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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숲 시방서 없어 일선 지자체 공무원 ‘혼란’ 조경 배제 시 품셈·설계기준·시방서 표준 없어, 향후 ‘누더기’ 기준 만들어질 우려 제기
  • 이형주 (jeremy28@naver.com)
  • 입력 2020-03-02 18:45
  • 수정 2020-03-02 18:45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산림청이 도시숲 사업에 조경업체 참여를 배제토록 하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한 가운데, 일선 지자체에서는 참가자격에 조경업체를 배제하고 조경시방서를 따르도록 모순된 발주를 하는 등 실무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 활용되는 ‘조경시방서’도 배제하기 위해 낙찰업체가 도면과 시방서를 함께 만들어오도록 요구하면서 향후 만들어질 기준이 ‘누더기’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충북의 한 지자체 공무원은 “산림청 공문대로 지난주에 입찰을 올렸다. 도시숲시방서가 없어 조경시방서를 넣었다. 그런데 공문을 받자마자 정부, 협회, 타 지자체 등을 통해 알아봐도 도시숲시방서란 걸 찾을 수 없었다. 산림청에서 돈을 준 거라 일단 따르긴 했는데 맞는 조치인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실제 현장에서도 조경시방서를 준용하고 있는데, 도시숲 입찰기준에선 조경업체를 넣을 수 없게 하고 시방서는 조경을 쓴다는 건 모순 아닌가? 산림청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국토부에서도 걸고넘어지면 문제가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일선 지자체 공무원은 “아직 경기도는 시군까지 공문이 발송되진 않은 것 같다. 실무에서 도시숲 업무를 볼 때 대부분 조경으로 발주해왔다. 도시숲이라는 게 산림보다 조경의 개념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도시숲이 조림은 아니지 않나? 조경적인 의미보다 조림의 가치가 더 크다고 하면 산림법인으로 갈 수 있겠지만, 도시 안에 숲을 만들자는 건데 조경을 배제하고 일을 할 수가 없다. 조경은 나무만 심는 일이 아니고, 도시에 나무만 심는다고 숲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잘못하면 아무도 일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서로 죽자는 것 아닌가 싶다. 상생할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경상지역 공무원은 “조경이든 산림이든 기술직으로서 시민들에게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실제 일을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발주하더라도 예산을 회수한다고 협박하는 게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산림청의 방식이 영화에서나 보던 조폭들이 이익을 취하는 방식과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서울시 공무원은 “지자체 공무원 입장에서 예산을 회수하겠다는 건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법에 근거한 조경공사업 범위에는 숲 조성도 포함된다. 더구나 도시숲은 사람이 이용할 수 없는 원시숲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실상 공원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수십 년간 해오던 일을 도시숲이란 이름으로 바꿔서 막아놓고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만 힘들게 하는 불합리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시방서와 관련해서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에서는 “도시숲 표준시방서가 별도로 있는 건 아니다. 발주할 때 용역사에서 설계도면과 시방서를 만들어서 오도록 기초해서 발주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대해 한 조경시공소장은 “시방서를 어떻게 건 바이 건으로 만들어 들어가나. 뭐 하나 기준이 된 게 있어야지”라며 “조경을 빼려고 품질 낮추는 별별 짓을 다 한다”고 꼬집었다.


건설사에서 조경시공을 담당하는 소장은 “나무의사를 포함해서 산림청이 추진하는 새로운 설계·시공 영역이 죄다 일단 대문부터 잠가놓고 시작한다. 품셈이니 설계기준이니 시방이니 그딴 건 나중이다. 현 상황에서의 문제점은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최초 발주 용역 몇 개가 결국 추후 기준이 되어줄 텐데, 결국 기존 산림토목과 조경 기준을 테트리스한 걸레짝 땀질 기준이 완성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와 관련 조경 소관부서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발송된 공문 내용과 관련 “사전협의는 없었다”면서도 “도시숲법 제정안 4자 회담 등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의견을 제출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 업계 간 이견이 있어 원만히 조율해나가는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노환기 한국조경협회장은 “업역 간 영역 다툼으로 싸움을 몰고 있지만, 산림청에서 외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기존 분야와 어떻게 공생하느냐 하는 문제다. 기존 타법을 근거로 도시에서 조경업이 수행하던 일을 산림법을 100% 따라가면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변호사를 통해 도시숲법에 위헌소지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법률적 근거를 검토하면서 차분히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성 법률사무소 미래LAW 변호사는 “입법에서 산림청에 너무 포괄적으로 위임이 됐다. 다른 행정법 사이 관계에 의해서도 막연하게 A라는 법을 통해 B법을 개정하는 부분이 다수 발견된다. 법률이 취지에도 맞지 않고 위헌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부당하게 조경관련 업자들을 배제하는 규정이 있으며 명확성 원칙, 평등 원칙, 직업수행의 자유 등 위배되는 사항이 많다”는 소견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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