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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대지 위에 내려앉은 조각 같은 정원을 만들고 싶었다”
김지학 작가와 설윤환 작가는 올해 서울정원박람회의 공모 주제가 “예술”이란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단다. 그간 식물이 위주가 되는 정원은 많이 경험해 왔지만, ‘하나의 조각’ 같은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이번 작가정원 공모에 참여하게 됐다.
그렇다보니 이번 정원은 식재보다는 시설물의 조형미에 더 심혈을 기울여 조성됐다. “대지 위에 놓여진 조각을 감상하듯 전체적인 형태”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주문이다. 먼 곳에서 보여지는 동선과 루버, 마운딩이 이루는 형태적 조화가 이번 정원의 가장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김지학‧설윤환 작가의 작품 ‘하얀바람’을 만나 보자.
왜 ‘하얀바람’일까. ‘북서울 꿈의숲’은 예전에 ‘드림랜드’라는 놀이공원이 있었던 자리이다. 하지만 현재 공원에는 옛 놀이공원에 대한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두 작가들에게는 매우 아쉽게 다가왔다. 그래서 예전 놀이공원의 이색적이었던 풍경을 작품에 소환하기로 했다.
예전 드림랜드에는 궁전 같은 건물도 있었고 롤러코스터 레일도 있었는데, 그것들이 모두 하얀색으로 통일돼 있던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밝은 색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형태적으로 유선형의 이미지들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놀이공원은 평지에 지어지는데 드림랜드는 벽오산 지형 위에 그대로 내려앉아 있는 놀이공원이라는 점이 특별하게 생각됐다.
그래서 정원에는 벽오산의 유려한 지형에 영감을 받아서 ‘조형 마운딩’이 돌담으로 디자인됐으며, 롤러코스터의 다이나믹한 형태가 물결치는 듯한 ‘조형 루버’의 모습으로 구현됐다. 마운딩과 루버, 그리고 바닥 동선은 하얀색 계열의 재료를 채용해 상호 감싸 안은 듯한 형태적 조화를 멀리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놀이공원의 따듯한 밤 분위기를 담은 감성적인 정원으로 조성하고자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정원의 공간은 조형 돌담과 조형 루버가 둘러싸는 프레임을 기준으로 안쪽과 바깥쪽으로 구분되는데, 공원과 정원이 단절되지 않도록 바깥쪽은 좀 미니멀하게 표현을 하고, 반면에 안쪽은 그와 대비를 줘서 화사하게 표현했다. 실제 정원 내부에는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흰색 루버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정원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섬세하게 표현한 뜰을 조성했다.
‘작은 뜰’이지만 수종 선택에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대상지가 하루종일 뜨거운 양지인 점을 감안해 양지성 수종들을 위주로 계획했으며, 식물의 생김과 색상을 흰색 루버 배경과 조화로운 수종으로 선택했다. 또한 꿩의비름이나 에키네시아 등 갈변한 그라스류와 어울려 회회적인 풍경을 만드는 식재를 통해 겨울철 공원의 모습도 함께 고려했다.
교목 식재는 오얏나무를 심은 것이 가장 주요한 콘셉트이다. 오얏나무는 드림랜드 이전 오동공원이었던 시절부터 집집마다 울타리로 사용할 정도로 이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현재는 강북구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워진 나무로, 옛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수종이다. 봄에는 벚나무처럼 무수하게 꽃을 많이 피워서 아름답기도 하고 여름에는 붉은 열매로 강렬한 경관을 선사하기도 한다.
<인터뷰>
“그 시절 드림랜드의 향수가 하얀바람을 타고 옵니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계기는?
“올해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공모 주제가 ‘꿈의 숲 그리고 예술의 정원’이었다. 북서울 꿈의 숲이라는 장소도 의미가 있지만, 특히 정원과 예술을 같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주제에 맞게 대지 위에 내려앉아 있는 하나의 조각 같은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얀바람’인가?
‘하얀’은 정원의 밝은 분위기와 색감을 의미하고, ‘바람’은 예전 놀이공원의 형태가 어떤 유선형의 인상으로 남겨진 것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원에서 사람들이 어떤 점은 느꼈으면 좋겠는가?
식물이 메인인 정원이라기보다는 형태적인 아름다움이 강조된 정원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디자이너로서 정원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다만 식물만이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공간감과 밝은 색감과 거친 질감 등이 서로 대비되면서 형성되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즐겨주시면 좋겠다.
정원을 조성하면서 가장 주력했던 점은 무엇인가?
조형 루버나 조형 마운딩의 선형이 유려하게 잘 나와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래서 많은 시뮬레이션들을 하면서 가장 좋은 비례와 밸런스를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사실 도면은 그림이고 실제 현장에서 설치할 때 3D시뮬레이션 한 것과 같은 분위기가 나오려면 더 섬세하게 체크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다. 지반의 레벨이나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시퀀스, 조형 라인과 높이 등의 밸런스를 함께 잡아나가면서 진행했다. 이렇게 루버랑 돌담에 주력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한눈에 모두가 들어오는 정원보다는 좀 걸어다녀야 확인되는 시퀀스를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보이는 정원과 안에서 보는 정원을 다른 느낌으로 연출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