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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1 11:18
  • 수정 2019-03-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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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휴론네트워크 대표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사회적기업은 단순히 ‘착한 기업’이 아닙니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공헌활동이 수익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회적기업이 되는 것이죠. 같은 말 아니냐고요? 이제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드론, 라이다, 3D 시뮬레이션 등 4차산업 과학기술을 이용한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휴론네트워크’가 지난해 말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됐다. 조경을 기반으로 한 업체가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된 것은 조경분야 최초다. 


정경진 휴론네트워크 대표는 “조경을 전공한 사람이 왜 4차산업기술의 하나인 드론을 날리고, 사회적기업에서 길을 찾는 것인지를 많은 조경인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드론과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드론은 정보다

 

드론을 ‘어른들의 장난감, 방송용 촬영장비’ 정도로 인식했던 정경진 대표가 드론의 다양한 가능성을 처음 인식한 것은 4년 전이다. 마을숲의 경관을 분석하기 위해 드론을 사용하던 후배의 활동을 접하면서, 앞으로 공간을 다루는 모든 분야에서 드론은 곧 정보수집의 핵심도구가 될 것이라 확신하였고, 이후 3년 동안 전공분야인 하천을 중심으로 드론영상정보의 수집과 이를 자료화하기 위해 다양한 가공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실증기술 연구에 매진하였다. 그 사이 자연스럽게 드론운용에 필요한 사업자 등록을 마쳤으며, 함께 일하는 조수연 이사는 국가공인 드론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조경을 하는 사람은 새가 바라보는 눈높이를 동경한다.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쾌감도 있지만, 대상지 전체를 한눈에 바라보며 최적 설계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영감을 얻기 때문이다. 드론영상과 분석 프로그램에 의해 얻어지는 데이터는 단순히 시간단축과 효율을 넘어, 정보의 질적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공간계획의 의사결정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


드론의 활용은 도시뿐만 아니라 산림, 하천, 습지 등 자연환경 조사에서 더욱 유용하다. 동일한 대상지의 지속적인 촬영을 통해 지형의 구조와 시계열 변화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었으며, 식물조사의 경우, 방형구를 설정하고 표본조사를 하던 기존의 방법과 달리 대상지 전체의 식생분포를 정확하게 평면지도화 할 수 있어 조사자의 육안 관찰에 의존하던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법은 3D 시뮬레이션, GIS 등과 결합하여 공간정보 수집 및 분석 분야에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특히 보전가치가 높은 자연환경의 경우, 대상지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자체로도 훌륭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드론 기술의 발전은 자연환경 분야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첨병으로서 그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지난해 진행했던 반월천 식생조사는 칡, 환삼덩굴, 단풍잎돼지풀 등 하천에 서식하는 생태계 교란식물이 어느 정도 분포하는지 조사하는 프로젝트였는데, 드론을 이용하여 단 이틀 만에 촬영을 완료하였다. 여기에 현장답사를 병행하여 생태계 교란식물의 분포면적, 분포특성을 파악하고 향후 관리방안을 수립할 수 있었다.


정경진 대표는 “드론을 활용하면 빠르고 간편하게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현황분석, 계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공간을 다루는 전 공정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학계를 중심으로 건설, 환경, 조경분야에서 드론의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연구되고 있으며, 실무에서도 드론의 활용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드론이 환경‧조경 분야에 가져올 새로운 변화를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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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론네트워크의 정경진 대표와 조수연 이사

사회적기업은 ‘착한 기업’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경진 대표와 휴론네트워크는 왜 사회적기업의 길을 선택하였을까? 드론으로 시작된 사업 설명은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역할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먼저 그는 휴론네트워크를 사회적기업으로 설립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기업에 씌워진 프레임에서 탈피한 기업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 프레임이란 이를테면 사회적기업은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기업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의미한다.


“기존의 관념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을 착한 기업이라 정의한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은 나쁜 기업인가?” 정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단순히 착한 기업으로 정의하는 이분법적 인식, 또는 ‘세금도둑’이나 ‘정부의 눈먼 돈을 가져가는 기업’으로 보는 시선도 편견이라 말했다. 그래서 그는 ‘사회적기업’ 이란 ‘착한 일을 하는 기업’이라는 표현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복잡한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당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뚜렷한 가치관을 품고 사회적기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강조한다.


4차산업과 사회적기업이라는 조합도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4차산업의 기술진보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롭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 관심 있게 바라본다면 어색함이 조금 풀린다. 또한 우리 사회가 4차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기술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과 기술로부터 소외된 사람으로 점차 양극화되고 있다. 이는 기회의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접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진보가 소수의 부를 창출하는데 집중되고 사회환경문제의 해결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4차산업을 대표하는 드론을 기반으로 한 예비사회적기업으로의 출발은 어쩌면 시기적절한 것이 아닐까.

 

 

드론 활용 분야, 쉽지 않은 길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은 분명하지만 돈벌이를 생각하고 무작정 드론 시장으로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드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조급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왠지 배우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고, 자격증을 따두면 노후에 도움이 될 것 같고...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면 실망 역시 크다. 드론 활용 시장이 열리기 위해선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휴론네트워크의 비즈니스 목표는 드론을 기반으로 교육서비스, 기술서비스, R&D를 수행하며 4차산업 기술진보의 혜택을 다수가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데 있다. 기업은 이익의 극대화를 벗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극대화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휴론네트워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해 보인다. 그래서 정 대표는 드론 활용분야에서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거대 담론보다 구체적인 활용영역과 수익성에 대한 정량적 지표를 전제로 비전을 세워야 한다고 전망했다. 


사실 휴론네트워크가 사회적기업의 길로 들어서서 지금과 같은 철학을 정립할 수 있던 배경에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있었다. 정경진 대표는 2009년 ‘이자인’을 설립해 연구개발 컨설팅, 조경설계 작업을 수행하였고, 다양한 특허와 신기술을 개발하며, 파미가든이라는 도시녹화 제품을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세상의 잣대로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을지언정 지금의 휴론네트워크로 도달하기 위한 의미 있는 발자국들이었음을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드론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정비, 규제완화, 교육환경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조경분야의 사람들이 드론을 활발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건설, 환경분야에 드론운용 관련 표준품셈, 표준시방이 정립되고 설계기준, 과업지시서 등에 구체적인 내용이 수록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드론 비행과 촬영에 대한 허가와 승인절차 등에 대한 규제도 완화될 필요가 있으며, 각 대학에서 드론을 이용한 현황분석, 계획과 설계, 시공 후 모니터링 등에 대한 기술을 교육할 수 있는 커리큘럼과 장비를 확보하는 등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드론시장의 활성화는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절차에 따라 체계적인 사업환경개선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비로소 정부에서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경진 대표는 “왜 우리가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오랫동안 싸워왔지만, 이제는 하나의 결론과 확신을 얻게 됐다. 그래서 지금 이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자신 있게 알릴 수 있다. 드론을 배우고 싶고, 업무에 활용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되는 개인 또는 기업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동안 풀지 못한 사회‧환경 문제도 새로운 시각에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아직 시장이 성숙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뛰어든다면 이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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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과조경 2025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