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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회 LH가든쇼 LH·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세종시 공동 주최, 순천가드너협동조합 주관 세종시 무궁화테마공원에서 개최
    지난 8월 16일 세종시 무궁화테마공원에서 LH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세종시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순천가드너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제1회 ‘LH가든쇼’가 개최됐다. 이번 LH가든쇼는 나라꽃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행사로, 지역 주민에게 정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공공 정원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국내외 디자이너가 조성한10개의 정원을 선보였으며 정원 투어, 정원 상담소, 시민 정원 교육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무궁화테마공원 곳곳에 세계 3대 정원 축제 중 하나인 쇼몽 국제정원 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 샹탈 콜뢰-뒤몽Chantal Colleu-Dumond과 프랑스의 디자이너 베르나르 샤퓌Bernard Chapu의 ‘향기, 그리고 물거품’을 비롯해 국내 디자이너가 만든 9개 정원이 조성되었다. 디자이너 선정은 지난 5월 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공모를 통해 이루어졌다. 무궁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 공공 정원으로서 역할 할 수 있는 창의적 디자인, 지역 주민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친숙하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이 요구되었다. 6월 4일 심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고태영의 ‘자연과의 숨바꼭질’, 김경훈의 ‘어머니의 마음은 하늘 같아서, 어머니의 마음은 세종 같아서’, 김효성의 ‘우리꽃 소리원’, 박종완의 ‘동천洞天, 꽃은 피고 지고 다시 또 피네’, 윤종호의 ‘품 안에서 피어나다’, 이상국의 ‘와류원渦流園’, 정성훈의 ‘무궁원’, 정은주의 ‘더 픽션The Fiction, 비밀의 정원’, 최재혁의 ‘무궁산수원無窮山水園’이 참여작으로 선정되었다. 각 정원의 규모는 150m2내외이며 5,500만원의 조성비가 주어졌다....(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 김모아more-moa@naver.com
  • 쓰레기 소각장의 진화 부천아트벙커 B39
    쓰레기 소각장에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1995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삼정동 소각장은 부천 주민 갈등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루 수백 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던 소각장은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다이옥신을 뿜어냈고, 시민들은 소각장 폐쇄를 위한 대책 위원회를 구성했다. 결국 소각장은 운영을 시작한 지 15년 만인 2010년에 폐쇄되었다. 멈춰버린 소각 시설은 그렇게 방치되다 사라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4년 삼정동 소각장이 ‘문화체육관광부 폐산업시설 및 산업단지 문화재생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되며 새롭게 활용될 준비에 돌입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6월, 1년여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소각장은 ‘부천아트벙커 B39(이하 B39)’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B39에서 39는 39m에 달하는 쓰레기 벙커의 깊이를 뜻한다. 고치고 남기고 ‘삼정동 소각장 문화재생사업 건축설계공모’에서 당선된 김광수 건축가(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 건축사사무소 커튼홀 공동대표)가 소각장의 리모델링 계획을 맡았다. 그는 건축적 개입을 최소화했다. 과거의 기억을 남김과 동시에 부족한 예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기존 건물의 골격을 거의 유지하되, 건물 동쪽에 긴 통로를 새로 만들었다. 노출 콘크리트 통로는 소각장과 비슷한 스케일과 재질로 만들어진 덕분에 원래 건물의 일부처럼 보인다. 거대한 회랑을 닮은 통로를 따라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건물 내부로 향하게 된다. 소각장은 현재 1, 2층만 재단장된 상태다. 나머지 3, 4, 5층은 향후 예산을 확보해 순차적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1층의 로비와 카페, 2층의 직원 사무실과 스튜디오 룸에서는 이곳이 과거 소각장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지만, 곳곳에 소각장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적절히 남아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 윤정훈hoons920@daum.net
  • 10 : 13 : 14 ‘세월호 선체 활용 방안 공모전’ 대상작
