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대구시의 젖줄과 같은 신천이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하천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신천개발 기본계획의 골격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아울러 조경부서 및 조경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생물다양성, 대구만의 지역 특색 살리기 등에 나서야 한다는 시민과 전문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구시와 한국조경학회 영남지회가 주최하고, 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가 주관한 ‘제2회 대구광역시 공원녹지포럼’이 20일 대구 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신천개발 기본계획을 기본계획, 식생, 경관, 관리, 사례 등 5개 분야에서 근본적으로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발표는 연구용역을 수행한 도화엔지니어링의 우한식 이사가 ‘신천개발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내용을 설명하고 ▲김용식 영남대학교 조경학과 명예교수가 ‘생태학적 관점에서 본 신천’(식생) ▲이정웅 푸른대구가꾸기시민모임 이사가 ‘신천 숲 조성과 관리’(관리) ▲이제화 코리아랜드스케이프 소장이 ‘송평천 생태하천 경관개선사업’(사례) ▲정태열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신천의 새로운 풍경에 대하여’(경관)를 주제로 진행했다.
종합토론회에는 김수봉 한국조경학회 영남지회장을 좌장으로 ▲남정문 대구시 공원녹지과장 ▲남희철 대구시 도시기반총괄과장 ▲이상원 대구경북습지보전회 회장 ▲이경애 대구시의원 ▲이흡 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장 ▲이동관 매일신문 편집부국장 ▲최고현 MBC 보도국장 ▲정해준 계명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한 정태열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신천개발 기본계획은 한강르네상스와 비슷하다. 연구에 따르면 한강르네상스계획으로 만든 특화시설은 시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강은 이제 자연성을 어떻게 회복하는지를 고민하는 단계로 나갔는데, 서울에서 실패한 과거의 것 특히 그중에서도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요소들이 집약된 것이 신천개발 기본계획”이라며 골격부터 잘못된 계획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천개발 기본계획은 대구 중심을 가로지르는 신천을 2025년까지 1660억 원을 투입해 생태‧문화‧관광 자원화하기 위한 것으로 ▲생태용량 확장 ▲역사‧문화 공간 조성 ▲활력 있는 수변 공간 ▲스마트 신천의 네 가지 추진전략에 따라 21개 사업을 담고 있다.
정 교수는 대구 10경의 하나로 꼽히는 낙조 포인트에 시설물 중심 계획이 돼 있고, 구조물 자체가 흉물에 가까운 교량하부 경관을 네온사인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하천에 물이 많음에도 접근이 불가능하고 조망하기가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나아지는 것이 없는 상태로, 주변에 공원, 수로, 공룡발자국을 만든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특히 신천 하류에 습지가 있는데 가장 인공적인 곳에 신천논둠벙습지를 만드는 등 하천의 특징과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요소를 배치한 것과 수달이 많이 발견되는 곳과 다른 곳에 수달의 서식처를 만드는 계획 등 이날 포럼만으로 신천개발 기본계획의 문제점을 전부 언급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하천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가 저마다 다르다. 하천 이미지에 대한 공유된 지점이 필요하고, 지속가능성, 자연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미래로 나갈 수 없다”며 신천개발 기본계획이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오게 하려면 ▲순도(자연성)를 높이자 ▲도시와 관계성을 높이자 ▲대구만의 색을 입히자 ▲신천만의 먹거리를 즐기자 ▲하천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남희철 과장은 토론에서 “신천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2~3급수밖에 안 되기 때문에 생태용량 확장이 가장 핵심이다. 유량이 확보돼야 다음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다. 신천 프로젝트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추진해 온 사업이다. 이후 사업들은 다양한 전문가의 타당성 조사 후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이번 포럼의 토론 및 발표자 의견을 반영하고 시행할 때는 의견을 한 번 더 듣고 검증을 한 이후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기본계획은 골격을 만드는 것이다. 골격을 만들고 실시설계에선 화장만 바뀐다. 기본계획에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지적되는 문제들에 대해 확정되지 않은 기본계획일 뿐이고 후에 전문가 의견을 받아서 바꾼다고 하는 것은 결국 뒤로 미루는 것일 뿐이다”며 전체 계획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신천개발, 생물다양성 고민 부족하다”
김용식 교수는 “신천개발 기본계획이 식생을 설명하면서 초본류 혼생초지, 하천변 산림지역, 하상정비지역이란 비식생 용어를 쓰고 있다. 또한 하천생태계 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실제 계획에 직·간접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미흡한 실정이다”며 기초데이터를 다시 한 번 정리해서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하천은 생물다양성, 치수와 이수, 시민의 위락이 균형을 이뤄야 하며, 생물다양성은 그 기초가 된다. 하지만 신천개발 기본계획은 치수와 이수, 시민의 위락을 먼저 생각하고 생물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며 세 가지 요소 사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구를 비롯한 전국의 하천 개발계획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으로 ▲하천에 대한 기초자료 데이터베이스화 ▲생태계서비스 관점에서 우선순위 정하는 것 ▲정부 가이드라인보다 더 나은 계획 수립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제화 소장은 자연순환적 관리가 가능한 지속가능한 하천 조성을 위해 자연하천의 형태를 목표로 선정하고, 인간의 접근을 산책, 감상, 자연관찰 등 정적레이크레이션으로 제한할 것을 권했다.
