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기후위기와 팬데믹 상황에서 도시 녹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연구나 설계과정에서 빈번하게 언급되는 그린인프라, 자연기반해법 뿐 아니라, 지자체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녹지 생태도심, 정원도시 등의 단어들을 보면, 위기에 봉착한 도시를 구원할 녹색 시스템에 대한 다수의 기대와 욕망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공원 녹지 시스템을 살펴보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크게 부족해 보인다. 대표적으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공원의 유형은 크게 주제공원(역사공원, 문화공원, 수변공원, 체육공원 등)과 생활권 공원 (소공원, 근린공원, 어린이 공원)들로 나뉜다. 그리고 세부규정으로 공원규모, 설치거리, 시설율 등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근거해 조성된 공원들이 도시기반시설로 어느 정도의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은 맞지만, 지금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안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공원의 시스템과 이를 위한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도시, 토목, 건축구조와 연계한 새로운 유형의 입체공원
도시가 점점 고밀화 되면서 녹지 조성을 위한 땅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도심 내 교량, 건축물, 철도시설 등 인공 구조물과 연계해, 공원을 입체화 하는 것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인공구조물을 활용한 녹화 방식 및 공간 활용에 주목하고, 이를 유형화하여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 도쿄 시부야에 조성된 미야시타 공원(Miyashita Park)의 사례를 보면, Yamanote 철로변을 따라 길게 조성된 복합시설 상부에 약 330미터 길이, 10,000 제곱미터 면적에 이르는 옥상공원 및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하고 있다. 저층부에는 상업시설, 호텔, 주차장을 배치하고, 옥상공원에는 잔디마당, 보행로, 클라이밍 월, 스케이트 파크를 조성했다. 이 곳은 1930년대에 평범한 지상부 공원이었다가 1964년에 주차장이 들어서면서 공원의 레벨이 올려졌고, 2020년에 복합상업시설이 개발되면서 현재 레벨에 공원이 위치하게 되었다. 옥상공원으로의 접근을 위해 24대의 에스컬레이터와 7개의 엘리베이터가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지진에 취약한 조건을 반영해 최소한의 수목과 경량녹화방식으로 안전하면서도 다양한 식재공간을 조성했다. 미야시타 공원은 고밀화 된 도심 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합하면서, 동시에 녹지를 확보한 현명한 계획이다.
인구변화를 고려한 적극적 공공영역으로서의 공원
노령화, 고독감 등의 사회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노령 인구와 같은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는 적극적 공공영역으로서 공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공원에서의 기본 활동인 산책과 운동을 통해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자연경관과의 접촉이 주는 치유와 회복력 효과 등은 많은 사례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풀어간다면, 그동안 소외되어왔던 노인 세대의 소통, 놀이문화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거 생활권 공원 유형의 하나로, 어린이 놀이터가 지정되고, 아이들의 특별한 경험과 다양한 놀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아이디어 공모와 특화 계획 등이 지속되어 왔다. 세대의 융합도 중요하지만, 노인들의 생활 특성과 놀이 문화를 반영한 보다 적극적인 노인공원 정책과 계획이 필요하다.
기후완화와 적응을 돕는 기능을 갖춘 건강한 공원
기후변화가 현실화 됨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적합한 공원의 유형이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폭염은 실제로 시민 건강을 위협하며, 뇌질환, 탈수, 열병 등을 일으키고, 사망으로 이어지게 하거나 만성적 질환을 일으키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 열섬취약지역 분석을 통해 공원녹지계획과 연계하고, 기존 근린공원 내 적절한 숲 조성을 통해 쾌적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기존 도시녹지의 유형 중 경관녹지와 완충녹지대는 일반적으로 마운딩을 만들어 주변과 완충시켜 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녹지들이 이제는 물순환 시스템과 연계(Green-Blue system)해 침수에 대비하거나, 바람길을 만들어 열섬을 완화(Park cooling service) 하는 등 기후위기대응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새로운 기준들이 필요하다.
조용하던 녹지에 더 많은 역할이 주어지고 있다. 도시문제를 풀 자연적 해법으로서 수목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광장과 공개공지에 도시숲이 들어오고 있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통해 공원 내부를 개조하는 것을 넘어, 좀 더 큰 틀에서 새로운 차원의 공원이 만들어질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조용준 /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