    지난 8월 22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주최한 ‘세월호 선체 활용 방안 공모전’의 대상작이 발표됐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공모는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세월호 선체를 의미 있게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선조위는 선체를 활용한 콘텐츠, 선체를 융해하여 다른 형태로 재창조하는 방안 등 형식과 범위의 제한 없이 다양한 선체 활용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심사위원회는 작품의 실현 가능성, 창의성, 효율성, 효과성, 적용 범위 및 계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박우성(삼육대학교)의 ‘10 : 13 : 14’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앞으로 선조위는 유가족과 자문 위원회, 지차체 등과의 협의를 거쳐 대상작의 아이디어 일부를 세월호 추모 공원 설계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10 : 13 : 14 전남 진도군 팽목항의 2만 4,000여m2 규모 임야에 선체를 활용한 시각적·체험적 추모 공간을 조성한다. ‘10 : 13 : 14’는 세월호 참사 당일 선체가 90도로 기울었을 때의 시각 10시 13분 14초를 의미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 김모아more-moa@naver.com
  • [편집자의 서재] 아무튼, 잡지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은 다양한 사람이 저마다 매료된 한 가지를 한 권의 책으로 소개한다. 1인 출판사 세 곳(위고, 제철소, 코난북스)이 따로, 또 같이 펴내는 이 책은 각 출판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필자도 주제도 가지각색이다. 피트니스, 서재, 망원동, 스웨터, 로드 무비, 일본 철도 등 이쯤 되면 다음 나올 책은 무엇을 다룰지 궁금해진다. 각기 다른 주제는 한 사람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데 일조했다는 공통점으로 묶인다. 그래서 『아무튼』의 부제는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다.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과 문화를 공유하고 전시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이런 주제의 글들을 묶으면 좋은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기획 의도로 볼 때, 이 책의 정체성은 가벼운 정보서라기보다 취향에 관한 소소하고 사적인 기록물에 더 가깝다. 각 책의 저자는 본인이 쓰는 주제의 전문가가 아니다. 『아무튼, 피트니스』는 십여 년간 폭식과 폭음을 일삼던 인권 운동가가 ‘살기 위해’ 운동을 결심하면서 점점 운동의 즐거움을 알아간다는 내용이고, 서재 편은 목수가 저자이며, 심지어 게스트하우스 편은 약사가 쓴 책이다. 이 시리즈에 입문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아무튼, 잡지』였다. 한 독립 서점에 들러 여유롭게 책 구경을 하던 중, 서가 한 칸에 나란히 나열된 책들을 발견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은 ‘잡지’라는 글자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탓이었다. 스스로에게 읽혀야만 할 것 같은 모종의 의무감이기도 했다. 잡지가 생산되는 주기에 삶의 박자를 맞춰가며 한 달에 한 번씩 노동의 집약체를 두 손에 받아 들었을 때, 서점 한 구석을 차지하는 잡지 코너에 누가 무슨 책을 읽고 있나 무심한 듯 곁눈질했을 때, ‘요즘 잡지 어렵지 않냐’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웬수 같은 친구 놈 앞에서 괜히 발끈했을 때, 잡지의 무게는 얼마큼 인지 잡지가 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답은 빤하니 어디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궁금해 했다. 취미가 독서인 사람은 여럿 봤어도 잡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잡지를 다루는 책이라니. 소설도, 시도, 만화도 아닌 어떻게 잡지인 것인지, 어떤 사정이 들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했는데 ‘잡지 읽는 거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질문하는 사람이 잡지를 즐겨 읽는 이가 아니라면 ‘네, 뭐, 그렇군요’라는 식의 슴슴한 대답이 돌아온다. 잡지 읽기가 취미라는 저자 황효진은 상대방의 이러한 미적지근한 반응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잡지는 저자에게 오랜 서랍장 같은 존재다. 만화 잡지 『나나』로 입문한 순정 만화의 세계, 패션 잡지에 딸려 오는 화장품으로 어설픈 화장을 해 보던 시절, 각양각색의 일본 잡지에 반해 일본어를 더듬더듬 공부하던 기억 등, 잡지를 통해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대부분을 공감하기 힘든 시대가 되어 버렸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도나도 잡지를 읽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나만 읽는 시간대에 놓인 저자는 퍽 당황스럽다. 그는 사라져가는 잡지를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다가도, 잡지에 대한 책을 쓰자니 잡지를 읽는 이유를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그래서 잡지에 얽힌 에피소드 사이사이 잡지를 읽는 나름의 이유(속에 감추어 둔, 잡지를 읽었으면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 이유 중 하나인즉슨 ‘좀 더 제대로 살고 싶어서’란다. 잡지를 안 보면 제대로 사는 게 아닌가? 