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윤, 나창호, 이형주 ([email protected])
2019년 조경분야의 뉴스 키워드는 ‘다시 희망’으로 정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좋은 뉴스들이 많아서 조경인들도 적지 않은 기대감으로 설렜던 한 해였다. 대한민국 조경대상이 ‘대통령상’으로 격상되면서 분야의 자부심을 높였고, 조경직제가 신설된 지 13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조경직 국가공무원을 2022년까지 200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 나와 장기적으로 국가의 조경행정에 큰 기대감을 품게 하고 있으며, 또한 전주에서는 총괄조경건축가 제도가 도입되면서 조경가가 모든 도시환경 분야의 리더로 나서고 있다. 물론 많은 논란과 갈등도 존재했던 한 해이지만 모든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한 해였다.
올 한 해 조경계에 수놓은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 큰 희망과 결실을 맺기를 기원한다.
조경대상 ‘대통령상’ 격상, 조경직 국가공무원 200명 선발…조경계, 정부와 소통 노력 ‘결실’
조경분야의 숙원이었던 조경직 국가공무원 채용이 본격화 된다. 장관상에 그쳤던 대한민국 조경대상도 올해는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시상으로 대회의 상격을 높였다. 조경계의 지속적인 정책 제안과 중앙정부와의 소통 노력이 빚어낸 결과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3월 조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조경직 국가공무원 채용을 검토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한국조경학회는 ‘푸른 국토, 행복한 국민 3.0’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중앙정부 정책 담당자에게 조경직 공무원 채용 당위성을 알렸다. 인사혁신처에서는 2022년까지 조경직 국가공무원 200명을 선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채용 계획안으로 화답했다. 올해는 5급 2명을 포함해 민간경력채용으로 22명을 뽑고, 내년부터는 공채방식으로도 선발할 계획이다.
올해 대통령상으로 승격된 대한민국 조경대상의 최고상은 ‘서울식물원’에게 돌아갔다. 조경 시공의 완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행사 프로그램을 지속함으로써 조경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이상석 한국조경학회 회장은 “앞으로도 정부와 지자체에 조경 전담 조직을 만들고 조경 정책을 발굴하여 아름답고 품격있는 국토를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을 경주하자”고 당부했다.
설계·감리 주체 명시 안된 ‘도시숲법’ 소관위까지 통과, 최종 운명은?
올해는 조경계 반대로 여러 차례 무산됐던 도시숲법 제정이 진척을 이룬 해였다. 조경분야는 그간 도시공원법과 상충된다는 이유로 도시숲법 제정에 난색을 표해왔으나, 산림청장이 나서 “조경인에 의한 도시숲법 제정”을 약속하면서부터 산림청과의 협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협상에서는 조경-산림청 간 입장차만 확인한 채 한 발도 나가지 못했고, 올해 새롭게 구성된 협상 테이블에서는 법률안에 도시숲 사업의 시공 주체로 ‘조경공사업’,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이 명시돼 상생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8월 산림청과 조경단체 간 몇 가지 쟁점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채 도시숲법이 갑작스럽게 입법예고되면서 다시 논란이 일었다. 설계·감리 주체에 조경 기술사사무소·엔지니어링사업자가 포함되지 못하면서 반대 여론에 부딪힌 것이다. 현재 도시숲법은 일부 조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관위 문턱을 넘었으며 법사위에 계류 중으로 최종적으로 법안이 통과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놀지 않는 사회”에서 “노는 사회”로…놀이-놀이터 국가적 의제가 되다
놀이와 놀이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그간 서울시 창의놀이터를 시작으로 순천 기적의 놀이터 등 전국 지자체에 놀이터의 혁신적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확산돼 왔다. 또한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등을 중심으로 한 통합놀이터나 세이브더칠드런의 맘편한 놀이터 등 놀이터 조성이 공공의 가치 증진과 사회적 공헌 사업으로 확대됐다.
특히 올해 5월에는 정부가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을 확대한다”면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는데, 이 정책의 4대 전략에는 보호권, 인권 및 참여권, 건강권과 함께 ‘놀이권’이 포함되면서 ‘놀이’대한 사회적 위상이 한층 제고되고 있다. 11월에는 놀이터와 관련된 27개 기관·기업·단체가 모여 아이들이 놀기 좋은 서울을 만들기 위한 ‘서울놀이터네트워크’가 발족되었고, 12월에는 ‘통합놀이터’ 조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법률을 개정하기 위한 국회 토론이 열렸으며, 정부가 아동 놀이 정책의 기본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놀이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사회적 논의 확대와 제도화가 구체화되고 있다.
조경기사 ‘조경사’ 과목 폐지 논란…반대 여론에 ‘재검토’
지난 3월 5일 고용노동부가 조경기사 종목에서 조경사 과목이 폐지되는 내용을 포함한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해 논란이 됐다.
이에 한국전통조경학회, 한국정원디자인학회, 한국기술사회 조경분회, 한국조경수협회가 공동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이후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생태복원협회가 관계부처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면서 간담회 등의 협의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정에서는 조경기사를 제외하고, 향후 조경분야의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번 개정 시 재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한국전통조경학회,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등 조경단체들은 지난 9월 17일 한국조경학회 회의실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들과 함께 조경기술자격제도 자문회의를 갖고 조경기술자격제도 개선위원회를 확대 구성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고용부와 지속적인 협의 채널을 유지하면서 향후 조경기사 시험과목 전반에 대한 범조경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응하기로 했다.
