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 인턴 기자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박소영 인턴 기자]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 ASLA)에서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책(ASLA Best Books)’은 2016년에는 특별히 10권이 아닌 15권이 선정되었다.
조경 설계, 도시, 환경에 대한 최신 이슈를 다룬 책이나 새로운 주제에 대한 신선한 시각이 돋보이는 책이 주로 선정되며, 특히 작년은 역사적 조경가 ‘케이퍼빌리티’ 브라운(‘Capability’ Brown)의 탄생 300주년을 맞아 브라운을 기념하는 책 세 권이 포함되었다. 다음에 ‘2016 올해의 책’ 15권을 소개한다.
1. 『케이퍼빌리티 브라운과 그의 풍경화식 정원』
Sarah Rutherford, Capability Brown and His Landscape Gardens, National Trust, 2016.
18세기 가장 위대한 조경가, 랜슬롯 ‘케이퍼빌리티’ 브라운Lancelot ‘Capability’ Brown(1716~1783)은 가망 없어보이는 전원을 자연이 만들어낸 듯한 아름다운 파크로 감쪽같이 바꾸는 전능한 마술사로 알려져 있다. 상원의원, 귀족, 여섯 명의 수상 등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각광받던 브라운의 작품들은 이제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소유가 되어 여전히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국 전원의 경관 양식을 구축한 인물의 성공담이 궁금하다면 다양한 사진과 오래된 그림, 정원 도면을 곁들인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2. 『케이퍼빌리티 브라운: 영국의 경관을 디자인하다』
John PhibbsㆍJoe Cornish, Capability Brown: Designing the English Landscape, Rizzoli, 2016.
영국의 케이퍼빌리티 브라운은 미국의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전원 이상을 구현하는 임무를 맡았다. 자신의 생각을 경관에 덧씌우기보다 경관 자체가 가진 최고의 잠재력을 끌어내고자 한 브라운은 국가의 특징과 경관의 색, 풍경을 엮어 자연적인 경관을 탄생시켰다. 브라운의 경관은 그것이 담고 있는 상징적인 건축을 완벽하게 보완했으며 영국 전원의 본보기로 자리 잡았다. 브라운의 탄생 300주년에 맞춰 발간된 이 책은 목가적인 녹지부터 기념비적 건축을 둘러싼 구축적 경관까지 열다섯 개의 가장 칭송받는 장소를 다루며 그곳에 깃든 거장의 생각을 풀어냈다.
3. 『감동의 낙원과 땅: 케이퍼빌리티 브라운이 준 경관의 선물』
Steffie Shields, Moving Heaven and Earth: Capability Brown’s Gift of Landscape, Unicorn Press, 2016.
이 책은 조경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브라운과 관련된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250개 장소를 조망하고 설계적인 맥락에서 영국 풍경화식 정원의 등장을 평가한다. 스테피 실즈(Steffie Shields)는 브라운의 예술적 유산과 물을 이용한 선구적인 작업을 들여다보며 ‘케이퍼빌리티’ 브라운이라는 별명을 얻은 의욕 넘치는 박식가를 들추어낸다. 장대한 350개의 컬러 사진은 현재까지도 유효한 브라운의 생각과 식물 팔레트를 생생하게 묘사하며 끝나지 않는 그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감동의 낙원과 땅』은 조경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여행자를 위해서도 훌륭한 안내서다.
4. 『정원 혁명: 우리의 경관이 환경 변화의 원천이 되는 방법』
Larry WeanerㆍThomas Christopher, Garden Revolution: How Our Landscapes Can Be a Source of Environmental Change , Timber Press, 2016.
생태적 경관 디자인의 세계적인 아이콘 래리 위너(Larry Weaner)는 토마스 크리스토퍼(Thomas Christopher)와 함께 정원사, 조경가, 건축가를 위한 생태 디자인 참고서를 발간했다. 『정원 혁명』은 생태적 접근을 통해 기존 가드닝의 비생산성을 뛰어넘고 아름다운 정원을 탄생시키는 비법을 알려준다. 위너는 엉뚱한 식물을 선택하고 계속해서 경작, 제초, 관개, 비료 주기를 하는 대신에, 대상지의 토양과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식물을 골라 자연스레 자라도록 두라고 조언한다. 또한 생태적 원칙을 따름으로써 보다 적은 일과 노력으로 야생과 친하고 살아 있으며 시간에 따라 진화하는 경관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5. 『부자의 환경 보호』
Peter Dauvergne, Environmentalism of the Rich, MIT Press, 2016.
