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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8 22:21
  • 수정 2017-03-2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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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제8회 온난화식목일 기념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좌측부터 정규석 팀장, 최영식 의장, 한봉호 교수, 이경준 교수, 김정수 소장, 이재석 대표, 김용득 사무총장, 유영민 사무처장, 한정훈 팀장,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기후변화로 인해 식목일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기후변화의 상징성을 담보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28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후변화시대, 온난화식목일을 말하다’를 주제로 ‘제8회 온난화식목일 기념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한봉호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기후변화가 식생에 미치는 영향’,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이 ‘온난화식목일 지정의 필요성과 의의’를 발표하고, 토론에는 이재석 노을공원시민모임 대표를 좌장으로 ▲이경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명예교수 ▲김용득 자연보호중앙연맹 사무총장 ▲유영민 생명의숲 사무처장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팀장 ▲한정훈 서울시 푸른도시국 산림관리팀장이 참석했다.


최영식 서울환경연합 공동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산림자원을 넘어서 숲이나 나무가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저장고로서 주목받고 있다. 식목일 변경이 필요하다”며 “온난화가 단순히 식목일 변경을 위한 수식어가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상징하는 더 큰 위치에 있다. 온난화식목일 변경 당위성 인식을 확산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토론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봉호 교수는 발표를 통해 기온과 강수량은 식물 생육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환경요인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상승과 강우패턴이 변화하고 이에 따른 식생변화가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생대 변화 모델은 점차 고지대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온 상승으로 식물의 생육 기작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며 “한반도 기온변화에 따른 지역별, 수종별 적정 식물 식재 시기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소장은 “식목일의 과거 30년 평균기온과 최근 30년 평균기온을 비교하면 3℃ 상승해 식목일의 기온대가 과거에 비해 8일이 빨라졌다. 땅 속 5cm의 온도는 1940년대에 비해 2.3℃가 상승했다”며 식목일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현재의 식목일 날짜는 일제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식목일 날짜 변경에 대해 2004년, 2008년, 2013년 3차례에 걸쳐 검토했으나 비용과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변경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한 날이자 조선 성종 때 ‘선농단’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씨를 뿌린 날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근거다. 또한 산림청은 수목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식목일 날짜를 변경할 만큼 크지 않고, 날짜 변경 시 많은 홍보비용과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정부가 식목일 변경 반대 근거로 내세우는 삼국통일과 선농단은 식목과 전혀 관계가 없고, 비용 낭비 우려에 대해서도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도시 숲 조성이 되고 기후변화 적응 효과가 나타나면 경제성은 비용을 크게 상회할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이경준 교수는 학문적으로는 식목일을 당겨야 하지만 국가차원의 행사를 꼭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생리 측면에서 보면 가장 이상적 시기는 봄철 땅이 녹은 후 새뿌리가 나오기 전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뿌리가 나는 시기가 10일 빨라진 것은 맞다. 하지만 포트묘는 3월부터 6월 중 아무 때나 심어도 되고, 저온저장시설을 사용하면 3월부터 4월까지 식재 기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식목일을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한 식목일 날짜 지정에는 일제 잔재가 있다는 김정수 소장의 주장에는 “수백 년간 한식을 기준으로 조상묘소를 가꾸고 잔디를 심었던 것이 우리 풍습”이라며 반론을 폈다.


김용득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식목일 날짜 변경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김 총장은 “나무를 심는 것은 식물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일이다. 역사에 매몰된 이념적인 접근은 지양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봐야 한다”며 날짜 변경에 대한 논의는 식목일에 대한 인식을 바로 심어주는 것이라는 의의를 강조했다.

 

또한 산림청은 연중 70% 이상의 수목을 식목일 이후에 심기 때문에 행사 날짜가 나무를 심는 전체 흐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고, 이미 일부 지자체는 3월에 식목일 행사를 하고 있어서 식목일 변경에 따른 비용보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단체가 따로 움직임으로써 낭비하는 비용과 행정력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유영민 사무처장은 “과학적 관점에서 기후변화를 인정한다면, 미래의 산림관리방식은 과연 나무를 심는 것이 적합한 행위인가?”란 물음을 던졌다.


