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강동구 꿈의 놀이터의 이름은 ‘다함께, 다르게, 다하는’ 놀이터란 뜻의 ‘다다다 모험놀이터’다. 정원을 매개로 한 공동체 활동이 자연에서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꿈의 놀이터’ 활동으로 이어진 사례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돔 조형물, 흙놀이터, 목공놀이터, 나무놀이터, 산놀이터 등 5개 공간을 직접 만들고 놀았다. 아이들이 놀고 싶은 방법을 토대로 그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게 됐는데, 놀이터활동가들이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왔다.
강북구 ‘자연드림놀이터’는 지난 3년간 강북에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기반으로 지역놀이문화운동을 이어왔던 이미지세탁소와 번3동 주민자치위원회, 장애인센터의 협력으로 운영됐다.
이곳은 아이들에게 함께 경험을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꿈의 놀이터를 만들어가기 위해 톱질과 망치질을 배우는 과정을 거쳐 아이들 스스로 아지트, 나무 사다리, 식탁 등을 하나씩 만들어냈다.
◆ 강동구 다다다 모험놀이터
위치 _ 서울 강동구 암사동 211-1 암사역사공원
운영단체 _ 함께강동
‘다다다 모험놀이터’ 활동은 지난 10일 ‘푸른도시 서울상’ 시상식에서 민간협력 분야 대상을 차지한 ‘강동공동체정원’에서 이뤄졌다. 강동구 공동체정원은 암사역사공원 안에 있는 유휴지를 활용해 지역 주민들이 함께 가꾼 정원이다. 지역 주민들은 토지보상 등의 이유로 공원 조성이 늦어지면서 오랫동안 비워진 땅을 활용코자 2019년 강동구청과 협약을 맺고 정원 만들기에 나섰다. 서울시립대 학생들과 정원 작가의 재능기부로 디자인이 이뤄졌고, 주민들의 손으로 다양한 꽃들이 심겼다. 주민들은 정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함께 겪으면서 공동체로 성장했다.
‘다다다 모험놀이터’는 2019년 3월 놀이에 관심 있는 강동구 주민이 모여 ‘강동정원문화포럼 놀이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강동공동체정원’에 아이들이 도전하는 모험놀이터를 함께 만들어 보고자 2주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며 흙놀이, 물놀이, 불놀이, 마당놀이, 아지트 만들기, 자연놀이를 시도했다. 또한 정기적인 운영회의를 통해 함께 만들어갈 모험놀이에 대해 공부하고, 모험놀이터를 준비했다. 프로그램 운영은 강동정원문화포럼 놀이위원회에 속한 6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일요일마다 열리는 놀이마당에는 28가족이 함께 하면서 놀고 있다.
아이들의 자유의지와 자유놀이를 지지하는 ‘다다다 모험놀이터’는 아이들이 스스로 시도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모험놀이터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미취학부터 초등고학년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다함께 섞여서 협업하며 활동한다. 기존의 정형화된 시설 기준의 구조적 놀이터와는 다르게 하나하나 공간 사용자의 손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작업의 일부만을 어린이에게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어린이가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다다다 모험놀이터 내에서의 ‘나와 너의’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존중된다.
올해 5월 서울시 시정협치사업 ‘시민이 만들고 운영하는 꿈의 놀이터’ 사업에 참여하면서 매주 일요일 놀이를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 꿈놀이단을 구성했다. 꿈놀이단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어린이 3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코로나 상황으로 A팀과 B팀으로 나눠 격주로 활동하고 있다. 7월 5일, 12일, 19일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3차례 설명회를 열었고 최종 선발된 꿈놀이단과 26일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8월 9일부터 놀이터짓기를 위한 목공놀이를 시작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오프라인 모임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온라인으로 놀이에 대한 생각, 놀이터 구성에 대한 계획들을 공유하며 소통했다.
이후 다다다 모험놀이터에는 크게 돔 조형물, 흙놀이터, 목공놀이터, 나무놀이터, 산놀이터 등 5개 놀이공간이 만들어졌다. 목공놀이 프로그램은 나무를 자르고 조립하는 것을 체험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아지트를 만들고 싶어 한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다. 아지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목재와 톱, 망치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기 위한 차원에서 목공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놀이만큼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다.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쓰도록 지도하고, 손 소독부터 발열체크까지 꼼꼼히 했다.
