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렬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전략계획과 주무관 ([email protected])
최근, 용산기지 활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와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Status of Forces Agreement) 합동위원회를 통해 주한미군에게 공여한 부지 중 일부 미군기지 반환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용산기지 이전협정(UA/IA) 체결이 2004년 12월에 되었으니, 협정 체결 후 만 16년이 지나 첫 용산기지 반환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반환받은 주한미군기지는 전국 12곳 중 서울 용산지역의 미군기지는 캠프 킴과 용산기지 일부가 포함되어 있었다.
용산기지 반환 소식이 발표되자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미군기지 내 공간 및 시설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야구 관계자 및 단체들은 미군기지 내 야구장을 철거를 반대했다. 기존 시설을 그대로 두고 국내 야구인들이 활용하자며,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스포츠 시설 활용에 이어 이슈가 된 것은 故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온 미술품을 전시하는 ‘이건희 컬렉션(흔히 이건희 미술관으로 통칭되고 있음)’이었다. 인천광역시,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를 비롯한 경기도 용인시와 수원시, 경상남도 의령군 등의 전국 10여 곳의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지역 의회 의원들은 본인들의 지역에 유치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그중 용산공원 조성지구 내인 용산가족공원 부지와 한미연합사령부 건물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포함된다.
용산기지 반환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고, 용산기지 활용 방안에 대해 어떤 내용이든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용산 미군기지의 현황과 남겨진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용산기지 반환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공원화 사업을 차근차근 진척시켜 나가기 위해 먼저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무엇이 있는지 먼저 알고 활용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매체가 없다 보니 여태껏 용산기지 반환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용산 미군기지를 활용한 다양한 의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금방 잠잠해지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왔다. 본 원고에서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의한 공원 조성지구인 ‘본체부지’로 한정되는 지역 중 이제 겨우 2% 정도의 부지가 반환되었다는 것을 언급하며, 용산공원 조성지역을 일컫는 ‘본체부지’는 어떤 곳인 소개하고자 한다.
‘용산기지 본체부지’ & ‘용산공원 조성지구’ 용어 이해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하 용산공원 특별법)을 접해보지 않았다면, 용산부지 중 ‘본체부지’라는 용어는 생소할 수 있다. ‘용산공원 특별법 제3조’에서 정의하고 있는 용어를 살펴보자.
지도를 펼쳐놓고 ‘용산공원 특별법’에 있는 용어 정의에 따라 본체부지와 주변 산재부지를 한번 구분을 해볼 수 있겠는가. 용산미군기지를 본체부지와 주변산재부지로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한강대로와 녹사평대로에 의해 분리가 되는 지역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위 왼쪽에 있는 서울도시계획포털 지도에서 초록색으로 표기된 지역이 현재 주한미군에게 공여된 용산미군기지 ‘본체부지’와 국방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부지다. 오른쪽 이미지에서는 초록색으로 표시가 된 지역은 ‘용산공원 특별법 제3조제4항 가목’에서 정의에 의한 구역이다. 용산미군기지 ‘본체부지’와 공원 조성에 필요한 인접부지로 ‘국립중앙박물관 부지’, ‘전쟁기념관 부지’, ‘옛 방위사업청과 군인아파트 부지’가 포함된 것이다. 참고로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전쟁기념관 부지+옛 방위사업청과 군인아파트 부지’는 2020년 용산공원 조성지구로 편입됐다.
본체부지(초록색 표시 지역) 외에 주변에 노란색으로 광범위하게 표기된 지역은 용산공원 주변지역으로 서울시가 용산공원과 접한 주변 도시지역 관리 책임이 있는 범위를 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 주황색으로 표기된 곳이 ‘주변산재부지’라는 곳인데, 흔히 유엔사·캠프킴·수송부 부지라고 일컫는 곳으로 미군기지 이전과 함께 시설 폐쇄와 부지 반환,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위한 재원조달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용산기지 첫 반환대상지는 어떤 곳인가
‘용산공원조성지구’ 중 2020년 12월에 반환된 용산기지 본체부지는 과연 어떤 곳일까. 발표된 지역은 용산기지 사우스포스트(용산기지 남쪽지역)에 있는 소프트볼 경기장과 스포츠 필드다. 두 곳 모두 역사·문화적 가치 검토나 군사적 의미를 가진 시설물은 없다.
먼저 소프트볼 경기장은 1980년대 주한미군이 용산기지 일부 부지를 우리 정부로 반환하고 대한주택공사(현 LH 전신)가 미군 숙소 아파트를 설계·시공하여 미군 장교숙소로 임대한 아파트 단지 내 있는 시설 부지이다. 흔히 ‘용산기지 장교숙소 5단지’로 일컫는 곳이다. 2019년에 미군 사용 만료 후 폐쇄되어 있던 곳을 2020년 8월,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은 용산공원 개방부지로 대국민 개방했다. 그 당시, 소프트볼 경기장 부지는 반환되지 못해 펜스를 새롭게 설치하여 시야를 차단한 점이 매우 아쉬웠다.
