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윤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주민들이 좋아하는 공원은 어떤 공원인가” ”3기 신도시 공원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관련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지난 8일 분당 오리역에 위치한 LH 경기본부 3층에서 ‘3기 신도시 품격 향상을 위한 명품공원 조성과 조경제도 개선’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의 “이용자 중심 공원 조성을 위한 1, 2기 신도시 공원 리뷰” ▲고민정 재미있는재단 이사장의 “초고령화사회 노인문화복지, 노인 놀이터” ▲김세훈 서울대 교수의 “도시설계로 본 신도시 공원” ▲이영주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 사무관의 “조경공간 품격 향상을 위한 조경설계공모 제도화”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었으며,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신경철 LH 국토도시개발본부장은 인사말에서 “3기 신도시를 앞두고 명품공원을 조성하고자 한다. 그간 발주사나 조경전문가들이 공원을 고민해 왔는데 주민의 입장에서는 어떤 공원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고 포럼 개최 배경을 밝혔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영민 교수는 1, 2기 신도시 공원에 대한 이용자 조사 분석을 토대로 앞으로 조성될 3기 신도시의 공원 조성 방향에 대한 제언을 담았다.
김영민 교수는 “1기 신도시의 공원녹지는 분당이나 일산의 중앙공원처럼 도심 중앙에 주제공원을 배치하는 형태”였다면 “2기 신도시의 공원은 기존의 자연을 살려 서로 연결하는 네트워크형”이었다면서, 이용자의 전체적인 만족도는 “특정한 계획으로 찾게 되는 공원보다는 대부분 도보 10분 이내의 일상적으로 찾는 공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공원의 만족이나 불만족의 이유가 “녹음이 많아서”이거나 “녹음이 적어서”라는 대답이 가장 높게 나타나 ‘수목 식재’가 주는 영향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행, 휴게시설, 수경시설 등 공원의 기본적인 시설물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놀이시설 등 특정 목적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낮게 나오는 특징이 있었다.
‘공원 개선 방향’에 대한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다수가 ‘수목’과 ‘식재’를 개선해 줄 것을 주문했으며, “공원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냐”는 질문에서는 1기보다는 2기 신도시 공원이 추천지수가 더 높게 나와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천 이유로는 ‘공원 분위기’와 ‘수목’ 때문이라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비추천 이유도 역시 ‘수목’을 꼽는 비율이 높았다.
만족도가 높은 공원은 주로 “보행 접근성이 편리한 선형공원”이 차지했으며, 공원을 특화할 경우 가장 선호하는 것은 ‘울창한 숲과 자연이 중심이 되는 공원’으로 ‘자연성’과 ‘경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 도시를 대표하는 공원의 이미지나 바람직한 공원에 대해서도 ‘자연스러운 공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놀이테마보다는 기본이 충실한 공원이 좋다고 답했다.
김영민 교수는 국내는 물론 해외사례를 포괄해 최근 공원녹지의 트렌드를▲공원과 도시의 모호한 경계 ▲자연과 환경의 적극적 교감 ▲개성있는 디자인을 통한 명소화 ▲공원 이용 프로그램의 유연성 ▲물과 사람이 모이는 친수 공원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있는 공원 ▲환경영향을 경감시키는 공원 ▲고유한 디자인으로 특화하는 커스터마이즈드 디자인 적용 등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번 조사분석 결과 “모두가 원하는 공원녹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본이 중요하다”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연결’, ‘나무’, ‘휴식’, ‘자연’이라는 4개의 키워드를 도출했다. 하지만 이것이 ‘특화’, ‘시설’, ‘활동’, ‘문화’ 등 공원의 스페셜한 기능들을 소홀히 하자는 뜻은 아니라면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기본 위에 촘촘히 채워간다는 의미에서 “기본으로 도약하자”고 말했다.
고민정 이사장은 한국도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하고 있고, 이미 시골은 초고령화가 진행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노인복지가 필요하다며, 공원녹지에 있어서도 고령친화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통제’ ‘선택’ ‘안전’ ‘접근성’ ‘사회적지지’ ‘사생활 보호’ ‘자연과 교류’ 등의 접근 키워드를 통해 ‘노인 놀이터’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고 이사장은 “노인 놀이터는 현재 국내에는 10여 개가 조성”돼 있고, “핀란드 등 해외의 경우는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나 실버타운, 어린이놀이터 옆 등에 이미 많이 설치되고 있으며, 특히 노인놀이지도사 등 자격증 관련 논의까지 진전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안 아픈 사람은 있지만 안 늙는 사람은 없다”며 노인 놀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세훈 교수는 3기 신도시에 대한 높은 기대감 만큼이나 3기 신도시의 공원도 높은 눈높이와 잣대로 평가하고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주변 도시 조직과 아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공원이 좋은 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공원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신도시 공원을 설계하는 틀을 바꾸고 여러 시도를 해봐야 한다며, 도시와 잘 상호작용하는 공원들의 특징을 크게 5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공원 주변에 다양한 도시기능과 자원이 흩어져 있고 ▲이들이 가로를 통해 촘촘하게 연계된 공원이 사랑받는 공원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를 위해 공원이 단순히 아파트 단지나 광폭의 도로로만 둘러싸여 있지 않고 적어도 한 면 이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도시 조직과 맞닿도록 설계하고, 공원 주변의 토지 이용 계획이 있어야 한다. 또한 공원 주변에 있으면 좋을 만한 공간으로 골목상권이라든가 미술관, 카페, 신선식품을 살 수 있는 마켓 등을 제시했으며, 공원에서 5분 거리 내에 대중교통을 환승할 수 있는 시설을 적용하고 주차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방법 등을 통해 차량 접근성과 보행 우선권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김 교수는 ▲공원 경계부는 사람들의 활력이 넘치고 ▲공원 인접 블럭의 저층부 공간은 보행자의 발길을 사로잡으며 ▲다시 지구 차원에서 공원 주변 전체의 3차원 공간설계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원 경계부를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명품공원으로 활용되느냐 안되는냐가 결정”될 것이라며,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공원의 경계부를 만들기 위해 데이비드 심의 ‘소프트 시티’ 개념을 소개했다. ‘소프트 시티’는 어떻게 도시를 더 유연하고 촘촘하게 만들 것이냐는 고민을 담은 것으로, “공원의 경계부는 공원설계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공원과 경계부 도로 및 가로, 그리고 인접 필지의 건축물 등 3차원 공간까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공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전세계 도시들은 