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유정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광주 IFLA 뒷 이야기’ 마지막은 참신한 기획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행사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김아연 기획위원장으로부터 들었다.
광주 IFLA 프로그램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World Congress)의 주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는 우리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 팬데믹, 지역 소멸 등의 난제를 풀어갈 수 있는 사회적 좌표가 ‘공공성 회복’에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선정됐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국내외 저명인사 10인이 발표하는 ‘기조강연’ ▲조경 분야의 학문적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논문발표’ ▲교육자·신진연구자·학생들의 소통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됐다.
또한 ▲문화재청, 건축공간연구원의 ‘스페셜 세션’ ▲정영선 조경가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뷰 ▲IFLA 조경·정원박람회 ▲IFLA 국제학생설계공모전 수상작 전시 ▲제12회 대한민국 조경대상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IFLA 기념정원 전시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의 최신 작품전시 ▲답사 및 투어 프로그램 등이 개최됐다.
뜻밖의 변수, “기조강연”
여러 행사들이 진행됐지만 특히 기조강연은 광주 IFLA 가 전세계에 던지는 메시지를 담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했다. 기조강연자를 선정하는 과정은 IFLA 내에도 대륙별 지부가 있듯, 가급적이면 지역별로 안배하려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이 아닌 현장 강연을 원칙으로 하다보니 기조강연자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가별 방역 지침으로 제약이 생기면서 홈페이지에 공고된 내용과 실제 기조강연자 리스트가 달려졌다. 기조강연자를 보고 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확정하기까지 애로사항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안을 찾아 잘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실제 외국인 참여자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간직하며 기억하는 ‘굿즈’
김아연 교수는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로 굿즈(기념품) 제작을 들었다. 1992년 서울, 경주, 무주에서 열린 세계조경가대회에서도 기념품이 있었는데, 당시와 이번 대회의 예산 차이를 보여주듯 1992년 행사의 에코백은 고급 원단과 마감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2022년은 예산이 넉넉지 않아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성비를 따져 제작했다. 참가자에게 IFLA2022를 기억할 수 있는 작은 선물을 주고자 했다.
이번 행사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예뻐 홈페이지나 프로그램 로고로만 사용하기 아까워서 웰컴패키지 등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기획위원회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설계연구실 학생들이 모여 굿즈 디자인 제작에 참여했고, 에코백, 마스킹테이프, 리본, 뱃지, 티셔츠가 행사용으로, 볼펜, 머그컵 등이 후원사에게 감사를 표하는 기념품으로 제작됐다.
조경가 DNA “닥치면 한다. 할 거면 잘하자”

기조강연 등 다양한 사전 행사를 기획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전체적으로는 광주에서 개최해서 좋았다는 평이다. 광주 IFLA 준비를 하면서 광주광역시 지도를 봤는데 공원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한 작품 같은 공원이 없었다. 외국인이 느끼기에 ‘한국의 현대 조경의 수준이 이 정도일까?’라고 생각할까 봐 우려했다.
공원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조경 공간의 품질이 올라가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경이 단순히 나무 심는 일 정도라고 생각할 것이다. 집 앞 공원을 산책하며 ‘참 멋진 곳이구나, 전문가가 만든 곳이구나’라고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을 지키면서 사람들한테 감동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전문가가 있다’는 공감대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행사를 진행하면서 일상적인 도시 공간에 만들어지는 수많은 오픈스페이스나 조경 공간의 질적 향상은 어떻게 해야 가속화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많이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학계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대회의 의미와 성과는 무엇인가?
IFLA를 통해 조경가가 어떤 일을 하는 전문가인지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랐다. 이번에 더 뼈저리게 느꼈던 점이 있다. 기후위기 이슈와 관련해서 해외에는 조경가가 주도한 시스템적이면서 본질적이고, 과학적이면서 미학적인 훌륭한 작품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프로젝트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조경가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프로젝트는 토목과 도시, 건축 등 대규모의 건설산업을 넘나드는 프로젝트여야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프로젝트가 기획되고 발주되는 방식은 조경가들이 큰 프로젝트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법·제도적으로 너무나 허약한 상황이다. 해외의 조경가들과 견줄 만큼 우리나라 조경가들의 역량은 뛰어난데 그걸 펼칠 수 있는 장을 제도적으로 못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IFLA를 통해 학계와 업계의 협력 네트워크가 매우 좋아졌고 많은 가능성을 봤다. 우리의 전문성이 사회와 지구를 지속가능하며 건강하게 만드는 다양한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큰 틀의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행사에서 세계 조경의 최신 흐름과 다양한 글로벌 의제가 공유됐는데, 미래세대 조경의 모습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대학별로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적 투자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모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교육자 세션에 참여했는데 각 나라별로 조경학과의 교육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세션이 끝나고 잠깐 나눈 쿠웨이트 젊은 선생님과의 대화다. 이제 막 조경학과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한 마디라도 더 듣고 돌아가서 고국의 미래 조경가들을 양성하는 데 도움을 받고자 하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이런 사람들한테는 IFLA와 같은 교류의 장이 정말 중요한 기회겠구나 생각했다.
조경인들은 실천력, 조직력, 디자인 감각이 굉장히 좋다. 조경계의 규모가 작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니 서로 협력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느낀다. K-조경계, 우리 조경인에게는 “닥치면 한다. 할 거면 잘하자”는 DNA가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러한 태도로 행사를 시작하고 마무리했던 것 같다. 이런 기회가 또 온다면 미래세대는 아마 더 훌륭한 성과를 낼 것이다.
◆2022 광주 IFLA 기조강연자
광주 IFLA 기조강연 첫날 - ① ▲정근식 서울대학교 교수 ▲앙리바바 아장스 테르 대표 ▲크레이그 포콕 베카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광주 IFLA 기조강연 둘째날 - ②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캐서린 나이젤 도시공원연합 전무이사 ▲아드리안 회저 웨스트8 대표
광주 IFLA 기조강연 셋째날 - ③ ▲김정윤 하버드 디자인대학원 교수 ▲질리안월리스 멜버른대학교 교수·하이케라만 로열멜버른공과대학교 교수 ▲이만의 한국온실가스감축재활용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