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입력 2015-08-01 14:08
  • 수정 2016-07-27 14:08

시민의숲을 거닐 때마다 서울의 강남에 이렇게 대단위 평지에 숲이 조성되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아마 개발 계획에 의해 아파트를 지었으면 몇 만 명을 수용했을 부지에 이 정도 면적의 넓은 공원을 조성했다는 것 자체가 그 당시로서는 상당한 발상의 전환이었을 것이다.

 

시민의숲은 면적 258,992m2,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위해 서울의 관문에 해당하는 양재동 톨게이트 근처에 조성한 공원이다. 이곳은 한해에 1636천 명이 방문한다. 지금은 나무가 잘 성장하여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봄에는 목련, 산수유나무, 박태기나무, 철쭉의 꽃이 만발하고, 여름엔 버즘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메타세쿼이아의 녹음이 싱그러워 그 그늘에 누우면 절로 잠이 온다. 가을이면 발목이 푹 빠지는 낙엽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겨울에 눈이 왔을 때 공원을 방문하면 상록과 낙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간의 조화를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공원은 지속적인 훼손과 상처를 받아 왔. 최근 시민의숲이 리모델링될 것이라고 하여, 이렇게 아름다운 숲이 지금까지 어떻게 잠식되어 왔는 지 몇 자 언급하고자 한다.

 

평지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숲으로는 함양의 상림이 있다. 상림에 대해 연구한 많은 학자들은 최치원의 혜안을 찬탄한다. 1,100여 년 전에 농경지도 모자랐을 법한데 평지에 이런 수림대를 조성한 것은 앞날을 예견한 천재적인 생각이 아니고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울에도 이토록 넓은 평지에 1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어 공원을 만들었다. 시민의숲은 지금까지 유지되며 시민들이 애용하고 있지만, 서울숲이나 다른 공원에 비해 각광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왔다. 각광을 받지 못해서인지 이 공원에는 이상하게 여러 가지 시설이 들어와 숲을 잠식하고 있다. 여러 시설이 들어와 공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곳의 숲도 그러한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

 

공원 안에는 현재 여러 가지 시설이 들어와 있다. 대표적으로 야외 예식장이 있다. 몇 곳이 조성되어 결혼식을 거행하는 것을 가끔 볼 수 있고, 평소에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족구를 주로 하는 배구장과 농구장이 있고, 여러 곳에 퍼걸러와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으며, 분수와 계류를 끼고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또한 곳곳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 등 공원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는 윤봉길의사 기념관도 들어서 있다. 거대한 기와집으로 기념관이 지어져 있고, 앞에 주차장과 동상이 서 있는 유역까지 따지면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준공식에 참석할 정도의 큰 공사였는데, 이때 숲의 많은 부분이 없어졌다. 또 숲의 남쪽으로 가면 대한항공 위령탑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1983년 소련에 의해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가 격추된 일이 있는데, 그때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 1990년에 건립되었다. 이상하게도 같은 해에 양재천과 접한 숲 가장자리에 테니스장이 들어섰다. 이 테니스장의 주인이 누구인지 특혜 시비가

일어 말썽이었으나 어찌되었든 숲은 일부 없어지고 실내 테니스장과 옥외 테니스장이 들어서 있다. 대한항공 위령탑에서 도로 쪽으로 난 오솔길 북쪽으로 나오면 그 옆에 1992년에 세워진 조그마한 유격백마부대 충혼탑이 있다. 이 충혼탑은 좁은 면적에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 다른 시설로 가장 남쪽에는 삼풍참사 위령탑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대한항공 위령탑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995년 백화점이 무너지면서 많은 사람이 희생된 사건을 기리기 위해 1998년도에 서울시가 땅을 내어준 모양이다. 여기도 주위의 기존 숲을 볼 때 많은 나무들이 사라진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서울시의 정책이 시민의숲의 남쪽 부지는 위령탑을 세우는 부지로 작정한 지도 모르겠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숲은 지속적으로 잠식되어 왔는데, 2002년 어린이 교통공원을 조성하고 2005년 영어마을을 유치하면서 가장 큰 숲이 사라졌다. 어린이 교통공원은 시민의숲과는 다른 부지일 수 있지만, 고속도로 옆의 일부 부지에 조성되어 라이온스클럽에서 운영하며 연평균 10,000명 정도가 이용하는 어린이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어마을이 들어선 부지는 원래 문화예술공원으로 불리며여러 조각상들이 놓여 있었고, 야외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었다. 넓은 포장 면적을 가지고 있어 저녁이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도 자주 이용하는 공간이었는데, 어느 날 원어민이 직접 영어 교육을 한답시고 영어마을이 들어선 것이다. 공원의 한가운데 시설이 들어서 울타리를 두르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동선을 막아버렸다. 영어마을은 적자에 허덕이다가 곧 철거될 예정이며, 현재는 아무도 오지 않아 굳게 문을 걸어 잠근 흉물로 남아있다.