공원 경계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공원과 인접한 곳에 건물을 만들면서 공원과의 관계를 매우 섬세하게 조정해 나가고 있는 보스턴의 사례와 사사키 사무소의 중국 우하 양춘의 도시설계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3기 신도시의 토지이용계획을 하면서 2차원적인 설계도 중요하지만, 공원 주변에 건물 등의 시설이 들어왔을 때 3차원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공원 방문자들이 이용할 만한 시설이 어디에 있으며, 그 이용시설로의 접근과 이용이 얼마나 원활한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훈 교수는 이상 “외부공간의 구현과 공원이 3차원 시설이 만나는 과정들을 통해 3기 신도시에서 명품공원을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주 사무관은 “공원·녹지에 대한 수요와 기대는 높아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해외도시와 비교하여 공원·녹지의 양은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3기 신도시 발주를 앞두고, 조경 설계부터 품질 향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어서 조경설계공모 제도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발주처와 조경업계 등에서 공모방식의 발주가 기존방식보다 훨씬 나은 설계 결과를 산출하므로 발주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받아들여 조경진흥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조경설계공모지침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공모제도 도입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해서 결정할 예정이라며 조경계에서 많은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적용 범위는 공공 부문을 대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원·녹지, 도시숲, 국가정원 등 조경 사업 부문 전반에 걸쳐 도입한다.
특히 설계단가 산정시 조경산업표준품셈 적용을 강제화해 설계단가를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현재는 지자체 등 발주예산 방식이 전체 사업가액의 일정 비율로 조경설계 발주를 하게 돼 있는데, 앞으로는 실제 인력 투입 위주로 규정돼 있는 산자부가 고시한 ‘조경설계표준품셈’을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이 주문관은 내부검토 결과 “이 경우 발주가액이 두 배 정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태경 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을 좌장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최희숙 LH 도시경관단 단장은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원은 자연 속에서 산책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원이며, 앞으로 LH의 공원도 이러한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세대별 시대별로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홍길 한국조경협회 회장은 “좋은 연구자료를 제공해 주어 감사하다”며 “이번 발표를 토대로 3기 신도시 공원을 설계하면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우리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 가장 감명 깊었다. 공원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시민들이 사랑하고 이용하는 공원이 되어야 더욱 명품공원이 될 것”이라며 “조경설계단가가 현실화되면 더 나은 공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신하 한국경관학회 회장은 “기존에 공원을 만드는 자세가 좀 바뀔 시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발표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공원과 주변과의 관심이 높아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원 안 토지이용계획이 이뤄지면 어떨까’, ‘공원으로 가는 길을 계획하는 것은 어떨까’를 생각해 봤다며 “이용자들이 공원까지 가는 경험들 모두가 공원에 대한 이미지에 종합적으로 형성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용자 측면에서는 공원이 오랫동안 고품질로 유지되길 바랄 것”이라며 “LH는 공원을 만드는 것까지만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지만, 간접적으로 3기 신도시 공원에 대해서 지속적인 성능검사를 운영하면 지속적인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현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전회장은 최근 공원에 대한 논의를 토대로 ‘3기 신도시 공원에서 변화될 모습들’을 전망했다. 우선 그는 ‘30분 보행권’이 등장하고, ‘체감형 공원’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어서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한 “선형공원”이 강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그간 신도시는 주거와 상업이 분리되어 왔는데 이제는 복합화 개발이 진행될 것이며, 단순히 역세권이 아닌 환승역세권이라는 새로운 도시 개발의 모습을 띠게 될 것이고, 3기 신도시에 입주할 즈음에는 생활권 공원이 법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기존 공원은 들어설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공원설계에 있어서 3차원 복합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새로운 개념으로 “탄소중립지도를 만들어야 하므로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연진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장은 LH가 택지개발했던 지역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정원을 조성한 공간이 점차 좋은 공원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왜 LH는 애초 계획에 반영하지 못했는지 “민간에 비해 LH의 토지이용계획은 녹지는 많긴 한데 기계적”인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시간에 따른 녹지 환경의 변화에 대해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며 “3기 신도시에서는 시간에 따른 가변성과 유연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원은 지역 커뮤니티 형성에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 계획상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현실이라며, “공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좌장을 맡은 김태경 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은 공원이 가지는 사회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 “센트럴파크가 연간 10조원의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국내는 피부로만 느낄 뿐 실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된 것이 없다”며 “조경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진행된다면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신경철 본부장은 폐회사를 갈음해 “주거단지 내에 대규모 공원을 만드는 게 맞는지, 선형공원을 만드는 것이 맞는지, 아파트단지의 담장을 허무는 것과 공원 접근성의 문제, 도시와 공원의 접합지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이날 포럼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