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지난 6월 3일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된 제9회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공약을 통해, 새롭게 출범하는 지방정부의 공원녹지 정책 방향을 짚어봤다.
공약을 살펴보면 몇 가지 큰 흐름이 드러난다. ▲국가정원과 국가도시공원 지정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고 ▲하천과 호수를 생활권 녹지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파크골프장, 맨발길, 치유로드 등 고령화와 생활체육 수요를 반영한 공약도 증가하고 있으며 ▲폭염 대응, 탄소중립, 자연 보전처럼 기후위기와 생태 보전을 연결한 공약이 많아진 것도 특징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생활권 정원과 수변 녹지를, 부산은 바다를 중심으로 한 해양수도 전략을, 제주는 곶자왈과 블루카본을 앞세웠다. 경기와 충청은 하천·호수·파크골프장 등 생활 체감형 녹지 공약이 두드러졌고, 강원과 경상권은 산림·호수·해양 치유와 국가정원·국가도시공원 구상이 함께 등장했다.
서울, 대형 공원에서 생활권 공원으로 ‘집 앞 5분 정원시대 연다’
서울의 핵심 키워드는 ‘집 앞 5분 정원시대’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서울 전역의 녹지와 수변 공간을 연결하는 ‘그린라이프’ 공약을 제시하며, 2030년까지 동네 정원 3000개 조성, 한강과 지천을 잇는 수변 거점 40곳 확대, 종묘~남산·청계천~동대문 녹지축 구축 등을 내세웠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정원과 물길을 함께 묶은 ‘녹색 쉼표, 물빛 일상’ 구상이다. 서울 곳곳에 흐르는 하천과 실개천을 시민 여가·문화 공간으로 바꾸고, 지역별 수변 명소인 ‘서울물빛나루’를 확대해 한강 중심의 수변 정책을 생활권 지천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서울의 녹지 정책이 대형 공원 중심에서 생활권 정원과 수변 공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공원을 찾아가는 도시’에서 ‘녹지와 물길이 생활권 안으로 들어오는 도시’로의 전환을 예고한다.
한강 정책도 이슈성이 크다. 오 당선자는 한강 인공 호안을 자연형으로 복원해 생태성을 높이고, 잠수교 보행교와 세빛섬 복합공연장 등을 통해 한강을 일상의 문화 공간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한강을 단순한 조망 대상이나 관광 명소가 아니라 걷고, 머물고, 문화를 누리는 도시 인프라로 바꾸겠다는 방향이다.
도심부에서는 종묘~남산, 청계천~동대문을 잇는 녹지축 구상도 함께 제시됐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 정비를 통해 도심 한복판에 부족한 녹지를 확보하고, 역사 도심의 보행·녹지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운지구 재개발은 종묘 경관 훼손과 고층 개발 논란이 이어져 온 사안인 만큼, 단순한 녹지 확충 사업으로만 보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네 정원, 수변 거점, 한강 자연성 회복, 도심 녹지축을 하나의 체계로 묶으려는 점에서 서울은 이번 지방선거 녹색 공약 중 가장 생활밀착형이면서도 도시 구조 전환의 성격이 강한 사례로 꼽힌다.
인천, 갯벌과 바다를 축으로 한 해양도시형 환경 정책
인천은 공원녹지 확충보다 갯벌·해양생태, 재생에너지, 자원순환을 중심으로 한 해양도시형 환경 정책이 두드러진다.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자는 기후위기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해양·갯벌 보호, 재생에너지 전환을 주요 환경 의제로 제시했다.
인천의 핵심 환경 자산은 소래습지와 송도갯벌, 강화·옹진의 섬과 갯벌, 인천 앞바다다. 여기에 해상풍력과 기후산업 정책이 결합하면서, 인천의 녹색 정책은 내륙 공원 조성보다 해양생태·에너지 전환에 가깝다.
따라서 향후 과제는 갯벌과 해양생태의 보전 가치를 지키면서, 해상풍력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역 상생 방식으로 추진하는 데 있다.
부산, 그린방파제와 10분 그늘길…해양도시의 녹색 전환
부산은 해양수도 구상을 앞세웠지만, 공원녹지 분야에서는 ‘그린시티 부산’ 공약이 주목된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자는 노후 산단과 부산항 배후 부지에 오염물질을 막는 ‘그린방파제 숲’을 조성하고, 시민이 가꾼 나무의 탄소 흡수량을 지역화폐로 보상하는 ‘나무연금’, 일상 속 폭염 대응을 위한 ‘10분 그늘길’을 제시했다.
