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유정 ([email protected])
동상
지렁이의 대지 바느질
박성준 작가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동화 속 난쟁이 혹은 작은 생명체가 돼, 작은 생명체의 시선에서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느껴보길 희망한다.”
우리는 대지 속에서 자연과 생명체의 관계를 통해 피어나고 저물어가는 사계절과 자연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맡아보지 못하고 알아채지 못한 채 지나쳐버린 향과 색은 얼마나 짙고 푸를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작가는 시간마다 밤낮으로 변화하는 풍광을 우리의 눈높이가 아닌, 지렁이의 눈높이에서 정원을 풀어냈다. 흙과 돌 그리고 풀 사이를 지나가고 스쳐 간 지렁이에 의해서 만들어진 길과 대지의 숨구멍을 거닐며, 그 공간을 공유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과 자연의 짙은 향,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했다.
식재는 전체적으로 밝은 톤을 이루도록 했으며, 낮은 돌담은 울타리 역할을 함과 동시에 부지를 감싸는 동선 역할을 하도록 했다. 누구나 도심 속 정원을 즐기며 쉴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서의 기능도 갖추고 있으며,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의 위치와 방향 변화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연출했다.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정원의 관람 동선을 완만한 경사로 처리하고 바위와 식물을 같이 연출해 지렁이가 가다가 마주친 돌덩이들이라는 내용으로, 지렁이의 눈높이에서 정원을 다채롭게 구성했다. 동화 속 난쟁이 혹은 작은 생명체가 돼, 작은 생명체의 시선에서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느껴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인터뷰>
“자연의 흐름,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생명의 본질”
- LH가든쇼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사무실에서 모니터랑 교류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현장에 나가 직접 디자인하고, 식물을 식재하는 등 떠오르는 공간에 대한 생각들을 펼치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 정원 주요 콘셉트는 무엇이고, 주제와 어떤 관련성이 있나?
생명체(지렁이)와 돌과 풀 사이, 흙 속을 거닐며 자연의 흐름 속 자연이 공생하는 순간을 발견하기 위한 콘셉트로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이번에 정원의 주제가 대지의 주름 자연의 물결이다 보니, 당연히 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만 정원의 대상지가 작다 보니 너무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직관적으로 땅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매개체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두 번째는 자연의 변화 및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흔히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로 나뉘는 자연의 변화가 아닌, 매 순간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의도했다.
- 정원 감상 포인트나 조성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특히 주력했던 점은?
지렁이처럼 작은 생명체들이 매 순간 느낄 자연의 변화를 전달하고자 만든 정원이다. 벤치에 앉으면 보이는 공간을 가장 추천한다. 우리의 시선이 아닌 생명체(지렁이)의 시선에서 정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정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나 재밌었던 점 등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수작업이 필요한 돌을 주재료로 하다 보니 현장에서 잦은 변경이 많았다. 돌 쌓기 중간중간에 식재를 위한 틈을 만들어 연출을 의도했는데, 막상 작은 공간에 식물을 넣으려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커져 흙만 채워 놓기로 했다. 돌 틈뿐만 아니라 정원 전반의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박영수 산성자연석 대표님에게 너무 감사하다.
- “나의 정원은 OOO이다” 본인 작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나의 정원은 작은 생명체의 시선이다. 생명체(지렁이)의 시선에서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자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피어나고 저물어가는 생명의 본질을 알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