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입력 2023-12-27 15:37
  • 수정 2023-12-27 15:37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보도용11.jpg

 

 

아파트는 대표적인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동체가 될 수 있는 공간단위이다. 특정의 공간에서 상주하며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파트를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같은 건물에 살면서 거의 매일 승강기와 주차장을 함께 사용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거기까지만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잘 만들어 놓은 공원이나 광장, 쉼터 등에서의 만남과 소통은 생각보다는 적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것들은 대개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익명성 속 편리함에 익숙해진 아파트 거주민들에게 그런 곳에서 ‘괜히’ 다른 이를 만나고 말을 나누는 것은 성가신 일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인 듯하다. 그러니 아파트 바깥 공간들은 일부 유아나 노인 말고는 특별히 찾는 이가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이런 모습은 대학 캠퍼스에서도 유사하게 재현된다. 몇 년 전 대학 구성원들의 일과 중 생활동선을 캠퍼스 공간에 맵핑하는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많은 이들이 연구실과 강의실, 그리고 식당 등만 반복적으로 오갈 뿐 그외 다른 공간은 별로 이용하지 않는 걸로 나왔다. 특정의 바깥 공간을 일상적,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곳곳에 만들어 둔 쉼터나 조경 공간은 적어도 그들에게는 사실상 필요없는 곳으로 간주되고 있는 셈이었다. 그나마 외부 공간들은 건물 신축으로 대폭 감소되어 버렸다. 다양한 운동장들과 잔디밭, 크고 작은 동산과 녹지, 수림대와 연못 등이 그렇게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엔 새 건물들이 들어서 버렸다. 건물은 기본적으로 배타적인 공간이다. 대체로 특정 그룹 외에 타인들은 쉽게 들어갈 수도 없다, 최근 출입구에 신원확인 장치가 강화되면서 외부인은 아예 출입조차 어렵다. 누구나 함께 사용하던 운동장과 잔디밭 등이 특정 소수인 전용의 공간으로 잠식당한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학교를 다녀도 공동체로서 만남과 소통의 경험을 공유하기는 꽤 어렵다. 그 배경과 원인은 여럿이겠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핸드폰으로 대표되는 IT기술의 확산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실생활 공간 속에서의 만남과 소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둘은 서로 깊이 관련되어 있다. 핸드폰은 바로 옆 사람은 제쳐두고 멀리 떨어진, 기계속의 정보를 쉽게 접하고 이용하게 해준다. 일상에 필요한 일, 세상 돌아가는 일은 핸드폰 하나로도 쉽게 해결하게 되니 신경 써 가며 다른 이를 만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은 이 시대를 지배하는 제왕이다. 어떤 철학자는 바이러스에 전염된 엔데믹(endemic)에 비유하면서, ‘데이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포데믹(Infodemic)’의 등장을 경고한다. 엔데믹의 위험에 대해서는 누구나 경계하지만, 인포데믹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염려한다. 가상 이미지로 펼치는 환상 세계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인간 고유의 자유의지는 망각한 채 데이터와 미디어에 빠져 ‘정보의 감옥’에 스스로 갇혀 버리게 된다. 가상속 만남은 활발하나 실제 대면 만남과 소통은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근래 들어 급증하고 있는 자연 혹은 녹색 환경과 건강간의 상관성 연구에서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접촉을 통한 만남(informal interaction)’의 중요성이다. 일상 속에서 의도치 않게 일어나는 만남이 구성원들간의 사회적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옛마을의 마을숲과 정자나무 쉼터는 그런 일상적 만남과 소통을 유도, 조장하는 훌륭한 사회적 장소였다. 대개 마을 길목에 위치한 마을숲과 정자목은 주민은 물론 지나가는 나그네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종종 더위를 피해 나와 있는 마을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그렇게 마을숲과 정자목은 마을 출신 사람들에게 집단적인 추억이 공유되고 고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고, 나그네에게는 기억 속의 한 장소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집단적 기억도 개인적 추억도 만들기 어려운, 삭막한 사막같은 도시에서 살고있는 듯하다. 아파트 앞에 멋진 정자목도 있고 잘 가꾸어진 숲도 있지만 그곳에서 만남과 소통은 예전 같지가 않다. 공간은 있으되 사람이 모이지 않고 만남과 소통도 일어나지 않는다. 핸드폰에 익숙해진 사이에 대면 접촉과 만남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이 지면에서 그 해답을 다 찾기는 어렵겠지만 조경가로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깥 공간의 재발견이다. 바깥은 기본적으로 열린 공간이다. 자연과 연결되어 있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햇빛, 바람, 공기, 물, 나무, 꽃, 새 등을 만날 수 있고 다른 이들과도 쉽게 접촉할 수 있다. 정원을 경이로움과 신비를 만나는 곳이라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요는 어떻게 하면 그곳에 나오고 서로 만나게 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스마트폰으로 충족시키지 못할 따뜻한 감성과 아날로그적 감수성,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감을 바깥에서 채우게 할 과제가 조경가들 앞에 놓여있는 셈이다.

