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입력 2024-01-04 18:27
  • 수정 2024-01-04 18:27
이동석2.jpg
이동석 대지개발 대표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조경용 비료 개발로 ‘나무 살리기 40년’ 한 길을 걸어온 기업이 있다. 국내 조경산업의 태동기부터 시작해 대를 이어가며 국내 식재 기술 발전의 역사를 오롯이 함께 해 온 대지개발이다. 토양과 비료의 효능을 검증하며 이를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이동석 대지개발 대표를 만나 지난 기업의 오랜 여정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 이철호 회장, ‘나무 살리기’ 힘들었던 유년시절 기억

 

대지개발 창립자인 고 이철호 회장은 어려서부터 동·식물을 좋아해서 산에 있는 나무나 꽃을 가져와 화분에 담아 기르는 일이 많았으며, 아무리 정성스럽게 돌보아도 야생화나 나무를 살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다.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농민부흥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농민들을 잘 살 수 있게 해서 그 기반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적 포부를 품기도 한 열혈 청년이었다. 이후 서울시립대학교 원예학과에 진학해 늘 온실에서 식물과 생활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외인주택 원예 주임으로 근무하며 여러 조경공사를 시공하던 중 처음으로 분재를 접하게 되었는데, 돌에 나무를 붙여서 살리는 ‘석부 분재’를 보고 매료되어 본격적인 연구에 매진하게 됐고, 그것이 현재 ‘생명토’의 초창기 모델 개발의 시초가 됐다.

 

 

이철호 회장.jpg
창립자 고 이철호 회장

 

 

하지만 현실 속 조경 현장은 많은 괴리감을 주었다. 분재를 통해 배운 이론과 조경 현장의 실무가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잘 산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분재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식물이 없다. 분재는 철사를 감아서 가지를 휘고 1년에 한 번씩 뿌리를 잘라서 분갈이를 해준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살기가 힘든 환경이지만, 오히려 더 왕성하게 자라고 심지어 몇 백 년을 사는 분재들도 많다.

 

“중요한 것은 흙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토양이라고 생각하고 토양과 비료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서울 남산동에 작은 땅을 임대해서 온실을 짓고 그 안에서 분재나 식물 포트를 재배하면서 ‘생명토’ 개발을 완성했으며, 특허 등록 후 1983년에 탄생한 것인 ‘대지개발’이다.

 

 

초창기 생명토.jpg
초창기 생명토

 

 

 

큰 나무 이식 성공…“새로운 수목이식 공법 탄생”

 

1970~1980년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조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천지 차이이다. 지금이야 조경기술자들의 기술 수준이 매우 높지만, 당시만해도 나무를 살리겠다는 공언과는 달리 나무가 죽어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조경하는 사람들이 나무를 잘 살리지 못한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지개발의 초창기 매출도 미비했다. 하지만 청남대 공사 등 대형 수목 이식을 성공하면서 사업적으로 큰 성장을 이루게 계기를 마련한다. 대통령 기념식수나 보호수 등 큼직한 이식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치루면서 문화재청 등 발주 기관으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이것이 입소문이 나면서 업계에서 실력있는 업체로 자리를 굳히기 시작했다.

 

특히 ‘안동 용계리 길안면 은행나무 이식 공사’는 기존 이식공법과는 많이 다른 새로운 특허공법을 적용한 대지개발의 전설적인 성공 사례로 기억된다

 

“새로운 논리가 그 시대에 받아들여지고 적용되까지는 대단히 힘든 것 같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처음부터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오랜 후에 인정받은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가설이 진실이 되고 교과서에 등재되기까지 과정은 험난하다.”

 

‘용계리 은행나무 이식 공사’는 안동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수몰지구 내 은행나무를 이식하는 공사였다. 원래는 강전지를 하고 나무 몸뚱이만 옮겨서 심는 게 원안이었다. 당시 업계나 학계에서도 가지의 30%~50%를 전지해야 이식할 때 나무가 살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었고, 지금도 나무 이식할 때 전지를 강하게 한다.

 

하지만 대지개발은 “광합성 면적이 있어야 되기 때문에 강전지를 하면 수목이 오히려 고사한다”고 주장했다. 나무는 스스로가 전지를 하고,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스스로 고사시킨다는 것이다.

