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리스트
- [에디토리얼] 프레시킬스 보고서를 다시 펼치며
- 이번 호 표지 그림에서 20여 년 전의 강렬한 기억을 다시 호출한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2001년 12월, 50년 넘게 뉴욕 맨해튼의 욕망과 배설물을 받아낸 거대한 쓰레기 산, 센트럴파크 세 배 면적의 초대형 매립지를 공원으로 전환하는 장기 계획의 밑그림이 발표됐다. 22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2036년 완공을 목표로 단계별로 조성되고 있는 ‘프레시킬스 공원’ 중 북부 공원 1단계 구역의 문이 열렸다. 세상의 모든 게 변할 것만 같았던 21세기의 새벽, 전 세계 조경계는 두 가지 이유로 프레시킬스 쓰레기 매립지 공원화(Fresh Kills: Landfill to Park) 설계공모에 열광했다. 무엇보다도 프레시킬스 공모전은 도시 곳곳에 버려진 광대한 규모의 탈산업 부지(post-industrial sites)를 경관으로 치유해 재생시키는 설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담론의 영역에서 실천의 장으로 이동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이 공모전이 조경가들에게 끼친 다른 하나의 영향은 당선작 ‘라이프스케이프(Lifescape)’의 실험적 설계 태도와 방법이다. 매립된 쓰레기, 야생 동물 서식지, 식생 천이, 수문 체계 등 서로 충돌하는 이질적 조건을 다이어그램으로 조정하고 완결적 마스터플랜 대신 과정 중심적 단계별 계획(phasing)으로 설계를 조율해 나간 필드 오퍼레이션스FO의 방식은 이제 하나의 교본으로 자리 잡았다. 20년 넘게 흐른 지금, 프레시킬스 공원은 또 다른 세 번째 이유로 조경가들의 주목을 초대한다. 인류세(Anthropocene)와 기후 위기를 맞은 도시에서 공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공원과 도시 재야생화(rewilding)의 함수 관계를 질문하게 한다. “도시의 경계선은 한자리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는다”(어니스트 로슨). 1790년 3만 3천 명이던 뉴욕시의 인구는 1900년 348만 명으로 급증했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던 맨해튼의 습지와 원지형은 완전히 사라졌다. 맨해튼의 욕망을 마주 보고 있는 스태튼 아일랜드는 수천 년 전 빙하가 녹은 물이 자갈과 모래를 퇴적시키면서 형성됐다. 이 섬 동부의 높은 모래 언덕은 빗물을 프레시킬스의 낮은 습지대로 흘려보냈다. 프레시킬스는 네덜란드에서 온 초기 정착민들이 ‘신선한 개울’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빙하 토양, 독특한 배수 패턴, 특별한 미기후가 결합된 프레시킬스에는 비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풍부한 생태적 다양성이 만들어졌고 철새들의 목적지가 되었다. 뉴욕의 탐욕은 이 거대한 미개발지를 허락하지 않았다. 저돌적인 성장주의 도시계획가 로버트 모지스는 1940년대까지 손상되지 않고 남은 생태학적 보물창고 프레시킬스에 맨해튼의 쓰레기를 채우기로 결정했다. 1948년 쓰레기 매립이 시작됐다. 1955년이 되자 이미 프레시킬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매립지로 바뀌었다. 매일 쓰레기 3만 톤이 폐기됐고, 평평한 염수 습지는 높이 70미터의 쓰레기 산맥으로 변했다. 『어반 정글』(매일경제신문사, 2023)의 저자 벤 윌슨은 “프레시킬스는 도시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악몽 같은 유적이 되었다”고 일갈한다. “도시는 맹렬한 식욕으로 자연을 삼키고 오염과 폐기물을 배설해서 강과 습지를 오염시키고 자연 서식지를 독성 매립지로 바꾼다.” 2001년 3월 마지막 폐기물을 실은 바지선이 도착했다. 공원화 설계공모 당선작이 발표된 12월 프레시킬스의 문이 닫힐 예정이었지만, 비극적인 9‧11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의 잔해를 받아내느라 2002년 3월에야 폐쇄됐다. 장기간의 공원 설계와 조성이 진행되는 동안 이미 프레시킬스는 새로운 변화를 겪으며 놀라운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다. 50년 넘는 세월을 거치며 매립지로 쓰였지만 매립 가능한 최대 면적은 프레시킬스 전체의 45퍼센트였다. 비옥한 습지 생태계는 사라졌지만, 역설적이게도 매립지 운영은 나머지 55%의 땅을 도시 개발로부터 피해 가게 했다. 살아남은 습지, 간석지, 초원, 삼림 지대와 함께 유독성 쓰레기 더미 위에는 새로운 생태계가 등장하고 있다. 지하 깊은 곳에서는 미생물들이 반세기 동안 쌓인 쓰레기를 메탄으로 바꾼다. 지하의 가스와 침출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추출되어 인근 지역의 전력원으로 쓰인다. 1억 5천만 톤의 쓰레기가 지표면 아래에서 서서히 분해되는 동안 악명 높은 쓰레기 산은 새로 정착하는 야생 생물의 안식처로, 뉴욕 시민을 환대하는 공원으로 계속 변해갈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프레시킬스에 새로 덮인 풀밭에는 새로운 미생물, 식물, 곤충, 조류, 포유동물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새 개척자들에 의해 복구되고 있는 프레시킬스는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역동적인 자연의 과정이 살아 있는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재야생화는 완전한 방치의 결과가 아니다. 랜드스케이프가 아닌 ‘라이프스케이프’를 목표로 한 혁신적 조경설계,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과정적 계획으로 만들어가는 설계가 재야생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다음 일은 인간의 설계와 조절 범위를 벗어난다. 앞으로 오랜 세월 동안 광대한 프레시킬스는 공원의 새 거주자인 비인간 생명체들에 의해 복구되어갈 것이다. 벤 윌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작업은 대부분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 할 것이다.” 도시 재야생화의 거대한 실험실인 프레시킬스는 인류세의 공원이 지향해야 할 좌표를 제시해준다. 이번 호에 담은 북부 공원 1단계 구역은 프레시킬스 공원 전체 면적 2,315에이커의 1/100에 못 미치는 21에이커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재야생화된 매립지의 생태적, 문화적, 경관적 잠재력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기사와 함께 프레시킬스 공원화 계획 보고서를 구해 일독해보시기를 권한다. 보고서의 첫 문장을 옮긴다. “라이프스케이프는 장소이자 과정이다(Lifescape is both a place and a process).”
- [풍경 감각] 단칸방에 나무를 심는 방법
- 지난여름 진행한 북토크에서 정원이 생긴다면 어떤 식물을 심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식물원에 다닐 때마다 “나중에 정원이 생기면, 이 친구와 저 친구는 꼭 키울 거야!”라는 말을 했었고, 분명 마음 속 위시 리스트에는 식물 이름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런데 오래된 지층 속 화석처럼 굳어버린 걸까. 하나 꺼내 보이기가 쉽지 않았다. “늘 정원을 꿈꿨는데, 막상 심을 수 있다고 하니 식물 하나가 바로 떠오르지 않네요.” 조금 뜸을 들이다가 간신히 수련과 연꽃을 떠올렸다. 언젠가 베란다에 작은 크기의 원예종을 아기 욕조만한 그릇에 심은 적이 있는데 꽃을 단 한 송이밖에 구경하지 못했다고, 정원이 생긴다면 당장 연못을 파고 수생 식물을 실컷 심겠다고 했다. 그때 한 말은 분명 진심이었고 정정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걸 안다. 그런데 대답을 바꾸고 싶다. 수련과 연꽃 대신, 오래 전에 그린 ‘단칸방에 나무를 심는 방법’이라는 그림으로. 그림은 시방서나 실시설계 도면이 아니다. 그러니 저 푸른 단칸방 안에 그림 같은 대온실 하나 짓고 사랑스런 기화요초를 그려 넣어도 된다. 그러나 그림 속 작은 방은 텅 비어 있고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나는 이것이 아주 정확한 답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프레시킬스 북부 공원 1단계
-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지였다가 2001년 문을 닫은 프레시킬스(Freshkill)는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 서쪽 9.8km2 부지에 다섯 개의 거대한 쓰레기 산을 두고 있었다. 이 매립지를 공원과 녹지로 전환하기 위한 국제 설계공모가 열렸고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이하 FO)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FO는 당선안을 기반으로 매립지를 지역을 위한 공원으로 재탄생시킬 마스터플랜을 설계했다. 2012년 프레시킬스 내 슈물(Schmul) 공원 놀이터 개장에 이어 두 번째로 대중을 맞이하게 된 북부 공원(North Park) 1단계 부지는 프레시킬스의 변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설계공모를 치른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북부 공원은 쓰레기 매립지라는 제약을 극복하고 생물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를 조성하고 자연 과정을 통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성장한 새로운 공원 유형을 보여준다. 새로운 북부 공원 입구와 프레시킬스 북동 구역 중심부로 이어지는 아크(Arc) 길을 지나면 북쪽 매립지 언덕이 나타난다. 이 언덕의 기슭을 따라 거닐며 메인 크리크(Main Creek) 습지와 윌리엄 T. 데이비스 야생동물 보호구역(William T. Davis Wildlife Refuge)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단면과 평면 모두 완만한 곡선 형태로 설계된 아크 길은 인근 지역에서 출발해 고요하고 평온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다다르는 여정을 더 극적으로 만든다. 방문객은 이 길을 따라 천천히 보호구역 내부의 새 지평선까지 올랐다가 전망대와 공원 구역으로 내려오게 된다. 와일드 애비뉴에 도착한 방문객을 위한 새 입구와 주차장을 마련했다. 수몰 공원 인근에서 진입하는 이들을 위한 진입로도 조성했는데, 이때 보행로와 고속도로를 분리해 안전한 보행을 꾀했다. 와일드 애비뉴로 진입해 아크 길을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나무와 꽃이 만발한 습지를 지나 옻나무와 넓은 피크닉 잔디밭이 있는 고원 지대로 향하게 된다. 분지 전망대 인근, 슈물 길과 산책로의 교차점 중심에는 태양광 패널로 구동되어 퇴비를 생산하는 화장실 건물을 지었다. 피크닉 잔디밭 너머에는 전망 데크를, 물가에는 조류 관찰 타워를 조성했다. 북부 공원은 프레시킬스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시발점이다. 750에이커 규모의 공원에는 능동적·수동적 레크리에이션 공간, 공공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산책로가 단계적으로 마련된다. 단계적으로 완성될 공원은 개울, 습지, 광활한 초원, 뉴욕시의 장엄한 경관 등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이다. 펀딩, 협력, 시설 북부 공원은 시장과 주정부 기금 조합을 통해 설계 및 건설됐다. 미국 국무부의 지역 수변 재활성화 프로그램LWRP(Local Waterfront Revitalization Program)을 통해 뉴욕 주 환경보호기금(New York State Environmental Protection Fund)에서 2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러한 펀딩을 통해 조류 관찰 타워, 습지 전망 데크, 자생 식물 양묘장, 산책로, 퇴비 화장실 등이 마련됐다. 프로그램의 취지에 따라 북부 공원은 뉴욕 시 워터프런트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토지 및 수자원 이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수로 문제를 해결하고, 수질과 자연 환경을 개선하고, 민감한 자연 자원에서 적당한 거리를 둔 인프라와 서비스를 갖춘 지역으로 개발을 유도하고자 한다. 