벌써부터 발끈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는 잡지에 있지도 않은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속셈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잡지가 애당초 ‘꼭 필요한 것’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팩트를 짚고 넘어가며 잡지의 존재 이유를 대변한다. “나는 ‘그게 꼭 있어야 돼?’라는 말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그게 없어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무언가는 아니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지만, 다만 있으면 더 좋은 것들, 더 알면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왜 기본만 챙기며 살아가야 할까. ‘가성비’의 세계에서 벗어나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닌 무언가를 보고, 사고, 해보며, 우리는 조금 더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1 잡지의 무게를 가늠하니 조경의 무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인 산업의 규모를 떠나 필요성의 기준에서 볼 때 잡지의 무게와 조경의 무게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조경을 공부하고 조경 전문지 기자라는 포지션에 놓인 나는, 멀쩡한 길을 놔두고 괜히 보도 경계석 위로만 걸어 다니던 어린 시절부터 알아챘어야 한다. 꼭 필요한 것에서 살짝 비켜난 길 위로 아슬아슬하게 걸어갈 거라는 걸.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닌 두 개의 중간에 걸쳐 있는 이 애매한 자리는 종종 약간의 씁쓸함을 삼키게 한다. 잡지에 실을 프로젝트를 찾다 빈곤한 조경 작품 수에 비해 차고 넘치는 건축 작품을 보면서, (작품은 훌륭하지만)압도적인 건물이 선심 쓰듯 제공한 공간에 마련된 아모레퍼시픽 본사 정원을 바라보면서, 취재를 준비하던 부천아트벙커 B39의 조경 계획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알고 나서, 조심스럽게 조경의 위치를 헤아렸다. 여유가 있으면 하고, 없으면 과감히 포기해버리는, 생략 가능한 것들의 목록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번 달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를 다루며 ‘아무튼, 조경’이라는 기획 목록에도 없는 책의 이름을 떠올렸다. 대상지에 일어난 미미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보며,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난 청년들을 인터뷰하며, 잡지든 조경이든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로 말미암아 사람이든 공간이든 더 나아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잡지가 삶에 한 결을 더 해 좀 더 제대로 살게 해 주는 것이라면, 공간에 한 결을 더해 좀 더 제대로 된 공간으로 일구는 것이 조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헛헛한 마음을 조금 채웠다. 1. 황효진, 『아무튼, 잡지』, 코난북스, 2017, p.105.
    • 윤정훈hoons920@daum.net
  • [CODA] 실패할 용기
    오전 11시 반이면 조금 이른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11시 반부터 1시까지, 좀 더 여유롭게 점심을 즐기라는 취지로 점심시간이 30분 늘어난 덕이다(대신 퇴근 시간이 30분 늦춰졌다). 6층 공간에 탁구대와 장기판 겸 바둑판이 놓이기도 했다. 새로운 시간표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나는 특별한 일을 하는 대신, 좀 더 맛있는 점심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다. 이제 맛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도 단념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사실 새로운 맛집에도 도전하고 싶은데 선뜻 발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 기껏 가게 앞까지 가놓고서는 문 앞에서 식당 이름을 검색해보기 일쑤다. 그 이유는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고작해야 칠팔천 원이지만 맛없는 걸 먹고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발길은 안전한 가게를 향해 돌아선다. 이미 먹어 보았기에, 최고는 아니더라도 보장된 맛을 느낄 수 있는 그곳으로. 그렇게 다음번에는 꼭 가야지 한 가게가 가 본 가게가 되기까지, 길게는 1년여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최근 각종 이벤트나 홍보 문구에 자주 사용되는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유래했는데, 그는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서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작기는 하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소소한 일상 속 에서 행복을 찾기를 권한다. 