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혁 단국대학교 통신원 ([email protected])
[단국대학교 = 배재혁 통신원] 자연환경조사업과 관련된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업 신설과 관련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30일 서울시 중구 성공회빌딩 본관 2층에 위치한 상연재 컨퍼런스룸 9에서 ‘자연환경조사업 신설과 전문영역’을 주제로 ‘자연환경 복원·조사업 연구 포럼’ 두 번째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포럼은 생태조사 업무와 관련된 환경부 및 산하기관 관계자 및 민간 종사자들이 한데 모여 자연환경조사업의 신설 필요성을 제고하고 현재 인력 및 법령 실태를 분석하며, 선진적 조사업 체계를 갖춘 일본의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소통의 장으로서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흥락 생태계조사평가협회 회장이 ‘자연환경조사업 신설 필요성’ ▲이재석 한국생태학회 감사가 ‘일본의 환경영향평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학과 교수의 사회로 ▲채희영 국립공원연구원 연구기획부 부원장 ▲최태봉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 ▲차진열 국립생태원 생태연구조사실장 ▲양금철 공주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유재상 생태계조사평가협회 이사가 토론을 펼쳤다.
자연환경조사업 신설 필요성
기후변화와 인간활동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육상동물 다양성이 약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연환경조사업 분야는 이와 같은 지구환경 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출현했다. 선진국은 이미 국가뿐만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자연환경조사체계를 확립해 비용 대비 합리적인 조사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고, 시민들 스스로의 생물다양성, 생태계서비스 및 자연환경자원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국가 차원에서 자연환경 보전지역을 확대하고, 자연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고려해 단순한 보전과 규제 중심이 아닌 자연혜택의 지속적 이용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왔다. 하지만 기존에 이뤄진 자연환경조사의 경우 정확한 정보 제공이 미흡했고, 이로 인해 전문성 및 신뢰도가 저하되는 것은 물론 정책의 불확실성이 증가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기존 생태계 전문 조사자의 노령화와 신규 조사업 전문인력 확보의 부족 현상이 일어나 조사업 전반에 대한 악순환적 구조가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이에 정흥락 회장은 발표를 통해 “‘제3차 자연환경보전기본계획(2016~2025)’에서 국내 자연환경 보호지역을 12.6%에서 국제수준인 17%까지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보호지역 발굴·등록, 유형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자연생태계의 구조·기능 고려 및 다양한 생태계 보전 및 복원 사업을 활성화를 통한 ‘자연환경보전정책의 변화’를 유도하고 ▲민간인 대상 생태적 가치평가, 생물자원 조사발굴, 생태콘텐츠 개발을 통해 ‘자연환경보전 조사 및 기술기반 선진화’를 이끌어내야 하며 ▲국토-환경계획의 연계와 환경영향평가제도 선진화를 통한 ‘자연환경보전 협력강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회장에 따르면 현행 자연환경조사 사업은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가 먼저 지적한 문제는 바로 ‘개별법에 의한 조사시행으로 인한 조사인력운영의 한계’다.
