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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하신 회사 선배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건강, 돈, 친구’가 제일 중요하다고 반복해 강조하셨다. ‘돈’이야 어렵겠으나, ‘건강’과 ‘친구’라면 그래도 공원이 제법 커버할 수 있겠다 싶었다. 기실 공원의 발단이 1832년 영국 런던의 콜레라 대유행과 연관이 클 정도로 공원과 건강은 한 몸이나 다름없다. 공원에서 산책과 달리기 등 운동을 통한 시민의 건강뿐 아니라, 맑은 공기와 생태계 조절 등 도시의 건강까지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런 건강 측면으로 요즘 공원에서 유의미한 움직임이라면 ‘맨발걷기 붐’과 ‘야외체육시설의 진화’가 손 꼽힌다. 점점 흙이 없는 도시가 되니 외려 흙길을 찾는 것인지, 맨발걷기는 현재 공원에서 가장 핫한 이슈다. 어찌 보면 건강의 영역을 벗어나 신화의 영역에 다다를 정도. 거친 산길을 맨발로 걷는 건 기행에 가까웠는데, 2006년 대전 계족산 황톳길(14㎞)을 시작으로 2020년 서울 양천구 안양천 황톳길(570m)과 강남구 양재천 황톳길(600m) 조성 등을 통해 맨발걷기용 흙길이 공원 제도권으로 진입했다. 물론 맨발공원으로 불리던 지압보도도 있었다. 밀레니엄 전후로 주요 공원마다 자갈, 사고석 등의 재질로 지압로가 조성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현재도 일부 남아있지만, 이젠 이용률이 극히 저조해지며 사라져간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공원도 개별 시설마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흥망성쇠를 겪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공원으로 진출한 황톳길에서 수년간 경험이 쌓이고 민간단체가 태동하고 몇몇 언론보도를 통해 맨발걷기의 장점이 증폭되는 과정을 거치며, 2022년부터는 공원 내 흙길 조성 요구가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작년부터 양천구는 현황조사를 거쳐 총 20개소 3.7㎞의 맨발흙길 기본계획을 수립·추진 중이고, 전국 주요 공원마다 황톳길 등 맨발흙길 조성이 쇄도한다. 신규 조성뿐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활성화된 공원 내 흙길을 정비하는 방식도 활발하고, 시설 측면에서도 황톳길과 마사토길, 건식흙길과 습식흙길로의 분화와 배수를 위한 황토 배합비 조절, 이용 편의를 위한 세족장, 신발장, 비닐하우스, 방수포 설치 등 다방면으로 진화 중이다. 건강 측면에서 요즘 공원의 또 다른 이슈는 야외체육시설의 진화다. 2000년대 초반 공원에 처음 도입된 야외체육시설은 종목 확대와 내구성·디자인 개선 수준에 머무르다, 팬데믹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초기 집합금지와 거리두기로 인해 인기를 끌며 공스장(공원+헬스장), 산스장(산+헬스장) 같은 유행어를 만들더니, 팬데믹이 지속되며 높아진 수요는 난이도 높은 근력운동과 맨손 복합운동기구로는 물론, 난이도 낮은 어르신을 위한 감각 운동기구로까지 확대시켰다. 비가림 시설과 조합해 일상성도 높였고 에너지 생성까지 스마트하게 뻗어나가면서, 상대적으로 배제되었던 청년과 여성까지 폭넓게 포용하는 중이다. 두 번째 주제인 ‘친구’로 넘어가기 전에 소개하고픈 중첩된 사례가 도심 공원과 거리에서 자주 만나는 러닝크루(Running Crew)다. 주로 평일이나 일요일 저녁, 젊은 직장인이나 학생 그룹이 깔끔한 복장으로 줄지어 달린다. 건강을 챙기면서도 느슨한 팀워크를 구축해 안전성과 참여도를 높이는데, 볼 때마다 흐뭇하다. 이런 낮은 단계의 관계망은 ‘혼자’를 강조했던 팬데믹을 거친 이후 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트렌드이기도 하다. ‘친구’라 표현했지만 ‘관계’로 해석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할 것이다. 공원은 혼자 찾는 사람도 많고 또 그만큼 다양한 관계망이 동반되기도 한다. 가족이나 연인과 피크닉을 위해 찾는 경우도, 친구와 함께 운동을 즐기는 경우도, 반려견 등 반려동물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전국에 600만 명(命) 정도로 추산되는 반려견은 요즘 공원의 주 이용객으로서 큰 변화를 이끈다. 2004년 최초로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반려견 놀이터가 생긴 후,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지역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를 넘어서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하나 인구 4명에 1명꼴, 약 1300만 명까지 반려인구가 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특히 팬데믹을 지나며 반려동물 입양률이 연간 20% 가까이 증가하니, 반대 목소리를 드높이시던 어르신들의 데시벨이 크게 낮아졌다. 현재 서울시 공원내에만 반려견 놀이터 23개가 운영중이며, 그 중 양천구도 7개로 30%를 차지한다. 특히, 내달 양천구 목동IC 남측녹지대에 개장하는 ‘목동반려숲’은 녹지공간 전체를 반려견 테마로 꾸몄다. 앞으로 모든 공원에 다양한 형식의 반려견 놀이터가 도입될 뿐 아니라, 교육기관, 보호소, 보건소, 캠핑장 등 반려동물 테마시설도 확대될 것이다. 반려동물뿐인가? 팬데믹은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도 키웠다. 즉각적 반응이 특징인 반려견과 스마트폰에 대응하는 ‘느린 관계 맺기’다. 집에서의 반려식물은 공원에서의 텃밭과 정원으로 확장되는데, 모두 가드닝의 영역이다. 요즘 공원에서 식물 관련 최대 이슈는 ‘정원’으로, 전국적인 정원도시 트렌드와 맞물리며 도시의 공원과 거리를 다채로운 정원으로 바꾸는 중이다. 서울시는 작년 5월 정원도시 선언에 이어 올해 봄에만 1000개의 매력정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양천구도 도시 곳곳에 25개의 매력정원을 일구는 상황. 우리는 왜 이렇게 공원과 거리에 정원을 만들려 노력할까? 정원이 갖는 아름다움과 계절감과 색과 향기와 질감의 매력도 그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복잡한 도시 속에서 인간이 자연과 더 밀착된 관계를 맺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선 모두 ‘반려’식물인 셈. 집에서의 반려식물도 공원 내 정원의 확산도 불안하고 외로운 도시의 삶에 대한 대응이며, 이 노력들로 인해 공원과 거리는 더 많은 가드너들이 함께 가드닝하는 정원도시로 향해있다. 반려동물·반려식물에서 확장된 생태적 관계망 또한 중요하다. 기후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꿀벌의 실종 등 작은 곤충류의 생멸(生滅)부터 숲에서 마주치는 너구리, 강에서 살아가는 새와 물고기와 수달까지 서로 연결되며 큰 위기에 함께 대응한다. 공원에서 생물다양성에 진력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몇년새 시민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에 새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결과를 얻었다. 지속적인 조사데이터를 바탕으로 겨울철 공사 자제나 갈대군락지 관리 등에 목소리를 내주신 덕분이다. 올해부턴 양천구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 ‘에코친구’도 함께 참여한다. 결국 공원을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도시와 자연까지 서로 함께 ‘관계’ 맺음으로써 우리도 도시도 지구도 더 안전해진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간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라는 목표를 향해 모든 분야마다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성적표로 받았다. 물론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거뒀고 민주주의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지만, 결국 우리 사회는 자식을 가지길 거부하는 또 스스로 삶을 소거하는 마음이 가장 강한 나라가 된 셈이다. 출산율의 추락은 젊은 세대가 불암감에 휩싸여 미래를 비관하는 것이고 자살률의 상승은 어르신 세대가 외로움에 휩싸여 현재를 비관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생명의 관점에선 가장 본능적 욕구인 생존과 번식을 선택적으로 포기하는 ‘불임사회’에 돌입했고 또 돌진해갈 태세인 셈이다. 도시는 더 심각하다.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2명에 비해 서울은 0.55명 수준이다. 도시에 사는 젊은 세대들이 도시에서의 삶을, 도시의 미래를 더 비관적으로 본다는 얘기다. 불안감과 외로움이 지배하는 불임사회의 이 엄중한 현실에 대해 도시와 공원과 시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큰 틀에서는 포용도시일 것이고 자연에 대해서는 생태도시일 것이며 공공공간과 개인의 영역에선 정원도시일 것이다. 건강하게 서로 관계맺고 진화를 통해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요즘 공원에 요구되는 핵심 과제다. 온수진 양천구청 공원녹지과장 / 공원주의자 저자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요즘 밤양갱이 때 아닌 인기를 누린다고 한다. 가수 비비의 ‘밤양갱’이란 노래 덕분이다. 밤양갱의 가사를 들어보면 헤어지는 남녀간의 평범한 노랫말인데 가사나 리듬은 달고 단 밤양갱보다 더 달콤하다.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 매력적이고, 익숙한 것 같은데 처음처럼 신선하다. 사랑과 이별, 너무나 익숙한 스토리이지만 이 노래가 우리에게 처음처럼 다가서는 이유가 뭘까? 이 노래를 듣다 순간 오버랩되는 이미지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사랑과 이별을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박해일의 바다 그리고 안개가 자욱한 미장센의 순간을 영원히 각인시키려는 듯 영화의 OST가 흘러나온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1967년 세상에 처음 선 보인 정훈희의 ‘안개’가 2023년 ‘헤어질 결심’에서 함춘호의 기타와 송창식과의 듀엣으로 다시 태어났다. 처음처럼, 익숙하지만 낯설게. 그렇게 우리는 처음처럼 대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술자리에서 우리가 소맥으로 말아 즐겨 마시는 ‘처음처럼’의 의미를 작고하신 신영복선생은 서화 에세이집 「처음처럼」에서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라고 소개한다. 흔히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새로운 것들은 어쩌면 다시 태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재들의 라떼에나 등장할 법한 양갱이 MZ세대들 덕분에 때 아닌 호사를 누리는 것처럼. 변화에 대한 도전은 늘 두렵다. 하지만 도전은 그 자체로서 희망이기에 많은 이들이 젊은이들에게 늘 도전하라고 권유한다. 사람들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변화하는 미래에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소중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비비의 밤양갱이나 정훈희의 안개가 그렇듯,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에 대해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지 않는 삶의 방식과 전통, 그리고 축적된 삶의 가치와 문화가 미래에 어떻게 투영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도시, 건축, 조경 등의 삶을 담는 공간을 다루는 영역에서 처음처럼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할 때 놓쳐서는 안 되는 변화하지 않는 가치는 아마도 공간의 공동체성과 공공성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삶터에서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사는 공동체성을 향한 도전의 한걸음 한걸음은 공간에서의 더 나은 삶, 더 나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다. 뭔가를 처음처럼 도전해 보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느 순간 늘 해 왔던 방식에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닌지, 변화를 향한 도전을 꿈꾸는 것마저도 내가 처한 상황에서는 지극히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치부하진 않는지,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세상을 향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그저 습관처럼 일에 매달려 있지나 않는지 돌아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최근 주목할만한 공원과 광장, 그리고 공공건축 등의 사례에서 엿 볼 수 있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공동체성과 공공성의 공간언어에는 변화하지 않아야 할 공간의 공공성과 공동체성의 가치를 구현한 더불어 숲의 지혜와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정신이 담겨져 있다. 최근 지식사회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 이슈가 챗지피티(ChatGPT)이다. 생성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경이로운 지식의 재창조이다. 하지만 미래의 초정보화시대가 펼쳐지더라도 우리는 지식의 한계에 대한 도전,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끝없는 상상, 그리고 동시대를 사는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식노동을 능가하는 현실에서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의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공간을 상상하고 공간적 상상력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체인지 메이커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미래도시에서 공동체성이란 개념과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보편적으로 도시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공동체성이란 근본 가치를 찾아 나서는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한 초개인화로 인해 내가 중심이 된 세상, 디지털공간에서마저 사유(私有)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공동체성이 인간이 과연 인간다움으로 존중되고 있는가를 묻는 화두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도시에서 우리가 꿈꾸는 희망의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온라인이거나 오프라인이거나 마찬가지로 결국 삶과 터의 관계를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삶터로서의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만족도와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동시에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장소와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 함께 사는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장소와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미래도시에서도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 구분되지 않고 이 둘이 서로 엮여서 한 몸이 되어 삶과 터의 관계망을 잘 엮어 낸다면 삶이 터를, 동시에 터가 삶을 서로 보듬어 미래의 우리의 삶터가 공유와 공존의 숲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영범 / 건축공간연구원 원장
    • 이영범 건축공간연구원 원장
    • 2024-04-09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경의선공원, 경춘선공원, 서울로 7017... 나아가 프롬나드 플랑테(파리), 하이라인(뉴욕), 벨트라인(애틀란타)... 그렇다. 모두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선호도 높은 긴 선형공원들이다. 제주도의 올레길이나 북한산의 둘레길과 같이 트레일을 위한 길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선(라인)’으로 명명되는 공원들이다. ‘길’과 달리 ‘선’이라는 명칭에서 오는 차이는 어떠한가? 전자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그리고 자연 속에 위치한 순환형 동선을 갖춘 산책로의 느낌이다. 반면 후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그리고 도심 속에 있는 일자형 동선을 지닌 공원이다. 도심에 자리하고 있는 면적인 공원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형공원은 단순한 산책로 정도의 ‘길’적인 의미였으나, 최근에는 면적 공원을 조성할 여유가 없는 좁은 도심 공간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대안적 형태의 공원이 되고 있다. 그린네트워크라는 현판 아래 면적 공원을 연결하는 보조적 의미로서의 선형공원이 아니라, 이제는 대등한 대안이 된 것이다. 면이 주는 장점은 다양하다. 선적으로 나타나는 이용자들의 동선을 무한대로 조합할 수 있다. 그래서 각 동선의 조합에 따른 다양한 공간 활동이 가능하다. 가벼운 혼자만의 산책부터 축구와 같은 격렬한 단체 운동까지, 넓은 잔디밭에서는 시민들의 모든 여가 행태를 수용할 수 있다. 다만, 갈림길은 선택에 부담이 있는 낯선 이에게는 고민의 시작이다. 이곳을 잘 알고 자주 찾는 주민이라면 매일의 공간 체험으로 무의식적인 공간 선택이 가능하겠지만, 낯선 이에게는 객관식 시험지의 보기들과 같다. 그래서 선택(체험)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 중간고사 같은 곳이 면적 공원이다. 선은 면과는 다른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이 주연을 맡아, 미국 에미상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포함해 무려 8관왕을 차지한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란 드라마가 있다. 매 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점철된 인생 속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로 실감 나게 그려냈다. 현대인들은 무의식적으로 매 순간 선택을 강요받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스트레스로 좀 쉬고 싶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걷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순간이 찾아온다면 가까운 주변의 선형공원을 찾아서 걸어보라고 귀띔해 주고 싶다. 코로나를 계기로 일방향의 선형공원은 중요한 공원의 형태로 등장했다. 강요된 선택 없이, 머리를 비운 채, 아무런 간섭없이, 짜여진 각본대로 방향과 속도를 제어해 주는 곳이 선형공원이다.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공원에 대한 매뉴얼은 단순하다. 정해진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서 머리를 비우고 심신을 단순하게 정화하는 순간이다. 다른 점은 앉는 게 아니라 걷는다는 것이다. 선형공원은 이곳을 처음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형태의 공원이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하는 관광객들에게 일방통행의 선형공원은 오히려 유용한 관광 코스가 될 수 있다. 서울을 보행 친화적인 21세기형 관광도시로 만들고 싶다면, 선형공원을 도심 속 핵심 인프라로 조성해 보길 제안한다. 서울이 가진 잠재적 랜드마크를 찾아서, 각 점을 연결한 선형공원을 조성한다면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 시점에 어떠한 시설을 놓고, 종점에 어떠한 시설이 있느냐에 따라 선형공원의 효용과 가치 그리고 이용률에 차이가 난다. 잘 짜여진 각본으로 대박 흥행을 기록할 수도 있다. 뉴욕의 하이라인은 뉴요커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전형적인 선형공원이다. 같은 선상을 왕복해야만 하는 선형공원은 지루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선형 상의 진행방향과 역방향 보행 시 보이는 경관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이를 잘 해결한 선형공원이 하이라인이다. 풍성한 나무와 초화들을 의도적으로 활용해 시야를 적절히 닫아주면서 선형을 되돌아올 때는 새로운 경관이 전개되도록 조성했다. 만약 개방감을 위해 시야를 열어주었다면, 오히려 지겹고 단조로운 공원이 되었을 것이다. 더불어 토머스 헤더윅의 베슬이라는 명확한 시점(혹은 종점)과 리틀아일랜드라는 명확한 종점(혹은 시점)이 있어 더욱 걷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센트럴파크가 보고 싶은 공원이라면 하이라인이 걷고 싶은 공원인 이유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사례로 애틀란타의 벨트라인이 있다. 둘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이용객의 차이가 있다. 하이라인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공원인 데 반해, 벨트라인은 관광객보다는 지역주민들의 이용 빈도가 높다. 조성 당시부터 바이커들을 고려하여 개방감 있게 공간을 조성하였다. 산책보다는 이동 통로의 역할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조성하여, 바닥 포장재 역시 목재나 블록보다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와 같은 재료를 주로 사용하였다. 다소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공원의 목적에서 선형공원의 형태를 그려보고 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복잡한 도심에서 면적 공원도 중요하지만, 잘 짜여진 각본처럼 의도된 선형공원을 목적에 맞게 잘 살릴 수 있다면, 걷고 싶고 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촉매 역할을 할 뿐아니라 관광객 유치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선형공원이 더 이상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인공으로 등장할 때가 왔다. 변재상 /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교수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이제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학기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시작부터 하고 보는 성격에 4년간 얻은 경험 자체는 꽤 많았고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렇게 한국의 조경에 대해 나름대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조경학을 공부하면서 조경이 타 건설 분야나 일반인들에게 조경 고유의 특정한 성격을 가진 분야로 인식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경의 법적인 위치나 대한민국 발전 구조상 현재 조경의 입지는 내부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태어난 환경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환경과 기회는 바꿀 수 있다. 녹색나눔봉사단에서의 보조 교사 경험을 통해 어떤 특성의 조경을 바라보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본다. 작년 여름 어린이 조경학교는 나에게 몇 없을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린이 조경학교는 8살~12살 사이의 아이들이 공원을 직접 돌아보고, 자신들이 원하는 공원을 설계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조에 모인 네댓 명의 아이들은 서로 나이도 학교도 성격도 다르다. 어색한 공기도 잠시, 대학생 보조 교사가 아이들에게 몇 가지 가벼운 질문들을 던지면 아이들은 공원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어떤 재밌는 추억이 있는지 자랑하기 시작한다. 우리 조에는 그래서 이러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초등학생임에도 어떤 공간과 놀이가 필요한지에 관한 주관이 아주 뚜렷하다. 나는 이를 통해 조경의 분명한 사회적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조경은 사회적 관계성을 다루는, 타 건설 분야에는 없는 유연함을 가진 분야이다. 지금까지 기업 혹은 지자체에서 사회 공헌을 위해 활용된 조경을 살펴보자.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으로 서울숲 가꾸기, 도시 양봉, 마을 숲, 학교 숲 사업 등이 그것이고, 지자체에서는 녹색 복지를 지향하는 사업으로서 골목길 가꾸기, 정원박람회 등을 개최하고 정원 도시 슬로건을 내건다. 빈 유리병에 돌을 채우고 모래를 채우고 물을 채워야 비로소 빈 공간이 없어지는 것처럼, 사회에 약간의 공백은 늘 존재한다. 조경은 그 간극을 메우는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공통의 기억을 도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물리적 환경에 대해 고민할 때 말이다. 어린이 조경학교는 이와 같은 과정의 축소판이었다. 어린이 조경학교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귀갓길 지하철에서 동료 봉사단원과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조경은 포크를 들고 싸우러 나가는 것 같다고, 조경’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 우리는 조경 바깥에서 새로운 네트워크와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조경인은 특히나 사회적 역량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 사람에 대해, 사람의 행동과 사람 간의 관계와 경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경험의 폭을 넓혀야 한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이용자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팀을 이룬 사람들 간의 관계를 잘 맺을 줄 알아야 한다. 시공과 설계 간의 괴리를 메울 필요도 두말할 것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경의 테두리 바깥에서 시간을 쓸 필요가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어쩌면 조경 바깥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조금 더 다양한 관련 학과 학생들을 더 많이 만났더라면 싶다. 나는 나눔연구원 봉사단과 같은 다양한 학생활동 프로그램이 풍부해져서, 보다 많은 대학생들에게 여러 대학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생겨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경학과 학생들 간의 교류가 특정 기관이 주도하는 기관과 학생 사이의 수직적 수혜적 구조이기보다는, 학생 자신들이 주도하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울림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 울림의 시작을 환경조경나눔연구원 녹색나눔봉사단이 마련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 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공모전과 같은 경쟁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나, 경쟁과는 다른 차원에서 사람을 많이 만나보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하는 일은 한 분야를 이끌어갈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조경을 원해서 조경을 선택한 사람이든, 조경을 어쩌다 붙들게 된 사람이든, 그들 모두가 끌리는 점 하나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공간으로 메타포를 드러낸다. 사람들 일상의 행동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공간을 만들고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킬뿐 아니라, 소속감과 더불어 공간의 의미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조경을 사용한다. 조경을 택한 사람들은 사람과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를 이해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조경을 택한 것이다. 조경이 단순히 녹색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문화적, 인적 유산을 형성하는 한 분야로 더욱 굳건히 자리잡기를 바란다. 어린이 조경학교에서 8~12살 아이들이 함께 놀 공간에 대해 떠들게 한 힘 같은 것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운 조건들을 뛰어넘을 사고와 실천이 필요하다. 더 많이 놀고, 떠들고, 배우자. 서예람 /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제10기 대학생 녹색나눔봉사단 부대표