유 처장은 “지금 식목일은 헐벗은 산을 녹화하기 위해 국가가 국민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다”며 이러한 잔재를 없앴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지금의 방식을 유지한 채 특정한 날짜로 옮기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식목일을 산림을 녹화하는 개념에서 시민들이 나무와 관련한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의미로 전환하고, 일정기간을 식목주간으로 정해 지역별로 탄력적으로 나무를 심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규석 팀장은 식목일을 옮기는 자체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상징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은 고산침엽수 모니터링 결과,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침엽수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식목일 변경에 대한 논의는 기후변화로 파괴되는 산림에 대한 종합적인 산림관리정책 전반으로 확대해야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식 의장도 “온난화식목일에는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나무 심기에 동참하도록 해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숲에서 흡수하는 상징적인 날로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정훈 팀장은 나무 심는 기간은 지역별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행정력을 고려할 때 식목일 날짜는 현행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 생육에 적합한 생리적 특성을 고려하고, 기후변화 상황을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서 나무 심는 시기가 크게 달라지는 시점이 오면 그때 신중하게 논의하자는 것이 한 팀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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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은 이재석 노을공원시민모임 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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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 땅을 파면 조경이 나온다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대학생활동안나에게가장의미있었던경험을꼽으라면단연코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녹색나눔봉사단활동이다.전국의조경학과학생들이한자리에모여,봉사라는활동을통해서로배우고성장하는경험을한다는것은특별한의미를가진다.처음봉사단에지원했을때는단순히조경을몸으로경험해보고싶다는가벼운마음이었지만,삽을들고처음흙을파낼때의서툰손길과작업이끝난후흙묻은장갑을벗으며느꼈던작은성취감,그리고함께고생한단원들과나눈웃음들이어느새내대학생활의가장소중한한부분이되어있었다. 처음조경을전공하기로결정했을때,나에게조경은도시속녹지를만들어가는일이라는막연한이미지였다.하지만대학생활을거치며많은스튜디오수업과이론을배우면서도,정작실질적으로손을움직여경험해볼기회는많지않았다.그러던중녹색나눔봉사단을통해조경을실천하고,지역사회에기여하는길을찾을수있었다.첫봉사활동날,장갑을끼고삽을잡았을때손에닿는흙의감촉이생경했다.강의실에서도면을그리던것과는차원이다른실감이었다.삽을움직이며땅을고르고식물을심는동안,이작은행동들이쌓여하나의공간을변화시키고있다는사실이신기했다.활동을마치고흙묻은장갑을벗으며마주한동료들의얼굴에는같은뿌듯함이서려있었다.몸은피곤했지만,기분은이상하게상쾌했다.‘이게조경이구나’라는생각이들었다. 개인적인경험에서시작된작은변화는점점더큰흐름으로이어졌다.무엇보다녹색나눔봉사단의가장큰장점은전국의조경학과학생들이한자리에모여교류할수있다는점이었다.봉사활동을위해모인학생들은각자다른지역과학교에서왔지만,‘조경을배우고있는사람들’이라는공통점을통해금세친해졌다.함께구덩이를파고,삽질을하며흙을나르다보면,지금어떤수업을듣고있는지에대한가벼운질문부터조경신문사에서다루고있는중요현안같은진지한이야기까지다양한시각을공유했다. 그리고학생들과의교류가조경을배우는시각을넓혀주었다면,어린이조경학교보조교사,정원유지보수,조경행사운영등의활동은조경이사람들과공간을연결하는힘을직접체험하는계기가되었다.특히,어린이조경학교에서아이들과함께공원을돌아보며공간을설계해보는프로그램을진행했을때아이들의반짝이는눈빛과말들은아직도생생하다.“여기에나무그늘이있으면숨바꼭질하기좋을것같아요!”아이들은단순히공간을바라보는것이아니라,자연스럽게그공간에서어떤놀이와활동이가능할지를떠올렸다.그들의시선에서조경은단순한배경이아니라,행동을이끌어내는무대가되어준다는것.이렇게조경이사람들의경험과관계를형성하는힘을지니고있다는사실을다시금실감했다.공간은그저존재하는것이아니라,그안에서사람들이어떻게움직이고,무엇을느끼는지에따라진정한의미를갖게된다. 도시가점점개인화되고고립된환경이되어가는지금,자연을접하고계절의변화를체험하는일이더욱중요해지고있다.조경은단순히환경을조성하는것이아니라,사람들에게휴식과영감을제공하는실천적영역이되어야한다.조경공간은사람들이자연스럽게만나고소통할수있도록설계되어야한다. 이변화는조경을공부하는학생들의교류와협력에서시작될것이다.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녹색나눔봉사단이첫발걸음이되어앞으로도많은조경학도들이조경의가능성을발견하고,사회적역할을확장하는계기가되기를바란다.더나아가다양한경험을쌓고,다른전공분야와도소통하며조경의역할을넓혀가는기회가더욱많아지길기대한다.조경은더이상주변부가아닌,도시와삶을설계하는본질적인요소로자리잡아야한다.우리는더적극적으로움직여야하며,새로운시각으로공간을바라보고,사회를변화시킬수있는가능성을실천해야한다.조경이단순한학문이아니라,더나은사회를만드는데기여하는실천적도구임을인식하고이를현실로만들어갈수있는환경이조성되기를바란다. 윤수영/제11기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대표,서울시립대학교
  • 환경과조경 2025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