이는 항만도시이자 산업도시인 부산의 환경 문제를 도시숲과 생활권 녹지로 풀어내려는 시도다. 특히 ‘그린방파제 숲’은 산단과 항만 배후 공간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녹지로 완충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0분 그늘길’도 폭염 대응을 보행 환경 개선과 연결한 공약이다. 시민이 매일 걷는 길에 그늘을 만들고, 고령자와 교통약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생활밀착형 기후 정책의 성격을 가진다.
낙동강과 금정산을 생태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돼, 부산의 녹색 정책은 산과 강, 항만 배후 공간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다만 시민공원과 북항을 잇는 녹색 보행축은 경부선 지하화와 북항 재개발이라는 기존 도시 현안과 맞물려 추진돼 온 사업인 만큼, 신규 공원녹지 공약이라기보다 도시구조 전환 과정에서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다.
광주, 생활권 녹지로 기후안전도시 겨냥
광주는 공원녹지 정책을 기후안전과 생활권 복지의 관점에서 풀어낸 사례다. 민형배 당선자는 2045 탄소중립 목표와 함께 폭염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기후안전도시, 도보 10분 내에 접근 가능한 생활권 공원·녹지 확대, 학교·경로당 등 공공 건물 그린리모델링, 시민 참여형 햇빛발전소 확대를 제시했다.
핵심은 대형 정원이나 관광형 녹지보다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녹지 확충에 있다. ‘도보 10분 생활권 공원·녹지’는 단순한 휴식 공간 확대가 아니라 도시 열섬을 줄이고, 폭염 취약계층의 안전을 높이는 기후 대응 인프라로 볼 수 있다.
광주의 녹색 공약은 공원녹지를 탄소중립의 부수 사업이 아니라 시민 일상에서 시작되는 기후안전망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향후 과제는 생활권 녹지 확대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폭염 취약지역과 녹지 소외지역을 우선하는 공간계획으로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느냐에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산림·호수·해양 자산의 녹색 활용
강원특별자치도는 대형 도시공원 조성보다 산림·호수·해양 자산을 활용한 치유·관광형 녹색 정책으로 나타난다. 도심 생활권 공원 확충보다는 지역 자연 자산을 정원, 생태공원, 산림 휴양, 생활체육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방향이 강하다.
다만 강원의 주요 녹색 사업은 도 단위 공약과 기초 지자체 현안이 맞물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춘천의 호수정원, 정선의 가리왕산 국가정원, 고성의 해양생태공원, 폐광지역과 접경지역의 생활체육형 녹지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과제는 자연 자산을 관광자원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태복원과 주민 생활 공간 개선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세종, 중앙공원·금강 현안 속 녹색도시 과제
세종은 신규 공원녹지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기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데 무게를 뒀다.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자의 핵심 공약은 행정수도 완성, 자족도시, 교통망 개선, 재정난 극복 등에 집중됐다. 다만 중앙공원과 금강, 세종보,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금강수목원 등 공원녹지·환경 현안이 도시 정체성과 맞물려 있다.
선거 과정에서 조 당선자는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에는 찬성 입장을 보였고, 금강수목원 민간 매각 흐름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종보와 중앙공원 2단계 보존형 추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의 공원녹지는 단순한 여가 공간이 아니라 행정수도의 경관과 도시 품격을 만드는 기반이다. 향후 과제는 중앙공원과 금강 수변, 생활권 녹지를 행정수도 완성 전략 안에서 어떻게 관리하고 연결할 것인가에 있다.
대전, 보문산과 3대 하천…개발 현안의 생태전환 여부가 관건
대전은 보문산과 3대 하천이 핵심이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자는 환경 공약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공약을 제시한 후보로 평가됐지만, 공원녹지 정책은 보문산 개발, 하천 준설, 친수 공간 조성, 도시 생태축 보전 등 기존 현안에 머물러 있다.