반환 부지중 두 번째 ‘스포츠필드’는 1980년대까지 미8군 골프장으로 운영되었던 국립중앙박물관 부지 북측에 접해있는 부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야구장, 잔디마당, 야외 골프장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일단의 오픈스페이스다.
용산기지 본체부지의 시대별 변화
1950년 발발한 6.25전쟁에는 유엔군과 주한미군의 참전 속에서 3년간 지속되었다. 1953년 7월 판문점에서 북한군-중국군-미군은 정전협정이 체결하였고, 동년 10월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미국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미국이 한국에 군대를 지속적으로 주둔하게 된 근거가 되었고, 서울지역 내 용산지역을 비롯한 인천시 부평, 경기도 의정부, 동두천, 파주 등 전국 각지에 주한미군기지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래 지도는 6.25전쟁 후 파괴되었던 기지를 미군에 의해 다시 재건되고 난 뒤 작성된 지도이다. 이는 1950년대 후반 용산기지 내 건물 현황을 잘 알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아래 지도는 서울시가지 전체를 담고 있는 지도 있는데, 본 원고에 소개한 부분은 용산미군기지 일대만 게시한 것이다. 서울 주요 도로망이 붉은색 선으로 표기되어 있고, 이 도로·철도망으로 연결되는 용산기지 내 시설군들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리고 용산기지 내 명칭으로 ‘코이너 캠프(CAMP COINER)’, ‘용산북기지(YONGSAN NORTH POST)’, ‘용산남기지(YONGSAN SOUTH POST)’를 비롯하여 주변에 사격장, 한남동 ‘니블로 배럭스’의 명칭도 확인된다. 용산기지와 접하고 있는 유엔사·캠프킴·수송부 명칭은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부지 내 어떤 시설물이 있었는지 잘 알 수 있게 표기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용산기지 ‘본체부지’, 하나의 도시였다
용산미군기지의 면적은 여의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용산기지를 방문하게 되면, 군사 지역이라는 느낌보다 미국 교외 지역의 작은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인상이 든다. 주거지역, 그리고 업무지역과 연결되는 도로를 사이에는 커뮤니티 시설과 각종 기반시설들이 눈에 띈다. 필자가 용산기지를 처음 출입했던 2013년에 비해 지금은 많은 인원들이 평택으로 이전하여 유령도시 같은 느낌마저 든다.
앞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 곳은 한미연합사령부와 용산기지사령부(용산기지 내 시설 관리 책임 역할 등 수행), 미대사관 직원 숙소 단지이다. 한반도 안보 및 한·미 동맹, 외교적 관계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주요 시설만 남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부의 관계 기관장, 정치계 인사들은 대외적 발표된 시간표대로 이전과 기지 내 시설 폐쇄 및 반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왜냐?! 용산기지에 남아 있는 시설들은 정치적 역학 속에서 잔류 시간이 결정되는 시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 사회에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이 온전한 용산기지 반환 숙제를 풀어내겠다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용산미군기지는 또 다시 우리 사회의 혼란을 양상시키는 블랙홀이자 서울 한가운데 폐허도시로 남겨지게 될 것이다.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본체부지’
용산미군기지 반환이 이제야 시작되었다. 우리 국민들이 300만㎡에 이르는 용산공원 조성지구를 마음껏 뛰고,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문제제기 하고 있는 환경오염 정화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일제강점기 이 땅을 침탈했던 일본군 병영 시설을 어떻게 남기고 활용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또한, 향후 용산공원 조성 과정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동안 폐쇄된 상태로 남겨지게 될 시설을 관리해 나갈 것인지도 숙제다.
서울 용산지역 내 주한미군이 사용한 부지중 “본체부지”와 그 인접부지까지 포함하여 결정된 “용산공원조성지구”에 대한 많은 숙제는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의 과제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 전체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용산미군기지 “본체부지”를 군사, 도시, 건축, 역사, 문화 등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이 땅에 남겨진 인문적 요소를 천천히 해석해나가야 한다.
끝으로. 2006년 8월 2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이 있었다. 그날 용산공원 조성이 나가야 할 방향과 미래를 담은 故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를 새겨보자.
‘용산이 정말 우리 품으로 돌아오는 구나‘ 실감이 납니다. 이곳 용산은 아픈 역사를 가진 땅입니다. 일본군이 이 땅을 강점하면서 제국주의 침략과 지배의 전진기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여 우리의 국방을 기대어 왔던 땅입니다.
… 중략 …
방향을 잘 잡고, 지켜야 할 원칙들은 분명하게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계획단계부터 실행과정까지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서둘러 완결하려고 해서도 안 것입니다.
… 중략 …
용산공원은 지금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들에게도 소중한 자산입니다. 긴 시야를 가지고 푸르고 넓게 활용하면서 차근차근 완성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