    • 서예람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제10기 대학생 녹색나눔봉사단 부대표
    • 2024-02-16
  • 지난해 ‘기묘한 이야기’라는 글을 통해 조경계의 불합리한 점을 몇 가지 지적한 뒤 1년이 지났다. 시간은 지났지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것만 같아 글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이런저런 책과 잡지를 뒤적이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하고는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주 오랫동안 해안을 보지 못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새로운 땅을 발견할 수 없다.” -앙드레 지드 한 업계의 작은 발전을 꿈꾸는 것이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일’만큼 대단한 일이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때론 그만큼이나 요원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기에, 호기롭게 이 사람의 명언에 힘을 얻어 아직 별다른 변화의 조짐을 발견 못했어도 계속 가 볼 생각으로 지금까지 시도해 본 몇 가지에 대한 소회를 공유하기로 한다. 1. 표준계약서(초안) 2022년에 조경설계업협의회의 정책분과 소속으로 조경설계 표준계약서의 초안을 만들었다. 이 문서가 갖는 한계는 너무 많다. 애초에 번듯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고, 한 개인이 경험상 알게 된 계약 관계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서 한 문서에 정리한 내용이다. 다행히 변호사의 검토를 거쳤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누가 공인한 것도, 공인을 하려는 문서도 아니라 이제는 없어진 한 사조직의 게시판에 올린 이후 서서히 잊혀 가고 있다. 간혹 개인적으로 연락해 이 문서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은 있으나, 실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이게 만들어진 뒤에 실익은 있었는지 챙기지 못했다.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조경계의 어떤 조직이 갑자기 나서서 표준계약서를 제대로 만들어보겠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이고, 또 동시에 내가 표준계약서를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해서 누가 막을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음 버전은 좀 더 효율적으로 의견과 사례를 수집하고 프로젝트 정보와 과업 내용 외에 대부분의 조항을 수정하지 않아도 되는 버전의 표준계약서로 발전시켜 볼 생각이다. 공식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걸까? 2. 설계자 의도 구현 권장 조항 서울시 도심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방형 녹지’ 등 조경의 중요성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조경 분야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경 분야에서 설계와 시공의 간극은 유독 심한데, 공산품이 아닌 식물을 재료로 다룬다는 점뿐만 아니라 조경감리 전문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관련된 전문 분야 자격제도가 조금씩 불완전한 점 등 워낙 다양한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 문제의 실마리를 풀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법이 필요하지만, 참 다양한 법에서 조경의 업역이나 자격, 기능은 정의되어 있지 않거나 제외되어 있거나 생략되어 있다. ‘개방형 녹지’는 계획과 설계, 시공 및 운영관리를 포함한 전 생애주기에서 조경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개방형 녹지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설계자 의도 구현 용역을 권장하는 문구를 포함하고 있다. 근거법이 없기 때문에 민간의 계약 관계에서 본래 공공 건축에 도입하기 위해 정의된 ‘설계자 의도 구현 용역’을 의무화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에 강제성은 없다. 강제성이 없으니까 달라지는 것이 없을까? 3. 공원 조성단가의 설정 투자심사와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공원녹지의 조성은 늘 비용 편익 분석의 벽을 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사업이 진행되고 안 되고가 달라지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현대 사회에서 기대하고 필요로 하는 질 좋은 공원을 만드는데 턱없이 부족한 조성예산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실비 정액방식을 도입하도록 하고 있어서 공사예산과 설계비는 별개의 문제일 것 같지만, 타당성조사를 진행하는 조직에서는 여전히 공사비 대비 요율로 설계비를 책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 단계에서의 예산이 반드시 최종 예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투자심사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의 공원 조성비를 서울시가 알려주지 않고 설계사가 추론해 내야 한다는 점, 그 방식이 매번 달라 기준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공공조경가로 활동할 당시, 서울시가 서울시에 적용할 수 있는 공원조성단가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지만, LH에서 만든 기준이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중복되는 연구를 할 수 없다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답변을 듣고 시간만 지나갔다. 얼마 전 새해를 맞아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의 미래전략 TF회의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틈타 전문가 위원으로서 공원 조성 단가를 제대로 책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설계 단가 역시 적정하게 책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의 답변이 있던 자리는 아니었다. 그냥 의견이기 때문에 여전히 변화는 없을 것인가? 위 세 가지는 내가 직접 관여했던 적은 노력 몇 가지를 적은 것이어서, 2023년 조경계가 애써서 개선한 점은 이보다 훨씬 많겠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새 땅이 보이는” 정도의 변화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우선 조경계의 발전을 위해 크고 작게 애쓰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작은 한 발자국도 응원하며 계속 정진하자고 말하고 싶다. 어떤 노력이 있었는데 이를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건 대부분 그게 사소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사실은 노력하는 척을 하고 있었거나, 노력하는 행위 자체의 만족감에 머무르거나, 부딪혔던 문제까지만 가고 거기서는 다시 한발 물러나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느라 에너지를 쏟고 있거나, 격려의 말에 취해 스스로 지금 괜찮다고 위로하게 되는 굴레에 빠지는 것일 테니 이를 경계해야 하겠다. 이해인 / HLD 대표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방학입니다. 저에게 방학은 또 다른 개학이기도 합니다. 어린이조경학교를 진행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부터 시작한 어린이조경학교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주춤했던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마다 연 2회씩 진행해 이번이 15번째 어린이조경학교가 됩니다. 어느덧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린이조경학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경의 개념과 역할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서울특별시 동부공원여가센터와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현 동부공원여가센터) 윤세형 과장님과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임승빈 초대 원장님(현 이사장)의 대화였습니다. 봉사활동에서 나눈 대화를 통해 어린이 조경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던 두 기관이 서로 힘을 합하면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던 거죠.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나눔연구원은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기획과 진행을, 그리고 조직력이 잘 갖추어진 서울시는 행정적인 지원과 운영을 맡아서 지금까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어린이조경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첫 회부터 교장선생님으로 참여하고 있고, 몇 해 전부터는 허윤선 박사님이 교감선생님으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어린이조경학교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막막함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할지, 어떤 수준과 내용으로 아이들을 만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건축분야에서는 어린이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찾아봤습니다. 건축계에서는 정말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학회나 지자체에서도 교육이 진행되고 건축 관련 문화재단이나 박물관에서도 어린이 건축학교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주로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아이들과 함께 건물을 모형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건축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식의 내용들이었습니다. 부럽기도 했고, 조경분야에서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도 이런 내용을 적용해서 강의와 실습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공원이나 놀이터를 만들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개인별로 만드는 건축에 비해서 모둠별 활동이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전문가 특강, 공원 둘러보기, 아이디어스케치, 공원 구상도 그리기, 모형 만들기, 발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 오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커리큘럼을 갖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진행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조경전공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도 보조교사로 같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보조교사 역할을 해 준 학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보조교사들 없이는 운영이 힘든 프로그램이라는 걸 진행해가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어린이조경학교에 대해서 문의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경교육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내용들이지요. 어린이 조경교육이 지금보다 확산되기를 희망하는 저에게는 참 고맙고 반가운 말씀입니다. 그런데 문의 내용의 대부분은 저보고 맡아서 진행해 줄 수 없겠는가 하는 말씀들입니다. 주로 문의하시는 곳은 지자체나 조경 관련 단체들인데, 아무래도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실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을 맡을 곳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이미 방학 때마다 운영하고 있어서 추가로 다른 프로그램을 맡기는 어렵다고 정중히 거절하면서, 혹시라도 진행에 관심 있는 분이나 단체가 있으시면 그 동안의 노하우는 얼마든지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관련 학회나 협회에서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선뜻 나서는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2019년 어린이조경학교 10회 기념 세미나에서 ‘10번의 어린이조경학교’이란 제목으로 앞으로 더 많은 어린이조경학교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발제를 했었습니다. 조경인 스스로 조경이 사회적으로나 인접 분야로부터 저평가되고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곤 하는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조경의 중요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데 얼마나 노력했는가에 대해서 반성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조경을 알리기 위해 모든 조경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작은 노력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8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시작한 제1회 어린이조경학교는 14회까지 약 930여 명의 어린이들을 배출했고, 이번 겨울을 지나면 어린이조경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이 1000명이 넘게 됩니다. 저 스스로도 아이들 몇 명 데리고 조경 얘기한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시작했지만, 역시 세월이 쌓이면서 이제는 조금씩 그 영향력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조경학교를 수강한 학생들이 조경을 전공하거나 이 분야로 진출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조경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클라이언트로 만날 수도 있고, 훌륭한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더 많은 어린이 조경학교가 같이 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끝으로 교육과 시간에 관한 마리아 몬테소리의 이야기로 마칠까 합니다.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좋은 생각을 뿌려라. 아이의 이해 속에서 그것을 해독하고 마음에 꽃을 피우는 일은 세월이 하게 될 것이다.” -마리아 몬테소리 주신하 / 서울여자대학교 교수·어린이조경학교 교장
    • 주신하 서울여자대학교 교수·어린이조경학교 교장[email protected]
    • 2024-01-15
  • 지난 한 해 조경의 영역에서 눈에 띄는 성취를 이루거나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한 노력으로 분야 발전에 기여한 ‘2023년을 빛낸 조경인’들로부터 신년 메시지 “2024년에 바란다”를 들어봤다. - 편집자주 가장 찬란히 빛나지 않아도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2023년은 나에게 빛나는 해였다. 상복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유독 많은 상을 받았고 좋은 프로젝트를 할 기회도 많이 생겼다. 주변에서 나를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만큼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생겼다. 모두가 빛나기를 원한다. 그리고 매해 신년이 되면 그해가 나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학생들은 10년 넘게 가르치다 보니, 어떤 해의 가장 은은했던 학생이 어떤 해에는 가장 빛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누가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각자 저마다의 빛이 있다.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난다. 누군가는 깊은 벽(碧) 빛을 띄고 있고, 누군가는 톡톡 튀는 진홍색 빛을 낸다. 내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나의 빛이 적절했던 순간이, 그리고 내 주변의 수많은 빛들이 함께 만든 결과이다. 2024년은 모두가 가장 빛나기 위해 조도(照度)만에만 집착하는 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2024년의 조경이 가장 빛난다면 그것은 모두가 서로 다른 빛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롭게 내는 해일 것이다. 누군가는 식물을 통해 빛이 나고, 글을 통해 빛이 나고, 드로잉을 통해 빛이 나고, 제도를 통해 빛이 나고, 만들어짐을 통해 빛이 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빛들을 통해 수많은 성좌가 만들어지고 각자의 조경이 서로의 조경을 만나 빛이 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가장 찬란히 빛나지는 않더라도. 마디를 지나며 임한솔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선임연구원 2023년은 마디와 같은 해였다. 그동안 해 온 것이 결실을 맺기도 했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도 했다. 6월에는 몇 년간 붙잡고 있다가 완성한 학위 논문을 심원건축학술상에 제출해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12월에는 4년 전에 시작한 도시경관 잡지 유엘씨(ULC)의 열 번째 책을 만들어냈다. 그런 한편 문집, 명승, 사찰숲 등 흥미롭지만 연구자로서 다루어 보지 않았던 주제를 탐구할 기회를 얻어 새로운 공부를 텄다. 감사한 일이다. 마디가 두꺼운 이유는 약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다음으로 나아가고 싶어 몇 가지 소소하지만 중요한 일도 했다. 봄부터 한 주에 두 번씩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배우고 미뤘던 치과 치료도 받았다. 다니는 학교도 그 마음을 알았는지, 여름방학 때 연구실 천장 속 석면을 없애고 바닥을 새로 깔아주었다. 막판에 감기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 잘 회복해서 꿋꿋이 내년을 맞이하고 있다. 잘 된 것을 늘어놓았으나 사실 부끄러움이 앞선다. 못 이룬 계획이 선하고, 늘 시간 탓을 하던 내가 떠오른다. 어려움마다 손 내밀어주신 동료와 선후배, 선생님, 가족이 있어 하나씩 해결해왔다. 내년의 목표는 하나다. 받은 만큼 드리는 것,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올해도 돌아보니 혼자 이룬 것이 없었다. 마감에 쫓기기보다 지금에 충실하고, 먼 산을 보기보다 가까운 풀숲을 돌보는 2024년이 됐으면 한다. 현장을 꼭 나가보자 조용준 CA조경설계사무소 소장 규모에 상관없이 일 년에 최소 한 개 이상의 시공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2023년에는 운이 좋게도 4개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2018년에 설계했던 판교 제2테크노밸리 내 오피스 빌딩, 2022년 가을부터 설계했던 자곡로 포스코 더샵갤러리 2.0, 올 초에 설계했던 반포한강공원 어린이 놀이터 리노베이션, 마지막으로 서울정원박람회에 초청작가로 설계했던 소리의 정원이다. 프로젝트 모두 현장을 여러 번 오가며 현장소장들과의 소통 속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원하는 만큼 구현된 곳도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공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현장으로부터 깨닫고 배운 것들이 많다. 현장에서의 경험은 도면 속 설계와 시공된 공간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촉매제가 된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설계 능력을 향상시키고, 발주처 설득을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밖에 현장과의 조율 및 협력을 위한 소통 기술을 향상시키며, 설계단계에서 비용과 일정을 고려한 최적의 설계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당연하면서도 필요한 이런 경험을 나는 설계를 시작한지 9년쯤 되었을 때 시작했었다. 그 후 10년의 시간 동안, 많은 현장에서 좌절과 희망 사이 어느 지점에서 실망하고, 분노하고, 반성하고, 만족하고, 안도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현장은 나의 설계를 냉철하게 평가받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곳이다. 2024년 좀 더 나은 설계를 하고 싶다면, 당신의 현장을 꼭 나가보자. 디로딩, 느리게 걷기 홍진아 정원작가, 가든랩소디 대표 미래의 어느 날 2023년을 떠올린다면 나에게 아주 큰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해라고 기억할 것이다.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했던 해였다. 학생 때부터 휴학 한번 없이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공부를 하며 여기까지 숨차게 달려왔다. 쉰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 때문인지 욕심 때문인지. 그렇게 나는 빠르게 자라기만 하는 속성수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주변 상황에 마구 흔들리며 정신을 놓기 일쑤였다. 조금은 느려지기로 결심했다. 나를 더 들여다보고 조금 더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며 내면의 다른 가능성들을 끌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강인한 나무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올해 초 가든랩소디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틈틈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시야도 넓히고 독서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런 와중에 감사하게도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강연의 기회도 생겼다. 그리고 광명에서 열린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에서 생각지도 못한 대상까지 수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새로운 가능성들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다양한 것들을 접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 디자이너로서 평생에 한 번쯤은 내 작품이 누군가에게 강렬한 영감으로 전달되길 바라면서. 내년에는 건설 경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조급해 말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 개인의 내실을 다지는 희망찬 2024년이 되었으면 한다. 건강한 개인들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 듯 조경인 한 명 한 명의 부단한 노력과 발전들이 모여 건강한 조경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 공동주택, 한국적 조경으로 세계화 노린다 이은수 포스코건설 부장 건설사조경협의회에서는 2023년 10월에 ‘제1회 공동주택 조경기술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리 조경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동주택 조경의 발전을 위한 첫 공론의 장을 시작한 것이다. 