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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6 20:17
  • 수정 2016-12-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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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열린 '폐쇄된 놀이터 그 이후' 포럼이 끝나고 토론자 및 참석자들이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안산시희망마을사업추진단은 폐쇄된 놀이터를 복구하는 '공동체의 숲' 조성사업을 통해 지역 공동체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취향까지 민원으로 제기돼 어디까지 의견으로 반영할지가 쟁점이 되고 있으며, 엇갈리는 주민의견과 설계 사이에도 과제가 주어졌다.


26일 안산시가 주최하고 안산시희망마을사업추진단이 주관하는 일상을 담은 장소만들기 전문가포럼 ‘폐쇄된 놀이터 그 이후’가 한양대학교 에리카 게스트하우스 11층 에메랄드룸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도훈 안산시희망마을사업추진단장과 라은영 신나는문화학교 자바르떼 경기지부 팀장이 발제를 맡아 ‘폐쇄놀이터의 일상 속 장소만들기, 그 과정의 기록’과 ‘엄마기획단과 함께하는 마을문화만들기’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어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을 좌장으로 ▲문정석 소셜디자인랩 대표 ▲기아미 조경작업소 울 팀장 ▲정성빈 마이너스플러스백 대표 ▲박영석 플레이스 온 팀장 ▲박성우 가든디자이너 ▲오진숙 가든디자이너 ▲채종세 안산시 자치행정과 주무관이 토론을 진행했다.


안산시희망마을사업추진단은 세월호 사고로 인한 상실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과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안산은 지난 2014년 250명의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2015년 안전관리법 시행으로 지역의 놀이터가 폐쇄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이에 사업추진단은 지역 문제를 주민들의 손으로 해결하는 첫 시도로 잃어버린 놀이터를 복원하고 공동체 활동의 거점이 되는 커뮤니티 공간 조성을 먼저 추진하게 됐다. 올 한해 추진한 ‘공동체의 숲’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이날 포럼은 그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자는 공동체의 숲의 기획, 설계, 관리, 운영 등 조성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로 구성됐으며, 사업을 진행한 소감과 함께 ▲사적 공간의 공적 개입 ▲진행 과정 ▲디자인 ▲관리 운영이란 네 가지 주제로 패널과 플로어가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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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좌측부터 박성우 가든디자이너, 박영석 플레이스 온 팀장 / 기아미 조경작업소 울 팀장,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 문정석 소셜디자인랩 대표, 정성빈 마이너스플러스백 대표 / 오진숙 가든디자이너, 채종세 안산시 자치행정과 주무관

 

토론에서는 주민참여 디자인 과정에서 겪은 애로사항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특히 민원 제기에 대한 어려움이 가장 많았는데, 개인의 취향까지 제시하는 주민의 의견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주민의견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괴리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채종세 주무관은 주민이 조성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제품 구매자가 조립 과정에 참여해 충성도를 높이는 ‘이케아 효과’처럼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이점이 있지만, 다수의 의견인지 소수의 의견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개인의 취향까지 민원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럼에 참석한 조미숙 마을간사는 “주민의견을 기준 없이 모두 수렴하다 보니 너도나도 요구사항을 민원으로 제기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의견 접수창구를 일원화 할 것을 촉구했다.


