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현장에서 체감하는 조경공간의 실질적인 유지관리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통합적인 시각에서 조경유지관리의 체계 정립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한국조경학회는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옥외 생활공간 조경유지관리 제도 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일상생활 속 조경공간의 유지관리의 문제점과 실태 논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및 하자저감 기법을 반영한 조경유지관리 기준 수립 방안을 논의하고, 조경공간 및 조경공사 중 조경유지관리 현실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발표는 ▲장광은 연암대학교 환경조경전공 교수의 ‘도시 조경공간의 유형과 현황’ ▲윤은주 LH연구원 수석연구원의 ‘조경공간 유지관리 실태 및 문제점’ ▲안명준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대표의 ‘통합적 조경유지관리 체계의 제안’ 순으로 진행됐다.
발표에 이어 강준석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곽호필 전 수원시 도시정책실장 ▲이병연 충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석승우 서울시 조경과 팀장이 발제자 3인과 함께 토론을 펼쳤다.
조경 유지관리, 삶의 질 높이는 ‘투자’
장광은 교수는 “조경 유지관리가 잘 되는 사례가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유지관리 현황은 부족한 실정이다. 토양이 수목 식재에 부적합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열대 기후가 확산되면서 태풍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전정을 통한 안전유지관리가 필요하고, 수목 생산 시 경관 향상과 안전 유지를 고려해 수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지관리 인력의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건설사에서 현장에 65세 이상의 인력을 들이지 못하게 했더니 조경은 한 명도 못 들어간 일이 있었다”며 “젊은 사람을 유입시킬 방법을 비롯해 안정적인 조경 유지관리 인력을 공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고급수목과 일반수목의 조경 유지관리 단가 확립하고, 정원문화 확산에 따른 유지관리 교육을 체계화 해 조경 유지관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 집 앞 쓰레기는 내가 관리하듯이 내 집 앞 나무 정도는 가꿀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조경 유지관리는 추가되는 비용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단기~중장기 대응전략 마련 필요
윤은주 연구원은 “21세기 말 설악산 일대를 제외한 남한지역 대부분이 아열대기후대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아열대기후는 집중강우가 늘어 가뭄기간도 길다는 단점이 있다. 아열대기후에 접어들면 침엽수는 쇠퇴한다. 소나무 병이 많고 많이 죽어가지만 아직도 침염수와 활엽수를 똑같이 심고 있다. 이제는 대비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단계별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수종별 기후변화 적응력 진단 및 적정수종 개발, 정책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윤 연구원의 설명이다.
윤 연구원은 “한반도 아열대 기후 특성 전환 등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한 단기~중장기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하고, 당면과제를 먼저 도출할 필요가 있다. 조경식재 패러다임을 ‘조성’에서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며 “식재 모니터링을 통한 수종별 기후변화 적응력 평가 및 적정 수종을 개발하고, 기후변화에 맞는 식재 및 유지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책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수목단위의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 ▲기후변화에 맞는 식재 및 유지관리 기준, 조경 적정 공사기간 산정기준 마련 ▲기후변화 적정 수종 개발을 위한 시험식재(추가식재) 지원 ▲시범사업 추진을 제안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제도 개선으로 실효성을 거둔 사례로 LH의 조경기준 개정 제시했다. LH는 2013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순차준공, 관수 및 식재부적기 관리기준 강화 등의 지침을 개정해 수목피해를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 개정 전후의 수목피해율 비교 결과, 지침 개정 전(2009~2012) 피해율은 11.9%였으나 개정 후 피해율은 5.9%로 2배가량 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윤 연구원은 앞으로는 수목정보부터 식재, 유지관리에 걸친 토탈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원에 따르면 먼저 생산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사업유형, 사업명, 대상지 위치, 수목생산이력, 규격, 식재량, 공사기간 중 피해수량, 식재지역, 식재시기, 식재기반, 이상기후 여부 등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산관리시스템에 입력된 사업지구별로 준공시기, 준공 후 경과기간, 관수 및 병충해 관리시기, 피해수량, 피해원인 등을 일정기간(6개월 또는 1년) 단위 조사, 정기 피해분석 리포트 발행 등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춘 유지관리시스템이 작동함으로써 유지관리 품질을 높이는 전문화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윤 연구원의 주장이다.
