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email protected])
겨울을 이기고 봄으로 혁명하고 있는 5월, 그 푸르른 싹으로 온통 연초록의 바다를 이룬다. 자연의 생명 혁명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맞는 오늘 하루는 인간에게도 ‘최고의 날’이다. 단 그 생명의 혁명과 역동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면 말이다. 이것이 식물과의 공감이요 상호작용하는 삶이다. 식물의 역동을 공감하지 못하며 오늘을 보내고 있다면 식물과는 불통하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통즉불통(通卽不痛)이요, 불통즉통(不通卽痛)이라 동의보감에 기가 통하면 아프지 않고 기가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말이다. 식물과도 공감하며 기가 통해야 건강하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 식물과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라일락 꽃향기, 아카시아 꽃향기, 숲에서는 다양한 식물의 향기가 우리의 후각을 유혹하고 있다. 5월의 아카시아 꽃향기와 밤꽃 향기가 퇴근길에 느껴질 때 마치 ‘수고했어 오늘도’의 노래를 들려주며 위안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서 식물의 혁명과 역동에 대해 알아보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서와 같이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세히 본다는 건 사랑의 시작이다.
4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의 제한이 풀리면서 사람들은 꽃을 보러 갈 수 있다는 해방감에 너도나도 할 거 없이 서둘러 나들이길을 나서고 있다.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일상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소소한 행복의 기쁨을 주었던 시간, 꽃을 보고 계절에 따라 팔도강산을 둘러보는 자연과 더불어 공감하며 사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하고 있다. 5월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닥터 김이 식물과 함께 내적인 힘을 스스로 길러내는 치유의 과정, 녹색 처방전을 제시한다.
식물혁명과 역동
스테파노 만쿠소(Stefano Mancuso)는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의 교수이며 대학부설 ‘국제식물신경생물학연구소(LINV)’를 이끌고 있다. 그가 쓴 ‘식물의 뇌, 식물의 지능과 감각의 비밀을 풀다’에서 식물도 움직이고 감각을 느낀다고 과학적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식물도 인간의 오감과 비슷한 다양한 감각기능이 있다. 빛과 냄새, 맛, 감촉, 소리 등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으며 이러한 기능은 다른 식물이나 곤충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빛을 감지하여 성장한다. 해바라기의 얼굴이 해를 따라 돌아가는 모습에서 쉽게 알 수 있다. 파리, 개미 등 곤충을 잡아먹으며 사는 식충식물인 파리지옥은 쌍떡잎식물로 끈끈이귀개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야생종은 주로 북아메리카에 분포한다. 만약 벌레가 잎 안의 감각모(感覺毛)에 닿으면 잎을 닫아 가둔 뒤 소화액을 분비해 벌레를 분해하거나 소화시킨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물질을 식물은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반응하는 수용체를 가지고 분해한다. 식물은 뿌리를 뻗을 때도 토양 속 무기염류와 화학적 기울기의 위치를 알아내 뿌리를 뻗는다. 식물의 역동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루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는 식물들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유럽으로 가져온 감자부터 초콜릿, 옥수수, 담배, 고무, 고추까지 여섯 가지 식물들의 씨앗이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 혁명적 요소라고 시카이 노부오의 ‘씨앗 혁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식물의 역동은 혁명적 단계를 보이고 있다. 식물의 씨앗이 적당한 수분, 공기(산소), 온도가 되면 씨앗의 껍질을 뚫고 새싹이 올라온다. 씨앗의 입장에서 보면 어두움을 뚫고 자신이 가진 양분을 이용해서 껍질을 뚫고 나오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혁명이다. 굳이 ‘헤르만 헤세’의 명문장에 비유하자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 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혁명적인 문장이 떠오른다. 즉, 씨앗이 살아있다면 또 다른 생을 이어가기 위한 생명을 창조하는 혁명이다. 잎은 가지, 가지는 열매로 혁명한다. 잎은 꽃으로 혁명하고 씨앗으로 혁명한다. 사계절이 순환하듯이 식물 또한 순환한다.
식물들은 생존을 위해 향기를 날리고 꽃가루를 날리는 역동을 만들고 있다. 식물의 이러한 역동이 인간에게는 꽃가루 알레르기로 전달되고 인간의 면역기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다양하게 많이 사용되는 농양과 항생제의 남용은 봄기운을 가득 담은 꽃들 사이로 꽃가루를 나르던 그 많던 꿀벌들이 사라지게 하는 원인중 하나이다. 인간과 식물과 동물은 서로 주고 받으며 역동을 만들어 순환하며 혁명적 오늘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벌의 일생에서 경고했던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경고를 상기하게 된다.
