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석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박형석 기자] “정원에서의 인문·자연·예술”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정원박람회 정원콘퍼런스가 지난 4일 꿈의숲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올어바웃플레이스의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이선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교수의 “식물(꽃)을 바라보는 시각-한국과 유럽” ▲최정심 계원예술대학교 전시디자인과 교수의 “생태적으로 순환하는 도시디자인” ▲홍보라 factory2 대표의 “connectedness: 서로 연결된 채 돌고 돌고 돌고” ▲소수빈 시각 예술가의 “현대 예술로 재구성한 식물의 세계”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이선 교수는 식물이나 꽃이 정원에서 절대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대표적인 요소로 과거 한국과 유럽 사이에 식물에 대한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선 교수에 따르면, 서양은 고대부터 식물을 구분 짓고 분류하며, 그 모습과 형태를 세밀히 기록했다. 17~18세기에 식물학이 두 가지의 방향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식물생리학과 식물분류학이다.
식물생리학에서는 17세기 후반 독일의 철학자이자 식물학자 카메라리우스라는 암술과 수술의 실험을 통해 식물도 동물과 같이 암꽃과 수꽃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당시 이러한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었으며, 17세기에 이미 유럽은 식물생리학이 발달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이선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이창복 작가의 대한식물도감이 지난 2006년도에 발권이 됐는데, 이는 린네의 ‘자연의 체계’와 흡사하다”며 “유럽은 18세기에 이미 현대 시대에 맞는 중요한 내용이 완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선 교수는 조선과 유럽의 동시대 식물 문화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조선의 식물 관련 중요한 서적인 15세기 양화소록부터 19세기 초 임원경제지를 통해 설명했다.
조선은 집안이나 별서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식물을 집중적으로 기르는 유럽과 달리 자연 그대로에 관심이 많고, 외형적 특징을 보고 즐기며 수집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즉, ‘현대 식물학’ 개념의 관심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한 그 시대 그림을 통해, 조선은 수평적이며 전체적인 풍경과 관계를 중시했고, 유럽은 수직적이며 부분과 규칙을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이선 교수는 “조선은 식물의 형태나 생태를 해석하고, 그것에 기초해 상징성을 부여하는 경향”이며 “반면 유럽은 식물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세밀하게 관찰하고 연구해 식물을 분석적 대상으로 관찰했다”고 말했다.
유럽인들은 자연물을 마당에 끌어들이고자 노력하는 반면, 조선은 가시적 풍경을 끌어들이고자 노력했기에 터 잡기를 중요시 여겼다.
이에 대해 이선 교수는 “조선은 자연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열린 공간 방식이고, 유럽은 자연에 대해 통제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대상물을 중요시하는 닫힌 공간 방식이다”라며, “우리 조상들은 사물에 집착하는 ‘완물상지’가 아닌 그 속에 숨겨진 무궁한 이치를 깨닫고자 하는 ‘격물치지’ 사상을 표현한 것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최정심 교수는 ‘생태적으로 순환하는 도시디자인’이라는 주제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지 또한 우리가 지구의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발표했다.
최 교수는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밀레니엄 비건’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비건’은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선택하고 가죽을 쓰지 않는 의류나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을 사용하는 등 동물성 제품의 사용을 지양하는 생활방식과 가치관이다.
‘밀레니엄 비건’은 음식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의류나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도 재활용 쓰레기를 활용해 옷을 만들거나 기계들을 만든다. 또한 자동차 정비소 같은 폐공장을 정원으로 만들어 버려진 공간과 물건을 통해 친환경 정원을 조성한다.
최정심 교수는 자신도 지구온난화를 줄이고자 운영하는 ‘미래마을 상상전’을 통해 ‘마일리지 제로 정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마일리지 제로 정원’은 점, 선, 면 중에서 점에 해당된다. 그녀는 “가장 먼저 점이 되는 곳이 국가적인 측면에선 마을이라 생각해 마을이라는 점을 연구주제로 택했다”고 말했다.
‘미래마을 상상전’은 마을에서 사소하게 사용되는 소비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지난 2018년부터 학생들과 함께 환경을 해치고 있는 문제와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인 ‘미래마을 솔루션 전시회’를 개최해 진행하고 있다.
최정심 교수는 ‘금토동 마을정원 조성사업’에 ‘미래마을 솔루션’을 도입시켰다. 금토동 마을정원 조성 지원사업은 1억5000만 원으로 진행됐으며, 올해 정원 조성을 완료했고, 오는 2023년에 정원 유지관리를 위해 마을정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미래마을 솔루션’을 도입한 금토동에는 ‘우리정원’, ‘종자정원’, ‘금토마을 정원학교’가 생기면서 불법 적재물과 무분별한 주차 등의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고, 주변 판교 테크노벨리 산업단지와 가까워 직장인들에게 산책로를 제공해 방문객 수가 늘었다.
