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공원일몰제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기 조성된 공원을 활용해 도시 환경조건의 질을 높이고자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수원시정연구원과 한국조경학회는 15일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 3층 낭트홀에서 ‘노후 도시공원,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도시공원 일몰제 이후 지속가능한 공원관리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성된 지 20년 이상의 노후화한 도시공원의 유지 관리 및 재생 방안에 관한 제도 개선 및 추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심포지엄에서는 ▲안승홍 공원녹지연구회장(한경대학교 교수)이 ‘노후 도시공원의 쟁점과 재생전략’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전주시 총괄조경가)가 ‘북서울꿈의숲을 통한 21세기 도시공원재생에 대한 생각’ ▲정수진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이 ‘수원시 노후도시공원재생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지는 토론시간에는 ▲조세환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좌장)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이민우 공주대학교 교수 ▲이상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경관센터장 ▲오기영 수원시 공원관리과장 ▲최용호 도시공원협회 이사장 등 조경전문가들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발제자인 안승홍 교수는 공원일몰제에 대한 지자체 결정권자의 무관심으로 사업이 후순위로 밀리고, 열악한 지자체 재정 상태와 정부의 미흡한 투자로 많은 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음을 지적하며, 기 조성된 공원재생을 통한 도시 환경조건의 질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공원재생의 목표는 ▲도시 문화적 효용성 ▲경제적 효용성 ▲녹색 기반 시설 ▲공원의 지속가능성 등 네 가지로 설정하고 ▲시간적 경과 ▲공간적 기능 저하 ▲시대적 요구 ▲생태적 건강성을 재생 대상공원의 선정기준으로 제시했다.
안 교수는 “유지관리, 운영관리, 이용관리 중 운영관리와 이용관리에 노력해야 할 때다. 공원의 이용 주체는 시민이다. 관심이 없으면 결국은 질 낮은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극장에 갈 때 영화를 보러 가는 거지 극장을 보러 가는 게 아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관객을 불러들인다”며 생태환경, 문화예술, 건강체육, 도시농업을 바탕으로 시민 이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노후 도시공원재생 전략의 일환으로 제시했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 해외사례를 근거로 ▲지역의 역사, 인물, 사건 등을 기록, 전시하는 장소인문학의 보고로서의 역할과 가치 발굴 ▲기후변화 대응 위한 회복탄력적 도시공원 ▲일자리 창출과의 연계 ▲스마트 기술과의 융합하는 등의 노후 도시공원재생 전략을 제안했다.
특히 “일몰제 이후 인증과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환경조건으로서 기 조성된 도시공원 수준을 인증하고 비교-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는 도시공원 통계서비스가 있다. 인구밀도나 소득, 아동비만율 같은 지표가 연계돼 있다. 또한 면적, 투자, 쾌적성, 접근성 등 공원 이용 및 품질에 대한 평가로 지자체 순위를 매기는 제도도 있다. 영국에는 우수한 공원·녹지 등을 평가해 인증하는 녹색깃발상 제도가 있다. 이와 같이 공원을 비교해 관리의 질을 높이도록 하고, 보상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끝으로 안 교수는 “현 시점에서 도시공원에 대한 상황을 인식하고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대내외적인 위상 등을 고려해 재생 방향성을 타진해야 한다. 근대 도시화의 산물로서 도시공원의 양적 성장 중심으로 조성됐지만, 노후 도시공원의 재생은 현대도시에서의 요구와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한국의 현실에 적합한 공원 모델을 정립하고 공원별 여건과 지역성을 연계한 전략적 사고의 정립이 필요하다. 도시공원이 도시민의 녹색복지의 거점이자 공공공간으로서 충실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 보완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최신현 대표는 본인이 설계한 북서울꿈의숲을 사례로 “도시재생은 죽어 있는 건축물을 재생하는 일이다. 50년 뒤에 또 같은 일을 해야 한다. 공원의 생명들은 잘 재생시켜주면 우리 세대가 끝나도 후손들에게 남아 공원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다”며 공원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흙과 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대표는 “특히 물의 회복이 중요하다. 갈수록 빗물이 스며들 공간이 없다. 비가 왔을 때 공원에라도 물이 스며 흐르면 그 속에 미생물이 생긴다. 생물이 살면서 지력이 회복되면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 숲이 더 아름다워지고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이 될 것”이라며 “물을 최대한 머무르게 하는 것”을 공원재생 전략으로 제시했다.
또한 “내가 아는 나무 위주로 디자인하면 숲의 경관이 오래 가지 못하고 밀도를 조정해줘야 하는 일이 생긴다. 사람의 시각이 아닌 식물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에 적합한 수종을 선정해 심었을 때 더 좋은 숲이 만들어진다. 나무가 가진 영역성을 최대한 존중해주면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라며 “살아있는 생명을 존중하는 재생”이 공원재생이라고 정의했다.
‘수원시 노후도시공원재생방안 연구’를 진행한 정수진 연구위원은 수원 행정구역 내 31개 공원 현황을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과거 공원은 중앙광장과 조형물 중심으로 조성됐는데, 현재는 산책과 휴식 활동 중심으로 변화했다”며 이용자 요구와 일치하지 않는 공간구조를 공원 노후화의 촉진 원인으로 꼽았다.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공원이용자들이 산책로가 아닌 다른 동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경계녹지 하부가 산책로화된 상황이다. 공간 사용 및 시설물 배치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주변 지역 횡단보도와 공원 입구가 불일치한 문제도 확인됐다. 특정 이용자들이 공간을 점유하는 현상도 발견된다. 또한 주변 지역의 거주자 라이프사이클이 제각각이고 변화하기 때문에, 공원이용자들의 행동패턴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 연구위원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노후 도시공원 진단기준을 구축하고, 작동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장안구를 대상으로 시범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공원재생을 위해서는 공원의 서비스 평가 사항과 가중치 평가를 고려한 별도의 정성 평가가 필요해 이번 연구에서는 공원에 대한 노후도 평가, 기능성 평가, 이용자 만족도 평가, 공원 서비스 평가와 가중치 부여 등의 단계별 평가방안을 제안하고 장안구에 시범 적용했다.
