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인천시가 소래염전 일대의 국가도시공원 지정 추진을 계기로 ‘공원도시’ 전략을 구체화하며, 제도 개선과 시민 참여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인천시와 인천연구원은 28일 인천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추진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소래염전 일원의 국가도시공원 지정 추진에 따른 정책적 과제를 공유하고, 인천시가 구상 중인 ‘공원도시’ 비전의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이병훈 인천시 공원조성과 공원기획팀장의 배경 설명을 시작으로, 박호군 인천연구원장의 환영사와 황윤혜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의 기조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황 교수는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및 녹색전략을 바탕으로 정원도시 모델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도시환경을 실현하는지를 소개하며, “공원은 환경정책과 도시 브랜딩, 그리고 시민 삶의 질을 아우르는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이병훈 팀장은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2016년 도입됐지만, 300만㎡ 이상 면적과 토지 소유권 요건 등으로 아직까지 지정 사례가 없다”며, “인천시는 2021년부터 국가도시공원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시민토론회와 전문가 포럼 등을 통해 전략을 구체화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7월 21일 국회 상임위에서 관련 법률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중”이라며,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기후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소래염전을 국가도시공원으로 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호군 원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토론회는 단순히 공원 지정 논의를 넘어서 인천시 도시 전략의 체계를 재정립하는 자리”라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공원도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천은 자유공원 등 근대적 공원의 기원을 갖고 있는 도시로서, 공원도시로 나아갈 정체성과 기반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안승홍 한국조경학회 국가도시공원 특별위원회 위원장(한경국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도입 배경과 전국적 추진 동향을 소개했고, 곽정인 환경생태연구재단 센터장이 인천시의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추진 경과와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김홍렬 용산국가공원포럼 의장, 박정환 인천일보 대기자(인천시 도시공원위원), 한봉호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시민추진단장),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시민추진단), 한소영 인천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김철홍 한국조경협회 미래정책추진단장이 참여해 제도 개선 과제, 도시계획과 공원정책의 통합, 지역주도의 실행 전략 등을 주제로 열띤 논의를 펼쳤다.
싱가포르에서 배우는 ‘도시 전략으로서의 공원’
황윤혜 교수는 싱가포르의 국가적 녹지 전략과 도시계획 통합 사례를 통해 인천의 공원도시 구상이 갖는 가능성과 과제를 짚었다.
황 교수는 “많은 도시가 싱가포르의 정원도시 이미지를 벤치마킹하지만, 단기간에 조경을 조성하는 방식만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그 핵심은 도시 전체를 생태적 인프라로 재구성하고, 부처 간 협업과 장기 비전을 관철하는 거버넌스 체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 ‘깨끗하고 푸른 도시(Clean & Green City)’를 시작으로, ‘정원 속의 도시(City in a Garden)’, 최근의 ‘자연 속의 도시(City in Nature)’까지 녹지정책을 단계적으로 진화시켜 왔다. 황 교수는 “지금의 ‘City in Nature’ 전략은 단순한 조경 확대를 넘어서 도시 전체를 생태계로 간주하는 프레임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2021년 발표된 ‘싱가포르 2030 그린플랜’을 기반으로 하며, 환경·주택·교육·산업·국토개발 등 5개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한다. 특히 공공주택 조경, 가로수 시스템, 수변 녹지와 공원 네트워크, 자연 기반 해법(NbS) 적용 등은 도시 전역에 복합적·연속적으로 작용한다.
황 교수는 “녹지는 도시 이미지의 일부가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도시 경쟁력, 주민 삶의 질을 통합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싱가포르의 대표적 대형공원 네 곳(East Coast Park, Central Catchment Nature Reserve, Gardens by the Bay, Jurong Lake Gardens)을 소개하며, 각 공원이 입지적 특성과 도시 기능에 따라 어떻게 전략적으로 조성됐는지도 설명했다.
특히 ‘이스트코스트 파크’는 해안 간척지를 활용한 선형 대형공원으로, 공항·도심·고급주거지·여가시설을 연결하는 도시 인프라로 기능한다. 이 공원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해수면 상승 대응, 침수 완충, 수자원 확보, 관광자원화등 다양한 목적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 인프라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대해서는 “경제 중심지 한복판의 고부가가치 부지를 공공녹지로 조성한 상징적 프로젝트”라며 “아이코닉한 조경 디자인과 기술 기반 유지관리의 양면이 있지만, 생태적 정당성이나 시민 접근성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고 균형 있게 평가했다.