참석자는 회원에 국한하지 않고 개방했으며, 발표자와 토론자 또한 회원 비회원을 가리지 않고 조경계의 저명한 분들이 폭넓게 도움을 주셨다. 이 토론회는 앞으로 격년제로 개최할 예정이며, 점차 내실을 다져서 공동주택 조경과 관련해선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 교류의 장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최근 우리 공동주택 조경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미니멀리즘적인 예술적 조경과 자연주의 조경이 그것이며, 둘 중 한 가지만 적용한다기 보다 두 가지 모두를 주제나 부제주 등으로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우리 한국의 미는 크게 소박미 계열과 자연미 계열로 나뉜다고 한다. 예술적 조경은 소박미 계열, 자연주의 조경은 당연히 자연미 계열이기에 최근 공동주택 조경의 흐름은 한국적 조경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좋은 흐름이라 판단된다. 위 두 가지 흐름과 함께 평면뿐 아니라 지하에서 테라스를 거쳐 옥상까지 관여하는 조경 공간의 확대는 공동주택 조경을 점차 높은 수준의 작품으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 조경과 차별되는 우리만의 조경으로서도 점점 더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원의 진화, 지속가능한 지구 온수진 양천구청 공원녹지과장 작년 말 서울 양천구 목동 한가운데 위치한 오목공원을 재개장했다. 리노베이션 계획을 수립한 지 딱 3년. 박승진 조경가가 계획하고 김희정 건축가가 조율한 공원 중앙부 회랑은 기후위기와 핵개인화 시대에 맞서는 도시공원의 태도와 품격을 갖췄고, 새롭게 문을 연 오목한 미술관과 서울형 키즈카페는 문화 확산과 저출생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공원도 함께 나서자는 선언이었다. 기존 역할에 더해 시대적 요구까지 담아내는 미래공원의 단초라 감히 자평한다. 새해다. 늘 위기의 시대였으니 새삼스러울 것 없다면서도, 이렇게 희망이 왜소하고 희박했던 적이 있었나 싶어 마음이 무겁다. 기후위기의 신호는 너무 크고 많아져 외려 둔감해지고 외면당한다. 도시는 여전히 게걸스럽고, 덕분에 지역은 소멸을 실감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결혼이나 출산 같은 근본적 관계 맺기조차 소거하니, 외로움이 뉴노멀처럼 여겨지는 상황. 짧고 자극적인 유혹에 길들어지며 긴 호흡도 잃었다. 방향도 동력도 부재한 상실의 시대. 망치를 들면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지만, 공원과 녹지 그리고 산과 강으로 모든 세상을 재단하는 ‘공원주의자’ 입장에선 위기의 해결책도 여기서 출발할 수밖에. 위기를 극복하는 건 늘 ‘연결’이다. ‘관계 맺음’이고 ‘협력’이며, ‘커뮤니티’이고 ‘커뮤니케이션’이다. 단절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원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동시에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공원을 업그레이드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도시의 빈틈을 만들고, 생물다양성을 높여 자연의 피난처가 되어야 한다. 세상이 바뀌는 만치 공원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며, 그 노력만큼만 도시도 지구도 지속가능할 것이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아파트는 대표적인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동체가 될 수 있는 공간단위이다. 특정의 공간에서 상주하며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파트를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같은 건물에 살면서 거의 매일 승강기와 주차장을 함께 사용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거기까지만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잘 만들어 놓은 공원이나 광장, 쉼터 등에서의 만남과 소통은 생각보다는 적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것들은 대개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익명성 속 편리함에 익숙해진 아파트 거주민들에게 그런 곳에서 ‘괜히’ 다른 이를 만나고 말을 나누는 것은 성가신 일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인 듯하다. 그러니 아파트 바깥 공간들은 일부 유아나 노인 말고는 특별히 찾는 이가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이런 모습은 대학 캠퍼스에서도 유사하게 재현된다. 몇 년 전 대학 구성원들의 일과 중 생활동선을 캠퍼스 공간에 맵핑하는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많은 이들이 연구실과 강의실, 그리고 식당 등만 반복적으로 오갈 뿐 그외 다른 공간은 별로 이용하지 않는 걸로 나왔다. 특정의 바깥 공간을 일상적,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곳곳에 만들어 둔 쉼터나 조경 공간은 적어도 그들에게는 사실상 필요없는 곳으로 간주되고 있는 셈이었다. 그나마 외부 공간들은 건물 신축으로 대폭 감소되어 버렸다. 다양한 운동장들과 잔디밭, 크고 작은 동산과 녹지, 수림대와 연못 등이 그렇게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엔 새 건물들이 들어서 버렸다. 건물은 기본적으로 배타적인 공간이다. 대체로 특정 그룹 외에 타인들은 쉽게 들어갈 수도 없다, 최근 출입구에 신원확인 장치가 강화되면서 외부인은 아예 출입조차 어렵다. 누구나 함께 사용하던 운동장과 잔디밭 등이 특정 소수인 전용의 공간으로 잠식당한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학교를 다녀도 공동체로서 만남과 소통의 경험을 공유하기는 꽤 어렵다. 그 배경과 원인은 여럿이겠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핸드폰으로 대표되는 IT기술의 확산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실생활 공간 속에서의 만남과 소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둘은 서로 깊이 관련되어 있다. 핸드폰은 바로 옆 사람은 제쳐두고 멀리 떨어진, 기계속의 정보를 쉽게 접하고 이용하게 해준다. 일상에 필요한 일, 세상 돌아가는 일은 핸드폰 하나로도 쉽게 해결하게 되니 신경 써 가며 다른 이를 만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은 이 시대를 지배하는 제왕이다. 어떤 철학자는 바이러스에 전염된 엔데믹(endemic)에 비유하면서, ‘데이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포데믹(Infodemic)’의 등장을 경고한다. 엔데믹의 위험에 대해서는 누구나 경계하지만, 인포데믹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염려한다. 가상 이미지로 펼치는 환상 세계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인간 고유의 자유의지는 망각한 채 데이터와 미디어에 빠져 ‘정보의 감옥’에 스스로 갇혀 버리게 된다. 가상속 만남은 활발하나 실제 대면 만남과 소통은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근래 들어 급증하고 있는 자연 혹은 녹색 환경과 건강간의 상관성 연구에서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접촉을 통한 만남(informal interaction)’의 중요성이다. 일상 속에서 의도치 않게 일어나는 만남이 구성원들간의 사회적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옛마을의 마을숲과 정자나무 쉼터는 그런 일상적 만남과 소통을 유도, 조장하는 훌륭한 사회적 장소였다. 대개 마을 길목에 위치한 마을숲과 정자목은 주민은 물론 지나가는 나그네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종종 더위를 피해 나와 있는 마을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그렇게 마을숲과 정자목은 마을 출신 사람들에게 집단적인 추억이 공유되고 고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고, 나그네에게는 기억 속의 한 장소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집단적 기억도 개인적 추억도 만들기 어려운, 삭막한 사막같은 도시에서 살고있는 듯하다. 아파트 앞에 멋진 정자목도 있고 잘 가꾸어진 숲도 있지만 그곳에서 만남과 소통은 예전 같지가 않다. 공간은 있으되 사람이 모이지 않고 만남과 소통도 일어나지 않는다. 핸드폰에 익숙해진 사이에 대면 접촉과 만남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이 지면에서 그 해답을 다 찾기는 어렵겠지만 조경가로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깥 공간의 재발견이다. 바깥은 기본적으로 열린 공간이다. 자연과 연결되어 있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햇빛, 바람, 공기, 물, 나무, 꽃, 새 등을 만날 수 있고 다른 이들과도 쉽게 접촉할 수 있다. 정원을 경이로움과 신비를 만나는 곳이라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요는 어떻게 하면 그곳에 나오고 서로 만나게 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스마트폰으로 충족시키지 못할 따뜻한 감성과 아날로그적 감수성,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감을 바깥에서 채우게 할 과제가 조경가들 앞에 놓여있는 셈이다. 성종상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우리가 몰랐던 숲과 환경에 대한 50가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신간 ‘숲이라는 세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숲과 환경에 대한 50가지 지식을 귀여운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읽으면서 지구의 자연과 숲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세계의 숲’, ‘한국의 숲’, ‘도시의 숲’, ‘자연의 숲’, ‘기후위기와 숲’이라는 5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숲은 인류의 기원이며, 생명의 바탕이 되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숲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숲이 어떻게 세상과 연결돼 있는지, 왜 기후위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 주변의 자연을 돌아보고,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미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저자 최진우는 전문 연구자와 환경운동 활동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환경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환경생태 연구활동가(Eco-Activist Researcher)다.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전환 도시를 위해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여러 시민과학 활동과 시민행동에 함께 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가로수시민연대 대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회색빛 도시의 틈에서 초록빛 희망을 이야기하는 온수진 양천구 녹지과장의 79편의 칼럼을 모은 책이 발간됐다. 이 책은 서울시 전역을 누비며 공원을 가꿔온 저자가 1년 반 동안 매주 일간지 지면에 게재한 칼럼을 한 권에 모았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에서 겨울, 다시 봄을 거쳐 여름까지 저자가 글을 쓰던 당시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는 시기부터 날이 푸른 5월, 홍수와 가뭄, 단풍, 월동 준비와 같은 계절의 변화는 물론이고 코로나19와 포스트 팬데믹, 청와대 민간 개방, 지진, 참사, 국제 분쟁, 대형 산불 등 사회적 시간들도 담겨 있다. 그러나 책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공원주의자’가 바라보는 초록빛 세상이다. 나무를 아끼고 공원을 사랑하고 그 공원을 이용하는 이들을 배려하는 저자의 시선은 공원에서 시작하여 공원을 구성하는 모든 것에 머물렀다가, 다시 공원으로 돌아간다. ‘공원’ 이야기라 하면 초록빛의 무언가를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79개의 주제 중 서로서로 닮은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원주의자’가 풀어내는 ‘공원’은 그 자체로 방대한 세계다. 풀과 나무, 꽃, 벌, 야생동물, 산책을 나온 반려동물, 어린이와 노인, 분수와 물놀이장, 주차장, 의자, 산책로, 등산로, 가로수, 빌딩, 텃밭, 햇볕과 그늘,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와 마음으로만 다가갈 수 있는 거리 등 25년 간 공원에 헌신한 저자의 폭 넓고도 깊은 ‘공원’이 작지만 큰 책에 담겼다. 새로운 공원을 만들고 노후된 공원을 리노베이션하고 기존 공원에 작은 도서관·전시관·미술관을 건립하는 등 초록빛 이야기를 만들어 온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노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등 공원주의자의 제안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볍게 공원을 산책하듯이 페이지를 술술 넘기다보면, 눈길 닿는 곳마다 공원이 펼쳐지는 ‘공원주의자’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동화된다. 저자 온수진은 1999년 서울시에 입사해 25년째 일하고 있다. 현재는 양천구 공원녹지과장을 맡고 있으며, 월드컵공원, 남산, 관악산, 노들섬, 선유도, 서울로7017, 양천구 등 서울시 전역의 공원 현장을 누볐다. 2020년에는 ‘2050년 공원을 상상하다’를 썼고, 그즈음부터 회색빛 도시의 틈에서 초록빛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모든 도시 문제에 공원을 대입하는 ‘공원주의자’가 됐다.
  •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가 국내·외 여러 공원과 도시를 걸으며 생각한 단상을 담은 책이 발간됐다. 신간 ‘공원의 위로’는 총 58편의 에세이에서 경의선숲길공원, 광교호수공원과 같은 수도권 공원은 물론, 전주 맘껏숲놀이터나 마산 임항선 그린웨이같이 지역에 있는 공원, 뉴욕 도미노 공원, 파리 샹젤리제 같은 외국의 공원까지 약 40곳의 다양한 공간을 두루 다루며 도시 속 공원의 의미를 묻는다. 이 책은 ‘도시의 멀티플레이어’라 할 수 있는 공원의 다채로운 면면과 역사를 세세하게 보여주면서 지금 우리의 공원은 진정 어떠한 모습인지, 우리는 이 공공 공간과 도시를 어떻게 가꿔나가야 할지 묻는다. 이런 물음은 곧 우리가 어떤 사회와 삶을 바라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글이 하나의 공원을 주제로 잡고 있어 글마다 다른 공원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며, 저자의 공간 경험에 대한 감각적이고 위트 있는 묘사가 그 즐거움을 배가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멀거나 가까운 공원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당장 밖으로 나가 공원을 걷고 싶어질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어령의 공원론을 인용하며 공원은 몸에서 배꼽과 같이 반드시 필요한 빈 공간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전주 맘껏숲놀이터나 괴산의 뭐하농처럼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조성된 공간뿐 아니라 광화문광장이나 박물관, 사옥 빌딩, 야구장처럼 바쁜 도시생활 틈틈이 스며들 수 있는 도시의 공간들까지 우리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여기며 각각의 공간을 주제로 삼아 다룬다. 공원은 그 무엇보다 위로와 환대의 장소이며, 그런 공간이 곧 공원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관점은 도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전형적인 ‘공원’이 아니더라도 우리를 위로하고 환대하는 도시 속 공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책의 후반부는 공원뿐 아니라 거리나 상업 공간,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땅 같은 곳까지 범위를 넓혀 다룬다. 우리가 공원에 갈 때 공원만 걷는 것이 아니듯,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공원을 둘러싼 거리와 도시까지 만나게 된다. 이러한 공간들 중에는 역사적으로 ‘사연이 많은’ 곳들도 많은데, 이 책에서 그 내막을 상세히 들을 수 있다. 독자들은 이곳저곳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구체적인 도시 공간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을 것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공간에 대한 비평적 관점과 도시사회학적 쟁점에 대해 고민해보게 될 것이다. 1부에서는 주로 공원의 개인적 차원, 즉 일상적, 감각적, 미적 경험이라고 묶일 만한 글들을 배치했다. 조금 무리해서 ‘공원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를 달 수도 있는 2부는 타인과 관계하는 공간으로서의 공원을 다룬다. 3부에는 주로 공원이 도시(의 공간과 문화)와 맺고 있는 다층적인 함수 관계를 다룬 글들을, 4부에는 공원을 넘어 다양한 도시 공간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 도시 걷기, 도시 재생 등을 다룬 글들을 엮었다. 사진과 설계안 등을 비롯한 풍부한 이미지 자료를 함께 삽입했고, 부록으로는 저자의 사심이 가득 담긴 추천 공원 20곳의 목록을 실었다. 머리로도, 몸으로도 공원에 가고 싶은 모든 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 배정한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공부했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박사후연구를 했으며, 워싱턴대학교 건축환경대학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이며, 환경과조경 편집주간을 맡아 조경비평과 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조경 이론과 설계, 조경 미학과 비평의 사이 영역을 탐구하며, 통합적 도시·공간의 디자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론과 실천의 교집합을 확장하고자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광교호수공원, 용산공원 등 프로젝트의 기획과 구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표 저서로 ‘현대 조경설계의 이론과 쟁점’과 ‘조경의 시대, 조경을 넘어’가 있으며, ‘라지 파크’를 번역했다. ‘건축 도시 조경의 지식 지형’, ‘용산공원’, ‘공원을 읽다’, ‘봄, 디자인 경쟁 시대의 조경’, ‘봄, 조경·사회·디자인’, ‘LAnD: 조경 미학 디자인’,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 외 다수의 책을 동학들과 함께 썼다.
  • 피톤치드처럼 측백나무 원산지는 중국 북부로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한다. 높이 20m, 지름 1m 정도까지 자란다. 껍질은 세로 방향으로 가늘고 길게 갈라지면서 벗겨진다. 석회암 분포 지역의 지표 식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4월쯤 달걀 모양의 암꽃과 수꽃이 같은 나무에서 핀다. 측백나무의 잎은 비늘 모양으로 V자나 X자 모양으로 연속하여 난다. 뒷면에 작은 줄을 볼 수 있는데 앞뒷면이 서로 비슷하다. 대구 도동 향산, 단양 매포 등지의 석회암 토양지대에 오래된 측백나무숲이 남아 있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장소라서 훼손되지 않아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묘목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어디서나 잘 자라서 학교나 주택 생울타리용으로 많이 심었다. 겨울철에 보기 드문 상록수라서 생활공간 주변에 많이 심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큰 다음에는 수형이 아름답지 않아서 독립수로 심기에 부적당하다. 요즘은 농촌 축산농장에 측백나무로 생울타리를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축산농장에 쾌적한 사육환경을 조성하고, 측백나무 고유의 냄새로 악취를 예방하고 해충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측백나무과에는 측백, 화백, 편백나무가 있다. 세 종류 모두 비늘잎 모양이 비슷하여 구분하기 어려운데, 잎 뒷면에 있는 하얀 기공조선 형태가 측백은 W자, 편백은 Y자, 화백은 V자로 구분할 수 있다. 측백은 앞뒷면 잎이 거의 같고, 편백의 잎 끝은 둔한 둥근 모양이고 화백은 잎 끝이 뾰족하다. 잎이 달린 가지를 살펴보면 측백나무는 잎이 줄기와 같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다. 먼 거리에서 보면 측백은 타원형이며, 곁가지가 예각이면 화백, 수평으로 뻗은 1자형은 편백으로 구별할 수 있다. 열매모양이 도깨비뿔은 측백, 구형은 화백이나 편백이다. 측백과 화백은 중부지방에 사는 데 비해 편백은 대부분 남부지방에 있다. 대동강물처럼 원뿔형으로 잎이 치밀하게 나는 서양측백(Thuja occidentalis)은 도입종으로 수형이 좋아 조경현장에 많이 식재한다. 서양측백은 울타리용 보다는 군식이나 독립수로 심고 빠른 성장 속도를 감안하여 식재 간격을 충분히 벌리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서양측백의 원예종을 많이 개발하였는데 에메랄드 그린, 에메랄드 골드 등이 인기가 많다. 서양측백류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식재하고 겨울철 건조 피해를 받기 쉬우므로 식재후 물을 자주 주는 것이 좋다. 특히 에메랄드 그린은 영하 40도 추위에도 견딜 수 있는 수종인데 조경 현장에서는 겨울에 얼어 죽기 쉬운 나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에메랄드 그린은 추위가 아니라 건조 때문에 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철과 꽃샘추위 시기에 부는 바람은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다. 겨울철 눈이 충분히 내리지 않아 별도로 물을 주지 않으면 수분이 부족하여 건조피해로 인해 나무가 죽는 것이다. 에메랄드 그린(Thuja occidentalis Emerald Gold)는 추위에 강하고 키가 낮게 크는 왜성종이다. 수형이 독특한 상록수로 잎의 질감과 색상이 아름다워서 도심 녹지, 아파트, 정원 등에 많이 심는다. 몇 년 전 정치인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토지 보상비를 노리고 이 나무를 심었다가 적발되어 사회적 문제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묘목을 심은 후 1년 정도만 지나도 어느 정도 성장하여 상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토지보상비와 별도로 조경수 보상비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제도를 악용한 사례였다. 그 밖에 고유종으로 태백산맥 북쪽에서 자생하며 큰 가지가 옆으로 퍼지는 눈측백(Thuja koraiensis)이 있다. 황금색 잎을 자랑하는 황금측백과 수형이 둥근 모양인 둥근측백 등 여러 품종들이 있다. 묘지기처럼 측백나무는 오래전부터 신선이 되는 나무로 귀하게 추앙받았으며, 왕릉 주변에는 소나무를 심고, 귀족의 묘지에는 측백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측백나무에는 무덤 속 시신에 생기는 벌레를 죽이는 성분이 있어 묘지 주변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공자묘나 제갈공명묘 주변에도 오래된 측백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측백나무를 소중한 나무로 여겨 문묘, 향교, 사찰, 서원 주변에 심어 잘 관리하여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명륜당 대성전과 전국에 남아 있는 향교 뜰에는 오래된 아름드리 측백나무가 서 있다. 성리학을 신봉한 우리 선조들은 측백나무를 ‘성인의 좋은 기운을 받는 나무’라고 생각해 향교 뜰에 심었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그려진 나무가 잣나무인지 측백인지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논어의 구절인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松栢)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를 해석할 때 ‘松’은 당연히 소나무인데, ‘栢’을 무슨 나무로 볼 것인가로 논란이 벌어졌다. 사실은 공자가 살던 시대에는 잣나무가 중국에서 살지 않았다. 추사의 나무 묘사는 간결하기 그지없어서 잣나무처럼 보일 뿐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국에서는 松이 소나무, 해송, 잣나무 등을 아우르는 의미이고, 栢은 측백나무와 향나무를 말한다고 한다. 가톨릭에서는 십자가 고상 뒤에 측백나무 가지를 꽂는데 이를 ‘성지(聖枝)’라 부르며, 부활절 바로 전 주가 되는 종려주일에 축성한 가지를 신자들이 집에 가져가서 십자가 고상 위에 꽂아 놓았다가, 다음 해 재의 수요일에 이를 태워 신자들의 이마에 발라준다. 서양에서는 종려나무나 올리브나무로 하는데,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어서 보통 측백나무 잎으로 대체한다. 서양이나 동양 모두에서 측백나무는 아주 의미 있는 나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울타리처럼 측백나무 번식은 가을에 익은 종자를 채취하여 겨울 동안 노천매장을 해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하면 발아가 잘되어 1년이면 30㎝ 정도 크기의 묘목을 얻을 수 있다. 묘목을 심을 때는 건조 피해를 받기 쉬우므로 충분히 불을 줘야 한다. 가능하면 겨울철에 찬바람을 맞는 곳을 피하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가 좋으며, 해마다 여름철에 적당한 전정을 하여 수형을 다듬는 것이 좋다. 측백나무는 잔뿌리가 발달해서 식재 시 활착이 잘 되는 편이다. 수분이 많은 토양을 좋아한다. 주로 생울타리로 심는데, 성장하면서 줄기 아랫부분의 잎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여 식재해야 한다. 둥근측백은 성장속도가 빨라 묘지 주변에 심게 되면 커다랗게 자라 그늘을 만들어 잔디 생육에 피해를 줄 수 있다. 60여 년 전 아버지는 읍내 방앗간을 정리하고 과수원을 만들었다. 과수원 울타리에는 가시가 억센 탱자나무를 심고, 집 주변에는 측백나무를 심었다. 촘촘히 심은 측백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자 매년 윗부분을 가지런히 전지를 했다. 가을에 잘라낸 측백나무 가지는 파스같이 묘한 냄새가 진동했는데, 잘 말려서 불쏘시개로 이용했다. 각종 곤충이 많이 생기는 농촌 환경인데도 측백나무 생울타리 쪽에는 벌레를 볼 수 없었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은 생울타리 아래쪽에 굵은 줄기만 남아 있고 잎은 성기게 남아있다. 