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욜로YOLO(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와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준말, 일과 삶의 균형)에 이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소확행은 욜로나 워라밸과 달리 소비 패턴과 좀 더 깊은 관계를 맺는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이나 “겨울 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도 소확행이지만, 늦은 밤 네 캔에 만 원 하는 수입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는 일이나 저렴하지만 좋아하는 물건을 수집하는 일 역시 소확행의 일종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 여러 SNS에서 소확행을 검색해 보면 꽤 많은 사람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작다’를 ‘적은 금액’과 연관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부수현 교수(경상대학교 심리학과)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전망이 어둡다 보니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불확실한 큰 가치’를 획득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소모적이라는 걸 깨닫고, 경제적 상황이 ‘작은’ 것밖에 즐길 수 없게 된 암울한 시대를 반영한 소비트렌드가 소확행이다.”1불확실한 가치를 기대하기를 포기한 모습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일이 참 닮아 보인다. 내게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씁쓸하게 다가온 이유가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실패에는 도전이 선행되기 마련이다. 도전과 실패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몇몇 일화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2017년 5월 공개된 ‘서울로 7017’.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고가 위의 식물원은 공모 당선작으로 선정되자마자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중 하나가 과연 콘크리트 위에서 식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2016년 4월 7일에 열린 특별초청강연회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지자 비니 마스가 답했다. “리스크가 없으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서울수목원’이 실험의 장과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잇는 교량이 되기를 바란다. … 이 실험이 의미 있는 도전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내가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왜 하필 그 실험을 다른 나라 수도의 한복판에서 하느냐는 불만이었다. 그것도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금 뒤에야 나 역시 그가 함께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실험을 비니 마스라는 한 개인의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실험으로 치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그 실험이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형태로 진행되었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옥수역 고가 하부에 들어선 ‘다락 옥수’의 설계자인 조진만 건축가와의 인터뷰다(『환경과조경』 2018년 6월호 p.121 참조). 그는 이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한 가지 실험을 하고자 했다. 바로 음지의 둔덕을 다양한 식물로 뒤덮인 정원으로 만드는 것. 하지만 이 실험은 설계안을 무시하고 둔덕 가득히 가장 흔한 음지 식물인 맥문동을 식재한 관할 구청 덕분에 수포가 되었다. 그는 “시범사업은 하나의 테스트라는 의미가 크다. … 둔덕에서 어떤 식물이 살아남는지 또 죽는지 살펴보며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잃었다. 시범사업이란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닌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시도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험에서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던 아쉬움 가득한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모든 실패에 도전이 선행되듯,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험과 도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도전에 실패한 사람들이 어떤 비난을 받는지를 목격해왔다. 실패할 수 있는 용기는 실패해도 괜찮다 여길 수 있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유에서 비롯된다. 맛없는 점심을 먹었더라도 맛있는 디저트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여유. 부산현대미술관 수직 정원의 디자이너 패트릭 블랑은 지난 5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수직 정원은 정해진 식물 목록으로 만든다기보다 늘 새로운 도전이다. 왜냐하면 찾고자 하는 식물을 구할 수 없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식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공간에 맞춰서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매번 커다란 도전이다.” 말하는 내내 즐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그에게 이제야 묻고 싶다. 도전과 실패를 즐길 수 있는 문화는 어떻게 해야 찾아오는 걸까? 1. 이슬기, “경남 소비 트랜드도 ‘소확행’, 경남일보 2018년 1월 23일.