‘다다다 모험놀이터’ 총괄 코디네이터 윤자영 활동가는 “다다다 꿈의 놀이터는 부모랑 아이가 함께 하는 놀이터다. 아이들이 훨씬 더 자유롭게 놀 수 있고, 자유를 지켜주는 부모들이 참여해 아이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 대신 자연에서 놀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있다. 비용이 별로 들지 않고, 기존에 생각했던 놀이터와는 다르다. 부모들의 인식을 바꾸고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생님이 어떤 걸 하자고 말하는 순간 그건 자율적인 놀이가 아니다.”
강동정원문화포럼 놀이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나국본 활동가는 놀이동아리에서 4년간 대표를 맡으면서 놀이가 아이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걸 알았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노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놀기 원하고, 자연 안에서 무수한 변화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 한계를 벗어난 놀이문화를 만들어보고자 ‘다다다 모험놀이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나국본 활동가는 “부모가 할 일은 놀이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도 활동적인 체험을 많이 하는데 선택권은 선생님에게 있다. 아이들한테 선택권이 있을 때가 진짜 놀이가 된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땅을 파도 남이 시키면 일이 되는 거고, 자기 스스로 하면 놀이가 된다”고 강조했다.
활동가들은 ‘꿈의 놀이터 프로젝트’에서 아쉬운 점은 ‘코로나’ 뿐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시간이 있는데 놀 수 없고, 공간이 있는데 모일 수 없어 안타까웠다는 말이다.
윤자영 활동가는 “구청과 시청이 열린 마음을 가진 사업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쉬웠던 건 코로나다. 많이 모을 수 없고 홍보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부모 인식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기획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비조 활동가는 “어른이 되서도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 여태 우리 사회 시스템은 나누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놀이터는 그렇지 않다. 다 같이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건전하고 즐겁게 모이는 이와 같은 플랫폼을 많이 보급하는 것이 세대 간 갈등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청소년, 학교 문제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꿈의 놀이터’가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한 “꿈의 놀이터 프로젝트는 저비용, 고효율 사업이다. 자녀의 즐거움을 매개로 공동체가 만들어지면서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역사회를 깨우고 부모들의 인식을 바꾸는 역할도 하며, 공동체 안에서 기존의 관념이나 인식들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놀이터의 미래를 바꾸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서울시에 꿈의 놀이터 사업을 확대해줄 것을 부탁했다.
윤자영 활동가는 “아이들의 시간과 어른의 시간은 다르다. 아이들은 충분히 몸으로 느끼지 않으면 표현하지 않는다. 직접 공간에서 놀아봐야 필요한 걸 찾을 수 있다. 2년 동안 강동 공동체정원 활동을 하다 3년차에 꿈의 놀이터 사업을 하게 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놀이터는 뚝딱 만들어서 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커가는 마을이란 시각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들에게 ‘네네 선생님’으로 불리는 윤수혜 활동가는 “처음엔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해도 돼요?’ 였다. 지금은 스스로 모이고, 만들고, 지어서 논다. ‘다함께, 다르게, 다하는’ 놀이터란 이름처럼만 유지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강북구 자연드림놀이터
위치 _ 서울 강북구 번동 240 벌리어린이공원
운영단체 _ 이미지세탁소
북서울꿈의숲 인근 벌리어린이공원은 번3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마을활동의 주 무대로 사용하는 장소다. 매년 마을벚꽃축제와 가을축제, 어르신국수나눔 활동 등 다양한 지역행사가 이뤄진다. 구본승 강북구의원의 주도로 2020년 초 전면 리모델링이 진행돼 장애인 게이트볼 시설을 비롯해 숲속 밧줄놀이시설 등 무장애놀이터로 만들어졌다.
지난 3년간 강북에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기반으로 지역놀이문화운동을 이어왔던 이미지세탁소는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번3동 주민자치위원회, 장애인센터와 협력해 지역 주민 주도의 꿈의 놀이터 활동을 준비했다.
수차례 사전 회의를 통해 놀이환경 조성과 모집, 프로그램 준비로 활동가들의 역할을 나눴다. 꿈의 놀이터 활동에 꼭 필요한 놀이창고 겸 놀이대 ‘삼각, 사각오름’ 시설을 활동가들의 의견을 모아 제작했다. 놀이터에 참여할 아이들은 인근에 거주하는 아이들 위주로 순조롭게 모집됐다.