5월의 혁명과 역동 그리고 초록 민주주의 치유
보랏빛 라일락 향기를 맡다 보면 기억의 저편에 맵고 시린 눈물 자국이 느껴진다. 5월의 항쟁, 5.18 민주화 운동과 자유를 찿기 위해 자신을 헌신한 혁명가들이 떠오른다. 붉고 아름다운 동백이 ‘툭툭’ 떨어지는 모습을 혁명을 이루기 위해 고통을 참아낸 혁명가들과 동일시하여 만든 노래를 흥얼거려보기도 하는 5월 산책길이다. 5월의 식물들은 우리에게 혁명의 아픔을 위로하며 응원하고 있다.
아픔을 겪고 이겨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우려는 측은지심으로부터 다시 누군가를 도울 방법을 알게 되고 실천한다. 이들을 ‘운디드 힐러’라고 부른다. 3년간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견뎌온 우리는 분명 ‘운디드 힐러’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꽃다운 고등학생들의 영령과 가족들을 위로하고 같이 마음 아파하며 함께 눈물을 흘린 우리는 운디드 힐러다.
우리도 아프지만 위로의 노래를 부르는 우리는 ‘승화’라는 방어기제로 이겨낸 승리자들이다.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픈 마음을 갖는 이것을 공감이라 하며 남의 아픔도 함께하고 위로할 수 있는 것을 능력을 ‘공감능력’이라 한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반사회적 성격장애 중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있다. 사이코패스는 남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고통을 무시한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자신은 완벽한 사람인데 남들이 몰라준다는 식으로 방어기제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 자기가 완벽해지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상대방에게 투사하거나 자기합리화 시키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심한 경우 지속적인 기만으로 상대방을 현혹(가스라이팅: gaslighting)시킨다.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란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이나 불안과 같은 위기를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기제다. 병적이거나 미성숙한 방어기제로 나타나는 부정, 망상적 투사, 공격성, 해리, 왜곡, 억압 등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공감하지 못하게 된다.
3년 여간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우리가 싸운 것은 ‘불안’이었고 이 같은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공감하지 못하는 방어기제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식물과 사람과 공감하고 있나?”
5월의 아름다운 향기를 맡으며, 식물과의 공감을 시작해 보자. 식물과의 공감은 우리에게 승화라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도록 돕는다. 승화(Sublimation)란 무익한 감정이나 본능을 건강한 행동, 사고, 감정으로 변화시키는 성숙한 정서의 표현이다. 승화의 심리기제를 보이는 사람들은 혁명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혁명적 삶을 살아가는 사회는 역동적 활동을 만들어낸다. 식물은 가지들과 잎, 뿌리가 제각각 개별적으로 생존을 위한 완벽한 생명체 활동을 이룬다. 초록 민주주의를 배워보자!
원예작업을 주기적으로 하게 되면 초록식물이 개별생명체로 독립적 활동을 이뤄가듯 초록 민주주의를 따라 하게 된다. 식물은 인간에게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자신의 언어로 다리는 없지만 감각모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영광스러운 혁명 the glorious revolution’
혁명(revolution)의 어원은 라틴어 레볼루티오(revolutio)다. ‘별이 주기적으로 궤도의 한 지점에 회귀하는 현상’을 뜻하는 레볼루티오는 우주의 질서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인간의 자기혁명’도 우주의 질서를 따르는 역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진화하는 세상에서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씨앗이 싹으로, 잎은 꽃으로 혁명하는 자연의 질서처럼 인간들도 성숙한 방어기제로 혁명을 한다면 불안한 마음은 유머, 승화, 억제, 이타심으로 변화한다.
초록 민주주의는 결국 자기혁명으로 만들어진다! 자기혁명은 몰입하는 습관으로 만들어진다. 황농문 서울대 교수는 몰입에는 3가지가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거나 어른들이 사랑을 할때의 잠깐의 즐거움과 쾌락을 위한 몰입이 있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몰입이 있고 마지막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달성하기 위한 몰입상태에 빠지는 몰입이 있다. 뇌에서 몰입할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뇌를 각성시켜 쾌감, 의욕, 집중, 창조성 회로를 시냅스로 연결한다. 심리학적으로 자아실현 단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하는 몰입을 경험한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역동을 이용한 자연과학 발전했듯 인간의 본질인 혁명과 역동을 이해할 때 자신이 치유되고 세상이 치유될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은 식물을 자세히 보고 식물의 언어를 이해하며 공감할 때 식물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식물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식물과의 치유는 자아실현을 넘어 자기 초월의 혁명을 만들어 준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의하면 인간은 원초적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안전의 욕구가 나타나고 다음으로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전이된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이고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는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다.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이며 몰입과 감동을 경험한다. 알고 이해하려는 인지 욕구나 심미 욕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후에 매슬로는 자아실현의 단계를 넘어선 자기초월의 욕구를 주장하였다. 자기초월의 욕구란 자기 자신의 완성을 넘어서 타인, 세계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뜻한다. 성장과 발전을 위한 역동이 가득한 초록 민주주의 혁명이 가득한 계절을 살아가자.
김미영 /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