아울러 윤 연구원은 “기후변화 관련 연구결과들은 대부분 기존 기후변화 정보를 해석하는 것으로 한반도 전반 등 광역규모에서 개략적 동향 예측이 주내용이라, 실제 식재공사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식재시기, 식재위치별 기온 및 강수량 등 조경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기후정보제공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조경공간 정의 ‘시급’
안명준 소장은 조경공간 유지관리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통합적 조경유지관리 체계 도입 ▲조경 결과물에 대한 정의 보완 ▲조경관리의 대상과 범위 설정 ▲조경유지관리 기준의 체계 수립 ▲조경공간에 대한 성능기준 도입이란 다섯 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먼저 안 소장은 “영국 등 유럽에서 녹색인프라는 ‘자연적 요소의 네트워크’로 정의하고 이것이 가지는 사회적 ‘다기능성’에 주목해 관리한다. 미세먼지, 도시열섬화, 도시홍수 등의 기후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조경공간의 종합적, 통합적 유지관리 및 성능관리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도시의 녹색공간, 조경공간은 식재와 시설물로 이뤄진 도시 전체의 중요한 생활인프라이자, 녹색인프라로서 통합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유지관리가 이뤄져 도시 옥외공간의 성능과 품질 관리의 체계로 진화하고 있어 이에 적합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경유지관리 기준의 기본 범주 및 체계를 ▲조경식재 및 조경시설물이 설치된 모든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조경공간 유지관리’ ▲발주/시행되는 조경공사 대상 ‘조경공사 유지관리’ ▲조경유지관리 사업 추진의 기본이 되는 ‘조경공사 유지관리 품셈’으로 구분하고, 조경공간 개념의 일반화를 추진하되 관련 법령에 정의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안 소장은 “조경설계기준, 표준시방서에 반영된 조경의 행위 결과물을 ‘조경공간’으로 지칭하고 있음에도 조경진흥법, KDS, KCS에는 정의가 되어 있지 않다. 조경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법적 지위나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경공간이 먼저 법적으로 정의가 돼야 성능, 품질 요구 등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로 등 선형 오픈스페이스, 공개공지 등 필수 조경, 옥상녹화 등 신규 유형, 기타 실내조경 등 신규공간이 별도 조경공간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조경관리의 대상과 범위 설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조경유지관리를 정부, 지자체, 공공 및 민간기업, 비영리 민간단체(NGO), 전문가, 시민들의 참여로 통합적으로 접근, 추진해야 함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경유지관리 기준의 기본 체계에 대해서는 “조경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그 유형이 다양하고 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강해 실질적인 조경관리를 위해 주 조경의 대상을 조경공간과 조경공사로 이원화해 실질적인 체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조경 성능 관련 기준이나 평가가 거의 없다. 조경을 만들어낸 결과물이 뭔지 명확하지 않아서 그렇다. 경계, 효과의 범위도 정확하지 않아 도입이 어려웠다. ASLA에서 지속가능성 5가지 측면을 감안한 성능기준을 마련했다. 이런 것들을 통해 물 하나만 하더라도 다른 분야와 공유하면서 통합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조경유지관리 개념 자체를 법제적으로나 우리 전문가 사이에서 많이 놓쳐왔다. 지금부터라도 이 부분 고민을 해야 한다. 조경을 통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에 대해 공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표를 들은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조경공간에 대한 정의가 빨리 마련돼야 한다”며 안명준 소장의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산림 적용대상은 산림과 외 지역으로 아울러서 하고 있다. 조경 부분 정의는 사실상 건산법 규정 뿐인데, 지역을 구분하지 않아 적용에 제한을 받는다. 산림에 등산로 관련 시설물 설치가 건설공사 영역으로 볼 수 있는데 적용을 못하고 있다. 식재 이후 전정이나 관수 등의 일련의 조경유지관리다. 그중 방제는 산림과 사업자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산림은 산림 외 지역으로 사업을 꾸준히 넓혀 옥외생활공간도 산림 영역으로 적용하고 있다. 업 면허를 이중으로 요구해 사업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정의를 하루 빨리 내려서 사업자 간 법적인 충돌 해소돼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지관리 조경만의 문제 아냐”… 사회적 공론화 필요
토론에서 이병연 교수는 “토목, 건축, 조경과 같이 물리적환경을 다루는 분야에서 유지관리 예산 확보는 공통적으로 매우 미흡한 현실이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유지관리 체계가 잡혀 있는데, 안전이 법의 골격을 이룬다. 우선적으로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시설물의 정기점검과 거기에 대한 유지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 외에 유지관리항목들은 거의 체계가 전무한 상황”이라며 국토를 유지관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조경은 건조물에 비해 훨씬 더 어렵다. 건조물은 주변 환경을 떠나서는 목표 성능이 매우 뚜렷하다. 조경은 목표 식생이 성장하는데다가 10년 뒤 목표 성능을 교조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성능을 높이지 않고 명확하게 하지 않고서 사회적 비용을 청구할 방법이 없다. 정확한 성능 목표를 잘 규정해놓지 않으면 유지관리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추산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진다. 시공품질은 명확한 성능기준에서 나온다. 아주 세밀한 품질기준을 만들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승우 팀장은 “설계단계에서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나가야 될 부분들이 있다. 모든 공사의 시작은 설계부터 진행이 되는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준공 후 유지관리 연계가 상호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며 “유지관리를 준공 후 사후관리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설계자가 토양에 대한 계량이나 객토, 사용 문제를 검토하고 설계안에 들어가야 한다. 실제 공간에 대한 검토, 주변 건물 일조량, 식재기반, 미세기후 고려한 배식설계가 되고 있나”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설계단계부터 수목 생산, 유통, 시공, 감리 단계까지 전체를 아울러서 검토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것을 주문했다.
이외에도 석 팀장은 ▲사후유지관리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법적 근거 및 기준 마련 ▲아파트, 공공기관에 조경 지식을 갖춘 시설관리자를 배치할 수 있도록 주택법 개정 등을 민관학이 함께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곽호필 실장은 “분양 목적 사업건물이 보편화된 우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3년만 지나면 상가 앞 조경 없어지는 일이 빈번하다”며 “조경도 정기검진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조경진흥법을 조금씩 개정하면서 가는 것도 전략이다. 처음에는 선언적이고 누구든 공감하는 내용으로 시작해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 조경에 대해서 향유하고 휴식, 휴게공간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제도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