근 방법을 통해 대상지의 공간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문·사회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끼칠 수 있는 핵심적 해법을 제공한다. 이호영은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으며, 조경설계서안, 미국 에이컴(AECOM), 오피스 ma(office ma)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해인은 서울대학교와 UC 버클리(UC Berkeley)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하버드 GSD에서 조경 설계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에이컴과 파퓰러스(POPULOUS)의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다양한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www.hldgroup.net
    • 이호영·이해인haein.lee@hldgroup.net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미래의 공원 강성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사실장
    수도권매립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폐기물 처리 시설이다. 향후 공원화 사업이 완료되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초대형 오픈스페이스가 탄생하게 된다. 매립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사례로는 대구수목원이 있지만, 수도권매립지는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선다. 청라, 영종, 김포 신도시에 둘러싸인 이 어마어마한 땅은 오픈스페이스를 통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차를 타고 돌아본 수도권매립지의 얼굴은 참 다양했다. 느긋한 오후를 즐기는 골퍼, 산책 나온 시민, 수영장 주차장의 차, 분주하게 식물을 다듬고 있는 정원사, 황량한 황톳빛 차폐막을 뚫고 선 가스 배출관, 아스라이 보이는 청라 신도시의 초고층 건물, 드문드문 흩어진 서해의 섬들. 무엇보다도 문명과 물질과 욕망의 역사가 농축된 이곳이 생태적으로 가장 온전한 보석이라는 아이러니가 초현실주의적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 인간의 역사를 되돌려가는 자연의 힘이 느껴졌다. 강성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사실장(전 문화조경사업처장)은 자연의 힘을 실험하고 있는 조경가다. “수도권매립지 간척 후 생태계 변화 및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관리 방안 연구”라는 조경학 박사 논문을 쓰기도 했다. 조경을 단순히 흉물을 가리고 치장하는 녹화 업무로 한정하지 않고, 문화의 축이자 생태계의 프로세스로 전망하는 전문가가 수도권매립지의 재생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대부분의 조경인에게 수도권매립지는 아직 낯선 땅이다. 그가 바친 젊음, 프런티어로서의 모험심과 기술인으로서의 경륜, 미래지향적 비전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커다란 녹색의 감흥과 곧 다가올 창조적 재생의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6호(2018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와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최이규yichoe2013@gmail.com
  • [명사의 정원 생활] 윈스턴 처칠의 정원 인내와 용기 그리고 상상력의 원천
    윈스턴 처칠, 불멸의 의지와 용기를 지닌 ‘위대한 영국인’ 윈스턴 레너드 스펜서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1874~1965)은 “영국 역사상 최고의 위인”(BBC, 2012)이자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인물로 평가된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나치의 폭압으로부터 유럽을 구한 영웅이면서 전후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의 초석이 된 유럽연합과 국제연합을 주창한 선지자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소설, 역사서, 수필집 등 총 72권의 책을 저술했고, 총리 재직 중인 1953년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제2차 세계대전』을 써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릴 적 처칠은 말썽꾸러기에다 머리가 나빠 아버지에게 “전혀 쓸모없는 놈”으로 낙인찍혔고 바람둥이 어머니에게는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부유한 명문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반항적 기질에 언어 장애가 있었고, 거기다 공부도 못해 공립 학교에 꼴찌로 겨우 입학할 정도였다. 그러니 명문 대학은 아예 꿈도 못 꾸었고 “목사가 되기에는 성격이 안 좋고 변호사가 되기에는 머리가 나쁘니 군인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 아버지의 권유로 사관 학교에 응시해 삼수 끝에 겨우 들어갔다. 그랬던 그가 오늘날 영국 국민에게 “불굴의 용기와 의지를 지닌 위대한 영국인”으로 칭송받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젊을 때 쿠바, 인도, 남아공 등의 전쟁터에서 군인이자 종군 기자로 포화 속을 뛰어다니다 포로가 되어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정치가로서 몇 번이나 낙선과 좌절을 맛보기도 하면서, 타고난 의지와 용기를 더욱 강하게 단련했던 것이다. “한 번 치를 때마다 목숨이 한 달씩 줄어드는 것” 같은 선거를 열네 번이나 치렀던 그는 “곤경이 겹친다는 것은 곧 승리할 좋은 기회가 왔다는 증거”라 여기며 역경을 헤쳐나가곤 했다. 정원가 처칠 92세까지 장수한 처칠은 여러 집을 옮겨다니며 살았다. 시골의 한적한 집을 구해 전원생활을 맛보기도 했고 런던시내의 아파트에서 살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입지를 다진 후에는 장관으로서 혹은 수상으로서 관저에 살기도 했다. “인간이 건물을 만들지만, 건물이 다시 인간을 만든다”라고 말하면서 환경을 중요시했던 처칠이니 가족을 위한 집에도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음직하다. 그의 생애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집을 들자면 단연 블레넘과 차트웰이라 할 수 있다. 전자가 그에게 명문가로서의 자부심과 존재감을 준 곳이라면, 후자는 정서적 유대감과 가족애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짧게 거주하기는 했지만 첫 번째 시골집이었던 룰렌덴도 정원가로서 그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6호(2018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성종상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한 이래 줄곧 조경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지금은 대학에서 조경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선유도공원 계획 및 설계, 용산공원 기본구상,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설계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 풍토 속 장소와 풍경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위한 조건으로서 조경 공간이 지닌 가능성과 효용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 성종상jssung@snu.ac.kr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