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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가 만든 공간, 그 공간에 담긴 문화 ‘커피사회’, 2018. 12. 21 ~ 2019. 3. 3.
    졸음을 밀어내기 위해, 어색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침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또는 여유로운 주말을 느긋하게 즐기기 위해 우리는 커피를 마신다. 19세기 후반 한국에 도입되어 약 100여 년간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든 커피는 기호 식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과연 우리에게 커피란 무엇일까? 문화역서울 284(이하 문화역서울)에서 2018년 12월 21일부터 2019년 3월 3일까지 열리는 ‘커피사회’는 근현대생활 문화에 녹아든 커피 문화의 변천사를 조명하고, 우리 사회의 커피 문화를 되돌아보는 전시다. 특히 전시장의 원형인 구 서울역사가 근현대의 상징적 공간이자 커피 문화가 시작된 공적 장소(그릴, 1· 2등 대합실 티룸)라는 점이 이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 커피사회는 문화역서울 건물 전역을 활용한다. 중앙홀, 대합실, 과거 귀빈을 모시던 방뿐만 아니라 방과 방을 잇는 통로의 벽면, 중앙홀과 대합실 사이의 거대한 복도까지 커피와 관련된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전시대가 되었다. 곳곳에 마련된 작은 카페에서는 입구에서 나눠 준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마실 수 있어, 커피의 풍미를 느끼며 전시 내용을 곱씹을 수 있다. 커피의 역사 1층 중앙홀에 들어서면 시선을 압도하는 설치물이 관객을 맞이한다. 거대한 5단 케이크나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하게 하는 박길종의 ‘커피, 케이크, 트리’다. 원형 전시대 위에는 오래된 원두 그라인더부터 에스프레소 전용 잔, 다양한 커피 제품의 패키지, 보온병 등 커피와 관련된 온갖 물건이 놓여 있는데, 그 개수와 물건이 풍기는 예스러움만으로도 커피의 오래된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문화역서울 2층은 경성 최초의 서양식 레스토랑 ‘그릴’이 있던 자리다. 정치, 문화·예술계의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자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곳에서는 근대를 주제로 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근대의 맛’이 진행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
    • 김모아more-moa@naver.com
  • [이달의 질문]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서울시는 1970년대 사대문 안의 폭주하는 교통량을 수용하기 위해 도로를 넓혀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의 광화문광장 관련 사업은 교통 광장 조성의 성격이 강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육조거리 등 역사적 공간 복원이 이슈가 되었다가, 1990년대에는 서울 올림픽 이후 광화문광장을 글로벌 도시로의 성장을 위한 상징적 광장, 국가적 상징 거리이자 서울의 중심으로 삼고자 하는 이념이 투사됐다. 2000년대에는 육조거리 경관 복원, 광화문 문화 조성 등의 사업을 통해 경관과 문화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기도 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 광화문광장은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고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간으로 또 한 번 재조정되려 한다. 늘 당대의 시대상이 반영되는 광화문광장은 항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이슈가 되는, 우리나라의 가장 중추적인 장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공간이 형성된 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 광화문 앞 공간은 단 한 번도 오롯이 백성과 시민을 위한 공간이었던 적이 없었다. 마음껏 이용하고 누릴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항상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감시당하고, 변화를 강요당하기만 했던 곳. 이제는 그 본연의 모습과 존재의 이유를 아무도 모르게 되어버린, 어찌 보면 계속 버려지고 지워지고만 있는 장소이자 유산이다. 염인석 UDI 도시디자인그룹 소장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어렵다지만, 어쩌면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조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멀쩡한 광장을 왜 바꾸려 하냐’는 의견도 분분하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더 나은 무언가를 찾아 오지 않았나. 도시는 멈춰 있지 않다. 또한 멈춰 있는 것만이 역사가 아니라 새로운 것 역시 역사가 된다. 도시 공간은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우리는 공간의 영향을 받는다. 모든 설계안은 광장과 국민의 더 나은 상호 작용을 추구했다. 광화문광장이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중요한 사건들의 결집체인 만큼, 지금 당장은 이에 대한 이견도 불협화음도 많아 보이지만, 이목이 집중되는 모든 일은 항상 그래왔다. 광장에 대한 높은 관심이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활성화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긍정적인 기대를 해본다. 박세희 한국토지주택공사 지금의 광장도 충분히 넓다. 현재 서울에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며 쉴 수 있는 마을 광장이 좀 더 필요하다. 커다란 공간보다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이웃 간 소통할 수 있는 작고 개방된 공간. 쌓고, 헐고, 넓히는 보여주기식 광장은 이제 그만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추연태 아이모노디자인 대표 접근하기 어렵고 자동차 소음으로 오랫동안 머물 수 없었던 경험을 생각하면, 광화문광장이 바뀔 기회가 일찍 온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국가적 랜드마크 중 하나이며 소통을 상징하는 국가 광장이 단 한 번의 설계공모로 결정된 점은 아쉽다. 