기존 자연환경조사 사업이 크게는 자연환경보전법으로 규정돼 있으나, 세부 시행은 각 관련기관 및 부처에서 제정한 하위법에 따라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부 산하기관 내 전문조사인력만으로는 전국단위 조사에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연구원의 현장조사업무 가중으로 인해 조사결과 분석, 정책대안 제시 등 연구능률의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 회장이 도출한 문제점은 ‘조사결과의 질적 신뢰성에 대한 우려’다. 전국단위 조사의 경우 앞서 말한 전문 인력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 연구자가 함께 참여하는데, 이는 연구자 개인의 전문성에 따라 조사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현재로서는 민간 연구자의 결과보고서에 대한 법적 책임이 존재하지 않아 조사 자료의 신빙성이 크게 떨어지는 실태다. 여기에 더해 자연환경조사 업무의 직업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신규 인력의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기존 인력의 노령화와 업무가중, 기술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환경조사업 신설은 ▲생물자원 보전을 위한 자연환경정책 수립과 신규 인재양성 ▲시장규모의 확대와 원활한 용역수행을 통한 안정적 일자리 확보 ▲생물자원 발굴의 첨단화와 생물주권 국제경쟁력 강화 ▲제3차 자연환경보전기본계획(2016-2025)에 따른 자연환경조사 관련 사업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임을 정 회장은 역설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정부나 공공기관 중심의 배타적, 산발적인 조사업무에서 벗어나 예측가능성을 확립하고, 정부조사와 민간조사를 이원적으로 운영하여 조사인력의 전문화와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회장은 “토목, 건축 등의 생활환경 사업이 속한 ‘제 1종 환경영향평가업’보다 하위에 위치한 자연환경 위주의 ‘제2종 환경영향평가업’의 명칭을 ‘자연생태조사업’으로 변경하고자 했으나, 환경부 환경영향평가법 법리상 명칭 변경이 어려워 현재 자연환경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자연환경보전법’ 안에 ‘자연환경조사업’ 신설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환경영향평가
이재석 감사는 “일본은 이미 자연환경조사 업무에 있어서 국가와 지자체, 민간 업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선진 체계를 확립했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 감사에 따르면 일본은 생물자원에 대한 시민 인식이 높은 편이며, 주민들 스스로가 거주지에 대한 생태 지도 및 관리방법이 명시된 ‘배려서’를 제작해 두고 있다. 사업주는 이러한 지역별 자료를 모아 현지 조사 대상,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하여 ‘조사방법서’를 작성하고, 조사 컨설턴트 업체를 통해 현지 조사를 실시한다.
조사 이후에는 문화재보호법(천연기념물), 종 보존법, 자연공원법(지정식물), 각 현 조례, Red list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조치 생물종이나 군집을 선정하고, 이들의 위치를 확인하여 사업 범위를 지정한다. 이후 사업주는 조사 컨설턴트와 함께 영향 예측 및 보전 조치의 검토 및 평가 내용이 포함된 ‘준비서’를 작성하고, 국가 및 지자체로부터 심사를 받는다. 그리고 지자체장 및 환경대사로부터 자문을 받은 뒤, 준비서의 내용을 수정하여 최종 보고서인 ‘평가서’를 완성한다.
또한 일본은 동·식물 조사 시 우리나라처럼 획일화된 평가 방법과 범위를 설정하지 않고, 조사 대상의 특성 및 환경에 따라 평가 방법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이 감사는 설명했다.
대개는 표준 조사 대상 분류군으로 지정된 동물과 식물, 생태계를 세밀하게 조사하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지자체가 정리한 Red data book에 게재된 멸종위기 분류군 조사를 추가적으로 실시한다. 조사 범위나 지점 수는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대체로 환경이 다양할수록 조사 지점을 늘려야 하며 일부 사업종의 경우 별도로 지정된 범위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조사는 계절별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나, 매 계절별로 모든 분류군을 조사하는 것이 아닌 분류군별로 특정 조사 시기를 설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동·식물상 조사 참여 인원은 크게 생물분류기술검정(1급, 2급)을 통한 ‘조사 기술 자격’이나 기술사, 환경영향평가사, 비오톱관리사 등의 ‘조사 관련 자격’ 중 최소 1개 이상의 자격을 취득해야 하며, 영향평가협회가 지정한 필요 인원수와 요구 수량에 따라 배치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보수는 ‘일본 국토교통성 설계 업무 위탁 등 기술자 단가’ 기준에 의해 일괄적으로 지급된다.
이러한 점을 종합했을 때 “일본의 자연환경조사 업무는 단순히 종의 유무를 판별하는 것이 아닌, 종이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태환경 조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이 감사의 설명이다.