 

“나무가 감당할 수 없으면 나중에 가지가 말라서 뚝 부러져요. 인간이 건드리지 않아도 나무 스스로가 자기 가지를 움직이거든요”

 

당시 사업 결재권을 가지고 있었던 문화재 관리위원장은 대한민국 식물학계의 거두였다. 그는 강단에서 5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쳐 온 학설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면서도 권위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존중하는 결단을 내려 사업의 물꼬를 터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무가 죽을 경우 공사비 전액을 모두 반환하겠다”는 검찰 공증을 하고 나서 공사를 수주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식된 나무는 애타는 마음을 알았는지 이듬해 봄부터 싹을 피었다. 당시 사업을 허락해 준 교수도 함께 기뻐하며 대지개발 역사에 감동적인 한 장면을 만들어 냈고, 이후 자신감을 가지게 된 대지개발은 지금까지도 이식할 때 전지를 하지 않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은계리 은행나무.jpg
용계리 은행나무

 


이동석 대표 “새 시대, 과학화로 제품 타당성 입증”

 

1998년도에 갑작스런 작고로 이동석 대표가 대지개발을 이어받았다. 이미 1980년대 초부터 회사에 나와 공장과 현장을 오가며 많은 일을 경험했지만, 회사 경영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단다. 특히 IMF 사태가 난 다음 해여서 국내 건설 경기가 무너진 상태였고, 이로 인해 회사 매출도 3분의 1로 줄고, 은행권과의 거래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어마어마하게 힘들었고 이것을 정상 궤도로 돌리는 데 한 8년은 걸린 것 같다. 그제서야 회장님이 이만큼 힘들게 회사를 이끌어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동석 대표의 대지개발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는 “대지개발의 모든 것은 선친의 업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지개발 제품은 아직도 기존 학설이나 제도의 장벽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는 시대적 변화와 함께 새로운 리더십이 해결할 문제로 남아 있다.

 

초창기 대지개발의 제품은 기존 비료법과 많이 어긋나 있는 상태였다. 당시 비료라고 해봐야 톱밥 퇴비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좋은 비료라도 부숙이 되면서 100도에 가까운 열이 발생해서 식혈 등 식재 장소에 바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료가 식물 뿌리에 직접 닿아서 잘 자란다”는 주장이 먹힐 리가 없던 시절이다.


다만 당시에는 일일이 발로 뛰어다니며 설득해야 했다면 지금은 제품 인증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제품을 분석하고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과학화됐다. 이를 위해 대지개발 내 부설 연구소를개설하고 토양과 비료에 대한 많은 분석을 해왔다. 지금은 기초적인 분석만 해도 토양과 비료의 상태를 알아낼 수 있을 만큼 데이터가 축적됐다.

 

다른 변화는 용도별로 제품이 많이 세분화된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 조경계가 원하는 모든 용도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라인을 갖췄다.

 

“설계업체도 그렇고 시공업체도 매우 전문성이 높아졌다. 기본적인 개념이나 지식들이 점점 세밀화되고 일반 상식화되어 있다. 업계의 식물을 다루는 분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우리가 그보다 더 높은 지식이나 실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설득이 힘들다. 요즘은 거짓이 먹혀들지 않는다”

 

오랜 실력과 경험은 오히려 사소한 현장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그런 사례는 이식 공사에서 특히 나타났다. 한 번은 다른 업체와 나눠서 이식공사를 맡게 됐다. 먼저 가식을 했다가 옮겨 심어야 되는 현장이었는데, 대지개발에서 심은 나무는 잘 자라고 다른 업체에서 심은 나무는 죽어 나갔다. 이유는 너무 간단했다. 대지개발은 비가 올 때 나무 주변으로 배수로를 파주었는데, 다른 업체는 그런 조치를 안했기 때문이었다. 과습시에는 나무 뿌리가 숨을 쉴 수가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즉 관수와 배수가 그 만큼 중요한 것이며 기업이 40년 기간 동안 쌓아 온 경험과 노하우는 쉽게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또 한번 입증된 셈이다.

 

 

 

<인터뷰>

실리와 공익 조화가 앞으로의 숙제

 

 

- 대지개발의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회장님은 밥 한 톨 남기는 것도 허용하지 않으실 정도로 엄격하신 분이셨다. 특히 회사에서 강조하신 말은 영화나 드라마 대사에도 많이 나오는데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인데, 실제 일을 해보니 그렇게 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맡은 일을 못해 내서 다른 사람이 뒷치닥거리를 하게 하면 절대 인정을 받을 수가 없다. 선친의 교훈에 따라 대지개발은 매사에 최선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수익적인 면에서 실리도 추구하고, 이를 연구 개발에 투자해서 공익적 기여도 하고 싶다. 이 분야가 연구 개발할 것이 많은 분야이다. 현재 머릿속에 있는 것만 연구를 진행해도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이것들을 논문화하고 다시 인증을 받는 과정들을 거치려면 시간도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가고 싶다. 실리와 공익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의 가장 큰 숙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지명도를 좀더 높이고 싶다. 현재 대지개발은 시공업계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다. 혹 대지개발이라는 이름을 모르더라도 생명토를 아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요즘 설계하시는 분들은 잘 모를 수도 있어서 설계 반영시 ‘하자 없는 시공’으로 좀 더 인정받고 싶다.