기존 광화문광장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해답을 찾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본 계획 단계에서 진행한 사례 분석을 국민들과 함께 논의해보면 어땠을까. 사람들이 경험한 광화문광장과 다른 나라의 광장을 비교해보는 등 소통 과정이 따랐다면 함께하는 의미를 가진 광장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박종환 서울시 영등포구 멋지고 훌륭한 설계다. 같은 조경가로서 자부심을 뽐내고 싶다. 하지만 소수의 경외심보다 많은 사람의 소확행을 위한, 좀 더 착한 대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울타리 밖으로 나온 조경은 그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천재욱 현대엔지니어링 부장 차로를 없애고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정용환 처음 당선안을 보았을 때, 도로 한가운데에 있어 안정감을 주지 못하던 기존의 광장보다 훨씬 편한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일었다. 하지만 광화문이라는 공간의 상징성에 비해 이번 프로젝트는 진행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국가 상징 축의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라면, 몇 번의토론회를 여는 것보다 시민들이 광화문의 변화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볼 시간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 당선안을 보면 육조거리 복원을 통한 국가 상징 축의 완성이 강조되는데, 근현대 서울의 100년보다 조선 시대가 부각되는 점이 아쉬웠다. 앞으로의 진행 과정에서는 근현대 서울의 장소성을 어떻게 살릴지 더 깊이 논의했으면 한다. 박선양 서울시 서대문구 어린 시절 집 근처 한 아파트의 이름은 ‘○○광장’이었다. 유난히 그 아파트 놀이터에 많이 가게 되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게 내 첫 광장이 되었다. 광화문광장이 그 기억의 파편의 아주 작은 한 부분과 닮았다면, 다른 곳에서는 고함과 투정이었을 소음들이 문화와 놀이, 그리고 선언으로 읽힌다는 뜻일 테다. 끊임없는 역사 속에서 이미 광화문광장의 문화는 형성되었다. 이를 잘 연결한다면 경관은 당연히 따라오게 되지 않을까. 당선된 설계안에 녹아 있는 소통과 연결이 근사한 ‘포스트 광화문광장’을 선사해주기를 바란다. 신동훈 환경과조경
  • [편집자의 서재] 쓰기의 말들
    흥겨운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마음이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다. 기꺼이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럴 수 없다. 곤혹스럽다. 쿵쿵대는 박자에 맞춰 요란하게 팔다리를 놀리고 싶지만, 이를 따랐다간 요상한 정체불명의 동작을 구사할 게 뻔하다. 이럴 때는 내적 댄스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한다. 추고 싶은 춤을 마음껏 상상하면서. 내적 댄스 본능을 자극하는 곡처럼 ‘내적 글쓰기’를 유발하는 순간들이 있다. 쓰린 일들이 마음을 사정없이 할퀼 때, 소위 말하는 인생 영화를 만나 먹먹한 마음으로 엔딩 크레디트를 바라볼 때 같은. 개인적으로는 남이 잘 빚은 글을 읽을 때 쓰고 싶은 충동이 빈번하게 인다. 읽는 속도를 늦추고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게 만드는 보석 같은 문장 앞에 서면 글쓴이에 대한 시기와 질투도 잠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나의 주제를 헤쳐서 나의 언어로 다시 빚어내고, 내가 느낀 감정의 근원과 빛나는 순간을 기록해두고 싶다. 머릿속에서 단어가 반짝이고 쓰고 싶은 문장이 둥실 떠오른다. 물론 막상 쓰려고 하면 막막하고 귀찮아 보통은 생각에 그치고 말지만. 『쓰기의 말들』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쓰는 방법보다 쓰고 싶게 만드는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 저자 은유는 치열한 읽기를 통해 쓰는 자리로 나아간 작가다. 그가 수집한 옥석 같은 문장을 보다 보면 나의 말과 언어가 얼마나 남의 생각으로 오염되어 있는지, 사소한 감정과 일상에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깨닫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나 아닌 실험장으로 만드는 일이다.”(잉게보르그 바하만) 쓰기를 통해 또 다른 나를 일궈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임무는 평범한 사람들을 살아 있게 만들고, 우리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나탈리 골드버그) 작가는 아니지만 글의 힘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글쓰기의 실천은 기본적으로 ‘망설임들’로 꾸며집니다.”(롤랑 바르트) 쓰지 않고 망설였던 시간,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했던 시간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는다. “칼럼은 편견이다.”(김훈) 글을 통해 생각 드러내기를 주저하던 내게 용기를 불어넣는다.2 덩달아 키보드를 치는 손끝이 경쾌하게 움직인다. 머리말의 마지막 문장은 책이 추구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쓰기의 말들’이 글쓰기로 들어가는 여러 갈래의 진입로가 되어 주길, 그리고 각자의 글이 출구가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3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를 다룬 이번 호 또한 누군가의 쓰기로 향하는 진입로가 될 수 있을까, 소심한 기대를 걸어본다. 편집부는 ‘비평’과 ‘이달의 질문’ 지면에 광화문광장에 대한 쓰기의 말들을 수집했다. 말들은 새로운 광장을 향한 기대를 담기도, 광장을 둘러싼 불같은 풍문을 아슬아슬하게 탐색하기도, 정치화된 광장을 조롱하기도, 광장에 투사된 욕망의 근원을 추적하기도 한다. 이 문장들이 누군가의 내적 글쓰기 본능을 유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몸치 혹은 글치면 어떤가. 비트에 몸을 맡기다 보면 나같이 서툰 춤사위를 보이는 또 다른 이를 만나게 될지도. 정치 논리라는 하나의 불길로 한껏 달았다 금세 식어가는 광장을 뭉근하게 데우고, 맛 좋은 담론을 형성하고, 건강한 공론화의 장을 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1. 은유, 『쓰기의 말들』, 유유 출판사, 2016. 2. 위의 책, p.152, 88, 110, 216. 3. 위의 책, p.19.