최정심 교수는 “점으로 이어지는 마을정원의 유기적인 확장 활동은 가장 생태적인 디자인의 방법론이다”라며 발표를 마쳤다.
다음은 홍보라 factory2 대표가 ‘connectedness: 서로 연결된 채 돌고 돌고 돌고’라는 주제로 에콜로지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통해 DMZ의 동식물 아카이브로서의 ‘온실’, 재료의 재활용, 지혜와 지식의 순환에 대해 발표했다.
에콜로지 아카이빙 프로젝트는 온실을 궂은 날씨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며 식자재를 생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오랜 노력과 지혜의 일환으로, 식물들의 보호구역이자 피난처로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한 이상적 세계를 상징한다.
이어 익명의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할 수 있는 행동 유도 장치인 퍼블릭 퍼니처 작품인 ‘커뮤니티 테이블’에 대해 설명했다. ‘커뮤니티 테이블’은 지역의 폐자재를 활용해 목재, 유리, 기와 등의 재료를 리사이클링하고, 그 재료를 통해 커뮤니티 테이블 설치와 건축물을 짓는다.
마지막은 ‘슬로우 푸드 치킨’이 주제였으며, 이는 ‘음식’을 새로운 소통과 관계 맺음의 수단으로 선택한 예술가, 활동가, 요리사와 함께 요리와 토크, 나눔의 경험을 제공해 주며, 라운드 테이블 프로그램과 워크숍, 렉쳐 퍼포먼스 등 생산과 나눔, 소비를 총체적 경험하게 해준다. ‘슬로우 푸드 치킨’은 도시를 움직이게 하는 동시대의 음식 문화와 활동 주체들에 주목해 음식에 담긴 시간성, 공간성을 제고한다.
홍보라 대표는 “굉장히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과연 될까 싶었던 것들이 완성돼가면서 이제는 어떻게 지속가능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소수빈 작가는 ‘현대 예술로 재구성한 식물의 세계’를 주제로 식물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생명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식물 실험’에 관해 발표했다.
소수빈 작가는 주로 자연의 순환 구조 안에서 식물체가 가지는 증식·분열·반복의 과정을 식물 형태와 패턴을 통해 연구하고, 식물 이미지 조합을 기초로 다양한 환경적 모습을 중심으로 실험했다.
소 작가는 그동안 식물도감부터 시작해 중세 필사본이나 아르누보 양식과 같은 다양한 식물 무늬의 패턴화, 그리고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기적 형태 등의 조형적 부분과 더불어, 역사 속에서 인간의 문화에 영향을 끼쳐온 식물의 사회사적 의미까지를 연구하고 작품의 소재로 적용시켜왔다. 그녀는 식물의 외형을 회화로 재현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식물학자의 자문을 얻고 다양한 품종을 직접 배양하면서 관찰된 생장 과정을 작품으로 구현해왔다.
이번 토론회 주제인 ‘신-생태계’는 현 인류에 사는 식물이 기본적 능력보다 기계와의 결합을 통해 확장된 능력을 갖춘 존재로 작품 안에서 변한다. 미래의 생명과 기술의 결합으로 현 생명체보다 앞선 형태로 상상되는 진화한 생명체로, 생태학적인 진화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 기술을 접목한 진화로 인공적 변이가 일어난 형태를 보여준다.
소 작가의 작품 중 ‘비비시스템’은 자연 그대로 태어난 것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서로 비슷한 생명과 유사한 모양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환경에서 인공의 것과 자연 그대로의 것들이 섞여 공존해 살아가는 시스템을 식물로 보여주고 있다.
소 작가는 비비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며 “비비시스템의 검은 판은 지구를 뜻하고 그 검은 판 안에 가짜 식물과 실제 식물이 섞여 검은 판 위에서 모양을 바꿔가며 사람이 그림에 다가오면 모양을 바꿔가며 다른 그림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소수빈 작가는 아이들에게 말하길 “아가야, 정원이란 네가 생각하고 네가 무엇을 넣든 네가 원하는 것을 만들면 그게 정원이야”라고 말해준다며 “정원은 틀이 없다”고 말했다.
오픈토크에는 특별게스트로 온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 최재혁 오프니스 스튜디오 대표가 참여했으며, 사회자는 권진욱 영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이번 오픈토크는 ‘정원에서의 인문·자연·예술 중 정원에서 어떤 것을 강조하고 싶은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최신현 대표는 인문·자연·예술은 전부 중요하지만 인문적인 측면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그는 “최초의 정원은 성경에 있는 에덴동산 정원이라 생각한다”며 “에덴동산이 의미 있는 이유는 사람이 존재해서 자연이나 정원의 가치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재혁 대표 또한 인문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정원에 있어 예술적인 미적 감각이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공간, 생활, 사람과 사람간의 교류 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