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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원과 조경, 효과없는 개념반복
  • 나창호 (ch_19@daum.net)
  • 입력 2017-12-25 22:24
  • 수정 2017-12-26 08:29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작년 ‘알파고’ 충격과 함께 인공지능(AI)이 사회 핵심단어로 떠올랐다. 당시 같이 주목받은 기술로 딥러닝이 있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사람의 두뇌처럼 사물이나 패턴을 학습하여 추론해 데이터를 산출하는 기술이다. 


딥러닝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다. 최근 스마트폰에도 이용자의 사용 패턴을 학습해 살을 붙이고 정교하게 다듬는 딥러닝 기술을 차용했다. 구글 음성인식 번역도 오차율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통해 데이터가 정교해지고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이 딥러닝 핵심이다. 


지난 18일 ‘도시정원의 조성과 작동 전략을 모색하는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됐다. 도시정원의 미래 지향점을 모색하는 자리로, 인공지반녹화 전문가에 기조발제가 화제가 됐다. 토론회에서 ‘공원, 조경, 정원’의 개념 논의도 있었다. 


서주환 경희대 교수(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총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후 산림청이 정원에 대한 화두를 쥐었고, 이후 정책을 너무 급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개념 정립과 같은 본질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 발언 이후에도 정원, 조경, 공원, 숲에 대한 개념 토론은 수차례 계속 됐다.  

 

개념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한숨소리가 객석에서 들렸다. 공기도 사뭇 달라져있었다. 행사를 마치고 한 정원사에게 이유를 묻자 “또 반복이네요”란 말을 남기고 회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중에 다시 물으니 개념 논의에서 발표자들이 학문과 실무 사이의 괴리를 모르고 있어 갑갑했다고 말했다.   

 

실무를 하는 정원디자이너는 어땠는지 물었다. ‘조경의 원류가 정원’이라는 학술적 설명에는 끄덕였다. 그럼에도 정원은 조경과 다르다고 했다. 조경을 전공한 정원디자이너들 생각이었다. 


“조경과 정원의 출발은 같지만 작금의 정원은 조경과 다른 분야로 봐야 한다. 실제 조경을 전공한 정원디자이너 대부분이 현장에서 새로 배우며, 새로 적응하고 있다. 대학 커리큘럼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조경분야와 정원 사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실제 정원조성에서 강조되는 것은 디자인만이 아니다. 실무 전문가에 따르면 정원은 ‘식물’과 ‘관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작금의 조경 교육에서는 이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 며칠 전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로부터 "NCS에서 조경관리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 풀(Pool)이 턱없이 부족해 조경관리 단위가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던 참이다. 


과거 도시숲부터 최근 나무의사까지 크고 작은 업역 논란이 있었을 때마다 ‘막지만 말고 조경의 전문성을 살려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경계 내부에서 있었다. 정원도 ‘잘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잡으면 된다’는 앞의 논리로 일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정원 실무자들은 "학교에서 흙을 만지지 않는데 정원을 잘 할 수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비록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후 본격화된 짧은 정원문화이지만, 그 사이 눈에 보이는 변화가 많다. 시민정원사들은 전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정원에 쓰이는 수종도 수요 변화로 눈에 띄게 늘었다. 몇몇 정원디자이너는 ‘팬덤’ 문화까지 형성돼 시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정원문화도 딥러닝으로 조금씩 자신만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과거 정원과 지금 정원은 같아보이지만 분명히 다르다. 적극적인 변화 노력과 협업의지 없이는 2~3년 후 정원과 조경분야 사이에 이질감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어쩌면 개념 주장이 논의거리조차 안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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