 

- 40년을 맞은 소감을 밝혀 달라

 

우선 업계와 학계의 많은 조경인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오늘날 대재개발이 있기까지 도움을 많이 주셔서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의 능력이 미천해서 회사를 좀 더 발전적으로 이끌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한다. 그 반성을 바탕으로 회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앞으로는 제가 먼저 행동하고 노력하고 공부하도록 하겠다. 아울러 대지개발이 사업을 넘어 “인간을 이롭게하는 회사”라는 인정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
[미래포럼] 땅을 파면 조경이 나온다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대학생활동안나에게가장의미있었던경험을꼽으라면단연코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녹색나눔봉사단활동이다.전국의조경학과학생들이한자리에모여,봉사라는활동을통해서로배우고성장하는경험을한다는것은특별한의미를가진다.처음봉사단에지원했을때는단순히조경을몸으로경험해보고싶다는가벼운마음이었지만,삽을들고처음흙을파낼때의서툰손길과작업이끝난후흙묻은장갑을벗으며느꼈던작은성취감,그리고함께고생한단원들과나눈웃음들이어느새내대학생활의가장소중한한부분이되어있었다. 처음조경을전공하기로결정했을때,나에게조경은도시속녹지를만들어가는일이라는막연한이미지였다.하지만대학생활을거치며많은스튜디오수업과이론을배우면서도,정작실질적으로손을움직여경험해볼기회는많지않았다.그러던중녹색나눔봉사단을통해조경을실천하고,지역사회에기여하는길을찾을수있었다.첫봉사활동날,장갑을끼고삽을잡았을때손에닿는흙의감촉이생경했다.강의실에서도면을그리던것과는차원이다른실감이었다.삽을움직이며땅을고르고식물을심는동안,이작은행동들이쌓여하나의공간을변화시키고있다는사실이신기했다.활동을마치고흙묻은장갑을벗으며마주한동료들의얼굴에는같은뿌듯함이서려있었다.몸은피곤했지만,기분은이상하게상쾌했다.‘이게조경이구나’라는생각이들었다. 개인적인경험에서시작된작은변화는점점더큰흐름으로이어졌다.무엇보다녹색나눔봉사단의가장큰장점은전국의조경학과학생들이한자리에모여교류할수있다는점이었다.봉사활동을위해모인학생들은각자다른지역과학교에서왔지만,‘조경을배우고있는사람들’이라는공통점을통해금세친해졌다.함께구덩이를파고,삽질을하며흙을나르다보면,지금어떤수업을듣고있는지에대한가벼운질문부터조경신문사에서다루고있는중요현안같은진지한이야기까지다양한시각을공유했다. 그리고학생들과의교류가조경을배우는시각을넓혀주었다면,어린이조경학교보조교사,정원유지보수,조경행사운영등의활동은조경이사람들과공간을연결하는힘을직접체험하는계기가되었다.특히,어린이조경학교에서아이들과함께공원을돌아보며공간을설계해보는프로그램을진행했을때아이들의반짝이는눈빛과말들은아직도생생하다.“여기에나무그늘이있으면숨바꼭질하기좋을것같아요!”아이들은단순히공간을바라보는것이아니라,자연스럽게그공간에서어떤놀이와활동이가능할지를떠올렸다.그들의시선에서조경은단순한배경이아니라,행동을이끌어내는무대가되어준다는것.이렇게조경이사람들의경험과관계를형성하는힘을지니고있다는사실을다시금실감했다.공간은그저존재하는것이아니라,그안에서사람들이어떻게움직이고,무엇을느끼는지에따라진정한의미를갖게된다. 도시가점점개인화되고고립된환경이되어가는지금,자연을접하고계절의변화를체험하는일이더욱중요해지고있다.조경은단순히환경을조성하는것이아니라,사람들에게휴식과영감을제공하는실천적영역이되어야한다.조경공간은사람들이자연스럽게만나고소통할수있도록설계되어야한다. 이변화는조경을공부하는학생들의교류와협력에서시작될것이다.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녹색나눔봉사단이첫발걸음이되어앞으로도많은조경학도들이조경의가능성을발견하고,사회적역할을확장하는계기가되기를바란다.더나아가다양한경험을쌓고,다른전공분야와도소통하며조경의역할을넓혀가는기회가더욱많아지길기대한다.조경은더이상주변부가아닌,도시와삶을설계하는본질적인요소로자리잡아야한다.우리는더적극적으로움직여야하며,새로운시각으로공간을바라보고,사회를변화시킬수있는가능성을실천해야한다.조경이단순한학문이아니라,더나은사회를만드는데기여하는실천적도구임을인식하고이를현실로만들어갈수있는환경이조성되기를바란다. 윤수영/제11기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대표,서울시립대학교
  • 환경과조경 2025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