“광화문광장, 왜 다시 만들어야 하나요?”…‘끝이 안보이는’ 재구조화 논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광장 인근 왕복 10차로를 6차로로 줄이고 광장의 면적을 4배 정도 넓히기 위해 총 10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12일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 실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국제설계공모에서 당선된 CA조경기술사사무소 컨소시엄의 ‘Deep Surface(과거와 미래를 깨우다)’를 토대로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이해당사자들의 강한 반발로 지난 9월 사업이 보류됐다. 이후 3차례 전문가 토론회, 2차례 시민 대토론회를 열었지만, 아직까지 사업 재추진의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논란에는 세종대왕 동상 이전과 상징축 복원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가 하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핵심 가치와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었으며,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소통 부재 등의 문제도 거론됐다. GTX-A(수도권광역급행철도) 광화문역 신설과 관련한 갈등도 있다. 서울시는 광장 이용객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GTX-A 광화문역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는 GTX 사업 자체가 보행중심을 내세우는 광화문광장 재조성의 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논란은 해를 넘겨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태화강, 제2호 국가정원 지정…영남권 정원문화 ‘전진기지’
태화강이 지난 7월 대한민국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순천만에 이은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84ha의 면적에 6개 주제 29개 세부 정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방문자센터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원 체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산림청은 “오염된 하천을 복원시키고 자연자원을 보전하면서 도시재생 성과를 거두는 등 태화강 정원의 생태적 가치를 인정해 국가정원으로 지정했다”고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산업화를 거치며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울산 태화강이 울산시민의 노력을 통해 생태 관광 자원으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수도권, 호남권에 편중되었던 정원문화 인프라를 영남권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진 기지로도 기대를 모은다.
국가정원 선포식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은 “획기적인 기적이 일어났다”며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울산시는 국가정원 관리를 전담할 녹지정원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정원, 도시재생과 찰떡 호흡…정원박람회, 도시재생 新모델 ‘부각’
정원박람회가 공공정원 확산과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서울시와 정선군에서 시도한 도시재생형 정원박람회가 큰 호평 속에서 치러졌다, 내년에도 LH,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원축제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서울정원박람회’는 공원을 벗어나 해방촌·서울로7017 일대로 무대를 옮겨 도시재생형 정원박람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나아가 내년에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로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어서 동네정원 조성 논의가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는 고한읍 5개 마을 주민이 정원 코스를 만들고 문화행사를 운영하며 폐광 이후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 모델로 관심을 받았다.
내년에는 경기도 의왕시와 평택시에서 각각 개최되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와 LH가든쇼도 지역 녹색거점 조성에 의한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며 도시재생형 정원박람회로의 청사진을 그려놓았다.
도시공원 일몰 시계 ‘째깍째깍’…국토부 “자화자찬” 성과 발표
우리 공원 정말 문제 없나요?
국토교통부는 내년 7월 실효 예정인 장기미집행공원의 면적이 올해 5월 기준 151㎢에서 11월 말 기준 64㎢로 반 이상 줄어들었다며 지난 13일 정책 성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조성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지자체가 공원부지 매입을 위해 2023년까지 투입해야 할 지방예산과 지방채는 총 7조4000억 원으로 조사됐지만, 다수의 지자체에서 지방채 발행 등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투입액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발표에서는 현재 전국적으로 추진 중인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총 78개소(30.8㎢)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2020도시공원일몰제대응전국시민행동은 “지자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충돌은 주로 민간공원특례사업에서 비롯된다”며 “뻔히 예고된 민간공원특례사업이라는 폭탄 78개를 추진하고 있음을 자랑할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과 민간공원특례사업만 독려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예산편성에 나서야한다”며 지자체의 직접 공원 조성을 위한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전주시, 첫 총괄조경건축가 제도 도입…도시환경 위해 “총괄조경가” 필요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가 지난 1월 전주시 총괄조경건축가로 위촉됐다. 건축, 디자인 분야의 경우 총괄건축가, 총괄계획가 제도가 일부 지자체에 도입돼 있지만, 조경분야의 총괄 책임자 제도가 도입된 것은 전주시가 최초다. 최신현 전주시 총괄조경건축가는 2021년까지 시의 녹지정책과 공원조성, 도시숲 등 조경관련 사업을 비롯해 건축, 경관 등 다양한 현장에 대한 기획 및 자문과 사전 검토를 맡게 된다.
총괄조경건축가 제도의 운영은 ‘천만그루 정원도시’를 역점 사업으로 내건 전주시의 정책방향에 맞닿아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취임 후 첫 사업으로 천만 그루 나무 심기를 추진하면서 시내 곳곳의 공원과 공터, 학교 및 공공기관 옥상과 벽면에 녹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지난 11월 한국정원디자인학회 임시총회에 참석해 “조경을 통해 시민들이 도시로부터 존중받는 느낌이 들게 하고, 도시의 물리적·심리적 회복력을 키우겠다”며 조경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로 심각해지는 도시환경에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추구하는 총괄조경가의 당위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제기능올림픽 조경 국가대표 10년 만에 부활, “조경 장인시대 열자”
10년 만에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조경 국가대표들이 선발돼 출전했다.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된 배은성, 주재완 씨(용인바이오고 소속)는 지난 8월 22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경기를 치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경종목 활성화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대회에 임한 선수들에게 조경인들의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이번 출전을 계기로 조경분야도 기술 장인을 길러내야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조경기능 분야에는 ‘기능장, 명장’ 제도가 없고, 기능인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상황이다. 조경기능인을 양성할 수 있는 고등학교에는 전문 교사진이 부족하고, 실습을 위한 장비도 열악하다.
이에 조경직종협의회는 조경 국가대표 육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먼저 2021년 8월에 열리는 상하이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선수 발굴부터 알찬 실습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 ‘정원박람회’를 지방기능경기대회로 대체해 개최하는 방안, 조경회사와 대회 참여학교팀을 1대 1로 자매결연하는 ‘1사 1교’ 후원 방안도 구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