    • 김모아more-moa@naver.com
  • [PRODUCT]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륙양용 배’ 놀이대 바퀴가 달린 엉뚱한 형태의 배 놀이대로 창의적 놀이 활동 유도
    토리TORY는 도토리의 야무지고 옹골찬 이미지에서 따온 말로, 목재를 활용해 다양한 조경 시설물을 생산해 온 비엔지BnG(Blue & Green Landscape Development)의 복합 놀이 시설물 브랜드다. 토리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랜드마크로 기능할 수 있는 조형미를 갖춘 놀이 시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풍차 마을, 중세 마을, 캠핑카, 기린 텐트 등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창의적인 디자인의 놀이터를 개발하고 있다. 바다를 테마로 한 놀이대 중 하나인 ‘수륙양용 배’는 바퀴가 달린 엉뚱한 형태의 배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놀이대 위에서 아이들은 선장이나 선원, 때로는 해적이 되어 역할 놀이를 즐길 수 있다. 배 앞머리의 그물 놀이 시설은 아이들의 담력을 키우고 균형 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며, 후면의 원통형 미끄럼틀에서는 질서를 지키는 법을 배울 수 있다. TEL. 031-708-0694 WEB. www.toryi.com
    • / 비엔지
  • 호주, 아시아 국가 간의 공유와 연대의 가능성을 지닌 땅 2018 호주 경관 컨퍼런스, 5월 5일 시드니에서 개최
    호주의 조경 전문지 『LAA Landscape Architecture Australia 』가 주최한 ‘2018 호주 경관 컨퍼런스Landscape Australia Conference’가 5월 5일 시드니 공과대학UTS(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에서 열렸다. 『LAA』는 2018년 4월호에서 조경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 하고 있음을 선언하고 아시아를 주제로 다양한 기사를 다루었다. 이 컨퍼런스는 그 연장선상의 기획으로, 『LAA』에 소개된 한국의 오피스박김과 홍콩의 루럴 어반 프레임워크Rural Urban Framework를 비롯하여 싱가포르, 태국, 인도, 뉴질랜드에서 활동 중인 조경가를 초청해 현시대의 쟁점과 작업을 공유하고 연대를 형성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유럽 정착민에 의해 형성되었고 공식적으로 아직 영국 연방에 속하는 호주는 아시아 국가와 같은 시간대, 태평양을 공유하는 시공간적 입지로 인해 아시아와의 경계가 모호하다. 영어를 사용하는 백인 호주인에게 아시아인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기 어렵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을 놓고 호주와 경기를 벌일 때는 아시아 태평양 그룹에 속한 호주가 크게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호주인도 이러한 ‘주변부적’ 입지를 인지하고 있다.1세계 여러 나라, 특히나 아시아로부터의 유학생과 이민자의 급증을 경험하고 있는 호주는 대학 프로그램과 전문 영역에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 간에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연대를 형성 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잠재력을 지녔다. 컨퍼런스는 2015년 철도 부지에서 공원으로 탈바꿈한 굿즈 라인The Goods Line(『환경과조경』 2016년 3월호, pp.12~25 참조)과 연결된 닥터 차우착윙 빌딩Dr. Chau Chak Wing Building에서 열렸다. 시드니를 포함한 호주의 여러 도시 그리고 뉴질랜드의 조경 및 건축 관련 전문가가 회의에 참여했으며, 아시아 각국에서 초청된 여섯 팀의 강연, 진행자와의 토론, 휴게 시간 등 세 세션이 진행 되었다. 태국의 도시 인프라 문제와 대안 방콕에SHMA 조경설계사무소를 설립하고 활동 중인 요사폰 분섬Yossapon Boonsum과 프로판 나파웡디Propan Napawongdee는 태국의 많은 도시가 부실한 배수 시설, 원활하지 않은 교통 체계 등 열악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어떻게 이를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들은 방콕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방콕 북쪽 대중교통의 종점인 차우투착Chatuchak으로부터 남쪽 강변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을 제안한다.10km에 달하는 이 구간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축으로 기능하며, 도처에 단절되고 버려진 공간을 연결하는 동시에 출퇴근 보행 루트가 된다. 