    • 윤정훈hoons920@daum.net
  • [CODA] 땅 밑을 걷는 사람들
    고대하던 여행지에서의 첫 기념품이 우산이라니. 출발할 때만해도 온화했던 하늘이 두 시간 만에 색을 바꾸었다. 날씨가 약속과 달리 변덕을 부린 건 아니었다. 여행 시작 일주일 전부터 확인한 1월 마지막 날 오사카의 강수 확률은 줄곧 80%를 웃돌았으니까. 20%의 확률을 원망하며 입술을 비죽이는 대신 창에 묻어나는 빗방울을 보며 우산 손잡이를 단단히 고쳐 잡았다. 빗줄기와 싸워가며 커다란 캐리어를 끄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걱정과는 달리 나와 친구들은 꽤 멀끔한 모습으로 호텔 로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듣던 대로 거리가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했던 덕분이다. 빗물에 쓸려오는 오물은커녕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와 운동화를 흠뻑 적시는 웅덩이 하나가 없었다. 오히려 우리를 괴롭힌 건 100m마다 한 번꼴로 나타난 횡단보도였다. 좀 걸을 만하면 등장하는 건널목은 다섯 걸음이면 건널 수 있을 정도로 길이가 짧은 주제에 대기 시간이 제법 길었다. 차라도 많았다면 견딜만했을 텐데, 한적한 도로를 앞에 둔 나는 몸 속 깊숙이 내재된 ‘빨리빨리’ 정신을 몇 번이고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깨끗한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숙소 인근이 각종 쇼핑몰과 고층 빌딩이 몰려 있는 업무 지구였는데도 말이다. 간간이 곡예사처럼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자전거 핸들을 쥔 사람들이 빠르게 곁을 스쳐 지날 뿐, 비 오는 일본 도심의 풍경은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처럼 잔잔했다. 다들 고층 빌딩에 갇혀 업무에 시달리고 있구나. 텅 빈 거리의 사정을 어림짐작한 우리는 어쩐지 우쭐한 기분과 짧은 휴가가 곧 끝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바삐 걸음을 옮겼다. 멋대로 내린 진단이 빗나갔다는 걸 여행 삼 일 차의 저녁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사람들은 빌딩이 아닌 땅 밑에 숨어 있었다. 타코야키 맛집을 찾겠다고 들어선 지하도, 그곳에 또 다른 일본의 도심이 있었다. 대여섯 개의 지하철 노선이 얽힌 지하도는 극악의 길 찾기 난이도를 자랑하는 부평지하상가와 겨루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복잡했다. 긴장을 잠깐만 풀어도 출구로 인도하는 화살표가 사라지기 일쑤, 가뜩이나 방향 감각이 없는 나는 기진맥진하여 지하도를 빠져나와야 했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우리는 지상 대신 지하를 찾았다.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에너지를 길 찾는 데 소모해야 했지만, 지하에는 걸음을 더디게 하는 횡단보도도, 목적지까지의 여정을 길게 만드는 8차선 대로도, 불쑥 끼어들어 우리를 놀라게 하던 바이커도, 내리는 비를 피해 우산을 쓸 필요도 없었다. 지하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런데 인제 와서야 너무 지하 도시 탐험에 몰두해있던 게 아닌가 아쉬워졌다. 뒤늦은 여행 일기를 쓰기 위해 더듬거린 기억 속에 지하의 모습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지하상가와 다른가 하면 또 그렇게 다를 것도 없는 지하도를 왜 그렇게도 걸었을까. 땅 밑을 누비느라 놓쳤을 미세 먼지 없이 쾌청한 하늘, 겨울인데도 따끈하게 내려오던 햇빛, 가지런히 선 주택들이 만들어내던 골목 풍경들이 새삼 아까웠다. 맹추위를 피해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 언더그라운드 시티’, 태양광 집광 시스템으로 식물이 자라는 지하 공원을 조성하는 뉴욕 ‘로우라인 프로젝트’ 등 세계 각지에서 땅 밑의 새로운 도시를 실험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게 지하는 도시의 일부라기보다 잘 만든 쇼핑몰, 혹은 어설프게 지상을 흉내낸 거짓된 공간으로 다가온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볼 수 없어 시간 감각을 잃게 하는 가상 공간을 닮은 것도 같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의 수상작을 정리하며 문득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환경과조경』 2017년 12월호 참조)의 당선작을 떠올렸다. 지상은 넓게 비우고 지하는 문화·예술 등의 프로그램으로 빼곡히 채운 전략이 언뜻 비슷해 보였지만, 대상지의 역사나 주변 맥락을 따져보니 같을 수 없다. 코엑스와 호텔, 업무 시설, 백화점을 주변에 둔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는 광화문광장과는 달리 항상 즐겁고 흥겨운 일이 가득한 곳일테다. 먼 훗날 또다시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을 상상해본다. 결의에 찬 목소리로 가득한 땅 아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지하 도시 역시 지상과 결을 같이 하게 될까, 아니면 계속 살아가기 위한 일상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을까. 과연 광화문 광장 지하는 보행 통로를 넘어 하나의 도시가 될 수 있을까.