더불어 뉴욕 전역의 수변 커뮤니티와 협력해 수변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활용도가 낮은 워터프런트의 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 프로그램 역할을 하게 된다. 지속가능성 북부 공원의 설계는 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뉴욕시 공원여가부의 노력을 보여준다. 주차장 조명과 퇴비 화장실은 공원의 에너지 공급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력을 얻어 작동한다. 특히 퇴비 화장실은 배설물을 퇴비로 전환해 다시 토양으로 환원하도록 만든다. 공원여가부의 그린벨트 자생식물센터(Greenbelt Native Plant Center)가 운영하는 2만8천㎡ 규모의 자생 식물 양묘장에서는 산책을 할 수도 있다. 북부 공원 개발에는 뉴욕 시 위생부와 뉴욕 주 환경보존부도 참여했다. 2008년 시작된 프레시킬스 프로젝트는 단계적으로 건설되고 있으며 203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글 Field Operations Project Lead, Landscape Architecture, Master PlanningField Operations Structural Engineering Jacobs Civil Engineering Langan Electrical Engineering Dagher Engineering Geotechnical Engineering Geosyntec Signage Design Wkshps Permit Expeditor SL Architecture Client NYC Parks Location Staten Island, New York, USA Area 21ac (Total: 240ac) Construction 2017. 7. ~ 2023. 10. Completion 2023. 10. Photograph Field Operations, Mona Miri/SustainablePhotography, Jade Doskow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는 혁신적 공공 공간을 설계하는조경가와 도시설계가 집단이다. 대규모 도시설계와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부터 작지만 섬세한 디테일을 요구하는 디자인까지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사람과 자연의 생태를 연구하고,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공공 영역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 급속한 도시화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자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 하이라인-모이니한 커넥터
- 걷기 좋은 도시로 유명한 뉴욕의 한 구석이 수십 년 간 보행 친화적이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뉴욕에서 일일 7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교통 허브인 모이니한 트레인 홀(Moynihan Train Hall)과 연간 8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하이라인(High Lin)e 사이에는 이리저리 뒤엉킨 콘크리트 장애물이 놓여 있었다. 두 공간을 오가기 위해서 보행자는 교통량이 많은 일련의 도로를 통과하고 링컨 터널 입구를 지나 고가도로인 하이라인에 올라야만 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개발(Empire State Development), 브룩 필드 부동산 개발(Brookfield Properties),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은 긴밀한 협력으로 하이라인-모이니한 커넥터(High Line-Moynihan Connector)를 조성해, 자동차가 지배하던 환경을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져 도심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변모시켰다.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드 메릴Skidmore, Owings & Merrill과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가 설계한 이 커넥터는 맨해튼 웨스트 플라자Manhattan West Plaza를 거쳐 하이라인과 모이니한 트레인 홀을 연결하는 약 183m 길이의 고가 통로다. 커넥터 덕분에 보행자들은 이제 단 한 번만 길을 건너면 하이라인과 모이니한 트레인 홀을 오갈 수 있다. 하이라인-모이니한 커넥터는 보행자가 어느 곳이든 안전하고 즐겁게 이동할 수 있고, 사람과 대중교통을 연결하며, 지역 공공 공간과 다양한 커뮤니티 자원을 원활하게 잇고자 한 하이라인의 오랜 비전을 실현하고 있다. 새로운 연결 모이니한 트레일 홀을 나선 방문객과 통근자들은 9번가를 건너 맨해튼 웨스트와 2.6에이커 규모의 공공 광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광장은 다이너 애비뉴(Dyer Avenue)를 따라 놓인 인상적인 트러스 형태의 팀버 브리지(Timber Bridge)와 연결된다. 팀버 브리지와 수직으로 놓은 우드랜드 브리지(Woodland Bridge)는 웨스트 30번가를 따라 이어진다. 나무가 무성히 자란 이 브리지 위를 산책하다 보면 하이라인 스퍼(High Line Spur)에 다다를 수 있다. 팀버 브리지와 우드랜드 브리지 팀버 브리지는 철골 구조물보다 탄소 함량이 적은 글루렘(glulam, 구조용 집성재)을 이용해 워런 트러스(warren truss) 구조로 제작됐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는 알래스카산 황색 삼나무를 주재료로 삼고, 지반과의 연결부를 최소화해 기존 도로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워런 트러스 형태의 다리는 과거 산업 지역이었던 첼시의 성격을 보여주는 요소로 그 시대의 강철 철도 교량을 연상시킨다. 하이라인 스퍼와 연결되는 340피트 길이의 우드랜드 브리지는 외부로 노출된 내후성 강철 기둥과 각진 브래킷 암(bracket arm)으로 지지되는 깊고 연속적인 토양층으로 통해 사람들이 한껏 몰입할 수 있는 경관을 연출한다. 하이라인 생태 통로를 확장하는 이 다리는 새와 토착 수분 매개자를 위한 풍성한 터전이 되어주고 소음과 바람을 차단하고 그늘을 제공하며, 새로운 녹지 공간을 통해 보행자를 아래쪽의 차량 통행으로부터 보호한다. 다리 가장 깊은 지점의 V자 구조로 1.2~1.5m 깊이의 토심을 확보했다. 넉넉한 토심 덕분에 뉴욕 숲에서 영감을 받아 계획한 대규모 나무숲을 구현할 수 있었다. 또한 V자 구조는 추위와 바람 등 도심의 가혹한 여건에서 식물들이 건강하게 생육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통행로를 이 플랜터의 토양에 바로 닿지 않도록 띄워 배치함으로써 식물의 뿌리 성장을 촉진하고 생장을 저해하는 열로부터 토양을 보호하는 등 토양의지속가능성을 꾀했다. 산책로 바닥에는 군데군데 구멍을 내고 개방형 조인트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빗물이 토양에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관수가 이루어진다. 두 다리는 고유한 건축적 표현과 경험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강철 데크와 청동 난간 같은 따뜻한 소재를 통해 미학적으로 통합된다. 우드랜드 브리지의 식재는 서서히 높아지는 다리의 구조에 맞추어 계획되어 방문객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할 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 이 역동적인 경관 덕분에 보행자는 서서히 위로 솟아오르는 목재 구조물을 느낄 수 있으며, 맨해튼 웨스트 매그놀리아 코트(Magnolia Court)에 자라나는 나무들과의 시각적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이러한 해법은 커넥터 양쪽에 새로운 장소감을 만들어내고 보행자를 그들의 목적지까지 안내한다. 자연과 인프라 하이라인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커넥터는 건축 구조물에 자연을 불어넣는 독특한 방식을 선보인다. 팀버 브리지는 우드랜드 브리지와 함께 자연을 인프라와 도시 구조 속에 매끄럽게 통합시키고, 새로운 보행 경험을 창출하며, 보행자의 안전을 꾀하며, 미국 장애인법에 근거해 보행 약자의 접근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보행자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소음과 바람을 막아주며, 역동적인 경관을 통해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뉴욕 시민과 방문객 모두를 위한 연결 인프라 역할을 한다. 식재 커넥터는 10번가, 9번가, 매그놀리아 코트에서 접근할 때 만나게 되는 일련의 녹색 관문이 된다. 동부 낙엽수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커넥터의 나무숲은 강력한 녹색 감각을 선사한다. 여러 층을 이루는 산림처럼 캐노피 나무 층, 중층 나무 층, 관목 층, 하층 나무 층으로 구성된 다층 식재 계획을 세웠다. 더불어 뉴욕의 계절을 고려해 겨울에는 탁 트인 전망과 충분한 햇빛과 열매를, 봄에는 중층 나무 층에서 피어나는 다채로운 꽃을, 여름에는 수목이 만들어내는 위요감과 신록이 우거진 그늘을, 가을에는 풍부한 색상과 단풍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교목 63그루, 관목 90그루, 초본과 다년생 식물 5천2백 본 이상이 식재됐다. 도전 과제 기후 변화라는 시대의 맥락 속에서,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 중 하나다. 설계를 진행하며 대형 목재가 팀버 브리지에 적합한 재료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탄소 목재는 탄소 효율이 높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커넥터는 맨해튼 최초의 목재 인프라다. 대형 목재를 주재료로 선택한 이유는 유지·관리 비용이 더 적을 뿐 아니라 강철보다 환경적으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교량에 강철을 사용하면 목재를 사용했을 때보다 탄소 배출량이 두 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목재를 사용하려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만 했는데, 도시 건축 법규와 목재 산업이 그것이다. 철강 및 콘크리트와 비교했을 때, 목재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맞게 개발되고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커넥터를 위한 목재 공급 및 제조 회사를 찾기 위해 설계 팀, 계약 회사, 클라이언트가 고도의 협업을 이뤄내야 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커넥터는 대형 목재를 도시 환경에 들여왔을 뿐만 아니라 대형 목재를 강철이나 콘크리트처럼 건축 자재로 사용하는 선례를 만들어냈다. 앞으로 이 프로젝트는 대형 목재에 대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키고, 뜻밖의 방식으로 대형 목재를 사용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영향 커넥터가 개장한 뒤, 약 8개월 간 출퇴근 시간대에 약 10만 명이 넘는 보행자가 커넥터를 이용했고 매일 수 천 명의 방문객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수백 개의 언론과 미디어, SNS가 이 프로젝트에 주목했고 그 영향으로 수백만 명이 커넥터의 소식을 접했다. 커넥터는 예술 설치물을 위한 새로운 장소로서 영감을 주고 있다. 한 예로, 하이라인 커넥터 인근에 위치한 사용률이 낮은 상업용 광고판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커넥터에서 영감을 얻은 광고판시리즈를 통해 하이라인의 예술 프로그램은 보행로의 경계를 넘어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글 Field Operations Design Skidmore, Owings & Merrill, Field Operations Design Structural Engineer Skidmore, Owings & Merrill Design-Build Contractor Turner Construction Structural Engineer Thornton Tomasetti MEP & Civil Engineer WSP Vehicular Traffic & Pedestrian Modeling Engineer Buro Happold Lighting Design Tillotson Design Associates Soil Science Craul Land Scientists Irrigation Northern Designs Security Consultant DVS Security Geotechnical/Foundations Mueser Rutledge Consulting Engineers Expeditor & Code Consultant Vitacco Client Empire State Development, Brookfield Properties, Friends of the High Line Location New York, New York, United States Area 1,016m2 Long Total: 182.88m Woodland Bridge: 103.63m Timber Bridge: 79.248m Construction 2022. 2. ~ 2023. 6. Completion 2023. 6. Photograph Field Operations, Andrew Frasz