고향의 오래된 성당에도 키 큰 측백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다. 농촌마을에 들어선 고딕식 성당 건물이 주는 이질감은 측백나무가 가려주었다. 잎을 깨물어 보면 맵고 쓴맛이 강하게 났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 때는 쇳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새옹지마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처럼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지구상에 출현한 나무다. 8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나무는 신생대 화석으로만 볼 수 있는 ‘멸종 식물’로 알려졌다. 1941년 쓰촨성에서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나무를 발견했고, 몇 년 후에 화석으로만 볼 수 있었던 메타세쿼이아로 판명되었다. 화석이 먼저 발견되고, 현생종이 뒤늦게 확인된 보기 드문 사례였다. 발견되기 전부터 화석 속 식물이 현존하는 식물인 ‘세쿼이아’와 비슷하다고 하여 ‘메타세쿼이아’라고 명명했다. ‘메타’는 ‘이후’라는 뜻인데, 북미지역 인디언 추장의 이름을 따와 붙여진 ‘세쿼이아’ 이후에 나온 나무라는 뜻이 된다. 중국에서 현생 메타세쿼이아를 발견한 이후 미국 아널드수목원이 임학자를 파견해서 종자를 채취하여 전 세계로 전파했다. 현존하는 모든 메타세쿼이아는 최초로 발견된 메타세쿼이아 군락에서 나온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이 영어라 외래종 같지만 우리나라 포항에서도 화석이 발견되는 걸로 보아 빙하기 전에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던 자생종이라고 할 수 있다. 빙하기에 대부분 멸종하여 화석으로만 남아 있다가, 중국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나무 군락 덕분에 또다시 지구 여러 곳으로 퍼져 나가 번성하고 있다. 높이 30m 이상으로 자랄 수 있으며 곁가지는 줄기보다는 상당히 작은 굵기로 생장한다. 수피는 겹겹이 벗겨지며 타원형 구과는 여러 조각이 서로 어긋나게 갈라진다. 그 속에서 종자가 나온다. 꽃은 2~3월에 수꽃과 암꽃이 한 그루에 따로 피고 수꽃은 가지 끝에 여러 개의 수꽃 눈이 줄줄이 달려 밑에서부터 노란색의 꽃밥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암꽃은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잎은 마주나고 길이 2.5cm 정도의 가느다란 잎이 모여 하나의 잎을 이룬다. 목재는 실내의 포장재나 내장재 등으로 사용한다. 가을에는 적갈색으로 단풍이 든다. 낙우송과 모습이 거의 비슷하나 메타세쿼이아의 잎과 가지는 마주나지만 낙우송은 어긋나게 나므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군계일학 가로수로 식재하여 자라고 난 후 멋진 경관을 만들 수 있다. 플라타너스나 은행나무 가로수보다 원추형으로 곧게 자라 독특한 가로경관을 만들어 낸다. 담양의 가로수길은 1970년대 초에 식재한 메타세쿼이아 묘목이 커다랗게 자라 가로수 터널로 거듭났다. 영화 속 배경으로 유명해진 다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서울지역에서는 강서구청 앞 가로수로 심기 시작하여 여러 곳에 도입하였는데 천만그루 심기 운동으로 조성한 난지도 메타세쿼이아길이 유명하다. 드라마 속 배경인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숲에도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중국 장쑤성 피저우에 있다. 1975년에 조성한 60km 가로에 무려 100만 그루 정도를 심었는데, 지금은 500만 그루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왕성하게 자라는 특성으로 조기 녹화가 가능하지만, 물을 좋아하는 메타세쿼이아 생태 특성 때문에 뿌리가 하수관로를 훼손하고, 뿌리 윗부분이 위로 솟아올라 도로경계석이나 보도포장을 파손하고 있다. 지나친 녹음으로 일조권을 방해한다던가 시야를 가린다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 내 가로수로 선택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을철 낙엽지는 이파리 뭉치는 빗물을 따라 우수관을 막는 경우가 많아 환경미화원의 미움을 사고 있다. 과거 멋진 수형을 자랑하던 히말라야시다 같이 도시 가로수에서 퇴출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도심 내 좁은 땅에 심는 가로수보다는 차라리 넓은 녹지에 식재하는 것이 메타세쿼이아에게 더 좋을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봄가뭄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연두색 잎이 나오자마자 갈색으로 마르게 된다. 집중관리로 물을 공급하여 갈변현상을 줄일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죽은 가지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식물에 기생하면서 수액을 빨아먹어 엽록소를 파괴하는 응애류 병충해가 자주 발생하여 잎을 갈색으로 변하게 하여, 마치 가뭄 피해를 받은 것처럼 보이게 된다. 가로수 관리기관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건조나 병충해 피해를 방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가로수 책임 관리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대책이다. 사이비 낙우송과(Taxodiaceae)에는 메타세쿼이아와 생김새가 비슷한 낙우송(Taxodium distichum)이 있다. 잎과 가지가 나는 모습이 다른데 메타세쿼이아는 마주나기이고, 낙우송은 어긋나기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나무가 습지나 물속에서 자라는 경우 뿌리가 호흡하기가 어려우므로 땅 위로 무릎뼈 모양의 가는 줄기처럼 자라는 것을 ‘공기뿌리’라고 한다. 낙우송은 지상의 줄기 부위에서 나오는 뿌리인 공기뿌리(기근)가 있고 메타세쿼이아는 없다. 제일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곁가지 발달 모습이다. 낙우송은 줄기와 90도로 수평으로 뻗고, 메타세쿼이아는 45도 정도로 발달한다. 멀리서 보면 낙우송은 옆으로 많이 퍼진 원정형이고 메타세쿼이아는 원추형에 가깝다. 낙우송은 일본식 이름인 낙우송(落羽松)을 그대로 받아 쓰는데 소나무 같은 잎이 새의 깃털처럼 떨어진다고 붙인 이름이다. 대부분 침엽수는 가을에 잎 전부가 낙엽으로 떨어지지 않는 데, 낙우송은 침엽수이면서도 낙엽수인 특이한 나무이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낙엽송(Larix kaempferi)이 있는데 낙우송과는 다른 혈통인 일본잎갈나무로 낙엽침엽수이다. 일본이 원산지로 중부지방에 산림녹화용으로 많이 심어놓았다. 낙우송은 줄기와 90도로 수평으로 뻗고, 메타세쿼이아는 45도 정도로 발달한다. 멀리서 보면 낙우송은 옆으로 많이 퍼진 원정형이고 메타세쿼이아는 원추형에 가깝다. 낙우송은 일본식 이름인 낙우송(落羽松)을 그대로 받아쓰는데 소나무 같은 잎이 새의 깃털처럼 떨어진다고 붙인 이름이다. 대부분 침엽수는 가을에 잎 전부가 낙엽으로 떨어지지 않는 데, 낙우송은 침엽수이면서도 낙엽수인 특이한 나무이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낙엽송(Larix kaempferi)이 있는데 낙우송과는 다른 혈통인 일본잎갈나무로 낙엽침엽수이다. 일본이 원산지로 중부지방에 산림녹화용으로 많이 심어놓았다. 낙우송은 옆으로 가지가 발달하여 폭이 넓은 형태를 가져, 메타세쿼이아처럼 줄지어 심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기근이 발달하여 물속에서도 잘 살기 때문에 왕버들과 함께 연못 속에 일부러 심는다. 가을 단풍이 메타세쿼이아보다 조금 더 밝은 갈색으로 물들고 약한 바람에도 쉽게 떨어진다. 자루가 없는 열매는 나뭇가지에 여러 개가 모여 달려 있다. 일취월장 햇볕을 좋아해서 음지에서는 생장이 불량하다.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서 물이 많은 비옥한 사질 양토가 좋고. 건조한 토질은 피해야 한다. 내한성이 강하고 생장속도가 빨라 1년에 70cm 이상 자란다. 건축물이나 아파트 앞 녹지에 식재한 후 20여 년이 지나면 5층 높이 이상으로 뻗어난다. 적당한 물만 공급되면 한없이 크게 자란다. 조기 녹화에는 성공하지만 햇볕을 막기 때문에 가지가 전부 잘리는 아픔을 겪게 된다. 하지만 5년여가 지나면 거대한 몸집을 회복한다. 가로수로 심을 때 키를 맞춰 줄기 상부를 잘라서 식재하면 새 줄기가 나와서 줄기를 금세 복원한다. 남쪽 녹지보다는 건물 측면에 식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린 나무를 밀식하고 잊어버려도 물만 공급된다면 곁가지 없이 경쟁적으로 하늘을 향해 높이 자란다. 건조한 환경인 도심 가로변에서는 정상적인 생육이 어렵다. 1999년 종각사거리 보도에 심어놓은 메타세쿼이아는 키만 큰 채 아직도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빗물이 스며들지 않은 포장재로 부실한 물 공급과 공해가 심한 도심환경이 원인이다. 서울시의 천만그루 심기 운동으로 난지도 윗부분과 강변북로 변에 메타세쿼이아를 대량으로 식재했다. 그 결과 물 공급이 충분한 아래 구간은 커다란 숲을 이뤘지만, 위 구간은 건조한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말라죽었다. 1980~1990년대 반포나 잠실 아파트 단지에 대량으로 심어 5층 아파트 지붕을 훌쩍 넘어 자랐는데, 지금은 재건축으로 모두 사라졌다. 압축성장의 시대에 어울리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전문가로 또 자연인으로 살다 보면 넘지 못할 문턱 앞에서 좌절할 때가 있다. 내 탓이지 하며 포기하려다가도 공정하지 못하거나 억울한 일을 겪을 때는 어디엔가 호소하고 해결책을 찾고 싶어진다. 개인의 난관으로 여겼던 것들이 결국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제도와 법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내 삶이 각종 법이 허용한 아주 촘촘한 한계들 안에서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는 저마다의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조경 전문가로서 살며 부딪치고 넘어지는 걸림돌이 결국 법적인 제한이거나 혹은 법 자체가 없어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올해 여름,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포함한 아기와 어린이들이 기후위기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어린이와 청소년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의 소송을 시작으로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소송은 현재까지 올해의 ‘아기 기후소송’을 포함하여 모두 6건이다. 세계적으로도 기후소송은 2017년 884건에서 2022년 2,180건으로 5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가 기후위기로부터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지만, 지금까지 그들은 이렇다 할 판결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이해하고 현행법의 위헌 소지를 밝혀달라고 재판을 의뢰한 것일 텐데, 대한민국에 태어나 이 나이 될 때까지 헌법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이 그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웠다. 반성하는 마음에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집어 든다. 『지금 다시, 헌법』이 그것이다. “정치적 불만을 가진 사람은 격앙된 감정으로 헌법을 노려보게 되고, 이를 혁명이나 개혁의 근거로 삼고 싶은 기분에 고양된다. 침착하고 신중한 태도의 사람도 생활의 고단함이 참기 불편한 정도에 이르면 헌법을 찾는다.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변화를 일으킬 힘을 그 속에서 얻고자 하는 희망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헌법을 읽을까. 이에 대한 저자들의 대답이다. 그 이유가 개인적인 억울함이던, 변화를 바라는 집단의 염원이던,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인간의 존엄, 그리고 기본적인 권리를 국가가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법률로 확인하는 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위안을 준다. 대한민국 헌법은 법률가의 난해한 어휘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쉽고 간결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아가 조경 전문가로서 관심이 가는 조항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설업에 만연한 불공정 관행과 설계 크레딧 이슈는 헌법이 보장하는 제11조 평등권과 제22조 저작권과 상충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은 세대 간 불평등(제11조)을 심화하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권리(제35조)를 위협한다. 우리가 잘 아는 공원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한 구 도시계획법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제23조의 재산권과 관련된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는 제35조의 환경권은 공간복지와 공원의 형평성, 주택정책 및 환경보호와 관련한 근본적인 가치를 제시한다. 경제 관련 조항을 모은 9장의 제120, 122조는 국가가 국토와 자원을 보호해야 하며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함을 명시한다. ‘국가의 상징’이라는 헌법의 개별 조항을 해설과 함께 읽다 보니 결국 하나의 큰 질문으로 귀결됨을 깨닫는다. 우리에게 국가는 어떤 의미일까. 국가는 정부인가? 국회인가? 아니면 국민인가? 우리는 국가정원, 국가도시공원 등 ‘국가’라는 접두사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다는 행정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면, 국가라는 맹목적 권위에 사로잡히기 전에,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국가적 필요성으로 도입된 우리나라 조경의 탄생 배경 때문일까. 혹은 지금 시대가 겪는 공통의 열풍일까. 공공의 이익과 국토 경관의 보호, 그리고 국민의 건강과 행복이 우리 분야의 실천 목표라면, 우리 시대 국가와 조경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서라도 국가의 역할과 국민의 권리를 공부하고 논의할 필요성을 느낀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용산공원은 우리에게 ‘국가’의 화용적 의미를 보여주었다. 한쪽에서는 용산공원에 공동주택을 짓겠다고 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용산공원에 대통령실을 옮기겠다고 했다. 첫 국가도시공원인 용산공원의 ‘국가’는 국민이 함께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용산공원의 긴 계획 과정 속에 300명의 국민참여단은 오랜 숙의를 거쳐 7개의 제안을 내놓았는데, 그 중 일곱 번째가 “국민 참여 과정이 역사가 되는 공원”이다. 큰 울림을 주는 제안이었다. 국민 참여가 역사의 일부가 되는 국민과 국가의 관계는 요원해 보인다. 헌법에서 그리는 국가의 표상과 현실에서 국가가 작동하는 방식이 멀어지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프란츠 카프카의 “법 앞에서”라는 짧은 단편이 있다. ‘법’이라는 문을 지키는 험악한 문지기가 있는데, 시골에서 올라온 주인공이 문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아직 안된다며 막아선다. 만약 이 문을 통과하더라도 더 험악한 문지기가 계속 나올 거라고 협박한다. 주인공은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이제는 들어갈 수 있냐는 질문을 반복하고 문지기는 아직 안된다는 대답으로 늘 저지한다. 주인공은 이제 늙고 쇠약하여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다른 질문을 해본다. 왜 이 오랜 시간 동안 나 말고 문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는가. 이 문은 오직 너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며 문지기는 죽어가는 주인공 앞에서 문을 닫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문지기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고 앉아서 늙고 병들어 갈까. 문 속으로 첫발을 내딛는 것은 우리, 국민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오늘,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 하루였다면 헌법을 읽어보면 어떨까. 현실은 비루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을 확인받는 뜻밖의 위안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참고문헌 - 기민도, “국감서도 지적된 ‘기후소송’ 지연…헌재 “늦지 않게 결정”, 한겨레, 2023.10.16. - 유엔환경계획(UNEP), 「글로벌 기후소송 보고서: 2023년 현황(Global Climate Litigation Report: 2023 Status Review)」 -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8월 2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관련, 제8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기후변화로 인해 침해되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위반되고, 「대한민국 헌법」의 포괄 위임금지 원칙, 의회유보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위헌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정부는 기후위기로부터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 취해야”, 2023.08.23 -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2022) 『지금 다시, 헌법』, 노르웨이숲 김아연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대관령 하늘목장과 서소문역사공원 등을 설계한 조경가 이수학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설계 과정 등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신간 ‘태도 Ⅰ·Ⅱ’는 ‘태도:조경·행위·반성·시작’ 이후 20년 만에 부제 없이 다시 ‘태도’라는 이름으로 묶어낸 책이다. 그림으로만 그려진 어린이놀이터부터 만들어지다 멈춘 조각 정원, 대학교 캠퍼스에서 삼백만 평의 초지에 이르기까지 열일곱 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린 그림과 도면, 모형과 낙서, 작업 이후에 쓴 글을 통해 설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풀어낸다. 이 과정은 설계와 사유, 사물과 인식, 그려진 것과 만들어진 것의 간극에서 불완전한 합일과 오롯한 좌절을 풍부한 그림과 간결한 글로 그려진다. 저자는 설계하는 일을 쓰는, 그리는, 만드는 모든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경 또한 사물과 인식 사이에서 흔들거리며 희미한 빛과 동요 속에 떨리는 자신을 놓아두는 일로 나무와 풀, 콘크리트와 철판을 재료로 도시와 땅에 관해 조경이 꾸어 마땅한 꿈을 이야기한다. 저자 이수학Astelle arbor var. quercus Namoo은 처녀자리 초은하단의 국부은하단 속 오리온 팔 끝에 있는 태양계 중심별의세 번째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의 극소 미립자다. 우주 시간의 찰나로 지내면서 정원, 마당, 공원, 광장, 거리, 마을, 도시의 하부 구조와 관련된 일을 했다. 그의 모든 작업은 철저하리만치 끝끝내 지구별에서 실현되지 못했으나 그의 꿈은 당신의 마음에 나무 한 그루 심어 마음의 뜰과 숲을 만드는 일이었고 그리고 그 풍경 속으로 함께 들어가는 것이었다.
  • 단청처럼 마가목은 큰 관목 또는 작은 교목으로 분류한다. 오랫동안 자라도 키가 7-8m에 불과하다. 적갈색 수피는 갈라지지 않고 매끈한 편이다. 잎이 달린 모습은 아까시나무와 비슷하나 작은 잎은 뾰족하며 가장자리에는 겹 톱니가 있다. 잎은 9~13장이 깃털 모양으로 달리는 깃꼴겹잎의 형태로 작은 잎이 모여 하나의 큰 잎을 만들 듯이 꽃의 형태도 수십 개의 작은 꽃이 우산모양으로 하나의 꽃차례를 이루고 있다. 늦은 봄에 새하얀 꽃이 반구 모양으로 무리 지어 핀다. 꽃향기와 꿀이 풍부하여 밀원식물로 이용한다. 10월에는 5~8mm 크기로 동그란 열매가 붉은색으로 열려 자주색 단풍과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수십 개의 열매가 모여있는 열매 뭉치는 시간이 가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가지가 아래로 쳐지게 된다. 빨갛게 익은 열매는 낙엽 지고 겨울이 와도 그대로 달려 있어서, 눈이 내리면 열매 위로 소복이 쌓인다. 마가목이라는 이름은 봄에 돋아나는 새 잎이 말의 이빨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마가목 가지에서 나오는 새 잎을 아무리 살펴봐도 말 이빨처럼 보이지 않는다. 마아목(馬牙木)에서 마가목이 되었다고 하지만 조선 후기 문헌에서는 마가목(馬檟木)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한자 뜻대로 풀이하면 마가목 한 그루 값어치가 말 한 마리와 맞먹을 정도로 귀하다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잎이 불타오르듯 붉게 물들고 열매 또한 붉게 익는다. 나무 전체가 빨간색으로 물들어 가을 산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1000m가 넘는 높은 산에서 군락을 이뤄 자라며 혹한과 매서운 바람에도 결코 얼어 죽지 않는다. 바위가 많은 곳이나 음지, 계곡 주변에서 주로 자생한다. 산 아래 평지에 심어 놓으면 생육이 좋은 것으로 보아, 키 큰 나무들을 피해 산 고개기처럼 척박한 곳에서 자란다고 한다. 설악산이나 계방산, 울릉도 성인봉 정상 부근에서 볼 수 있다. 산삼처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마가목 종류는 마가목, 당마가목, 산마가목 3종이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다른 마가목이 같은 지역에서 자라면 자연교배로 인한 잡종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 고 한다. 잎의 개수로 구분하는데 작은 잎이 9~13개이고 잎 뒷면이 앞면과 같이 녹색이면 마가목이고, 작은 잎의 숫자가 13개를 넘고 잎 뒷면이 흰빛이 있으면 당마가목이다. 잎 가장자리의 거치로 구분하기도 한다. 마가목은 주로 우리나라의 울릉도를 포함한 강원도 이남과 일본에 자생하고, 당마가목은 주로 강원도 등 북부 지방과 중국, 몽골에 서식한다. 이와 별도로 세계적으로 80여 종이 넘는 마가목은 오래전부터 조경수로 개발하여 유럽, 중국, 미국에서 수입하는 마가목 종류도 많이 있다. 최근 공원이나 가로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은 해외에서 건너온 원예종 마가목이다. 수입 마가목은 대부분 수관폭이 자생 마가목보다 넓고 키가 큰 편이다. ‘풀 가운데 제일은 산삼이요, 나무 중에 제일은 마가목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약효가 뛰어난 나무로 알려져 있다. 오래전부터 한약재로 유명했는데, ‘가지를 꺾어 지팡이로 짚고만 다녀도 요통이 낫는다’고 할 만큼 민간에서는 허리 통증과 뼈관절 질환의 약재로 널리 사용했다. 열매는 말려서 달여 먹거나 담금주로 먹기도 한다. 몇 해 전 갑자기 암 치료에 마가목 수피가 좋다는 소문 때문에 껍질이 숱하게 벗겨지는 난리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닥터지바고가 사랑한 라라처럼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북유럽에서도 마가목은 높은 산에 살고 있으며, 겨울철 붉은색 열매는 눈을 뒤집어쓰고 가지에 매달려 있다. 그래서 북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신단수로 추앙받는 풍습이 전해진다. 마가목을 산물푸레나무(mountain ash)로 부르는데, 물푸레나무는 북유럽 신화에서 하늘과 연결하는 신목(神木)이다. 북유럽 신화에 따르면 마가목으로 배를 만들면 침몰하거나 물에 빠져 죽는 일이 없다고 전해진다. 러시아 문학가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에서 마가목 열매는 생명, 풍요 그리고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지바고는 마가목 열매를 보며 헤어진 연인 라라를 떠올리고 반드시 다시 찾으리라는 용기를 얻는다. 러시아 사람들의 마가목 열매에 대한 의미를 소설에서는 잘 설명한다. 세상천지가 흑과 백으로 나눠진 설원에서 마가목 열매는 혹독한 겨울의 차가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고 묘사한다. 차디찬 동토의 땅에서 붉음을 유지하며 시련을 극복하는 용기를 주는 마가목 열매는 러시아의 처절한 근대사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마가목은 백두대간 운두령이나 대관령에 가로수로 식재했다. 일본 삿포로나 러시아 자작나무 숲속에도 심어 놓았다. 눈 덮인 설원에 서 있는 마가목은 단조로운 겨울 풍광 속에서 루비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처럼 마가목은 겨울철에 들어서야 존재감을 더욱 크게 보여주는 나무이다. 팔방미인처럼 마가목(Sorbus commixta)과 팥배나무(Sorbus alnifolia)는 속명(Sorbus)에서 보듯이 매우 가까운 형제 사이이다. 사는 곳은 서로 달라 팥배나무는 우리나라 모든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나, 마가목은 울릉도 특산식물이고 강원과 영남지방의 고산지대에 주로 서식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조경수로 개발하여 도시에 많이 식재하여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팥배나무는 팥을 닮은 열매와 배꽃을 닮은 꽃을 특징으로 하여 팥배나무라고 부르는데, 꽃은 마가목과 거의 같으나 잎은 전혀 다르다. 나뭇잎은 빗살무늬로 나뭇잎의 전형적인 모양을 가지고 있다. 거의 같은 시기에 꽃이 피어 늦은 봄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이 시기에는 흰색 꽃들이 경쟁적으로 피어난다. 마가목-팥배나무, 이팝나무-산사나무, 때죽나무-쪽동백나무, 층층나무-산딸나무 순으로 피어 난다. 묘목 생산은 초여름 장마철에 새순을 삽목하거나 씨앗을 2년간 노천 매장해 뒀다가 봄에 파종한다. 나무가 어릴 때는 직사광선을 싫어해서 음지에서 잘 자라는데 생장하면서 점차 양지에서 잘 자란다. 습기가 있는 땅을 좋아하고, 도시지역의 정원이나 공원 또는 가로수로 심어 꽃, 열매 및 단풍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연두색 새잎, 하얀 꽃 그리고 빨간 열매와 단풍 등 모든 면에서 조경수로 인기가 많다. 천천히 자라면서 수관폭이 좁고 수형이 저절로 잡히는 편이라서 작은 규모의 정원에 심기 적당하다. 햇볕이 풍부한 양지를 좋아하며 추위나 그늘엔 강하지만 더위나 공해에 약해 도심 가로수로 부적당하다. 토양은 거의 가리지 않지만 배수가 잘 되며 보습력이 뛰어난 토양에서 생육이 가장 좋다. 특이한 잎 모양과 향기 짙은 하얀 꽃이 아름답고, 붉은색 단풍과 열매 뭉치를 오래 볼 수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는 조경수이다. 동의보감에 이름을 올렸듯이 중요한 한약재로 쓸 수 있는 팔방미인형 나무이다.