    • 김모아more-moa@naver.com
  • [PRODUCT]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캐슬형 사이딩’ 천연 나무 질감, 높은 내구성의 합성 목재
    뉴테크우드NewTechWood는 최첨단 기술력으로 재활용 플라스틱을 고품질의 합성 목재로 만드는 기업이다. 친환경 제품의 연구·개발을 통해 환경 보호를 실천하면서 아름답고 실용적인 생활 공간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뉴테크우드의 울트라쉴드Ultrashield는 다양한 색상과 천연 나무 질감, 높은 내구성을 자랑하는 합성 목재다. 별도의 도색이나 오일스테인 작업을 하지 않아도 자재의 수분 흡수율이 낮아 어떠한 외부 환경에서도 변형, 변색 없이 오래도록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울트라쉴드는 데크, 사이딩, 펜스, 플로어, 플랜트 박스 등으로 제작되어 주택 정원, 테라스, 리조트, 호텔, 옥상 정원 등 다양한 공간에 이용되고 있다. 새로 출시된 ‘캐슬형 사이딩Castellation Siding UH46’은 성곽 형태의 요철이 특징인 울트라쉴드 외장재로, 루버 특유의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 외부 공간과 건축물을 돋보이게 한다. 또한 요철에 의해 만들어지는 선형을 수직뿐만 아니라 수평을 향하도록 배치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혼합해 연출할 수 있다. 색상은 레드 시더와 이페, 월넛 등 세 가지이며, 향후 다양한 색상과 사이즈가 출시될 예정이다. TEL. 02-2236-4516 WEB. www.newtechwood.co.kr
  • 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설계공모 그람디자인, 코어건축사사무소의 ‘버티컬 가드닝’
    지난해12월25일 서울시는‘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그람디자인과 코어건축사사무소의‘버티컬 가드닝Vertical Gardening’을 선정했다고 밝혔다.이번 공모는 녹색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는‘정원도시 서울’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민간 건축물에 수직정원을 확산시키기 위한 시범 사업이다.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일부 건물에 수직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이 주는 시각적 효과를 꾀하고,시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생태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공모는 제안·지명 방식으로 진행되었다.오피스경(권경은),한양대학교(안기현),아뜰리에리옹 서울(이소진),그람디자인(최윤석),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황용득)등5개 팀이 초청되었으며,초청팀은 건축 전문가와 조경 전문가를 모두 포함한2인 이상의 팀을 구성해야 했다. 대상지는 돈의문박물관마을D동(서울도시건축센터), H동(서울도시건축센터 별관,공공 전시장)의 외부 벽면과 옥상 및 외부 공간으로, H동 일부 공간의 경우 내부 리모델링 계획뿐만 아니라 수직정원의 취지에 맞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설계 지침은 크게 다섯 가지였다.첫째,서울의 사계절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정원을 제안하고,식물은 도심지 공해에 강하고 월동이 가능해 서울에서 생육할 수 있는 종을 선정한다.둘째,식재 기반 구조물은 식물에게 적정한 생육 환경을 제공하고,유지·관리가 쉬워야 한다.구조물의 재질,디자인,색상은 기존 건축물,주변 가로 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셋째,자동 관수 시설 및 시스템은 유지·관리가 효율적이어야 한다.넷째,관수나 전력 소비를 최소화해 수직정원을 저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또한 식재 하중,풍하중을 고려해야 하며 태풍,집중 폭우 등 재난에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다섯째,수직정원,옥상 녹화,가로 녹지는 서울시 관련 계획 및 지침을 반영해 설계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70호(2019년2월호)수록본 일부
    • 김모아more-moa@naver.com
  • 전남대학교 민주길 조성사업 설계공모 동인조경마당의 ‘행복한 동행’
    지난해 12월 25일 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그람디자인과 코어건축사사무소의 ‘버티컬 가드닝Vertical Gardening’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는 녹색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는 ‘정원도시 서울’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 민간 건축물에 수직정원을 확산시키기 위한 시범 사업이다. 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일부 건물에 수직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이 주는 시각적 효과를 꾀하고, 시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생태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공모는 제안·지명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오피스경(권경은), 한양대학교(안기현), 아뜰리에리옹 서울(이소진), 그람디자인(최윤석), 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황용득)등 5개 팀이 초청되었으며, 초청팀은 건축 전문가와 조경 전문가를 모두 포함한 2인 이상의 팀을 구성해야 했다. 대상지는 돈의문박물관마을 D동(서울도시건축센터), H동(서울도시건축센터 별관, 공공 전시장)의 외부 벽면과 옥상 및 외부 공간으로, H동 일부 공간의 경우 내부 리모델링 계획뿐만 아니라 수직정원의 취지에 맞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 설계 지침은 크게 다섯 가지였다. 