또한 ‘BKK 10KM’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을 제안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동영상을 통해 10km 구간을 시민들과 함께 뛰면서 프로젝트가 도시에 불러올 긍정적 변화를 이야기하고,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버려진 다리 밑과 강변, 그리고 육교 등이 어떻게 탈바꿈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에서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그들의 고민을 느낄 수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64호(2018년 8월호)수록본 일부 이홍인은 호주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과를 졸업 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셀(Hassell)의 멜버른 오피스에서 BIM 모델링,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가상 현실 등의 신기술을 조경 실무에 응용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 이홍인88honglee@gmail.com
  • 기록을 통해 옛 동네의 기억을 이어가다 ‘두 동네의 기록과 기억’ 전, 돈의문 박물관마을 돈의문전시관
    아무리 반짝거리는 새 도시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낡기 마련이다. 버려야 할 부분을 덜어내고 필요한 기능을 얹어 고쳐 쓰면 좋으련만, 대부분의 도시는 그대로 방치되어 슬럼화되거나 허물어져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개발되기 일쑤다. 육중한 건설 장비에 스러져 가는 낡은 도시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함께 사라질 오랜 정취와 추억이 아쉬워진다. 지난 4월 16일 돈의문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돈의문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2003년 돈의문 일대(새문안 동네와 교남동 일대)가 ‘돈의문 뉴타운’으로 지정되자 서울 역사박물관뿐만 아니라 민간 연구 그룹이 자발적으로 모여 돈의문 일대의 모습을 기록하고 조사했는데, 이 작업을 모형, 영상, 패널 등으로 전시해 돈의문마을을 기억하고자 했다. 돈의문 박물관마을 내에 위치한 전시관은 전시실 세 동과 교육관 한 동으로 구성된다. 기존의 동네 식당을 복원하고 활용한 것이 특징인데,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었던 ‘아지오AGIO’와 한정식집 ‘한정韓井’의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두 건물을 연결해 전시실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옛 돈의문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중략)... * 환경과조경 364호(2018년 8월호) 수록본 일부
    • 김모아more-moa@naver.com
  • [편집자의 서재]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다. 두 번의 여름을 몹시 더운 곳에서 보냈다. 한 번은 필리핀, 또 한 번은 습기로 가득한 고온의 온실이었다. 하지만 올여름은 내가 겪은 그 어떤 여름보다도 견디기 어렵다. 연이은 폭염 속에서 ‘차라리 거기가 나았어’라고 중얼거리면서 하루하루 발갛게 익어가고 있다. 영화 ‘클릭’처럼 시간을 조종하는 리모컨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빨리 감기’ 버튼을 눌러 이 지독한 날들을 후루룩 넘겨버리고 싶지만, 1년 중 가장 활발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북극을 생각하면 버튼을 선뜻 누르지 못할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북극하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풍경을 상상하지만 북극에도 여름이 있다. 한국에서 여름인 7월이 되면 북극도 여름을 맞이한다. 낮 기온이 영상 10도까지 오르고 온종일 태양이 떠 있는 이 시기는 극한의 추위를 피해 있던 각종 동식물이 움츠렸던 몸을 한껏 펴는 시간이다. 꽁꽁 얼어 있던 땅이 녹으면서 각종 현화 식물과 지의류, 선태류가 넓은 땅을 가득 덮고, 그 속에서 곤충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북극토끼는 마음껏 풀을 뜯어 먹으며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산란기를 맞은 새들은 갓 태어난 새끼들을 보듬기에 여념이 없다. 아쉽지만 북극의 여름은 길어봤자 한 달 남짓, 기나긴 겨울 속 잠깐의 따뜻한 시간이다. 8월이 지나면 또다시 찬바람이 불어와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된다. 펄펄 끓는 올여름이 지나고 한국에 가을이 오면 북극의 동물들은 잠자듯 살테고, 꼬까도요와 세가락도요는 그린란드부터 유럽과 아프리카 해안까지, 남반구에서 북반구 끝을 오가는 긴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쯤 막 알에서 나와 솜털을 휘날리며 북극 위를 앙증맞게 돌아다니고 있을 작은 새들을 생각하니 이 지긋지긋한 여름이 조금은 더디게 흘러도 괜찮을 것 같다. 극지에서 동물을 연구하는 이원영은 북극의 동식물만큼이나 북극의 여름을 기다린다. 