  • 공룡과 함께 살다 약 2억 5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빙하시대를 지나면서 대부분의 생물이 멸종했는데도 기어이 살아남은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대접한다. 생물분류학으로 1문에 1종만이 현재 동아시아에 살고 있다. 우리 주변에 가로수 등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은행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에서 멸종위기종에 속해 있다. 눈만 뜨면 볼 수 있는데 ‘멸종위기’라니 놀랄 수도 있지만, 야생에서 사람의 도움 없이 번식하고 자생하고 있는 은행나무 군락을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 지정의 이유다. 현재 은행나무 명맥을 유지하는 유일한 역할은 인간이 하고 있다. 조류는 외면하고, 다람쥐나 청설모도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은행은 먹지 못하는 유독성 열매인 것이다. 꽃은 봄에 잎과 함께 암꽃과 수꽃이 암나무와 수나무에서 핀다. 바람에 실린 꽃가루가 암꽃까지 날아가서 수정이 이루어진다. 성장은 더디지만 조건만 맞으면 오래 산다. 열대나 한대 기후만 아니면 어디에서든 자라는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생명력이 강해서 고사한 줄기에서도 2년간 맹아가 돋아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우리나라 은행나무 노거수를 살펴보면 원줄기가 죽고 뿌리 주변에서 새로 돋아난 맹아가 자라난 것이 많다. 노거수가 많아 보호수로 지정되는 하한선이 400년으로 다른 수종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유학과 함께 산다 가을이 되면 잎이 노랗게 물들어 단풍이 아름다우며 병해충에 강하고 성장 속도가 비교적 느려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열매와 잎은 가공하여 각종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을 제조하는 원료로 쓰인다. 겉씨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잎이 부채꼴로 넓은 편이지만, 잎맥이 평행맥이고 줄기에는 가도관이 95% 이상을 차지하는 등 침엽수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침엽수로 분류한다.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인 공자가 제자들에게 살구나무(杏) 그늘 아래에서 학문을 가르치던 곳을 행단(杏壇)이라고 한다. 수백 년이 흘러 살구나무는 없어지고 나중에 심었던 은행나무가 살아남았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중국 행단에서 본 것은 살구나무가 아닌 은행나무였으니 행단의 행(杏)을 은행나무로 해석하고 서원이나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었다. 서울 명륜당 은행나무는 500여 년 전 조선 중종 때 성균관 대사성을 지낸 윤탁이 심은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이러한 전통은 근현대에도 이어져 학교의 상징으로 은행나무를 많이 심게 되었다. 은행이 살구와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는데, 살구(杏)보다 조금 밝은 빛이 난다고 해서 ‘은빛 나는 살구’라는 의미로 ‘은행(銀杏)’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도시민과 같이 산다 1990년대까지 가장 많이 심은 가로수는 플라타너스였다. 공기정화능력이 뛰어나고 빨리 자라고 넓은 그늘을 제공하며 오염토양에서도 생존하는 장점이 있었으나 지나친 수세 확장으로 보행로를 좁히고 열매의 털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가로수 수종은 은행나무로 많이 대체되었다. 현재 서울시내 가로수는 2020년 기준 총 30만여 그루가 있는데 이중 은행나무가 10만 6000여 그루로 35%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가을에 열리는 은행 열매에서 나는 악취가 큰 문제를 일으킨다. 은행나무 가로수 가운데 약 2만 7000여 그루가 암나무로 열매껍질이 찢어지면서 점액이 나와 악취를 일으킨다. 악취 민원 때문에 암나무를 베어달라는 요청이 많이 생겨 관리기관마다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은행나무 악취를 막기 위해서 가지 주변에 망을 설치하여 열매가 도로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거나. 굴삭기의 진동기구로 은행을 조기 수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은행나무 암수 감별 기술을 개발해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꿔 심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나무 가로수가 주는 도시환경 개선 혜택은 모른체하고, 악취를 못 견디는 도시민의 이기심은 극복해야 한다. 겨울나무에 손뜨개질로 만든 나무 옷을 입히는 재능기부를 하는 것보다 열매 수거에 도시민이 스스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한동안 도시 하늘을 뒤덮은 초미세먼지로 온 국민이 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언론에 도배된 적이 있었다. 은행나무는 넓은 잎으로 초미세먼지를 흡착하여 저감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 밖에도 차량 배기가스나 분진 등 유해 물질을 빨아들이는 ‘공기 정화 효과’가 좋다고 한다. 줄기 껍질이 두꺼워 화재와 병충해에 강하다는 장점도 있는 만큼 앞으로도 도시 가로수로 많이 심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터가 넓어야 잘 산다 15년 전 뚝섬경마장을 공원으로 조성한 ‘서울숲’은 서울 동북부의 대규모 공원이다. 울창한 숲과 넓은 잔디밭이 잘 조성되어 있고 각종 공원 활용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 여러 군데 중 인기가 좋은 장소는 은행나무숲을 들 수 있다. 2005년도에 조경공사를 할 당시에는 농장주가 방치하다시피 키운 은행나무는 애물단지였다. 묘목을 빽빽하게 심어놓고 제대로 관리를 못한 탓에 은행나무 고유의 수형이 나오지 않아 팔리지 않자, 나무 주인은 하릴없이 내버려 둔 상태였다. 토지 매수가 완료되어 은행나무를 옮기라는 요청을 받은 나무 주인은 이식을 거부하고, 서울시에서 은행나무를 전량 구매해달라며 요구했다. 서울시에서는 공사가 급한 처지 때문에 요구를 들어줬고, 수형은 나쁘지만 제자리에 그냥 놔두자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채택하게 되었다. 지금은 은행나무줄기가 주는 단순함과 특이한 수형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다. 다 베어내고 제대로 된 수형의 은행나무를 심는 것보다 결과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조경기술자의 디자인보다 집단지성이 더 좋은 결과를 이룬 사례로 추천할 만하다. 도시 가로수로 은행나무를 줄지어 심다 보면 식재장소의 토양조건이나 지하매설물이 나쁜 경우가 많다. 커다랗게 자랄 수 있는 나무를 불과 1.2m 보호틀에 가둬놓고 주변은 전부 불투수성 포장재로 덮어버린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인데 은행나무는 잘 버티고 살아간다. 머리 위에 있는 전깃줄 때문에 기형적으로 가지를 잘리고 단풍잎은 보기엔 좋으나 치우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 기후변화시대에 도시민에게 여러 가지를 베풀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만 살고 있다. 우리 곁에는 흔하게 있지만 서양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국에 8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를 비롯하여 반계리 은행나무 등이 천년을 넘겨서도 위풍당당하게 사는 나무로 유명하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은행나무는 바라만 봐도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2022년 여름 명륜당 은행나무 가지 일부가 세찬 비바람에 부러졌다. 지주대를 여러 개 설치해서 가지를 보호하고 있지만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는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이다. 뿌리 부근에서 새로운 맹아가 싹터서 자라난 손자 은행나무가 줄기를 뻗고 있다. 언젠가 500년 묵은 할아버지 나무가 쓰러지면 그루터기를 딛고 손자 나무가 명맥을 이어 갈 것이다. 예전에 은행나무를 심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소문에 은행나무 묘목을 사다가 심어놓고 방치하는 사례가 많았다. 잡초 발생을 방지하려고 1m 이내로 촘촘히 묘목을 심어 놓은 후, 관리를 안 하여 곁가지는 말라죽고 하늘을 향해 키만 높게 자라게 된다. 이러한 수형은 조경수로는 낙제점이라 팔리지 않으니 그냥 내버려 둔다. 멀리서 보면 그럴듯한 은행나무숲인데 가까이 보면 쓸 만한 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 결국 치우느라 비용이 별도로 들게 된다. 거름과 농약을 수시로 주는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 보다는 조경수 생산이 쉽고 단순한데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경수 생산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병충해가 적거나 전정 요구도가 낮은 수종을 선택하되 키운 뒤 판매하기 쉬운 수종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 따뜻한 남쪽나라가 고향 동아시아 온대지방인 중국 중북부, 일본, 한국 중부 아래쪽의 특산 과실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재배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감의 주산지로 영호남의 내륙지방으로 나와 있다. 낙엽 교목으로 높이는 10m 내외이고 줄기의 겉껍질은 비늘 모양으로 갈라진다. 열매는 10월에 주황색으로 익는다. 연평균 기온이 15℃ 정도이고 10월의 평균기온이 22℃ 나타내는 곳이 생육에 적당하다. 과수농사를 위한 감나무 과수원도 있지만 집 근처나 밭두렁·산기슭 등에 심어 놓은 경우도 많다. 감나무는 의외로 재배 조건이 까다롭다. 추위에 얼어 죽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추운 지방에서는 품종과 식재 위치를 따져본 후 심어야 한다. 추위에 약한 감나무를 수도권에 심을 때는 겨울 찬바람을 피하고 햇볕이 잘 드는 장소에 심어야 한다. 감나무에 새순이 나올 때면 이미 봄꽃이 활짝 피어 있다. 겨울을 이겨내고 6월 초가 되어야 새로 돋은 가지에 감 꽃이 피어 꿀을 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준다. 단감보다 떫은 감이 추위에 더 강한 편이다. 단감은 북위 35도 이남에서 잘 자라고, 떫은 감도 북위 37도를 넘으면 저온 피해 위험이 높아진다. 감나무속(Diospyros) 나무들은 대부분 아열대성 나무인데 감나무가 특이하게 온대에 적응한 것이다. 열대지방에도 감나무속 나무가 살고 있으나 감이 달리지 않는다. 감나무속인 고욤나무(Diospyros lotus)는 감나무에 비해 추위에 강하고 씨앗으로 묘목을 키우며 성장이 매우 빠르다. 이러한 장점을 이용하여 감나무를 접붙일 때 대목(접을 붙이는 나무)으로 사용한다. 감나무 씨앗으로 생산한 묘목을 키우다가 감이 달리면 고욤처럼 열매가 작아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감나무는 접붙이기로 번식시킨다. 감나무 묘목은 얕게 심어야 활착이 잘 되므로, 지주를 세워 묘목이 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배수가 쉽게 되는 고랑과 둑을 만들어 심는 것이 좋다. 남부지방은 가을에 심어도 되지만 중부 이북지방은 동해를 입는 경우가 있으므로 봄에 심는 것이 좋다. 성장이 빨라 식재 후 5년이 지나면 감을 수확할 수 있다. 15년 이후부터 수확량이 크게 늘어난다. 감나무는 한 해씩 걸러 열매가 많이 맺거나 적게 달리는 ‘해거리’를 한다. 옛사람들은 해거리를 방지하기 위하여 감나무 줄기에 상처를 만들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아무래도 조경수보다는 과일인 감을 생산하기 위한 과수로 많이 심는다. 떫은 감은 한반도에 자생하는 품종이 많고. 단감 종류는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단감은 바로 먹어도 떫지 않으며 깨무는 맛이 있다. 일본 단감이 1968년경에 도입되어 남부지방 감 과수원에 널리 보급되었다. 불완전 단감으로 극조생종으로 추석 전에 수확할 수 있는데 진영단감이 유명하다. 떫은 감은 남부지방 각 지역에서는 지역명을 내세운 감을 생산한다. 씨앗이 없는 ‘청도반시’가 유명하다. ‘대봉감’은 약간 길쭉하여 끝이 뾰족하게 생겼다. 일제 시대 때 대봉감 생산에 알맞은 토양을 조사하여 하동 악양이 가장 적당하다는 결과를 얻어 그곳에 대봉 품종을 심었다고 한다. 충분한 일조량으로 생산된 악양 대봉감은 감칠맛 나는 맛과 색깔, 모양이 아름다워 오래전부터 인기가 좋다고 한다. 단감과 떫은 감에 대한 오해는 떫은 감이 익으면 단감이 된다는 생각이다. 열매가 숙성하는 과정에서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라는 성분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단감 품종의 경우 본래의 탄닌 함량이 적기도 하지만 과실이 숙성함에 따라 탄닌이 산화되어 절대적인 양이 줄어들면서 떫은맛이 사라진다. 그에 반해 떫은 감은 탄닌 함량은 매우 높으나 과실이 숙성하면서 작은 탄닌 분자들이 고분자 형태로 변해버려서 우리 혀가 이러한 형태의 탄닌을 느끼지 못하여 떫은맛을 느낄 수 없게 된다. 덜 익은 땡감을 소금물에 담근 뒤 먹는 침감은 탄닌을 없애기 위한 옛사람들의 지혜를 볼 수 있다.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감나무의 용도는 과일 생산에서 끝나지 않는다. 목재가 단단하고 고른 재질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나무속에 검은 줄무늬가 들어간 먹감나무는 가구를 만드는 데 이용하었다. 서양에서는 골프채의 헤드부분을 감나무(퍼시몬)로 만들었다. 금속으로 재질이 바뀐 요즘에도 우드(wood)라고 부르는 유래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감나무 가지가 튼튼해 보이지만 사람이 밟고 올라가면 잘 부러진다. 감을 따다가 가지가 부러지면서 무방비 상태로 떨어져서 머리를 다치는 사람이 많았다. 감나무에서 떨어져서 머리를 다치고 나서 똑똑한 사람이 바보처럼 변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겨났다. 과거에는 높은 곳에 달린 감을 까치밥으로 남겨두었다고 하는데, 사실은 가지가 약해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따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제주도 특산물로 무명 천을 감즙으로 염색하는 ‘갈옷’이 있다. 감즙이 방부제 역할을 하여 땀 묻은 옷을 그냥 두어도 썩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통기성이 좋아 여름에는 시원할 뿐만 아니라, 밭일을 해도 물방울이나 오물이 쉽게 붙지 않고 곧 떨어지므로 위생적이다. 햇빛에 노출할수록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아토피 같은 난치병이 넘쳐나는 요즘에 갈옷은 천연염색으로 인체에 해가 없다고 하니, 앞으로 갈옷을 입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 민간 치료요법에서는 감이 설사를 멎게 하고 배탈을 낫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바로 감에 많이 있는 탄닌이 장의 점막을 수축시켜 설사를 멈춘다고 한다. 홍시나 곶감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양의 탄닌을 섭취하게 되어 소화를 할 수 없을뿐더러 변비에 걸리게 된다. 반대로 설사할 때 먹으면 좋다. 이러한 경험으로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라는 속담이 나온 것이다. 달다고 마구 먹다가 소화불량으로 고생한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선 감과 꽃게 종류를 함께 먹으면 설사를 일으킨다고 경고한다. 가을을 가을답게 감나무는 영랑의 시에 ‘오-매 단풍 들것네/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라는 귀절로 가을을 상징한다. 감나무 대부분은 감을 생산하기 위해 심지만, 가을에 감이 열리는 모습을 보려고 정원수로 심기도 한다. 시골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나무를 꼽으라면 감나무라는 대답이 많다. 농가가 자리한 곳에는 대부분 감나무 몇 그루가 마당 가에 서 있다. ‘감나무 밑에 누워서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라는 속담이나 ‘호랑이도 곶감이 무서워서 도망갔다는’ 전래동화처럼 일상생활 속 친근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가 주거 형태의 대세가 된 지금은 감나무 밑에 주차된 차량에 감이 떨어져서 관리소에 배상을 요구하며 다투는 경우가 생긴다. 저층 거주자는 감나무의 무성한 잎이 일조권을 방해한다고 벌목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감이 특산물인 상주와 영동에서는 감나무를 가로수로 심어서 멋진 가로경관을 만들었다. 가을철 감이 익어가는 무렵에는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영동의 감나무 가로수길은 164㎞ 구간에 2만 3000그루를 심어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되었다. 서울에서도 일부 도로에 가로수로 식재해서 가꾸고 있지만 각종 가공선 때문에 제 모습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30년 전 예술의전당 건립 시 소나무와 꽃 피는 관목 위주로 조경수가 선정되었다. 설계자의 파격적인 발상으로 감나무 11주를 콘서트홀 옆 광장에 심었다. 당시 공공건축물의 조경수로 감히 생각할 수 없었는데도 과감하게 식재하여 오늘날 가을철에 멋진 단풍과 감을 보여줘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아주 오래전 대구 지방에 한 건설회사가 아파트 분양에 나섰는데,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에 거부감이 많은 대구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놓은 방법으로 세대당 감나무 한 그루씩 준다는 방식으로 감나무 500여 주를 심어 홍보하였다. 그 결과 빠른 시간 내에 완판하여 화제를 부른 경우가 있었다. 감을 따서 내가 가질 수 있다는 작은 행복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감나무는 모과나무나 대추나무와 함께 정원에 유실수로 심는 나무이다. 수세가 그리 강하지 않아 정원의 다른 나무를 위압하지 않는 예의 바른 나무이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이번 해 3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농촌재구조화법」)이 제정됨에 따라 농촌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단과 성장 지원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법률 제정 배경을 살펴보면, 농촌의 난개발과 지역 소멸 위기 대응이라는 대국민 공감대 하에 농촌의 삶터, 일터, 쉼터로서의 ‘농촌다움’을 회복하고 국토 균형발전 기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렇다면, 농촌을 농촌 답게 조정, 지원하자는 것이 본 법의 주요 목적이자 핵심 사안인데, 회복이 필요한 농촌다움이란 무엇일까? 농촌진흥청에서 정의하는 ‘농촌다움’이라는 용어는 다음과 같다. 농촌고유의 가치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유무형의 자원을 의미하며, 그 예시로 고건축물, 생물종의 다양성, 생태계, 아름다운 농촌경관 등을 들고 있다. 농촌답다는 의미의 ‘농촌다움’은 세대 간, 살아온 경험 등에 따라서 상대적일 수밖에 없지만,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KREI, 2020)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바람직한 농촌의 모습은 ‘농촌다운 풍경과 자연경관이 있는 곳’, ‘농업 여건이 좋은 곳’ 등에 가깝다. ‘농촌다움’이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배경은 기존의 ‘농업’ 중심의 공간 형성 및 관리에 있어 주거지 경관, 생태문화 경관 등이 그 가치를 입증받지 못하고 훼손되고 있다는 경각심에서 시작된다. 또한 농촌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 기존 1, 2차 산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도시와 차별화되는 경관 형성으로 3차 산업으로서 농촌 도약이라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든 농촌공간으로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한동안 정책적, 학술적 용어로서 ‘농촌 어메니티 경관’, ‘농촌경관자원’ 등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농촌의 경쟁력 살리기,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과제를 풀어가는데 있어 ‘농촌다움’은 농촌의 삶과 관계없는 제3자에 의해 규정되고 강요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답다라는 접사는 ‘특성이나 자격이 있음’을 뜻하는 접미사이고, 우리가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다움’은 우리가 기대하는 바를 돋우기 위해 긍정적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기대한 틀 속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체시키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잘 보전된 문화경관이 농촌다움이라면, 앞으로 대다수의 농촌이 무조건 보전되어야 한다는 틀에 갖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물론 보전해야 할 농촌경관 발굴, 보전, 홍보는 농촌과 국토 공간 전체를 위해서 꾸준히 장려되어야 하는 과제는 맞다. 