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계획하는 조경가, 현장에서 역할 찾기”
- 박광윤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文정부가 5년간 50조 원 투입을 공약했던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건축, 도시, 공공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도시재생을 주제로 여러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도시재생 활동가들은 여러 단체를 모아 연합체를 구성했고, 지자체는 정부 공모 사업에 대비해 대부분 전략계획 짜기를 마쳤다.
그에 비해 조경 분야는 별로 움직임이 없는 편이다. 환경과조경 뉴스에서 연일 도시재생 기사를 다루고 있지만 조경과의 관련성에 실감이 안난다는 반응이 많다.
이에 대해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조경가들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한다. “도시재생 분야에서 애초에 조경의 역할로 정해진 것은 없더라도 조경가들이 찾아서 할 일은 많다”는 의미다.
8명의 전문가들로부터 도시재생에서 조경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견을 들었다. 모든 의견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결국 “답은 현장에서 찾으라”는 말이었다.
도시재생 뉴딜은 융복합적 처방 “다양한 전문가들과 결합하라”
이재준(54)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출발했다. 매년 10조씩 5년간 총 50조의 재정이 투자되는 현정부 가장 큰 규모의 정책사업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 대응해 다양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정책사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참에 쇠퇴되고 노후화된 주거지를 정비하고 청년과 신혼부부, 저소득층에게 공급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등도 공급해야 하겠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미세먼지, 녹색교통, 스마트시티 등과 같은 다양한 도시문제를 융복합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시재생 뉴딜은 어느 특정 분야에 의해 독점이 이루어질 수 없다. 사회적 경제에서 협동조합, 도시계획에서 건축, 조경에서 환경, 문화예술가에서 사회복지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특히 조경가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전통적인 재생방식인 공원, 녹지, 주차장, 도로의 공급방식에서, 더 나아가 기후변화, 탄소저감, 녹색교통, 생활편익시설에서 질 좋은 생활공간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제안해야 한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 단순히 집행실적을 따지는 정부체감형에서 벗어나 국민 일상생활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국민체감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와 아이디어를 갖춘 조경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결합하고 다양한 전문가들과 결합해야 한다. 현장에서 시민들과 활동가들과 결합해 쇠퇴지역의 도시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처방해 나아가야 한다.
“조경의 역할 없을 수 있어…현장에서 함께 실험하며 가능성 만들어야”
김연금(47)
조경작업소 울 대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전환기에 있는 사업으로 보인다. 하늘 위를 달리던 ‘개발’이라는 비행기가 땅으로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한 과정. 착륙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했고 내려야 한다. 그리고 다른 교통수단에 옮겨 타고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갈 길을 가기 시작해야 한다. 최근 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의 역할은?”이라는 질문은 “이대로 착륙할 수는 없는 거 아니야”라는 아쉬움. 기꺼이 내리고 어떤 다른 것에 올라타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다음의 탈 것은 이전의 것만큼 크지도 넉넉하지도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조경’이라는 큰 이름으로 함께 타기 어려울 수 있다. 세분화와 집중이 필요하다. “조경은 지구환경을 위해서 필요한 분야잖아요?”라고 주장하는 대신 조경의 어떤 분야가, 어떤 내용이, 그리고 어떻게 지구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planner가 아닌 player가 필요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말’로 이루어진 plan을 믿지 않았고, 현장에서 ‘함께’ 실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기를 원했다.
“조경가의 역할을 도시 공간으로 확대해야”
안상욱(58)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
새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이 전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조경가로서 도시재생 업무를 오래 해 온 필자로서는 조경가들도 도시재생에 대해 눈여겨보게 된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2001년 주거복지연대의 창립과 2005년의 살고싶은도시만들기, 2009년의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이라는 정책공모사업을 기획하고 공모와 평가 그리고 운영관리를 도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주체로서의 조경가 역할을 강조하고자 한다.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
새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이 전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조경가로서 도시재생 업무를 오래 해 온 필자로서는 조경가들도 도시재생에 대해 눈여겨보게 된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2001년 주거복지연대의 창립과 2005년의 살고싶은도시만들기, 2009년의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이라는 정책공모사업을 기획하고 공모와 평가 그리고 운영관리를 도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주체로서의 조경가 역할을 강조하고자 한다.