정성빈 대표는 “주민 욕망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라며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운동시설의 개수를 조절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물 단가를 공개해 시설물 개수를 조절하는 방법을 취하고, 전문가들이 설계과정에서 개수를 합의하기도 했다”면서 “향후 사업 시행 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합의된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을 때도 민원이 제기됐다. 디자인 과정에서 주민들이 요구한 요소가 구현 과정에서 사라지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미숙 마을간사는 “주민이 제시한 의견이 설계로 넘어갈 때 반영되지 않는 일이 많은데, 조성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견되면 사업이 힘들어진다”며 절차상 보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연금 소장은 “기본계획, 기본설계, 실시설계 팀이 다르고 실시설계단계에서 금액 등의 이유로 변경된 부분이 있다. 실시설계 단계에서도 주민을 만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과정상에 있어서 주민, 행정, 전문가 세 주체 간의 소통과 공유를 중요시 했는데, 행정 간 칸막이로 행정과와 녹지과의 공유가 부족해서 사업의 방향을 바꾼 것도 있다. 전문가 간 공유, 주민 간 공유도 서로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수정 마을간사는 “주민 요구사항이 도면에 그대로 반영이 안 되는 경우가 있지만, 찾아가는 주민 워크숍 등으로 주민과의 스킨십을 높여 사정을 잘 설명하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민의견과 실제 설계 간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번의 중간 과정이 더 필요하고 전반적으로 사업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이날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정성빈 대표는 전체 대상지를 관통하는 테마로 일관성 있게 브랜딩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참여 관계자들이 모두 함께 과정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이외에도 포럼에서는 ▲소외지역의 수목 관리 취약성 극복을 위한 방안 고민 ▲공간에 대한 경험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사적 공간의 공적 개입’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으나 채종세 주무관이 “행정이 사적영역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민간이 이용하는 공간의 공동체 활력이 떨어지고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비용은 공동체 전체와 행정의 부담이 된다”며 직간접적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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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안산시희망마을사업추진단이 '공동체의 숲' 조성 배경과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업 추진을 맡은 김도훈 단장은 올해 사업 추진과 관련해 “아픔을 삭이고 있는 안산의 마을공동체 회복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핵심이슈인 세월호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단장은 “사라진 놀이터는 마을을 떠난 아이들의 행복한 추억이 서린 장소다. 이제 그 아이들은 없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이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이 공간이 더 가치 있고 의미를 가지려면 지역주민의 일상을 담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마을에 남긴 기억을 잘 구성하고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남긴 의미를 인지하고, 다시는 이런 상처와 아픔이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일상을 담은 장소만들기'를 통해 해결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한편 안산시는 올해 ‘플레이버후드 주민디자인단’과 함께 24개의 공동체의 숲을 조성해 행정자치부가 개최한 ‘국민디자인단 성과공유대회’에서 우수상(장관상)을 받았으며, 내년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사업부지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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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김하현기자]조경가와정원가는무엇이같고또무엇이다를까.조경설계와식재,생태적접근사이의접점을사유하는새로운장이열렸다. 지난3월28일서울서초구방배동그룹한빌딩에서‘2025식물적용학토크쇼’가개최됐다.조경과정원의경계를넘어식물적용의새로운가능성을모색하는이토크쇼는작년에이어두번째시즌으로,오프라인과온라인에서동시에진행됐다. 이번토크쇼는이양희더퍼레니얼&천변만화대표,오세훈더퍼레니얼&이듬해대표,김세희씨드폴크&도도엑스대표,김기정한택식물원모듈러플랜팅연구자가공동PD로참여해기획을이끌었다.고정희써드스페이스베를린환경아카데미대표는인사말과함께독일어번역을실시간화상으로도왔으며,공간은박명권그룹한어소시에이트대표가제공했다. 두번째시즌의첫회차는‘조경가의정원은무엇이특별할까?’라는질문에서출발해,‘조경가의손끝에서태어난정원’이라는주제로정해졌다.이날행사에는박승진디자인스튜디오로사이(loci)소장과독일의조경가베티나야욱슈테터(BettinaJaugstetter)가연사로초청되어깊이있는강연을펼쳤다. 이양희PD는“로사이의작품은조경가의식재접근방식을이해하는데중요한사례가되었고,숙근초식재가일상적인독일공공녹지분야에서활동해온베티나야욱슈테터는우리의첫해외연사로,의미있는시작”이라며두연사를환영했다. 박승진소장은‘나무를,잘,심자’라는제목으로강연을시작했다.그는영화은하수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를인용하며,“푸른숲이있는지구는당연한것이아니며,조경가와정원가는우주의원리에기여하고개입하고있는존재”라고강조했다.이어“조경가는지구를지구답게만드는일을한다.식물은그중심에있으며,생태적사고와접근이기본”이라고덧붙였다. 그는2019년노들섬공사현장을지나며마주한작은에피소드를소개했다.가림막틈사이로자라는이름모를식물들에직접이름표를붙여준프로젝트는,사람들로하여금식물을‘잡초’가아닌하나의생명으로인식하게만들었다.이경험을통해그는“식물의소중함을쉽게알리는방법을고민하다우연히시작한작업이었지만,그만큼의울림이있었다”고회고했다. 또한박소장은폐수처리시설위정원조성,숲가게운영등의프로젝트를사례로소개하며“조경가는나무를잘심는데많은시간과고민을쏟아야하며,이는단순한설계가아니라윤리적책임이수반된행위”라고강조했다.“지구가지속가능하도록하는노력과양심,그것이오늘날우리가지켜야할조경의윤리이자책무”라는말로강연을마무리했다. 두번째연사로나선베티나야욱슈테터는식재를통한경관창출에대해구체적인사례를들어설명했다.독일바인하임지역을비롯한여러공공녹지에서숙근초식재를활용한그는“자원의절약이숙근초식재의핵심”이라며,물,토양,입지,인적자원의활용을고려한혼합식재기법을강조했다. 그는숙근초의성질과성격을정확히이해하는것이우선이며,단순한미적배치가아닌생태적균형을기반으로한식물조합이필요하다고설명했다.이러한방식은시간이지나도유지·관리의부담이줄어들며,지속가능한경관조성에적합하다고말했다.“처음에어떻게심고어떻게조합하느냐가생태의지속성을좌우한다”는말로강연을마무리했다. 이번토크쇼는조경설계에서식물의역할을다양한관점에서조명하고,식재디자인이생태적가치까지포괄하는방향으로나아가야함을시사했다.단순한식물배치가아닌,지속가능한생태계를설계하는조경가의역할이새롭게조명된시간이었다. 한편‘식물적용학토크쇼’는오는11월까지매월마지막주금요일오후7시,방배동그룹한6층갤러리에서이어질예정이다.다음회차는4월말열리며,‘사람과식물과공간이만드는변주’를주제로이가영서울가드닝클럽대표와유한경디자인다나함대표가강연자로나설계획이다.
  • 환경과조경 2025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