첫째, 서울의 사계절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정원을 제안하고, 식물은 도심지 공해에 강하고 월동이 가능해 서울에서 생육할 수 있는 종을 선정한다. 둘째, 식재 기반 구조물은 식물에게 적정한 생육 환경을 제공하고, 유지·관리가 쉬워야 한다. 구조물의 재질, 디자인, 색상은 기존 건축물, 주변 가로 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 셋째, 자동 관수 시설 및 시스템은 유지·관리가 효율적이어야 한다. 넷째, 관수나 전력 소비를 최소화해 수직정원을 저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식재 하중, 풍하중을 고려해야 하며 태풍, 집중 폭우 등 재난에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 다섯째, 수직정원, 옥상 녹화, 가로 녹지는 서울시 관련 계획 및 지침을 반영해 설계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0호(2019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김모아more-moa@naver.com
  • [이달의 질문] 나만 알고 싶은 핫 플레이스가 있다면?
    나만 알고 싶은 핫 플레이스는 없다. 대신 가보고 싶은 곳의 리스트는 차고 넘친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제주도의 아직 가보지 못한 오름들과 눈 쌓인 한라산, 일본 삿포로에 있는 맥주박물관,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대는 날의 갈대숲, 언제 완공될지 기약 없는 용산공원, 미세 먼지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 맑디맑은 어느 봄날의 서울식물원, 평양시 중구역 서문동에 있다는 만수대분수공원…. 아, 무릎 튀어 나온 추리닝을 입고 가도 반갑게 맞아주는 이가 있는 동네 술집도 가고 싶다. 격하게! 남기준환경과조경 편집장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고 싶을 때 이곳을 추천한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 드라이브해 도착할 수 있는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다. 임진강을 향해 탁 트인 언덕에 자리 잡은 1만평 규모의 정원으로, 언덕에 앉아 강가를 바라볼 때면 일상의 상념을 자연스레 잊게 된다. 특히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해마다 넓은 언덕을 안젤로니아 꽃이 가득 채우는데,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라벤더 밭에 온 듯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개화 기간이 길고 우리나라 기후에 비교적 잘 맞는 안젤로니아를 선택한 정원 디자이너의 안목이 돋보이는 곳이다. 정원 한편에는 화이트가든이라고 이름 붙여진 수 공간이 있는데, 임진강을 향해 무한히 이어진 인피니티 수반에 하늘의 풍경이 그림처럼 담긴다. 연천 허브빌리지는 핫 플레이스이기도 하지만 뜨거워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쿨 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최재혁스튜디오 오픈니스 대표 KTX로 2시간여를 달려 호남선의 끝자락에 내렸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자마자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이 마구 떠오른다. 게살비빔밥과 게찌개, 한우 갈빗대가 올라간 냉면, 제철 방어, 콩국수…. 뭘 먹든 맛있겠지만 겨울엔 냉면이다. 한우 냉면으로 배를 채우고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자마자 산책을 나선다. 근대 유산과 박물관, 적산가옥, 이야기가 있는 골목길을 걷는다. 걷다가 눈에 띄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도 이곳 목포 원도심의 분위기가 담겨 있다. 조금은 한적하고 은근히 활기찬 동네. 저녁으로 신선한 회 한상, 아침으로 아메리카노 대신 고소한 콩물 한 컵, 점심으로 게살비빔밥과 게찌개를 먹고, 돌아오는 기차에 오르기 전 이곳에서만 파는 쑥굴레와 콩국을 포장한다. 기차 여행을 마칠 때쯤, 달콤한 조청에 찍은 쑥굴레를 우물거리며 나의 핫 플레이스 목포 원도심을 음미해본다. 근래 목포 원도심 관련 뉴스가 뜨겁다. 진짜 핫 플레이스가 되었나보다. 이태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연구원 인천에는 ‘개항누리길’이라는 근대화 거리가 있다. 인천 여행지로 유명한 차이나타운과 닭강정이 맛있는 신포시장 사이에 있어 한번쯤 들러도 좋은 곳이다. 개항누리길에 위치한 ‘관동오리진’은 1940년 이전에 지어진 일본식 연립 주택을 개조한 카페다. 1, 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2층 다다미방은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옛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팥물, 수제차도 유명하지만 뒤뜰에 있는 작은 정원이 인상적이다. 건물 앞에서 인증샷만 찍고 가는 이들도 많다. 흑백 사진관 ‘우리’는 관동오리진 건너편에 있는데, 사진 한 장 찍는 데 오천 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감성적인 사진을 건질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정작 갈 때마다 웨이팅이 길어 한 번도 못 찍어 봤다는 게 함정이다. 박민지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경의선숲길과 연남동을 지나 30분가량 걸어가면 연희동이 나온다. 교통이 조금 불편한 탓인지, 연희동은 연남동이나 익선동 같은 진짜 핫 플레이스들처럼 붐비는 곳은 아니다. 연희동은 큰길에서 보면 평범한 주택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쪽으로 두 골목만 더 들어가면 주택가 사이사이 카페와 음식점, 서점, 디자인숍 등이 숨어 있다. 나만의 연희동 코스가 있다. 먼저 ‘유어마인드’라는 독립 서점을 둘러보고, 바로 아래층의 카페에서 키오스크 샌드위치를 먹는다. 