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윤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건설사조경협의회(이하 건조회)가 설립 30년을 앞두고 친목을 넘어 조경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이은수 건조회 회장을 만나 코로나 이후 다시 활기를 찾아가는 건조회의 활동과 최신 아파트 조경의 트렌드, 조경건설업 전망 등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경 전망, 여전히 좋다”
이은수 건조회 회장(포스코건설 부장)은 “조경업황은 장기적으로 계속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건설업은 의식주 중 하나인 필수 산업이고, 최근의 건설업황 침체는 산업 논리에 따라서 성장과 축소를 반복하는 과정일 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미국, 유럽 선진국들처럼 지을 것이 없어진 나라도 아니다. 오피스든 주택이든 새로 지으려면 앞으로도 몇십은 년은 더 걸릴 것이다.
건설업황에 따라 조경업황도 장기적으로 더 좋아질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다는 것이 이은수 회장의 진단이다. 국내 건설 발주가 100조 원을 넘어선 지 꽤 됐고 성장과 축소를 반복하면서 150조 원 사이를 오가고 있는데, 그중 조경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5% 정도로 발주 규모가 5조 정도로 추정된다. 산림 분야 발주 약 1조를 합친다면 6조 원 정도이며, 환경복원업을 더하면 좀 더 커질 수 있다.
아파트 조경의 규모는 계속 성장 중이다. “10여 년 전 잠실에 최초로 재건축을 했을 때 조경공사금액이 약 50만원 정도 였다. 당시 일반적으로 평당 조경공사금액이 30만 원이었으니 개인적으로는 상종가를 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하이엔드급 조경은 평당 80만 원까지 가고 있고, 조경이 아파트 질의 중요한 부분으로 평가받으면서 곧 100만 원도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아파트에 조성되는 작가 정원은 평당 100에서 120만 원까지 받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도시들이 선진 도시처럼 계속 아름다워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조경도 분명히 할 일들이 많을 것이다.
아파트 조경 최신 트렌드 “바이오필릭 디자인”
조경의 고민이 전체 건설로 확장되고 있다. 바로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이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조경분야에서 예전부터 이야기돼 왔는데, 2000년대에서 2010년대의 논의는 시기 상조였다. 당시에는 ‘조경 따위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변화가 생긴 것은 코로나 이후인 것 같다”
이은수 회장은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사람의 본성’이라고 본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현대 건축에 자연이 어우러지게 하는 디자인으로, “사람의 본성에는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은 선천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에 자연을 계속 끌어들이려는 디자인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이오필릭 디자인”이라는 것dle.,
실제 코로나로 인해 실외보다 실내 생활이 주를 이루게 되면서 커뮤니티와 조경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인테리어나 건축 설계에서도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아파트에서도 바이오필릭 주차장이라든가 오픈 테라스 등 조경보다 큰 공종에서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대세가 되고 있다.
건설사조경협의회, 기술적 공유의 장 만든다.
이은수 회장의 임기중 가장 핫한 이벤트는 올해 시월에 예정된 ‘공동주택 조경기술 토론회(가칭)’가 될 전망이다. 이 행사는 회원간 단합도 도모하고 정보 부족에 힘들어하는 일선 건설사 조경 담당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취지는 국내 조경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건조회의 의지가 담겼다는 점이다.
건조회는 현재 56개 회원사에 회원은 약 400명 정도 된다. 1996년에 만들어져서 올해 28년 차로 곧 30주년을 맞게 된다. ‘건조회가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는데 계속 친목 모임만 해야 되는가’, ‘조경 발전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등의 요구가 최근 대내외적으로 많았고, 이번 기술 토론회는 그러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올해 첫 행사에서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아파트 조경 사례들을 소개하고 미래 공동주택 조경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이후 정기적인 개최를 통해 공동주택 분야의 대표적인 조경 기술 토론회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이은수 회장은 젊은 회원간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2030위원회’와 정기적인 웨비나를 계획하고 있다며, 특히 젊은 회원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
“건설사에서 대외적으로 하는 모임이 건조회가 유일했다. 건조회를 통해 많은 고참 선배들이나 동료들과 만났고 서로 교류하면서 도움도 많이 받게 됐다. 우리 후배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뷰>
“우리 자연이 아름다워요”

- 최신 아파트 트렌드로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꼽았는데, ‘바이오필릭 디자인’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형태적으로 보면 유기체의 곡선인 오가닉이 디자인되기도 하고, 세포의 형태 등을 따르는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 디자인도 있는데, 이제 형태만을 넘어 기능적인 역할까지 해야 한다.
사막에 온실을 만들면 온실에 사용할 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막에서도 일교차 때문에 새벽이 되면 온실 옥상에 이슬이 많이 맺힌다. 이것을 활용하면 온실에 충분히 쓸 수 있고, 실제 물을 많이 모아서 주변이 계속 녹화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방향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자연의 곡선은 수십억 년 동안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각자의 기능에 맞게 가장 적합한 형태를 취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사람도 그렇고 동물이나 식물들도 그렇다. 유기체에서 따온 디자인들은 단순히 형태적으로만이 아닌 기능적으로도 적합하게 작동할 것이다. 사막에서 물을 모으고 나아가 전력을 생산하는 기능에도 가장 적합한 형태가 ‘오가닉’이고 ‘바이오미미클리’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그러한 트렌드의 초반에 있다. 아파트에서는 바이오필릭 테라스, 바이오필릭 주차장 등으로 구체화되어 실현되고 있다.
- 요즘 협회나 단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가 신규 회원들의 소속감인데, 건조회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가?
초창기 멤버들에 비해 젊은 회원들 간 관계는 좀 서먹서먹한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가 이를 더 확대시키기도 했다. 젊은 직원들 중에는 ‘왜 저런 모임을 나가야 되지’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선후배간 만남을 통해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오프라인 모임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먼저 얼굴을 익히면 전화 한 통화라도 더 쉬운 것이다. 젊은 모임을 만들어서 교류를 활성화하도록 돕겠다.
- 앞으로 계획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자연이 좋아서 전통 조경을 공부하고 있다. 우리나라 1·2세대 조경가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좋아지는 게 우리나라 자연이라고 하신다. 저도 그렇다.
사실 전통 조경을 공부하게 된 처음 계기는 미국 조경잡지에 소개된 한 페이지 짜리 시크릿가든을 보고 나서 였는데, 한국의 전통정원을 외국 조경가 너무 멋지게 조성해 놓은 것에 좀 부끄러워졌다. 나는 한국 사람이니까 최소한 한국 조경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과 중국 정원을 많이 다녀 보니 처음에는 좋은데 계속 보면 질리더라. 저한테는 그랬다. 한국 사람한테는 우리 한국 조경이 좋은 것이 아닐까. 만약 일본이나 중국 정원에 비해 우리 정원이 우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전통조경 공부를 계속 안 했을 수도 있다. 최소한의 조작으로 자연을 즐기는 한국 선비들의 멋진 정원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좀 더 먼 미래에는 전통조경 연구나 전통조경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