- 상하이 도서관 동관
- 상하이 도서관 동관(Shanghai Library East)(이하 상하이 도서관)은 상하이 푸동(Pudong)의 센추리 공원(Century Park)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도서관 중 하나로 410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덴마크 건축사무소 슈미트 해머 라센(Schmidt Hammer Lassen)과 협업하며 일반적으로 수집의 장소로 활용되는 전형적인 도서관을 커뮤니티와 도시적 맥락을 연결하는 장소로 변환하기 위한 조경설계 비전을 세웠다.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다 목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시민들이 함께 모이고 서로 연결되는 기회를 제공해 사회적 교류와 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소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또한 자연과 연결되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풍성한 녹지를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꾀하고, 상하이 도서관에서 센추리 공원까지 물리적, 환경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도시적 맥락을 만들고자 했다. 책을 상징하는 도서관 상하이 도서관은 여러 개의 서로 다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경설계를 통해 상하이 최대 규모의 개방형 녹지인 센추리 공원과 연결하고, 실내 인테리어와 프로그램이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지게 했다. 각각의 공간은 주변 환경에 대한 물리적, 시각적 연결을 극대화하고 야외 학습 경험을 유도한다. 접히거나 비틀린 형태로 다양한 켜를 형성하는 공간의 경계부와 입면은 건축물과 지면을 자연스럽게 디자인적으로 연결한다. 이러한 연출은 책장이 펄럭이는 책을 연상시키고 도서관을 상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방문객의 휴게 공간은 중국 전통 대나무 두루마리에서 영감을 얻어 바닥과 벤치를 목재로 마감했다. 높낮이와 형태가 다른 벤치들이 두루마리의 일부를 들어 올린 듯한 굴곡을 형성한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글 ASPECT Studios Landscape Architect ASPECT Studios Design Team Stephen Buckle, Lee Fangyu, Ren Penny, Luo Yan, Xu Sam Architect Schmidt Hammer Lassen(Chris Hardie) Collaborator Shanghai Architectural Design & Research(Local Architecture Engineer), Shanghai Modern Architectural Decoration Environment Design and Research Institute(Local Landscape Design), Shanghai Construction No.4 Group(Contractor), Schmidt Hammer Lassen(Interior), LEOX(Lighting), 2X4(Signage Design), UAP Company(Artwork), Schlaich Bergermann Partner(Structure Engineer), Buro Happold(MEP Consultant), Transsolar(Sustainable Design Consultant), DHD‧Shanghai Architectural Design & Research Institute‧LTF‧DS-Plan(Facade) Client Shanghai Library Location No. 300, Hehuan Road, 300 Yingchun Road, Pudong District, Shanghai, China Site Area 115,000m2 Floor Area 39,500m2 Landscape Area 34,121m2 Design 2016 ~ 2021 Completion 2022 Photograph Wang Wenjie, RAWVISION Studio ASPECT 스튜디오는 조경가, 도시설계가, 전략가, 도시계획가로 구성된 팀으로, 전 세계 곳곳에 새로운 공공 공간을 창조해왔다. 이용자들이 공공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 공간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요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공공 공간의 경험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호주 시드니, 멜버른, 애들레이드, 브리즈번, 퍼스,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베트남 호치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 브리지풋 스트리트 공원
- 브리지풋 스트리트 공원(Bridgefoot Street Park)은 건설 및 철거 폐기물을 2차 원자재로 활용해 영구적 공공 공간을 조성한 사례다. 더블린 도심 속 1헥타르 규모의 이 공원은 회복탄력성을 포용적이며 아름다운 방식으로 확보했다. 이는 사람들의 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놓았을 뿐 아니라 공원과 관련한 아일랜드의 법을 변화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2차 원자재를 사용해 포장재, 유지 요소, 잔골재와 현장 콘크리트용 골재, 새로운 조경 마감재, 지형 및 하부 기반 등을 만들었다. 소량의 석회암과 ‘2차’ 벽돌(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포장재로 사용했다. 재활용 유리와 2차 벽돌은 현장 콘크리트의 재료가 되었다. 더불어 시공 회사가 어떤 공정을 거쳐야 2차 원자재를 활용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견본 정원을 만들었다. 이 정원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설계와 시공 과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으며, 클라이언트인 더블린 시의회가 공원의 미적 결과를 평가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이로써 쓰레기 매립지에 묻힐 뻔했던 수 톤에 달하는 폐기물이 창의적으로 재활용되어 영구적인 형태로 남게 되었다. 폐기물 재사용을 위해 DFLA는 더블린 시 폐기물 창고에서 선별 작업을 진행했다. 정부 공공사업의 제약 내에서 폐기물을 사용해 공원을 건설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수년에 걸쳐 시공에 필요한 기술을 세밀하게 검토했다. 브리지풋 스트리트 공원과 그 조성 과정은 아일랜드의 행정가들이 순환 경제를 이해하는 방식에 분명한 기여를 했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글 DFLA Landscape Architect/Lead Designer DFLA In Collaboration with Civil Engineer: Horganlynch M&E Engineer: IN2 Design Partnership Quantity Surveyor: Austin Reddy & Company Main Contractor Bracegrade Ltd Building & Civil Engineering Contractors Landscape Contractor MCD Landscapes Client Dublin City Council Location Bridgefoot Street, Dublin 8, Ireland Area 1ha Completion 2022 Photograph DFLA, Gareth Byrne, Paul Tierney DFLA는 2001년 더모트 폴리(Dermot Foley)가 아일랜드에 설립한 조경사무소다. 20년간 관찰과 개입을 바탕으로 설계를 해온 뒤, 현재 순환 경제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환경 과학의 예술적 표현을 지향하고 있다. 아일랜드 안팎에서 실험 및 건축 작업을 하며 연대기, 포기, 구체화된 인식, 공예, 불완전성, 생태학 등의 주제를 탐구 중이다. 대상지에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조경의 경계를 확장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외부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www.dfla.ie
- 마틴 루터 킹 공원
- 대상지는 옛 철도 부지에 세워진 클리시 바티뇰( Clichy Batignolles) 지구에서 마틴 루터 킹 공원(Parc Martin Luther King) 조성을 위해 남겨진 10헥타르 규모의 땅이었다. 이 공원은 다양한 도시 개발이 일어나는 주변 지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도시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냈다. 녹지와 산책로는 주변 도시의 레이아웃과 이어지며 레제피네트(Les Épinettes), 페레르(Péreire), 바티뇰(Batignolles), 포르트 드 클리시(Porte de Clichy) 등 인근 지역을 서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도심 속 자연의 효용성을 높이고자 했다. 세 가지 테마 현대적 다양성을 고려하고 진화적 접근법을 토대로 공원의 세 가지 테마를 설정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생태계, 여가와 생태 요소로서 물, 다양한 스포츠와 공연, 여가 등을 즐기는 신체 활동을 설계의 주안점으로 삼았다. 약 640개 수종은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남쪽부터 북쪽까지 이어지는 선형 녹지에 계절별 특성을 드러내는 식재를 연출했다. 봄에는 풍성하게 피는 꽃, 여름에는 빛과 그림자, 잔디밭과 그라스,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 겨울에는 나무의 수피와 자작나무 및 소나무 숲을 감상할 수 있다. 물을 기술적, 환경적, 문화적 도구로서 생태적 특성이 결합된 조경 공간에 활용했다. 습지 식물이 자라는 비오톱인 장식 연못(ornamental pond)을 통해 우수를 저장하고, 놀이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활용된 물을 재활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물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공원은 오픈스페이스와 개인 공간, 어린이 게임 활동 시설, 새로운 미학을 선보이는 스포츠 시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많은 방문객이 공원을 찾고 있는데, 이는 지역 주민의 기대와 요구에 공원의 프로그램이충실히 부합하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지속가능한 개발 공원의 디자인 콘셉트를 설정할 때부터 지속가능한 개발을 프로젝트의 주안점으로 삼았으며, 이는 설계 과정에서도 중요한 원칙이었다. 에너지 및 수자원 유지·관리,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한 생태계 조성, 재료 재활용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천해 나갔다. 수자원 관리 심미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여가 및 문화 활동을 만들어 내는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빗물과 센 강의 강물, 인근 바티뇰 정원에서 나오는 방류수를 3,000㎥의 물탱크와 11,000 ㎡석호에 저장하고, 이 물을 관수에 재활용하는 등 오염수 배출을 최소화했다. 