또한 「농촌재구조화법」에서 특정한 경관을 보전, 지원하기 위한 지구 설정, 농촌 협약 제도도 정돈된 농촌 공간 형성 및 성장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사소해 보이는 ‘용어’ 하나에 특정 의미를 축소하거나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상적인 농촌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 용어 사용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농촌다움이라는 용어 사용 대신 진화하는 다음의 농촌을 지지하는 경쟁력 있는 농촌, 젊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농촌, 도약하는 농촌 등 다양한 농촌의 이상적인 모습을 포용할 수 있는 사고, 틀이 필요하다. 현재의 농촌은 과거의 농촌 원형과 달리 큰 변화의 흐름을 경험하고 있다. 농촌을 구성하는 인적 자원의 형태나 규모가 달라졌기 때문에 다수의 소농이 아닌 대농 위주의 집단적 농업경관의 모습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일부 지역에는 형형색색 다채로운 주거지 경관과 달리 집단화된 타운하우스 같은 경관의 모습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대규모의 농업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스마트팜, 태양광 시설 등도 보편화되고 있으며, 도시의 스마트시티 개발과 맥을 같이 하는 농촌의 스마트빌리지 사업 등도 다양한 정부 부처에서 공모, 조달 등의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정책 공급의 기회와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농촌에서, 정부 정책 투입 대비 성과가 저조한 근본적인 이유는 ‘젊은 층의 부족’이다. 농촌 공간을 새롭게 재구조화해보자라는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의 구상과 계획도 고무적이지만, 그 밑그림 아래 젊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이상적인 농촌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고민하는 것도 매우 절실하다. 젊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농촌에 대한 이상은 매우 주관적이지만, 이미 도시의 편리함을 필수적인 삶의 요소로 생각하고 있는 젊은층에게 필요한 공간계획 전략은 크게 2가지다. 첫째, 도시의 편리함을 닮은 농촌을 만들어 주는 것, 둘째, 어떤 도시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유토피아적인 농촌의 사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첫 번째 전략은 정부, 지자체에서 농촌의 기초적인 생활 인프라를 적절한 곳에 지원, 공급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농촌 삶의 질을 위한 생활 인프라 공급 부분은 농촌 365 정책이라고 하여 생활권 몇 분 이내에 적절한 인프라가 포진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매년 농어촌 서비스 기준(의료복지, 교육․문화, 정주여건, 경제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작업도 농촌 생활인프라 공급 정책을 보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면적인 접근보다는 젊은 층이 획기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공간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삶의 터전인 농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읍소재지 주변에 타운하우스, 중규모의 아파트 등을 집단화하여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 장려하는 정책지원 사업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둘째로 제시한 유토피아적인 농촌은 민간에서 활발하게 추진할 수 있게 정부, 지자체에서 건설사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모델의 창의성을 높이는 쪽이 바람직하다. 선진국에서는 농촌의 전통적 주거 형태에 현대적 구조물을 덧대어 새로운 경관을 창출하는 사례, 풍광이 좋은 곳에 집단 농촌 주거시설을 조성하는 사례, 도시와 멀지 않은 곳에 입체적인 농업 시설을 조성·체험하게 하는 사례 등이 매력적인 농촌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농촌에 삶의 터전을 잡은 젊은 층의 고민은 ‘불안감’ 한 마디로 설명될 수 있다. 즉 도시에 살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 비해 뒤처질까라는 막연한 걱정이다. 나와 함께 건설적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부족도 한 몫 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창의성을 더해 이색적이고 유토피아적인 공간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주거, 커뮤니티 모델 등의 사례를 개발하여 젊은 층이 일하고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 데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경관 형성의 지원과 사례 홍보는 농촌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려는 개개인의 삶의 만족도뿐만 아니라 도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데도 일조할 것이다. 도시의 이류, 삼류로서의 공간이 아닌 어디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희소성이 있는 농촌의 모습으로서 말이다. 농촌의 경관, 농촌의 경쟁력, 국토 균형 등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건 ‘농촌다움’이 아니라 새로운 농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농촌다음(Next 농촌)’이 아닐까? - 참고문헌 송미령, 성주인, 심재헌, 한이철, 서형주, 민경찬 (2020) 농촌공간계획 수립 기본방향 연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강영은 / 경상국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가쓰라(桂)가 한반도에 이사왔다 계수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중국과 일본이 원산지인데 1920년대에 일본에서 들여와 경기도 광릉에 심었다. 지금도 모수(母樹)로 대접받으며 포천 국립수목원에 살고 있다. 속성수로 줄기는 곧고 잔가지가 부챗살처럼 뻗는다. 계수나무는 기후 조건과 관계없이 빠르게 자라서 큰 나무로 자란다. 줄기를 베어버려도 뿌리에서 싹이 새로 돋아날 정도로 맹아력이 뛰어나다. 줄기가 위로 성장하면서 갈라지는 곁가지가 잘 정돈된 나무 모양을 만들어 준다. 계수나무는 암수 딴그루로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어나는데 원시적인 풍매화 형태를 보인다. 충매화가 아니라서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꽃잎과 향기가 없어 모양이 단순하고 꿀을 만들지 않는다. 바람에 의해 가루받이를 하고, 꽃이 진 자리에는 바나나 모양의 작은 열매가 달린다. 열매 속에는 날개 달린 씨앗이 들어 있어, 영글면 바람을 타고 날아가서 착생하게 된다. 잎 모양이 하트 아이콘과 비슷하여 사랑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속명인 ‘Cercidiphyllum’은 ‘박태기나무(Cercis)’와 잎 모양이 매우 비슷하여 명명했는데, 박태기나무잎은 어긋나고, 계수나무의 잎은 마주 나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달에는 계수나무가 없다 윤극영의 동요 ‘반달’에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라는 노랫말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긴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꿈과 용기와 희망을 주는 동요를 부르게 하자’며 최초의 창작동요로 만들었다. ‘반달’ 가사로 계수나무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다 알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중국 설화에서는 달 왼쪽 어두운 부분이 토끼, 오른쪽 밝은 부분을 계수나무로 전해진다. 이러한 옥토끼 설화는 동양 3국에 퍼져 ‘반달’ 동요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반달’ 노랫말 속 계수나무가 어떤 나무냐는 논쟁이 자주 벌어진다.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일본에서 들여온 계수나무가 아닌 목서를 말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아름다운 꽃과 향기가 진한 목서를 계수(桂樹) 또는 ‘연항수’라고 부르며 계수를 많이 심은 곳을 계림(桂林)이라는 지명으로 지었다고 한다. 당연히 중국 설화에 등장하는 계수는 목서인 것이다. 1920년대에 들여올 당시 일본식 나무 이름이 가쓰라(桂)이므로 아무 생각없이 ‘계수나무’라고 이름 지었다. 이미 계수나무는 목서의 다른 이름으로 조선 시대 시나 그림에 등장했는데도 같은 이름을 붙여 준 것이다. 정리하자면 계수(桂樹)는 중국에서는 목서, 일본에서는 가쓰라로 서로 다른 나무를 말한다. 이와 같은 혼란은 같은 한자권인 동양 3국에서 한자의 뜻이 전혀 다른 경우라서 벌어진 것이다. 가끔 지중해 지역에 사는 월계수(Laurus nobilis)와 계수나무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어 계수나무로 월계관을 만드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월계수로 불리는 나무는 지중해 부근에서 자라는데, 꽃과 향기가 좋아 고대 올림픽에서는 우승한 선수에게 월계수 잎으로 관을 만들어 수여했다. 나중에 근대 올림픽을 재개한 후에도 월계관을 한동안 씌워주었는데 올리브 잎을 사용하기도 하고,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처럼 로부르참나무 잎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와 같이 월계관은 관용어로 남았으며 계수나무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또한 계피(桂皮)도 계수나무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계피가 계수나무의 껍질이라고 오해받는 경우도 있으나, 육계나무의 껍질이다. 카푸치노에 넣는 ‘시나몬’(cinnamon)은 실론 섬이 원산지인 실론계피나무이다. 솜사탕같이 달콤한 냄새가 난다 계수나무는 10월부터 잎이 샛노랗게 물들면서 달콤한 솜사탕 향기를 내뿜는다. 단풍이 들면 잎 속에 들어 있는 맥아당의 함량이 높아지면서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데 잎을 비벼주면 그 향기가 더욱 진하게 나온다. 단풍이 물들어 아래로 떨어지면서 잎에 남아있던 맥아당이 날아가면서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가지에 붙어있는 단풍잎보다는 떨어져 약간 마른 낙엽에서 더 진한 향기가 난다. 잎을 접어 비비면 향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발아래 단풍잎이 발에 밟혀 바스러지면서 냄새가 풍성하게 나게 되는 것이다. 과학적 이론으로는 낙엽이 부서지면서 잎에서 방출되는 말톨이라는 분자가 향기를 만들어낸다. 꽃은 볼품없고 열매도 쓰임새가 없어 조경수로 많이 식재하지 않다가, 눈부신 가을 단풍과 달콤한 향기가 주목을 받으면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계수나무 옆을 무심히 지나치다가 가을로 접어들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진한 향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솜사탕같이 달달한 냄새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 궁금해한다. 잎 모양이 하트 아이콘을 닮아 러브스토리와 어울리는 데다가 향기까지 달콤하게 나서 연인의 스토리텔링에 자주 배경으로 등장한다. 설탕 끓이는 냄새와 비슷해서 때문에 서양에서는 카라멜나무(caramel tree)라고도 한다. 계수나무 꽃에서 향기가 난다는 이야기는 목서와 일본산 계수나무를 혼동하여 잘못 알려진 것이다. 귀하지 않은 나무는 없다 계수나무는 열식이나 군식으로 심어 공원이나 아파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 이주한 귀화종이지만 우리 땅에 잘 적응해서 다른 나무들과 어울려 잘 살아가고 있다. 비교적 이식력이 강해서 도시공원이나 아파트 등에 조경수로 많이 심는다. 동요 노랫말처럼 달에 살지 않는다거나 시나몬 향을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계수나무 가치를 저평가할 필요는 없다. 늦여름까지 조용하게 지내다가 그 어떤 나무도 낼 수 없는 귀한 향기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나무이다. 토심이 깊고 사질양토로서 비옥하고 적윤한 토양에서 생장이 좋으며 내음성은 보통이다. 내한성이 강하여 중부 이남의 어디에나 식재가 가능하고 내염성도 강하며 생장이 매우 빠르고 이식도 용이하다. 퇴계로 서울로 시작구간에 심어 놓은 계수나무는 줄기 상단을 댕강 잘라버렸다. 짐작건대 토양환경이 지나치게 건조해서 건조 피해를 입은 듯하다. 아파트 녹지와 같이 인공지반인 경우 토양 깊이를 충분히 확보하여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공원에서 노란색이 진한 단풍잎이 달린 나무를 찾아보면 은행나무가 아니라면 계수나무가 맞을 것이다. 떨어진 낙엽을 모아 정원 한구석에 놓아두면 달콤한 향기가 뜰 안에 가득 할 것 것이다.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자연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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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이상훈 조경가,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부임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이상훈필드오퍼레이션씨니어어쏘시에이트(FieldOperationsSeniorAssociateDesigner)디자이너가3월부로전남대학교조경학과교수로부임했다. 이상훈교수는서울대학교조경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조경학석사학위를받고,미국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조경디자인석사학위를취득했다.이후미국의필드오퍼레이션에서10년이상재직하면서시애틀센트럴워터프론트,마이애미언더라인,프린스턴대학교캠퍼스조경설계등의프로젝트를주도했다. 이상훈교수는그동안의경험을토대로전남대학교에서조경설계분야과목을담당할예정이며,도시재생,리질리언스조경설계등에대한실천적대안을제시하고자한다. 이상훈교수는“전남대학교조경학과에합류하게돼영광이다”라며“급변하는현대사회에서조경설계의가치와역할에대해고민하고,학생이실천적창의성을가진인재로성장할수있도록노력하겠다”고포부를밝혔다.
조수다, “전국 조경인 청도에 모이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조경계최대오픈카카오톡방모임인‘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이하조수다)’이지난23일경북도청도에위치한대영수림원장에서조경인들을위한‘무료전지교육’을실시했다. 조수다의전지교육은조경전지및방제에대해교육을받고싶어하는조경인들을대상으로지난2022년부터매년정기적으로실시되고있다. 이날교육은오전11시부터전국각지에서몰려든70여명의조경인들이참여한가운데▲서광민아름두리조경팀장의‘전지교육’▲조봉균일송농원팀장의‘방제교육’▲유성훈유한조경개발부장의‘입찰노하우’▲대영수림원송동근방장의‘조경인의삶’에대한이야기등다양한주제로진행됐다. 교육에앞서참가자들은자기소개와조경인으로서앞으로의포부에대해서발표하는시간을가졌으며,이어전지교육을맡은서광민팀장이인사말을통해“전국을매년순회하며조경계에서활동하는많은분들과대화를나누고,특히지방권의조경학전공자,취준생,취업취약계층들과소통하기위해이번행사를준비했다”고말했다. 조수다운영진은“청도가접근이쉬운곳이아닌데비행기까지타고온조경취준생,인천에서관리를배우기위해내려오신실무자등전국먼곳에서다양한조경인들이찾아와주셨다”며,이번교육에대해“실무에서는배울수없는내용들이많았고,훌륭한선배들을한자리에서만나볼수있는멋진자리”라고말해줘서보람있었다는뜻을전했다. 또한성공적인행사가되도록찬조해준회원들게도감사의말을빼놓지않았다.송동근방장이교육장소인대영수림원장을제공하고,엄영민이룸건설대표가볼펜을선물했으며,청도한샘조경에서지역먹거리인곶감을제공했다.그외문경삼성종합건설,동산식물원김영민대표,리컴퍼니이철용대표,계림조경자재,천병훈대표,대림원예종묘문현수전무등많은회원들이식사및운영경비에도움을주었다.더불어사전답사를통해70대주차에문제가없도록진행해준유한조경개발과이룸건설에도감사의말을전했다. ‘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은지난2021년5월15일개설된이래입소문으로인기가급상승한모임이다.현재는카톡방최대인원인1500명을모두채우고대기방까지운영하고있을정도로여전히인기를과시하고있다. 송동근조수다방장은앞으로좀더체계적인교육이이뤄질수있도록올해교육일정을미리공개했다. 이에따르면▲4월28일에는시흥농원에서‘수도경기지역전지교육’이▲5월26일에는나린조경에서‘조경사업준비및취업생을위한충청권교육’이▲7월5~7일2박일정으로문경캠핑장모임▲9월28일대규모서울정모▲11월2일일송농원에서호남정모▲12월7일연탄봉사등이진행된다. 송동근방장은“조수다의힘을모아젊은조경인들이사회로나와서겪는현실적인어려움을해결하고조경실무에잘적응할수있도록도움을줄것”이라며“교육행사를준비하는데운영진이힘든점이많았는데,이번에교육시행일을미리공지했으니원활한행사가되도록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한편‘조경을좋하는사람들의수다방’에참여하고싶은사람은카카오톡오픈톡방에서‘조경’검색어를통해찾을수있으며,회원수초과로가입이힘든경우가입대기하면추후참여코드를보내주고있다.
‘정원’과 ‘공원’을 나누는 사회적 기준 ‘부재’…역할과 가치 ‘오염’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언론사마저‘정원’과‘공원’에대해애매한정의를사용하면서,이에대한잘못된개념이사회적으로확산될수있다는우려가제기됐다. 울산지역일간지인경상일보가“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닙니다”라는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하면서‘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해너무주관적으로정의했다는지적이다. 이언론사는지난18일태화강국가정원에맨발길이나석재벤치등과도한시설물을도입해자연성이훼손되고있는점을안타까워하는내용의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해보도했다. 내용의취지는공감하더라도,이러한주장에대한논거로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이제시됐는데전문분야로서공감하기힘든내용이라는것이다. 영상에서는공원과정원을다음과같이정의하고있다.“정원과공원은개념부터다르다.그중에구성요소로보면정원은식물과꽃,나무등의자연요소와조각품,분수등의예술요소가조화롭게어우러져조성된다고하는반면공원은산책로,운동시설,휴게시설등의시설물과함께자연요소가어우러져조성된다고나와있다” 그러면서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므로과도한시설물을도입하지말라고주장하고있어서자칫시설물도입여부가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으로해석될여지가크다.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을통해주장을이어가는신중함이아쉽다는지적이다. 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 하지만사실공원과정원을가르는명확한기준이없다.우리나라에서공원과정원을학문적으로깊이다루어왔던것은조경학이유일한데,조경학에서전통적으로정의해오던공원과정원에대한구별은산림청이추진한‘정원법’이통과되면서혼란을거듭하고있다. 과거에공원이라고부르던것들이공공정원으로불려지기시작했고,‘공공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한기준을폭넓게공유하지못한상황이어서“태화강국가정원이공원이아니다”라고단언하는것은논란이있을수있다. 다만법적인정의로보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다”라는말이맞다.공원은법적으로도시계획시설이지만,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에해당되지않는다.그렇다고영상뉴스에서제시한공원과정원에대한정의가법적인정의도아니라는점에서문제점은여전히남는다. 울산시담당주문관은“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이아닌하천으로지정돼있다”면서도“시설물들을도입하는것은법적인문제는없다”고말했다. 이에대해남수환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정원진흥실실장은“공원과정원의가장큰차이는어떤시설물이나식물에있는게아닌,조성이나관리에참여하는등의행위가중요하다고생각하는데,시설위주로설명을해놓았다”며“완벽하게설명이되지는않더라도법적인개념을갖고설명했으면좋았을걸하는아쉬움이있다”고말했다. 실제법적인개념을비교해보면▲“도시공원이란도시지역에서도시자연경관을보호하고시민의건강․휴양및정서생활을향상시키는데에이바지하기위하여설치또는지정된것”으로정의하고세부항목을정하고있으며▲“정원이란식물,토석,시설물(조형물을포함한다)등을전시·배치하거나재배·가꾸기등을통하여지속적인관리가이루어지는공간(시설과그토지를포함한다)을말한다”고정의하고있다. 태화강,“정원이냐?공원이냐?하천이냐?” 오순환환경조경발전재단본부장은태화강국가정원의성격이다양한측면에서해석될수있다고말하며,우선법적으로는“하천일뿐”이라는점을강조했다.“공원같은경우에는도시계획시설로돼있지만정원은도시계획시설이아니다.이것이산림청에서지정하는국가정원의문제이다.태화강국가정원은하천이지만땅의속성과는상관없이규모가넓게조성되면서도시공원과같은역할을하고있다.그렇다고해서하천에공원까지중복시설로지정된사례는아직없다”며원칙적으로“하천일부를이용하는이수공간일뿐”이라는것이다. 또한오본부장은조경학의전통적인정의를빌어“본래정원은사유의개념이들어간것이고울타리로위요된곳에조성된것을말해왔다”며요즘“공공정원은공원에해당된다”며,법적인정의를벗어나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기도하다”고말했다. 이번사건은조경의정체성을가장잘표현하는단어인‘공원’과‘정원’에대한조경전문가들의최근고민이너무안일하지않은지되돌아보는계기가되었으면한다는제보였다. 아울러“공원”을단순히시설물과식재의형태로정의하는경우,그사회적가치와역할이오염된다는점에서정원법통과이후이어져오는공원과정원에대한혼란스러운정의에대해사회적으로명쾌하게답하고합의해나갈책임이조경학계에던져졌다는지적이다.