극지 연구소 연구원, 동물행동학자, 생태학자 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가 여럿 있지만 풀어서 말하면, 동물에 대한 애정이 흘러넘쳐 해마다 여름과 겨울이면 극지로 향하는 사람이다. 그는 매년 남극에서 펭귄을 연구했지만 가슴 한편에 북극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지냈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꽁꽁 언 동토의 벌판 위에 눈을 맞으며 홀로 서 있는 사향소의 모습’을 본 후부터였다. 북극이나 남극이나 어차피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건 마찬가진데 다른 게 있을까 싶지만, 같은 극지라도 북극에는 펭귄이 없다. 북극흰갈매기, 회색늑대, 사향소는 북극 인근 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동물들이다.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는 바라고 바라던 북극 땅에 닿게 된 그가 두 차례에 걸쳐 그곳에서 여름을 맞이한 기록이다.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야생의 땅에서는 더욱 그렇다. 예민한 북극토끼를 관찰하기 위해 오전 내내 토 끼 무리 옆에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앉아 기다리기도 하고, 광활한 대지에서 작은 새 둥지를 찾기 위해 몇 시간을 돌아다니는 것쯤은 가벼운 산책 정도로 여겨야 한다. 하지만 기다린 만큼 보람도 있는 곳이다. 식사 도중 ‘얼음 위에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마법의 새’라 불리는 북극흰갈매기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일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사향소와 대뜸 마주친다. 무엇보다 호기심 많은 생태학자에게 산에 굴러다니는 배설물만큼 반가운 손님도 없다. 산 정상에서 말로만 듣던 회색늑대의 분변을 찾았을 때, 그는 손으로 집어 들어 냄새를 맡아보고, 손톱으로 한쪽 끝을 부서뜨려보면서 세상 진지한 태도로 분석한다. “연한 회색빛에 길이는 10센티미터, 두께는 3센티미터는 족히 되는 듯하다. 이 정도라면 작은 동물의 것이 아니다. … 레밍의 것으로 추측되는 뼈와 털잔해가 뒤섞여 나온다. 이 정도 크기의 배설물을 만들어내는 포식자라면 …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회색늑대다!’하고 외쳤다.”1 가방에서 지퍼백을 꺼내 조심스럽게 분변을 담고, 동료들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과장하지 않은 담백한 이야기가 좋다. 북극곰과 마주해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다던지, 새와 친구가 된다는 드라마틱한 내용은 없다. 아무 수확 없이 허탕 치는 날도 있고, 여전히 동물들은 그를 경계한다. 하지만 종종 걸음으로 새를 쫓아다니고, 들판에 핀 꽃의 이름을 찾아보는 이가 매일 밤 써내려간 일기에는 옆에서 듣는 듯 친근한 어투와 순수한 호기심이 가득 들어 있다. 덕분에 읽는 사람은 그의 여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책 속 북극의 풍경을 더듬더듬 그리다 보면 그곳의 서늘한 바람이 한차례 지나가는 듯하다. 더위에 많이 시달린 탓일까. 다음 문장은 여름 내내 가지고 다닐 것 같다. “바다에 떠 있는 빙산 중 하나가 뭍 가까이에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다. 나는 빙산에서 손바닥 크기의 조각을 떼어내 지퍼백에 담아 캠프로 가져갔다. … 우리는 얼음을 잘게 쪼개어 컵에 넣고 위스키를 조금 따랐다. 컵에 귀를 갖다 댔더니 얼음이 녹으면서 ‘톡 톡 톡’ 하는 경쾌한 음이 들렸다. 수만 년 전 빙하가 생길 때 그 안에 갇힌 공기가 빠져나오는 소리다. … ‘역사의 맛이야.’”2가 본 적 없는 그곳의 풍경이 그리워진다. 1.이원영,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글항아리, 2017, pp.120~121. 2.위의 책, p.259.
    • 윤정훈hoons920@daum.net
  • [CODA] 새로운 공간, 독자와의 만남
    7월 12일, 손 없는 날은 그 주에서 둘째로 더운 날이었다. 가장 더운 날은 짐 싸기에 이어 본격적으로 짐을 나르기 시작한, 이사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악귀는 없었는지 몰라도, 우리는 귀신보다 더 끔찍한 폭염과 함께 장장 3일간 사우나에서 헤매는 듯한 기분으로 짐을 정리해야 했다. 유월부터 호들갑을 떤 것 치곤, 이사 완료 소식이 늦었다. 예고한 바와 같이 『환경과조경』은 내방역 인근 평지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다. 역에서부터 도보로 3 분도 채 안 되는 거리, 초역세권이다! 게다가 2층이다. 지각할까 염려하며 북적이는 엘리베이터를 몇 번이고 놓치는 대신, 계단을 몇 번 겅중겅중 오르기만 하면 가벼이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다. 이사가 끝난 뒤에도 자잘한 정리 작업 때문에 일주일 정도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 제법 새로운 사무실에 적응한 직원들은 점심 시간마다 새로운 맛집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사를 마치자, 두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남았다. 