물이 중심이 되는 석호, 폭포, 운하 등은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고, 주변 지역과 도시 내 동식물 서식 여건 개선과 더불어 생물 다양성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와 재료 재활용 건물을 위한 태양광 패널과 생물기후학적(bioclimatic) 접근 방식, 공원 조명을 위한 태양광 패널과 저전력 장비, 그리고 비오톱의 물 순환을 위한 풍력 발전기 활용 등 지속가능한 접근법을 활용했다. 또한 절토를 통한 지형 조작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 대상지에 있는 여분의 토양을 활용했고, 철도 등 산업 유산으로 남은 대상지의 기존 재료를 재활용했다. 생물 다양성 계절별로 선보이는 다양한 식재, 다채로운 생태계는 동식물을 위한 10헥타르의 보금자리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생물 다양성은 매년 증대된다. 클리시 바티뇰 지구 개발이 마무리되면서 공원 설계도 이제 모두 완료됐다. 이제 공원은 녹지 인프라로서 도시의 새로운 중심으로 거듭날 것이다. 글 Osty et Associés Landscape Architect Osty et Associés Urban Architect François Grether Engineers OGI Lighting Design Concepto Client SPLA Paris Batignolles Aménagement, City of Paris Location Paris, France Area 10ac Completion 2021 Photograph Martin Argyroglo, Arnaud Duboys Fresney, Ph. Guignard 1983년에 설립된 오스티 에 어소시스(Osty et Associés)는 재클린 오스티(Jacqueline Osty)와 프로젝트 매니저 로익 보닌(Loci Bonnin), 앙투안 칼릭스(Antoine Cailx), 미카엘 무니에르(Mikael Mugnier)를 필두로 30여 명의 조경가, 건축가, 도시 전문가로 구성된 설계사무소다. 연구와 재개발 프로젝트뿐 아니라 공원, 공공 공간, 워터프런트, 동물원 등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층위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대표작으로는 셍삐에흐 공원(Saint-Pierre Park in Amiens), 마틴 루터 킹 공원(Parc Martin Luther King Park) 등이 있다.
- 이노베이션 캠퍼스 DSM
- 스위스 카이저아우그스트(Kaiseraugst)에 위치한 DSM의 이노베이션 캠퍼스는 연구원과 직원들의 협업의 장이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의 가치관을 시각화한 다목적 개방형 공간이다. 설계 미학, 자연 환경, 기후 회복 탄력성, 기능적 활용 요소가 공존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며 많은 사람이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새로운 공간 구성 남쪽으로 열려 있는 오픈스페이스는 기존 타워를 중심으로 중앙에는 본관, 동쪽에는 구내 식당, 서쪽에는 새로 만든 이노베이션 실험실을 두고 있다. 새 캠퍼스는 DSM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공간으로 역할할 뿐 아니라 새로운 구성으로 오픈스페이스를 일상적으로 활용하게 한다. 인프라 구역을 북쪽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차량 통행 구역과 보행 구역을 분리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면 포장을 최소화하고 녹지를 최대한 확보하고자 했다. 덕분에 근무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야외 업무 공간과 안락한 휴식처가 조성됐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글 BRYUM Landscape Architect BRYUM Architect Nissen Wentzlaff Architekten Client DSM Nutrition Products Location Kaiseraugst, Switzerland Area 27,473m2 Design 2020 ~ 2024 Completion 2024 Photograph Amata Goal 브뤼움(BRYUM)은 스위스에 있으며, 2008년 다니엘 바우어(Daniel Baur)와 미하엘 오저(Michael Oser)가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다. 도심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선구 식물인 은이끼(Bryum argenteum)에서 사무소 이름을 따왔다. 대규모 도시 개발 계획부터 도로 모서리를 고치는 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프로젝트를 아우르고 있다. 경관 중심적 접근 방식으로 도시를 개발하고 다층적 일상 공간 조성 계획을 주도한다.
- 애플타워 옥상정원 리노베이션
- 하나의 단초에서 시작한 설계 옥상정원 설계를 해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고 대상지에 방문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의뢰인은 옥상정원 리노베이션을 구상해 이미 다른 계획안을 받은 상태였다. 대안을 하나 더 받아 두 계획안을 비교하면서 결정하려고 주변에 문의했다가 우리를 소개받은 것이었다. 의뢰인과 옥상에 올라가 보니 외곽에는 대추나무, 꽃사과나무, 산사나무 등이 있고 가운데에는 잔디밭, 큰 가제보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흡연하거나 간단한 체조를 하고 있었다. 의뢰인은 임대인들에게좀 더 좋은 흡연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 했다. 애플타워는 17층 오피스 빌딩으로, 옥상정원은 건물 준공 당시 만들어졌다. 건물을 지을 당시 고도 제한이 없었기에 주변 건물에 비해 높다. 그래서 옥상에서 인근 잠실종합운동장 내부뿐 아니라 한강까지 볼 수 있다. 전경을 보고 있자니 대뜸 “여기 투명한 유리 난간을 설치해 사방으로 확 트이게 열어버려요”란 말이 튀어 나왔다. 이 한 마디가 의뢰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설계를 진행하게 됐다.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 공간의 구성 이곳은 일하다 잠깐 한숨 돌리러 올라오는 곳이다. 쉬는 동안 컴퓨터가 아닌 넓은 하늘과 도시를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우리는 많은 시간 컴퓨터, 핸드폰 등 근거리만 바라본다. 잠실종합운동장과 한강, 롯데월드타워, 도심을 바라보며 잠시 큰 숨을 쉬거나 멍하니 있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외곽으로 조망 구역을 만들고 바 테이블에 앉아 시선을 멀리 둘 수 있도록 했다. 계단실이 양쪽에 있어 두 군데서 옥상으로 진입할 수 있다. 본래 목적인 흡연 공간은 부스를 만들어 건물 중심부에 한정시키고, 다른 출입구 구역은 비흡연자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흡연 부스 쪽에 허브 가든을 만들고, 비흡연 구역은 작은 수반과 긴 의자를 두고 계절 초화를 심어 분위기를 다르게 연출했다. 설계 파라펫(parapet) 높이(슬래브에서부터 1,420mm)와 바 테이블 높이(900mm)를 고려해 파라펫이 시야에 걸리지 않도록 바닥을 들어올리기로 했다. 데크로 포장한 바닥을 600mm 위로 띄웠고 나머지 공간은 300mm로 마감해 식재 토심과 이동 동선을 확보했다. 이런 단차가 자연스럽게 조망 공간과 정원 공간을 구분한다. 건물 외벽을 청소할 때 사용하는 밧줄 연결 고리가 벽면에 있어 관리자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난간으로 막아 버리면 청소가 어려우니 난간 밖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도 만들었다. 유리 난간을 데크 위에 세워야 했다. 데크 위에 사람이 설 때 난간 끝이 어디에 있어야 조망을 즐기면서 안전함을 느낄까. 팔을 위로 뻗은 것보다 더 높게 유리 난 간의 높이를 높였다. 의뢰인은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했기에 레벨, 마감, 소재 등을 꼼꼼하게 챙겨야했다. 난간 기둥을 회색으로 도색하려 했으나 안계동 대표가 하늘을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기둥을 옅은 회색으로 칠하자고 제안했다. 사소한 디테일이 완성도를 높인다. 식재 기존 옥상의 나무를 전부 활용했다. 시야를 가릴 필요가 있는 곳에 플랜터를 만들어 기존 나무를 식재했다. 중앙부는 토심을 300mm가량 확보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초화류로 연출했다. 흡연 구역과 비흡연구역을 나눈 곳에만 나무 한 그루를 추가하기로 했다. 흡연 구역을 잘 가려주길 기대한다. 옥상정원의 적정 공사비는 얼마일까 설계를 마무리했고, 이제 시공만 잘하면 된다. 설계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정하니 꽤 많은 금액이 나왔다. 시공까지 우리가 담당하고 싶어 시공 견적서를 의뢰인에게 전달했다. 의뢰인은 공사비를 어느 정도 써야 하나 고민했다. 공공 공간은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과 주어진 예산에 따라 집행되니 그 금액에 맞추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곳은 개인이 근무자의 복지를 위해 만든 곳이므로 의뢰인의 결정이 중요하다. 적은 비용으로 최소한의 정비를 해 환경을 개선하느냐,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정원을 제대로 만드느냐. 단기간에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공공의 녹지를 위해 개인이 지불하기엔 큰 금액이다. 설계안대로 시공하면 공간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의뢰인을 설득하면서도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못했다. 다행히 의뢰인은 전문가의 판단을 전적으로 존중해줘서 설계안대로 시공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옥상정원의 시공 층이 많은 건물의 옥상 시공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양중이다. 크레인 작업은 도로를 막고 해야 하기에 교통에 방해되지 않는 주말 아니면 이른 새벽에 진행해야 한다. 시공 담당 소장은 결국 공사 기간 내내 주말 없는 삶을 살았다. 기존 나무들을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 옥상의 나무를 땅으로 가져와 가식했다. 옥상 전체에 방수 공사를 한 뒤 난간과 데크, 플랜트 구조물 공사를 진행했다. 곡선의 동선을 만들려면 철재를 쓰는 것이 유리한데, 철재 구조물 공사가 전체 공기의 2/3를 차지했다. 식재 공사는 안계동 대표의 주도 하에 팀원 모두가 함께 했다. 정원 공사를 할 때마다 시도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정원의 가장 멋진 순간 서향의 옥상정원에서 보는 일몰은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보는 전경보다 더 멋있다. 아주 높은 전망대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것보다 18층이란 높이에서 보는 스케일이 더 생생하다. 그 대상이 잠실종합운동장과 한강이라서 더욱 역동적이다. 이 석양과 조명을 많은 사람이 즐기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 (농담이지만) 야근을 독려하고 싶다. 글 김영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사진 유청오 조경설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안계동, 김영아, 안원영, 정세미, 최광재, 안주연, 김혜빈, 김채연) 조경시공 동심원건설(성주용, 안하영) 발주 에이피엘파트너스 위치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 69 애플타워 면적 337.2㎡ 준공 2024. 5.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는 땅의 힘을 충실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과도한 수사적 디자인을 경계하고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삶을 담아내는 설계를 지향한다. 더 나은 일상의 문화를 이끄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 [제도가 만든 도시] 도시의 역사, 문화유산