하나, 조경가의 몫을 도시라는 보다 큰 공간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공원과 녹지와 하천이 도시계획시설(공간시설 등)로 관리되는 등 제도적으로 이미 조경가의 영역이 도시를 다루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에 걸맞는 다양한 도시관리의 역할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두울, 자연환경과 경관뿐만 아니라 인구와 사회의 변화를 잘 살피고, 우리 도시의 미래 모습을 살펴야 한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 그리고 국민소득 감소가 우리 도시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특히 지방 중소도시의 쇠퇴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조경가들 개개인이 삶터와 일터로 삼고 있는 도시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현재 조경의 방법론을 과연 어떻게 바꿔가야 할 것인지를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세엣, 조경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해당 도시에서 해법을 찾고 제 구실을 하도록 힘써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의 자문위원이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나 또는 주민조직에 참여해 조경가로서의 전문성을 도시재생에 조금씩이라도 녹여가야 한다. 마을만들기와 공동체, 사회적경제, 주거복지 또한 조경과 그리 멀리 있지 않은 삶의 영역이다. 주민과 시민이라는 삶의 주체로서의 활동이 곧 도시재생의 바탕이 될 것이다. 지역에서 움직이는 조경가들의 작은 물방울이 모여 도시재생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민들이 조경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생태계 만들자
위재송(48)
도시건축 소도 도시디자인본부, 부설 경관과도시 연구소 소장
도시건축 소도 도시디자인본부, 부설 경관과도시 연구소 소장
“따라하지 말자, 도시재생이라는 근본에서부터 의문을 던지기 시작하자, 우린 이미 20년 전부터 도시재생을 해봤으니까...”
아마도 조경분야에서 진정한 도시재생의 시작은 담장허물기사업이 아니었나 싶다. 1996년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담장허물기사업으로 2012년까지 16년 동안 허문 담장의 길이는 대구에서만 2만8037m, 조경면적도 35만5112㎡에 이른다. 관공서 120곳, 학교 49곳, 주택과 아파트 322곳, 상업시설 69곳, 공공의료시설 24곳, 보육및 종교시설 103곳 등 모두 709곳이 참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를 통해 녹지공간 및 시민휴식 공간을 확보하고 이웃과의 소통 강화로 열린행정을 구현한, 민관협력 시민운동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지금의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의 활성화, 즉 침체되고 낙후된 지역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라는 근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지금의 도지재생이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기존 사업들을 여기저기서 끌어다 나열한 조합’, ‘관에서 시작해서 관으로 끝나는’ 등 아직까지 그 실체가 없다고 얘기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그간의 도시재생사업들을 보면 문화, 예술이라는 외부요인으로 잠시 활성화의 환영을 보여준 후 사라져버린다든지, 상업, 상권이라는 외부 용병이 와서 지역에 불을 지피지만 떠나고 나면 그냥 불이 꺼지는 등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들이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담장허물기사업은 조경가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유사한 도시재생 사업의 예를 든 것이다. 하지만 조경가들이 기존의 도시재생 사업을 답습하면 시행착오와 한계도 답습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조경가들은 도시재생이 추구하는 제대로 된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첫 번째로 조경의 외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조경산업과 어떻게 결부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다음 두 번째로는 기존의 조경산업은 특정 조경종사자들만의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조경산업의 생태계에 지역민들의 참여가 가능한지, 지역민들의 생활 속으로 조경산업이 스며들 수 있는 장치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역민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조경산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뜻이다. 빈 공터가 어느 날 텃밭이 돼 있는 그런 모습들처럼, 지역민들이 조경산업의 생산자가 되기도, 관리자가 되기도, 소비자가 되기도, 다양한 중계자가 되기도 하는, 그런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 교육과 소통도 빠져서는 안 된다.
도시재생은 길게 호흡해야 하고,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야 하는 조심스럽고 지난한 과정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0년 아니 15년,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전문가 턱없이 부족, 주민 자부심 높이는 조경가 역할 필요해
유나경(47)
PMA 엔지니어링 도시환경연구소 소장
PMA 엔지니어링 도시환경연구소 소장
물리적 환경정비 위주의 전면 재개발, 뉴타운의 대안으로 시도돼 온 도시재생은 이미 많은 자치단체에서 마을과 지역 단위의 환경을 개선하고,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시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때문에 이미 도시재생 뉴딜은 금번 정부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도시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피할 수 없는 대안이 됐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의 입장에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함께 해당 지역 내 숨어있는 자산(공간과 사람, 이야기를 모두 포함한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공유하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다. 실제 추진되어 온 도시재생 관련계획과 사업과정에서는 주민의 입장에서 공동으로 참여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기본으로 해왔다. 대부분 수요자인 비전문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적당한” 환경 개선과 빠른 “무난한” 범위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다보니, 도시재생의 결과가 특색 없는 지역을 양산하고, 계획과정에 참여하는 주민의 피로도만 높이는 게 아니었나라는 비판도 있어왔다.
현장에서 본 도시재생은 이를 통해 환경이 개선되고 공동체를 만들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마을이 주민이 경쟁력을 갖추고, 부가가치(주민의 자부심)가 높아졌느냐가 더 중요하다. 때문에 계획과정에서 비전문가인 주민(때로는 공공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에게 “창의적인 디자인”과 지역에 맞는 “맞춤형 처방”을 신속하게 제안하고, 지역의 문제를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실현가능한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점점 확대돼가고 있는 도시재생 시장에는 여전히 이러한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조경, 도시설계, 건축 등 도시와 공간을 다루는 전문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 아닐까?
