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윤 ([email protected])
최근 민간의 공원 개발 제안이 급증하고 있다. 지자체가 재정 부족으로 공원을 조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에서 공원을 지어 주겠다는 제안이 이어지면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자체도 민간공원 개발 대상지를 선정해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도시공원 조성이 일시적으로 활기를 띨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간에서 공원 개발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도시공원 전체면적의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나머지 30%는 아파트 사업부지 등으로 개발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특례조항 때문이다. 개발업자들은 공원을 조성해 기부하더라도 주택사업 등을 통해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며, 여기에 정부가 내년까지 대규모 택지 개발을 중단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사업지를 찾는 게 더욱 힘들어진 것도 이유가 되고 있다.
공원이 조성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개발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 시비나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민간공원 개발 사업을 완료한 사례가 없어서 벤치마킹할 만한 것이 없고, 사업 추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나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어서 이를 처음 시행해야 하는 일선 지자체 담당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도시공원개발 특례, 왜 나온건가
도시공원개발 특례는 앞서 말했듯 “공원 만들어 주면 아파트 짓게 해 준다”는 법이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상 특례조항으로, 맨 처음 제정된 것은 2009년이었다.
이렇게 특혜까지 줘 가면서 공원을 지어달라고 민간에게 구애를 한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도시공원을 만드는 주체인 지자체들이 공원을 지을 돈이 없기 때문이다. 돈은 없으면서 도시계획 상 도시공원으로 찜해 놓은 땅이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쌓였고, 이런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가 심화돼 왔다. 토지소유주들은 “공원을 짓는다고 도시계획으로 묶어 놓기만 하고, 왜 땅을 사가지도 않고 개발도 못 하게 하느냐”며 원성이 크다.
결정적인 계기는 헌법재판소가 1999년 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땅 주인들의 손을 들어 주면서부터다. 정부는 당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어떻게든 장기미집행시설에 대한 대책을 내놓게 됐는데, 그것 중 하나가 ‘일몰제’였다. 20년이 지나도록 시행되지 않는 도시계획시설은 효력을 잃는다는 내용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포함된 것이다. 특별히 도시공원의 경우는 고시일로부터 10년이 되는 날까지 공원조성계획을 고시하지 않을 경우 실효시키는 내용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포함되면서 20년 일몰제와 10년 일몰제 두 가지 모두 적용받게 됐다.
먼저 10년 일몰제가 적용된 2015년 10월 1일에는 전국적으로 359개소, 23km2의 도시공원이 무더기로 해제됐다. 비록 공원조성계획을 고시해 10년 일몰제는 피했더라도 사업이 집행되지 않으면 2020년 7월부터 적용되는 20년 일몰제는 피할 수가 없어서 곧 도시공원이 대거 실효될 운명에 처해 있다. 2013년 기준으로 10년 이상 장기미집행된 공원 면적은 전국적으로 총 516.4km2나 된다.
그래서 정부가 도시공원 조성에 민간의 참여를 끌어들이고자 2009년에 도입한 것이 ‘도시공원개발 특례조항’이었다.
도시공원 민간 제안 ‘봇물’
2009년 도시공원개발 특례조항 도입 당시에는 도시공원 전체 면적의 80%를 공원으로 만들어 기부채납하면 나머지 20%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는데, 건설 경기 불황 여파인지 수익성이 떨어졌는지 단 한 건의 민간공원 개발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2014년 말 민간사업자의 공원 기부채납 면적 비율을 80%에서 70%로 하향조정하고, 공원 최소면적을 10만m2 이상에서 5만m2 이상으로 변경해 대상면적을 확대했으며, 예치금액을 민간공원 조성사업비의 5분의 4에서 토지 매입비의 5분의 4로 완화하고,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민간사업자의 부담을 대폭 완화하면서 민간의 공원개발 제안이 각 지자체마다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아직 이 사업으로 완공된 공원은 없지만, 가장 사업 추진이 많이 된 곳은 의정부시의 직동공원으로, 3월에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분양에 들어가는 등 곧 공원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의정부시는 이외에도 추동근린공원의 민간사업자 선정도 완료한 상태다.
의정부시 직동(86만4955m2)·추동공원(123만8000m2)은 1950년대에 공원시설로 지정돼 60여 년 동안 보상되지 않은 채 장기미집행 공원시설로 묶여있는 대규모 도시공원으로, 현재 80% 이상이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어서 이를 조성하지 않으면 2020년 7월에 공원시설에서 해제된다.
인천시도 지난해 12월 무주골공원, 관교공원, 동춘공원, 십정공원, 연희공원, 검단 16·17호공원, 마전공원, 송도2공원, 희망공원, 전등공원 등 11개 공원을 특례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공고했다. 현재 민간의 사업 제안을 받고 있으며, 4월 중순까지 제안 공모를 마무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상지의 선정 기준은 10만m2 이상의 장기미집행 도시공원들을 우선했다.
수원시 영흥근린공원도 수목원 조성사업에 참여할 민간사업 공모를 추진 중인데, 무려 9개 업체나 참가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청주시는 영운공원, 매봉공원, 잠두봉공원, 새적굴공원 등 4개 공원에 대해 민간 사업자의 제안을 통해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외에도 원주 중앙근린공원, 대전 용전근린공원, 천안 노태근린공원 등 여러 지자체에서 민간 개발 방식의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구체적인 사업 지침 없다… 일선 담당자 ‘불안’
문제는 도시공원의 민간개발 사례가 없다보니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법상 사업 추진을 위한 조건만 제시했을 뿐 민간개발에 따른 구체적인 지원이 선제적으로 구축되지 않았다. 현재 1호 민간개발 공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의정부시의 직동공원 사례가 그나마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데, 이를 담당하고 있는 황주성 의정부시 비전사업추진단 주무관에 의하면, 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고충이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말이다. 도시공원에 진행되는 사업이다보니 사업 심의를 녹지직에서 해야 하는데, 건설사업에 대한 제안서가 타당한지 여부는 사업 타당성 용역을 해야 알 수 있는 일로 공무원이 혼자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건설사업이 가능해야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어서 오히려 이 부분은 도시계획이나 인허가부서에서 진행하
는 것이 적합할 수 있다.
