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가로수 관리를 위한 전정 품셈에 ‘조형전정’이 반영되고, 신호수 등 안전관리를 위한 비용을 별도로 계상할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 및 표준품셈을 공고했다고 3일 밝혔다.
국토부는 공사비산정기준 관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표준시장단가를 연 2회, 표준품셈을 연 1회 개정하고 있다.
표준시장단가는 실제로 시행한 공사의 공사비 중 공종별시공비용(재료비+노무비+경비)을 추출해 유사 공사의 공사비 산정에 활용한다. 표준품셈은 보편·일반화된 공종·공법에 활용되는 인원수, 재료량 등을 제시한 것으로 단위작업 당 원가를 곱하여 공사비를 산정하는 데 활용한다.
표준시장단가는 토목 989개, 건축 417개, 설비 289개 등 총 1695개 공종에 대한 노임단가 및 생산자물가지수 변동률을 반영했고, 직전대비 3.17% 상승했다.
특히 가격 현실화가 필요한 203개 공종은 건설현장에 대한 방문조사를 실시해 실제 시장가격을 반영했으며, 건설공사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근가공 및 조립 공종의 적용규격을 시설물 특성에 맞게 개선하는 등 시공실태를 반영해 정비했다는 설명이다.
표준품셈은 전체 1371항목 중 368항목의 적정성을 검토했으며 건설현장 안전확보, 건축물 화재안전 강화, 자재별 해체·보수, 장애인·노약자 편의시설물 등을 제·개정했다.
제·개정된 항목은 ▲가설, 조경, 철콘 등 ’공통‘ 254개 ▲측량, 관부설 등 ‘토목’ 9개 ▲수장, 지붕, 금속, 유지보수 등 ‘건축’ 77개 ▲위생설비, 유지보수 등 ‘기계설비’ 28개다.
이번 품셈 개정에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건설현장 안전 확보를 위해 신호수의 인건비 계상근거를 별도로 마련했다. 공사 중 안전을 위해 배치되는 각종 신호수, 감시자 등의 인력은 각 항목에서 제외하고, ‘공통부문’에 신호수 항목을 신설해 안전을 고려하는 동시에 비용 합리화를 모색했다는 평가다.
‘공통부문’에서 현장 내 운반거리가 소운반 범위를 초과하거나 별도의 2차 운반이 발생할 경우 별도 계상하고, 품셈 각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측량이 시공 중 발생하면 이 또한 별도 계상토록 했다. 품셈의 각 항목에 명시되지 않는 재료 및 자재는 설계수량을 적용하고, 잡재료 및 소모재료는 ‘공통부문’을 따른다.
조경부문 표준품셈은 일반전정, 가로수 전정 등의 유지관리 항목이 개정되고 ▲조형전정 ▲야자섬유매트 기준 ▲줄기싸주기 ▲은행나무 과실채취 항목이 신설됐다. 작업단위 변경과 전정에 대한 기준을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작업단위는 ‘주(나무)당’ 인력 계산 방식에서 ‘일(시공량)당’으로 변경했다. 단위 투입인력에서 하나의 작업조가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기준으로 유지관리 품셈이 정해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 관계자는 “유지관리 품셈은 하나의 작업조가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양, 시공량을 기준으로 한다. 유지관리와 같이 한정된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건 일당 시공량으로 바꾸는 추세다. 표준작업조로 하루 일의 양을 계산하는 선진화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전정 부문에서는 일반전정에 ‘조형전정’ 항목을 별도로 신설하고, 가로수 전정에서 약전정, 강전정, 조형전정을 세분화해 품셈을 만들었다. 흉고직경 61㎝를 초과하는 가로수에 대한 기준도 담겼다.