 

11우리 마을의 정자목은 훌륭한 사회적 장소이다.jpg
우리 마을의 정자목은 훌륭한 사회적 장소이다. 2008년 8월 청산도 읍리 정자나무 ⓒ성종상

 

11전국 산수간의 정자도 자연스러운 만남과 소통의 장이다. 담양 명옥헌.jpg
전국 산수간의 정자도 자연스러운 만남과 소통의 장이다. 2018년 8월 담양 명옥헌

 

 

성종상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
한국생태복원협회, 새 회장단 출범과 함께 생태복원 도약 선언
[환경과조경이형주기자]한국생태복원협회가제14대회장단출범과함께조직개편을단행하고,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와의업무협약을체결하며자연환경및멸종위기야생생물보전·복원에대한협력을강화해나간다. 13일SC컨벤션아나이스홀에서열린한국생태복원협회제26회정기총회및회장이·취임식에서는2024년도사업결산및감사보고가진행됐으며,2025년도조직개편,임원진구성,사업계획및예산심의가이루어졌다. 이날공식인준을받은박영철신임회장은조직개편안을발표하며,부회장분과위원회책임제를도입하고특별위원회를재구성할계획을밝혔다.또한국제적인환경이슈에대응하기위해ESG위원회를신설하고,회원간소통을강화해자연환경보존사업을더욱발전시켜나가겠다고강조했다. 취임사에서박영철신임회장은"협회가환경복원과생태계보호에앞장설수있도록최선을다하겠다"며,"회원들과적극적으로소통하며실질적인변화를이끌어내겠다.우리는기후위기시대에생태복원의역할이그어느때보다중요하다는점을명심해야한다"고강조했다. 또한“국내외다양한기관과협력을확대해우리나라생태복원기술의국제적위상을높이겠다”며,“탄소중립,생물다양성보전,지속가능한개발을위해협회의역량을더욱강화할것”이라고밝혔다. 총회에서는2025년도협회의주요사업및예산계획도논의됐다.주요사업으로는자연환경대상공모전및시상식,환경기술자교육및워크숍확대,자연환경보존사업연구및용역수행,ESG및TNF대응체계구축등이포함됐다. 2025년예산은총4억9200만원으로책정됐으며,연구활동및운영비증액이반영됐다.특히협회의대외적인지도를높이고업무환경개선을위해사무국이전을완료한점도언급됐다. 제13대회장을맡았던설구호전임회장은이임사에서“자연환경보전법개정안이지난2월통과되며,자연환경복원사업의법적근거가명확해졌다”며등록제도입을통해자연환경보전업의전문성을확보할수있게된점을중요한성과로언급했다. 또한“아직도자연환경보전사업이환경산업의한축으로자리잡지못하고있으며,자연환경기술자의활용도도낮은상황”이라며,“새로운회장단이이를개선해나가길기대한다”고덧붙였다. 이날행사에는한정애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환경부장관)이영상축사를보내왔으며,윤종수IUCN한국위원회회장(전환경부차관),신진수한국환경보전원원장,김종률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사무차장이축사를했다. 윤종수IUCN한국위원회회장은“기후변화와생물다양성감소는인류가직면한가장큰위기”라며,“현재전세계토지의75%가이미훼손된만큼,협회가자연기반해법(NBS)을적극도입해지속가능한생태복원을선도하길바란다”고강조했다. 신진수한국환경보전원원장은정부의‘제5차국가생물다양성전략’과‘30by30’목표(2030년까지육상과해양의30%를보호지역으로지정)에대해설명하며,협회의역할이더욱중요해질것이라고언급했다. 김종률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사무처장은“2050년탄소중립목표달성을위해생태복원의역할이중요하다”며,“온실가스감축뿐만아니라,자연환경복원은탄소흡수원으로서핵심적인기여를할수있다”고말했다. 이날행사에서는제13대운영을통해협회발전에기여한이들에게공로패와감사패가수여됐다.공로패는▲김남춘생태복원녹화연구소고문(전단국대학교교수)▲허갑래한림에코소장▲홍태식수프로부사장▲홍진표우영환경개발본부장이받았으며,감사패는▲박용수국립생태원멸종위기종복원센터▲손승우한국환경연구원박사▲조재창한국토지주택공사차장▲황상연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부원장▲정규종서암소장▲권태근상림원대표▲박인규상림원고문에게전달됐다. 배턴을이어받은제14대협회는제13대회장으로서협회를발전시키고회원들의화합과성장에기여한설구호전임회장에게감사패를전달했다. 또한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와의업무협약식도진행됐다.이번협약을통해양기관은▲사업추진시상호협력및정보공유▲자연환경및멸종위기야생생물보전·복원분야발전을위한공동노력▲사업추진,세미나,홍보,교육및연구개발등다양한분야에서협력할계획이다. 이번정기총회및회장이·취임식을통해한국생태복원협회는향후생태복원사업을더욱체계적으로추진하고,유관기관과의협력을강화해나갈계획이다.
  • 환경과조경 2025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