정 연구위원은 “공원은 조성년도가 오래될수록 생태자원이 풍부해지므로 해당 공간의 기능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기능성 평가, 이용자 만족도 평가 등의 내용을 모니터링해 공원 관리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 도시공원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기초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한 근거 및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기반시설관리법에 준한 수원시 공원관리기본계획 수립 및 관리 강화가 필요한 공원에 대한 대응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공원 관리 효율화를 위해 일반관리, 관리강화, 부분재생, 전체재생의 등급을 제안하며, 각 등급별 공원재생방안에 대해 제안한다. 공원 전체에 대한 재생은 지역과 연계한 사업으로 다각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원관리기본계획 수립을 통한 체계적인 리모델링 로드맵 구성 ▲수원형 그린 플래그 어워드(녹색깃발상) ▲체계적인 노후 도시공원의 관리 및 재생을 위한 공원관리재단 설립을 통한 민간 자본 유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론에서 김연금 소장은 “대형공원과 어린이놀이터는 지향점이 다르다. 어린이공원은 지역사회 요구로 10년 단위로 리노베이션되고 있다. 어린이공원과 대형공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야 하고 바꾸는 방식도 달라야 할 것”이라며 노후공원을 어떤 가치로 정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어린이공원 리모델링을 하면 주민조직이 꾸려진다. 논의 과정에서 공원이 단순 도시 시설이 아니라 삶의 공간이란 걸 인식하고 바꾼 이후 나의 역할을 찾으면서 주민조직을 만들고 주체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국 공원에서 프렌즈그룹이 활동한 계기도 리노베이션이었다. 공원을 바꾸는 일은 지역사회가 생활의 중심 주체로 나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아울러 “녹색깃발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주민참여”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리노베이션 사업예산을 매칭펀드로 배정할 때, 주민자원봉사 노동력을 돈으로 환산해서 매칭하는 구조를 고민해볼 것”을 주문했다.
이상민 센터장은 “노후 도시공원이라는 말은 도시공원이 낡고 오래된 것뿐 아니라 기능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미도 깔려 있다. 기존에는 어떻게 만들지만 이야기했다. 만든 공원을 잘 관리할 것이냐의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공원에 재생이란 말을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도시재생이 정치적으로 부각되면서 색이 변했다. 도시공원에선 지속가능한 관리전략이라 표현하고 싶다”고 수정했다.
이어 “도시재생이나 기존 시설물처럼 관리하면 안 되는 게 공원이다. 시설과 생태적인 측면, 이용 그리고 주민이 참여하기 때문에 다른 기반시설과 차이가 있다. 공공이 관리하면서 제대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본적인 체계가 필요하다”며 수원시정연구원의 연구 내용을 조례 등에 포함시키는 등 수원시 차원에서부터 다음 스텝을 밟아나갈 것을 주문했다.
이민우 교수는 이미 공원으로 지정된 것도 집행을 못하는 상황에서 노후화한 공원을 재생하는 데 예산이 얼마나 지원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도시공원이 도시의 중요한 행정이다. 조경만 모여서 할 것이 아니라 넓은 폭으로 같은 화두를 갖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기에 공원 관련 자료를 만들 때 인구 관련 자료도 활용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최용호 이사장은 “공원을 1년에 100만 명이 이용한다 했을 때, 관리를 잘해서 200만 명이 오게 만든다면 공원이 하나 더 생긴 것과 같다. 이용객을 배로 늘리면 공원 하나 더 만든 것과 같다는 것이 운영관리의 중요성이다”며 운영관리의 묘를 발휘하면 저비용 고효율로 보다 많은 공원녹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기영 과장은 “수원에 국가공원을 하나 만들 필요가 있다. 중앙에 한 곳이 계획돼 있다. 도시재생 차원에서 함께 끌고 갈 수 있는 국가공원 조성안을 연구과제에 담아달라”고 연구원에 부탁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수원시민 양종찬 씨도 “수원시에 국가도시공원 조성 당위성이 있다. 농진청이 떠나고 농대 자리도 비었다. 과거 농진청 자리 작물시험장에는 밑에 물이 있어 건물을 못 짓는다. 수원은 전국 사통팔달이다. 이번 기회에 빈터도 많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초역세권 효과도 누리는 이 자리에 국가공원을 만들어달라”며 오기영 과장의 말에 힘을 보탰다.
일월공원 앞에 거주하는 수원시민은 “공원은 오래될수록 좋다. 노후화됐다고 없애면 안 된다. 해외 유명 공원 수 백년 됐다. 나무는 오래 클수록 좋은 나무가 된다. 노후라는 말은 공원에 안 어울린다. ‘지속가능한 도시공원 어떻게 할 것인가’란 명칭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중요하다. 꽃과 인간의 감정 관계를 연구에 넣으면 좋겠다. 예산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했다.
아울러 “수원에는 세계에서 유명한 화성이 있다. 수원이 조금만 노력하면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될 수 있다. 남문에서 북문까지 파리 상젤리제처럼 만들 수 있다. 수원에서 가장 보기 싫은 게 북문 농협 건물이다. 잘 만들어놓은 건물 옆에 시멘트 어울리는가? 그 옆에 공원을 만들면 더 많은 관광객이 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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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세
2020-01-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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