 

넓은 면적에 숲을 조성하고 그 땅을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 되돌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시민의 숲이다. 우람한 윤봉길 기념관 뒤에 초라하게 붙어있는 공원관리사무소의 모습을 보면 이 공원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평지에 조성된 숲은 권력이 있는 이익집단의 공간이 아니라 자손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유산일진데, 너무 막대해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앞으로 또 어떠한 이유로 숲의 일부가 훼손될지 걱정이다. 시민의숲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압력(?)에의해 잠식되었다면 조경인들이 분연히 나서야 한다. 다시 시민의숲을 리모델링한다고 하니 30여 년 동안 잘 자란 숲을 개악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신경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환경조경학과에서 한국의 아파트 옥외공간 변천과 조경의 시대별 특성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원조경의 대표이사로 조경과 생태복원에 관한 연구 용역, 소재 개발,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천안연암대학과 단국대학교에서 조경경영, 조경시공 및 재료, 실내조경, 조경수목학 등을 강의하였으며, 현재 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운영위원, 서울시 건설기술심의위원, 경기도 공공주택검수위원, SH공사 건설디자인위원, 서울지방항공청 신공항건설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
김준연 STOSS 소장 “기후 변화 대응, 조경 설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건설사조경협의회의초청특강으로진행된김준연STOSS소장강연이성황리에마무리됐다. 건설사조경협의회(이하건조회)는지난21일대우건설본사에서‘제1회전지적조경시점’기술세미나를열었다.이번세미나는조경디자인의미래와지속가능한방향성에대해정보를공유하고,참가자들이실무적인도움을얻을수있는자유토론의자리로마련됐다. 최형욱건조회회장(대우건설매니저)은“건조회가가장중요하게생각하는것은무엇보다건설사간의소통을강화하는것”이라며,“이번강연이단순히강의형식이아닌,질문과토론을통해서로의생각을나누고배울수있는기회가되기를바란다”고말했다.또한“각분야전문가들의인사이트를얻고,이를실제업무에어떻게적용할지고민하는시간이되기를기대한다”며적극적인참여를당부했다. 김준연소장은STOSS에서진행한다양한글로벌프로젝트를통해‘미국현대조경설계의트렌드’에대해심도있는강연을펼쳤다.특히각프로젝트가지닌기후변화대응및지속가능한도시설계적의미에대해깊이있는이야기를이어갔다. 우선이와관련한매우중요한프로젝트로‘보스턴항구도시재개발프로젝트’를언급했다.이곳은“단순한재개발이아니라미래기후변화에대응하는도시의그린인프라를설계했다”며기후변화로인한해수면상승을예측하여저지대와홍수에취약한지역을대상으로방수벽과녹지공간을적절히배치하고,도시회복력을높이기위한물순환관리시스템을설계하는등기후변화에강한도시로만들었다.그린인프라를통해기후변화에대응했을뿐만아니라,사회적,환경적기능을결합한지속가능한설계로서,매우모범적인프로젝트였다고강조했다. ‘텍사스갤버스턴도시재개발’도“기후변화로인해산업항구가유휴지로변하면서이를자연기반설계(Nature-basedDesign)로전환한중요한사례”였다.