배가 조금 차면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넓고 깨끗한 골목 또한 연희동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저녁은 항상 ‘월순할매동태찜’이다. 매콤한 동태찜과 볶음밥은 요즘 같은 겨울에 안성맞춤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마음 가는 새로운 곳에 도전한다. 최근에 간 ‘예끼’라는 오뎅 바는 무지개색 니트를 입은 사장님과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는 따뜻한 곳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사러가마트’도 한 번씩 들러본다. 동네 마트지만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식재료들을 찾을 수 있다. 연남동의 꽉 찬 거리와 끝없는 웨이팅이 질렸다면, 조금 더 걸어 연희동은 어떨까. 홍하영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작은 북 카페 ‘카푸치노’는 이천 원이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병원 의사분이 모아 놓은 문학 기행 비평집이 있다. 나만 아는 것은 재미없어 알린다. 이은심 나의 핫 플레이스는 서로 극과 극인 두 곳이다. 한 곳은 현대적이고, 다른 한 곳은 전통적이다. 첫 번째 핫 플레이스는 H 카드사의 옥상 키친, ‘쿠킹 라이브러리’다. 4층에 있는 그린 하우스는 한 팀만을 위한 공간으로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정원에서 자유롭게 야채를 수확해 요리할 수 있다. 공간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미식에 대한 열정이 있는 조경인이라면 누구나 이 매혹적인 공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 핫 플레이스는 장흥의 ‘열화정’이다. 느티나무가 노랗게 단풍 들 무렵, 나무 그늘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면 내가 자연인지 자연이 나인지 심히 헷갈린다. 죽기 전에 꼭 느티나무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10월 넷째 주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혼자 가도 좋고, 같이 가도 너무 좋은데 혼자만 보기에는 아까운 풍경이다. 온통 노란 느티나무 잎사귀로 가득 찬 연못은 가을이 통째로 들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20년 전 제목도 없는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알게 된 열화정은 몇 년간의 전통 공간 답사에도 풀지 못한 숙제 같다. 배선영 한국수자원공사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융건릉’. 정조와 영조의 능이 있는 곳으로 몇백 년 된 수목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다. 방문객이 굉장히 많지만 워낙 넓은 곳이라 한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수목만 가득할 뿐인데 능 바깥과는 공기부터 다른 것이 느껴진다. 쭉쭉 뻗은 산책길, 넓은 잔디밭과 휴게 공간에서 여유롭게 산책하고 쉬고 데이트하기도 좋다. 어느 계절에 가도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다. 백규리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한참을 생각한 끝에 두 곳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네스트호텔’이다. 호텔 근처 용유역에서 무료로 운행하는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역까지 갈 수 있다. 서해 바다를 보며 탁 트인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에는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설렘이 있다. 두 번째는 광화문 ‘씨네큐브’다. 해머링 맨이 있는 흥국생명 건물 지하 2층에 있다. 영화 티켓을 보여주면 지하 1, 2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값을 할인받을 수 있다. 3층 ‘세화미술관’ 관람도 무료, 창밖 도심 전망은 덤이다. 매번 인생 영화를 만나는 곳, 직원이 “상영 시작 1분 전입니다” 외치는 정감 있는 곳이 궁금하다면, 북적이고 팝콘 냄새 나는 영화관이 싫다면, 따스한 찻물이 마음에 스며들 듯 완벽한 힐링이 필요하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시길. 이주연한국조경협회 사무국장 내게 핫 플레이스를 찾아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틈틈이 인터넷이며 TV며 여러 매체를 통해 가고 싶은 곳들을 체크해 둔다. 원하는 조건을 갖춘 핫 플레이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접근하기 쉽고, 볼거리가 많고, 적당히 오랜 시간을 보내기 좋아야 한다. 분위기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핫 플레이스들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가족, 친구, 애인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곳에는 대게 그렇듯 많은 인파가 몰린다. 사람들 속에서 한참 치이다 보면 진이 쏙 빠진다. 함께 온 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계획이 실패한 것만 같다. 이럴 때면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핫 플레이스를 나만 알고 싶어진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꽁꽁 숨긴 채 답변을 내놓고 말았다. 박대웅화담숲 바리원 *‘이달의 질문’은 매달 하나의 질문에 대한 독자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이를 공유하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시시콜콜한 조경 동네의 일상부터 조경을 둘러싼 법제도, 조경의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질문을 통해 조경 공론의 마당을 조금씩 넓혀가겠습니다.