황 교수는 인천이 싱가포르와 지리·기후·인구 밀도 등에서 차이가 크지만, 도시계획적 시사점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천은 해안과 간척지, 습지, 섬이라는 지역 특성을 지닌 도시이며, 다핵적 구조와 분산된 인프라를 오히려 생태 네트워크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도시의 다른 기능들과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어떤 산업·주거·교육·문화 전략과 통합되는지가 핵심”이라며, “공원이 도시 전략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황 교수는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추진은 인천이 생태도시, 회복탄력 도시로 전환하는 기회”라며, “정원도시 전략은 단기 조성사업이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도시 비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없는 국가도시공원… 제도 개선 시급
안승홍 위원장에 따르면, 2016년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국가도시공원 제도가 신설된 이후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실질적 지정 사례가 없다. 현행 제도는 300만㎡ 이상 면적을 요구하고, 사업비 전액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토록 하고 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그는 “국립공원은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반면, 국가도시공원은 지자체 부담 구조로 돼 있어 형평성 문제가 크다”며 “국토부에 전담조직도 없는 상태에서 제도만 존재하는 ‘유령제도’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맹성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갑)이 발의한 개정안은 국가도시공원의 지정 면적을 100만㎡ 이상으로 완화하고, 설치 비용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최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으며,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도시공원 시범사업지로 ▲인천 소래습지 ▲부산 낙동강변 ▲대구 두류공원 ▲광주 중앙공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지금이 제도 실현을 위한 분수령”이라며 “국회와 국토부 중심의 정책 추진과 더불어 지자체 내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하는 등 제도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국가도시공원청 신설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지난 4월 국회 정책토론회에서도 별도의 전담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최근에는 여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공식화했다.
안 위원장은 끝으로 “학회 차원에서도 국가도시공원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부산, 인천, 광주 등에서 지속적으로 포럼과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며 “정책 기반 마련과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지속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역사·생태·산업의 흔적 품은 소래… “국가도시공원 지정 정당성 충분”
곽정인 센터장은 “국가도시공원은 단순한 면적 충족형 공원이 아닌, 도시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담는 전략적 공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센터장에 따르면, 소래염전은 1935년부터 운영돼 1996년까지 우리나라 소금 생산을 견인했던 대표적인 연안산업지이자, 일제강점기부터 매립과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사라진 해안선과 습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소다. 일부 구역은 공장이나 개발지로 전용됐지만, 여전히 과거 염전과 갯벌 생태계, 염생식물 군락 등이 보존된 채 자연 회복력이 작동 중인 유일한 내륙형 해양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송도 개발로 해수 유통이 막힌 상황에서 소래는 마지막으로 해수 유입이 가능한 연안 생태축의 연결고리이자, 수많은 조류·저서생물의 서식처로 생태적 가치가 높다”며, “이런 공간이 아파트 단지나 도로 확장, 레미콘 공장 등으로 대체된다면 생태적 손실은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인천시는 이 일대를 ‘국가도시공원’이라는 브랜드 아래 염전·습지·숲·공장 유휴지 등 이질적 공간들을 통합해 복합 생태문화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래염전, 시흥갯골생태공원, 송도랜드마크시티 등을 연결하는 5개 권역별 주제공원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으며, 생태 복원과 문화재생, 시민 참여형 활용 방안 등이 함께 설계되고 있다.