이방식은“토목공학적접근을넘어서,조경을통해환경과인프라가상호작용하도록한점이핵심”이었다며기존의하드엔지니어링을넘어서자연적해결책을통해도시회복력을높인의미있는사례였다. ‘밀워키강변재개발’은“단순한산업공원화가아니라,물이자연스럽게유입되고흡수되는시스템을구축하여도시생태계의회복을도모하는설계였다”고소개했다.물관리와자연적흡수시스템을통해강변지역에서발생할수있는홍수와배수문제를해결함으로써도시내기후변화대응력을높이고,동시에공공이용공간으로서의역할도강화했다. ‘로스앤젤레스윌밍턴항구워터프런트’는“단순히관광지개발이아닌,도시의복원력과생태적건강을동시에고려한설계”였다.“기후변화로인한해수면상승을대비한설계가핵심이었으며,자연의흐름을반영한공간을만들어가는것이중요했다”고강조했다.강변복원및수변공간의생태적복원을통해지역사회와자연이상호작용할수있는기회를제공하는동시에도시회복력을높이지속가능한설계의사례이다. ‘뉴욕헌터스포인트사우스파크’는뉴욕시의재개발지역에위치한공공공원으로,과거의산업지역을공공휴식공간으로재조성하는프로젝트였다.구시가지의낙후된지역을활성화시키는도시의사회적재생과공공공간의복원을동시에고려한설계로,지역주민들의커뮤니티를설계과정에반영해진행했다.단순히자연적환경을회복한것에그치지않고,공공공간으로서의역할을충실히하며사회적기능을결합한설계로서중요한의미를가진다. 미국캠퍼스조경설계프로젝트로‘데니스하이스쿨’과‘브라운대학교’가소개됐다.김소장은“학교캠퍼스조경설계는학생들의생활환경을개선하는중요한요소로,물순환관리와열섬효과완화가중요하다”며조경설계적으로는기후변화대응과물순환관리가핵심이었다고말했다.자연친화적인설계를통해학습환경을개선하고,식물다양성과그린인프라를통해캠퍼스내기후변화를효과적으로대응하는공간을마련했다. 이어진토론에서는강연에서다뤄진기후변화대응과지속가능한설계의구체적인적용방안들과실무적인고민들이줄을이었다. 한참가자는“기후변화데이터나우수량을포함한수치적증명이부족해서실무에서어려움을겪고있다”며조경설계에서의수치적증명에대한고민을내놓았다. 이에대해김소장도“기후변화데이터와우수량변화를예측하는정량적접근”이중요하다고강조하며,토목과의협업을통해설계와공학적증명을구체화할것을조언했다.프로젝트초기단계에서부터조경설계와시공팀의공감대형성이중요하다고덧붙였다. “설계를실무에적용하려면,예산문제와비용효과를고려해야할때가많은데,설계를실제로구현할때비용에대한어려움을해결하는방법이무엇인지?”도물었다. 이에대해김소장은여러단계를거쳐시공비용을산출하지만,오히려“그린인프라는장기적인비용절감을가져오는투자로볼수있다”는근본적인해석을제시했다.예를들어,자연기반설계를통해물순환관리를개선하거나,열섬효과완화를위한녹지공간을조성하면,에너지비용절감과같은장기적인경제적이점이발생한다.또중요한점은이러한설계가재해예방이나도시회복력을높여주기때문에,초기비용은높더라도장기적으로는도시의재정적안정을가져올수있다는것이다. 설계자가감리를맡고있는미국의제도에대한이야기가특히많이나왔다.현장에서설계와시공의협업이부족한현실에대해언급되자,김소장은설계자에의한감리의중요성을강조했다.미국의경우설계자가감리를함으로써설계와시공이상호견제를통해품질을높여가고있다며,설계의도가시공과정에서왜곡되지않도록함으로써설계품질을유지하고시공과정에서발생할수있는문제를해결하기위해설계자가직접감리를맡는것이좋다는의견을제시했다. 한편김준연소장은성균관대학교에서조경학을전공하고미국로드아일랜드디자인대학에서조경학석사과정을마쳤다.국내에서는삼성에버랜드디자인그룹장을역임하며조경디자인혁신을이끌었으며,현재는미국보스턴에위치한스토스(STOSS)에서디렉터로활동하고있다. 스토스는‘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을모토로크리스리드하버드교수가이끌고있는세계적인조경설계사무소로,경관을중심으로지속가능성,복원,기후등다양한분야를통합하여프로젝트에반영하고있다.하버드광장,모클리공원계획등유명프로젝트를설계한바있다. 최형욱건조회회장은이번행사를‘전지적조경시점’이라는제목으로기획한이유는조경분야가매우다양한시각이존재하기때문이라며“다양한전문가들의의견을듣고그들이생각하는조경의미래와방향성을이해하는것이중요하다고생각했다”고행사의취지를밝혔다.건조회는이번세미나를시작으로향후반기별로조경관련토크쇼를지속적으로열계획이다.
  • 환경과조경 2025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