[2024 아파트 조경 ③-포스코이앤씨] 심안용·이인효 “백년명원, 백 년을 내다 보는 조경”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자연스럽게만든다고해서진짜자연이될순없지않은가.다만바이오필릭을향한사람의마음을계속적으로불러내서자연에가깝게만들어가고자노력하는것이다” 포스코이앤씨의아파트브랜드더샵에대해사람들에게설문조사를해보면첫번째로꼽는것이‘아파트가튼튼하다’는것이다.그래서인지포스코조경의전략도“백년명원”이다.백년을가는튼튼한조경을말하는것일까. ‘백년명원’에대해백년을내다보고만든조경매뉴얼이라고자평하는포스코이앤씨의심안용,이인효부장은,아파트조경이트렌드에급급하지않고긴호흡을가진전략을가져야한다며“백년명원”은단순히‘튼튼한조경’을말하는것은아니라며인터뷰를시작했다. ‘조경’에서‘정원’으로아파트조경은2000년대초반까지도지상주차장을단순히차폐하는역할을했다.이후신도시를중심으로주차장이지하화하면서각건설사마다‘지상부를어떻게할것인가’가큰화두로떠올랐다. 2010년대초중반에는잔디밭같은넓은녹지를두고큰소나무들을심거나관목을빽빽하게심는것이유행했다.하지만5~6년정도살아보니단지가전체적으로어두워지고유지관리비만많이들어가서아파트단지에큰나무들을심는것이좋지않는다는것을알게됐다. 이후에는지피·초화를활용해아기자기한조경에관심을가지기시작하면서,억새갈대등글라스류를심은지피가든이뜨기시작했다.거기에는지자체중심의정원박람회열풍이한몫했다. “황지해작가가영국첼시플라워쇼에서1등하고지자체마다정원박람회가유행하면서아파트에도정원을조성하는것이큰트렌드가됐다.” 회사마다다르지만보통3년에서5년을주기로트렌드조사를통해조경매뉴얼을만들고있다.새로운매뉴얼이만들어지는것을계기로트렌드가조금씩바뀌는경향을보여왔는데,요즘은해마다달라지는느낌을받는단다.그만큼경쟁이치열해지는것일까. ‘MZ세대’,트렌드를이끌다 최근아파트트렌드가급변하는이유중하나는인구구조변화에있다.집을구매하는소비자층대부분을MZ세대가차지하고있는데,MZ세대들은혼자사는경우도많고,결혼을해도아기를낳지않는경우도많으며,반려동물을키우는등생활트렌드도많이다르다보니공동주택트렌드도달라지고있다.특히1인세대에대한고민이커지고있다. “예전에는결혼해서아이를낳으면집을20평대에서30평대로옮겨가는식의루틴화된것이있었지만요즘은이런공식이깨지고있다.요즘은40~50평대아파트가거의없다.이런추세는2010년대부터나타났는데,최근에는단독거주형의아파트도많이생기고있다.” 하지만MZ세대,독립세대,고령화라는사회적변화속에서포스코만이가진조경콘셉트가무엇인가를생각해보니특별한게없었단다.변화된트렌드에맞는새로운조경전략이필요한시점이었던것이다.하지만모순적이게도최근건설사들이내놓는조경전략변화들이큰의미가없다는데에점점더많은건설사조경인들이공감하고있다. “‘이런시설물이제일이고이런식재방식이유행이야’하면서그동안트렌드를쫓아왔는데지나고보니크게의미가없더라.포스코조경브랜드인‘백년명원’은어떤추세나유행을쫓지않고더먼미래를위해어떤조경을해야하는지를담기위해서론칭됐다.” ‘백년명원’과‘바이오필릭’ 많은건설사들이‘명품조경’을강조했을때,포스코는‘조경’이아닌‘정원’이라는개념을쓰기로했다.정원에서의명품이라고하면명원이아닌가.그래서백년천년된오래된정원들이즐비한유럽,일본,중국을가서사례조사를했다.해외유명정원을찾아보고‘어떤요소와매력들이사람들의관심을끄는것인가’를샘플링을하고시뮬레이션을하여매뉴얼화시키는작업이진행됐다. “지금까지도수백만명의사람들이찾아보는이유를알고싶었다.세계적인명원들을직접찾아가조사를해서사람들이무엇을좋아하는지정리했고,이과정에서트렌드를쫓을필요가없다는확신을했다” ‘백년명원’을구체적으로실현시키는것은바이오필릭디자인(BiophilicDesign)이다.바이오필릭은생명(bio)을사랑(philia)한다는뜻의‘바이오필라’에서확장된말로,인간은본능적으로자연을사랑하게돼있다는의미이다. “본능적이라는것은새소리를들으면좋고,물이흐르는소리를들으면편안해지고,녹색을보면행복감을느끼는데,그이유가다른어딘가에서온것이아니라우리안에내재돼있다는의미이다.” 사실바이오필릭디자인은이미20~30년전미국에서생체모방을의미하는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디자인이나바이오모픽(biomorphic)디자인으로존재한개념이다.수영선수들의수영복을상어의피부처럼만들어물의저항을없앤다든지각종자연이나생물의형태를모방해서만들면형태뿐만아니라기능적으로도적합하게작동할것이라는믿음이다. 지속가능한식재,심플한시설물‘백년명원’이추구하는식재는‘자연과정원본연의모습에집중하는식재’로요약할수있다.기후와토양에맞는식물을적용해지속가능한생육환경을만드는것이다.자연에서자라고있는형태그대로를가지고와서심으면세월이지나면서더자연스럽게성장해갈것이라는생각이고,그것이야말로‘생태적’이라는판단이다.기존에크고조형적가치가높은수목을식재하던것과대비된다. 그래서인지포스코센터에최근심어놓은교목에는다간형이많다.정형적인수목에대한기준을과감하게버리고산나무같은자연적인모습들이오히려호평을받고있다. “자연적인식재가사실은매우어렵다.보통제주도면제주도,강원도면강원도등지역적으로만정립되어있고,실제우리가사는공동주택의환경은너무다양하다.” 아파트와같은인공지반에지속가능성을만든다는것은애초에쉽지않은일이다.포스코는현재많은전문가들가함께다양한실험과실패를거듭하고있다.이를통해‘생태’라는큰지향을내재화시킨고유기술을만들어가고있다. ‘백년명원’이추구하는시설물디자인은단기적으로는단순함과간결함을추구하는것이고,장기적으로는자연형모습을구현하기위해외관과기능,소재에서자연유기체의오가닉바이오미미크리디자인(Organic&BiomimicryDesign)을추구하는것’이다.이를통해단순하지만오래지나도고급스러워보이는시설물을찾아가고있다. 이러한시설물콘셉트를실현하는데에최근주목받고있는것이3D프린팅기술이다.직사각형태의거푸집으로형태를만드는데는디자인적인한계가있고,그렇다고금형을떠서만드는것은비용적으로힘든일이다보니자연의형태를선호하는조경시설물분야에서활용도가더욱높아질것으로보인다. “대형시설물을만들만한3D프린터가보급되지않아서아직은소형구조물제작만가능하다.지금은작은스툴나테이블등에한정해서재활용플라스틱등을활용해서제작하고있다.” 재활용소재를활용한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은아파트조경에서는최신트렌드이다.폐플라스틱,폐섬유,폐콘크리트를활용한제품들은바닥포장,구조물,시설물등다양한활용이가능하다. “예전같으면‘폐’라는접두사가붙으면입주자들의불만이있을것같아많이걱정을했는데요즘MZ세대들은업사이클링한시설물에대해서거부감이없다.실제적용된현장의입주자들을대상으로설문조사한결과긍정적이었으며,디자인을더발전시키면오히려더좋아할것이라는확신이들었다.” 백년명원,10%의실험 “백년명원”은가까운트렌드가아니라먼미래를내다보고만든조경전략이라니실험적일수밖에없다.나아가선도적인라는느낌도든다.시공을어떻게구현할것인가도궁금하지만입주자들을어떻게설득할것인가가더궁금해지는부분이다.아직도많은입주자들은키큰소나무를원하지않을까.이에대해‘10%의실험’이라는답변을내놓았다. “선도한다는것만큼무섭고정말건방진말이없는것같다.우리가실험적으로할수있는것은많아봤자10%정도이다.” 조경도하나의문화가됐다.국민수준에따라서정치가가고문화가가듯이,조경도입주자라는소비자들에맞춰가야한다.너무빨리가서도안되고너무느리게가서도안되고적절하게템포를가져야한다.약반발자국정도만앞서도성공적이라는생각이다. 다만20대부터40대초반까지의입주자들은어릴때부터교육을많이받아서지구환경에대한관심이윗세대와는남다른면이있다.이들세대는“소나무안심으면조경이아니야”라고말하는세대가아니다.오히려낯설고새로운것이라도좋다고판단되면더열광하는열린세대이다. “조경은사람들의내면욕구를반영하고다시조경이사람들의마음에어떤심상을불러일으킨다.공간과사람이상호선순환하는원리이다.그래서우리는사람들의마음을요구하는것이다.바이오필릭을향한마음을계속적으로불러내서진짜환경을생각하고진짜자연에맞게만들어가자는것이본질이고,이것이포스코조경이가야할방향이라고생각한다.” 변화의세대들을맞아본능적으로좋은조경에대한열망을한껏불어넣을수있는다양한실험들이이어지길기대해본다. <인터뷰> 언제까지흉내내기만할것인가! 최신아파트조경트렌드에있어서포스코조경이관심을가지고있는이슈는무엇인가? 요즘은정원과조경이라는용어를혼용하면서각각정의하기가어려운부분이있다.개인적으로정원은휴먼스케일로지근에서의디테일한경관을만들어내는것으로기술과감각이필요하고,조경은그보다는좀큰스케일로구분하고,그러한구분을서로인정을해주는것같다.플랜테리어산업이커지고있는것도주목하는변화이다.우리가볼때는정원도비전공인자에게열린분야라고생각하는데,플렌테리어는식물전공과전혀상관없는사람들에게도열린영역으로자리잡아가고있다.하지만이모든것이조경의영역이라는점에서업역이넓어지고다양화되고있고,한편으로경계가모호해지기도한다. 조경분야가이런변화를보듬어안을수있어야한다고생각한다.원하든원하지않든시대의변화에따라필요한분야들은새로생기고있고,그런트렌드가고스란히공동주택에도반영되고있다. 최근에는아파트지하주차장이나웰컴존에플랜테리어를적용해달라는요구도있다.그런데그곳에서식물을키우려면빛이나온습도등을제어하는유지관리기법이라든지토양,관수,배수등의문제를해결할줄알아야하는데,그것은플랜테리어의한계를벗어나는일이다.이것이조경이해야될역할이다. 포스코조경이추구하는바이오필릭디자인은실내플랜테리어의기법도적극적으로차용해수용한다.업역이더넓어지고그만큼역량도확장되어야하는데낯설다고배척만할것이아니다.플랜테리어의어떤점이사람들에게매력적으로어필되었으며어떤부분이부족한가를고민하고,관련된모든분야의기술을수용해서실제적용이가능한현장의시공기술로발전시킬필요가있다. 건설사조경인들에게하고싶은이야기는? 사회와기술의변화에따라사람들의요구사항이달라지고있다.하지만조경은새로운것에대해좀배타적이고거부감도많다.기득권적인경향이없지않아있다.좀더넓게수용하며좀더깨어있는생각을가져야오래갈수있다고생각한다. 지난해건설사조경협의회에서여러건설사들이조경정보를공유하는세미나를했는데,예전에는서로공유하는것을다소꺼려했었다.하지만이러한시대적변화와속도도빨라지고젋은직원들의깨어있는생각과다양한의견들이반영되면서예전처럼한번전략을세워서몇년씩우려먹던시대는끝났다.꼭꼭숨기고내것만좋은거야라고고집피우다가는도태되기딱좋은시대가된것이다.정보는교류와오픈을통해보다나은발전된지식자산이된다.그야말로집단지성과풍부한데이터를확보하면저절로좋은결과가도출되는AI시대인것이다.좋은것은공유해서발전시키고안좋은것은빨리배제시켜서같이상생해나가길기대한다. “지금까지흉내내는것은많이해왔지않은가.트렌드를쫓아서급급하게흉내만내는조경이너무지겹고,그과정에서버려지는자원이너무많아서죄스럽다.세상은수준이높아졌는데더이상흉내내기만할것이아니라그안에본질적인걸좀더찾자”
조경협회·동아전람, 2024 대한민국 조경*정원박람회 공동주최 ‘맞손’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조경협회와동아전람이‘2024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공동주최를위해손을맞잡았다. 조경협회와동아전람은지난11일협회사무국에서‘2024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공동주최를위한업무협약체결했다고12일밝혔다. 이번협약은매년코엑스에서개최하는‘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에대한새로운파트너로,성공적인개최를위한역할을구분하고신의성실로협력하기로한다는내용을담았다. 안세헌조경협회회장은“대외적으로조경*정원산업을펼쳐보일수있는플랫폼의장이됐으면좋겠다”며“조경인과조경을사랑하는많은분들의관심과참여바란다”고말했다. 서원익동아전람대표이사는“MBC건축박람회개최등그간의전시노하우와경혐을바탕으로,공격적인마케팅과홍보활동을통해모두만족할수있는박람회를위해적극적으로지원하고협력하겠다”고약속했다. ‘2024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는오는5월29일부터6월1일까지4일간코엑스B홀에서개최된다.현재전시참가업체를모집하고있으며,참가를원하는업체는출품신청서를동아전람운영국으로보내면된다. 한편조경협회회원의경우,조경협회사무국에참여의사를사전에알린후신청하면30%할인혜택을받을수있다.
정수탑, 세계적 예술가 ‘네드 칸’ 만나 도심 대표명소로 재탄생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지은지38년이지난가락시장사거리정수탑이세계적인건축가이자설치미술가인네드칸(NedKahn)에의해예술명소로재탄생된다. 서울시는이미20년간가동을멈춰버린높이32m깔때기모양의정수탑일대를물의생명력을주제로한공공미술사업을추진한다고12일밝혔다. 1986년축조된가락시장정수탑은시장에물을공급하던지하수저장용고가수조였으나2004년물공급방식이바뀌면서폐쇄돼20여년동안가동이멈춰있는상태였다.현재서울에남은유일한급수탑으로2009년디자인이개선된후보존돼왔다. 이번사업은‘샘(SAM,SeoulAquaMonument)-932’라는이름으로,네드칸의설치예술작품‘비의장막(RainVeil)’을더해오는6월시민들에게공개할계획이다.‘샘-932’는정수탑의오랜역사와물의소중함과정수탑이위치한도로명지번(932번지)을따서지었다. 정수탑에는비의물성을담아바람에따라움직이는장막이설치되고시민들은바라보는방향과눈높이에따라다채로운광경을감상할수있게된다. 싱가포르마리나베이샌즈의대표조형물인레인오큘러스(RainOculus)작가인네드칸은,서울시가추진한가락시장정수탑국제작품공모에자신의‘베일(Veil)연작’을제안했다.기후의순환으로만들어지는비의물성을담아바람에출렁이고움직이는장막을덧입히는기획으로최종선정됐고서울에서는아직한번도시도된적없는설치미술방식이다. 아울러정수탑내부는시민들이직접만든미술작품으로채워질예정이다.6월함께공개될정수탑내부에는100명의시민들이직접만든‘바다의조각’을하나하나쌓아올려바다단면을형상화한대형공동작품이들어선다. 기후위기로발생하는해수면상승의심각성을알리고30년간상승한바다의수위를표현한작품으로,바다의수위를나타내는6가지색을녹인레진아트블록을시민과함께만들고쌓아올려완성된다. 이와관련해시는오는23일진행될‘바다의조각만들기프로그램’에참여할시민100명을13일부터22일까지모집한다.서울시민누구나참여할수있고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에서“바다조각”으로검색해신청하면된다.선착순마감될예정이다. 이외에도6월개장식과함께진행될‘가락아트마켓’참여작가20팀도4월부터모집할예정이다.‘가락아트마켓’은가락시장유통상인과청년작가가함께만드는상생의장으로물과농수산물등을주제로활동하는예술가및디자이너20팀과해당품목을판매하는입주상인이어울려공동부스를운영한다. 이번사업은서울의5대생활권역에예술명소를만드는‘디자인서울2.0-권역별공공미술’사업첫사례로,송파구가진행중인주변공원화사업과어우러져예술작품과휴식이함께하는동남권의예술쉼터로사랑받을것으로기대하고있다. 2022년10월사업대상지공모에송파구가서울농수산식품공사의정수탑과주변일대를대상지로제안하고공모에선정되면서시작됐다.농수산식품공사가정수탑과녹지의시민환원을결정하였고서울시는정수탑의작품화를,송파구는송파대로명품거리조성과연계한작품주변녹지공원화사업을맡았다. 최인규서울시디자인정책관은“가락시장정수탑프로젝트는오랜도시유산에공공미술을접목해시민들에게예술명소로되돌려주는기념비적사업”이라며“동남권인송파구가락시장정수탑을시작으로서울시내5대권역에시민이함께하는명소를조성해도시곳곳에서공공예술을즐길수있는서울을만들겠다”고말했다.