오랜 시간 환경 보호 운동은 산업화, 식민주의, 세계화가 낳은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투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과연 환경 보호 운동이 세계의 지속가능성에 의미 있는 진전을 가져왔는가? 생물다양성 감소, 물 부족, 온실가스 배출량의 지속적인 증가 등 ‘지속불가능성(unsustainability)’의 징후는 곳곳에 있다. 저자는 환경 보호 운동이 부자들의 친환경 비즈니스(eco-business), 친환경 소비(eco-consumption) 등으로 변모했으며, 늘어나는 제품은 곧 늘어나는 기업 이익, 소비, 그리고 쓰레기를 의미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월드워치 연구소(Worldwatch Institute)의 에릭 아사도리언(Erik Assadourian)은 막다른 길에 다다른 지금의 환경 보호 운동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녹색 운동을 추구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6. 『지구의 반: 생명을 위한 우리 행성의 투쟁』
Edward O. Wilson, Half-Earth: Our Planet’s Fight for Life, Liverlight, 2016.
『지구의 반』은 생물다양성 위기가 단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진단하며, ‘지표의 반을 모두 자연에 맡기자’는 문제의 규모에 상응하는 대담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의 계획은 위험에 빠진 생물권을 구할 수 있는 달성 가능한 계획으로, 몸집이 큰 동물이나 주목받는 식물뿐 아니라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지만 쉽게 간과되는 수백만의 무척추동물과 미생물까지 고려한다. 한편 저자는 현재의 위기가 새로운 외래종의 도입이나 멸종된 종의 복제 등 인간의 공학과 기술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수정주의적 환경 운동가와 인간 중심주의자(anthropocenist)의 주장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7. 『나무의 숨겨진 삶: 그들이 느끼는 것, 그들이 소통하는 방법 — 비밀스러운 세계의 발견』
Peter Wohlleben · Tim Flannery, The Hidden Life of Trees: What They Feel, How They Communicate — Discoveries from a Secret World, Greystone Books, 2016.
식물은 사회적 존재인가? 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서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과 과학자 팀 플래너리(Tim Flannery)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며 숲은 하나의 사회연결망(social network)임을 확신한다. 볼레벤은 나무 부모는 자손과 함께 모여 살고 소통하며, 그들이 자라는 것을 돕고 아픈 자손과 양분을 나누며, 심지어는 곧 닥칠 위험에 대해 경고까지 한다는 놀라운 과학적 발견을 근거로 나무가 인간 가족과 매우 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나무의 복잡한 삶에 대해 알게 된다면 나무 숲 사이 산책은 이전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8. 『길고 긴 나무의 삶』
Fiona Stafford, The Long, Long Life of Trees, Yale University Press, 2016.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낭만 시(romantic poetry)를 연구하는 피오나 스태퍼드Fiona Stafford는 영감의 원천이자 자연의 동반자인 나무와 그들의 길고 긴 삶에 찬사를 보낸다. 스태퍼드는 서양물푸레나무, 사과나무, 소나무, 참나무, 사이프러스나무, 버드나무 등 흔히 볼 수 있는 열일곱 종의 나무를 꼼꼼하게 살핀다. 저자는 나무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들의 역사를 깊이 파고드는 한편 과거와 현재의 나무 사용, 수병과 환경적 위협, 그리고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나무의 잠재적 역할에 관해 이야기한다.
9. 『자연과 도시: 도시계획과 설계의 생태적 규범』
Frederick R. SteinerㆍGeorge F. ThompsonㆍArmando Carbonell eds., Nature and Cities: The Ecological Imperative in Urban Planning and Design, Lincoln Institute of Land Policy, 2016.
『자연과 도시』는 전 세계가 도시화되고 기후 변화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생태 기반의 도시계획과 설계가 필수적이며 ‘생태적으로 읽고 쓰는 능력(ecological literacy)’이 오늘날 도시계획과 설계를 하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 실린 17편의 에세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조경가, 건축가, 도시계획가들은 자연을 더 온전하게 도시로 끌어들이고 생태 정보를 다양한 규모, 커뮤니티, 지역에서의 실천과 연결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환경적, 공중 보건적 이점을 밝힌다. 이 책은 『생태적 설계와 계획(Ecological Design and Planning)』(Wiley, 1997)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0. 『로베르토 부를레 마르크스: 브라질리언 모더니스트』
Jens HoffmannㆍClaudia J. Nahson, Roberto Burle Marx: Brazilian Modernist, Jewish Museum, 2016.