‘물리적 환경’ 집중하는 관성 벗고 ‘사람’을 보자
권윤구(35)
한국농수산대학 산림조경학과 조경전공 교수
한국농수산대학 산림조경학과 조경전공 교수
요즘 어디서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단어 ‘도시재생 뉴딜’, 매년 10조 원, 5년간 50조 원의 공적재원이 투입되는 유래 없는 큰 사업에 우리는 집중하고 있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도시재생 관련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지만 여전히 탁상공론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 성공의 핵심은 ‘사람’일 것이다. 지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과 도시재생 사업을 이끌어가는 ‘활동가들’이 그 중심에 있다. 그래서 ‘도시재생 뉴딜’로 인해 국가적 지원이 커지면 이들에 대한 처우가 나아지는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실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는 갑자기 떨어진 감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현장에서 진행돼 온 일이다. 그런데 조경가들은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에 조경분야 입장에서 크게 세 가지 지점을 짚어보려 한다.
첫째, 도시재생 뉴딜 정책의 방향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중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매년 100여 개의 노후마을을 지정해 아파트 수준의 공공시설을 갖춘 열린 공동체로 만드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둘째, 도시재생 성공의 열쇠는 사람에 있다. 전통적으로 조경 분야는 환경계획을 위한 자연환경 분석에 강했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대상은 도시와 외딴 자연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부 사회를 계획하는 것이다. 그동안 관성적으로 대상지 내부의 물리적 환경에 집중하던 현황분석에서 벗어나 공간의 변화에 따른 인접 지역의 사회행태적 변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모든 분야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도시재생은 거대한 예산을 들여서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과 사회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진정한 도시재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진행됐던 도시재생 프로젝트와는 다른 ‘적정한’ 용역기간과 용역비의 산정이 필요하다.
국민의 촛불에 의해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났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이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통해서 “나라를 나라답게, 도시를 도시답게.” 그리고 그런 도시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도시재생에선 주민이 주인, 전문가도 주민들이 선택하는 것
정수진(46)
수원시정연구원 도시디자인센터 센터장
수원시정연구원 도시디자인센터 센터장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도시재생이란 특별한 분야가 아니라 현장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우리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Project)’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처음으로 주민워크숍과 컨설팅을 시작할 때, “도시재생이나 마을 만들기 전문가가 아닌데…”라고 했더니 지역 활동가와 주민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전문가는 알아서 고른다며 웃어주셨다. 지금도 그 말에 새로운 주민을 만나러 가는 힘을 얻고 있다.
현장에는 조경이나 건축, 토목과 같은 전문분야의 전문가도 필요하고, 주민과 주민 사이를 연결하는 활동가들도 필요하고, 예술가와 학교선생, 목수 등 정말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만일 도시가 태어나고, 죽고,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라면 도시에 생명을 불어 넣는 조경은 도시재생에 매우 적합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도시재생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주민이라는 점이 다른 사업과 가장 큰 차이라는 것만 이해한다면 많은 조경가들이 도시재생사업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각 넘어 인문적 풍경에 관심…현장을 바탕에 둔 조경가 요구돼
오민근(50)
익산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 / 創硏 CR&C 대표 / 전 순천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
익산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 / 創硏 CR&C 대표 / 전 순천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
서양을 차치하더라도, 일본은 2002년에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우리나라는 2014년에 도시재생사업을 실시하고, 올해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도시재생 뉴딜’이 국정과제가 될 정도로 관심이 높은 분야가 됐다.
아직 학문적 영역이 아닌 도시재생은, ‘사업’으로서의 틀도 갖추지 못한 채 도시 재개발을 비롯한 인접 개발관련 사업 형태들을 일견 섞은 듯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시’라는 말 때문에 도시공학이나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만 도시재생을 해야 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 또한 도시재생에 대한 좁은 식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도시를 재생하는 데에는 특정 분야가 정해진 것이 아닌, 해당 지역에서의 도시재생 추진시 필요한 분야와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도시재생 활동가 분야는 기존의 ‘마을만들기 활동가’들로 대개 대체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태이기도 하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주민들과 함께 시작하고 끝을 맺어야 하는 성격의 도시재생에는 ‘조경’을 통해 주민들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방법을 구사할 줄 아는 조경인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경이 꼭 자연적인 소재를 가지고 정원이나 공원을 조성하는 등 시각적인 것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주민들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서로 공감하게 하고, 함께 뜻을 모아 도시재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인간적이고 인문적인 풍경을 형성하는 것도 인간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할뿐더러 도시재생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예술(the art of city making)’이라는 찰스랜드리어 책이름 말고도, ‘할 수 있는 자는 실천하고, 할 수 없는 자는 가르친다’고 한 영국의 사상가 ‘버나드 쇼’의 명언처럼, 도시와 지역을 되살리는 데에는 ‘현장’을 바탕에 두고 자신이 배운 ‘조경’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 조경인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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