  • [편집자의 서재]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조금 망설이게 된다. ‘독서’인데, 선뜻 말하기가 어렵다. 첫째, 책에 대한 나의 애정은 어딘가 어설프고 애매하다. 흥미로운 이야기, 맛깔 나는 문장, 똑똑해지는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책을 읽기도 하지만, 나와 책의 관계는 물질적인 면에 좀 더 치우쳐 있다. 반듯한 사각형, 종이의 냄새와 질감, 정갈한 글자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쉽게 들뜬다.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 뿌듯하고,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달라진 것 같다는 예감(착각)에 사로잡혀 정작 책 읽기는 뒷전이다. 둘째, 소심한 성격도 한몫한다. ‘취미는 독서’라고 했을 때 돌아올 반응이 신경쓰인다. 집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 따분한 애로 보거나, 잘난 척하는 인간으로 보거나, 그냥 폼 잡으려고 아무 말이나 하는 허언증 환자로 볼 게 뻔하다. 셋째, 요즘 같은 시대에 독서는 매력적인 취미가 아니다. 이력서 속 빈칸에 대한 답일 때는 더욱 신중해진다. 독서라고 썼다가는 제대로 된 취미 하나 못 찾은, 도전 정신이나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지원자로 보이기 십상이다. “책 좋아하세요?” “좋아하긴 하는데... 많이 읽고 그러지는 않아요.” 생각해보면 언제나 우물쭈물,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던 적이 많지 않다. 책 좋아하는 인간으로 알려지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생일 선물은 항상 책이었고, 내가 똑똑하고 올곧은 애인 줄로 아는 엄마 친구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으며, 아는 게 많고 글을 잘 쓸 거라는 기대는 정말 별로였다. 이런 소심한 책쟁이에게 한 줌의 해방감을 준 책이 있었으니,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이다. 책을 사게 된 건 순전히 제목 탓이었다. 폐활량이 부족한 사람은 한 번에 다 말하기도 힘들 것 같은 저 긴 제목에는 뭔가 씌여 있는 게 분명했다. ‘멸종 직전’이라는 절박한 표현을 거부할 수 없었다. 동료가 내미는 손 같았고, 종이책이 보내는 일종의 구조 신호 같기도 했다. 이 책은 미국 칼럼니스트 조 퀴넌의 삐딱한 시선으로 쓰인 지극히 주관적인 독서 예찬론이다. 곧 일흔을 바라보는 그가 평생 읽은 책은(그의 추산에 따르면)7천 권 남짓이다. 태생이 까칠한 탓인지 엄청난 독서량에서 비롯된 자신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책과 독서 생활에 관해 말할 때만큼은 그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거침없다. 세상에는 위대한 책도 많지만 펴 볼 가치도 없는 허섭스레기 같은 책도 많으며, 그중 기업가나 정치가가 쓰거나 그들을 다루는 책은 끔찍하기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군림하는 책을 그해에 읽고 넘어가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마뜩치 않고, 14살 때부터 경멸해 온 책을 자기 인생 책이라며 반짝거리는 눈으로 건네는 친구를 무서워한다. 보통 독서법에 관한 책이라면 독서 행위를 고상하고 감상적인 일로 미화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러한 점에서 여타 책과는 결을 달리 한다. 그에게 책 읽기는 지루한 인간들 틈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자, 지긋지긋한 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도피처이며,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만드는 좋은 핑곗거리다. 생각해보면 내가 책을 붙들고 있는 이유도 대단한 데 있지 않다. 아무리 책이 정서를 고양하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해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이라는 물체에 대한 일종의 페티시가 있기 때문이고, 책이 허접한 예능보다 재밌고, 많이 움직이지 않고 빈둥대는 일이 태생적으로 잘 맞아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저 종이 뭉텅이에 집착하거나, 현실 부적응자거나, 숨쉬기 운동 밖에 할 줄 모르거나, 속에 화가 많은 것뿐인지도 모른다. 책 읽는 걸 대단하게 혹은 괜히 아니꼽게 여기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좀 알아야 한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사람처럼 굴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눌려 있는 이도 마찬가지다. 머쓱한 표정이 아닌 심드렁한 얼굴로, “취미는 독서에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 할 수 있는 권리를 허하라. 1. 조 퀴넌, 이세진 역,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위즈덤하우스, 2018.