사업에 따라서는 환경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건축 규모가 축소되는 등 사업적 변수가 생길 수 있는데, 환경부의 사전 검토가 없다보니 사업 타당성을 미리 확인할 방법이 없는 점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래 저래 담당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사업 제안을 받는 것이 겁날 수밖에 없다.
이에 황주성 주무관은 “최초 제안이 들어오기 전에 시에서 먼저 타당성 검토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견을 줬다. 30% 부지에 아파트 사업을 진행하면 허가가 가능한지, 분양가는 얼마나 되는지, 이에 따라 시가 받을 적정 공원 규모는 어떤지를 미리 알고 있다면 불안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민간 제안은 부지를 쪼개서 들어오는 등 매우 다양하며, 업체 선정, 계약 등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지는 모두 지자체에게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공원 조성 사업의 경우는 사업비만 민간에서 나올 뿐 지자체가 진행하는 도시공원조성 과정과 다를게 없다. 다만 직동공원의 경우는 의정부시의 감독권한을 인정하는 내용을 협약과 공문에 의해서 보장받아 진행했다. 물론 이 부분도 제도적으로 정해진 부분은 아니다.
인천시 공원녹지과 황현목 주무관은 “민간사업이다 보니 시에서 개입할 여지가 적을 것이다. 다만 공원녹지법 상 기준으로 도시공원위원회에서 심의를 하니까 위원회에서 많이 걸러지고 조정될 것이다. 기본적인 부분이야 시에서 챙기겠지만 그 외에는 현재로선 위원회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제도 부실, 난개발 및 특혜 시비 부추긴다
난개발도 문제로 지적된다. 도시공원에 건축을 하면 도심 환경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도시공원 부지에 비공원시설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시설물의 종류나 규모 등에 관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대전 월평공원, 원주 중앙공원, 청주 민간공원개발 대상지들은 환경단체들에 의해 난개발 문제가 제기됐다.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교통 혼잡 등이 유발된다는 주장이다.
특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 대전시에서 진행되는 민간개발 사업의 경우, 업체 선정 과정에서 먼저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에 우선권을 주면서 다른 업체들로부터 불공정 경쟁이라며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개발자 선정과 관련한 법적 규정이나 구체적인 지침이 없기 때문에 시가 잘못한 사항은 아니지만 사업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난개발이나 특혜 논란은 사업에 대한 시민적 합의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현재 제도가 너무 애매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부실한 지침으로 사업 주체들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 후 관리비 부담, 지자체와 정부의 온도차
공원 조성 후 관리비 문제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성비용에 비하면 관리비용은 매우 작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는 공원 조성 이후 관리비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공원을 조성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황주성 의정부시 주무관은 “관리비 부분은 공원조성계획 시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마냥 멋있게 조성해서는 유지 관리가 힘든 것이 지자체의 현실이다. 토지보상이 끝났고, 이제 공원 조성에 착수하는 시점이라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현목 인천시 주무관은 “유지 관리비가 부족하다면 시설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하는 데, 그것 때문에 공원을 못 만든다면 시민녹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밖에는 안 나온다. 미집행 도시공원을 모두 조성하는 것은 어차피 못할 일이다”며 관리비는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준수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 주무관은 “조성비용에 비하면 관리비용은 매우 작은 수준”이라면서 “조성이 문제지 관리는 비용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지자체와는 온도차를 보였다.
민간공원사업 “잘 마무리 될까” “얼마나 될까”
도시공원 개발특례 사업은 이제 초기 단계다. 하지만 민간 제안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느냐는 질문에 “엄청나다”는 대답을 줄 정도로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공원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주성 의정부시 주무관은 “공원 부지로 보면 엄청나게 해소되는 것이다. 의정부시는 이미 2000억 원을 기부채납을 받았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금액이다. 면적으로는 100만m2가 넘는다”며 최근에도 많은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서 특례사업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현목 인천시 주무관은 “현재 한 개 공원만이 사업자가 선정돼 추진되고 있고, 아직 11개 대상지는 제안을 공모 중인데, 현재 문의가 많이 오고 있는 상태다. 지자체도 시행사도 좋게 보고 있다”며 사업 초기지만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또한 그는 “인천시는 전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중 절반에 가까운 공원화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준수 국토부 주무관은 “지자체에서 사업 추진은 많이 하지만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다”며 말을 아꼈다.
국토부, 반짝 사업이지만 파급 고려해야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가장 힘든 것은 제도나 지침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업무 추진 과정에서 인력 확충이 안되는 것도 어렵다. 또한 특례사업이란 게 어떤 예외 조항을 주는 건데 이후 특혜 시비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것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도시공원 특례사업은 어차피 2020년이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 실효되기 때문에올해와 내년에 정점을 찍고 그 이후에는 점차 추진이 힘든 사업이다.
그렇더라도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개발 이후의 파급을 고려해 좀더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통해 일선 담당자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역 및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난개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방지책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번 특례사업으로도 추진되지 못하고 2020년 실효만을 기다리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한 해법이 시급하다.