뉴욕 유대인 박물관에서 브라질의 세계적인 조경가 로베르토 부를레 마르크스(Roberto Burle Marx)와 그의 작품에 대한 결정판을 내놓았다. 부를레 마르크스는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 각지에 2,000개가 넘는 정원을 설계한 최고의 조경가인 동시에 회화, 드로잉, 타일 모자이크, 직물 디자인, 조각, 그리고 무대 의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많은 작품을 남긴 예술가이기도 했다. 이 책은 부를레 마르크스가 생명을 불어넣은 그의 개인적인 공간부터 예술적 결과물까지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총망라한다.
11. 『도시 생태학을 향해: 스케이프 / 조경』
Kate Orff, Toward an Urban Ecology: SCAPE / Landscape Architecture, The Monacelli Press, 2016.
조경설계사무소 스케이프(SCAPE)를 이끌고 있는 케이트 오프(Kate Orff)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경관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시스템과 생태적 시스템을 연결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도시 생태학을 향해』는 논문이자 해설서이자 선언문이다. 환경적, 도시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낡은 태도를 버리고, 조경 설계와 도시계획을 행동주의(activism)의 한 형태로 새롭게 접근하여 진정한 도시 생태학을 구축하기 위한 실천의 통합(synthesis of practice)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스케이프의 여러 프로젝트와 엄선된 연구를 조명하고 회복성이 높고 포괄적인 건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전달한다.
12. 『장소, 봄, 통찰: 조경 에세이집』
John Dixon Hunt, Site, Sight, Insight: Essays on Landscape Architecture,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2016.
조경사학자 존 딕슨 헌트(John Dixon Hunt)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은퇴한 뒤 쓴 열두 편의 에세이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헌트는 기본적으로 장소(site)와 그것을 보는 법, 그리고 그 봄(looking)으로부터 얻는 것에 주목한다. 헌트는 우리가 장소를 인식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동시에, 정원과 경관에 대한 우리의 지적이고 미학적인 이해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장소가 우리에게 어떻게 감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묻는다. 저자와의 지적 여행을 통해 장소의 진정한 의미와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3. 『바이탈 리틀 플랜: 제인 제이콥스의 단편』
Jane Jacobs, Samuel ZippㆍNathan Storring eds., Vital Little Plans: The Short Works of Jane Jacobs, Random House, 2016.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도시 연구에 헌신했던 기자이자 사회운동가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Vintage Books, 1961) 등 다수의 저작을 통해 도시를 보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도시에 관한 국제적인 논의를 불러 일으켰다. 『바이탈 리틀 플랜』은 여태까지 흩어져 있던 40개의 글을 한 권에 모아 제이콥스가 평생 걸어온 자취에 대해 신선한 접근을 시도한다. 제이콥스의 대표적 저술뿐 아니라 주요 작업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세계화, 페미니즘, 그리고 공중 보건 등 생소하고 흥미로운 주제의 글을 에디터 새뮤얼 지프(Samuel Zipp)와 네이선 스토링(Nathan Storring)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읽어볼 수 있다.
14. 『워터 인프라스트럭처: 회복탄력적 시스템의 공평한 개발』
S. Bry SarteㆍMorana M. Stipisic, Water Infrastructure: Equitable Development of Resilient Systems, Columbia University, 2016.
UN 인간정주위원회(UN-Habitat)의 새로운 도시 정책의 일환으로, 브라이 사르트(S. Brye Sarte)와 모라나 스티피식(Morana M. Stipisic)은 셔우드 연구소(sherwood Institute)와 컬럼비아 대학교 어반 디자인 연구실과 함께 개발 도상국을 위한 회복탄력적인 그린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에 대한 훌륭한 가이드를 만들었다. 『워터인프라스트럭처』는 회복탄력적인 디자인을 이용해 물 기반 시설을 중요한 결합 조직이자 살아있는 시스템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도시 열섬 현상, 기반 시설 노후화, 수질 오염, 홍수 예방 등에 대한 스마트
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15. 『와일드 바이 디자인: 삶의 질을 높이는 경관을 위한 전략』
Margie Ruddick, Wild by Design: Strategies for Creating Life-Enhancing Landscapes, Island Press, 2016.
제멋대로인 야생이 창의적인 조경 디자인의 필수 요소가 될 수 있을까? 2013년도 쿠퍼 휴잇 내셔널 디자인 어워드(Cooper Hewitt National Design Award)의 수상자이자 야생 경관 운동을 이끄는 마지 루딕(Margie Ruddick)은 강력한 디자인 감각과 생태적 보존·복원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법을 설명한다. 루딕은 디자이너들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규칙과 조경 설계의 관습에서 비롯되는 제약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신에 저자는 예측불가능한 자연의 활력이 우리의 정원, 공원, 도시의 사랑받는 요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섯 가지의 창의적이고 유연한 전략을 실제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