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윤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불합리한 나무의사 제도를 바로잡을 논의의 장이 열릴 것으로 보여 조경업계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이달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수목진료를 할 수 있는 자격에 나무의사와 수목의 소유자에 더해 ‘수목 소유자로부터 직접 지휘 감독을 받는 관리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산림보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된 나무의사 제도에 의하면, 수목 피해의 진단·처방과 예방 업무는 나무의사만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수목진료 업무를 하던 나무병원도 면허가 박탈되고 조경업체도 준공 후 방제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나무의사를 확보해야 한다.
다만 제도의 전면적 시행에 앞서 5년의 유예기간을 주어 올해 6월 27일까지는 기존 나무병원들이 생업을 이어갈 수 있게 했으며, 조경업체들은 이 기간 동안 임시로 2종 나무병원에 등록하여 수목진단은 할 수 없지만 방제업무는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존에 영세한 업체들이 많고 나무의사 배출수가 적어 나무의사 확보가 힘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경업체도 그간 임시로 운영되던 나무병원 2종이 사라지면서 방제업무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에 나무의사를 확보하지 못한 나무병원 종사자들은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구제 방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지속해 왔으며, 조경업계도 시공현장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이미 지난 2018년 제도 초창기 환경과조경의 취재 과정에서 준공 후 방제업무의 경우 건설업법상 조경공사에 속해 발주처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조경업계의 공식적인 항의가 이어지지 못해 유야무야됐다.
그런데 이달 13일 입법예고된 개정안이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동주택의 경우 ‘수목 소유자로부터 직접 지휘 감독을 받는 관리자’도 수목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조항이 들어가면서,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조경업체가 준공 후 방제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사실 이번 개정안은 공동주택 관리사무소가 직접 수목진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법안 취지에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입주자로부터 관리를 위임받은 관리소장이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나무의사의 처방 없이 공동주택 내 수목을 직접 수목진료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수목을 직접 진료할 수 있는 예외적인 범위를 수목의 직접적 소유자뿐만 아니라 소유자의 명의와 책임으로 수목진료를 하는 경우로서 소유자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관리자를 포함하여 구체적으로 정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나무의사합격자들의 모임인 한국나무의사협회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한석 한국나무의사협회장은 “아파트 수목에 대한 농약 오남용 때문에 나무의사 제도가 탄생했는데, 관리소장들에게 직접 방제를 허용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나무의사 제도 자체가 무력화되는 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그간 1154명의 나무의사들이 배출됐고 금년에도 200명 정도가 더 배출된다. 지금도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월 300만원도 못받는 것이 전문직이 맞느냐”고 호소했다.
반면 조경업계와 나무병원연합회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심왕섭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은 “나무의사 제도의 불합리함에 대해 여러 차례 산림청에 입장을 전달했다. 이번에 조경업체의 입장을 알려서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바로잡을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경단체들은 지난해 산림청장과 조경단체장 소통 간담회에서 “조경공사업과 조경식재공사업으로 시행하는 수목은 조경설계기준 및 시방서를 준수하도록 되어 있고, 병해충에 감염된 수목은 원칙적으로 식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로 인한 하자 등의 모든 책임이 시공업체에 있기 때문에 나무의사의 수목진료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김성곤 전국나무병원연합회장은 이번 논의의 장에 생업을 잃고 피해를 받게 될 나무병원 종사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이미 합법적으로 나무병원 업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의 나무병원들에게 5년간 한시적으로 업을 유지하고 그만하라는데, 수십 년 동안 기존의 나무병원들이 대한민국의 보호수와 노거수 그리고 생활 수목을 관리했지만 수목을 죽이지 않았고 농약 피해도 주지 않았는데 왜 사지로 내몰고 있는지를 먼저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다.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 강주형 주문관은 이번 입법예고와 관련해 “아파트입주자들의 요구에 의해서 아파트관리사무소가 수목진료를 할 수 있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있었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 김선교 의원실에서 법안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선교 의원실 측은 “법제처 해석에 따라 법안을 명료하게 하기 위해 발의했으나 매우 복잡한 문제들이 엮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기회에 나무의사 제도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들이 정리되고 넘어가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원안이 아니더라도 산림청과 관련 단체들이 협의한 내용을 가져오면 수정 입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이 나무의사제도 실행의 근거로 제시한 농약오남용 사례 보고서에는 기존 나무병원이나 조경업체에 의한 농약오남용 사례들이 크게 나타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으며, 유예기간 동안 시공현장에서는 준공 후 방제까지 처방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며 나무의사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