곽 센터장은 “갯벌에 난 사람 발자국 자국 하나로도 생태계 훼손이 가속화되는 현실을 체감한다”며, “올해는 포스코 직원들과 지역민이 참여하는 갯벌 복원 활동도 이어가며 생태 회복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도시공원은 단순히 면적 기준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인천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공원인 자유공원이 시작된 곳이자, 역사·해양·생태가 집약된 국제도시로서 국가도시공원 지정의 정당성과 선도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도시 전략과 인식의 재정립
김홍렬 의장은 “국가도시공원은 도시계획의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통합 프로젝트”라고 정의했다. 그는 용산공원 사례를 소개하며 “도시공원법이나 국토계획법이 아닌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를 근거로 추진됐으며, 다양한 부지를 포함해 300만㎡를 확보하는 과정은 법과 조직의 통합을 요구하는 정치적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원은 건축·인프라·문화가 융합되는 전략 플랫폼이다. 인천이 이 과정을 선도한다면 단순한 ‘지정 1호’를 넘어 새로운 국가도시공원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정환 기자는 “국가도시공원 지정도 중요하지만, 인천 내부에서 이 사업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행정 내 공감대 부족과 조직 간 단절을 핵심 장애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소래염전 일대의 개발·보전 문제를 취재해 왔지만, 시민사회와 행정 모두에서 국가도시공원 개념이 여전히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인천시의회가 관련 용역 예산을 전액 삭감한 사실을 언급했다.
또한 “연안부두 연결도로 확장, 태양광 설비, 공장 이전 등 중첩된 개발 압력 속에서 소래 일대는 생태공간이 아닌 개발후보지로 인식되고 있다”며, “국가도시공원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설정하고, 시민 소통을 위한 공식 플랫폼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민 주도와 실행 전략
한봉호 교수는 “시민들과의 답사와 토론에서 출발한 이 사업이, 예산도 조직도 없는 상황에서 인천시의 결단으로 정책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건축직 국장이 정치력을 발휘해 예산을 확보하고, 시민과 전문가들이 무보수로 참여해 여론을 형성한 점은 이례적이고도 주목할 만하다”며, “국가도시공원은 행정이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 시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설계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경업계도 정책 대응과 R&D 제안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주희 사무처장은 “공원은 이제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해양환경, 도시 회복을 연결하는 정책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천시 내부에서 공원조성과와 환경국이 이원화돼 있는 조직 구조 역시 유기적인 정책 추진을 방해한다”며, “정책기획 단계부터 시민사회가 협업해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원도시 인천’이라는 정책 비전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한소영 교수는 “제도 논의 이전에 시민 인식을 바꾸는 전략이 먼저”라며, 자신이 진행한 설계 수업 사례를 통해 학생들의 이해도와 참여 가능성을 소개했다.
그는 “국가도시공원이라는 개념이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추상적이었고, 공간 규모도 너무 커서 구체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공공기관과 설계 주체는 타깃층을 명확히 설정하고 교육·문화적 접근으로 시민 감각을 자극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토지 확보와 이해관계 조율을 위한 구조적 로드맵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 개선과 정책 대응
김철홍 단장은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협회 차원의 TF를 구성하고, 정책 제안과 법제도 개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 국가정원·국가도시공원 관련 정책을 제안한 경험을 언급하며, “행정조직 간 칸막이 해소, 조경 전담조직 설치, 법 개정 등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제는 학회와 협회가 단일한 목소리로 행정과 연계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서는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수동적 역할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국회를 중심으로 한 입법과 정책 실행구조 재편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현재 국토부는 국가도시공원 제도를 단순히 지자체 요청에 따른 지정 행위로 접근하고 있어, 실질적인 실행력과 정책 연속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토론자는 “국토부가 법률상 근거만 제공하고 예산과 운영은 지방이 모두 책임지게 만드는 구조라면, 국가도시공원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국회를 중심으로 법적 근거와 재정 지원, 부처 간 역할 분담이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위법 개정이나 별도 법 제정 등 국회 차원의 정치적 추진력이 지금 필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지방정부 내부 정책 집행 체계와 관련해서도 행정조직 개편 필요성이 언급됐다. 현재 인천시는 공원·녹지·환경·하천 등의 관련 부서가 분산 운영되고 있어, 국가도시공원과 같은 통합형 프로젝트를 총괄할 주체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은 환경, 문화, 도시재생, 시민참여, 교통까지 복합된 사업인 만큼, 이를 조율할 전담 조직이 시청 내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한 TF를 넘어 정책 설계, 시민 소통, 관계부처 협의를 총괄하는 상설 컨트롤타워형 조직이 필요하다”며, “지금이 조직을 신설하거나 조정할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