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민수 ([email protected])
금상
심연풍경
오태현 작가

심연풍경(深淵風景)은 대상지인 검단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한 컨셉츄얼 가든(conceptual garden)이다. 오태현 작가는 검단의 지역적 요소를 활용해 심연의 풍경을 정원으로 그려냈다.
다양한 생명이 어우러진 갯벌은 정화와 치유가 이루어지는 대지다. 오 작가는 갯벌을 모티프로 삼아서 심연을 새롭게 해석했다. 깊고 어두운 이미지가 강한 심연을 갯벌의 정화처럼 고된 삶에 지쳐있는 내면을 위로하는 장소이자,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생명력의 공간으로 바라봤다.
심연풍경의 배경으로서 숲, 갯벌, 고인돌 등 검단의 지역적 요소를 구현했다. 생명력 넘치는 식물과 빛, 바람 등의 자연 요소에 의해 변화하고 생동하는 정원을 조성해 내면의 위로가 되어주는 ‘심연’의 풍경을 표현했다.
또한 가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정원 내부에서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배치한 조형 가벽은 공간을 분리하는 동시에 위요감을 불어넣고, 가벽의 중첩은 깊이감을 더한다.
투과성 높은 메탈 체인으로 만든 중앙의 가벽은 공간을 분리하는 역할과 동시에 시시시각 변화하는 역동적인 경관을 보여준다. 바다의 윤슬처럼 반짝이는 메탈 체인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일렁이는 바람의 소리는 공감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현대적 재질의 시설물과 대비되는 자연스러운 경관을 조성하였으며, 공간별 분위기에 맞는 식재 연출을 하였다. 상록 관목과 다년생 초화 위주 식재를 통해 사계절 내내 풍성한 경관이 만들어지게 했다.
<인터뷰>
“치유와 회복의 시간”
- LH가든쇼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했다. 대지의 주름, 자연의 물결이란 주제가 좋았다. 큰 자연을 대상으로 한 주제가 흥미로웠고, 주위의 다른 작가들의 참여 소식을 듣고 올해도 참가하게 됐다.
- 정원 주요 콘셉트는 무엇이고, 주제와 어떤 관련성이 있나?
갯벌의 생명력, 치유와 정화 능력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심연을 단순히 어두운 이미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풍경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상상 속에서 그렸던 심연의 풍경을 정원으로 구현했다. 갯벌의 정화처럼 정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전달하고 싶었다. 아울러 검단의 지역성에 주목했다. 갯벌, 구릉, 숲, 고인돌 군락지 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갖춘 검단의 특징을 토대로 주요 공간을 구성했다.
- 정원 감상 포인트나 조성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특히 주력했던 점은?
먼저 풍경의 배경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검단의 지역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마운딩이나 돌과 나무, 가벽 등의 배치와 구조에 신경을 많이 썼다. 또한 심연의 뜻을 살리기 위해서 정원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 깊이감을 느낄 수 있게 조성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메탈 체인, 흐르는 물소리, 연못 주위의 거석 등을 통해서 공간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제2회 LH가든쇼에 이어서 이번에도 벽을 중요하게 이용했다.
기본기를 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정원의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셸터와 가벽, 앉음벽 등을 자주 쓴다. 가벽은 공간의 분리하는 기능도 있지만, 위요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특히 메탈 가벽은 가변성이 참 매력적이다. 가벽은 그 자체로 닫힌 경관일 수밖에 없는데, 메탈 가벽은 닫힌 경관인 동시에 열린 경관을 연출할 수 있다. 이러한 연출은 이용자들에게 입체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회랑의 일부를 기둥으로 가렸다. 이 역시 닫힌 경관인 동시에 열린 경관의 역할을 하며, 이용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효과를 만든다.
- 정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나 재밌었던 점 등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무엇인가?
작은 공간에 검단의 여러 가지 지역성을 담다 보니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못의 경우 의도적으로 큰 바위를 활용해 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같은 바위라도 작은 공간에서는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시는 분들이 다들 ‘이 바위 어떻게 옮겼어요?’ 하고 물어봤는데 사실 그렇게 큰 바위는 아니다. 원래 사용하고자 했던 바위는 더 컸지만, 장비가 못 들어와서 쓰지 못했다. 아쉽기는 했지만, 또 이것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장비가 들어오기 힘든 여건이고 고된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완성된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임했다.
- “나의 정원은 OOO이다” 본인 작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심연을 너무 어둡게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갯벌의 정화작용처럼 우리의 숨겨진 내면에 있는 상처들도 잘 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공간을 걷는 순간만큼은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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