자연하천의 형태로는 ▲하천의 수심의 깊이가 다르다 ▲다양한 소와 여울이 공존 ▲경관성이 다양하고 부드럽다 ▲하천구간 내에서 물의 흐름이 모래톱과 자갈톱 등으로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흐른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한 이 소장은 “해당 하천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상으로 계획해 수중생물 등과 같은 하천 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서식처 이동통로를 조성하고, 하천 수변의 식생과 하천경관의 보전 및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천개발에 대한 10가지 제언으로 ▲어떤 생물이 살 수 있는 생육환경 설정 ▲사계절 변화성이 풍부한 경관 연출 ▲인공적 경관이 아닌 자연성이 높은 하천경관 형성 ▲자동차 소음 차단 ▲하천 내에서 인공구조물이 투사되지 않도록 최대한 거수목 식재 ▲도시생태하천으로서 깃대종 설정 ▲고수부지에 수서곤충이 살 수 있는 실개천 필요 ▲하천으로의 접근성 향상 ▲하천변으로 도로공간을 녹지공간으로 전환 등을 들었다.
이상원 회장은 “신천 유수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팔공산과 앞의 산들을 잇는 생태연결통로를 만들어 숲의 벨트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개발계획 시 지역에 있던 종을 도입하고, 보기 좋고 아름다운 것을 도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조경부서와 협력해 시민 위한 균형 개발 모색해 달라”
이동관 국장은 “신천개발에 있어서 거대한 방해요소가 되는 신천 동로와 대로는 대구 전체 교통의 남북을 잇는 중요한 구조다. 충돌하는 자연과 인공, 개발과 보존의 욕구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드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며 “토목과 건설에만 주안점을 두고 주변 환경 정비와 조경, 시설 보완 등에 소홀하면 두 번 일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예산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조경이 건축이나 토목의 가장자리로 밀려나면 소프트웨어 부실로 하드웨어까지 망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경애 의원은 “바람길이 막혀 발생되는 폭염대책도 계획 단계에 반영돼야 한다. 저출산시대 어린이들이 타 도시 부럽지 않은 공공 물놀이를 통해 폭염을 이기고 추억을 만드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천변에 나무를 많이 심으면 환경과 국민건강 두 가지를 챙길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천개발을 주관하는 도시기반총괄 부서는 하천법에 의해 나무를 심을 수 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조경 관련 부서와 협업해서 적극적인 방법을 연구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구만의 특색을 보여 달라”
정해준 교수는 “껍질만 화려한 개발공사로 생태적 본질이 왜곡되고, 시민의 삶과 문화적 맥락마저 결여된 판에 찍듯 일률적으로 조성된 도시하천을 답습하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며 “신천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물론 신천변의 시설물 하나에도 대구의 특성이 드러나도록 역사 문화를 찾아내는 장소성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천개발사업과 기존 도시재생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실천적 전략 방안을 제시하고, 기존 사업 추진체계에서도 신천을 축으로 한 개선방안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하천 관련 이해당사자인 유역 내의 주민, 민간환경단체, 정부기관, 전문가 집단 등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하천수계와 하천변의 생활공간을 포함하는 유역을 관리단위로 설정하며, 유역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종합적인 장기계획을 수립해 하천의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경애 의원도 “현재 신천개발 기본계획은 예산만 많이 투입되는 백화점식 계획으로 보인다“며 대구만의 특색을 살린 개발을 시행할 것을 당부했다.
최고현 국장은 대구 신천에 수달이 살고 있다는 것을 최초로 보도한 언론으로서, 널리 알려진 김광석 길과 연계해 신천 수달을 만날 수 있는 생태공원을 조성해 전국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정웅 이사는 “신천은 연장이 길지 않음에도 달성군, 수성구, 남구, 중구, 동구, 북구 등 6개 기초 자치단체에 걸쳐 흐른다. 따라서 법률상 관할권은 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다. 반면 조경수를 비롯한 쓰레기와 잡초 제거 등 둔치 관리는 대구시설공단, 대로와 동로의 경우 도로관리는 시설공단이 관리하는 등 통합관리가 어렵다”며 관리 주체 일원화를 위한 조례제정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