품셈에서 약전정은 수관 내의 통풍이나 일조 상태의 불량에 대비해 밀생된 부분을 솎아내거나 도장지 등을 잘래내 수형을 다듬는 시공이라 설명하고, 강전정은 굵은 가지 솎아내기 및 장애지 베어내기 등으로 수형을 다듬는 시공으로 설명했다. 조형전정은 가로수의 미적인 형태를 살리기 위해 정상적인 생육장애요인의 제거와 미적요소를 고려해 수형을 다듬는 시공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조형전정’과 흉고직경 61㎝를 초과하는 가로수에 대한 기준이 반영된 건 긍정적이지만, 약전정과 강전정에 대한 기준은 명확히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윤택 윤택한 조경 대표는 “강전정과 약전정 기준이 불명확한 것은 문제가 있다. 강전정 논란이 일어나는 사례들을 보면 주지를 건드렸을 때 모습이다. 수형을 다듬기 위해 분지까지 남겨놓고 자르는 게 약전정이다. 이는 어떤 나무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며 주지, 분지, 소지를 기준으로 삼고, 주지를 건드릴 경우를 강전정으로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환경생태 연구활동가인 최진우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 대표도 “현실 여건을 고려해 단위 투입 인력에서 작업조별 하루 시공량으로 품셈기준이 변경되었으나, 작업량 산정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가로수 전정에서 굵은 가지를 자르는 강전정보다 섬세하게 작업해야 하는 약전정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개정된 품셈은 결과적으로 여전히 강전정이 약전정에 비해 높게 산정돼 있다. 대충 솎아내어 가지를 자르는 잘못된 약전정 관행이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바람직한 약전정에 더 많은 작업량이 산정될 수 있도록 실증연구를 통해 제대로 된 기준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약전정, 강전정, 조형전정으로만 도시 가로수의 생육관리와 경관의 질을 시민 눈높이에 맞게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클리닝, 복구전정, 축소전정, 구조전정 등의 다양한 전정기법을 도입해 그에 걸맞는 품셈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건기연 관계자는 “시방서상 약전정, 강전정 언급은 있으나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지난해 언론과 국회에서 무분별한 가지치기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돼 전정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서울시 등 발주처에서 전정을 할 때 생육뿐 아니라 도시의 미관을 고려해 이뤄지는 부분이 있어 시공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도시경관과 주변 나무끼리의 디자인을 고려한 품을 반영했다. 사각수목에 대한 비판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간판을 가린다거나 전신주가 지나가는 부분, 민원이 있으면 아예 가로수를 잘라버리는 실정인데, 사각수목은 이를 대처한 사례를 중심으로 고려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정 기계시공은 ‘5톤 크레인’에서 ‘3톤 고소작업차’로 변경됐는데, 이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개선한 부분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86조(탑승의 제한)에 따르면 이동식 크레인을 사용해 근로자를 운반하거나 근로자를 태운 상태에서 작업을 시키는 게 금지된다. 현장여건을 반영해 고소작업차 규격을 변경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 건기연 관계자 설명이다. 기계경비 할증률은 인력품 대비 기존 2.5%에서 3%로 높였다.
이에 대해 도윤택 대표는 “실제적으로 매년 5~10명은 감전 사고가 일어난다. 고소작업차가 고압선에 닿았을 때 절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절연이 되는 한전의 절연버킷트럭과 같이 기본 장비가 바뀔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산림청 가로수 매뉴얼이나 법적 기준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라며 전정 기계시공에 대한 보다 개선된 기준 마련을 요청했다.
이어 “현재 산림청 가로수 매뉴얼은 식재 유형, 고압선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수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정도가 담겨 있다. 굵은 가지는 몇 센티인지, 강전정과 약전정은 어떻게 기준을 삼을 것인지 세부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 매뉴얼에 항목이 신설된다면, 그 기준을 차용해서 품셈을 개선할 수 있다”며 가로수 매뉴얼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도 대표는 가로수 관련 전정뿐만 아니라 시비, 약제살포, 과실채취, 살수차관수, 관목 전정, 수간보호, 줄기싸주기 등 관리 전반이 별도로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도로를 막고 통행을 제한하는 등의 추가적인 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원이나 녹지 등에서 하는 관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건기연 관계자는 “예산 범위 내에서 300여 개 품셈을 바꾸니 모든 여건을 반영하기가 어렵다. 유지관리·보수는 일반 신설공사와 다르게 워낙 다양한 현장여건이 발생하니 더 어렵다. 내년에 별도의 유지관리품셈을 만들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능력 범위 내에서 현장 여건이 반영될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2년 적용 건설공사 표준품셈 및 표준시장단가는 국토부 홈페이지 또는 공사비 산정기준 관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