하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진행시기가 늦어지고 장애인센터는 상황상 참여가 어려워졌다. 그 와중에 기나긴 장마로 결국 9월이 다 돼서야 꿈의 놀이터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상당히 길었지만 꿈놀이단 친구들은 매회 8~10명씩 꾸준하게 참여를 이어왔고 놀이터를 지나가던 주민들의 신청으로 나중엔 15명 정도 늘어났다.
꿈의 놀이터 발대식에는 번3동지역자치위원회 회장과 구본승 구의원이 참석해 아이들에게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아이들은 돌아가며 저마다의 꿈의 놀이터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김미현 놀이터활동가는 “자유롭게 놀고싶어요”, “나무집을 짓고 싶어요” 등의 의견을 통해 코로나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아이들이 안전한 ‘나만의 영역’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발대식에서는 함께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드는 시간도 가졌고 ▲마스크 벗지 않기 ▲싸우지 않기 ▲정리정돈 잘하기 ▲쓰레기 버리지 않기와 같은 규칙이 정해졌다. 발대식은 꿈놀이단 다짐을 외치며 마무리 했다.
꿈의 놀이터를 만들어가기 위해 기본 소양인 톱질과 망치질을 배우는 과정이 이어졌다. 공구를 난생 처음 사용해본다는 아이들이 태반이었지만, 놀이터활동가의 지도를 잘 따른 덕분에 2주차부터는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무게를 온전히 버틸 수 있는 나무 사다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나무 사다리가 하나 둘 쌓이자 어느덧 10개가 넘어 갔고 아이들은 사다리를 합해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나무로 만드는 활동에 자신감이 붙은 아이들은 나무를 기초로 한 자유로운 만들기 과정을 이었다. ‘자연드림놀이터’라는 이름의 나무 간판을 만들었고 평소 자신이 만들고 싶은 물건들을 기획해 제작하는 과정도 진행됐다. 이후 밧줄 놀이터 활동이 진행됐다.
밧줄놀이터 활동은 자연과 더불어 하는 놀이다. 밧줄을 이용해 나무와 나무 사이 공간에 놀이물을 설치하는 방법을 배우고 어린이 스스로 구조물을 만들었다. 한 번에 터득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기에 꾸준한 연습과정이 필요했다. 2~3회 밧줄놀이터 과정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은 직접 해먹을 만들고, 그네를 만들어 타는 놀이에 점점 능숙해졌다. 활동가들이 긴 줄로 매듭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다양한 구조물을 추가하면서 놀았다.
놀이주간에 자연드림놀이터에서는 ‘나의 친구 초대하는 놀이주간’을 주제로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주변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버리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아이들 스스로 망치와 톱을 가지고 나무 사다리와 천, 대나무를 활용해 아지트를 만들고 밧줄놀이를 즐겼다.
3m 정도 되는 긴 나무를 이용해 사다리를 만들어 높은 나무를 올라가 보기도 하고 짧은 사다리를 여러 개 만들어 이어서 놀기도 했다. 아지트 만들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친구들과 상의하면서 함께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대나무에 천 하나 덮어 완성한 허술한 집이지만 손수 만들어낸 구조물 안에서 놀며 매우 뿌듯해 했다고.
아이들은 어느 정도 목공 실력이 늘자 협동작업으로 2개의 식탁도 만들었다.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함께 진행하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아직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그럴 때마다 활동가들이 조금씩 개입해 식탁을 만드는 일 보다는 서로 의견을 나누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식탁 만들기는 라면파티로 마무리했다.
“공동체로서 함께 할 때 필요한 경험을 나누는 활동이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아이들에게 개인 위주의 활동보다는 함께 경험을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고 놀이터 활동의 기본이 된다는 메시지를 놀이터 과정 내내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친구들과 같이 만든 식탁 위의 만찬은 수고로움이 추억으로, 우리 어린이들에게 남겨질 아름다운 경험이 되었길 기대한다.”
김미현 활동가는 “강북구 꿈의놀이터 ‘자연드림놀이터’의 어린이들은 유년의 즐거움 속에서 배려와 협동, 즐거움이 함께 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꿈꾸기 위해 놀이터활동가들은 앞으로도 쭉 노력할 것이다. 미래의 꿈이자 희망인 우리의 아이들이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만들고 행복할 때 우리의 미래도 밝으리라 굳게 믿는다”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놀이터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