- 현대 도시에서 오래된 건축물과 다리, 담장, 무덤 등의 건조물은 역사문화유산으로서 ‘제도’에 의해 보호받고 존재한다. 유형의 문화유산은 문학이나, 음악, 공예 등 무형유산처럼 기록과 재현을 통해 그 원형을 지키는 것이 아닌, 유일무이하며 장소와 결합된 물리적 실체로서 그 자체가 원형이다.(각주 1) 또한 문화유산은 현재 도시 안에 공존하며 도시를 이루는 구성 요소 중 하나다. 이런 특성 때문에 문화유산이 보호받고 존재하는 제도적 방식에 의해 문화유산은 ‘과거’에 박제되고 주변의 ‘현재’ 도시 공간의 필요와 충돌한다.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고민을 통해 이룬 바를 부정하거나 문화유산 보호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전 시대의 요구와 기술, 문화로부터 만들어진 건조물이 시대를 가로질러 원형으로 보호받고 존재하기 위해 유산이 박제되고, 또 현재와 갈등을 겪는 것은 불가피하고 심지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도시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형의 유산이 현재 도시 공간에서 존재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그 한계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생각해본다. 논의의 전제로서 몇 가지 짚자면, 우리는 왜 여러 제도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화유산을 보존할까? 로버트 파우저(Robert Fouser)는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이전 시대 역사 유적을 보존하려는 공적인 행위를 해왔고, 이 행위에는 전혀 순수할 수 없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한다. 로마의 첫 번째 황제 아우구스투스 같은 권력자에 의해서건, 일정 시민 집단에 의해서건,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 노력에는 정통성 과시, 사회적 통합, 정체성 강화, 우월성 증명 같은 정치적 목적이 분명히 담겨 있다. 그리고 이런 목적을 가진 역사 보존은 현재도 계속된다. 문화유산 보존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당연히 역사를 정치적으로 선택해 보존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궁성이 민가와 마을보다 먼저 보존의 대상이 되고, 한 장소에 누적된 여러 시간 중 특정 시간으로 복원한다. 이전 시대에 만든 것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지켜 그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미래의 기회를 열어 두려는 것이 문화유산 보존의 순수한 인류학적 목적이라면, 선택적 보존은 그런 기회를 미리 편집하는 것이다. 물론 그 편집도 우리 시대가 만드는 역사일수 있다. 문화유산 보존의 당위성은 경제적 가치로 증명되기도 한다. 문화유산은 간접적으로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로 여겨진다. 또한 중산층 중심의 소비주의 하에서 문화유산을 점점 더 관광이라는 신산업을 위한 ‘자원’으로 여기며 그 보존과 활용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커지고 있다. 문화유산이 주민의 현실적인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대신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역사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나아가 유산을 둘러싼 포괄적 역사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공간적 필요를 동시에 달성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 팽팽한 밀고 당기기에서 역사유산의 보존이 우선되거나 반대로 개발 압력 등 현대의 공간적 수요가 우위에 있을 때 어떤 도시적 상황이 나타날까. 복원은 원형의 회복일까 역사문화유산을 현재 기능하는 도시 공간보다 우위에 두는 가장 강한 방식은 유산의 원형을 위해 이미 들어선 건물과 시설을 없애거나 변형하는 복원이다. 최근 사례로는 2022년에 마무리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을 들 수 있다. 이전 광화문광장은 2009년 세종로의 가운데 녹지대를 넓혀 만들어졌으나 넓은 세종로 가운데 섬처럼 위치한 탓에 일상적인 공공 공간으로서 한계가 있었다. 결국 광장 조성 10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광장을 넓혀 광장이 도시 가로와 연결되도록 하자는 결정이 이루어진다. 물론 이는 도시 공간적으로도 큰 변화고, 보행 환경의 개선과 더불어 그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이고 상징적 의미가 강했던 광장이라는 도시 시설을 일상의 공공 공간으로 만드는 시도다. 이번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또 다른 큰 변화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 월대를 복원하기 위해 광화문 전면 사직로-율곡로의 도로 선형을 바꾼 것이다.(그림 2) 월대의 복원과 현 도심의 교통 흐름, 그리고 비용을 두고 여러 대안이 검토됐고 찬반 논쟁도 이어졌다. 그런데 월대의 복원이 그 공간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일까. 조선시대 경복궁 앞 육조거리인 광화문광장이 경복궁이라는 권력의 정점으로 들어가는 막다른 공간이었다면, 현재 경복궁은 시대의 뒤편으로 물러나 도시의 배경이 되었고 그곳은 현재 사통팔달의 한복판이다. 광화문 일대가 작동하는 공간의 구조가 이미 달라진 것이다. 물론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원형을 복원해야 한다는 당위가 관철된 것이다. 하지만 월대 복원의 원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조선시대 경복궁 광화문 앞 육조거리에 월대라는 개별 요소를 복원한다고 그 공간의 도시적 의미가 복원되지 않는다. 자동차 도로가 휘감은 월대에서 과거 그 공간의 구조가 의도한 권위와 위엄을 느낄 수 있는가. 왕정이 아닌 지금, 월대가 아니라 그 무엇을 복원해도 그것은 진정한 원형이 아니라는 비현실적이고 편협한 주장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월대를 복원한 것은 왕궁 전면의 공간 구성 요소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문제는 이미 당시의 사회와 분리되어 남은 유적을 보전함에 있어서 종종 원형이라는 것을 물리적인 개별 요소의 합과 등가처럼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준에서 실행되는 복원의 결과물은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물론 문화유산이 전쟁이나 화마로 부서지거나 소실된 경우 복원을 하며, 원형 확인은 복원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크게 훼손됐으나, 조선 정조 당시 화성의 건설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화성성역의궤』에 기초해 복원할 수 있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당시에도 수원화성 상당 부분이 현대에 복원된 것이나 원형을 명확히 고증할 수 있는 기록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게 평가됐다. 유영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로재와 기오헌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도시디자인과 사회과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병행했다. 현재는 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에서 법, 제도, 현대 도시설계 이론, 스튜디오를 가르치고 있다. 건축과 도시를 아우르는 스케일에서 개별적인 공간 현상과 법제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계획과 디자인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 [어떤 디자인 오피스] 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
- 비브르 앙상블 10~12년차 설계사무소 실장, 부소장으로 근무할 때는 오히려 겁이 없었다. 설계사무소를 대표한다는 생각보다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컸다. 건축과의 협업에서도 투쟁을 불사하듯 설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무리한 요구에는 거침없이 노(no)를 외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3년 차가 되었을 때 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인터)대표가 됐다. 12년 차와 13년 차, 그 일 년 사이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소장이자 사무실 운영을 책임지는 대표는 전혀 다른 고민과 의무 그리고 책임감을 갖게 했고 설계뿐만 아니라 직원, 협력사 등 모든 관계에 대해 다시금 뒤돌아보게 했다. 설계사무소 운영과 설계 철학은 결코 다른 것이 아니었고 결국 하나의 줄기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비브르 앙상블(vivre ensemble)은 동거라는 뜻도 있지만 더 넓게는 ‘함께 살아가기’라는 뜻의 불어로 인터를 맡아 운영하면서 카카오톡 프로필에 ‘살고, 살게 하라’는 글과 함께 항상 써놓는 문구이기도 하다. 첫 전공이 불어불문학이라 불어가 친숙하기도 하지만 대표가 된 그해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연설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사무실 운영을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던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문장이 나에게 찾아왔다. 실무진으로서 10여 년은 업무를 배우기에 바빴고 대표가 되고 나서는 직원이 아닌 대표의 삶을 살아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조경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점점 더 많은 관계를 맺게 되는 조경 관련 분야를 포함한 타 분야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했었다. 대표로서 직원들의 삶과 전문인으로서의 발전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직원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마음으로 임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사무실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적었고 대부분 다른 이와 함께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각종 시설물을 비롯한 조경 관련 업체부터 건축, 토목, 전기 등 건설 관련 분야와의 협업은 매 순간, 매일 일어나는 일이었다. 협업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가 그대로 직원들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때 나를 바꾸게 했던 문장이 바로 ‘살고 살게 하라’였다.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완성해 가며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게 일하면서 잃지 않으려는 생각이 함께 살아가기다. 