[미래포럼] 잘 짜여진 각본, 선형공원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경의선공원,경춘선공원,서울로7017...나아가프롬나드플랑테(파리),하이라인(뉴욕),벨트라인(애틀란타)...그렇다.모두도심한복판을가로지르는선호도높은긴선형공원들이다.제주도의올레길이나북한산의둘레길과같이트레일을위한길이아니라,도심한복판을관통하는‘~선(라인)’으로명명되는공원들이다.‘길’과달리‘선’이라는명칭에서오는차이는어떠한가?전자는자연적으로만들어진그리고자연속에위치한순환형동선을갖춘산책로의느낌이다.반면후자는인공적으로만들어진그리고도심속에있는일자형동선을지닌공원이다.도심에자리하고있는면적인공원과는어떠한차이가있을까?얼마전까지만해도선형공원은단순한산책로정도의‘길’적인의미였으나,최근에는면적공원을조성할여유가없는좁은도심공간속에서새롭게등장한대안적형태의공원이되고있다.그린네트워크라는현판아래면적공원을연결하는보조적의미로서의선형공원이아니라,이제는대등한대안이된것이다. 면이주는장점은다양하다.선적으로나타나는이용자들의동선을무한대로조합할수있다.그래서각동선의조합에따른다양한공간활동이가능하다.가벼운혼자만의산책부터축구와같은격렬한단체운동까지,넓은잔디밭에서는시민들의모든여가행태를수용할수있다.다만,갈림길은선택에부담이있는낯선이에게는고민의시작이다.이곳을잘알고자주찾는주민이라면매일의공간체험으로무의식적인공간선택이가능하겠지만,낯선이에게는객관식시험지의보기들과같다.그래서선택(체험)하면항상아쉬움이남는중간고사같은곳이면적공원이다. 선은면과는다른측면에서매력이있다.한국계미국배우스티븐연이주연을맡아,미국에미상에서작품상과남녀주연상을포함해무려8관왕을차지한‘성난사람들(원제BEEF)’이란드라마가있다.매순간잘못된선택으로점철된인생속에서많은스트레스를받는현대인의모습을블랙코미디로실감나게그려냈다.현대인들은무의식적으로매순간선택을강요받고머리가복잡해진다.스트레스로좀쉬고싶고,아무생각없이멍하게걷고싶은마음이들수밖에없다.이런순간이찾아온다면가까운주변의선형공원을찾아서걸어보라고귀띔해주고싶다.코로나를계기로일방향의선형공원은중요한공원의형태로등장했다.강요된선택없이,머리를비운채,아무런간섭없이,짜여진각본대로방향과속도를제어해주는곳이선형공원이다.발을내딛는순간부터공원에대한매뉴얼은단순하다.정해진길을따라걷기만하면된다.잘만들어진영화를보면서머리를비우고심신을단순하게정화하는순간이다.다른점은앉는게아니라걷는다는것이다. 선형공원은이곳을처음찾는관광객들에게는아주유용한형태의공원이다.다음목적지를향해한방향으로계속나아가야하는관광객들에게일방통행의선형공원은오히려유용한관광코스가될수있다.서울을보행친화적인21세기형관광도시로만들고싶다면,선형공원을도심속핵심인프라로조성해보길제안한다.서울이가진잠재적랜드마크를찾아서,각점을연결한선형공원을조성한다면훌륭한관광자원이될수있다.시점에어떠한시설을놓고,종점에어떠한시설이있느냐에따라선형공원의효용과가치그리고이용률에차이가난다.잘짜여진각본으로대박흥행을기록할수도있다. 뉴욕의하이라인은뉴요커들뿐만아니라전세계인이사랑하는전형적인선형공원이다.같은선상을왕복해야만하는선형공원은지루하게마련이다.그래서선형상의진행방향과역방향보행시보이는경관에변화를주어야하는데이를잘해결한선형공원이하이라인이다.풍성한나무와초화들을의도적으로활용해시야를적절히닫아주면서선형을되돌아올때는새로운경관이전개되도록조성했다.만약개방감을위해시야를열어주었다면,오히려지겹고단조로운공원이되었을것이다.더불어토머스헤더윅의베슬이라는명확한시점(혹은종점)과리틀아일랜드라는명확한종점(혹은시점)이있어더욱걷고싶은장소가되었다.센트럴파크가보고싶은공원이라면하이라인이걷고싶은공원인이유이다. 비슷하지만다른사례로애틀란타의벨트라인이있다.둘을비교해보면확실히이용객의차이가있다.하이라인은관광객들이많이찾는공원인데반해,벨트라인은관광객보다는지역주민들의이용빈도가높다.조성당시부터바이커들을고려하여개방감있게공간을조성하였다.산책보다는이동통로의역할에좀더주안점을두고조성하여,바닥포장재역시목재나블록보다는콘크리트나아스팔트와같은재료를주로사용하였다. 다소극명하게대비되는두공원의목적에서선형공원의형태를그려보고결과를가늠해볼수있다.복잡한도심에서면적공원도중요하지만,잘짜여진각본처럼의도된선형공원을목적에맞게잘살릴수있다면,걷고싶고보고싶은도시를만들기위한촉매역할을할뿐아니라관광객유치에도성공할수있을것이다.이제선형공원이더이상조연이아닌당당한주인공으로등장할때가왔다. 변재상/신구대학교환경조경과교수
골프코스 설계, 창작성 없다?!…골프장 설계 저작권 소송 패소 ‘논란’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스크린골프업체를상대로제기한골프코스설계저작권소송에서“골프코스설계는창작성이없다”며저작권보호대상이아니라고판결해논란이다. 지난달1일서울고법민사5부는골프코스설계업체인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스크린골프사업자인골프존을상대로제기한소송에서원고일부승소로판결한1심을파기하고패소판결했다. 골프장소유주vs골프존 이번사건은2000년대말경골프존이라는업체에서스크린골프사업을시작하면서국내골프장을그대로재현한시뮬레이션영상을제작해사용하면서저작권비용을지불하지않은데서시작된다. 당시골프존은몇몇골프장으로부터사용동의를받고위성사진,준공도면을받아사업을추진했으며,이후사업이성장하면서골프장들로부터소송이제기됐다. 골프장소유주들은골프장의자료를이용해스크린골프를만들어서상당한이익을취하니일종의이용료를달라고주장했고,2020년3월대법원에서일부승소판결이나와애초동의서를써준골프장들을제외한나머지골프장들에게이용료를지불하도록했다. 하지만당시소송에서골프장소유주들은“골프장이골프코스설계저작권을갖고있다”고주장을했지만,법원에서는“골프코스는골프장이아닌설계자의저작물에해당한다”는점을분명히했다. 골프코스설계업체vs골프존 대법원의판결이후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골프존을상대로저작권소송을제기했으며,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제기한소송에서도1심에서“골프존이손해배상을하라”는판결이내려졌다. 하지만지난달1일열린2심에서는기존1심판결을뒤집고원고패소판정이내려졌다. 이번소송을제기한오렌지엔지니어링등골프코스설계업체는법원에서“골프코스구성요소들의구체적인배치,모양,길이,방향및각도,위치,크기등을그대로사용해저작권을침해했다”며“영상을삭제하라”고주장했다. 이에대해스크린골프업체인골프존은“골프코스설계도면에는창조적개성이드러나지않으므로저작물이라할수없다”,“설계도면과스크린골프영상사이에유사성도없다”고주장했다.시공과정에서설계변경이이뤄지기도하고유지관리를통해실제골프장모습이변화된다는것이다. 하지만법원은골프장은티잉그라운드,페어웨이,러프,벙커,워터해저드,그린등의형태,개별홀들의배치,조합에관한인간의사상이표현되어있는‘건축저작물’에해당한다는점을인정했으며,설계업체들이제시한설계도면과골프장의실제모습을비교해본결과거의동일하다는점에서스크린골프영상이설계도면을‘복제’했다는결론을내렸다.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주장한설계저작권을인정한것이다. 하지만법원은설계업체들이제기한각각의골프코스설계에대해창작성을인정할만한요소가없다며저작물로서인정할수없다는결론을냈다.“골프코스가저작권대상이긴하지만창작성이없으니베껴써도된다”는것이다. 창작성의기준,“재미위한것은창작적요소아니다?!” 법원은저작물에대해독창적이지는않더라도창작적이어야한다며,“남의것을모방하지않을것”,“사상과감정에대한창작자자신의독자적인표현을담고있을것”이라는두가지조건을제시했다. 특히골프코스설계는예술이아닌‘기능적저작물’로서,사상을보호하는것이아니라‘창작성있는표현을보호’하는것이므로,설계에창조적개성이드러나있는지를판단했다고밝히고있다. 쟁점은크게두가지였다.하나는“골프코스구성요소들의형태배치조합에있어서창작적인표현이있는가”이고다른하나는“자연물의조작은창작적인가”이다. 결과적으로법원은창조적개성을찾지못했다고판결했다. 법원판결에의하면,“골프코스는경기장”이다.골프코스요소들은골프경기규칙에적합한규격과방식으로설계될수밖에없고,이들의홀배치순서등은골프경기에서난이도,재미,전략등의기능적목적을달성하기위한경기장조성원칙에해당하므로창작성이인정되지않는다는것이다.이에대한근거로미국골프협회(USGA)와전남도청에서발간한골프장사업길잡이에는골프코스설계에대한기준을제시하고있으며,‘난이도,재미,전략’을추구하라는설계지침이포함되어있다는점을들었다. 또한국내골프장은대부분산악지형에조성되고있어서지형적제약을많이받고있으며,클럽하우스등의시설물배치등도이용객들의안전및효율성에따라배치되므로단순히기능적요소로보아야한다고판단했다. 또한‘자연적요소’에대해서는골프장이위치한부지의경관이거나조망대상이어서골프장자체의미적요소에해당한다고보기어려우며,지형,경관,조경요소,설치물등을결합해조성한골프장이라고하더라도자연물의조경관리가저작권법상미적형상으로서의창작적표현으로보기어렵다고판단했다. 실상창작성이없는산악지형이나자연물과경기요소를제거하고나면창작적인것이무엇이남느냐고묻고있는것이다. 골프장이축구장인가?! 이번판결에대해한국골프설계가협회는“수년간,수많은재판을통해인정받았던골프코스의창작성과저작물성을하루아침에모두부정당했다”며반발했다. 협회는이번판결에대해“골프코스는적합한규격이나국제기준이정해져있지않다”“우리나라산악지형처럼지형의변화가많은공간에서골프코스를배치하는것은오히려고도의설계적상상력과창의성이필요하다”,“골프코스는단순히평면적인홀을기능적으로나열하는것이아니다”라며조목조목판결에대해지적했다. 실제골프경기에서난이도,재미,전략등의기능적목적을달성하기위한골크코스요소들을창작적요소에서배제하겠다는결론이얼마나설득력을가질수있을지논란이일고있다. 또한판결에서는독창성과는다른개념으로창작성을이야기하고있는데,골프장의조경공간을자연물에대한관리일뿐이라는이유를들어일괄적으로창작적요소에도해당되지않는다며배제해버리는것은,조경에서‘주변자연과의조화’가매우중요한창작성의한부분이라는점에서배치된다는지적이다. 이현강오렌지엔지니어링대표는“골프장설계는조경설계의광역적인한분야라고생각을하고있다”며조경과별개의사건이아니라고강조했다.또한“우리나라가세계적으로케이컬처의우수성을말하며문화의중요성을강조면서도정작한전문분야의창작성에대해서는반하는결론이난것같다”고깊은유감을표현했다.
“정원, 삶·문화가 되다”… 서울시, ‘매력·동행가든’ 1007곳 조성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서울시가‘정원’이곧삶이자문화가되는도시로거듭나기위해매력가든·동행가든1000여곳을조성한다. 시는이런내용이담긴‘매력가든·동행가든프로젝트’를추진한다고7일발표했다. 시는일상에녹아드는매력가든897곳,사회적약자를위한동행가든110곳등1007개소다.올해부터매년300여곳을조성하고,2026년까지1007곳으로늘린다는계획이다. 지난해내놓은‘정원도시서울’의기본구상에이어오늘발표한‘매력가든·동행가든프로젝트’에서는정원이일상에스며들고시민이체감할수있는정원도시의구체적인모습을담고있다. ‘정원도시서울’이공간구성의관점에서녹색정책·양적확대방향을제시했다면이번발표는시민이일상생활,출퇴근길,나들이에서체감할수있는정원의‘매력’과‘설렘’통해행복감을높이고라이프스타일의혁신을이루기위한구체적정원조성계획이담겨있다. 시는지난해5월오세훈서울시장의‘정원도시서울’선언으로그시작을알렸으며,울산,순천과환경이크게다른서울은그특성에맞춰산,공원,가로등서울곳곳을수준높은정원으로바꿔갈채비를마쳤다. 이를위해조경전문가기획을바탕으로예술적정원조성에새로이적용할매력가든가이드라인을제시하고,각자치구에서도동일적용하여차별화된식재와수준높은예술정원을서울곳곳에조성할계획이다. 먼저매력가든은주거지인근소규모공원167곳에일상매력정원을조성한다.도로·광장·교통섬등유휴부지를활용한자치구매력정원도종로구~종로타워앞광장,도봉구~창동역고가하부,마포구~홍대레드로드,영등포구~문래동공공공지등25곳에구축한다. 아울러도심내유휴부지를활용해꽃을특화시킨거점형꽃정원4곳,걷거나쉴수있는가로변공유정원10곳,자투리공간을활용한마을정원29곳등을선보일예정이다. 출퇴근길힐링이되는도심매력정원을대로변,건물옥상,고가도로등279곳에조성한다.시설녹지내활용도가낮은공간65곳을사계절꽃길정원으로탈바꿈하고,가로변150곳을가로정원으로바꾼다.옥상정원도33곳을만든다. 올해중으로서울을대표하는거점공원9곳에테마가든을조성한다.재미를선사하는해치가든은어린이대공원·뚝섬한강공원·북서울꿈의숲에,예술작품을전시하는조각가든은열린송현광장·뚝섬한강공원·북서울꿈의숲에서만날수있다.강아지와뛰어놀수있는펫가든은노을캠핑장·난지한강공원등3곳에조성한다. 유아·어르신·장애인등사회적약자를위한동행가든도선보인다.올해상반기노인종합복지관과하반기시립병원을시작으로,시산하의료기관12곳과시립노인복지관91곳으로확대해나간다. 장애인학습지원센터·재활자립작업장등장애인시설에도정원을조성한다.가드닝을통해신체활동을유도하고심리적치유를제공하는프로그램을진행한다.삼청공원유아숲체험원등7곳에는어린이와함께가꾸는정원을만든다. 아울러정원도시서울의미래상을만나볼수있는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올5월부터5개월간뚝섬한강공원에서개최한다.이후뚝섬정원의국가지방정원등록을추진할예정이다. 이수연시푸른도시여가국장은“서울곳곳을다채로운정원으로채워시민에겐일상속행복과치유를,도시를찾는방문객에게는서울만이가진매력을전달할것”이라며“서울이세계적인정원도시로발돋움할수있도록수준높은정원을서울전역에조성하고정원문화를확산해나가겠다”고말했다.
정영선 조경가의 사계절 이야기… ‘땅에 쓰는 시’ 4월 개봉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계에서가장높은권위를인정받고있는세계조경가협회(IFLA)‘제프리젤리코상’을수상한국내1세대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이야기를담은‘땅에쓰는시’가오는4월정식개봉을확정하며눈길을끌고있다. ‘이타미준의바다’,‘위대한계약:파주,책,도시’등웰메이드건축다큐멘터리를배출해온정다운감독의신작‘땅에쓰는시’가오는4월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등에서개봉을확정했다. ‘땅에쓰는시’는1984년아시안게임기념공원과아시아선수촌아파트,예술의전당설계를시작으로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작품이다. 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등랜드마크라불리는공공공원부터오설록티뮤지엄,북촌설화수의집,성수디올등젊은세대를사로잡은핫플레이스까지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한진심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공간과사람을연결하고변화무쌍한자연의모습을존중하는철학으로많은이들에게아름답고편안한공간경험을전해왔다. 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다.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국제적으로증명했다. ‘땅에쓰는시’는이러한정영선조경가의매일매일이담긴사계절정원은물론,그가소망하는미래의숲등다양한이야기를담아내며,사람과자연을연결하는작업을이어오고있는치열한현역이자미래세대를위한오늘을고찰하는한어른의진심과지혜를전할예정이다. 이와관련한자세한내용은영화사진진으로문의하면된다.
조경지원센터, “조경업계·정부 잇는 소통 창구 역할 다할 것”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조경지원센터가조경산업발전의중추적인역할맡아조경업계와정부가소통할수있도록네트워크를구축할방침이다. 환경조경발전재단은5일역삼동과학기술회관대회의실에서‘제21회조경의날’기념식을개최했다. 온·오프라인으로진행된이날기념식에는이상주국토교통부국토도시실실장,장구중국토교통부녹색도시과과장,김주열산림청도시숲경관과과장,이종희문화재청문화재보존국장,한정훈서울시자연생태과과장,임종국서울시의회의원,정부포상기관별시상자,조경분야단체장,정부기관별대표수상자등이참석했다. 기념식은이형철한국조경협회수석부회장의사회로▲환영사▲축사▲비전발표▲기관별표창수여▲폐회식순으로진행됐다. 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환영사를통해“지난한해동안조경사업은여러어려움속에서도위기를극복하고발전해나갔다.국토부와협력을통해조경지원센터를지정받고조경수목가격조사공표등조경분야의현안해결을위한정책과사업추진의발판을마련했다”며더불어“앞으로국토부와의협력을더욱강화해조경산업의발전과제도개선에핵심적인역할을수행할것으로기대하고있다”고말했다. 더불어“친환경조경기술개발및교육,해외진출지원,우수인력양성등을통해경쟁력을강화하고,조경관련법·제도및개선을주도해정부의정책지원확대를위해노력하겠다.또한조경의가치와역할을알리고국민들의조경에대한관심과이해를높이기위한다양한사업을추진하도록하겠다”고강조했다. 이상주국토도시실장은축사에서“녹색도시조성은지속가능한발전관점에서볼때선택의문제가아닌생존을위한필수적과제”라며“정부는이러한조경의중요성을새롭게인식하고더나은도시환경조성을위해지난해환경조경발전재단을조경지원센터로지정했다.녹색도시조성뿐만이아닌,조경진흥을목표로정책·제도적지원에최선을다하고있다”고말했다. 이어“올해에는국가도시공원지정요건개선을통해제도기반을마련하고,조경수거래가격고시에대한연구용역을추진해내년에는가격고시를추진할수있도록하겠다”며“이외에도공원녹지평가체계구축,미래형도시공원유형개발등국민의삶의질제고를위해적극추진해나갈것이다.이러한과제해결을위해서는조경인들의적극적인협력이필요하다.조경지원센터가조경업계와정부를잇는소통창구역할을해줄것을믿어의심하지않는다.앞으로도지속가능한발전과녹색도시조성을위해함께힘써주길바란다”고덧붙였다. 고하정조경지원센터본부장은‘탄소중립도시를위한지속가능한국토환경의구현’의내용을담은‘2024비전’을발표했다. 조경지원센터는2024비전을위해▲법제도개정을위한방안연구▲조경산업진흥기반마련▲대외교류및대국민인식제고등3가지목표를설정하고7가지중점과제를선정했다. ‘법제도개정을위한방안연구’를위해서는조경진흥법검토및제·개정연구,조경산업관련법령을검토할방침이다. ‘조경산업진흥기반마련’을위해서는공원녹지통합테이터체계마련,조경수목가격조사및공표,민·관·산·학·연협력문화확산등을추진할예정이다. ‘대외교류및대국민인식제고’를위해서는해외진출추진및교류활성화,대외적인조경인식제고등을계획했다. 한편조경의날기념식에서는조경단체추천을통해선정된조경인이5개기관장으로부터표창을받았으며,조경단체가수여하는자랑스러운조경인상시상식도거행됐다. 국토부장관상수상자는▲배정한서울대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이주연한국조경협회사무국장▲주은정미르개발이사▲최정우주원조경대표▲정재욱스페이스톡대표등5명이다. 환경부장관상은▲박재민청주대학교조경도시학과교수가받았다. 산림청장상은▲이근형옥담대표▲박종주삼강조경대표▲김상규뉴텍건설대표▲박정훈삼거조경대표에게돌아갔다. 문화재청장상은▲김규연배재대학교조경학과교수▲박준석아세아종합건설대표(박지영대표대리수상)▲김치년한국전통조경학회이사등3명이받았다. 서울특별시장상수상자는▲김지환라디오대표▲유희용미류엘엔씨대표▲김충식한국전통문화대학교교수▲민지호한국조경개발이사▲배석희디자인파크본부장▲유희선데오스웍스이사▲박재희그린유토피아대표▲신경준장원조경대표(이사대리수상)▲남상준현우그린대표▲김도훈조경하다열음소장등10명에게돌아갔다. 자랑스러운조경인상수상자는▲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조경학과교수▲송군호한국조경협회스마트그린연구소장▲옥승엽한설그린대표▲조현재백상엘엔씨대표등3명이다.
삼성물산,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24’ 대상·금상 동시 수상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삼성물산의‘가든베일리’와‘그린캐스케이드’가‘아시아디자인프라이즈2024’의공간·건축부문에서GrandPrize(대상)와GoldWinner(금상)을동시에거머쥐었다. 두출품작은모두삼성래미안의조경전략인‘네이처갤러리’를처음적용한‘래미안원베일리’단지내설치된조경시설이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은아시아최대규모국제디자인어워드에서조경상품2개가동시수상했다고4일밝혔다. ‘아시아디자인프라이즈’는2016년창설되어디자인명문교토예술대학교의신고안도교수를비롯해총35명의세계적인디자이너들로구성된심사위원단이산업디자인,공간·건축,커뮤니케이션등3개분야에서수상작을선정하는국제디자인공모전으로올해는전세계25개국1061개출품작중248개의출품작이선정됐다. 먼저대상을수상한‘가든베일리’는래미안원베일리중심공간의석가산에초대형미디어큐브를접목시켜전통과현대의만남을독창적으로구현했으며,자연과첨단기술,부드러움과강인함의조화등상반되는디자인요소가한데어울려입주민들에게색다른경험을제공한다. 금상을수상한‘그린캐스케이드’는단지내콘크리트옹벽을조경적해법으로극복한공간으로,2.5m높이를다섯번에걸쳐떨어지는조경테라스로풀어냈다.또한녹지와수경,휴게시설로구성된이공간은안개낀깊은숲속에서편안한휴식을취할수있는주민휴게공간으로재탄생했다. 삼성물산은이번수상을통해아시아디자인프라이즈공모전에서업계유일4년연속수상은물론,상위1%에게주어지는GrandPrize를지난2021년도래미안리더스원‘필로티가든’에이어올해도수상하는등래미안만의차별화된조경기술을인정받으며브랜드입지를더욱공고히했다. 삼성물산주택사업팀양준조경그룹장은“이번수상을계기로당사의우수한조경기술을다시한번인정받은것으로,향후분양예정인래미안단지에도삼성물산만의조경기술력과스타일을담은차별화된조경시설을제공할계획”이라고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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