다만 새롭게 주목할 부분은 보문산 개발 재검토 입장과 기후 정책이다. 환경단체들은 허 당선자의 보문산 난개발 중단·재검토 입장을 환영하면서도, 보문산을 단순 관광 시설의 입지가 아니라 도시 생태축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천 역시 시민 친수 공간 조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연성 회복, 홍수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도시 열섬 완화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의 녹색 지형은 ‘개발이냐 보전이냐’의 단순 구도를 넘어, 기존 개발 현안을 생태전환의 방향으로 되돌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대구, 개발사업 집중 공원녹지 정책 부족
대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원녹지 공약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했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자의 핵심 공약은 TK신공항, 대구경북 행정통합, 반도체 산업단지, AI 산업 전환, 공항 후적지 개발 등 대형 개발·산업 정책에 집중돼 있다.
금호강 르네상스, 신천·금호강 수변공간, 도시 바람길숲, 기후 대응 도시숲 등 기존 녹지·수변 사업은 그대로 추진하지만, 새롭게 제시된 공원녹지 정책은 아니다. 대구의 녹색 정책은 향후 대형 개발사업 과정에서 완충녹지, 도시 열섬 대응, 생활권 공원 확보를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이후의 과제
울산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원녹지 신규 공약이 크게 부각된 지역은 아니다.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자의 주요 공약은 AI 산업 거점, 노동 중심 산업전환, 대중교통 정상화, 전시성 사업 재검토 등에 집중됐다.
다만 울산은 태화강국가정원이라는 전국적 녹색 자산을 보유한 산업도시다. 따라서 민선 9기 울산의 공원녹지 정책은 새로운 대형 공원을 내세우기보다, 태화강국가정원의 성과를 산업도시의 녹색 전환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는다.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블루카본으로 보는 섬 전체의 생태 안전망
제주는 대형 도시공원이나 국가정원이 전면에 나선 지역은 아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 당선자의 녹색 정책은 2035 탄소중립, 도시숲과 곶자왈 보전, 블루카본 관리, 지하수 보전, 기후 재난 대응 등 섬 전체의 생태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향이다.
제주에서 가장 중요한 녹색 자산은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제주 고유의 숲 생태계이자 지하수 함양, 생물다양성 보전, 탄소 흡수 기능을 동시에 가진 공간이다. 위 당선자가 도시숲과 곶자왈 보전을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 제시한 것은 제주 녹지 정책이 단순한 공원 조성을 넘어 섬의 생태 기반을 지키는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블루카본도 제주형 환경 정책의 핵심 키워드다. 제주에서 바다는 관광자원인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공간이다. 바다숲과 해양생태계, 연안 생태자원을 탄소 흡수원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은 육상 녹지 중심의 공원 정책을 해양생태계까지 확장하는 의미를 갖는다.
결국 제주의 녹색 공약은 새 공원을 조성하는 방식보다 곶자왈과 바다, 지하수 등 섬의 생태 기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초 지자체, 정원·하천·생활체육 공약 확산
기초 지자체는 실제 공원을 조성하는 딘위 정부인 만큼 하천·정원·국가정원·국가도시공원·생활체육형 녹지 흐름이 더 뚜렷해진다.
안양·광명·군포·의왕의 안양천 지방정원 및 국가정원 승격 구상은 여러 지자체가 공유하는 하천을 광역 정원축으로 키우려는 사례이고, 정선의 가리왕산 국가정원과 진주의 진양호 국가도시공원 추진은 국가정원·국가도시공원 경쟁이 기초 단위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항의 ‘그린시티’ 구상은 산업 완충녹지와 그린웨이를 묶어 산업도시의 녹색 전환을 제시했고, 정읍의 동진강 국가공원화와 고창의 꽃정원·갯벌 구상은 하천과 갯벌을 정원·생태관광 자산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주목된다. 충청권에서도 미호강, 곡교천, 생태호수공원 등 내륙 물길을 시민 여가와 치유 공간으로 바꾸려는 공약이 확인된다.
다만 파크골프장과 관광형 수변개발은 생활체육 수요를 반영하는 동시에 하천 부지 이용과 생태성 논란을 동반할 수 있어, 향후 공공성·환경성 검토가 함께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당선자 공약은 선거 과정에서 녹색 공약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제시되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선거 기간 제시된 녹색 공약만을 대상으로 정리됐으며, 앞으로 추진될 민선 공약은 이후 공약집을 통해 자세히 정리돼 나올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