    • 윤정훈hoons920@daum.net
  • [CODA] 애매한 관찰자 시점
    학교나 직장은 집에서 먼 곳으로 다닐 것. 넘쳐나는 시간을 대학교 주변 카페를 탐방하며 까먹던 새내기 시절, 재미 삼아 들린 사주 카페에서 뜻밖의 조언을 들었다. 모든 세상사에 달관한 듯한 눈빛의 역학자는 내 사주에 역마살이 끼어 있다며 집에서 먼 곳으로 나다닐수록 일이 잘 풀릴 거라 이야기했다.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길 수 있는 충고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30여 년을 한 동네 주변을 맴돌며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를 몇 번 했지만,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통학 시간이 걸어서 30분을 넘겨본 적이 없다. 한때 인턴으로 오갔던 평촌의 연구소가 집에서 가장 먼 일상 공간이었다. 덕분에 동네의 변화를 낱낱이 목격하며 자랐는데, 모교가 될 줄 몰랐던 동네의 대학교도 관찰 대상 중 하나였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주말이면 캠퍼스 뒤편의 산에 올라 배드민턴을 치거나 중앙로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탔고, 여름방학에는 학생회관 앞 잔디밭에서 대학 풍물 동아리가 진행하는 장구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캠퍼스를 동네 공원처럼 누비고 다닌 탓에, 신입생 주제에 얼마 전 학교로 돌아온 복학생이라도 되는 양 변해버린 학교를 아쉬워하곤 했다. 뒷산 앞 잔디 언덕을 덮은 캐스케이드와 스탠드, 장구를 배웠던 잔디밭을 밀어내고 들어선 농구 코트가 그랬다. 특히 자그마한 잔디 언덕과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캐스케이드는 왕릉 같은 역사 유적지를 연상시켜 매우 기이했다. 그 후에도 작은 변화들이 캠퍼스를 야금야금 바꾸어 나갔다. 밀려드는 과제만으로도 벅찬 학기를 보내던 나는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알지 못한 채 달라지는 캠퍼스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의문을 품게 된 건 어느 여름, 입구 리노베이션 공사를 목전에 둔 때였다. 우리 학교 정문은 좁고 볼품없기로 유명했는데, 정문 가까이 대학 본관으로 쓰였던 오래된 건물이 있고 그 건물만큼 나이를 먹은 큰 나무들이 모여 자라고 있었다. 작지만 알찬 숲은 정수리로 내리꽂히는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등굣길이었는데, 학교는 정문다운 정문을 위해 그 숲을 매끈한 광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자세한 속사정을 알 수 있었던 건 이를 막기 위해 벌어진 서명 운동 때문이었다. 나무를 베지 않고도 정문 환경을 개선할 수 있고, 조감도에 그려진 작은 녹지에서는 존치될 예정인 큰 나무가 살 수 없다는 점이 주요 골자였다. 전공 교수님도 그 나무들의 가치를 강조하며 서명을 독려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서명에 참여했는지 알 수 없지만,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몇 개월 뒤 여느 학교에 있을 법한 회백색 판석으로 마감된 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의 완만한 경사가 보드를 타기에 적당하다는 말이 돌며 보더들이 모여들자 독특한 풍경이 연출됐다. 햇볕이 따가운 날이면 광장은 허옇게 빛나며 열기를 반사했고, 커다란 독일가문비는 수액 링거를 맞으면서도 시들시들 마르다가 어느 날 아침 사라졌다. 그 광장을 지날 때면 가끔 묘한 감정이 피어났다. 학교의 주인이지만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이 없고, 그래서 참여할 자격을 갖지 못한 관찰자가 된 기분. 그렇다고 무언가를 실천하기엔 겁도 많고 행동력도 없는 내가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재개발을 앞둔 을지로를 생각하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 겨울 방문한 세운상가에서 내려다본 을지로에는 근대에 지어진 적벽돌 건물, 그에 덧댄 슬레이트 지붕과 외부 계단이 형성한 독특한 풍경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처절하지 않게 만든 건 개미굴처럼 꼬불꼬불하게 얽힌 골목길에서 바쁘게 짐을 나르며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고쳐 쓰기보다 새로 짓기를 좋아하는 도시재생 정책에 밀려난 사람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오랜 시간 촘촘하게 짜인 산업 생태계에 기대어 일해 온 관련 업종 종사자나 예술가는 어디로 가야 할까. 재개발 반대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공론화 과정’에 참여해 관찰자가 아닌 을지로의 주인으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번에도 애매한 관찰자 자리에 선 나는 아쉬움을 담은 짧은 글으로 그들에게 보내는 응원을 대신한다.
    • 김모아more-mo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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