먼저(구)사무실에 세워졌던 붉은 벽. 베를린 장벽처럼 사무실 중앙을 가르는 이삿짐 바구니가 높게 쌓였는데, 그 안에 든 건 창고와 책꽂이를 채우고 있던 잡지와 단행본들이었다. 옮겨도 옮겨도 끝이 없는 책 꾸리기 작업을 계속하며, 지금껏 소리 내 본 적 없는(마음속으로는 몇 번 한 적이 있다)“잡지를 잘 만들고 잘 팔아서 절대 재고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중얼거렸는지 모른다. 오래전 새로 산 아이패드를 자랑하던 친구의 말도 떠올랐다. 그는 온갖 잡동사니와 두꺼운 책으로 부푼 내 가방을 보며 그랬다. “미련하게 무거운 거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지 말고, 수시로 가지고 다닐 책은 이북e-book으로 봐.” 한 손에 든 아이패드를 종잇장처럼 가볍다는 듯이 흔들어 보이던 친구의 샐쭉한 미소가 얄밉기만 했는데, 이제 와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끝에 닿는 종이의 질감과 책장을 넘길 때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종이 책만이 지닌 낭만이 있지만, 나날이 집안 한구석에서 몸집을 키우는 책 더미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다음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몇 번이고 바뀌었던 가구 배치안이다. 궁금해 하실 것 같아 알려드리자면, 단체 카톡방에 공유된 가구 배치 아이디어(『환경과조경』 2018 년 6월호 코다 참조)는 모두 반려됐다. 사실 도면부터 다시 그려야 했다. 이놈의 건물 벽이 몰래 줄어들었다 늘어나기라도 하는 건지, 치수를 재러 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몇 번의 수고 끝에 정확한 도면을 만들고, 배치안까지 완성했는데 뜻밖에도 이삿날 문제가 발생했다. 일렬로 책장을 늘어놓으려 했던 자리에 형광등 스위치가 있었다. 가구 배치를 진두지휘하던 나창호 기자는 당황했다. 가구는 계속해서 밀려들어 오고, 인부들은 끊임없이 “이 가구는 어디에 놓냐”며 대답을 재촉했다. “도면은 근삿값 수준의 스케일로 작성하고, 최종 스케일은 현장에서 결정”1한다던 최재혁 작가의 글이 생각났지만, 이 노하우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미완의 악보를 작성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이를 최종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완성시키려는 노력”2 은 어느 정도의 감각과 경험을 갖춘 조경 가에게 통용될 말일 테니까. 새로운 사무실은 전과 달리 세 면이 통유리다. 이제 고개를 틀면, 액자처럼 전깃줄과 느티나무 가지를 보여주던 작은 창 대신 대로변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창 때문에 전처럼 책꽂이를 많이 놓을 수는 없지만, 탁 트인 풍경이 야근의 피로를 잊게 해주길 바라본다. 또 하나 큰 변화는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같은 사옥의 6층은 두 개 층을 합쳐 높은 천장을 확보한 공간으로, 복층을 두어 위층을 사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래층과 위층을 연결하는 목재 스탠드는 각종 행사에서 훌륭한 객석이나 연단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대망의 첫 행사로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 북토크 “여자 둘, 남자 둘의 수다스런 책 읽기”가 열렸다. 처음이기에 서투를 수도 있겠지만, 꽤 많은 독자가 찾아와 저자, 패널 그리고 다른 독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북토크는 독서 인구 감소에 대항하려는 출판사의 생존 전략 중 하나지만, 독자가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이 같은 행사가 『환경과조경』의 독자층을 풍부하게 만들 뿐 아니라, 새로운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걱정거리 하나를 덧붙이자면, 새로운 사무실은 전과 달리 중앙냉난방 시스템으로 사무실 온도를 조절한다. 이번 마감 내내 아홉 시 무렵이면 어김없이 관리인분이 찾아와, 언제 퇴근할 것인지(언제 에어컨을 끌 수 있는지)를 물었다. 어쩌면 앞으로 야근의 고통을 불볕더위와 함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코다를 쓰느라 야근하며 관리인분을 귀찮게 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마감이 임박했을 때 쓴 코다가 현장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지 않나 하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아 본다. 1.이번 호, p. 95. 2.위의 책, p. 95.
    • 김모아more-mo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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