나도 살아가고 다른 이들도 살게 하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 조경설계를 잘하기 전에 그렇게 함께 잘 살아가는 관계를 쌓고 싶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더 좋은 설계를 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내게 설계는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목적이라서 조경설계란 업을 매개로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과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지금까지 해왔던 프로젝트를 되돌아봐도 조경설계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그 사업의 주체가 누구든지 어쩔 수 없이 공공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하는 작업이, 우리가 만들어 낸 설계 결과물이 자연의 주인인 지구에 또 하나의 쓰레기 더미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가늠하고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 개의 정원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비브르 앙상블은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살아 있는 식물, 땅, 자연을 대상으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공존할 방안을 모색하거나 자연과 인간 그 사이의 거리를 조율하는 것이 조경설계가 아닐까. 우연히 참여하게 된 몇 번의 정원설계 프로젝트는 이러한 생각을 가다듬고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조경설계를 하더라도 그 설계의 주체가 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발주처의 의견, 각종 심의 및 인허가 과정을 거치면서 설계의 주인은 계속 바뀌며 설계자가 그 프로젝트의 손과 발로만 전락하면 초기에 품었던 콘셉트에 대한 설계자의 의지는 수차례 꺾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그렇게 꿈이었던 설계사무소 운영에 대한 회의를 느낄 정도였다. 이런 생각이 들 때쯤 한 것이 정원설계와 시공 작업이었다. 우연히 접한 정원박람회 공모전에 앞뒤 재지 않고 참여한 적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사무실 운영 2년 차, 실무 15년 차였던 2014년에 참가한 제3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이었고, 두번째는 사무실 운영 10년 차, 실무 24년 차였던 작년에 참가한 2023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이었다. 오로지 대상지 현황, 주제, 콘셉트만으로 설계되고 시공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단순한 욕망이 10여 년 주기로 꿈틀거리는 걸까. 감사하게도 그런 설계와 시공의 기회를 통해 정원과 조경과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가장 근본적인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도 돌아볼 수 있었다. 다음 세 작업을 통해서 자연과 인간의 조율된 거리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연과 일상의 만남 제3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 공모전은 2014년 7월에 열렸고 시공 및 관련 행사는 1년 뒤에 진행됐다. 2014년은 온 국민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슬픔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였을까. 하루아침에 평범한 일상이 사라진 우리에게 주어진 공모전의 주제는 ‘일상’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 등교하고 출근하고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일상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정원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고 그 정원 속의 자연은 우리를 감싸안아 주면서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일상의 한편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시처럼 다가와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러한 마음이 담긴 모델정원 ‘일상이 시가 되다’(2015)에 자연을 상징하는 동서남북의 녹지와 함께 중앙에 삼각형의 셸터와 수경 시설을 배치했다. 사실 설계와 시공이 분리된 작업만 계속하다 보니 모든 디테일 하나하나를 돋보기로 보듯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로 일관되게 디자인과 시공을 함께 했던 경험은 조경설계에서 토양과 식재, 자연이라는 개념에 대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지식으로 아는 것을 넘어서 몸으로 체득한 결과였다. 한 발짝 들어가 자연을 만나는 방법 우리의 작품 중 이렇게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공간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기 있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풍경쉼터(2017)다. 전주수목원이라고 검색하면 제일 많이 등장하는 이미지의 주인공이 바로 연못가에 있는 한국적으로 해석한 정자인데, 줄을 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이곳을 배경으로 한 인물 사진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이곳을 벤치마킹한 정자가 다른 공원에서도 많이 보인다. 수목원 안에 조성되는 포켓쉼터였기 때문에 수목원의 근본적인 자연성, 방향성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이용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설계 목표였다. 수생식물원, 죽림원, 수국원 등 수목원 내의 다양한 자연 안으로 들어가 그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기존 식생을 이식하거나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시설물만 설치했다. 조금 먼발치에서 만나는 자연과의 조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과 정원의 공존, 하늘 파빌리온 모든 설계가 그렇듯이 해답은 대상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23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참여를 결정했던 건 매력적인 대상지 덕분이었고, 하늘공원이 가진 강력한 경관, 자연의 힘으로 인해 콘셉트도 비교적 쉽게 정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하늘과 바람, 풀뿐인 하늘공원에 자연을 함께 공유하고 공존할 수 있는 정원을 품은 ‘하늘 파빌리온’(2023)을 제안했다. 파빌리온은 드넓은 억새 초지의 장엄함을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 경관의 틀이 되고, 때로는 거친 자연으로 상징되는 억새와 그에 대응하는 연약한 질감의 초화로 이루어진 정원을 품어주는 또 다른 틀의 역할도 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연 속의 정원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남거나 사라지거나 숫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터의 설계 프로젝트는 어림잡아도 1년에 적게는 10여 개, 많게는 20여 개 내외가 진행되어 전체 프로젝트 수는 300개가 훌쩍 넘는다. 300여 개가 모두 설계가 완료되어 시공될 리는 만무하지만 아쉽게도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그리 많지도 않다. 현상설계에서 출발해 순조롭게 시공까지 마무리된 프로젝트부터, 실시설계까지 납품하고도 사업이 불발된 프로젝트, 또는 종이로만 남아 두고두고 사례로만 참조하는 프로젝트까지 그 시작과 끝이 각기 다르다. 그러나 설계를 하다보니 남아 있다고 반드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종이로만 있다고 의미가 없는 것도 결코 아니다. 새로운 시도, 시공 단계까지 유지된 콘셉트 아이디어 등 살아남았거나 사라진 작업이 있다. 그중 디자인적으로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대구 이시아폴리스 패션스트리트 때론 자연을 완전히 배제한 채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 이시아폴리스 패션스트리트(롯데아울렛) 조경설계가 그런 경우였다. 드라이한 대상지의 현황 및 상업 공간의 시각적 차폐에 대한 우려로 인해 녹지는 일부분에 불과했고 자연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레인 드롭(rain drop)이라는 콘셉트로 전체 바닥 포장을 패턴화했고, 시설물까지 원형 디자인으로 통일했다. 조경 디자인 콘셉트 그대로 시공, 준공된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세종시 대우 푸르지오 P3 지구 공동주택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였고 무엇보다도 현상설계부터 시공 단계까지 대규모 아파트 설계에서는 쉽지 않게 현상설계에서 했던 조경 콘셉트가 유지됐다. 자연과 도시의 관계를 단지 내부로 끌어들여 디자인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준공한 지 1년이 안 된 최근 프로젝트로 첨단 시설이 들어서는 건축물이지만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내에 위치해 있어 무엇보다도 외부 공간에 대한 이용자들의 배려가 필요했다. 킵 온 딥 인 네이처(keep on deep in nature)라는 주제로 자연의 본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해 원초적 자연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미래 기술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숲 조성, 비정형적 공간 구획이 특징이다. 대지에 자연이 스며들듯 공간에 녹음이 스며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의 주변 설계를 통해 건축물에 의해 둘러싸인 경계를 허물고 건축을 넘나드는 자연을 표현했다. 절제된 자연의 모습이 아닌 태고의 자연의 모습을 더해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리조트를 꿈꿨다. 이때의 설계 콘셉트와 평면, 스케치의 분위기 등은 지속적으로 소환해서 비슷한 결의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꺼내 보곤 한다. 파주운정3 GTX 문화공원 설계공모 사무실 운영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설계공모에 굳이 참여하지 않아서 다행스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수동적인 계약 시스템에 따른 편향된 프로젝트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고, 새로운 대상지에 대한 목마름과 계획안에 대한 탐구가 회사 내부적으로 필요했다. 파주 운정역 GTX 상부에 조성하는 공원의 콘셉트를 통해 과거의 오래된 유산에서 미래 공원의 의미를 찾으려 했고, 건축, 조형물 디자인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모색했다. 비록 낙선으로 끝났지만 올여름 한 차례 휘몰아친 설계공모 덕분에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실패했으나 실패는 없었다. 앞으로 관심 있는 설계공모 대상지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공모에 함께 해준 인터의 모든 직원과 백순철·홍수연 소장(레드트리), 임근풍 소장(AIM 건축)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다. 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는 2000년에 人터조경기술사사무소로 출발했다. 1대 대표인 선우성에 이어 2013년부터 김수연 대표가 이끌고 있는 25년 차 조경설계사무소다. 좋은 생각과 함께하는 좋은 경험을 토대로 사람(人)과 터를 위한 디자인을 하려고 한다. 현란한 디자인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진 편안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정원, 공원, 오피스, 공동주택, 병원, 리조트 등 공공과 민간 영역을 아우르며 박준영, 최아람, 정구영, 김태현, 박준기, 서현호와 함께 다양한 조경 디자인을 탐색하고 있다.