또한 “불규칙적인 조사로 임시직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와 달리, 철저한 사업 계획 수립과 검증을 바탕으로 한 일본 조사업무 종사자는 노력하는 만큼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직업적 안정성이 확보된 상태다”며 “이러한 사례를 우리나라에 곧 신설되는 자연환경조사업에 적용시킨다면 큰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사업, 복원업과 별도 신설 필요한가?”
토론에서 채희영 부원장은 “대한민국 환경생태조사의 중대한 한계는 조사 과정에서 ‘멸종위기종과 희귀종이 누락되는 것’이며, 이러한 종들이 출현 시 별도의 프로젝트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서식지의 기능 및 보조적인 면 등 생태적 관점을 포용할 수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1개 국립공원 생태조사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 70명인데, 최근의 전문인력 부족 현실을 감안했을 때 전국에 존재하는 약 80개의 국립·도립·군립 보호구역에 대한 생태조사 인력 충원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 국립환경인력개발원을 활용해 조사업무 전문인력을 확충하거나, 국립공원연구원 자체 생태조사 전문대학원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최태봉 연구관은 “국립환경인력개발원을 활용한 조사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타 연구관 및 담당자, 국가기관 설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데, 자연환경조사업에서 담당하는 도시생태대상지, 하천복원, 해양생태계복원 조사업무가 지나치게 방대하고 추상적이라는 문제가 있다”며 “자연환경 업무가 포함된 2종 환경영향평가업이 1종과의 예속 관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지위와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학부과정 및 석·박사 과정에 걸친 조사업 신규 인력 확보를 유도해야만 자연환경조사업을 둘러싼 의문과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차진열 실장은 “‘자연환경조사업’과 ‘자연생태조사업’은 엄연히 다른 개념의 용어로서 용어에 대한 정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실장은 “‘자연환경조사업’은 1종 환경영향평가업이 어느 정도 포함된 데 반해, ‘자연생태조사업’은 순수하게 2종 위주의 생태계조사업만으로 이루어진 개념으로 자연 생태계 조사를 주 업무로 삼는 ‘생태계 조사업’ 직종은 별도로 특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종 환경영향평가업의 ‘자연환경조사업’ 명칭 변경이 불가하므로 ‘자연환경보전법’ 내 ‘자연환경조사업’ 업역을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이미 해당 법령 46조와 55조에서 조사업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연환경보전대행자’에 대한 정의가 존재해 법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조사업’이라는 용어를 ‘자연환경보전법’이 아닌 생태계 조사에 대한 부가적 정의를 필요로 하는 ‘환경산업지원법’에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양금철 교수는 “자연환경조사업 신규 인력 확충을 위한 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며 “학부 과정에서부터 생태학 과목을 개설하고 조사업에 대한 훈련을 받는다면 생태 조사에 뜻을 품는 신규 전문인력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한 “최근 하도 및 산사태 등 자연재해 복구 업무를 위한 ‘방제직’ 공무원이 창설된 것처럼, 중앙부처 조직 내에 ‘생태직’ 직종을 신설한다면 그동안 여타 환경부 주관 업무의 하청 개념으로 존재했던 생태 조사가 하나의 특화된 직렬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재상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 내에서 생태계조사업무에 조사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은 ‘생물분류기사’와 ‘자연생태복원기사’의 2가지가 있으나, 지금 이 자리에서 다루는 생태계 조사를 위해서는 ‘생물분류기사’ 자격 보유자 증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년에 3번 실시하고 조사업 및 토목, 설계 등 다양한 직종으로 진출 가능해 응시생이 많은 ‘자연생태복원기사’ 시험에 비해, ‘생물분류기사’ 시험의 경우 진출가능한 직종이 생태계조사평가협회가 유일한 탓에 응시자 수가 감소해 1년에 1번밖에 시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생태계 조사가 원활히 이루어지는지를 보는 조사업자의 본래 역할이 변질되어, 일반 환경 정비 및 복원사업 내 하청업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며 “조사업과 복원업을 서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동일한 직종으로 신설되어야 각 업종 간의 불합리한 관계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직군을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