- [밀레니얼의 도시공원 이야기] 이름을 붙이지 않을 용기
- 도시공원은 실험이다 세계적 화학 회사 듀퐁(DuPont)의 어느 랩에서 한 실수가 나일론이라는 혁신으로 이어졌다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는 ‘실험 중에 일어난 의도치 않은 기적’의 대명사가 됐다.(각주 1) 요즘이야 실험 노트를 꼼꼼하게 적는 게 일반화되었다고 하지만, 이렇게 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 오만 가지 실수들이 존재했을 테고 그중 어떤 것들이 의도 밖의 성공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런 혁신의 전제는 체계도, 천재성도 아닌, 수많은 실험의 반복(iteration)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공간적 한계와 예산의 조건으로 도시공원 혹은 도시 공간에서 다양한 실험이 쉴 새 없이 이어지기란 어렵다. 준공까지 많은 자원이 요구되는 도시계획과 조경 분야의 특성상 일정한 수준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으면 실험대에 오르기조차 쉽지 않다. 동시에 조경은 필연적으로 과정 중심적이다. 조경의 주요 요소―교목, 관목, 지표면의 생물, 수공간, 시설, 그 안의 사람들―가 서로 연계되는 과정을 통해 조성된다는 설계 이론적 차원의 과정 중심성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접근 가능한 공간을 직접 분석하고, 설계하고, 조성하고, 재조성하는 책임을 지고 있기에 매 순간 목적과 이용의 변화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즉 실험을 표방하고 작업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사실 거의 모든 단계가 아주 조심스러운 공간적 실험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자면, 1980년대부터 이어진 도시공원 조성 과정은 국가 주도로 진행된 ‘도시 오픈스페이스 실험’ 그 자체다. 에피소드 1. 땅, 불, 바람, 물, 마음 공해와 싸우고 자연을 살리는 다섯 가지 힘이 모여 나오는 캡틴 플래닛.(각주 2) 얼마 전 영등포구에서 진행한 수변 공공 디자인 해커톤 ‘소셜 픽션, 수변 픽션’ 시민 참여 프로그램의 퍼실리테이터를 맡아 수변 문화와 도시 경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도시 경관, 공공 설치, 커뮤니티 디자인, 문화 프로그램, 미디어 아트의 다섯 분과(시민 참여를 표방한 팀플이다)가 수변 문화를 실험하고 확장하는 다양한 주제를 다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공공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다룬 다섯 가지 주제만으로도 이렇게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데, 실제 공공 문화를 이루고 있는 수십, 수백의 얽히고설킨 요소들을 어떻게 같이 굴러가게 만들 것인가. 최소 다섯 가지 초능력이 모여야 캡틴 플래닛이 튀어나온다. 지구를 지키고 자연을 살리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건가 싶다. 적어도 이렇게 다섯 개 분과가 모여서 서로 의견을 교환한 뒤 박수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캡틴 플래닛’이 나와서 뭔가를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팀플, 진심으로 히어로를 찾게 되는 순간이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해당 실수가 처음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이 실수를 혁신으로 인지한 것이 듀퐁의 기지. 2. 생소한 단어의 나열이라면 꼭 구글링을 해보길 권한다. ‘출동! 지구특공대(Captain Planet and the Planeteers)’는 1990년대 제작 방영된 미국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꾸준히 방영됐다. 다섯 대륙에서 모인 다섯 주인공이 공해 빌런들과 전투를 벌이다가 각자가 지닌 초능력 반지를 통해 슈퍼 히어로 캡틴 플래닛을 불러낸다는 설정. 몇 년 전부터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회사를 중심으로 실사 영화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 일상 속 영화 같은 장면을 기록하다
- “도시 모습과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그런 모습들을 프레임 안에 담는 작업을 해오고 있고요. 제가 경험하면서 느낀 것이나, 제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들을 사진에 담아내고 있습니다.”(각주 1) 도시 관찰자이자 일상을 하나의 패턴으로 포착하는 창작자 이경준의 시선으로 살펴본 뉴욕과 서울의 일상 속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의 개관작인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One Step Away)’에서 그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익숙한 도시 풍경을 멀찍이 포착해 낯설고도 아름다운 장면들로 담아내는 이경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전시는 작가가 주로 생활해 온 서울과 뉴욕을 배경으로 곳곳의 일상을 담은 250여 점으로 구성된다. 회색 도시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점, 선, 면으로 연결되는 순간, 싱그러운 녹음과 함께 휴식하는 순간까지. 네 개 챕터를 통해 누구에게나 익숙한 도시의 공간들이 이어진다. 바쁘게 혹은 단조롭게 반복되는 도시 풍경이지만,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본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삶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이자 패턴으로 포착하다 물리치료사이자 프리랜서 포토그래퍼인 이경준은 2018년부터 뉴욕에서 살아왔다. 그가 처음 사진기를 든 건 고등학생 때다.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가족, 친구, 일상을 담기 시작하다가 대학생이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새로운 환경과 학업에 지쳐 힘든 시기를 보내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사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높은 곳에서 바라본 도심 속 풍경에 위로를 받았다. 위에서 바라본 도시 모습에서 새로움을 느끼면서 작업의 영감을 얻기 시작했다. 건물의 기하학적 구도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색감, 사람들의 섬세한 움직임.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본 세상은 거대한 유기체 같았다. 이러한 시선의 전환은 청년 이경준의 단조롭던 삶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이경준은 높은 곳에서 그리고 멀리서 바라본 도시 속 풍경을 담아내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었다. 도로 위 차선, 건널목, 표지판, 신호등 그리고 그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패턴을 포착하는 이경준의 스타일은 세계적 기업과 브랜드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뮤지션 구원찬, 죠지와의 앨범 표지 작업,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헬무트 랭(Helmut Lang)과의 컬래버레이션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 조경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 환경과조경은 ‘주간 한국조경신문’과 함께 조경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지난 8월 1일부터 환경과조경은 주간 한국조경신문을 인수 합병해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은 2008년 창간된 주간 조경 전문 매체다. 그간 조경인의 권익과 조경 분야의 소통 및 정보 공유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국내 언론 지형의 빠른 변화 속에서, 16년간 두 차례의 휴간과 복간을 거듭하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동안 한국조경신문을 이끌었던 김부식 회장(한국조경신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은 건 많은 조경인의 지지와 격려 덕분이었다고 말하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 것에 대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혁신하지 않으면 소멸되는 오늘의 현실에서, 4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환경과조경과의 합병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조경의 가치와 품격을 한층 더 높여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과조경437호(2024년 9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미스터 코모레비
- 미스터 토일렛(toilet). 짐작컨대 이름만 들으면 중세 프랑스 왕실 소속 관리로서 아프리카 대륙 여행 중 지역 원주민의 생활 습관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 화장실의 시초가 되는 건물을 만들어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토일렛(toilet)의 유래가 된 사람처럼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물론 화장실과 연관이 없는 건 아니다. 대체 그는 누구이며, 어쩌다 저런 별명을 얻게 된 것일까. 그는 고故 심재덕 수원시장으로 화장실 문화 운동에 평생 헌신하며 한국 공중화장실의 수준을 높인 인물이다. 평소 더러운 화장실에 대한 관광객들의 불만에 마음이 쓰였던 심 시장은 2002 한‧일 월드컵 개최를 준비하며 공중화장실 환경 개선을 도모하는 캠페인을 적극 추진했다. 당시 이 캠페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한국 공중화장실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됐다. 2007년 그는 암 투병 와중에도 세계화장실협회(World Toilet Association)(WTA)를 발족시켜 화장실 문화 개선 운동에 앞장설 정도로 진심을 다했다. 음악이 들리거나, 향기가 나고, 작은 그림과 좋은 문구가 걸려 있는 공중화장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 만들기에 진심이었던 그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각주 1) 시간이 흘러 미스터 토일렛만큼 화장실에 진심인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배경으로 추진된 더 도쿄 토일렛(The Tokyo Toilet)(이하 도쿄 토일렛) 프 로젝트는 어둡고, 더럽고, 냄새나고, 무섭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공중화장실 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각주 2) 안도 다다오 등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모여 17개의 화장실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들어가서 문을 잠그면 불투명해지는 특수 제작 유리로 만든 화장실, 수도꼭지를 다양한 높이에 배치해 남녀노소,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손을 씻을 수 있게 만든 화장실 등 저마다 개성을 드러낸다. 공식 홈페이지도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3D 뷰를 통해 화장실 외부부터 내부까지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게 했다. 화장실 변기를 구경하는 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궁금하다면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도쿄 토일렛을 소개하기 위한 영화를 제작했는데, 그 영화가 바로 최근 개봉한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다. 영화는 도쿄의 화장실을 묵묵히 쓸고 닦는 중년 청소부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낸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자판기 캔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며, 그날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팝송을 들으며 출근하고, 때때로 필름카메라로 코모레비(木漏れ日)(각주 3)를 담아내고, 저녁엔 단골 가게에 들러 식사를 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다 까무룩 잠든다. 소소한 일상의 편린을 통해 반복된 일상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사실 메시지보다 영화를 담아낸 형식이 좋았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를 선택한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보통 이런 공간 프로젝트는 다큐로 만들어 설계를 맡은 스타 건축가의 서사를 쫓아가거나, 비슷한 사례를 모아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는 형태로 빠지기 쉬운데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전형적인 방식에서 벗어났다. 대신 상상력 한 스푼을 더해 어쩌면 어딘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삶 속에서 중요한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도쿄 토일렛을 은근하게 보여준다. 미스터 토일렛과 도쿄 토일렛 이야기의 공통점은 바로 태도다. 외면 받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것을 함부로 대하지 않은 것. 박보나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의 태도가 도시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만들어 냈다고 할까. 이번 호에 소개한 프로젝트에서도 그런 태도가 읽힌다. 탄소 저감을 위해서 목재 트러스를 활용한 하이라인-모이니한 커넥터(30쪽), 민관 협력을 토대로 저비용과 친환경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브지리풋 스트리트 공원(58쪽)을 설계한 조경가들은 기후 위기 시대의 과제를 외면하지 않고 도시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이들에게 미스터 코모레비란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코모레비처럼 반짝이는 태도를 가진 이에게 주는 나만의 작은 헌사이자 훈장이라고 할까. **각주 정리 1. 최혜경, “심재덕 씨의 뒷간 라이프”, 『행복이 가득한 집』 2008년 3월호. 2. 최은화, “모두를 위한 공중화장실: 더 도쿄 토일릿”, 『공간』 2020년 11월호. 3.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응원한다, 내를 그리고 느그를
- 여름밤을 참 좋아했다. 해가 지면 천천히 식는 공기,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은 여름 저녁에만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요즘 같아선 그 풍경이 다 미화로 만든 거짓 기억인가 싶다. 더운 데다 습도까지 높아 새벽녘이 되어도 온몸이 축축하다. 그래도 또 여름을 그리워할 게 분명하다. 내게 여름은 무언가 낭만적이고 아득한 존재다. 여름 같은 대상이 또 있는데, 바로 학생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언제까지 남의 삶을 나의 청춘인양 여기며 먹먹해 할지 모르겠지만, 교복을 입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면 가슴이 둥둥 울린다. ‘스윙걸즈’와 ‘훌라 걸스’가 그랬고, ‘땐뽀걸즈’(각주 1)와 닮은 ‘빅토리’가 그랬다. 배경은 1999년, 경상남도 거제.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생활 반경과 생각의 너비가 딱 발 닿는 곳까지밖에 이르지 못했는데, 필선은 거기서부터 나와 참 다른 사람이었다. 힙합을 너무 사랑해서 발 디딘 곳 모두를 무대로 삼는 필선은 단짝 미나에게 말한다. “거제가 좁다”고. 가뜩이나 좁은데 춤을 출 곳마저 없다. 일 년 전 사고를 일으켜 정학을 당하고 댄스 동아리 해체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둘 앞에 세현이 나타난다. 그가 전학 오기 전 서울에서 치어리딩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묘책이 떠오른다. 만년 꼴찌 축구부를 응원한다는 명목으로 치어리딩 팀을 꾸려 연습실을 확보하자! 꽤 많이 본 익숙한 문법이었기에 자연스레 다음 장면이 상상됐다. 힙합을 추고 싶은 필선과 세현의 갈등과 화해, 처음에는 응원부를 무시하지만 점점 그 효과를 보는 축구부, 축구부의 승리에 기뻐하는 치어리딩 팀, 그런 내용 아니겠나. 그런데 어라? 필선이 벌써 치어 댄스를 춰야 한다는 걸 납득하고 세현과 화해한다. 응원부 ‘밀레니얼 걸즈’가 벌써 그럴듯한 치어리딩을 해낸다. 축구부의 모습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깨달았다. 어떤 춤이냐가 문제가 아니다. 이들에게 춤은 투쟁이다. 자신이 오롯이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리를 얻어내는 싸움. 치어리딩할 때 밀레니얼 걸즈는 가정 속에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춤에만 집중한다.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한 동작을 하고 동선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지 연습하고 다투고 소리 지르고 뛰고 웃는다. 그 순간만큼은 어떤 외부 요소도 끼어들 수 없다. 여동생들을 돌보며 짜장면 집 장사를 돕던 장녀도, 틈틈이 다림질을 해야 하는 세탁소의 딸도, 태권도장 일은 돕지만 여자라서 태권도는 배울 수 없는 딸도 사라진다. 그 한가운데 선, 축구부 에이스의 동생이 아닌 세현이 제 이름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거제 조선소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응원하는 장면이 낯설어서 좋았다. ‘땐뽀걸즈’와 ‘빌리 엘리어트’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제에서 자랐다면 누구든 한번쯤 일자리로 생각해보는 이곳에서 밀레니얼 걸즈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는 팔과 바닥을 세게 구르는 발동작으로 시위대를 응원한다.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안쓰럽지만 애써 웃어 보이는 표정을 짓는 대신, 다른 곳에서 했던 그대로의 치어리딩을 펼친다. 그렇게 밀레니얼 걸즈는 응원을 전하는 사람을 넘어, 조선소의 투쟁자와 같은 위치에서 연대를 펼치는 완전한 투쟁자가 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 밀레니얼 걸즈가 치어리딩 내내 지어보이는 미소에서 무해한 상냥함 대신 앞으로 강하게 치고 나아가려는 결연함을 읽게 된다. 그들이 춤을 추며 응원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혹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봐 필선이 말한다. “응원한다, 내를 그리고 느그를.” 현실이 영화 같을 순 없다는 걸 충분히 안다. 게다가 빅토리는 축구부의 경기 결과 외에는 영화 속 투쟁자들이 승리를 쟁취해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웃으며 엔딩 크레디트를 볼 수 있는 이유는 승리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사실도 알기 때문이다. 박범수 감독이 승리의 정의가 꼭 고루할 필요가 있냐며 빅토리는 “그 개개의 의미 있는 승리가 모여 전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이야기”(각주 2)라고 말했듯이. 처서가 지나니 이른 아침이면 열기가 덜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계절 중 두 번째 계절이 저문다. 온 계절이 다 흐르기 전에 남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나만의 “까리한” 승리가 모여 전보다 나은 일 년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중얼거려본다. **각주 정리 1. 땐뽀걸즈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다음을 참고. 김정은, “땐뽀걸즈, 버티는 청춘에 관하여”, 『환경과조경』, 2017년 11월호, p.143. 2. 김영재, “제목이 ‘빅토리’인 이유 “승리의 정의 꼭 고루할 필요 있나요?”, 파이낸셜투데이 2024년 8월 6일.
- [PRODUCT] 모두를 위한 무장애 퍼걸러와 야외 테이블
- 우리 사회는 장애와 비장애인이 서로의 다름을 의식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공존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간에서 장애 유무가 차별의 요소로 작용할 때가 있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으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생활 공간을 만드는 조경 시설물 브랜드 ‘미담’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사용자가 무장애 환경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쉼터를 통해 장애인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편리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을 마련했다. BF 퍼걸러와 BF 야외 테이블은 휠체어의 크기에 맞춘 곡선형 디자인을 통해 휠체어 이용자의 활동 반경을 확보한다. 스툴이나 일반 벤치를 배치해 보호자, 또는 이웃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무장애 휴식 공간은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쉴 권리를 보장한다. 기능성뿐 아니라 시각적 요소를 고려한 디자인을 시도했다. 돋보일 수 있는 강한 색상으로 주변 공간과 차별화를 꾀하기보다는 모두가 평등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아 주변과 어우러지는 색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모두는 같은 존재라는 걸 인식시키고, 차별 없이 어울리며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철재 프레임에 목재를 더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용적인 수납을 위해 테이블 옆에는 가방 걸이를 설치했다. TEL. 02-6951-1041 WEB. www.mi-d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